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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8.9~8.14 극단의 기후, 지금 실패하면 결과는 재앙

by 이성근 2021. 8. 9.

세계 최고 기후학자들 극단의 기후, 지금 실패하면 결과는 재앙

“‘ESG 생태계제대로 구축하려면시민사회 등 참여 필요

기후위기시대 지역언론이 할 일

2040년까지 지구온도 1.510년이상 빨라져"온난화는 인간 탓

발 등에 불 떨어진 기후재난, 아직 덜 심각한 한국 정부

속도 붙는 전기차 전면 전환세계가 움직인다

울진군민들 “3·4호기 희망이 무너졌다

태풍의 야성을 길들이다

대기는 강물처럼

티베트고원이 손짓하는 장맛비

수원시 그린커튼 했더니 실내온도 4~5도 내려가요

인도 침범한 가로수 뿌리 싹둑보행자는 편해졌는데 최선일까

기후는 세계 문제궁극적으로 먹거리·경제와 관련

무늬만 그린 뉴딜, 탄소제로는 빠졌다.

박형준 시장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적지는 부산

옥상 온도 55.8일 때 가로수길은 28.5···

일회용 배달용기, 탄소배출 35배 더 하고 있다

시베리아도 해마다 산불 피해 커져기후변화 악화 우려

한반도 한파·폭염’ ‘세트로 온다이유는?

'AI로 해양쓰레기 파악·공원관리'부산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착수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

쓰레기 운동 30년사: 줄이고, 돈 내고, 다시 쓰고, 공유한다

인류는 우주에도 쓰레기를 남긴다

팔공산 쓰레기 구멍 치우려면 16

바다 쓰레기 절반은 그물과 낚싯줄

전기 없는 세상이 일깨운 일상의 가치

<오래된 미래> 저자 왕처럼 행동하지 말고, 속도를 늦춰보세요헬레나 노르베리호지

50년 전의 ‘2040년 몰락예측은 지금도 유효할까

탄소중립시대 생태건축 주목받는다

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빨라지는 한반도 온난화

네덜란드 법원의 명령"'석유 공룡' 쉘은 파리기후협정 준수하라

전남 갯벌 정원 만든다 "세계유산 효과 극대화

 

세계 최고 기후학자들 극단의 기후, 지금 실패하면 결과는 재앙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 9일 발간

폭염·홍수 등 기후재앙은 기후변화의 전조

11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의 지표로 사용

열파 더위와 산불 사태로 기상 재앙이 벌어지는 그리스의 에비아 섬에서 주민들이 8일 산불 사태를 피해 대피하려고 배에 탑승하고 있다. <비비시>(BBC) 화면 갈무리

 

세계 최고의 기후 과학자들로 구성된 지구온난화 평가 기구가 7년마다 발표하는 보고서가 발표된다. 최근 몇달 동안의 홍수, 열파 더위 등 극단적 기후는 지구온난화의 전조일뿐이라는 급박하고 끔직한 경고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9(현지시각)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유엔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를 위해 설립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지난 1988년 이후 7년마다 기후변화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왔다. 이 기구의 평가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소 방출량을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근간이 됐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지금까지 보고서에서 2020년대가 기후변화에서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온 데 비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이미 진행돼 극단적인 기후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맟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기후변화회의에 앞서 제출된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이나 개최가 연기된 이번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파리협정 이행 등을 점검하는데 이번 보고서를 활용한다.

 

이번 기후변화회의 의장으로 지명된 알록 샤르마 영국 하원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고, 이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가 가장 결정적 순간이 돼야하는 이유라며 우리는 2, 5, 10년을 기다릴 여유가 없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이고, 그런 말 이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대기과학자인 마이클 만은 이번 보고서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억제치인 섭씨 1.5도를 초과하기 전에 나오는 마지막 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이번 여름에 목격하는 증폭된 극단적 기후들인 가뭄, 열파 더위, 산불, 홍수, 대형 폭풍들을 야기하고 있다기후변화 충격은 더이상 미묘하지 않고, 이런 전례없는 극단적 기후재앙 형태를 우리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달 동안 미국 산불, 북반구 열파 더위, 중국과 유럽 홍수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재앙들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SG 생태계제대로 구축하려면시민사회 등 참여 필요

ESG 내세웠던 프랑스 다논 파베르 CEO, 실적 나빠지자 헤지펀드에 의해 해임

“‘주주 행동주의에 변화의 물꼬 트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해 견제해야

2019920일 미국 시애틀에서 아마존을 비롯한 이른바 빅테크 기업 임직원들이 세계기후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 에비앙, 액티비아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진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 다논의 최고경영자(CEO) 에마뉘엘 파베르 회장이 해임됐다. 이번 해임 건은 프랑스 현지 언론은 물론 글로벌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다논의 최고책임자가 주주 행동주의 펀드에 의해 해임됐기 때문이다. ‘다논1960년 설립부터 사람 중심 경영을 내세우며,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회책임경영의 모범기업으로 손꼽혀왔다. 파베르 회장도 그런 전통을 물려받아 책임있는 자본주의 옹호자로 불리며 주주뿐 아니라 환경·임직원·공급망을 존중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모델을 선도하는 경영전략을 펼쳐왔다. 탄소감축을 위해 상장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비용을 t35유로로 평가해 순이익에서 공제하는 탄소조정 주당순이익제를 도입했고, 생산라인을 비롯해 전 사업부를 탄소저감 체계로 전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 경쟁사 대비 부진한 매출실적과 주가 하락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고 해임되고 말았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이에스지에 주목하고 투자 열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에스지의 대표주자가 투자자들에게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해임을 주도한 블루벨캐피털파트너스’(블루벨)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떠오르는 주자다. 블루벨은 다논의 이에스지 경영전략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파베르는 주주들의 이익 추구와 다른 이해관계자들과의 책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해임 사유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기적 경영실적과 주주 수익성에 우선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주주 이익과 이에스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충돌 문제가 큰 과제로 떠오를 것임을 시사한다.

 

다논 사례에서 보듯,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이에스지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은 지나친 낙관이다. 주주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구조에서 임직원, 공급망,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주주 이익의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스지 열풍이 기업들에 고전적 방식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이익을 달성하는 이에스지 행동주의 기업으로의 변화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빅테크 산업 종사자들의 연대모임인 기술노동자연합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화석연료기업과 거래 중지, 반기후위기 활동에 자금 지원 중지 등을 기업과 산업에 요구하고 있다. 기술노동자연합 누리집 포스터

 

‘ESG 경영기업 내부로부터의 변화

2019년 아마존 주주총회에선 임직원 수천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모임 기후정의를 위한 아마존 직원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기후변화에 관한 종합적 대책을 회사 쪽에 요청하고 나섰다. 아마존은 이를 계기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임직원이 나서 회사로 하여금 비재무적 목표를 경영전략에 도입하도록 만든 것이다.

 

개별 기업을 넘어 동일 업계 노동자들이 연대해 업계의 환경·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2019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펼쳐진 기후 파업에 구글·아마존·페이스북·트위터·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BigTech) 산업 종사자들도 함께 동참했다. 이들은 기술노동자연합’(Tech Workers Coalition)을 출범시키고 테크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탄소배출 산업에 대한 최첨단 기술을 제공하지만, 친환경 이미지로 내세워 그린워싱하고 있다며 테크기업들의 반환경적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의 관심사는 기후위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술노동자연합이 작성한 권리장전엔 근로자들에 대한 형평성 및 다양성, 투명한 의사결정, 노동환경, 직원 평가 등 열악한 테크업계 노동자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국내에서도 예전과 다른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임직원들이 나서 경영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조직화된 목소리는 아직 표면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은 젊은 임직원을 중심으로 기업 내부에서 이에스지에 대한 감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직원들이 전면에서 무언가 요구하기는 아직 어려운 구조라며 엘지전자 등 몇몇 기업에서 진행되어온 유에스아르(노조의 사회적 책임) 맥락에서 사측에 이에스지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제시하거나 자체적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방향을 제안했다.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기업 내부로부터 이에스지 경영을 추동하는 동력이었다면, 환경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관심은 기업의 이에스지를 이끄는 외부 동력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함께 소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갓뚜기 열풍도 그중 하나다. 성실한 상속세 납부와 100%에 가까운 정규직 채용, 그리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장학사업 등 오뚜기의 착한 경영에 감동한 소비자들은 갓뚜기로 부르며 기업 지지에 나섰다. 반대로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재빠르게 퇴출당했다. 최근엔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물류센터 화재 등의 문제로 쿠팡 탈퇴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2030 청년을 상징하는 엠제트(MZ) 세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 정보를 공유하면서 캠페인을 주도한다. 이들의 활동을 가리켜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뜻인 커밍아웃’(Coming Out)신념’(Meaning)이 합쳐진 말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를 뜻한다. 엠제트 세대의 미닝아웃으로 돈쭐난기업도 있다. ‘혼쭐을 내다을 합친 신조어로, 좋은 일을 하는 기업 또는 상점의 제품을 구매하자는 의미로 쓰인다. 최근 돈쭐난 치킨집 사례가 대표적이다. 생계가 어려운 형제가 치킨 5000원어치만 살 수 있냐며 치킨집 앞을 서성이자 닭 두 마리를 선뜻 내놓은 홍대 앞 한 치킨집 이야기가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돈쭐을 내자는 운동을 벌였다.

 

소비자들에게 경고장을 여러 차례 받은 기업은 결국 뼈아픈 구조적 변화를 맞닥뜨린다. 국내 대표 낙농제조업체인 남양유업이 대표적 사례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사주 일가의 부도덕성이 계속해서 문제가 됐다. 얼마 전엔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허위 정보를 배포하면서 결국 경영권 매각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소비자 개개인의 움직임이 기업 경영 행태 전반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소비자의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단편적인 정보와 특정 이슈만을 활용해 기업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시민사회가 나서 기업과 정부에 투명하고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요청해 소비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고, 법과 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주축, 새로운 소비권력의 등장

국외에선 실제로 시민사회가 나서 기업의 공급망 제도를 바꾼 사례가 있다. 2000년대 초 콩고, 르완다 등 10개국의 광물 판매 자금이 주변국 반군 쪽으로 유입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의 시민단체들은 무장단체가 광산을 장악하고 주민과 아동 노동을 착취한다는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기업이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분쟁광물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미국 의회는 2010년 분쟁광물 사용 규제를 담은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Act)을 통과시켰다. 여기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쓰이는 광물의 원산지를 보고해야 한다는 정보공개 의무와 함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감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건은 미국 기업은 물론이고 공급망 내 모든 협력사에도 영향을 줬으며,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으로 법제화 움직임이 확산했다.

 

국내에서도 이에스지 경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청년기후긴급행동활동가 2명은 경기도 분당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앞 ‘DOOSAN’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석탄화력발전소 시공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시민사회 차원의 이에스지 대응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 이에스지 열풍을 시민사회가 제대로 진단하고 견제할 수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실천을 모색하려는 자리가 잇따라 마련되고 있다. 지난 629일 서울와이엠시에이(YMCA)가 주최한 시민사회와 ESG,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주제의 시민포럼에서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기업에 대한 비판·감시 기능을 위한 적절한 긴장은 유지하되 서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며 이에스지 시대에 조응해가는 시민사회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시민사회가 과거 기업 견제를 위한 반대 중심의 네거티브 운동에서 벗어나 기업과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포지티브 운동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말 20살 이상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기업의 ESG 활동이 소비자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존 시민사회의 운동은 환경·노동·복지 등 각각의 영역에서 개별 이슈에 대한 정책감시 및 촉구, 캠페인과 서명운동, 집회와 거리시위, 불매운동, 거부운동 등의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이제 시민사회는 정부 감시와 시장 견제의 역할만이 아니라 정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지역사회와 공동체, 시민이라는 풀뿌리 운동에 바탕을 둬온 시민사회는 개별 기업이 이에스지 경영과 측정에서 놓치기 쉬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갈등 해결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더 나은 사회와 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중재하고 견인하는 시민사회연대 이에스지 행동주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국내외 환경규제의 강화, 경영 여건의 변화를 리스크로 감지하고 이에스지를 관리하는 기업에 눈을 돌리는 투자그룹, 기후위기 대응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민감한 기업 안팎의 엠제트 세대의 등장은 기업 행동주의를 이끄는 동력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소비자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더 신경쓰도록 유도하고 정부 역시 이에스지 관련 정책을 통해 이에스지 경영이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스지 생태계는 참여자들의 상호작용과 협업, 소통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소비자와 시민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내디딜 발걸음에 주목하는 이유다.

박은경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팀장, 서혜빈 신효진 연구원 ekpark@hani.co.kr

 

기후위기시대 지역언론이 할 일[우리동네 저널리즘]

이제 기후가 위기를 넘어 재앙수준에 접근한 것 같다.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5월 기온이 39도를 넘기더니 7월에는 라인강의 기적 독일이 라인강의 범람으로 초토화됐고, 여름휴양지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폭염으로 역대급 산불 피해를 입고 있다. 캘리포니아 드리밍 미국 서부는 50도에 가까운 살인적인 폭염으로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 차떼기로 물을 훔쳐가는 물도둑까지 등장했다. 체리가 그을리고 물고기들이 뜨거운 강물 속에서 산 채로 익어간다. 유엔은 코로나19 다음의 대재앙은 기후변화 폭염이라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고, 전세계 150여개국 과학자 14천명은 기후변화가 티핑포인트에 달했다며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럴 때 지역 언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할 일이 너무 많다.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번째는 식량 자급관점의 먹거리 보도다. 그동안 중앙이든 지역이든 우리 언론은 먹거리를 다룰때 금배추, 금고추, 금사과 등 가격이 많이 오른 농산물을 다뤘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농산물 가격을 따질만큼 풍요롭지 않다. 지금같은 극한 기후가 일상화될거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이는 작황이 불안정해 돈을 줘도 식량을 못구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다.

 

이미 식량 수출 1위인 미국의 봄 밀 수확량이 전년보다 41% 줄어 지난달 국제 밀값은 40% 올랐고,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로 옥수수값은 두배, 콩값은 70%나 올랐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채소를 포함해도 50%가 안되는 45.8%(2019)이며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콩 26.7%, 옥수수 3.5%, 0.7%, 참혹한 지경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논과 밭이 있기에, 이제 지역언론은 식량안보를 지키는 심정으로 우리 지역 주요 곡물 생산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농지투기를 고발하며 자급도를 높여내는 정책적 노력을 강제해내야한다.

 

두번째는 지역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사례 발굴이다. 화석연료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하는데 문제는 누가 중심이 되느냐에 있다. 과거 화석연료 시대가 열렸을 때 최후의 승자는 석유가 쏟아져나오는 산유국이 아니라 석유자본이었다. 주도권 다툼 속 숱한 전쟁과 권력다툼이 있었다.

 

화석의 시대가 저물고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신재생에너지의 산유국은 중동이 아니라 태양광과 바람과 바이오매스가 풍족한 우리네 농산어촌이다. 당연히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본이 앞다퉈 정부지원을 따내면서 지역민은 소외되고 반목하고 오히려 농사짓던 소작농이 쫒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생겨난 개념이 지역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다. 마을사람이 중심되어 신재생의 열매를 마을공동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정착되어왔고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익산시 금강유역에 있는 성당포구마을은 태양광 수익으로 마을연금을 만들었다. 마을회관 지붕 등 마을사람들의 공유지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생기는 고정수익(매달 200만원)을 금강체험프로그램 등 독자적인 마을사업수익과 합쳐 이달 1일부터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매달 10만원씩 마을연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축산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의 원천마을은 축산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와 열을 만들어 지역난방에 쓴다. 축산농가들의 골치덩이 축산분뇨로 겨울철 기름값 걱정에 난방을 못하던 어르신들을 위한 지역난방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태양광, 풍력, 축분, 목재팰렛 등 소중한 공유자원들이 우리 지역에 널려있다. 이런 사례가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된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는 어떨까?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맑은 물이 흐르고 반딧물이 살아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아이들이 교육비 걱정, 집걱정없이 꿈을 향해 정진할 수 있는 모두가 꿈꾸는 공간이 열리지 않을까?

 

그 소중한 사례를 지역언론이 발굴해보자. 가지 않은 길이기에 가시덤불도 나오겠지만 애정어린 눈빛으로 꾸준히 쓰고 또 써간다면 그것이 지역을 가꾸고 지구를 지키는 멋진 지역언론의 미래가 아닐까.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미디어오늘

 

2040년까지 지구온도 1.510년이상 빨라져"온난화는 인간 탓"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CO전례 없는 수치"

극한현상 심화온실가스 배출 안 줄이면 극한고온 8.6배 폭증

 

2040년 이전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기존 분석보다 '지구온난화 1.5'에 도달하는 시점에 10년 이상 당겨진 것으로, 가까운 미래에 1.5도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폭염, 폭우와 같은 극한현상이 빈발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의 이산화탄소(CO) 농도가 전례 없는 수치라는 점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점도 이번 분석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

 

과거 170년 동안 전 지구 지표면 온도의 변화

[기상청 제공. IPCC 보고서에서 발췌.

 

20년 내 지구 온도 1.5도 상승 도달원인은 '인간'

9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진행된 제54차 총회에서 20212040년 중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 대비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

 

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와 2023년 시행할 첫 파리협정 이행 점검에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된다. 앞서 IPCC2018년 내놓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20302052년으로 예측했으며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 시기가 912년 더 앞당겼다.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 상태를 분석하면서 20112020년에 전 지구의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0.20올랐고, 해수면의 평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간 1.3에서 20062018년 연간 3.72.85배 빨라졌다.

 

2019년 주요 온실가스 농도는 CO410ppm, 메탄(CH4) 1866ppb, 아산화질소(NO) 332ppb로 집계됐다. 이중 CO농도는 최소 200만년 간 전례가 없는 수치다.

 

보고서는 그간의 기온 상승에서 온실가스는 1.02.0, 에어로졸 등 다른 인위적 영향은 0영하 0.8도에 기여했다""관측된 기온 상승은 인간의 영향에 의한 온난화 기여도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전 보고서가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임을 확실하게 했다면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에 의한 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그 원인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안 줄이면 극한고온 현상 8.6배 폭증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업화 이전 시기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수준의 극한고온 발생 빈도와 강도.[기상청 제공. IPCC 보고서에서 발췌]

 

보고서는 가능한 미래 기후 예측에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미래의 기후변화를 전망했다. 가까운 미래(20212040)에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도 1.21.7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의 온도 상승분은 1.31.9도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중미래(20412060)와 먼미래(20812100)의 지구 온도 상승 폭은 점점 더 벌어졌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중미래에 지구 온도가 1.72.6,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는 1.93.0도 올랐다.

 

먼미래에서는 각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분이 각 1.01.8도와 3.35.7도로 최대 4도 가까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 온난화는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지구 온도가 1.5도 더 높아지면 극한고온의 빈도는 8.6, 강도는 2도 더 증가한다. 과거 극한기온은 1850년부터 190년간 50년에 한 번꼴로 출현했다. 대부분 육지 지역의 강수 변동성도 커지면서 지역에 따른 강수 증가와 감소, 극한(홍수와 가뭄) 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에서 0.631.08오를 전망이다. 또 온난화에 따라 기후영향인자(CID·인간사회와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35개 인자)는 더 광범위해지고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복합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커진다.

 

누적된 CO배출량과 전 지구 지표면 온도와의 관계

[기상청 제공. IPCC 보고서에서 발췌.]

 

"유일한 비법은 탄소중립 통한 온실가스 줄이기"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뿐이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통해 누적 CO배출량을 제한하고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하게 감축해야만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8502019년 누적된 CO배출량은 2390Gt으로 2011년까지의 누적분 1890Gt보다 26.6% 증가했다. 보고서는 "인간 활동으로 누적된 CO배출량과 지구온난화 사이에는 거의 선형적인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탄소중립 도달이 지구온난화를 안정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이고 강력한 메탄 배출 감축이 이뤄진다면 에어로졸이 감소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고 대기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CC는 제2실무그룹 보고서를 내년 2, 3실무그룹 보고서를 3, 종합보고서를 9월 중 승인할 예정이다.

