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이면 세계 도시 63% 하계올림픽 개최 어려워"
절대 사라지면 안되는 생물은 영장류·박쥐·벌·균류·플랑크톤
축구장 22개 크기 공원 생기자 황조롱이 나타나고, 미세먼지 감소
인류 파국 100초 전”…20초 더 당겨진 ‘운명의날 시계’
“따뜻한 겨울 탓에 농작물 웃자라”…병해충 관리 ‘비상’
"죽음의 땅 후쿠시마에서 내가 본 것은"
도쿄에서 피폭당한 내 딸...웃는 얼굴의 아베 총리
독일에선 축구도 친환경이다
동물에서 온 바이러스가 인간을 쩔쩔매게 만들었다, ‘인수공통전염병’ 역사
자연유산으로 먹고 살려면 먼저 자연유산을 지켜야 한다
사막엔 눈 오고, 핀란드는 '파릇파릇'···세계 곳곳 '이상한 겨울'
드라마 ‘체르노빌’과 영화 ‘월성’의 공통점
이기대공원 ‘보전’…“민간 개발 않겠다”
해운대수목원, 관련법 해석 착오로 ‘공사 멈춤’
전세계로 퍼지는 우한 폐렴…한 눈에 보는 지도 공개
티베트서 ‘고대 바이러스’ 무더기 발견… “유출 위험
1500억’ 규모 ‘부산형 관광 뉴딜’ 시작된다
이기대·황령산 케이블카 추진 ‘뜨거운 감자’
부산시, 200만㎡ 공원 얻고 4361세대 아파트 내줬다
부산 시민단체 “황령산 케이블카 건설 반대”
부산 인근 해역, 전국 첫 8개 ‘용도구역’ 지정·관리
포근한 겨울에 …무등산 북방산개구리 때 이른 산란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유림 사들이려 해도 상승 기대 “안팔아”
매년 달라지는 이상기온… 바다얼음 사라
서울에서 마음껏 숨 쉴수 있는 '미세먼지 프리존 청담'
오늘 서울의 기온이 영상 10도 넘게 오르면서 3월 중순 같은 포근한 봄 날씨를 보였습니다.
천연기념물, 명승 등 국가자연유산 지정 기준 강화된다
뉴질랜드에서 인류세의 다음을 상상하다
낙동강 하구, 쇠제비갈매기 멸종에 큰고니는 급감"
바이러스의 저수지’ 박쥐가 끄떡없이 진화한 비밀
생태계의 역습 ‘인수공통감염병’
툰베리의 종말론
고래를 먹는 한국인의 중국인 혐오
새들도 ‘가짜뉴스’는 걸러내고 전달
2050년이면 세계 도시 63% 하계올림픽 개최 어려워"
니혼게이자이 분석결과
"동남아는 제로…서울·평양도 어려워"
중계권 독점한 미국 방송사 입김에
개최 시기 조정도 난망
인류 문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급격한 지구온난화를 부르고 있다. 빨간색이 온도 급상승 지역.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50년에 되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60% 이상이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려워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자체 기상예측 분석 결과를 토대로 2050년 전 세계 193개 주요 도시 중 63%인 122개 도시는 무더위로 인해 8월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게 된다고 25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의 중단을 권고하는 더위지수 28을 넘으면 하계 올림픽 개최가 곤란하다고 봤다. 더위지수는 기온과 습도 등을 고려해 산정되며, 28이 넘으면 일사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올해 하계올림픽이 개최되는 도쿄 역시 2017~2019년 더위지수가 29를 넘어 마라톤과 경보는 삿포로에서 개최된다. 1970~2000년, 그리고 2017~2019년의 평균 더위지수를 보면 8월에 하계 올림픽을개최하기 곤란한 전 세계 주요 도시 비율은 각각 40% 수준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30년 뒤엔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려운 도시가 많이 늘어나는 셈이다.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신흥국의 하계올림픽 개최가 기대되나 온난화의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는 2050년엔 모두 개최가 곤란해진다. 서울과 평양도 30년 뒤엔 개최가 어려워진다. 아시아 전체적으로 하계올림픽 개최 적합 도시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개최 적합 도시가 많은 미국과 유럽에선 올림픽 개최 후 채무 부담 증가를 꺼리는 주민들의 반대 운동으로 입후보를 취소하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7~8월 무더위를 피해 개최하면서 후보 도시가 많이 늘어나지만, 방송 중계권이 문제가 된다. 미국 중계권을 독점한 NBC는 9월 이후에는 인기 스포츠 시즌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고려할 때 하계올림픽은 7~8월에 개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NBC는 2014~2032년 중계권료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도시와 시기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개척에 능한 인터넷 기업이나신흥국 기업이 중계권과 상품화 권리를 얻게 되면 미국 방송사 1곳에 의도에 좌우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절대 사라지면 안되는 생물은 영장류·박쥐·벌·균류·플랑크톤
영장류 / 박쥐 / 벌
지구상에서 절대로 사라져선 안 될 동·식물은 무엇일까?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 위기에 놓인 동식물 보고서’(레드 리스트)에 따르면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동·식물 869종이 멸종됐고, 1만7천여종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식물 전문가 5명이 절대로 사라져선 안될 동·식물로 영장류와 박쥐, 벌, 균류, 플랑크톤을 꼽았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15일 보도했다.
