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언제?" COP26 열린 글래스고 수천명 거리
내년으로 그만 미뤄” 지지부진 기후논의에 시민들 거리로
기후위기 몸으로 느끼는데 COP 26은 말잔치뿐"...거리로 나선 시민들
부산시, 전문가 참여로 탄소중립 그린 스마트도시 앞당긴다!
근거도 없이 베어낸 플라타너스 가로수
원전 놓고 "기후위기 대안" "아니다" 날선 공방
투발루 외무장관, 해수면 상승 위협 알리려 수중연설
소청도서 멸종위기 맹금류 ‘벌매’ 8497마리 이동 관측
광주 중외공원 송전탑 10기 지중화
걷어내야 할 ‘메가시티’라는 망령
탄소중립’ 때문에 숲이 사라졌다
기후딜레마… 시장 통한 탄소배출 감축 불가능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빠졌다…빛바랜 무공해차 전환 약속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왕릉뷰’ 아파트, 21개층 철거하거나 58m 나무 심어야 한다
곤돌라 이어 대규모 관광시설까지...가리왕산 복원 제대로 될까
가덕도신공항 ‘보상 노린’ 신축 붐… 건축 허가·개발 행위 제한 나선다
부산에 제1호 국가도시공원을”…민관협의체 출범
그린 택소노미’ 뭐길래…원자력 놓고 독·프 갈라진 EU
그 많은 약속들 지금 어디에 있나?
선언문 수정안 발표···‘석탄 발전 및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문구 일부 수정
10년 뒤면 우리 학교가 물에 잠기는 거 실화?
"지금 아니면 언제?" COP26 열린 글래스고 수천명 거리
환경단체인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회원들이 6일 COP26이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환경운동가들이 6일 COP26이 열리는 글래스고에서 '즉시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AP=연합뉴스
내년으로 그만 미뤄” 지지부진 기후논의에 시민들 거리로
5일 글래스고 기후집회에 수만명 시민 참여
글래스고 캘빈그로브 공원 가득 채운 인파
“지금 당장 행동해야” “석탄 석유 이제 그만”
5일(현지시각) 글래스고 켈빈글로그 공원에서 출발한 기후파업 행진은 2.5km를 걸어 조지광장까지 이어졌다. 최우리 기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기후정의!”
지난 5일(현지시각) 11시30분, 영국 글래스고 켈빈그로브 공원과 그 주변 거리가 수만명(주최 쪽 추산)의 인파로 가득 찼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등 기후운동단체는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맞아 세계 지도자들의 기후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석탄과 석유는 이제 그만”(No more coal, no more oil)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멈춰라”(Stop green washing) “어쩌고저쩌고 말만 하지 말라”(No more blah blah blah) 등의 구호를 외치며 조지 광장까지 2시간 여 동안 2.5km를 행진했다. ‘지금 당장 행동하라’ ‘우리의 지구는 우리 손에 달렸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우리는 녹고 있다’ ‘지구를 죽이는 것을 멈춰라’는 팻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켈빈그로브 공원에 모인 이들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멸종반란’(XR·Extinction Rebellion) 같은 기후운동 단체 소속의 활동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으로 보이는 가족 단위의 참가자도 흔했다. 영국 시민 외에도 칠레, 필리핀, 브라질, 우간다 등 먼 나라에서 찾아온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물 부족 문제나 해수면 상승처럼 저마다 처한 기후위기 상황을 알리는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인근 주민들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구호를 함께 외치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한 데 모인 대규모 축제와도 같은 모습은 청소년·청년 혹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집회가 이뤄지는 한국에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주로 나왔다. 영국 데본에서 부인과 함께 시위에 온 톰(69)은 “이미 우리는 호주와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많은 이상기후를 목격해왔다. 이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내년, 내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멈추고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톰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캐리더스(69)는 “이런 시위는 우리 나라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이다. 그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고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운동 단체인 ‘멸종반란’(XR·Extinction Rebellion) 활동가이자 북아일랜드 주민인 아담 코드레이(38)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들이 정직하지 않은 게 가장 문제”라며 “그들은 기업과 자본, 자기 자신의 평판을 위해 행동하고 기후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컴퓨터 엔지니어 일링 깁슨(60)은 그린뉴딜은 그린워싱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그린뉴딜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세금을 기후위기 대응에 쓰지 않고 기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No War·No Warming(전쟁 반대 온난화 반대)’ 라고 적힌 분홍색 천을 등에 붙인 매리(66)은 5시간 거리의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이날 왔다고 했다. 전쟁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인권 침해가 있다며 이 행진에 동참했다.
5일(현지시각) 글래스고에서 열린 기후파업에 참여한 마틸다(8)와 아빠. 최우리 기자
어린 학생들도 가족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았다. 여동생과 이번 시위에 참여한 에바 파넬(14)는 “정치인들이 기후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고 우리가 그들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 그들은 브라질의 숲을 그만 파괴하고 탄소배출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파넬은 인터뷰를 마친 뒤 “석탄과 석유는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부모님과 처음 시위에 참여해봤다는 마틸다(8)는 아빠와 함께 행진에 나섰다. 그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닥에 깔린 현수막에 ‘Help the Palnet’(지구를 도와줘)라고 적었다. 글래스고 서쪽 지역에 사는 시민이라는 마틸다의 아빠는 “오늘은 비가 안 오고 날씨가 좋아 다행”이라며 “COP26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청소년이나 여성이 기후위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지만 정작 정책 결정의 장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COP26을 맞아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칠레에서 글래스고로 날아온 마리아 베니테스(25)는 “청년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기후 정책을 결정할 공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니테스는 “젊은 청년들을 사진 찍을 때만 부르지 말고 실제로 정책을 논의하는 장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들을 위한 기후위기 해결책을 찾으라고 요구하기 위해 글래스고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베니테스는 칠레의 다른 여성 동료 4명과 함께 ‘물은 인권이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조지광장까지 걸어갔다. 이곳 글래스고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등을 전공하는 마르다(19)와 제니퍼(21), 파이퍼(19)는 다리 위에 올라 축제를 즐기듯 웃으며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약 2시께 도착한 행진 끝에 도착한 조지광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브라질·파키스탄·아르헨티나·콜럼비아·파퓨아뉴기니 활동가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파푸아뉴기니 활동가는 “무엇이 혁신이고 개발이냐, 석탄과 광산때문에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 희생자가 아니라 리더가 될 것이고 우리의 생태계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활동가는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로는 여기에 없다. 그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긴급 상태이고 무너지는 중”이라고 외쳤다.
우간다에서 온 기후운동가 바네사 나카테는 “우간다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며 농장이 파괴되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세계 탄소배출량의 극히 일부만 기여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주요하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계 각국에서 온 활동가들이 주먹 쥔 손을 높이 쥐고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면 사람들은 환호했고, 발언대 옆에는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을 한 음악대가 흥겨운 연주를 했다.
기후운동과 미래세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기후운동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5일 행진과 시위는 끝이 났다. 행진을 지켜보던 시민 카일(33)은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되어 괜찮다. 시위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동의한다. 툰베리에 대해서도 긍정적 감정”이라고 말했다.
글래스고/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기후위기 몸으로 느끼는데 COP 26은 말잔치뿐"...거리로 나선 시민들
"1.5도 상승 막자" 시민 약 500명, 대학로에서 집회 열고 보신각까지 행진
이날 집회와 행진 참가자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상 최대 허용 인원인 499명을 꽉 채웠다. 행사 시작에 앞서 주최 측은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명단을 작성하며 참가자 수를 셌다.
▲ 기후위기비상행동이 6일 서울 대학로에서 주최한 기후정의를 위한 세계 공동 행동의 날 집회. ⓒ프레시안(최용락)
비상행동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COP26에서는 예상했던 말잔치(블라블라블라)가 펼쳐지고 있다"며 "가장 배출량이 많은 나라들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책임을 뒤로 미룬다"고 비판했다.
아이와 함께 집회에 온 심지윤 씨는 "한국 정부가 COP 26에 가져간 안은 실제로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안은 아니"라며 "정부가 기업 편에 서서 이윤만 추구하지 말고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를 살리고 아이들의 미래 생존을 위한 정책을 내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집회에 앞서 보건의료인들도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보건의료인과 시민 469명과 21개 보건의료‧노동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 건강권 운동 선언자 단체'는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기후위기에 근본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COP26 회의에 대한 보건의료 건강권 운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자를 대표해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한 우석균 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공동대표는 "기후위기는 현실의 건강위기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작년 한해 대기오염으로 숨진 사람만 7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코로나19같은 팬데믹도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우리의 행동은 코로나와 기후위기의 원인을 향해야 한다. 자연과 환경을 이윤 추구 대상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후위기를 낳고 코로나를 낳았다"며 "'이윤보다' 생명을 외치며 기후정의를 위해 함께 나서자"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집회와 행진에 합류했다.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부산시, 전문가 참여로 탄소중립 그린 스마트도시 앞당긴다!
