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천연가스 투자 ‘친환경’ 분류한 EU… 독일 "절대적으로 잘못됐다“
美 콜로라도 최악의 산불...폭설+한파+정전 등 극한 상황
전 세계 쓰레기의 3분의 1을 만드는 산업
프랑스, 과일·채소 플라스틱 포장 금지 시행
코로나19 2년, 우리가 알게 된 5가지 사실
국내 금융기관 67% 탈석탄 선언만”…‘시늉’도 안한 기관은 어디?
핵클럽 5개국, 핵전쟁 1방지 공동성명
유권자 질문에 답한 대선 후보 4명 기후위기 관련 정책공약 총정리 no.1
덴마크 총리, 2030년까지 ‘탄소 제로 비행’ 약속
환경에 발목잡힌 '박형준표 협치’
생물 다양성 보고인 브라질 열대 초원, 파괴 가속화
부산 청소년들, 시의회에 기후위기 극복 정책 제안
인류의 대발견 메탄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EU가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섰다?…“돌아선 유럽 국가는 없다”
미국 알래스카의 글래시어 베이 국립공원-35년 뒤의 빙하…녹아 버렸네“
강릉~제진 철도건설 환경평가 아직인데…文대통령 ‘착공 없는 착공식’
개발 피해 이주했던 금개구리 ‘전멸
’그린피스 마지막 기표소 “기후 위기 대응 없다면...”
태양광’에 점령당한 ‘검은 논밭’…주민 삶이 재생에너지에 묻혔다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1) 카본프리아일랜드의 카본발전소들
4년간 태양광 2.4배 늘린 文정부…잦은 고장·쓰레기 대책 없이 떠난다-조선
지구 기온 2도 올라가면 노동생산 손실 5배 늘어나
꿈틀대는 원전의 '녹색화'..."원전은 녹색이 아닌 심각한 오염원"
원자력·천연가스 투자 ‘친환경’ 분류한 EU… 독일 "절대적으로 잘못됐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형상화한 가면을 쓴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들이 원전 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논란 끝에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투자로 잠정 분류했다. 집행위의 방침이 향후 EU 의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국제사회의 탈원전·탈석탄 기조에 적잖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독일 등 탈원전 국가들과 환경단체들은 EU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일(현지시간) EU 집행위가 회원국들에게 보낸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개정 초안을 입수해 자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EU는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정의하고, 친환경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을 규정하고 있다. 원전과 가스발전 투자의 친환경 분류 여부는 2019년부터 검토했으나 회원국들간 찬·반이 갈려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집행위는 이번 초안에서 신규 원전과 가스발전 사업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이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원전은 2045년 이전에 허가를 받는 원전이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부지를 확보하면 친환경으로 분류할 방침이다. 가스발전소는 전력 1킬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미만이고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는 조건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2030년 12월31일까지 건축 허가를 받으면 친환경으로 분류된다.
EU가 원전과 가스발전을 친환경이라고 분류한 데는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 위기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유럽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 사태에 당면했다. 이 때문에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고,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의 자리를 대체하기 전까지 원전과 가스발전을 과도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집행위는 이번 초안에서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의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면밀한 검토와 수정 논의를 거쳐 이달 중순쯤 확정된다. 그 뒤 EU 의회에서 의결되면 1조유로(약 1348조원) 규모의 유로 그린딜 예산이나 녹색채권을 이들 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EU의 방침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위축되던 원전 산업에 반전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앞서 EU 집행위 공동연구센터(JRC)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원전의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전 가동에 따른 사고나 핵폐기물 저장과 관련된 위험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집행위는 이번 분류체계에서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이를 위한 부지 확보를 친환경 분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원전과 가스발전에 투자금이 쏠리면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앞서 영국 서식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 연구팀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원전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 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능력과 이득이 억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에서 “(EU의 결정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100%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방해하고 기후 약속에 대한 EU의 실천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위의 결정으로 EU 내 친원전과 탈원전 국가들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보인다.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독일은 EU의 초안 공개 이후 오스트리아 등과 대응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피 렘케 독일 환경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집행위의 초안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 박용하 기자
美 콜로라도 최악의 산불...폭설+한파+정전 등 극한 상황
주택 1000여채 피해, 3명 실종...바이든 재난지역 선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콜로라도주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는 일로 2022년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콜로라도주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이번 산불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볼더카운티에서 발생해 최소 24㎢ 면적을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마을과 떨어진 숲에서 산불이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마을과 인접한 곳에서 산불이 시작되면서 피해가 컸다. 이 산불로 루이빌, 슈페리어 등 주민 3만4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주택 1000여 채가 불타고 수백채가 파손됐으며, 실종자도 3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콜로라도 볼더카운티에 폭설과 한파까지 몰아닥치면서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고통도 극에 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여기에 20cm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진데다 기온마저 영하 10도로 떨어지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했을 뿐 아니라 구조 작업, 실종자 수색 작업에도 어려움이 더해졌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전기, 가스 등도 모두 끊긴 상태로 적십자사 등에서 구호 물자를 나눠주고 있지만 복구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콜로라도주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 지역에서 몇 달간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뭄과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풍이 화재 규모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겨울에 이같은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콜로라도 기후센터의 피터 고블 연구원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파괴됨에 따라 눈이 더 빨리 녹고 초원과 숲은 불에 잘 탈 수 밖에 없어 더 크고 강한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발생한 콜로라도 산불. 이 산불로 주택 1000여채가 피해를 입었고, 3만40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전홍기혜 특파원
전 세계 쓰레기의 3분의 1을 만드는 산업
브라이튼 대학의 '웨이스트 하우스'는 폐자재를 90% 이상 사용해 지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지구에서 추출하는 원자재의 양은 1년에 약 1천억 톤에 달한다. 매년 에베레스트산의 3분의 2가 파괴되는 셈이다. 이렇게 추출한 원자재의 절반 가량이 건설에 사용된다.
건설 산업은 전 세계 쓰레기의 약 3분의 1을 만들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 이상이 이 산업에서 나온다. 반면 사람들이 크게 우려하는 항공 산업은 2~3%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자재를 소비하고 폐기할 때 나오는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 보니, 이 폐기물이 "인류세(인류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말하는 신조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 나온다.
미래의 고고학자들이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쓰레기로 된 지층을 파헤쳐야 할 정도다.
하지만 오늘날 한 번 만들고 버려지는 폐기물에는 유익하게 쓸 수 있는 보물들이 들어 있다. 휴대전화 1톤에는 최고 품질의 금광석 1톤보다 300배나 많은 금이 들어있다. 그리고 은과 백금, 팔라듐, 희토류도 상당량 들어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더 많은 채굴을 위해 지구에 구멍을 뚫게 만드는 물질들이다. 또한 전 세계에 설치된 케이블 수십억 개만 해도 최상급 구리 광석 1%보다 더 많은 구리를 재사용가능한 형태로 품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원자재를 얻으려고 지구를 파헤치는 것 대신, 이미 추출한 원자재를 재사용하면 어떨까? 우리의 건축 환경에 감춰져있던 자재들을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사용 대상은 콘크리트 및 나무에서 전자 폐기물 속 금속까지 광범위하다.
이탈리아에서 플라스틱 컵 '폐기물'이 버스 정류장 지붕으로 바뀌었다
사진 출처,FOLKE KOBBERLING/MARTIN KALTWASSER
로테르담 소재 건축 회사 "슈퍼유즈"는 2005년 자재 대부분에 건축 폐기물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현대식 주택 "빌라 웰펠루(Villa Welpeloo)"를 만들어, 새로운 건축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 건물에 사용된 자재는 오래된 직물 기계에서 가져온 강철과 손상된 산업용 케이블 감개에서 나온 목재 등 60%가 중고 자재였다.
2013년에는 영국의 건축가 던컨 베이커-브라운이 자재의 90% 이상을 폐자재를 써서 "브라이튼 웨이스트 하우스(Brighton Waste House)"를 지었다.
베이커-브라운은 중고 데님, 플라스틱 DVD 케이스, 버려진 칫솔 등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 벽면 단열재를 만들었다. 자전거의 낡은 튜브는 방음과 충격 흡수가 잘 되는 바닥 단열재가 됐다. 매립지로 가려던 약 10톤의 백색 연토질 토양은 흙다짐 공법으로 만든 벽이 됐고, 사무실에 있던 중고 카페트 타일은 외장재가 됐다.
베이커-브라운은 "웨이스트 하우스는 자재가 어디서 오고 어디서 그 생을 마감하는지를 생각케 하는 '살아있는' 연구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저서 "리-유즈 아틀라스(The Re-Use Atlas)"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건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그 원리를 브라이튼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는 폐기물을 "잘못된 장소에 있는 유용한 것"이라고 재정의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보통 "순환 경제"라고 불린다. 그런데 베이커-브라운은 더 놀라운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새로운 물질을 채굴하는 것보다, "인류세를 채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영국 왕립건축학회지에 게재한 글에서 "우리는 '도시 광부'가 되어, 과거에 만들어진 건물과 부품, 자재 공급원을 재사용해야 한다"고 썼다.
베이커-브라운은 현재 영국 서섹스에서 "글린드본 오페라" 전시관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굴 껍질과 샴페인 코르크, 근처 벽돌공장에서 나온 불연소 벽돌 등의 폐기물을 활용하고 있다. 자칭 "미래를 위한 물질 저장소"라고 부르는 이 건축물의 자재 연결은 접착제가 아닌 볼트로 하는 등 향후 해체가 용이한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건물을 설계하는 아이디어에는 "해체를 위한 설계"라고 불린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1만7000명의 선수단의 임시 숙소를 건설했다. 이 건물은 설계 당시부터 향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속 가능 주택으로 개조될 계획이었다. 그래서 모든 층의 칸막이 벽 등이 쉽게 구성을 바꿀 수 있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류세를 채굴하려는 이들은 보통 해체 또는 재건축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은 기존의 건물을 재활용해야 한다. 네덜란드 기업인 "마우어 유나이티드 아키텍트(Maurer United Architects)"는 125채의 새로운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이를 보여줬다. 이 기업은 건축에 들어가는 자재 90%를 네덜란드 케르크라더에 있는 "슈퍼로컬 에스테이트(Superlocal Estate)"의 오래된 아파트들로부터 가져와 재활용했다.
오래된 건물에서 잘라낸 거대한 콘크리트 바닥은 새로운 집을 위한 골조가 됐다. 남은 콘크리트는 재사용을 위해 현장에서 분쇄됐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마크 마우어는 이를 "똑똑한 해체"라고 불렀다.
사진 설명, 브라이튼 대학의 '웨이스트 하우스'는 폐자재를 90% 이상 사용해 지어졌다
미래의 건설을 위해 인류세를 성공적으로 채굴하기 위한 열쇠가 있다. 형태상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기존 자재의 재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의 건축학과 교수인 폴케 쾨벨링은 수년간 자재의 재사용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는 "기존에 발견된 자재를 재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자재를 다루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재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발견된 자재들이 매우 유연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사용하려고 노력하죠." 그와 그의 동료 마틴 칼트와서가 2008년 영국 케임브리지 외곽의 "위싱아트센터"에 지은 원형 극장이 한 예다.
대부분 지역 건설 현장에서 획득한 400개의 나무 팔레트를 사용했고, 오래된 온실에서 가져온 유리로 창문을 냈다. 바닥에 사용된 티크 나무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버려진 선반에서 가져왔다. 이 건물을 짓는 데 총 5000 유로가 들었다.
건물은 2년간 예술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이후 다른 곳에서 재사용되기 위해 분해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아직도 튼튼하다. 쾨벨링은 버려진 생 양털이 벽면 단열재가 되면서 오염 물질 필터 역할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베를린 마라톤에서 버려진 수천 개의 플라스틱 병과 컵을 버스 정류장 지붕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재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하는 것이 "폐기물"을 새로운 건설 자재로 재창조하는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뤼셀에 있는 디자인 회사 "로터"는 건축가들이 건축 자재를 보다 쉽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기우트는 "우리는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기존 제품을 유지하고 관리해 부가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터는 유럽 전역의 다른 회사들과 협력해 온라인 디렉토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온라인 디렉토리에는 지금까지 1000곳(당초 목표는 1500곳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지체되고 있다)이 넘는 전문 철거 업자와 제휴 업체가 가입했다. 이와 함께 철거나 재개발이 예정된 건물에 있는 자재와 제품의 재사용 가능성을 기업들이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도구도 만들고 있다.
니야자흐메드 샤이크가 인도에 있는 자신의 공장에서 고철로 만든 전선 뭉치를 들여다 보고 있다.(Credit: Sam Panthaky/Getty Images)
벨라스톡의 59층짜리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개조도 인류세 채굴의 또 다른 예이다. 건물 전면과 내부의 콘크리트, 유리, 철을 새로운 층과 공간을 만드는 데 활용해, 철거로 인한 낭비를 없애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타워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다.
벨라스톡의 재사용 기술 부문 이사이자 몽파르나스 타워 재건축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틸드 빌렛은 재사용의 광범위한 확대의 주요 장애물은 실제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건물과 관련해 내재된 사람들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인식 고취와 교육, 회의, 간단하게 말하는 것 등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도시를 재사용하기 좋은 물질들이 보관된 은행이라고 상상해야 합니다.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의 민첩성과 의지가 필요할 뿐이죠."
기우트는 기존 재료를 재사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련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이 일은 노동집약적입니다. 대리석 평판 가장자리를 청소하고, 타일에서 회반죽을 제거하고, 오래된 전기 기구의 전선을 다시 연결하고, 모든 자재를 기록하는 것 등이죠."
빌렛이 말하는 인류세 채굴의 기저 원칙은 고대의 관행과도 일치한다. 말리와 같은 국가에서는 한 때 오래된 건물의 돌을 수 세기 동안 재사용하거나 큰 흙조 건물을 지속적으로 재건축했다
그는 "재사용은 조상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하우는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 있지만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건축 수단과 관련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보다 검소한 건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는 "이는 건축물이 세워지는 곳에서 나온 자재를 사용해 건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 클럽"이 2020년 EU 5개국을 분석한 결과,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10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3분의 2로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서 수십억 톤의 새로운 원료를 계속 파내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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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밀러 BBC Future
프랑스, 과일·채소 플라스틱 포장 금지 시행
프랑스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컵, 식기 도구와 폴리스티렌 포장 박스 사용을 금지했다.
2022년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선 대다수 과일과 채소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된다. 오이, 레몬, 오렌지 등 30개 품목 과일과 채소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된다. 잘라서 판매하거나 가공을 거친 품목은 이번 금지 목록에서 제외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금지안이 "진짜 혁명"이라며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단 프랑스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과일과 야채 품목 가운데 약 1/3은 플라스틱에 포장돼 판매된다. 정부 당국은 이번 금지안으로 매년 10억 개 이상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를 멈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프랑스 환경부는 새로운 금지안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프랑스가 "충격적일 정도로 많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금지안이 "버리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대체재 사용을 늘리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지안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산업 분야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단 마크롱 정부 장기계획의 일환이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컵, 식기 도구와 폴리스티렌 포장 박스 사용을 금지했다. 2022년 하반기부턴 플라스틱병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 운영기관은 식수대를 설치해야 한다. 또, 출판물들은 플라스틱 포장을 해선 안 되며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플라스틱 장난감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업계 주요 인사들은 금지안이 도입되는 속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필립 비나드 유럽 신선 농산물 협회장은 "갑작스러운 플라스틱 포장 금지 도입은 충분한 시험 기간을 거치지 않아 대체재 검증과 포장재 처리에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최근 글래스고 COP26 회의 이후, 프랑스 외에도 여러 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금지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초, 스페인은 2023년부터 과일과 채소의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할 것이며 그전까지 기업들이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마크롱 정부는 이번 플라스틱 포장 금지안과 함께 여러 환경 규제안을 소개했다. 자동차 광고에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그린 대안'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제가 이 중 하나다.
코로나19 2년, 우리가 알게 된 5가지 사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 지 2년이 흘렀다.
2019년 12월 31일 이후,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했다. 일하는 방식부터 의료 치료법 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코로나19 사태 2년, 우리가 알게 된 5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팬데믹 이전 가장 빠르게 나온 백신은 개발하는 데 4년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첫 백신은 개발에 11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1. mRNA 백신은 효과가 있으며 매우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연구진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만드는 일에 돌입했다.
일부 제약 회사는 인간용으로는 승인된 적 없는 백신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는 mRNA를 이용해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다. 또한 유사 기술을 사용하는 새 치료법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이 과정은 mRNA라고 하는 작은 유전 코드 조각을 지방으로 코팅해서 이뤄진다. 이 조각은 세포로 흡수될 수 있는데, 세포는 이 유전 코드 조각을 새 물질을 생산하는 일련의 지침처럼 활용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mRNA는 세포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작은 일부분을 생성하라고 지시한다. 이는 해롭지는 않지만, 인체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인지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실제로 감염되면 진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mRNA는 많은 다른 방법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으로 HIV, 독감, 지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백신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신체의 면역 체계를 훈련시킨다. 이 외에도 낭포성 섬유증을 가진 사람들의 세포에서 빠진 단백질을 생성하거나, 신경계 공격을 멈추도록 신체의 방어 체계를 가르치는 데 이용 가능하다.
mRNA 치료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진행돼 왔지만, 백신의 실제 효과가 검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성공은 수백만 명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각종 연구에 힘을 실어줬다.
2. 코로나19는 예상보다 훨씬 더 쉽게 공기를 타고 퍼진다
여러 국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발생 약 4개월 정도 후에 트위터를 통해 "팩트: #코로나19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WHO의 전문가들도 사람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았다. 마이클 라이언 WHO 비상대책국장이 "대중의 마스크 착용에 특별한 이점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한 게 일례다. 마리아 반 케르코브 WHO 기술팀장도 "본인이 아프지 않는 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발병 이후 나타난 현상은 이들의 관점을 바꿨다. WHO는 이제 "마스크 착용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일부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짧은 시간, 공기 중에 떠 있는 큰 타액이나 점액으로만 전염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점차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이제 "에어로졸(aerosols 기체 중에 있는 매우 미세한 물질)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입자는 훨씬 더 오랫동안 공기 중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WHO는 이제 '에어로졸(aerosols 기체 중에 있는 매우 미세한 물질)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흡입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은 사설란을 통해 "근거리에서는 (감염자의) 타액이나 점액이 눈, 콧구멍, 입술로 날아오는 것보다는 흡입을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밝혔다.
