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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배틀그라운드 外

by 이성근 2019. 4. 11.

배틀그라운드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 /저자 성과재생산포럼, 백영경, 이유림, 윤정원, 최현정|후마니타스 |2018.11.

 

저자;성과재생산포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국제성소수자협회 아시아지부(ILGA-Asia) 이사. 주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인권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 낙태죄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인단에 참여했다.|||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 활동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임신·출산결정권을위한 네트워크, 성과재생산포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등의 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성과 정치경제, 종교 근본주의와 성-정치,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 운동,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글로컬 액티비즘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로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공저), 그럼에도 페미니즘(공저), 교차성X페미니즘(공저) 등이 있다.|||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한국 가족을 만드는 기술들: 현대 한국에서 인구 위기와 재생산 정치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지 조사 과정에서 황우석 사태를 만나, 국가주의와 생명공학기술이 여성의 재생산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구와 여성 건강, 가족과 관련된 논문들을 썼으며, 저서로는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생명공학 시대의 건강과 의료(공저)가 있다.|||여성학, 인류학 연구 활동가. 연세대학교 문화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했다. 2015양육미혼모 건강실태조사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몸과 재생산 담론을 주제로 활동해 왔다. “정서의 약료화와 우울증 경험의 구성: 20대 여성의 우울 경험을 중심으로”, “20커리어 걸의 우울과 포스트-페미니즘”, “한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과 전망”, “ 낙태의 이중 메세지: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등의 글을 썼고 저서로는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공저)이 있다.|||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이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료와 성소수자 진료, 낙태죄 폐지 등 여성주의 의료와 여성 건강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2018 양성평등주간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공저), 의사가말하는 의사(공저), 배틀그라운드(공저), 불편할 준비(공저)가 있다.|||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주로 장애인 차별 시정을 위한 소송, 장애 인권 운동 단체와의 연대,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 낙태죄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인단에 참여했다.|||여성학 연구자.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여성학과에서 초국적 보조생식기술산업과 재생산권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관심사는 초국적 생식세포 공여와 대리모 기술 사용에서의 재생산 노동과 재생산 윤리의 문제이다. “‘베이비 마일리지’: 초국적 보조생식기술 산업과 재생산 윤리”, “불임치료 시술 경험과 재생산권”, “진달래꽃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난자 기증 운동에 관한 연구등의 글을 썼다.|||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 소장. 탈시설 운동에서 성과 재생산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시설화된 삶을 살아온 이들의 성적 억압과 생명의 박탈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주장을 다듬어 나가고 있다. 장애여성공감 20주년을 기념하는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공저)에 필자로 참여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장애와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에 관한 평소의 고민을 정리했다.|||여성학, 장애학 연구자.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서울대학교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있다. 근현대 한국 사회에서 우생학적 비정상, 변태들이 만들어지는 역사적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장애 관점으로 성과 재생산의 정치를 잇는 논문들을 써왔고, 역서로는 거부당한 몸: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공역), 저서로는 코다를 만나다(공저, 근간)가 있다.|||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 활동가. 진보 언론 기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페미니즘학교 상근 활동가로 일했다. 현재는 성과재생산포럼,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등에서 활동가·연구자들과 교류하는 한편,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박종주혹은 안팎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과 정치에 관한 글을 쓴다.|||장애여성공감 연구정책팀 활동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소,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설화에 맞선 퀴어, 장애, 페미니즘, 인권의 정치를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저서로는 어쩌면 이상한 몸: 장애여성의 노동, 관계, 고통, 쾌락에 대하여(공저), 페미니스트 모먼트(공저), 그런 남자는 없다: 혐오사회에서 한국 남성성 질문하기(공저), 전환극장(공저) 등이 있다.|||서울시립 청소녀건강센터 나는봄여성의학과 촉탁의,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산부인과 전문의.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페미니즘학교 활동가로 시작해,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 재/생산 정치팀에서 활동 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낙태죄 폐지가 시대의 상식이 되기까지 / 백영경

 

낙태죄를 정치화하기 / 이유림

인권과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본 임신중지 / 윤정원

낙태와 헌법 논쟁 / 최현정

생육하고 번성하라축복인가 명령인가 / 나영

낙태의 범죄화와 가족계획 정책의 그림자 / 류민희

섹스 없는 임신, 임신 없는 출산 / 김선혜

수용시설에 감금된 성과 재생산 권리 / 조미경

건강한 국가와 우생학적 신체들 / 황지성

재생산 담론과 퀴어한 몸들 / 박종주

낙태죄 폐지 투쟁의 의미를 갱신하기/ 나영정

 

에필로그: 낙태죄가 폐지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나영, 이유림

찾아보기

연표 / 최예훈

 

 

배틀그라운드는 대한민국 형법 제27낙태의 죄이면에 숨어 있는 성과 재생산권의 주요 맥락들을 법, 정책, 종교, 문화, 보건의료, 인권 등의 전방위한 관점에서 톺아보는 책이다. 국가와 사회가 관리하고 간섭해 온 우리의 몸이 배틀그라운드라고, 그에 맞서야 하는 우리가 있는 이곳이 전장(戰場)이라고 선언하는 이 책은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들로 구성된 성과재생산포럼이 2016년 결성 이래 쌓아 올린 연구와 운동의 성과이기도 하다.

 

책은 한국 사회에서 낙태죄가 단지 여성의 임신중단만을 규제해 온 것이 아니라, 위계와 차별을 만들어 내는 국가 폭력의 동력이었음을 다각도에서 밝히고, 성과 재생산 권리가 더는 국가사업이나 인구정책에 거래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인간의 기본 권리임을 헌법(자기운명결정권)과 보건의료(건강권)에 기초하여 설명한다. 나아가 성과 재생산권이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 여성과 같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뿐 아니라 재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각기 다른 이름, 경험, 서사를 가진 삶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임을 설파하면서, 그 교차의 지점에서 더욱 강력하고 풍성한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책속으로

 

하지만 너의 낙태를 말해 봐가 그 역동성 안에서 보이는 것은 모든 낙태에 대한 이야기와 논의가 균질한 금기가 아니라는 지점이다. 모든 낙태또는 낙태한 여성이 동일한 도덕적 위상에 위치하지 않으며, 그 무엇이 여성의 임신중절 경험에서 핵심이라거나, 그를 아우르는 동일한 경험을 상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너의 낙태를 말해 봐해시태그 운동을 촉발한 최초의 트윗은 슬픔과 후회, 죄책감을 동반하는 낙태 경험과 낙태 덕분에 더없이 완벽한 행복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상이함을 지적한다. 규범적인 성적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원치 않는 임신과 비규범적 섹슈얼리티 안에 놓인 원치 않는 임신은 전혀 다른 도덕적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단순히 그 폭로가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 이 경험 안에서 말해진 것과 말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 참조와 전제의 기반에 대한 성찰이 함께해야 한다. 임신중지의 경험을 말하는 행위에 대해 단순히 동질한 피해자성을 공유하거나 그 고통의 차원만을 부각하여 해석한다면 낙태죄의 정치화는 기획될 수 없다.