부산시(시장 박형준)가 어제(4일), 부산시 공원녹지의 장기 비전과 실현방안을 마련하는 '2040 부산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총괄계획가(MP, Master Planner) 5명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공원녹지기본계획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단위로 공원녹지의 확충·관리·이용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총괄계획가는 단순한 자문의 역할을 벗어나,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총괄계획가는 5개 분야에 부산지역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조경분야 김동필 부산대학교 교수 ▲도시계획 분야 최열 부산대학교 교수 ▲교통분야 정헌영 부산대학교 교수 ▲건축분야 이광국 동명대학교 교수 ▲환경분야 정병길 동의대학교 교수가 총괄계획가로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부산시는 총괄계획가와 함께 이번 기본계획에 그린 스마트도시의 비전을 담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공원녹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특히, 총괄계획가가 직접 계획수립에 참여해 도시와 공원녹지에 대한 새로운 이론과 최신 동향 등을 반영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부산 공원녹지의 미래상을 계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위촉식에 이어 개최된 '2040 부산 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 용역 추진상황 보고회'에서는 총괄계획가들이 직접 참석해 그간 추진상황과 기본구상 등을 청취했다. 아울러, 앞으로 계획수립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조경분야 총괄계획가로 위촉된 김동필 부산대학교 교수는 “부산의 공원녹지 100년 계획을 구상하는 이번 기본계획 수립에 대해 총괄계획가로 참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공원녹지의 바른 미래상 제시와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근희 부산시 녹색환경정책실장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부산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공원녹지의 장기목표와 추진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도시에 살아가는 시민들이 삶의 여유를 찾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15분 공원녹지 도시, 더 나아가 탄소중립 그린 스마트도시 부산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전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근거도 없이 베어낸 플라타너스 가로수
부산 중구, 민원에 46그루 제거…지역민 “거리 특색 사라져” 지적
부산 중구가 오랜 세월 거리를 지켜온 플라타너스(버즘나무) 가로수를 명확한 근거 없이 폐기해 ‘거리의 특색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중구 해관로 일대 플라타너스 가로수 제거 작업 모습. 부산그린트러스트 제공
중구는 지난달 18일부터 해관로(중부경찰서 뒤편~부산우체국) 430m 구간에서 가로수 정비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2일 밝혔다.
1억5000만 원을 들여 일대의 플라타너스 46그루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은행나무를 새로 심는 작업이다. 공사는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 구는 플라타너스 대부분이 고사목 수준의 ‘불량 나무’라 판단해 양묘장으로 옮기는 대신 폐기했다.
구가 플라타너스를 제거하는 이유는 민원 때문이다. 애초에 이 구간에는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가 심겼다. 플라타너스는 병충해에 강하고 공해 물질을 흡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키가 크고 이파리가 넓어 일대 상가 간판을 가리거나 벌레가 자주 꼬여 불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플라타너스 대신 열매가 맺히지 않는 은행나무 수나무를 심으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게 구의 판단이다.
하지만 가로수길이라는 거리 특색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부터 가로수가 정비된 곳이다. 중구에서 50년 거주한 안태호(68) 씨는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플라타너스가 이 거리에 심겨 있었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에 큰 플라타너스가 심어져 ‘걷는 맛’이 있는 길”이라며 “전부 제거돼 황당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성급한 행정’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나무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 상태가 나빠 태풍이 불 때 도로 방면으로 나무가 쓰러지는 등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원전 놓고 "기후위기 대안" "아니다" 날선 공방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전은 탄소중립에 필수"
전세계 수백여개 시민단체 "원전은 대안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국 글래스고 COP26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원자력은 탄소 중립 달성에 필수"라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원전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조선일보는 5일 오전 "중국과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 1~5위 국가 모두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보고서에 '탄소 저감에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 활용을 공식 표방하고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3일 한국-헝가리 정상회담 이후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양국의 공통 의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데르 대통령은 3일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는 "아데르 대통령이 헝가리의 원전과 태양광 등 에너지믹스 정책을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되나 신규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가 탄소중립을 위해서 오늘 내일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해명했다.
◆"우려했던 게 현실로" = 녹색당은 4일 "한국의 온실가스 대부분을 배출하는 산업부문의 감축량이 14.5%밖에 되지 않았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2024년 준공되는 신고리 6호기가 60년 수명을 채우는 2084년에 가서야 핵발전소를 폐쇄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로드맵 자체가 핵의 심각한 위협을 연장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3일 전경련은 "원자력발전을 기저에너지로 활용하고, 석탄발전도 급격히 축소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일에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 국책사업으로 선정되면 총사업비 5832억원을 투입해서 SMR을 개발하게 된다.
녹색당은 "말로는 '탈핵'이라 하며 2012년 설계수명이 이미 만료된 월성1호기를 폐쇄한 것 외에는 아무런 탈핵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문재인정부가 이제 SMR 수출이라는 명분으로 원자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아니다" = 전세계 449개 이상의 시민단체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 '원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보낼 예정이다.
기후-탈핵운동 네트워크인 'Don't Nuke the Climate'가 주도한 이 공동성명은,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잘못된 해결책이며 핵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발전으로 인한 배출량은 화석연료보다 낮지만 기회비용 배출량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높다. 핵 사슬의 모든 단계에 비핵 에너지의 추가적 투입이 필요하다. 우라늄의 등급이 떨어짐에 따라 이 부문의 탄소 발자국은 증가할 것이다. 원료 운송과 핵폐기물의 지속적인 관리 역시 에너지 집약적이다. 우리가 공유할 에너지 미래는 방사능 에너지가 아니라 재생가능 에너지다."
핵발전이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닌 이유로 시민단체들은 △더럽고 위험함(핵에너지 자체가) △지속불가능함(우라늄 채광) △부정의함(미래세대에 핵폐기물 떠넘김) △느림(건설기간) △비쌈(사회적 비용) △안보 위험(핵무기화 우려) △노후화 혹은 입증되지 않음(노후원전의 안전성) △탄소중립 에너지원이 아님(열에너지 다량 배출) 등 8가지 근거로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도 66개 이상의 시민단체가 이 성명에 참여했다.
◆건물위 태양광으로 200GW 가능 = 우리나라에 있는 건물 위에만 태양광을 설치해도 최소 200GW(원전 33기 연간 발전량) 발전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호 한국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협의회(BiPVKorea) 회장은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면적 약 3000㎢의 옥상 50%에만 태양광(효율 15%)을 설치해도 약 200GW의 발전량이 나올 수 있다"며 "200GW × 3.6시간/일 × 365일 = 262.8TWh/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원전 33기가 24시간 운전하는 발전량과 동일한 용량"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육상(건물 제외) 태양광발전과 해상풍력 등 모든 재생에너지 잠재량까지 고려하면 원전 38기의 전기공급량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며 "전력품질을 위한 ESS(대용량저장장치)와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문재인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는 오히려 소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나의 투쟁 보고서 미얀마 시인 케티
영웅도 되기 싫다
애국자도 되기 싫다
우유부단한 겁쟁이 또한 되고 싶지 않다
입만 살아있는 허풍쟁이도 되기 싫다
갈팡질팡 미루기만 하는 그런 자도 되기 싫다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는 이도 되고 싶지 않다
혀가 잘린 채 말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구속된 인권을 지닌 채 살아도 보았다
우리는 거세된 나날을 지나와야 했다
우리가 살아온 지옥은 우리가 결론짓고 싶다
물 위에 뜬 기름 같은 정치인은 되기 싫다
상상 속에서 사는 시인도 되기 싫다
불의를 지지하는 인간은 더욱 되고 싶지 않다
삶이 단 일 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마지막 일 분을 깨끗한 영혼으로 보내고 싶다
투발루 외무장관, 해수면 상승 위협 알리려 수중연설
© 제공: 한겨레 8일(현지시각) 공개된 수중 연설하는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무장관의 모습. <로이터> 통신
남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의 정치 지도자가 수중 연설을 하는 영상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이먼 코페 외무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수몰 위기에 놓인 투발루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페 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각) COP26 회의를 맞아 방영된 영상에서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린 채 연단을 세워놓고 성명을 발표했다. 통신과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영상은 투발루의 한 해변에서 공영방송 TVBC에 의해 촬영됐다. 코페 장관은 “투발루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수몰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페 장관은 또 “바닷물이 항상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말뿐인 약속만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기후 이동성(climate mobility)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대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1만2000명의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의 남태평양 중간에 자리 잡는 도서국가다. 투발루의 평균 육지 고도는 평균 해발 6피트 6인치에 불과하며 물은 매년 거의 0.2인치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코페 장관이 연설을 녹화한 지역도 한때 육지였으며 그는 투발루 국민이 강제로 이주하거나 땅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이라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한 섬나라 지도자들은 자국이 처한 위험상황을 알리고 선진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이러한 영상을 기획하고 한다. 지난 2009년 10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를 맞아 몰디브 대통령과 11명의 장관이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 4m에서 국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소청도서 멸종위기 맹금류 ‘벌매’ 8497마리 이동 관측
멸종위기 야생동물 2종 벌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서해안 최북단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멸종위기 맹금류 ‘벌매’가 2009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소청도에서 지난 9~10월 가을철 맹금류 이동조사를 실시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벌매’ 8497마리의 이동을 관측했다고 9일 밝혔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는 매과, 수리과, 올빼미과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국내에는 50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21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수리과 맹금류인 벌매는 한반도 전역의 숲 가장자리나 초지에서 볼 수 있으며 여름철새나 가을철새처럼 특정 기간에 머물러 서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통과해 지나가는 대표적인 통과철새다.
철새연구센터에 따르면 2009년 맹금류 이동조사를 실시한 이후 벌매 이동이 가장 많았던 때는 관측을 시작한 2009년 4372마리였다. 이번 조사에서의 마릿수는 당시보다 거의 2배에 가깝고, 지난해 관찰된 915마리와 비교했을 때는 약 9배가 늘어난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 중외공원 송전탑 10기 지중화
광주시는 중외공원 내 송전탑 철거를 위한 송전선로 지중화 공사를 2023년 3월까지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중외공원 일대를 지나는 송전탑 13기 중 주거 생활에 밀접한 10기를 철거해 2.3㎞ 지하로 이설한다.
공사비 214억원 중 민간(중외)공원 사업자가 120억원을 부담한다. 당초 민간공원 사업지 내 송전탑 3기만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불편을 고려해 한전과 협의를 거쳐 10기까지 늘렸다.
이번 지중화 사업으로 훼손된 도시 경관과 취약한 주거환경 개선이 기대된다.
