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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8.2~8.6 ‘대실망’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by 이성근 2021. 8. 3.

독버섯’, 알고보니 암세포 억제물질 덩어리···폐암·유방암 세포 등 억제

나무심기로만 탄소중립 하려면 인도 5배 면적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드디어 성장이 멈췄다, 우리 춤을 추자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 어디 갔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 왜 안 하나

기후·환경·노동단체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실망

첫선 보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더 강력한 계획과 의지 담아야

통일 후 30, ‘기후위기로 뭉친 독일 녹색당

경쟁의 수단 말고, 지구를 위한 교육이 필요할 때

악어도 뱀도 속수무책이렇게 큰 괴물 두꺼비본 적 있나요

 

독버섯’, 알고보니 암세포 억제물질 덩어리···폐암·유방암 세포 등 억제

폐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이 발견된 뱁껍질광대버섯’. 이 버섯은 독버섯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채취해 섭취하면 절대 안 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독버섯에서 사람의 암세포를 억제하는 물질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독버섯은 강한 독성 탓에 사람이 먹으면 자칫 죽거나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지만, 최근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이 연이어 발견됨에 따라 관련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성균관대 약학대학 김기현 교수와 공동연구해 위장관 중독을 일으키는 독버섯인 뱀껍질광대버섯에서 폐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유용물질을 새로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뱀껍질광대버섯에서 모두 6가지 천연물질을 분리했다. 이 물질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실시한 결과, 두 가지 물질이 폐암세포의 생장을 감소시키는 효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들 물질은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과정에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세포 단계까지 이뤄졌지만 향후 인체 안전성 검증, 동물 실험 및 임상 시험 등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쳐 질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천연물 전문 국제학술지인 <네츄럴 프로덕트 리서치(Natural Product Research)> 35권에 게재됐다.

 

앞서 산림과학원이 2019~2020년 실시한 연구에서는 맹독성 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에서 강력한 유방암 관련 항암물질인 로리딘 E가 발견된 바 있다. 2020년 실시한 연구에서는 독버섯인 갈황색미치광이버섯에서 폐암세포와 전립선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세스퀴테르펜류가 발견됐다. 한심희 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연구과장은 그동안 용도가 없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던 산림생명자원인 독버섯에서 유용물질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산림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버섯자원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버섯에 암세포를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해 섭취하는 행위는 절대로 안 된다. 이번에 발견된 암세포 물질은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전문기기 등을 이용해 추출한 것이고, 아직은 연구단계에 있는 된 것이다.

 

산림과학원은 뱀껍질광대버섯의 경우 위장관 자극 중독사고를 발생시키는 독버섯이기 때문에 식용은 위험하다면서 일부 독버섯에서 암세포 억제물질이 발견됐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독버섯을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나무심기로만 탄소중립 하려면 인도 5배 면적 필요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넷제로 강화보고서]

토지에만 의존한 탄소중립에 16산림 필요

식량가격 상승 부추겨 205080% 오를 수도

에티오피아의 한 농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한 벼 농사를 짓고 있다. 옥스팜 제공

 

나무심기에만 의존한 탄소중립 정책은 농경지에 영향을 끼쳐 식량가격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3일 발표한 넷제로(탄소중립) 강화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토지에만 의존해 나무를 심으려면 인도 면적의 5배에 이르는 16(1600)의 산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프코테 다비 옥스팜 인터내셔널 기후변화 책임자는 이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출범해 인도주의 구호 및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로, 87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여성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2010년 수준의 45%까지 줄여야 하는데 대다수 국가들의 현재 계획으로는 약 1%를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많은 정부와 기업이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입증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탄소 제거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급작스러운 탄소중립 약속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조림사업에만 치중해 방대한 규모의 토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비는 탄소중립 계획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 청정 에너지 및 공급망에 대한 투자 등을 기반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연과 토지 기반 계획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땅이 충분하지 않으며 지나친 토지 의존은 오히려 더 많은 굶주림과 토지 약탈, 인권 유린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5월 세계 식량가격이 1년 전보다 40% 상승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2천만명 이상이 굶주림에 내몰렸고 기근과 유사한 상황도 6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옥스팜은 현재 대규모 조림사업처럼 탄소 제거를 위해 지나치게 토지에 의존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도입할 경우 2050년까지 세계 식량가격이 2019년 대비 80%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면적인 413인 스위스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나무를 심으려면 전 국토의 3분의 1 크기인 푸에르토리코섬(138)만한 땅이 필요할 것이라고 옥스팜은 분석했다.

 

옥스팜은 또 세계 2000대 상장기업의 3분의 1이 토지 기반의 탄소제거 활동에 의존한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피(BP), 에니(Eni), (Shell), 토탈에너지 등 세계 최대 석유·가스기업 4곳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영국 면적(2436)2배가 넘는 산림을 조성해야 한다.

 

다비는 과도하게 토지에 의존한 탄소중립 계획은 저소득 국가의 방대한 토지를 사용하고 기근과 토지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토지는 유한하고 귀중한 자원으로 세계가 숲을 잘 관리하고 농부와 원주민의 토지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지난달 30일 대전 월평공원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왕은점표범나비.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백신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며 다시 감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번 유행의 피해는 백신 접종률에 따라 사뭇 다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유행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와 사망자가 적게 나오는 반면, 접종률이 낮은 나라는 보건과 경제 상의 지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백신 보급 불균형은 새로운 변이 출현을 용이하게 하여 팬데믹 통제를 지연시킨다. 상품, 서비스, 노동의 이동을 막아 세계경제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 백신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코백스 퍼실리티가 본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한국의 역할 역시 작지 않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기술력을 통해 백신 위탁생산에 기여하며 다자기구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백신 도입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백신 불균형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백신 균형 보급이 팬데믹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국내 백신 접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끊임없이 촉구할 필요가 있다. (필자)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대치상황이 지속된다. 빠른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하며 전 세계 곳곳에 다시 침투하고 있다. 델타, 람다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 규모가 커지고 있다(그림 1 참고). 영국,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 스페인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거나 국경을 열면 어김없이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단위: , 최근 7일 평균). 실제 감염 규모는 확진자 숫자보다 더 크며, 둘 사이의 차이는 국가별 검진 범위 및 역량에 따라 달라짐. Our World in Data (2021.7.30.)