31쪽 낙태죄를 정치화하기

 

생명권 대 선택권의 이분법으로 임신중지 이슈를 바라보기는 쉽다. 그리고 생명은 너무나도 강력한 가치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임신이 일어나고 있는 여성의 몸, , 시간은, 그리고 인생의 어떤 시점, 어떤 환경에 있는지는 그 이분법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어릴 적 성폭력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을 인공유산으로 종결했던 여성이, 결혼 후 난임으로 찾아왔다. 여러 번의 인공수정 끝에 커플은 기다리던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 16, 혈액 기형아 검사상 다운증후군이 의심되었다. 가이드라인대로 양수 검사를 권유했으나, 여성은 고민 끝에 다시 찾아와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본인은 임신을 유지할 것이기에 양수 검사가 필요 없다고. 그렇다면 이 여성은 생명 옹호론자인가 선택권 옹호론자인가. 인생의 어떠한 지점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는 스펙트럼과도 같다. 본인과 가족의 삶과 건강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장 적절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여성 자신이며, 그 결정은 생명과 선택의 이분법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78, 79쪽 인권과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본 임신중지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할 때에는 통상 입법자에게 일정 시한까지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인 상태를 제거(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정을 함께한다. 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 입법자는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한정 위헌 결정은 위헌적인 해석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적용 범위를 축소시켜 위헌성을 제거하는 결정이다. 예를 들어, ‘임신 후 12주 이내에 이루어지는 낙태에 대해서까지 낙태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형식의 결정이다. 이런 결정이 내려질 경우, 임신 후 12주 이내의 낙태에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모두 적용되지 않으므로 초기 낙태가 전면적으로 허용되고, 12주를 지나서 이루어지는 낙태에는 현행대로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위헌 결정의 형태도 매우 중요하다.

109, 110쪽 낙태와 헌법 논쟁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인준 청문회에서 낙태는 안전하고, 합법적이고, 드물어야 한다”(Safe, legal and rare)라고 하며 낙태를 포함한 재생산 건강에 국제 원조를 지속할 의지를 펼쳤다. 하지만 인구 변천의 차원에서 특히 원하는 가족 규모가 극감하는 개발도상국의 여성은 피임과 낙태 욕구가 높기 때문에, 낙태가 드물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발언 자체도 비도덕을 함의하는 낙인이지만, 미국의 정파적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만 해도 미국의 국제 재생산 건강 관련 원조는 회복되는 상황이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다시 국제 금지 규정이 도입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낙태에 대한 접근성은 미국에서 첨예한 당파적 논쟁의 의제가 되며, 어느 정당 출신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 개발도상국 혹은 제3세계 여성들의 건강권이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159쪽 낙태의 범죄화와 가족계획 정책의 그림자

 

그렇다면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 연구를 위해 자발적으로 난자 기증 운동을 벌였던 여성들의 난자 공여는 상업화된 난자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허용되어야 하는 것일까? 난자 채취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적 처치들이 여성의 몸에 해롭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난자 공여가 문제라면, 자신의 아이를 낳기 위해 스스로 시술 과정을 겪는 난임 여성들에게는 왜 허용되거나 장려되는 것일까? 마찬가지로 상업적 대리모가 문제가 된다면, 친인척에 의한 비상업적인 대리모는 괜찮은 것일까? 자신이 앞으로 키울 아이가 아닌 타인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형태의 대리모가 문제라면, 입양을 전제로 출산하는 미혼모들은 모두 잘못인가? 그리고 입양 역시 초국가적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양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복잡한 질문들이 우리에게 던져졌으며, 한국 사회에서 이 논쟁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해 합의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다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과거의 이성애 성관계를 통한 자연임신의 시대를 낭만화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여성이 (자연적으로) 재생산 능력을 동등하게 지니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여성이 (사회적으로) 임신?출산?육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모성을 자연화하고 신성화하는 방식으로 자연임신인공임신을 구분하는 것은 재생산의 영역에 또 다른 위계화를 만드는 방식 이상이 되기 어렵다.

188, 189쪽 섹스 없는 임신, 임신 없는 출산

 

현재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 되었지만, 정체성 및 법적 범주로서의 장애인/비장애인을 이분법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무수한 인구의 삶과 신체가 취약성과 폭력, 수탈로 불능이 되는 역사적 현재에 대한 급진적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한다. 불능화된 인구를 생산하는 국가와 억압적 권력에 대한 저항은 장애인/비장애인이란 정체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비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개인들은 이미 언제나 생산적이고 역량 있는상태에 있는가? 반대로 장애인은 젠더?인종?민족?경제적 능력 등과 상관없이 이미 언제나 불능이자 비생산적인 집단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누가 장애인인가를 분류하는 문제나 장애인의 차이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는 포섭전략 모두 핵심을 벗어나는 것임을 일깨운다. ‘불능의 정치는 권리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신체적 취약성과 불능을 드러내고, 애초에 모든 인구와 생명을 규범과 정상성으로 차등화하면서 작동하는 근대국가의 통치 시스템 자체에 전면적으로 도전한다.

241쪽 건강한 국가와 우생학적 신체들

 

금지의 문제를 선택이나 능력의 문제로 오해하게 만들고 왜곡하는 구조가 있다. ‘장애인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이고 성찰적인 질문에 포함되지 않는다. 후자의 질문과 달리 전자의 질문은 장애인의 부모 됨의 자격을 심사하는 심판자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모자보건법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대상이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장애인이 부모 됨을 포기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 형성에 기여했다. 또한 많은 장애아들이 선택적 낙태의 대상이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선택은 국가가 허락한 범주 내에서 가능한, 선택 없는 선택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낙태는 언제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엄중한 법적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280쪽 낙태죄 폐지 투쟁의 의미를 갱신하기 --- 본문 중에서

 

Babara Kruger <Untit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1989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시몬 베유, 낙태죄를 폐지하다/ 저자 시몬 베유|역자 이민경|갈라파고스 |2018.12

원제 Les Hommes Aussi S'En Souviennent

 

저자 : 시몬 베유 1927713, 니스에서 유대인 건축가의 딸로 태어났다. 1944년에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부모님과 오빠를 잃었다. 파리 법학부와 파리 정치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뒤 1956년에 치안 판사가 되어 법조계에서 일했다. 1974년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베유 법이라 불리는 임신중단 합법화 법안을 제출하여 통과시켰다. 1979, 유럽 의회의 프랑스 대표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유럽 의회 최초의 선출직 의장을 역임했다. 2017630, 자택에서 세상을 떠난 베유는 국민들의 청원으로 201871일에 팡테옹에 안장되었다.

 

목차

추천의 말: 여성의 몸은 불법도, 공공재도 아니다

들어가는 말: 시몬 베유의 용기가 우리를 부른다

 

19741126일 연설 결정은 여성이 내려야 합니다

아닉 코장과의 대담: 여성의 역사에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다

 

편집자의 말: 시몬 베유에 대하여

옮긴이의 말

프랑스의 임신중단권 연표

 

출판사 서평

어느 여성도 낙태를 가볍게 결정하지 않는다. 다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여성이 신체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몬 베유

 

임신중단 합법화를 이끌고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다

여성 해방의 역사에 확실한 이정표를 세운 시몬 베유

 

201871일 한 위인이 프랑스 국립묘지인 팡테옹에 안장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여성 인권 신장의 상징인 시몬 베유였다. 1970년대에 프랑스에서 임신중단 합법화를 이끌어내며 여성의 권리 신장에 앞장선 정치인이었던 시몬 베유가 사망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팡테옹은 파리 중심에 위치한 프랑스의 국립묘지로,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등 70여 명의 지성인과 위인이 묻혀 있다. 이곳에 묻힌 여성은 마리 퀴리를 포함하여 네 명뿐이었다. 그 뒤를 이어 다섯 번째로 안장된 시몬 베유는 가장 존경받는 프랑스 여성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프랑스 니스에서 유대인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난 시몬 베유는 1944년에 게슈타포에게 체포당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면서 부모님과 오빠를 잃는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파리 법학부와 파리 정치 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한 뒤 1956년에 치안 판사가 되어 법조계에 뛰어들었다. 19745월에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된 시몬 베유는 같은 해 1126, 남성으로 가득한 의회에서 언론에서 길이 회자될 연설을 남긴다. 후에 베유 법이라 불리는 임신중단 합법화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연설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상황은 지금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낙태죄가 있었고, 임신중단 수술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한 해에 30만 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임신중단 수술을 받았다. 불법 시술이 성행해 한 해에 최소 300명이 사망했고, 미숙한 처지로 불임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는 임신중단을 막을 수 없다면 임신중단을 음지에서 양지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책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는 이 연설을 정리한 것으로, 프랑스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르몽드의 기자인 아닉 코장과의 대담을 함께 엮었다.

