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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10.25~10.30 ‘시민의 꿈’ 저버린 북항 재개발

by 이성근 2021. 10. 24.

축소된 공원 면적 돌려 달라북항 재개발 변경안에 반발

196개국 리더가 모인다더 센 기후약속 나올까

통영 선촌마을서 키운 잘피 '지구 살릴 희망

대구에 1조원 이상 투자 '거대 정원'이 생긴다...

기후위기 시대 노동방향은 산별교섭

내전의 비극 속 애달픈진화코끼리는 상아없이 태어났다

기후위기·팬데믹 시대 이끌 대선후보에게 식량의 미래를 묻다

기장 버려진 땅에 꽃단지 조성관광명소로 탈바꿈

크리스마스 트리한라산 구상나무가 사라진다

관광과 생태가 공존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보호대책 마련

기후위기로 정전 잦아진 미국전기 민영화 항의 시위도

텍사스 주민들, 전력공급 민영화로 전기요금 31조 더 냈다

39작은섬 개도국COP26 성패를 좌우한다

산림청, 캄보디아 숲 파괴하고 탄소배출권 인증 받았다?

에너지난 더 심각해질 듯라니냐 형성되고 있어 혹한 예고

경북, ‘대기 중 중금속 독성독일의 12···서울·부산·경기는 5

토양 정화 했다더니기준치 20춘천 미군기지 오염 또 확인

금정산 문화재보호구역 막개발.. 구청은 뒷짐만

복산1구역 재개발 사업, 졸속 심의 멈춰라

유엔 당사국들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도 2.7도 상승

명명백백'하다는데... 관심은 어디로?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살균·소독제는 없다

시민사회 시민공원 오염 민관공동체 구성하라"... 오염 선전전 예고

쪼그라든 친수공간시민의 꿈저버린 북항 재개발

징역형도 감수하는 악동의 저항 기후위기 막으려면 불복종 필요

탄소중립 늦출수록 부담 커진다는 한은 경고, 산업계 새겨야

기후악당자인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숲 속 이끼 11종 한눈에국립수목원 이끼 정원

우리의 지구를 위해" 오줌싸개 소년도 '연대

숲 속 이끼 11종 한눈에국립수목원 이끼 정원

김종철은 녹색당의 어느 역에 멈춰 섰을까

 

 

축소된 공원 면적 돌려 달라북항 재개발 변경안에 반발

공청회 앞두고 단체들 성명서

현재 방식은 후진적거센 비판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 부지 중 1부두와 마리나 일대. 부산일보DB

 

25일 열리는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사업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앞두고 시민·환경단체의 공원 면적 축소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들 단체는 항만 재개발을 통해 공원과 친수공간을 만들어 부산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던 애초의 약속을 지키라고 해양수산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생명의숲, 부산녹색연합, 생명그물 등 부산 지역 환경단체는 지난 22부산 시민을 농락하는 북항 재개발 흑역사, 이제는 중단하라는 제목의 해양수산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에서 공원 면적이 줄어든 데 반발하며 현재와 같은 개발 방식은 시대와 지역의 염원을 담아내지 못하는 후진적 개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BPA)가 제시한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공원면적은 22000가 감소하는 대신 항만시설이 15000증가했다. 이에 대해 BPA 측은 해수부 감사에서 1부두 상부에 복합문화공간을 지어 부산시에 귀속시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공원으로 만들어 부산시에 넘기는 방안 대신 BPA가 직접 또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원을 항만시설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공공콘텐츠 중 하나였던 해양레포츠콤플렉스 예정지 역시 공원에서 제외하고, 마리나 시설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운영한다는 게 BPA와 해수부의 구상이다. 이와 관련,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공공콘텐츠 사업은 시민과 관광객의 편익을 위해 추진한 핵심사업이었는데, 공원 부지를 축소하고 항만시설과 마리나 시설을 늘리는 것은 애초 북항재개발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민자 개발과 같은 기약 없는 사업 추진 방식은 앞으로 이 사업이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지 알 수 없고, 자칫 친수공간이 아닌 다른 시설로 둔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는 해수부가 총사업비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공공콘텐츠 사업에서 1부두 복합문화공간을 제외시키면서 향후 난개발이 우려되는 만큼, 1부두를 공원으로 남겨두고 원형 보존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피란수도 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도 1부두 원형 보존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기회에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BPA항만시설도 공원처럼 조경을 하고 친수시설로 사용할 수 있고, 앞으로 1부두도 그렇게 만들 예정이다문화재 지정 등 원형 보존 문제는 부산시에서 입장을 정해야 하는데, 부산시 내에서도 문화재 관련 부서와 도시재생 관련 부서가 의견이 달라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산북항 공공성 실현을 위한 부산시민행동등 시민단체는 25일 오후 2시 열리는 해수부 주최 공청회에 앞서 이날 1북항 재개발 훼손하고 부산 시민 기만하는 해수부 규탄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196개국 리더가 모인다더 센 기후약속 나올까

COP26’ 31일 영국서 개막

© 경향신문

 

탄소중립 구체적 대응 논의

·러 정상 불참에 회의적

각국 온실가스 감축 발표

탄소 배출권 거래도 촉각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오는 31(현지시간)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COP는 기후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사회 최대·최고의 의사결정기구다. 1992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마련됐다. 교토의정서(1997), 파리협약(2015) 등 기후 대응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굵직한 약속은 COP를 거쳐서 나왔다. 전 세계 196개국과 EU 대표단, 기후운동가들, 기업인, 언론인 등 25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COP26은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회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절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복귀한 뒤 처음 열리는 총회다. 교토 체제 만료 이후 신기후 체제에서 열리는 첫 총회이기도 하다. 199712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며 시작된 교토 체제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처음으로 이끌어냈지만 구체적인 목표치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 체제를 대체할 기후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개국이 참여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낸 파리협정이 그 결과물이다.

COP26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되는 신기후 체제를 이끌어갈 구체적 방안과 규칙이 논의된다. 각국은 COP26이 열리기 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로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기금 논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2009년 개도국의 기후 대응을 위한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지만, 2019년 기준 선진국의 기후기금 규모는 796억달러에 그쳤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국가 간 거래를 허용하는 국제 탄소시장 지침을 채택할지도 관심거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열리는 총회라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코로나19 봉쇄 완화로 각국이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기에 앞서 탄소배출을 덜 하도록 산업구조와 에너지 소비를 재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의미있는 합의 도출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참석이 불투명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며 인도와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 번째와 네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의 전력난 등도 급진적 방안을 담은 합의를 가로막는 변수로 지목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는 이번 총회에서 제대로 된 협약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기후난민과 식량 부족 등의 문제로 세계안보가 붕괴할 것이라며 일부 국가들의 불참이 협약의 성공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통영 선촌마을서 키운 잘피 '지구 살릴 희망

이산화탄소 빨아들이는 해초

민관 함께 서식지 조성·이식

석방렴서 성체 4000포기 양성

"통영 선촌마을에 잘피가 잘 피었습니다."

 

21일 오후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연안 생태계 복원과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경남권 잘피 숲 조성 사업 착수식이었다.

사업 취지는 '탄소 중립''생태 복원'이다. 남해안 수산 자원 산란·생육장인 '잘피' 서식지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잘피 숲을 보호·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어민들과 기관이 뜻을 모았다. 잘피 숲 조성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와 경남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통영 화삼어촌계가 민관 협업으로 추진한다.

 

잘피는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여러해살이 바다 식물이다. 연안 모래나 펄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꽃식물이기도 하다.

 

특히 잘피는 바다 생태계를 지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블루카본(Blue Carbon)'의 일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블루카본은 해초나 갯벌 등이 흡수하는 탄소를 지칭한다. 1의 잘피는 연간 탄소 83000t을 흡수한다. 이는 같은 면적 나무의 탄소 흡수량 2배 이상이다.

 

선촌마을은 잘피 서식지다. 수산자원공단은 2019년 남해안 잘피 서식 분포·특성 조사에서 선촌마을 일대 해역에 잘피 약 12만 포기가 서식하는 걸 확인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선촌마을 인근 연안 해역 1.94를 해양보호구역(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잘피 숲 조성 사업은 선촌마을 앞바다에서 채취한 잘피 성체 4000포기를 모판(나무 상자) 300개에 나눠 심고 수심 5m 이내 석방렴(돌담으로 만든 개막이) 안에서 약 두 달간 양성한 후 이를 해양 생태계 복원이 필요한 해역에 이식해 퍼져 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잘피를 모판에 심은 후 석방렴에서 배양하는 과정은 잘피 활착과 씨앗 발아를 위한 중간 양성 과정이다. 모판은 생선을 담는 데 쓰는 나무 상자를 활용한다. 이 방식은 지난해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과 경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함께 진행한 '마을-대학 상생공동체 사업'에서 높은 이식 성공률이 검증된 바 있다.

 

화삼어촌계 어민들과 행사 참석자들은 모판에 잘피를 심어 석방렴 안으로 옮기면서 잘피가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길 기원했다. 양성을 거친 잘피는 12월께 바다 숲 조성 대상지 통영 해역 2곳에 고정 이식된다. 잘피 숲이 확대하면 생태계 복원과 수산 자원 회복, 정부 정책(2050 탄소 중립) 달성에 이바지하게 된다.

 

지욱철 화삼어촌계장은 "잘피 숲 조성 사업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국가적·지구적 과제인 탄소 중립을 여기서부터 출발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민관 협업의 결실로 꼽힌다. 사업 추진에 드는 예산은 수산자원공단이 부담한다. 황학진 수산자원공단 남해본부 팀장은 "잘피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블루카본으로 아주 중요한 식물"이라며 "민관이 협업해 성과를 내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세진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해양보호구역을 품은 선촌마을이 주민, 도민, 청년들과 함께 잘피를 가꾸어가는 사회 혁신을 이끄는 선도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열 기자 (dyl@idomin.com)

 

 

대구에 1조원 이상 투자 '거대 정원'이 생긴다...

대구시, 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 추진

대구 도심 외곽을 감싸고 흐르는 금호강 일대에 1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거대한 정원 개념의 시민 친수공간으로 개발된다.

 

대구시는 오는 26'금호강 그랜드가든 프로젝트 기본계획 시민 공청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금호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접근성을 개선해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3대 전략이 제시된다. 안심습지 동촌유원지 금호워터폴리스 하중도 낙동강 합류부 등 5개 거점으로 나눠 개발된다.

 

대구시는 오는 2030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민간자본 등 모두 1조원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 2025년까지 갈수기에도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금호강 대구권역의 출발점과 종점 일원에 위치한 안심습지와 달성습지, 하중도를 정원으로 조성한다. 산책로도 개설한다.

 

금호강변에는 도로를 새로 개설해 기존 신천대로 및 신천동로와 연결하는 한편, 도시철도 정거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천탐방용 공영 전기 자전거도 운영한다.

 

동촌유원지 일대는 호국역사를 테마로 한 수변공간을 조성해 관광자원화 한다. 금호워터폴리스 주변은 도시철도 엑스코선과 연계해 마이스(MICE·전시컨벤션) 산업을 활성화하는 문화관광 코스로 조성한다.

