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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2019 기해년 설날 문현동

by 이성근 2019. 2. 7.


문현동 해안사 앞 주택 마당의 느릅나무

그 옆 성암사 경내 곰솔

그리고 과수원 안에 상수리나무

본가에 가면 늘 확인하는 그림들이다.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가 앞서 있던 삼성아파트와 더불어 이제 거대한 콘크리트 성이 되었다.

2016 .8.4

골목과 뒤울안이 사라진다 

뒤울안 축대에서 자라던 도깨비고비며, 봉의꼬리 같은 양치식물들  

올해도 아내는 빠졌다. 아직 서열이 안되기 때문이다.  큰아들도 설전날까지 일해야 하기에 작은 아들과 본가를 찾아 설 준비를 했다. 물론 어머니 아버지 장은 봐 오셨고

두부를 시작으로 고기와 전을 구웠다.


노릇하니 구워진 두부전

그리고 납세미 부침

민어 굽기

올해도 삼촌 내외가 와서 일을 거들었다.  조카며느리가 일한다고 생긴 공백을 메꾸어 주기 위해서다. 

찌짐이며 튀김, 나물 등 1차 준비는 저녁다비 끝이 났다.  그 다음부턴 어머니 몫이다. 자정 가까이  고기를 삶고 나물을 무치고, 탕국 준비 하셨다.   일 마치고 아내가 전화를 했지만 집에가서 쉬라고 했다.   



명절 새벽, 어머니는 조상님이며 성주신에게 새해 첫 소망을 빈다.  주로 자식,손자들 무탈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 첫새벽 일대를 산책했다

개발에 노출된 산동네는 도시의 유민들이다.

2017년 4월2일 점안식을 했던 관음대불 뒤로 산동네가 보인다.  관음대불 조차 외면한 산동네... 절집만을 위한 관음대불처럼 보인다.


2019년 설 차례 막내아들이 아버지 옆에 섰다

넙죽 넙죽 절하는 것이 설차례다.  엎드려 있는 한 두번 잠시 엎조린다. 응감 착실히 하시고 굽어 살피소 라고

아내는 오후에 출근이라 오전 내 일을 거들었다.

음복을 위해 술과 안주를 마련중인 고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 삼색나물, 보통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로 구성하는데  미역과 콩나물이 더해졌다. 그럼에도 여기 한가지가 빠져 아버지,어머니 약간의 다툼이 있었다.  어머니 준비해 놓고도 어디 두었는지 몰라 무치지 않았고 아버지는 어머니 그 깜빡을 탓하셨다. 일종의 잔소리인 셈이고 어머니는 그럴 수도 있지하며 무시해버렸다.  아무튼 삼색인지 사색나물인지 이나물에 밥 비벼먹듯 집안 결속과 우애가 일어나길 희망한다, 

그런데 과연 이 명철 차례가 얼마나 지속될까. 의무감이 작동되는 세대를 넘어서면 일족들이 모여서 조상께 예의를 표하는 일은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뵌적 없는 조상이며 공유할 수 있는 고향과 같은 공통분모가 없다면 더더욱 가속화되리라.

아버지와 손자들

아내 일가고  손님들 가고 난 다음 제기며 청소를 하고 나니 막내 여동생네가 왔다.  안그래도 이야기를 하든 참이었다.

다섯살 조카 나정이의 재롱은 어마니를 웃게 한다. 더하여 신문을 읽어 내는 총명함은 기대되는 바가 많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아버지가 매제를 불러 그간의 소원했던 바를 이야기하고 사위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를  보여주고 난 다음 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랬다 매제는 장인을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살뜰하게 뫼시고자 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봄 어느 날 이후  발길이 뜸해지고 집안모임에도 불성실한 상태가 되었다. 왜 그러는가에 대해 긍금했지만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하대 때문인가.(표현과는 달리 어머니는 막네네를 많이 챙겼다.  그렇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해의 소지도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전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발길을 줄이고 소통부재가 강행된 이유를 전해듣는 순간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형제들간의 의절까지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고 난 다음 산으로 향했다.   

갈미봉을 중심으로 걸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나를 생각하고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큰동생네는 이날 저녁 늦게 왔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일단 아무말씀도 마시고 보통 때처럼 대하시라고 했고 당신도 그러고자 했다.  다만 아버지의 그 편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아버지 의지처와 지속적 보살핌의 상대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아들이 해주지 못했고 막내사위가 대신했는데,  그 사위가 어느 날 소원해진 거다. 아버지로서는 답답했다. 전화를 해도 답이 없고, 마냥 기다리다 장인이 사위에게 왜 그러냐고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를 썼다는 것은 어머니 생신 때 아버지가 스스로 말함으로써 알았다.  장인과 사위간에 이루어지던 교감이 나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또 그것이 고마웠고 ... 하지만 때로 그것을 넘어서는 과도함이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아무튼 아주 조심스럽게 풀어야 할 일이 생겼다.  

황령산 갈미봉에서  경성대 방면으로 갈래져 나간 산줄기, 그 능선부에 이런 임도가 있다.

그 길에서 전국제신문 기자이던 김해창교수를 만났다.  그의 짝지 김옥이 샘도 같이 였다.  두 사람 다 재미나게 알차게 산다. 그네들은 오전일찍 금련산을 시작으로 하여 사장봉을 거쳐 하산길에 마주친 것이다.  참 반가운 일이다. 언제든 손 내밀수 있는 사람들이다.  언제든 손 내밀어 악수할 수 있는 사이가 많은 사람이 ..

그들은 또 그렇게 산을 내려가고 나는 생각에 잠겨 산정도 보고 숲도 보고  

임도에 식재된 왕벚나무에 꽃이 필 때면 이곳도 볼만하리라.

황령산 벚꽃이라

황령산에서 뻗어나간 산자락이 중간중간 잘리워져 섬으로 남았다가 그 마져도 허물어고 있는 현장이 남구다.  


최대 75세 정도 살았던  소나무, 둥걸에 새겨진 나이테는 이 자락의 기후역사를 보여준다.  1940년대 뿌리내린 나무다.























해안사를 돌아나올 즈음 왁자지껄 박장대소가 골짜기에 퍼졌다. 단체 윷놀이라도하는 가 싶었다. 느릅나무 집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 집안 사람들 둘러모여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 명절이면 우리집에서 하던 익숙한 집안놀이였다.   

그랬다. 명절은 저런거인데... 그만 넘겨다 보는 부러움이 되었다.  



Rio De Janiero Blue - Randy Crawford & Joe Sa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