 

이 연설에서 시몬 베유는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를 폐지하고 합법적인 의료 시설에서 임신중단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와 함께 여성이 임신중단을 결정하게 되는 심리적인 요인과 경제적인 문제에 관해 국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자는 조치를 제시한다. 즉 여성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필요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함께 제시한 것이다. 또한 불임의 가능성이나 수술 후 조산의 위험 등 임신중단 수술을 받을 시 얻게 될 부작용을 고지하고, 그럼에도 도저히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전하게 수술을 받게 하자고 연설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후 임신중단이 여성의 삶에서 일회적인 사건으로만 남을 수 있게 피임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겠다고 이야기한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부르는 시몬 베유의 용기

여성의 역사에 변곡점을 만들다

의회에서의 연설 전후로 시몬 베유는 반대 세력의 위협은 물론 끔찍한 모욕들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시몬 베유는 용감하고 단호한 투쟁으로 법률을 통과시켰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진행된 아닉 코장과의 대담에서 시몬 베유는 연단에 섰을 당시에는 드러낼 수 없었던 심경과 고민을 밝히고 있다. 남성이 대부분인 의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지는 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회의장의 일부 남성 의원들이 은밀하게 애인이나 지인이 임신중단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시술소 주소를 주고받는 위선이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남성 의원들은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나치들이 그랬듯 법으로 포장한 야만과 같은 폭언을 퍼부으며 협박하기도 했다. 시몬 베유는 연설의 목적은 오로지 낙태법 폐지였으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여성 인권이라거나 배아의 성격과 같은 논쟁적인 일을 피해야만 했다고 밝힌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민경은 옮긴이의 말에서 연설의 배경인 1970년대의 프랑스는 임신중단을 여성의 인권 문제로 말할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낙태죄가 존치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한국과 생생하게 공명한다고 말한다. 또한 심상정 의원은 추천의 말에서 이 책이 오늘날 프랑스의 출생률이 안정적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재생산권, 행복추구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줄 것이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임신중단이라는 주제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이 책은 이러한 논쟁을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 귀감이 될 것이다.

 

책속으로

낙태 수술을 즐겁게 받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 문제는 그저 여성의 말을 듣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성에게 낙태는 비극이고, 언제나 그러할 것입니다. --- p.26

 

임신중단에는 언제나 강력한 압제가 가해졌습니다. 형이 선고되는 일이 늘어나고, 형사처벌이 언도되었으며, 심지어는 한 여성이 참수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 p.62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은 무척이나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은 이론적으로는 남성과 완벽히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게 된 변화의 수혜자이자 그 권리를 지켜낼 법적인 장치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인습에 여전히 얽매여 있고 사회에서 남성우월주의에 기반한 차별이 존속되고 있어 젊은 여성들의 삶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습니다. --- pp.125-126

 

여성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어떤 방식으로든 온전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책임지는 쪽이 결정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사실로 만들기 위한 투쟁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 p.142

 

낙태죄의 존폐에 대한 질문은 태아와 여성의 삶의 경중을 따지는 물음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여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 낙태죄가 사라질 때 임신중단의 발생건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임신중단 자체가 아니라 낙태죄 때문에 심신을 다치고 곤경에 빠지는 여성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여성의 삶은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낙태죄는 폐지되어야만 한다. --- p.144



성의 역사학 근대국가는 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저자 후지메 유키|역자 김경자|삼인 |2004.03

원제 歷史學:公娼制度·胎罪體制から賣春防止法·優生保護法體制

 

목차                 

한국어판 서문일본어판 서문

서장: 관점과 방법

1. 연구의 관점: 2차 페미니즘과 해외 여성사 연구

2. 선행 연구와 이 글의 논점

3. , 계급, 민족의 통합을 위해

1부 성과 생식통제의 시동

1장 구미 공창제와 폐창운동

1. 구미의 성매매제도

2. 유럽의 폐창운동과 반창운동의 전개

3. 미국의 폐창 및 반창운동

2장 근대 일본의 공창제와 폐창운동

1. 근대 일본의 공창제

2. 근대 일본의 폐창운동

3장 낙태죄 체제

1. 낙태죄의 성립

2. 성 통제

3. 인민의 고통

4. 성과 생식 체제에 대한 저항의 맹아

2부 다이쇼 데모크라시기의 사회운동과 공창제, 낙태죄체제의 동요

4장 피차별 부락의 여성과 부인수평사

1. 두 개의 해방령과 부락 여성

2. 부락과 성매매, 그리고 산아제한을 둘러싼 언설

3. 부인수평사

4. 부인수평사와 무산여성운동

5장 구미 산아조절운동

1. 헬레네 슈퇴커와 새로운 윤리

2. 러시아혁명과 새로운 윤리

3. 영미 산아조절론자와 제5회 신맬서스주의, 산아조절국제회의

6장 전간기의 일본 산아조절운동

1. 시바하라 우라코와 산아조절

2. 1920년대 산아조절운동

3. 쇼와공항하의 산아조절 단체

4. 산아조절운동 탄압

7장 전간기의 접객부와 그 운동

1. 여성 노동의 변화

2. 여급과 그 운동

3. 예기와 그 운동

4. 창기와 그 운동

3부 성, 생식통제의 현재적 재편성: 매춘방지법, 우생보호법체제의 성립

8장 시민적 여성운동과 폐창운동

1. 폐창운동과 시민적 여성운동의 융합

2. ‘군위안부의 연행과 순결보국운동

3. 여성에 대한 점령군의 폭력

4. 시민적 여성운동의 미국관과 성매매금지운동

9장 우생보호법 체제

1. 미국 산아조절운동의 변질

2. 일본의 전시 인구정책과 산아조절론자

3. 우생보호법 제정

4. 국제 가족계획운동으로 통합

10장 아카센 종업원 조합과 매춘방지법

1. 전후의 성풍속 산업과 노동자

2. 아카센 노동조합의 구상

3. 아카센 종업원 조합과 매춘방지법

종장: 결론

1. 공창제, 낙태죄체제의 성립

2. 초기 사회운동

3. 사회운동의 변질

4. 매춘방지법, 우생보호법체제의 성립

5. 결론

지은이주

사진출처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성관계나 임신·출산이라는 일은 흔히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런 일들은 결코 개인적인 일로만 존재할 수는 없었다. 국가가 주도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지게 한 제도인 '일본군 성노예 제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고 잘 키우자"라는 구호와 더불어 추진된 우리 나라 60년대의 가족계획을 보더라도 성과 생식의 문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성학 연구가 진전되면서 이러한 관점은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추상적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지메 유키의 이 책은 근대 일본을 사례로 국가 권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성과 생식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낸 획기적인 저작이다. 저자는 "역사적 실상으로서 성매매 여성은 추상적 개념인 '여성'이 아니라 국가·민족·계급의 성원이며, 성매매 여성화는 '여성' 일반의 수난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적·계급적 수난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여성학에서 계급적인 관점은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이 책은 '탈아입구'를 지향하며 서구를 적극적으로 타자화하고, 모방하면서 '제국'이 되고, 좌절을 경험한 근대 일본의 역사에서 여성이 어떻게 이 역사를 경험해 왔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처절한 보고서이다.

 

추상적인 '여성 일반'이 아닌 가난한 여성들의 생활에 그 바탕을 두면서 해부해 나간 근대 일본의 역사에는 여성주의적 관점뿐만 아니라 계급적인 관점이 뚜렷하게 녹아 있다. 저자는 방대한 기존의 여성사 연구 성과들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별도로 다루어지기 일쑤였던 ''·'계급'·'민족'을 통합한 관점에서 특히 산아조절 문제와 공창제 및 폐창운동에 주목한다. 저자의 말처럼 "전후의 역사학은 근대국가의 지배 구조 분석이나 지배 계급에 대한 인민 투쟁사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아 왔지만, 성과 생식을 둘러싼 지배 구조나 생식의 자유와 생식의 자기결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인민의 저항과 사회운동은 역사학에서 정통적인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했"던 것이다.

