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에 취한 시민들…도시의 여백이 사라져간다
도시 경관과 생태주의적 균형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내가 사는 동네 얘기를 해볼까 한다. 서울 강북의 끝자락 태릉 인근에 이제는 폐역이 된 경춘선 ‘화랑대역’ 건물이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개통 당시에 역사 이름은 원래 ‘태릉역’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육군사관학교가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역 명칭이 바뀌었다. 바뀐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한때 화랑대역은 군 병력 이동의 중간 기착지로 중요했다. 폐역 직전까지도 무궁화호가 하루에도 수차례 운행될 정도였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곳은 폐역이 됐고, 역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다행히 철거되지 않고 남겨져 있는 상태다.
내가 사는 동네 얘기를 해볼까 한다. 서울 강북의 끝자락 태릉 인근에 이제는 폐역이 된 경춘선 ‘화랑대역’ 건물이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개통 당시에 역사 이름은 원래 ‘태릉역’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육군사관학교가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역 명칭이 바뀌었다. 바뀐 이름에서 풍기는 것처럼 한때 화랑대역은 군 병력 이동의 중간 기착지로 중요했다. 폐역 직전까지도 무궁화호가 하루에도 수차례 운행될 정도였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곳은 폐역이 됐고, 역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다행히 철거되지 않고 남겨져 있는 상태다.
화랑대역을 지나치던 경춘선 기찻길이 폐선이 되면서 이 일대는 선로와 역 건물만 휑하니 방치됐다. 그러다가 2017년에 노원구 ‘경춘선숲길 조성 사업’이 이뤄지면서 이 폐역에 ‘철도공원’ 사업이 추진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숲길 조성 사업에 맞춰 선로 길을 따라 꽃과 수목을 심고 단장하면서 지역 주민이 편하게 걷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폐역 시설은 문화재 등록에 이어 작은 철도박물관으로 바뀌었다. 폐역 주변으로 아담한 철도공원이 조성됐다. 폐선로 위에는 오래된 협궤 증기기관차가 영구 전시됐다. 폐역 주변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너른 쉼터가 만들어졌고, 그를 잇는 철길은 자연 조경을 해서 시민의 귀중한 산책로가 됐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화랑대 폐역 주변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지역 주민들은 타인과 덜 마주치며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화랑대 폐역 경춘선숲길이 방역으로 지친 주민의 답답함을 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점점 더 많은 주민이 이곳을 찾았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관심이 쏠리자 또다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철도공원’ 역할로 부족했던지, 이른바 ‘노원불빛정원’ 조성 사업이 재차 이뤄졌다.
폐역 일대에 조명을 단 인공물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각종 야간 LED 점멸등과 레이저 아트쇼, 인터랙티브 게임 설치물, 동식물 모형, 인공 장식 등이 들어섰다. 폐역 박물관 옆 너른 쉼터에는 버섯구름 모양의 거대 인공 조형물과 함께 3층짜리 초대형 카페도 세워졌다. 온갖 인공 조경 시설과 설치물을 가져다 놓으면서 공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철도공원 시절과 달리, 인공이 ‘자연’스러움을 삼켜버렸다. 이제 이곳은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밤의 ‘인스타 명소’가 됐다.
■스펙터클의 도시 경관
동네 쉼터였던 ‘화랑대 폐역’
지역 명소 되니 인공 조명 덧칠
조형물·초대형 카페까지 생겨
본래 철도공원 모습은 사라져
필자는 10년 넘게 이곳 풍광의 변화를 지켜봤다. 무엇보다 화랑대 폐역 주변 경관에 기술이 들러붙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온갖 발광하는 인공물과 거대한 야외 카페가 폐역 박물관 주위에 배치되면서 폐역과 주변의 역사적 상징성은 급격히 초라해졌다. ‘불빛정원’의 조형물, 동물 인형, 설치물 등 인공 사물들과 LED 조명이 너무 강렬해 주변 자연 경관이나 여백이 사라지는 효과까지 생겼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발생했다. 방문객들은 야간 ‘불빛정원’을 기억할 뿐, 낮 시간대 폐역의 흔적이나 쉼터로서 공원 역할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나 같은 지역 주민의 경우에 주말이나 퇴근 후 시간에 이곳에서 여유 있게 즐겼던 산책이 더 이상 어려워졌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폐역 앞 쉼터에는 뛰어놀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담소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이 일상이었다. 요새는 인터랙티브 설치 게임을 즐기고 인공 동식물 모형과 인공 설치물 주변에서 사진 찍는 이들의 모습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시민에게 이로운 도시의 경관 설계란 과연 무엇일까? 한때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공공성의 목표를 시민 계몽에 두고 이에 집착한 적이 있다. 무언가 경관 조성을 통해 시민을 가르치려 들었다. 반면에 요즘은 어떻게 하면 ‘대민 편의 서비스’를 최대치로 제공할 것인지를 궁리하는 듯하다. 시민에게 어떤 논리를 크게 강요하지는 않으나 가시적으로 충분한 재밋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서비스 강박이 있는 듯하다.
시민을 공적 행위의 참여 주체라기보단 공적 자원의 수동적 소비자로 보는 경향이 크다. 여기서 시민 ‘참여’가 있다고 한다면, 이미 일방적으로 축조된 도시 경관을 그저 보고 향유하고 즐길 권리 정도다. 동네 명소가 된 ‘불빛정원’에서 시민의 모습은 그렇게 ‘닥치고 즐기는’ 향락 주체로만 대상화되어 있다.
액세서리처럼 기술과 예술로 치장된 인공물의 테마공원 한복판으로 우리를 강제로 밀어넣는 일은 도시 경관의 공공성 추구와 한참 거리가 멀다. 어찌보면 ‘불빛정원’ 사례는 도시 지역재생 프로그램이나 공공미술의 근래 흔하게 관찰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대도시에는 각종 미디어 축조물이 들어차 숨 쉴 틈이 없다. 경관 조명장치, 미디어 파사드, 사이니지, 안내 키오스크, 레이저빔 프로젝터, 옥외 광고판 등 우리의 말초 감각을 자극하는 조형물과 인공물이 시각적으로 화려하다는 이유로 도시 곳곳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거기에다 뉴미디어 광학 기술을 창작에 활용하는 지역재생 사업이나 동네 미술 프로젝트도 이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기술 과잉의 도시 디자인
기술·예술로 꾸며지는 도시 경관
공공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 필요
기본 덕목으로 ‘생태감각’ 갖추고
기술 장치의 유해효과도 따져야
시지각 효과를 강조하면서 기술과 예술을 합쳐 도시 경관의 기본 틀로 삼는 일이 흔해졌다. 우리 사회의 신기술 숭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도시 경관에 첨단의 기술 인공물 설치가 더욱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재원을 통해 특정 축조물을 도시 경관 디자인으로 구현하면서도, 오늘 시민에게 당장 필요한 미적 감수성이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생략한다는 점이다.
‘불빛정원’ 사업은 동식물 인공물과 레이저빔을 설치하면서 동시에 사운드를 함께 입혔다. 주거 지역에 새어나갈 소음을 막기 위해 또다시 방음벽을 대규모로 설치했다. 한밤 불빛의 스펙터클 효과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이어진 LED 전구의 그물이 흉물스럽게 잔디나 나무의 생명은 아랑곳없이 그 위를 뒤덮었다. 도시 재개발 공사처럼 여러 설치물의 자리를 위해 공원의 멀쩡한 나무와 여백이 사라졌다. 공원 한복판을 차지한 거대한 옥외 카페는 방문 인파를 모으면서 코로나19 방역 현실과 역행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야간 인공 테마공원의 스펙터클 효과를 위해 이곳 지역 역사의 흔적은 물론이고 그곳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렇게 지워냈다.
왜 이런 기술 잠식 현상이 흔하게 일어나는 것일까? 코로나19 충격 이래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커진 기술 숭배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경관을 조성하는 쪽에서도 발광하는 불빛과 광학 기술 인공물이 함께 자아내는 스펙터클 효과를 별 의심 없이 긍정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몰려드는 인파에 뿌듯해할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향유하는 시민 또한 인공 기술로 축조된 경관에 대해 거부감이 크지 않다. 야간에 발광하는 LED 불빛이나 프로젝터의 이미지는 비록 인공 조명이긴 하나 그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화려한 색감의 유혹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야간 스펙터클 효과를 위해 희생되는 공원 대부분의 낮 시간대 풍경과 그곳의 일상 경관에 미치는 더 큰 환경 영향에 대해서는 그리 물음이 없다.
도시 경관의 공공성이란 그릇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대한 고민이 소홀하면 공적 자원의 투입은 ‘시민 참여형’이란 이름과 달리 시민 계몽으로 전락하거나 볼거리 흥행을 위한 국고 예산 낭비로 비칠 수 있다. 적어도 코로나 충격이 우리에게 갖는 시대 화두를 도시 경관의 미적 구성에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도시 경관의 새로운 생태 변수
우리 자신의 지속 가능한 삶 위해
기술과 생태 사이 경계 모색을
이제부터라도 도시 경관의 공공성에 대한 사유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경관 조성 사업에 쓰이는 각종 기술 장치가 지역과 환경에 미치는 유해 효과를 본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지역 문화와 정서에 대한 고려는 물론이고 수목 상태 등 자연환경과 공공예술에 동원되는 기술 장치가 상호 친화적일 수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주변 환경을 고려한 인공물의 설치 범위도 중요하다. 그것이 사람 심신에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주위 생명에 독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꼼꼼하게 검수가 이뤄져야 한다. 값비싸게 마련한 디지털 설치물이 불과 한두 해 만에 진부해져 외면당하거나 도시 환경을 해치는 ‘쓰레기’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사회적으로 급박한 현실이다. 단순히 시각 효과를 위해 필요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 인공 디자인에 대한 규제 또한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응용되는 첨단 기술이 갈수록 인간과 뭇 생명을 다치게 하고 반생태 효과를 내는 현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신기술이 도시 설계에 미치는 장점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술 인공물이 놓일 지역 생태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좀 더 세심한 신기술 적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시지각 중심의 첨단 기술을 동원해 도시의 미관 효과를 높이려는 대규모 문화예술 지원 정책 사업들, 이를테면 문화도시, 도시재생, 축제, 테마공원, 공공미술 사업이 지역 생태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기술 ‘공해’와 ‘독성’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충격 이래 도시 경관 사업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그리고 새롭게 더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것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기후위기 등 생태 문제를 우리가 추구할 도시 공공성의 화두로 삼는 일은 그래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갈수록 도시 경관 구성에 강요되는 신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제고가 필요하다. 오히려 코로나19 충격을 교훈 삼아 도시 경관 조성에 ‘생태감각’을 기본 덕목으로 삼는 일이 시급하다.
‘생태감각’은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가 기본으로 지녀야 할 생태 감수성 지수라 볼 수 있다. 도시 설계에서 보면 생태와 기술은 상호 연결돼 있으나, 주로 기술 논리가 생태를 압도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화랑대 폐역의 경관 디자인도 주로 기술 논리로 인해 지역 생태를 소외시키면서 생긴 효과다.
따져보면 거대 메트로폴리탄의 빠른 동적인 흐름과 속도에 어울리는 기념비적 장식물로는 첨단 기술로 한껏 뽐낸 인공적인 것이 쉬운 선택일 수 있다. 기술 축조물 그 자체가 이미 스펙터클이 되고 성장과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진 까닭이다. 시민의 문화 향유 방식에도 기술 숭배의 사회 논리가 자연스레 이식되고 있다.
비대면 현실에서 가속화된 기술 과잉은 더욱더 지구 환경재난에 대한 반성 없이 첨단 기술에 기댄 도시 경관 설계 방식을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도시 기술 디자인의 생태주의적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도시 설계의 공공적 역할이 아직 남아 있다면,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 기술과 생태 사이 균형점을 찾아 읽게끔 하는 일이리라.
생태주의는 우리에게 성장과 발전 대신 공생과 회복의 대안을, 인공과 작위 대신 생명과 무위를, 가속과 스펙터클 대신 느림과 사유를 일깨웠다. 물론 인간이 만들어내는 기술의 모든 가능성을 폐절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기술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재디자인할 수 있다고 본다. 기술과 생태 사이의 적절한 문지방 경계나 앙상블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지난한 일일 수 있으나, 이는 우리가 소홀히 했던 도시 경관의 생태 감수성을 확보하고 우리 자신의 지속 가능한 삶을 돌보는 일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 경향
시민공원 오염 핵심성분(석유계총탄화수소·TPH) 검사 누락…부산시의 ‘기만’
지하수 4곳 수질분석 2차례 의뢰…중질유 성분 확인 못해 하나마나
- 시민단체 “회피 태도 보여준 것”
- 부산시 “다음 조사 때 성분 추가”
- 대기질 조사도 보여주기 가능성
- 전문가 “토양 직접 조사 급선무”
부산시민공원 토양이 중질유에 대량 오염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토양을 직접 조사하는 대신 수질과 대기질을 검사하기로 해 ‘겉핥기 조사’라는 빈축을 산 부산시(국제신문 지난 7월 27일 자 1면 등 보도)가 수질 검사조차 허투루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토양오염의 핵심 성분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를 검사 항목에서 빠트린 것이다. 부산시민공원 토양 오염을 바라보는 시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과 이달 시민공원 인근 지하수(4곳)의 수질 검사를 의뢰했다. 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서 중질유에 속하는 TPH 오염이 확인된 데 따른 조처다. 시는 토양을 직접 조사해 잔류 오염을 확인하는 대신 지하수와 대기질, 나무 식생을 조사해 눈에 띄는 문제가 발생하는지 검사한다는 입장을 취해 논란을 빚었다.
그런데 시가 의뢰한 검사 항목에 정작 TPH는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하수용 지하수 수질 검사에 쓰이는 20개의 기본 성분에 대해서만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조사 항목 중 기름 성분으로 분류되는 물질은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4가지인데, 이 성분들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시 말해 휘발유와 관련된 성분이다.
이 조사로는 중질유인 TPH 성분이 지하수에 함유됐는지를 알 수 없다. 동의분석센터 윤민수 분석팀장은 “벤젠 등은 쉽게 말해 휘발유 성분이다. 이 성분이 대량으로 검출되면 TPH 오염을 의심해볼 수 있겠지만, 휘발유 성분을 조사한 것만으로는 중질유 성분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조사한 지하수 중 2곳은 시민공원 내 시설의 생활용수로 사용 중이다. 지하 150m에서 물을 끌어 올린다. 한 곳당 연간 1800t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 이들 지하수는 2014년 시민공원 개장 이후 월 1회 정기적으로 수질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TPH는 지금껏 한 번도 검사하지 않았다.