다만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감염 규모 증가로 인한 부담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군 대부분이 접종을 마친 이스라엘,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확진자 수에 비해 중증환자 수나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접종을 마친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에선 같은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도 유행을 통제하기 더 수월해진다. 변이의 출현은 새로운 위협이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으로도 중증 및 사망을 막는 효과는 유지된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선 소위 출구전략이 논의가 되고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시대로의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접종률이 낮은 나라에게 공존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등 아직 접종률이 낮은 상태에서 유행을 맞은 국가들은 중환자 급증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고 사망자도 속출한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는 수밖에 없다. 이미 장기화된 팬데믹 상황 하 봉쇄를 통한 유행 통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이 나라들이 받을 보건과 경제 측면의 피해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 보급 불균형 때문이다. IMF의 추산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상당수 국가는 올해 말이 되어도 인구의 20%만 접종하는 데 그친다(그림 2, 3 참고). 일부 국가는 2022년 말이 되어도 인구의 60%가 백신을 접종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2021년 말 예상 백신 접종완료 비율(단위: 인구대비 %). 그림은 2021년 말까지 예상되는 2회 접종 완료 인구 비중을 표시하였으며, 현재 접종률, 접종속도, 확보 물량 등을 토대로 추산함. IMF(2021. 5. 19)

현재 백신 접종 현황(단위: 인구 대비 %, 729일 기준) Our World in Data

백신 보급 불균형은 단지 저소득국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세계 곳곳이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의 촘촘한 가치사슬로 연결된 지금, 한 지역의 감염병 유행은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WHO가 우려변이(Variant of Concern)로 이름붙인 네가지 변이는 모두 특정 국가의 극심한 유행 상황 가운데 진화한 후 이웃 국가로 퍼졌다. 지난해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는 유럽의 유행을 주도했고, 각각 남아공과 브라질에서 발견된 베타 변이, 감마 변이는 아프리카 남부와 중남미 지역을 휩쓸었다. 올 상반기 극심한 유행을 경험했던 인구 대국 인도에선 델타 변이가 발생해 주변국으로 퍼져나갔다. 델타 변이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 상당수 나라에서 우세종이 되어가고 있다. 유행의 통제가 지연되면 거듭된 변이가 현재 백신 접종으로 현성된 면역을 회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백신 불균형은 또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곳의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것처럼, 중저소득국가에서의 경제 회복 지연은 고소득국가에도 손실을 가져온다. 봉쇄조치로 인해 생산기지에서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여행 제한으로 인해 무역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외국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선진국 노동시장에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백신 보급의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백신 접종을 마친 고소득 국가에도 최대 26,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농업 분야와 제조업 분야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력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이유로 백신 불균형 해소는 당면한 최대 현안이다.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피할 수 없으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은 초국가적 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고소득국에서는 접종 주저 현상으로 남는 백신이 폐기될 상황인데 저소득국가에선 그 백신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전염병유행대비혁신연합(CEPI)과 함께 코백스 퍼실리티를 설립하였다. 참여국 중 지불능력이 있는 국가에서 백신 구매 비용을 선입금하여 백신을 확보하는 동시에 백신 개발을 지원하며, 따로 기금을 조성하여 저소득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기구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90여 개 국가가 선입금으로 참여하였고 다른 90여 개 국가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 올라있다.

 

안타깝게도 실제 집행은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 2021년 상반기 목표는 전세계 인구 3%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었으나 7월 말까지 약 15,360만 도스(세계 인구의 1.9%)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공급 초기 백신 생산 차질과 자금 부족, 생산국에서의 수출 제한 등이 주요 장애물이었다. 코백스에 지원을 약속했던 고소득국가들은 자국의 수요를 먼저 충당하기 위해 인구수의 배가 넘는 물량을 입도선매했고 자연히 코백스로 들어가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주요 생산기지인 인도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출제한이 걸려 코백스에 계획대로 물량이 공급되지 못한 이유도 컸다.

 

여전히 백신 불균형 공급 해소를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과 유럽이 백신 접종을 어느 정도 완료하면서 중저소득국가에 돌릴 물량이 생기고 있다. 지난 6G7 회의에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약 10억 도스의 백신을 코백스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은 코백스에 기부금을 확대하였다. 몇몇 국가에서는 주변국에 남는 백신을 직접 나누기도 한다. 내년도 상반기까지 전 세계 인구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생산될 예정인데, 그때까지 백신이 고르게 배분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저소득국가의 인프라를 고려하면 백신의 규제, 심사, 운송, 보관, 접종 설비 지원, 접종 인력 교육 훈련, 보건당국의 소통, 이상반응 심사 및 보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지원이 백신 공급에 동반되어야 함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할 역시 작지 않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력을 통한 백신 위탁생산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백신 보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스푸트니크V, 노바백스 백신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더나 백신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국내외 백신 공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글로벌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 기술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체제 안에서 기여도 요구된다. G7(한국 초청), G20, WHO, 국제팬데믹조약 등의 보건협력 논의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경제력과 기술력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지난해 팬데믹 대응 성공의 경험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바로 국내 여론의 지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성적표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좋지 않았다. 730일 현재 1차 이상 접종 비율이 36% 정도로 이미 60~70% 이상 접종을 마친 영국, 이스라엘, 캐나다, 미국에 비해 뒤쳐졌다. 물론 백신 계약이 진행 중일 때 국내 감염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확실한 백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여건은 아니었다. 고소득국가임에도 접종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호주, 뉴질랜드, 대만, 일본 등도 비슷하게 유행을 통제하며 접종이 늦춰진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의 유익을 미리 간파하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다.

 

물론 공급의 시기가 조금 늦었을 뿐,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 현황은 전 세계에서 수위권이다. 개별 계약과 코백스 선입금을 통해 인구 두배수에 가까운 백신을 확보하였다. 현재 계약대로 물량이 도입되고 있어 올해 11월까지 인구 70%2차 접종을 완료하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을 위한 인프라와 인력을 갖췄고 시민들의 백신 수용성도 높은 편이어서 일단 도입만 되면 빠르게 접종률이 올라갈 것이다. [그림 2]에서도 보이듯 한국의 올해 말 예상 접종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도입 지연에 지나치게 여론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작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주목을 덜 받았다. 우리나라는 인구 수 이상의 백신을 확보했기 때문에, 남는 백신 활용 방안을 미리부터 준비했어야 한다. 꼭 백신 자체를 지원하지 않아도 코백스에 기여금을 늘리거나 중저소득 국가의 접종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수도 있었다. 국내 생산 분을 통해 백신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보는 방법도 있었다. 여러 통로를 통해 우리 경제력에 걸맞는 기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국내에서 쓸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 글로벌 백신 불균형 논의는 외면받았다.

 

앞서 말했듯, 백신 불균형 해소는 곧 우리를 위한 길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행 통제가 지연된 곳에서 발생한 새로운 변이가 유입되면 다시 거리두기의 강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전 세계적인 유행이 통제되지 않으면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물가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국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만큼 전 세계적 유행의 동시 통제가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급하면 그에 대한 지원도 더 활발해진다. 경제적으로도 이익이지만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IMF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70%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게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00억 달러이다. 이는 G7 GDP0.13%에 불과하다. 이에 따르는 경제적 이익은 향후 4년 간 약 9조 달러에 이른다. 백신 균형 보급은 팬데믹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국내 백신 접종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끊임없이 촉구할 필요가 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부연구위원 프레시안

 

"드디어 성장이 멈췄다, 우리 춤을 추자"

[녹색평론 김종철 약전] 성장시대의 종언과 기본소득

2008년 가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강타했을 때, 김종철은 "드디어 성장이 멈췄다, 우리 춤을 추자"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성장의 종언을 축하하자는 그의 이 발언은 우리 시대의 기본적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제성장이 중산층을 만들어내고, 중산층의 확대가 민주주의를 촉진한다'는 서구 사회과학의 오랜 상식, 즉 경제성장이 물질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의 열쇠라는 서구 근대문명의 핵심 전제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김종철은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나아가 근대 산업문명이 추구하는 "경제발전이나 성장의 논리는 생태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정말 필요한 것은, (중략) 성장 논리와는 무관한 질적으로 전혀 다른 삶, '비근대적' 방식'으로 방향전환하려는 급진적 노력"이라고 강조한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5, 24, 27)