저널은 또 "표면 접촉으로 인한 SARS-CoV-2(코로나19 학명) 전염은 이제 비교적 적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감염자가 있던 공간에서 2m 이상 떨어져 있었는데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감염자가 몇 분 혹은 몇 시간 전에 있었던 공간에 있었던 사람이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USC 켁 의과대학 분자미생물학 및 면역학 석좌교수인 폴라 캐넌은 "2020년 3월엔 사람들이 내게 전화를 걸어 캔 음식을 표백제에 얼마나 담가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 묻곤 했다. 모두가 극도로 경계하고 편집증적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는 그 이후로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공간의 공기 중 바이러스(마스크 미착용자가 말하거나 노래하거나 단순히 숨을 쉴 때도 방출됨)가 대부분의 전염 원인이 되고, 실내 바와 레스토랑이 감염에 위험한 곳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손 씻기나 물건 표면 청소도 좋은 습관이지만, 이제는 마스크 착용과 환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3. 팬데믹으로 시작된 재택 근무, 판도를 바꾸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영상 통화가 활성화됐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이 기간 영상 통화가 활성화됐다.
이제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거대 소셜 미디어 회사인 트위터는 2020년 5월 "트위터 직원들은 이제 영원히 집에서 일할 수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그게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단,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역할과 상황"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페이스북도 올해 초 비슷한 발표를 했다.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거대 기술기업들만이 아니다.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리서치(Enterprise Technology Research)가 1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는 전 세계 상시 재택근로자 비율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많은 근로자가 원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보스턴컨설팅은 190개국 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89%의 사람들이 당분간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 전 31%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여기엔 육체노동과 제조업 등에 종사해도 최소 일부 업무는 집에서 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저임금 고위험 근로자들에게 탄력적으로 일할 기회는 더 제한적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4. 팬데믹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줬다.
가장 취약한 사람
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코로나19
세계는 원래 불평등한 곳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불평등을 더 악화시켰다.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영국 최빈곤 지역에서는 11.4%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반면, 빈곤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는 7.4%로 그 비율이 더 낮았다. 연구진은 또한 소수민족집단도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히스패닉과 흑인의 인구 비율이 각각 29%, 22%지만, 코로나19 사망률은 34%, 28%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 히스패닉 흑인 환자들이 비 히스패닉 백인 환자들에 비해 입원할 확률이 2.7배 높았다.
나라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백신 접종률은 나라별로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상위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약 70%에 달하지만, 하위 소득 국가로 가면 4%로 떨어진다. 소득이 중하위권인 국가에서도 그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각 의료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부스터샷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저개발국가 백신 접종을 더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 코로나19 위기가 어떻게 끝날지, 아니 종식이 될지 알 수 없다.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집단 면역'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생기면, 바이러스 위협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단면역은 점점 더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면역체계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많은 국가가 부스터샷을 도입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위트바테르스란드 대학 보건학부 샤비르아 마디 학장의 설명에 따르면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 면역반응은 약 6~9개월 동안 지속된다. 백신은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좋은 백신도 코로나19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하는 듯 보인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피사비오 연구소의 살바도르 페이로 박사는 BBC 문도(스페인어)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으로 전염이 줄더라도 집단 면역 개념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빠르게 변이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일부는 전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고 백신 효과도 떨어뜨린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아마도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는 일부가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보건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일상 회복 정책을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감염률이 낮은 나라도 부스터 샷을 접종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뉴질랜드나 홍콩처럼, 코로나19 감염률이 낮은 곳은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엄격한 검역과 여행 제한을 이어나가거나, 아니면 문을 열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피터 볼 BBC 월드 서비스
국내 금융기관 67% 탈석탄 선언만”…‘시늉’도 안한 기관은 어디?
지난해 6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건물 앞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주인 (주)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석탄을 넘어서’ 제공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70%가 탈석탄 선언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한 기관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석탄 선언을 한 금융기관 대다수가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약속하는 데 그쳤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은 4일 이러한 내용의 ‘국내 100대 금융기관 기후변화 정책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금융기관 100개 중 70개 기관이 탈석탄 선언을 했고 이중 67개 기관이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 정책을 수립했다. 이미 국내외에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기후·환경단체는 이러한 정책이 공허하다고 비판해왔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기조에 발맞춰 금융기관에서도 탈석탄 선언이 쏟아졌지만 실현 방안은 미흡한 셈이다.
지난해 탈석탄 선언조차 없던 30곳엔 흥국생명, 메리츠화재, 수협은행, IBK자산운용, 대신증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기관은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포함한 탈석탄 정책이나 탄소감축 전략을 따로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 이외의 정책을 세운 국내 금융기관은 에스씨(SC)제일은행, 미래에셋, 삼성화재 등이다. 에스씨제일은행의 경우, 2030년까지 기업 매출의 석탄발전 의존도가 5% 이상인 기업은 고객사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미래에셋 증권은 기업 매출의 30% 이상이 석탄발전에서 오거나 25% 이상이 석탄채굴에서 오는 기업에 대해 투자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은 투자 유의 영역으로 설정했다. 삼성화재는 기업 매출의 30% 이상이 석탄발전에서 올 경우 투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 기관도 역부족이라고 기후솔루션은 평가했다. 에스씨제일은행의 경우 2030년 이전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기준이 모호하고, 미래에셋은 투자를 검토하거나 유의하겠다고 표현해 중단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해당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비교적 탈석탄 정책이 구체적이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긴 어렵다”며 “한국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정책이 전반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적 금융기관의 탄소감축 정책은 민간 영역보다 더 소극적이라고 평가됐다. 공적 금융기관 가운데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구체적인 탄소감축 계획을 제시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하는 데 그쳤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금융기관과 달리 해외 금융기관들은 공격적으로 탄소감축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보험사 악사(AXA)는 전체 매출 중 30% 이상이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기업을 ‘석탄 기업’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기업에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2030년까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도 석탄 투자를 회수하고, 2040년까지는 이외 국가들에서도 석탄 투자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핵클럽 5개국,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
NPT, 핵확산금지조약이 공인하는 핵보유국,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다섯 개 나라입니다. 핵 클럽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이 나라 정상들이 핵전쟁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리포트] 5년 마다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 NPT 회의가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연기돼왔습니다. 핵클럽 5개 나라 정상들은 현지시각 오늘(4일) 열릴 예정이었던 뉴욕 회의가 또 연기되자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성명은 우선 핵전쟁 방지와 위험을 낮추는 일은 핵 보유국의 책임이라고 밝히고 승자가 있을 수 없는 핵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핵무기의 사용은 전쟁을 예방하는 방어적 목적이어야 하며 핵무기의 추가적 확산은 예방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공동성명은 우크라이나와 타이완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마 자오쉬/중국 외교부 부부장 : "이는 핵전쟁을 막기 위한 5개국의 정치적 의지입니다. 그리고 세계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핵 분쟁의 위험을 줄이자는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핵전쟁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는 문구는 1985년 미국과 소련 정상회담 때 나왔던 것으로 핵클럽 5개 나라가 이 문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NPT 성명이 주로 핵무기를 별도로 개발하는 북한과 이란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 성명은 5개 핵보유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입니다./파리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유권자 질문에 답한 대선 후보 4명 정책공약 총정리 no.1
①기후위기로 삶이 바뀌었다
각 당 후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기후위기 대응 철학 총론
—녹색성장의 개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울러 기후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이재명 “지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환경을 보전하며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허울 좋은 선언으로 그쳤고, 실제로는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에만 치중해 오히려 환경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목표로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전반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특히 온실가스 배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에너지 대전환을 통해 국가 성장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제1공약으로 발표한 ‘전환적 공정성장’이 바로 전환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고, 공정성 확보로 성장의 토대를 재구축하는 전략이다. 신속한 산업전환과 재편, 새로운 투자기회 보장, 미래신산업 발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지속성장의 기회를 만들 것이며, 이러한 성장곡선을 우상향으로 전환시키는 핵심이 바로 기후·에너지 분야이다. 빈곤과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올 기후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체제로의 발빠른 전환이 시급하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꼼꼼한 지원을 통해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에너지 복지와 정의로운 전환 지원체계 등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윤석열 “녹색성장은 환경 분야에 기술혁신을 통해 녹색 신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녹색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산업 구조는 물론 삶의 양식까지 저탄소형으로 전환하는 국가 발전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불평등은 같은 세대 내에서는 물론, 현 세대와 미래 세대와의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세대 내에서 기후불평등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지역 또는 사람과 피해(또는 이익)를 입는(얻는) 지역 또는 사람이 다른 경우에 발생한다. 에너지 전환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 등으로 바꾸는 과정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한다. 반면에 세대간 기후불평등은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현 세대에서 덜 하는 경우 미래 세대에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이나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적용해 지원할 것이다. 실태를 파악해 재교육, 재취업 및 전직 등을 지원하거나 생활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한,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을 ‘특별지구’로 지정해 재정·금융 지원 등을 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하면서 기후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게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 현존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성(risk) 분석해 홍수재난방지를 위한 수방대책을 단계적으로 하는 등 각 부문별로 기후변화 적응사업을 추진하겠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이해 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근간으로 하는 탄소중립 추진방안을 마련해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쳐서 마련하겠다.”
심상정 “녹색성장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녹색성장을 처음 도입한 이명박 정부 이후 원래 의미가 매우 퇴색되었다. 특히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는 경제성장과 환경 문제가 충돌하면 경제성장을 우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사실상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성장을 하겠다고 표방했지만,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건사업 추진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증가했고, 미세먼지,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등도 줄어들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녹색성장이 더 이상 긍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될 때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에 ‘녹색성장’을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식 녹색성장을 계승하겠다는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법안은 녹색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등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온실가스를 극적으로 감축시켜야 하는 이때, 단순히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녹색기술을 장려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4대강 사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도 4대강 살리기는 녹색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된 완성체라고 홍보했었다.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진 녹색성장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신기술과 디지털을 접목한 녹색기술 등 첨단기술 등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결국 대기업 중심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서 꾸준히 경제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을 말할 때가 아니다. 잠시 멈추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녹색성장의 개념은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후불평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소득기반으로 인한 불평등은 임금과 자산소득의 불평등 해결 문제와 연계된다. 그리고 폭염과 한파와 관련해서는 야외 건설 노동자와 농어민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농어민은 농작물 북방한계선의 변화(인천에서 귤 재배), 열대어종의 증가로 인해서 양식업의 피해, 해수면 상승에 의한 연안지역 지역주민, 극한기후에서는 상습침수지역의 주민 등 그 피해의 규모와 형태는 다양하다. 그리고 에너지전환과정에서 산업구조를 당하는 노동자(석탄발전소 노동자), 내연기관차의 전기화는 자동차업계의 노동자 등이 피해를 본다. 2013~2018년 소득 계층별 만명당 온열질환 발생률은 저소득층(의료급여 수급자) 13.8명, 고소득층(상위 5분위) 4.8명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저소득층 만명당 2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고소득층에서는 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기후불평등은 지역 특성에 맞는 취약성 평가를 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진행할 수 있도록, 환경부(자연생태 변화 대응), 산업부(발전분야), 보건복지부(말라리아 질환대응), 농림부(식량안보대응), 해양수산부(어종변화, 연안대응), 국토부(폭풍에 의한 취약지역, 하천관리 등) 등이 종합대책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폭염 사례의 경우 심상정 후보는 2012년부터 기상청 등에 폭염 지수를 개발하도록 하고, 지수에 따라 산업현장의 조처, 농어민에 대한 문자 서비스 등 맞춤형 형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왔다. 현재까지 노동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의 폭염대책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산업구조의 전환은 노동자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위축으로 연계된다. 저탄소도시에 대한 지원, 기후적응기금의 정의로운 전환 등에 우선 배정해야한다. 2022년 기후적응기금에 정의로운 전환 기금이 매우 적게 배정됐다. 이에 대한 부문을 전면 수정할 것이다.”
안철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綠色成長, green growth)과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Green New Deal)은 온실가스의 배출과 환경 파괴를 줄이는 동시에 관련산업 육성을 통해서 경제성장을 일구는 동일한 문제의식으로 평가한다. 환경파괴를 막고 친환경적인 자원과 기술을 이용하는 녹색성장과 그린뉴딜의 문제의식과 방향에 동의하지만 탈원전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차이가 존재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재해와 재난은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것이 현실이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원전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믹스’(전력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하는지 나타내는 비율)를 통해서 근본적 접근을 하려한다.”
기후위기 대응 정부 역할 총론
—기후위기 대응에 중앙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요구되면서 관련 예산과 행정 업무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지금보다 더욱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후보의 생각은 어떤가?
이재명 “기후위기는 국가와 국민 생존의 문제이므로 범국가 차원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한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그 이행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여겨진다. 현재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 걸쳐 탄소중립 관련 정책들이 준비, 집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사업들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대전환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윤석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산업 구조에서 삶의 양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가 발생하지 않게 지원을 하는 등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이 다양하다.”
심상정 “기후위기 전환의 시대에는 시장과 정부, 시민사회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전환의 시대는 새로운 가치, 기후정의라는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경우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혁신 투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외국계 자본에 의해 침식되면 전기의 공공성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한국전력을 재생에너지공사로 재편하는 등의 조처를 통해 혁신 투자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행, 산업은행, 국민연금공단 등 금융 부문에 녹색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 지침을 만드는 설계자로의 역할을 정부가 수행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의한 취약성은 중앙정부의 역할보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특성(농업지역, 산업지역, 연안지역 등)에 맞는 기후대응을 수립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철수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후위기법’을 제정하고, ‘국가기후위원회’를 설치에 탄소중립에 선제적이고 책임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기타 에너지의 ‘에너지 믹스’ 전략으로 ‘국가에너지 전략’을 세워 나가겠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재의 전력시스템을 개선하여 △탄소중립 △에너지주권 △경제성장 세 마리 토끼를 잡아 미래세대와의 약속인 2050 탄소중립을 이루겠다. ‘큰 정부’, ‘작은 정부’의 논쟁보다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유능한 정부가 중요하다.”
—일부 후보들 사이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거론된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만약 기후위기 관련 독립 부처를 구상한다면, 구체적인 청사진은 무엇인가.
이재명 “(경선 때 신설을 공약한) 기후에너지부는 산업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에너지 관련 업무를 하나로 묶고, 중장기 국가목표인 2050 탄소중립(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이행과 점검을 총괄하며, 핵심 과제인 ‘에너지고속도로’의 건설·유지를 포함한 에너지 대전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다.”
윤석열 “업무를 분산해 추진함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통합하는 것도 가능하나 유관 업무와의 효율성 문제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심상정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부처를 개편할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부와 자연 생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환경부처럼 이원화된 구조로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심상정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제1 국정과제로 다루기 위해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한다. 기본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산업실과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이 밖에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이 있는 폐기물·교통·건축·자원 등의 부처를 기후에너지부로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녹색교통·자원순환정책·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총괄하도록 할 것이다.”
안철수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해 산업과 에너지의 융합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효과를 극대화 해나가겠다. 산자부 2차관 산하의 원전 정책에는 별도로 차관보급 책임자를 임명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반대한다. 기후와 에너지 분야는 규제와 산업진흥이라는 상반된 영역이다. 심판과 선수가 한곳에 모이면 시너지가 나기는커녕 견제와 균형을 잃을 수 있다. 영국은 2007년 에너지기후부를 설립했다가 2016년 폐지하고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로 재편했고,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업무를 환경부에서 경제에너지부로 이관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현 정부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이를 강화 또는 보완할 계획은 있다면 말씀해달라.
이재명 “우리나라는 지난 ‘당사국 총회(COP26)’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안으로 제출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각 분야의 감축 계획을 바탕으로 탄소중립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합의된 안이다. 그러나 해당 감축 계획이 탄소중립 경로에 실질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0% 이상의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 노력에 우리도 적극 동참해야 하며,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준수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준수하되, 현 정부가 짜 놓은 감축 시나리오는 받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도, 산업계의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는 생략했으며, 소요 비용이나 부담 주체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확정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는 것’과 같고, 현실적으로도 실천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므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근간으로 한 탄소에너지 믹스 방안을 새롭게 만들어 에너지를 청정전력화 하겠다.”
심상정 “정부의 목표는 2018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7.28억톤 가운데 40%인 2.91억톤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2030년에는 4.37억톤을 배출하게 된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에 요구했던 감축량은 2010년의 45%로 이에 따르면 2030년에 3.61억톤을 배출하게 된다. 국제 사회가 요구한 양에서 7600만톤 모자라는 양이다. 국제사회의 권고 기준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2030년 감축목표이므로, 정부의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감축경로를 완전히 벗어난다고 판단한다. 이에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 이는 2030년에 3.28억톤을 배출하겠다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요구한 목표보다 조금 더 강화된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만 2030년까지 중단해도 3.28억톤의 62%인 2.04억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2018년 기준 경유차에서 내뿜은 온실가스가 0.57억톤으로 상용차를 제외한 모든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휘발유차를 전기차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며, 자가용 이용억제 및 운행거리 감축 등의 정책을 함께 시행하면 수송 부문에서도 상당량을 감축할 수 있다. 달성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안철수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 없이 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올렸다. 산업계에서도 불가능하며, 무리한 수치로 판단하고 있다.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의 길로 가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고, 이 목표를 변경할 계획은 있으신가?
이재명 “탄소중립 목표(LEDS) 또한 2050년을 목표로 삼되 달성 시기는 2040년까지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는 ‘얼마나 감축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감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하고 전폭적인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철저한 이행 계획과 점검을 통해 감축 효과를 높여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겠다는 정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 최대한 실질적인 감축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윤석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포함하여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로드맵을 수립하여 추진하겠다.”
심상정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후퇴해서는 안 되는 목표이고 가능하다면 탄소중립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탄소배출량이 계속 늘기만 했는데 2030년까지 매년 7% 이상 줄여나가고 이 경험을 통해 탈탄소를 더 가속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2030년까지 50%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면, 5년마다 세우는 계획을 조정하면서 2050 탄소중립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철수 “2030년까지 폐쇄 예정인 원자력 발전소 11기를 안전점검 후 계속 가동하고,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 4호기를 완성해서 가동할 경우,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2030년 전원구성에 따른 탄소 배출량’에서 분석했다. 이에 동의한다. 원자력발전 정상화와 산업경쟁력,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수준에 따라 재조정하겠다.”
