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증언 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저자 윤지오|가연 |2019.03.
저자 : 윤지오 배우, 방송인, 강사 화려할 수 있었던 시기에 한국을 떠나 10년 동안 묵묵히 간직했던 과거와 진실을 알리고자 한다. 현재, 모델테이너로 라이브 스트리머, 플로리스트, 플랜테리어 디자이너 강사로 활동 중. AO GROUP CORP 부대표. OMABELL 대표.
목차
책을 내기까지
1. 13번째 증언Ⅰ
2. 착한 아이 콤플렉스
3. 밀가루 외계인
4. 고단한 연습생
5. 슈퍼모델이 되다
6. 위험한 만남
7. 계약금 3백만 원, 위약금 1억 원
8. C의 성추행
9. 계약해지와 꽃보다 남자
10. 자연 언니의 죽음
11. 장자연 리스트
12. 참고인 조사
13. K의 송환과 대질
14. 동료배우 윤 모 씨
15. 끔찍한 제안
16. 트라우마
17. 미투 운동
18. 청와대 국민청원
19. 마지막 기회
20. 재수사
21. 13번째 증언Ⅱ
글을 끝내며
출판사 서평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간혹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고는 한다.
가장 큰 고비는 스무 살 무렵에 찾아왔다. 단단하게 여물지도, 사리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던 때도 아니었다. 장자연 언니의 죽음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슬픔이었다. 언니의 죽음이 남긴 숱한 의문은 나를 오랜 시간 옥죄었다. 사실이 규명된 것은 별로 없었고, 내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유야무야 덮이고 말았다. 죽음으로 항변했던 언니의 억울함을 그 누구도 시원히 밝혀주지 않았다.
나는 경찰과 검찰에 나가 열두 번이나 진술했다. 또한 피의자들과 대질 신문도 했다. 당시는 아르바이트와 학업 그리고 일을 병행해야 하는 때였지만, 내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니면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는 동안에 겪었던 마음고생을 어떻게 다 말할 수 있을까. 조사 후에도 아주 오랜 기간 고통스러웠다. 정신과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많은 국민들의 청원에 힘입어 재수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다시 증언대에 서야 했다. 나의 고통을 알 리 없는 누군가는 내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증언대에 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그보다 더 심한 말로 나를 모욕했다. 가족은 나의 고통을 생생히 지켜봐 왔기에 이번에는 증언을 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 죽음으로 항변했던 자연 언니에 비하다면 나의 고통은 감내해야 했다. 나는 언니를 외면할 수도 잊을 수도 없다. 그래서 다시 진실을 증언하러 한국으로 돌아왔고,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미 훌쩍 시간이 지나버린, 10년 전 그때의 일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묻는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제일 처음 경험한 것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의 나는 그저 꿈이 좌절될까 두려워하던 연예인 초년생이었다. 사회에 나와 생경하기만 했던 첫 경험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는 그때의 모든 일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는 그 일 이후 연예계에서 퇴출 아닌 퇴출을 당했고 힘든 세월을 겪어내며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숨어 살듯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나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고, 계속되는 트라우마로 힘겹게 살아왔다. 다리가 없는데 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목소리를 내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 해도 아무런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기분. 설사 그렇게 소리를 내지른다 해도 그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그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나는 억울했다. 하지만 언니의 죽음 뒤에 서 있던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시간이 흘러 다시 증언대에 올랐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가해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을까? 시간이 피해자의 고통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해자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해야 할 때다.
올해는 자연 언니의 사망 10주기다. 늘 나를 “애기라고” 불렀던 사람……. 자연 언니가 이제는 진정한 안식에 들길 바라면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이 무거운 짐을 내 삶에서, 내 어깨에서, 내 머릿속에서 털어내고 싶다. 그간 나를 따라다니던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은 법정에 설 이유가 없기를 바란다.
거짓 속에 묻혀있던 진실이 내 마지막 증언으로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이것은 언니와 나를 위한 진실의 기록이다. 또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의 기록이며, 언니도 나도 맘껏 꿈을 펼치며 나아갈 수 없었던 그 길에 대해 아쉬움과 미련을 담은 기록이다.