 

그는 "그간의 근대문명이라는 것은 장구한 인간 역사의 맥락에서 볼 때 매우 비정상적인 시기"이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고 자기파멸적인 시간"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지난 2~3세기 동안 이른바 문명세계가 산업문명을 통해서 이룩했다고 하는 높은 생활 수준은 실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06, 7)

 

경제성장이 물질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진다는 '근대의 상식'을 김종철이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그의 지구적 관점과 민중적 입장에 따른 것이다. 즉 서구 산업문명은 소수의 번영과 자유를 위해 다수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희생시켜 왔고, 나아가 이제는 지구 생태계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서구의 풍요와 번영은 기본적으로 비서구 세계에 대한 지배와 정복, 억압과 착취에 의한 것이며 따라서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등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약탈적으로 낭비함으로써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소수(과거와 현재의 서구세계)의 번영과 자유를 위해 전체(비서구세계와 모든 미래 세대, 지구상 모든 생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서구 자본주의 문명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체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등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근대문명이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타자-동시대의 사회적 약자와 자연 그리고 미래세대-에 대한 무관심 혹은 무책임한 태도를 기초로 해서 전개돼온 극히 비윤리적인 시스템"인 것이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02)

 

김종철은 "근대 자본주의가 출현한 이후 (중략) 경제발전이란 것이 과연 세계의 풀뿌리 민중의 삶의 실질적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00년 동안 자본주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물질적 혜택을 실제로 누렸던 사람의 수효는 지구 전체 인구 가운데 15퍼센트를 넘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4, 203)

 

나아가 그는 "지금 세계의 앞날을 위태롭게 하는 근본문제는 후진국의 빈곤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번영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선진국의 번영이라는 게 몇백 년에 걸친 약탈의 산물이라는 것을 똑똑히 인식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94)

 

서구의 번영이 비서구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는 김종철의 역사 인식은 결코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 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역사학자 월터 프레스콧 웨브(1888~1963)1951년 저서 <거대한 변경>에서 "지난 수백 년간 세계의 주인 노릇을 해온 서구문명은 비서구세계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지배와 정복을 통해서만 번영을 누리고 확장되어 올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발언1> 253)

 

웨브에 따르면 지난 450년 동안 유럽인 주도의 근대 자본주의 문명이 승승장구해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1492년 아메리카 발견 이후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등 서구인이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었던 '거대한 변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변경에 대한 거침없는 약탈에 의해서 자본주의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고, 성장하고 팽창하는 경제를 근본 토대로 해서 의회제 정당정치 시스템을 비롯한 온갖 사회문화적 시스템, 즉 서구문명의 상부 구조가 존립했다, 요컨대 서구 근대문명의 번영은 거대한 변경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성립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그 번영의 시기는 이제 끝났다. 1950년의 시점에서 (식민시대의 종식으로 서구의 번영을 가능케 한) 거대한 변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90~193)

 

물론 이후에도 서구세계의 번영은 최근까지 수십 년 동안 계속됐다. 그것은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이 개발과 성장의 이데올로기를 성공적으로 유포한 때문이다. 19491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해리 트루먼이 세계 전역의 경제성장과 번영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계는 경제성장이라는 경주에 뛰어들었다.

 

트루먼은 "보다 많은 생산이 번영과 평화의 열쇠"라면서 "미국의 과학적 진보와 산업적 선진성이 저개발지역의 개선과 성장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에 대담하게 착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구 산업문명을 따라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서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1970년대 초까지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른바 '영광의 30'을 경험했고, 1960년대부터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을 시작으로 동남아와 중국 등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저개발 상태에 머물렀다. 오히려 이 지역들은 서방세계의 경제발전을 위해 석유 등 자연자원을 착취당하면서 굶주림과 비참함이 증가하고, 자주적인 발전이 저지당하며, 부패한 정권들이 유지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특히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를 통해 화석연료 등 자원의 부족으로 더 이상의 지속적 경제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20123월 미국 스미소니언협회 주최로 열린 <성장의 한계> 40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예측이 정확했음이 드러났다.

 

호주의 물리학자 그레이엄 터너가 200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70~200030년간 <성장의 한계>가 예측한 다섯 가지 항목(세계 인구, 재생불가능 가용자원, 1인당 산업생산물, 1인당 서비스, 환경오염)과 실제 추이를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예측치와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재생불가능 가용자원은 이미 1950년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나머지 네 항목은 대략 2030년경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는 것이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83쪽 도표 참조)

 

즉 지금처럼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기에 의존하는 성장을 계속해서 추구한다면 지구생태계는 파탄에 직면할 것이란 얘기다. 스미소니언 심포지엄에는 <성장의 한계> 저자 중 생존해 있는 두 명의 학자가 참여했는데, 그중 한 명인 데니스 메도스 전 MIT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우리가 책을 썼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정치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면 방향전환은 가능했다. 그래서 그걸 돕기 위해 책을 썼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지금은 인류의 산업 생산과 소비 규모가 지구가 용납할 수 있는 수용능력의 150퍼센트 이상이나 초과해 버렸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01)

 

김종철에 따르면 근대 산업문명의 핵심자원은 석유다. 그런데 1860년 미국에서 석유가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한 이후 1990년까지 1조 배럴을 사용했고, 이후 2010년까지 1조 배럴을 사용했다. 1조 배럴을 쓰는 데 130년이 걸린 반면 그다음은 고작 20년이 걸린 것이다. 현재 약 1조 배럴이 남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석유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의 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PA)2009년 보고서에서 석유정점(peak oil)2006년에 이미 지나갔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석유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도 불가능하다.

 

김종철은 "자본주의가 인간 자신의 능동적인 각성과 단결에 의해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외적 한계에 봉착하여 무너질 전망이 더 큰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인류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방향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완전히 달라진다!" "앞으로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새로운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180, 185)

 

, 이제 더 이상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인류와 뭇 생명과 지구생태계가 공생공락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성장시대의 종언'이라는 김종철의 현실 인식은 아마도 대다수 한국인들에게는 대단히 낯선 주장으로 들리지 않을까 싶다. 지난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경험이 경제성장을 지고지선의 가치로 떠받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서유럽이 자유와 번영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이래 서구 자본주의 근대문명은 세계가 본받고 따라야 할 모범이었다. 특히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즉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아마도 일본을 제외하고 비서구 국가로는 가장 먼저 달성했다.

