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노래 우리 곁에 온 고래, 그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하다 저자 남종영|궁리 |2011.12
남종영-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생활문화매거진 《esc》에서 여행을 담당했다. 북극에 매료된 이후 200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북극권을 여행했다. 캐나다 처칠에서 북극곰을 만나면서부터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는 《한겨레21》의 북극, 적도, 남극을 취재한 지구 종단 3부작으로 이어졌다. 요즈음엔 기후 변화와 관련한 논문들을 읽고, 곰과 고래를 혼자 연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등을 함께 지었다.
목차
프롤로그
1 그들은 육지에서 왔다
2 대왕고래에서 상괭이까지
3 당신은 문화적 존재
4 세드나의 후손들
5 고래야, 나는 네가 원하는 걸 주었다
6 대학살의 서막
7 고래의 복수
8 남극에 떠다니는 고래 공장들
9 고래의 노래
10 한국 포경의 역사
11 포경이냐 관광이냐
12 Dying to entertain you
『고래의 노래』는 고래에 대한 개론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래에 대한 생물학적·역사적·문화적·사회적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고래의 진화와 분류 그리고 신화와 문학 그리고 국제사회의 논쟁거리인 포경산업의 정치경제적 함의를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바탕으로 되짚어본다. 외국에는 이미 고래 도감을 비롯해 포경에 관한 기록들 그리고 고래에 대해 연구 활동을 담은 과학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반면 한국 사람이 쓴 고래 책은 고 박구병 교수가 쓴 『한반도 연해 포경사』와 고래연구소가 펴낸 『한반도 연해 고래』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절판됐거나 비매품이라 구하기도 어렵다.
저자는 거의 한해도 빼지 않고 북극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북극은 고래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자, 가장 자주 고초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이누이트 마을인 카크토비크 등 알래스카의 여러 곳,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 『모비딕』의 고향 미국 낸터컷 섬 등을 갔다 왔다. 2011년 여름에는 영화 <프리 윌리>의 케이코가 살았던 아이슬란드의 웨스트맨 섬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한 얼마전에는 제주도에 가서 남방큰돌고래 수십 마리가 섬 주변을 계속 돌고 도는 모습을 관찰하고 왔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고래의 생태와 포경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경험하는 한편, 고래에 대한 정보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 저자는 외국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 논문을 읽으며 고래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잘 가라, 고래들아. 부디 그물에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살렴!
고래 하면 멜빌의 『모비딕』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영화로는 한 소년과 범고래 케이코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 <프리 윌리>가 있다. 이 영화로 케이코가 스타가 되면서, 그가 살던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케이코를 구출해 야생으로 돌려보내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갔다. 결국 야생 적응에 실패하고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숨지고 말았지만.
『고래의 노래』 후반부는 주로 포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만큼 이 부분이 중요하기도 하고 심각하다는 뜻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래 자체가 아니라 고래와 인간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려 했다. 어차피 고래란 존재는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 안에 머물러 있다. 고래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고래가 집단 자살하는 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런 고래를 거의 멸종의 나락에 빠뜨렸다. 고래가 인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고등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대량 살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특히 상업 포경의 빈자리를 서서히 전시용 포획이 채우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 제주도에서 불법 혼획된 돌고래가 공연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제주도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인데,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불법적으로 잡힌 뒤 국가가 운영하는 전시시설로 공급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적으로는 돌고래 수족관과 돌고래쇼의 동물복지 문제가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률로 금지 규정을 만든 나라도 여럿이고, 영국은 이미 돌고래 전시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테마파크의 조련사가 범고래의 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고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래와 만날 수 있는 건 고래가 자신의 세상을 박차고 우리의 세상에, 우리가 숨쉬는 바다 밖에 잠시 와주었을 때다. 시간은 찰나로 제한되어 있어, 과거 포경선은 포경 일지에 그림을 그려 고래들을 식별했고 과학자들은 사진을 찍어 그들의 삶을 연구한다. 하지만 이는 아주 미세한 조각에 불과하다. 과연 우리가 짜맞춘 고래의 조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고래, 너를 사랑하지만 먹는다?
<고래의 노래>, 동물권 생각할 맞춤한 교양서
고래 관광이 바람직한 미래, 그 전에 문화가 바뀌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돌고래묘기장에서 '제돌이' 등 불법포획된 국제 보호종 남방큰돌고래를 살펴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제주도 연안에 살다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가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우리나라 동물보호 운동에서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물론 야생 방사가 성공하려면 야생 적응 훈련을 잘 마치는 등 해결할 과제가 적지 않다.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제돌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산 채로 묻혔을 때도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인권에 이어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돌이 논란’은 연간 백만 명이 찾아오던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가 임시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손꼽는 즐거운 구경거리가 이제 추억으로만 남은 채 영영 사라질 것인지를 두고 시민의 의견이 분분하다. 아쉽다는 견해도 있지만, 다수는 그저 행복해 보였던 돌고래가 사실은 갑갑하고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생활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으니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이제 사람처럼 지능이 높은 고래라는 동물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우리 사회도 물을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고래에 관한 맞춤한 교양서가 나왔다. <고래의 노래>는 이 분야 책으로는 드물게 고래의 생태와 분류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고래의 오랜 역사와 문화까지 두루 짚은 책이다.
<한겨레>의 환경 담당 기자이기도 한 지은이는 기후변화 취재를 위해 남극과 북극, 적도 등을 취재하면서 그 여행 경로가 바로 고래의 회유로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이에 더해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 아이슬란드 등에 다니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물 밖을 내다보는 귀신고래. 한반도를 회유하던 서태평양 귀신고래는 캄차카 반도 일대에 소수만 살아남아 있다. 사진=고래연구소.
▲물을 내뿜는 귀신고래. 1964년 5마리가 잡힌 것을 끝으로 한반도 근해에선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사진=고래연구소.
▲소형 고래인 상괭이. 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체가 살고 있다. 사진=국립공원연구원.
지은이가 이 책 서문에서 “고래를 좋아했지만 고래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목마름을 느꼈다”고 밝히고 있듯이 일반인이 고래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 이 책은 고래에 관해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한 정보는 거의 망라해 놓았다. 고래의 종류와 진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포경의 역사와 에피소드, 고래 보호운동의 전개과정, 고래 관광과 돌고래 쇼에 관한 최근의 상황까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포경이 아니라 고래관광에 미래가 있다고 주장한다. 멸종위기종인 고래의 보호를 논외로 치고 경제적인 이득만 따지더라도 포경보다 고래관광이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죽은 고래보다 산 고래가 인간에게 더 이득이 되는 시대가 왔다.”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 사진=박미향 기자.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과연 그런 세계적인 추세가 적용될까. 지은이는 울산 장생포 고래 단지에서 한국적 특수성을 실감한다. 이곳에는 고래 생태와 포경 유물을 전시한 고래 박물관과 살아있는 큰돌고래가 전시되고 있는 고래 생태체험관, 국내 유일의 해양포유류 연구소인 고래 연구소, 고래 관찰 투어의 출발지 등 고래 관련 시설이 한 데 몰려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고래 복합단지이다. 그런데 이곳엔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시설이 있으니, 바로 17곳에 이르는 고래 고기 전문 음식점이다.