석탄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가. 연도와 방법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이재명 “(탈석탄)‘IPCC 6차 보고서’에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2021~2040년 안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 시기도 당기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에 맞춰 탈탄소 시점도 현재보다 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전환지원법이 제정되면 석탄발전소를 조기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탈 석탄 시점을 보다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석열 “석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연료이므로 기후위기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기 위한 탈석탄 대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 하지만 폐쇄 시기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문제와 함께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확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것이다.”
심상정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는 2030년에 폐쇄하는 것을 공약한다. 신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가동 뒤 10년도 안 되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 손실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서나 중장기적인 경제성을 따져보더라도 바람직하다. 국제적인 외교 관계에서도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도 수명 연장없이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안철수 “△수명을 다한 석탄발전 즉각 폐쇄 △착공하지 않은 석탄발전소 전면 재검토 △운영되고 있는 석탄발전에 대해 ‘고효율 제로 배기가스(Zero-emission) 장비 설치 의무화를 하겠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후보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 역시 연도와 방법 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이재명 “해상풍력,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그린수소발전소 등 미래형 에너지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력망 접속보장, 우선구매제도, 재생에너지 구매가격의 안정성 보장과 원스톱 샵 등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해 사업비 부담을 경감해 재생에너지 사업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탄소중립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지역주민과 국민들이 협동조합이나 펀드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에 직접 참여해 ‘햇빛연금’, ‘바람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급속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재생에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 이 과정에서 전력망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 2030년 중반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선 정도로 확충할 수 있도록 한국에 적합한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설비(BIPV), 디지털 기술인 AI(ICT)와 에너지 융합 사업, 에너지 수용성 개선을 위한 행정절차 간소화와 세제 지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수용성을 존중해 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하겠다. 대규모 단지 개발은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재생에너지 변동성 문제 해결 방안을 포함한 발전원가 개념을 도입해 선별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 반면 지역과 주민 상생 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우선 확대하겠다.”
심상정 “현재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 2020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가 전기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도 되지 않는다. 태양광 17.3GW, 풍력 1.6GW로 모두 합쳐도 20GW도 되지 않는 초라한 실정이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20GW이상 설치해 18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보하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50%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전력자급률이 떨어지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증설해 지역간 불평등을 해소할 계획이다. 또한 태양광 발전기와 배터리가 가전제품의 하나처럼 보급될 수 있도록 1가구 1태양광을 공약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3대 전략은 아래와 같다.
1) 전체 재생에너지의 절반은 공공이 중심이 되는 대형 발전 투자 :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종합적 책임 △한전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 △녹색채권 등 공적재원 활용 및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민간펀드 활용
2) 30%는 지역별 중형급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 : △지역에너지전환 공사를 광역단위에 설치해 운영 및 관리 △전국 곳곳에 중소규모 발전시설 분산. 국공립 학교부지나 공공주차장, 도로나 철로 주변 등 공유공간 우선 활용 △일정 규모 이상의 태양광과 풍력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주민의 동의와 참여 의무화 △태양광은 최대 50%, 풍력은 30%까지 지역주민의 지분투자를 보장해주는 ‘지역공동체 재생에너지투자법’ 제정 △지역녹색전환기금을 조성해 주민들의 지분투자 지원
3) 20%는 모든 가정과 주택 태양발전소화 및 마을발전소 설치 : △1가구 1태양광 시대를 열기 위해 공동주택 및 마을발전소는 태양광 무상으로 설치, 배터리도 지원 △모든 신축건물의 태양광 설치 의무화, 기존 건축물도 단계적으로 설치 의무화 △태양광 모듈이나 배터리 등 소모된 재생에너지 자원을 다시 사용하고 순환시키기 위한 산업과 시설 지원 △생산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정부의 설치비용이 상쇄할 때까지 무상으로 판매. 이후에는 남은 전력을 유상으로 판매하여 이익 창출, 장학사업과 빈곤층에 대한 복지 확대에 사용 △농어촌에서 협동조합 등을 통해 마을발전소를 설립한 경우 그 수익금은 마을공동기금으로 활용
안철수 “재생에너지 비율 중에서 태양열발전 외 풍력, 연료전지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 태양광 10%+풍력 10%+연료전지 15% 구성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과학적으로 다시 측정하고 여기에 기술 수준을 감안해 이를 기준으로 최선의 구성비를 지속적으로 찾아나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연료전지, 양수발전, SRF(고형폐기물열병합발전), 에너지하베스팅, 조력, 바이오, 수소발전 등 다양한 기술개발로 확대해 나가겠다.”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가? 아울러 기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처리 방법으로 구상하고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재명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가동 중인 원전은 사용기한 내에 안전하게 사용, 수명이 만료된 원전은 폐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 없고,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은 2030년 이내(월성 2022년) 곧 포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총량에 따른 처분계획 및 안전관리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윤석열 “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바로 추진하고, 후속 원전 건설 추진 여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정하겠다.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이 결정되면, 현 정부에 의해 취소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을 대상으로 주민 의사를 물어, 주민 선호도가 높은 곳에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 만약 두 곳 다 불수용 의사가 다수일 경우, 원전 입지로 적합한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 의사를 물어 추진하겠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은 불가피하다. 이런 측면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정부 때부터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며, 박근혜 정부 때 어렵게 마련한 제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제2차 기본계획(안)을 마련하고, 이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2차 기본계획은 큰 틀에서 타당하지만, 임시저장 문제, 일반 지하연구시설 문제, 대안기술 개발 문제 등 일부 사안은 원전 주변 지역주민과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어, 이들 사항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상정 “핵발전소 추가 건설은 반대한다. 핵발전은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2020년 1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균등화 발전비용(발전소 건설비, 운영비, 해체비 등을 포함하여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한 발전비용)을 비교했을 때 미국, 중국, 유럽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육상풍력 발전이 핵발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많은 국가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핵발전소의 탄소배출량도 재생에너지보다 많다. 10년이나 걸리는 건설 과정과 수명이 다한 후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와 우라늄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함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2008)에 따르면, 핵발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Lifecycle greenhouse gas emission: 건설-운영-폐쇄 등 모든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6 g/kWh로 태양광(32 g/kWh), 풍력(9.5 g/kWh)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핵발전은 사양산업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국가에서 탈원전을 선언했고, 그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투자는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이다. 사고위험과 핵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가하는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절대 될 수 없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20년 동안 8000억원을 투자하여 연구했고, 미국과 10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했으나 타당성에 대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핵발전은 70년이나 다 되어가는 에너지원인데 아직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임시저장시설을 핵발전소 부지 내에 추가 건설하는 등의 방법도 바람직하지 않다.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 발전소는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핵폐기물은 발생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고, 사용후핵연료는 직접처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안철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효율적 에너지를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까지 확보하겠다. 전문가들은 2050년 전기수요가 지금의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요를 충당하는 에너지를 확보하면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이 필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폐쇄 예정인 원전 11기를 정상 가동하고,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 3·4호기를 가동해야 2030년 40%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원전을 정상 가동하고, 신한울 3, 4호기 공사를 즉시 추진해 탄소 감축을 앞당기겠다.”
“한미 원자력협력을 강화해 평화적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 전체 장기 동의를 받겠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해 에너지도 확보하고, 핵폐기물도 95% 이상 감축 가능하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 대해 지원을 할 계획이 있으신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말씀해달라.
이재명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 하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은 지방에 대한 재정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석탄발전소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신산업 육성 및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등을 할 계획이다.”
윤석열 “발전소 인근 지역은 관련 법률을 개정해 지역주민이 발전소 입지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자리가 국민 누구에게나 가장 큰 복지이므로, 지역주민과 자녀가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고용 확대를 위한 사업 발굴, 시행을 확대하겠다. 또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시설과 교육시설을 확충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 확충에도 힘쓰겠다. 아울러 전기요금을 대폭 할인하는 것도 추진하겠다.”
심상정 “현재 발전소 인근 지역 지방자치단체에는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각종 지원금 등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용처를 둘러싸고 발전소 인접 주민들과 다소 멀리 떨어진 지역주민들 간의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원금 내역 역시 실제 지역주민들의 환경적인 피해나 후생복리에 쓰이기보다 일반적인 도로건설 등에 사용되어 지원금 사용처를 둘러싼 갈등 역시 적지 않다. 이에 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원금을 최대한 최인접 지역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 회계는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 또한 발전소로 인한 건강상, 재산상 피해에 대한 조사와 이주 등에 대해서도 지원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 원래 지원금의 목적이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탈탄소 정책 추진으로 인해 향후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고, 지역 경제가 발전소를 중심으로 종속되어 있는 지역이 적지 않다. 이에 화력발전소 폐쇄 이후에도 지역 경제에 피해가 없도록 ‘정의로운 지역 전환’을 위한 비용으로도 지원금이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철수 “현재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자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 사업자는 자기자금으로 지원사업’이 가능하다. 주민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각 지역별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보상안을 세우도록 하겠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피해보상을 실시하겠다.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피해지원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정하고, 원자력 관련 알앤디(R&D) 연구개발 사업, 미래원자력 핵심사업 등 국책사업을 진행하겠다.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즉시 추진해 지역경제를 다시 살리겠다. 사전 제작비 7790억 원, 기매입한 부지 51만평 등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겠다. 소형모듈원자로 특화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 경주에 소형모듈원자로 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해 수소모빌리티, 소형모듈원자로 제조·소부장 산업 연계로 ‘RE 100’(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약속) 국가산단을 조성하겠다.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 수소 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 산·학·연 원자력수소 공동연구를 위한 첨단원자력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그린수소 생산·실증단지 구축 및 국가산업단지 조성, 수소생산용 원전(HTGR) 수출 인프라 구축 및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발전시키겠다.”
일자리 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아울러 일자리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정책 대안은 어떤 게 있는지 알려달라.
이재명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다배출업종은 산업 축소와 일자리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해당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와 지역공동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평하고 정의로운 전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에 중앙 및 지역에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신산업 육성 및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이를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석열 “탄소중립은 당위의 목표로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국민과 기업의 역량과 준비태세가 다르고 부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례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사회적 건전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탄소중립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고 지원을 하겠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재교육, 재취업 및 전직 등을 지원하거나 생활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
심상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은 일자리, 일의 형태와 내용 등을 급격히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서 정부는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을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노동자나 취약계층 등은 전환 계획 수립과 이행 및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동자와 취약계층이 능동적 주체가 아닌 단순히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머문다면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 전환은 반드시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와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노동자, 사회적 약자, 지역사회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을 위한 기본법안을 제정할 것을 공약한다.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이 일하는 사람과 사회적 약자 등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취약 산업과 노동·지역·계층·젠더·세대에 대한 현황 파악, 영향평가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또한, 산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소득 감소 등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노동자 보호 및 재고용, 소득지원, 직업지도, 직업훈련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안철수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존 일자리 축소와 새로운 유형의 노동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 강화해야 한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온 사회적 안전망을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맞춰 고용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면서도 넓게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역의 대학을 미국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와 같이 평생교육 기관으로 활용해 일자리 재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취업 연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
—석탄화력발전, 자동차부품산업, 광물산업 등 대표 전환산업에 대한 지원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이재명 “석탄화력발전은 가스발전소나 그린수소발전소로 조기 전환하고, 자동차부품산업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전동화, 자율주행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석탄생산지역은 관광 및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지역재생을 유도하고, 생산 인프라는 남북한 협력을 통해 이차전지 핵심광물(흑연, 리튬, 니켈) 개발을 중심으로 전환을 촉진하겠다.”
윤석열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 또는 업종을 ‘공정한 전환 특별지구 또는 업종’으로 지정해 알앤디(R&D) 지원, 재정 및 금융 지원 등을 하여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하면서 기후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심상정 “녹색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정책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당장 해당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로 나타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령, 직종에 따라 다양한 편차가 나타난다. 또한 발전소 인근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지역경제 전체로 파급되어 갈 것이다. 따라서 당장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계획을 통해 피해 범위를 산정하고, 이에 따라 지원 범위와 규모를 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후 필요시 해당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이들 지역을 녹색투자 우선지역으로 선정하고 일자리 보장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지역경제 붕괴를 방지하는 일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신설해 관련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철수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해 이를 허용하고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즉 국가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뒤에서 밀어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산업이 전환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산업분야에 대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설득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농어촌 기후변화
—농어민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한겨레>가 만난 농어민들은 작물 및 어종 전환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들을 지원하는 예산 확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고, 지원 대책으로는 어떤 방안을 구상하고 있나?
이재명 “지난 30년 동안 기후변화(온난화)로 제주 한라봉이 전북 김제로, 경북 청도의 복숭아가 경기 파주로, 대구의 사과는 경기 포천으로, 전남 곡성의 멜론은 강원 양구로 농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물 부족(만년설·저수지 부족) △농지·주거지 침수 또는 사막화 확대 △현 종자 무용지물 상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미리 대책을 하나하나 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탄소중립형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저탄소농법 △토양탄소저장 확대 △친환경농업 실천 △생물다양성 증진 △동물복지·친환경 축산 정책을 활성화하고 실천을 독려하기 위하여 친환경직불금, 경축순환직불금과 산림생태계 서비스지불금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저탄소농산물 인증제를 개선하고 저탄소농산물 구입시 그린포인트를 적립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논 농업부터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탄소저감형 친환경농업 생산단지를 조성해 환경과 조화되는 지역자원 기반의 경축순환농업과 동물복지·생태축산을 활성화하고 가축분뇨 에너지화를 확대하는 한편, 화학비료 감축과 가축분뇨의 퇴비·액비 중심의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 또한, 축산기업들의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좀 더 부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상기후 대응 재해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재해보험을 대폭 강화해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대체작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농촌진흥청과 수산과학원에서 일부 진행 중), 품목별 병·해충이나 가축 종류별 질병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피해 농어민들을 위해서는 재해보험의 대상 품목과 보상범위, 보상률을 확대하고 복구비 지원 단가도 올려 기후위기로 피해 보는 농민의 아픔과 함께할 것이다.”
윤석열 “최근 태풍, 게릴라성 집중호우, 태풍, 폭염, 열파 등 기후위기로 자연재해는 물론 해수온도와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어서 농산어촌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업은 재배적지와 품종이 바뀌고 있고, 수산도 양식지역 및 어획시기와 어종이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장기화하면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식량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농업 예산의 비중은 2005년 5.9%에서 2022년 2.8%로 매년 감소하는 등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2022년 정부의 탄소중립 예산(12조원)에서 농업 부문의 비중은 0.15%(183억원)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농업부문 예산이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있어서 식량주권의 중요성, 농어가인구 비중, 농림해양수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에 걸맞게 농림해양수산 예산의 비중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화해야 한다. 스마트·디지털 농어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양식산업 첨단화로 자연재해와 기후불안정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농산물과 어종의 변화에 따른 품종과 어종의 개발과 보급, 병해충관리, 다모작 기술, 밭 농업 기계화·지능화, 디지털농업(AI, 빅데이터) 활성화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산물과 수산물의 생산을 높임과 동시에 안정화시켜 농어업의 지속적 성장을 통해 농어민 소득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지키겠다. 기후변화시대 농어업의 기술개발과 보급, 지도 기능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집약적 생산을 통한 생산증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농산물과 수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첫째, 최근 기후위기와 빈번한 자연재해에 의한 농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작물과 수산물 재해보험에 대상 작목과 어종을 늘리고, 재해보험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 둘째, 기후 온난화로 한반도에 재배할 수 있는 농산물과 어종이 변화하고 있다. 농어민들이 기후변화에 맞는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하도록 사전에 품종과 어종,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과 지도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농어업의 기초통계 정비와 기후위기에 대한 농어민의 교육과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교육의 방향은 첫째, 기후위기에 대한 현장중심의 농어민 교육이 되어야 한다. 탁상공론식의 교육에서 벗어나 농어민이 중심이 된 현장 학습과 실천을 이끄는 기후변화 교육을 실시하겠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를 농어촌 현장에서 실시해 농어민과 직접 소통하고 실사구시적인 농정을 추진하겠다. 둘째, 우리의 미래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기후교육이 필요하다. 미래세대는 기후변화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지금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이해와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래 기후위기를 이해시켜주고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동참하게 하는 기후위기 대응 국민교육운동이 필요하다.”
심상정 “농어민 기본소득으로 월 30만원을 지급할 것을 공약한다. 이를 시작으로 농어촌과 도시지역 간의 소득격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또한, 현재 연간 2.4조원 규모의 공익형 직불제를 연간 5조원 규모로 확대할 것을 공약한다. 농기계·다목적차량 전기화와 같은 기술 확산과 보급을 친환경 농업지역, 희망지역에 지원할 것이다. 농촌에 필요한 생산수단과 운송수단을 전기화하고, 농촌 관공서 및 교육 차량 등을 전기화하는 등 우선적으로 재원을 지원하고자 한다. 농촌지역의 기반을 전기화와 연계된 태양광 마을발전소 등을 건설해 에너지자립 마을, 에너지자립 농촌을 구현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 대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비해 기후적응 정책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먼저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작물과 어종 실태 조사와 그 결과를 농어민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지도와 어장의 변화를 면밀히 연구해 적합한 농작물과 어종을 파악한 뒤 단계적으로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새로운 농작물 선정 및 재배방법 교육, 어업이나 양식 방법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필요한 생계 대책과 지원금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민에 대한 기후위기 대응 교육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농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특성을 갖고 있는 산업이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기 위한 농법과 농기계 에너지전환, 기후위기 적응 교육, 흡수원 확대를 위한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농민들과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안철수 “농작물 재해보험료 부담률이 높아 농가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재해보험료의 국비 지원을 확대하고, 자연재해 발생시 손실보상을 추진하겠다. 최근 5년 간 친환경 농업사업 예산이 10% 삭감된 것을 회복시키겠다. 친환경 농업·축산업·해양수산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사업 보조금 확대와 해당 제품의 브랜딩, 수출과 판로개척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
“권역별로 ‘농업기후변화대응센터’ 설립을 검토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 농업인이 해당 영농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식량 주권 문제가 대두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쌀 수입 문제 등 식량 주권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이재명 “이상기후로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감소추세에 있다. 밀, 콩 등 주요 곡물의 2모작을 통해 식량자급률 60%를 목표로 자급률을 높이고 실천을 위해 ‘식량안보직불제’를 도입하겠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지 확보가 중요하므로 ‘농지총량보호제’를 도입해 식량자급률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농지를 확보하고, 농지 정비를 통해 경작면적도 늘리겠다.”