민간공원 사업지인 중외공원에는 생태숲, 여가·체육시설, 공원 등이 들어선다.
걷어내야 할 ‘메가시티’라는 망령
메가시티라는 망령이 전국에 출몰하고 있다. 한반도의 동·남해안(부산, 울산, 경남)에서 출몰하던 메가시티(도시연합)는 대전·충남, 자칭 강소 메가시티 전주·전북으로, 대구·경북, 광주·전남으로 그 활동영역을 넓히며, 홀연히 자취를 감추다 불현듯 그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지난 2년 동안 그렇게 전국을 쏘다니고 있다. 지역발전의 묘약으로 지역신문에 출몰하더니 정부청사 근처에서도 자주 출몰한다.
메가시티란 이웃하는 지자체끼리 도시통합은 아니지만 연계·협력하여 공동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도시연합을 말한다. 그 기원에 관해서는 일본의 도쿄권에 맞서려는 오사카 지역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최초라는 설, 영국 맨체스터 광역권 개발을 위한 맨체스터 연합도시가 최초라는 설, 혹은 그보다 앞서 소규모로 출발한 프랑스의 메트로폴을 최초로 꼽는 설이 있다. 발원지가 어디건, 실체를 확인했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 메가시티는 아마 망령의 세계를 배회하고 있을 성싶다.
간사이 광역연합이나 맨체스터 연합도시나 대체로 10년쯤 되었으니, 최초를 따지는 일은 별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는 둘을 동일시하여 모두 메가시티라 부른다. 무엇이라 명명하든, 도시를 연합하여 규모와 역량을 향상시키려는 대도시권 전략은 세계화 시대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국내의 지역을 묶어서 공동으로 지역 개발을 촉진하고자 하는 눈여겨볼 지역 개발전략임에는 틀림없다.
메가시티는 그런데 성공적인 전략일까? 성공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하나의 환상을 불러들인 것은 아닌가? 이에 답하기에 앞서 한국과 영국, 일본은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나? 메가시티라는 묘약은 한국에서도 비슷한 약효를 가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도쿄권(태평양 연안 임해지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곳이며, 보다 중요하게는 일본의 경제력이 30%가량 집중한 곳이다. 한때 일본을 호령하던 간사이 지역으로서는 기분도 나쁘고, 위기감을 느낄 일이다. 그래서 2010년경 간사이 지역 경제인이 중심이 되어 뭉쳐서 간사이 광역연합을 도모하게 되었다. 맨체스터 광역권은 오랫동안 하나의 행정단위였다. 박지성 선수가 뛰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이 있는 트래퍼드는 이 광역권에 속한 자치구의 하나다. 광역권이 해체되고 침체에 빠지자, 다시 도시광역권을 만들고, 맨체스터 연합도시를 만들고, 시장을 직선한 게 2010년대 후반의 일이다. 원래의 맨체스터시만 본다면, 1910년대에 도시 인구가 최대였고, 그 이후 100년 동안 침체하였다가 최근에 다시 일어나고 있으니, 개발의 절실함은 말해 무엇하랴.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 10년 남짓의 짧은 기간에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그들의 비전과 광역연합의 역할을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오사카권에는 타 지방의 젊은이가 유입되지만, 도쿄권으로는 젊은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쿄권 일극체제가 일본을 망치고, 지방 소멸을 촉진한다는 비명소리가 오사카에서도 낯설지 않다. 간사이권은 그래도 도쿄권에 맞설 수 있지만, 맨체스터 연합도시는 런던권과는 그 경제력과 활력 면에서 비교불가하다. 맨체스터 연합도시는 인구 300만명에 이르지 못하며, 주로 지역 관리의 주체로서 제한된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맨체스터 광역권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곳으로 만든다는 것은 한갓 꿈에 불과하다.
원산지에서도 활력이 부족한 존재인 메가시티가 대한해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와서 한국에 오면 신비로운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메가시티가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균형발전의 축이 될 수 있을까? 배가 들어오면 신비로운 물건이 쏟아진다고 믿었던 태평양 원주민의 화물숭배처럼, 바다를 건너온 메가시티의 망령을 믿고 살면 수도권의 초집중과 혼잡이 해결되고, 비수도권의 소멸이 해소될까? 어림도 없다. 메가시티는 수도권이 경제력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매우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 묘책이 될 수 없다. 전국을 4~5개의 지방정부로 통합하는 광역적 도시통합의 대전환 없이는 지방이 소멸하고, 비수도권이 말라비틀어지고, 홀로 남아 비대해진 수도권도 결국 무너질 것이다. 마침 대통령을 뽑는 시기다. 믿을 만한 실질적인 지역발전 공약이 기대된다. 메가시티의 망령을 걷어내고, 비수도권을 대한민국 발전의 진정한 축으로 삼아,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토대통합의 비전을 제시할 후보는 어디에 있는가./ 이영철 |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경향
탄소중립’ 때문에 숲이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숲이 사라졌다.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족히 몇십 년은 된 참나무로 제법 빽빽하였던 숲이 며칠 동안 전기톱의 굉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없어졌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벌거숭이 민둥산이 처연하게 드러났다. 어떤 동네 사람은 망연자실할 나에게 햇볕이 일찍 들어 좋은 점도 있겠지요 하고 농담을 건네지만, 사라진 것은 숲만이 아니었다. 이따금 앞마당까지 내려오던 고라니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고, 다람쥐와 청설모도 사라지고, 종종 들러 인사를 건넸던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텃밭에 출몰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던 뱀이 나타나지 않으니 좋겠다는 농담에 헛헛한 웃음만 나온다. 숲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왜 숲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린 것일까? 무슨 영문인지 잘 몰라서 얼떨한 나에게 동네 이장이 건넨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이 모든 사달이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수령 30년 이상 된 나무는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숲을 대거 벌목하고 대신 어린나무 30억그루를 새로 심는 방안이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핵심이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숲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40~50년 정도밖에 안 된 나무들을 전부 베어내고 새로 조림해야만 탄소 흡수 기능이 올라간다는 것도 낯설지만, 무엇보다 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역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숲이 사라졌다. 실제의 숲이 파괴된 것은 탄소중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벌목을 추진한 산림청의 전략에서 ‘숲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림을 보호해야 할 산림청이 산림을 파괴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상에 다시 주목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지난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녹화산업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단으로 본 것이다. 세계산림총회와 연계해 열린 이 총회에서 100개국이 적어도 2030년까지 삼림벌채를 중단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산림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에 매우 중요하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벌목은 대기 보호를 약화하고,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매년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3분의 1이 산림에 의해 흡수되고 저장된다. 그런데도 숲은 전 세계에서 줄어들고 있다. 최근의 빙하기 이후 지구 전체 수목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며, 지금도 1분마다 축구장 27개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추산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남한 면적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졌다.
산림파괴가 위협하는 것은 기후만이 아니다. 수많은 생명체의 생활공간이 사라진다. 숲은 중요한 생명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생태계이다. 과도한 벌목으로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종의 다양성이 위협받는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제는 상식이 된 것처럼, 산림의 파괴는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이 쉽게 전파되도록 만든다. 물론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삼림이 파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강 유역과 동남아시아 메콩강 유역 및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산림을 벌목한다.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다. 목재를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벌목하는 경우보다 농업, 축산업, 광업 또는 거주지 건설 등과 같은 다른 이유로 벌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목재의 주요 수출국이 산림을 비교적 잘 관리하는 북미와 유럽연합의 국가 및 러시아인 반면, 다른 지역의 벌목은 대부분 산림의 파괴로 이어진다. 우리가 커피와 카카오 또는 새우를 값싸게 즐길수록 이를 수출하는 국가에서는 산림이 더욱더 많이 파괴된다.
숲은 생명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는 숲을 생명의 공간으로 신성시하는 샤머니즘의 전통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황폐해진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꿔놓은 성공적 조림의 경험이 있다. 화전을 일구거나 산에서 땔감을 구하는 일은 이제 아득한 옛일이 되었다. 그런데 때아닌 민둥산이 나타난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명목으로 숲을 파괴한 것이다. 산림청은 이를 ‘산림경영’이라고 부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 속담에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산림경영을 위해 삼림을 파괴하는 역설적 상황을 설명하기에 딱 맞는 말이다. 첫째, 탄소중립 산림경영은 전체는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보려고 한다. 여기서 부분은 나무의 총량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부각한 지난 세기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본래 산림학적 용어이다. 18세기 농업과 광업의 발전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목재의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칙이었다. 매년 새로 심는 어린나무의 숫자보다 더 많은 나무를 벌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원칙이다. 산림청이 베어내는 나무보다 더 많은 30억그루를 새로 심는다고 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나무를 심으면 저절로 숲이 되는 것인가?