 

1'성과 생식 통제의 시동'에서는 공창제와 그것을 폐지하려던 폐창운동의 역사를 세계사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문제가 결코 일부 지역에만 해당되는 특수한 문제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어서 2'다이쇼 데모크라 시기의 사회운동과 공창제·낙태죄체제의 동요'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이 시기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당시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3'·생식통제의 현재적 재편성'에서는 권력과 그에 맞서는 여성들의 갈등을 통해 근대 국민국가 형성과 더불어 구축된 성과 생식을 통제하는 체제가 현대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층계급 여성들의 입장에서 본 성매매

이 책의 중요한 의미는 배척 대상이 되든 구제 대상이 되든 간에 항상 객체로만 다루어지던 '성매매 여성'이나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주체로서 복원시켰다는 점이다. 그러한 여성들은 결코 어리석지도 않으며 당하기만 하지도 않는 것이다. 특히 7장과 10장에서 그려지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그들의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권력에 맞서 싸웠다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접객부'들은 단결해 자본주의 착취에 저항했고 일부는 노동운동과 무산운동에 연결되었다. 부인수평사나 접객부 자신들의 활동은 단기적이고 산발적이었지만, 성착취를 당한 당사자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급진주의와 구체성을 갖췄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은 여성운동 지도자들에게는 가차 없는 칼날이 된다. '제국의 페미니즘'을 철저히 비판하는 저자는 중산계급에 속하는 수많은 여성운동 지도자들이 '제국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에는 국책에 협력하게 되는 과정과 논리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그녀들에게 성매매 여성은 여전히 '우리'와는 선을 그은 '다른 사람'이었고, 기존의 폐창운동 이외에 국가 관리 성매매와 성착취에 대항할 방법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근대 공창제와 낙태죄체제가 일본의 개국과 근대국가의 건설 논리와 결부되어 창출된 것처럼, ·현대 일본의 성·생식 통제정책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운동·여성운동이 한결같이 구미 선진 자본주의 제국을 지향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이 제국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여성운동은 진정한 여성해방을 가져올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중의 가난과 여성의 노예적인 현실 속에서 성매매와 낙태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공창제와 낙태죄체제의 모순은 가난한 이들과 여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계급·신분에 의한 삼중의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피차별부락 여성들은 근대 일본 여성이 안고 있던 교육에서의 소외, 가혹한 노동과 착취, 연애·결혼·생식 자유의 박탈이라는 고뇌를 더 가혹하게 체험해야 했다. '문명'이란 이름으로 빅토리아 왕조의 성윤리를 도입해서 실시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강제 성병 검진과 성매매 금지는 여성이 더욱 성매매의 착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근대국가 권력은 모성과 위생을 칭송하면서 산아조절을 금지해서 모성이 황폐화되도록 했고, 공창제로 성병이 퍼져 많은 여성이 성병으로 고통받았다. 엄청난 수의 병사에게 군대 위안이란 명목으로 여성을 공급하면서, 성병에서 군대를 보호하려고 여성들에게 강제 성병 검진이라는 폭력을 행사했으나, 결국 여성들만이 희생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가는 여성의 성매매를 관리하고 착취하는 한편, 주로 가난과 성차별에 기인한 낙태를 범죄로 규정해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을 더욱 소외시켰으며, 가난과 성차별의 책임을 희생자에게 덮어씌웠다.

 

'공창제'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공창제'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공창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되었는데, 그때 사용되는 공창이란 사창과 대비되는 것으로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시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그래서 일본 정부나 일본 우익 세력은 국가가 직접 경영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일본군 위안부'는 공창이 아니므로 국가가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근대 공창제가 출현하게 된 19세기 초의 프랑스에서부터 유럽과 미국, 그리고 식민지의 공창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이것을 군대 위안과 성병 관리를 기축으로 한 국가 관리 매춘 체계로 재정의한다. 국가에 의한 강제 성병 검진 체제로 공창제를 본다면 누가 경영했는가는 주요한 쟁점이 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만이 '일본군 성노예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근대를 어떻게 경험했는가는 이제 그다지 낯설지 않은 주제이지만, 이 책은 성과 생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묵살되어온 주제에 새로운 빛을 비추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성매매 여성, 하층 계급 여성들이 어떻게 성매매로 내몰리고, 성매매가 재생산되도록 억압받으며 강제당했는지가 생생하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전해준다.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미시정치학과 국민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정치학을 통합한 이 책은 여성사나 여성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 또한 성과 출산, 산아조절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역사적 현장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고민들을 함께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나쁜여자 전성시대 급진 페미니즘의 오래된 현재, 1967-1975 저자 앨리스 에콜스, 엄혜진|역자 유강은|이매진 |2017.02

원제 Daring to Be Bad(1989)

 

저자 앨리스 에콜스는 문화 비평가이자 역사학자. 1960년대 전문가로,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현대 젠더 연구 전공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교수이자 역사와 젠더 연구 교수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여성사와 사회사를 전공해 역사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네 권의 책을 써 미국의 60년대에 관한 이해를 변화시켰다. 나쁜 여자 전성시대 급진 페미니즘의 오래된 현재, 1967~1975(DARING TO BE BAD: RADICAL FEMINISM IN AMERICA 1967-1975)(1989)2세대 페미니즘을 다룬 선구적인 사회사와 지성사로, 블랙 파워나 신좌파와 2세대 페미니즘 사이에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0년에 이 책으로 거스터버스 마이어스 우수 도서상을 받았다. 달콤한 낙원의 흉터 재니스 조플린의 삶과 시대(SCARS OF SWEET PARADISE: THE LIFE AND TIMES OF JANIS JOPLIN)(1999)는 록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전기이자 조플린이 활동한 음악계와 반문화의 문화사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책을 1999년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소셜 텍스트, 비평, 소셜리스트 리뷰같은 학술지뿐 아니라 더 네이션, 빌리지 보이스, LA 위클리, 위민스 리뷰 오브 북스같은 대중지에도 종종 글을 발표했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흔들리는 지반 1960년대와 그 여파(SHAKY GROUND: THE SIXTIES AND ITS AFTERSHOCKS)(2002)에 실렸다. 핫스터프 디스코와 미국 문화의 개조(HOT STUFF: DISCO AND THE REMAKING OF AMERICAN CULTURE)(2010)에서는 디스코의 핫함을 탐구한다. 에콜스는 핫함 덕분에 디스코가 미국의 인종 규칙, 젠더 관습, 섹스 관습을 거꾸로 뒤집을 수 있었다고 본다. 흔히 음악은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고 이해되지만, 에콜스는 음악 자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역자 유강은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갈증의 대가(2016), 여성의 남성성(2015), 소속된다는 것(2015), 무질서의 효용(2014), 좌파로 살다(2014), 호모 인베스투스(2013),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2012),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2012), THE LEFT 1848-2000(2008) 등이 있다

 

목차

한국판 해설더 편협한 삶, 더 나은 삶엄혜진

서문급진 페미니즘과 사소한 것들의 역사엘런 윌리스

감사의 말

 

서론

1장 프롤로그 다시 나타난 여성 문제

2장 대분수령 운동권과 페미니즘의 분열

3장 좌파에서 떨어져 나오다

4장 급진 페미니즘의 갈래들 레드스타킹스, 16, ‘페미니스트들’, 뉴욕급진페미니스트

5장 차이의 분출

6장 떠오르는 문화 페미니즘

에필로그

 