 

하중도는 시민들이 사계절 찾을 수 있도록 정비하고, 낙동강 합류부는 달성습지와 디아크문화관을 잇는 교량을 건설해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할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금호강에 맑고 풍부한 물을 공급하고, 다양한 친수 문화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일상이 녹아드는 거대한 랜드마크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라며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중교통과의 연결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기후위기 시대 노동방향은 산별교섭

민주노총 사용자단체 범위 확대해 교섭의제 넓혀야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40%로 확정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은 멀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고용의 변화가 불가피한데 마땅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그리고 노동계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 배제된 기후 위기 대책

 

민주노총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대회의실에서 기후위기와 노동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계는 현재 기후 위기 대응과정에서 노동자가 배제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정부는) 관료와 전문가들에 의한 이해관계 조정을 민주적 거버넌스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3조에 보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모든 국민의 참여는 현재의 정치구조나 노동 배제적인 노사관계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 77명 중 노동자위원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단 한 명뿐이다.

 

김선철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중요한 것은 (취약계층에) 시혜적으로 뭔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조직적 힘을 가질 수 있을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뒤 상원에 부의된 ‘PRO Act’를 예로 들었다. 이 법안은 노동자·관리자·사용자를 재정의를 통해 노동법 적용을 받는 개인들의 범위를 확대하고 연대파업을 합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섭체계 변화 시급

과거처럼 고용보장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맞바꾸는 방식이 되지 않으려면 산별교섭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에 고용과 환경은 딜레마라며 “2000년대에 핵심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유연화를 용인하는 형태의 양보교섭을 한 것처럼, 원칙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지지해도 고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결국 고용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연구위원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구조적으로 초기업교섭과 노조 민주주의 강화, 조합원 교육훈련, 지역단위·전국단위 사회운동과 일상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탁선호 변호사는 사용자단체 범위를 확대해 교섭의제를 넓힐 필요가 있다지금 교섭의제는 사업장 내 임금이나 노동조건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탁 변호사는 내년 4월이면 ILO 핵심협약이 발효돼 노동자 자신과 이해관계 있는 경제사회적 정책을 비판하는 항의와 파업이 가능해진다교섭의제를 확대하면서, 파업도 조직화하고, 기업별 교섭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개선 요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노동뉴스 /강예슬 기자

 

내전의 비극 속 애달픈진화코끼리는 상아없이 태어났다

밀렵으로 엄니 큰 코끼리 90% 솎아내자 암컷 절반에서 엄니 없어져

엄니 없는 코끼리 생존율 5배 높아관련 유전자 2개 확인, 암컷에만 나타나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엄니가 없는 무리의 우두머리인 암컷 코끼리가 두 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있다. 에이피(AP)/ 연합뉴스

 

인도와 동남아를 비롯해 지중해 일대의 고대 전쟁에서 상대를 짓밟고 공포에 빠뜨리기 위해 종종 지상 최대 동물인 코끼리를 동원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모잠비크 내전(19771992)에선 코끼리가 또 다른 비극적 역할을 맡았다. 양쪽 모두 코끼리를 밀렵해 상아를 팔아 군비를 조달했고 고기를 먹었다.

 

15년 내전을 거치면서 이 나라 고롱고사 국립공원에 2500마리가 넘던 코끼리는 90%가 줄어 200마리만 남았다. 살아남은 코끼리 무리에도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암컷의 절반 이상이 코끼리의 상징이자 중요한 기관인 엄니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보통 암컷 아프리카코끼리의 90%는 길고 멋진 엄니가 자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어쩌면 자명했다. 큰 엄니를 지닌 코끼리를 집중적으로 솎아내다 보니 엄니가 없는 개체가 늘어났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추정일 뿐 증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프린스턴대 등 연구자들이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엄니가 없는 코끼리를 마취해 유전자를 얻기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에이피(AP)/ 연합뉴스

고롱고사 국립공원 코끼리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유전적으로 분석해 엄니 없는 코끼리가 늘어난 직접 증거를 밝힌 연구가 나왔다. 세인 캠벨-스태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은 2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사람이 큰 엄니를 지닌 코끼리를 집중적으로 선택해 죽인 결과 엄니가 없는 코끼리가 급속히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왜 엄니 없는 형질이 암컷 코끼리에게서만 나타나는지도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국립공원 코끼리에 관한 통계 분석과 수치 모델링을 통해 내전 기간 엄니가 없는 코끼리는 엄니가 있는 코끼리보다 5배나 생존율이 높았음을 밝혔다. 엄니 유무가 이 동물의 진화에 강한 선택 압력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브라이언 아널드 교수는 엄니는 코끼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유용한 기관이지만 (내전과 함께) 갑자기 골칫거리가 됐다밀렵이 엄니가 큰 암컷에 집중되면서 엄니가 없는 암컷은 엄청난 경쟁 이점을 누리게 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엄니 없는 코끼리를 낳는 돌연변이가 드물었지만 대규모 밀렵으로 갑자기 흔해졌다. 에이피(AP)/ 연합뉴스

 

엄니가 없는 암컷 코끼리의 돌연변이는 그 전에도 드물지만 나타났다. 내전 이전 그런 암컷은 전체의 18.5%를 차지했다. 대규모 밀렵이 이 돌연변이를 흔하게 만들어 50.9%로 늘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엄니가 없는 코끼리와 있는 코끼리의 게놈(유전체) 염기를 해독해 엄니 형성과 관련한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포유류의 이빨 형성과 관련한 2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암컷에게서만 엄니가 없는 형질이 나타나는 이유도 발견했다. 이 유전자 가운데 하나가 여성 염색체인 엑스 염색체 위에 위치해 암컷을 통해서만 유전됐다. 이 유전자를 넘겨받은 수컷은 임신이 유지되지 못해 죽었다.

내전이 끝난 뒤 고롱고사 국립공원은 코끼리 복원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강력한 밀렵의 효과는 여러 세대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가시지 않아 현재도 암컷의 30%는 엄니가 없다.

엄니로 밀어 나무를 쓰러뜨리는 코끼리. 엄니는 먹이 확보뿐 아니라 사바나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야신 크리슈나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엄니는 코끼리뿐 아니라 아프리카 사바나 생태계에도 중요하다. 코끼리는 엄니로 땅을 파헤쳐 물구덩이를 내거나 미네랄을 찾고 큰 나무의 껍질을 벗겨 먹거나 구멍을 내고 송두리째 쓰러뜨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코끼리는 숲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 사바나 생태계를 유지하는 생태계 엔지니어노릇을 한다.

연구에 참여한 라이언 롱 미국 아이다호대 교수는 엄니가 없는 코끼리는 엄니가 있는 코끼리와 다른 먹이를 먹는다는 보고가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라면서 코끼리는 핵심종이어서 이들이 무얼 먹느냐에 따라 전체 경관이 달라진다. 엄니 없는 코끼리가 많으면 생태계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크리스 다리몽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에서 큰뿔산양 등 많은 동물에서 선택적 사냥이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매우 논란이 많은 문제라며 이번 코끼리 연구는 그런 선택적 사냥이 어떤 유전적 결과를 빚는지 보여준 드문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 저자인 캠벨-스태튼 교수는 진화는 긴 과정이지만 지금 여기 진행 중이기도 하다며 코끼리 사례에서 인간은 진화를 추동하는 주역이라고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동영상에서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e73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기후위기·팬데믹 시대 이끌 대선후보에게 식량의 미래를 묻다

"식량주권 지킬 수 있는 '먹거리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정치의 시간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위기의 시간이지만 자신이 대통령만 되면 지금의 위기를 단박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언장담과 교언영색이 언론에 가득합니다. 그 와중에 어떤 대통령 후보의 '가난하면 부정식품이라도 먹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먹거리와 국가의 책무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1980년대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피어나던 시절 '공해라도 배부르게만 먹었으면 좋겠다'며 타박받았다는 환경운동가의 옛이야기를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도 차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책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접어 경제적 타격을 입고, 국제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기에 기본이 안 된 대통령 후보의 발언의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뚜렷한 공약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다른 후보들의 수준도 안타깝습니다.

 

안전 먹거리 공급은 국가 기본책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먹거리 안전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당선 이후 '국가 푸드플랜 수립'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법안이나 제도는 마련되지 못했고 '국가 푸드플랜 수립'<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난 3<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국가식량계획'()을 마련하고 지역순회 원탁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토론했습니다. 그 결과를 받아 정부가 916'국가식량계획'으로 발표했습니다.

 

'국가식량계획'은 식량생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 시스템 전 과정에서 환경적 부담을 낮추고 취약계층의 먹거리 접근성을 높이는 종합적인 먹거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서 지역 단위별 경축 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환경친화적인 양식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식품 분야 2050탄소중립 계획'10월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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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분명한 국가식량계획

먹거리 관련 국가 단위 계획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국가식량계획'임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합니다. 우선 국가식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먹거리 생산과 소비, 유통과 폐기 전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 '먹거리 기본권'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가치이자 의제로서 토론되어야 '국가식량계획'이 힘 있게 추진되고, 전 국민이 '먹거리 기본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노력과 수고가 무색할 만큼 이번 '국가식량계획'은 사회적 의제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탄소중립위원회(지금은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명칭 변경)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은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관련된 입장과 의견이 개진되는 것과 비교하면 '국가식량계획'은 조용합니다. 물론 3월부터 진행된 지역순회 원탁토론에서는 관련해 토론과 참여가 있었지만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두 번째로 '국가식량계획'은 정의롭지 못했습니다. 출범 당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당장의 현안 과제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닌 장기적인 농업, 먹거리 정책과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서 먹거리 생산을 오롯이 담당하는 농어민의 현실은 장기적 과제를 토론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당장의 삶이 무너져가는 농어민의 상황에서 위원회의 토론은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한 제안이며, 거대자본이나 산업에 의존하는 오답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3월부터 열린 원탁회의에 참여한 시민들은 범부처적인인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해서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먹거리 시스템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기본계획'에는 '먹거리기본법' 제정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은 정책 수립과 시행의 기본원칙을 '시장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한 효율성'으로 언급하고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준으로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인권'은 언급조차 없고, 농민은 시혜와 지원의 대상일 뿐이며, '먹거리 시민'이 참여할 공간이 전무합니다.

 

더구나 '국가식량계획'은 과감하지 못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재난의 형태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지난 2018년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는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지구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이들에게 충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보고서는 2050년까지 현재 추세의 칼로리를 공급하려면 2010년 대비 56%의 식량 생산이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59300ha의 생산면적이 더 필요한데 이는 인도 전체의 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분야에서만 11Gt(기가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전망과 비교한다면 한국 정부의 '국가식량계획'은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계획이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의 힘으로 농업 시스템을 전환한다?

추석 연휴 기간 열린 유엔 회의에서는 BTS 특사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세계식량정상회의'(2021.9.23.)가 개최됐고 이 자리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가해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는 만성적인 배고픔을 끝내고, 가난한 소농들의 삶을 회복시키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시스템을 지속가능하도록 전환하자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회의과정도 누구든 사전에 신청하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이번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 발표된 선언을 2022~2031 FAO 전략 프레임으로 채택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식량 농업 분야의 '파리협약'으로 불리는 이번 '세계식량정상회의'를 향한 국제 시민사회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보이콧을 선언한 그룹도 있습니다. '세계식량정상회의'가 시장주도 기술을 채택하여 각국의 식품체계를 상업화, 산업화하려는 목적이고, 그동안의 국제 먹거리 거버넌스 체계를 무시한 채 다국적 기업과 자본의 편으로 돌아섰다고 지적합니다. 환경연합이 속한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사회정의 없이 기업에 포획된 부분적인 생태전환을 '쓰레기 농생태학'(Junk Agroecology)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식량생산을 책임지고 있던 농민과 전통 방식의 농업에 근거한 농생태학적 접근보다는 화석연료와 생명공학 그리고 자본에 의존한 기술은 대안이 아니며, 식량위기는 인권의 문제임에도 인권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입니다.