영장류는 394종 가운데 114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사냥과 서식지 파괴가 주요인이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인 영장류는 인간의 유전자와 90% 이상이 일치해, 영장류 연구는 인류의 기원과 문화 발달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 영장류는 열대 우림 존속에도 필수적이다. 이들은 과일 등을 먹고 배설해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한다. 르완다나 우간다 등 일부 국가는 영장류 관광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박쥐는 5종 가운데 1종이 멸종 위기다. 서식지 파괴와 ‘드라큐라 전설’로 인한 인간들의 핍박이 원인이다. 하지만 정작 흡혈 박쥐는 1종 뿐이다. 고도의 진화 과정을 거친 박쥐는 곤충의 개체를 통제하는 역할도 하며, 식물의 수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굶어죽을 수 있다. 2만종에 달하는 벌은 최근 질병과 기후변화로 인해 개체수가 80% 가량 줄었다. 꽃가루의 주 매개자인 벌이 사라진다면 수분을 전적으로 벌에 의존하는 아몬드와 복숭아, 아보카도, 살구 등도 함께 사라질 전망이다.
균류 / 식물성 플랑크톤
균류 덕분에 6억년 전 육상 식물이 생겨날 수 있었다. 균류는 식물이 흙에서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죽은 동·식물을 분해하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지구 산소의 절반 분량을 만들어 낸다. 또 원생동물부터 해파리, 크릴새우 등에 이르는 동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식물 먹이사슬의 기본이 돼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축구장 22개 크기 공원 생기자 황조롱이 나타나고, 미세먼지 감소
경의선 숲길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발견돼
녹지에서 이산화탄소 연간 1만9천여톤 흡수
숲길 노원 공릉동 구간. 서울시 제공
철도 폐선부지를 공원으로 만든 경의선·경춘선 숲길에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발견됐다. 도시 선형공원이 생태계 복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23일 발표한 ‘경의·경춘선 숲길 사업효과 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숲길이 조성된 뒤 생태계 복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트럴파크’로도 불리는 서울 마포구·용산구 경의선 숲길 대흥동 구간에서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제323-8호)가 발견됐다. 또 서울 노원구 경춘선 숲길에서는 서울시 보호종인 쇠딱따구리, 꾀꼬리, 박새가 서식하는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시에 서식하는 야생생물 가운데 멸종위기에 있거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종, 일정 지역에 국한해 서식하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종, 학술적·경제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종을 조례에 따라 지정하고 있다.