부록 A 19688월 샌디스프링스 회의에서 한 토론

부록 B 여성 해방 활동가들의짤막한 전기 자료

부록 C 여성 해방 그룹 안내

부록 D 구술 인터뷰 노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선언과 구호에 가려진 목소리들 뉴욕급진여성에서 레즈비언 페미니즘을 거쳐 [흑인 페미니스트 선언문]까지

 

급진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취급해 공적 영역에 통합하라는 자유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혁명이 여성 해방을 가져온다는 운동권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거부했다. 여성은 일종의 성계급을 구성하며, 계급보다는 젠더가 주요한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은 여성 계급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억압자며, 가족과 결혼과 연애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전하고 손쉬운 피임법, 낙태 금지법 폐지, 공동체가 돌보는 좋은 어린이집, 미디어의 여성 대상화 종식 등을 내걸고 싸웠다. ‘의식 고양(conscious-raising)’을 가장 효율적인 조직화 도구로 활용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옥죄는 문화적 금지령에 도전하는 와중에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감히 나쁜 여자가 됐.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을 왼쪽으로 끌어당기고 운동권을 페미니즘 쪽으로 밀어 움직이면서, 급진 페미니즘은 논쟁의 지형을 바꾸고 새로운 싸움의 언어를 벼려냈다. 1970년에는 전국여성기구와 여러 여성 해방 그룹들이 손잡고 평등을 위한 여성 파업을 벌여 24시간제 어린이집, 수요자의 필요에 따른 낙태, 여성을 위한 동등한 고용과 교육 기회 등을 요구했다. 사회주의 여성 해방 조직 빵과 장미에서 온 대표들은 전국 학생 파업 집회에서 자기들을 남성 지배와 남성 우월주의를 깨뜨리는 운동의 일부로 규정했다. 이런 과정에서 급진 페미니즘은 노선 다툼과 조직 분열에 시달리며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1975년에 접어들어 급진 페미니즘은 자기들이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문화 페미니즘이 드리운 그림자에 뒤덮이면서 하나의 운동으로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사회 변혁에서 개인의 변화로 여성 해방 운동의 초점이 바뀌면서 특유의 행동주의도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넘겨줬다. 이런 급진 페미니즘은 세 명제로 거칠게 요약될 수 있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자매애는 강하다.’

 

나쁜 여자 전성시대1장에서 신좌파와 민권 운동에 속한 여성들, 대개 백인인 여성들이 평등을 내세우는 운동의 언어와 운동 안에서 종속된 자기들의 처지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짧게 살펴본다. 2장에서는 1967년 말부터 1969년 초까지 여성 해방 운동이 발전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운동의 초창기 그룹들과 최초의 균열, 특히 초기 운동에 큰 타격을 입힌, 운동권과 페미니스트의 분열을 분석한다. 3장에서는 여성 해방 운동과 운동일반의 관계가 악화된 사정과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좌파의 경계 바깥에서 여성을 조직하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정점에 다다르는 모습을 검토한다. 4장에서는 레드스타킹스, 16, ‘페미니스트들’, 뉴욕급진페미니스트 등 운동 초기에 가장 영향력이 크던 그룹 4개를 중심으로 급진 페미니즘의 여러 다른 경향들을 분석한다. 5장에서는 1970년에서 1972년 사이에 여성 해방 운동을 뒤흔든, 계급, 엘리트주의, 레즈비어니즘 문제를 둘러싼 운동 내부의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 내부 투쟁들이 문화 페미니즘이 부상하는 데 기여한 과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1973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에는 문화 페미니즘이 급진 페미니즘을 대신해 운동 안에서 가장 주요한 경향이 됐다. 여기서는 문화 페미니즘의 명료화, 페미니즘 반문화의 발전, 문화 페미니즘에 맞선 급진 페미니즘의 저항 등을 탐구한다. 에필로그에서는 1975년 이후 페미니즘이 발전한 모습을 분석하는데, 특히 포르노그래피 반대 운동과 이 운동이 촉발한 섹스 논쟁, 유색인 여성들이 이 시기에 페미니즘에 제공한 중요한 이론적 기여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오래된 현재와 용감한 나쁜 여자들 더 편협한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페미니즘들

 

나쁜 여자 전성시대에 기록된 미국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역사가 뻗은 뿌리는 지금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꾸려가는 삶으로 이어진다. 날 선 구호, 선언, 이론 뒤에 가려진 반짝이는 지혜를 길어 올려 고뇌와 성찰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하고 갈등하고 좌절한 나쁜 여자들의 목소리가 꿰뚫은 시대의 풍경을 우리들의 시각으로 담아낸, 꽤나 편협한 페미니즘 역사서라서 그렇다. 그 역사의 요동을 찬찬히 따라갈 때 스멀스멀 떠오르는 데자뷰들, 미국 급진 페미니즘의 짧은 전성기를 구성하는 어떤 장면들이 한국의 페미니즘에 완전히 포개질 수는 없다. 페미니즘의 오류와 실패만 유난히 과장해서 편협한 사상이라고 공격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미국 급진 페미니즘의 주역들이 껴안은 고뇌와 성찰은 지금 여기에서 또 다른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를 열고 싶어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건네준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계보가 필요하며, 페미니즘은 더 편협한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약속해야 한다는 교훈 말이다.

 

책속으로

이런 세세한 사실들은 좋든 싫든 간에 성차별주의가 자연스러운 질서인 사회와, 성차별주의가 하나의 문제고 논쟁의 주제며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인 사회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는 단초일 뿐이다. 그 차이는 주로 세부적 사실에 따라 만들어진다. 여자들이 여전히 무시무시한 불평등에 직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상의 작은 성과들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이를테면 이제 결혼한 여자가 원래 성을 계속 쓰는 게 흔한 일이고, 표지판 문구가 ‘(남자들) 작업 중(men working)’이 아니라 ‘(사람들) 작업 중(people working)’으로 바뀌었으며, 페미니즘에 별로 관심 없는 정치인이라도 그 남자 또는 그 여자(he or she)’라는 말을 별 거리낌없이 입에 올린다. 그렇지만 바로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 쌓인 결과, 우리 삶의 질감이 만들어지고, 그 모순을 보는 안타까움이 커지며, 더 큰 변화를 향한 기대가 높아진다. 급진 페미니즘의 역사는 무엇보다도 이 과정의 극적인 출발에 관련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운동은 여전히 살아 있다. --- pp.27-28

 

카마이클은 기민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일을 놀려댔다. …… 그 사람이 나를 빤히 보더니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어떤가요?’ 그러고는 자문자답했다. ‘학생비폭력조정위원회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엎드리는 거요!’ 스토클리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우렁차게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는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해 쓰러졌다. 추잡한 발언은 시끄럽고 거칠었다. 카마이클이 한 말은 우리를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 p.71

 

여성 해방 운동은 처음부터 내적으로 분열됐다. 실제로 운동의 분열된 출발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급진 페미니즘을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급진 페미니즘은 어느 정도 좌파의 반페미니즘과 운동권의 내키지 않는 페미니즘에 대응한 응답이었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인종과 계급보다 젠더에 특권을 부여하고 여성을 균일한 단일체로 여긴 경향은 대체로 좌파가 젠더를 부차적 모순으로 간단히 처리한 데 맞선 반발이었다. 게다가 운동권과 페미니즘의 분열이 워낙 힘을 소진시킨 탓에 차이와 자매애는 서로 배타적이라는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의심이 확인된 듯 보였다. --- p.166

 

운동진영 남성들은 남성의 특권을 벗어버리려 하지 않았다.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에서는 백인 급진주의자들이 블랙팬서당의 언어를 그대로 읊기만 해도 점수를 딸 수 있는 데 견줘 남성 우월주의에 맞선 싸움은 그만큼 추상적이지 않았다. 남성들이 성차별주의에 맞서 싸우려면 가사노동 분담처럼 자기 삶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했다. 1970년대를 거치면서 분파주의적이지 않은 좌파 집단들은 적어도 페미니즘에서 제기하는 주장의 일부는 타당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많은 여성들에게 변화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운동진영 남성들을 거듭 마주치다 보니 마지 피어시나 로빈 모건처럼 한때 운동권이던 많은 여성도 좌파 밖으로 나가서 여성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마음먹게 됐다. --- p.210

