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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2014 추석 후기- 추석이 싫다

by 이성근 2014. 9. 9.

 

2014년 추석은 9월7일 일요일 대체휴무를 포함한 나흘간의 연휴였다.  추석 연휴에 들기전 금요일까지 마음이 무거웠다.  앞서 팀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고용불안정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이 많고 업무부하가 높은 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활의 불안을 더이상 안고갈수가 없다고 했다. 여기에 조직의 임원들이 보여준 무성의 또한 실망스럽다고 했다.  하긴 그랬다.  몇 몇 사람을 빼고는 나 역시 거의 포기 상태다.  그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더이상 같은 배를 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표면적으론 조용국 이사장의 사퇴 이후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아니 계획대로였다면  여느 해처럼 다소간의 고비는 일상적 흐름속에 지우면서 무난히 항해하리라 믿었다. 

연관되어 있는 일들이 통합적으로 풀리지 않고 각각 풀어헤쳐짐으로 자금의 순환에 장애가 왔다.  빌리고 갚고, 후원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실무자들의 급여는 빠짐없이 챙겨내었다.  오히려 힘든 것은 내 자신이었다.  팀장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갈등했으리라.  내게는 익숙한 이 상황이 팀장에게는 압박이었고 부정적 시각으로 미래 판단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면담을 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 같이 건너갈 것을 권했지만 이미 마음에 각오를 하고 낸 사표인듯 입장 번복을 기대하긴란 힘들 것 같다. 거기다 연휴에 들면서 떡값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약간의 금액만 봉투에 넣어 선물하나  들려 보내야만 했다.  속이 쓰리고 아팠다.  한마디로 우울한 추석이었다.  다른 단체도 이랬을까.  활동가들의 삶은 늘 이런 식이어야 하는가.  자괴감에 스스로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추석이 싫다.  년초 했던 말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아내의 표정과 체념같은 한숨도 가슴을 찔렀다.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내는 추석 전날까지 모 대형마트에 알바를 했다. 그러고도 추석 차례상 준비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지난 번 벌초 때의 결정에 따른 영향인지 올해 추석은 이렇다 할  이야기 없이 모였다 뿔뿔히 흩어 졌다.  다만  창원 삼촌의 둘째 손자 성원이의 등장이 가족 모두에게 선물 처럼 다가왔다. 백일을 넘긴 성원이는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며 늘 있었던 차례후의 술 자리의 왁자지껄함을 대신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았다.  직계가족의 끈 ?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 나와 태곤이 다음 내 아들과 태곤의 두 아들이 지금처럼 유대 관계를 형성할까. 그 때 선령은 어떤식으로 누가 리드가 되어 모임들을 풀어 나갈까. 태곤이는 설날과 추석, 우리집으로 온다.  강릉 처가집 들렸다 오는 길이 만만치 않다.  의무처럼 고단함을 마다않고 오지만 그의 두 아들이 어른이 되어 오늘날처럼 찾아올까   

 

어머니 추석차례 참석한 일가친척들에게 음복 음식 한 봉다리씩 건네는  한편 아내는 술 안주를 제공하느라 바쁘다. 추석 전날 하루종일 전부치고 나물 삶느라  고단했을 텐데, 그 수고에 내가 한 말은 수고했다가 다였다.  

언제나처럼 명절 오후에는 처가집으로 간다, 올해는 큰 아들이 수험 준비하느라 빠졌다.

화포천을 배경으로 나락이 여물어 가는 가을이 당도하고 있다. 조만간 들은 금빛으로 출렁일 것이다. 그때 나도 같이 넉넉함으로 출렁거렸으면 해 본다.   

처가집의 논과 텃밭, 논농사는 장인이 밭농사는 장모가 나누어 한다.  장인장모는 두 처남과 아내 뒷바라지를 지금도 하고 있고, 매냥 올 때면 텃밭에 작물을 뽑아다 아들. 딸 챙겨주기에 바쁘다. 장모는 어릴적 남매를 풍족히 못먹인 듯 늘 뭔가를 못해 줘서 애가 쓰인다.  때론 그 모습이 과해 사위가 무안하고 민망할 때도 있지만 그 본능을 나는 못본 척 안들은 척 할 뿐이다. 되려 아내와 작은처남이 장모의 그 표나는 대우를 지적하고 무마시키곤 한다.  