 

게다가 2016년 가을 이후 촛불시위에 의한 두 번째 민주혁명, '기생충' '미나리' '방탄소년단'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붐, 그리고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K-방역 등으로 한국은 이제 서유럽, 미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국인들도 이러한 스스로의 성취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한국은 서구 따라잡기의 모범생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우리가 경제성장을 통해 물질적 번영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했으며 앞으로도 경제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모든 대선 후보들이 기후재앙 등 지구적 위기에 대한 대응은 외면한 채, 성장과 번영만을 약속한 데에서도 이러한 의식구조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결코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경제활동으로 지구생태계 자체가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면 선진국, 후진국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특히 지금까지 근대 산업문명을 주도해온 유럽 등이 왜 그린뉴딜 등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는지, 위기에 직면한 지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연 지금 우리의 삶은 행복한가? 코로나19의 창궐과 10년 앞으로 다가온 기후 대재앙이라는 지구생태계의 위기, '헬조선'으로 요약되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나아가 미국에서는 트럼프라는 정치적 괴물을 탄생시켰고, 유럽에서는 극우 정치세력과 인종주의를 번성케 했으며, 중남미와 중동과 아프리카 등의 혼란과 비참을 가중시키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는 결국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근대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경제성장'2차 대전 후 미국에 의해 제시된 개념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19491월 소련과의 체제 대결에서 보다 많은 국가들을 자본주의 진영에 끌어들이기 위한 책략으로서 미국 주도에 의한 세계의 개발과 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극심한 불평등, 이에 대한 기층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던 서구 국가들은 19세기 후반 이후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즉 대외 정복으로 국내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팽창은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불러와 자본주의 체제는 존망의 위기에 처했었다. 결국 2차 대전 이후 패권국가 미국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복원을 위해 세계에 대해 '더 많은 생산을 통한 번영과 평화'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서유럽과 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은 일정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나 여타 지역은 저개발을 벗어날 수 없었고, 이제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으로 대표되는 지구적 차원의 생태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사실 김종철은 이미 1980년대부터 반()경제성장, ()자본주의, ()근대문명이라는 래디칼한 사상을 갖고 있었다. 예컨대 1983년 미국에서 유럽의 생태사상을 접하고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대로 가면 조만간 멸망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전율을 금치 못했다."(<대지의 상상력> 책머리에)

 

1993년에는 "지금까지 경제학을 지배해온 성장경제 논리가 순환경제의 논리로 전환할 수 있어야만 우리가 생태적,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이른바 지속가능한 사회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순환경제를 받아들이자면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 지구상에서 혼자만이 아니라 여럿이서,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동체적 연대를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녹색평론선집 1>, 책머리에 7)

 

따라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그가 20~30년 전부터 예견했던 자본주의적 무한 성장의 불가능함을 드러내는 징표였고, 성장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성장이 멈췄다, 춤을 추자"고 한 이유다.

 

그동안 성장은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모순, 계층 간 갈등과 대립 등을 완화해 주는 완충제 역할을 해왔다. 경제적 파이를 키움으로써 하층민의 불만을 달래온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멈춘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김종철은 "'성장시대의 종언'이라는 것은 이제 비로소 인류사회가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길로 들어서게 됐음을 알려주는 희망의 신호"이며 "이 희망의 신호를 어떻게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 어디 갔나

빨라지는 기후위기의 시계와 대선 후보 경선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들은 종래의 재난 대응책이 더는 작동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극 기온 상승으로 발생한 열돔 현상은 캐나다와 미국에 살인적인 폭염을 가져오며 800여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번의 온도 상승은 기존 기상청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전 여름 기후에 적응해 있던 캐나다 도시의 인프라는 이상 기후에 사람들을 보호해줄 수가 없었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가 몰고 온 기후변화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음은 독일 서남부 지역을 강타한 1천년만의 대홍수가 잘 보여준다. 독일 기상청에서 저기압 정체로 이들 지역에 폭우 예고를 하기는 하였지만, 과거 홍수 정도로 생각한 지자체들은 적시에 대피 경보를 보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하천 범람 수위가 지난 시기의 두 배를 넘어섰고 중세에도 홍수 피해가 거의 없던 지역까지 침수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홍수가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기후위기 대응 체제를 잘 갖추어왔던 독일도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번 홍수는 독일 총선의 핵심 이슈마저 바꾸어놓고 있다. 침수 지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우리의 행동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공언한 이후 그동안 기후보호정책에 적극적이지 않던 기민당 총리 후보도 입장을 바꾸었다. 탈석탄 정책, 내연 기관 자동차 폐지 등에 미온적이던 기민당에서 2038년 탈석탄 시기를 203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독일 연방환경부는 전국토를 대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대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마련하는 등 기후위기 피해 규모와 비용을 구체적으로 추산해보기로 했다. 유사한 정책 이슈들이 총선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181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기후 재난 홍수였기에 독일 총선에서 기후 위기가 핵심 쟁점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이 맞이한 이번 재난은 우리로서도 간과할 수가 없는 사안이다. 폭우, 폭염으로 인한 피해의 강도나 횟수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독일과 비교하여 우리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어, 극단적인 기후 변동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마주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한 국가의 안보 위기만큼이나 중요한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후보들 간에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둘러싼 논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저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기저를 흔들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언급하는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아주 짤막한 영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기후와 에너지정책에 대한 공약을 발표하기는 하였다. 기후에너지부의 신설, 재생에너지 확충의 필요성, 그린뉴딜 산업 확산, 공정한 전환 등을 언급하기는 하였지만. 발표된 정책들에서 위기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점점 빨라지고 있는 기후 위기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후보라면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과감하게 더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IPCC 1.5도 보고서가 주장하듯이 2010년 대비 45%에 가깝게 목표량을 상향 조정하자는 식의 주장을 해야 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산업 부문 전반의 전환 계획을 다음 정부가 수립하고 현재의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 역시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맞추어 획기적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공약으로 발표해야 했다.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관련 세제 개편, 중소기업 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관한 내용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 중단,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실업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재정 마련, 관련 당사자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전환 대책 마련 방안 등의 구상도 나와야 했다. 그러나 현재 각 후보의 공약 대부분이 현 정부 정책과 대동소이하고 경제 산업 정책에 연계되어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기후위기에는 전 사회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대응할 수밖에 없다.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겠다는 경선 후보들은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미래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 마련을 놓고 정책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 국가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재보다 상향 조정해야 함을 지적해야 한다.

 

한편,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에 비용을 부담시킨다. 노동자들은 실업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계통 확충 비용 증가 등으로 전기 요금의 상승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물질과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비닐 포장 금지, 수선 장려 등으로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대형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탄소 중립 사회로의 이행은 한편으로 그린산업의 성장 등 새로운 경제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 갈등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경선 후보들은 이러한 사회 갈등 요인들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정책 논쟁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미래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의 시간이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pressian.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논의, 왜 안 하나

정부부처에서 감축안 제출 안한 탓

탄소중립위원 현재 논의 거의 없다

민간위원 비상근정보접근 등 한계

“2030년 목표 선행돼야 2050년 의미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423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해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50 탄소중립위원회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지만, 중간 단계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위는 이달 안으로 감축 목표 상향 논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정부부처 중심으로 논의가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소중립위는 이날 지난해 수립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기 위한 초안 마련 중에 있다. 10월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기후정상회의(4), 서울녹색미래정상회의(5) 자리에서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 한국 정부의 상향된 감축 목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 스페인, 미국, 일본 등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한 상태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논의는 탄소중립위 논의 테이블에서 뒤로 밀린 상태다. 한 탄소중립위원은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탄소중립위 사무국 관계자도 엔디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조천호 경희대 교수는 “2030년 감축 목표가 정해져야 실질적으로 현 세대가 기후위기 문제에 책임을 진다. 2050년 목표는 어차피 다음 세대 몫이라 지금 논의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조 교수는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1~3안 모두 재생에너지 비율이 56~78%로 높지만, 2030년 목표 설정이 선행되어야 2050년 목표도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가 엔디시 논의를 하지 못하는 표면적 이유는 환경부 등 정부부처가 감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순진 탄소중립위 민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논의하는 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 관계부처가 엔디시 초안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는 2050년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문화하는 탄소중립기본법안 논의를 반년 넘게 끌고 있다.