애초 시민단체 등은 잔류 오염이 드러났는데도 토양을 그대로 둔 채 간접적인 검사 방식을 택한 시의 행정을 ‘겉핥기 조사’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적인 검사 조차 핵심 성분을 누락하는 등 엉망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민을 기만했다’는 질타가 나온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시가 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이번 문제를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이근희 녹색환경정책실장은 “검사 항목을 세세히 챙기지 못한 것 같다. 다음 조사 때 성분을 추가하겠다”며 고의 누락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수질 조사와 함께 수행 중인 대기질 조사 또한 보여주기에 그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TPH는 대기 속에서 휘발되는 기름이 아니므로 대기질 조사는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부산대 함세영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기름 오염이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모르니, 오염이 지하수 등에 미치는 영향도 가늠하기 어렵다. 토양을 직접 조사해 오염의 분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연안정비 5년 만에 다시 줄어든 해운대 백사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연안침식 조사에서 지난해 40.8점 D 등급
백사장 평균 면적 2019년 대비 5.8% 감소
일시적 관리 아닌 주기적 관리 필요 지적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연안정비사업을 진행한 지 5년 만에 다시 백사장 침식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변화 등 자연적 영향과 더불어 복개 사업으로 인한 모래 공급 감소까지 겹치면서 해양 생태 보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은 지난해 해수부가 실시한 연안침식 실태조사에서 심각 단계인 D 등급을 받았다. D 등급은 지속적인 침식으로 백사장 재해 발생 위험지로서 총점 50점 이하일 때 적용된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연안정비 사업을 완료한 2015년 A 등급, 이후 2016~2019년까지 B 등급을 받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침식이 심화되며 D등급으로 하락했다. 2019년과 비교해보면 해빈(백사장) 폭과 단면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해운대해수욕장은 2019년 81점(해빈 폭 변화 40점, 단면적 변화 30점. 배후지 피해 5점, 인구 1점, 자연보전가치 5점)을 받은 반면 지난해에는 40.8점(해빈 폭 변화 16.5점, 단면적 변화 13.3점, 배후지 피해·인구·자연보전가치 2019년과 동일)을 받았다.
지난해 해운대해수욕장의 해빈 평균 면적은 11만3079㎡로, 2019년(12만106㎡) 대비 5.8% 감소했다. 2016년(13만4884㎡)과 비교하면 16.1%나 줄어들었다. 백사장 폭 역시 2019년 66.6m서 지난해 62.3m로 4.3m 감소했다.
연안 침식은 기후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영향으로 전국 해수욕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해수부는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 모래 공급 요소인 우동천 등 하천이 복개되면서 모래 공급이 감소한 데다 태풍 등으로 강수량이 늘면서 침식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백사장 감소는 시민의 휴식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침수 범람 위험을 키우고 해양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관리가 필요하다. 부경대 최창근(생태공학과) 교수는 “모래가 유실되면 조개나 갯지렁이 등 연성 기질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상위 포식자도 먹잇감이 사라져 순차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며 “휴식 공간을 위해 연안에 설치되는 인공구조물 등이 자연에 악영향을 끼친다. 연안정비사업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상황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최성환 연안개발팀장은 “지난 1월부터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의 연안 침식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2029년까지 매년 침식 용역을 진행해 원인에 따른 대책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해운대해수욕장, 연안포털 제공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천적’의 우리말은 ‘목숨앗이’, ‘발아’는 ‘싹트기’래요
동·식물원 속 우리말 ⑦
‘수령’보다는 ‘나무 나이’
‘분지’는 ‘가지벌기’
‘수지’는 ‘나뭇진’으로…
‘교목’은 ‘키큰나무’
‘완효성’보다는 ‘늦듣는’
지난 5일 서울 강서구에 자리 잡은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서울식물원은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곳으로 2019년 5월 문을 열었다.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인데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6월부터 전국의 동·식물원을 찾고 있는데 가까운 서울에 축구장 70개 면적의 식물원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반가웠다. 특히 이곳 주제원은 한국의 식물과 식물 문화를 보여주는 주제정원, 열대·지중해 도시 식물을 전시한 식물문화센터를 통해 어린이 정원학교, 성인 대상 생활원예(가드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수목원으로서 식물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옛 배수펌프장, 마곡문화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주제원은 국내 자생 식물을 모은 야외 주제정원과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로 이뤄졌다. 서울식물원의 온실은 아파트 8층 높이인데 세계에서 하나뿐인 오목한 접시형 구조다.
‘시트러스 막시마’라는 식물을 처음 본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귤’이라는 쉬운 설명과 열매 사진을 통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 어린이 눈높이 맞춘 ‘착한 설명’
최근에 문을 연 식물원답게 곳곳에 놓인 설명 팻말 내용이 친절했다. 보호자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식물원 곳곳을 둘러보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우리 생활과 밀접한 설명이 많았다.
‘시트러스 막시마’라는 식물을 처음 본 아이도 ‘세상에서 가장 큰 귤’이라는 쉬운 설명과 열매 사진을 통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 “자몽과 맛과 향이 비슷하고 과일째로 먹거나 잎과 과일 껍질을 삶아 차로 마시기도 한다”라는 식으로 풀어서 쓴 설명에서 어린이 친화적인 식물원이라고 느꼈다.
사실상 ‘어린이 출입금지’를 뜻하는 ‘노 키즈 존’이라는 말을 도심 곳곳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쓰렸는데, 늘 푸른 공간인 공공 식물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제 역할을 다해주는 듯해서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르면 천적은 ‘목숨앗이’로 바꿀 수 있다. 목숨앗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는 우리말이다. 방제는 ‘막기’로 순화할 수 있겠다.
■ ‘방제’의 쉬운 말은 ‘막기’
서울식물원 주제원에 들어서자 ‘온실을 지키는 작은 영웅들의 활약’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표적 해충을 악당으로, 천적을 영웅으로 표현한 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그림을 함께 그려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림 아래에 있는 설명을 보자. “서울식물원 전시 온실에서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곤충을 활용하여 해충을 방제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그림 밑에 적혀 있었다. 천적은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쥐에게는 뱀이 천적이고, 진딧물의 천적은 무당벌레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르면 천적은 ‘목숨앗이’로 바꿀 수 있겠다. 목숨앗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는 우리말이다. 천적이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쉬운 우리말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집에서 아이들과 국어사전을 활용해 ‘우리말 찾기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방제는 ‘재앙을 미리 막아 없앰’ ‘농작물을 병충해로부터 예방하거나 구제함’이라는 뜻이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방제를 ‘막기’로 순화했다.
바오바브나무 앞으로 가봤다. 바오바브나무는 2000년 이상 자랄 수 있는 식물이다. 성장한 바오바브나무는 몸통에 3톤가량의 물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심한 건기에 이 나무줄기의 물을 빼내기 위해 나무에 꼭지를 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줄기의 형태가 굵고 뿌리처럼 얽힌 가지들이 뻗어 있는 형태 때문에 신이 나무를 뒤집어 심었다는 설이 있다.
■ ‘상록교목’은 어떻게 바꿔볼까?
살아 있는 화석 식물이라는 용혈수에 대한 설명을 보자. “아프리카 카나리아 제도 원산의 백합과 상록교목으로 20m까지 자라며 식물의 수령은 5000~7000년에 이른다. 원줄기 끝에서 분지하는데 줄기나 잎을 자르면 그 단면에 붉은 액체가 흐른다고 해서 용혈수라 불린다. 줄기에서 흘러나오는 수지인 용혈을 중세에는 화장품과 향료 등으로 사용하였다”라는 긴 설명에서 상록교목, 수령, 분지, 수지라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겠다.
수지(樹脂)는 소나무나 전나무 따위의 나무에서 분비하는 점도가 높은 액체, 또는 그것이 공기에 닿아 산화하여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수지 대신 될 수 있으면 ‘나뭇진’을 쓰라고 돼 있다.
상록교목(常綠喬木)은 일 년 내내 잎이 푸르고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란 나무를 말한다. ‘늘푸른큰키나무’라고 쉽게 풀어쓰면 어떨까. 교목은 한자로 ‘높을 교’에 ‘나무 목’을 쓴다. ‘키큰나무’ ‘큰키나무’라고 쓰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수령(樹齡)은 나무의 나이를 뜻하는 말로 행정 용어 순화 편람에서는 수령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나무 나이’를 쓰라고 돼 있다. 분지(分枝)는 원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를 말하는데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를 살펴보니 분지는 ‘가지벌기’로 바꿀 수 있다. 가지벌기에서 ‘벌기’는 우리말 동사 ‘벌다’에서 왔다. ‘식물의 가지 따위가 옆으로 벋다’라는 뜻을 지닌 ‘벌다’를 활용해 ‘가지벌기’라는 말을 만든 듯하다.
수지(樹脂)는 소나무나 전나무 따위의 나무에서 분비하는 점도가 높은 액체, 또는 그것이 공기에 닿아 산화하여 굳어진 것을 말한다. ‘나무 수’ ‘기름 지’ 자를 썼다. 일본어 투 생활 용어 순화 고시 자료와 임업 용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수지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나뭇진’을 쓰라고 돼 있다.
식물원 곳곳에 ‘식물기록’이라는 설명 걸개가 있었다. ‘식물 현미경 관찰의 선구자인 영국인 니어마이어 그루’라는 설명을 봤다. 선구자(先驅者)는 말을 탄 행렬에서 맨 앞에 선 사람을 뜻한다. 어떤 일이나 사상에서 그 시대의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말한다. 한자어를 풀어서 그 의미를 유추해보는 재미도 크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은 없을까?
■ ‘원산지’는 ‘원고장’으로
다육식물에 관한 설명문도 눈길을 끌었다. 반투명한 잎, 가시가 된 잎, 수분을 붙잡는 털 등 다육식물의 생존 전략에 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다육식물은 잎이나 줄기 속에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는 식물을 이르는 말로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다육식물을 ‘살찐식물’로 순화했다.
허브는 잎, 줄기, 뿌리, 꽃을 향신료나 치료제, 보존제 등으로 활용하는 식물을 이르는 말이다. 식물학적 분류가 아닌 쓰임새에 따른 구분이라고 한다. 허브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약초와 향신료를 그린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둔 점이 재미있었다.
‘허브에서 향기가 나는 이유는 꽃잎에 돋아난 모용이라는 털에서 향이 나는 기름(방향유)을 분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보자. ‘털 모’ ‘풀 날 용’자를 쓰는 모용(毛茸)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의 표면에 생기는 잔털을 말한다.
발아(發芽)의 쉬운 우리말은 ‘싹트기’ ‘싹틈’이다. 원산지는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라 ‘원고장’으로 순화할 수 있겠다.
지중해관으로 이동했다. ‘포도와 올리브의 천국’이라는 설명이 친숙함을 더했다. 코코넛야자에 대한 설명을 보자. “코코넛은 바다에서 3~4개월 동안 떠다니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발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학계에서는 코코넛이 호주,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중 어느 대륙이 원산지인지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라는 설명에서 발아(發芽)의 쉬운 우리말은 ‘싹트기’ ‘싹틈’이다. 원산지는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 따라 ‘원고장’으로 순화할 수 있겠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의 온습도 유지를 위한 ‘기후 분리벽’을 지나 베고니아가 가득한 곳으로 갔다. ‘베고니아 키우는 법’에 관한 설명문에서는 “2~3주에 한 번 정도 완효성 비료를 주는 것이 좋아요”라는 말이 어려웠다. 완효성(緩效性)은 효력이 느린 성질을 뜻한다. 한글 전용 농업 용어 고시 자료에서는 완효성을 ‘늦듣는’으로 순화했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우리말에 ‘늦듣다’라는 말은 없다. 다만 ‘눈물이나 빗물 따위의 액체가 방울져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듣다’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천천히 방울져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늦듣다’라는 새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9월 세계 평균기온 역대 5위...남반구는 역대 1위
© 제공: 한겨레 9월의 마지막 주말인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평화누리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9월은 역대 다섯번째로 따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17일(한국시각) “지난달 세계 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15.0도)보다 0.9도 높아 142년 관측 사상 다섯번째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따뜻한 9월 역대 순위 8위가 모두 2014년 이후 기록돼, 지구온난화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역적으로는 남반구에서는 역대 가장 따뜻한 9월이 기록된 반면 북반구는 5위가 기록됐다. 또 남미와 아프리카의 9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이고, 북미는 세번째인 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9위를 기록해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월부터 9월까지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0.83도 높아 역대 6위를 기록했다. 북반구는 세계 평균과 마찬가지로 6위였다. 하지만 9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인 남반구는 1~9월 평균은 역대 9위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올해 연 평균기온이 역대 1위가 될 확률은 1% 미만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10위 안에 들 확률은 99% 이상 확실한 것으로 국립해양대기청은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7위가 될 확률이 가장 높으며, 6위나 7위가 될 확률은 95%일 것으로 분석된다.
9월까지 열대저기압 75개 발생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는 북극 해빙면적 연 최소값에 도달한 9월16일의 해빙면적은 2014년 이래 가장 넓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79년 관측 이래 12번째로 작은 면적이었다고 센터는 덧붙였다.
올해 9월까지 태풍 등 열대저기압이 세계적으로 모두 75개 발생해, 역대 5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125조원의 피해를 낳은 아이다를 포함해 대서양에서만 10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해, 2010년·2020년과 함께 열대저기압이 가장 많이 발생한 9월로 기록됐다. 반면 북태평양에서는 단 1개의 태풍이 발생해 1981년 이래 2010년·2011년과 함께 가장 적은 태풍 발생을 보였다. 서태평양에서는 5급 태풍 2개(찬투와 민들레)를 포함해 4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한편 우리나라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1.3도로 평년(20.5도)보다 0.8도 높았다. 최고기온(25.8도)은 평년(25.9도) 수준이었으나, 최저기온(17.7도)이 평년(16.1도)보다 높아 일교차(8.2도)가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보한 1973년 이래 3번째로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제14호 태풍 ‘찬투’가 제주와 남부지방에 영향을 끼쳐 6년 연속 9월 영향 태풍을 기록했다./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설익은 가을도 놀란 64년 만의 시월 한파…한 번 더 온다
기습적인 10월 한파에 17일 서울 아침 기온이 6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예년보다 보름 정도 일찍 첫얼음이 얼었다. 이번 추위는 18일 낮부터 누그러지겠지만 주 중반에 또 한 차례 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서울 첫얼음은 지난해보다는 일주일, 평년보다는 17일 빠르다.
강원 북춘천과 경북 안동에서도 지난해보다 약 일주일 빨리 첫얼음이 얼었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서울의 아침 기온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1.3도로 1957년 10월18일(영하 1.6도) 이후 64년 만에 10월 중순 기온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을 비롯해 대관령(영하 5.0도)과 철원(영하 2.6도), 파주(영하 2.0도), 춘천(영하 1.2도), 동두천(영하 0.9도) 등도 이른 오전까지 영하였다.