 

기상청은 국내 차원의 '남한 상세(1)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오는 12월 발표해 기후변화 적응 대책 수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번 보고서 승인을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의 과학적 근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기상청은 탄소중립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이 보고서가 국내 정책에 연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un@yna.co.kr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1988년 공동설립한 국제협의체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IPCC 평가보고서(AR)1990년 처음 나온된 뒤 5~7년 간격을 두고 발간된다. 기후변화 관련 모든 사항의 표준 참고자료로, 각국 정부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로 쓰인다.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1실무그룹) 기후변화 영향·적응·취약성(2실무그룹) 기후변화 완화(3실무그룹) 종합보고서 등 4가지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2014년 제5차 평가보고서(AR5)80여개국 과학자 800여명, 기여저자 및 검토전문가 각 1000여명이 참여해 3만편 이상 과학논문을 평가해 만들어졌다. 6차 평가보고서는 20218월 제1실무그룹보고서를 시작으로 20229월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 등에 불 떨어진 기후재난, 아직 덜 심각한 한국 정부

[현장] 탄소중립위 둘러싼 고조되는 비판 화려한 말 잔치, 위기 막을 대안 없다

취약계층 농민·노동자·빈민·주민 목소리 어디? “전문가 중심 탄중위 전면 재구성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님 잠깐 나와 보세요.” “왕년에 기후운동했다면서요. 얘기 좀 합시다.” “거짓 기후위기 대응, 민주주의 기만, 탄중위 해체

 

탄소중립 시민회의시민단이 온라인으로 출범식에 참가한 7일 오후, 출범식 현장인 서울 페럼타워에선 피켓시위가 한창이었다. 청년 너다섯명이 손글씨를 쓴 피켓을 들고 1시간 동안 섰다. “정부가 사회를 기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기후위기 대응은 허구, 이날 꾸려진 시민회의는 민주주의의 기만이라는 요지다.

 

청년 손솔씨는 화가 나서나왔다. 지난 6일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대통령 직속)가 발표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 초안’ 3개 모두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화석연료 발전 중단과 기업의 책임 규명, 지금 당장 추진해도 모자란 과제를 눈앞에 두고도 전문가들은 미적댔다고 주장했다. 3개 중 1개 안에만 화석연료 발전 전면 중단 내용이 담겼다. 이마저 추정 결과만 있을 뿐 언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로드맵은 보이지 않았다.

7일 서울 페럼타워 '탄소중립 시민회의' 출범식 현장에서 기후정의 활동가 등이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손가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탄중위는 바로 다음 날 공론화 기구인 탄소중립 시민회의’(시민회의)를 출범시켰다. 토론·숙의를 거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 결정의 민주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가 추후 시민 의견을 들은 결과라며 정책 결정 책임을 나눌 구실로 봤다. 구성 절차와 방식도 민주적이라 할 수 없었다. 탄중위 회의·운영 내용부터 비공개였다. 이들이 탄중위 해체까지 요구하는 이유다.

 

시나리오 초안, 부족해도 너무 부족

탄중위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모든 정책·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18개 중앙행정기관장, 업계·시민사회 대표 등 총 97명 위원으로 구성됐다. 시민회의는 탄중위가 의사 결정에 숙의민주주의를 도입하고자 꾸렸다. 오는 10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는데 국민을 대표해의견을 낼 기구다.

 

이들 눈에 탄중위는 무책임하게 직진하는 기차. 종착지가 완연한 탄소 중립도 아니라고 본다. 지난 6일 시나리오 초안 내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발표한 3개 안 중 1·2안은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포함시키기 어려웠다. 화석연료 발전을 유지하며 친환경차 전환율도 낮은 점 등 2050년에도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는 안이었다.

 

가장 진일보한 3안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한재각 기후정의활동가는 “2049년까지 탄소를 배출하다가 2050년에 하고 배출량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탄소 감축은 2050년에 임박해서 줄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IPCC과 국제기구 등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정하는 이유다. 그런데 탄중위 시나리오엔 중간 목표, 로드맵이 설정돼있지 않다. 2050년 시점 배출 감소 목표치만 집계됐다. “탄소 중립을 위한 기구가 가장 중요한 것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런데 이 중간 목표치는 아무도 모른다. 환경부, 국회 모두 답을 회피해왔다. 정부가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낸 ‘2017년 대비 온실가스 24.4% 감축계획이 발표된전부다. 이 계획은 감축량이 불충분해 기후 악당이란 국제적 비난을 샀다. IPCC는 최소 2010년 대비 최소 45%를 감축하라고 권고했고, 한국 기후정의운동 진영은 최소 50% 감축을 요구한다. 한 활동가는 정부는 국회 탓, 국회는 정부 탓을 하고 탄중위까지 정부·국회에 판단을 미루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현실 유지.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과제를 고민하지 않고 현재 체제에서 가능한 대안인지를 우선한다는 비판이다. 한 활동가는 지난 6일 시나리오 초안 발표 때 윤순진 탄중위원장의 답을 예로 들었다. 1·2안에 민간 화석연료 발전소가 존속된 이유로 합법적 절차를 밟아서 한 것이기에 다양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상, 사업자 의향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솔씨는 이런 의견을 내려고 탄중위가 꾸려진걸까라며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기업 책임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도 말했다.

실제 한국은 기업의 탄소배출 책임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미국에선 크리스 밴홀런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의 법안 초안이 화제가 됐다. 기후위기 대응 비용을 위해 지구온난화 오염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소수에 세금을 걷자는 취지로, 재무부와 환경보호국이 2000~2019년 중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회사를 파악해 배출량에 따라 벌금을 매기는 내용이다. 10년간 500조원 창출이 예상되며, 이는 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이나 재난을 겪은 지역사회 복구에 쓸 계획이다.

 

‘SF적인기술낙관주의도 지적됐다. 탄중위 3개안 모두 2050탄소 포집 활용·저장(CCUS)’ 기술이 산업·에너지 등에서 배출된 탄소를 과반 넘게 상쇄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 활동가는 탄소 포집 실효성, 에너지 효율성, 비용 등의 부정적 문제는 이미 여러 연구로 나타나 상용화된 기술도 아니다. 포집된 탄소를 어디에, 어떻게 오래 안정적으로 저장할 지도 문제라며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계 이해관계가 있으니,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잡아 내면서 이를 유지하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밀실 논의가만 둘 거냐

무작위로 뽑힌 시민 500명은 누구를 대변하는가?” 시민회의는 비민주성이 논란이다. 참여 시민단은 인구학적 조건에 따라 만 15세 이상 시민 500명이 무작위로 선출됐다. 이들은 8월엔 탄소 중립 이슈를 공부하고, 911~12일 시민 대토론회를 가진 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탄중위는 이를 반영해 각계 의견을 종합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기후정의포럼, 멸종저항서울,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등 3개 단체는 6시민회의는 구성과 운영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일방으로 추진됐다시민참여 과정을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이것은 시민참여도 민주주의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후재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들은 탄소중립시민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민주주의의 주체인 시민은 통계학적인 무작위 추출을 통해서 뽑힌, 인구학적으로 해체되고 원자화된 개인이 아니라고도 밝혔다.

 

김선철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는 같은 이유로 피켓에 민주주의 기만·파괴” “탄중위 해체·전면 재구성등의 문구를 썼다. 그는 탄중위가 낸 3개 안 중 1개만 탄소중립 시나리오인데, 모든 안에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같은) 기후위기에 가장 시급한 결정은 빼고, 정부가 만든 보수적이고 추상적인 시나리오에 한해 토론하고 제한된 의견을 내게 된다또 전문가들이 교육을 시킬 텐데, 산업계·경제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많을 것이다. 이런 과정이 민주적인가라고 비판했다.

멸종저항서울 등은 탄중위 운영 방식 또한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왔다. 이들은 안건과 논의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데,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 같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 왜 밀실에서 논의되느냐라며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책 마련은 탄중위를 형식적으로 꾸려놓고, 사실상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고 있어 지극히 비민주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민회의 결론과 탄중위 권고안을 검토한 뒤 오는 10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할 예정이다.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기후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들이 논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도록 탄중위를 재구성하고 운영을 민주화하고, 논의 안건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속도 붙는 전기차 전면 전환세계가 움직인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자 앞다퉈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한국 자동차 업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 가속화... 유럽·중국에 이어 미국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현지시간) “2030년부터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무공해) 자동차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차량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현행보다 10% 강화하고 2026년까지 배기가스를 줄이는 새로운 배기가스 기준도 제안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5~6월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3% 정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수치를 향후 9년 동안 5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포드·스텔란티스도 해당 정책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유럽도 상황은 같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탄소국경조정제도 초안인 피트 포 55’를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자동차 누적 판매수 3000만대를 달성하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대표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 그룹은 이에 발맞춰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4년부터 그룹 산하의 세아트, 스코다 브랜드를 통해 소형 전기차 부문에서 신형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간 중대형급 모델에서 사용했던 기능들을 소형 전기차 제품군에 더 많이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 주간지 아우토모빌호헤에 따르면, 랄프 브란트슈테터 폭스바겐 브랜드 CEO전기차 플랫폼과 운영체제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라며 늦어도 2026년에는 확장 가능형 플랫폼(SSP)E3-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12에너지절감 및 신에너지차 기술로드맵 2.0’을 발표했다. 2035년부터 신차 품목에서 순수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순수전기차 5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50%로 대체할 방침이다. 중국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중국 IT 기업 텐센트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체 EVE는 징먼시에 연산 15GWh의 상용차 및 가정용 ESS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과 연산 15GWh의 승용차용 삼원계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국내 친환경차 전환 목표, 여전히 애매해

한국정부는 지난 5‘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2050년까지 전체 차량 중 친환경차 비중을 76~97%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량 퇴출 시나리오로만 보면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제에너지기구도 2035년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기간으로 선 그어놓은 상태라며 우리는 시나리오에서 내연기관 퇴출 시점도 명시해놓지 않아 애매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 전략에서 2040년부터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 신차 판매 품목을 전면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했다라며 언급된 시장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2035년 이후로 내연기관차 시장이 사라질 상황에 2040년을 짚은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라고 꼬집었다./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울진군민들 “3·4호기 희망이 무너졌다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초안공개에 허탈

2050년까지 원전 비중 7%재생에너지 비중 71%

태양광·풍력 비중 기준 12배 수준 견인 방침 계획

원전·석탄 이어 LNG도 발전 시장서 퇴출 수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물거품 위기에 한숨 깊어져

울진군민들의 한숨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울진 신한울 원전 1호기가 완공된지 15개월만에 전격 가동허가를 받으면서 울진군민들은 크게 환영하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원전 에너지 정책 시나리오를 접하고 나서 허탈해 하고 있다. 울진군민들의 희망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대한 희망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시나리오에 대해 현실성이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탄소 배출을 낮추면서도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안정적 공급원인 원전을 정치적 논리로 배제하다보니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은 202228기로 정점을 찍은 뒤 설계 수명이 도래하는 대로 폐쇄돼 203118, 20509기로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울 2호기의 설계 수명이 다하는 오는 2079년엔 원전 제로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 이는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40여개 국가에서 원전 유지 및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원전을 축소·폐쇄하는 국가는 독일·스위스·대만·벨기에 등 겨우 5개국에 불과하지만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정책 시나리오에 울진 주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울진 주민 황모(61·근남면)씨는 정부의 이번 에너지 시나리오로 신한울 호기 건설재개도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라면서 그나마 신한울 1호기 가동허가로 한가닥 기대를 걸었는데 희망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 경북도민일보 김희자기자

- 공부좀 해라 기자야 희자야

 

태풍의 야성을 길들이다

폭염의 맹위가 무섭다. 평소 서늘한 시베리아나 아메리카 북부지역도 이번 폭염은 피해 가지 못했다. 더운 공기가 두껍게 돔을 형성하고 수은주가 47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때 이른 더위가 한동안 이어지며 집집마다 냉방 수요가 크게 늘고 전력 예비율을 걱정했는데, 최근 기압계가 변해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다. 열대에서 두 개의 태풍이 쌍두마차를 타고 올라와 인파는 중국 상하이로 상륙하고, ‘네파탁은 일본 도쿄 북쪽으로 들어가며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를 크게 흔들어놓은 것이다.

 

태풍은 우리가 경험하는 날씨 중에서 열대의 성질을 가장 많이 가진 것이다. 종일 작열하는 태양의 햇살을 듬뿍 받아 수온이 높은 열대 해역에서 주변의 먹구름을 규합하여 눈을 가진 도넛 모양의 대형 폭풍으로 발달하면서, 맹렬한 바람과 포효하는 파도와 세찬 비로 열대에서 물려받은 자연의 모성을 고스란히 우리 앞에 펼쳐 보여주는 것이다. 위성 영상에 나타난 태풍은 마티스나 고갱의 화풍을 닮았다. 흑백 영상에서는 굵은 붓놀림으로 그려놓은 듯 선명한 눈과 이를 에워싼 두꺼운 터치의 구름 띠에서 태풍의 거친 숨결이 새어 나온다. 컬러 영상에서는 나선형으로 중심부로 휘몰아 가는 구름대에 다양한 원색이 입혀져 격렬하고 원초적인 자연의 야성이 느껴진다. 아열대 고기압 남단을 따라 남해상으로 올라올 때까지 인적이 없는 바닷길을 거쳐 가므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바다의 수증기를 섭취하며 발달해온 덕택이다.

 

오랫동안 천기는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 조상들도 날씨를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벼락이 치거나 우박이 내리면 하늘이 노한 것으로 알고 임금도 행실을 가다듬고 주변에 억울한 자들은 없는지 살펴보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인류가 원자폭탄을 만들어내고 달에 우주선을 보내자 분위기가 변했다. 미국-소련 간 냉전으로 군비 경쟁이 치열하던 터에, 잘만 하면 날씨의 힘을 국익을 위해 써볼 수도 있겠다는 태세였다. 미국은 1940~70년대에 걸쳐 태풍의 야성을 길들이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추진했다. 태풍에 구름 씨앗을 떨어뜨려 구름이 활발하게 생겨나면 주변의 수증기를 빨아들이면서 폭풍을 일으키는 강한 먹구름은 약화시켜 태풍의 경로와 힘을 조절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태풍의 강도를 한 등급 낮추거나 이동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경로상의 대도시가 떠안을 피해를 인적이 드문 바다로 보내버릴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과학적 물증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실험 예산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 후 지금까지 태풍을 길들여보겠다는 실험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다. 태풍 하나가 내뿜는 에너지가 원자폭탄 수천개와 맞먹으므로, 아무리 많은 인공적 힘을 끌어들이더라도 달걀로 바위를 깨는 격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유엔이 1977년 제정한 국제 협약에서는 상대 국가에 대규모 피해를 줄 수 있는 환경 조절 기술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교전국의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장맛비를 키우는 인공강우 실험을 비밀리에 추진했는데, 리처드 닉슨 행정부 때 이 실험이 탄로 난 후 국제 여론에 떠밀린 것도 협약 체결에 한몫했다.

 

의도적인 태풍 조절 실험은 멈추었지만, 우리는 매일 온실기체를 배출하며 태풍 강도와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 아닌 실험에는 여전히 참여하는 중이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바다에서 증발이 더 활발해져 대기 중의 수증기가 증가하고, 이것들이 태풍의 연료가 되어 더욱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기후 변화의 시대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장

 

대기는 강물처럼

산골 외진 곳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산야와 도심을 지나 유유히 바다로 흘러간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서, 물은 수증기가 되어 대기의 물길을 따라 계속 흐른다.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다니다 비나 눈이 되어 또 다른 강물로 환생한다. 땅과 하늘의 물길을 합쳐 보아야 온전한 강의 지도가 드러난다.

 

대기의 물길은 보이지는 않지만, 생활 속에서 우리는 이 흐름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느낀다. 하늘에 뿌연 연기라도 낀 듯 시야가 답답해지고, 햇빛을 피해 그늘에 들어가도 찌뿌둥하고, 바람이 불어와도 시원한 느낌이 둔해지면 어디엔가 이 물길이 형성되는 전조다. 그러다가 남풍이 강해지고 낮은 구름이 들어차 하늘이 어두워지고, 먼 곳에서 빗방울이 세차게 맨땅을 두드리며 뿜어 올린 진한 흙냄새가 한 움큼 느껴지면 이 물길이 밀려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살아가는 데는 물과 햇빛이 모두 필요한데, 날씨는 매번 두 장의 카드 중에서 하나만을 골라 가게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구름이 해를 가리고, 맑은 날에는 해가 쨍쨍한 대신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봄철에는 온대 저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이 교대로 한반도 주변을 지나가면서, 한번은 비를 주고 다음에는 햇빛을 주어 시간이 지나면 이 땅에 물과 햇빛이 고루 채워진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계속되고,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어 햇빛이 쨍쨍하고 무더운 날이 한동안 이어진다.

 

고대 문명은 물과 햇빛이 풍족한 곳에서 시작했다. 이집트 문명은 뜨거운 태양열이 온종일 내리쬐는 아열대 사막 기후에서 태동했다. 그들은 비구름 대신 햇빛을 선택했다. 그늘 하나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과 뙤약볕 아래 검게 그을린 고대 이집트인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 의문이 생기지만, 나일강을 떠올리면 궁금증이 풀린다. 나일강의 수원은 남쪽으로 수천킬로미터를 내려가 연중 소나기가 오는 열대 우림까지 뻗쳐 있다. 게다가 여름이 되면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계절풍을 따라 비구름대가 북상하여, 에티오피아 고원에 쏟아지는 많은 비가 강줄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나일강 상류에서는 하늘로부터 햇빛 대신 물을 받고 하류에서는 물 대신 햇빛을 받았지만, 나일강이 상류의 물을 하류로 전해주어 삼각주에 둥지를 튼 이집트인들은 둘 다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계절풍이 변덕을 부리면서 여름이면 으레 찾아왔던 비구름대가 나일강의 수원지를 벗어나자 이집트 왕국도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고 가뭄이 길어지며 사회불안과 왕권의 쇠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태양신의 광채에 빛나는 피라미드와 나일강은 영원히 그 자리를 지켰지만, 왕들의 계곡을 채워줄 대기의 물길은 그들의 염원과는 상관없이 움직였던 것이다. 강이 정해진 코스대로 역사와 문화를 따라 걷는 순례자의 길을 닦아주었다면, 대기의 물길은 바람 따라 왔다가 지나간 흔적조차 지워진 나그네의 길을 짐작게 할 뿐이다.

 

날씨가 매번 무작위로 섞어낸 후 꺼내 든 두 장의 카드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헤아리기는 어렵다. 어느 해에는 대기의 물길이 한반도를 비켜 가 찔끔 소나기만 내리고 폭염이 기승하는 마른장마가 오고, 다른 해에는 대양의 뜨거운 수증기의 물길이 바나나 모양으로 한반도를 지나면서 집중호우가 반복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연이 우리에게 비호의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자연의 표정이 달리 보일 뿐이다. 우리는 큰비가 오면 강이나 하천이 넘쳐흘러 저지대가 침수될까 봐 재해를 걱정하지만,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이 범람하기를 기다리며 풍년에 대한 감사의 축제를 벌이지 않았던가.

 

티베트고원이 손짓하는 장맛비

비가 주룩주룩 온다. 우산을 써봐도 바람이 부는 대로 들이치는 세찬 비로 옷은 흠뻑 젖는다. 사람들의 대화도 공사장의 소음도 빗소리에 파묻힌다. 도로는 고인 물로 가득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는 연신 물보라를 뿜어낸다. 빗물에 벗겨진 때가 흙탕물에 섞여 여기저기 도랑을 이루어 흐른다. 밝거나 어두운 색깔로 묻혀 있던 추억도 하나둘 씻겨나간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일년 내릴 비의 절반가량이 이런 모습으로 숨 가쁘게 쏟아진다.

 

장맛비는 대양의 수증기가 계절풍을 타고 아시아 대륙의 열기를 찾아가는 대규모 지구촌 행사다. 여름으로 가면서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지면, 광대한 아시아 대륙은 햇빛을 받아 달아오른다. 더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이를 메우기 위해 주변에서 바람이 모여든다. 티베트고원은 대륙 한가운데 우뚝 솟아 열기가 더욱 뜨겁고, 여기서 힘차게 상승한 공기는 멀리 시원한 바다를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고원이 부르는 소리에 화답하듯 바닷바람은 멀리 남태평양에서도 찾아온다. 적도를 건너 아라비아반도와 인도를 거쳐 고대 신라에 이르기까지 혜초 스님이 다녔던 바다의 비단길을 따라 바람 띠가 이어진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남해를 향해 이어진 또 다른 바람 띠와 합류하며, 아열대 해상의 많은 수증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실려온다. 이때를 기다려 남쪽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남풍을 힘껏 껴안으면, 산호초와 비췻빛 바다를 건너고 이름 모를 섬의 진주조개잡이 배나 야자수나 차밭을 스치며 날아온 남국의 향기를 느껴볼지도 모를 일이다.