장승포에서 고래 관찰 투어 선박을 탄다고 해도 고래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승객의 70~80%는 고래 구경을 왔는데 정작 고래 꽁무니도 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 큰돌고래가 수조 속에서 헤엄치는 고래 생태체험관이다. 제돌이를 방사한다면서 울산 남구가 ‘고래 학살’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의 돌고래를 사들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고래 관광객의 욕구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고래고기를 맛보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래고기는 관광 요소이다.
▲고래 고기 요리. 지속가능한 전통사회의 고래 사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지은이는 장생포 고래 관광객의 의식을 조사하는 아내의 연구에 참여해 얻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울산에서 포경이 재개됐을 때 다시 울산에 고래 관찰을 하러 올 거냐는 질문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은 19%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질문에 스코틀랜드에서는 79%가 다시 오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오겠다’는 답은 16%, ‘올 것 같다’는 43%에 이르렀다. 포경과 고래 관찰이 양립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가능하다는 대답은 36%에 달했다.
사실 포경과 고래 관찰이 모두 괜찮다고 보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고래 관광 국가인 아이슬란드도 포경을 재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지은이는 동물을 먹지만 동시에 그 동물을 사랑하기도 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특수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개고기 논란에서 볼 수 있는 모순된 태도가 그것이다.
사실 동물을 사랑(존중)하면서 먹는 행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누이트와 같은 전통사회가 고래를 보는 시각이 그렇다. 지은이는 “고래를 사랑하면서 먹는 행위는 근대 상업 포경이 출현하기 전인 평화로운 바다의 시대에나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요즘처럼 첨단장비로 고래를 쫓고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상황은 지속가능한 포경이 가능했던 전통 사회와는 전혀 다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고래고기에 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문화는 바뀔 수밖에 없다. ‘제돌이’는 그런 변화의 신호탄일지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고래의 노래>가 밝히는 고래에 관한 '불편한 진실'
-고래는 생물학적으로 포유류이지만 사회적으로 생선 대접을 받는다. 주관 부서는 환경부가 아니라 수산자원을 관리하는 농림수산식품부이다.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살았던 동물 가운데 가장 커 길이 33m 무게 200t에 이른다.
-긴수염고래는 아주 느리고 작살에 맞아도 가라앉지 않는 ‘착한’ 고래여서 집중적인 포경의 대상이 됐고 가장 먼저 멸종위기에 몰렸다.
-고래는 바다의 방랑자이다. 먹이가 많은 극지방에서 지방층을 불린 뒤 저위도에 내려와 새끼를 낳는다. 귀신고래는 베링 해에서 바하칼리포르니아까지 해마다 2만㎞를 헤엄친다.
-물속에서 태어나는 고래의 새끼는 꼬리부터 나온다. 출산이 끝날 때까지 태반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 위로 머리를 내밀어 첫 숨을 쉬는 것이다.
-20세기 초 포경은 먼저 새끼부터 죽였다. 새끼를 구하러 어미가 자리를 뜨지 않기 때문이다.
-고래 무리가 해변에 좌초했을 때는 가장 큰 고래부터 구조해야 한다. 우두머리를 옮기면 나머지도 따라나서기 쉽다.
-최초의 원양 포경은 바스크족이 16세기 대서양을 건너 뉴펀들랜드 근해에서 했다.
-대규모 포경이 이뤄지기 전 세계 곳곳에는 고래가 넘쳤다. 칠레 연안을 항해한 프랑스인 라 페루즈는 1786년 “긴 밤 동안 우리는 고래에 둘러싸여 있었다. 고래들은 우리 배 꽤 가까이 헤엄쳤으며, 갑판에서 고래가 뿜는 물줄기를 비처럼 맞을 정도였다”고 적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포경선이 군함으로 징발되면서 고래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전쟁 동안에도 고래는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포격 훈련의 좋은 과녁으로 쓰였다.
-석유가 대체재로 등장하면서 기름 공급원이던 고래 수요가 줄었지만, 1960년대 우주개발 경쟁과 함께 극한기온에서도 얼지 않는 윤활유를 구하기 위한 향고래 사냥이 다시 본격화됐다.
-일본은 1987년 포경 금지 이후 연구를 위한다는 ‘과학 포경’ 명목으로 약 2만 5000마리의 대형 고래를 잡았다. 한국도 일본의 뒤를 따라 대형 고래도 과학적 조사나 전시 공연 목적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2011년 고시를 개정했다.
걷는 고래 그 발굽에서 지느러미까지, 고래의 진화 800만 년의 드라마,THE WALKING WHALES 저자 J. G. M. 한스 테비슨|역자 김미선|뿌리와이파리 |2016.07.
원제 The Walking Whales
저자 J. G. M. ‘한스’ 테비슨 J. G. M. ‘HANS’ THEWISSEN은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의과대학 해부학 및 신경생물학과의 잉걸스.브라운 석좌교수다. 주된 관심사는 고래, 특히 고래가 어떻게 뭍에서 물로 들어갔고, 어떻게 수중생활에 적응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1994년에 네발로 땅위를 걸을 수 있던 고래로 가장 먼저 알려진 암불로케투스의 골격을 발견했고, 파키스탄과 인도에 각각 열 번 이상 탐사대를 이끌고 가서 화석 고래를 채집했다. 『해양 포유류 백과사전ENCYCLOPEDIA OF MARINE MAMMALS』(2002), 『고래의 출현THE EMERGENCE OF WHALES』(1998), 『문턱에서의 감각 진화SENSORY EVOLUTION on THE THRESHOLD』(2008)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목차
1. 헛된 삽질
화석과 전쟁
고래의 귀
2. 어류냐, 포유류냐, 아니면 공룡?
코드 곶의 왕도마뱀
바실로사우루스과의 고래들
바실로사우루스과와 진화
3. 다리 달린 고래
검은 구릉 흰 구릉
걷는 고래
4. 헤엄 배우기
범고래와의 만남
개헤엄에서 어뢰까지
암불로케투스과의 고래들
암불로케투스와 진화
5. 산들이 자라던 때
히말라야 고지
구릉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
인도의 고래들
6. 인도로 가는 길
델리에서 발이 묶이다
사막 안의 고래
70킬로그램의 머리뼈
7. 바닷가 나들이
바깥 둑
화석이 된 해안
8. 수달 고래
손 없는 고래
레밍토노케투스과의 고래들
뼈로 한 짐승을 짓는다는 것
9. 대양은 사막이다
수사 고생물학
마시기와 오줌 누기
화석이 된 마시기 습성
암불로케투스와의 산책
10. 조각 골격 맞추기
눈길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뼈가 얼마나 있으면 골격이 될까?