 

'세계식량정상회의'가 세계 시민들에게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공공기구들이 세계 시민들의 식량주권(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권리)을 위협하는 자본과 산업 세력에게 식량안보(식량증산과 식량무역을 중심으로 한 단순 공급률 중심의 개념)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회의 개최 전부터 세계경제포럼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아프리카 식량주권을 훼손하고 화석비료와 유전자변형 종자 보급에 앞장선 아프리카녹색혁명연합(ARGR)의 아네크 칼리바타 회장을 '세계식량정상회의' 유엔특사로 임명하며 유엔의 속내를 의심케 했습니다.

 

또한 세계식량정상회의 개최 2일 전인 92134개 국가의 42개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부문의 기아 근절 서약(Zero Hunger Pledge for Private Sector)'가 열렸습니다. 이들 기업이 서약한 금액은 34500만 미국 달러(4000억 원) 규모입니다. 국제식품정책연구소와 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 등이 참여해서 발표한 '세레스2030, 기아퇴치를 위한 지속가능한 해결책(Ceres 2030, Sustainable Solutions to End Hunger, 이하 Ceres 2030)' 보고서는 농업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배고픔과 소농의 경제적 문제 해결,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장벽을 넘기 위해 매년 국가들이 지속하는 ODA 이외에 필요한 자금이 매년 330억 미국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그룹들은 민간 부분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더 작은 비용이 들 것이고, 지속가능한 결과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 세계식량정상회의 앞서 기업들의 서약을 주도했습니다.

 

이런 기관의 요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다국적 기업들과 육류산업계였습니다. 그린피스>가 사전에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육류산업계는 '지속가능한 집약축산' 시스템으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은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제공할 수 있다며 '육류소비 감축'이 세계식량정상회의에 의제로 '다뤄지지 않도록' 로비했습니다. 위의 'Ceres 2030' 보고서 역시 '가족농과 소농의 지원보다는 기술과 자원을 집약적으로 사용과 규모화''농업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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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의한 식량 시스템이 아니라 식량주권이 옳다

국제식량기구에 따르면 여전히 8억 명 이상이 주린 배를 안고 잠이 들며, 30억 명 이상이 건강하고 영양 있는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반면 20억 명 이상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고생하고, 식품 중 3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은 더욱 그 중요성이 더 높아졌고,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 생태계위기는 농업 시스템을 지속가능하게 전환해야 하는 절박한 요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국가식량계획''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기술, 자본 지향의 농업은 대안이 아닙니다. 자본과 에너지 집약적 농업도 대안은 아닙니다. 농업 공동체의 해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농업의 장기 비전을 자본, 기술, 에너지 집약적인 해결책으로 돌파하려는 농업정책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소농을 지키고 생협 등 사회적 기관을 이용해 농업과 농업 생산물을 정당한 가치 대응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농정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청년 농부의 유입이 가능하도록 농업의 생태적 가치와 농업 생산물의 정의로운 가격 형성을 이끌어 낼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하고 식량주권을 지탱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기후위기, 코로나19의 계속되는 유행 속에서 식량위기가 겹치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때 중요한 것은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의 유무보다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능력 그 자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먹거리 생산에 불공정하게 지급되고 있는 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국제농업기구와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발간한 보고서 '수백억 달러의 기회(A Multi-Billion-Dollar Opportunity)'는 세계적으로 농업 지원금은 매년 5400억 미국 달러에 이르지만,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게,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형태로 집행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규모가 1.8조 미국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농업 시스템의 신속한 전환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고 실천하는 일 역시 반드시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시민환경연구소 기획위원/[함께 사는 길]

 

기장 버려진 땅에 꽃단지 조성관광명소로 탈바꿈

기장군 농업기술센터가 조성한 일광 광산마을의 경관농업단지. 기장군 제공

 

땅이 오염돼 쓸모가 없는 농경지가 꽃단지로 변신했다.

기장군 농업기술센터는 일광면 원리 광산마을 앞 휴경농지 12647규모에 경관작물 7(좁은잎 해바라기, 부처꽃, 국화, 팜파스그라스, 수크령, 파니콤, 납작보리사초)을 가꿔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당초 일광 광산마을 휴경농지는 인근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갱내수로 인해 현재 9.5정도가 작물재배 부적합지로 지정돼 농지 대부분이 방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기장군 농업기술센터는 이 토지를 활용해 아름다운 꽃단지로 재탄생시켰다.

 

농업기술센터는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함께 가을철 농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해 코로나 시대에 심신을 위로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경관농업단지는 총 3구역으로 조성됐다. 1구역에는 좁은잎 해바라기와 부처꽃, 팜파스그라스, 잡곡(, 수수, 기장) 등이, 2구역에는 가을꽃 국화와 수크령이, 3구역에는 수국과 수크령을 식재해 자연 경관을 연출했다. 통행로에는 야자수 매트를 깔아 관람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

 

기장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창출하고 특색 있는 볼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일광 광산마을 휴경농지에 경관농업단지를 조성했다""앞으로도 '농촌 어메니티(rural amenity:농촌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자원)'를 증진시켜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크리스마스 트리한라산 구상나무가 사라진다

크리스마스 트리상징인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가 해충 피해와 열매 급감으로 어린나무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상기후로 한라산 곳곳에서 고사목(사진)이 급증하는 가운데 또다른 생육 악화 현상이 확인되면서 명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열매(구과) 결실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열매가 맺힌 나무가 거의 없으며 달린 열매도 해충 피해를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한라산 영실지역 구상나무 45개체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에선 15개체만 열매를 맺었고 이마저도 해충 피해가 심각했다. 평균 열매 수는 35개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27개체 중 26개체가 건전하고 평균 열매 수가 69개였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매년 결실이 가장 양호하게 나타나는 백록담과 Y계곡, 남벽분기점, 진달래밭 등 한라산 전역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산림과학원은 이러한 현상이 봄철 이상기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분이 이루어지는 5월 한라산 기온이 상고대가 맺힐 만큼 이례적으로 급강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임은영 연구사는 개화와 결실로 이행되는 단계에서 기온이 급강해 결실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구상나무만으로 숲을 형성한 곳은 한라산이 유일하다

1920년 미국 식물학자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해 구상나무로 이름붙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서양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고사율이 급격히 늘면서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식물학계에서는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에 따른 가뭄 등을 구상나무 감소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어린 나무가 잘 자라지 않고 분포 지역 간 거리가 멀어 유전자 교환에 어려움이 커 개체 수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관광과 생태가 공존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보호대책 마련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내 인공토굴 입구에 설치된 토끼박쥐 안내판. (사진=영동군 제공)

 

충북 영동군은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내 인공토굴에서 발견된 토끼, 박쥐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영동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는 지역의 특화자원인 과일과 와인, 일라이트 등과 최신 관광트렌드를 결합한 힐링테마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2675억 원을 들여 '() 공공부문 개발, () 민간투자'로 추진 중이다. 공공부문 개발은 올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군은 올해 3분기 사후환경영향조사 때 인공토굴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종으로 지정된 토끼박쥐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원을 배치해 예찰하고 있다.

 

토끼박쥐 보호를 위한 안내판을 10곳에 설치하고, 박쥐 분야 전문가들과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내 인공토굴에 대한 현장 조사도 했다. 내달 초에는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에 따른 영향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소음 측정도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멸종 위기종 토끼박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은 물론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라며 "관광과 생태가 공존하는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 1

 

기후위기로 정전 잦아진 미국전기 민영화 항의 시위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한 시민이 지난 15일 민간 전력회사인 루마에 항의하기 위해 스페인어로 루마는 나가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AP연합뉴스

 

미국이 잦은 정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전기 인프라가 기후 위기로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악천후를 견디지 못하면서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누적된 정전 사태와 전기 민영화에 항의하는 시위까지 일어났다.

 

워싱턴포스트는 24(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노후화된 전기 시스템이 기후 변화로 인한 악천후로 마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미국 가구당 평균 정전 시간이 8시간을 넘어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부 캘리포니아주에는 이날 폭우가 내려 18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북서부 워싱턴주에도 해안을 따라 뇌우가 일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2명이 사망하고 10만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지역신문 시애틀타임스가 전했다.

 

남부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지난 84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다가 송전선과 전력망을 파괴했다. 100만명이 어둠 속에서 지냈고, 정전으로 적절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한 최소 14명이 정전으로 사망했다. 가난한 가정들은 에어컨 없이 체감온도 39도의 더위를 버텼다.

 

지난 2월 남부 텍사스주에서도 30년 만의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쳐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일부 주민들은 전기요금 폭등으로 17000달러(1990만원)짜리 요금고지서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했다. 텍사스는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 41%를 담당할 정도로 에너지가 풍부한 곳이다. 그만큼 텍사스 주민들에게는 정전 사태로 받는 충격이 컸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난 15일 잦은 정전 사태에 지친 시민 4000여명이 전기 민영화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왔다. 시민들은 루마는 나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루마는 푸에르토리코에 전기를 공급하는 민간 전기회사다. 시위에 참가한 리카르도 산토스는 뉴욕 매거진 인터뷰에서 정전이 일상적인 것도,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못하는 것도, 집에 발전기를 두고 살아야 하는 것도, 냉장고가 멈춰 상한 음식을 버려야 하는 것도, 전기료가 항상 오르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20176월 전기가 민영화된 이후로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더 잦은 정전과 더 높은 전기요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8월 가구당 정전을 겪은 시간은 5시간 이상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두 배 더 늘어났다. 주민은 이미 다른 미국 평균 가정보다 두 배 비싼 전기요금을 내고 있지만, 더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요금을 감당해야 한다. 섬 전체가 44년 넘은 낡은 화력발전소에 전력을 의지하고 있는 데다, 20174등급 허리케인 마리아 상륙 등 기후 위기로 전력 공급망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홍수가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의 샌타로자 거리에서 24(현지시간) 승용차 한 대가 물에 잠겨 있다. 승용차 뒤로는 소방대원 두명이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샌타로자AP연합뉴스

 

기후 위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8년 산불로 85명이 사망하고 전력망에도 타격을 입었다. 뉴욕주에서는 기후 위기로 2050년까지 민간 전력회사가 최대 52억달러(6770억원)의 추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강풍, 화재, 홍수 피해를 줄이려면 송전선을 지하에 매설해야 하는데,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올해 12억달러(14030억원)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추가로 지우는 민간 전력회사의 송전선 매설 계획을 승인했다.

 

이상 기후 대책을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전력회사들이 지난해 전력 인프라 개선에 필요하다면서 신청한 비용 157억달러(183550억원) 중 주 정부가 승인한 금액은 5분의 134억달러(39750억원)에 그쳤다. 비영리단체 그리드 랩의 릭 오코넬 이사는 많은 주에서 민간 전력회사가 기후 회복력 향상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지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리케인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텍사스 주민들, 전력공급 민영화로 전기요금 31조 더 냈다

지난 17(현지시간) 폭설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난 미국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주민들이 땔감용 장작을 구하고 있다. 댈라스|AP연합뉴스

 

전력 공급 산업이 경쟁시장이 되면, 텍사스 주민들이 매월 내는 전기요금은 더 저렴해질 것입니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텍사스주 주지사는 1999년 전력 공급 민영화를 위한 전기시장 자유화 정책에 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후 민간 업체들도 전기 공급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전기요금 상한선은 사실상 없어졌다. 하지만 주정부의 이러한 조치 이후 텍사스 주민들은 오히려 전기요금을 더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주정부의 전기요금 규제를 받지 않는 민영 소매회사 전기를 사용한 주민들은 주정부의 요금 제한을 받는 공공적 성격의 전력회사 전기를 사용한 주민들보다 280억달러(31조원)의 요금을 더 냈다고 24(현지시간) 전했다.