 

식물이 영양분을 축적했다가 꽃을 피울 때 일거에 몰아 쓰듯이, 대기도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우기에 몰아 쓴다. 아열대 해역은 연중 맑은 날씨에 햇빛을 듬뿍 받아 수온이 높고 에너지가 풍부하다. 바닷물이 증발할 때 이 에너지는 수증기로 옮겨 탄다. 계절풍을 타고 다량의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이동해오면 여느 때보다 많은 비가 내린다. 계절풍은 아열대의 열기도 함께 실어 나른다. 장마철이 막바지에 이르면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다가도 열대 지역처럼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강한 소나기가 올 때는 적도에 있는 싱가포르에 온 것 같기도 하고,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때는 홍콩이나 대만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장맛비는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데 절대적인 자원이었다. 하지만 계절풍을 타고 흐르는 비구름의 강도나 진로는 매번 달라졌기 때문에 자연의 장단에 맞추기가 힘들었다. 빗물이 부족한 때는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갖다 쓰기도 했다. 저수지나 댐을 건설하고 관개수로를 확장해서 필요한 곳에 물을 실어 날랐다. 산림을 농지로 전환하여 곡물 수확량을 늘려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자구책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지하수를 퍼다 쓰면 토양 수분이 줄어들고 땅은 햇빛에 더 쉽게 가열된다. 반면 산림 대신 들어선 작물 재배지는 햇빛을 더 많이 반사시켜 땅이 가열되는 것을 저지한다. 땔감을 태우거나 산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오염 먼지들도 햇빛을 차단하거나 흡수하여 지면 온도에 변화를 불러온다. 대륙이 덥혀지면 바다와의 기온 차가 벌어져 계절풍의 강도도 세지고, 반대로 대륙이 식으면 기온 차가 줄어 계절풍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장맛비의 변덕에서 벗어나보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계절풍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맛비를 예측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진다는 얘기다. 항생제가 보급되면서 바이러스 내성이 강해지듯이, 자연에 대한 관리 영역을 넓히려 할수록 자연은 더욱 미묘하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

 

수원시 그린커튼 했더니 실내온도 4~5도 내려가요

수원시가 설치한 커튼형 그린커튼의 모습. 수원시 제공.

 

경기도 수원시가 공공기관의 건물에 그린커튼을 설치해 실내온도가 4~5도 내려가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린커튼(Green Curtain)’은 건축물 창가나 외벽에 덩굴식물을 심어 식물이 그물망이나 밧줄을 타고 자라 외벽을 덮도록 만드는 친환경 사업을 말한다.

 

수원시는 여름철 실내온도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그린커튼을 모두 39곳에 설치했다고 4일 밝혔다. 대상지는 수원시청과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수원컨벤션센터 등 시 산하 공공기관과 도서관, 학교 등이다. 유형별로는 벽을 덮는 커튼형이 19, 터널형이 20곳이다. 이곳에는 나팔꽃, 제비콩, 수세미, 여주 등 덩굴식물이 식재됐다. 이들 그린커튼 설치 건물은 일반 건물에 견줘 여름철 실내온도가 낮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덩굴식물의 잎이 먼지를 흡착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박동삼 수원시 푸른조경팀장은 실제로 그린커튼을 설치한 곳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그린커튼이 없는 곳에 견줘 4~5도 정도 실내온도가 낮았다. 또 외벽의 경우 그린커튼이 있는 곳은 없는 곳에 견줘 10도 정도 온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인도 침범한 가로수 뿌리 싹둑보행자는 편해졌는데 최선일까

광주 노약자·장애인들 걷기 불편

잇단 민원에 평탄화 공사하지만

절단면 썩으면 자칫 쓰러질 위험

담장 허물고 길 넓힌 공존 사례도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건너편 인도의 메타세쿼이아 뿌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정대하 기자

 

가로수 뿌리가 파고들어와 인도가 움푹 팼어요.”

광주시 북구 유동 역전지구대 건너편 한 상가에서 만난 ㄱ씨는 지난 23울퉁불퉁한 인도 때문에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걷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유동 오리탕거리 들머리에서 광주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150m 인도는 보도블록과 아스콘을 밀고 올라온 메타세쿼이아 뿌리들로 울퉁불퉁했다. 광주 5개 구청엔 이런 민원이 제기된 곳이 남구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앞 건너편(소나무) 12곳에 이른다.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가로수나 가로수 뿌리를 그대로 둬 보행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경식 장애인정책연대 상임대표는 가로수 때문에 휠체어가 지나가기 힘든데, 대체 도로도 없는 경우도 있다. 교통약자 보행 환경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 진월동 국제테니스장 건너편 인도에 있는 소나무는 교통약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광주시 남구 송하동 부일정미소 앞 인도엔 오래된 메타세쿼이아들이 인도를 점유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문제는 보도로 튀어나온 뿌리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구청에선 가로수 뿌리 돌출 민원이 제기되면 중장비를 동원해 뿌리를 잘라내고 평탄하게 하는 보도정비 공사를 한다. 이 경우 한쪽 뿌리가 약해지면서 가로수가 도로나 인도로 쓰러질 수 있다.

이홍우 아보리스트(나무관리사)가로수 뿌리를 돌출된 부분만 보고 절단하면 잘린 부분부터 썩어들어간다. 뿌리 전체를 보고 절단한 뒤 나무가 회복될 수 있도록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기 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뿌리가 튀어나와 주민들의 통행이 불편했다. 서구청 제공

 

하지만 가로수 뿌리를 세심하게 배려, 관리하는 보도정비 공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인도 정비에 전문 나무관리사가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시 도시림·생활림·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에도 뿌리 관리에 관한 특별한 규정은 없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가지치기나 관리 업무는 공원녹지과에서 담당하지만, 보도정비는 도로과 담당이라고 말했다.

 

가로수 뿌리를 잘라야 할 경우엔 교체가 답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은일 전남대 교수(조경학)도시 여건상 뿌리 돌출 문제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물인 뿌리에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들이 참을 만한 수준을 넘어서 뿌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수종을 교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광주 가로수는 161904그루로, 은행나무(27.7%), 느티나무(22.6%), 이팝나무(15.6%)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속성수인 플라타너스(2.2%)와 메타세쿼이아(6.2%) 비중은 많이 줄었다.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 심근성수종은 뿌리가 3~8m까지 지하로 뻗어 내려가고, 플라타너스와 벚나무 뿌리는 뻗는 범위가 4.5m 정도다. 딱딱한 지반 탓에 뿌리가 아래로 더 뻗을 수 없으면 폭이 2m밖에 되지 않는 인도로 올라온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 담장을 허물고 보도를 넓혀 주민들이 오가기가 편해졌다. 서구청 제공

 

가로수를 보호하면서 교통약자 보행권 보장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광주시 서구 금호동 도시공사 1단지 아파트에서는 메타세쿼이아 135그루의 뿌리가 올라온 인도 170m 구간이 문제가 됐다. 아예 가로수를 뽑아내고 새로운 수종을 심자는 방안을 두고 주민들 의견은 찬반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이에 광주시와 서구청은 주민들과 지난해 10여차례 간담회를 열었고, 주민들이 사유재산인 아파트 담장을 허무는 안에 동의해 서구청은 사업비 2억원을 들여 보도 폭을 30가량 넓히는 사업을 끝냈다. 전문가들은 가로수 수종과 주변 환경 등의 기초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로수 뿌리를 어떻게 관리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기후는 세계 문제궁극적으로 먹거리·경제와 관련

IPCC 보고서 주저자 권원태 원장 인터뷰]

4차 때부터 3회 연속 참여지역기후 담당

탄소중립 정책 적극적 개발해야

기후문제는 우리나라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세계적 개념입니다. 탄소중립 기술개발과 정책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9(한국시각) 6차 보고서 가운데 실무그룹1(워킹그룹1)과학적 근거 보고서를 발표했다. 6차 보고서의 주저자인 권원태 아펙(APEC)기후센터 원장은 지난 20074차 보고서와 20145차 보고서 때도 주저자로 참여했다. 지난 6일 부산 아펙기후센터에서 권 원장을 만났다. 권 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의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기후문제가 결국 먹거리와 경제활동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파인 카운티에서 지난달 17(현지시각) 산불이 번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이피시시 4~6차 보고서 작성에 주저자로 연속 참여한 국내 유일의 과학자이다. 5차 보고서의 핵심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증가하면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것이었다는데, 6차 보고서의 핵심은?

사실 아이피시시 과학자들은 1.5, 2도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국제 협상 과정에서 나온 정책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1.5도와 1.6도 얼마만 한 차이가 나는지 과학적으로 선 긋기 어렵다. 2도는 2009년 코펜하겐회의(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나온 얘기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1.5도가 언급되기 전까지는 정책적으로 2도가 위험선이었다. 인류의 생존이나 재해로 봤을 때 2도 상승이 위험수준일 것이라는 것이다.

1.5도 보고서는 파리협정에서 지구온난화 1.5도가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보고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아이피시시는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얘기는 하지만, 정책을 이리 저리 하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아이피시시와 당사국 총회의 차이다. 아이피시시는 전문가그룹이다. 사실 그런 면에 있어서 정책에 대해 결정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지만, 정책 결정자들이 정책 결정을 하는 데 아이피시시 보고서를 인용할 수는 있다. 가령 5차 보고서 때 실무그룹3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이 있다고 메시지를 던졌지만,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이 이것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대안을 제시할 따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6차 보고서가 이전 보고서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단 과거에 비해 메시지가 명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95%였던 게 지금은 99%가 됐다는 것, 곧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무그룹1 보고서 작성에 주저자 230여명, 기여저자 등까지 합하면 1000명 가까이 되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14천여개의 논문 기반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기존에 동료평가를 통해 검증된 논문들을 모아 가장 최신의 과학적인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5차 때 대략 1만개 정도의 논문을 평가한 것에 비하면 그만큼 기후변화의 과학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저자로 담당한 분야는?

“4차 때부터 계속 지역기후 부문에 참여해왔다.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10장에서 지역기후를 다루고 있다. 지역기후가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가 어떻게 변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세계 규모와 지역의 변화 양상은 다르고, 과학적 불확실성도 있다. 자연변동성 때문에 세계 기온이 1도 올라갔어도, 지역에 따라서는 5도 또는 0.5도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 기후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야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응할 수 있다.”

 

6차 때 지역기후가 특히 강조됐나?

“4~5차 보고서 때는 지역기후의 불확실성이 커서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웠다. 6차 보고서에서는 지역기후라는 부분이 양적으로 많이 다뤄졌다. 10~123개 장이 지역을 다루고 있다. 10장에서는 방법론을 다뤘다. 이번 보고서에는 12장 뒤에 아틀라스라는 별도의 부속서가 있는데, 그동안 관측이나 모델 등에서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 지역은 미래에 어떻게 될지에 대해 많이 다뤘다. 일종의 지역기후변화 맵이라 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주저자가 배정해 13장이라고도 한다. 각 국가, 각 지역의 기후에 대해 얘기하려면 아틀라스에 들어가서 인용하게 될 것이다. 각 국가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지역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들이 아틀라스 안에 있다.”

 

왜 보고서 구성을 이렇게 했나?

“5차 평가보고서 끝난 뒤 지역기후 정보를 좀더 알고 싶다는 요청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주기가 어려웠다. 최근 10년 동안 지역기후 방법론이 과학적으로 많은 진전 있어 가능해졌다. 사실 각국 정부가 관심도 있고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도 하다보니 진보가 이뤄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지역적 극한 기상에 대해 분석한 논문들을 평가한 것인가?

지역기후변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일종의 사례연구를 하는 쪽으로 진행했다. 인도몬순이라 해서 데이터는 어떤 것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식이다. 그리스·터키 등 산불 등에서 보듯 지중해 연안이 건조화되고 있는데, 여름철 건조화가 산불로 이어졌다. 그동안 어떤 연구가 있었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보는 것이다. 사실 모든 지역에 대해 평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일반인들한테 전달할 때 과학만 가지고는 안되니, 스토리라인이나 내레이티브 등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장마의 경우 장마기간에 비가 얼마나 오고 온도 올라가는 것이 경제활동과 식량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좀더 잘 전달하는 방법론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최근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탄소 감축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탄소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1.1도 상승했다고 하는데도 세계적으로 기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저자를 떠나 기후에 관심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든 탄소중립을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라든가, 정책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생각하면 안된다. 세계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난민이나 지역분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온실가스 감축한다 해도 온도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다. 지금보다 피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기후에 관련된 문제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세먼지 같은 경우는 석탄화력발전 멈추고, 자동차 덜 쓰면 좋아지고, 바람만 바뀌어도 나아진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공기중에 나오면 10년이든 100년이든 심지어는 1000년까지 남아 누적된다. 지금부터 줄이지 않으면, 지금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다시 501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것이기에, 지금 당장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염이 지금 당장은 사람, 가축, 양식업 피해라고 생각하지만 전부 먹는 것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장마로 상춧값이 폭등했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수박값 폭등하는 식이다. 실제로 기후문제가 단순히 온도 몇 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먹거리와 관련되는 것이고 모든 경제활동과 관련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달 22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 남성이 폭우로 침수된 도로에서 좌초된 차량에 앉아 있다. 정저우/로이터 연합뉴스

 

기후문제가 중요해졌다는 측면에서 기후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국립기상과학원을 기후기상과학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은?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상연구소(기상과학원 전신)에 기후연구과가 생긴 것이 2000년이었다. 20년밖에 안됐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과거기후나 미래기후 분석 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기상과학원의 고분해능 전 지구 온실가스 기원추적 모델 사업이 세계기상기구(WMO) 통합 전지구 온실가스 과학정보 시스템(IG3IS) 공식 프로젝트로 승인받았다. 탄소 관련 프로젝트다. 2023년 국가감축목표에 대한 이행점검을 시작한다. 탄소 문제는 각국에서 보고하는 데이터로 하면 자료의 신뢰성이나 불확실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IG3IS는 인공위성 관측과 온실가스 감시활동 결과를 분석해 세계 및 지역농도로 배출량과 흡수량을 역산할 수 있다. 기상과학원에서 해야 할 일을 잘 찾아서 한 것이다. 기관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역할을 하고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도록 강화시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펙기후센터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이상기후를 감시하고 기후를 예측해 기후서비스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만기상청에서 대만 가뭄문제 심각했을 때 예측정보에 대만 가뭄 가능성 있는 것이 나와 대비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얘기하더라. 예측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부산/·사진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IPCC 6차 평가 보고서(4개 보고서) 중 첫번째 보고서 (1 실무그룹 작성 Physical Science Basis) 중 정책입안자를 위한 요약본 중

1. 2021~2040년 이내에 1.5도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 , 서둘러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2. 2050 넷제로를 달성하고 2050 이후로는 마이너스 배출의 길을 여는 최고 감축 시나리오/경로 (SSP1-1.9)로 서둘러 가야만 한다.

3. 최상의 시나리오가 성공할 경우, 2100년까지 약 1.5도 상승 수준으로 상승 수치를 묶어두는 것이 가능하다.

3. 그러나 그것이 성공적이라 할지라도 과거와 같은 상태로 회복하기는 (2050 이후 마이너스 배출이 실현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겨울, 여름 가뭄은 심각해질 것이고, 더 쎈 태풍이 올 것이고, 폭염과 혹한은 일상이 될 것이다.

 

In short : 사단은 이미 일어났고, 남은 시간은 줄어들었다. 최선을 다한다면 "견딜 만한 정도의 삶"은 살 수 있을 것이다

 

무늬만 그린 뉴딜, 탄소제로는 빠졌다.

LED(발광다이오드) 빛의 정원, 물놀이장, 레일 썰매장, 어린이 스포츠 공원, 꽃단지, 스카이워크 등은 탄소 배출 감축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대전시는 지난 5월 주민설명회에서 캠핑장과 레일 썰매장, 물놀이장, LED 빛의 정원(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성 사업을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의 예시로 들었다.

 

최영준 대전시 생태하천과장은 "3대 하천 그린 뉴딜 사업은 탄소 중립을 위한 사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탄소 중립에만 초점을 맞추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최영준 과장은 또 자전거 도로를 일부 확충하고, 하상도로의 대체 도로를 건설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천 하상도로는 대전의 동구와 중구, 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지만 장마철이 되면 하천 범람으로 자주 폐쇄된다. 대전시는 하상도로를 걷어내고 대전천 물길 아래에 지하터널을 만들어 차가 다닐 수 있는 대체도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대체도로 건설이 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는 커녕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대체도로가 건설되면 교통량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오리려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린 뉴딜이 아니라 토건 사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멀쩡한 습지를 복원해 생태습지로 바꾼다는 공주시의 이상한 그린 뉴딜

충남 공주시가 추진중인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 역시 그린 뉴딜의 핵심 가치인 탄소 제로와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공주시 웅진동 일대에 빗물 저류조와 생태습지, 친환경 버스정류장 등 6개 사업에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뉴스타파는 환경 전문가와 함께 공주시가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며 68천만 원을 들여 생태습지를 새로 조성하기로 한 송장배미 습지를 찾아갔다.

대표적 수질 정화 식물로 잘 알려진 다년생 풀인 부들과 연으로 가득찬 공주시 웅진동 송장배미 습지.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68천만 원을 들여 생태습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송장배미 습지는 대표적 수질 정화식물로 잘 알려진 다년생 풀인 부들과 연이 가득했다. 습지 주변에는 안전을 위해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이미 생태습지로 조성된 공간을 다시 복원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공주시는 왜 멀쩡한 습지를 파헤쳐 다시 생태습지로 복원한다는 걸까?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부풀리기 위해서는 아닐까.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을 통해 연간 108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 감축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은 생태습지 교육프로그램. 1200명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온실가스를 연간 42톤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주시가 환경부에 제출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효과 표에는 생태습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42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분석하는 공식 기관인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100명을 교육했을 때 100명 중에 한 명이 생활 습관을 변화했을 것이라고 가정을 하고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한 것이지 캠페인 한 번 했다고 해서 '온실가스가 감축된다'고 표현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편의 시설도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

주민편의 시설이 그린 뉴딜 사업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공주시는 스마트 그린 도시 사업의 하나로 친환경 버스 정류장 4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친환경 버스정류장은 에너컨과 공기정화기가 달린 버스 쉘터다. 공주시는 버스 쉘터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연간 24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어 그린 뉴딜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버스쉘터의 태양광 발전으로 쉘터 내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 쉘터가 에너지 자립구조를 갖춘 것이 아닌 만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들인 예산에 비해 효과가 의문스러운 사업도 있다. 공주시는 26억 원을 들여 공주경찰서 앞 사거리에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은 도로에 물 분사 시설을 설치, 폭염 때 물을 뿌려 노면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는 사업대상지를 잘못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책임활동가는 "경찰서 앞 사거리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라며 쿨링앤클린로드 사업이 필요하다면 시내 번화가나 공주 시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기존의 개발계획을 짜집기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부풀리는 가짜 그린뉴딜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황일송 뉴스타파

 

박형준 시장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최적지는 부산

부산시 '105인 시민 서포터즈' 모집20일까지

 

박형준 부산시장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위해 ‘105인의 시민 서포터즈를 공모해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11일 밝혔다..2021.08.11. (사진 =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부산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105인의 시민 서포터즈를 모집한다고 11일 밝혔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콘퍼런스로 1995년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기후변화협약 이행상황 논의 및 주요 협상을 위해 열리고 있다. 이는 전 세계 197개국에서 2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시민 서포터즈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총회(COP28) 부산 유치를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105인의 시민 서포터즈는 오는 30일 온라인 발대식을 시작으로 부산 유치가 확정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개월간 활동하게 된다.

 

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서포터즈가 탄소중립 시민실천 방안과 총회(COP28) 부산 유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 이슈에 관심 있고, 총회(COP28) 부산 유치 홍보 기획 활동과 콘텐츠 제작에 흥미가 있는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모집 기간은 오는 20일 낮 12시까지로, 온라인을 통해 지원서를 작성, 제출하면 된다.

 

시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가 그린스마트 도시로서 부산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선도도시를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그린스마트 도시 부산을 도시 비전으로 삼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주요 시책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2050 탄소중립 도시 부산을 실현하는 맞춤형 추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기후변화적응 정책을 포괄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부산광역시 기후변화대응계획을 수립 중이다.