아내 김해김씨 경옥과 장모가 이런 저런 이바구중이다.  그나저나 장인장모를 비롯하여 내 아버지 어머니 모두 연로하다.  늘 제대로 원 것 해드리지 못함이 또 죄송스럽다. 그렇다고 안부를 자주 묻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늘 반겨주시니 그 그늘을 내 언제 기억하고 답할까

그 밤에 뜬 보름달은 '슈퍼 보름달'이라했다 .  또 언제나처럼 거제 작은 처남과 술상을 마주했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으로 나갔다.   

안개속에서도 배롱나무 연분홍 꽃은 선명하다.

모정에서 시산리 낙동강변까지는 도보로 10여 분 자전거로는 5분 안짝 도착한다 .

1km 남짓한 거리에 낙동강 둔치는 안개속에 잠겨 있었다.  한달 전 장모 생신 때 찾았던 이곳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날 4대강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조성된 이곳에 대한 문제제기를 후배들과 나누며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글을 올린 바 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제기한 내용은 KBS가 전국적으로 방송한 바 있다.  

http://blog.daum.net/bgtkfem/607

안개의 작은 물방울들이 세우처럼 날아다녔다. 아침 6시반에 나와 두 시간 가까이 일대를 돌아 다녔다.  그 안개 속에 생명을 다한 메타쉐퀘어나 느티나무, 왕벚나무가  묘비명처럼 서 있었다.  나무마다 식재일자와 순번을 기록한 패찰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가시박이 보였다. 거침없이 넝쿨을 뻗어내고 있었다. 한 포기당 2만개 이상 맺히는 씨를 고려한다면 향후 수변 일대를 뒤덮을 것이다.  

 수중 상태도 양호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배스며 불루길이 장악한 수로에는 가금씩 잉어가 수면 위로 솟구쳐 올라 정적을 깨곤 했다.  

뉴트리아 한 마리 너무도 태평스럽고 유유자적이다.  지켜보는 사람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환경부는 지난 2011년 외래종 유해식물로 돼지풀, 단풍잎돼지풀,털물참새피,물참새피,도깨비가지,애기수염,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양미역취, 환삼덩굴 11종을 발표했다.  확인한 바로는 굵은 글씨체의 종이 일대에 확산 중이다. 유해 동물인 배스와 황소개구리, 뉴트리아까지 더한다면 이곳은 외래동식물 생육장이다. 현재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18호 및 동법 시행령 제6조에 의거 생태계위해외래동식물로 지정ㆍ관리하고 있다고 고시했는데, 원래 이곳 모래섬이 이런 식물로들로 구성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본다면 환경부는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이들 외래유해동식물이 낙동강변에 번성하게끔 조장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을수 없다.  나아가  그 조치에 있어  생태계위해외래동식물로 지정된 종을 포획ㆍ제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어떠한 제한없이 누구나 포획제거가 가능하다고 까지 하여 생물에 대한 잘못된 시각까지 조장하고 있다.

 

 

원래 모래퇴적지 수로변에서 보이는 토착종이란 관목류의 선버들과 버드나무, 왕버들을 비롯하여  물억새, 갈대, 줄, 갈풀 등의  키 큰 고경정수식물과 고마리, 여귀 등의 추수식물을 비롯하여 노랑어리연꽃, 마름류,자라풀 등의 부엽식물, 개구리밥류의 부유식물, 말즘, 대가래,검정말 등의 침수식물이 기본적 얼개다.  그 얼개를 뒤흔들어 놓고 교란 시킨 것이 낙동강살리기의 실체다. 물론 둔치부며 모래땅에 인근 주민들이 경작을 하며 끌고 들어 온 외래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색딱다구리 한 마리 고사목 사이를 날아 다니며 아침 식사중이다. 숲 속 같으면 나무를 파는 소리가 마치 목탁소리처럼 청아하게 들렸음 직하지만 안개 속 고사목에서는 그런 소리가 들리지 읺았다.

생태공원 ? 내 이용도로의 색깔은 3가지다. 붉은 도료를 묻힌 콘크리트 길과 황토색 콘크리트와 그냥 회색 콘크리트길이 그것이다. 