한라산 윗세오름 부근에서 관측된 상고대의 모습. 기상청 제공
제주 한라산에서는 상고대와 함께 첫서리도 관측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한라산 정상 부근 기온이 영하 4도에서 영상 2도 내외의 분포를 보이면서 올가을 들어 처음 상고대와 함께 서리도 관측됐다고 밝혔다. 상고대란 나뭇가지 등에 밤새 내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한 계절을 건너뛰고 여름에서 겨울로 바로 넘어간 이유는 태풍 ‘곤파스’ 때문에 초가을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세력을 유지하던 아열대고기압이 축소되고, 북쪽에서 다가온 찬 대륙고기압에 의해 물러났기 때문이다.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베트남을 향해 가던 태풍 곤파스는 고온 다습한 아열대고기압 세력을 한반도까지 밀어올렸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아열대고기압은 10월 초순까지 강한 세력을 유지해왔고, 지난주까지 초가을임에도 늦여름 같은 날씨를 보였다.
지난 14일 곤파스가 소멸된 후 아열대고기압 세력이 약화됐고, 이 시점에 시베리아 대륙에서 발달한 찬 공기가 남하하자 갑작스러운 한파가 시작된 것이다.
전국에 발효됐던 한파특보는 이날 오전 10시 전부 해제됐다. 추위는 월요일인 18일까지 계속되다 낮부터 차츰 풀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요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친 뒤 다시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경향 고희진 기자
세상 포근한 꽃 침대 누운 외톨이 야생꿀벌
전체 꿀벌의 90% 이상이 외톨이로 가루받이에 중요…땅속 둥지엔 ‘굴뚝’ 세우기도
외톨이 생활을 하는 글로브 맬로 꿀벌 2마리가 아욱과 식물인 글로브 맬로 꽃송이 안에서 잠자리를 차렸다. 조 닐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꿀벌 하면 수많은 일벌이 벌통에서 붕붕거리는 모습이 떠오르지만 세계에 분포하는 꿀벌 1만6000여 종 가운데 90% 이상은 외톨이 꿀벌이다. 이들은 일꾼도 여왕도 없고 큰 벌통을 채우려 닥치는 대로 꽃을 찾아다니지 않고 주로 특정 식물만 들른다.
북·중미의 건조지역에 서식하는 글로브 맬로 꿀벌도 그런 외톨이다. 아욱과의 글로브 맬로란 식물이 주 먹이원으로 뒷다리의 북슬 한 털로 꽃가루를 모은다.
뒷다리와 몸에 난 긴 털로 꽃가루를 모으는 글로브 맬로 꿀벌. 제시 이스트랜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미국의 자연 사진가 조 닐리는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 들판을 걷다 이 꿀벌이 꽃을 단지 식량창고로 여기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꿀벌은 밤을 지낼 포근한 잠자리로 꽃송이 안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꿀벌 한 마리가 꽃 안에 자리 잡자 다른 한 마리도 뒤따랐다. 둘은 사이좋게 꽃 침대 안에 잠자리를 폈다. 닐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다른 꽃 침대들도 꿀벌 숙박객이 차 있었지만 이 둘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은 못 봤다”며 “평생 찍은 사진 중에 가장 특별한 사진”이라고 적었다.
"평생 찍은 사진 중 가장 특별한 사진." 글로브 맬로 꽃 속에 잠자리를 잡은 꿀벌 수컷 2마리. 조 닐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아마도 이들은 모두 수컷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꿀벌 암컷은 새끼를 기르기 위해 땅속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이 꿀벌의 땅속 둥지도 과학자들의 관심거리다. 왜냐하면 꽃에서 모은 꽃가루와 꽃물을 버무려 경단을 만들어 새끼에게 먹이는 둥지에 작은 탑 모양의 ‘굴뚝’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구조물의 용도는 수수께끼이다.
글로브 맬로 꿀벌 암컷이 땅속에 둥지를 틀고 밖에 설치한 작은 탑 모양의 ‘굴뚝’. 정확한 용도는 모른다. 빈스 테피디노, 미국 농무부 제공.
미국 농무부의 글로브 맬로 꿀벌 설명자료를 보면 이 굴뚝은 둥지에서 빗물이나 흙을 배출하거나 밖에서 자기 집을 알아보기 위한 표지(여러 개의 둥지가 한 곳에 몰려 있다) 또는 적을 쫓기 위한 장치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
글로브 맬로 꿀벌은 크기 7∼9㎜로 아욱과 식물뿐 아니라 해바라기, 선인장 등 이 지역 식물의 가루받이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농무부 자료는 밝혔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보름달 아래 ‘광란의 짝짓기’…올해의 야생동물사진가 대상
카모플라쥬 그루퍼의 희귀한 산란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으로 뽑혔다. 로랑 발레스타, 2021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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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에 우유빛 구름이 떠오른 걸까. 얼핏 물음표 모양 구름이 뜬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다름 아닌, 카모플라쥬 그루퍼들의 짝짓기를 포착한 것이다. 1년에 한 번 보름달 아래서 펼쳐지는 물고기들의 산란을 찍은 작품이 2021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에 뽑혔다.
프랑스의 수중 사진작가이자 생물학자인 로랑 발레스타가 촬영한 이 작품의 제목은 ‘창조’(Creation)다. 작품은 암컷 그루퍼가 알을 낳자 주변에 수컷들이 몰려들어 수정을 위해 정자를 방출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냈다.
이 장면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파카라바의 석호에서 촬영됐는데, 발레스타와 그의 팀은 산란 순간을 찍기 위해 지난 5년 간 매해 이곳을 방문해 3000시간 이상 다이빙을 했다고 한다.
카모플라쥬 그루퍼(Camouflage grouper)는 몸길이가 90cm까지 자라는 육식어종으로 전 세계 바다에서 발견된다. 동아프리카와 호주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산란지에 모여든 개체들을 남획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수상작 또한 현재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구역에서 촬영된 것이다.
그루퍼의 짝짓기는 일년 중 7월에만 이뤄지며 주로 보름달 아래 한 시간 동안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산란철이 되면 수만 마리의 그루퍼가 한 지역에 모여들고 바닷속은 우유빛 알과 정자들로 구름이 폭발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습지대:더 큰 그림 부문 수상작 ‘폐허로 가는 길’. 수상작은 100종 이상의 새가 서식하는 습지를 가로지르는 도로의 황량한 직선을 담아냈다. 하비에르 라푸엔테, 2021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구상나무 등 멸종위기 고유 침엽수종 쇠퇴도 심화…평균 32%
산림청, 복원 소재 전담 증식센터 설치·천연갱신 유도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멸종위기에 처한 국내 고유 침엽수종의 쇠퇴도가 평균 32%로, 2년 전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개체 수와 분포면적 감소로 생육을 위협받는 이들 침엽수종을 보전하기 위해 '제2차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 보전·복원 대책'을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산림청은 2016년부터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눈잣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등 7개 수종을 중점 보전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존목과 고사목의 수, 나무에 달린 잎의 양과 나무줄기 형태 등을 1차 점검한 결과 구상나무림은 33%, 분비나무림은 31%, 가문비나무림은 40% 등 평균 32%의 입목쇠퇴도를 보였다. 이는 2년 전(26%)보다 6%포인트 더 쇠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정밀조사를 도입하고 장기 분포변화 예측 체계를 마련하는 등 고산 침엽수종 점검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복원을 위한 표준절차와 지침을 마련하고, 복원 소재의 국가 관리체계를 확립한다.
복원대책 안내문
고산 침엽수종의 개체군 유지를 위해 2019∼2021년 경북 봉화, 제주, 전북 무주 주요 산지에 현지 외 보존원 3곳(8.6㏊)을 조성해 구상나무 등 1만3천여 그루의 후계목을 육성한다.
복원 소재는 유전 다양성 유지를 위해 철저한 이력 관리를 시행하고, 검증된 복원 소재의 안정된 공급을 위해 종자 수집·증식·공급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한다. 전담 증식센터도 설치한다.
고산 침엽수종이 자연적으로 후계림을 조성토록 유도하는 등 현지 내·외 보전사업을 본격화한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이번 대책은 제1차 대책을 구체화해 실행에 착수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담았다"며 "앞으로도 고산 침엽수종의 쇠퇴를 완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yej@yna.co.kr
"프랑스, 탈원전 뒤집고 유턴"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팩트체크] 원전 비중 감축 계획 변화 없어... '소형 원자로' 투자, 한국도 5800억 원 검토
검증 결과 대체로 거짓!
[검증대상] 국내 언론 "프랑스, 탈원전 뒤집고 친원전 유턴했다"
- 에너지 대란 '빨간불'에…프랑스, 탈원전 뒤집었다(채널A)
- '탈원전' 선언했던 프랑스, 10년 만에 U턴…"연내 1.4조 투자"(머니투데이)
▲ (파리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30년까지 300억 유로(약 41조4천600억 원)를 투자해 친환경 수소 산업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자동차부터 반도체까지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에너지, 교통 등 미래 기술 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하는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투자하는 10억 유로(약 1조 4천억 원)도 포함돼 있다. 이에 국내 언론은 14일 프랑스가 기존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뒤집고 '친원전'으로 유턴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프랑스의 SMR 투자 계획을 '친원전 유턴'으로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①] '2035년까지 원전 비중 50%로 감축' 법률 변화 없어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2019년 OECD '원자력 데이터 2019' 기준 71.7%, 한국은 26.8%)로 세계 1위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모두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프랑스는 점진적 감축안을 내놨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5년 제정된 '에너지전환법'에 따라 2025년까지 원자로 58기 가운데 14기를 없애 원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11월 8일 '에너지기후법'을 만들어 원전 감축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더 늦췄다.
프랑스에선 최근 대선을 앞두고 보수 우파 후보들이 신규 원전 건설 등 '친원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주현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정책과 서기관은 15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프랑스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줄이겠다는 게 에너지전환법 등 법으로 정해져 있다"면서 "(정부 발표대로 원전 관련 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법률을 고치지 않는 한 (원전 감축 정책이)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증내용②] "SMR 투자가 '탈원전 뒤집기' 아냐"... 한국도 5800억 투자 검토
SMR은 기존 원자로보다 전기 출력이 1/10 정도 작은 300MW(메가와트)급 이하 소형 원전으로, 원자로를 비롯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모듈화 시킨 차세대 원전이다. 이미 지난 1980~90년대부터 개발이 시작된 기술이지만, 지난 30~40년 동안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15일 "SMR도 일반 원전처럼 폐기물 처리와 안전 규제 문제가 있고, 지금으로선 상용화될 가능성도 낮다"면서 "프랑스의 SMR 투자 계획은 (원전 확대가 아닌) 연구개발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원전 폐쇄 연기 결정이 나왔을 텐데 그런 발표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원자력업계 달래기 성격이 강해, 원전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도 원전 비중은 줄이고 있지만 SMR 개발 투자도 계속 하고 있다"면서 "실제 SMR 개발이 이뤄져 신설되는 원전이 폐기되는 원전보다 많으면 원전 비중 확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개발 진행 단계여서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9월 약 5800억 원 규모의 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주현동 서기관은 "SMR 개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에너지전환정책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우리 정부도 에너지전환을 지속하면서 원전을 장기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보완 대책 마련과 원전 수출까지 고려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자력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내용③] 수소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도 투자... 풍력·태양력도 5억 유로
'프랑스 2030' 계획에서 SMR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30 정도에 불과하다. 마크롱은 ▲ SMR(10억 유로)를 비롯해 ▲ 수소 발전과 ▲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5%까지 줄이는 산업 탈탄소화에 2030년까지 80억 유로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풍력, 태양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들어가는 5억 유로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 전기-하이브리드 차량과 저탄소 항공기 등 미래 운송수단 개발(40억 유로) ▲ 지속가능한 식품 개발(20억 유로) ▲ 바이오 의약품과 미래형 의료기기 개발 ▲ 문화콘텐츠 생산, ▲ 우주 여행 산업과 ▲ 해저 분야 등에 모두 30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검증결과] 프랑스가 '탈원전 뒤집기'?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이 성공하면 원전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2030' 계획에는 SMR 뿐 아니라 수소 발전과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 또한 프랑스의 원전 비중 감축 목표와 시점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이번 발표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프랑스가 '탈원전' 정책을 뒤집고 '친원전'으로 유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주장일 2021.10.14
출처 10월 14일 다수 언론보도출처링크
근거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국 탈원전 정책의 결정과정과 정책시사점 분석’(2019년)자료링크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중소형 원자로'(SMR)
프랑스정부, '프랑스2030' 발표 내용(2021.10.12)
한국유럽학회, '기후변화정책과 이해충돌 : 프랑스 사례를 중심으로'(2021)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10.15)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 연구위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10.15)
주현동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정책과 서기관,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10.15)자
오마이뉴스 글김시연(staright)박수림(srsrsrim)
세계자연유산 등재 '한국의 갯벌', 해양생물다양성 세계 최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에 따르면,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총 1915종(갯벌 약1000종)의 해양생물(연체동물문 670종·환형동물문 469종·절지동물문 434종·극피동물문 79종·그 외 분류군 263종)에 대한 목록과 분포도를 작성하고, 해역과 해양환경의 특성에 따른 해양생물종의 분포와 관련성을 분석해 해양생물다양성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 연안과 전 세계 해양에 서식하는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의 다양성에 대한 국가 간 비교·검토가 가능해졌다. 유럽 와덴해 400여종을 비롯해 ▲영국 530종 ▲터키 서부연안 685종 ▲북태평양 576종 ▲북극전체 2636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의 종수 및 해양생물다양성(총 1915종·조간대와 하구의 갯벌만 약 1000종)을 세계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해수부가 2017년도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태계기반 해양공간분석 및 활용 기술 개발연구(주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참여해 우리나라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 연구를 위해 지난 50년간(1970-2020년) 총 37개 해역에서 출현하거나 서식이 확인된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을 전수 조사하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해양학·해양생물학 리뷰'(Oceanography and Marine Biology Annual Review·OMBAR) 최신호에 발표됐다. 1963년 창간된 '해양학·해양생물학 리뷰'는 해양학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 명성을 가진 국제학술지다. 매년 단 1회 총설논문(리뷰)을 발간하는 해양과학분야 세계 최고 저널 중 하나다.
