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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2019년 부산 첫눈 오는 날 -황령산에서

by 이성근 2019. 1. 31.


歲暮雪雨

 

비 내리고

눈까지 따라 붙는다

겨울가뭄 끝

미세먼지도 씻어 내리고

나무들 모처럼 해갈이다

설빔 입듯 동백, 사스레피, 먼나무 빛난다

대기 발령 중이던

땅속 초록군단에게도 단비다.

창밖 풍경이다

그 잔치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무실 화분속의 풀과 나무들

시무룩하고 왠지 서럽다

그 모습 지켜 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배급하듯 물을 준다.

비로소 안과 밖이 하나다



설날 앞두고  눈비 내렸다.  하마 오늘 새벽 하늘이 수상해 눈이 오려나  싶었는데 , 사무실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비만 내렸다.   한동안 창밖을 내다 보았다.  마음이 심란했다.   임대료며 보험료 등을 내고 나니 잔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번달 월급도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낼 모레면 설 아닌가. 집에서는 안그래도 밀린 월급은 왜 안가져오냐고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달리 뽀죽한 수가 없기에 이사들에게  후원을 요청해야 겠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그럴려니 그만 짜증이 나고  갑갑했다. 그랬건만  망설이다 기어코 또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보내고 말았다. 


위 시는 현재 내 상황을 사무실 화분에 빗대어 쓴 것이다. 



이런 것이 생태숲인가

그냥 이름 가져다 붙이면 생태가 되는 줄 안다 기만이다.

작정하고 올랐을 땐 이미 내린 눈들이 녹고 있었다.

그래도 매화꽃을 만났다

생태는 이렇듯 자연스러움이다.  공간의 공유 속에 성장아니든가

상수리나무를 확인한다.



바람고개로 들어서니 제대로 된 설경이다



갈미봉 정상에서 사자봉 일원을 조망한다


0.5cm 적설양으로 세상은 일변했다.

년에 한두번 있을까 싶은 하늘의 이벤트다

심란한 마음 순식간에 지워졌다





다시 바람고개에 서니 되살아 난 오후 햇살에 눈이 녹아 비처럼 내렸다

다시 사무실로 가기에는 시간이 어중간하다.  산자락을 배회해보기로 마음 먹는다

머잖아 이 빛깔과도 작별할 것이다.


새삼스럽게 바위에 뿌리 내린 나무들을 눈여겨 보았다

척박한 조건에도 키을 올리고 가지를 뻗었다.

나도 저와 같음인가 . 살아 남기 위해 저나무들의 뿌리는 바위틈을 파고 들었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바위와 하나가 되었으라라

이 산중  이 계절에 초록은 더물다.

염주괴불주머니와 맥문동  

그리고 양치류 몇 종이 이맘때 녹새전령이다.







망초류도 곧잘 보인다. 일단 뿌리채 뽑아 나무에 걸어 두었다. 말라 죽도록 

원줄기가 잘려나갔지만 측아를 통해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면 기대기도 하고



그래도 어둠의 속도가 늦추어 졌다.

건너편 백양산 자락에도 제법 눈내린 풍경이다. 


어찌 살 것인가

눈이 녹아 좀은 질척이는 산길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생활이 다시 물음을 제기한다.



견디어 내고 버티든가

아니면 제풀에 쓸어 지든가

시방 내가 가는 길은 이렇게 반듯한 길이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황령산 공동묘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땅에 묻힌 망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 영면을 위한 터도 100년을 넘지 못한다.

정상부에는 어둠과 더불어 찾아온 낮은 기온으로 잔설이 되었다.

다시 불빛 휘황한 저 도시 속으로 간다

그리고 저 고층 빌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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