윤석열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를 가져오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은 국가 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 7대 식량수입국으로 글로벌 식량위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글로벌 식량공급망의 병목현상이 심해져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2년에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이를 이용해 생산하는 요소와 질소비료가 부족해져서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식량위기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비료를 확보했지만, 그 이후에는 대책이 부재하다. 제2의 백신 사태가 예상된다. 엘에이치(LH) 사태에서 보셨듯이 농지 투기와 전용으로 인해 매년 여의3도 면적의 52배에 달하는 농지가 전용되는 등 식량 생산의 기반인 농지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국제곡물시장과 글로벌 공급체인 불안정에 대비해 기초식량 비축량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 식량안보와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해 보전돼야 하는 농지농용(農地農用) 원칙에 따라 ‘농지총량’을 설정해 지속적우으로 관리하고, 농업진흥지역 우량농지를 확실히 보전해 식량생산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농지를 확보할 것이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인류 역사상 먹거리가 부족하면 전쟁이 발생하고 국가의 안위가 흔들려 왔다. 식량자급률 목표를 높여서 우리의 식량주권을 강화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겠다.”
심상정 “기후위기는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곡물자급률 21%에 불과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요소수 대란을 능가하는 식량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국가식량주권 위원회’를 설치해 식량 자급 목표를 법률로 정하고, 곡물자급률 30%를 달성할 것을 공약한다. 또한, 식량자급을 위한 적정농지 확보를 의무화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확립하고, 농지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철저하게 차단할 것이다. 농업진흥지역은 90%까지 확대하고 ‘농지총량제’도 함께 실시하겠다.”
안철수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비해 쌀 등 식량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지 보전 필요성이 높은데 농지 면적은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체계적인 농지 관리가 필요하다.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국가 식량 계획수립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통합관리가 필요한 사안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가 챙겨야 할 몫이라고 판단한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 농업인의 삶과 식품 관련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총괄 조정할 수 있도록 범부처(지방자치단체 포함), 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여 농업·임업·축산·어업·식품 등을 다루겠다.”
—산지 태양광과 풍력발전 건설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책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이재명 “농업인·농촌주민 공동체형 에너지 마을 육성으로 주민소득과 친환경에너지 활용을 함께 높이겠다. 마을공동체 주도로 햇빛연금·바람연금·바이오연금을 추진해 주민소득도 높이고 친환경에너지 활용도 높이고 갈등도 해소하겠다. 마을회관, 주택 지붕, 축사지붕, 도로,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설치해 햇빛농사를 짓도록 하고, 가축분뇨, 목재, 어패류, 음식물, 에너지 작물 등을 활용해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도록 하겠다.”
윤석열 “무리하게 재생에너지 확충을 추진한 결과 산림을 해치고 재난이 발생되는 난개발이 되어 지역주민의 불편과 피해가 증가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환경과 여건에 맞는 한국형 재생에너지 모델을 정립해 추진하겠다. 주민참여 또는 이익공유와 같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갈등 요인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연하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겠다.”
심상정 “주민배제방식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롭지 않는 방식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지역공동체와 주민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수익만 생각해서 발전사업자와 토지주인이 독단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였기 때문에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고 생각한다. 공공투자가 뒷받침되어 주민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공동체 태양광 모델, 공동체 풍력발전 모델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농어촌에서 협동조합 등을 통해 마을발전소를 설립한 경우 그 수익금을 마을공동기금으로 활용하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안철수 “우리 여건에서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태양열과 풍력 발전의 효율이 높지 않고,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기를 생산할 수 없어 전기 생산단가도 매우 높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려고 산림과 갯벌을 훼손하는 것은 오히려 더 환경 파괴가 더 심하다. 국토를 훼손하지 않고,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믹스로 농어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존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조사와 보상방안을 검토하겠다.”
채식 등 생활문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육식 중심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후보의 입장은 무엇이고, 관련 정책에는 어떤 게 있나?
이재명 “<사이언스>에 실린 옥스퍼드대와 미네소타대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가 육류 섭취량을 3분의 1로 줄이면 온실가스는 48% 감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난 8월 기후위기대응과 동물복지를 위해 ‘공공기관 급식에 채식 선택권 보장’, ‘개 식용 금지’, ‘비건 문화 확산’을 공약한 바 있다. 향후 국가채식인증시스템, 채식식당인증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 채식을 통한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적극 개발하겠다.”
윤석열 “농업에서 다양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가장 많이 배출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메탄과 아산화질소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동물 사육과정에서 배출되며 지구온난화지수가 각각 이산화탄소의 수십배내지 수백배가 된다. 육식을 위해서는 동물에게 사료를 공급해 주기 위해 더 많은 식물을 심어야 하고, 사육두수 증가와 먹이 공급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육식 중심의 식습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육류는 인간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육식과 채식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육식은 환경파괴자, 채식은 환경보호자라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좋은 고기를 알맞게 먹어야 한다. 우리는 넘치는 먹거리에 너무 많이 먹고, 살을 빼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 농축산물과 식품을 알맞게 식사하는 것이 내 몸을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 유치원부터 몸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식생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쌀과 육류가 조화를 이루는 전통적인 한국 식생활의 우수성을 알리고, 식품 감모와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한국형 식생활 지침을 세우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식품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메탄사료 등 적정 사료의 공급과 사용, 사료섭취 기술의 향상을 통해 축산물 생산성을 높이고, 가축분뇨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한 축산농민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
심상정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육식 중심의 식습관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의 선택권도 보장해야 한다. 요식업계와 연계해 채식메뉴 판매를 활성화하고 공공기관에서는 월 4회 이상 채식 식단 제공을 의무화하고자 한다. 또한, 학교 급식에서도 채식 식단을 확대하고 우유와 두유의 선택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육식을 줄일 필요성을 알려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안철수 “국민 누구나 개인의 체질에 맞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음식 재료 정보가 잘 제공되고, 기후변화 대응에 가능한 녹색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 채식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결국 식습관은 국민 개개인의 선택권의 문제다.”
디지털 기술,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ESG)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등 보다 진보한 디지털 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계획에는 어떤 게 있나?
이재명 “에너지대전환과 디지털대전환은 ‘전환적 공정성장’의 핵심이다. 두 분야가 융합되면 탄소중립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체계는 지능형계량기(AMI), 전력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지능형 전력망으로 조속히 재편하고, 온실가스 실시간 자동측정전송장비(TMS)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네트워크화를 검토해 에너지와 디지털 융합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윤석열 “산업제조부문, 교통, 건물, 에너지 등 각 부문의 특성과 수요에 따라 디지털 기술이 확대 적용되도록 지원함으로써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 산업제조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생산공정을 통합 운영하여 자원과 에너지 투입을 최소화하고, 교통에서는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해 화물경로 최적화, 공유 모빌리티 확대, 건물 부문에서 스미트홈 등 각종 디지털 솔루션의 도입 확대, 에너지 부문에서 생산-공급-소비의 통합 최적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반의 통합 운영 최적화 등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
심상정 “재생에너지와 탄소배출측정 등을 위한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배출가스 관련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배출가스 관리체계를 고도화할 것이다. 또한, 계측을 위한 센서 관련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안철수 “탄소중립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최대한 신기술, 첨단기술들을 개발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탄소배출을 하는 다섯가지 분야는 △전력생산 △농축산업 △운송수단 △냉난방 △철강·시멘트와 같은 제조업으로, 제조업의 탄소배출이 31%를 차지하며 전력생산 27%보다 높다. 즉 전력생산 문제만 집중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없고,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한 신기술 첨단 기술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이고, 우리의 제2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
—기업들이 ESG 경영 준비를 하기에는 준비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다. 후보는 기업들의 ESG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가?
이재명 “ESG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SG 경영지표를 세부화해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연기금 투자에 우선권을 주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 또한 ESG 참여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들에는 경영자문 지원 등의 정책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석열 “ESG 경영이 최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기업이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고 탄소중립계획을 수립해 공개하는데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환경 부문은 매우 취약하다.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 마련, 정부내 컨트롤타워 지정, ESG 경영지표 개발, 정부-대중소기업 협력체계 구축, 인력 양성 등 전방위 지원방안을 마련해 기업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할 것이다.”
심상정 “ESG 경영의 개념이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또한, 멀게는 수십 년 전부터 가까이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체결된 5년 전부터 경제 전문가들이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ESG 경영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짧다기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준비가 매우 미흡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ESG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이전에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ESG 경영은 기업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한 차례 유행처럼 ESG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의 3가지 측면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ESG 우수 사례처럼 포장되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따라서 ESG 경영의 모범 사례에 대한 발굴 및 지원정책은 추진되어야 하지만, ESG를 그린워싱 수단으로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절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탄소다배출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과세가 될 수 있도록 탄소세를 설계하여 도입하고 탄소다배출 기업에게 투자를 억제하는 금융정책 시행 등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녹색산업과 녹색금융 분류체계 및 산업별 탄소배출계수 등에 대한 정비를 통해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안철수 “팬데믹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ESG가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소비자와 투자자, 노조와 정부 모두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전기요금
—한국전력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요금 합리화 정책과 연료비 연동제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재명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기요금 합리화는 중요한 접근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원가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전기요금이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기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대응 과정에서 석탄화력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원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대전환을 조기 추진하면 전기요금 인상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석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요금에 적절히 반영하여야 한다. 현 정부는 요금인상에 대한 국민 반발을 의식해 요금을 동결해 한전의 부채가 지난 4년간 27조원이나 늘어나 부채율이 187%나 되도록 방관했다. 이런 한전의 부실은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또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과도한 보조금이 지급되어 불공정한 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이에 우선 국민부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하지 않은 에너지 전환(탈원전)은 성립하지 않는다. 만일 에너지 전환을 지지하는 측의 주장대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급속히 하락해 원자력 보다 싸진다면 굳이 국민부담 최소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향후 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날수록 ESS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와 송전선 확충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에 발전 비용은 하락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국민부담 최소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탈원전을 포기하고 저비용 발전원인 원자력 발전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 탈원전 하에서 누적된 한전적자와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추진되면 에너지 취약계층의 상대적 부담은 더 늘어나고 신규 취약계층도 발생한다. 이런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지원은 한전의 비용이 아닌 정부 지원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전의 부실이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담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면서도 이런 국민 부담을 줄이려면 결국 전기요금을 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이 역시 저비용 발전원의 확대가 답이다. 발전단가가 제일 낮은 원자력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해 연 2500kWh(월 200 kWh) 정도의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게 정부의 큰 재정 부담없이 가능해 질 수 있다.”
심상정 “현재 전기요금 책정 방식은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가격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책정과 산업부 전기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물가 관리와 정치적인 부분이 매번 개입되었고, 그 결과 한국전력은 적자와 흑자를 매번 오고갔다. 이에 십수년전부터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통해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연료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그동안 반영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국외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연료비가 반영되지 않는 등 연료비 연동제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연료비를 비롯한 전기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은 마치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기업 한전이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 정책이다. 더구나 핵발전소 폐쇄 비용,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비용, 미세먼지 등 환경비용 등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 전기요금의 원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전기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한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함께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안철수 “효율적인 전기사용을 위한 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 ‘발전비용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발전원가를 재산정하고, 상대가격 조정으로 에너지 믹스를 합리화하겠다.”
재난 피해 대비
—국가 홍수대책, 폭염 피해 예측과 대비 매뉴얼 정비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알려달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취약계층 보호관리와 폭염 피해예방 홍보를 위해 ‘경기도 폭염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해 운영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9년 폭염환자는 64.2% 감소했고, ‘온열질환’ 사망자가 2018년 5명에서 2019년에는 0명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예측 시스템 관련해서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범정부 위기(자연재해·재난)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위험 예지력 강화하겠다. 현재 재난 정보를 수집·지원하는 정부의 체계에서 재난유형별 위험인자의 발생계통을 빅데이터 분석해 주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측하고 제거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윤석열 “기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영향은 피할 수 없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홍수 등 재난관리를 과학화·체계화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할 수 있게 제방·배수시설 등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보강하겠다. 해수면 상승, 홍수 증가 등에 대비한 기후변화 취약지역 건축기준 변경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을 정비하겠다.”
심상정 “기후위기가 심해짐에 따라 과거 홍수와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다. 따라서 국가 홍수, 폭염 뿐만 아니라, 가뭄, 혹한, 산불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 방안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국가홍수위험지도 등이 작성되어 있었음에도 민간에 공개되지 않거나 폭염 피해에 대비한 야외노동자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등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지금보다 강화된 재난 대책은 무엇보다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 차원의 매뉴얼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이 매뉴얼을 제대로 습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재난 방재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는 풍수해 이외에도 이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복합재난, 방사능 재난, 지진, 쓰나미 등 다양한 재난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안철수 “기존의 주먹구구식 대응 방식이 아니라,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홍수·폭염 등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대비 매뉴얼을 정비하겠다. 지자체별로 실시간 자연재해 정보와 복구 경과를 알려주고 공유할 수 있는 중앙 시스템을 만들어 지역별 재난 대응능력을 높이겠다. 제설작업 현황, 예상 작업시간, 투입 자원 등과 같은, 재해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 정보를 지자체별 산하단체, 교통방송, 기업, 시민단체 등과 공유하는 ‘재해대책 협업시스템’을 정비하겠다. 또한 이 정보를 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도, 내비게이션, 날씨 앱 등 상용화된 애플리케이션들과 공유해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폭설·결빙구간, 폭우·침수 구간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렇게 되면 어떤 구간의 재해 복구작업이 끝나면 실시간으로 내비게이션 앱에서 해당 정보를 반영해서 새로운 운전 경로를 추천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겨울철 블랙아이스(black ice)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을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인 조처를 취하겠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습 결빙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그런 곳에 도로 열선 공사 등을 실시해 안전성을 높이겠다. 정확히 타겟팅된 재난 문자 발송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자신의 거주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코로나19 안내 문자 때문에 재난 문자를 아예 차단하거나 재난 문자가 와도 무감각해져 보지 않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꼭 필요한 재난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들의 거주지, 이동 동선 등을 고려해 재난정보 문자의 정확성을 높이겠다.”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호우와 산불 피해 등이 늘어나면서 소방관들이 하게 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소방관들의 국가공무원 전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대규모로 소방관을 채용하고, 처우를 개선했으며, 펌프차와 구급 장비 등 소방장비를 보강했다. 또한 소방헬기에 주요 안전 장비 설치 등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편차가 심한 소방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대형 재난·재해 사고의 규모가 커지고, 정부 차원의 대처도 필요한 만큼 지방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윤석열 “아시다시피 지난해 4월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미 이루어졌다. 최근 특정 시·도의 범위를 초월하는 대형 재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소방직의 국가공무원 전환은 시대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정책으로 평가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소방직의 국가공무원 전환은 허울만 좋은 전시행정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여전히 각 지자체장이 소방사무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고, 소방관들의 인건비도 대부분 국비가 아닌 지방재정에서 지출되고 있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제도로 인해 효율적인 소방력 운용에 한계가 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화재 진화 및 예방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들을 현대화하는 일이다. 아울러 늘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일해야 하는 소방현장투입 소방관들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시설과 장비들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방공무원들의 가치와 명예를 중시하고 기리는 일은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생각한다. 당선과 즉시 이런 일들을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심상정 “소방관 국가공무원 전환은 바람직하다. 나아가 소방 공무원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위험근무수당, 화재진압수당 현실화가 필요하다. 또한, 승진적체 해소를 위해 직급체계를 개선하고 부족인력 확충과 교대제도 개선해야 한다. 소방전문의료기관을 만들어 소방공무원의 심리치유와 정밀건강진단도 실시해야 한다.”
안철수 “소방관 신분을 국가직으로 전환했지만, 인사·지휘·통솔권은 지자체에 그대로 두었다. 소방청 독립과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통해 재난발생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소방사무의 국가직화’로 소방관 처우개선과 일사불란한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방관의 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에도 더욱 힘쓰겠다. 노후 소방장비 교체 및 첨단 장비의 보강에 속도를 내고, 소방관의 안전에 최대한 힘쓸 것이다. 또한 공상과 순직에 대해서도 충분한 예우와 실질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쓰레기, 자원 재활용
—자원 재활용을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위해 기업들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변화를 끌어낼 유도책에는 어떤 게 있을까? 유럽연합 등 규제를 강화하는 외국과의 관계에서 기업을 지원할 방안으로는 어떤 게 있을지도 설명해달라.
이재명 “자원순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적인 산업 분야이자 국민 생활과도 밀접한 문제이다. 특히 갈수록 증가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당장의 처리 문제뿐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 등 2차 오염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플라스틱을 덜 쓰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소비 생활의 패러다임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용성 향상을 위해 기업에 일정 비율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대신 사용에 따른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용도·품목별로 재질·구조를 표준화해 특히 일회용 포장재 재질을 단일화하는 등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분리수거와 재활용 효율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아울러 친환경디자인규정(ECO Design Directive) 도입과 무라벨 제품의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유럽·미국 등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제품 및 주요 생활용품의 수리권(Right to repair)에 대한 대응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식물 등 재생가능 자원으로 기존 화학제품을 대체하는 ‘화이트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기술 알앤디(R&D) 투자 확대와 관련 대중소 기업의 상생 지원으로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겠다. 이를 보조할 플라스틱 대체 기술·상품의 개발과 소비를 지원할 법·제도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윤석열 “폐기물은 모으면 자원이 되고, 순환경제에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등은 자원을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순환경제로 전환하면서 자원 재활용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폐밧데리에서 희귀금속 회수 등의 자원을 재활용하는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겠다. 기업이 재활용 생산품 활용에 참여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제품 제조 시에 순환자원을 일정비율 사용하게 하거나 저탄소 친환경 대체소재로 변경을 하게 하겠다. 또한, 유럽연합 등에서 실시 중인 제품 제조 시에 중금속 등 유해물질 사용 규제, 플라스틱에 순환자원 사용 의무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제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업계가 연구개발, 정보공유 등 공동 대응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하겠다.”