둘째, 탄소중립의 산림경영은 지극히 기능주의적이다.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목재에는 나무들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공기의 이산화탄소에서 얻은 상당한 양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1㎥의 너도밤나무에는 평균적으로 약 340㎏의 탄소가 들어 있는데, 이는 나무가 공기에서 흡수한 대략 1.25t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한다. 물론 이것은 단지 계산상의 수치일 뿐이다. 나무의 탄소 흡수 기능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산화탄소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뿌리, 그리고 토양에 저장되기 때문에 숲에 있는 나무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나무의 나이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산림청은 40년 이상 된 나무들의 탄소 흡수량이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젊은 숲이 오래된 늙은 숲보다 탄소를 적게 저장한다. 지리적 위치도 중요해서 나무들이 빨리 자라는 열대림이 우리의 숲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한 산림연구기관은 한 그루의 나무가 얼마나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탄소중립 산림경영은 나무의 탄소 흡수 기능만 보았지, 숲의 역할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셋째, 탄소중립의 산림경영은 숲의 다양한 가치를 획일화한다. 여기서 경영은 경제학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는 것을 오직 경제적으로만 정당화한다. 목재를 이용하니 이익이고, 탄소 흡수기능을 높일 어린나무로 대체하니 이익이란다. 여기에는 생명의 공간인 숲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가 멀리 떨어진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걱정하는 것도 지구의 생명 때문이다. 숲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효용을 넘어선다. 그것은 다양한 생명이 균형을 이루고 공존하는 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이다. 목재의 경제적 가치가 높을 때는 숲에서 목재가 될 만한 나무만 보고, 탄소중립이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때는 숲에서 탄소 흡수 기능만을 본다면, 그것은 숲의 다양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숲은 그 자체가 다양성이다. 숲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 뿐만 아니라 아름드리 고목과 어린나무도 잘 어울린다. 숲의 기능 역시 다양하다. 숲은 아름다움의 미학적 가치도 있고, 바라보는 사람에게 안정과 평화의 느낌을 주는 정서적 가치도 있다. 그런데 베는 나무 나이 기준인 ‘벌기령’(伐期齡)을 정해 일정 나이 이하의 나무로만 조성한다면, 그것은 숲이 아니다. 이번에 산림청이 벌기령을 폐기하고 산림분야 탄소중립 전략을 수정하였다니 정말 다행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생태학적 시각이 회복되길 바란다. 숲을 보지 못하고 편협하게 나무만 보면 좋은 의도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민둥산이 경고한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 경향
기후딜레마… 시장 통한 탄소배출 감축 불가능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 관한 이제까지의 지배적 스토리는 재생에너지 러시로 몇 년, 기껏해야 10년 안에 피크 석유 수요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net zero)을 위한 각국 정부의 다양한 계획으로 인해 피크 석유 수요가 더 일찍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유가는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2020년 초반에는 세계 석유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현재 석유는 물론 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심화 등으로 유럽에서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충분하지 못했고, 중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지면서 석탄화력 발전이 지속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은 부족해져 화석연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어찌됐든 주류에서는 현재의 화석연료 랠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신흥국뿐 아니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 경제에서 석탄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 석유 시추. 사진=gettyimagesbank
석유 수요 또한 팬데믹 이전 수준에 이미 도달했고 이를 초과하는 데 불과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현 추세라면 2020년대 말까지도 석유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OPEC의 최근 연간 전망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대 중반까지 하루 1억800만 배럴(bpd)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 이후 2045년까지 정체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석유 생산국 입장에선 가장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한다면 일부 다른 분석가들은 2020년대 후반 시점에서 피크 수요를 예상한다. 적어도 2020년대 후반까지 석유 소비가 계속 증가할 거란 전망이다.
반면, 글로벌 석유 공급은 석유 수요보다 더 빨리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화석연료 투자는 지속해서 감소했다. 지난해 석유 신규 투자는 10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초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업스트림 투자는 15년 만에 최저치인 3500억 달러(400조원)로 떨어졌다. 현재 유가가 80달러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올해에도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슈퍼메이저들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핵심이 아닌 수익성이 거의 없는 신규 석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억제해 왔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새로운 석유 공급에 대한 만성적 과소 투자와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배출량 억제 압력으로 인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세계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하리라 전망한다.
석유와 화석연료 가격 랠리가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수요의 일시 증가만이 아니라 공급 격차가 벌어져 석유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탄소배출 목표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 간의 격차(gap)가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인 셈이다.
석유 공급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석유 수요(성장)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현재 투자가 많이 증가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화석연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다. 이런 수요 초과 상태는 화석연료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 당장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 머물지 않더라도 공급 부족으로 인해 유가 하한선이 높아져 일정한 고유가를 유지할 수 있고 언제든 가격 급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화석연료 사용, 줄일 수 있나?
피크 석유 공급의 조기 도래가 탄소배출을 줄이고 녹색 전환을 이루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새로운 석유 공급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를 원하지만, 석유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공급 부족이 지속하면 유가는 더 뛰어오르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유가 인상으로 1970년대 현실화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신규 투자를 늘려 공급을 늘린다면 석유와 화석연료 소비(배출)가 줄지 않아 탄소배출을 목표치 만큼 감축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 감축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계획을 의심스럽게 보게 된다. 당장 이번 G20 정상회의와 COP26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석탄화력발전 중단 약속을 하지 못했다. 각국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올해 말까지 모두 끊기로 했지만, 석탄발전 폐지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정도로 모호한 채 남겨 놓았다.
▲ 10월20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1년 생산 갭 보고서(2021 Production Gap Report)’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1년 생산 갭 보고서’(2021 Production Gap Report)를 발행했다(2021년 10월20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가의 현재 생산량 계획은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시나리오의 목표 생산량보다 2030년까지 약 110% 더 많은 화석 연료를 생산하고, 2°C로 제한하는 목표 생산량보다는 45% 더 많은 화석연료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40년 이 초과 생산량은 각각 190%와 89%로 증가한다.
각국 정부 생산계획을 종합해 보면,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증가하고 석탄 생산량은 약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온난화를 1.5°C 또는 2°C로 제한하는 목표 생산량보다 훨씬 높은 생산량이다. 2030년에 화석연료 생산 계획은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목표 생산량보다 2030년에 석탄은 약 240%, 석유는 57%, 천연가스는 71% 더 많이 생산된다.
▲ 10월20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1년 생산 갭 보고서(2021 Production Gap Report)’
또한 15개 주요 생산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화석연료 생산에 30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자금을 투입했는데, 이는 청정에너지 투자보다 더 많은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투자를 완전히 중단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공급량을 현재의 감축 계획보다 더 줄일 계획도 없다. 이는 ‘좌초자산’으로 평가되는 화석연료 자원에 대해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 현재 개발된 모든 화석연료 자원을 소비(사용)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화석연료 자원의 추가 소비까지도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 OPEC은 2045년까지 석유 산업에 11조80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세? 시장 통한 탄소 감축은 불가능
한편, 화석연료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시장가격 급등은 애당초 탄소세, 탄소 국경세 등 시장가격 규제를 통해 탄소배출 산업의 수요와 공급을 줄이려 하는 시도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탄소세는 탄소 발생이 많은 생산방식이 적용된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세금부과로 생산비와 시장가격을 올려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가령 석탄 1톤을 태우면 거의 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정부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톤당 50달러를 부과하면 석탄 가격에 톤당 약 140달러가 추가된다. 이는 석탄화력발전 비용을 두 배 이상으로 만든다. 그렇게 되면 전력 생산자는 석탄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 가능기술로 전환하려는 강력한 시장 유인이 형성된다.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 국경세 등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도입된다.
탄소세 부과를 통한 가격 규제는 생산자들에게는 비용 인상과 이윤 축소로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생산으로의 유인을 제공하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 수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공급 부족으로 화석연료의 시장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탄소세를 부과하면 과연 소비 수요가 줄어들 것인가는 의문이다. 탄소세 부과에도 수요가 줄지 않고 유지된다면 탄소세 효과는 없고 가격만 더 끌어올린 셈이 된다. 공급 부족, 수요 초과 상황이 지속한다면 아주 높은 수준의 탄소세가 아니고서는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전력 수요에 맞는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석탄, 천연가스, 석유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확대하는 황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일정한 가격통제를 한다 하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화석연료 수요를 줄이기 위해 훨씬 더 급진적 탄소세가 필요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톤당 50달러 수준으로 예측하는 탄소세가 수백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업은 단순한 이윤 축소가 아니라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이윤을 다 내주고 적자가 나거나 도산할 수 있다(IMF는 선진국은 톤당 75달러, 고소득 신흥시장은 50달러, 저소득 신흥시장은 25달러를 탄소의 기본가격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전경련은 탄소세를 톤당 75달러로 설정할 경우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탄소세만 약 6조원 넘게 납부하게 된다며 탄소 세액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기업이 다수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어쨌든 생산량이 줄어 탄소 배출이 줄 수 있지만, GDP 성장과 국민경제 심대한 타격을 입히게 된다. 또한 높은 탄소세는 결국 탄소 배출이 많은 주요 상품의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염려가 있다. 기후 위기 대응 확대는 생산조건을 변화시키고 탄소세 부과 등 시장가격 규제로 인해 물가를 올리고 자본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이윤율을 더 낮춘다(이행 리스크의 증가).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2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국제메탄서약 출범식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고 느슨한 탄소세를 도입하면 화석연료 수요를 줄이지 못하고 가격만 더 올린다. 여기에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 수소환원제철 기술 등 믿을 수 없는 탄소 저감 기술발전을 기대하며 현재 화석연료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으면 금세기 중반에 지구 온도가 2.0℃보다 더 올라가게 된다. 이른바 ‘무질서한 전환’이 뒤따르게 되면 2℃ 이상 온도 상승과 함께 기후재해 정도와 심각성을 더해 성장은 더 꺾이게 된다(물리적 리스크의 증가).
기후 위기 영향은 그 자체가 초래하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s)와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행(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s)를 통해 실물경제 각 부문에 파급된다. 이처럼 높은 탄소세는 물리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이행 리스크를 더 크게 부르고, 낮은 탄소세 또는 무대응은 이행 리스크를 줄이지만 물리적 리스크를 더 크게 불러온다. 이를 ‘자본주의 기후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능하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 / 미디어오늘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빠졌다…빛바랜 무공해차 전환 약속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서 제네시스 전기차 G80에 함께 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인도네시아는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전차량으로 제네시스 전기차 G80을 채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연합뉴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무공해차 전환 선언이 나왔다. 주요 자동차 시장은 2035년까지, 전세계적으로는 2040년까지 신차로 무공해차만 판매할 것을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생산국인 중국도 불참했다. 시점을 못박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4차 무공해자동차전환협의회(ZEVTC·Zero Emission Vehicle Transition Council)에서 영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폴란드, 캐나다, 칠레, 터키, 우루과이 등 33개국(인도는 조건부 참여)이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동참했다. 포드, 지엠,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등 11개 기업도 참여했다.