 

아울러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 캠페인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에 참여하고, 탄소중립 지방정부실천연대 특별세션에서 지방정부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에 참여해 지역이 중심이 되어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2050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부산시의 대응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는 다각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함께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등 탄소중립 도시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특히 부산에는 아태지역의 이상기후를 감시하는 APEC기후센터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배출거래의 중심지인 탄소배출거래소가 위치하고 있는 만큼, 부산이야말로 총회 개최의 최적지라며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표명했다.[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옥상 온도 55.8일 때 가로수길은 28.5···

기후위기 시대 생존 문제된 도시숲

83일 오후 서울숲 내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서울숲과 가까이 붙어있는 고층 건물의 온도가 37.4도를 기록하는 동안 서울숲 내부의 온도는 28.8도를 나타냈다. 산림청 제공.

 

, 어지럽네요.”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3일 오후 3.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 오른 서홍덕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나무 그늘 한 점 없는 공터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지난달부터 폭염 상황에서 도심과 도시숲 간 온도 차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후 3시쯤은 종일 햇볕에 달궈졌던 건물과 지면이 품고 있던 열기가 서서히 방출되기 시작하는 때다. 아직 지지 않은 해와 방출되는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는 높다. 카메라 앞에 선 지 10분이 되지 않았는데, 이미 열화상카메라에 측정된 서 박사의 얼굴표면온도는 38.1도를 기록했다. 대기 중 온도를 측정하는 간이 온도계에 나타난 39~40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대, 응봉산 바로 앞의 서울숲에서 잰 얼굴표면온도는 2.1도 낮은 36도였다. 나무 그늘 밑과 그늘 밖에서의 온도 차가 2도 넘게 난다. 서 박사는 보통 숲의 기온 저감 효과는 3~7도로 발표되지만, 여름에 온도 차가 많이 날 때는 얼굴표면온도가 10~15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 3~4,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의 서울과 대구 모니터링 현장에 동행했다.

83일 서울숲 인근 응봉산에서 촬영된 서울숲 전경(상단 사진). 중간에 있는 건물은 시멘트 공장이다. 서울숲 뒤로는 고층건물들과 아파트가 즐비하고, 앞에는 도로가 있다. 같은날 응봉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된 하단 사진에서는 서울숲과 그 주변의 온도 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시멘트 공장은 43.7, 숲 앞 도로는 40.6, 뒷편 건물은 37.6도의 고온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숲의 온도는 29.7~30.2도로, 상대적으로 낮다. 산림청 제공.

 

붉은 도심, 나무 있는 곳 파란색

서울 성동구에 2005년 조성된 서울숲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숲 옆으로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이 중에는 전면이 짙은 색 유리로 된 것들도 있다. 이 전경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온도 차가 뚜렷했다. 서울숲 안 큰 나무들이 있는 곳은 낮은 온도를 의미하는 하늘색으로 표시됐고, 고층 건물은 높은 온도를 나타내는 노란색과 주황색, 붉은색이 섞여 있었다. 평균값을 조절한 숲은 28.8, 건물의 온도는 37.4도로 기록됐다. 숲과 바로 옆 고층 건물 간 온도 차가 8.6도나 되는 것이다. 모니터링을 진행한 지난 3일은 소나기가 내려 서울 평균기온은 31.3도로 최근의 폭염 때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습도가 67%에 달하면서 체감온도는 매우 높았다. 고온건조한 날씨에는 숲과 건물 간 온도 차이가 더 벌어진다. “건물 색깔에 따라서 차이가 확실히 많이 나요. 밝은색 건물보다 짙은 색 건물, 통유리로 된 건물에서 온도 차가 커요.” 서 박사가 말했다.

 

숲의 온도가 낮은 이유는 나무 때문이다. 나무는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흡수한 물을 잎을 통해 다시 내뿜는 증산작용으로 열을 식혀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심에 열섬현상이 있다면, 도시숲에는 냉섬현상이 있는 것이다. 나무는 한 그루보다는 두 그루가, 아스팔트에 홀로 식재된 나무보다는 잔디나 관목이 함께 있는 나무가 온도를 낮추는 데 더 효과가 좋다.

오정학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숲은 상대적으로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아서 도심의 완충재 역할을 해준다. 도로와 건물은 직사열, 반사열을 받아 온도가 급격히 오르내리기도 하고, 아니면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열대야 현상을 일으키지만 숲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응봉산에서 촬영된 열화상 사진에선 숲의 효과를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숲과 거의 붙어있는 한 시멘트 공장의 온도는 43.7도였다. 공장 앞 도로 온도는 40.7, 숲 뒤 건물은 37.6도를 기록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숲 온도만 29.7~30.2도로 최대 14도가량 차이가 났다.

84일 오후 대구국채보상공원 인근 공터(상단 사진)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된 얼굴표면온도가 40.7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옆 공원 그늘로 들어서자 표면온도는 36.6도로 떨어졌다(하단 사진). 산림청 제공.

 

한 그루만 있어도 제 역할

서울숲의 면적은 1156498, 도시숲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숲이 커서 열을 낮추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일까. 4일 찾은 대구의 국채보상공원은 공원 규모가 작아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국채보상공원의 면적은 43000, 서울숲의 26분의 1 규모인 소공원이다. 여의도공원(229539)5분의 1 정도 크기다. 대구 중구청 바로 앞의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도시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공원이다.

 

공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대구 중구청 옥상에서 국채보상공원이 포함된 전경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이날 중구청 옥상은 간이 온도계로 41도 이상을 기록했다. 오후 2시 기준 열화상 사진에 촬영된 건물은 41.3, 숲의 온도는 이보다 8.2도 낮은 33.1도였다. 도로를 따라 가로수가 빽빽하게 심긴 곳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났다. 도로는 51.8도였지만, 그 옆 가로수길은 28.5도였다.

온도 차는 얼굴표면온도 측정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났다. 그늘이 없는 공터에서 촬영한 얼굴표면온도는 40.7도였다. 공터에서 100m쯤 떨어진 숲 안으로 들어가 그늘 밑에서 촬영한 얼굴표면온도는 36.6도로, 4.1도 차이가 났다. 공원이 작아도,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제 역할을 한다.

84일 대구 중구청 옥상에서 촬영된 국채보상로 전경(상단 사진). 도로 주변으로 가로수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하단은 같은날 열화상카메라로 촬영된 국채보상로 전경. 도로 옆 건물의 옥상은 55.8,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의 온도가 51.8도까지 오르는 동안, 도로 옆 가로수길의 온도는 현저히 낮은 28.5도를 기록했다. 산림청 제공.

 

서울에 도시숲을 만들려면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도시면적은 261인데, 이 중 1212000가 도시숲이다. 전체 도시의 46%에 해당한다. 1인당 도시숲 면적은 256.62이다. 하지만 이 중 생활권 도시숲면적은 1인당 11.51, 전체 도시숲 면적의 4.5%, 전체 국토 면적의 0.5%에 불과하다. 생활권 도시숲은 집과 멀리 떨어진 산이 아닌, 집 근처 공원이나 가로수길 같은 실제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접근성이 높고 일상에서의 효능감을 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지역 차도 크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수도권 인구 수(2596만명)는 비수도권 인구(2582만명)보다 많다. 인구가 밀집한 도심은 여름에 더 덥다. 도시숲의 효능감을 높이려면 인구가 많은 곳에 숲도 더 많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숲 면적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6.87, 경기 8.37, 인천은 9.89.

서울에 대규모 도시숲을 조성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땅값이다. “서울은 지가가 높기 때문에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요.” 김평기 산림청 사무관이 말했다.

 

인구는 많고, 땅값은 비싼 서울에 도시숲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라는 단어가 붙어 도시숲이라고 하면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도시숲의 기준은 나무 한 그루 이상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원뿐만 아니라 도로 옆에 줄지어 있는 가로수, 아파트 단지나 학교 내의 조경, 건물 옥상과 벽면의 녹화사업, 수목원이나 정원 같은 것까지 모두 도시숲에 포함된다. 서울숲 같은 규모가 큰 공원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녹지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사무관은 도시권에 산재된 국유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 도시숲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도시숲 모니터링 과정에서 굳이 얼굴표면온도를 측정하는 것도, 사람들이 체감하는 온도 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84일 대구 중구청 옥상에서 촬영한 대구국채보상공원의 전경(상단 사진). 서울숲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국채보상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같은날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대구국채보상공원(하단 사진)에서는 온도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채보상공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의 온도는 41.3, 인접한 도로는 50.3, 옆 건물 옥상은 54.4도까지 오른 가운데 숲이 많은 공원의 온도만 33.1도를 기록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기후위기, 공원은 생존의 문제

이젠 공원 있으면 좋지가 아니에요. 생존의 문제예요.”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과 같은 녹지는 조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9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신 보고서는 21세기 중반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할 예정이며,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엔 극한 고온현상이 과거보다 8.6배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보다 강도 높은 폭염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란 경고이다.

서 위원은 지금은 폭염의 서막이라며 대도시에서 (도시숲 문제를)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여름에 도시에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일회용 배달용기, 탄소배출 35배 더 하고 있다

이용량 늘수록 다회용에 비해 누적 배출량 급격한 격차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다회용 배달 참여해야

지난 6일 배달시킨 파스타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다.

 

한국은 배달음식 천국으로 불린다. 배달앱만 열면 한···양식, 못 시킬 음식이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까지 늘면서 배달은 한국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한바탕 음식을 해치운 뒤 남은 일회용기를 보면 뒷맛이 쓰다. 지난해 음식배달은 2019년에 견줘 무려 78%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19%, 스티로폼 등 발포수지류는 14% 늘었다.

 

최근 일회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 배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환경부, 화성시, 한국외식업중앙회, 녹색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 일부 지역에서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했다. 비영리 민간연구소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기존 일회용기를 쓸 때와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 탄소발자국(·간접적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확인해봤다.

한 번만 사용할 때 탄소발자국은 다회용기가 더 커

지난 6일 점심을 해결할 겸 배달앱을 켰다. 아시안/양식 항목을 둘러보다 높은 별점과 후기가 줄줄이 달린 한 파스타 집에서 새우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30분도 안 돼 음식이 도착했다. 폴리프로필렌(PP) 소재 플라스틱 용기와 피클 통, , 숟가락, 포크, 비닐봉지가 딸려왔다.

배달된 일회용 파스타 그릇과 배달특급에서 실제 쓰는 다회용 그릇 탄소배출량을 각각 확인했다. 각 그릇 무게와 소재를 확인하고 환경부 공인 소재별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일회용 그릇과 다회용 그룻의 용량은 650~670ml로 비슷했다.

 

한 번 사용을 기준으로 할 때 탄소배출량(파스트 그릇+뚜껑)은 다회용기가 일회용기의 6배나 됐다. 일회용기 탄소배출량은 소재 자체 배출량 39.7gCO2e(이산화탄소 상당량), 버릴 때 나오는 7.5gCO2e를 더해 47.2gCO2e이다. 다회용기는 소재 자체 배출량 239.1gCO2e, 재사용을 위한 용기 세척 시 나오는 0.6gCO2e, 폐기 때 41.9gCO2e을 합해 281.6gCO2e이다.

이유는 다회용기가 더 견고하고 손이 많이 가서다. 일회용 그릇과 뚜껑은 폴리프로필렌(PP), 다회용 그릇과 뚜껑은 각각 폴리프로필렌, 저밀도폴리에틸렌(LDPE)으로 만든다. 무게는 각각 27g, 151g으로 다회용기가 무겁고 두껍다. 탄소배출량은 소재별 탄소배출계수에 중량을 곱해 산정하기 때문에 다회용기 탄소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공공 배달앱 배달특급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왼쪽)와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해 무게를 확인했다.

 

오래 쓸수록 반전되는 누적배출량

용기를 여러번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회용기를 쓰는 식당은 주문 때마다 새 제품을 쓰고 버린다. 하루 1차례 음식 배달시킨다고 가정하면 일회용기 사용에 따른 일주일 간 탄소배출량은 330.4gCO2e이 된다. 반면 일주일 간 매일 다회용기 배달 주문을 하면 탄소배출량은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더해도 285.2CO2e에 그친다.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사용횟수가 늘 수록 누적 탄소배출량 격차는 눈에 띄게 커진다. 180차례 배달할 경우 일회용기 누적 탄소배출량(8494gCO2e)은 다회용기(383gCO2e)22, 365차례 배달 때는 35(17224gCO2e 487gCO2e)에 이른다.

 

배달특급은 다회용기 하나를 1~2년 재사용할 계획이다. 세척 과정에 솔을 사용하면 세균 번식을 막는 용기 표면 코팅막이 벗겨질 수 있다. ‘배달특급쪽은 세척할 때 물리력이 가해질 경우 코팅막 손상 우려가 있다.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고온·고압수 세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 시작 이후 파손된 용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회용 배달 서비스는 쓰레기 자체도 많이 나오지만 새로운 용기를 만들면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그만큼 많다. 다회용기는 오래 쓸수록 그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갈 길 먼 다회용 배달 배달앱 3사도 참여해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201912월 펴낸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플라스틱 관리 전략 연구보고서를 보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배달 용기라고 답한 이들이 28.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다회용기 보편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부 공공 배달앱 외에 전국 배달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업체 참여는 전무한 상황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주요 배달앱 3사가 시장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배달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민간 배달앱도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를 바라만 볼 게 아니라 더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6월부터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에 다회용 배달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시베리아도 해마다 산불 피해 커져기후변화 악화 우려

미국·터키·그리스 산불 합친 것보다 더 넓어

지난달 27일 시베리아 사하 공화국의 야쿠츠크 서쪽 고르니 울루스 산림이 불탄 모습을 찍은 항공사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시베리아를 불태우는 산불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당국이 진화에 적극 나서는 산불이고, 또 하나는 그냥 삼림을 태우도록 방치하는 산불이다.

산불을 방치하는 것은 시베리아가 워낙 넓고 거주 인구가 많지 않아 산불이 주요 주거지역이나 운송수단 등 인프라를 위협하지 않는 한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후학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거세지는 시베리아의 불길에서 지구 기후변화의 징후를 읽고 있을 뿐 아니라 시베리아 산불이 점점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10일 보도했다.

시베리아에는 북위 50~60도 사이에 침엽수림이 빽빽이 들어찬 타이가 지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삼림이 풍부한 시베리아에서 올해 들어서만 지역 170곳에서 산불이 나서 공항과 도로가 폐쇄되고 주민들이 소개됐다고 신문이 전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산불 피해지역이 62300 평방마일(161000)에 이른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 산불 진화를 위해 7천여명의 소방관과 군 병력, 지역주민을 동원해야 했다.

반면 당국이 손도 못 대고 방치한 산불은 66곳이나 된다. 모두 8천 평방마일(2)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들 산불 피해 면적은 올해 유독 극심했던 미국과 캐나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의 산불 면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넓다.

지난 5일 러시아 야쿠츠크 서쪽 고르니 울루스 지역 산불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100여곳에서 산불이 나 8977평방마일(23250)을 태웠고, 캐나다는 13천 평방마일(33600), 터키는 681평방마일(1763), 그리스는 424평방마일(1098), 이탈리아는 403평방마일(1043)을 불태웠다.

시베리아 산불이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면서 탄소배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대기모니터링서비스’(CAMS)의 마크 패링턴은 산불이 집중되는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에서만 지난 61~81일 사이 두 달 동안 탄소배출량이 108메가톤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메가톤보다 3분의1이 더 많은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대기모니터링서비스는 2003년부터 위성사진을 이용해 산불의 탄소배출을 추적해 왔다.

 

위성사진을 보면 시베리아 산불에서 나온 연기는 띠를 이뤄 2천마일(3200) 이상 뻗어서 북극까지 닿아 있다. 컴퓨터 모델링을 해보면, 이들 연기 띠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까지 이르는 것으로도 나온다. 시베리아 산불은 이들 지역의 얼어붙은 땅에 탄소가 다량 매집돼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은 몇천년에서 몇억 년까지 죽은 나무와 나뭇잎 등 유기물이 켜켜이 쌓여 함께 얼어붙은 토양이다. 산불로 이들 토양이 녹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나오게 된다.

 

미국 국립항공우주연구소(NIA)의 앰버 소자는 불탄 면적보다 불탄 깊이가 더 중요하다“(시베리아 산불이) 방대한 탄소를 대기에 내보내면서 기후변화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한반도 한파·폭염’ ‘세트로 온다이유는?

올 여름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기억해보면 올 1월만 해도 강하게 밀려온 북극한파에 이례적인 혹한이 이어졌죠.

 

"지난 겨울이 추웠으니, 올 여름 엄청 더운 거 아냐?"

언젠가부터 막연하게 주고 받던 이 말,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경향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겨울 한파'+'여름 폭염'"상관관계 있음"

"1990년대 이후 한반도에서 추운 겨울은 더운 여름을 몰고 오고 온화한 겨울 뒤에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 찾아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APEC 기후센터(APCC) 명복순 선임연구원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연구팀은 지난 1975년부터 43년간 한반도의 일 평균기온과 최고기온 자료를 이용해 겨울철(122)과 이어지는 여름철(68) 평균기온 간의 관계를 분석했는데요, 비교적 최근인 1991년부터 2017년까지 여름철과 겨울철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근거를 볼까요.

1975~2017년 한반도 계절별 평균 기온편차 파란선: 겨울철 (12~2) 빨간선: 여름철(6~8) 검은 선: 여름철과 겨울철 온도 차이

 

위 그래프는 계절 간의 평균기온 편차를 나타낸 건데요, 파란 선이 겨울, 빨간 선이 여름, 검은 선이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를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이 자료에서 90년대 이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여름철과 검은 선의 수치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겨울철 기온이 낮을수록 이어지는 여름철 폭염은 강하고, 온화한 겨울일수록 비교적 선선한 여름을 몰고오는 추세를 보인다는 거죠. 실제로 위 자료에서 가장 기온이 높았던 지난 2013년의 경우 이전 겨울철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고, 선선한 여름이었던 93년의 경우 기온 차가 가장 적었습니다.

 

두 계절의 평균기온 상관관계를 확인해 주는 또 다른 그래프도 있습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기준치인 상관계수 0.43을 밑돌면 서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요, 지난 2003년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아지기 시작한 모습이 보이죠. 연구팀은 이 자료들을 근거로 2003년을 전후한 21, 그러니까 90년대 이후부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한파·폭염 '세트'로 오는 원인은?

겨울 '찐 추위' 뒤에 여름 '찐 더위'가 오는 이유는 뭘까요?

연구팀은 한반도 겨울철 북극한파가 밀려올 때 유라시아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저기압성 흐름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흐름이 여름철 한반도 기압계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거죠. 그림으로 보면 아래 한반도 상공에서 보이는 파란색 부분입니다.

a)겨울 계절별 기압배치 형태 빨간색: 고기압, 파란색: 저기압

 

이 파란색 저기압성 흐름은 북극한파가 밀려왔을 때 상층 영하 50도의 차가운 공기를 한반도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d)g)여름 계절별 기압배치 형태 빨간색: 고기압, 파란색: 저기압

 

이런 흐름이 봄철까지 이어지면 위 그림 왼쪽 d)에서 보는 것처럼 아열대 해역 쪽, 특히 필리핀해 부근을 보면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여름철엔 아열대 지역에서 상승한 기류가 한반도 부근에서 하강하면서, 강한 고기압을 만들어내는 여건을 만들게 되는 거죠. 그림 오른쪽 g)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부근으론 붉은색 고압대로 뒤덮이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파와 폭염이 함께 오는 특징은 분명 최근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계절적 특징이 나타나게 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기후변화로 최근들어 대기의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봄철까지 아열대 해역이 영향을 받게되고 결국 한반도 여름철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명복순/APEC 기후센터 선임연구원

 

이번 연구를 진행한 명 선임연구원이 꼽은 원인은 바로 '기후 변화'였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바꿔 놓은 기후변화. 이제 '계절의 특징'까지 바꿔 놓고 있는 요즘입니다.

환경연구지(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 김민경 기자 minkyung@kbs.co.kr

 

'AI로 해양쓰레기 파악·공원관리'부산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착수

현장 맞춤형 AI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드론 띄워 해안·도서지역 데이터 수집

쓰레기 종류·밀도·양적 변화 등 탐지

공원 내 불법행위 학습 실시간 대응도

해양쓰레기 현황 데이터 수집과 DB 구축 방법.