 

1973년에 이르면 급진 페미니즘 운동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중요한 이론적 돌파구를 연 그룹들은 사멸하거나 빈사 상태였다. 확실히 페미니스트들’, 16, 뉴욕급진페미니스트는 창설자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길로 나아갔다. 16페미니스트들은 문화 페미니즘으로, 뉴욕급진페미니스트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진화했다. 세라차일드와 리온이 1971년 중반에 말한 대로 운동의 많은 선구자들이 엘리트주의자중간 계급’, ‘자매애가 없는 사람같은 이유로 공격받으면서 운동 일선에서 물러났다. …… 뒤이어 계급, 엘리트주의, 성적 선호 등을 둘러싸고 분열적인 싸움이 벌어져 1970년 내내 운동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 1973년에 이르러 급진 페미니즘은 문화 페미니즘과 자유주의 페미니즘에 길을 내주고 있었다. …… 많은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개인의 삶에 정치적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급진 페미니스트들에 동의하게 됐다. --- pp.294-295

 

이성애자 여성들은 남성에게 묶여 있기 때문에 레즈비언 개인이나 레즈비어니즘의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성애자 여성들은 우리의 삶이 어떤지를 알지 못한다. 이성애자 여성들은 우리처럼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이성애자로 자란 만큼 이성애자 여성의 삶을 이해한다. 이런 소통은 일방향이다. 이성애자 여성들은 남자들 때문에 혼동을 일으켜 여성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이성애자 여성들은 레즈비언을 배신하며, 최종 심급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배신한다. 우리 자매들이 억압자하고 섹스하며 놀아나는 한 튼튼한 운동을 만들 수 없다.” --- p.352

 

퓨리스같은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이성애자 페미니스트들은 섹슈얼리티란 생물학적으로 구성되는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화된 이성애가 여성 억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억지로 이해하게 됐다. 페미니스트들은 레즈비어니즘에 관한 가정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레즈비언들을 여성 운동의 전위로 여기게 됐다. …… 레즈비어니즘을 정치적 정언 명령으로 개조하고 페미니즘의 논리적 결론으로 규정하는 논리는 문제가 있었다. 레즈비언 페미니즘은 섹스를 여성 운동에 복무하는 행동으로 개념화하는 페미니즘의 경향을 악화시켰다. 디어드리 잉글리시가 지적한 대로 이런 경향은 사회에 복무하는 섹스라는 오랜 주제의 변형에 불과했다. --- p.360

 

1980년대 말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놓인 상황은 급진 페미니즘이 그린 전망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기는 해도 오늘날 세계는 20년 전에 견줘 크게 달라졌다. 어떤 사람은 산아 제한 기술의 발달, 3차 산업의 확대, 생계 부양자 윤리에 맞선 남성의 반란’, 가족 임금 체제의 붕괴와 그 결과에 따른 맞벌이 가족의 확립 등 다른 요인들을 지적할 수도 있을 테지만, 급진 페미니즘은 이런 변화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규범적 이성애의 남근 중심주의에 도전함으로써 이성애 섹스를 재구조화하는 데 기여했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욕망을 주장한 결과로 오늘날 여성들은 자기의 성적 욕구를 더 쉽게 내세울 수 있다. 낙태가 합법화되고 강간을 중범죄로 보는 대중적 의식(이런 의식은 성폭력 법률을 개정하는 데 반영됐다)이 확대되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한층 높아졌다. …… 급진 페미니즘이 핵가족과 제도화된 이성애를 공격한 덕에 사람들은 (쉽지는 않았지만) 핵가족과 이성애에 관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전히 대부분의 여성이 하는 일로 남아 있지만, 가정 내부의 성별 노동 분업은 어느 정도 잠식됐다. 경제 상황의 변화와 급진 페미니즘이 가져온 결과였다. --- p.424

 

1975년 이후 시대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특히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페미니스트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현실에 견줄 때 페미니즘 자체는 주변화된 점이다. 오늘날 여성 문제가 마치 페미니즘하고는 무관한 사안처럼 논의되는 모습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페미니스트들은 자기들이 특수 이익 집단의 지위로 강등되는 현실을 봤다. 페미니즘이 보이지 않게 된 현실 때문에 바로 그 페미니즘이 얼마나 되돌릴 수 없이 우리의 정치 담론을 바꿨는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페미니즘 운동이 없었으면, 과연 우리는 보수적인 대통령 후보가 공공 보육이나 동일 임금 개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앞서 페미니즘이 벌인 투쟁이 없었으면, 많은 논의가 진행된 젠더 격차라는 말이 존재하기나 했을까? --- p.437

 

 

사람의 P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크다는 사실이다. 이는 발정기에 제한 받지 않는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 물론 번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쾌락을 위한 것이고, 호색성이 다른 동물보다 확연하게 드러나는 증거라고 한다.

 

직립보행으로 엉덩이가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유방이 비대해졌다. 이유는 직립으로 엉덩이보다는 이제 눈에 잘 뛰는 유방이 섹스심벌이 되었다. 만일 원숭이처럼 졸졸 늘어진 젓꼭지가 매다려 있다면 생식매력이 반감하고, 그 사람의 종은 그 존속마저 위태워와졌을 것이다.

 

35 왜 사람은 알몸이 되었는가? 고릴라나 침팬지처럼 모피도 덮여있으면 유방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의미가 없다. 전신이 매끈매끈한 얇은 피부로 덮여 있음으로써, 여자의 유방은 모든 남성을 매료시킨다. 털이 남아 있는 부위는 치구, 항문, 회음, 흉무, 겨드랑이이다. 성과 관련된 곳들이다. 이곳에서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유인물질 페르몸이 방출된다.

 

39 사람의 얼굴은 성의 신호이다.

일본원숭이는 암컷의 발정기가 되면, 엉덩이뿐만 아니라, 얼굴도 붉어진다. 이러한 징후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 입술이다. 붉고 윤곽이 확실하다. 흥분되면, 콧구멍이 부불어난다. 그리고 사람의 표정이 발달된 대뇌덕분에 풍부한다. 이또한 대변하고 있는 이성에게 마음을 끌기 위한 신호들이다.

 

또한 말의 발달의 거대한 뇌를 갖게 되었고, 동시에 언제나 발정하게 되어 호색가가 되었다. 그 호색성이 외설이라는 것을 낳게 되었다. 이 거대한 뇌가 낳은 환상이다. 사람의 성의식에는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사람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하고,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의 의식을 갖게 되었다.

 

50 왜 사람만이 섹스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가?

사람은 다른 동물처럼 유전자에 의한 발정기가 없다. 계절과 배롼과는 무관하고 쾌락을 위해서만 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사람의 생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이다. 임신기간이 길고, 한번에 하나밖에 낳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병과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한 번 잘못하면, 종의 존속이 힘들다. 그래서 섹스획수를 늘리고, 임신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 했다. 그래서 언제라도 임신할 수 있기 위해서 발정기 같은 것은 없는 것 나았다. (배란기는 일정기간아닌감?)