책속으로
전 속 계 약 서
(생략)
제3조 (‘을’의 의무)
가. ‘을’은 계약기간 동안 ‘갑’의 사전 동의 없이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제3자에게 자신의 이름, 초상 또는 기타 ‘을’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일체의 상징 등을 사용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
나. ‘을’은 연예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품행을 유지하여야 하며 무질서한 사생활이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마약, 간통, 동거, 임신, 결혼, 형사입건, 음주운전 등) 및 정해진 활동 스케줄에 2회 이상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또는 연예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한 때에도 계약위반으로 간주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갑’에게 하도록 한다.
다. ‘을’은 항상 활동하기 적합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라. ‘을’은 자신의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성형수술, 헤어스타일 및 메이크업의 변형 또는 변경 시 반드시 ‘갑’과 협의하여야 한다.
마. ‘을’은 계약기간 동안 결혼, 약혼, 해외유학, 장기해외체류, 혹은 장기지방거주 등으로 ‘갑’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전에 ‘갑’과 합의하여야 한다.
바.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며 ‘을’은 계약 기간 중 ‘갑’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 그 기간만큼 계약기간은 자동 연장된다.
제4조 (‘갑’의 의무 및 권리 등)
가. ‘갑’은 ‘을’의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
나. 계약기간 동안 ‘을’이 출연 혹은 녹음한 모든 영상물 및 녹음물과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복제물은 ‘갑’이 소유한다. ‘갑’ 혹은 ‘갑’이 지명한 자는 계약기간 동안 제작된 ‘을’의 영상물 및 녹음물의 저작권, 저작 인접권,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편집저작물 작성 권리, 이용권리 및 시청각 상의 권리를 가진다.
다. ‘을’은 방송활동, 프로모션, 이벤트, 각종 인터뷰 등 ‘갑’이 제시하는 활동에 전적으로 수락하여야 하며, 행사불참 또는 방송 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 ‘을’은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단, 납득할 만한 사유로 사전에 ‘갑’이 허락하였을 시는 제외된다.
(중략)
제6조 (계약의 해지)
가. 계약기간 동안의 중도해약은 ‘갑’과 ‘을’간의 쌍방 합의 시에만 가능하며,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및 제3조의 ‘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① ‘갑’은 다음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발생시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본 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입은 손해를 ‘을’에게 배상 청구할 수 있다.
② ‘을’이 파산신청, 압류, 부도, 구속 등의 이유로 본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되는 겨우.
나. ‘갑’은 ‘갑’이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연예인으로서의 ‘을’의 능력, 소양, 재능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을’에 대한 서면통지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7조 (손해배상)
‘을’은 본 계약기간 동안 ‘을’이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에는 위약벌금 1억 원과 ‘갑’이 ‘을’을 관리하기 위해 발생한 비용 중 증빙자료가 있는 모든 경비에 대하여 ‘을’은 이의제기 없이 계약 해지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갑’에게 배상하고, 잔여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수익활동의 20%를 ‘갑’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한다.
제8조 (기타)
가. 본 계약서에 명시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상관례에 준한다.
나. 본 계약사의 내용해석에 ‘갑’과 ‘을’간에 이견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이 우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략)
구석구석 독소조항이 포함된 불공정 계약이었지만 열심히 활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을’은 연예활동 전반에 걸쳐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하고, 연예활동을 일시 중단할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계약 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을’은 ‘갑’이 제시하는 활동을 전적으로 수락해야 하고, 행사 불참 시 ‘갑’이 제시하는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의무사항을 위반할 시 ‘갑’의 독자적인 재량에 따라 서면통지로 간단히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이때는 위약금 1억 원과 매니지먼트에 쓰인 비용을 물어야 하고, 잔여 계약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활동하더라도 수익의 20%를 K쪽에 주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양측의 해석이 다를 경우에는 ‘갑’의 해석이 우선한다고도 쓰여 있다.
소속사 및 매니저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다는 ‘갑’ K가 내민 계약서에 나는 서명을 했다. 나중에 경찰에게서 듣게 된 사실이지만, 나와 언니의 계약서는 날짜만 다를 뿐, 글자 하나 틀린 것 없이 동일하다고 했다. 나는 언니보다 석 달 후 계약을 했고, 이로써 ㄷ엔터의 신인 연기자는 나와 자연 언니, 둘이 되었다.