협의회는 세계 자동차 판매의 75%를 차지하는 미국, 유럽연합, 한국, 일본, 인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5개 나라가 참여하는 장관급 협의체다. 26차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영국이 지난해 11월 창설했다. 약 1년 동안 3차례 회의를 거쳤고, 이날 4차 회의에서 무공해차 전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한국 쪽 차석대표)는 한국이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450만대와 하이브리드 차량 400만대를 보급하고 2025년까지 전기충전기 50만기, 수소충전소 450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했다. 또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2026년까지 인도네시아의 온실가스 감축용 태양광 충전 시스템 구축 사업에 190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고 산업부는 소개했다.
지난 4일 세계 40여개 나라가 서명한 석탄 감축 계획이 담긴 성명에 한국 정부가 서명해놓고도 ‘시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딴소리로 비판을 받자, 산업부는 회의 전날인 10일 무공해차 전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성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먼저 언론에 공개했다. 산업부는 “큰 맥락에는 동의하지만 달성 시기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도 우리와 유사한 이유에서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동차 판매 1·2위인 일본의 도요타와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전환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폴크스바겐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산업부는 서명 불참 보도자료를 처음 배포했을 때 발표자로 차석대표 김효은 기후대사 대신 유연철 전 기후대사로 잘못 적어 수정본을 배포하기도 했다.
글래스고/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10월30일 오후 지리산 아고산대(해발1500m~2500m로 고산대와 저산대 사이) 침엽수의 고사 범위와 분포를 조사하는 ‘백두대간 기후위기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린백패커 회원들이 지리산 반야봉 인근에서 하얗게 고사한 구상나무 개체수를 확인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지리산 반야봉 인근에 하얗게 말라죽은 구상나무와 가문비 나무가 즐비하다. 반야봉 뒤로 천왕봉이 보인다.ⓒ시사IN 이명익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각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미래에 3℃ 정도 온도가 오를 거라고 봅니다. 3℃ 상승을 현실로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인류가 멸종하리라는 예측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기후과학자와의 대화는 뜻밖에 책으로 시작됐다. 김백민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의 연구실 책상 위에 〈6도의 멸종〉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기후위기 분야에서 꽤 알려진 저작이다. 지구온난화로 펼쳐질 ‘디스토피아’를 섬뜩하게 그려내 여러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의 바탕이 됐다. 저자 마크 라이너스도 문제적 인물이다. 과거 GMO(유전자 조작 또는 변형 농산물) 반대운동에 앞장섰으나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며 돌연 입장을 바꿔 전 세계 농민·환경운동계로부터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백민 교수가 말했다. “첫 문장부터 보세요. 앞으로 100년간 지구 기온이 6℃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하잖아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IPCC는 지금보다 석탄을 네 배 이상 많이 쓸 경우를 가정해서 6℃ 오른다고 했거든요. 지금 석탄은 퇴출 수순이잖아요. 이건 악의적이죠. 이렇게 써놓으면 보통 사람들은 ‘아, 앞으로 지구 온도가 6℃ 오르는구나’ 생각하잖아요.”
기자가 또 다른 책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다. 〈6도의 멸종〉과는 정반대 입장에서 기후위기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주로 보수 언론에서 집중 조명하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북극곰이 사라진다거나,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는 환경운동가들의 경고가 사실이 아니라며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지구를 망친다고 주장한다. 저자인 마이클 셀런버거 역시 간단치 않은 인물이다. 환경·에너지 전문가로 불리며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는 글을 주요 언론에 기고해왔다. IPCC 보고서 검토자로 초빙되는 등 기후위기 분야에서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셀런버거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만질 때를 생각해보세요. 상아, 다리, 코 다 다르잖아요. 이걸 교묘하게 이용했죠. 100가지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갖고 사람들이 오해하게끔 만들었어요. 원전 문제만 해도 그래요. 방사능이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피해자 통계가 다 달라요. 수십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차이가 납니다. 셀런버거는 지엽적 부분을 끄집어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요. ‘체리 따먹기’의 달인이랄까요.”
기자가 “지금 기후위기를 둘러싼 논쟁이 좌우파 이념 논쟁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자 김백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맞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실체에 대해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논쟁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마르크스주의 논쟁을 벌일 때 얼마나 많은 책과 지식을 놓고 토론했나요. 그런데 이쪽 논쟁은 서로 자기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에요.”
김백민 교수는 기후과학자다.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단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14년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문제가 어떻게 한반도 같은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몰고 오는지 밝혀낸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빙하가 사라져 따뜻해진 공기가 제트기류를 약화시킴으로써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권으로 밀어닥친다는 내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들이 “이렇게 추운데 무슨 지구온난화란 말입니까?”라며 기후위기를 부정하던 때였다. 그는 극심한 겨울 한파가 역설적으로 지구온난화의 결과로도 초래될 수 있음을 밝혀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김백민 교수는 최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블랙피쉬)라는 책을 펴냈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정말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을까,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 올랐다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종말은 피할 수 없는 걸까 등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과도한 불안이나 근거 없는 낙관을 넘어, 기후위기의 ‘수상한 진실’을 과학자로서 탐정처럼 파헤치고 싶었다는 게 그가 책을 쓴 이유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마침 지난 8월9일 IPCC가 제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 환경계획(UNEP)이 공동 설립한 국제 협의체다. 기후위기에 관해 가장 신뢰받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1990년 1차 보고서를 낸 이후 올해 6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발간 직후 국내 언론도 IPCC발 위기 경고를 담은 보도를 쏟아냈다. 김백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도 IPCC 보고서가 주요 화두였다.
IPCC 6차 보고서를 어떻게 보셨나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이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의 범인이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5차 보고서에서 95% 신뢰수준이라면 6차에서는 99%입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내용이 쉽고 명확해졌어요. 예를 들어 ‘앞으로 평균기온이 4℃ 더 올라가면 50년 만에 찾아오던 극단적인 폭염이 매년 온다’라고 표현했어요. 50년 만의 대재난이 매년 닥칠 수 있다는 거죠.
IPCC 보고서는 그동안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1990년 1차 보고서는 ‘인간이 기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요약할 수 있어요. 2001년 3차 보고서에서는 ‘최근 50년간 인간이 대부분의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라고 밝히죠(아래 〈그림〉 참조). 점점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이 보고서가 과학자들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도 참여합니다. 그래서 IPCC 보고서가 그리는 미래는 예측이 아니라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입니다. 일종의 각본일 뿐, 반드시 미래가 그렇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해하는 내용이 있을까요?
-5차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 정도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그중에 ‘RCP 8.5’라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RCP는 ‘대표 농도 경로’라는 말인데, 어려우니까 일단 넘어가죠. 이 시나리오는 인류가 미래에 지금보다 석탄을 네 배 이상 사용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해 지구 온도가 5℃ 이상 상승한다는, 지금으로 봐서는 현실성이 없는 가정입니다. 앞서 〈6도의 멸종〉에서 사용한 시나리오죠. 문제는 많은 과학자와 언론인들이 고의든 아니든 RCP 8.5 시나리오를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의 미래 예측으로 소개해왔다는 점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서면 더 이상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IPCC 보고서에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 상승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사람들은 “고작 1℃ 정도 오른 거 아니야?”라고 말할 겁니다. 그런데 인간 활동으로 초래한 에너지 93%를 바다가 흡수해요. 산업혁명 이후 바다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매초 약 1.5개씩 폭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바다가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데도 지구 온도가 1℃나 상승한 겁니다. 문제는 바닷속에 저장된 에너지가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 상승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비가 많이 내렸던 지역에는 비가 더 많이 오고, 가물었던 지역은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는 점만은 분명히 말하셨습니다.
-맞습니다. 다가올 기후변화의 피해를 기후과학자들로 하여금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에 역대 최장 장마가 오기도 했죠.
기후위기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나라는 무서운 곳이 바다예요. (사진기자의 고향이 속초라고 밝히자) 지금 동해안 수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바다의 수온 상승이 왜 무서우냐면, 태풍이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우리나라 쪽으로 쉽게 올라옵니다. 태풍과 해수면 상승이 맞물리면 더 복합적인 기후 재난이 닥칠 수 있습니다. 태풍이 올 때마다 물이 덮치는 부산의 마린시티를 보세요. 저는 이것이 어떤 전조같이 여겨집니다.
무서운 일이네요.
-그러나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가 ‘6℃의 멸종’ 대신 ‘3℃의 희망’을 말했으면 해서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우리가 각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3℃ 정도 온도가 오를 거라고 봅니다. 3℃ 상승을 현실로 놓고 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인류가 멸종하리라는 예측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가 너무 과도하다고 보시나요?
-공포 메시지가 너무 많이 전달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구 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즉 ‘6℃의 멸종’으로 치닫게 되니 이를 무조건 저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온도를 1.5℃ 아래로 막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1.5℃를 넘어서더라도 분명 되돌릴 기회는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1.5℃를 상정하게 되면 각 국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에 취약한 나라들이 짊어져야 할 비용이 너무나도 커집니다. 그러면 탄소 절감 노력을 포기하게 되죠.
한국에도 기후위기를 과장하는 이들이 있나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기후과학자 중에서도 RCP 8.5가 석탄을 네 배 더 쓸 때의 시나리오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 있어요. 이걸 쓰면 결과가 더 선명하니까, 논문 쓰기에는 좋겠지만요.
거꾸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이들은요?