심상정 “자원 재활용 강화를 위해서는 단계적 규제 강화와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 지원 확대라는 두 가지 방침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수리할 권리’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설계, 제조, 수리 등에 대한 제도가 정비되고 수리를 위한 부품공급, 수리사업자 지정, 사설업자 수리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함. 이는 이후 전자제품 이외에도 자동차 및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어 무분별할 제품 폐기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정의당은 ‘수리할 권리법’을 이미 발의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국내 업체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이뤄져 자원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자원순환사회로 안정적 이행을 위한 재활용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제품 생산 단계부터 순환가치를 고려하는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제품 전 과정 물질흐름분석 기반 선진관리기법을 도입할 것이다. 한편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으로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 비중을 늘려나가, 기업이 유럽연합 규제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하겠다.”
—쓰레기 수거 체계가 일부 민영화되면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성 강화에 대해 후보의 입장은 무엇인가. 만약 공공성 강화에 동의하신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구상하고 계신가?
이재명 “폐기물 수거 체계의 민영화에 따라 폐비닐 수거거부 사태 등 외부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이런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의 책임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배출량 대비 절반도 안 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선별장을 확충하고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겠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2018년 폐플라스틱 수거 대란과 같이 폐기물의 재활용 경제성이 하락하는 경우 수거 처리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 등 민영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수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수거해 분리해 놓아도 재활용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서이다. 따라서 분리수거시설을 현대화해 분리선별을 용이하게 하고, 선별한 것을 권역별로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을 설치해 안전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심상정 “쓰레기 수거 체계 민영화에 따라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불법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자체의 폐기물 업체 임금 횡령 사건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쓰레기 수집과 운반, 분류 등은 국민 생활과 밀접할 뿐더러 순환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쓰레기 수거 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하는 것에 동의한다. 폐기물 수집 운반을 민간에 위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공영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은 민간위탁을 하지 못하도록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안철수 “전국 각 권역에 공공이 폐기물 처리와 자원화 등을 주도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하다. 설치 지역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와 보상체계도 함께 구축하고, 시설 운영과 관련하여 투명한 공개,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과 대화·협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겠다. 폐기물 관리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간영역과 상호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겠다. 공공이 정책과 수거, 관리역할을 맡고, 재활용은 민간에 맡겨 자원화 기술개발을 촉진할 것이다.”
기후변화 교육 강화
—환경, 시민, 인권 교육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국영수 중심의 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구상을 알려달라.
이재명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실현하려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과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해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실질적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 달라고 요구한 것은 이런 청소년들의 관심과 요구의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 환경재난, 감염병 등 지속불가능성이 높아진 시대에 지구와 인류를 위해 지속가능발전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생태문명을 지향하는 생태전환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삶의 주체로서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생태전환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 적극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입시 과목 중심의 입시 교육에서 탈피해 우리 안의 공동체, 지구적 위기, 미래사회로의 공정한 전환에 대해 더 관심을 갖도록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하고,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배우는 현장참여교육도 강화하겠다.”
윤석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고, 식습관을 바꾸고, 녹색제품을 구매하며, 유권자로서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하는 등 다양하다. 또한, 폭염·한파 등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날씨 정보를 활용하고, 행동 계획을 변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불편하고 더 고비용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환경가치를 중시하지 않으면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위해 환경정의가 구현된 나라를 만드는 일에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체험·토론 중심의 환경교육과정을 만들겠다.”
심상정 “지적에 백분 공감한다. 학교교육의 핵심 설계도는 교육과정이니, 교육과정 개정부터 필요하다. 마침 다음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마련되는 중이고, 정부는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전 교과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점은 높게 평가한다. 생태, 시민, 인권, 노동인권 등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 가치에 해당하며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들이므로 모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에 반영하여 우리 자녀들이 충분히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
안철수 “70년 된 현재의 교육 체계를 획일화된 대학입시 교육 중심에서 창의적 인재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 안철수 후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 △초중고 및 대학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 국가책임제라는 교육혁명의 3대 개혁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학제개편 또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만 6살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중등 3년-고등 3년의 학제를 만 3살부터 시작하여 유치원 2년-초등 5년–중등 5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대학 4년 또는 직장으로 개편하는 안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창의적 인재양성이 가능한 교육이어야 한다. 학제개편을 비롯해 평생교육이 꼭 필요한 시대에 획일적인 교육제도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고, 답만 외우는 교육제도에는 미래가 없다. 환경, 시민, 인권 교육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교육 제공으로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앞에서 다루지 못한, 기후변화 관련 공약에는 어떤 게 있는지 알려달라.
이재명 “먼저 수송분야에서,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국내 판매 중단을 추진하고, 무공해차 구매 및 전환 보조금 지급을 확대하며, 임기 내에 전기·수소차 충전인프라를 대폭 확대해 무공해차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 산업부문도 있다. 2018년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260.5백만톤)은 전체 배출량(727.6백만톤)에서 두 번째로 많은 35.8%를 차지하고 있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RE 100’(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약속) 등 세계 시장 질서 재편에 발맞추기 위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전환이 시급하다. 탄소다배출 산업의 연료 전환을 추진하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기술 알앤디(R&D)를 지원하겠다. 또한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산업단지의 경우 지붕태양광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단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윤석열 “환경은 우리 국민, 나아가 세계의 공유자산이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당면과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 지도자는 환경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기반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만이 아니라 에너지와 산업을 포함한 국가경제, 국가안보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목표를 설정했고, 우리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과학기술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녹색 대전환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
심상정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기자동차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같은 기간 휘발유차와 경유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녹색교통전환 정책을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승용차 사용을 줄이는 도로 정책, 도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전기차만 보급한다고 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다. 이는 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향후 전기차 증가와 화석연료 대체에 따라 전기사용량이 늘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가 함께 병행되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증가만 갖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 역시, 기존 일자리를 다른 일자리로만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함께 진행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란 이름이 무색하게도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양산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극복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무한성장주의, 무한소비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이자,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을 기후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안철수 “원자력에너지 35%, 신재생에너지 35%, 기타에너지 30%의 ‘에너지 믹스’를 통해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이재훈 최우리 기자 nang@hani.co.kr
덴마크 총리, 2030년까지 ‘탄소 제로 비행’ 약속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이 2021년 12월30일 덴마크 콩엔스륑뷔의 마린보르 주택에서 새해 연설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지난 1일 새해 연설에서 덴마크 국내 항공기의 ‘친환경 비행’ 계획을 밝혔다. 2025년 국내선의 경우 친환경 연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늦어도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스웨덴과 영국은 2045년과 2050년 친환경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보다 앞선 것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 수준인 항공 부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해 영국항공은 화석 연료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바이오 연료를 사용해 첫 운행을 했고 프랑스는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이용한 장거리 운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환경에 발목잡힌 '박형준표 협치'
환경청, 교량마다 제동
부산시 수세 몰린 양샹
박형준 부산시장이 시민사회와의 협치 1호 모델로 추진한 대저대교 라운드테이블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낙동강을 관통하는 대저대교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지난해 12월 2일 1차 원탁회의를 가진 이후 모든 일정이 중단됐고 추후 일정을 잡지 못하는 중이다.
이번 사태는 이미 1차 회의에서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상반된 대저대교 건설 해법을 두고 충돌하며 예고됐다. 부산시는 대저대교 기존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안을 고수했고 환경단체는 다리의 위치를 이동하는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제시했다. 시는 낙동강 철새를 이유로 한 무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각이고 환경단체 역시 요식행위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윤일 경제부시장이 지난달 16일 환경단체와 간담회에 나서고 시가 라운드테이블 재개를 위해 수차례 연락에 나섰지만 서로의 주장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3일에도 라운드테이블 재개를 위해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변화된 제안을 공문으로 제시하라고 요청하는데 말로만 회유하려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겉으론 의례히 발생되는 라운드테이블 과정상 갈등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부산시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환경청까지 가세하며 환경단체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낙동강을 관통하는 부산시의 교량건설 계획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환경청은 부산시가 지난해 12월 신청한 엄궁대교와 11월 신청한 장락대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지난해 말 모두 반려시켰다. 환경청은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도 반려시켰다.
평가서 반려과정에는 부산시가 자초한 측면들이 부각됐다. 겨울철새 조사 없는 약식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제출, 쪼개기 편법 건설, 거짓 평가항목 작성 등이다. 환경청은 대저대교 건설위치 변경을 요구하는 4가지 방안까지 따로 제시하며 철새 서식지를 관통하는 부산시 건설계획이 매우 우려된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협치를 한다면서 이면에는 밀어붙이기 행정을 하고 있다"며 "박 시장이 말로만 열린대화를 한다고 한 건 아닌지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대한 대화는 하겠지만 법적 구비요건 없는 라운드테이블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지는 고민이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생물 다양성 보고인 브라질 열대 초원, 파괴 가속화
세하두 사바나에서 지난해 사라진 숲 2015년 이후 최대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후 농경기 개발 빠르게 증가
브라질 열대 초원 지역인 세하두의 지난해 숲 파괴 규모가 2015년 이후 최대로 나타났다. 노바 샤반치나/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열대 초원인 브라질의 세하두 사바나에서 지난해 파괴된 숲의 면적이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각)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 통계를 인용해,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벌목 등으로 파괴된 세하두 면적이 한해 전보다 8% 늘어난 8531㎢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서울 면적의 14배, 미국 뉴욕시의 10배를 넘는 규모이며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세하두 사바나는 열대 우림인 아마존의 남쪽에 펼쳐진 내륙의 초원 지대로, 1만종의 나무가 자라고 200종가량의 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숲 파괴가 가속화되는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생물 다양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데 기여하는 탄소 저장 능력도 크게 줄 것으로 우려했다. 메르세데스 부스타만테 브라질리아대학 교수(생태학)는 “극도로 우려스럽다”면서 정부가 벌목 규모 등 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하두 사바나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파괴되면서, 지난 50여년간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다. 초원 파괴는 2000년께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이후 차츰 줄어왔다. 하지만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한 뒤 개발 촉진 정책을 쓰면서 다시 파괴 규모가 느는 중이다. 최근의 숲 파괴는 주로 농경지와 목장 개발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세하두 사바나의 숲 파괴로 인해 이 지역이 이제 주요 온실 가스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배출하는 지역으로 꼽히게 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고이아스연방대학 소속 지리학자 마누엘 페헤이라는 “숲이 매년 수천㎢씩 농지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숲이 사라지는 지역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지역에서는 새로운 생물종이 정기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며 그에 대한 연구 작업이 이뤄지기도 전에 새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비영리단체인 아마존환경연구소의 아니 알렝카르 과학 담당 국장도 “숲 파괴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끔찍한 환경정책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이 보존하고 있는 땅 규모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넓다면서 자신의 개발 정책을 빈곤 퇴치를 위한 것이라며 옹호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부산 청소년들, 시의회에 기후위기 극복 정책 제안
시의원 "관련 조례 제정 때 청소년 목소리 반영" 약속
부산시의회가 청소년의 기후 위기 극복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관련 조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부산교육청 산하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부산녹색연합,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는 고등학생 5명과 4일 부산시의회를 방문해 정종민 복지안전위원장과 박인영 시의원을 만났다. 이들은 두 시의원에게 청소년 환경 캠프 참가자와 그동안 환경 캠페인을 꾸준히 해온 부산지역 학생이 직접 제안한 각종 기후 위기 극복 정책을 전달했다.
청소년들은 한 달 중 하루를 '채식의 날'로 정하거나 도로 가운데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표시 의무화, 학교 전력 50% 친환경 에너지 사용,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일대일 교환 등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정책도 건의했다.
이날 만남은 학리기후센터, 부산녹색연합, 부산기후환경네트워크가 지난달 기후 위기 문제의 당사자인 청소년이 직접 생각해 낸 정책을 시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정종민·박인영 시의원이 화답해 마련됐다. 정책 제안서를 받은 정 위원장은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환경 정책에 반영하고 앞으로 청소년과 정례적으로 만나 환경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산시의회가 제정 중인 기후 위기 관련 조례와 부산시 환경 정책 수립 시 청소년의 환경 정책 제안과 생각이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차연근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시의원의 모습에 크게 고무된 것 같다"며 "부산시의회가 앞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청소년의 기후 위기 극복 제안을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호(wink@yna.co.kr)
인류의 대발견 메탄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불이 붙는 기체, '메탄(methane, CH4)'의 발견은 한때 인류 발전에 큰 희망이었겠으나,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어떻게든 주워 담아야 할 우울한 숙제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기원전부터 아시리아나 중국에서 메탄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본격적인 사용은 인류가 산업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습지, 호수, 자연 산불로나 배출되던 메탄이, 최근 200년간 배출량은 2배가 되었고 농도는 160%나 증가해 버렸다. 빙하를 분석한 결과,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 대기 중 메탄 농도는 400ppb(1ppb는 1,000분의 1ppm), 간빙기 때 증가하면서 산업혁명 이전에는 700ppb 정도였다고 한다. IPCC 최신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중 메탄 농도는 1,866ppb에 도달했고, 매년 1%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영국 글래스고)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 출범 소식이 전해졌다. 6대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의 전 세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약속을 담고 있다. 메탄은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강력한 지구온난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기 중 메탄의 농도는 이산화탄소(410ppm)의 200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지구온난화의 약 30%에 해당하는 기온 0.5℃ 상승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200년이라면 메탄은 약 9.1년으로 비교적 짧아서, 메탄의 배출량 저감은 기후위기 완화에 단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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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메탄 배출원은 농축산(43.6%), 폐기물(30.8%), 에너지(22.5%) 순으로 집계되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폐기물 매립(27.9%), 벼농사(22.5%), 천연가스 탈루(16.1%)와 축산(16.1%)에서 많은 배출 비율을 나타낸다. 그간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을 논의하며, 국내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왔다. 폐기물 부분에서 폐기물 발생 저감과 메탄가스 회수 및 에너지화를 통해 400만 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가축 분뇨의 처리와 논 물관리를 통해 농축산에서 250만 톤, 화석연료 사용의 축소 등 에너지 부문에서 180만 톤 저감계획을 세웠다.
NDC 감축목표 이행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며, 이산화탄소와 함께 메탄의 배출까지도 줄여 갈 수 있을 것이다. 메탄은 농도가 낮으니 측정기기는 비싸고, 유지관리도 어려운 일이다. 미생물의 반응이나 불완전연소, 예기치 않은 탈루로 배출되다 보니 아직은 그 관측값의 해석이나 배출량의 산정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메탄의 농도와 배출량을 연구한 사례는 드물뿐더러 외국의 배출계수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 리 없기에, 기초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상부터 위성까지 입체적인 감시와 함께, 배출된 메탄의 분포와 변화를 추적하는 모델링 연구가 시도되어야 한다. 메탄은 죄가 없다. 꺼내 쓴 우리의 잘못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홍제우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일보
EU가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섰다?…“돌아선 유럽 국가는 없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회원국들에 보낸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 초안에 2045년까지 건설 허가가 난 원자력 발전을 ‘녹색투자’로 분류하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원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며 ‘원전 복귀’가 세계적 추세라고도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 얘기를 종합하면, 세계가 다시 원자력 발전을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한국 역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원전을 다시 늘리는 것은 오히려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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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EU 소속국 중 ‘탈원전’ 기조를 폐기하고, 다시 원전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을 밝힌 국가는 없다. 이탈리아는 35년 전인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한 탈원전 1호 국가다. 오스트리아 역시 1978년 국민투표로 원전 가동을 무산시킨 이후, 1997년에 핵 없는 나라로 남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마지막 남은 원전 6곳 중 3곳을 지난해 말 가동 중단했고, 올해 말까지 나머지 3곳도 폐지할 계획이다. 벨기에는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발표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원자력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지만, 원전을 아예 없애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 일각의 의견과 같이 ‘EU가 원전으로 복귀했다’는 주장을 하기엔, 돌아선 국가가 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EU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한 데에는 프랑스 역할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지를 정해, 그 부문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는 기준이 된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EU 국가 중 원전 수출 기술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프랑스 감사원은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현재 건설 중인 플라만빌 3호기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해 약 1200억유로(한화 약 162조4000억원)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추진하려는 6기의 신규 원전도 EDF 자체 추정으로 약 460억유로(한화 약 62조2600억원)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EDF는 지난해 6월 기준 410억유로(한화 약 55조4900억원)의 부채가 있어, 열악한 재정구조상 민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와 같이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랑스가 핵발전소가 거의 없는 동유럽 지역 국가들을 설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EU 녹색분류체계 내용은 ‘초안’ 수준이다. EU가 분류체계를 확정하고, 이를 시행하는 데까진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달 12일까지 전문가 패널의 검토가 끝나면 EU 집행위는 이달 중 EU 의회와 이사회에 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을 제출한다. EU 의회는 최대 6개월간 검토해 승인 과정을 밟는다. 하지만 이미 오스트리아, 유럽 의회 녹색당 그룹 등이 유럽사법재판소에 EU 집행위를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판결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
이처럼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금융계에서 EU의 녹색분류체계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유럽의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원전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상승했다.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진 상태인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핀란드에서 준공된 올킬루토 원전,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플라만빌 원전은 애초 시작할 때보다 건설 비용이 2~3배 늘고, 공사 기간도 늘어 비용과 (투자 시) 리스크가 커졌다”며 “금융기관 자체 택소노미가 운용된다면 원전은 거의 자동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형 원전은 향후 비율을 늘려갈 재생에너지와 조합하기 어려운 에너지원으로 지목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일조량·풍량 등에 따라 시간별 발전량이 크게 변할 수 있다. 이런 재생에너지의 특성과 조합해 사용하려면 재생에너지가 에너지를 생산할 때는 발전량을 줄였다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드는 시간에는 짧은 시간 안에 발전량을 늘릴 수 있는 발전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전은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수요에 따라서 출력을 늘렸다 줄였다 할 경우 온도, 압력 조건이 변한다”며 “그럴 경우에 기기 피로도가 높아지고, 손상이 일찍 와서 수명이 단축돼 안전과 경제성에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유럽은 EU 35개국이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돼 있어 갑자기 발전량이 늘거나 줄어도 유럽 전체의 전력망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단일계통망’이라 다른 나라와 전력을 사고팔기 힘들다. 우리와 비슷한 단일계통망인 영국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2020년 영국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38%, 그 중 풍력이 24%로 증가하면서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 5개월간 대형 원전인 사이즈웰의 출력을 50%로 줄여 가동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국 전력망 운영기관(National Grid)은 발전사업자 손실보상금으로 약 1200억원을 지출해야 했다. 원전은 건설 시 막대한 비용이 들어 운영하면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출력을 줄여서 운영하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석광훈 위원은 “2030년이 되면 한국도 대형 원전의 출력을 줄여 가동,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매년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봐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 / 강한들 기자
35년 뒤의 빙하…녹아 버렸네“
미국 알래스카의 글래시어 베이 국립공원(Glacier Bay National Park)에는 거대한 빙하가 있다. 이른바 그랜드 플래토 빙하(Grand Plateau Glacier)이다.