소속 연기자가 된 후에도 이렇다 할 방송일이 잡힌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지정된 연기학원에서 연기수업과 탭댄스와 재즈댄스를 배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K는 아르바이트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에게 내 얼굴이 알려져서 소속 연예인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니면 기획사의 이미지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대신 약속했던 50만 원의 활동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30만 원만 입금되었다. 계약 초반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평 없이 K의 말에 따랐다. 활동비는 그렇다고 해도 소속사에서 주선한 오디션도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계약 전보다 나는 더 자주 K가 부르는 자리에 나가야 했다. 적게는 일주일에 2번, 많게는 4번. 항상 자연 언니도 함께였다. --- 본문 중에서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2009년 3월7일, 한 신인 여배우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았던 이 사건은 여배우의 10주기를 맞이한 올해,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 장자연 사건과 그녀가 남긴 ‘장자연 리스트’ 이야기다. 이 사건은 2011년 11월, 여배우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김성훈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사장이 항소심에서 폭행 혐의로 고작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중요한 피의자와 참고인을 사건 관계도(關係圖)에서 아예 빼버렸다.
이 사건이 재점화된 것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26일, 장자연 9주기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다. 이 청원은 청원 마감일인 3월28일까지 23만5796명이 참여했다. 참고로 2017년 8월19일 공포된 이 제도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백악관의 청원 프로그램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따라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주로 보수 언론이 희화화하고 지식층 칼럼니스트들이 이따금씩 우려의 변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위 더 피플이 30일간 10만명의 동의를 요하는 데 비해 청와대가 배나 높은 답변 기준(20만명)을 설정한 것에서 이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입안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불붙인 이 사건의 핵심에 장자연과 같은 소속사 배우 지망생이었으면서 장자연 사건의 주요 목격자인 윤지오가 있다. 그녀는 2009년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조선일보> 기자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자신을 성폭행한 자들의 명단을 적은 ‘장자연 리스트’가 그랬듯이 윤지오의 증언 역시 묵살되었다. 그녀는 2014년,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 땅을 다시 밟은 지 10년 만에 부모가 있는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서울에서 입은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싸우고 있던 그녀는 2018년 11월27일, 법무부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장자연 재조사’에 응하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장자연의 사망 10주년에 맞추어 <13번째 증언>(가연, 2019)을 출간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스물한 살 때 만났던 일곱 살 연상의 장자연을 회상하면서, 장씨가 원치 않는 술자리에 나가 술시중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한다. “한 여배우의 죽음을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원했다면 술자리에 가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들 했다. 단합을 위해서, 처세를 위해서라도 술자리 회식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당연히 곤혹스러웠던 그 자리가 더군다나 위약금 1억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장자연과 윤지오가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와 맺었던 계약서에는 두 사람이 대표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때 치러야 하는 독소조항이 그득했고, 이런 불합리한 계약은 연예계의 표준으로 통했다.
“언니와 나는 더 이상 그런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문제는 ‘갑’의 결정 및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적혀 있는 계약서였다. 모든 권리는 선량한 관계자를 자처하는 ‘갑’ 김성훈에게 있고, 나와 자연 언니는 좀처럼 헤어날 수 없는 ‘을’의 의무만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와 언니는 개미지옥 같은 곳에서 노예계약을 했던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장자연의 자살 동기를 소속사 대표와의 불편한 관계, 드라마 촬영의 돌발적 중단, 개인적인 경제적 어려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축소하면서 연예계의 구조적인 불평등 관계를 불문에 부쳤다. 그 결과 장자연을 죽음에 이르도록 한 무수한 성폭행 피의자들이 면죄되는 한편, 똑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트라우마를 대면하기로 한 두 사람
장자연이 죽고 다섯 달 뒤인 2009년 8월28일, 보조출연 관리업체의 직원과 단역관리 반장 등 11명의 남자들에게 강간과 성추행을 당했던 단역 여배우가 18층 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언니에게 단역 아르바이트를 추천했던 여동생은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엿새 뒤에 언니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혹시 이 두 사람의 죽음에 검찰이 8월19일 공표했던 장자연 수사결과 발표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날 검찰은 술자리 접대 등 강요죄 공범 혐의를 받던 수사 대상자 전원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 조사에서 줄곧 끔찍한 2차 가해를 당했던 언니는 검찰이 장자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고 희망의 끈을 놓았을 것이다.
이제야 말하지만, 원래는 <시사IN> 제601호에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의 <플라이 백>(메디치, 2019)에 대해 쓰면서(‘또라이 없는 직장을 만들기 위하여’) 윤지오의 <13번째 증언>을 함께 다루려 했다. 박창진 전 사무장과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인 윤지오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라는 현격한 힘의 불균형 관계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한 지면에 다루는 것은 강등을 당하고 조직의 집단적인 경시에 고통받고 있는 박창진과,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떨고 있는 윤지오의 고통을 사려 깊게 취급하지 않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고통은 별도의 예우를 받아 마땅했다.