이번 논문은 총괄편집장인 스티븐 존 호킨스(Stephen John Hawkins) 교수가 서울대 김종성 교수에게 요청해 한국인 최초로 OMBAR에 발표하게 됐다. 특히 이 논문은 그간 일부 해역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해양생물다양성 연구를 한반도 전체 해역(서해 15지역·남해 10지역·동해 12지역)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현재 해수부는 한국 고유종이나 국제적 보호가치가 높은 종 등을 보호하기 위해 83종의 해양보호생물(해양 저서무척추동물 34종·포유류 18종·조류 14종·해조·해초류 7종·어류 5종·파충류 5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김종성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해양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갯벌이 가진 고유하고 독보적인 해양생물다양성과 그 기능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한국 갯벌의 우수성을 국제사회 및 학계에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한국 갯벌이 바다의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는 최근 연구 성과에 이어, 해양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 한국 갯벌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에서 김 교수는 독도와 우리나라 해역의 영문명을 Dokdo(독도), West Sea(서해), South Sea(남해), East Sea(동해)로 표기했다. 이는 과학외교 측면에서도 중요한 학문적 성과로 평가된다./ 뉴시스
문대통령 "탄소중립에 국가명운 달려..재정지원 아끼지 않겠다“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다목적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18 jjaeck9@yna.co.kr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40%로 사실상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의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의욕적인 감축 목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후 용산구 노들섬에서 제2차 탄소중립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기존 26.3%에서 대폭 상향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심의결정하게 될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상향안은 국제사회에 우리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1990년 또는 2000년대에 이미 배출 정점에 도달하여 더 오랜 기간 배출량을 줄여온 기후선진국들에 비해 2018년에 배출 정점을 기록한 우리 입장에서는 훨씬 가파른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에 감축 속도 면에서 상당히 빠르고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고 했다.
그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산업계와 노동계의 걱정이 많을 것"이라면서 "정부는 기업들에게만 그 부담을 넘기지 않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담대하게 도전하여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 전체가 총력체제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 △도시숲 가꾸기 등 신규 흡수원 확충, △에너지 절약, △친환경 에너지 사용 등 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여 탄소중립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고, 온실가스 인지예산제도도 도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탄소중립 예산은 12조 원 규모로 대폭 확대 편성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재정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40% 감축안은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되고, 12월 유엔에 최종 제출될 계획이다.
40%는 정부가 과거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했던 목표치 26.3%보다, 그리고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5%보다는 높은 수치다. 그러나 환경시민단체는 여전히 턱없이 낮은 목표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탄소중립위가 40%안을 처음 제시한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탄소중립위가 발표한 2030 NDC 상향안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의 책임과 역할에 비례하지 않는 미흡한 목표"라며 "최신 기후 과학의 분석과 예측에 근거한 경고를 따르지 않은 매우 실망스러운 안"이라고 밝혔다.
녹색연합도 성명을 내고 "터무니없는 목표치를 제시하고도 정부 측의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이라며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반영한다는 수사는 아무 소용없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하지 못하는 목표로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시민 60% “탄소중립 모른다”, 기후위기 소통 절실하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시나리오로는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일부 유지하는 2가지 안이 확정됐다.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석탄발전을 일부 유지하는 안은 폐기됐다. 2030년 감축목표는 초안과 동일하게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확정됐다. 2050년 넷제로를 향한 청사진과 온실가스감축목표, 탈석탄 기조가 명확히 정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날 2050년 넷제로 달성 목표를 못 박고 총력체제로 나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탄소중립은 경제·사회 전 부문의 구조적 전환이 따르는 막중하고도 어려운 과제로 정밀하게 정책을 수립해 나아가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우선 여전히 불투명한 탈석탄 시기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가 좀 더 명확히 보완되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기술과 국외 감축에 크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당장 막대한 에너지 전환 기술비용 등을 이유로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산업계와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정부안을 비판하는 기후·환경단체의 입장을 감안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의로운전환연구단·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공동 설문조사 결과.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한국판 그린뉴딜’, 그리고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의로운전환연구단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최근 시민 2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응답자의 60.4%가 모른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피해가 현재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0.4%에 달했는데 정부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무척 낮은 것이다. 또 정부가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7.1%에 그쳤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방안을 놓고 정부가 시민과 적절히 소통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중립은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함께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만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시민이 기후위기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요원하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고 강도 높은 정부와 시민 간 소통이 필요하다. 모두가 실천 가능하다고 공감할 수
있는 세부목표를 제시하고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번듯한 목표를 내거는 것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경향사설
한반도의 침엽수를 구하라” 구상나무 집단 고사 미스터리 풀릴까
산림청, ‘제2차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 보전·복원 대책’
기후변화로 2년 만에 쇠퇴 6%p ↑… 복원 대책 ‘시동’
한반도 고산지대 침엽수들의 집단 고사가 가속화되자 산림청이 이들 침엽수의 멸종을 막기 위해 복원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절멸을 막기 위한 후계림을 조성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림청이 점검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전국의 구상나무 숲은 약 33%, 분비나무 숲은 약 31%, 가문비나무 숲은 약 40% 씩 전체 평균 약 32%의 쇠퇴도를 나타냈다. 2년 전 조사에서 나타난 평균 쇠퇴도인 25% 대비 약 6%p 증가했다.
이에 산림청은 19일 내년부터 2026년까지 수행할 ‘제2차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 보전·복원 대책’으로 복원 가이드라인 개발, 현지 내·외 보전 사업 본격화, 현장 점검 고도화, 연구·협력 활성화 계획 등을 발표했다. 산림청은 2016년부터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눈잣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등을 중점 보전대상으로 정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1차 대책을 통해선 2년 주기의 현장 점검 체계를 도입하고 자생지 외 보존원을 조성했는데, 이번에는 당시 마련한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보전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침엽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현재 전국 산림에 413개 설치된 산악기상관측망을 2026년까지 640개로 확충해 산림 생태계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또 서식지 환경을 정밀 조사해 고산지대 침엽수들의 쇠퇴 원인에 대한 가설을 검증할 예정이다.
한편, 환경단체에서는 고산지대 침엽수 고사로 산사태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8일 녹색연합은 “올해 산사태 현장을 점검한 결과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 등의 산사태 발생지역 중 능선부 대부분이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집단고사 지역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고산지대 침엽수 고사로 뿌리의 토양 응집력이 사라지고 들뜨게 되면서 그 아래로 강우가 유입되어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소각장·송전탑에 주민 신음…수도권 위해 희생되는 지방
강남에 원전을 짓는다면
역지사지… 수도권 주민들의 쾌적한 삶 뒤에는 지방에서 전기를 만들어 보내고 쓰레기를 대신 태우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경향신문과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서울 강남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제작 : 이제석 광고연구소 ⓒ www.jeski.org
“서울서 오기가 편하니 쓰레기들을 마구 갖고 오는 건지, 아예 북이면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 같아요.”
지난달 14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을 방문한 한정애 환경부 장관 앞에서 주민들은 울분을 쏟아냈다. 소각장이 지역에 들어선 뒤로 멀쩡하던 주민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숨졌다는 증언들이 터져 나오자 한 장관은 고개를 숙였다. “왕눈이 엄마, 옥자 아버지 전부 암으로 죽었어요. 죽어 여기 못 온 이들이 더 많아요.”(장양1리 연영자 할머니) “장관이 사과는 했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 죽으면 소용없지 않겠어요.”(장양1리 노상순 할머니) 면담이 끝났지만 주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관이 약속한 건강피해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북이면에 소각장들이 들어선 뒤 최근 10여년간 인구 5000명인 북이면에서 주민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주민 1523명은 2019년 4월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을 내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12월까지 실시된 환경부 조사 결과 소각장 주변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대기환경농도가 여타 지역보다 높았고, 주민들의 생체 내 카드뮴, 유전자 손상지표 등도 높게 나타났지만 ‘소각장과 암발생 관련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과에 분노한 주민들이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가 열린 배경이다.
밤만 되면 마을 하늘에 치솟는 시커먼 불꽃을 보며 잠 못 이루거나, 바람 부는 날엔 송전탑의 아이 울음 같은 괴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주고 쓰레기를 대신 태우느라 질병과 소음, 오염, 이웃 간 갈등으로 그들의 삶은 얼룩졌다. 지방 주민들의 ‘희생의 시스템’으로 지탱되는 수도권의 우아하고 쾌적한 삶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혐오의 외부화’ 구조는 언제까지 작동할 것인가. 원전을 더 많이 짓자는 이들은 초고압 송전탑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려봤을까. 수도권 주민과 한국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쓰레기 대신 태우고, 전기 보내고…정작 지방은 질병·소음·오염 앓이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논에서 수확철을 앞둔 벼가 누런 빛을 띠고 있다. 논 너머로 소각장 건물이 보인다.(왼쪽 사진) 지난달 15일 충남 당진시 석문면 당진화력발전소 인근 마을에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오른쪽)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소각장 밀집한 수도권의 ‘뒷마당’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청주 북이면에 소각장만 3곳 돼
10여년간 주민 60명 암으로 사망
“밤에도 연기가 시커멓게 올라와”
제도가 ‘혐오시설 외부화’ 부추겨
지난달 14일 황금빛 논과 땅콩밭 사이로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북이면은 마을 초입부터 살풍경이었다.
화물차들이 비포장도로를 쉴 새 없이 드나드느라 뽀얀 먼지가 마을을 휘감았다. 인근 청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들이 내는 굉음으로 사람들의 대화가 자주 끊겼다. 경부·중부고속도로 IC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입지 조건 탓에 북이면은 자연스럽게 ‘수도권의 뒷마당’이 됐다.
북이면 장양1리 마을회관에서 반경 3㎞ 안에 소각장 3곳이 들어서 있다. 면 한가운데 위치한 클렌코(옛 진주산업) 소각장에 매일 트럭 수십대가 드나든다. 높이 치솟은 굴뚝은 북이면의 ‘달갑지 않은 랜드마크’다. 소각장 고개 너머 용계리 주민 김모씨(63)는 “건강 피해가 크게 문제가 된 뒤로 낮에는 소각을 덜 하는 것 같은데 밤엔 여전히 연기가 시커멓게 올라온다”고 했다. 1999년 우진환경개발이 처음 북이면에 소각시설을 가동했고, 클렌코와 다나에너지솔루션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세 업체는 하루 24시간 연중 소각시설을 돌린다. 2019년 소각 처리한 폐기물은 18만5415t으로 충북 전체 처리량의 54%에 달한다.199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2003년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 등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소각장들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북이면은 접근성이 좋고 땅값이 싸기 때문에 최적지였다. 소각장이 한번 들어서니 ‘낙인효과’가 발생했다. 최근까지도 폐기물 업체 2곳이 소각장 추가 설치를 타진했다.
규제도 느슨하다. 폐기물관리법에는 민간 소각장 간 거리나 숫자에 제한이 없다. 하루 처리용량이 100t 이하면 환경영향평가나 지자체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루 소각량 100t 이상일 경우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과반수 동의가 필수조건은 아니다. 일단 진입한 뒤 규모를 키우기 쉬운 구조다.
소각장 고개 너머에 사는 용계리 박모 할머니(84)는 “처음엔 조그만 소각장이었는데 점점 커졌다”며 “없애고 싶어도 말을 듣겠나”라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타 지역으로 옮겨져 처리되는 폐기물은 833만t, 이 중 충청권으로 이동한 폐기물량만 514만t(61.7%)에 달했다. 수도권이 쾌적해지는 딱 그만큼 북이면 주민들의 고통이 커진 셈이다.
수도권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전체 쓰레기의 90%에 달하는 사업장 쓰레기의 처리가 자치단체의 소관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상 지자체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의무만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이 모른 체하는 동안 폐기물 배출 업체들은 쓰레기를 부지런히 수도권 바깥으로 옮겼다. 현행 제도가 ‘혐오시설 비수도권화’의 주범인 셈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제도가 발생지 처리원칙에 어긋나 있으니 폐기물 처리가 외부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실감하는 일이 가끔 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인천 쓰레기 매립지 사용 중단’ 뉴스다. 대안을 찾지 못하면 전국이 쓰레기로 뒤덮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따지고 보면 서울·인천·경기의 샅바 싸움이다. 2018년 전국지 지면을 뒤덮은 ‘쓰레기 대란’도 엄밀히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다. 그 바람에 평소 무관심했던 지방 곳곳의 쓰레기산들이 반짝 조명을 받았으나 이내 잊혀졌다.
빨래를 밖에 널 수 없는 마을
발전소 인근 바닷가 썰물 때 해초와 함께 밀려 온 석탄가루. 신완순씨 제공
당진에 들어선 송전탑만 484개
탄가루에 주민들 문도 못 열고
소음과 전자파 걱정에 잠 설쳐
“바람이 세지면 송전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요. 다 떠나고 이제 몇 가구 남지도 않았는데 보상도 안 해줘요.”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송전탑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사는 박종남씨(80)는 이제 송전탑 그림자만 봐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1990년대 말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박씨는 일이 끝나면 팔고 떠날 요량으로 이곳에 집을 샀다. 하지만 송전탑이 들어서자 이 일대 부동산 거래가 끊겼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뒤로는 송전탑을 쳐다보기가 무섭다. 바람이 거센 날에는 당진화력 저탄장에서 날아온 탄가루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야 한다. 교로리를 찾은 지난달 13일에도 창틀마다 시커먼 탄가루가 그득했다. 빨래를 바깥에 널 수 없어 겨울엔 보일러, 여름엔 에어컨을 켜고 1년 내내 집 안에서 말린다.
교로리 주민인 신완순 당진시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가을에 배추를 심으면 못 먹을 정도로 이파리에 탄가루가 낀다”고 했다. 당진화력은 신설 9, 10호기를 위해 60만t 규모의 옥내 저탄장을 만들었지만 석탄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발전소 인근 마을 주택 출입구 현관에 쌓인 석탄가루. 신완순씨 제공
당진화력은 발전용량이 6040㎿로 세계 최대규모의 석탄화력발전단지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의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충남도는 1991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전체 전력량의 22%인 226만GWh를 생산했는데, 이 중 60%가까이가 타지역으로 송전됐다. 전력을 각지로 보내기 위해 당진에만 송전탑 484개가 들어섰다.
‘남 좋은 일 시키는’ 대가로 주민들은 탄가루를 들이마시고, 전자파 피해를 걱정해야 했다. 이 지역의 미세먼지(PM10)는 전국 1위(2020년 3월 기준)다. 희생의 대가로 나오는 지원금도 주민 갈등의 화근이 됐을 뿐이다. 소각장 증설이 일부 주민들과 업체 간 짬짜미로 이뤄지거나 발전소 주변지역에 배정된 특별지원사업비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엉뚱하게 쓰이는 식이다.
지난달 13일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채취한 석탄가루.