 

날마다 어렵게 사냥해온 양식을 암컷에게 거져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러한 수컷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 암컷은 항상 자신에게 마음이 끌리게 해 둘 필요가 필요했다. 섹스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사람이 발정기를 상실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수컷은 사냥해서 잡아온 것을 나누어주어야 했다. 발정기가 없는 암컷에게 이 자식이 내자신인가라는 의문을 제거하기 위해서 한쌍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섹스상대가 자신뿐이라면 낳아주는 자식도 자신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처가 절개를 지키는 것은 이제도의 대 전제가 된다. 그리고 숫컷도 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냥후 빨리 돌아와서, 처의 상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이것은 처에게도, 부부의 생활이 안정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에서 섹스의 깊은 욕망을 참아낼 수 도 있다. 자위행위를 하든지, 다른 무슨 짓을 하든지 기분을 달래서라도 성행위를 옮기지 않으면 안되었다. 억제가능한 것은 전두엽때문이다. 사람의 뇌의 32.8%이다. 일본원숭이는 3%이다. 전두엽은 '이성과 감정의 자리'이다. 사고, 의사, 행동, 감정, 언어등을 지배한다. 사람의 정신활동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사람은 발정기가 되면, 닥치는 대로,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섹스에게 쾌락을 주고 받는 기쁨을 발견하는 상대하고만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섹스를 사랑으로까지 승화할 수 가 있었던 것이다.

 

78

대개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의 성은 '구하는 성'이며, 선택받은 성'이 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수컷과 싸워서 상대와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수컷이다.

.|작성자 nwind27 10.5.31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저자 최승범|생각의힘 |2018.04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비슷한 편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얼마 전 지역의 여성 정당인을 밤늦게 우연한 자리에서 만났는데, 무심코 아이는 지금 누가 봐주는지를 물은 것이다. 아차, 실수했다 싶었다. 여태껏 숱한 남성들을 늦은 밤에 만나왔지만 그들에게는 한 번도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성찰했으니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로울 거라 여겼는데 오만한 생각이었다. 30년 넘게 한국 남자로 자라며 공기처럼 마신 여성혐오는 사고의 기저에 뿌리박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1장 어머니와 아들중에서

 

최규석의 웹툰 송곳의 대사처럼, 그물처럼 깔려 드러나지 않는 규칙은 권력에게 너그럽다. 폭력이 나쁘다는 걸 몰라서 선생이 학생을 때려온 게 아니다. 다들 그러니까, 늘 그래왔으니까, 그러면 편하니까, 그래도 탈이 없으니까 때렸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자 교사의 관성적 폭력을 구속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폭력 교사들은 그제야 하나둘 몽둥이를 내려놓았고 조례가 없는 시?도 교육청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더러워서 참는다고 말하지만 실은 다칠까 봐 참는다.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매년 교원들에게 성 비위(非違) 사건 방지 서약서를 받는다. 상당수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서명하고, 간혹 죄인 취급을 받는 것 같다며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 불쾌감 때문에라도 각인 효과와 경각심이 형성될 테니 충분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다.---2장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중에서

 

설거지는 아버지랑 삼촌이 하시는 게 어때요?”

참다못해 던진 한마디에 일순간 싸늘한 정적이 찾아온다. 불편한 헛기침이 몇 번 오가면 어머니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그렇게 또다시 여성을 희생시켜 가정의 평화를 얻고 며느리를 착취하여 화려한 밥상을 받는다. 근엄해 보이는 가부장제의 비열한 그늘이며 가족애의 가면을 쓴 불편한 동거다. 아들로 태어난 나는 금수저인데 딸로 태어난 지연이는 흙수저다. 명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설거지를 하면 우리 아들 좋은 남편 되겠네라고 하지 우리 아들 장가가도 되겠네라고는 안 한다. 딸이 설거지를 하면 우리 딸 시집가도 되겠네라고 하지 우리 딸 좋은 아내 되겠네라고는 안 한다. 똑같은 설거지인데 누구한테는 고급 스펙이고 누구한테는 기본 소양이다. 조상님 보시기에는 어떨까. 퍽 좋아하실까.---2장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중에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강력범죄 피해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여성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남성이 다수인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수치다. 그래서인지 남자도 다른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할 때가 많다. 호신용 스프레이를 사 주는 마음, 술 마시고 정신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 밤늦게 택시를 탈 때 불안해하는 마음이 그렇다. 여동생--아내가 늦게 들어오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고 화내는 오빠-아버지-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모든 남자가 잠재적 가해자는 아니다라는 말은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오늘 밤에도 수만 명이 느낄 공포 앞에서 나만은 고결하다며 항변하는 태도가 온당할까. 나의 무결함을 증명할 시간과 에너지로 다른 이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흔들리는 배 위에서 혼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개인인 나는 떳떳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남성인 나는 가해자일 수 있으니까.---2장 페미니즘 공부하는 남자중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자체에도 기함했지만, 이후 과정은 더 충격적이었다. 어떤 언론은 범인의 이력을 언급하며 그를 변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신학을 공부해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 했던 사람이었으나 여성에게 무시당해 피해의식이 생겼다며 동정을 내비쳤다. 다수 남성들이 보인 반응은 그보다 더 경악스러웠다. 그들은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여성들의 공포에 공감하지 못했다. 선량한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더 말했어야 하는데. 거기서 멈추면 안 됐는데. 나와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 중에도 지금 이들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반복됐다. 나도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3장 선생님, 혹시 주말에 강남역 다녀오셨어요?중에서

 

다른 면에서 진보적 가치를 견지하는 사람이 여성 인권만 탄압하는 경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르크스를 모르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게 창피한 일이라면, 시몬 드 보부아르를 모르면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자기가 누리는 무형의 이득은 알기 어렵다지만, 선택적 옹호는 낯 뜨거운 일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든가 그냥 입을 다물고 있든가 둘 중 하나만 해야 하지 않을까.---3장 선생님, 혹시 주말에 강남역 다녀오셨어요?중에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며 아내에게 육아를 떠넘기지만, 직장에서 여자 동료가 육아휴직을 내면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남자들 여럿 봤다. 우리 집 청소, 빨래, 설거지는 아내가 다 해야 하지만 우리 부서 여직원의 퇴근이 빠른 건 기분 나쁘다는 남자들 많이 봤다. 학교에 여교사가 많아 남자아이들의 올바른성역할 학습이 우려되지만, 집에서 엄마만 아이를 돌보는 건 남자아이 교육과 아무 상관없다는 남자들 엄청 봤다.

남자만 군대 가는 병역법은 남자가 만들었는데, 욕은 여자가 먹는다. ‘홀수 번호만 청소하라고 지시한 담인 대신 청소에서 면제된 짝수 번호를 미워하는 꼴이다. ‘남자답게’ ‘남자가 쪼잔하게’ ‘남자가 우냐?’와 같은 말로 남성성을 자극하고 남성성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쪽도 대개 남자들이다. 가부장제와 호모소셜은 남자라면 모름지기 처자식이 있어야 하며, 그들을 부양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신화를 만들었다. 남성이 느끼는 경제력 부담은 가부장제에서 출발했는데 분노한 남성들의 공격은 여성을 향한다.---3장 선생님, 혹시 주말에 강남역 다녀오셨어요?중에서

 

침묵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피켓을 드는 것, 구호를 외치는 것, 이웃을 설득하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그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걸 하고 싶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계속할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교사였고 내게는 800명의 남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이 기성세대 남성과는 다르게 자랄 수 있다면, 눈과 귀와 가슴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나아가 매년 수백 명의 남학생을 가르치고 앞으로 수천 명의 남학생을 가르칠 동료 교사들에게 작은 영향이라도 끼칠 수 있다면, 이보다 이상적인 실천은 없다고 생각했다.---4800명의 남학생과 함께중에서

 

NONO로 받아들일 것. 완곡한 거절을 YES로 이해하지 말 것. ‘싫어요, 싫어요 하다가 좋아요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남자들이 남자를 위해 만든 판타지니 절대로 믿지 말 것. 강제로 여성의 팔을 잡아끌면 납치, 싫다는데 회사 앞에서 기웃거리면 스토킹, 벽에 밀치고 키스하면 폭력이니 셋 다 하지 말 것. 제발 멋대로 넘겨짚지 말며 포르노를 현실 세계에 대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4800명의 남학생과 함께중에서

 

문학교과서에는 이육사의 절정과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나란히 수록되어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남성적 어조여성적 어조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영 마뜩잖았다. 거기서는 남성적 어조의 특징을 단정적 표현과 명령형 말투라고 설명하며 힘차고 씩씩한 느낌을 주므로 주장 전달이나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성적 어조의 특징은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라고 설명하며 기원이나 체념에 주로 쓰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청유형 문장이 자주 사용되며 주로 존댓말을 쓴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았다.