 

지형·지물 변화, 사람 행동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문제 유무를 파악하고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AI 모니터링 시스템이 나온다. 광범위한 해양쓰레기 현황 파악 및 공공시설물 관리 등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아이렘기술개발, 디아이솔루션 등 AI·빅데이터 전문기업과 해양쓰레기, 공원 이용 및 불법 행위, 상권 유동인구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원하는 이 사업은 AI 활용 비즈니스와 응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핵심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AI에 적용해 현장 맞춤형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렘기술개발은 다대포, 태종대, 진우도 등 부산 해안 명소와 도서 지역에 드론을 띄워 해양쓰레기 유무, 분포, 밀도, 종류에 관한 영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디아이솔루션은 시민공원, 용두산공원, 태종대공원 등 주요 공원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취사, 시설물 파손, 이륜차(퀵보드)진입, 텐트 설치, 낚시, 음주행위 등 공원 내 불법행위 데이터를 수집한다.

해양쓰레기 수입 영상 분석 이미지.

 

수집 축적한 데이터를 AI 딥러닝화하면 고도화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아이렘기술개발은 수집 데이터를 이용해 딥러닝 기반 '해양쓰레기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 이 시스템은 한 번의 촬영으로 해양쓰레기 양적 변화와 분포 지역, 밀도 파악은 물론 플라스틱, 유리, 어구 등 종류까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디아이솔루션은 공원 이용객의 행동, 소유 물건 등으로 불법 행위 여부 및 가능성까지 파악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AI 공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성별·연령별 상점 방문, 체류시간, 이동수단 등 지역 상권 특성 분석을 위한 학습용 데이터 수집도 진행한다.

 

부산시는 데이터 기반 AI 응용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도로 개발해 'AI 기반 스마트도시' 조성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장선웅 아이렘기술개발 대표는 기존에는 인력에 의존해 해안가, 도서지역 해양쓰레기를 파악하고 처리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다면서 데이터 기반 고도화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면 저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처리 방안도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전자신문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

[최병성 리포트] 개발하고도 못 쓰는 재선충 백신... 소나무 싹쓸이 벌목의 진실

그곳에 가고싶다라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거제 화도의 아름다운 풍경 최병성

 

마치 꽃이 핀 듯, 화사한 항구가 쌍으로 펼쳐져 있는 곳. 유럽의 어느 해변이 아니다. 수많은 섬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중 거제시의 '화도'라는 작은 섬.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그러나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서자, 그림같이 아름답던 항구의 모습과 달리 숲의 소나무들은 시뻘겋게 말라죽고 있었다. 한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는 소나무재선충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섬풍경과는 달리, 섬 내부의 숲은 소나무재선충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은 국내 산림의 나무들은 경제적 가치가 낮다며 경제림으로 수종을 갱신한다는 이유로 싹쓸이 벌목을 해왔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벌목의 또 다른 이유는 소나무재선충 예방이다. 이로 인해 많은 예산을 쓰고, 많은 나무들이 잘려 나간다.

 

소나무재선충을 예방한다며 진행되는 벌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싹쓸이 벌목의 핑계가 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

거제도의 또 다른 숲. 싹쓸이 벌목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울창하던 나무들이 사라졌다. 잘려나간 소나무를 살펴보았다. 어른이 두 팔로 다 감싸 안을 수 없는 거대한 소나무였다.

재선충을 핑계로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은 거대한 소나무들까지 싹쓸이 벌목했다. 최병성

 

왜 이렇게 큰 나무들이 벌목의 대상이 된 것일까. 거제시청 산림과에 이유를 물었다. 소나무재선충이 20% 정도 확산되어 벌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재선충 감염 나무는 10%도 안 되는 듯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따르면, 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나무가 전체 나무 대비 30% 이상이어야 모두베기를 할 수 있다. 또 재선충 감염이 심각해 모두베기를 하더라도 소나무만 벌목해야 한다. 그러나 재선충과 상관없는 아름드리 활엽수까지 불법으로 벌목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초토화시켰다.

 

불법적인 벌목이 이뤄진 곳은 거제도에 있는 석유공사 비축기지의 숲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거제시는 지난 4월 재선충 벌목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총 150ha 중 약 5%(9.5ha)에 대한 벌목이 진행된 상태에서 벌목을 중단시켰다.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고사목 내에 알·유충·번데기로 존재하는 10-다음 해 3월까지만 소나무를 벌목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청 담당자는 10월 중순에 벌목이 다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기업 소유의 산림일지라도, 국립공원 안의 벌목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의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6, 산림 소유주인 석유공사와 불법 벌목을 주도한 신영이앤피를 자연공원법 위반행위로 거제경찰서에 고발했다.

 

소나무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벌목을 할 경우, 재선충에 걸린 나무를 조사하여 실시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 결과, 거제시엔 재선충 감염목에 대한 설계도가 '정보 부존재'였다. 산림청이 거제시청에 확인한 결과 역시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조사 서류는 없었다.

 

거제도의 석유기지 벌목 현장을 719일과 24일 두 차례 정밀 조사해보니, 소나무재선충 예방을 위한 벌목이 아니었다. 재선충은 싹쓸이 벌목을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지침에 따르면, 재선충 감염 나무를 훈증할 경우 피복제를 덮어 공기 이동까지도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피복제가 찢겨지거나 벗겨진 채 독성 강한 훈증 약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공기 이동조차 막아야 할 훈증포가 찢어지고, 구멍 뚫리고, 벗겨져 있고, 독성 강한 약제까지 노출되어 있다. 재선충을 확산시키고 주변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있는 현장이다. 최병성

 

, 재선충 감염 확산을 방지하려면 벌목된 소나무 기둥들은 물론 크기 2cm 이상의 나뭇가지들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엔 땅에 파묻히거나 계곡에 굴러다니는 소나무들로 가득했다.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싹쓸이 벌목했지만, 오히려 재선충을 사방으로 확산시키는 꼴이었다.

재선충 방제지침에 따르면 크기 2cm의 나무가지까지 다 처리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벌목 현장 사방에 소나무 기둥들이 방치되어 있다. 최병성

 

이곳에서 잘려나간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무가 사라진 곳을 찾아내면 왜 엉터리 벌목을 했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제 석유기지 벌목 현장에서 1시간여 달려 경남 고성에 도착했다. '신영포르투'라는 공장 마당 곳곳에 벌목해온 나무들이 가득했다. 벌목해온 나무를 분쇄해 톱밥을 만들고 있었다.

 

톱밥더미들이 거대한 산을 이뤘다. 산 같이 쌓아올린 톱밥더미 사이사이에 톱밥 썩은 물이 출렁였다. 일부는 심지어 바다로 흘러들고 있었다.

벌목된 나무들이 사라진 곳을 찾아간 공장 마당 곳곳에 나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최병성

공장엔 벌목된 나무들이 가득했고, 나무를 분쇄한 톱밥이 산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엔 톱밥 썩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최병성

 

신영포르투는 모회사인 신영이앤피로부터 벌목 나무를 공급받아 화력발전소 납품용 펠릿을 만드는 공장이다. 재선충을 핑계로 국립공원의 아름드리나무들을 벌목하여 화력발전소 납품용 펠릿을 만들다니 기가 막혔다.

톱밥더미 사이에 톱밥 썩은 시커먼 침출수가 가득 고여있었다. 최병성

 

공장 마당에 벌목해온 나무와 톱밥이 가득 쌓여 있고, 톱밥 썩은 침출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최병성

 

거제도의 또 다른 벌목 현장도 재선충을 이유로 벌목했다. 소나무만 베어야 한다는 법규를 무시하고 활엽수까지 마구잡이로 벌목하다가 지난 20201220일 통영거제환경연합의 신고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팔색조와 긴꼬리닥새 등의 서식지 벌목을 중단하라는 토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공문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 통영거제환경연합은 벌목 현장에서 천연기념물 제204호인 팔색조 둥지를 찾아냈다. 팔색조가 둥지를 튼 곳은 재선충을 이유로 벌목하려고 페인트로 표시해둔 소나무였다.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벌목이 생태계 파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재선충 핑계로 벌목 예정이던 소나무에 팔색조가 올봄 둥지를 틀었다. (사진 위) 팔색조는 8가지 색깔의 깃을 지닌 아름답고 희귀조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사진 아래) (팔색조 둥지는 거제도 벌목 현장 사진이고, 팔색조 새 사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신환님께 제공받았다) 통영거제환경연합, 김신환

 

강원도 홍천의 벌목 현장. 처참하게 숲이 싹쓸이 되었다. 이곳은 재선충에 감염되지도 않은 건강한 숲이었다. 벌목상에게 벌목 이유를 물었다. 재선충에 감염되기 전에 나무를 팔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원도 홍천의 이 엄청난 산림 벌목 사유가 재선충 사전 예방이었다. 최병성

 

강원도부터 남쪽 거제도 섬마을에 이르기까지 숲을 파괴하는 싹쓸이 벌목의 주된 이유는 소나무재선충 때문이었다.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감염되지도 않은 소나무는 물론 주변 활엽수들까지 모조리 싹쓸이하며 숲을 파괴했다.

 

그렇다면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면 벌목 이외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죽은 소나무도 살린다는 재선충 천적백신의 실험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산림청에 따르면, 1쌍의 재선충이 20여 일간 20만 마리로 번식하며, 소나무의 수분 이동통로를 망가트려 3개월 내 소나무가 붉게 변한다. 산림청은 재선충에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면 정말 소나무가 100% 고사할까? 산림청의 주장과 상반되는 보고서를 입수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에서 20201231일 발행한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산림병해충 관리방안 연구'였다. 곰팡이를 이용해 개발된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실험 결과, 재선충에 감염되었던 나무들이 78% 회복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천적백신을 주사맞고 78%가 회복되었다는 실험 결과 보고서 국립공원연구원

 

그동안 재선충은 벌목업자들이 싹쓸이 벌목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핑계거리 중 하나였다. 그만큼 소나무재선충은 치료 방법이 없던 무서운 감염병이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도 살릴 수 있다는 국립공원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싹쓸이 벌목으로 숲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열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실에 취재 협조요청을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재선충 실험현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최초다. 소나무재선충 실험을 직접 담당했던 국립공원연구원의 한태만 박사가 현장을 안내했다.

 

국립공원연구원이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실험을 한 곳은 재선충이 심각하게 번져가고 있는 거제도의 화도였다. 지난 719, 경남 거제도 호곡항에서 국립공원연구원의 한태만 박사를 만나 배를 타고 화도로 들어갔다.

 

국립공원연구원의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화도에서 소나무재선충이 집단으로 발생한 A, B, C, D 4개 지점을 시험구역으로 설정했다. 각 시험구마다 천적백신 나무 주사를 놓은 구역과 자연 상태로 방치한 구역으로 나눠 각각의 변화 과정을 관찰했다.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의 효과 검증을 위해 4개 시험구역에 총 739 그루의 시험목을 설정했다. 그리고 각 시험구역마다 천적백신을 주사한 구역과 자연상태로 방치한 구역으로 약 100그루씩 나누었다. 4개 시험구역의 총 739그루 중에 천적백신 주사를 맞은 소나무는 338그루였고, 자연상태로 방치한 소나무는 401그루였다. 소나무마다 개별 식별 번호를 부여하고, 2020422일과 23일 이틀간 천적백신 나무주사를 놓았다. 이후 1달 간격으로 모니터링하며 천적백신의 약효 발생과 회생율을 산출했다.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처리 후, 천적백신 지역은 대부분 초록이지만, 미처리구역은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고사했다. 최병성

 

실험 결과 천적백신의 효과는 확실했다고 한다. 천적백신 주사를 놓지 않고 자연 상태로 둔 구역에서는 건강목이었던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되거나 고사한 비율이 27%에 이르고, 이미 감염되었던 8그루의 소나무 역시 모두 고사했다.

 

이와 반대로 천적백신 주사를 놓은 총 338그루 (백신 주사 맞기 전 건강목 306그루, 재선충 감염목 32그루) 중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았던 건강목 306그루는 백신을 맞은 후에도 재선충에 감염되거나 고사한 비율이 3.2%에 불과했다. 특히 재선충에 감염되어 있던 32그루 중 78%25그루는 천적백신을 맞은 후 다시 건강한 나무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화도에 들어가 천적백신 주사를 놓지 않은 구역을 먼저 돌아보았다. 자연 상태로 방치한 시험구의 소나무엔 흰색 줄이 매어져 있고, 나무마다 식별 번호가 적혀 있었다. 한태만 박사는 내게 나무 조사표를 하나하나 대조해가며 확인시켜주었다. 대부분의 소나무들이 고사하여 잎사귀가 말라 떨어져 하늘이 텅 비어 있었다.

백신 처리구역()과 미처리구역()의 차이는 확연했다. 미처ㅣ구역은 재선충 감염이 확산되어 많은 나무들이 고사했다. 최병성

 

바로 옆에 천적백신을 주사한 나무들은 청색 줄이 매어져 있었다. 조사표를 보며 천적백신 주입 이전과 지금의 건강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소나무마다 1년 전에 천적백신 주사를 놓은 흔적이 역력했고, 나무 가지마다 싱싱한 초록 잎사귀를 달고 있었다.

 

이미 개발된지 15년이나 됐는데... 재선충 천적백신 못 쓰는 이유

우리나라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소나무재선충이 처음 발견된 이후, 산림청이 방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19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재선충에 감염돼 피해를 본 소나무는 총 520만 그루가 넘고, 재선충이 국내에 상륙한 지난 1989년 이후 30년간 방제예산으로 13332억원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현재 소나무재선충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있으며, 심지어 싹쓸이 벌목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하면서 전국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소나무재선충을 치료하는 천적백신이 처음 개발된 것은 이미 15년 전이다. 충남대학교 성창근 교수가 2005년 연구를 시작하여 810일 만에 소나무재선충 천적 곰팡이를 찾아냈고, 이 천적백신을 G810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동안 성 교수는 재선충 관련 논문을 국외 SCI급 저널에 무려 34편이나 발표했다.

성창근교수팀이 소나무재선충이 곰팡이균을 이용한 천적백신으로 치료가 가능함을 해외 학술지에 실은 논문들. 성창근

 

그런데 이미 15년 전에 개발된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효과를 검증한 곳은 산림청이 아니라, 국립공원공단의 국립공원연구원들이었다. 한태만 박사에게 산림청이 외면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 천적백신 실험을 진행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의 자연환경 보존과 국민의 탐방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이다. 국립공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해 친환경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던 중, 소나무재선충을 매개체로 이용하여 번식하는 천적 곰팡이인 'Esteya vermicola'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충남대 성창근 교수가 해외 SCI급 저널에 천적백신이 소나무재선충을 죽이는 과정부터 친환경적인 방제효과에 이르기까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고,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이미 이루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국립공원에서는 적용된 사례가 없어 효과를 검증하여 국립공원 내 친환경적인 방제를 위해 진행하게 되었다."

화도에서 소나무재선충 관련 천적백신 실험을 진행한 한태만 박사가 천적백신을 주사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최병성

 

그간 과도한 싹쓸이 벌목이 이뤄진 것은 사유림만이 아니다. 국립공원은 산림의 보전을 위해 벌목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국립공원일지라도 소나무재선충이 발생하면 지자체 등을 통해 벌목이 이뤄져왔고, 그로 인해 병해충 방제 이외에 불필요한 환경 훼손들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국립공원 산림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방법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산림청이 재선충 예방약제로 지정한 '아바멕틴'은 고독성 논란으로 WHO에서 사용금지 논란이 되고 있다.

 

성창근 박사가 찾아낸 천적백신은 어떻게 소나무재선충 치료뿐 아니라 예방효과까지 갖는 걸까. 소나무재선충은 크기 1mm 정도의 실같이 생긴 선충으로, 스스로 이동 능력이 없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등의 매개충을 이용해 이동한다. 솔수염하늘소는 몸에 약 1~3만 마리의 선충을 지니고 있는데, 이들이 소나무를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투한다.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 모습 최병성

 

소나무에 침투한 재선충은 20일 이후에 20만 마리로 증식하며, 소나무의 가도관(수분의 통로)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에 이르게 한다. 그런데 천적백신을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에 주사하면, 천적백신이 실처럼 가늘게 재선충의 머리와 꼬리 등을 집중 공격하여 재선충을 사멸시키는 것이다.

살같이 생긴 재선충(사진 위)에 곰팡이균을 이용한 천적백신을 투입하면 천적백신이 재선충을 괴사시키는 진행 과정 모습이다.(사진 아래) 대덕바이오

 

만약 산림청이 천적백신의 효과를 진작 검증하고 상용화했다면,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수많은 나무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며, 그 많은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현재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살리는 길 또한 막고 있다. 산림보호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 산림병해충 방제규정에 소나무재선충병 관련 '약제 선정''사용 승인' 권한을 모두 산림청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조차 재선충을 확산 예방을 위한 천적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 재선충 실험용으로 일부만 사용 가능할 뿐이다.

 

국립공원에서 재선충 방제를 위해 천적백신을 사용하려면 산림청의 사용 협의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산림청이 천적백신의 약제 승인을 하지 않고 있어, 국립공원 내에 번져가는 재선충을 방치하거나, 지자체에서 싹쓸이 벌목으로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림청은 그동안 천적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며 무시해 오다가 지난 2월에서야 국립산림과학원과 강원대학교를 통해 경북, 경남, 충북, 충남 4개 시험 지역을 선정해 'G810 유기농업자재 소나무재선충병 예방 나무주사 효과 검증' 사업을 시작했다. 11월말 검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재선충이라는 핑계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거대한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싹쓸이 벌목으로 산림이 초토화화되었다. 최병성

오마이뉴스

 

쓰레기 운동 30년사: 줄이고, 돈 내고, 다시 쓰고, 공유한다

쓰레기종량제부터

제로웨이스트 운동까지

쓰레기 운동’ 30년사

1993년 서울 노원구 주민 300여 명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쓰레기 문제를 겪고, 당황하고, 고쳐온 역사는 우리한테 길지 않다. 1990년대 들어서야 쓰레기를 제대로 사회문제로 대면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배출량이나 재활용률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쓰레기·음식물 종량제, 생산자책임부담금제, 비닐봉투 사용 금지, 일회용품 제한 같은 제도가 있었다. 당연히 그보다 앞서 시민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있었다. 쓰레기에 맞서온 시민운동의 역사를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이 되짚었다. _편집자

 

1992, 시민이 모여 쓰레기종량제를 요구하다

1978년부터 쓰레기를 묻어온 서울 마포구 난지도 매립장은 수도권 쓰레기 9200t을 매립하고 100m에 이르는 산 두 개를 만들었다. 난지도는 그냥 쓰레기를 방치하는 비위생 매립지였다. 난지도뿐이랴. 1993년 난지도 매립장이 수도권 매립지로 옮기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쓰레기는 비위생 매립지에서 처리했다. 그런 땅에 흙을 덮어 농사짓기도 했다. 매립 기록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개발하기 위해 땅을 파보니 쓰레기가 나왔다며 분쟁하는 일은 최근까지도 빈번하다.

 

이런 수준이었으니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1992년 국민 1인당 일일 쓰레기 발생량은 1.8kg으로, 7.5%만이 재활용됐다. 이 수치는 당시 일본 1.0kg, 독일 0.9kg에 비해 매우 많은 발생량이었다.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고 대규모 도시개발과 소비로 이어지면서 포장재, 건설폐기물 등 잘 썩지 않는 가연성 쓰레기가 증가했다.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고 매립지는 포화했다. 정부는 소각 정책을 도입한다. 소각시설 설치 주변 지역 주민은 매립이나 소각 모두 환경오염 시설로 인식했고 소각·매립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환경단체들은 매립·소각을 백지화하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며, 재활용 분리배출로 재활용산업을 육성하라고 요구했다.

 

1992년 환경단체들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 사전예방 원칙, 자원재활용 원칙 세 가지를 정해 쓰레기종량제도입을 촉구했다. 19943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을 했고 1995년 쓰레기종량제 도입으로 이어진다. 쓰레기종량제는 이후 분리배출과 재활용산업의 시작점이 된다. 쓰레기 발생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묻느냐 태우느냐만 따지던 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줄이고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하는 것으로 바뀐 계기가 됐다. 1994년 생활폐기물 하루 매립량 47t(80%)20197500t(13%)으로 줄어들고, 재활용률이 62%에 이르게 된 성과는 쓰레기종량제에서 시작됐다.