고래의 자매를 찾아서
11. 강고래
고래의 청각
파키케투스과의 고래들
2001년 9월 11일
12. 고래, 세계를 제패하다
분자 사인
검은 고래
프로토케투스과의 고래들
프로토케투스과의 역사
13. 배아에서 진화까지
다리 달린 돌고래
다이지 해양공원
팔다리 벗어던지기
다이지의 고래잡이
14. 고래 이전
미망인의 화석들
고래의 조상들
인도히우스
화석 위탁업체
15. 앞으로 나아갈 길
중대한 의문
이빨의 발생
이빨로서의 고래수염
옮기고 나서
후주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초등학생도 안다. 고래는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도 알았고, 위대한 계통분류학자 린네는 1776년에 낸 《자연의 체계》에서 “이런 이유에서 나는 고래를 물고기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851년에 허먼 멜빌이 쓴 《모비 딕》에 나오는 피쿼드호 선원들처럼 고래를 속속들이 꿰는 이들마저 린네를 외면하며 고래를 물고기로 쳤고, 1859년에 《종의 기원》을 낸 다윈은 포유류가 물로 돌아가기에 적합한 몸을 만들 수 있는 진화적 각본의 하나로 기술한 북아메리카 흑곰 탓에 한껏 비웃음을 사다가 그 대목을 점점 줄여 끝내는 삭제하고 말았다.
고래가 포유류인 이상, 분명 육상 포유류에서 유래하는 조상이 있었을 테다. 그러나 발견된 화석 고래는 모두 해양 포유류였다. 1832년에 발견된 화석 고래에는 바실로사우루스(‘왕도마뱀’)라는, 고대의 수생 포유류를 육상 도마뱀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이름이 붙었다. 다윈이 고초를 겪은 뒤로도 150년 가까이, 이 바실로사우루스과가 골격이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고래였다. ‘중간화석’이 없다! 고래는, 창조론자들이 진화를 부정하고 조롱하는, 지금은 무너진 지 오래지만 몇몇은 여전히 눈 꼭 감고 악을 써대는 ‘잃어버린 고리’의 단골 메뉴였다.
걷고 헤엄치는 고래, 암불로케투스 나탄스와 고래의 조상들
1991년, 상황이 일변했다. 지은이 ‘한스’ 테비슨이 파키스탄에서 암불로케투스 나탄스(‘걷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는 고래’)의 머리뼈와 골격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고래는, 인도히우스, 파키케투스, 암불로케투스, 레밍토노케투스, 프로토케투스, 바실로사우루스라는 풍부한 중간화석, 다수의 뚜렷한 기능적 고리, 그 모두를 몰아가는 분자 기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진화생물학 교과서의 총아가 되어 있다.
3억 7500만 년 전의 고생대 데본기, 물에 살던 물고기가 팔을 달고 뭍으로 올라왔다. 닐 슈빈이 2004년에 북극 엘스미어 섬에서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물고기’ 틱타알릭을 발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5000만 년 전의 에오세 초기, 꽃과 이파리를 뜯어먹던 쥐사슴 같은 우제목 한 마리가 위험을 피해 물속에 숨었다. 그로부터 고래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고래의 진화라는 이 경이로운 드라마의 무대는 파키스탄과 인도, 1억 4000만 년 전의 백악기에 아프리카에서 떨어져나온 인도판이 5000만 년 전에 이르러 아시아판을 들이받으며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던 무렵, 아시아판과 인도판, 그 사이의 섬들, 특히 인도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내해(內海) 테티스 해로 뻗은 얕은 대륙붕과 그 주위였다. 테비슨은 지난 20년간 이곳을 열 번 넘게 탐사해가며 암불로케투스 나탄스를 비롯한 여러 중간화석들을 발굴하고, 마침내 땅 위에 살았던 고래의 조상이 우제목 인도히우스였음을 밝혀내어 고래의 진화사를 새로 쓴 주역이다. 그는 산소와 탄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해 어느 화석 고래가 뭘 먹고 뭘 마셨는지를 알아내고, 현생 포유류의 헤엄을 관찰해 고래의 헤엄방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추적하고, 일본에서 잡힌 뒷다리가 둘 달린 돌연변이 돌고래 ‘하루카’를 관찰하고 고래의 배아를 연구하여 고래가 뒷다리를 잃게 된 과정까지를 세세하게 밝혀냈다. 덧붙여, 그 결과를 종합하면, 고래목과 가장 가까운 현생동물은 하마, ‘가장 유력한 조상’은 흔히 언급되는 메소니키드(메소닉스과)가 아니라 인도히우스이다.
배트맨의 ‘배트모빌’이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이 되기까지
모든 것을 깡그리 바꾼 고래의 진화!
고래의 진화는, 최고의 공학자들로 팀을 짜서 이를테면 배트맨의 자동차 ‘배트모빌’을 해체한 다음, 그 부품들로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단, 공학자들은 퇴근할 때마다 여전히 작동하는 모종의 탈것을 제시해야 한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그 일을 해낸 것이 고래다. 고래는 육상생활에 고도로 적응한 몸을 800만 년 만에 대양에 완벽하게 조율된 몸으로 바꾸었다. 이동기관을 비롯해 감각기관과 번식기관에 이르기까지 땅 위에서 잘 작동했던 거의 모든 기관계를 깡그리 바꿔낸 것이다.
5000만 년 전쯤의 인도히우스(‘인도의 돼지’)에서 파키케투스(‘파키스탄의 고래’), 암불로케투스(‘걷는/ 걷고 헤엄치는 고래’), 레밍토노케투스(인도 학자 사니와 미시라가, 초기 고래들은 “명백히 에오세 동안 인도양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잘못 주장한 스미스소니언의 고생물학자 레밍턴 켈로그의 이름을 딴 ‘레밍턴 고래’), 프로토케투스(‘최초의 고래’), 바실로사우루스까지, 800만 년 동안의 이 모든 ‘화석 고래’의 진화사가 이 책의 씨줄을 이룬다. 참고로, 2500만 년 전부터 수염고래와 이빨고래, 두 아목으로 나뉘는 현생 고래가 나타나고, 지금은 76종에 이른다.
800만 년에 걸친 이 드라마의 몇 장면. 에오세 초기에 살던 우제목이자 고래의 육상 조상인 인도히우스의 네발은 현생 고래에 이르러서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파키케투스를 비롯해 바실로사우루스까지 중간형태들을 죽 훑어보면(〈참고도〉), 시간이 지날수록 앞다리는 지느러미를 닮아가고 뒷다리는 퇴화하며 몸도 기다랗게 유선형으로 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귓속 구조 또한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공기 중의 소리는 물속의 소리와 달라서 육상의 귀는 물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상에서 소리를 전달했던 고막과 귓속뼈들은 점점 그 기능이 축소되었고, 대신에 아래턱과 이마에 지방체를 갖추어 고주파나 저주파를 송수신할 수 있게 되었다.