 

WSJ 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텍사스 민영 회사들의 평균 전기요금은 텍사스 이외 다른 주들의 평균 전기요금보다 13% 더 비쌌고, 요금 제한이 있는 전력회사의 전기요금은 다른 주들에 비해 8% 더 저렴했다. 공공적 성격의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인 이유로 텍사스 주민 약 60%는 민영 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아야 했다.

텍사스 주정부는 1990년대 말 전기 공급을 맡는 민영 회사가 더 많아지면 전기요금은 낮아지고, 서비스는 좋아질 것이라고 공언하며 전력 공급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후 수백개의 전력 공급 소매회사들이 도매회사들로부터 전기를 얻어 일반 가구와 회사에 공급했다.

 

이달들어 30년만의 최악의 한파가 덮친 텍사스주에서는 수백만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일부 주민은 전기요금 폭등으로 17000달러(1880만원)짜리 요금 고지서를 받기도 했다.

/경향

 

39작은섬 개도국COP26 성패를 좌우한다

몰디브·투발루·키리바시 등 39SIDS

주요국가 외 목소리 거센 이유는 생존

협약은 지구촌 과제로 모든 국가에 거부권

 

2015년 도출된 파리기후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도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구촌이 숙명적 과제로 삼은 ‘1.5도의 정치가 시작된 결정적 배경에, 대부분은 낯설법한 39개의 섬나라들이 있다. SIDS(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 작은섬 개도국들이다.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등의 작은 섬나라들은 저지대에 위치한 작은 연안국들과 함께 1990년부터 군소도서국연합(AOSIS)을 꾸려 기후협상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39개 국가 연합의 인구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은 전 세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력은 적지 않다. 아니 적을 수 없다. 때로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다. 기후변화 유발 책임이 가장 덜하면서도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는 처지가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다.

 

실제로 이들에게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몰디브, 투발루 등은 머지않아 거주가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키리바시를 비롯한 일부 나라 주민들은 이미 이웃 피지에 이주지를 마련하는 등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력이 미미한 이들이 그 이상의 영향력을 협상에서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엔기후변화협약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모든 결정을 전체 회원국 합의로 도출하게 한 것이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모든 나라에 거부권이 부여돼 있는 셈이다.

 

군소도서국연합은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 취약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은 지난 9COP26을 겨냥해 발표한 지도자 선언문에서 선진국들의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을 파리협정 의무 위반으로 규정하고 군소도서국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연합 의장인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의 개스턴 브라운 총리는 언론 발표문에서 지원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요구하는 속도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즉각적 대응을 강조했다. 저들의 도전은 번영이전 생존이기 때문이다./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산림청, 캄보디아 숲 파괴하고 탄소배출권 인증 받았다?

한국 레드플러스(REDD+) 사업의 허구적 현실

인류 역사 이래 자연자원 수탈은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고 바야흐로 우리는 일상적인 기후재난 시대에 당도했다. 이번 여름 전 세계를 할퀸 폭염과 산불, 홍수 등의 피해는 우리에게 분명한 사실을 알린다. 지금 당장 화석 자본주의에 근간한 배출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인류는 지금보다 더 자주, 더 강력한 기후재난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탄소중립(Net Zero)'이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을 맞춰 순(net)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중립 자체만 강조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탄소중립 자체만 강조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배출량을 실제로 줄이기보다 일단 탄소 배출을 허용한 뒤에 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적 해결책이 각광 받게 된 것이다. 탄소포집기술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예가 바로 산림을 흡수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수목의 탄소 흡수력에 착안해 식목을 늘리면 그 수목의 탄소 흡수력만큼 탄소감축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기술처럼 상용화가 안 된 기술적 해결책이 모색되거나 숲을 그 생태적 역할보다 단순한 탄소 흡수원으로 취급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캄보디아 중북부에 위치한 프레이 랑(Prey Lang) 야생동물보호지역 서남쪽 경계면에 위치한 툼링 REDD+ 시범사업 구역(별색 실선). GlobalForestWatch-UniversityofMaryland;Hansenetal. 2013

 

기후위기의 만병통치약, 나무심기?!

'산림 파괴를 최소화하고 나무를 심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산림 흡수원 확대정책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국판으로는 '30억 그루 나무심기', 또는 '2050년 탄소중립 벌목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식으로 산림청이 진행하는 '탄소중립 벌목정책 패키지'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이 있다. 바로 '개도국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활동(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 REDD+)'이다. 산림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고 제시한 3400t 500tREDD+의 몫이다. 탄소중립위원회도 지난 8월 국내에서 확보하지 못한 탄소감축분을 REDD+와 같은 해외조림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REDD+는 산림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다양한 사업으로, 통상 경제선진국이 개발도상국 산림 관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취한다. 불법 벌채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산림 감시단을 운영하거나,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는 지역에 고효율 스토브 등을 보급하는 등 산림파괴를 막는 모든 활동이 REDD+가 될 수 있다.

 

REDD+20051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1)에서 코스타리카와 파푸아뉴기니가 RED(개도국의 산림파괴 인한 온실가스 감축)를 제안한데서 시작됐다. 양국은 당시 교토의정서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었지만 산림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이 심각해짐에 따라 '감축의무가 없는 개도국이 산림을 보전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면, 선진국이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2년 후 발리에서 열린 13차 당사국총회(COP13)는 발리행동계획(Bali Action Plan)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산림 파괴 방지 활동뿐만 아니라 산림 보전,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 산림 탄소 축적 증진 활동이 추가돼 REDD+로 총칭하게 됐다.

2014REDD+ 시범사업이 개시된 후 산림 유실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 미국매릴랜드대학GlobalLandAnalysisandDiscovery(GLAD)-GlobalForestWatch2.0b

 

REDD+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산림 지역이지만 산림 파괴가 일어나는 곳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산림의 보전가치가 있는 곳에서 진행된다. 이 지역에서 실질적인 현장 활동을 통해 산림 파괴를 막고 모니터링을 통해 감축결과물을 증명해 내면 이를 국가 감축목표(NDC)로 활용하거나 탄소배출권의 형태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REDD+ 사업을 통한 감축 결과를 증명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하여 산림 파괴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우리나라도 REDD+를 자발적 감축목표 달성의 한 방안으로 삼아 2012년부터 신규 예산을 확보하여 국가 간 REDD+ 시범사업을 착수하게 됐다. 2013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를 시범사업국으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산림청은 20209월 시범사업 중 최초로 캄보디아 시범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65t을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지역주민에게 양봉과 같은 대체소득원 발굴을 지원하고 농업 신기술 보급과 교육 등을 통해 산림파괴를 막고, 11종의 멸종위기종을 보존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추세면 10년 내 숲은 사라진다

국내에서 산림파괴청, 임업진흥청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산림청이 '성공적인 REDD+ 진행'이라 밝힌 사업의 실상은 무엇이었을까? 김한민 씨(작가·환경운동가)와 환경운동연합, 생명다양성재단은 지난 5월부터 약 3개월간 캄보디아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연초부터 캄보디아 현지 활동가들로부터 '툼링 REDD+ 프로젝트' 구역 내 산림 훼손이 심각하다는 제보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다. 위성 정보 분석과 관련 전문가 인터뷰는 물론, 캄보디아 현지에 조사 팀을 꾸려 REDD+ 사업 구역 내의 '커뮤니티 산림(Community Forest)' 14 곳 중 13 곳에 해당하는 숲을 수차례 직접 답사하여 벌목 현황을 조사했다. 현지조사는 2016년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한 캄보디아 인권태스크포스(CHRTF) 욱 렝 대표가 지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결과 해당 REDD+ 사업 구역에 존재하던 산림의 약 3분의 1 이상이 사업기간 중 훼손 또는 유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메릴랜드대학이 제공하는 인공위성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약 56084ha에 달했던 해당 구역 산림 면적이 지난해 말에는 약 35544ha로 크게 줄어들었다. REDD+ 사업을 시작한 후 37% 이상의 산림이 파괴됐다. 지난 6년간 툼링 REDD+ 시범사업지에서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이다. 당장 올해 산림 파괴 추세만 해도 크게 우려된다. 올해 1월부터 7월 초까지 이미 2948ha(8.3%) 산림이 훼손 또는 유실된 것으로 나타나 작년 수준(8.76%)을 웃돌 것이 확실시 된다.

툼링 REDD+ 시범사업 남쪽 불법 벌목 현장(2021.6.24.). 환경운동연합

 

벌채된 산림은 주로 고무, 카사바, 캐슈넛 등을 기계로 재배하는 대형 플랜테이션 농지로 바뀌었다. 지역 주민 인터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벌목되는 나무 대부분은 지역 소비가 아니라 외부로 유출된다. 목재를 노리는 타 지역 벌목업체들이 지역 관료나 산림 감시 인력에게 접근해 불법적 거래를 성사시키고, 벌목 작업은 지역 주민 손으로 이뤄지도록 처리한 다음, 해당 목재를 외지인 소유 회사가 사들인다는 증언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양의 고급 목재가 가까운 베트남을 비롯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REDD+ 구역 산림 내에 성행하는 토지 강탈(land grabbing)도 문제로 지적된다. REDD+ 구역 동남쪽에 위치한 소체(Sochet) 커뮤니티 숲 대표인 쳄 소펙은 외부 자본이 임야를 강탈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최근에도 발생했으며, 영세한 지역 주민이나 원주민을 사칭해 토지등기(land titling)를 시도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벌채·벌목 압력으로부터 지역 사회 스스로 숲을 지킨다는 취지의 산림 정찰은 REDD+ 사업의 핵심 활동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인력 착취에 가까운 구조적인 문제가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정찰 수당은 팀당 약 50달러로 알려져 있는데, 그나마도 조사팀이 인터뷰한 팀들의 경우 평균 38달러 밖에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제때 지급받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팀당 약 5명의 인원이 참여해 오토바이 연료와 식비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 커뮤니티 숲 중 하나인 오 돈테이(O Dauntey) 숲 지역 대표 침 행은 "넓은 숲을 제대로 순찰하려면 10명은 필요하다. 비용도 현재의 5배는 필요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과 낮은 인센티브 때문에 한 달에 겨우 한 번 정찰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벌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환경운동연합

 

산림청은 "캄보디아 사업지에서 대규모 불법 벌채가 발생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툼링 REDD+ 시범사업 산림파괴 조사'를 총괄한 김한민 씨는 "매년 3500ha 이상의 산림 유실이 대규모가 아니라면, 숲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단 말이냐"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업구역의 3분의 1에 달하는 산림을 날려먹고도 65t이라는 탄소감축 '인증'을 받은 산림청!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나무와 숲, 강과 바다, 그 곳에 깃들여 사는 모든 생명까지도 탄소로 환원해버리는 탄소 환원주의 때문일까? 일반인은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로 가짜 해결책을 내세우는 테크노크라트들의 문서, 숫자놀음 때문일까? 관리감독이 부실한 먼 타국에서 혈세로 방만하게 사업하는 산림청의 탓일까? 산림청에 묻어서 탄소감축 의무를 회피하는 산업계와 그들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정부일까? 이들의 얽히고설킨 촘촘한 이해관계는 오늘도 기후재난의 최전선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속삭인다.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친환경' 인증 받은 지속가능한 제품 소비하라고. 기후위기는 똑똑한 우리들이 나무 심어서 해결하겠다고! 정작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저들의 거짓말을 파헤칠 상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감시'일 것이다./김혜린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국제연대 활동가 [ 함께 사는 길]

 

 

에너지난 더 심각해질 듯라니냐 형성되고 있어 혹한 예고

동절기를 앞두고 전세계 에너지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라니냐(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이어지는 현상)가 형성되고 있어 올겨울이 매울 추울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뉴욕은 라니냐 영향으로 11월에 서리와 폭설이 예상되고, 중국은 일부 동북부 지역에서 예년보다 최대 13일 일찍 이미 난방을 시작했다.