경의선과 경춘선 숲길이 조성되면서 확충된 녹지는 축구장 22개 규모(15만7518㎡)에 달한다. 보고서는 녹지의 나무가 경유차 165대가 연간 내뿜는 미세먼지 277㎏만큼을, 연간 이산화탄소 19441t을 흡수하는 등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의선·경춘선 숲길은 더는 쓰이지 않는 철길을 최대한 보존하며 공원을 만든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이다. 경의선 숲길은 용산구민센터부터 마포 가좌역까지 6.3㎞ 구간을 10만2008㎡ 규모로 조성됐다. 경춘선 숲길은 노원 경춘철교부터 서울시와 구리시의 경계까지 6㎞ 구간을 18만4845㎡ 규모로 만들었다. 이들 공원은 2016년과 2018년 각각 준공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이들 공원의 방문객을 세어 본 결과, 경의선 숲길에는 하루 평균 2만4500여명이, 경춘선 숲길에는 7600여명이 방문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원 조성 등 유사한 재생사업을 진행할 때 참고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했다”며 “이번 경의·춘선 숲길 사업효과 분석 보고서를 다음 달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인류 파국 100초 전”…20초 더 당겨진 ‘운명의날 시계’
1947년 첫 발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워져
핵과학자회 “파국 순간, 분 단위서 초 단위로”
핵무기 위기·기후변화에 사이버세상 위험 추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고 있는 핵과학자회. 핵과학자회 제공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 자정은 지구 파멸의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핵과학자단체 ‘핵과학자회’(BAS)는 23일(현지시각)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23시 58분 20초’로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정 2분 전'이었던 지난해보다 20초 앞당겨진 것이자, `운명의 날' 시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레이첼 브론슨 (Rachel Bronson) 핵과학자회 회장은 "우리는 이제 세계가 파국에 얼마나 가까와졌는지를 시간이나 분이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은 어떤 조그만 실수나 더 이상의 지체를 용납할 수 없는 참으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침을 앞당기게 한 요인은 크게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두 가지다. 핵과학자회는 핵무기 위험의 경우 지난해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헝클어지고 이란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욱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북한의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노선이 대립하던 2018년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2분 전'으로 30초 앞당겨 경각심을 높인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수소폭탄 개발 경쟁에 한창이던 1953년과 같은 시각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해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로 인해 크게 높아졌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지구는 전세계적인 기온 상승 요인인 엘니뇨(동태평양의 수온 상승) 현상이 없었음에도 사상 두번째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핵무기 위험과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이 요인으로 꼽혔다.
지구 종말 시계'로도 불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핵전쟁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1947년 미 시카고대 핵물리학자들이 주도해 고안했다.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세계의 핵무기 개발 상황과 국제관계 긴장 수준을 반영해 시계의 분침을 수정해 왔다. 2007년에는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었지만, 2007년에 우리는 이제는 기후변화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사이버 공격 등 다른 파괴적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의 위협 요인으로 사이버 공격과 가짜뉴스를 꼽았다. 그는 "정보 환경이 복잡해지고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며 "이것이 다른 모든 위협 더욱 위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브론슨 회장은 "운명의 날 시계는 대중으로 하여금 핵 안보와 기후변화에 관해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이 핵 무기에 들어갈 막대한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7년 종말 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설정 시각은 자정 7분전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24차례 시간 조정이 이뤄졌다. 종말 시계가 자정에서 가장 멀어졌던 때는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1년이었다. 당시 분침은 자정 17분 전으로 후퇴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따뜻한 겨울 탓에 농작물 웃자라”…병해충 관리 ‘비상’
충북농업기술원 직원이 농작물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너무 따뜻한 겨울 탓에 농작물 웃자람, 병해충 발생 등 농작물 피해 주의보를 내렸다. 충북 농업기술원 제공
너무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농업기술원은 23일 “따뜻한 기온과 잦은 강우 등으로 월동 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원은 “올겨울 평균 기온은 지난해에 견줘 3도, 평년에 견줘 3.2도 높았으며, 강수량은 배정도 많았다. 기상청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원은 2~4월 과수 냉해 주의보를 내렸다. 따뜻한 겨울 탓에 웃자란 복숭아 등 과수·농작물이 이른 봄 깜짝 추위에 냉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희 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은 “겨울 고온은 나무가 잠에서 깨는 시간을 빠르게 해 갑작스러운 추위에 매우 취약하다. 나무 밑동 부분에 볏짚, 보온 패드 등을 까는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늘·양파·보리·사료 작물 등의 웃자람과 습해 우려도 제기됐다. 오흔영 농업기술원 원예기술팀장은 “청주 문의지역 마늘 작황 상태를 살폈더니 한뼘까지 자라 있었다. 예년에 견줘 5㎝ 웃자라 냉해 등 가능성이 높다. 잦은 비 등으로 땅에 습기가 많은 상태여서 습해 관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병해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충북지역 11개 시군 농가 550곳을 대상으로 병해충 시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 팀장은 “따뜻한 겨울 탓에 논밭 두렁에 노린재·매미충 등 유충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병해충 우려가 크다. 예찰·방제 작업을 철저히 해야 봄철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죽음의 땅 후쿠시마에서 내가 본 것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데 속으로 피폭"
박찬경 작가가 찍은 폐허가 된 후쿠시마의 전경(왼쪽)과 일본 사진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잉어 오토래디오그래피, 하얀 부분이 방사능에 피폭된 부분이다. (사진=박찬경 제공)
"후쿠시마에 다녀온 뒤,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4월 전시 작업을 위해 일본 후쿠시마에 다녀온 박찬경(55) 작가를 지난 21일 '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 박찬경 - 모임 Gathering'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났다.