‘화석 고래계의 인디애나 존스’, 잃어버린 고래의 조상을 찾아서
1991년에 테비슨은 최초로 ‘발 달린 고래’ 암불로케투스를 발견했다. 그 전까지 발견된 고래 화석이라고는 현생 고래와 상당히 닮은 바실로사우루스의 골격과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살았던 파키케투스의 귀뼈가 전부였다. 따라서 암불로케투스는 고래의 기원을 화석기록 안에서 입증한 ‘첫’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에는 파키케투스의 전체 골격을 발견했는데, 놀랍게도 파키케투스의 발목뼈는 발굽이 짝수 개인 우제목의 발목뼈와 똑같이 생겨 있었다. 베일에 가려진 고래의 육상 조상이 그 ‘발굽’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1985년의 첫 탐사 때,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미국과 소련-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벌인 전쟁의 여파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호텔에서 차량폭탄에 의해 새카맣게 불타버린 소형버스들을 목격한 이래, 파키스탄과 인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정치지형과 에오세에 형성된 이래 겹겹이 꺾이고 휘고 뒤틀린 지층, 사막과 히말라야 산록이라는 자연지형을 넘나들며 테비슨은 소설보다 재미있고 역동적인 ‘탐구생활’을 보여준다. 이것이 이 책의 날줄이다. 그리고 우연과 필연,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가히 ‘화석 고래계의 인디애나 존스’라 할 이 학자의 활약은 2005년, 인도의 지질학자 랑가 라오의 미망인 프리트린데 오베르크펠 박사 집에서 마침내 정점에 이른다. 고생물학계에서 상처를 받고 카슈미르의 칼라콧 마을 근처 에오세 포유류 화석산지를 통째로 발굴해버리고는 피해의식과 은둔과 비밀주의에 잠겨 있던 미망인이 “자네는 믿을 수 있어”라는 말과 함께 화석 더미를 위탁한 것이다.
화석 더미에는 자그마한 우제목 인도히우스가 잠들어 있었고, 테비슨은 인도히우스가 고래와 똑같은 새뼈집을 갖고 있었음을 알아냈다. 고래 귓속에는 사발 모양의 고실뼈가 있는데, 고래의 고실뼈는 가장자리 한쪽이 굉장히 두꺼워서 이를 새뼈집이라 부른다. 새뼈집은 포유류 중 오직 고래목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귀뼈이다. 그래서 해부학자에게는 귀가 곧 고래이다. 고래와 유사한 그 밖의 수많은 해부구조와 함께 인도히우스는 고래의 명실상부한 육상 조상으로 판명되었다.
고래의 진화, 다시 또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고래는 800만 년 동안 경이로운 진화의 드라마를 보여주었고, 이 책은 우리가 고래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에서 특히 최근 20년 동안에 이룬 놀라운 진전들을 거의 완벽하게 담아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질문이 남아 있고,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다시 쓰여야 할 단편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테비슨이 말하듯이, 그것이야말로 과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청신호다. 새로운 발견이 과거의 결론을 검증하면서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이해에 가까워진다. 그것은 과학뿐만 아니라 인생살이에서도 마땅히 넘어야 할 관문이다. 인간은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고 낡은 관념들을 다시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테비슨은 우리 독자들에게,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끝맺는다. “나는 새로운 세대의 싹트기 시작한 과학자들이 고래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현재의 지평 너머로 힘차게 밀어주기를 바란다. 이제 여러분 차례다. 파이팅.”
책속으로
고래의 고실뼈(〈그림 2〉)는 반 토막 난 호두 껍데기처럼 생겼으며, 가운데가 뻥 뚫린 사발 모양의 뼈다. 덧붙여, 한쪽에는 매우 두꺼운 벽이 있고, 반대쪽에는 매우 얇은 벽이 있다. 얇은 쪽을 고실판이라 하며, 여기에 구불돌기라는 S자 모양의 뼈 능선이 붙어 있다. 새뼈집(골구)으로 알려진 두꺼운 벽은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한 뼈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들이 고래 귀뼈의 결정적 특징이자, 고래류와 그들의 친척인 돌고래류 및 쇠돌고래류, 통틀어 고래목이라 일컫는 모든 포유류에게 고유한 특징이다. 모든 고래목이 새뼈집이 있는 고실뼈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다른 동물은 하나도 알려져 있지 않다. --- p.15
멜빌의 배 피쿼드 호의 선원들처럼 고래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들마저 고래를 물고기로 여겼다. 《모비 딕》이 나온 지 8년 뒤인 1859년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었다. 자연에서 고래가 차지하는 자리가 《종의 기원》 이전부터 문제였다면, 이제는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 화석이건 최근의 것이건, 포유류는 땅 위에서 살았다. 만일 고래가 포유류라면, 고래의 조상들은 육상 포유류였음이 틀림없다. 다윈은 포유류의 몸을 물로 돌아가기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진화적 각본을 상상하느라 애를 먹었다. --- pp.22-23
바실로사우루스과는 육지에서 바다로 향하는 그 극적인 전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는 현대 고래와 너무 많이 닮았다. 그리고 완전히 육지에서 생활한 조상이 도대체 누구였는지를 드러내기에는 조상의 특징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 화석기록의 빈약함은 진화가 일어났음을 의심하고 지구의 역사에 대한 성경의 설명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밥이었다. 네발 포유류와 바실로사우루스과 사이에 틈새가 벌어지자, 창조론자들은 진화의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일례로 고래를 물고 늘어졌다. 다윈이 고래의 기원 때문에 겪었던 고충을 들춰내면서, 중간형태는 결코 발견되지 않을 거라고 주장했다. --- p.50
마침내, 1994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짐승을 과학계와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드디어 녀석에게 이름도 준다(〈컬러도판 2〉). 이 동물은 새로운 속과 종에 해당하고, 다른 모든 고래와 너무도 달라서 새로운 과의 고래이기도 한, 다시 말해 암불로케투스과에 속하는 암불로케투스 나탄스Ambulocetus natans다. 속명이 이 화석의 가장 특이한 점, 즉 걸어다닌 고래라는 점을 나타낸다. 암불라레ambulare가 걷기를 가리키는 라틴어이고, 나탄스natans는 헤엄치기를 뜻한다. 녀석은 걷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하는 고래인 것이다. --- p.71