2001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회원들이 시민들에게 음식물쓰레기를 감량하기 위한 10가지 실천 지침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1996, 음식물쓰레기 차를 막아서다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됐지만, 종량제봉투에 지금처럼 마른 쓰레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음식물쓰레기가 함께 들어 있었다. 하루 약 15t의 음식물쓰레기를 매립지에서 처리했다. 음식물쓰레기는 당연히 부패했고, 악취와 해충으로 전국 매립지 지역 주민이 고통받았다. 주민들은 1996년부터 환경단체와 함께 음식물쓰레기 반입 금지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매립지에 청소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같은 해 매립지에 음식물쓰레기 반입이 멎었고 정부는 반입 금지를 늦춰달라고 요구하며 방법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자원화, 직매립 금지제도가 도입됐다. 이런 제도로 음식물쓰레기 90% 이상이 분리배출되고 하루 15천여t의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나 사료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해결책에 그쳤다. 음식물쓰레기 발생은 줄지 않았고 그렇게 생산한 퇴비, 사료 자원은 남거나 동물 사료 사용 금지로 갈 곳이 없어졌다. 쓰레기종량제와 마찬가지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처리비용을 책정하자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했다. 지금은 익숙해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다. 20136월부터 시행됐다.

1999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돈을 주고 비닐봉투를 사는 쇼핑백 보증금제를 실시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1997, 광주에서 비닐봉투 보증금 실험을 하다

비닐봉투는 거저 주는 물건이었다. 쉽게 받아와서 쉽게 버렸다. 광주 지역 환경단체는 일회용 비닐봉투를 50원에 판매하고 비닐봉투를 되가져오면 환불해주는 협약을 슈퍼마켓들과 맺었다. 슈퍼마켓들은 되가져온 비닐봉투를 평균 세 번까지 재사용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비닐봉투 구매비가 절감됐다. 절감된 비용과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학교에 지원했다. 실험은 성공했다. 운동의 역사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었다. 그동안 주민 소각·매립 반대운동에서 시작해, 일회용품과 포장폐기물 감량운동을 벌여오던 각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한데 모이기로 했다. 제도를 바꿔내기 위해 전국 운동이 필요했다. 1997년 전국 환경단체가 모여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쓰시협)를 만들었다. 쓰시협은 이후 자원순환사회연대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이어간다.

 

광주 지역 비닐봉투 보증금제 성과를 바탕으로 일회용 비닐봉투 보증금 제도를 정부에 제안했다. 결실을 보았다. 1999년 일회용 비닐봉투, 쇼핑백을 유상으로 판매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2002년 자원순환사회연대는 404개 유통 매장과 장바구니 이용 고객 할인, 자율포장대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자율실천선언을 체결한다. 일회용 비닐봉투 구매율이 20.7% 감소했다. 이후 대형마트와 165(50평 이상)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이 금지됐다.

2008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송파구청이 개최한 일회용컵 분리배출 시민캠페인. 참가자들이 방독면을 쓰고 일회용컵으로 뒤덮인 한반도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 일회용컵 보증금제로 쓴맛을 보다

물론 모든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이 단체의 주장 업계 자율협약 법 개정으로 순조롭게 이뤄진 건 아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패스트푸드업계와의 협약으로 시작해 커피전문점 등으로 대상을 넓혀갔다. 보증금제를 실시한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러다 2008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불현듯 폐지됐다. “앞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단체들은 반발했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9년 이후 일회용컵 사용은 매년 20~50% 늘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와 업체에 일회용컵 줄이기를 강하게 요구했고, 마침내 20205월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금지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26월부터 시행된다.

2020년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의 모습. 여기에선 구매자가 용기를 직접 가져와 세제 등 내용물을 채워 간다. 김진수 선임기자

 

2021, ‘제로웨이스트로 일상을 바꾸다

순환경제 사회의 목표는 물론 제로웨이스트. 1980년대 미국 환경단체 어반오어(Urban Ore)의 창설자 대니얼 크냅 박사가 썼던 완전한 재활용이라는 단어가 1990년대 들어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로 이어졌다. 각 나라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외치게 된 배경은 비슷했는데, 소각·매립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고 이 과정에서 결국 자원순환을 통한 쓰레기 제로화가 아니면 답이 없다는 인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2000년 국제소각반대대안연맹(GAIA) 창립, 2002년 제로웨이스트 국제연맹 창설 등 자원순환운동은 국제연대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체계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폐기물 감량과 재사용, 재활용 확대는 또 다른 산업과 고용을 창출한다. 생산 단계부터 재사용과 수리, 재활용이 쉽도록 해야 한다. 공유와 고쳐 쓰는 문화 확대, 물건 오래 쓰기 같은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2010년대 들어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지역과 개인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의미를 더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 탈플라스틱 지역 만들기 같은 지역 단위 교육·문화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활동가와 인플루언서들이 일상 속 생활 방식의 변화를 전하며 자원순환을 이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 한겨레21

 

인류는 우주에도 쓰레기를 남긴다

인공우주물체 90%는 쓰레기,

우주여행에 가장 큰 걸림돌

설계 단계에서 연소와 추락 반영해야

지구 둘레가 우주쓰레기로 둘러싸인 모습. 지구의 인공위성 궤도에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과 로켓 잔해등 크고 작은 우주쓰레기 23천여 개가 구름처럼 떠돌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공식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15월에만 지구에서 300여 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시대를 내세우며 미국 스페이스X사의 232개 스타링크위성과 영국 원웹사의 36개 위성, 중국의 우주화물선 톈저우 2, 군사위성, 통신위성 등 6개 인공위성이 한 달 동안 우주로 나갔다.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 발사되는 인공위성이 200~300개였는데, 2020년 한 해에만 1200여 개가 발사되면서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1파편에 인공위성 기능 정지, 10넘으면 파괴

인류는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이후 64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개발은 호황을 맞고 있다. 2021712일에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버진갤럭틱으로 우주관광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여행 시대도 활짝 열렸다. 우주여행 경쟁도 본격화함으로써 인간의 활동영역으로 우주가 완전히 들어왔다. 관찰과 동경의 무한한 곳이 아닌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체험하고 생활할 수 있는 현실 공간이 됐다.

 

아무리 많은 인공위성을 보내도 부딪칠 염려가 없는 무한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지구궤도는 점점 더 붐비고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밖에 없던 지구궤도는 2021년인 지금 23천여 개의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가 둘러싸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사한 수많은 우주발사체의 잔해, 임무를 다하고 버려진 인공위성, 그리고 폭발과 충돌로 발생한 파편까지 인류가 우주에 남긴 쓸모없어진 우주물체인 우주쓰레기가 지구궤도의 인공우주물체 중 90%를 차지한다.

 

지구궤도에 남겨진 우주쓰레기는 운용 중인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우주인이 타는 국제우주정거장에도 큰 위협이 된다. 초속 7~8로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는 크기가 1만 돼도 인공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고, 10이상 크기와 부딪친다면 인공위성이 파괴될 수 있다. 어쩌면 우주쓰레기가 앞으로 우주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임무를 다한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잔해 중 1t 넘는 우주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지상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중국의 창정 5B 로켓 잔해의 추락

20215월 중국의 창정 5B 로켓 잔해의 추락 소식에 전세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20t으로 추정되는 우주쓰레기의 추락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파편이 지상으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창정 5B 로켓 잔해는 인도양으로 떨어져 인명과 재산 피해는 주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우주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주로 나가는 많은 인공위성이 있다면 지구로 되돌아오는 우주쓰레기의 양도 당연히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제공해주는 편리함에 익숙해 있다. 위성통신은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고 정밀한 항법위성은 우리 위치를 정확히 알려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예보도 기상위성 덕분에 자세히 알 수 있다. 만약 인공위성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큰 혼란과 불편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물체는 인간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우주물체는 지구든 우주든 결국 어딘가에 버려지고 흔적을 남긴다. 우주쓰레기의 추락과 지구궤도상에서 인공위성과의 충돌 위험은 우주 시대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위험이다. 인간이 남긴 쓰레기가 결국 인류에게 위험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주쓰레기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바로 실천해야 한다.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설계에서부터 지구 대기권에서 완전 연소하게 하는 방법이나 바다로 안전하게 추락시키는 방법, 사용하지 않는 궤도로 이동시켜 다른 인공위성이 안전하게 운용되도록 하는 방법 등 임무를 다한 뒤의 폐기 절차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우주를 감시하는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 우주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고 추락·충돌 같은 우주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 감시하는 네트워크 가동해야

우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영역이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주어진 우주환경을 지키는 것도 공동의 책임이다. 우주가 일부 국가나 민간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다. 인간의 활동으로 복잡해지고 위험해진 우주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주의 위험에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팔공산 쓰레기 구멍 치우려면 16

울창한 숲으로 덮인 팔공산 중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 더미다. 높이는 7m, 무게는 7t이 넘는 규모다. 불법 쓰레기 투기자들이 경북 영천시 신녕면 팔공산 북동쪽 언덕을 임대해, 2018년부터 쓰레기를 버리다 2019년 주민 제보로 발각됐다. 이 쓰레기를 치우려면 땅값(5억원)의 세 배가 넘는 16억원이 든다. 불법 쓰레기는 땅주인이 처리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로 3년째 방치돼 있다.

영천(경북)=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바다 쓰레기 절반은 그물과 낚싯줄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으로 돌아와유럽연합, 비닐봉지 사용 금지

플라스틱세 도입

201810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한 해양생물학자가 프랑스 남동부 코트다쥐르 연안의 지중해에서 채취한 바닷물 표본에 가득 담긴 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거대한 섬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큰 섬이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섬의 다른 점은 쓰레기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8만여t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이 섬은 태평양의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라 불린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대규모 쓰레기 섬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바다 쓰레기의 80% 이상은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의 80% 이상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 양은 3t으로, 전 인류의 몸무게를 합한 것과 같은 양이다. 이 중 830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데, 대부분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약 15%만이 바다 위를 떠돈다. 매년 12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 위를 떠도는 것이다. 이런 규모를 생각해보면 8t 규모의 쓰레기 섬이 만들어지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점은 이 쓰레기는 다 어디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는 크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쓰레기와 어업 활동에서 사용하는 어구 쓰레기로 나뉜다. 생활쓰레기 중 담배꽁초, 음식 포장지, 페트병, 비닐봉지 등이 제일 많이 발견되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들이다. 다행히 해양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중에 퍼지면서 일회용품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해양쓰레기의 나머지 절반인 어구 쓰레기이다.

 

우리는 평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일상생활에서 버리는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해양쓰레기의 약 46%는 어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어구 쓰레기이다.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그물, 낚싯줄, 부표, 밧줄 등이 해양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상업적 어업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참치캔으로 익숙한 물고기인 참치를 잡기 위해서 긴 낚싯줄을 쓰는데 하루 사용하는 참치 낚싯줄은 지구를 500바퀴 감을 정도의 길이다. 상업적 어업에 사용하는 그물에는 비행기 13대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것도 있다. 육지에서 나오는 다양한 생활쓰레기는 매년 120t이 바다에 버려지지만, 바다에서 사용하는 그물만 매년 100t이 바다에 버려진다. 이런 규모를 비교해보면 해양쓰레기의 절반이 그물이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바다·바다생물은 거대한 탄소 저장소

많은 사람에게 일상에서 바다는 멀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하지만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에어컨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가 됐다. 이런 폭염을 유발하는 열돔(Heat Dome) 현상은 온실가스가 가장 큰 원인인데, 온실가스의 약 90%를 차지하는 게 이산화탄소(CO2). 바다는 지구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 지대한 노릇을 한다. 바닷속 해초는 지상의 열대우림보다 20배 이상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해양생물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고래는 일생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흡수하고 죽음에 이르면 바다 밑에 가라앉아 이산화탄소를 수백 년 동안 격리한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일을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에 의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인간에게 되돌아오기도 한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미세한 입자로 분해되는데 이를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유엔에 따르면 우리가 마시는 생수의 90%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생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해산물, 채소, 과일, 심지어 쌀에서도 발견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대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시민 인식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플라스틱 제품을 별도로 규제하는 법이 없는 상황이다.

 

생수의 90%에 미세플라스틱

외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유럽연합(EU)은 비닐봉지 사용 금지 법률을 제정하고 플라스틱에 세금을 부과하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20213월 미국 의회는 기업이 자사에서 생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게 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의 자유’(Break Free From Plastic Pollution Act, 일명 플라스틱 프리) 법안을 발의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바다는 지금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일부 학자는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분마다 대형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다행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진다. 바다는 엄청난 복원력을 가졌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다음 세대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닌 고래와 산호초의 생명력이 넘치는 싱그러운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전기 없는 세상이 일깨운 일상의 가치

연일 폭염인 시국에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 근대 이전 왕후장상보다 더 풍요한 삶을 산다. 결정적 차이는 냉장고와 에어컨이다. 석빙고에 보관된 얼음 배급 문제는 경국대전에 실릴 만큼 중요했고, 에어컨 발명 후 여름 활용법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기 위해선 전기의 힘이 필수다. 그런데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다면 이 무더위에 어떤 일이 생길까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가 있다. 2017, 야구치 시노부 감독이 만든 <서바이벌 패밀리>에서 도쿄의 평범한 직장인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사라진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 / 네이버 영화

 

남편은 평소대로 출근을 시도하지만 지하철도 버스도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 걸어 회사에 도착해도 엘리베이터가 먹통이다. 전화도 인터넷도 불통이라 헛걸음만 했다. 아내는 냉장고에 꽉 채워둔 식재료 처리에 진땀을 빼고, 장을 보려 해도 신용카드가 먹히지 않는다. 결국 가족은 가고시마로 피난을 결심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네다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다. 공항이 좀 멀지만 자전거를 타고 갈 만하다. 그러나 아뿔싸, 비행기도 전기 없이 뜰 수 없다. 졸지에 이들은 1326여정을 자전거에 의지해 출발하게 된다.

 

전기가 끊기면 벌어질 법한 모든 상황이 벌어진다. 수족관 물고기는 굶주린 주민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고,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식량을 대가로 길 안내를 부탁한다. 물자가 있어도 수송할 방법이 없어 순식간에 기아가 창궐한다. 기술도 대비도 없는 도시 주민들이 패닉에 빠지거나 약탈을 일삼는 혼란이 코믹한 정서 속에서도 신랄히 묘사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전기가 잘 들어오던 시절에는 각자 휴대전화나 노트북만 보던 가족은 생존여행 중에 잃었던 공동체 의식을 되찾는다. 가족은 108일 만에 가고시마에 도착하고 2년이란 시간 동안 어느새 불편하긴 해도 시골생활에 익숙해진다. 불쑥 전기가 부활하고 가족은 도쿄로 돌아오지만 이제 그들은 도시락을 싸고 자전거를 활용하며 조금 달라진 일상을 살게 된다.

 

억지 설정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815일 대만 블랙아웃 사례처럼 대정전의 위기는 언제 닥칠지 모른다. 이런 종류의 위기는 일단 닥치면 통제 불능이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수위권에 도달한 상황. 기후변화 여파로 여름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블랙아웃은 좀비나 외계인보다 더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가 돼간다.

 

일각에선 탈원전 정책이 이런 우려를 도외시한 안일한 대책이라 비난하고, 다른 이들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해답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논쟁은 여름 무더위 못지않게 뜨겁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런 재난 가능성에 대해 별 대책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서바이벌 패밀리>가 선보인 영화 속 재난은 과학자가 등장해 어려운 전문용어로 위기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많은 영감과 시사점을 주는 유익한 교재다(네이버 VOD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가능).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주간경향

 

<오래된 미래> 저자 왕처럼 행동하지 말고, 속도를 늦춰보세요

세계 지성에게 10년 생존 전략을 묻다4.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저서 ;오래된 미래를 통해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도시화와 결합된 세계화 무역과 대량생산 소비질서를 경고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생수, 쇠고기, 오렌지가 지구를 가로질러 오고 갑니다. , , , 옥수수가 지구를 가로지르며 가공되고요. 문제는 우리가 수입하고 수출하는 물류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예요.

 

지구적 규모의 식량 규모가 오염원이에요. 단일재배는 생명 순리를 거스릅니다. 자연스럽지 않으니까 사람이 비료, 살충제, 제초제를 공급해야 하죠. 토양에 있는 온갖 벌레까지 다 죽기 때문에 땅속 생명망이 죽어갑니다.

 

잠시 멈추고, 잠시만 기다리자. 5G로 서두르지 말자. 인간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고 삶을 돌보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라고 말해야 해요.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나는 유명한가?’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았나?’ ‘내게 고급차가 있나?’ 이 모든 피상적 물음 속에서 불행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코로나가 가져다준 가족과 이웃 간의 재결합이 경이롭습니다.

 

4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다. 1946년 스웨덴 출생.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및 미국에서 수학했고, 언어학에서 박사급 과정을 런던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수료했다. 히말라야 지역 라다크 언어를 비롯해 7개 국어에 능통하다.

40년 동안 전세계에 행복의 경제학을 전파하며 글로벌 경제와 국제 개발이 지역 사회와 경제,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분석해왔다. 경제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화를 주장하며 세계 각지에서 활동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고이 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서 <오래된 미래>는 같은 제목의 영화와 더불어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제작자이자 공동감독이다.

1975년부터 작은 티베트라고 부르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자국의 문화와 생태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현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해법을 실현해왔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2의 노벨상이라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다. 미국과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지역 경제를 전환하는 활동을 이끌었으며, 국제미래식량농업위원회, 국제세계화포럼, 글로벌에코빌리지네트워크 창립에 앞장섰다. 국제 조직인 로컬퓨처스와 국제지역화연합(IAL)을 설립했고 현재 대표를 맞고 있다. <어스 저널>(Earth Journal)이 선정한 전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환경운동가 10가운데 한명이다. 지구적 위기에 대한 해법을 다룬 저서 <로컬의 미래>를 비롯해 <행복의 경제학> 등을 출간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1991, 저서 <오래된 미래>를 통해 자연과 멀어진 인간의 삶이 초래한 현실을 기록하고 미래를 경고했다. 그리고 2021, 생명의 순리를 거스르던 흐름이 느닷없는 역병의 벽을 만나 회귀하는 현상을 주시하며 희망을 논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도시인이 잔디를 걷어내고 거기에 텃밭을 꾸리는 삶으로 대표되는 변화다. 물론 그녀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움직이는 산업의 재편과 그 한계도 놓치지 않는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도시화와 결합된 세계화 무역에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재편되는 대량생산 소비질서를 경고하였다. 그리고 말했다.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잠식하고 있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안희경(이하 안) 멸종 저항 운동을 하는 밀레니얼과 제트(Z)세대뿐 아니라 서구 언론에서도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반면에 이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 비상사태라는 말까지 쓰며 일상생활을 옥죄냐고요. 기후 변화는 늘 있어온 활동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2018121일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필자와 인터뷰하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황채영

 

작은 마을에 필요한 인프라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이하 노르베리호지) 무엇보다 기후 비상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는 모릅니다. 정말로 몰라요. 이유는 이 가이아(Gaia·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 등을 모두 포함하는 범지구적 실체)를 모델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이아는 무한히 복잡하고 고도로 정교하여 스스로를 안정시키려 합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우리가 수입하고 수출하는 물류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생수, 쇠고기, 오렌지가 지구를 가로질러 오고 갑니다. , , , 옥수수가 지구를 가로지르며 가공되고요. 생산지에서 바다를 건너가 포장되어 다시 건너오죠.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세계 무역에 대한 보도는 없습니다. 오로지 자가용 운전을 줄이자거나 비행기 타고 휴가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뿐이에요. 우리는 기후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해요. 정부가 대량 소비, 대규모 도시화,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왜 하는지 파악하도록 합시다. 또 신제품이 곧 구식이 되어 버려지도록 기획하는 생산 판매 전략, 한 제품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제작하는 공정 방식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에서부터요.

 

안 영국이 버터를 수출하는 양과 수입하는 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황당했는데요. 이윤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오가며 조립되는 이유도 그렇고요. 이러한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이 일어난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노르베리호지 엘리트 유럽인들이 규제를 변경하면서 사람들을 땅에서 밀어낸 그 강압에서 시작합니다. 그들은 인클로저라고 불리는 울타리 치기를 했습니다. 농민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났고 동시에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는 식민지가 만들어졌죠. 식민지 농민들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농작물을 더 이상 재배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무역업자들을 위한 농사를 지어야 했어요. 그러니까 경제가 무역을 늘려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죠. 17세기 말부터 18세기에 활동했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를 갖는 물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는데요. 그러니까 스코틀랜드에서는 귀리가 잘되니까 오로지 귀리를 길러 수출하자, 그렇게 번 돈으로 나머지 필수품을 싸게 수입해서 모두를 이롭게 하자는 논리죠.

