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사)길과 문화의 윤문기처장과 걷기여행가 김문기씨가 40일 기간으로 동해 해파랑길 전 구간 모니터 차 부산을 방문했다. 현재 길과 문화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해파랑길 관리 전담 단체다. 사)걷고싶은부산은 부산권 관리단체다. 부산권에 지정된 5개 지역 해파랑가계의 지도 전달도 할 겸 딱히 할 일도 없는 요즘 상황에서 훌훌 떨쳐버리고 걸어보고자 동행했다.
해파랑길 부산권은 코스는 모두 4개의 구간이다. 1구간은 남해와 동해의 경계지점인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미포까지 17.7km이며, 2구간은 미포에서 대변항까지 16.7km, 3구간은 대변항에서 임랑항해수욕장 까지 19.4km, 4구간은 임랑해수욕장에서 진하해수욕장까지 19.9km인데 거의 전구간이 갈맷길과 중복되어 있다. 마침 갈맷길 시그널과 이정표, 리본 걸기 작업이 구군에 걸쳐 진행중이라 이도 모니터 할 겸 부산권 전 구간을 밟아보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비상대책위가 전달한 결정사항에 망연자실하여 더는 걷기가 싫어 1구간으로 접었다. 안그래도 머리속이 복잡했는데 ... 아무튼
해상에서는 제법 파랑이 일고 있었다. 그래서 오륙도유람선도 운행을 중단한 했고, 늘 북적거리던 해녀들의 좌판도 조용했다.
오륙도해맞이 공원은 해파랑길의 기.종점이자 갈맷길2-2구간의 끝과 3-1구간의 시작점이다.
시그날을 붙인 팬스 아래 백악기 공룡 타르보사우르스 한 마리 쉬고 있다. 어느날 무심코 바라본 갯바위가 티라노사우스처럼 생겼길레 공룡바위라 이름붙였는데 얼마전 EBS가 영화로 만든 '점박이'를 본 다음 타르보스우르스(Tarbosaurus) 바위로 명명했다.
영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점박이의 엄마공룡 얼굴과 타르보사우르스바위가 얼핏 닮지 않았나.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무대는 뉴질랜드지만 타르보사우르스는 동아시아와 이땅의 공룡이다.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란 의미의 이름을 가진 이 공룡은 백악기 후기(약 7400만 년)에 살았고 몸길이 14m 무게 6~7톤에 선 키가 6m에 이른다고 한다. 화석은 1946년 몽골 고비사막(네메그트)에서 발견되었다. 아무튼 부산해안에서는 공룡의 흔적이 많다. 이웃한 이기대 해안에는 용각류의 발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볼일이다.
김영록씨가 승두말에서 오륙도를 바라보며 어디서 봐야 섬이 다섯개고 여섯이냐며 물었다. 사실 승두말과 해맞이공원에서는 남남동으로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오륙도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섬이 배열되어 있는 순서는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인데 이중 방패섬이 썰물때가 되면 솔섬과 하나가 되고, 그때는 우삭도라는 이름을 가진다. 오륙도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갈맷길 3-1 코스 신선대나 태종대에서 보면 된다. 해운대달맞이에서 보면 3개로 보이기도 한다.
요즘 승두말에서 이기대 방향 포부대 입구까지는 전에 못보던 꽃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 씨앗을 뿌렸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런 개양귀비류나 마가렛, 안젤로니아 등을 길에서 간혹 만나게 된다. 눈요기는 될련지는 모르겠다만 원래 일대의 식생을 존중했으면 한다.
희고 노란 꽃의 주인공은 말냉이와 유채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휠씬 자연스럽다. 집단의 힘을 생각한다.
그들이 만든 봄의 한 가운데로 걸어 간다.
해파랑길 종합안내소가 들어설 자리다. 2층 목조 건물이라 하는데 주변지형과 모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위에 것이 해파랑깅 리본이고, 아래가 갈맷길 안내 리본이다. 1구간의 경우 해파랑길 시범구간인데 리본의 상당수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제거된 것이 많다.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길치가 많다. 걷는 사람들에게 리본은 가이드를 대신하는 신호체계다.
이 장면도 늘 배경이 바뀐다. 어떨때는 유채였다가 또 어떤 때는 루드베키아(?)였는데 이번에는 해당화다. 초본도 아니고 뿌리가 내린 목본을 파내고 바꾸지는 않겠지
개인적으로는 유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 노란 빛 유채가 바다와 어울려 만들어 내는 그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표현은 어디고 유행인듯 조성하는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평소 승두말과 옛 용호농장터 그러니까 시싸이드 개발 예정지 부지에 밀이나 보리밭을 심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자 목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블로그 칼럼 참고 바란다. 그리고 그런 바램을 현실화 시키기위해 도시계획쪽 사람과 공원 전문가들과 조만간 심포지움을 개최할 예정이다.