“그 물고기는 자기가 들어가서 헤엄치고 있던 물을 마신 다음, 그 물에 들어 있던 산소를 써서 뼈를 지었어. 뼈는 인회석으로 만들어지는데, 인회석에 산소가 들어 있거든. 동위원소들은 화학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뼈에 든 동위원소를 측정하면 그 물고기가 헤엄치던 물의 동위원소를 알아낼 수 있어.” “우와. 그렇게 동위원소를 측정해서 마시는 물을 추적하면 너는 어떤 동물이 뭘 마셨는지를, 그 동물이 죽은 지 2000만 년이 지난 뒤에도 알 수 있고, 따라서 어느 물고기가 강의 어디에서, 그러니까 낮은 평원에서 살았는지, 아니면 높은 산의 개울에서 살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는 거네.” --- p.158
마침내 주둥이가, 제자리에 달린 많은 이빨과 함께 나온다. 우리는 작은 뼛조각들을 많이 주워 가방에 담는다. 집에 와서 모두 씻은 다음, 큰 조각에 더 작은 조각들을 맞춰본다. 큰 조각들과 모두 들어맞는다. 이놈은 레밍토노케투스과와는 매우 다른 고래다. 큰 눈이 옆을 향해 있고, 이빨이 크고, 윗니에 교두 세 개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그림 30〉). 눈확 위에는 뼈로 된 두꺼운 테두리인 눈확위돌기가 있다. 이는 에오세 고래들 중 프로토케투스과로 불리는 고래들의 특징으로 보고되며, 그렇다면 이놈은 쿠치의 첫 번째 프로토케투스과인데 우리가 그것의 머리뼈와 함께 골격의 일부를 찾은 것이다. 우리는 이놈을 데다케투스 Dhedacetus라 부른다. --- pp.209-210
어떤 발생생물학자들은 배아에서 매우 초기에 일어나는 사소한 유전적 변화들이 진화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이 믿음은 그러한 변화의 결과로 개체를 매우 근본적으로 개조할 기회가 생긴다는 이해를 토대로 한다. 그러나 고래의 뒷다리 진화의 경우에 개체발생 초기의 발생적 변화가 일어난 시점은 뒷다리가 이동기관의 기능을 잃기 시작하고서도 한참이 지난 다음이었다. 실험과 자연에서 얻은 SHH에 관한 이 모든 지식을 고려하면, 다이지의 돌고래 하루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궁금해진다. --- p.237
인도히우스는 원래 랑가 라오에 의해, 그가 이 암석들 속에서 이 동물의 턱뼈 몇 개를 찾았을 때 발견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뼈다. 우리는 머리뼈를 네 개 가지고 있다. 내 새 화석처리 담당자 릭은 대단한 인내심을 가지고 실낱 같은 잔금들에서 자줏빛과 잿빛의 퇴적물을 긁어내면서도 새하얀 뼈를 손상시키지 않고 일을 멋지게 해낸다. (…)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처리실로 걸어 들어가자, 릭이 머리뼈 하나에서 한 조각을 부러뜨렸다고 사과한다. (…) 머리뼈를 살펴보다가, 나는 부러진 뼈가 고실뼈임을 깨닫는다. 정확히 중간을 가르며 뚝 부러져서, 퇴적물이 채워진 중이강이 노출되어 있다. 충격적이게도, 고실뼈의 안쪽 벽이 바깥쪽보다 훨씬 더 두껍다. 인도히우스도 고래와 마찬가지로 새뼈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릭의 사고가 불러온 굉장한 발견이었다(〈그림 55〉). 이 뼈는 다시 붙이지 맙시다! --- p.255
작은 너구리만 한 우제류들이 꽃과 이파리를 뜯어먹다가, 위험을 피해 물속에 숨었다. 이들의 후손들은 포식자로서 물속에 숨어 먹잇감을 정찰하며, 물속에 머물렀다. 뒤이은 후손들이 빠르게 헤엄치는 법을 알아냈고, 새로운 먹잇감을 쫓았고, 땅 위에서 돌아다니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버렸다. 다양한 방식의 헤엄을 실험한 뒤,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몸을 미끈한 유선형으로 바꾸었다. 따라서 육지에 대한 모든 유대가 끊어졌다. 한 집단이 먹잇감의 위치를 찾아내려고, 이미 고도로 발달된 청각계에 소리 방출계를 추가했다. 바로 반향정위를 하는 이빨고래다. 다른 집단은 크릴 들판에서 크릴을 뜯는 데에 쓰이는 수염을 진화시켰다. 바로 수염고래다. --- p.266
고래 고래와 돌고래에 관한 모든 것 저자 애널리사 베르타|역자 김아림|사람의무늬 |2016.04
원제 Whales, Dolphins and Porpoises
저자 애널리사 베르타는 애널리사 베르타는 30년간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생물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전공은 해양 포유류의 해부학과 진화생물학이다. 척추동물 고생물학회의 회장과 『척추동물 고생물학』 학회지의 선임 공동 편집인을 지냈으며, 수많은 과학 논문을 집필했다. 또한 『해양 척추동물의 생활과 진화학적인 시간』, 『해양 척추동물: 진화 생물학』 등 과학자뿐만 아니라 비과학자를 위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목차
들어가며
생물학적 특성
계통발생과 진화
해부학과 생리학
행동
먹이와 먹이 찾기
생활사
서식 범위
서식지
보호와 관리
종 식별 도구와 지도
종을 식별하는 열쇠들
물 위에서 보이는 행동
어디에서 어떻게 관찰할까
고래 종 목록
고래 종 목록 사용설명서
참고래과
남방참고래
북대서양참고래
북태평양참고래
북극고래
작은참고래
쇠고래과와 긴수염고래과
쇠고래
밍크고래
남극밍크고래
정어리고래
브라이드고래
대왕고래
오무라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참돌고래과
머리코돌고래
칠레돌고래
히비사이드돌고래
헥터돌고래
긴부리참돌고래
짧은부리참돌고래
난쟁이범고래
들쇠고래
참거두고래
큰코돌고래
사라와크돌고래
대서양낫돌고래
흰부리돌고래
펄돌고래
모래시계돌고래
낫돌고래
더스키돌고래
홀쭉이돌고래
흰배돌고래
이라와디돌고래
오스트레일리아스넙핀돌고래
범고래
고양이고래
범고래붙이
꼬마돌고래
기아나돌고래
인도태평양혹등고래
인도양혹등돌고래
오스트레일리아혹등돌고래
대서양혹등고래
알락돌고래
클리멘돌고래
줄무늬돌고래
대서양알락돌고래
스피너돌고래
뱀머리돌고래
남방큰돌고래
큰돌고래
향유고래과, 꼬마향고래과
향유고래
꼬마향유고래
쇠향고래
외뿔고래과
일각돌고래
흰고래
부리고래과
아르누부리고래
망치고래
북방병코고래
남방병코고래
인도태평양부리고래
소워비부리고래
앤드루부리고래
허브부리고래
혹부리고래
제르베부리고래
은행이빨부리고래
그레이부리고래
헥터부리고래
데라니야갈라부리고래
끈모양이빨고래
트루부리고래
페린부리고래
난쟁이부리고래
큰이빨부리고래
부채이빨고래
셰퍼드부리고래
민부리고래
강돌고래류
양쯔강돌고래
라플라타강돌고래
아마존강돌고래
갠지스강돌고래
쇠돌고래과
상괭이
인도태평양상괭이
안경돌고래
쥐돌고래
바키타돌고래
버마이스터돌고래
까치돌고래
부록
고래목의 분류
용어해설
참고자료
이 책에 도움 준 사람들
찾아보기
감사의 말
고래,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1. 현재 살이 있는 고래는 몇 종이나 될까?
고래와 돌고래는 고래목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 생존하는 종은 90가지가 확인되었다. 비록 고래목 가운데 몇몇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가끔은 새로운 종이 발견되었다는 흥분되는 소식도 들린다.
2. 고래의 먹이는?
고래류는 다양한 먹이를 먹도록 진화되었다. 길이가 1~2mm보다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3m도 넘는 커다란 오징어까지 먹이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몸집이 가장 큰 축인 고래류는 에너지 소비량이 어마어마해서 먹잇감을 한꺼번에 많이 그리고 자주 먹어야만 한다. 대왕고래는 자기 몸무게의 150%에 달하는 바닷물을 한 번에 들이켤 수 있다. 대왕고래는 한 번 잠수하는 동안 30분은 숨을 참으면서 크릴새우 떼에게 6번 정도 돌진할 수 있다. 이 고래는 엄청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3,600kg의 크릴새우를 잡아먹는다.