 

탄소중립위 구성 문제점도 거론된다. 한 탄소중립위원은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처럼 민간위원들이 상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부처보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논의를 주도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또다른 위원은 부처 비협조로 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회 협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식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자신감있게 설정해나갈 것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만일 탄소중립위가 2050년 탄소중립이 매우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차라리 시민들이 현실로 닥친 에너지 전환 문제 등을 고민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한 탄소중립위원은 첫 단추를 잘못 꿴 느낌이다. 그래도 이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관은 탄소중립위원회뿐이다. 대안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기후·환경·노동단체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실망

3개 안 중 탄소중립안은 하나뿐

불확실한 기술개발 의존 심각

시나리오 논의 중단·폐기요청도

기후위기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0199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정부가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 수립 및 기후 위기 대응 범국가 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5일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초안이 공개되자 환경·기후·노동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공개한 초안 3개 중 2개 안이 넷제로를 목표로 하지 않은 안이라는 데 실망이 컸다.

 

에너지정의행동 탄소중립안은 초안 3개 중 하나에 불과황당

에너지정의행동은 시나리오에 탄소중립안은 3개 중 하나에 불과해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안을 보면) 발전 부문에서 핵 발전 비중이 6~7% 남는다. 분산적인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핵발전(의 공존)은 전력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며 탄중위가 제안한 에너지 전환 세부 내용을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 시나리오 논의 중단하라산업계 전망 그대로 수용

 

환경운동연합은 5불충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의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 단체는 탄소중립 달성에 실패하고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하는 전망인 1, 2안에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는 이름을 붙여 발표한 것 자체가 탄중위의 빈약한 실력을 증명한다전력부문에서 탈석탄·탈화석연료를 달성하지 못하고 수송 부문의 친환경차 전환율이 낮은 것도 탄소중립 시나리오라 부르고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수치상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3안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 “(초안은) 구체적으로 50년 이전 어느 시점에 언제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소나 수송 수단이 퇴출되는지 불분명하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70.8%인데 상용화되지 않은 무탄소 신전원비중이 21.4%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순진 위원장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3개 초안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각각 2540만톤(1), 1870만톤(2), 0(3)을 목표로 한다. 탄소중립위원회 제공

 

특히 산업 부문 배출 전망이 5300만톤으로 3개 안 모두 동일한 것을 두고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업 의 산업규모와 전망, 에너지 수요 전망 등을 비판적 검토 없이 전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소 에너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는데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탄소배출량을 상쇄시켜 순배출량을 떨어뜨리는 탄소 포집·저장 활용 기술(CCUS)에 대해서도 기술·비용 면에서 상용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았고 포집된 산소를 해양 매립하면 해양 백화 현상 등 생태계 파괴 우려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흡수원 활용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논란이 된 산림청의 흡수량 전망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이대로라면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위 부처의 세부 정책, 지자체 조례 등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다양한 전제조건을 토대로 탄소중립 사회를 시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공론장을 재구성하라고 우려했다.

 

석탄을 넘어서 석탄 퇴출, 사회적 합의로 추진 가능

기후·환경·노동단체 등이 참여하는 석탄을 넘어서는 신규석탄 7기를 존속하는 시나리오 1안의 경우 탄소중립 목표를 담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1안의 경우 탄중위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과 다름이 없다“2050 탄소중립을 위한 확실한 신호를 제시해야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1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탄중위가 법적·제도적 부재로 진행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중단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법 제도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국민에게 감축 활동 참여 강조정의롭지 못해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050 목표도 중요하지만 탄소예산에 입각한 경로가 중요한데 그런 고민이 없다시장과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으로 기후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며 국민과 사회 전체의 행동양식을 통해 감축 활동에 참여하라고 강조하는데, 이런 입장은 기후위기 유발의 책임이 큰 당사자,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희석시켜 정의롭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기후정의포럼·멸종저항서울 등 탄소중립시민회의 논의 거부

기후정의포럼, 멸종저항서울,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탄소중립위원회 재구성을 요구하며, 탄소중립위원회가 조직한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시민 참여를 가장한 비민주적 조직이라는 취지의 연명을 받고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의원 시나리오와 국회 논의 중인 법안에 NDC 포함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을 지키려면 구체적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과 반영을 통해 문제제기된 부분들을 수정하고 이에 맞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연도별 단계적 목표 수립이 필요한 만큼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도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탄소중립법(가칭)에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포함해 부문별 감축 목표와 함께 중장기 연도별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국회 핑계 대지 말고 탄중위의 강화된 NDC 목표 제시하라

그린피스도 입장문을 내어 독일은 2030년 감축목표를 55%에서 65%로 상향했고, 우리의 탄중위 격인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탄소감축 가이드를 의회 등 정부에 먼저 제공하고 있다탄중위도 2030년 목표에 대해 국회 핑계를 대고 미룰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 촉발을 위해 탄중위가 생각하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탄소중립 시나리오 폐기·재수립

공공운수노조는 시나리오에 노동자 고용대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시나리오에 담긴 공정하고 정의로운노동 전환방안은 신규 일자리 창출, 노동전환 교육 등 해묵은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노동 전환은 공공재생에너지발전계획과 설비를 시급히 마련하고 화력발전노동자들을 공공재생에너지발전 분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재생 에너지 발전소 설립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선고용, 후교육 제도가 수립되어야한다며 시나리오의 폐기와 재수립을 요구했다./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첫선 보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더 강력한 계획과 의지 담아야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고 대국민 의견수립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5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3개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10개월 만에 첫 계획이 나온 것이다. 시나리오 중 1안은 석탄발전 유지, 2안은 석탄발전 중단·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유지를 전제해 각각 2540t, 1870t의 온실가스 순배출을 예상한다. 3안은 석탄·LNG 등 화석연료 발전을 모두 중단하며 순배출량 ‘0’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시나리오 초안 발표는 탄소중립위가 온실가스 감축안에 추가해 넷제로를 이루는 청사진을 처음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향후 시나리오 확정 과정에서 더 확고하게 탄소중립 의지를 다지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탄소중립, 곧 넷제로의 실현은 결국 화석연료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석탄 또는 LNG 발전이 유지되는 1·2안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남아 있어 완전한 넷제로를 이루지 못하는 안이다. 위원회 측은 1·2안에 대해 파리협정에서 허락하는 해외조림이나 국제 탄소시장을 통한 감축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상정하는 시나리오를 2개나 포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여건에 따라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위원회는 석탄발전소를 강제로 중단시키기 어렵다는 등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보다 강력한 정책을 세워 석탄발전소 조기 폐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3안도 화석연료 사용과 그에 기반한 수송 수단의 생산·판매 중단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지 못한 점은 보완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시나리오는 한국이 연내 수정 제출하기로 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거론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미룬 것이다. 정부는 말로만 탄소중립 목표 상향을 외칠 게 아니라 하루빨리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탄소중립위는 3개안을 토대로 9월 말까지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단일 시나리오를 확정한 뒤 10월 말 정부 최종안을 발표한다. 정부 부처와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가 2050 탄소중립을 반드시 실현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방안이 탄소중립 실천 계획으로 채택되어서는 안 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2760t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다. 이 때문에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경향 시설