같은 지역을 찍은 1984년과 2019년 사진을 비교했더니 빙하가 많이 줄고 내륙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는 가열됐고 이 때문에 빙하의 북서쪽과 남서쪽으로 흐르는 이른바 ‘빙하의 팔’이 상당히 짧아졌다.
최근 알래스카의 한 지역은 이상 고온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섭씨 19.4도를 기록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기록은 알래스카에서 12월에 관측된 최고 기온”이라고 앞 다퉈 보도했다. 특히 북극은 지구촌의 다른 지역보다 지구 가열화 속도가 2~3배 빠른 게 특징이다.
한편 1984년 찍은 사진은 랜드샛5(Landsat5) 위성이 찍은 것이다. 2019년 촬영한 같은 지역 이미지는 랜드샛8 위성이 포착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환경평가 아직인데…文대통령 ‘착공 없는 착공식’
대통령 관심 사안 초고속 진행
환경평가 안 끝났는데 실시계획 승인
정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을 개최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무늬만’ 착공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철도 연결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보여주기 위해 착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착공식을 여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문 대통령이 2019년 4월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의 조속한 연결을 지시하면서 추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4월 이 사업을 남북협력사업이라는 이유로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예산사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2조7406억원에 달한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도 5개월 만에 마치고, 기본계획 수립도 그해 12월에 마무리했다. 대통령 관심 사안이라는 이유로 다른 철도건설 사업에 비해 초고속으로 사업이 추진된 셈이다.
기본계획이 2020년 말 수립됐지만 이것만으로 착공을 위한 사전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후에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사업실시계획 고시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 사업은 실시설계 단계에 해당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이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착공식이나 착공 준비까지는 할 수 있지만, 실제 착공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 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는 40일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제1공구 우선 시공분)’ 실시계획 승인 고시를 발표했다.
국
토부는 이번 고시는 전체 사업분이 아닌 ‘제 1공구 우선 시공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시에 들어간 내용 대부분이 현장 사무실과 가설 펜스 등 착공이라기보다는 착공 준비 작업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시계획 승인이 나왔기 때문에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는 마무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철도 업계에서는 “실제 착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임기 안에 착공식만 먼저 추진하려고 실시설계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실시계획고시부터 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상황 설명을 생략한 채 이날 착공식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최우선으로 추진키로 합의한 동해선·경의선 연결에 대한 우리의 신뢰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제진역은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위치한 남측 최북단 역으로, 2002년 남북 합의를 통해 2007년 북한 감호역과 연결된 곳이다. 강릉~제진 사이 111.7㎞ 구간만 복원되면 한국전쟁으로 파괴됐던 동해선이 부산에서 두만강까지 연결된다./ 세종=국민일보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개발 피해 이주했던 금개구리 ‘전멸’
인천 남동구 해오름·장아산공원 등 대체서식지 9곳 중 3곳만 양호
일부서 흔적 사라져… 市, 중점관리 대상 예정지 추가 검토
인천의 깃대종 금개구리. 장용준기자
인천의 깃대종 등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양서·파충류 대체서식지 일부에서 금개구리 등의 흔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이들 대체서식지의 재조정에 나서는 한편 대체서식지를 관리하는 군·구 등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지역 내 금개구리와 맹꽁이, 도롱뇽, 수원청개구리 등 양서류 4종과 표범장지뱀 등 파충류 1종에 대한 서식 실태 조사인 ‘양서·파충류 서식환경 모니터링’를 했다. 이번주 중 확정할 모니터링 결과, 대체서식지 9곳 중 서식 환경이 양호한 대체서식지는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여년 전 금개구리를 이주시킨 금개구리 대체서식지인 남동구 논현동 일대 해오름공원에선 이번 조사 결과 단 1마리의 금개구리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자 인천의 깃대종이다. 이곳은 인근에 제3경인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화도로가 있어 야간에 자동차의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고, 대상지 북동측의 공원지역에서 ‘제3경인고속도로변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사 소음까지 있어 서식환경이 좋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대체서식지인 남동구 서창동의 장아산공원에서도 금개구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곳은 이들 종이 서식하기 위한 웅덩이가 있고 산림과 가까운데도 물길이 없어 서식환경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번 모니터링에선 양서·파충류의 서식을 확인했지만, 원적산공원, 인천대공원, 장미근린공원 등 3개의 대체서식지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서식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 심곡천 하류의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남청라분기점(JCT) 램프 주변 대체서식지에는 양서류의 주요 서식환경인 웅덩이가 없고, 그물망이 구멍 나는 등 경계펜스 훼손상태가 심각하다. 출현종이 주로 교각 주변 웅덩이에서 나오는 만큼 앞으로 웅덩이를 유지·보수해 서식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평구의 굴포천 삼각지와 부영공원 등의 대체서식지 역시 웅덩이의 경사가 급해 맹꽁이가 올라오기 어렵고, 장소도 맹꽁이가 서식하기엔 비좁다. 부평구 삼산체육공원도 웅덩이 주변 경사가 가파른 탓에 양서류 등이 은신할 수 없는데다 웅덩이 수질 또한 좋지 않아 양서·파충류의 서식이 어려운 상태다. 남동구 거마산물웅덩이의 대체서식지는 인근 등산로를 통한 내부 출입이 가능해 외부출입 제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는 이들 대체서식지들에 대한 재검토를 할 방침이다. 양서·파충류 서식에 적합한데도, 대부분 펜스·웅덩이 등의 대체서식지 시설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시는 재검토 과정에서 중점관리 대상 예정지를 추가하는 방안까지 살펴볼 예정이다. 현재 이미 공원으로 지정해 관리 중인 곳은 연희자연마당, 청라호수공원, 경인아라뱃길두리생태공원 등 7곳이다. 여기에 금개구리 등이 서식 중인 검단천 하류 경작지대, 계양구의 목상동 일대, 영종도 하늘고등학교 뒤 습지, 강화 내리1리 마을회관 동측, 강화 흥왕저수지 북측 등을 중점관리 대상 예정지 후보군에 올려, 현재의 서식환경을 보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 깃대종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선 1차적으로 서식지 주변에 있는 위협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해 군·구 등과 서식지 관리를 강화하고, 다양한 추가 보호방안을 찾아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민수 기자 minsnim@kyeonggi.com
그린피스 마지막 기표소 “기후 위기 대응 없다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 모의 기표소인 ‘마지막 기표소’를 설치했다.
이번 퍼포먼스는 기후 위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마련하도록 마련됐다.
시민들이 기표소에 들어가면 3개 면으로 이뤄진 화면 영상 속의 광화문이 기후 위기로 인해 강한 폭풍우 속에서 홍수에 잠기는 가상의 재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광화문 일대가 침수되는 영상을 시청한 후에는 투표용지를 받아 기후 위기 대응 항목에 기표하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소중한 한 표의 뜻을 되새기는 체험을 하게 된다.
© Copyright@국민일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마련하도록 '마지막 기표소'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태양광’에 점령당한 ‘검은 논밭’…주민 삶이 재생에너지에 묻혔다
당신의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전남 무안군의 농지에 태양광 설비가 대규모로 설치돼 있다. 일조량이 많고 평평한 전남의 농지에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많이 몰린다. 권도현 기자
‘태양광’에 점령당한 ‘검은 논밭’…주민 삶이 재생에너지에 묻혔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기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층 아파트를 엘리베이터로 오르내리고, 부엌에서 전자레인지를 쓰고, 밤에도 환한 거리를 걷는 도시의 일상은 전기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 아무도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도시엔 언제나 충분한 전기가 공급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은 전기를 많이 쓰지만, 생산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도시들에서 쓰는 이 많은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에너지 전환은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현재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그동안 에너지 전환 문제는 석탄에서 태양광, 풍력으로의 전환 등 ‘발전원의 변화’에만 국한돼 다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발전원의 전환뿐 아니라 새로운 발전원이 어느 지역에 들어서는지, 그 과정은 적절한지, 생산된 전기는 누가 사용하게 되는지까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의 변화를 넘어, 사회 체제를 재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살펴본다.
■농사짓는 땅에 발전소, 농민들의 분노
에너지 전환, 발전원 변화에 국한
어디에 어떻게는 논의에서 빠져
해 잘 들고 넓고 평평한 전남으로
태양광 발전 외지 사업자들 몰려
임차료 내며 농사짓던 농민들
본인 뜻과 상관없이 생업 그만둬
탈농촌 가속·도농 격차 심화 우려
전남 무안군에 사는 이덕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을 때 태양광 발전기와 소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려 했다. “앞으로는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했죠. 바람 불면 풍력 쓰고, 햇빛 날 때는 태양광 쓰려고요.” 결국 비용 문제로 포기하긴 했지만, 집을 지으며 그런 고민을 할 만큼 그는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 이씨가 지금은 마을의 ‘태양광·풍력 반대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왜 재생에너지 반대 활동을 하게 됐을까. 마을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농지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씨의 집에서 걸어서 5분쯤 떨어진 논을 찾았다. 추수가 끝난 논 주변에는 아무렇게나 자란 갈대들이 무성했다. 갈대 뒤편으로 가자 대규모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보였다. “2020년 2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5월에 다 들어왔어요. 원래 저 땅에서도 동네 사람들이 벼농사를 짓고 그랬죠. 자기 땅은 아니었지만요.”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땅 주인이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에게 땅을 임대해주면서 농사를 못 짓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요즘 전남 지역 곳곳에 흔하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전남의 농촌에는 발전 사업자들이 간이사무소를 차려놓고 발전소 부지를 보러 다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용하던 마을에 갑자기 외지인들이 들어와 땅을 보러 다니자, 농지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농민들은 연대하기 시작했다. 전남 22개 시·도 중 17곳에 태양광 반대 대책위가 꾸려졌다.
평생 농사를 지은 이씨는 마을에서 몇 안 되는 자기 땅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바로 옆 논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며 농사를 못 짓게 된 것을 보고 ‘땅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제까지 내가 농사지었던 땅, 오늘 내놓으라고 하면 얼마나 황당해요. 농민들한테 농지를 뺏는다는 건,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돼요.”
전남 무안군에 사는 농민 이덕한씨가 자신의 논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전남 해남군의 혈도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던 김영준·이병연씨도 3년 전 그런 상황을 겪었다. 두 사람은 2006년부터 이곳에서 벼농사를 지었는데, 재생에너지 복합단지가 들어선다는 이유로 농지 임대 계약이 종료됐다. 한국남동발전은 583만3742㎡(약 176만평) 넓이의 혈도 간척지에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을 포함한 약 340㎿급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이씨는 지금 다른 마을에서 벼농사를 짓고, 김씨는 밭농사만 짓는다. 김씨는 “소득의 3분의 2가 벼농사에서 나왔는데, 지금은 밭농사만 하니까 소득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농지가 태양광 발전소로 바뀌면서 농민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놀고 있는 ‘억 단위 농기계들’이다. “농촌은 인력이 없잖아요. 모 심으려면 모 심는 기계가 필요하고, 논 관리하려면 트랙터가 필요해요. 농사를 다 지으면 콤바인이 필요합니다. 중고로 구입해도 한 대당 1억5000만원이에요. 소농, 중농, 대농 할 것 없이 이 기계 세 대는 있어야 합니다. 그럼 기본적으로 3억원대의 빚을 갖고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던 땅의 주인이 발전 사업자의 임대 제안을 수용하게 되면 그 농기계들은 멍청이가 돼 버리는 거예요.” 전남 영암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복산씨의 말이다. 그가 사는 마을에도 임차 농사를 짓다 한순간에 농사를 그만두게 된 이들이 있다.
발전 사업자들은 왜 전남으로 몰렸을까. 해가 잘 들고, 땅이 넓으면서도 평평한 곳이어서다. ‘농사짓기 좋은 땅’이 곧 태양광 패널을 깔기에도 좋은 땅이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발전 사업자에게 땅을 안 빌려주면 되는 것 아닐까. 이덕한씨처럼 자기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민들 중 절반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시골에서 농사지어 먹고살려면 임대료로 3.3㎡(1평)당 1000원 이상을 줘선 안 되죠. 1000원도 농산물 가격이 안정돼 있고, 일기예보가 맞을 때 얘기예요. 2021년처럼 갑자기 큰비가 온다거나, 가뭄이 들면 땅 주인은 1000원 받는데 농사짓는 사람은 500원조차 안 남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평당 5000~6000원을 땅 주인들에게 제시해요. 9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나도 외지인이라면 누가 9000원씩 준다면 그냥 임대 줘버리겠어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 설비가 들어설 예정인 전남 해남군 문내면의 혈도간척지. 권도현 기자
■재생에너지 찬성하지만, 이렇게는 아니다
전력 생산 는 만큼 변전소 등 필요
지역 주민들 송전탑 반대 운동도
농민들이 재생에너지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 정책에 동의하고, 원전 같은 것보다는 태양광이 더 훌륭한 에너지원이라고도 생각해요. 창고 부지, 축사 부지, 고속도로 유휴지 같은 곳에 하는 것에 천 번, 만 번 동의해요. 그런데 지역민들의 생산 수단을 싸그리 무너뜨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거예요.” 해남의 이병연씨가 말했다. 무안의 이덕한씨 생각도 비슷하다. “신재생에너지 참 좋아요. 우리가 가야 할 길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농지에다 하기 전에 지붕에, 건물에도 할 수 있잖아요.” 원래 태양광 시설 설치가 가능한 농지는 농업보호구역이나 농업진흥구역 외의 농지로, 농지 전용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2019년 법이 개정되면서 농업진흥구역 내의 염해 간척지에도 태양광 설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지표면으로부터 30~60㎝를 팠을 때 염도가 5.5dS/m인 곳이 90% 이상일 경우’라는 기준이 있긴 하지만, 농민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영암군에서 농사를 짓는 신양심씨는 “옥토 같은 우량 농지가 느닷없이 염해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염해는 무슨 염해예요. 원래 간척지라는 게 바다를 매립한 것이어서 100년이 가도 깊이 파면 염기는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10㎝ 내외로 논갈이를 해 농사를 지어서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30~60㎝씩 파서 염기가 있다고 염해라는 거잖아요.”
전남 지역 곳곳에서는 태양광 반대운동뿐 아니라 송전탑 반대운동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새로운 발전원이 들어서 더 많은 전력이 생산되면, 그 전력을 실어나를 변전소와 송·배전망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군에서 만난 백영호씨는 마을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다. 백씨와 만난 카페 옥상에서는 보성군과 고흥군 사이의 얕고 좁은 바다인 득량만이 보였다. 한국전력은 이 만 밑으로 해저 케이블을 깔아 고흥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보성을 통해 전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득량면과 회천면에 있는 오봉산과 봉화산 등 여러 산에 154kV의 고압송전선로와 송전탑, 그리고 변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송전탑 예정지는 산속이지만, 일부는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거리에 들어선다. “고압송전탑 예정지가 주민들이 거주한 지 600년이 넘은 전통 마을들이에요. 송전선이 바로 머리 위에 들어오는 거잖아요. 봉화산 가장 높은 곳이 470m밖에 안 되거든요.”
보성군은 송전망 전체를 땅에 묻는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부정적이다. 일부 구간은 몰라도, 전체 구간 지중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지중화에는 많은 돈이 든다. 전체 비용의 절반은 한전이, 나머지 절반은 지중화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한전의 부담은 의무사항도 아니다. 전국에서 지중화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다.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누구를 위한 에너지 전환인가
에너지 정책, 중앙집중식으로 추진
문제 생겨도 지자체가 해결 어려워
지방 주민들의 분노는 복합적이다. 곡물 자급률이 21%(2019년 기준)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농사짓는 땅을 농사 외 용도로 사용하게 한다는 우려와 함께,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것은 ‘도시에서 온 외지인’뿐이라는 불만도 있다. 정부에서는 일부 지역의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긍정적 사례로 홍보하지만, 현실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지금의 재생에너지 정책에는 ‘지역 감수성’이 빠져 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유럽에서는 이런 갈등이 별로 없었다. 농민과 지역의 필요에 의해 에너지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가격 자체가 비싸니까, 사서 쓰는 것보다 내가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외선 태양광이나 풍력을 농민이나 지역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 중 탄소중립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제주 출신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관도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농업이 망해가고 있는데, 결국 농사지을 땅까지도 태양광으로 덮어 버리는구나, 기어코 농업을 그냥 죽이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농촌의 인구 이탈이 더 가속화되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는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보성군 내에서도 보성읍, 벌교읍 정도를 빼면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요. 읍에 아파트 한 동이 들어서면, 한 개의 ‘리’가 없어질 정도로 그쪽으로 쏠립니다. 이런 오래된 마을에 살 이유가 없어요. 사람이 없어서 마을이 기능을 못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한두 명 살고 있는 마을에 송전선이 또 지나가는 거죠. 마을 사람들한테 다 나가라는 소리예요.” 보성의 백영호씨가 말했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의 마을 풍경. 마을 논 뒤로 보이는 산에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이다. 권도현 기자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주민들의 민원은 지자체로 몰리지만, 해결에는 한계가 크다. “보통 지자체에서 이 일은 한 명이 담당해요. 다른 업무를 하면서 이것도 같이합니다. 혼자서 감당하기도 어렵고, 또 인사 이동으로 조금 하다가 딴 데로 가요. 역량이 안 쌓이는 거죠.” 임 처장이 말했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중앙집중식’으로 추진돼 왔고, 이 과정에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는 적었다. 예컨대 보성군은 송전망 건설 예정지역을 관광코스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갑자기 해당 지역에 송전탑이 들어서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다 보니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임 처장은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계속 지원해줘야 했는데, 그동안 정책 자체가 중앙집중식이다보니 지자체의 역량도, 지원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그런 과정에서 현장은 다 곪았다”고 했다.
