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를 잘 못 잡았나 보다 . 연사흘 비가 긋는다. 막내 학원 데려다 주면서 다시 데려올 시간적 공백을 채울 요량으로 성지곡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비는 노인네들의 일상도 처마밑으로 모이게 했다. 할매, 할배가 노는 방법이 달랐다. 바둑 두고 장기 두는 할배들 놀이판 사이로 가끔씩 할매들이 민요 한가락을 뽑으면 할배들이 장기 두다 말고 추임새를 넣었다.
성지곡 입구, 동천의 한 지류인 부전천이 백양산 자락을 흘러 내리다 관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마치 들어가기 싫은듯 몸부림이 격하다
수원지 괴인물이 돌아서 흐르는 곳 여수로도 이날 따라 크고 작은 폭포를 연출한다.
빗발이 강도를 더 할 때 마다 물빛은 탁해졌다 맑기를 반복한다.
세찬 물줄기의 끝은 어딜까 그모습 찾아 무작정 숲으로 파고 든다.
하부댐에서 폭포를 이루는 장면
늙은 벚나무 한그루 처연히 비를 맞고 있다. 지난 봄날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이미 계류따라 흘러 갔다. 하지만 내년 봄 다시 꽃 피우리라
비오는 날 수원지 산책, 뜻밖의 재미를 더한다. 발길 뜸한 그 길에 비에 젖는 세상과 마주한다는 것이 그리 흔치 않은 일이기에 내심 만족한다.
앞서 내린 비가 숲을 적신 다음 수증기로 일어서고 있다. 숲은 아직 덥다 그 열기를 푸는라 미세한 물 분자를 다시 하늘로 올려 보낸다.
숲으로 들어간다. 이 빗속에서도 참매는 노래한다. 살아 있는 날의 목표를 위해서다. 어디선가 제 노래 듣고 다가올 짝을 향한 세레나데는 골골이 소리 내어 흐르는 계류에 더하여 운치를 더한다.
한동안 숲에 서 있었다.
물가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그 침엽 하나 하나에 빗방을이 맺혔다.
카메라 줌을 이용하여 먼 곳의 그림 한장 댕겨 본다. 수원지 순환도로에는 나 처럼 이 빗속을 즐기는 이들이 더러 있다.
계곡 하나를 잡아 상류로 향한다.
골골이 모인 물이 한데 합쳐 어디서나 시원한 물줄기를 이룬다.
자연과 인공의 차이는 이 빗속에서더 확연하다
몇 해전 사방댐 공사를 했던 수원지 주변 계곡들, 세찬 물살은 사람이 만든 옹벽을 갉아 먹으며 파내고 있었다.
계류가 비 올 때 마다 실어 온 퇴적물이 쌓이고 있다.
사방댐을 다시 떠올렸다.
숲이 길어 더는 다가서지 못하고 먼 말치서 건너다 본 계류들
그 요란한 용트림이 계곡을 흔든다.
물은 스스로 길을 만든다
그 물 또한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러다 만난 한 장면 , 장쾌한 흐름이다.
졸졸 흐르다 어느결에선가 흰 용으로 질주한다. 평소에는 볼 수없다.
그 물길 따라 다시 수원지에 섰다
실어온 것들을 수원지에 토해 내듯 부려 놓았다.
산이 품고 있던 영양분들이 고스란히 수원지 바닥으로 침전한다. 그럼에도 생물의 종 다양성은 지극히 낮다. 깊은 수원지가 거둘 수 있는 생물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심심함을 채울 요량으로 사다 넣은 거위와 욀 몇 마리가 분주히 오간다.
애를 데리러 갈 시간이 다 됐다.
상부댐에서 하부댐으로 내려다 본 풍경, 숲 지붕이 포근하다
공원을 나서며 다시 본 물살들
차로 이동하여 부산시민공원으로 들어 선다. 이곳에 흉내만 낸 전포천과 부전천이 있기 때문이다
백양산 계류는 이물과 결코 만나지 못한다
전포천이 지극히 평화롭다.
테크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참새들, 빗발이 그만큼 거세게 몰아쳤다.
여기도 물은 흘러 넘쳐 마치 시골 논배미 붓도랑처럼 물살이 세차다
이 물이 동천과 연결될 수는 없을까
동천의 재생의 꿈은 멀리 있다.
빗 속 부산시민공원을 두루 보고자 했으나 시간이 다 되어 이쯤에서 돌아 선다,
Semino Rossi - Solo Hay Una Para 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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