송전선 ‘지중화’에서도 차별받는 지방
타 지역 전력 의존 수도권이 문제
송전선 땅에 묻는 지중화가 대안
그마저도 경기도 벗어나면 ‘차별’
신고리원자력발전소와 북경남변전소 간 765㎸ 송전선로(91㎞)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한국전력과 경남 밀양 주민들 간 갈등은 2012년 1월 이치우씨(당시 74세)가 분신하는 비극을 불렀다. 신고리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탑 건설이 추진됐고,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 지가 하락을 우려해 사업 백지화 혹은 지중화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전자파로 인한 피해는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꽤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극저주파 전자파 노출이 소아백혈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한전은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초고압 송전탑을 완공했다.
소각장·송전탑에 주민 신음…수도권 위해 희생되는 지방
그 765㎸ 초고압 송전탑이 밀양보다 당진에 더 많다. 경향신문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전력 ‘송전탑 및 지중화율 현황’에 따르면 당진~신안성 175.9㎞ 구간 중 당진 관내에 설치된 765㎸ 송전탑은 80개로 밀양(69개)보다 많았다. 345㎸, 154㎸까지 포함하면 모두 484개의 송전탑이 당진 곳곳에 들어서 있다.
한술 더 떠 한국전력은 당진시 송악읍 북당진변전소~아산시 신탕정변전소 36㎞ 구간에 345㎸의 고압송전탑 설치를 추진 중이다. 수도권 송전용이지만, 건강권과 재산권이 위협받는 것은 그곳 사람들이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송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법이 만들어졌지만 적용 대상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地中化)가 갈등을 줄일 대안이지만, 지중화율에서도 지방은 차별받는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충남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율은 1.3%, 당진은 0.6%에 불과하다. 서울(89.9%), 인천(73.0%), 경기도(18.5%)와 차이가 현격하다. ‘송전선로가 경기도 평택부터는 땅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수치다.
충남도는 2025년까지 20억원을 들여 고압선 전자파의 인체 영향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송전탑으로 인한 건강우려가 제기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조사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송전탑 갈등은 수도권이 타 지역에 전력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통계를 보면 서울의 전력자립도는 12.7%(2021년 6월 기준)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느라 매년 2300억원을 쓴 것이다.
강남에 원전을 짓는다면
한국원자력 홈피에 뜬 질문에
지방 차별적인 답변 올라와
원전밀집도 최고인 대한민국
대부분은 영호남에 몰려있어
“한강변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 없나요?” 지난해 6월 한국원자력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이다. 프랑스에서 센강 상류 물을 끌어와 노장쉬르센(Nogent-sur-Seine)에 원자력발전소(노장 원전)를 지은 것처럼 한강물을 이용해 수도권에 원전을 지을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강 원전’이 안전 이유로 안 된다면 ‘동해 원전’은 괜찮습니까?
1987년 완공된 노장 원전은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120㎞ 떨어져 있다. 대략 서울~원주 간 거리다.
원자력연구원은 기술적으론 어렵지 않지만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정서(방사선과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인 장애”라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가상사고 시 사고 후 관리를 하려면 대규모 인구밀집 지역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게 되면 건설비가 추가로 든다는 점도 덧붙였다.
연구원의 답변은 차별적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원전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영호남에 몰려 있다. 인구가 밀집한 부산·울산 등 대도시에서 멀지 않다.
고리 원전 반경 30㎞ 내 인구수
후쿠시마 제1원전의 22배 달해
“한강물·인천 바닷물은 안 되나”
소형원전도 결국 핵폐기물 관건
안전 문제 공정의 잣대는 같아야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단지의 반경 30㎞ 내 인구는 382만명(2019년 기준)으로 2011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17만명)의 22배에 달한다. 반경 30㎞는 방사능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을 대피·소개해야 하는 관리구역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듬해인 2012년 고리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 원전 납품비리가 잇따르면서 주민 불안은 극대화됐다.
원전이 도입될 당시 지역 주민 의견은 논외였다. 경향신문 1968년 10월4일자 ‘원자력발전소 동래에’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지가 경남 동래군 장안면 고리로 내정됐다. 관계당국에 의하면 이미 한·미 관계자 사이에 동래군 고리에 세우기로 합의 보았다”고만 돼있다. 홍덕화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입지가 결정된 사례들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주민 요구를 단순히 ‘님비(Not In My BackYard)’로 깎아내리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초기엔 지방의 대규모 공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도입된 원전이 요즘엔 수도권에 전력을 보내기 위해 건설된다. 원전의 지역경제 효과는 부풀려진 반면 공동체 해체와 내부 갈등,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은 지역 바깥에선 관심사가 아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주민 상당수가 암에 걸려도 결론은 ‘인과성이 없다’는 쪽이다.
일본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에서 “원전은 큰 사고가 일어나면 주변 지역 사람과 자연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기 때문에 인구 과소지역에 세워진다”며 “이는 원전이 주변 주민들의 희생을 상정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설령 원전이 큰 사고 없이 관리된다고 해도 치명적인 방사선을 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다. 차세대 원전으로 거론되는 소형모듈원전(SMR)도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SMR 역시 규모는 작더라도 가동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데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문제의 해법이라며 한국 원자력학계가 수천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재생 핵연료를 만드는 것) 연구는 10년이 넘도록 성과가 없다.
“바닷가 옆에 있어야 하고 석탄을 받아야 한다면 수도권이나 당진이나 조건은 같아요. 한강물이나 인천 바닷물을 쓰면 됩니다. 그런데 왜 발전소를 지방에 지으려고 할까요?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강남에 소형원전을 지으라고 하세요. 그것도 싫다면 최소한 지역 주민들 건강검진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수도권 사람들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맞는 것 아닌가요?”(김병빈 당진화력발전소 민간환경감시센터장)
‘공정’의 가치는 수도권에서만 통용되는 것인가. 서울 사람들이 전기차를 타고 우아하게 생활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가. 전기 생산과 쓰레기 처리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원칙은 불가능한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심리적 분단’은 더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경향 특별취재팀 배문규·최민지(스포트라이트부) 박채영·문광호(사회부)
참새도, 청어도 기후위기로 작아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지는 건 기온에 따라 항온동물의 신체 표면적이 달라진다는 생물학 이론인 베르그만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더운 곳에 살수록 몸집이 작은 동물이 열을 발산해 체온을 낮추는데 유리하고, 추운 곳에 살수록 몸집이 커야 체온 유지가 쉽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수마트라 호랑이가 러시아에 서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덩치가 작은 이유다. 새나 사슴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도 이 같은 원리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체 온도 조절능력이 없는 어류나, 도롱뇽 같은 변온동물의 크기가 변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크기가 작아져도 온도 적응에 유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이상기온으로 변온동물의 성장 속도가 빨라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올챙이가 알에서 깨어나 개구리로 변태하는 시간이 짧아졌고, 이로 인해 크기가 충분히 커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국 미시간대와 필드 박물관 연구진은 7만여 개의 새 표본을측정한 결과 지난 38년간 크기가 평균 2.6%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2019년 발표했다. 미국 필드 박물관 홈페이지
약 56만 년 전, 지구의 극열기라고 불리던 에오세(Eocene)의 화석에서도 기온 상승으로 많은 동물의 크기가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관찰되는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에오세에서는 약 1만 년에 걸쳐 지구 온도가 섭씨 5~8도나 상승했지만, 현재 지구의 온도는 약 100년 만에 1도나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자연적’ 온도변화보다 10배 이상 빠른 이상 고온으로 기후위기가 진행 중인 것이다.
연구진들은 동물들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생식력도 줄어들어 점차 적은 수의 새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멸종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각 생물종의 크기변화 속도가 제각각이라 생태계 먹이사슬이 교란될 가능성도 있다. 조류 크기 변화를 연구한 미시간대의 브라이언 윅스 교수는 “새들의 변화가 진화의 과정인지 특정 시기의 변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새들의 기후위기 적응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꼬리치레도롱뇽, 허파가 없어 ‘한반도 기후변화’ 못 견뎌요
2070년까지 서식지 90% 사라질 가능성…남·북한 모두 법적 보호조처 없어
깊은 계곡의 나무뿌리나 돌 틈에 사는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젊은 성체. 긴 꼬리와 튀어나온 눈이 도드라진다. 신유철 제공.
백두대간의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주변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산다. 알에서 깬 유생은 2∼3년 동안 개울에서 살지만 다 자란 도롱뇽은 오롯이 피부호흡만 하며 울창한 숲 계곡의 나무뿌리나 바위틈에서 살아간다.
애초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꼬리치레도롱뇽은 니콜라이 포야르코프 주니어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 동물학자 등에 의해 2012년 실제로는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북한에 분포하는 종은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란 새로운 이름의 신종으로 보고됐다.
긴 꼬리와 툭 튀어나온 눈이 독특한 양서류가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종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10년도 안 됐지만 곧 닥칠 기후변화로 사라질지 모른다. 더워지는 한반도에서 이 양서류는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를 2070년까지 90% 이상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컴퓨터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2050년과 2070년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이 살 만한 서식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한 결과. RCP 시나리오는 숫자가 작을수록 즉각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신 외 (2021) ‘생태학 및 진화’ 제공.
신유철(강원대 생명과학부 4년생), 민미숙(서울대 수의대 박사), 아마엘 볼체(중국 난징임업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생태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종 분포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8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이 양서류의 서식지가 2050년과 2070년에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했다.
그 결과 현재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주변 산악지대까지 이어지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지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2050년이면 백두대간으로 현저히 줄어들고 2070년이면 백두대간의 핵심 구역으로 더욱 움츠러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는 시나리오(RCP 6.0)에서도 2070년이면 이 도롱뇽의 적합 서식지는 90.1%까지, 최적 서식지는 98%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강원도 홍천의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서식지. 차고 맑은 계류와 울창한 숲이 필요하다. 신유철 제공.
그 이유는 이 도롱뇽 성체가 피부호흡만으로 살아갈 울창한 숲과 유생 시절 자랄 수 있는 차고 용존산소가 풍부한 계곡물 등 서식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 저자인 신 씨는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이 도롱뇽의 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될 수 있다”며 “산림 벌채, 계곡 오염,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 변화 등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도롱뇽이 처할 위협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유생. 차고 산소가 풍부한 계류에서 2∼3년을 자라야 한다. 가뭄과 산림 벌채에 민감하다. 신유철 제공.
일반적으로 양서류는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그중에서도 피부호흡을 하는 종은 더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연구에 참여한 아마엘 볼체 교수는 “꼬리치레도롱뇽과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기 때문에 기온이 조금만 변해도 가장 먼저 괴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줄더라도 백두대간을 따라 북한의 더 선선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갈 가능성은 없을까. 신 씨는 “모델링 결과 북한 지역이 이 도롱뇽의 서식에는 적합하지만 미래에 자연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서식지로 나타났다”며 “이동능력이 매우 떨어져 북쪽으로 상당한 서식지 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도롱뇽은 기온뿐 아니라 강수량, 토지 피복, 지형 등 여러 요인이 고루 맞아 떨어져야만 서식지를 넓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남한 백두대간은 이 도롱뇽의 피난처로서 보호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번식기 한국꼬리치레도롱뇽 수컷. 비대해진 뒷다리 끝으로 알주머니를 움켜쥐어 다른 수컷의 방정을 가로막는다. 발톱이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진한 것은 이 도롱뇽의 특징이다. 이 도롱뇽이 동굴 하천에 산란한다는 사실은 박대식 강원대 교수가 2005년 처음으로 밝혔다. 민미숙 박사 제공.
그러나 한국꼬리치레도롱뇽은 포획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것 말고는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서 해제된 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북한에서도 이 고유종에 대한 특별한 보호조처는 없다”며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전등급 상향 조정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용 논문: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81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삽처럼 생긴 앞발로 땅을 파고드는 땅강아지는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곤충으로 땅속 굴에서 크고 일정한 소리로 노래해 짝을 찾는다. 김건혁,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땅강아지는 도심에도 흔하고 불빛에 날아들기도 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살충제 남용으로 보기 힘들어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녹조 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독소 검출
농작물에 녹조 독성 축적 국내 최초 확인, 상추 잎 6장 먹으면 기준치 초과
낙동강 녹조 물로 재배한 상추에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그동안 정부는 녹조의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강물 속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마이크로시스틴 축적량은 상추 1kg에 67.9 마이크로그램으로 상추 잎 6장을 먹으면 WHO가 정한 성인(몸무게 60kg 기준)의 섭취 기준치를 넘게 된다. 몸무게 30kg의 초등학생의 경우 상추 잎 3장을 먹으면 WHO 기준치(1.2ug)를 넘게 되는 셈이다.
상추실험 모습. 낙동강 이노정 근처에서 뜬 녹조물로 5일 간 재배했다.
이번 실험은 지난 8월 녹조가 핀 낙동강 물로 상추모종을 5일 동안 재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추 재배에 사용한 물은 낙동강 이노정 앞에서 채수했다. 국립부경대학교 이승준교수 연구팀이 상추 재배 물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리터(L)당 600ppb의 마이크로시스틴(MCs)이 검출됐다.
이 물로 재배한 상추의 마이크로시스틴(MCs)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그 결과 상춧잎에서 녹조의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MCs)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 물질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이다. 녹조의 독소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해외에서는 간 독성, 신경 독성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금강 서포양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5035ppb 검출, 농작물 안전 우려
국내 농작물에 녹조 독성이 축적된다는 사실은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농업용수로 재배하는 농작물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환경단체와 오마이뉴스, MBC PD수첩,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녹조 독성 측정 결과 농업용수로 쓰는 낙동강과 금강 물에서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과 전북의 매우 넓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금강 서포양수장 앞에서는 5035ppb, 금강 용두 양수장 인근의 물에서는 1509ppb가 나왔다. 금강 뿐만 아니라 낙동강에서도 양수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지난 8월 금강의 한 수로에 녹조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환경부는 그동안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근거는 2016년 농어촌공사가 주도한 실험이었다. 당시 농어촌공사가 실험에 사용한 농업용수 중 가장 높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24ppb였다. 농어촌공사는 그 실험을 통해 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실험은 벼만 대상으로 했고 비교적 낮은 독성의 용수로 한 실험이어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 연구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결과를 확인한 많은 실험이 있는데, 그것을 부정한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24ppb가 아니라 1509ppb의 농업용수로 벼를 재배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노경환 농어촌공사 환경지질처장은 뉴스타파의 질문에 “실험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국 윈난성 뎬츠호(Dian Lake)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MCs) 함유량(μg/L, ppb)이 각각 120 / 600 / 3,000일 때 벼 모종(Seedling)에 2.94 / 5.12 / 5.40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뿌리채소, 잎채소 등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이 확인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만 할 뿐이며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또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금강, 영산강 등에 대해 상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등한시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WHO 수상 레저 기준치의 33배 독성 나와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녹조 물을 채취하고 있다.(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녹조가 창궐하는 강에서 행해지는 수상 레포츠 활동에도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성군이 운영하는 낙동강의 대표적인 수상 레포츠 시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측정한 마이크로 시스틴의 농도는 675ppb. WHO가 수상 레크레이션을 할 때 ‘높은 위험성’이 있다고 규정한 기준치(high risk limit)인 20ppb의 33배나 되는 수치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는 환경단체가 육안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의 녹조 샘플을 뜨는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이 수상레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8월에 환경단체가 발표한 측정 결과에서 금강의 웅포대교 근처 수상레저 시설에서는 낙동강 스포츠밸리보다 2배 이상 높은 1562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상스키 등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질 경우 물을 먹게 될 뿐 아니라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에어로졸 형태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이 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수면이 넓어지고 물흐름이 느려지자 강 곳곳에 수상레포츠 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물흐름이 멈춘 4대강에서는 녹조라떼라 불릴 만큼 녹조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녹조 증가에 따라 독성도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은 미약한 실정이다. 1562ppb라는 높은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측정된 금강의 수상 레포츠 시설 관계자는 ‘’8월 보도 이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어느 곳에서라도 점검을 나왔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해 정부의 녹조 독성 불감증이 어느 수준인지 느끼게 했다.