갈등은 육지보다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제주도에도 여전히 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A씨는 2020년 대정 앞바다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지 말아달라는 진정서에 497명의 서명을 받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100㎿급 풍력발전기 18기를 짓는 사업인데, 고압 송전선로 설치 등을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사업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제주도의회가 2020년 4월 ‘주민 수용성’을 이유로 일단 사업을 부결시켜 놓은 상태다. A씨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무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중요하잖아요. 우리한테 설명은 해 줘야죠. 도에서 잘못하고 있어요. 정책 수정은 하나도 안 하고, 또 밀어붙이면 우리는 다시 반대할 수밖에 없죠.” 제주도는 2019년 ‘탄소 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에 대한 수정·보완 보고서에서 ‘낮은 주민 수용성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정책의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지방 생산·도시 소비 구조, 더는 안 돼
전력 소비, 수도권 비중 높은데
발전원 대부분은 지방에 세워져
정부도 ‘수급 불균형 심화’ 인지
“이 지역에 필요하다면 모르겠는데 여기는 전력이 남아돌아요. 서울, 경기 지역에 전력이 많이 필요하다면 그쪽에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 세워야죠. 사람이 없다고 시골에 허가를 다 내놓고, 거기서 만든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또 고압 송전선을 깔면 지역은 토지 거래도 안 되고 풍광 좋은 곳에 사람이 살려고 했다가도 집을 안 짓지 않겠습니까.” 보성의 백영호씨가 말했다.
지금 전남에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들은 전남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전남은 전력 발전량이 소비량보다 많다. 그럼 남은 전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전기는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든 송·배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이동한다. 서울에 사는 누군가가 전기포트를 켤 때 이용한 전기는 무안의 이덕한씨 옆 논 태양광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고, 충남 당진의 석탄 발전소에서 생산한 것일 수도 있다. 전기가 어느 지역에서 생산돼 어느 지역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소비되는지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역별로 들어와 있는 발전원의 규모와 전력 사용량을 비교해 보면, 전기가 주로 생산되는 곳은 지방이고, 소비되는 곳은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승완 충남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사람들도 ‘전국에 송전망을 아주 신속하게 깔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서울의 관점”이라며 “지방의 관점은 더 이상 서울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군 혈도 간척지 인근에 밀집되어 있는 송전탑과 전신주들. 권도현 기자
정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방안’에서 “태양광, 화력, 원자력 등 발전원은 수도권 외 지역에 입지한 반면 전력 소비는 수도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대규모 전력 수요시설의 수도권 추가 입지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또 “대폭 확대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현재 호남에 집중되어 있어 (이 같은) 추세 지속 시 계통 연계와 지역 간 융통이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지금과 같은 ‘중앙집중식 전력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에 대규모 발전원을 집중적으로 짓고, 그렇게 생산한 전력을 대도시가 소비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 공급을 하기 위해 들인 송전망 등 인프라 투자 지출액은 2600억원이 넘는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공간을 일치시키는 지역별 소규모 분산 에너지 시스템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이나 인근에서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것이다. 올해 산업부 업무계획에도 ‘안정적 전력망과 분산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있다. 하지만 관련 법인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지 인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 공급체계 개편을 목표로 한다. 국가에 분산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시행할 책무를 부여하고, 에너지 사용량 중 일부는 분산 에너지로 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택지·도시 개발 사업자가 의무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도 부과된다. 이 법이 마련된다면 에너지 생산지와 수요지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법만으로 충분할까?
경기도 고양시의 주택 지붕에 3kW 규모의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다. 이준헌 기자
■내가 쓰는 전기는 내가 만든다
‘수요지 중심 생산’ 법안 국회 계류
대형 발전소 줄여 탄소중립 하려면
시민들도 ‘에너지 자립’ 동참해야
“탄소중립으로 가는 핵심은 자기가 쓰는 전기의 일부분을 자기가 생산하는 거예요. 전기 생산하는 것을 자기 지붕에 이고 지고 사는 거죠. 공장 위에도 올리고, 아파트 위에도 올리고, 자기 베란다에도 달고요. 대형 발전소를 줄여야 되잖아요. 그 줄어드는 만큼을, 곳곳에서 수천만 개의 작은 발전소가 감당해 주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해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이 말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도 노력해야 하지만, 시민들도 내가 쓰는 전기는 내가 만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박사는 ‘RE100 시민클럽’ 같은 시도를 좋은 예로 든다. ‘RE100’은 기업이 자기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겠다는 선언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RE100처럼 시민들도 내가 쓸 전기는 내가 만드는 ‘에너지 자립’을 하자는 것이다.
전주에 사는 강소영씨는 가족들과 힘을 합쳐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5년 전 전주시민햇빛발전소에 2㎾ 태양광을 출자했고, 그 이듬해에는 시골에 있는 집에 20㎾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강씨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인식한 뒤 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원전이나 석탄 발전소 같은 큰 발전소들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 사람들이 아니라 적게 쓰는 발전소 지역 사람들이 받잖아요. 개인이 자기가 쓰는 걸 자기가 만들다 보면, 전기를 조금 더 아껴 쓰게 되기도 하고, 또 ‘쓰는 사람 따로, 만드는 사람 따로’ 같은 문제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들이 에너지 자립을 하며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거나 그것이 힘들면 태양광발전협동조합에 출자를 하고, ‘RE100’ 기업의 제품을 살 수도 있다. 태양광발전협동조합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자금을 모아 건물 옥상이나 유휴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식으로 에너지 자립을 하는 것이다. 전국에 100여개가 있다. 오수산나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이 요구하지 않는 한 기업의 RE100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소비자들이 ‘RE100 해라, 우리가 그런 상품을 사겠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기술자 황민수씨(위)가 가정용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내 전기를 내가 만들어 쓰고 싶어도 아직은 한계가 많다. 경기 군포시 산본에 사는 정영미씨는 아파트 베란다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다 아파트관리사무소 측 반대로 하지 못했다. “절대 안 된다는 거예요. 비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못했어요.” 결국 정씨는 지역 태양광발전협동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아직 재생에너지가 시민들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에너지 체계에서는 ‘대규모 발전원’ 대신 ‘작은 발전원’이 도시 이곳저곳에 들어서야 하지만, 이런 부지를 얻는 것은 정씨와 같은 개인뿐 아니라 협동조합도 쉽지 않다. 오수산나 처장은 “조합은 시 공무원들 만나는 것도 어려운데, 대기업이 ‘10억원을 복지기금으로 쓰겠다’고 하면 없던 부지도 막 생기더라”며 “안 쓰는 땅을 우리에게 주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겠다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도도 더 섬세해져야 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B씨는 5년 전부터 3㎾짜리 태양광을 옥상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잉여 전력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보는 최근 협동조합의 상담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B씨의 상담을 도운 전기기술자인 황민수 박사는 “법으로 남는 전력은 현금 정산을 하게 되어 있는데, 정산을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도 해야 하고 계량기 설치도 따로 해야 하는 등 절차가 어렵고 복잡해 알아보다 포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B씨도 “한전에도 전화해 정산 문제를 물어봤는데, ‘그런 게 없다’는 답만 받았다”고 했다. 황 박사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의 효용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와 지역 간 격차와 갈등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에너지 전환을 계기로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시민들이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의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에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결국 ‘좋은 에너지 정책’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에너지 전환에는 누군가의 부담이나 희생이 따르고, 그걸 나누어 지고 가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시민들이 인식해야 하는 거죠. 그럼 올바르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겠죠. 모든 사람이 에너지 문제에 참여할 때 책임있는 에너지 정책도 만들어지고 정책 수용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경향 특별취재팀 강연주 강윤중 권도현 김한솔 박미라 박은하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 본 미래(1) 카본프리아일랜드의 카본발전소들
기후변화’라는 말이 낯설고,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이지도 않던 2012년. 제주도는 섬의 미래를 바꿀 만한 선언을 했다. 2030년까지 제주를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쓰는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만들고, 모든 차는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이 대담한 계획은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후 10년이 지났다. 변화가 아니라 ‘위기’라고 할 만큼 기후 상황은 악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정상들이 기후 문제만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 정도다. 한국도 2020년에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고, 지난해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기본법이 제정돼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년 전부터 제주가 해왔던 정책들이 육지에서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제주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한국의 ‘먼저 가본 미래’인 셈이다.
경향신문은 2022년 신년기획 시리즈로 ‘탄소중립 제주, 미리 가본 미래’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그동안 제주가 추진해온 탄소배출 없는 섬 정책의 과정과 결과가 나라 전체의 탄소중립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기획이다.
탄소배출 없는 섬 정책의 두 축은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이다. 현재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탄소중립 정책과 거의 같다. 2020년 현재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6.2%로 육지(약 6%)에 비해 훨씬 높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97개라는 풍부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의 총 탄소배출량은 탄소배출 없는 섬을 선언한 2012년에 비해 그다지 줄지 않았다. 순배출량 기준으로는 조금 줄었지만, ‘2030 탄소제로’를 달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일찌감치 탄소제로라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온 제주의 탄소배출량은 왜 줄지 않은 것일까.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사회의 결과물인 ‘탄소’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 것은 아닐까. 탄소중립은 단순히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우리 생활과 사회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1화 ‘카본 프리 아일랜드의 카본 발전소’를 시작으로 그 원인과 교훈을 하나씩 살피고자 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앞바다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뒤로 아침 해가 밝아오고 있다. 탐라해상풍력은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이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FI)’ 정책을 시행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크게 늘렸다. 권도현 기자
제주는 2012년 무렵 ‘탄소 배출 없는 섬’ 정책을 선언했다. 하지만 제주의 총 탄소배출량은 이 선언 이후로 그다지 줄지 않았다. 발전부문에서의 탄소배출량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동쪽 해안 마을인 제주시 구좌읍 일대는 ‘제주 바람길’로 불린다. 바람의 섬인 제주에서도 특히 바람이 더 많은 지역이다. 제주공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약 50분 거리에 있는 구좌읍 김녕리에 닿으면 차창 밖으로 쪽빛 바다를 낀 흰색의 육상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구좌읍 월정리, 행원리까지도 바람개비 풍경이 이어진다. 강한 바닷바람 속에 풍력발전기를 배경에 두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러 있다. 제주 서쪽도 마찬가지다. 서제주 두모리에서 금등리에 이르는 바다 한가운데 높이 80m 해상풍력발전기 10대가 일렬로 서서 돌아가고 있다.
“제주는 ‘탄소 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10년간 추진해오면서 풍력발전기 보급에 주력해왔어요. 바람 많은 섬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발전원이거든요.” 안재홍 제주녹색당 사무처장이 말했다. 그의 차에 올라 함께 제주 북쪽으로 향했다. 안 처장은 “2020년부터는 제주의 태양광 발전 보급이 풍력발전을 앞섰다”고 덧붙였다.
서쪽 해안가를 지나 북서쪽 애월읍에 닿으면 안 처장의 설명이 풍경으로 다가온다. 애월읍은 ‘태양광 마을’로도 불린다. 애월읍 내에서도 애월리는 바로 옆 고내리, 곽지리와 함께 태양광 설비가 가장 많이 보급된 마을 중 하나다. 낮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애월리 복지회관에서 바다 방향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면 지붕에 비스듬히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 설비들이 여러 개 눈에 들어온다.
“태양광 발전 하니까 좋아요. 여름에 보통 5만원 넘게 전기요금이 나왔는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나니까 1만원밖에 안 나와요.” 애월리 이장 이부자씨가 말했다. 이 마을에서만 40년을 살아온 이씨는 8년여 전부터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사용해오고 있다. 2030년까지 섬 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탄소 배출 없는 섬 정책 선언 후 10년, 재생에너지 발전은 어느덧 제주의 흔한 풍경이 됐다.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16.2%로 육지(약 6%)의 약 3배 수준이다.
하지만 지나온 풍경에 ‘친환경’ 발전원만 담긴 것은 아니다. 애월리 복지회관에서 10분 정도 걷다보면 애월항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크고 둥근 회색빛 탱크 두 개를 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제주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에 있는 LNG 저장탱크들이다. 이씨는 “수년 전 LNG 기지가 애월항에 들어오는 대신, 희망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가 지원됐다”고 말했다. 1127가구의 작은 마을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화석연료인 LNG가 나란히 공존하게 된 배경이다. 2년여 전 완공된 LNG 기지는 섬 내 화력발전소 세 곳에 LNG 연료를 공급한다.
제주도 애월읍 애월리에서는 집집마다 설치된 태양광 발전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마을 인근에 위치한 애월항 부근에서는 2019년 10월에 준공된 ‘제주 액화천연가스(LNG) 기지’의 모습도 있다. 바다 쪽에 보이는 두 개의 둥근 탱크는 ‘LNG 저장탱크’인데, 도내 화력발전소에 LNG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권도현 기자
■‘카본 프리 아일랜드’라면서요
제주 CFI 계획대로라면 화석연료 기반 발전원들의 도입은 중단하거나 기존에 있던 것도 폐지하고,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만 더 확대했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4년 새 제주에는 228㎿급의 제주복합화력발전소 1, 2기와 146㎿급의 남제주복합화력발전소가 새로 지어졌다. 모두 화석연료인 LNG 발전소다. LNG 발전은 석탄이나 석유보다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지만, 가스 채굴과 운송, 연소를 하는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사실 LNG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정부도 LNG를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기 위한 ‘가교’로 쓰되, 장기적으로는 감축해 나가기로 한 거고요.”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가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발간한 ‘가스발전의 실체’ 보고서에서 “그동안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임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청정연료로 인식되어왔다”며 “그러나 가스발전 역시 화석연료 연소 기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LNG 발전소로는 제주복합화력발전소와 남제주복합화력발전소, 그리고 2019년에 연료를 LNG로 전환한 한림복합화력발전소가 있다.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했던 제주에 LNG 발전소가 새로 들어선 주된 이유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제주의 유입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필요한 전력량 또한 가파르게 늘었다.
제주의 전력 사용량은 2007년 이후 60%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제주에서 필요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LNG 발전소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제주에 있던 화력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가 105㎿였는데, 새로 들어온 LNG 발전소는 1기당 평균 용량이 약 124㎿다. 제주에너지공사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던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연구관은 “제주 지역에 적합한 발전기 용량을 산정했어야 했는데, 기존 관성대로 일단 큰 것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애초에 왜 재생에너지를 더 늘리지 않고 LNG 발전을 늘렸을까. LNG 같은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이 현재로선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발전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력 계통(시스템)은 석탄이나 LNG 같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원들을 기본값에 두고 구성돼 있다. 10년간 재생에너지 보급에 주력해왔던 제주도 마찬가지다. 제주전력거래소의 김영한 본부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발전원 하나가 고장이 나더라도 이를 보충해 줄 여유분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는 이런 예비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화력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남제주화력발전소’의 모습이다. 남제주화력발전소 내부에 위치한 복합화력발전소(LNG)는 제주가 탄소없는섬 정책을 선언한 2012년 이후에 준공됐다. 권도현 기자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이견도 있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그 당시 기술로는 (전력 수급에 대처하기 위해) LNG가 필요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화력발전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LNG 발전소를 착공하기 전에 이미 CFI 정책이 있었고, 온실가스 감축 계획도 있었는데, 그냥 (이전처럼 화력발전원을 추가하는) 관습대로 한 거죠.” 윤형석 제주도청 미래전략국장 역시 “(사실) 대규모 LNG 발전원이 들어온 것은 제주의 CFI 정책과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기술적 한계로) LNG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기술적 보완장치를 도입해 재생에너지를 더 확보하고, 화력발전의 발전량은 줄여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많이 사용되는 발전 연료 중에는 바이오중유도 있다.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발전설비를 갖춘 제주화력발전소는 2019년에 2, 3호 발전기의 연료를 중유에서 바이오중유로 전환했다. 남제주화력발전소 또한 2014년, 2019년에 걸쳐 1, 2호 발전기의 연료를 바이오중유로 바꿨다. 바이오중유는 동식물성 유지를 활용해 만드는 연료다. 전량이 수입되는 바이오중유는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된다. 바이오중유를 포함하면 이미 제주 발전원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문제는 바이오중유의 원료인 식물성 오일 팜유를 만드는 과정이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팜유는 대규모 산림벌채 등 환경파괴 문제를 유발해 재생에너지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는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중유의 75%는 제주에서 사용되고 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바이오중유는 오래된 화력발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뿐더러 제주도 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제주에서 재생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제주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도 2011년 180만3000t에서 2020년 76만5000t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탄소 배출 없는 섬’을 달성하겠다던 선언과 달리 10년 새 대규모 LNG 발전소를 새로 지었고, 오래된 화력발전소는 연료를 바이오중유로 교체해 계속 사용했다. 기존 전력 계통 위에 재생에너지를 덧씌워가는 제주의 모습, 과연 지속 가능한 방향일까.
제주 지역에 위치한 발전소들을 색으로 나눠 점으로 표시했다. 노란색 태양광 발전, 파란색은 풍력발전, 빨간색은 화력발전, 초록색은 육지와 연계된 해저케이블이다. 제주는 탄소없는섬 정책을 이행하는 10년 동안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르게 늘려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도 증설했다.
■깨끗하지만 통제가 어려운 재생에너지
“‘CFI 제주’를 실현하려면 사실 전력 계통 전체를 바꿔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냥 재생에너지만 (많이) 보급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한 번 계획을 잘못 짜면 진짜 바꾸기가 힘들더라고요. 제주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어요.”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말했다. 그는 제주 CFI 정책에 자문을 하기도 한 전기 전문가다. 제주는 현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류한 재생에너지 보급 총 6단계 가운데 3단계 정도로 평가받는다. 재생에너지 선진국 수준의 보급률이다. 그런데도 전 교수가 제주의 현 상황을 ‘어렵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전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히 재생에너지만 늘려왔던 제주 전력체계의 문제가 점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출력제한’이다.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넘칠 경우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하지 못하도록 제약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공급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안 되는 전력의 특성 때문이다. 정전은 전력을 필요한 것보다 적게 공급해도 발생하지만, 필요한 것보다 지나치게 많이 공급해도 발생한다.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력거래소는 매일 필요한 발전량을 예측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의 연료인 바람과 햇빛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어 발전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날은 날씨가 좋아 필요한 것보다 많은 전력이 생산되는가 하면, 어떤 날은 흐려 필요한 것보다 적은 전력이 생산된다. 석탄과 LNG 발전이 ‘안 깨끗하지만 통제하기 쉽다’면, 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는 ‘깨끗하지만 통제가 어려운’ 에너지다.