-올해 〈불편한 사실〉이라는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앨 고어가 몰랐던 지구의 기후과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죠.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번역했습니다. 이 책은 ‘하키스틱 그래프’(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후 급상승함을 나타낸 그래프)를 부정합니다. 그런데 하키스틱 그래프를 둘러싼 논란은 2020년에 종결되었습니다(39쪽 상자 기사 참조). 기후과학자들이 하키스틱 그래프가 옳다는 걸 확인했어요. 이 책이 출판된 시점이 2017년이라,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습니다. 너무 옛날 정보랄까요.
교수님은 기후위기와 기후변화 중에 어떤 단어를 쓰시나요?
-기후위기는 과학자들의 언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용어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라는 표현보다는 사람들이 ‘기후·에너지 위기’라는 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쓰기 시작하면서 기후와 에너지는 한 몸이 되었거든요. 따라서 현 시점의 인류는 기후뿐 아니라 에너지도 위기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대전환이 일어나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 문제로 대화가 옮아가면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편한 진실〉은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졌지만, 〈불편한 진실 2〉도 제작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7년 발표된 이 다큐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을 앞두고 앨 고어는 인도 장관을 만난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달라는 고어의 말에 인도 에너지부 장관이 이렇게 답한다. “인도도 150년 뒤에는 그렇게 할 겁니다. 풍부한 화석연료로 기반시설을 세워서 1인당 국민소득이 5만~7만 달러가 된 후에 말이죠. 미국이 150년 동안 그렇게 탄소를 배출해왔잖아요.” 전 세계가 연대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징하는 장면이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 문제에 뒤처져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영국의 기후변화 관련 미디어에서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한 적이 있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을 토대로 비판했습니다. 저는 황당했어요. 〈불편한 진실 2〉에서 인도 에너지부 장관이 하는 말이 맞는다고 봐요. 탄소 배출량은 인구수와 1인당 GDP가 좌우해요. 잘 먹고 잘살면 탄소를 많이 배출합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통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려온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으로 보면 한국은 20위권 수준입니다. 현재 시점의 한국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기후악당이라니요? 한국이 기후악당이면 영국은 기후괴물 정도 되지 않을까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은 이미 예고됐다고 하셨습니다.
-석유는 어차피 동나요. 유럽이나 미국이 얄밉더라도 우리는 에너지 대전환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요. 2050년에 탄소중립을 할 거냐 말 거냐 이건 제가 보기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에요. 중국·일본 다 탄소중립 선언했어요. 우리도 무조건 해야 돼요. 하지만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에 주눅이 들어서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 논의에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2050년은 논하면서 당장 2030년까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선택에 따른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고 있지 않아요. 기후위기 대응이 코앞에 닥친 현실인데도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답이 아닌가요?
-제가 에너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태양광이나 풍력의 약점은 체력 부족입니다. 체력은 에너지 저장 능력을 말합니다. 제주도를 볼까요? 태양광과 풍력설비가 넘치는 제주도에서는 에너지가 남아돕니다. 쓰고 남은 걸 다른 곳에 팔거나 저장해서 나중에 써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육지로 남은 전기를 보내려 해도 단방향 송전선밖에 없어요. 육지에서 보내는 전기를 받기만 할 수 있죠. 결국 제주도의 태양광, 풍력발전은 수시로 멈춰서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신경 써야 합니다. 폭염, 한파, 폭설 등 태양광이나 풍력이 무력화되는 극단적 기상 현상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 에너지 대책도 세워야 합니다.
원전 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IPCC에서 2018년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원자력 이용을 장려했다는 이야기를 책에 쓰신 걸 보고 놀랐습니다.
-장려했다기보다는 원전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전이 탄소를 적게 배출하니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죠. IPCC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이지, 원자력의 위험에 대응하는 조직이 아니거든요. 원전이라도 사용해서 위중한 글로벌 이슈를 극복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원자력을 좀 더 안전하게 활용할 방법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는 소형 원자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죠. 토륨은 우라늄과 달리 자체적으로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원자로 스위치를 끄면 즉시 핵분열을 멈춥니다. 빌 게이츠도 토륨을 이용한 소형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환경운동 단체들의 탈원전이나 탄소중립 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글로벌 이슈는 중요시하는데, 로컬 이슈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분들은 온도가 1.5℃ 상승하면 큰일 난다,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죠.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거죠. 세계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차원에서는 다릅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잘 쓰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한데, 세계적인 지표에만 매달리며 자꾸 조바심을 내게 만듭니다.
여러모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무려 7%나 감소했습니다. 엄청난 수치이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세계적 대재난 속에서도 ‘그래 봤자 7%’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게 될까요?
-말씀드렸듯이 에너지 전환은 이미 시작됐어요. 세상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결국 탄소는 급격하게 감축될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비용이죠. 독일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대폭 늘리면서 전기료가 3배 정도 올랐어요. 앞으로 모든 에너지는 전기로 바뀔 겁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되면 전기료 싼 나라가 패권을 쥐게 되죠. 국가 경쟁력이 전기료로 결정되는 세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위기를 기후위기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며 기후·에너지 위기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우리도 준비해야죠. 배터리 기술, 수소 기술 등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기후위기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육식, 특히 소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하는 말이라면서.
-현재 가축 사육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이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먹는 것, 그리고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 저를 포함해서 육식을 아예 끊을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이라도 덜 먹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기업이나 정부도 압박해야겠다는 전투 의식이 생길 수도 있죠. 이미 세계적으로 개인들이 단결해서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압박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기후과학자로서 리얼리스트인 줄 알았는데, 육식을 줄여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이상주의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든 흑백논리로 나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시사인 이오성 기자
‘왕릉뷰’ 아파트, 21개층 철거하거나 58m 나무 심어야 한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소위에서 논의하게 될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는 아파트 일부 동을 자르거나 철거하는 방안 또는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 두 가지가 논의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높이 20m와 김포 장릉이 위치한 산의 능선, 인근 아파트 높이 등을 기준으로 아파트 최고 높이와 최고 층수를 분석했다. 문화재 심의 기준인 최고 높이 20m 기준에 맞추려면 문제가 되는 동을 모두 4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미 골조공사가 완료된 상태라 건물을 자르기는 쉽지 않고 사실상 허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왕릉 500m 반경) 밖에 있는 아파트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도 검토됐는데 분석 결과 최대 58m에 달하는 수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방안 역시 실효성에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건설사와 지자체의 방조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 사이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결국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라면서 “입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재청에서 언제까지 결론을 내릴지 명확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아파트의 일부 철거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오는 14일 대광로제비앙과 예미지트리플에듀 입주자대표위원회에서는 김포 장릉에서 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릉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중 하나로, 조선 16대 왕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곳이다. 김포 장릉 주변에 새로 지어지는 검단신도시의 아파트들이 20층이 넘어가면서 장릉에서 보여야 할 인천 계양산을 가리게 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곤돌라 이어 대규모 관광시설까지...가리왕산 복원 제대로 될까
환경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때 활강 스키 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에 대규모 관광시설까지 설치하겠다는 정선군의 요구를 승인했다. 2024년까지 곤돌라(소형 케이블카)를 존치하는 것에 이어 산 정상에 대규모 시설이 추가로 들어서게 되면서, 생태 복원이 제대로 될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11일 “환경부가 가리왕산 생태복원 추진단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산 정상부에 대규모 탐방시설을 설치하는 안에 협의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및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9월 강원 정선군에서 제출한 제9차 환경보전방안 검토의견에서 산정부에 약 3000㎡의 대규모 관광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342㎡의 상부 정류장을 증축하고, 2657㎡ 상부데크를 짓는 것이다.
© 경향신문 가리왕산 산정부에 들어서게 될 곤돌라와 편의시설 조감도. 녹색연합 제공
이 시설 설치와 관련해 원주지방환경청이 작성한 검토 의견을 보면 “곤돌라 운영에 부수되는 편의시설은 향후 복원에 지장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설치”하고, “데크 등 시설물은 기존 지형에 순응되게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산정부 돌출암반은 원지형 보전을 위해 사업부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이런 대규모 관광시설 설치를 허가해주는 것 자체가 복원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보고있다. 녹색연합은 “복원에 지장을 주지 말라고 하면서 복원을 아예 할 수 없도록 하는, 산정부 거의 전체를 활용한 시설 설치를 허가했다”며 “산정부를 대형 시설물과 데크로 두른 뒤 ‘산정부 및 주변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생태복원추진단과 협의 없이 정선군의 요구를 승인한 절차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녹색연합은 “산정부는 가리왕산 생태복원의 핵심이고, 당연히 생태복원추진단의 주요 안건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며 “복원의 방향이 정해지고 난 뒤에 관련 협의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정부와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2014년 1월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하고 중봉에 활강 스키를 위한 경기장을 지었다. 협의대로라면 올림픽이 끝나면 산림을 원래 상태로 복원해야 했지만, 강원도가 ‘곤돌라를 존치하게 해달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수 년이 흘렀다. 이후 만들어진 ‘가리왕산의 합리적 복원을 위한 협의회’에서 지난 6월 생태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 동안 곤돌라를 한시적으로 운행하도록 허가해 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했다. (관련기사: 가리왕산에 곤돌라 존치하면서 복원이라고?)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가덕도신공항 ‘보상 노린’ 신축 붐… 건축 허가·개발 행위 제한 나선다
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가덕도 일대에 보상을 노린 신축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선다는 지적(부산일보 10월 21일 자 1면 등 보도)에 따라 부산시가 칼을 빼 들었다. 관련 기관을 소집해 첫 회의를 가진 부산시는 법적 검토와 국토부 협의 등을 거쳐 이달 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5일 시청 회의실에서 강서구청과 함께 가덕신공항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신공항 예정지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관련 기관을 소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가덕도 일대 건축·개발 규제 여부 등을 놓고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가덕도 일대 건물 신축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부산시와 강서구청 모두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가덕도 내 건축 허가 건수는 45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39건(10월 기준)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투기 움직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확정된 이후 더 많은 보상을 노린 땅 주인이 새 건물을 우후죽순 짓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자, 강서구청은 올 3월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가덕도 내 건축허가와 개발행위 제한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회의 참석자들은 규제 시기와 대상 지역을 어떻게 정해야 할 지도 다뤘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초 가덕신공항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만일 부산시가 신공항 세부계획안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규제에 나선다면, 가덕도 내 어느 지역까지 대상으로 할 지 결정이 필요하다. 이미 부산시는 올 2월부터 사실상 가덕도 전역인 21.28㎢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정했지만, 건축이나 개발 행위 제한은 그보다 강도 높은 규제인 탓에 지나치게 범위를 넓힐 경우 주민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법적으로 어디까지 규제가 가능한 지도 검토가 필요하다. 건축물이나 토지 종류에 따라 규제에 적용되는 법률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부산시는 가덕도 내 건축, 개발 허가 규제 여부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묻고, 이에 대한 주민 의견 또한 수렴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달 안에 내부 검토를 마치고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부산시 신공항도시담당관 관계자는 “회의 이후 국토교통부와 강서구청 등 관련 기관과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달 말쯤 구체적인 관련 대책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에 제1호 국가도시공원을”…민관협의체 출범
올 8월 부산 강서구 맥도 100만평 그린시티와 관련해 맥도 현장을 둘러보며 보고를 받는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 제공
부산에 새로운 형태의 도시공원을 만들고 서부산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부산시는 12일 오후 2시 시청 22층 회의실에서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국가도시공원 민관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류 지역 750만㎡(227만 평)를 전국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산 지역 개발제한구역 내 무분별한 난개발을 정비하고 동서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올 10월 도시공원 지정에 시민과 전문가 등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날 회의에는 부산시 관계 공무원을 비롯해 민간위원으로 국가도시공원전국민간네트워크 김승환 상임대표,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처장,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교수 등이 참석했다.