 

안 삼시 세끼를 귀리로 오트밀이나 오트쿠키를 만들어 먹을 수는 없는 일인데요. 오늘날 케냐 농부들은 장미를 먹고 살 수 없다고 한탄하고, 에티오피아 농부들은 커피만 먹고 살 수 없다며 한숨짓습니다.

노르베리호지 말이 안 되는 논리지요. 하지만 도그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현실이 펼쳐졌어요. 현대 서구 경제에 대해 또 자본주의에 대해 끊임없는 비판이 있었지만, 글로벌 무역업자 대 지역 생산자 및 소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반론이 많지 않았습니다. 현대 경제가 맞은 불행이죠.

 

안 지난달 세계 정상들이 기후 정상회의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선언했습니다. 그들은 인프라에 집중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으로 기존의 방식을 바꾸자 했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노르베리호지 새로운 인프라 건설 방향은 작은 농장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되어야 해요. 예를 들어 작은 마을과 도시에서 학교가 폐교될 것이 아니라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짜임새 있게 자리하고 대학까지 자리할 수 있어 지역이 탄탄해지고 병원과 보건소가 자리를 지키는 인프라가 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은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 행정기관이나 학교, 병원, 지역 스포츠팀들이 선박의 닻처럼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앵커 기관이 되어야 인구를 유지하고 생산물이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경제를 일으킨다는 효과인가요?

노르베리호지 그렇죠.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영역은 식량과 농업입니다. 지금과 같은 지구적인 규모의 식량 구조가 가장 큰 오염원이에요.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 길러진 다양한 농산물을 안전하게 먹고 누릴 기회를 잃었습니다. 세계화된 농산물 시장이 돈이 되는 단일 작물 재배를 밀어붙이기 때문이죠. 단일 재배는 생명 순리를 거스릅니다. 자연스럽지 않으니까 사람이 비료, 살충제, 제초제를 공급해야 하죠. 토양에 있는 온갖 벌레까지 다 죽기 때문에 땅속 생명망이 죽어갑니다. 50에이커(61천평) 땅에서 나온 옥수수가 온 세계의 축사로 간다면, 몇백평 규모로 다양하게 농사짓는 농장에서 수확되는 작물들은 멀지 않은 시장으로 나갑니다. 가까운 도시에 있는 도매시장에도 넘기고 또 정부 조달을 통해 지역 병원과 학교에도 납품될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지역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운송 사슬을 갖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관계를 형성하죠. 생산자와 유통자가 더 큰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관계를 중시하는 로컬푸드 운동이 지금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금, 보조금, 규제

안 국가마다 고유한 그린 뉴딜을 이야기합니다. 조 바이든의 뉴딜, 한국의 그린 뉴딜. 중국의 경우는 9년 전에 생태문명을 선포했습니다. 에너지 생산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합니다. 나라마다 방향을 잘 찾아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노르베리호지 대부분의 정부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그린 뉴딜을 합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자거나 자원을 적게 쓰자는 말을 하지 않는 그린 뉴딜입니다. 대신에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고 단순하게 말합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도시화에 박차를 가하고 대규모 농장에 재생에너지를 끌어와 규모를 키우고 로봇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하죠. 지금, 우리가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실업과 더 많은 자원 소비,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창조하는 겁니다. 이렇게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행성에서 굳이 그렇게 할 상황이 아니에요. 우리는 또 여전히 규모 확대, 속도 경쟁의 길을 가고 있죠. 지구 자원을 둘러싼 전쟁, 화성 자원을 둘러싼 경쟁으로 우리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과 금융이 부유해지는 가운데, 국민과 정부는 가난해져왔습니다. 더 이상 글로벌 은행과 기업의 지시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더더욱 부자가 되도록 도울 수는 없어요. 제가 말하는 그린 뉴딜은 지역화, 분산화입니다.

 

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부분에 대해 유엔에서 공인을 해주는데요. 이 탄소배출권이 기업의 수익 구조에서 원자재 취급을 받기까지 합니다. 탄소배출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테슬라의 경우도 지난 수익의 상당수가 탄소배출권 판매에서 나왔고요.

노르베리호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봅시다. 우리는 탄소 배출에 대해 정직하게 전하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기후 정상회의에서 진행된 논의들의 상당수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나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에요. 하나의 프레임으로 틀을 짜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글로벌 무역이 매일 얼마나 팽창되는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유해지는지 듣지 못해요. 정부들은 글로벌 은행들과 기업에 권한을 넘기면서 점점 허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악한 악당이라서가 아니라 파괴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질서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지역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규제를 강화하는 건가요?

노르베리호지 정부들은 세가지 장치를 쓸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향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작동 원리로 세금, 보조금, 규제입니다. 산업화 속에서 대다수의 정부가 지역 인프라를 무시하고 심지어 파괴하면서까지 글로벌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해왔습니다. 도로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지역 도로 대부분은 빠듯한 지역예산으로 관리됩니다. 하지만 수출입 세계 경제의 한 축인 대형 트럭이 다니는 고속도로는 더 많은 예산으로 신속하게 관리됩니다. 또 글로벌 규제는 완화하고 지역 규제는 과도하게 강화하고 있어요. 세계화 산업을 이루는 망 속에 있는 시설이나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역과 국내 산업에는 세금으로 압박하죠. 지금 즉시 이 규칙을 뒤집는다면 그 땅에 사는 사람들뿐 아니라 지구 전체가 이로워집니다.

 

큰 그림을 보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

2014년에 생닭을 포장해서만 팔 수 있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 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과태료를 내고 곤란을 겪었는데요. 기사화되면서 영세 상인을 위한 법이 바뀌고, 소비자도 생닭의 상태를 보고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가정에서 만든 음식 판매가 불법이었다가 풀뿌리 조직들이 빵이나 쿠키를 구워 팔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지금은 따뜻한 음식을 부엌에서 만들어 팔 수 있게 되면서 특히 갓 이민 온 여성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고 있고요. 여러 예가 떠오르네요.

노르베리호지 규제를 새로운 방향으로 재정립해나가면 민주주의도 강화됩니다.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지역 경제망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고 눈으로 확인하는 관계 속에서 먹거리 안전도 단단해질 수 있지요. 우리가 탈중앙화한다면 관료주의는 덜하고 민주주의는 더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구글이나 아마존이 파산해도 우리와는 상관없지만 삼성이 파산하면 나라도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현재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는 감옥에 있는데요. 최근 여론조사에 60% 넘는 사람들이 삼성 시이오를 석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합니다. 삼성이 한국의 경제를 지탱해주기에 기회를 주자고요. 삼성은 글로벌 기업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런 한국 사회의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노르베리호지 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열린 질문을 한다면 답이 나올 거라 봅니다. “당신에게 미래를 위해 지금 소중하게 여기는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뜻있는 미래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지금 어떤 사회의 모습을 보고 싶은가요?” 우리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단지 기후 비상사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염되고 있는 불행을 보고 있어요. 우울증, 자살이 유행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잘못되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자리를 틀고 앉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더 큰 그림을 보기 위해 뒤로 물러서고 전체론적으로 본다면, 딜레마에 빠져 보이는 문제들도 실마리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안 흑이냐 백이냐 하는 질문, 한 단어로 단순화하는 상황 정리가 현실을 왜곡하고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로 흐르는 경우를 보아왔습니다. 현대 정치의 문화인 것 같아요.

노르베리호지 예, 세상에 오로지 좋거나 오로지 나쁜 것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역할이 있고 서로 의존하며 상호 존재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말 그대로 종을 영원히 소멸시키며, 점점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가 더 큰 생명 가족의 일원이라고 알아차리기보다는 왕인 것처럼 맹목적으로 행동합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 위해 조금은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기술의 속도로 달리고 있어요. 지금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다른 기술이 필요한가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우리를 진정 돕는 기술 말입니다. 시간 압박은 그 어떤 현명한 사람이라 해도 큰 그림을 보기 어렵게 하는 파괴적인 장치입니다. 삼성, 에이치에스비시(HSBC·영국의 세계 최대 다국적 금융회사), 다국적 기업의 시이오들, 그들은 악인이 아니에요. 세상을 파괴하려고 거기 앉아 있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큰 그림으로 보고 이해하고자 할 시간이 있을까요? 아니에요! 더 큰 권한을 가질수록 더 바삐 움직이고, 오래된 아이디어를 고수하고 지디피(GDP·국내총생산)로 측정되는 성장에 집착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해요. “잠시 멈추고, 잠시만 기다리자. 5G로 서두르지 말자. 인간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고 삶을 돌보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 저는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잠식하고 있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책들.

 

녹색 채무전환이 탐탁지 않은 이유

안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지구적인 에너지 인프라 전환의 일환으로 나온 녹색 채무 전환’(Green Debt Swap)에 대해 묻고 싶은데요. 415일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책임자가 100곳이 넘는 나라에서 아이엠에프에 위기 재원 조달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이지만 세계 지디피의 40%를 차지하기에 이들의 위기가 내년에는 세계 경제위기로 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들 국가가 재생에너지로 인프라 전환을 하고 환경 파괴를 막도록 선진국에서 이들 국가의 채무를 변제해주자고 강조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경제 개발을 이룬 국가들이 내뿜은 탄소량은 적도 인근에 있는 저개발 국가들을 고통받게 했습니다. 녹색 채무 전환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노르베리호지 가난한 나라들도 산업화된 나라들처럼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도록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산업화된 세계에 있는 환경단체들은 아니요라고 했어요. 가난한 나라에 배출량을 줄이도록 압박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왜냐하면 문제는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은 산업화된 국가들의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가난한 나라로 이동하기 시작한 때와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그들 기업은 미국에서 또 한국에서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로 공장을 옮겨갔어요. 브라질에서 멕시코, 인도, 중국에 이르기까지 그 나라의 수많은 엘리트들은 지금 글로벌 카지노 경제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신흥 억만장자들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보면 분명해져요. 소위 부유한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곳이 아니라 바로 이들 나라에서 더 많이 나왔어요. 저는 녹색 채무 전환이 그리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 거라 봅니다. 서구나 아시아나 산업화된 나라의 중산층들은 인도나 콜롬비아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산업화 방향을 바꾸고 자립을 지원하는 일은 돈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구적인 시민운동으로 무르익어 전체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아마존을 밀어버리는 것과 같은 대규모 추출이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잖아요. 풀뿌리에서부터 논의가 올라와야죠. 녹색 채무 전환은 아주 상층 단위에서 고려하는 방안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해법으로 현실에서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안 요즘 지구 온난화로 더 많은 기후이민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뭄과 허리케인 등으로 농사를 망치니 도시로 이동하고, 코로나 영향으로 도시 경제까지 무너지니 국경을 넘습니다.

노르베리호지 글로벌 기업이라 하더라도 중국의 모든 마을에 맥도날드를 열 수는 없습니다. 거대 기업의 경우 큰 항구, 큰 공항 및 거대 도시를 키워갑니다. 인구가 그들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시스템과 거대 도시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계 무역업자한테 도시가 의존하고 토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도시와 마을이 파괴되기 시작한 지 벌써 400~500년 됐습니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왔고,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안 우리의 인식을 탈중앙화, 분산화를 고려하도록 넓혀야 하겠습니다. 그린 뉴딜로부터 탈중앙화를 통한 탄소 저감으로 확장하도록요.

노르베리호지 진짜 그린 뉴딜이죠. 저는 이를 진짜 그린 뉴딜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2021522일 오후 3(바이런 베이 현지 시각) 오스트레일리아 바이런 베이 자택에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사람들이 다시 빵을 굽기 시작했어요

안 요즘 들어 선생님께 뭔가 미래를 보여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건이나 광경이 있나요? 희망을 전하는 모습이라면 무엇일까요?

노르베리호지 저에게 희망을 주는 상징적인 징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부엌에서 빵을 굽기 시작했어요. 한번도 무언가를 재배해보지 않았거나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먹거리를 기르는 기쁨을 발견하고, 땅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어요. 갑자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부모와 함께 살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하게 된 동거인데 다들 좋아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이제 땅을 사서 함께 살 생각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봉쇄(록다운) 상태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려고 동네에서 단체를 만드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구 사람들은 가족이나 이웃과 분리되어 사는 경향이 강합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고 피상적이라서 그래요. 우리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일수록 표피적인 데 쏠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유명한가?’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았나?’ ‘내게 고급 차가 있나?’ 이 모든 피상적인 물음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저는 가족과 이웃에게서 일어나는 이 재결합이 경이롭습니다. 가장 상징적이죠. 사람들이 알든 모르든 원하는 미래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중국의 경제학자 원톄쥔은 코로나19가 우한을 덮치고 퍼져나갔을 때, 중국 시골 마을들이 시행했던 생존법을 이야기해줬다. 마을 전체를 스스로 봉쇄한 것이다. 그들은 한가로이 겨울과 봄을 보냈다고 했다. 만약 그 마을들이 택배 차량 없이는 살 수 없는 구조라면 그들은 고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선술집에서 친구를 만나고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고 시장을 열며 들일을 했다. 마스크 없이 역병의 파고를 건넌 것이다.

 

우리에게는 늘 환란이 왔고, 늘 이름 바뀐 위기가 왔다. 이제는 위기가 위기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손보아야 한다. 지역이 자생력을 갖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탄성을 갖춘다면 그 어떤 위급 상황이라 하여도 고통의 질과 강도는 다르지 않을까?

 

50년 전의 ‘2040년 몰락예측은 지금도 유효할까

1972성장의 한계모델에 최신 데이터 넣었더니

“2030년 성장 멈추고 2040년 급격한 쇠퇴 시작

인류는 1972성장의 한계에서 우려한 경로를 계속 밟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스플래시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은 인류가 환경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성장을 계속 추구할 경우, 지구촌은 50년 또는 100년 안에 식량과 자원 고갈, 오염으로 경제, 사회,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컴퓨터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MIT가 개발한 월드3’라는 시스템 역학 모델에 기술 발전과 비재생가능 자원, 사회적 우선순위에 관한 여러 가정을 토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1972성장의 한계표지.

 

출간 당시 충격적인 결론을 두고 지나치게 종말론적인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이런 경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후속 연구들이 몇차례 나왔다. 월드3 모델이 제시하는 경로의 골자는 2020년을 전후해 인류 복지 지표 개선은 중단되고 2030년부터는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이다. ‘월드3’의 원조격인 제이 포레스터 MIT 교수의 월드원모델도 당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생활2040년께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성장의 한계가 발간된 지 약 50년이 흐른 지금도 인류는 같은 경로를 가고 있을까?

국제 회계 컨설팅업체 케이피엠지(KPMG) 연구진이 최신 데이터를 월드3 모델에 돌려본 결과, 2040년 문명 몰락(붕괴)을 경고하는 1970년대 초반의 시나리오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만 월드3 모델에서의 몰락은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아닌 경제와 산업 성장의 중단과 쇠퇴를 뜻한다.

예일환경대학원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산업생태학저널(Journal of Industrial Ecology) 6월호에 실린 이 연구는 성장의 한계에서 사용한 12개 시나리오 중 4개를 현재의 데이터와 비교해 평가한 것이다.

 

논문 저자인 가야 헤링턴(Gaya Herrington) 내부감사·기업리스크 자문 이사는 사회 붕괴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오늘날의 데이터와 가장 가까운지 알아보고 싶던 중 197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월드 모델을 최근의 실증 데이터와 비교한 연구가 없다는 걸 알고 직접 내가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10가지 핵심 변수와 관련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10가지는 인구, 출산율, 사망률, 산업 생산, 식량 생산, 서비스, 비재생가능 자원, 오염, 인간 복지, 생태발자국이다. 이 가운데 인간 복지와 생태발자국은 2004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에서 추가된 변수다.

 

그 결과 데이터들이 4개 시나리오 중 두개의 시나리오와 가장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하나는 계속성장2’(BAU2=business as usual 2), 다른 하나는 종합기술’(CT=comprehensive technology) 시나리오다. 그는 계속성장2 및 종합기술 시나리오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안에 성장이 멈춘다는 결론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과 같은 방식, 즉 지속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계속성장2’는 자원 고갈을 초래하는 계속성장’(BAU) 시나리오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오염 문제가 추가된 경우, ‘종합기술은 오염 저감, 농업 생산 증대, 자원 효율 제고 등 기술적 해법을 추진하는 경우다. 4개 시나리오 중 나머지 하나는 안정세계’(SW=stabilized world) 시나리오다. 기술적 해법에 덧붙여 인류가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꾼 경우다. 예컨대 적정 가족 규모를 줄이거나 산업생산을 조절하고, 보건 및 교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가치와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사태 악화를 피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다.

 

월드3 모델의 4가지 시나리오 경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계속성장(BAU), 계속성장2(BAU2), 안정세계(SW), 종합기술(CT) 시나리오다. KPMG 제공

 

기술 발전이 이뤄져도 10년 후 성장은 끝나

계속성장2’종합기술두 시나리오는 특히 세계 경제가 단지 성장을 멈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쇠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를 포함한 오염 사태에 직면하는 계속성장2’ 시나리오에선 사회 붕괴 양상의 출현도 예상했다.

헤링턴은 전에 없는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계속성장모델은 이번 세기 안에 산업자본과 농업 생산, 복지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계속성장2’ 시나리오에서 그런 양상이 급격히 전개되는 시기는 2040년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종합기술 시나리오에서도 역시 이 무렵에 경제 쇠락이 시작된다. 그러나 기술적 해법 덕분에 사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두 시나리오는 10년 후 성장 종말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후 하락 추세는 계속성장2’ 시나리오가 훨씬 뚜렷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안정세계는 지금의 데이터들과 맞지 않았다. 안정 세계는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교육에 대한 대대적 투자에 힘입어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고 경제의 성장 감소폭도 가장 적은 경로이지만 현재의 데이터들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원 개발은 결국 자원 고갈을 야기한다. 언스플래시

 

아직 선택 여지 있으나 기회 창 빨리 닫혀

이번 연구 결과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함께 담고 있다. 나쁜 소식은 지속적인 성장은 이룰 수 없는 걸 꿈꾸는 헛된 일이라는 것이며, 좋은 소식은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경로를 바꾸면 붕괴 위험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링턴은 기술 발전과 공공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경우 문명은 붕괴의 위험을 피해 안정을 찾고 새로운 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10년이다. 헤링턴은 온라인 미디어 마더보드등에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점은 선택의 여지는 여전히 있으나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탄소중립시대 생태건축 주목받는다

ㆍ에너지와 자원 소비의 최소화·자연 에너지 이용 원칙에 따라 건물 짓는 것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인간활동 전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물과 건설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건물 및 건설 부문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수요의 36%를 차지한다. 이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97t으로 그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380t)25.5%를 차지했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안느 라카통과 장 필리프 바살은 보르도의 사회 주택 단지를 리모델링하면서 투명패널과 온실기술을 이용해 거주 공간의 면적과 기능을 확장했다. /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세계녹색건축위원회는 산업화 이후 온도 상승폭을 1.5내로 유지하려면 건물·건설 분야의 대폭적인 탄소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모든 건물 신축과 리노베이션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최소 40% 줄이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든 신축 건물의 운영 중 탄소배출량은 제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50년에는 건물 신축과 리노베이션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순제로로, 기존 건물을 포함한 모든 건물의 운영 중 탄소배출량 역시 제로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 역시 비슷한 목표를 제시했다.

 

탄소는 건물을 사용하는 동안만 나오는 게 아니다. ‘내재된 탄소(embodied carbon)’로 불리는 양도 상당하다. 건설 자재를 만들고 운송해 건물을 짓는 과정은 물론 건물을 유지·개보수하고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런 이유로 영국왕립건축가협회는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최대한 그린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과 맞닿은 것이 생태건축이다. 생태건축은 건축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것을 반성하면서 에너지와 자원 소비의 최소화, 자연에너지 이용, 생태계 다양성 보존이라는 원칙에 따라 건물을 짓는 것이다. 친환경건축, 제로에너지빌딩, 그린건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변주되고 있다.