 

올 겨울 추위는 아시아의 에너지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적도 무역풍이 강화돼 바다 밑바닥에서 차갑고 깊은 물이 올라올 때 형성되는 라니냐가 태평양에서 이미 나타나 북반구의 기온을 평년 수준 이하로 떨어뜨릴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전세계 에너지 소비 1위인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완화 이후 치솟는 연료 가격과 전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겨울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 에너지난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산시성 등 동북부는 지역에 따라 예년보다 4~13일 정도 일찍 겨울 난방을 시작했다. 지시에페이 난징정보과학기술대 대기기후학과 교수는 "극한 기후는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징정보과학기술대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라니냐 영향 하에 놓이게 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 가을, 겨울의 라니냐 발생 가능성은 60%.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미 주요 전력·가스·석유업체들과 만나 겨울철 대비에 나섰다.

 

한국 기상청도 예년보다 추운 겨울을 예고했으며, 설악산은 작년보다 15일 일찍 첫 눈이 내렸다. 한국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관세, 유류세 인하 방안을 검토중이다.

 

인도의 경우 내년 1~2월에 일부 북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3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인도는 날씨가 추워지면 에어컨 사용이 줄어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라니냐 영향은 미국에도 미친다. 뉴욕포스트는 올해 라니냐 영향으로 11월에 서리가 내리고 폭설이 뉴욕을 강타할 것이라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기상정보채널 어큐웨더 관계자는 "미국 북동부 전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이다. 라니냐 영향력은 다음달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더 커질 수 있다.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겨울 날씨를 일찍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촌은 천연가스가 사상최고치로 치솟고, 석탄가격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는 것은 물론 유가도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해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난방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 지구촌 에너지위기는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뉴스1

 

 

경북, ‘대기 중 중금속 독성독일의 12···서울·부산·경기는 5

경북 지역 대기 중 중금속의 인체 독성이 독일의 12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부산·경기도 5배에 달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기 중 중금속 농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가 대한환경공학회지에 최근 발표한 국내 대기오염 중금속물질과 인체 독성발자국 평가논문을 보면 대기 중 중금속의 인체 독성발자국을 지자체별로 추산한 결과 경북·부산·경기·서울의 경우 독일은 물론 국내 평균보다 더 높은 독성발자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국립환경과학원이 1991~2019년 측정한 대기 중 납·카드뮴·크롬·니켈·비소 농도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2014325일 여수산업단지 공장들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들이 낮게 펼쳐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체 독성발자국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납·비소·크롬 등 중금속의 농도를 각각 물질의 독성에 가중치를 두고 합산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 전체의 양을 산정한 것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개념이다. 각종 제품 생산이나 산업활동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합산한 탄소발자국과 비슷한 분석 방식이다.

2019년 인체 독성발자국 결과는 경북이 51841,4 DCB eqv./(대기 중 중금속을 1,4-다이클로로벤젠으로 환산해 표기한 단위)로 가장 수치가 높았다. 이어 부산 39291,4 DCB eqv./, 경기 33051,4 DCB eqv./, 서울 21841,4 DCB eqv./등의 순이었다.

경북 지역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독일 평균치의 12(1203%)에 달하는 수치다. 부산(565%), 경기(528%), 서울(511%) 모두 5배가 넘었다. 이밖에 대구, 인천, 울산, 강원, 충북, 충남 등도 200~400%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내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평균적으로 독일의 3.5배 정도로 나타났다.

비교에 사용된 독일의 중금속 농도 자료에서 크롬이 빠져있는 탓에 국내와 독일 독성발자국 비교에는 비소, 카드뮴, 니켈, 납 등의 농도만 사용됐다. 크롬의 독성값이 다른 중금속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지역과 독일의 격차는 더욱 클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1,4-다이클로로벤젠은 방충제·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학계에서 중금속의 독성을 나타내는 데 흔히 사용되는 물질이다. 예를 들어 납 126.5μg1,4-다이클로로벤젠과 같은 인체 독성, 비소 1209001,4-다이클로로벤젠과 같은 인체 독성을 나타낸다.

이들 지자체에서 인체 독성발자국 수치가 높게 나타난 주요 원인은 대기 중 중금속에서 크롬과 비소의 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중금속 농도에는 소각로, 보일러 및 산업체 활동,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업단지 주변에선 중금속 농도가 높게 관측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의 중금속 농도는 다른 지역보다 수십배 높다는 조사결과들이 나와있다.

대기 중 중금속은 체내에 들어오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뼈와 신장의 손상, 적혈구 감소를 일으키며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금속은 미량으로도 두통, 발열, 호흡곤란,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뼈와 신장의 손상, 적혈구 감소를 일으키며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유를 어패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추정해 왔는데 대기 중 중금속 농도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혈중 중금속 농도는 수은의 경우 미국·독일보다 5배 높고, 카드뮴은 3배가량 높다.

전국 단위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점차 감소 추세다. 199184781,4 DCB eqv./에서 200555451,4 DCB eqv./, 201919971,4 DCB eqv./로 줄었다. 대기 중 중금속 농도도 물질별로 정해져 있는 국내 대기환경기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대기 중 중금속 농도 및 독성발자국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중금속은 체내에 계속해서 축적되기 때문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대기 중 총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먼지와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등이 결합되면 인체에 더 해로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성발자국이 평균보다 높은 지자체들은 대기 중 중금속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 김기범 기자

 

토양 정화 했다더니기준치 20춘천 미군기지 오염 또 확인

캠프페이지 2차 조사서도 부실 정화의혹 나와

부실 정화 의혹이 제기된 강원도 춘천의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의 2차 토양 조사에서도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됐다. 심각한 오염이 재차 확인되면서 국방부의 토양 정화 작업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춘천시는 26캠프페이지 2차 토양 조사에서 911개 지점의 토양 시료 3099개를 채취해 분석했더니, 181곳에서 오염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1차 강원대, 2차 상지대에 맡겨 조사를 진행했다.

부실 정화 의혹이 제기된 강원도 춘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에 대한 2차 토양 조사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오염이 확인됐다.

 

특히 일부에서 원유 또는 정제유로 인한 토양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환경기준(500/)20배가 넘는 1439/이 검출됐다. 석유계총탄화수소는 섭취·피부접촉·공기흡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되면 각종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지하수에서도 20곳 가운데 1곳에서 기준농도(1.5/)를 초과한 2.9/의 석유계총탄화수소가 검출됐다.

이번 2차 조사에선 잔여 부지 393468의 터에서 14747(토양 33000t)의 오염이 확인됐다. 춘천시는 앞선 1차 조사에서도 캠프페이지 15659를 대상으로 토양 오염을 조사해 5093(토양 14800t)가 오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국방부에서 예산 376000만원을 받아 정화작업 중이다.

춘천시는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토양정화 비용을 산정해 국방부와 협의한 뒤 연내 정화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화 비용은 6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정화 기간은 약 1년이다.

원래 캠프페이지는 환경정화작업을 마친 뒤 국방부가 춘천시에 반환했지만, 지난해 5월 캠프페이지 개발을 위한 문화재 발굴 조사에서 기름 냄새 등 토양 오염이 확인되면서 부실 정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춘천시와 환경부와 국방부, 시민단체 등이 지난해 9토양 오염 민간검증단을 꾸려 토양 오염을 조사해왔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번 2차 조사는 1차 때보다 2.6배가 넘는 면적을 폭넓게 조사해 1차 때보다 오염토의 양은 2.2, 오염면적은 2.8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환경 기준치보다 최고 20배가 넘는 검출 결과가 나온 토양도 발견됐다. 캠프페이지 완벽 정화는 춘천시의 책무다. 정화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금정산 문화재보호구역 막개발.. 구청은 뒷짐만

문화재 보호구역인 금정산성 일대를 훼손하는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무단벌목에다 무허가 건물까지 들어서고 있는데요 관할 구청, 관리감독은 커녕 불법행위가 벌어져도 알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리포트 국가 지정 문화재 금정산성.

문화재 보존을 위해 반경 500M 안에서는 건설이나 개발 등 행위가 철저히 제한됩니다.

그런데 산성 바로 옆 새 집처럼 보이는 건물. 신고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입니다.

들어가는 길목도 시멘트로 덮어 버렸습니다.

 

[ 유진철 /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생태국장 ]

"불법 행위, 형질 변경 등 문화재보호법에 위반하는 행위가 엄청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근의 또다른 문화재보호구역. 새로 건물을 지으려는 건지, 산등성이를 깎아 평지를 만들었습니다. 나무가 우거졌던 자리는 허허벌판이 됐고, 깊숙이 파인 물길에선 토사가 계속 흘러내립니다.

 

"산 중턱에 갑자기 황무지가 형성돼 있는데요. 근처에는 이렇게 뿌리째 뽑힌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곳곳에 방치돼 있습니다." 문화재를 보호, 관리해야 할 구청은 이같은 일이 벌어진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신고나 민원이 없으면 알 방도가 없다는 겁니다. 수차례 민원이 들어오자 그제서야 구청은 뒤늦게 고발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 금정구청 관계자 ]

"신고를 안 하고 해 버리면 사실 저희도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요. 왜냐하면 산 자체가 워낙, 금정산이 넓다 보니까.."

 

문화재 보호구역을 담당하는 구청 직원은 단 한 명. 현상 변경이 확인되면 원상복구명령을 하거나 고발할 수 있지만, 일이 벌어진 뒤에야 취하는 사후조치에 불과해 보호구역을 훼손해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자체의 무관심이 문화재 보호구역 내 막개발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 뉴스 현지호.

 

복산1구역 재개발 사업, 졸속 심의 멈춰라

부산시문화재위원회 회의록 조작 의혹이 불거진 동래구 복산1구역 재개발 사업(부산일보 82일 자 2면 등 보도)과 관련해 부산시가 도시계획심의를 강행하려 하자 역사학계와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사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도시계획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남권 역사학계, 부산 시민단체가 26일 오전 11시께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래구 복산1구역의 도시계획심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근처에서 심의를 찬성하는 집회도 열렸다.

 

부산시는 오는 27일 제9회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복산1 재개발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변경지정()’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에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는 회의록 조작 등 위법 논란이 불거진 재개발 사업을 부산시가 졸속으로 통과시키려 한다며 복산1구역 도시계획심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부경역사연구소, 부산경남사학회, 영남고고학회 등 역사단체는 26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산1구역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환경회의,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등 시민단체와 부산시의회 배용준(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1)의원도 참석했다.