청산가리 독성의 100배가 넘는다는 녹조의 독성은 때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 2003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17살 소년이 무더위에 친구들과 녹조가 있는 물에 들어가 놀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검시 결과 녹조 독성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매년 반려견들이 주인과 물에서 놀다가 죽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치도 설정하고 있다. 오레곤 주의 경우 반려견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치는 0.2ppb로 되어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조류경보제 친수활동 구간 늘리겠다”
녹조의 농도를 측정해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경보 발령하는 친수구역(물놀이구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 한강 서울 구간에만 설정돼 있다. 그러나 한강보다 훨씬 위험성이 높은 다른 곳들은 최소한의 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정애 장관에게 ‘현재 한강 1군데만 친수활동 조류경보제 구간으로 설정돼 있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 친수활동 구간의 현실화를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장관은 ‘친수활동 구간의 측정 지점도 늘리고 녹조 관련 데이터를 더 많이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지구 온도 1.5도만 올라도 김해공항 잠긴다
기후변화연구단체 모의시험 ... 3도 오르면 사라지는 동네도
함안·밀양·창원 대산면 일대 낙동강 유역도 큰 타격 예상
지구 대기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또는 3도가 오르면 경남지역 해안선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기후 과학을 분석하고 보고하는 비영리 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CNN이 전했고, 국내 언론도 이를 지난 14일 보도했습니다. 클라이밋 센트럴이 구축한 누리집(picturing.climatecentral.org)에서는 지구 기온 1~4도가 오르면, 즉 지구온난화에 따라 주요 지역이 얼마나 물에 잠길지 연구한 결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모의실험(시뮬레이션) 지도를 훑어보니 경남 역시 대부분 해안, 강과 하천 주변, 매립지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전보다 1.2도가 높은 상태다. 그래서 이미 많은 과학자가 기후위기로 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인천 송도 회의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 2050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한다고 해도 지구 기온은 1.5도 넘게 오르고, 2050년 이후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2060~2070년대에는 상승 폭이 3도가 된다는 전망도 있었다.
1.5도와 3도 상승을 가정해 경남지역이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봤다. 매립지는 대부분 물에 잠기고, 심하면 완전히 사라질 우려가 있는 동네도 눈에 띄었다. 산업단지·공항·유통단지·주거단지·석탄발전소 등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군청까지 위협 =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과 웅동2동 일부가 침수 피해를 보는데, 웅동파출소 앞 웅동교까지 잠겼다. 진해 남문지구는 1.5도 상승에도 침수됐다. 창원마천일반산업단지, 제덕만 매립지, 진해국가산업단지, 장천부두, 진해항 제2부두, 진해루와 경화시장, 속천항 등도 영향을 받았다.
삼귀해안로 역시 1.5도 상승에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3도 상승에는 인근 두산중공업과 볼보그룹코리아 앞까지 물이 찼으며, 적현로 일대 공장도 잠길 우려가 있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과 봉암공업단지도 1.5도 상승에 침수 피해를 겪었다. 3도 상승 때는 창원NC파크와 양덕2동 고층 아파트 단지까지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창원천을 따라 대원동 전체와 명서·팔룡·봉곡동 일부가 영향을 받았다.
마산만 해안선도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3도 상승 때는 마산의료원 주차장이나 경남대 월영지 앞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산가포신항, 덕동 공영차고지, 창원시 하수도사업소, 창원수정일반산업단지, 광암해수욕장 등도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고성 당항포관광지는 1.5도 상승에도 물난리 우려가 있었다. 3도 상승 때는 바닷물이 고성군청까지 위협했다. 1.5도 상승에 통영경찰서 일대까지 차오른 바닷물은 3도 이상이면 통영대전고속도로 일부까지 삼켰다. 통영 무전동 일부도 잠기는데, 3도까지 오르면 통영시청 턱밑까지 물이 찼다. 1.5도 상승에 통영항과 서호시장, 3도 상승에 강구안과 통영중앙전통시장, 통영국제음악당 대부분이 잠겼다.
◇산업거점 타격 예상 = 산업 거점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상당 부분이 침수 피해를 보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거제고현시장까지 침수됐다. 삼천포화력발전소와 삼천포항도 영향을 받고, 3도 상승 때 바닷물은 사천공항 코앞까지 들이닥친다.
하동 화개장터 삼거리 부근과 하동 동정호 일대도 물에 잠겼다. 섬진강 물줄기로 이어지는 주교천, 고전천, 진정천 일대가 침수되는데, 그 범위가 넓을 때는 고전초등학교와 하동읍성 앞에 이르렀다. 바닷물은 하동군청까지도 들이닥치는데, 3도 상승 때는 군청과 군의회, 하동공설시장까지 삼켰다. 금성면과 갈사만조선산업단지는 1.5도 상승에도 침수됐다. 경남도립남해대학, 남해 창선면사무소도 턱밑까지 위협받았다.
내륙에서는 낙동강 유역이 큰 영향을 받았다. 함안 법수·대산·칠서·칠북면, 창녕 장마·도천면, 밀양 무안·초동·상남면과 하남·삼랑진읍,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 일대, 창원 대산면과 김해 진영신도시, 김해 한림·생림면,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일대 등이다.
3도 상승 때는 함안고등학교와 함안나들목 앞이나 창원 북면 감계지구 들머리까지 침수 피해 예상 범위가 넓어졌다. 양산은 물금신도시 일대가 영향을 받는데, 3도 상승 때는 바닷물이 남양산나들목을 삼키고 양산시청 턱밑까지 차올랐다. 김해국제공항과 김해관광유통단지 등은 1.5도 상승에도 대부분 잠겼으며, 3도 상승에는 부산김해경전철 김해시청역을 포함해 수로왕릉역까지 침수됐다.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기후변화 아닌 체제변화"를 외치는 이유
2021 기후파업에 나선 세계시민들의 목소리
기후위기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지난 2년간 대단한 기세로 진전했다. 우리 시대의 위협을 말해주는 '키워드'에서, 하나의 정치·사회적 '의제'가 되어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쟁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 2019년부터 이어진 일련의 흐름을 톺아보아야 한다. 그 해에 그레타 툰베리로 대표되는 국제적 '기후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센 흐름은 기후위기가 국제 사회의 '교양 상식'이 된 이래 펼쳐진 가장 큰 규모의 직접 행동들로 이어졌다.
'기후위기', 의제가 되다
영국의 기후운동 단체인 '멸종저항(DEX)'의 주도로 인류의 멸종을 우려하며 자연사 박물관을 점령한 채, 영국 시민들은 1000여 명의 연행을 불사하며 영국 정부를 넘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현재 세대'로 존재하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나와 거리 시위를 주도하는 결석 시위(미래를 위한 금요일, Friday for future)를 이어가기도 했다.
2019년 9월에는 20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약 150개국에서 760만여 명이 참여한 글로벌 기후파업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300여 개가 넘는 환경·노동·농업·인권·종교 등 제 분야의 단체들이 연대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발족하여 '921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를 열었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 이 집회에 참여한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외친 구호는 우리 사회에서 다소 생경한 언어였다. '정부는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비상 상황을 선언하라', '기후정의에 입각한 배출제로 계획 수립하라', '기후위기에 맞설 범국가기구 설치하라'가 그것들이었다.
▲ 2019년 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인 전 세계 기후 활동가들이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지구의벗
기후위기, 새로운 장을 열다
놀랍게도 이 낯선 언어들은 빠르게 정치의 언어, 경제의 언어, 사회의 언어로 확산되었다. 2020년, 우리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정부도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시정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했다. 그리고 올해 5월, 기존의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등을 통폐합하여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뿐 아니라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ESG 경영'을 위시한 탄소중립 경영 계획을 발표하고,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홍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주식 시장 역시 이러한 동향에 부합하는 '관련주'가 무엇일지 기민하게 탐닉했다. 재생에너지, 수소, 전기차, 신소재 등의 '환경 관련주'는 대세가 되었다.
다시 거리에 선 시민들
하지만 올해도 시민들은 다시 9월을 맞아 국제적 기후행동을 진행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 1인 시위가 벌어졌고,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왜 여전히 시민들은 거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2019년 세계의 시민들이 부르짖은 외침을 이제는 정치·경제 권력자들이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선언하고 있는데 말이다. 가령, 2019년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요구했던 그대로는 아니지만, 국회와 정부가 기후 비상을 인정했고,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으며, 대통령 직속으로 탄소중립위원회까지 구성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올해의 기후행동은, 더는 시민들이 기만당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지금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참칭하고 있지만 실은 그것이 환경을 착취하는 현재의 관성을 포기하지 않은 채 말 잔치만 벌이는 녹색 분칠(Green Washing)이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비판인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통찰은 두 가지 분명한 근거로부터 기원한다.
실패를 목표로 할 수는 없다
첫 번째 근거는 목표 자체의 미진함이다. 예컨대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을 보자.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요구한 '배출제로'와 정부의 '탄소중립'은 다른 개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산해 순배출이 '0'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인 탄소중립은 주요 배출원의 배출량 자체를 제로로 만드는 배출제로보다 느슨한 목표다.
'탄소중립' 목표의 결함은 올해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탄소중립은 어떻게든 배출량과 흡수량의 합산 값을 0에만 맞추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흡수량을 많이 늘릴수록 배출량을 덜 줄여도 된다. 그래서 시나리오는 수소와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십분 준용해 흡수량 전망을 늘려 잡고, 산업계가 그만큼의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 준다. 위 기술들이 미처 실현·상용화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또 한편,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2050년 내외의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할 때 인용한 것이 IPCC <1.5℃ 특별보고서>라는 것을 상기할 때, 같은 보고서에서 권고한 2030년 감축 목표(2010년 대비 45% 감축. 현재 한국 정부가 기준연도로 삼고 있는 2018년 대비로는 약 55% 감축)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먼 미래의 목표엔 공수표를 날리지만 당장의 노력은 회피하려는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구나, 기후위기 대응은 단지 2050년까지 목표한 것만 달성하면 마칠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억제함으로써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 말인즉슨, 최소한 어느 정도 이상은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면 안 된다는 마지노선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탄소예산'이라고 부른다. 현재 인류에게 남은 탄소 예산은 400억 톤 정도이고, 지금처럼 배출하면 약 7년이면 이 마지노선은 무너지고 만다. 당연하게도 언제까지 배출량을 어느 정도까지 줄이겠다는 목표 설정만큼이나, 400억 톤의 전 세계 탄소예산을 각국이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현재 연간 배출량, 누적 배출량, 인구, 경제규모, 감축 여력 등을 주밀하게 판단해서 모두가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이러한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현재와 같은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 목표를 다 모아놓고 보면, 결론적으로 탄소예산을 초과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정부의 계획은 그 실패에 크게 일조하는, 대표적인 선진국의 '불충분한 목표'다. 권력자들이 짐짓 비장한 투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목표를 계획하고 있는 꼴인 것이다.
▲ 2050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는 시나리오인 1안과 2인은 물론 유일한 탄소중립 달성 가능 시나리오인 3안에서도 산업 부문의 감축 후 배출량은 53.1백만톤으로 일정하게 짜였다. 에너지다소비형 제조업을 미래에서도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 중심에 두고 시나리오가 작성된 탓이다.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탄소포집처럼 불확실한 기술에 의한 감축량을 늘려 잡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그래프 상에서 드러난다(1안에서 95.0백만톤, 3안에서조차 57.9백만톤이 상정돼 있다). ⓒ함께사는길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량을 기준년도인 2018년과 비교해 보면 절대적 사용량 자체가 차이가 없음(140.2 → 139.3)을 알 수 있다. 산업 부문이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더라도 산업 성장률에 따른 자연적 에너지 사용량 증가분이 겹쳐질 거라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결국 집약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를 그대로 안고 같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시나리오는 현재 공론화 과정을 밟고 있으며 수정을 거쳐 10월 말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다. ⓒ함께사는길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운동이 거리에 남은 또 하나의 이유는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한 까닭이다. 기후위기는 명백하게 현재 진행 중인 생태 학살이다. 그러니까, 인류가 쌓아 올린 현대 문명의 체제가 제아무리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들, 기후위기는 어떤 인과의 형태로든 피해와 가해가 드러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연간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 혹은 산업혁명 이래 많은 탄소를 대기 중에 누적시켜온 국가들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상위 30개 기업이 국가 온실가스의 70%가량을 배출한다. 대표적으로
한 다배출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한국의 논의는 대단히 빈약하며,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해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며 어떤 비용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도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그 책임을 부과할 것인지가 부재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길'이라며 먼저 시민들에게 언성을 높인다.
위에서 언급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예로 살펴보면, 특정 기업을 호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문별·산업군별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 전망·목표를 설정하는데, 2050년 각 부문의 배출량이 몇 퍼센트 감소되는지는 나와 있지만 어떤 수단으로 이 감축을 유도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시 말해, 정부의 목표는 있지만 목표 달성의 관건인 다배출 기업들에게 그것을 강제 혹은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은 내놓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강력한 투로 기후위기 대응을 천명했으나 실상은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공은 기업에게 넘어간다. 결국 기업의 자발적 쇄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다배출 기업들이 내놓는 전환 속도는 대개 불충분한 정부 탄소중립 계획에도 미달한다. 그나마 기업들의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마저 시행 5년이 넘었지만, 기업들의 눈치를 보느라 제 기능을 못 해 무용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 2019년 2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기후 활동가들. 원래 COP25는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국 불안으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옮겨 열렸다. COP25의 주요 의제였던 국제탄소시장(파리협정 제26조) 이행규칙 논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시장의 책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세계 시민들의 반대운동과 국가 간 이해 다툼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열리지 못한 COP26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개최된다. 기후파국이냐 1.5℃ 이하의 기후변화 저지냐를 둘러싼 세계기후정의의 격전장을 향해 '기후파업'을 진행한 세계 시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회체제(system)의 변화'이다. ⓒ지구의벗
기후정의를 말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에 기후 비상을 모두가 선언한 이때에도 이런 지리멸렬한 상황이 지속되는가. 기후위기가 새로운 논쟁의 장을 열었다면, 그것은 단순히 온갖 미래기술의 방편들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지 여부는 아닐 것이다. 기후위기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채 자연을 착취하는 '과잉생산·과잉소비' 중심의 사회체제와 불가분의 관계다. 실은 진짜 건설적 논쟁은 이 체제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전환할 것인가이다.