이거 구려요.” 용어의 적절성을 묻기도 전에 학생들이 먼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 구리다.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라는 개념을 창안한 사람이 성차별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다. 별 의식 없이 단지 현실이 그러하니까 그렇게 이름 붙였을 수도 있다. 악의가 없어도, 때로는 무지만으로도 나쁜 결과를 낳는다. ---4800명의 남학생과 함께중에서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저자 솔다드 브라비, 도로테 베르네르|역자 맹슬기|한빛비즈 |2019.01

원제 Pourquoi Y A T-Il Des Inegalites Entre Les Hommes Et Les Femmes?

 

목차

0 - 남녀 불평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임신과 출산

1 - 첫 인류

2 - 선사 시대

3 - 기원전 3000

~기원전 600: 고대 시대

4 - 5세기~15세기: 중세 시대

5 - 예외적인 경우: 베긴 수녀들

6 -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7 - 마녀사냥

8 -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9 - 19세기: 나폴레옹 법전

10 - 19세기

11 - 서프러제트: 20세기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을 위한 투쟁

12 - 1918~1945: 1

대전과 제2차 대전 사이

13 - 1945~1975: 냉전

14 - 시몬 베유와 낙태의 역사

15 - 미국 흑인 여성들의 삶

16 - 1975~2000

17 - 21세기: 2000년 이후

18 - 현황 점검: 오늘날 남녀평등은 어디쯤 와있을까?

 

- 태초의 인류는 생명의 신비에 무지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남자의 정액과 부풀어 오르는 여자의 배뿐이었다. 수정란 형성에 난자가 꼭 필요하단 사실은 1875년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그 전까지 남자는 오로지 자신 덕분에 아기가 생긴다고 생각해 무지를 남용했다. 남자는 중요한 일을 도맡고, 여성에게는 부차적인 일만 떠맡겼다. _본문 중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 기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지난 수 세기 동안 계속된,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성차별이 생겨난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차별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갖게 되면,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 때문이었죠. 인류의 탄생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권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기 위해 여성 잡지 ELLE의 저널리스트 도로테 베르네르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책의 목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30만 년 동안이나 여성의 권리를 빼앗아간 불평등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터무니없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는지 밝히는 것입니다. --- p.5

 

여자는 대를 이어가고 집안일을 하고, 남자는 공동체를 다스리고 조직했다. 그 결과 모든 법전과 종교 서적은 남자가 집필했다.---p.21

 

여성은 주기적으로 피를 흘렸기 때문에, 사냥 때는 동굴에 남아있었다. 피 냄새 때문에 동물들에게 쉽게 들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신한 몸으로 들소 같은 동물을 공격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사냥은 남자 담당이 되었다. 대신 여자는 열매 등을 채취했다. 또 식물을 이용하여 상처와 병을 치료하는 법을 터득했다. (중략) 식량의 70%는 여성들이 채취해온 것이었다. 사실 사냥이 성공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냥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활동이었다. 고기와 비계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 pp.26-30

 

르네상스때 남성들이 구축해온 권력을 위협했지만 교회는 모든 원죄의 원인인 여성을, 심약하여 악마에게 유혹당하기 쉬운 존재로 봤다. 또한 약용 식물을 사용한 치료는 마술이며, 특별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여성은 마녀라고 선언했다---p.60

 

여성들이 조금씩 획득하기 시작한 자유와 독립성은 그동안 남성들이 구축해온 권력을 위협했다. 교회는 모든 원죄의 원인인 여성을 심약하여 악마에게 유혹당하기 쉬운 존재로 봤다. 특별한 지식과 능력을 갖춘 여성은 마녀라고 선언했다. 부르주아들은 가부장 권력이 줄어들까 봐 걱정했다. 뿐만 아니라 상속권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리하여 그들은 로마체제의 질서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즉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단 개념을 모든 것에 적용했다. --- pp.60-63

 

2차 대전 이후 정부는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50~100만 명의 여성이 불법 낙태 수술을 받았다. 일부 여성들은 수술대에서 감염과 과다출혈로 숨지기도 했다. 매년 약 1만 명이 낙태 중 사망했다. 낙태의 자율화, 무료화를 위한 [343인 선언]이 발표됐다. (중략) 프랑스의 장관 시몬 베유는 공중 보건법으로서 낙태 합법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투표 결과, 284 189표로 낙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채택되었다. --- pp.123-126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같은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24% 더 번다. 대기업 사장 중 89%가 남성이다. CAC 40 증권소에 등록된 100개의 기업 중에 여성 CEO는 단 한 명도 없다. 매년 58만 명의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된다. 성범죄 피해자이 90%는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신고한 사건 중에서도 10%만이 처벌받고 있다. --- pp.156-157

 

낙태반대운동연합

1. 낙태 관련 단행본

낙태 과연 옳은 가?, 로날드 알렌, 1990, 나침반사

낙태와 낙태, 심상덕 저, 2011, 푸른솔

낙태, 윌키부부, 1997, IVP

사람입니까?, 리처드 윈터, 1993, 일지각

생의 윤리학이란?, T. 샤논, J. 디지아코모, 1988, 서광사

엄마 나 좀 살려주세요, 김필우, 1989, 햇빛출판사

위기에 처한 아이들, 예영편집부, 1995, 예영커뮤니케이션

인간 그 존엄한 생명, F.쉐퍼, E. 쿠퍼, 1991, 라브리출판사

인간의 생명은 이처럼 귀중합니다, 마더 테레사, 1990, 나침반사

지울 수 없는 생명, 앤피어슨 외, 200, 0예영커뮤니케이션

침묵의 대학살, 존 포웰, 1986, 이문출판사

태아는 알고 있다, 토마스 바니, 2001, 샘터사

틸리, 프랭크 E.패리티, 2004, 도서출판 바울

폭력없는 탄생, 프레드릭 르봐이예, 2012, 예영커뮤니케이션

현대의학과 윤리, H.L.스미스, 1983, 대한기독교서회

 

2. 성과 생명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맷 제이콥슨, 리자 제이콥슨| 2002|두란노(절판)

남자의 성, 아치볼드 D. 하트, 2003, 홍성사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 오오노 아키코, 201, 0브렌즈

당신이 알아야할 완전한 부부생활, 베나드 R. 위이즈, 1988, 보이스사

성의 역사, 레이 탄나일, 1987, 김영사(절판)

성인을 위한 성교육, Dick Hafer, 1993, 은혜출판사

신비한 인체 창조섭리, 김종배, 1993, 국민일보사(절판)

아기의 탄생, 라르스 함베르예르, 2006, 지식의 숲

아름다운 애정생활, 팀 라하이, 199, 5보이스사(절판)

아름다운 약속, 순결,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2002, 쉴터출판사

여성이 된 기쁨, 잉그릿 트로비쉬, 2007, 생명의 말씀사

일그러진 성문화, 새로 보는 성, 한국성폭력상담소, 1992, 동아일보사(절판)

임신과 출산, 김암 외, 2014, 사이언스북

탄생의 신비, 미르쟘 후르젤름, 198, 3김영사(절판)

태아는 알고 있다, 토마스 버니, 2005, 샘터사

 

3. 남녀의 차이 이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저/김경숙 역 | 2010 |동녘라이프

와플 같은 남자 스파게티 같은 여자, 빌과 팸 파렐 부부 저/홍종락 역 | 2002 | 생명의말씀사(절판)









                                                 2012.8









201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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