 

생태건축 분야에서 프리츠커상 나올 가능성

글로벌 각지에서 생태건축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시의 버려진 건물과 시설을 허무는 대신 새로운 쓰임새를 가진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 건축가인 남상문 날곳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꼽은 대표적 사례는 지난 5월 뉴욕 허드슨강에 개장한 리틀 아일랜드 수상공원이다. 철길을 정원으로 만든 뉴욕 하이라인 파크처럼 버려진 부두를 도심 공원으로 만들었다. 덴마크 건축사무소 BIG가 설계한 코펜힐도 좋은 사례로 들었다. 코펜하겐시가 2025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운 열병합발전소인데 2019년 말 85m 높이의 옥상을 스키장과 등산길로 만들어 화제가 됐다. 국내 사례로 부천의 아트벙커B39를 들 수 있다. 폐소각장을 전시·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도심의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하는 것은 도시재생과 콤팩트시티 개발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콤팩트시티는 도시의 버려지거나 이용이 저조한 땅을 주거와 일자리, 문화시설로 재창조해 도보권으로 묶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가 대표적이다. 남상문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신도시 개발보다 기존 도시를 직주근접이 가능한 콤팩트시티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일본도 그랬지만 인구가 줄면 결국 베드타운에 불과한 신도시는 폐허가 되고 다시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오게 된다면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도 직주근접이 가능한 콤팩트시티를 만들어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그 안에서도 절대다수인 노후 건물과 공동주택을 그린 리모델링해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거·상업지구로 도시구역을 나누는 대신 한공간에 주거와 업무, 문화시설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복합용도 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개발 위주의 도시 정책이 이어져 생태건축의 발전이 더디지만 해외에서는 프리츠커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햐얏트재단이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안느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을 선택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이들은 기존 건물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투명패널과 온실기술을 이용해 거주 공간의 면적과 기능을 확장하는 작업을 했다. 남 대표는 하얏트재단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위주로 심사하는 보수적 성향을 보였는데 올해엔 도시재생과 도시빈민 운동에 관심을 보이면서 굉장히 의미 있는 전환의 과정을 보였다면서 이젠 생태건축 분야의 건축가가 이 상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 리모델링 위한 제도 지원 필요

생태건축에 기반을 둔 신축 프로젝트도 많아지고 있다. 수직정원·옥상정원을 활용한 건물 녹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사례로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건설될 피렐리(Pirelli) 39’를 들 수 있다. 기존 건물을 친환경 건물로 리모델링하면서 동시에 그 옆에 새롭게 주거타워를 세우는 사업이다. 주거타워에는 여러층에 걸쳐 1700의 초목을 심었는데 여기서 연간 1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9t의 산소를 생산한다. 2770의 태양광 패널을 갖춰 에너지 요구량의 65%를 자체 생산한다.

 

아마존이 버지니아주 알링턴 본사 사옥으로 세우는 헬릭스(Helix)’도 주목받는다. 나선형 건물 지붕을 따라 옥상정원을 만드는데 나무숲을 따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 예정이다. 2025년 완공 예정인데 자연광을 최대화하고 에너지를 태양열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로 설계된다. 차태권 더이레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옥상정원만 제대로 해도 도심 열섬효과를 완화하고, 에너지 절약으로 탄소를 절감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구축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도 필요하다. 송두삼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탄소세와 같은 징벌제도로 건물의 탄소배출을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하면서 한편으로 오래된 건물은 정부 예산을 투입한 그린 리모델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우리 건물 전체의 74%15년 이상된 노후 건물이다면서 기존 건물을 그린 리모델링해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로 개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린 리모델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그만큼 탄소배출권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들도 기존 건물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자원과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는 리모델링을 했는데 수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도심엔 콤팩트시티가, 신도시엔 자족적 기능이, 전원에는 타운하우스처럼 밀집한 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빨라지는 한반도 온난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동해 울릉도까지 아열대 기후 지역이 확장됐다.

동해 한가운데 북위 37.48도에 위치한 섬 울릉도.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온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 범위가 경북 울릉도 지역까지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남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아열대 기후 지역이 최근 동해안을 따라 빠르게 북상한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신()평년값(1991~202030년 평균) 자료를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로 확인됐다.

신평년값(1991~2020년 평균) 아열대 지역 분포. 강찬수 기자

 

10도 이상 8개월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

울릉도 해중전망대. 천부리 해안가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줄돔, 자리돔, 벵에돔 등이 몰려든다. 백종현 기자

 

기후학적으로 월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연간 8개월 이상 나타나면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하는데, 국내에서도 남해안 등지는 4~11월의 8개월 동안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어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아열대 지역 포함 여부는 4월보다는 11월 평균기온이 좌우한다.

 

울릉도의 경우 기존 평년값(1981~2010년 평균)으로는 11월 평균기온이 9.7도였는데, 이번 신평년값으로는 9.9도였다. 더욱이 최근 10년만 따지면 11월 평균기온이 10.0도를 기록했고, 최근 3(2018~2020)은 모두 10도를 웃돌았다.

 

이래저래 아열대 기후 조건에 들어가고 있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울릉도 식물을 조사해보면 동백나무나 굴거리나무, 털머위 같은 남방계 식물이 많이 관찰된다""울릉도 주변 바닷속에는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자라는 자리돔 같은 어종도 흔하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울릉도에서 관찰되는 동백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발견되는 굴거리나무. 현진오

울릉도에서 자라고 있는 털머위. 현진오

 

 

울릉도 인근 독도에는 기상청의 정식 기상 관측지점이 없으나, 주변 해양에서는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팀은 독도 삼형제굴 바위 근처에서 부채꼬리실고기 3마리를 발견했다. 일본·대만·인도네시아와 국내 제주도와 남해안 등 따뜻한 바다에서만 관찰되는 어종인데, 독도 해역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동해 독도 주변 해역에서도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어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독도 해역에서 지난해 처음 발견된 아열대성 희귀 어종인 '부채꼬리실고기'(원 안). 연합뉴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이 2019년 발행한 '수산분야 기후변화 평가 백서'에 따르면 동··남해 연근해 표층수 연평균 온도는 최근 51년간(1968~2018) 1.23도 상승했는데, 동해가 1.43도 상승해 가장 가팔랐다. 특히 울릉도·독도 주변 해역에서는 표층 수온이 1.6도 이상 올랐다.

 

포항~강릉 사이 동해안도 아열대 근접

강원 강릉시 강릉역 앞에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종려나무가 심겨 있다. 강릉시는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새로운 도심 경관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종려나무 46그루를 대형 화분에 심었다. 연합뉴스

 

울릉도와 위도가 비슷한 강원도 강릉 지역도 11월 평균기온이 9.5도로 아열대 기후에 근접했다. 강릉 지역은 최근 10년 동안 11월 평균 기온이 9.8도에 이르렀고, 지난 3년 연속으로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어섰다.

 

남해안 전남 해남·함평·강진·고흥과 경남 고성의 11월 평균기온이 9.3~9.8도인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기상청 재해기상연구부 김백조 목표관측연구팀장은 "동해안의 경우 백두대간이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풴 현상까지 발생해 서해안 쪽보다 기온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동해안을 따라 구로시오 난류가 흐르고, 거기서 불어오는 동풍 역시 동해안의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강릉보다 남쪽인 경북 포항의 경우 11월 평균기온이 10.6도로 확실한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된다. 강릉~포항 사이에 위치한 동해가 9.3, 삼척이 9.6, 울진 9.3, 영덕 9.2도 등으로 역시 아열대에 근접했다. 강릉보다 북쪽인 양양은 11월 평균기온이 8.9, 속초는 8.8도에 머물렀다.

 

서해안은 목포까지가 확실한 아열대

아열대 및 열대 과수를 연구하고 있는 전남도 농업기술원이 자체 개발한 키위. 연합뉴스[전남농기원 제공]

 

서해안에서는 목포와 압해도·흑산도 부근까지가 확실한 아열대 지역으로 분류됐다.

전북 고창은 북위 35.43도에 위치해 강릉보다는 남쪽이지만 11월 평균기온이 9.1도로 강릉보다 낮다. 서해안은 11월에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동해안보다는 기온이 낮은 탓이다.

 

서해안도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군산의 경우 기존 평년값으로는 11월 평균기온이 8.4도였는데, 신평년값으로는 8.7도로 0.3도 상승했다.

 

한편, 제주 서귀포는 3~11월까지 9개월 동안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었고, 12월도 월평균 기온이 9.4도를 유지해 연평균 기온이 16.9도나 됐다. 그밖에 제주지역과 거문도, 부산·김해 지역은 3월 월평균 기온도 10도에 육박했다.

 

대구와 광주광역시는 11월 평균기온이 각각 9.4도와 9.6도를 기록해 아열대 기후에 근접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에다 도시 열섬 현상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강원도 태백 등 백두대간 인접 지역과 백령도 지역은 5~106개월 동안에만 월평균 기온이 10도를 웃돌았다.

10년 동안 남한 평균기온 0.3도 상승

 

기상청은 신평년값을 적용한 결과, 남한 평균 기온이 이전 평년값(19812010년 평균)보다 0.3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추세라면 21세기 말까지는 평균기온이 3도 가까이 상승하고, 서울·인천·청주와 양양·속초까지 아열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발표한 'IPCC 6차 평가보고서(AR6) 1 실무그룹 보고서'에서 "2011~202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09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3~2012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0.78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략 8년 사이에 0.31도 상승한 셈이다.

10년 전 평년값을 바탕으로 아열대 지역 확대를 소개한 20121월 중앙일보 지면.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네덜란드 법원의 명령"'석유 공룡' 쉘은 파리기후협정 준수하라"

한국 정부와 기업의 석탄 퇴출 로드맵은?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초국적 석유 기업 '로열더치쉘'(이하 쉘)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45%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지구의 벗 네덜란드(Friends of the Earth Netherlands)'(이하 지구의 벗)17000명의 공동 원고와 6곳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2018년 쉘에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법정에 선 '기후 악당'

쉘은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 9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세계 2위 규모의 초국적 석유회사로, 이른바 '석유 공룡'이라고도 불린다. 1907년에 설립된 쉘은 영국-네덜란드 합작기업으로 본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석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불붙던 20세기 초반, 쉘은 유럽계 자본과 기술을 등에 업고 원유 채굴에서 정제, 유통을 아우르는 최초의 통합석유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쉘을 수식하는 화려한 이력은 쉘이 한 세기가 넘는 오랜 시간 동안 화석연료를 개발하며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후악당 기업임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환경 경영을 평가하는 영국 소재 비영리기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2017년 보고서(Carbon major report)를 발간해 쉘을 세계 10'기후 오염자(climate polluters)' 중 하나로 선정했다.

쉘 소송 승소를 이끈 '지구의 벗 네덜란드' 기후변화 활동가들. Marten van Dijl

 

지구의 벗은 해당 연구 결과를 근거로 쉘이 1854년에서 2010년 사이에 발생한 역사적 온실가스 배출에 약 2%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쉘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를 파괴한 것 외에도 나이지리아에서 원유 유출, 가스 폭발, 수질 오염, 지역주민 탄압 등의 문제에 연루되어 있고,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 수많은 소송에 휩싸여있다.

 

산업화 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내로 제한해 기후위기가 초래할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행동하고 있지만, 불과 25개의 화석연료 기업과 국영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막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화석연료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쉘은 파리협정 목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네덜란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2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얻기 위한 시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20184,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쉘에 사업 방침을 파리협정과 일치시키고, 석유와 가스에 투자를 축소하는 한편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할 것을 주요하게 요구하면서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집단 소송에 임할 것이라는 법적 서한을 전달했다. 같은 해 5, 쉘은 지구의 벗에 "귀 단체의 요구에 상세히 답할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대신 쉘은 자체적인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20194,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쉘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장을 전달했고, 202012월 헤이그에서 몇 차례 공청회를 가진 뒤 드디어 쉘을 법정에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20215, 헤이그 법원은 지구의 벗의 손을 들어 쉘에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소송

정부와 기업에 기후위기 책임을 묻는 기후소송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가 지난 2015년 네덜란드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강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201810월 네덜란드 헤이그 항소법원은 네덜란드 정부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해당 판결은 사법부가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쳤다.

 

지난 1월에는 역시나 네덜란드 헤이그 항소법원이 2008년 쉘을 상대로 처음 제기되었던 원유 유출 피해 소송에서 지구의 벗 네덜란드와 나이지리아 농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쉘 나이지리아는 특히 니제르 삼각주 지역 내 세 곳에서 원유 유출 오염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법원에 따르면 모 회사인 로열 더치 쉘도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위반했다. 나이지리아 원고 4명 중 3명과 동료 마을 주민은 그들의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며, 쉘은 나이지리아 파이프라인에 누출 감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법원이 네덜란드 초국적 기업에 대해 해외에서의 주의 의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석유기업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자행하며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되었다. 이는 이미 2018년 세계 5대 석유기업(BP, 쉐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로얄더치쉘)에 오랜 기간 화석연료를 판매하며 지구온난화를 발생시켰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뉴욕시가 이번에는 미국 내 거대 석유기업과 협회를 상대로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대상이 된 기업은 엑손모빌, , BP, 미국석유협회(API) 4곳이다.

 

법원 "쉘은 파리기후협정 준수하라"

이번 기후 소송은 정부에 감축 책임을 묻거나 기업에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기존 사례들과 달리 기업에 감축 책임을 물어 구체적으로 사업 방침 변경을 요구하는 첫 번째 소송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은 "쉘이 현재 배출 감축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회사 자체의 책임보다는 발전을 기반에 두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영 방침을 지적하며 2030년까지 2019년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할 것을 명령했다. 앞서 쉘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 2035년까지 45%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 순배출량 제로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법원의 명령은 이보다 더 강화된 감축 목표이다. 법원은 쉘이 최근에 내놓은 대책을 인정하면서도 장기목표에 대해 "구체성이 결여되고 구속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쉘이 석유 채굴 과정에서 직접 배출한 탄소는 물론 소비자들이 석유·가스 등을 사용하면서 배출한 탄소까지 감축할 의무가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책임을 인정하고 감축을 서두르도록 요구했다. 쉘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폴스(Donald Pols) 지구의 벗 네덜란드 국장은 "이번 판결은 우리의 지구,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기념비적인 승리이며, 모두를 위한 살기 좋은 미래를 향한 큰 도약"이라고 평가하며 "위험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쉘은 지금 당장 파괴적인 사업방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와 함께 이번 소송을 지원한 로저 콕스(Roger Cox)변호사는 "이것은 역사의 전환점이다. 이번 사건은 판사가 오염 책임이 있는 대기업에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하라고 명령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이번 판결은 다른 대형 오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헤이그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법원 앞에 전시된 초국적 석유 기업 쉔에게 탄소 배출 감축을 요구하며 공동 소송에 참여한 원고와 시민단체 사진. Bart Hoogveld&Milieudefensie

 

지원 끊기는 화석연료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압박이 비단 일부 국가 사법부의 판결에 국한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착각이다. 지난 521일 주요 7개국(G7) 장관들은 석탄발전을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석탄에 대한 국제 투자 중단과 신규 석탄 발전 수출에 대한 모든 정부 지원을 올해 안에 중단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 기후특별대사인 존 케리는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석탄만이 아니다.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케리 기후특사는 이미 지난 3월 세계 최대 에너지 포럼인 세라위크(CERAWeek)에 연사로 출연,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를 주요 사업 분야로 고집하고 있는 미국의 대형 석유 기업들을 향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분야를 재편해야 한다고 한차례 강조한 바 있다. 케리 특사는 "대형 석유 기업들은 더 이상 석유·천연가스 회사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까지 총괄할 수 있는) 에너지 기업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석유·천연가스 사업을 고집하고 있는) 미 대형 석유 기업들은 이번 전투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며, 좌초 중인 산업 분야에 대한 자산들만 떠안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617일에는 미국 메인(Maine)주에서 공공펀드에 석유석탄천연가스 및 관련 상품 투자 철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주정부 재무부와 170억 달러를 운용하는 메인주 공무원연금펀드는 2026년까지 화석연료 관련 투자 자산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결정하는 공공 펀드가 늘고 있다. 뉴욕주 일반 공무원 퇴직펀드는 2025년까지 석유·가스 기업 투자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운 대학과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기부금 펀드도 화석연료 관련 기업 투자 자산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안일한 한국 정부와 기업

한국에서는 아직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에 대한 소송이 진행된 경우는 없다. 한국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2019년 기준 포스코가 1위다. 2~6위는 석탄화력발전 등을 가동 중인 발전사들로 한국 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 발전이다. 한국 정부는 석탄 퇴출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국내외 석탄 투자의 회수에 관한 전략도 부재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돈줄이 끊기는 것을 넘어 경영 방침까지 법적으로 변경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는데,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안일해 보인다. 작년에 제출했어야 할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을 아직까지 발표하지 못함은 물론, 2050년 탄소 중립을 하겠다며 대규모 벌목 계획을 수립하고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온갖 기술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가져온 것과 같은 한심함 말이다. 쉘은 감축 책임을 지게 된 첫 번째 기업이지만, 결코 마지막 기업은 아닐 것이다.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함께 사는 길]

 

전남 갯벌 정원 만든다 "세계유산 효과 극대화

유네스코 등재 면적 90%가 전남에

2026년까지 3천억 들여 관광자원화

통합관리센터 설립 미래가치 높여

국비 지원·기재부 예타 대상사업 요청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신안 지도선도갯벌. 신안군 제공

 

전남도가 신안을 비롯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자 '갯벌 통합관리센터''갯벌습지정원'을 추진하는 등 후속조치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등재된 한국 갯벌 가운데 90% 가량이 신안, 보성·순천지역에 자리잡으면서 전남이 대한민국 생태계 보고이자 생물 다양성 보전서식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제44차 세계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갯벌은 1293.46규모로 신안 1100.86, 보성·순천 59.85, 충남 서천 68.09, 전북 고창 64.66, 4곳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신안이 전체 85.1%를 차지하는데다 보성·순천까지 포함하면 전남 갯벌이 전체 89.7%90%에 육박한다.

신안 암태도 갯벌. 신안군 제공

 

전남도는 갯벌의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즉각적인 후속조치에 나섰다. '갯벌 세계유산 통합관리센터' 설립과 '다도해 갯벌습지정원' 조성으로 갯벌의 보존부터 이용까지 전남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명품 생태힐링공간이자 국가 관광의 거점으로 만든다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했다.

 

'갯벌 통합관리센터'의 경우 총 사업비 450억원(국비 70%, 지방비 30%)를 들여 내년부터 2025년까지 건립을 추진한다. 통합관리센터를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으로 관리, 갯벌의 생태자원을 잘 보전해 미래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전남도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안 가란도 일몰 모습. 문화재청 제공

 

특히 전남 갯벌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관리 중인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시·교육, 국제교류·홍보 프로그램 구축, 갯벌 생태관광지 조성 등을 통해 세계유산 현장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적극 알린다는 전략이다.

 

순천시와 신안군이 각각 '갯벌 통합관리센터'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남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만큼 등재지역에 통합관리센터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내년 통합관리센터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비 14억원을 국비 지원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남도는 '다도해 갯벌습지정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갯벌정원은 해양습지의 생태환경을 복원·관리하고 지역의 역사·문화, 관광 자원 등을 활용한 해양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전남도와 해당 지자체가 내년부터 2026년까지 갯벌 생태연구원 건립, 염생습지대(칠면초, 잘피) 조성 등의 사업으로 진행한다. 사업비는 3천억원(국비 70%, 지방비 30%)이 소요될 전망이다.

 

갯벌정원이 조성되면 천혜의 생태자원을 이용해 탄소흡수원(갯벌·바다숲)을 확대하고 친환경 소재(패각 등)를 활용한 자연해안선 복원을 통해 침식 방지와 생물서식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갯벌정원은 신안에 조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광주전남연구원에 의뢰해 '해양습지(갯벌)정원' 기본구상 연구를 지난해 진행한데 이어 갯벌습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용역을 올 6월부터 내년 5월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 갯벌정원이 2022년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사업으로 선정되도록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로 전남이 대한민국 생태 수도로 자리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갯벌의 생태·자원을 잘 보존해 미래가치를 높이겠다. 갯벌을 비롯한 해양관광 자원을 하나로 묶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고,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유산에 등재된 보성·순천갯벌은 금강에서 시작한 갯벌 퇴적물의 여행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장소로, 넓게 발달한 염습지와 뛰어난 염생식물 군락지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취약종인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로, 노랑부리저어새 등 25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20여종의 조류가 생존하며 생물학적 가치가 큰 갯벌로 평가되고 있다.

 

신안갯벌은 전체 유산구역의 85%로 가장 넓은 면적(1100.86)이다. 이곳은 섬과 섬들 사이를 지나는 크고 작은 조수로, 섬을 둘러싸고 갯벌이 발달되고 있으며 최대 40m 깊이의 펄갯벌로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90여종 54천개체 물새들이 방문한 곳이다.

류성훈기자 rsh@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