 

통일 후 30, ‘기후위기로 뭉친 독일 녹색당

19935, ·서독 녹색당의 첫 공동 전당대회가 열렸다. 의회정치를 중시하는 실용적 개혁 노선을 표방하며 더 이상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19891110일 무너진 베를린 장벽 위에 올라가 통일 독일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동·서독 시민들.EPA

 

1989119,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90103, 옛 동독의 여러 주()들이 서독 연방정부에 가입하는 형태로 독일은 통일되었다. 한국인이 독일 통일에서 연상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 위에 올라 환호하며 망치로 장벽을 부수고, 이렇게 무너진 장벽 사이로 옛 동독 주민들이 서독 영토로 들어오는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독일 통일은 모두가 염원하던 것이었을까?

 

베를린에서 만난 구동독 출신 카틀린 뮐러 씨(63, 당시 브란덴부르크주 포츠담 거주)그때 나는 라디오를 들으며 일하고 있었다. 통일이 결정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 ‘내 나라(Heimat)를 잃은것이 너무 슬펐다라고 회상했다. 통일 당시 6세로 작센주 드레스덴에 살았던 이나 호페 씨(35)는 자신의 부모가 월요시위(옛 동독 인민들이 자국의 공산주의 정부에 대항해 펼친 시위)에 나갔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 부모가 월요시위에 나간 것은 변화를 원해서였습니다. 모든 동독 사람이 통일을 원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독재체제로 운영되던 공산주의, 사회주의 시스템의 개혁을 바랐을 뿐입니다.”

 

통일 과정 또한 간단치 않았다. 오랫동안 정당정치를 해왔던 서독 정부에 참여해야 하는 동독 대표 정당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한 옛 동독에서는 사회주의통일당(SED)이 절대 권력을 장악한 국가정당(북한 노동당처럼 정당 자체가 국가로 투표 없이 영구 집권)’으로 전 사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옛 동독 정부는 서독에 있는 기민당(CDU), 자민당(LDPD)은 물론 농민당(DBD), 민족민주당(NDPD) 같은 다른 정당의 설립도 허용했다. 다만 다른 정당들은 동독의 정치체제를 공산주의적 일당 지배가 아니라 다당제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위장하기 위한 사회주의통일당의 위성정당들이었다.

19833월 녹색당 관계자들과 의회로 향하는 서독 녹색당 정치인 페트라 켈리(왼쪽에서 두 번째).AFP PHOTO

 

이 같은 기만적인 정치체제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는 동독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동독인들의 불만은 결국 19899월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린 월요집회를 시작으로 동베를린, 드레스덴, 할레 등 동독 주요 도시의 평화혁명 시위로 발전했다. 동독인들은 그해 11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사회주의통일당 퇴진, 자유선거 실시, 여행자유, 언론자유 등을 요구했다.

 

이 기간에 동독에서는 노이에포룸(Neue Forum) 같은 다양한 시민세력이 조직되어 동독 정부의 개혁과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사회주의통일당이 제안한 중앙 및 지방 원탁회의에 참여하면서 부분적으로 동독 정부 및 의회 기능을 대체했다. 장벽이 무너진 직후 동독은 헌법에서 공산당의 정권 독점조항을 삭제한다(공산당의 영구 집권 부정). 이로써 그동안 사회주의통일당의 위성정당으로 존재해온 기민당, 자민당, 농민당 등이 자체적 노선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동독에 녹색당이 창당된 것도 이 시기다.

 

옛 동독에서도 1980년대 초반부터 반핵과 평화, 환경운동 등을 추구하는 그룹들이 결성되기 시작했다. 19835월 서독 녹색당의 대표적 정치인인 페트라 켈리가 동베를린을 방문해 동독 환경운동가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동독에서도 녹색당 창당 논의가 시작됐다. 동독 환경운동가들은 198411월 소련이 신형 핵미사일을 개발해 실전에 배치할 때 이에 격렬히 항의했다. 1986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엔 전국적 차원에서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조직했다.

 

1980년대 말 동독에는 환경운동단체 80여 개가 있었다. 이 단체들은 노이에포룸과 함께 동독의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시민세력의 하나로 원탁회의에 참여했다. 장벽이 무너진 19891124일부터 26일 동베를린에서는 환경운동단체들이 주도하는 생태 세미나가 진행된 뒤 동독 녹색당이 창당되었다. 동독 녹색당의 기치는 환경보호, 생태적인 동독 재건, 평화 보장, 성평등이었다. 199029~11일 할레에서 첫 당원대회를 열어 대의원 400명을 선출했다. 당시 당원은 약 3000명이었다.

 

서독 녹색당의 지원을 받지 못한 동독 녹색당

한 달 뒤인 1990318일엔 옛 동독에서 최초로 인민의회(한국이라면 국회)’를 자유선거로 구성(총선)할 예정이었다. 이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베를린 장벽 붕괴를 전후로 새로운 노선을 걷게 된 기존 정당들과 새로 창당한 정당들, 여러 사회단체들은 다양한 선거연합을 결성했다. 서독 정당들은 동독에서 파트너를 찾거나 자매 정당을 설립해 직간접적으로 동독 선거에 개입했다. 동독의 기민당은 당시 서독에서 집권당이었던 기사·기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98910월에 창당된 동독 사회민주당(SDP:사회주의통일당과 차별적 노선을 표방하면서도 좌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시도)은 서독 사회민주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사회주의통일당은 스스로 개혁하겠다며 당명을 민주사회당(PDS, 이후 좌파당 Die LINKE)으로 바꿔 선거에 뛰어들었다.

 

독립여성연합(UFV)과 선거연합을 결성한 동독 녹색당은 서독 녹색당의 적극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서독 녹색당은 동독의 정당과 단체들이 서독 세력의 개입 없이 자주적으로 동독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서독 녹색당은 동독이 무비판적으로 자본주의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통일과 관련해서도 ·서독 두 국가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노선이었다.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동독 내 세력으로는, 노이에포룸 등 시민단체가 결성한 동맹90’이 있다. 동맹90 역시 동독의 개혁과 존속을 주장했다.