민관협의체는 강서구 맥도 100만 평 그린시티 추진사항을 공유하고, 국가도시공원 지정·추진을 위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금정산 국립공원화는 물론 저탄소 도시 구축을 위한 주요 사항과 현안, 문제점 등을 두루 살폈다.
부산시는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사업추진 방향과 상생협력 방안 등을 모색한다. 민관협의체의 역할을 단순 자문과 의견 제시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근희 부산시 녹색환경정책실장은 “이번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국가도시공원 지정 추진계획에 반영하겠다”며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만들겠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그린 택소노미’ 뭐길래…원자력 놓고 독·프 갈라진 EU
그린택소노미 여부 따라 투자기준 달라져
프랑스 등 찬성국들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
독일 등 반대국들 “택소노미 신뢰 훼손 안돼”
프·영 원전회귀, 연료값 상승 등 찬성파 유리
ESG 투자쪽 반대 뚜렷…포함되도 투자 비관적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앞줄 맨 왼쪽에 있는 돔 형태의 작은 건물이 A호기 원자로, 오른쪽에 있는 낮은 원통형 건물이 왼쪽부터 B와 C호기 원자로다. 뒤에 서 있는 잘록한 형태의 높은 구조물은 냉각탑이다. A호기와 B호기는 이미 폐쇄됐고, C호기는 올해 말 폐쇄될 예정이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할지를 올해 말까지 결정할 계획인 가운데 포함에 찬성하는 국가들과 반대 국가들 사이에 막판 여론전이 가열되고 있다.
녹색 분류체계’라는 의미의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 관련 기술은 유럽연합(EU)의 현행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린 택소노미는 이에스지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선택 기준이 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기회조차 잡기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원전 산업계에서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집어넣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다.
독일로 대표되는 반대파와 프랑스가 이끄는 찬성파가 펼쳐온 여론전의 주전장은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영국 글래스고까지 확대됐다.
독일과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7개국은 11일 글래스고에서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의 스베냐 슐츠 환경·자연보호·원자력안전 장관과 나머지 국가들의 환경·에너지·기후 관련 장관들은 이 성명에서 “회원국이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일부로 원자력을 찬성하거나 반대할 주권을 인정하지만,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 택소노미의 무결성, 신뢰성 및 유용성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 택소노미를 기준으로 삼는 이에스지 금융상품의 투자처에도 원자력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이에스지 금융상품 구매가 원자력을 지원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이에스지 상품 전반의 신뢰 저하를 부를 것이란 우려다.
이에 앞서 프랑스와 핀란드는 지난달 11일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8개국과 함께 유럽연합 역내 주요 신문에 일제히 ‘우리 유럽인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그린 택소노미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윈회를 상대로 막판 여론몰이에 나선 셈이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을 비롯한 10개국의 경제·에너지 관련 장관들은 기고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고 독립적 에너지원이며,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원전이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유럽의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며 최근 천연가스 가격 폭등과 함께 치솟은 전력 가격에 불만인 여론에 호소했다.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 규정은 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완화(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 및 복원, 환경오염 방지 및 관리 등과 같은 환경목표 가운데 하나 이상의 달성에 기여하면서, 그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DNSH, Do No Significant Harm)을 요구한다. 원자력은 바로 이 디엔에스에이치 원칙의 문턱에 걸려 그린 택소노미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요청으로 이 문제를 검토한 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는 올해 3월 “원전의 위해성은 용납할만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제출해 포함 추진파 쪽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보고서의 결론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집행위가 보건환경과학 전문가와 방사능폐기물 전문가 그룹에 재검토를 맡긴 결과는 추진 반대파 쪽에 다소 기울었다. 지난 6월 제출한 재검토보고서에서 보건환경과학 그룹은 제이아르시 보고서가 원전의 위해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견을, 방사능폐기물 그룹은 보고서의 전제에 동의하지만 원전의 직간접적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집행위가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원자력 발전을 녹색금융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외에서는 영국의 선택이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 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6월 확정한 그린 파이낸싱 프레임워크(녹색 금융 체계)에서 “많은 지속가능 투자자들이 원자력에 대한 배제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영국 정부는 그에 따라 원자력 관련 지출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대파 쪽으로 기우는 듯하던 분위기는 지난달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전력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급변했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원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더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신규 원전 건설 재개까지 선언했다. 2017년 취임 뒤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닫아 75%에 이르는 원전 비중을 2035년까지 50%까지 낮추기로 했던 약속과 상반되는 행보다.
최근 벌어진 예상 못 한 전력 가격 상승에 유럽연합 지도부도 원전 쪽으로 기우는 조짐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COP26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재생에너지가 더 필요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동안 필요한 가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볼 때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령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다고 바로 원전에 대한 투자가 쏟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수용 여부와 원전 자체의 경제성이기 때문이다.
이에스지 투자를 추구하는 투자자 그룹은 유럽연합이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외신을 보면, 약 9조유로(1350조원 정도)의 투자 자산을 운용하는 60개 국제 투자사로 구성된 ‘넷-제로 자산 소유자 동맹’(Net-Zero Asset Owner Alliance)은 최근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녹색 분류체계의 높은 수준과 일치하지 않는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평가에 디엔에스에이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적시된 동맹의 문서를 확인했다며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할 경우 투자자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대비 원전의 경제성은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평가했을 때 원자력 전기는 이미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전기보다 비싼 에너지가 됐다. 지난해에는 원전이 1메가와트시(MWh)당 163달러로, 평균 37달러인 재생에너지보다 4배 비싼 것으로 평가됐다. 그린 택소노미 포함이 바로 기존 대형 원전에 투자가 밀려드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은 “프랑스가 얼마나 여론 플레이를 많이 하든 상관없이 유럽연합의 주류는 원전은 배제하고 가스터빈 등 유연성 전원의 연료인 천연가스만 택소노미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기술적으로는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그 많은 약속들 지금 어디에 있나?
COP26 세계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의 외침 “지금 당장 행동하라”매년 1천억달러 대응기금 제자리… 공식 선언문 초안도 알맹이 없어
2021년 11월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세계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각국 정상들에게 공언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 정상들은) 몇십 년 동안 ‘블라블라’(blah blah)하기만 했다. 그 말들이 지금 어디에 있나? 그들은 계속 화석연료 사업을 하고 석유 파이프를 심는다. 최소한의 일도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일이다.”
빨간 점퍼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2021년 11월5일 오전(현지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세계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Fridays For Future)이 주최한 ‘기후파업’이 열렸다. 이들은 2시간30분가량 글래스고 곳곳을 행진한 뒤, FFF 청소년 활동가들의 연설을 이어갔다. 오후 4시께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툰베리가 발언했다.
시민들이 든 손팻말에는 툰베리가 9월 말 청소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사용한 ‘더 이상 어쩌고저쩌고하지 말라’(No more blah blah)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시민들은 이 밖에도 ‘지금 당장 행동하라’ ‘우리의 지구는 우리 손에 달렸다’ ‘우리는 녹고 있다’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이날 오전 글래스고 켈빈그로브공원과 그 주변 거리가 수만 명(주최 쪽 추산)의 인파로 가득 찼다.
“기술적 해결 안 되면 사회 구조 바꿔야”
툰베리는 “COP가 실패한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동안 해온 똑같은 방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하다. 리더들은 아름다운 말을 하고 그럴듯한 약속을 하지만 북반구 사람들은 과감한 기후행동을 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안 하고 있다. COP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허한 약속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며 “기술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성 기후정치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한 청년은 툰베리만이 아니었다. 검정 모자와 와인색 마스크를 쓴 채 군중의 맨 앞에 서 있던 25살 바네사 나카테. 그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자랐고 가뭄과 홍수, 허리케인으로 고통받은 기후위기의 피해자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우간다의 기후 문제를 알리는 FFF 소속 활동가이기도 하다. 나카테는 “세계 남반구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지만 우리는 (언론의) 1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선진국 사람들한테 그것은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020년 초 기후활동가들을 인터뷰하면서 활동가 5명 중 가장 끝에 서 있던 나카테를 사진에서 도려냈다가 비판받았다. 나카테는 인종차별, 국내총생산(GDP) 차별과도 맞서야 한다.