캐나다로 돌아간 윤지오는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원에서 우울증·무기력증·공황장애·대인기피증 치료를 받았다. 또 박창진도 자살 충동을 간신히 제어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 끝에 두 사람은 트라우마를 피할 게 아니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창진의 담당 의사는 그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창진씨, 피해자가 범죄 현장을 무작정 떠난다고 해서 그게 잊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그렇게 도망가버리면 나중에 후유증을 안고 살아갈 위험성이 큽니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정리한 다음에 마지막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윤지오가 한국으로 돌아와 증언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책을 쓴 이유도 같다. “사건의 실체가 규명되어 언니를 편히 잠들게 하고 싶었고 나도 언니에 대한 죄책감과 채무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장정일 (소설가) webmaster@sisain.co.kr/ 4월 11일(목) 제603호
윤지오 디스패치 보도 “증언에 일관성 없다”VS“진실 사라지길 바라” 스포츠동아
고(故)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로 알려진 윤지오는 지난 23일 '13번째 증언'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인연을 맺은 김수민 작가에게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피소 당했다.
[단독] 윤지오 “그 당시 기억 없었다”…‘거짓 증언’ 정황 세계일보
윤지오 씨 증언 진실공방…장자연 진상규명 난항 우려 아시아경제언론사
김수민 작가 "장자연 리스트 봤나"…윤지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아시아경제언론사
“장자연 리스트 목격 윤지오 증언은 거짓” 작가 김수민 고소장 한국일보
김수민 작가, 박훈 변호사 선임해 윤지오 고소 머니S
윤지오 거짓증언논란, 장자연으로 사리사욕? 금강일보
박훈 “김수민 대리해 윤지오 고소…증언 조작여부 밝힐 것” 서울신문
김수민 작가, 윤지오 카톡 내용 공개.. "장자연 이용" vs "앞 뒤 말 잘라" 한강타임즈
김수민 작가, 윤지오 카톡내용···장자연 거짓말로 사리사욕 채웠다? 서울경제
[종합] 윤지오vs김수민 작가, 살벌한 카톡 서울신문
윤지오, 김수민 "거짓 증언" 주장부터 교통사고 조작 의혹 [종합] 티브이데일리
"故장자연 이용" 김수민 작가→교통사고 조작…윤지오, 거짓말 의혹ing[종합] TV리포트
윤지오 거짓말 고백에 '누리꾼둥절'…그럼 윤지오는 왜 갑자기 출국했나[종합... 스포티비뉴스
#유족 #후원금 #리스트…윤지오 미검증 의혹 '셋' 노컷뉴스언론사
[단독] “윤지오 ‘장자연 리스트’ 증언은 거짓”… 진실 공방 세계일보
[방송] “KBS 뉴스9은 왜 검증 없이 인터뷰했나” 주간동아
윤지오 "김 작가 맞고소할 것"...법정 다툼 번지나 일요서울
[숏토리] 윤지오 증언 논란! ‘장자연 문건’ 정말 봤을까? 채널A
윤지오 "이미숙 등 여배우 6명, 장자연 사건 증언하라" 뉴시스
윤지오·김수민 '진실 공방' "故 장자연 이용" vs "허위 사실" YTN
윤지오, 자서전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 돌연 “취소” 국민일보
"증언에 웬 후원?" 김수민 작가, 윤지오 향해 재차 의혹 제기 이데일리
"윤지오 '故 장자연 사건' 증언은 거짓"…작가 김수민 씨 주장 뉴데일리
윤지오, 거짓증언 논란…작가 A씨, “故장자연 명예 실추시키고 있어” 디지털타임스
"윤지오, 故 장자연과 친분 없다" 주장 등장..조사 돌입 일간스포츠
윤지오 거짓증언논란, 상식 밖의 의혹제기? 경기일보
작가 김씨 "윤지오, 본인 사리사욕 채우려는 것"…증언 문제제기 나왔다 매일경제
박훈・김수민vs윤지오, 故 장자연 문건 둘러싼 '진실공방' 쟁점3(종합)[Oh!쎈... OSEN
[비바100] 윤지오를 향한 극명한 두 가지 시선, 김수민 작가 “명예훼손·사기... 브릿지경제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콘서트 뉴스1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공익제보자들 참석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