 

그러나 인민의회 선거는, 녹색당과 동맹90의 기대와 달리, 기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연합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 선거로 구성된 동독 정부는 1990412일 동독이 서독에 편입되는 방식의 통일에 합의했다. 동독의 자민당, 사민당, 기민당 역시 서독의 관련 정당에 흡수·통합되는 과정을 거쳤다. 동독 녹색당 역시 19909월의 두 번째 전당대회에서 서독 녹색당과 합당을 결의했다.

 

통일 비판은 시대 흐름에 대한 패착

19901212일엔 통일 독일의 첫 연방의회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녹색당은 모두가 독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날씨에 대해 이야기한다라는 슬로건으로 통일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서독 지역의 녹색당은 5% 득표율을 넘지 못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동맹90과 선거연합을 맺은 동독 지역의 녹색당은 옛 동독 지역에서 득표율 6.2%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연방의회에 비례대표 8석을 진출시킬 수 있었다.

 

당시 녹색당은 독일인들의 통일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19901월과 봄에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독인들의 70%와 동독인들의 85%가 통일을 바라고 있었다. 이후 녹색당은 199012월 선거에서 통일을 비판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대한 패착이었다고 평가했다.

 

1993514일에는 라이프치히에서 동·서독 녹색당의 첫 공동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 전당대회에서 동·서독 녹색당은 동맹90과 합당하면서 현재 독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의 진형을 갖추게 되었다. 당시 서독 녹색당원이 37000여 명이었던 것에 비해 동독 녹색당원들은 26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대로 합당하면 서독 녹색당이 동독 녹색당을 흡수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동독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온 동맹90도 포함한 것이다. 합당 과정에서 녹색당은 강령 수정에 따라 의회정치를 중시하는(운동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 개혁 노선을 표방하며 더 이상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분배적 정의가 녹색당에서 예전만큼의 중요성을 잃게 되면서 생태적 좌파성향 당원들이 대거 탈당하기도 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주에서 녹색당 당원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녹색당재단 제공

 

통일 이후 특히 옛 동독 지역은 엄청난 사회변화를 겪었다. 공장들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동독의 빈 공장과 가게들은 서독의 자본 측으로 넘어갔다. 동독과 서독 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커졌다. 동독 지역의 소외와 낙후는 개선되지 않았다. 통일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옛 동독 지역 시민들의 임금 및 생활수준은 서독 지역 거주민의 70~80%가량으로 조사된다. 여전히 수많은 옛 동독 출신 주민들이 자신을 2등 시민으로 느낀다. 이런 감정이 외국인에 대한 배제와 독일 민족주의, 우익 포퓰리즘 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고 있는 것은 녹색당에 큰 도전이다. AfD 같은 대안 우파들은 30년 전 평화혁명 시위에서 사용됐던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를 다시 치켜들기도 한다. 다만 이 구호를 인민은 곧 독일인이며, 독일인 우선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해석해버린다. 이에 녹색당은 인민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그러므로 인민에는 노동자와 외국인, 이민자, 난민, 유대인, 무슬림,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반유대주의, 차별주의, 인종주의, 외국인과 소수자 혐오 등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전히 선거 때마다 서독 지역의 녹색당 지지율이 동독 지역 녹색당의 지지율보다 4~5%포인트 정도 높다. 그러나 옛 동독 지역의 녹색당은 기후보호,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반극우주의와 반민족주의 등을 주요 의제로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20199월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에서 열린 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각각 10.8%8.6% 득표율을 기록해 기민당, 사민당과 함께 연립 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통일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독일의 모든 정당이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총리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이 산업계와 기후보호를 저울질하며 온건한 정책들을 내놓을 때, 녹색당은 가장 분명하고도 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옛 동독 지역에 존재하거나 통일 이후 새롭게 나타난 사회문제들에 대해 생태, 지속가능성, 정의, 평등 같은 녹색 관점의 대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프라이데이포퓨처(Fridays for future) 시위로 기후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그레타 (툰베리) 세대는 물론 그동안의 녹색당에 실망했던 옛 지지자들이 다시 녹색당에 투표할 채비를 갖추는 중이다.

 

손어진 (독일 치타우·괴를리츠 대학 정치학 박사과정)/ 시사인

SDG1 : 빈곤종식

- 세금 및 이전(가처분소득) 후 빈곤율(%) : 16.7%

SDG5 : 성평등

- 여성 국회의원 의석(%) : 19%

- 성별 임금격차(남성 중위임금 대비 %) : 32.5%

SDG6 : 물과 위생

- 담수 취출량(가용 담수 자원의 %) : 85.2%

SDG7 : 에너지

- 전체 1차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 2.364%

SDG10 : 불평등 완화

- 소득불평등 지수 : 1.36

- 노인빈곤율(66세 이상 인구의 %) : 43.4%

SDG12 : 지속가능한 생산소비

- 전기전자 폐기물(kg/1인당) : 15.769

SDG13 : 기후위기와 대응

- 화석연료 연소 및 시멘트 생산으로 인한 CO배출량(tCO2/1인당) : 11.933

- 수입에 포함된 CO배출량(tCO/1인당) : 1.74

* 기후위기대응 지표 중 우리가 잘하는 유일한 것은 "화석연료 수출에 포함된 CO2 배출량"인데, 우린 석탄, 석유 수출을 없어서 못하잖아!!!!!

SDG14 : 해양생태계

-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해양지역에서 보호되는 평균 면적(%) : 38.55%

- 해양 건강 지수: 깨끗한 물(최악 0-100 최고) : 60.04

SDG15 : 육상생태계

-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육지에서 보호되는 평균 면적(%) : 37.475%

-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담수지역에서 보호되는 평균 면적(%) : 36.789%

- 종 생존의 레드 리스트 지수(최악 0-1 최고) : 0,699

SDG17 : 파트너십

- 보건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지출(GDP 대비 %) : 61.575

- 금융 비밀 점수(최고 0-100 최악) : 6.173

 

 

경쟁의 수단 말고, 지구를 위한 교육이 필요할 때

베를린에서 열린 제3회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회의의 주제는 지구를 위해 배우고 행동하기다. ‘우리의 행성을 위해 배우고 행동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517~19일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세계회의가 독일 베를린 의회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BMBF/BILDKRAFTWERK/Kurc

 

프랑스 국민의 85%는 온실효과를 모른다. 70%는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믿고 있다. “프랑스가 국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나라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라고, 프랑스 전 외교장관인 로랑 파비우스는 지난 517일 독일 베를린 의회센터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열린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 세계회의에서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육과정에 환경 관련된 내용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SD 세계회의에서 발표된 유네스코 보고서 우리의 지구를 위해 배워요(Learn for Our Planet)’에 따르면 세계 46개국의 교육 문서(교육과정 및 교육부 업무계획) 중 거의 절반이 환경 관련 주제를 아예 혹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가 2020193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국가 중 67%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현재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교육과정에 포함된 국가는 절반 이하이고, 생물다양성이 포함된 국가는 20%가 채 되지 않았다.

 

한국의 성적표도 그리 좋지 않다. 2015년 교육과정과 2018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케냐·레바논·모로코·르완다와 함께 환경교육 요소가 부족하게 반영되어 있는 그룹에 속했다(우등생 국가 그룹은 코스타리카·일본·멕시코·포르투갈·스웨덴이다).