다배출 기업들에게 '배출의 권리'를 할당하고 그것을 사고팔게 하는 제도는 그것의 유용과 무용을 떠나 책임의 직관성을 흐리게 만든다. 어떤 기업들, 어떤 계층이 기후위기 유발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누가 더 큰 위기에 처해있는지를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좁은 의미의 '기후정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9월 25일 1인 시위를 주도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이 내건 "지금 당장 기후정의"라는 슬로건에는 그런 함의가 있다. 탄소중립을 넘어 배출제로 사회를 말하는 것은 왜 불가능하겠는가.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탄소를 누적시킨 한국의 책임을 통감하는 '국가 탄소예산'을 산정하고 다른 선진국들에게도 정의로운 책임을 촉구하는 국제적 기후 리더십은 왜 상상할 수 없는가. 다배출 기업들에게 '부담'을 부과할 것을 분명히 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할 때는 막대한 과징금·조업정지 등 직접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왜 보일 수 없겠는가. 기후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상실하거나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될 국내외의 동료 시민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일은 또 왜 안 되겠는가. 단순히 기후위기 상황이 시급하다는 피상적 인식을 넘어선 세계의 시민들이 다시 거리에 선다. 이제 우리도 우리가 존속해온 체제를 정의롭게 전환하는 방식을 함께 상상할 때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 활동가 [함께 사는 길]
서울환경연합, 아미(BTS)와 함께 ‘태형 숲 1호’ 조성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0월 19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의 팬 170여 명과 함께 잠실 한강공원 잠실대교 부근에 ‘태형 숲 1호’를 조성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팬들의 뜻에 따라 평소 뷔가 좋아하는 초록색을 연상시키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 위해 기획됐다. 팬들은 △한강 자연성 회복 △기후변화 대응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느티나무 4그루, 조팝나무 1200그루를 심은 아름다운 숲을 선물했다.
‘태형 숲 1호’를 최초 제안한 팬 ForestV(트위터 계정)는 “태형 숲 1호를 조성하는 활동에 국내외 팬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숲을 방문하는 시민들께 쉼터를 제공하고 푸른 지구를 위해 기여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향후에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도시 숲 조성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팽 당할 처지 700그루 팽나무, 이 섬으로 이주해 ‘명품숲’ 됐다
신안 도초도 팽나무 10리 길과 수국공원© 제공: 한국일보
신안 도초도(都草島)가 이름처럼 꽃과 나무의 성지가 됐다. 섬으로 들어서면 ‘팽나무 10리 길’이 산림청에서 주관하는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축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팽나무 10리 길은 섬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수로를 따라 약 3.5㎞ 이어진다. 수령 70~100년 된 팽나무 716그루가 조붓한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길 양편에서 터널을 형성하고 있다. 이 많은 팽나무는 어디서 났을까. 나무마다 출신 지역을 적은 팻말이 걸려 있다. 멀게는 충남 홍성과 경남 진주에서 온 나무도 있고, 대개는 고흥 해남 장흥 등 전남 해안 지역이 고향이다.
팽나무는 느티나무 푸조나무 등과 함께 수명이 가장 긴 축에 속한다.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대접받고, 해안가에는 방풍림으로도 심는다. 팽나무는 신안의 보호수 중 80%를 차지하는 상징적인 나무다. 팽나무 10리 길은 시목해수욕장 외에 이렇다 할 관광 자원이 없는 도초도에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군청 공무원들이 서남부 해안 지역을 돌아다니며 쓸모없는(?) 팽나무를 구하기 시작했다. 밭둑에 덜렁 자라 농작물에 그늘을 드리우는 애물단지 팽나무, 산비탈이나 농수로에 뿌리내려 천대받던 팽나무가 대상이었다. 군에서 오래된 팽나무를 모은다는 소문이 퍼지자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공사에 방해가 돼 뽑아내려고 하는데 가져갈 거냐는 문의가 이어졌고, 장흥의 한 농민은 밭 한가운데에서 농지를 잡아먹는 팽나무를 뽑아갈 수 있겠느냐고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 이렇게 제자리를 못 찾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나무들이 도초도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기본적으로 키가 10m 넘는 나무를 이송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5톤짜리 트럭에 실려 암태도로 이송된 나무는 다시 배를 타고 도초도로 옮겨졌다. 이송 작전은 교통량이 많은 낮을 피해 주로 밤에 진행됐다. 팽나무 숲길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도 처음엔 반응이 시큰둥했다. 폭 16.5m의 논을 사들여 성토한 다음 나무를 심을 계획이었으니 반대도 많았다. ‘그늘이 져 농사 망친다’거나 ‘참새떼가 몰려들면 어떡할 거냐’며 항의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래도 장차 이 숲이 도초도를 먹여 살릴 거라는 설득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 김대환 부면장이 전해 준 후일담이다
나무 숲길 조성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시작해 올 2월 마무리했다. 6월에는 ‘환상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개장식도 열었다. 팽 당할 처지의 나무들이 모여 명품 숲을 이뤘다. 갓 조성한 숲길이지만 기본적으로 큰 나무여서 운치가 제법 그럴싸하다. 더 크고 풍성하게 가꿀 의무가 군청과 주민의 몫으로 남았다. 바닥에는 수국과 수레국화, 패랭이 등을 심었다. 지금은 패랭이가 알록달록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숲길과 나란한 월포천은 1970년대 농지를 조성하면서 건설한 인공 수로다.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주변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모으는 구조인데, 웬만한 강처럼 폭이 넓다. 바람이 없는 날, 팽나무 가로수가 잔잔한 수면에 비친 모습이 또 일품이다. 신안군은 장차 이 수로에 나룻배를 띄울 계획이라고 한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수국공원이 이어진다. 폐교한 도초 서초등학교 부지와 주변 야산에 15종 3만 그루의 수국을 심어 꾸민 정원이다. 6~7월이 제철이라 수국은 거의 지고 없지만, 돈나무 후박나무 해송 동백 등 자생하는 나무가 산책로 곳곳에서 본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공원 꼭대기에 오르면 수국 빛깔(블루라이트)로 지붕을 장식한 마을 풍경이 정겹게 내다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서해 바다가 아른거린다./한국
주민이 만든 관광명소, 괴산 ‘은행나무길’ 아시나요
양곡저수지 주변 300여그루
40여년 키워 가을단풍 장관
사진작가 촬영장소로 인기
마을 입구 로컬푸드 장터도
주민들이 40여년 넘게 가꿔온 은행나무 숲길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지역 관광명소가 됐다. 충북 괴산군은 최근 문광면 양곡리 양곡저수지 주변 은행나무길의 은행나무가 주말인 23~24일 절정을 이룰 전망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은행나무길은 양곡저수지 주변 400m 길이로 가을마다 괴산의 대표 관광지로 변신한다. 300여그루 은행나무가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특히 저수지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투영돼 장관을 이룬다. 사진작가들의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밀〉 〈동백꽃 필 무렵〉 〈더 킹: 영원의 군주〉 등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활용됐다.
이 은행나무길을 관광지로 키워낸 것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다. 1979년 묘목 장사를 하던 한 주민이 마을에 은행나무 300여그루를 기증한 것이 시작이었다. 주민들은 양곡저수지 주변에 묘목을 심고 지난 40여년간 아름드리 크기로 가꿨다.
괴산군도 방문객들을 위해 은행나무 가로수를 중심으로 3㎞ 남짓한 생태 체험길을 조성했다. 주민들은 2014년부터 10월 셋째주에 마을 축제를 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축제를 취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대신 은행나무 잎이 모두 떨어지는 다음달 14일까지 마을 입구에 로컬푸드 장터를 열고 주민들이 키운 과일·채소 등 농산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전문가 95% "2050 탄소중립 고려하면 원전 유지·확대해야
89.7%는 "2030 NDC 상향하면 국가경제 경쟁력 악화"
전경련, 에너지 전문가 대상
2030년 탄소중립 35% 감축…산업계 곳곳 한숨 (CG)© 제공: 연합뉴스 2030년 탄소중립 35% 감축…산업계 곳곳 한숨 (CG)
대부분 에너지 전문가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유지하거나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에너지학회, 한국원자력학회 등 에너지 관련 학회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먼저 설문조사에 응한 에너지 전문가의 69.0%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2030 NDC가 과도하다고 답했고,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월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산업부문 감축안에 대해서는 79.3%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 : 연합뉴스 [전경련 제공. ]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위원회는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79.6% 감축한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79.3%)하거나 유지(15.5%)해야 한다는 응답은 94.8%에 달했다.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대와 적절한 조합'이라는 응답이 40.8%로 가장 많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030년까지 획기적인 탄소 감축 기술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를 도입하기 어려운 만큼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발전의 비중 확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전원믹스 목표대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6.6∼70.8%로 확대하고 원자력 발전을 6.1∼7.2%로 축소하면 전기 요금이 어느 정도 인상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50% 이상'이라는 응답이 66.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2030 NDC의 상향 조정이 국가 경제 전반의 국제적인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묻는 항목에는 89.7%가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정유업과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각각 92.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시멘트(91.4%), 철강(89.7%), 자동차(68.1%), 반도체(67.2%) 등의 순이었다.
© [전경련 제공. ]
주요 탄소 감축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철강 업종의 경우 탄소 감축 기술이 2030년까지 상용화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75.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석유화학·정유 업종은 75.0%, 시멘트 업종은 72.4%였다. 감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역시 69.8%가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세계조경가협회 우수상 수상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이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관하는 '2021 세계조경가협회상' 시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계조경가협회상에는 문화·도시경관 등 19개 부문에 총 397개 작품이 접수됐다. 문화·도시경관 부문에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포함해 최우수 1개, 우수 20개, 가작 39개 등 총 60개 작품이 수상했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강을 중심으로 민·관이 협력해 이룬 생태 복원성과 노력도,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 국가정원으로 재탄생시킨 생태·문화적 경관 향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상은 도시경관·조경 분야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세계조경가협회는 1948년 창설된 국제 조경단체로, 매년 77개 회원국의 도시 환경 중 질적 이익이나 증대를 달성한 공공·민간 환경 프로젝트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울산시는 앞으로 마지막 남은 3대 국제 도시경관·조경 어워드 중 하나인 미국 조경가협회상(ASLA)에 도전해 전국 최초로 경관 분야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도시경관상상 수상에 이어 세계조경가협회 우수상까지 받게 돼 문화경관·정원도시로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급 연봉 누리는 전관들의 지상낙원, 유통지원센터
기업 재활용분담금 집행 유통지원센터의 고위직 ‘전유’
출범 이후 고위직 13명 환경부 쪽…연봉 장관보다 많아
한정애 장관도 의원 때 “환피아들의 지상낙원” 지적
지난해 10월21일 경기 고양시의 한 재활용 쓰레기 분리 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쓰레기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환경부 인증기관으로 기업들의 자원재활용 의무를 대행하는 공익법인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유통지원센터)의 주요 보직을 환경부 고위 퇴직자들이 사실상 전유하고 억대 연봉을 받는 등 폐쇄적이면서도 방만한 운영이 관리 사각지대에서 지속되어온 실태가 확인됐다. 1800억원대의 기업들 재활용 분담금을 집행하는 자원유통센터는 환경부 인증기관으로 정부의 감독 대상이지만, 사실상 결탁된 형국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국회의원 시절 이를 “환피아의 지상낙원”이라며 비판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수년 동안 유통지원센터의 이사장, 본부장, 지사장 등 고위직 다수를 환경부나 환경부 산하 기관 출신이 승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13명에 이른다. 센터 출범 직후인 2014년 이후 역대 5명(현직 포함)의 이사장(상임이사)을 낙동강유역환경청장, 영산강유역환경청장(2명),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환경부 상하수도국 정책관이 도맡았다.
현 이사장과 본부장 2명(이사대우)도 환경부 쪽 인사로, 유통지원센터에서 이사대우 이상 임직원 7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환경부 감사관실에 따르면, 이사장과 본부장 1명은 인사혁신처의 취업심사와 승인을 받았고, 다른 1명은 재산등록 대상자가 아니라 심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하려는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취업예정기관과의 업무연관성 등을 따져 취업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관 간 유착·자리 알선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지원센터가 이들에게 주는 보상만 보면 대통령 부럽지 않았다. 그간 이사장 연봉(수당 포함)은, 2017년 2억1288만원, 2018년 2억1063만원, 2019년 2억2946만원, 2020년 2억1765만원으로 올해 대통령 연봉(2억3823만원)과 비슷하고, 국무총리(1억8469만원)나 환경부 장관(1억3581만원, 이상 인사혁신처 기준)보다 많다. 이사진의 퇴직금도, 사무직의 근속연수당 1개월 책정 방식에 견줘 2.5개월로 잡는 등 ‘우대’가 도드라졌다.
이러한 유착 의혹이 오늘 불거진 건 아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의원 시절인 2017년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환피아’(환경부 마피아)들의 지상낙원이고 복리후생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유통지원센터 등) 재활용 관련 공제조합 많이 있다.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따라 포장재공제조합과 제품별공제조합, 유통지원센터 등에 재활용 업무를 위임하고 분담금을 낸다. 소비자 부담을 전제로 한 기업 분담금 규모가 지난해 2607억원인 데다, 국내 재활용 체계상 업무의 공익성이 크다. 포장재공제조합은 각 기업들로부터 재활용 분담금을 걷어 유통지원센터 등과 나누는데, 마찬가지 환경부 출신 관료의 고위직 독점, 고액 연봉, 방만한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사용 등으로 이달초 국감에서 비판받았다.