출력제한은 주로 풍력발전에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는 풍력발전에 대해 무려 63회의 출력제한을 시행했다. 다른 발전원도 많은데 하필 재생에너지인 풍력에 출력제한을 하는 이유는 화력발전보다 끄고 켜기가 쉽기 때문이다. 넘치는 전력을 저장해놨다가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이제 막 상용화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제주에 대규모 ESS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넘쳐버린 제주의 전력 공급량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ESS의 용량이 충분치 않다.
2015년 단 3회였던 출력제한은 7년 새 20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출력제한으로 발전하지 못한 전력은 총 11.9GWh. 이로 인해 풍력발전사업자들이 입은 손해는 21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손해에 대한 보상은 아직 없다. 제주에서 풍력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출력제한 때문에 재무모델이 깨지고 있다”며 “장기화되면 파산”이라고 말했다. 김승완 교수는 “출력제한의 문제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라며 “손해를 입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1년 동안 날 손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했다. A씨는 “지금의 전력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육지에서도 제주와 같은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지의 에너지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경남 고성군 하이면에 나란히 위치한 고성하이 발전소의 옥내 저탄장(왼쪽)과 일부 호기가 폐쇄된 삼천포화력발전소. 고성하이는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한 신규 석탄 발전소다. 강윤중 기자
■탄소중립 한다면서 석탄발전소 짓는 육지
“점심 돼요?” “장사 안 해요.” 경남 고성군 하이면 신덕마을의 오후. 평일의 점심시간인데도 거리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꽤 커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지만 영업은 하지 않는다. 대형 화물차들이 5분에 한 번씩 굉음을 내며 비포장도로를 훑고 지나가는 탓에, 먼지로 앞이 뿌옇다. 먼지 사이로 유독 말끔한 대형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고성그린파워. 2㎞ →.’ 표지판 바로 옆에는 마을 개발위원회가 건 검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친환경 석탄발전소라고 쓰고, 유독가스 저탄장(석탄 저장소)이라고 읽는다!’ 신덕마을은 지난해 4월 가동을 시작한 신규 석탄발전소인 고성하이 1, 2호기와 붙어 있다.
제주와 비교했을 때 육지의 에너지 전환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020년 기준)뿐이다. 지난해 3월 전남 신안에서 처음으로 태양광 출력제한이 있긴 했지만, 아직 제주만큼 출력제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육지의 문제는 재생에너지 보급은 더딘데, LNG도 아닌 석탄발전소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제주의 3분의 1가량뿐인 육지에는 7기의 새 석탄발전소들이 최근 가동을 시작했거나 2~3년 안에 들어설 예정이다. 고성하이도 그중 하나다.
“저기 보이는 건 고성하이가 아니라 삼천포화력발전소예요.” 신덕마을 이장 이은호씨가 말했다. 하이면에는 1990년대 지어진 삼천포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2020년에 가동연한이 끝난 1, 2호기만 폐쇄되고 나머지 4개 발전기는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삼천포발전소는 마을이랑 2㎞쯤 떨어져 있어서 괜찮았어요. 고성하이는 제일 가까운 민가랑 400m밖에 안 떨어져 있어요.” 마을회관에서 도보로 10여분쯤 걸어 완만한 언덕을 넘자 고성하이의 대형 옥내 저탄장이 보였다. 석탄을 대량으로 저장해 두는 옥내 저탄장에선 종종 자연발화가 발생한다. “보통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만 걱정하잖아요. 저희는 자연발화 때 나오는 가스가 마을로 그대로 흘러들어와요. 한 번 냄새나기 시작하면 이틀은 가거든요. 사람이 가스 냄새 한 번 맡아보면 생각이 완전 달라지지 싶은데. 진짜로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이거 한 1주일 맡으면 죽을 것 같은데’ 하는 거죠. 저희는 진짜 근본적인 문제에 처해 있어요.” 가스 냄새가 난 다음날이면 마을 주민들은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이은호씨는 주민 수십명과 함께 보건소에서 집단 진료도 받았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마을의 전경. 마을 바로 옆에 고성하이가 가동을 시작한 뒤 주민들은 소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신덕마을에서 차로 10분. 얕은 산 하나를 끼고 돌면 덕명마을이 나온다. 고성하이는 두 마을 사이에 있다. 덕명마을에 들어서자 마을회관 뒤의 산 정상 부근에 비쭉 솟아오른 발전소 굴뚝이 보였다. “새벽에 시장 간다고 5시30분 차 타거든. 그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뭉게구름 같아, 뭉게구름. 아휴, 말도 못해. 이 시골에 예전에는 흙먼지가 있었거든. 요새는 흙먼지가 아니라, 시꺼먼 (석탄)먼지야.” 주민 박납점씨가 말했다. 옆에 있던 덕명마을 이장 정금주씨가 회관 옆 과일나무를 가리켰다. “이제 유자, 감도 안 따먹습니다.” “석탄 가루 날아온다고 안 따먹지. 나쁜 게 자꾸 날아오니까 몇년 전부터 고추농사도 잘 안 된다.” “따다 팔기도 하고 먹고 그랬는데 이제 아예 손도 안 댑니다.” 주민들이 너도나도 말을 보탰다.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발전소에서 들리는 소음이다. “저녁마다 소리가 나 못 살겠다. 한 7시 넘으면 매일 ‘우웅, 우웅’ 그런다. 소리가 너무 커.” 주민 문둘례씨가 말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밖에서 뭘 하는가 싶어서 내가 밤에 밖에 몇 번 나가봤어.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 발전소 생각을 못했지.” 소음은 매일 저녁 3~4시간씩 지속되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더 크게 들린다. 정씨는 “굴뚝이 워낙 크니까 야간에도 ‘푹푹푹푹’ 소리가 난다”고 했다.
수십 년간 삼천포화력발전소 옆에서 산 정씨는 ‘탄소중립’을 한다면서 왜 또 새로운 석탄발전소가 마을 앞에 들어서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삼천포화력발전소도 1, 2호기만 폐쇄하고 나머지는 돌아가거든요. 그거까지는 이해가 가요. 그런데 이제 뭐 탄소중립이라는 게 되어가지고 다른 대체에너지를 한다고 하던데. 그런데 바로 앞에 석탄발전소가 또 하나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또 30년 동안 우리는 이렇게 피해를 보고 살아야 하니….” 고성하이 1, 2호기의 용량은 2080㎿, 현재 가동 중인 삼천포화력 3~6호기의 용량 2120㎿와 맞먹는다.
■에너지 덧셈만큼 중요한 화석연료 뺄셈
에너지 전환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발전원을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있는 석탄발전소들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2%, 탄소중립 달성연도인 2050년에는 60.9~70.8%로 목표를 잡고 있다. 2030년에도 석탄발전은 여전히 국내 전력원의 21.3%를 차지한다. 2034년까지 폐쇄되는 석탄발전소들 중 90% 이상은 LNG 발전소로 대체된다. ‘가교’로서의 LNG 역할을 넘어 신규 LNG 발전소와 새 석탄발전소들을 만드는 것은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맞지 않다. 국제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재생에너지에 대해 보수적인 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기후위기로 인한 심각한 영향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은 적어도 2035년까지는 가스를 포함한 ‘탈화석연료’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한국의 화석연료 퇴출속도는 굉장히 느린 편”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고성하이와 신서천화력이 약 10년 전부터 공사가 시작돼 이미 거의 완공을 앞두고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강원도에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석탄발전소들은 그렇지도 않다. 강릉의 안인석탄화력 1, 2호기와 삼척석탄화력 1, 2호기는 불과 3년여 전인 2018년 공사가 시작됐고, 내년이면 1호기가 완공된다. 두 발전소가 착공을 한 때는 석탄발전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빠르게 변하던 때였다. 기후위기 상황이 악화되며 단위 열량당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연료인 석탄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전 세계 금융사들이 석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거나 중단했다. 한국도 2020년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석탄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과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중단됐다. 이 모든 변화의 와중에도, 이미 허가가 난 신규 발전소들에 대한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 이미 승인된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그에 따른 손해를 보상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와 국회 모두, ‘이미 승인된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의 모습이다. 풍력발전단지 주변에는 태양광 발전설비도 함께 들어서 있다. 권도현 기자
■핵심은 화력발전의 ‘질서 있는 퇴장’
제주의 에너지 전환이 육지에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화석연료 기반으로 짜인 기존 전력 계통을 계속 유지한 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권 활동가는 “대형 발전소들을 활용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일정 시점부터 어렵다는 건 2019년에 만들어진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드러나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35%를 넘어서면 화력·원자력발전 등 기존의 경직된 발전원과의 조화가 어려워진다”며 “기본적으로 전력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꿔야만 재생에너지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불안정하다며 원자력발전소를 대안으로 든다. 발전 효율도 좋고, 탄소배출량도 낮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원전은 에너지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없다. 원전의 위험성과 폐기에 드는 경제·사회적 비용 등은 차치하고라도, 원전은 재생에너지의 유연성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직된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에 맞춰 실시간으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발전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의 증가와 원전처럼 경직된 전력원의 공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화력발전의 ‘질서 있는 마이너스(퇴장)’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 퇴출하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법적 근거와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불안정하다’는 꼬리표를 떼는 것도 급선무다. 정부는 ESS 설비를 보급해 재생에너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만 아니라 새 에너지원인 ‘수소’를 도입해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남는 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만들거나, 이 전력을 열로 변환해 냉난방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 위원장은 “아직도 정부는 수소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추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 경우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에너지 전환을 위해 화력발전원을 어떻게 빼고, 무엇을 넣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늘어나는 전력소비량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늘어나는 전력 소비에 따라 전력 공급량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소비가 변화하는 전력 공급량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영환 교수는 “전력의 공급과 소비 부문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인상된) 투명한 전기요금정책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도 전기요금제도를 비롯한 기존 전력시장제도의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
4년간 태양광 2.4배 늘린 文정부…잦은 고장·쓰레기 대책 없이 떠난다
작년 재생에너지 보급량 4.8GW 중 4.4GW가 태양광
툭하면 고장에 발암 물질도 포함됐는데 대책 없어
태양광 폐모듈 2023년 988t → 2033년 2만8153t
경남 합천군 합천댐의 수상태양광 전경. / 연합뉴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급한 신규 태양광 용량이 2017년까지 누적치와 비교해 2.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늘어난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이 태양광에 집중됐다.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숫자를 맞추기에는 태양광 설비를 까는 게 가장 쉽고 빨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부에 노출되는 태양광 시설의 특성상 망가지기 쉽고, 고장 없이 사용하더라도 발전 모듈의 수명이 15~20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태양광 모듈에는 발암 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후폭풍은 고스란히 다음 정권이 떠안게 됐다.
인천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 연합뉴스
◇ 작년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의 92%가 태양광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총 4.8기가와트(GW)로 집계됐다. 작년 보급 목표인 4.6GW를 넘어선 수치다. 산업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한 뒤 4년 연속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했다.
연간 보급량의 대부분은 태양광이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깔린 태양광 설비 규모는 4.4GW로, 전체 보급량의 91.7%에 해당한다. 풍력 발전 보급은 0.1GW에 불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풍력은 부처별 복잡한 인허가 절차(10개 부처 29개 법령),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다”고 했다. 태양광 역시 산지 경사도 허가 기준이 25도에서 15도로 바뀌는 등 규제 강도가 세졌으나 다른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수월한 편에 속한다. 산·들은 물론 물과 건물 외벽에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 신규 보급된 태양광 용량은 15.6GW에 이른다. 2017년 말까지 누적 용량이 6.4GW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년 만에 전국의 태양광 설비가 기존치 대비 2.4배가량 증가했다는 말이다. 산업부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올해도 다양한 정책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2020년 8월 8일 충북 제천시 대랑동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 시설 일부가 파손돼 패널들이 산 아래로 밀려나와 있다. / 조선 DB
◇ 당장 내년에 태양광 폐모듈 1000t 쏟아져
태양광이 기존 발전 방식보다 친환경적이긴 하나 여기에도 단점은 많다. 우선 실외에 설치해 태양을 마주 보게 해야 하는 분산형 시설이라는 점이다. 눈·비·강풍·산사태 등 자연 현상과 인간·동물의 공격에 365일 노출돼 있다. 태생적으로 고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모듈은 15~20년이면 수명이 끝난다. 이 모듈에는 구리·규소·납·비소 등의 금속과 각종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납과 비소는 발암 물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현 정권이 끝나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명을 다한 폐모듈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의미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폐모듈은 2023년 988톤(t)에서 2033년 2만8153t으로 10년 새 28.5배 급증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을 담당하는 산업부나 그 폐기물을 담당하는 환경부 모두 현재 태양광 관련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앞으로 추세가 어떨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내년부터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를 도입해 폐모듈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으나 세부적인 그림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한 민간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이번 정권은 전국 곳곳에 태양광을 일단 까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조선 전준범 기자
지구 기온 2도 올라가면 노동생산 손실 5배 늘어나
온난화가 진행되면 폭염에 따른 노동 생산력 상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폭염에 따른 노동 생산성 손실이 현재보다 5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손실은 특히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중저소득 국가에서 농업이나 건설 등 육체노동이 많은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듀크대와 스탠포드대 등 공동연구팀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시간과 노동인구 통계, 습구흑구온열지수(WBGT) 자료,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예측모델의 재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온난화에 따른 세계 노동생산성 손실 규모를 추정했다. 연구팀은 2001∼2020년 20년 동안 12시간 노동일 가운데 폭염 때문에 연간 2280억 시간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했다. 전 지구연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높은 2016년에 손실이 가장 커 연간 2740억 시간이었다. 노동 손실이 가장 큰 부문은 농업으로 2016년 2200억 시간에 이르렀다. 열대지방에서는 특히 따뜻했던 해, 곧 엘니뇨 시기에 손실이 컸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션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467-021-27328-y)
연구팀이 연간 세계 노동시간과 온도와의 상관을 계산해보니, 지난 42년 동안(1979∼2020년) 전 지구 연평균기온이 1도 상승함에 따라 연간 1010억 시간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도 상승하면 1970억 시간의 손실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으로는 현재 폭염에 따른 노동 손실이 연간 2800억∼3110억달러에 이르지만 2도 더 상승하면(산업화 이전 대비 3도 상승) 손실액이 1조6000억달에 이를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지역별로는 인도, 중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가장 큰 노동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이미 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돼 지속적인 노동을 하기에 위험한 시간대가 많아졌다. 연구팀은 폭염 노동 시간대를 얼마나 이동할 수 있는지 계산했다. 연구팀은 현재의 온난화 수준에서는 저위도 지역에서 노동 시간을 폭염이 아닌 시간대로 이동함으로써 연간 1인당 25∼30시간 정도의 노동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은 열대지방에서 낮 시간대 기온이 아침시간대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지만 온난화가 가속화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았던 시간대의 기온 상승 속도가 낮 시간대보다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 분석으로는 현재 기온이 높은 3시간대의 노동 시간을 기온이 낮은 시간대로 옮기면 생산성 손실을 30%까지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온난화가 지속돼 4도 상승에 이르면 22%만을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듀크대 박사후 연구원 루크 파슨스는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낮에 너무 뜨거워 일을 그만두고 있다. 아침에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도 계속해서 일하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온난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꿈틀대는 원전의 '녹색화'..."원전은 녹색이 아닌 심각한 오염원"
환경단체 "이미 심각하게 후퇴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하면 누더기될 것"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소를 '녹색'으로 분류한 초안(EU-Taxonomy)을 제안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원전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이미 심각하게 후퇴한 '녹색분류체계'에 원전까지 포함하면 원칙을 저버린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은 6일 성명서를 내고 "원전은 녹색이 아니다"라며 "녹색분류체계가 더는 누더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한국 정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발표했다"면서 "여기에 원전은 빠졌지만 논란 끝에 LNG 발전과 블루수소 등이 포함돼 녹색분류체계의 원칙적 의미가 퇴색됐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사회로 나기 위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이다. 기후위기,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시장의 적극적 녹색금융 투자 활성화를 돕는 지침서라고 보면 된다. 약 2년 동안 유럽연합(EU),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기준과 비교 검토하고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됐다.
EU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지속가능 재정 분류체계(EU-Taxonomy)'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이 안에는 원전이 '녹색'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보낸 분류체계 초안에는 원전이 포함됐다. 이러한 소식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한국의 분류체계에도 원전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원전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기후솔루션 등은 "EU 지속가능 분류체계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닌 초안"일 뿐이라며 "EU는 지난해부터 원전의 지속가능 분류체계 포함여부를 놓고 회원국간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에서 현재 프랑스가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원자력 발전소 투자 확대를 원하는 동유럽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는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EU 지속가능 분류체계 초안에도 원자력은 대단히 제한적으로 포함돼 있다"며 "신규 원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계획과 부지 및 자금 확보 등을 조건으로 달았으며,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역시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EU 초안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 부지를 갖추고 2045년 이전 건설 허가를 받는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는 녹색 투자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이들은 "그렇기에 원전 의전도가 높은 몇몇 유럽연합 회원국의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EU 지속가능 분류체계의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원전 프로젝트는 많이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초안은 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 한계를 조목조목 확인한 것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그런데 EU의 초안 내용이 보도된 이후, 국내에서도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원전은 본질적으로 '녹색'이 될 수 없는 심각한 오염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라늄 채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물질에 피폭되는 사례도 많고 운영 중인 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내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다량 검출된 사례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 처분도 문제다. 처리 기술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보관 장소도 없어 원전 내 수조에서 임시로 보관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 오염과 위험이 없는 경제활동을 규정하고 이러한 항목에 금융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기후위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이미 LNG발전의 한시적 포함으로 이미 녹색분류체계는 불완전한 것이 되었다"며 "여기에 원전까지 포함한다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결코 금융 시장에서 변별력과 신뢰성을 가지는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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