낙동강에서 화포천으로 동선을 바꾸어 보았다. 화포천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처가집에서 늘 못마땅하게 바라본 RC 비행장과 현장 사무실, 입지의 선택에 있어 화포천의 생태적 기능은 고려되지 못했다.  나아가 주민들의 동의나 설명회가 있었든가 싶다.   마니아들은 김해시로부터 이런 비행장(2007년 김해시가 1억5천만 원을 들여 조성) 을 제공받아 흡족했을 지는 몰라도,  그것이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제공받았는지, 또 이만한 면적 약 3,036m²(폭25m 길이 135m)을 포장까지 해서  김해 RC연합회가 사용할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참고로 김해국제비행장 활주로 면적은 3Km² 정도다) 올해 2월 이들 연합회는 김해시 체육회에 정식으로 가입을 인준 받았다. 그 자리에는 김해시장이자 체육회장인 김맹곤씨가 참석했다.  이른바 RC가 생활체육으로 합법성을 인정받았단 소리인데,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갈 뿐이지만,  막상 그 소리를 주말마다 듣는 주민은 결코 즐겁지 않다. 볼멘소리를 할 지는 모르겠다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볼일이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들 단체가 나름의 정체성과 (어린이며 청소년들에게, 나아가 취미생활을 하는 성인을 포함하여) RC마니아로서 자리매김 함에 있어 지역과 생태환경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화포천에 터 잡았다면 해 본다. 어쨌든 나타난 상황은 결과적으로 행정의 무지와 횡포다.  아무리 하천부지가 국유지고 인가가 적은 한적한 곳이라 하지만 여기도 엄연히 기존의 생활이 존재함에도 그 과정과 생활을 존중하지는 않았다.  

 

RC란 Radio Control 의 약자로서, 전파를 통하여 무선으로 즉, 별다른 연결장치 없이 다른장소에서 조종할수 있는 물체를 말한다. 보통 엔진기와 전동기로 구분하는데 모터를 이용하여 날리는 전동기는  EPP나 압축 스티로폼 등으로 제작되는 반면 기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엔진기의 경우  소나무 등으로  제작되며 빠른 속도와  특유의 소음을 유발한다. 이 소음을 한쪽은 즐기고 한쪽은 싫어 한다.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은 주민들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래를 접엇던 고니를 비롯한 철새들도 같은 입장이다. 마치 화포천변에 낚시꾼들과 같다.  그들은 일대를 정화한 적도 없거니와 언제나 흔적을 남기고 간다. 단지 즐기고 버리고만 갈 뿐이다.

 

반달농장 터, 원래 이곳은 처가집 논이 있었던 곳이데 2002년 한림 홍수 이후 홍수터 기능을 위해 논을 팔았다. 매입 후 나대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농논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그것도  유기농으로 하면서  다양한 생물의 먹이터 기능으로 발전시켰어야 했다.  시방은 낚시꾼들이 타고온 승용차들의 진입로 며 주차장 기능 외에는 버려진 땅처럼 됐다.  이 또한 책상머리 정책의 결과다. 홍수터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싹을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벽 산책 후 작은 처남과 같이 조카들을 데리고 삼랑진 일대를 돌아다녔다. 폐쇄된 철교는 민간사업자가 레바이크사업을 벌인다고 했다.

 

삼랑진읍 거족마을 포도밭을 지나며,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처럼 추석연휴  뒤 9월을 기대해 보았다.  건사시켜야 한다 것과 살아남아 보란듯이 재건해야 한다는 강박이 의무처럼 다가왔다.  주저앉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후들어 막내처남도 거제로 돌아가고 우리도 부산으로 왔다.  장모는 쌀이며 추석 음식을 챙겨주었다.  나는 처가집에 뭘 가져 갔든가

귀가 후 어영부영 시간만 보냈다.  준비해야 할일은 많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  팀장의 사직서를 비롯하여 각종 제안서 등을 밀쳐둔 채 ... 왠지 쫒기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냥 쉬었다.  올해들어  주말없이 살았다. 그럼에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한 만큼 주머니가 불러 진 적도 없다.   그런 것을 바라고 산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아서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나 또한 그만큼 지쳤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을 해볼 일이다. 모든 것을 ... 내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정말 몸부림 쳤다. 그럼에도 그 몸부림을 이해하고 받아준 사람은 몇 인가. 극히 소수의 사람 뿐이다.   일을 한다면 그들과 같이 풀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    

귀가에 앞서 주변 산책길에 발견한 여주 두 뿌리를 캐다 장모에게 주었다. 당뇨에 좋다고 했기 때문이다 .

노래출처: 광주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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