3. 가장 큰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수염고래는 몸길이가 33미터고 몸무게는 15만 킬로그램에 달한다.
4. 가장 작은 고래는?
몸집이 가장 작은 헥터돌고래는 몸길이가 1.5미터 이하이며 몸무게도 50킬로그램 이하이다.
5. 고래는 얼마나 오래 살까?
고래류는 다른 몸집 큰 포유동물 종이 그렇듯, 상대적으로 오래 사는 편이다. 수명은 긴수염고래가 100년까지이고, 고래류 가운데서 가장 장수하는 종인 북극고래는 100년이 넘는다. 2007년 한 북극고래 안에서 나온 무기 파편을 살핀 결과, 그 개체의 나이는 최소 115~130살로 추정되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극고래는 200살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누이트 사냥꾼들에게 잡힌 고래를 보면 대개 100살이 넘었고 어떤 고래는 211살로 추정되었다.
6. 고래는 어떠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까?
고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점프는 공중에서 서로 시각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이고, 또 저주파를 이용하는 방식이 있는데 대왕고래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주파수 20Hz 이하의 독특한 소리를 내며, 이 소리는 지구상 어떤 동물보다도 크고 길게 이어진다. 대왕고래가 내는 소리는 188데시벨 정도로 동물이 낼 수 있는 소리 중에서 가장 크며 수백 km 밖까지 울려 퍼진다. 또 반향정위나 딸깍 소리를 이용한 초음파 탐지 시스템을 통해 먹이를 찾고 의사소통을 한다. 또한 지느러미발과 꼬리로 수면을 내려치는 행동도 비언어 의사소통 방식이다.
7. 고래는 얼마나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나?
향유고래는 고래류 가운데 잠수 시간이 가장 길어서 두 시간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일각돌고래는 해양 포유류 가운데 잠수 깊이가 아주 깊은 편이라 수심1,500~2,000m 밑까지 내려가며 한 번에 최대 25분을 버틸 수 있다. 주로 해저에 사는 물고기를 먹는 망치고래는 깊은 곳까지 길게 잠수하며, 가끔은 수심 1,500m까지 내려가 45분 정도 잠수하고 한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민부리고래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깊이 잠수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번 숨 쉰 후 2,992미터 아래로 잠수해 137분 동안 버틴 기록이다.
8. 고래의 번식은?
모든 고래류의 번식 주기는 임신기, 수유기, 휴식기 세 시기 로 나뉜다. 대부분의 종에서 암컷은 평생 새끼를 낳는다. 임신과 임신 사이의 기간은 최소 2년이지만 대개는 그보다 길다. 수염고래류는 보통 임신 기간이 11개월이고, 수유기는 6~7개월이다. 그리고 암컷은 2~4년씩 걸러 임신을 한다. 북극고래와 참고래의 경우는 임신 기간이 12~13개월이고, 암컷은 3~7년을 사이에 두고 임신을 한다. 몸집이 작은 돌고래는 새끼를 낳는 간격이 3년 정도인 종이 많다. 번식 주기는 11~12개월 의 임신기, 1~2년의 수유기를 거쳐 수개월의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임신에 들어가는 형태다. 향유고래같이 이빨고래류 중에서 몸집이 큰 부류는 주기가 더 길어서, 12~17개월의 임신기와 3년 또는 그 이상의 수유기를 거친다.
고래의 삶과 죽음 저자 이브 코아|역자 최원근|시공사 |1995.02
저자 - 이브 코아(Yves Cohat)사학과 민족학을 연구했다. 졸업 후 프랑스 국립중앙과학연구소 해양인류학실의 연구원이 된 그는 해양학과 인문과학을 연계하면서,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과 활발히 의견을 나누었다. 현재 그는 어로 기술과 전략 어촌의 관습 등이 어촌의 사회·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목차
제1장 고래의 전설
제2장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
제3장 고래사냥의 시작
제4장 미국 포경업의 황금기
제5장 포경선원을 생활
제6장 고래는 살아 있다!
기록과 증언
그림목록
찾아보기
책속으로
최종 육식자, 즉 다른 동물에게 먹히지 않고 잡아먹기만 하는 위치에 있는 고래는 해양 생태계를 균형있게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균형이란 말은 모든 생물이 마치 어떤 큰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타격을 가하면 결국 기계는 망가져서 작동이 멈추게 된다. --- p.126
지금까지 뭍에서 발견된 고래화석의 개수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고래의 조상이 뭍에서 바다로 옮아간 과정을 더듬어 보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모험적인 발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빨을 갖고 있는 고래가 수염을 갖고 있는 고래보다는 앞선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 고래는 바다로 갔고 그곳에서 그냥 머물러 살게 됐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다에서 수백만 년을 사는 동안, 고래는 물고기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앞다리는 지느러미로, 뒷다리는 근육질의 꼬리로 변해서 수평면으로 자리르 잡고 있다(이와 대조적으로 보통 물고기들은 꼬리지느러미가 수직면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같은 신체구조는 상승동작을 용이하게 하므로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쉽게 해준다. 게다가 머리는 몸통과 곧바로 연결도어 있고, 또 일반적으로 포유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귀와 남성 성기, 젖꼭지 따위의 돌출 부위가 사라졌다.
한편, 피부는 매끈해지고 두꺼운 지방층(추위를 막아 주고 부력을 유지해 줌)이 피부와 접하고 있는데다가, 눈 또한 바닷물에서 생활하는 데 유리한 쪽으로 적응을 한 상태이다. 또한 콧구멍은 두개골의 정상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고래의 숨구멍이다. 외면적으로는 물고기인 것 같지만 따뜻한 혈액과 소화기관, 호흡기관, 생식방법 등으로 미루어 보건대 고래는 분명 포유류이다. --- p.30
그리고 아직도 고래는 살아 있다! 인간이 땅위에서 군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래는 그들의 생활공간인 바다에서 군림한다. 인간과 고래 사이의 이 같은 유사성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주시되고 있었다. 언어와 문화, 시대, 구전설화 등을 통해서 육지를 지배하는 인간과 바다의 왕자인 고래 사이의 불가사의한 유사성이 계속 이야기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작살로 거대한 고래에 맞서던 옛날 영웅시대에는 고래사냥꾼이 항상 경건한 의식을 지냈다. 이 의식을 통해서 바다의 왕자와 육지의 왕자는 생사를 초월한 만남을 가졌을 것이다. --- p.126-127
1850년대의 포경선원은 평균 42개월을 바다에서 보냈다. 허먼 멜빌은 '바다는 나의 고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포경선원은 권태와 공포, 고독과 열광을 맛보아야 했다. 또한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에서의 생활을 맛보기도 했고, 전혀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직 끈기있고 용감하며, 담금질을 한 무쇠처럼 강인한 사람만이 이러한 항해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 p. 83
거인을 바라보다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저자 엘린 켈지|역자 황근하|양철북 |2011.04
원제 Watching giants : the secret lives of whales
저자 엘린 켈지(ELIN KELSEY)는 해양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작가이다. 캐나다 로열로드 대학교 환경과지속가능성학부 겸임 교수이며 캐나다 자연사박물관의 과학교육 감독, 밴쿠버 수족관과 캐나다 캘거리 동물원의 전시 및 해설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거인을 바라보다》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과 고래의 삶을 연결시켜 쓴 생태에세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흥미진진한 고래 이야기부터, 그들의 어마어마한 살림살이 규모에 대한 명상적 산문, 바다 환경 문제를 다룬 지적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이 담겨 있다. 향유고래의 폐경이 갖는 깊은 의미, 고래의 사랑과 섹스, 고래들의 공동육아 방식, 흰긴수염고래 시체를 먹고 살아가는 희귀 생물체 등 여러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켈지는 고래 연구 및 해양생태학의 거장 25인을 만났다. 이들을 통해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아는 지식이란, 연구자들이 수면에서 얻어낸 극히 일부분의 정보로부터 추론한 것에 불과하며, 그조차도 계속 같은 장소만을 관찰해 얻은 정보”라는 결론을 얻는다. 따라서 켈지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규모에서 살아가는 고래들의 삶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렇지만 고래를 바라보는 이 여성 생물학자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제인 구달은 켈지의 이러한 글들이 독자에게 놀라움과 영감을 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해달 구하기SAVING SEA OTTERS》, 《고래에 관한 사실들FINDING OUT ABOUT WHALES》, 《낯선 새 생물종STRANGE NEW SPECIES》등을 썼다.