 

부산경남사학회 박상현 회원은 현재 부산시 공무원이 회의록 조작 의혹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부산시를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부산시가 쫓기듯 도시계획심의를 진행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몰상식과 횡포, 독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시의회 문화재보호구역 개발사업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도 최소한 특위 가동기간 동안이라도 복산1구역 관련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위원인 배용준 시의원은 특위 활동을 통해 (문화재 심의에) 하자가 분명하게 밝혀졌는데도 도시계획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적법하지 않은 부분부터 바로잡고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고높이, 용적률 등이 결정되는 도시계획심의가 이뤄지면 추후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3월 부산시 경관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교통영향평가, 건축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위 김부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사상구1)도시계획심의가 먼저 이뤄지면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운 점을 사업자와 부산시가 이용하고 있다문제가 되는 문화재심의 등 관련 절차가 완벽히 끝난 다음 도시계획심의가 통과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사업이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7월 도시계획심의에서는 사업의 공공기여방안 재검토, 최고높이 조정 등을 이유로 재심의가 결정됐다. 앞서 지난해 9월 문화재청은 부산시 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부산시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사업에 찬성하는 재개발 조합원 10여 명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정비사업으로 대부분 건축물이 노후화돼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재개발이 하루 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유엔 당사국들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로도 2.7도 상승

COP26 앞두고 배출량 격차 보고서발표

추가감축 약속 2030년 배출량 7.5%에 불과

“G20국가들 더 강력한 감축 목표 내놔야

유엔이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앞두고 지난 9월말까지 제출된 당사국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폭이 2030년 예상 배출량의 7.5%를 추가 감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이 추가 감축 수준은 세기말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감축률 55%에 턱없이 모자라 지구 온도를 2.7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26(현지시간) 공개한 ‘2021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 2021)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특히 선진20개국(G20) 국가들의 더 강력한 감축 공약을 촉구했다. 배출량 격차 보고서는 유엔환경계획이 매년 기후변화당사국회의 개막 직전 당사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과 기후변화 억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감축량과의 격차를 분석해 내놓는 보고서다.

 

이번 보고서는 9월말까지 유엔에 새 엔디시를 제출했거나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상향 계획을 발표한 일본, 한국을 포함한 120개국과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121개국(유럽연합 포함)의 새로운 감축 공약이 실현되면 기존 감축 공약에 비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9억톤 가량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것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묶기 위해 2030년까지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 280억톤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새로운 감축 공약에도 불구하고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는 2.7도 추가 상승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이 분석은 민간 전문기관들의 공동프로그램인 기후행동추적자(CAT)나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의 전망과 유사하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당사국들이 발표한 탄소중립 약속은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2도로 묶어, 추가 조치가 더해지면 기후변화의 가장 치명적 영향은 예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소중립 공약이 대부분 모호하고 2030년 엔디시와 일치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잉거 앤더슨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는 더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의 문제다. 우리가 지구온도 1.5도 억제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잡으려면 앞으로 8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 시계가 크게 째깍거리며 가고 있다며 강력하고 신속한 감축 행동을 촉구했다.

 

알록 샤먀 COP26 의장도 보고서에서 “9월말까지 당사국들이 새로 내놓은 공약들에 진전은 있었지만 충분치 않다. 그것이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들인 G20 국가가 더 강력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약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명명백백'하다는데... 관심은 어디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실무보고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발표 직후 잠시 보도되다 빛의 속도로 관심은 사라졌다. 인간이 내뿜은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전까지의 보고서의 표현수위는 '가능성이 높다' 또는 '극도로 높다'에 그쳤는데, 이번엔 "명명백백"라는, 대못을 박는 확실한 표현을 사용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못하면 인류에도 파국이 닥칠 것이란 사실 역시 명명백백해졌다. 6차 실무보고서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우리 국민과 대선주자들의 관심은 이미 다 말라버린 걸까?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살균·소독제는 없다"

위드코로나 시대, 화학물질 위험을 다시 확인할 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우리 일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환경정의에서는 다양한 변화 중 생활화학제품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살생물제(소독·살균제) 사용 빈도의 변화를 물었을 때 60% 이상이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예전과 다르게 손소독제 사용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공기(공간)를 살균한다는 스틱용 살균제, 살균목걸이나 살균 터널, 집안 구석구석 닦아내는 살균티슈, 항균 효과를 내세운 마스크 패치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응답자의 73%가 본인이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이 불안할 때가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 6,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인식 현황을 살펴본 결과와 비슷하다. 응답자 10명 중 6.7명은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응답하였으며,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제조사나 판매사에 대한 불신이 전체 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환경정의 설문에서 나타난 본인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불안감의 주된 이유로는, 제대로 된 유·위해성 정보 부족, 사용빈도나 양에 대한 정보 부재,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점, 위해성(위험도)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점 등이었다.

 

우리사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생활화학제품을 대할 때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던 모든 기업들은 그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또 위생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의 좋은 점만 강조하고 광고했다.

 

하지만 분명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 화학물질과 제품 관리의 수준은 달라졌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때와 다르게 지금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용도에 따라서 위험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용도 확인을 하도록 제도화되었다. 피부, , 호흡기로 노출되었을 때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의사항에 적도록 되어 있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2019)하여 살균 효과를 내는 물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심사를 강화하고 기업이 제품의 전성분 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관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일까?

 

위험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제품 표기사항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환경정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우리는 보통 제품의 가격과 디자인, 성능 등을 본다. 화학물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뒷면에 아주 조그맣게 쓰인 표시사항을 확인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읽어도 어떤 부분이 나에게 유용한지 혹은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몰라 우리의 시선이 작은 글씨를 따라가다가 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표시사항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안전기준확인'이라는 마크와 화평법 상에서 규정한 '유해화학물질'이 혼합물 기준 이상으로 포함되어 있을 때만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 신호어(그림문자) 그리고 사용물질 정도일 것이다.

 

안전기준확인 마크는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이라면 안전확인 신고를 반드시 하고 획득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기준으로써 이 제품이 건강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를 보여주는데 충분하지 않다.

 

신호어(그림문자)는 어떤가?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된 물질이 제품에 사용된 경우 그 함량이 혼합물 기준 이상이면 표시하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다양한 화학물질 중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된 물질은 일부에 불과하고 유해화학물질이 아니더라도 유해성을 지닌 원료가 제품에 포함된 경우는 매우 흔하다. 역시 유해성 정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사용물질에는 보통 외계어처럼 보이는 화학물질의 명칭이 나열된다. 수천,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이 시중에 유통되고 사용되는데, 그 물질을 일일이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지 않는 한 이 또한 위험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물론 라벨에 많은 정보를 다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의 라벨이 일반적인 소비자의 눈높이로 유해성과 위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있지 못한 것은 명백하다.

 

물질명 나열, 유해화학물질의 혼합물 함량 기준에 따른 신호어(그림문자)가 아닌 제품 내 전체 유해성 수준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위험 정보 외는 기업 홈페이지나 정부 사이트에 정보를 싣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는 위험을 인지하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확인하지 않고 생활화학제품 사용을 권하는 정책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손소독제에 대한 주의사항, 문제가 발생했을 시 대응방법 등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놓았다.FDA

 

살생물제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제품은 단연코 손소독제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19 초반에는 의무적으로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손소독제를 꼭 사용하도록 한다거나 소독티슈를 지참하도록 알림장이 배포되기도 한다.

 

어린이는 환경민감계층으로 성인보다 화학물질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손소독제 사용만이 손위생을 위한 유일한 방법처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부모는 아이가 집에서 틈만 나면 소독티슈로 이곳저곳을 닦는 걸 보면서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길래 저렇게 하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는 것을 들으면서 학교의 화학물질 사용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비누와 물로 30초 이상 손씻기를 권장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손소독제 표시사항으로 "물과 비누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라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정부 부처마다 일관되지 않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방식과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곧바로 과자를 먹거나 냄새를 맡는다고 휘발성이 있는 독성물질을 들이마시는 행태, 손이 아닌 얼굴에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 성인과 달리 어린이를 위한 사용양과 횟수에 대한 안내 부재 등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손소독제 주의사항에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라고 적혀 있는 것과도 배치되는 학교 현장에 대한 교육부의 화학물질 관리 정책을 살펴봐야 할 때이다.

 

환경부에서는 워낙 살균·소독제가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되면서 위험 소통을 위해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살균·소독제는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익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분사로 인한 호흡기나 눈에 자극을 주는 점, 잦은 사용으로 인한 피부에 무리가 가는 위험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기본값을 삭제하고 나면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위드코로나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이들의 책상을 살균티슈로 닦아내야 할까?", "살균기능이 있는 탈취제를 뿌려야 할까?", "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꼭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모든 생활화학제품은 특정한 기능 뿐만 아니라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새로운 방역체계를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

환경정의(ecoeco)

 

시민사회 시민공원 오염 민관공동체 구성하라"... 오염 선전전 예고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부산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에서 발견된 대규모 기름 오염(국제신문 지난 55일 자 1면 등 보도)을 두고 재차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토양 직접조사와 정화를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부산시민에게 시민공원 오염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 국제신문 DB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27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시민공원 오염토 직접 조사·정화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공원에서 기준치 이상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 오염이 발견됐는데도 수질·대기질 조사 등 간접적 조사에서 오염 징후가 나타날 때 토양 오염에 대응하겠다는 시를 비판했다.

 

에 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이번에 발견된 오염토 보다 더 강력하고 정확한 오염 징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시가 수질 검사조차도 오염 핵심 성분인 TPH를 빠트린 채 조사하는 등 시민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또 시민의 사랑을 받는 땅 아래 폐유로 썩어가는 흙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시민공원은 그 이름에 걸맞게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문범 YMCA 사무총장은 기름이 발견된 이곳은 내 가족, 내 자식이 이용하는 곳이란 점에서 시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연대는 시민공원 토양오염 문제를 시민에게 알리는 작업에 들어간다. 시민공원이 있는 부산진구의 지역주민단체 등과 협업해 잔류 오염과 관련한 선전전을 벌이는 한편, 시의 대응을 꼬집는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쪼그라든 친수공간시민의 꿈저버린 북항 재개발

북항 1단계 재개발 구역의 친수공간 면적이 줄어들고, 그마저도 각종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에서 항만시설이 시민을 위한 핵심 친수공간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설 설치 비율을 40%로 제한한 근린·수변공원 구역은 시설 제한이 없는 문화공원으로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 수변공간에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북항을 만들겠다는 꿈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공원 비율 15.3%로 대폭 축소

대신 항만시설 비율은 배 증가

최근 1단계 사업계획 변경 물의

1만여 넘는 공원 사라질 판

해수부 고발등 각계 거센 반발

28일 부산시와 시민·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북항 1단계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에서 공원 비율은 15.3%로 대폭 축소됐다. 시민·전문가 협치 기구인 라운드테이블 결과에 따라 20139월 제3차 사업계획을 고시할 때는 22.9%에 달했다. 대신 항만시설 비율은 같은 기간 8.4%에서 16.7%로 배가량 늘어 공원 면적을 추월했다. 사업 초기 북항재개발 마스터플랜에서는 녹지 비율이 36%에 달했다. 공원 구역은 부산시에 기부채납돼 시민 품으로 돌아오지만, 항만 시설은 해양수산부 시설로 남는다.

 

특히 이번 10차 사업계획 변경안에서 공원에서 항만시설로 전환된 1부두 복합문화시설과 해양레포츠컴플렉스, 공원을 없애고 확대된 마리나 시설은 부산시민의 것이 아닌 해수부의 수익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항 어디서든 시민들이 수변 공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당초 개발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5월 북항 1단계가 준공돼도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부산시 판단이다. 경성대 강동진 교수는 지난 25일 열린 사업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km가 넘는 해안 친수공간은 부산시민에게 열린 공간이 돼야 하는데, 세계적인 워터프런트 추세와 정반대로 간다고 지적했다.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는 또 201910월 사업 구역의 근린공원 3곳과 수변공원 4, 역사공원 1곳 가운데 근린·수변공원을 모두 문화공원으로 변경해 부산시에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평균 폭이 30m에 불과한 띠 형태의 공원이 대부분이었다. 공원을 관리할 지자체인 부산시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 이런 행태는 매우 이례적이다.