박 작가는 "갈 때는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하고 마음이 어두워져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까 너무 아름다웠다"며 "시골 풍경이 아름답고 공기도 맑게 느껴지고 벚꽃도 많이 피고 자연도 굉장히 훌륭했는데 실제로는 숨쉬기 힘들고 방사능으로 오염된 곳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데 속으로 피폭이 되는 거니까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후 사람들이 차도 그렇고 다 그대로 놔두고 떠나는 그 흔적을 보면 자연 풍경은 그렇게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살았던 곳은 거의 종말 같은 느낌이 나더라. 평생 또는 대대로 살다가 떠난 사람들의 흔적을 보니 징징거리고 살면 안 되겠구나, 엄청난 일을 이 사람들이 겪었구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회가 있으면 한 번 가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가서 보면 이게 남의 동네 일이 아니고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고 현대 문명 자체에 대한 굉장한 회의를 하게 된다. 도대체 에너지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하는 짓이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외교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이내와 일본 정부가 지정한 피난지시구역을 철수권고 지역으로 분류했다.)
일본 사진가 카가야 마사미치와 협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담은 200여장의 사진과 피폭된 뱀과 잉어, 말벌, 빨래집게, 티셔츠 등을 오토래디오그래피(방사성물질 분포를 사진으로 나타내는 기법)로 보여주는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를 보면 사고 이후 시간이 정지된 후쿠시마와 방사능에 오염됐지만 여전히 생명력 있는 자연환경 등이 대조적으로 보여진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침묵 속에서 보여주는 오토래디오그래피와 현장, 특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속절없는 벚꽃이 전해주는 아름다움과 후쿠시마의 슬픔이 작가의 예술적인 감각과 잘 맞아 떨어졌다"며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아름다움으로 전달한 작가의 창조적 능력이 엿보인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예정인 정수빈(19)양은 "네거티브 효과가 SF영화를 보는 거 같아 연출과 화면구성이 재미있었다"며 "일본의 단절된 일상과 피폭 상황이 무서우면서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도쿄에서 피폭당한 내 딸...웃는 얼굴의 아베 총리
[기고] 올림픽은 비참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시모사와 요코(下澤陽子) ― 원래 도쿄지방에서 태어나 계속 그곳에서 생활해왔던 주민이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건강문제 때문에 일본의 서쪽 지방으로 이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는지, 그리고 2020년 여름 개최가 예정된 도쿄올림픽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진솔하게 적은 이 글은 현재 방사능 피폭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일본 동북지방 및 수도권 지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의 출처는 최근 일본에서 간행된 책 <도쿄올림픽이 가져다주는 위험>(綠風出版, 2019)이다. 이 책은 ‘도쿄올림픽의 위험을 호소하는 시민모임’이 편집한 것으로 일본 국내외의 다수 과학자, 의사, 시민, 활동가들의 공동 저작물이다. -이 글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된 도쿄'라는 제목으로 <녹색평론> 2020년 1-2월 통권 제170호에 실렸다.
웃는 얼굴의 아베 총리, 병들어가는 딸
2013년 여름.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이 났을 때, 나는 도쿄의 우리 집에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베 총리가 양팔을 벌린 채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고,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도쿄에는 어떠한 악영향도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현재에도 그리고 장래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웃음 띤 얼굴로 거침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때, 내 곁에는 몸의 균형이 무너져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여덟 살짜리 딸이 있었다. “기분이 나빠. 힘이 없어…” “고단해. 머리가 아파. 배가 아파.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어. 손이 아파서 손가락까지 다 아파. 추워. 얼굴에 열이 나. 엄마는 무정해.”