목차
머리말
극한의 모성
모성의 바다
엉뚱한 곳에서 고래를 찾아 헤맸네
상주 외부인?
캘리포니아 만, 그 풍요로움의 비결
호모 파베르의 동료들
거울아, 거울아, 누가 가장 똑똑하니?
혹등고래의 신기한 재주
아기 향유고래는 정말 코로 젖을 먹을까?
심해의 문화
고래에게 할머니가 필요한 이유
돌고래 강탈자
다정함도 모전자전?
물고기 전쟁
흰긴수염고래가 큰 데는 이유가 있다?
소리로 알 수 있는 것
죽은 고래의 놀라운 세계
고래들의 성
사라진 살점
차원의 전환
출판사 서평
“고래들은 내가 발견한 바로는 지극히 헌신적인 어미다.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그 넓은 바닷속에는 새끼를 쉬게 하거나 먹일 만한 안전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해양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작가가 쓴 생태에세이다. 제인 구달이 침팬지를 연구했던 것처럼 엘린 켈지도 고래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저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과 ‘고래 연구의 거장 25인과의 인터뷰’를 씨실과 날실 삼아 고래의 삶과 문화, 바다 생태계 이야기를 재현한다.
이 책은 고래 삶의 거의 전 생애에 관한 정확한 과학적 지식과 광범위한 정보뿐만 아니라 심해의 고래 사체에만 사는 독특한 기생생물의 놀라운 세계와 바다 생태계를 둘러싼 인간의 활동까지 다양하게 소개한다. 놀라운 정보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지만, 과학적 흥미를 넘어서 창의적이고, 깊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따뜻하고 친절한 책이다. 인간과는 너무도 다른 생물의 삶을 보여주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또한 어떤 점에서는 인간과 매우 긴밀하게 관련된 주제들도 논의한다. 저자는 이런 논의를 통해 바다 생태계를 바라보는 큰 그림을 갖자고 말한다. 인간의 오만을 걷어 내고 생명의 바다를 되살리는 일에 ‘고래가 가르치는 지극한 모성애’가 그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래를 바라보는 이 여성 생물학자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생태계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물인 고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놀라움과 영감을 줄 것이다.”
-제인 구달
우리와 지구의 반을 나눠쓰는 존재, 고래
공룡만큼이나 인기 있는 거대동물이 있다. 바로 ‘고래’이다. 이들은 이미 멸종된 공룡과는 달리,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바닷속 깊은 곳을 자유자재로 다니고 남극과 북극을 내 집 안마당처럼 노는 고래들을 직접 관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래는 여전히 미지의 동물이다. 서점에서 만나는 고래들은 예쁜 동화책의 주인공이다. 등 위로 내뿜는 물줄기와 귀여운 고래 그림과 동물원의 돌고래쇼는 환상을 준다. 그런데 한편으로 살짝 시선을 옮겨보자. 고래를 생태적 관점에서 본 책이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고래는 그저 멸종 위기에 빠진, 그래서 ‘극성스런’ 그린피스 회원들이 고래잡이 배 앞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시위를 해야 간신히 생존이 보장되는 불쌍한 동물일 뿐일까? ‘어쩌다 운 나쁘게’ 그물에 걸려 우리가 식탁에까지 올라온 고기일 뿐일까? 신기한 재주가 많은, 똑똑한 돌고래 쇼의 주인공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고래를 단순한 거대동물로 보지 않는다. 고래는 ‘문화’를 만들고 계승하며, 우리와 더불어 지구의 반을 나눠 쓰는 존재다. 인간의 오감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저자는 단순히 고래의 삶을 서술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래의 규모에서 바다 생태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전 세계 고래 연구자들의 관점을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더 깊고 넓게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극한의 모성
고래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이들은 많게는 90살까지 살며, 오랜 기간 동안 어미가 새끼를 키운다. 한 번에 한 마리만 낳기 때문에 번식 속도가 상당히 느리며 어미가 새끼 한 마리에게 들이는 공도 무척 크다. 문제는 바다가 어미들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호시탐탐 노리는 포식자를 피해야 하고, 이동하는 먹이를 찾아 항상 헤매야 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해수의 운동을 파악해야 한다. 숨을 곳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어미는 새끼에게 수영과 사냥을 가르치고,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고,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 유일한 존재다. 이런 고래를 가리켜 저자는 “지극히 헌신적인 어미”라고 표현한다. 이를 뒷받침할 사례들은 무궁무진하다.
생후 6개월 동안 젖을 먹으며 새끼의 몸무게가 17톤 이상 불어나는 동안 흰긴수염고래 어미는 몸무게의 30%를 잃는다. 붙잡혀간 새끼를 돌려받기 위해 포경선을 끝없이 공격하는 쇠고래도 있다. 간혹 남의 새끼를 납치하는 고래들도 발견된다. 이들은 참치잡이 배의 추격에서 새끼를 잃었던 고래들이다. 저자는 이런 어미 고래들을 ‘본능’이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 본다. 저자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갖고 있는 고래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녀는 쇠고래 연구자들의 연구를 돕는 항공 조종사 샌디 래넘의 말을 인용한다.