 

시설이 제한(40%)돼 녹지를 확보할 수 있는 근린·수변공원과 달리 문화공원은 도로, 주차장, 놀이터 등 시설물이나 건축물로 가득 채우고 가로수만 심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원 4000평이 사라졌다고 비판한다.

 

부산의 16개 기초지자체를 대표하는 부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회장 김우룡 동래구청장)도 나섰다. 협의회는 28일 오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변경안을 즉각 폐기하고, 대통령 임기 안에 마무리해 북항재개발 사업의 이익이 희생을 감내한 시민들에게 최대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해수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청과 고발, 국무총리 면담 등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항만재생사업단 관계자는 “1부두를 원형 보존하게 되면서 매립을 하지 못해 공원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고, 문화공원의 경우 근린공원은 편의시설 설치 제한이 많아 변경했다마리나 시설도 시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시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박세익 기자 run@busan.com

 

징역형도 감수하는 악동의 저항 기후위기 막으려면 불복종 필요

급진 기후운동단체 멸종저항(XR) 활동가 인터뷰

기후위기 대응 안 하는 지도자 반인륜 범죄’”

편지·청원 운동 안해체포 위험도 감수한다

 

지난 20191010(현지시각) 영국 런던 시티공항 점거를 시도한 기후변화 운동단체 '멸종저항'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멸종저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가 지난 7일부터 2주 일정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악당과 대척하는, 가장 급진적인 기후환경 활동가라 할 만하다. 영국에서 시작된 국제적 기후운동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 지난 827일 영국 런던 금융기관 입구 등에 붉은 페인트를 뿌렸다. 유명 관광지인 런던 타워브릿지도 점거했다. 화석연료 사업 투자를 이어가는 정부와 금융기관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비비시>(BBC) 등 외신은 시위가 이어진 2주 동안 480명가량의 활동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명체가 대멸종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 등 정책 결정권자와 기업에 전면적 전환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2025년까지 넷제로를 실행해야 하고,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기후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환경 단체에서도 극단적, 급진적이란 시각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한겨레>가 지난 12일부터 시도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멸종저항 활동가 알라나 번이 27일 보내온 메시지는 선명했다. “시위 준비로 바쁘다.” “암울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불복종과 혼란이 필요하다.” 그들이 이번 COP26이 열리는 글래스고에서 전개할 행위들을 예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반복된 세계 지도자들의 실패를 고려할 때변화를 위한 혼란, “지금의 정치체제를 흔들기 위한 대뮤고 시민 불복종이 필수불가결하단 게 이들의 지론이다. 당연히 청원이나 편지를 쓰는 것 같은 전통적인 시스템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이달 초 영국 정부가 고속도로를 막는 활동가들에게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멸종저항은 개의치 않은 분위기다. 알라나는 “(우리의) 원칙과 가치 안에서 파괴적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행동에 대한 결과를 기꺼이 감수하고 개인적인 희생을 할 것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징역형을 의미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알라나는 세계 정상들이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는 그들은 필요한 변화에 전념하기를 꺼리며 가장자리를 맴돌고 있다. COP26이 기후활동에 대한 그들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세계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긴급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도 제대로 된 약속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국제적 기후운동 단체인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은 지난 827일 영국 런던 금융기관 입구 등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며 기후위기 대응에 금융기관이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멸종저항 트위터 갈무리.

 

한국에도 영국 멸종저항과 연대하는 멸종저항 서울’ ‘멸종반란 한국과 같은 단체들이 있다. 이들 역시 지난해 1119일 국회 정문에 자물쇠로 자신의 목을 묶거나 지난 315일 여의도 민주당사를 점거하는 등의 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멸종반란 한국의 활동가도 COP26을 맞아 글래스고로 간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탄소중립 늦출수록 부담 커진다는 한은 경고, 산업계 새겨야

한국이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 과정에서 친환경 기술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기후변화와 한국은행의 대응 방향보고서를 보면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 대비 100% 감축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0.25~0.32%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0.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배출규제 강화 등에 따라 기업의 생산비용이 상승해 제품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50년 탄소 배출량을 70%만 감축하면 GDP 성장률 0.08~0.09%포인트 하락, 물가상승률 0.02%포인트 상승 등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관측됐다. 탄소 배출량을 202067000t에서 30년 뒤 100% 감축하는 탄소중립은 산업화 이전(1850~1900) 대비 평균기온을 1.5도 상승 이내로 막는 것이다. 배출량을 70% 감축하면 2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거나 방향은 맞지만 속도는 고민해야 한다는 등 반론을 편다. 실제 한은 보고서도 탄소 배출량을 100% 줄일 때보다 70% 줄일 때 성장률 하락 충격이 덜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배출규제 등 탄소중립 이행 리스크만 모형을 만들어 계량화했을 뿐이다. 탄소중립을 안 했을 때 충격은 계산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 물리적 리스크는 수치화하지 못했다. (탄소중립을 미루다가는) 이행 리스크보다 훨씬 큰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저탄소 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2050GDP7.8% 하락한다는 예측을 내놨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강수량 변화, 해수면 상승, 자연재해 발생이 노동 및 농산물 생산성 감소, 물적자본 파괴, 공급망 차질 등을 초래하는 물리적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로 2050GDP3%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탄소중립은 미룰 수 없다. 탄소중립을 이행하면서 생기는 리스크보다 이행하지 않았을 때 닥칠 물리적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 정책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계의 실천이다. 기업들은 탄소배출 저감 노력과 함께 친환경 기술 개발, 신산업 투자에 힘써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몇 발짝 앞서 가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 기업에 대한 금융, 세제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필요하다./ 경향 사설

 

기후악당자인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부, 국무회의에서 NDC 40%로 상향안 의결 경총 기업 지원방안 마련해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는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NDC는 체면치레조차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심의·의결했다. 시나리오는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A안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존치하는 대신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을 적극 활용하는 B안으로 구성됐다. A·B안 모두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목표는 ‘0’이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2030 NDC는 다음달 2일 영국 글래스고 열리는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국제사회에 공개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NDC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COP26 한국 참가단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핵심 임무를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김현우 기후위기 비상행동 정책언론팀장은 불확실한 기술 발전에 의존한 감축분과 해외 감축분을 제외하면 실제 감축분은 2018년 대비 30%에 불과하다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한국이 기후악당 국가라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COP26 한국 참가단은 글래스고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규탄할 계획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1만명이 일하고 있고, 자동차산업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은 곧 사라질 내연기관을 만들고 있다단순한 고용보장뿐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총은 논평에서 “2030 NDC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달성 여부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정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이어 산업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에 대한 추산 결과를 공개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혁신기술 연구·개발·상용화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훈 기자 ahab@labortoday.co.kr

 

숲 속 이끼 11종 한눈에국립수목원 이끼 정원'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새로 조성된 이끼 정원. 국립수목원 제공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선태류를 테마로 이끼 정원'을 새로 조성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립수목원 이끼 정원에서는 밝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서리이끼, 고깔바위이끼와 그늘진 환경에서 자라기에 적합한 들덩굴초롱이끼, 들솔이끼 등 모두 11종의 이끼를 만날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그동안 수행한 한국형 숲 정원 모델' 개발연구의 결과물을 활용해 숲의 경관을 모티브로 하는 이끼 정원을 조성했다. 숲 정원은 산림 식생을 바탕으로 숲의 생태적 가치와 정원의 심미적·실용적·사회문화적 기능을 함께 갖춘 정원으로, 이끼 정원과 고사리원 등 식생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끼는 물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상으로 진출한 최초의 식물로, 대부분 그늘지고 물기가 있는 곳에서 서식한다. 특히 이끼는 대기오염이나 가뭄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 지표종으로 활용 가치가 커지고 있다. 송수정 국립수목원 정원연구센터 연구사는 신비롭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끼 정원을 방문해 고즈넉한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기 바란다고 말했다./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24시간 운항이 건립 원칙" 가덕신공항추진단 재확인

국토부 비공개 사타 중간보고회

- 무용론·차기 정부로 연기 일축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24시간 승객과 화물 운송이 가능한 공항으로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사타)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부산 울산 경남 등 지자체 관계자와 한국공항공사, 용역 수행사, 자문단 등이 참석했다. 사타 관련 보고회가 열리기는 지난 5월 용역을 담당할 기관이 선정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용역 수행사가 지금까지의 진행 내용을 설명하고 자문단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부산지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활주로 가설 길이나 예상 수요, 시설 규모 및 배치, 총사업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사안의 민감성과 보고서 작성이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을 이유로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항공대 컨소시엄이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가덕신공항 사타 용역은 내년 3월 끝난다.

 

그러나 회의 시작 때 국토부 측은 새 공항을 가덕신공항특별법(특별법) 취지와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안(2021~2025)에 규정된 대로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는 수도권 및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가덕신공항 무용론과 차기 정부로 추진 연기 등의 주장을 국토부가 일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가덕신공항건립추진단 이상일 단장은 국가균형발전을 명시한 특별법의 원칙은 24시간 승객과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복합공항 조성이라며 이 개념에 맞게 사타를 추진하는 한편 대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타 결과가 지역 사회의 바람과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점을 정리할 분과회의, 자문단회의, 전체회의 등이 수시로 열릴 예정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우리의 지구를 위해" 오줌싸개 소년도 '연대

COP26 지지 상징 의상입은 벨기에 명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상을 입고 있다.브뤼셀 신화=연합뉴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물 중 하나인 '오줌싸개 소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했습니다. 오줌싸개 소년은 브뤼셀 도심의 그랑플라스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분수대의 일부로, 소년이 오줌을 누는 모습을 한 청동상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에는 평소 하루 3만 명씩 찾을 만큼 식지 않는 인기를 누려왔습니 오줌싸개 소년은 이달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를 앞두고 최근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벨기에 주재 영국 대사관이 COP26을 맞아 제공한 것으로, 헌 옷을 재활용해 만든 의상입니다. 지구 그림이 그려진 상의에는 '함께 우리의 지구를 위해'라는 글귀가 영문으로 쓰여있습니다. 오줌싸개 소년 뒤로 COP26 깃발도 보입니다.

 

브뤼셀시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이 새로운 의상과 함께, 오줌싸개 소년과 브뤼셀시는 기후, 환경 정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줌싸개 소년은 1천여 벌의 실제 의상을 보유하고, 연평균 130회가량 옷을 차려입는 세계 유일의 조각상으로 꼽힙니다. 별도의 의상박물관이 있을 정도입니다. 각종 기념일이나 행사 때면 옷을 갈아입습니다. 오줌싸개 소년상은 중세 시대인 1452년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습니다. 당시에는 돌로 돼 있었으나 1619년 이 분수대의 개보수 사업의 일부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에 이르러 201940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몇 차례 도난되는 수난을 겪은 이후 1965년 진품은 브뤼셀시립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지금 거리에 있는 조각상은 복제품입니다.

kje@yna.co.kr

 

김종철은 녹색당의 어느 역에 멈춰 섰을까

[녹색평론 김종철 읽기] 민주주의자 김종철·

사상 투쟁에서 권력투쟁의 현실로 뛰어든 생태주의자

 

서구 근대화 산업화는 재앙이라고 소리치는 김종철은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아가 그는 분노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하던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다.  