나카테가 처음 기후운동에 나선 때는 2019년 1월이다. “하루는 친구와 걷고 있는데 경찰 트럭 뒤에 실려가는 주검을 봤다. 폭우에 휩쓸려간 사람이었는데, 그와 다른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의 희생자라고 생각했다.” 나카테는 “기후위기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라며 “가장 오염을 많이 시키는 나라들과 이러한 파괴로 이득을 본 화석연료 회사가 (기금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COP26에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피해기금 설립을 핵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 피해 집중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COP26 연설을 한 11월8일(현지시각)에도 FFF 등에 속한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발도상국에 2020년까지 매년 기후대응기금 1천억달러를 지원하는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부분 국가들이 6년 전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행동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이행은) 1.5도 이상의 온난화를 막기 위해 실천된 것으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COP26에 참석하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세계 최대 배출국인 이들 정상이 회담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걸 보게 돼 특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COP26이 열리는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회의장 주변은 오바마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바마는 청년 기후활동가들을 향해 “계속 분노하길 바란다”며 이 분노를 활용해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에 맞서 더 많은 행동을 하도록 압력을 가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오바마를 향해 “우리에게 돈을 달라”(Show Us The Money)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케냐에서 온 기후운동가 케빈 므타이는 “(개도국 기금을 지원하겠다는) 오바마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는 우리에게 공허한 약속에 불과하고 이런 일들에 우리는 매우 지쳤다. 오바마가 제발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세계 남부 국가들에 재정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 45% 감축’도 기존 복사판
나카테 역시 “오바마를 포함한 세계 지도자들은 2020년까지 기후재정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2021년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약속이 이행되길) 기다리고 있다. 명확히 말해 (매년) 1천억달러 지원은 최소한이고 우리에게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월1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누리집에 COP26 공식 선언문 초안이 공개되자 ‘맹탕’ COP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초안에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강조한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기후단체들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높이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 등이 분명하게 선언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툰베리 등 청년 기후활동가들은 유엔에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고 청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때와 마찬가지로 레벨3의 비상사태를 선언하라. 유엔의 자원과 인력을 신속히 배치해 기후재해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원조하고 과학적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을 파견하라”고 강조했다. 글래스고(영국)=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선언문 수정안 발표···‘석탄 발전 및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문구 일부 수정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현장에서 12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옥스팜 활동가들이 각국 정상들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글래스고|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폐막일인 12일(현지시간) 오전 선언문의 새로운 초안(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는 선언문의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 화석연료에 대한 부분의 표현이 일부 약화됐다. 모든 당사국들이 동의해야 하는 선언문 최종안은 아직 논의 중인 만큼, 화석연료와 관련한 표현은 막판까지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기후변화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회의로 꼽힌 이번 총회에는 190여개 당사국이 참석해 약 열흘 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각종 선언들을 발표했다.
유엔이 이날 발표한 COP26 선언문 수정안은 지난 10일 선언문 초안의 수정본이다. 수정안에는 석탄 사용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단계적 폐지에 관한 표현이 바뀌었다. 초안 19번 항목에 “당사국들은 석탄 사용과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가속화한다”는 문구가 수정안에서는 “당사국들은 줄지 않는 석탄 발전과 화석연료에 대한 비효율적인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가속화한다”고 바뀐 것이다. 석탄 발전 앞에 ‘줄지 않는’이라는 수식어가, 보조금 앞에는 ‘비효율적’ 이라는 말이 추가된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비효율적’이란 단어가 추가된 것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보조금을 유지하길 원하는 이들을 도울 순 있지만, (그 외의) 보조금이 유지되기를 원하는 나라들에게 이용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COP는 그동안 25번의 회의를 하면서도 석탄과 화석연료 감축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수정안에 이런 부분이 유지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초안이 공개되었을 때 주요 석탄 사용국들의 반대로 인해 해당 부분이 수정 과정에서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수정안의 표현이 초안보다 ‘훨씬 약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생물다양성센터의 에너지정의 책임자인 장 수는 수정안의 ‘온실가스 저배출 에너지’를 언급하며 “살기 좋은 지구를 보존하려면 희망을 갖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배출 혁명’”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석탄과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핵심 문구는 매우 약화됐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선언문에) 존재하는 만큼 회의가 끝나기 전에 다시 강화돼야 한다. 그것은 큰 싸움이며, 우리가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고 했다.
내용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수정안에서 의미가 다소 약한 단어로 바뀐 것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다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문구가 ‘촉구(urge)’한다는 단어가 수정안에서는 ‘요청(request)’으로 바뀌었다. 모건 총장은 “전에도 별로 충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더 약해졌다”고 했다. 유엔은 ‘요청(request)’보다는 ‘촉구(urge)’가, 촉구보다는 ‘요구(demand)’가 더 강한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디언은 “(‘요청’이라는 단어는) 파리협정에 사용된 언어이기 때문에 (문구가) 현저히 약화됐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기후 취약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선진국의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수정안은 선진국 당사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당초 올해까지 지급하기로 했던 연 1000억달러의 기후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2025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증가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에 이러한 지원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COP26에서 대통령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안과 ‘2050년 탈석탄’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세계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글로벌 메탄 서약’과 2030년까지 산림 벌채 등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선언’, ‘글래스고 브레이크스루 선언’과 탈석탄 선언 등에 서명했다.
하지만 국내외 기후단체들은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COP26 종료를 하루 앞두고 낸 성명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 등이 부족했음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기후위기 악화에 대한 책임과 경제적 역량에 비례하지 않는 미약한 활동을 펼쳤다”고 했다.
탈석탄 선언에 서명하긴 했지만 이후 ‘원론적 차원에서의 동의일 뿐’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았다.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앰버’의 데이브 존스 활동가도 “한국 정부에서 취지에 이론적으로 공감했지만 조약의 이행시기에 동의한 건 아니라고 말하며 탈석탄 시점을 당기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금으로부터 20여년 뒤에나 탈석탄을 한다는 것은 1.5도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은 탈석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 부의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후 적응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우리 미래를 암울할 뿐”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일본 등 OECD 국가들은 2030년까지 석탄을 완전히 퇴출하자는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경향
10년 뒤면 우리 학교가 물에 잠기는 거 실화?
[박차고 나온 요즘 것들 ⑤] 기만적인 탄소중립위원회 막기 위해 청년이 한 일
▲ 대학생 기후행동 최재봉 대표가 기후위기를 알리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최재봉
"10년 뒤면 인천공항과 인천대학교가 물에 잠긴다고? 하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그린피스의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과 책으로 나와 있었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 기후위기를 알기 전까지 나는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기후위기는 나와 먼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알게 된 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2019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처음으로 붉은색 밤하늘을 본 친구의 이야기, 2018년도 산불로 친구를 잃은 후배가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던 이야기, 아직 졸업도 못했지만 학교가 물에 잠길 일을 걱정하는 나의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기후위기가 나중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학교가 물에 잠긴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기후위기에 대해 더 알아보게 되었다. 그런 와중 정부의 '2050 탄소중립선언'을 보면서 조금의 변화는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정부의 계획을 살펴보고 또 직접 만나면서 실망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청년단체 간담회를 제안을 했고 나는 이를 수락했다. 나는 기후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나는 간담회에서 지금 정부가 제출한 시나리오가 기후위기를 정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당시 위원장은 지금의 시나리오가 기후위기를 100%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확답할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그때 느꼈다. 정부가 의견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계획에 우리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껴 탄소중립위원회 위원들(청소년, 종교 등)이 연달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을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반대하는 이유
▲ 탄소중립위원회 규탄 행동을 하는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 최재봉
문재인 정부가 COP26에 제출하고 온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탄소감축목표가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신규 석탄발전소 폐지 계획이 없다. 세 번째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기술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10월 18일 노들섬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도 없고 당사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회의가 진행됐다.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과 함께 회의장 앞으로 "석탄발전 중단 없는 기만적인 계획 철회하라고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를 승인 한 적 없다"고 이야기하러 회의장에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수백 명의 경찰들이 출구를 막고 있었다. 가지고 간 작은 앰프를 켜기 전에, 현수막은 펼치기도 전에 경찰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우리는 생목으로 맨몸으로 회의장에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게 부딪치고 외쳤다. 하지만 2시간 회의 끝에 기만적인 시나리오는 결정됐다.
탄중위는 기만적인 시나리오를 결정해 놓고는 대단한 결정을 했다며 떠들어댔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중위에서도 밝히듯 로드맵 계획이 아닌 2050년의 사회상이다. 어떻게 하려는 계획 없이 그냥 상상만 해놓고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다가오는 위협들에 불안하고 또 절박한데 회의 몇 번 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자랑하는 꼴이 어이가 없다.
우리는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이 기만적인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것을 막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부청사 앞에서 매일 같이 촛불을 들었다. 첫날에는 혼자 촛불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오는 회원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날 국무회의에서 시나리오가 결정됐었고 다음날인 10월 28일 대통령이 COP26에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 출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분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의견이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순간에 분노의 감정도 나에게는 사치였다. 나는 바로 회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함께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위기도 대응할 수 없고 오히려 잘못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해외정상들과 결정하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공항 앞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아침부터 대통령이 출국할 때까지 서울 공항 앞에서 "우리가 허락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도망가지 말라고 우리를 죽이는 시나리오를 폐기하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대통령은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1년만에 요상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반대했고 승인한 적이 없다. 2030년까지는 기후위기,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에게 더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때문에 2022년 대선은 반드시 기후대선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기후선언만 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우리는 기후행동을 함께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최재봉(bong0491)대학생 기후행동 대표이자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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