노웅래 의원은 “소비자가 매년 부담하는 수천억원의 분담금을 국회 통제도 받지 않는 비영리법인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환경부 고위직이 퇴임 후 해당 법인에 기관장으로 가다 보니 환경부에서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유통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에 “환경부 출신 관료들이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한 분들이고 자원재활용 관련 근무 경험도 있어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연봉 부분은 답변하기 조심스럽다. 자원 재활용을 위해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정애 장관은 20일 열린 환경부 종합국감에서 “포장재공제조합이나 다른 공제조합, 유통지원센터의 경우, 사각지대처럼 되어 있어서 환경부의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사는 물건값에 포장재 값이 포함되어 있고 그 돈을 모아서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제주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30년 다이빙 촬영에 담긴 진실
숲 가꾸기 못지않게 바다 가꾸기가 중요한 이유
▲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 계절 과일이란 말은 옛말이 되었다. 값싸게 팔리는 수입산 열대 과일 판매대에 국산 열대 과일이 올라올 날이 멀지 않았다. ⓒ 최수경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비싸서 못 먹었지만 열대지방 여행지에서는 배부른 줄 모르고 실컫 먹었던 과일들이 마트에 싼값에 진열되어 있다. 남아공, 칠레, 태국, 베트남,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산 등이다. 그런데 이런 과일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한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망고, 용과, 파파야, 구아바 등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후에 의존하던 우리 전통 농업 분야에 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작물의 재배지가 북상하고, 시기도 변하며, 고온에서도 내성을 갖는 열대 품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열대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 점차 북상하는 사과 재배지 기후 변화로 고온 현상이 이어져 사과 작황이 좋지않자 장수군의 한 사과 농장주는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일본 아오모리 지역처럼 백두산과 위도가 같은 지역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 최수경
▲ 제주도를 대표하는 백년초 제주의 민가 돌담 어디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백년초는 이제 남해안 해안가 노지에 재배되고 있다. ⓒ 최수경
기후대가 가장 빠르게 변하는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대로 접어들었다. 아열대란 월 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인 기후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제주도, 전남 고흥, 경남 거제도 등 남부 도서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20년 사이에 제주 바다 2도 상승
얼마 전 제주도 해양 다이빙 1만 회를 기록한 김병일 다이버(diver)를 제주에서 만났다. 다이버 계통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제주 바다에서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1993년부터 기록한 일지를 찬찬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1만 번의 다이빙도 대단하지만 다이빙을 할 때마다 일지에 해수 온도, 시야, 파고, 확인된 생물종, 생물종의 동태를 면밀히 기록했다. 수천 개의 슬라이드 필름은 말할 것도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애정이 있다 보니 그 터전을 모니터링하게 되고, 한 걸음 나아가 자연보호와 환경감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김병일님은 전형적인 시민 과학자였다.
그의 일지에 2000년 3월 수온은 13도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시점에는 15도로 기록되었다. 그 사이에 해수 온도가 2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병일 대표는 "해수 온도 2도 상승은 지상 온도 20도 상승한 것과 다름 없을 만큼 해양환경에는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수온 상승으로 해조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상대적으로 산호는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했다.
지난 40년간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이 10cm 상승(출처: 국립해양조사원 해수면 변동 분석 및 예측 연구 보고서, 2015)한 근거를 김병일 대표의 일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수온 상승으로 예전에 비해 해조류가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상대적으로 산호는 엄청나게 불어났다. 가시수지맨드라미는 30년 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제주 해역에 많이 분포하는 산호초이다. ⓒ 김병일
▲ 거품돌산호초는 외국에서는 보호종인데 현재 제주 해역에서는 흔하게 분포하는 종이다. 고라니가 국제적으로는 보호종인데 국내에서는 유해종이 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 김병일
탄소 배출원 못지않게 탄소 흡수원에 주목
우리 정부는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정부는 배출원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탄소흡수원에 주목했다. 탄소중립에 있어서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줄인다 하더라도 이미 방출된 온실가스는 수백 년간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대기에 배출된 온실가스 흡수원을 늘리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탄소는 온실가스의 주원인인 블랙카본과 탄소 포집 역할을 하는 육상 생태계의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 해양생태계의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육상생태계의 탄소흡수원으로 산림과 초지가 있다. 산림은 토양, 낙엽층, 고사목, 지하부에 탄소를 저장한다. 목재의 경우 한번 만들어진 가구는 썪어 없어질 때까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오지 않고 저장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이기도 하다.
초지의 경우 농업에 있어 농사 기술의 혁신과 토지 이용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유실을 줄일 수 있다. 아열대로 농산물 품종이 바뀌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벼 재배가 탄소 저장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특히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糞)을 활용하고, 논에 물을 대거나 작물로 땅을 덮기, 토양 유실 방지, 농경지 경계에 관목이나 방풍림 식재 등 농경지 탄소 격리 방안이 제안되었다(탄소중립을 위한 농경지 탄소격리, 2021 최우정 외, 한국환경농학회).
해양생태계의 블루카본으로 맹그로브(mangrove), 염습지, 해초대가 있다. 실제 해양은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흡수원의 40%를 담당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흡수원인 염습지와 갯벌로 둘러싸여 있어 블루카본의 잠재력이 높다.
연안의 염생식물, 해초숲, 패각도 탄소를 저장하니 연안을 막아 간척한 새만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을 예견하지 못한 구시대의 전유물인 셈이다. 과거와 다르게 연안 지역에서의 태풍과 해일의 빈도가 커지고 강도가 세지는 등 피해가 증가하는 것만 보아도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늘만 보지 말고 바다도 보자
그러나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의 관계에 대한 일반 대중 인식은 멀기만 하다. 기후변화 정책 홍보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데 치중되어 있고 기후변화 관련 교육이 대부분 대기(기상)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해양에 특화된 기후변화 교육 홍보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갯벌을 포함한 해양 공간의 개발을 막기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생태계 보전뿐만 아니라 탄소 격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해안사구의 방사림을 포함한 해안 옹벽, 도로, 관광지 개발 등을 억제해야 하는 이유는 해안사구의 지형이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안사구의 개발은 해안사구의 침식을 일으키고 이는 해안선의 후퇴를 야기한다. 탄소를 흡수하는 토양의 유실 뿐만 아니라 점차 잦아지는 태풍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 신두리사구 해안사구의 침식은 해안선의 후퇴를 가져온다. 토양 유실은 곧 탄소흡수원이 사라지는 것이다. ⓒ 최수경
목재가 탄소를 저장하듯 패각이 탄소를 저장하는데 수천 년 전에 형성되었을 패각층이 침식으로 사라질 수 있다. 조개를 잡고 물놀이를 하는 체험에서 모래포집기(바람에 의한 모래 이동이 주로 일어나는 지표면에 대나무나 그물 따위로 만든 인위적 구조물을 설치하여 모래를 집적하는 장치) 한 대 설치하고, 잘피(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속씨식물) 한 모종 심는 체험으로 확대해야 한다. 나도 탄소 흡수원을 늘리는데 한몫할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설악부터 빠르게 단풍 전선이 내려와 가을 색에 취할 때다. 그러나 첫서리와 첫얼음이 얼었다. 대구 날씨가 31도까지 치솟았던 10월과 64년 만에 추위를 맞은 10월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재해의 연속에 점차 무감각해지고 있다./오마이뉴스 최수경(tnrud4999)
양산 사송지구 도롱뇽 보전방안 놓고 국감서 질타
KNN의 연속보도로 멸종위기종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두 번이나 공사가 중지됐던 양산사송지구 기억들 하실겁니다. 공사 중단 뒤 환경단체 등이 도롱뇽 구조작업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구조가 끝나기도 전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또다시 공사 재개를 허락하면서 국감장에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기자]2년 전 멸종위기종이 무더기로 발견됐던 양산 사송 공공주택개발지구.
그 뒤 두 차례 공사 중지명령이 떨어졌고 분양일정까지 미뤄지는 전례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그사이 고리도롱뇽 구출 작업이 진행됐고 7천여 마리의 도롱뇽이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구조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공사는 재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서식지 보호에 책임이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윤미향/무소속/”주기재 교수와 환경단체의 구조활동이 다 끝나기도 전인 6월16일 공사가 재개된 겁니다. 이 분들은 그 사실을 몰랐어요. 통보도 안 하고 공사를 재개해요.”}
보여주기식 구조였다는 비판 속에 근본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윤미향/무소속/”서식환경이 안정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공사재개)이 진행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해서 의무를 방기하고 계실 것인지…”}
이호중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공사재개는 생태원의 검토를 받아서 한 일이라며 책임을 넘겼습니다
{이호중/낙동강유역환경청장/”생태원의 양서파충류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현장조사 검토 의견서를 받아서 그 당시 시기에는 (도롱뇽들이) 산 위로 다 올라갔을 거라는 전문가 의견을 근거로 해서 (공사재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겨울이 오기 전 대체서식지 조성을 끝내겠다고 밝혔습니다.
고리도롱뇽은 지금까지 2만5천여 마리가 폐사했고 7천여 마리가 구조돼 금정산 자락으로 보내졌고 빠르면 다음해 1월 다시 공사현장으로 산란을 위해 내려올 예정입니다./KNN 최한솔입니다.
해마다 최대 11m까지 뿌리 뻗치는 ○나무를 어쩌나
© 제공: 한겨레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이 조밀한 대나무 군락지의 밀도를 조절하기 위해 벌채를 하고 있다.
대나무가 천덕꾸러기가 됐다. 사군자 가운데 선비의 품격을 상징하던 대나무가 눈엣가시가 된 것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묘지, 집, 산림을 가리지 않고 뿌리를 뻗기 때문이다.
시골 빈집 뒤꼍 울타리 구실을 하던 대나무가 관리 소홀을 틈타 집안까지 침범하면서 집 기초가 흔들리고, 묘지 봉분 안으로 뿌리가 파고 들어가 후손들을 안절부절못하게 하기도 한다. 산도 대나무로 몸살을 앓는다. 대나무는 생존을 위해 주변 식물의 성장을 막는 타감물질을 배출해 산림이 단순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1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우리나라 대나무의 확산 특성’ 발표에서 “인간과 대나무가 공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의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나무는 주로 난대성 식물인 왕대 속의 왕대, 솜대이며 거제 등 일부 지역에 맹종죽이 자생한다. 연구팀이 지난해와 올해 대나무가 많은 경남 진주, 하동, 산청, 의령 등 27곳의 왕대, 솜대군락에서 조사한 결과, 농경지처럼 장애물이 없는 곳은 연간 최대 11m까지 뿌리를 뻗는 등 평균 2.8m씩 번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항공사진을 통해 분석한 진주, 사천, 거제 등 8곳의 대나무숲 규모는 평균 2㏊, 최대 4㏊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 제공: 한겨레 국립산림과학원이 대나무 번식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는 대나무의 번식을 억제하고 대나무와 숲이 모두 건강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뼈대다. 연구팀은 “대나무는 뿌리로 번식하므로 줄기를 자른다고 번식을 막을 수 없다. 가정집 같은 소규모 대나무 숲은 차폐막을 설치해 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대나무의 뿌리는 깊이가 50~60㎝ 정도지만 차폐막을 설치하면 뿌리가 우회할 수도 있는 만큼 차폐막의 적정 깊이를 찾고 있다. 또 산과 붙어있는 대규모 대나무 숲은 밀도를 조정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나무 활용 대책도 연구 대상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배은지 박사는 “대나무 자생지에 주민이 줄고, 해외에서 저가 죽세공품이 들어오고, 비닐집 지지대도 플라스틱 파이프 등으로 대체되는 등 대나무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 대나무 군락이 방치돼 대숲이 확산한 주요 원인”이라며 “대나무는 탄소흡수, 연료, 가구 재료, 식용, 황폐지의 토양 개량, 조경수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건강한 대나무 숲을 유지·관리하는 답안을 찾는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12년 만에 낙동강에서 본, 기적과 부활의 현장
눈앞에 펼쳐진 모래톱... 4대강 재자연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 함안보 수문개방으로 합천보 아래 드러난 넓은 모래톱.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적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정수근
▲ 함안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 기적과 부활의 현장이다. 수달 발자국이 보인다.
강바닥에 드러난 녹조
여울을 지나 다시 모래톱이다. 모래톱을 걷다가 다시 강물 속으로도 들어갔다. 그런데 강바닥이 온통 초록빛이다. 자세히 보니 녹조다. 강바닥에 녹조가 그대로 눌러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한여름 창궐하는 녹조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강물 위를 뒤엎었던 녹색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녹조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녹조. 녹조가 강바닥에 그대로 붙어 있다.ⓒ 정수근
이렇게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 수온이 올라가는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녹조는 다시 피어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녹조 씨앗'인 셈이다. 이 녹조 씨앗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라도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연 상태에서 큰 비나 태풍이 와서 강을 완전히 휘저으면 이 녹조 씨앗이 사라지고 더 이상 녹조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강이 흐름을 회복하면 녹조는 절로 사라지게 된다. 녹조는 막힘의 산물이다. 보로 막혀 있으니 녹조가 피어나고 그것이 녹조 씨앗이 되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지난 10년간 낙동강에서 그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다시 닫히는 함안보
열린 강과 닫힌 강, 그 차이는 확연하다. 막힌 강은 생명이 없는 강이다. 반면 열린 강은 생명이 돌아오는 강이고, 생명이 만발하는 강이다. 막힌 강은 녹조라떼의 배양소고 열린 강은 맑고 역동적인 강이다. 어느 강을 원하는가. 닫힌 강을 원하는가 열린 강을 원하는가 그 선택은 자명할 것이다.
▲ 합천창녕보로 막힌 낙동강. 모래톱도 여울도 생명의 흔적조차 없다.ⓒ 정수근
그러나 열린 강은 다시 닫힌 강이 된다. 그동안 열려 있었던 함안보는 10월 중순 이후 수문을 조금씩 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11월 20일 수문을 완전히 닫게 된다. 다시 닫힌 강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유는 경남 합천 일부 지역 수막재배 농가들 때문이다. 지하수를 살수한 뒤 그 물로 수막을 형성해 난방을 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농법 때문에 열린 강은 다시 닫힌 강이 된다.
다시 모래톱은 잠길 것이고 여울도 사라질 것이고 생명들은 흔적을 감출 것이다. 강은 다시 죽음의 수렁으로 빨려들 것이다. 다시 녹조가 창궐할 것이고, 녹조가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소를 다시 걱정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가?
4대강 재자연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다. 농민들의 반대란 핑계를 대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풀어가면 된다. 그런 노력들을 안 했다. 정부가 결단을 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때 낙동강의 수문개방은 가능하리라 본다.“
인근 고령 우곡면 포2리 이장이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인 곽상수 농민의 말이다. 그렇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수문 개방의 효과는 자명하다. 이미 금강과 영산강에서도 증명이 됐고, 이곳 함안보 개방으로 낙동강에서도 입증이 됐다. 그렇다면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민과의 큰 약속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오마이뉴스 정수근(grreview30)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국화전시회는 정원도시 익산을 브랜드하고자 정원을 주제로 수변경관 행복정원, 자연친화형 힐링정원, 코로나19 극복 희망정원, 경제활성화를 위한 다이로움 정원 등 4개 테마로 총 17곳에서 다음달 14일까지 전시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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