 

2004825일 천성산 터널 철회를 내걸고 지율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57일 동안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 당시 현장을 찾아온 노무현 정부의 곽결호 환경부 장관을 향해 "당신들 뭐야" 하며 "진실된 태도"를 보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치는 장면은 김종철의 진면목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바로 가기: 유튜브 '대구MBC Program' 818일 자 '대구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녹색을 꿈꾼 지식인 김종철>')

 

김종철은 지율스님과 같은 맥락에서 개발과 성장의 고속열차에 혼자서라도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인 실천가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바위가 계란 하나만 한 크기이고 속성 또한 바위로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바위가 아닌 뭉쳐진 흙덩어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 제도와 정책은 초기에는 바위가 아니라 그냥 설익게 뭉쳐진 흙덩어리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계란을 투척하면 부서지기도 한다.

 

<녹색평론>을 근거지로 펼친 김종철의 수돗물 불소화 반대 투쟁은 아마도 김종철이 온 힘을 다해 계란을 던져 거둔 현실 투쟁의 거의 유일한 승리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유튜브 화면 갈무리.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2011년 후쿠시마 사건 이후 김종철의 분노는 녹색당 창당과 정당 활동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사실 2~3년 전까지는 녹색당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겼어요. 중앙 정치에 관여하는 것보다 더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금융 문제, 에너지 문제 등을 고민하면서 점점 중앙과 지역의 관계를 깊이 숙고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녹색당 참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관련 기사: <프레시안>20111115일 자 '"모든 시민에게 100만 원씩! 세상이 안 바뀌나 보자!"')

 

201234일 녹색당이 공식 창당되었다. 4.13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서였다. 2011년부터 녹색당의 전임강사를 자처한 김종철은 전국을 돌며 강연을 통해 녹색당 창당을 홍보하고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정치 현실은 냉엄했다. 총선에서 녹색당은 겨우 0.48%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3% 조항에 걸려 정당 자체가 해산되고 말았다.

 

카리스마인가, 돈인가, 쪽수인가

한국에서 녹색정치의 실험은 2012년 녹색당 창당 이전인 2004610"풀뿌리의 생명력과 연대로 시민사회의 대안적인 가치를 실현하자"는 선언과 함께 출범한 초록정치연대가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록정치연대 또한 2006년 지방선거에서 2명의 기초의원 당선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올리면서 2008년 자진해산하고 말았다.

 

한국의 정당정치 현실에서 당을 창당하려면 '3(김대중·김영삼·김종필)'처럼 널리 알려진 카리스마형 리더가 있거나, 정주영의 국민당처럼 돈이 있거나, 아니면 이른바 표를 가진 '쪽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당으로서 대의정의 권력투쟁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의 정치는 철저하게 정치 엘리트 기득권자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다. 그리고 일단 권력투쟁의 여의도 정치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만 한다.

 

녹색당은 이 세 가지 모두 미약한 상태에서 후쿠시마 사태라는 재앙의 절박함만을 가지고 서둘러 창당한 측면이 강했다. 사실 녹색당 창당은 널리 알려진 생태주의자 김종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당에 들어간 돈뿐만 아니라 총선용 현수막 제작비에 필요한 거액의 비용 또한 대부분 김종철이 개인 후원자에게서 조달한 돈이었다. 녹색당이 정당법의 요건을 갖춰 창당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녹색평론> 독자들이 상당수 당원에 가입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012년 총선에서의 녹색당 득표율과 녹색당 해산은 김종철에게는 충격에 가까운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 뒤 2020년까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녹색당은 당선자를 내거나 의미 있는 득표율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김종철은 특히 청년과 여성 문제에 대한 김종철의 발언 논란을 계기로 녹색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녹색당은 현재 창당 주역들이 거의 탈당하고 당원 수도 대폭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김종철의 녹색당은 어느 역에 멈춰 섰을까

2012년 풀뿌리 민주주의 정당을 표방한 녹색당의 창당 방식은 겉으로 내세운 표방과는 달리 이른바 기존 여의도 정당정치 문법인 하향식 중앙정치 방식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다. 풀뿌리 시군구 녹색당원들을 기반으로 한 상향식 정당 창당 방식이 전혀 아니었다. 이것은 총선 날짜에 맞춘 역산의 창당이었다는 현실과는 관계가 없는 문제였다.

 

4.13 총선의 실패 이후 정당이 해산되고 녹색당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정당활동을 하면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다.

녹색당은 녹색가치와 대의만 있었지 권력을 잡고 녹색사회와 녹색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청사진, 곧 치열하고 구체화된 실천 전략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녹색당 지지 호소와 녹색당 선전 선동은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중앙당의 일이었을 뿐이다.

 

한마디로 녹색당에는 풀뿌리 조직화 전략이 없었다. '()정당의 정당'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기득권 정당 정치에 반기를 들고 대항하는 저항세력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풀뿌리 시군구에서 주민들을 조직하는 일상의 민주주의 정치 활성화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조직된 주민들의 '쪽수' 밖에 없었다. 카리스마의 지도자도 없고, 돈도 없을 때 풀뿌리 정당의 돌파구는 쪽수의 확대뿐이다.

 

창당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녹색당에는 시군구의 일상 정치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 이는 창당 당원으로 올해 초까지 녹색당 당원이었던 필자의 경험이기도 하다.

 

2011년 녹색당 창당 당시 필자는 하향식 조직화와 시군구 일상의 직접 민주주의 연대연합 정치활동 전략에서 김종철과 견해를 달리했고,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는 내겠지만 당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물론 그러나 현실의 실천과 선택은 다른 문제였다.

 

녹색당 전임강사 김종철은 이미 2012년부터 녹색당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20137월 녹색전환연구소를 창립한 것도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2020625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김종철은 녹색당의 출발역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녹색당은 '()정당의 정당'이 아니었다

대의정의 정당은 선거정당이다. 당원들이 지역에서 벌이는 일상의 민주주의 정치활동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오직 선거 때 후보를 정하고 투표를 할 때에만 당원들에게 '참여'를 요청한다.

 

한국의 시군구 지역, 특히 읍면동에는 거의 모두 지역 주민들의 현안, 이른바 민원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시군구의원이나 시장, 국회의원들은 이런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한국의 정치인이란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다.

 

그런데 이런 민원의 상당수는 사실 조금만 법과 제도, 민원 해결 절차를 알면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녹색당이 반()정당의 정당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 정당이라면 녹색당의 정당 활동가는 이런 주민들의 민원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촉진하는 직접 민주주의 조직가여야 했다. 녹색당은 이런 주민정치 조직가에 대한 양성과 교육 전략도 전무했다.

 

한국의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 자치단체장 수는 약 43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국회의원 보좌관, 자치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직 공무원과 산하기관장, 국고 지원을 받는 정당 실무자들까지 합하면 정당정치 활동가 숫자는 1만여 명을 훌쩍 넘는다.

 

시군구 지역에서 한 사람의 정당정치 활동가가 100명 이상의 당원을 조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개인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농민단체 등과의 연대연합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면 적어도 200명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200명 당원이 내는 1만 원 이상의 당비를 근거로 매일 읍면동 지역을 돌면서 4년 동안 민주정치 촉진자로서의 정치 활동을 했는데도 시군구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이 안 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4년 해서 안 되면 8년을 하면 아마도 거의 당선이 된다. 이는 이미 기존의 정치인들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방식이다.

 

녹색당에는 이런 전업 정치 활동가들이 없었다.

 

주권자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힘이 없고 무력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서슴없이 정치인들은 주권자 인민을 '개돼지'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주민이 두세 사람 이상 모여 개인 문제가 아닌 지역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 그 두세 사람은 곧바로 대한민국의 주인인 주권자로서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주민 100여 명이 서명을 하고 조용히 떼를 지어 일렬로 줄을 서서 집단으로 시청이나 군청으로 걸어가 똑같은 민원을 한 명씩 100번을 제기하면 그렇게 큰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어지간한 민원은 거의 즉시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 정치고 주민조직화의 힘이다. 이것이 인민이 자신의 힘을 깨닫고 '개돼지'에서 자존감을 회복한 주권자로 거듭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녹색당에는 이런 일상의 직접 민주주의 정치 활동이 거의 없었다.

 

기후정치와 녹색당

1898년 창당한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은 19년의 활동 끝에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키고 집권에 성공했다. 1921년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28년 만인 1949년 집권에 성공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출범시켰다. 물론 이들은 인민이 고루 평등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공약했지만, 수천만의 인민을 학살하고 굶겨 죽이는 악몽과도 같은 독재정치를 펼치고 말았다.

 

1990년 민중당이 출범한 지 3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진보정당이 금수저 계급과 관료주의를 허물고 흙수저 계급이 주인이 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사회와 국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민들이 얼마나 될까. 진보정당이 집권의 희망이 있는 정당이라고 보는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녹색당은 이같은 진보정당만큼의 무게감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녹색당을 집권 가능성이 있는 정당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아니 녹색당원들조차 과연 얼마나 될까.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 진보정당도 바뀌고 있다.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미국의 샌더스와 오카시오 코르테즈라는 카리스마 정치인의 탄생에는 민주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수많은 청년들, 알린스키의 주민조직화 전략에 따라 지역에서 주민을 조직하는 주민활동가들, 유기농 협동조합들, 탈탄소 에너지전환 도시운동 활동가들, 원주민 조직과 이주민 조직들, 소수자 조직들 등등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많은 주민들이 밑바탕에 있다.

 

이제 기후위기 의제는 대의정을 허무는 직접민주주의 실천 의제와 불평등 타파 의제와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서구의 진보정당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주요 동인이다. 노르웨이 노동당과 녹색당의 총선 승리는 그 한 예이다.

 

독일 녹색당은 독일의 '68혁명''신사회운동'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토대로 창당했다. 이제 독일 녹색당은 소수당의 연정 전략을 뛰어넘어 집권을 넘보는 제1당으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녹색당은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진보정당운동의 토대 위에서 연대연합의 전략으로 집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992년 리우기후정상회의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과연 지금 한국의 기후 시민운동과 녹색당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후주권자들을 얼마나 조직화·세력화했을까.

 

우리는 이같은 질문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부터 기후정치를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구호,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자"는 디지털미디어 시대 만고불변의 사회운동과 정치운동 지침이다.

 

지금은 기후정치의 정책 대안이 없어서 집권을 못 하는 시대가 아니다. 정책 대안은 이미 그린뉴딜을 포함해서 전환도시운동 등등 무수히 제시되어 있고 실제 전 세계에 걸쳐 실행되고 있는 중이다.

 

20대 대선이 '대장동'이니 '항문침'이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용어로 점철되고 오직 네거티브 폭로전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아마도 내년 3월 대선 당일까지 점점 더 심해져 가히 상상을 절할 가짜뉴스와 폭로가 난무할 것이다. 20대 대선은 이념과 정책이 실종되고 오직 네거티브와 포퓰리즘만 난무하는 최초의 선거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김종철이 멈춰 선 녹색당의 출발역은 20대 대선을 앞둔 오늘의 녹색정치 현실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그 역이 기후위기 정치의 재출발역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의 녹색국가와 녹색사회를 향한 풀뿌리 직접 민주주의 정치는 김종철의 출발역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물론 기후위기 정치에 동의하는 주권자들과 어깨동무한 연대연합의 출발로서 말이다.

박승옥 햇빛학교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