“그날 나는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어요.” 그녀는 석호 동쪽 끝 매우 얕은 바다에서 어미 고래의 배 밑으로 조그마한 고래 꼬리가 삐죽 고개를 내밀던 모습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카메라를 집어 드는 대신 본능적으로 될 수 있는 한 빨리 비행기의 방향을 돌렸다. “그날 동행했던 연구자 두 사람은 남자였어요. 그들이 조종석에 앉았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때 우리 모두는 우리가 자리를 피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지요. (중략) 비행기 때문에 쇠고래들이 겁을 먹은 경우를 여러 번 봤어요. 새끼들이 허겁지겁 어미 품으로 파고들면 어미는 가슴지느러미를 펴서 새끼를 부드럽게 품어 안지요. (중략) 야생동물의 감정을 읽어내지 않아야 한다고 늘 주의를 받아요. 고래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있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감정이 아니라면 그 외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그 밖의 무엇이 어미가 새끼를 돌보고 있다는 걸 알려 주겠어요?” - 23, 24쪽
협력과 공생
바다는 해저지형의 해양학적 변화, 해류의 이동, 용승, 물고기들의 이동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변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바다는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래들에게는 사막과 같다. 이런 환경에서 고래들이 선택한 방법은 협력과 공생이었다.
혹등고래들은 분기공으로 튜브 모양의 공기거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팀을 이루어 사냥을 한다. 한쪽에서 리더격인 고래가 소리로 물고기를 몰아가면 다른 고래가 물 속 깊은 곳에서 분기공으로 튜브 모양의 공기거품을 뿜어낸다. 그러면 공기거품 기둥에 갇힌 물고기들을 나머지 고래들이 잡는다. 20년 동안 혹등고래를 연구한 프레드 샤프(알래스카 고래 재단 연구팀장)의 말은 이렇게 말한다.
“함께 어울리는 고래들은 아마도 일종의 호혜주의를 공유하는 듯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서로 얻는 바가 있지요.”(중략) 이 장기적인 유대 관계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고래들이 서로 혈연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과 굉장히 비슷해요.” 프레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친인척이 아닌 개체들과 사회적 유대를 지속하고, 분업화된 일을 함께 하며, 일종의 협동적 도구를 사용하는 거지요. 사람 말고 이보다 더 유사한 예가 있을까요?” - 102쪽
또 다른 방식의 협력 문화는 향유고래나 범고래, 병코돌고래 등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일종의 공동육아를 한다. 수영이 익숙하지 않는 갓 태어난 새끼 고래들은 주로 수면에서 생활하며 모든 것을 어미에게 의지한다. 그러나 어미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800미터 이상 깊은 곳으로 잠수해야 한다. 이들이 바다 깊이 내려간 40분 동안 새끼를 돌보는 것은 다른 이웃 고래이다. 이렇게 밀접하게 조직된 동물사회에서 분업에 기초한 이타주의가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은 ‘진(眞)사회성’이란 이름을 붙였다.
흰긴수염고래는 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들이 종종 먹이 떼가 많은 곳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모습을 발견되기도 한다. 왜 그들은 ‘맛집’을 공유하는 걸까? 수중녹음장치로 고래를 추적해 온 크리스토퍼 크라크(코넬 대학 생체음향학 연구센터 소장)의 말을 인용해보자.
“그들은 먹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기 위해 아주 낮은 저주파 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그는 소리 내는 고래들의 분포가 크릴 떼의 분포와 밀접하게 일치된다는 것을 관찰했다. “수컷으로서는 암컷에게 접근할 때 먹이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면 분명 큰 이득이 될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매우 현실성 있지요. 먹이가 너무 드문드문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먹이의 위치를 서로 알려주는 게 결국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겁니다. 모두가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먹이는 보장되죠. 그 이상 먹을 수도 있고요.” -230쪽
지식의 공유와 전수
고래는 큰 뇌를 가진 매우 지능적인 동물이다. 저주파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며, 고유한 휘파람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고, 도구를 사용한다. 그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맞춰가는 진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고래가 극도로 지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낸 것은 2006년, 뉴욕 시나이산 의학대학교 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혹등고래 뇌에서 방추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이전까지는 이 뇌세포는 오직 인간과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대형유인원에게서만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뇌 중 사회적 조직력과 공감 능력, 화술, 타인의 감정에 대한 직감, 신속한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며, 사랑과 감정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던 곳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독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해저에서 해면동물을 뜯어내 주둥이에 물고 사냥을 하는 병코돌고래도 있다. 이들은 해면동물을 보호장갑처럼 사용한다. 신기한 것은 이 ‘해면동물 사용법’을 어미 돌고래에게 배운다는 점이다. 본능이 아닌 학습에 의해서 말이다. 고래 연구 학계에서는 이것이 고래들의 모계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즉 고래의 행동양식은 모계에 따라 결정되며 같은 집단에서 소리, 생존 방식, 육아 방법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장 사용은 어미에게서 딸에게로 문화적으로 전수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한 마리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 그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다시 다른 돌고래들이 이 행동을 모방하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해양포유류가 야생에서 서로에게 도구 사용법을 알려준다는 증거다. 즉 그들이 문화를 가졌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문화를 ‘모방에 의해 습득되고 세대 간에 전수되는 행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새로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취리히 대학교의 과학자 마이클 크루첸의 말이다. (85쪽)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지능 동물이라는 점에 아니다. 핵심은 이들이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할머니 고래다. 대부분 야생동물에게 폐경기, 즉 ‘생식력이 정지’의 선고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폐경기 이후까지 살아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할 화이트헤드 박사는, 특이하게도 고래들이 폐경기 이후에도 20년 이상 살며 무리를 돌보고 지식을 전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두고 할은 이렇게 말한다.
“바다는 긴 시간에 걸쳐 상당히 많은 것이 변화하는 곳입니다. 문화는 바다에 대응하는 하나의 수단이죠. 안정적인 사회에서 안정된 문화를 가진, 수명이 긴 동물들을 살펴보면, 가장 나이 든 개체가 어린 개체들에게 많은 것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지식만으로도 말이에요.” -148쪽
바다 생태계에 대한 따뜻하고 웅숭깊은 시선
분명 고래 연구에는 아직까지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아는 지식이란, 연구자들이 수면에서 얻어낸 극히 일부분의 정보로부터 추론한 것에 불과하며, 그조차도 계속 같은 장소만을 관찰해 얻은 정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는 규모에서 살아가는 고래의 삶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고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을 단순히 숫자로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활발히 진행 중인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연구, DNA를 통한 모계사회 연구, 조직검사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집단 역학 연구, 해저지형탐사를 통한 고래 서식지 조사 등 다양한 방식의 연구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도 그와 같은 마음이다.
그와 더불어 고래와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이며 국제적인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고래들은 해안 개발, 선박 운송, 석유 탐사 등으로 인한 소음으로 고생하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해저 공간을 인식하는 고래들에게 음향 스모그는 고래의 세계를 축소시키고 있다. 자꾸 인간들에게 먹이를 뺏기는 것도 문제다. 어획 도구가 지나갈 수 있는 경사면이며 대륙붕은 단 1평방미터도 남김없이 이미 저인망이 훑고 지나갔을 정도로 인간이 고래에게 빼앗는 먹이의 양은 엄청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동 해양보호구역을 설치하고, 해저저인망사용을 금지하는 등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고래를 기억하는 것이 낭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을 생태계 피라미드의 가장 정점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이 모든 유기체를 큰 그림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생태학자들이 이제 개별 종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상태를 보존하려는 노력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계의 어떤 부분도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1997년 저명한 동물학 교수 제인 루브첸코(오리건 주립대)이 <사이언스>에 쓴 글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차원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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