 

ESD는 유네스코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 분야 사업 중 하나다. 유네스코는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이행 수단으로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ESD 활동을 주도해왔다. 이후 유엔이 지속가능발전교육 10(2005~2014)을 승인하며 본격화되었고, 2015년에 유엔 총회를 통과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4.7ESD가 포함되어, ESD는 국제교육 분야의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나타난 ESD의 정의는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이다. 개념이 지칭하는 범위가 넓고 환경교육, 생태교육, 세계시민교육 등과 혼동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인뿐만 아니라 교육 전문가 사이에서도 ESD가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ESD 세계회의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독일 본에서 첫 번째 세계회의가 열렸고, 두 번째 회의는 2014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됐다. 나고야 회의에서는 2019년까지 다섯 가지 우선순위 분야(정책적 지원, 전 기관적 접근, 교육가, 청소년, 지역사회)의 활동을 강조하는 ‘ESD 국제실천 프로그램이 채택됐다. 올해 열린 제3회 세계회의는, ESD 국제실천 프로그램의 종료 후, 유엔과 유네스코 총회의 결의를 거쳐 2020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 프로그램을 론칭하기 위해 20205월에 베를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다만 모두가 짐작할 이유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1년 후 온라인 중심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가 단지 환경교육이 아니라 17SDGs에 대한 교육임을 강조하고 2030년까지 국가별로 주도해 활동을 추진하며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도 다섯 가지 우선순위 분야(정책개발, 학습환경 변혁, 교육자 역량 개발, 청년, 지역활동)가 선정되었다. 회의 기간 중 전 세계 교육부 장차관 80여 명은 한목소리로 새로운 로드맵에 지지를 표명했다.

 

517~19일 사흘간 학자·교사·활동가·정치인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우주비행사인 알렉산더 게르스트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에 남는다. 게르스트는 2014년에 첫 우주비행을 통해 광대하고 적대적인 공간인 우주에서 지구가 너무나 작고 연약하며 그럼에도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지구라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인이며, 우주선에 작은 결함이 생겨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지구 또한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본인이 우주의 미소(cosmic smile)’라고 부른다는, 직접 찍은 사진에는 지구의 바다와 태양이 보인다. 우주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 이번 회의의 주제인 지구를 위해 배우고 행동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에 탄 우주인이며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 말한 우주비행사 게르스트.BMBF/BILDKRAFTWERK/Kurc

 

개인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한 교육

이번 세계회의에서 채택된 베를린 선언은 지속가능발전교육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선언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8개 약속을 명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SD를 교육과정의 전 단계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고, 청년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며, ESD 실행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베를린 선언 준비에 한국 전문가인 이선경 ESD한국위원회 위원장(청주교대 교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참가했기에 그를 통해 올해 초부터 선언의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문장의 변경이었다. 선언문 초안의 지체할 시간이 없다(There’s no time to lose)”가 최종본에는 우리의 행성을 위해 배우고 행동할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The time to learn and act for our planet is now)”로 바뀌었다. 의미상 큰 차이는 없지만 자칫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 위기 속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작업단의 마음이 느껴졌다.

 

흔히 회의나 행사의 성공을 참가자 수를 빌려 표현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ESD 세계회의는 분명 성공한 행사일 것이다. 첫날에만 2800여 명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참가했고, 스트리밍을 통해서는 전 세계에서 9000명이 시청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 그리고 올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 개최되는 중요한 국제회의(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의 진정한 성공은 회의에서 논의되고 약속한 내용이 얼마나 잘 실천되는지에 달려 있다.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교육은 나의 가족을 위한 경쟁의 도구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교육이 개인의 생존과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주위의 환경,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위한 것일 수 있고, 그때 비로소 개인의 삶 또한 지속될 수 있음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홍보강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팀장)2021.06.13.

 

악어도 뱀도 속수무책이렇게 큰 괴물 두꺼비본 적 있나요

호주에서 발견된 '사탕수수 두꺼비'. 악어, 뱀 등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을 품고 있어 세계 최악의 외래종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 밀반입 되려다 적발됐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Larval Subjects']

 

자신보다 몇배나 몸집이 큰 악어나 뱀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탕수수 두꺼비가 국내에 밀반입 되려다 적발됐다. ‘괴물 독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악 외래종 중 하나로, 이미 여러 나라에서 토종 생태계를 심각히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앞서 호주에서는 사탕수수 두꺼비때문에 민물 악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만약 국내에 유입됐다면, 황소 개구리보다 더한 하천의 무법자가 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탕수수 두꺼비는 몸길이 평균 10~15cm 정도로 언뜻 보기에는 유해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악어, 뱀 등도 죽일 수 있는 정도의 맹독을 내뿜는 독 분비샘을 가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20cm가 넘는 수수 두꺼비가 발견되기도 했다.

 

수명은 최대 25년으로 길고, 염분을 견딜 수 있어 바닷가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 또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공격하거나 병을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국내에 밀반입되려다 적발된 '사탕수수 두꺼비' [인천본부세관 제공]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사탕수수 두꺼비를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으로 정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양서류로 지정했다. 앞서 호주 등에서 사탕수수 두꺼비가 지역 생물 개체 수를 감소시킨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호주 찰스다윈대학 연구팀은 수수 두꺼비가 호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수수두꺼비가 유입된 이후 호주에 자생하던 민물악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브리튼 박사는 악어 주검을 부검한 결과 독 두꺼비를 잡아먹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수수두꺼비가 악어 개체수 감소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자신을 잡아먹은 악어의 몸 속에서 독을 내뿜어 악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수수두꺼비는 이같은 방법으로 뱀, 악어 등 자신의 천적 개체수를 감소시켜 생태계를 교란한다.

 

사실 사탕수수 두꺼비는 1930년대 호주 정부가 사탕수수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 호주 정부는 주요 농작물인 사탕수수밭을 망치는 딱정벌레 케인비틀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케인비틀을 잡기 위해 호주 정부는 그의 천적인 수수 두꺼비를 하와이에서 일부러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유입된 수수 두꺼비는 현재 오세아니아 대륙에서만 약 2억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단뱀 위에 올라탄 10여마리의 수수 두꺼비. 일반적으로 두꺼비와 뱀은 천적관계지만, 호주 지역 동물들은 수수 두꺼비가 안전한 식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냥을 피한다. [출처=트위터]

 

지난 2019년에는 10마리가 넘는 수수 두꺼비가 비단뱀 위에 올라탄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폭우로 근처 호수의 물이 불어나면서 수수 두꺼비가 물을 피하고자 비단뱀을 일종의 이동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꺼비와 뱀은 천적 관계이지만, 호주 지역 동물들은 수수 두꺼비가 안전한 식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냥을 피한다. 뱀과 악어조차도 수수두꺼비를 먹지 않게 되면서 천적이 사라지게 됐다.

 

한편, 앞서 인천본부세관은 4일 환경부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수입한 멸종위기종 악어, 아나콘다 등 총 173개체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에는 세계 최악의 외래종으로 꼽힌 사탕수수 두꺼비’ 16마리도 포함돼 있었다. 맹독성 양서류의 밀반입 시도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