5월의 승두말 사면은 이렇듯 유채꽃을 비롯하여 은빛 잎사귀를 가진 보리수나무의 군락이 빚어내는 빛깔들로 인해 대단히 인상적이다. 현재 이기대 해안 사면에는 보리밥나무와 보리수나무가 같이 자란다.
이정표 또는 리본이 필요한 이유는 이런 갈림길에서 이용자의 판단을 도우는 중요한 장치인데, 원안의 방향표시안내판의 경우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있는 대표적 사례다. 초행자는 헷갈릴 수가 있다.
본격적 이기대 해안 숲길로 가는 들머리가 포부대 이정표가 선 지점이다.
숲 오솔길은 역시 봄날이 좋다. 동생말까지 간이식생조사도 벌였다. 유난히 뽕나무가 많음도 이번 방문을 통해 알았다.
동생말 까지 역 4km의 거리에 전망테크는 5~6개 있다. 바라본다는 것은 뭔가. 아쉽게도 늘 가지는 안타까움이요 불만이 테크 만능주의다. 그것은 만족과 여유의 부재에 대한 역설이다.
굽이를 돌자 건너편 자락이 다가선다. 이 자연스러움이 맛 있다.
광대수염이 한창 피고 있다.
3번째 테크전망대에서 갈맷길 해설사를 만났다. 이기대구간에 총 15명이 4인이 한 조가 되어 하루 4시간씩 2교대로 배치되어 있는데 노인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한달 2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했다. 안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없었다. 씁쓸했다. 전형적안 전시행정이다.
이제 농바위는 이 해안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갈맷길 2-2구간은 언제 걸으면 더 좋을까. 기상 조건에 따라 제공되는 풍광의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아무래도 흐린날, 그것도 봄날 입하를앞 둔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빗방을 간간이 들고 파랑이 일 때가 아닐까 싶다. 수 없이 오가던 길이지만 이날 걷기는 그런 생각을 굳혀주었다. 작열하는 파도와 바람에 흩날려 얼굴에 와닿는 포말 방울들은 이곳이 아니고서는 맛보기 힘들다.
요즘들어 재미붙인 일 중의 하나가 해식대 주변의 바위를 살피고, 그 모양과 형상에 비추어 이름붙이는 일이다. 파도는 참으로 위대한 조각가인 셈이다. 이 바위는 무엇을 닮았나?
게다가 이런 지대일 수록 고유식생을 고스란히 픔고 있어 그 관찰 또한 재미가 솔솔하다. 해국, 갯고들빼기, 돈나무, 도깨비고비, 사철나무, 다정큼나무, 우묵사스레피, 왕모시풀, 밀사초, 갯머위 등이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르다.
그 위로는 곰솔과 보리밥나무, 유동, 팽나무, 갈참, 떡갈, 사스레피가 혼생하여 경관을 이룬다. 가장자리엔 억새도 수북하다.
박골새를 돌아서면 건너편 해안으로 돌출된 처마바위가 있다.
파도에 휩쓸리다 뜯긴 갈조류들이 해안선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박골새 못가 작은 옹달샘이 하나 있다. 주변 야생생물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쇠뜨기들이 우북한 가운데 도룡뇽들이 산란하는 장소다. 이른 봄 옹달샘 주변에는 현호색과 남산제비꽃 등이 피다가 여름이 오면 물봉선들이 군락을 이룬다.
처마바위를 돌자 한 무리의 아짐들이 스트로폴 박스에 회감을 장만하여 한참 맛나게 먹고 있다. 그들이 둘러앉은 자리 조금 옆에 이기대 이용 안내판 하나 서 있다. 요지는 선진시민으로 자기가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 가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부류가 많아 이런 안내판이 서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 절경에 저런 안내판이 서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과연 선진시민의 기준은 뭘까. 참여의식과 자기성찰 및 비판의식, 그리고 공익정신 등의 단어가 또 오른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으로 유명한 마이클 샌덜은 그 책을 통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을 정의라고 했든가. 한마디로 배려가 아닌가 본다. 그 정신은 훈련받고 교육되어야 길러 진다. 곧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다.
치마바위를 돌아 낭끝으로 향한다. 군부대가 있다. 교행이 어려위 더러 사람이 밀리기도 하는 구간이다.
군부대를 내려서면 이기대의 진면목을 만난다.
출처: 트윗@karmajak에서
Rick Wakeman - The Sad Dream
그리고 처장님 해파랑길을 사랑하는 친구가 걷다보니 해파랑길의 리본을 많이 볼 수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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