사고 후, 그런 증상에 주기적으로 시달렸는데, 이즈음에는 더 심해지고 좋아질 기색이 없었다. 나는 원전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다. 사고 후에 아차, 하고 눈을 떠서, 기를 쓰고 정보를 모은 책을 읽고, 이것저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읽고 알게 되는 과정은 딸의 건강이 이상하게 되어가는 과정과 정확히 병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피폭에 관해 알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딸의 건강 이상과 방사능 문제를 결부시킬 수 있었다.
설마, 도쿄에서 피폭?
확신은 없었다. 설마 방사능 피폭 때문에? 도쿄에서? 그러한 우려에 대해서 의사는 상대도 해주지 않고, 왠지 꾸지람만 할 뿐이었다. 남편은 웃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기까지 했다. 친구들에게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웃는 얼굴로 말하는 아베 총리의 말은 도쿄에 사는 우리들의 상식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나를 둘러싼 공기 같은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알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까. 아이가 원기를 되찾을 날이 올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쓰라린 나날들. 그것은 원폭 피해 때문에 비실비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는 원폭 피해자들의 증상과 같았다. 다섯 살까지는 건강 그 자체였던 딸이다. 남보다 더 튼튼한 몸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바깥에서 뛰놀던 아이였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Under Control’(“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다”)이라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현재에도 그리고 장래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그 말에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때는 아직 딸의 건강피해에 대해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서 건강문제는 지금 바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 아이의 문제였다. 딸의 사정을 모르는 총리에게 웃는 얼굴로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딸과 함께 가서 그 웃는 얼굴을 깨부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올림픽은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 후 나는 계속해서 마음에 깊이 새겨왔다. 그리하여 원전사고와 그 피해를 감추고 제거하기 위한 올림픽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웃는 얼굴로 그러한 피해 사실을 없는 것처럼 덮어버리고, ‘부흥’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올림픽임을 나는 직감했다.
딸은 반년 뒤, 마침내 하루도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동무들과도 놀지 못한다. 심한 때는 화장실에도 혼자서는 가지 못한다. 그것은 원전사고 이후 3년이 경과한 때였다.
오염 없는 곳으로 가면, 회복된다!
그 무렵, 간토(關東)지방에서 유일하게 피폭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온 의사 미타 시게루(三田茂) 선생과 만나게 되었다. 건강상태가 나쁜 아이가 서일본 등, 오염이 없는 장소로 거주지를 옮기면 아이에 따라서는 눈에 뜨이게 원기를 되찾게 되고, 혈액의 수치가 급격히 개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은 한 달 후의 이주를 위해 준비 중이었고, 그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강연회에서 우리는 빠듯하게 틈을 내어 대화를 했다. 딸에 관해서는, 그것은 피폭의 영향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확실히 해주셨다. 쇼크, 라기보다는, 내가 느낀 것은 깊은 안도감이었다. 아아, 간신히 대응해야 할 길을 찾았다, 회복의 길을 찾게 되었다, 라는 안도감. 보양과 이주, 오염이 없는 곳으로 옮겨 가도록 선생으로부터 권유받았다.
우리는 즉시 딸을 남편의 본가가 있는 도야마(富山)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던 딸은 얼마 후 도보로 15분이 걸리는 바다까지 걸어가, 헤엄을 쳤다. 어느 때든 무엇을 하든 기분이 나쁘고, 몸이 아프다고 울고, 학교는 물론 바깥에도 나갈 수 없었던 아이가 한 달을 여기서 지낸 후 일어난 기적이었다.
같은 일은 오키나와에서도, 나중에 이주하게 되는 고베(神戶)에서도 일어났다. 그리고 도쿄의 집으로 돌아오면, 또 나빠졌다. 한 주만 지나도 나빠졌고, 빠르면 돌아오는 그날 밤부터 나빠졌다.
일단 원기를 되찾으면 딸이 말하곤 했다. “너무 피로해서 숙제를 할 수 없었어.” “엄마가 걱정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하지 못했어.”
재차 증상의 파도가 밀려올 때의 슬픔, 눈물을 글썽이는 딸의 모습, 잊을 수 없는 모습들이다.
수도권에서 피폭에 의한 ‘능력감퇴증’의 증가
그리하여 전지요양을 할 때 외에는 하루만 지나도 원기를 되찾을 수 없는 날들을 4개월 정도 보낸 뒤, 우리 가족은 모두 고베로 이주를 했다. 어머니와 아이들만의 모자(母子)피난으로부터 시작하는 다른 많은 간토지방 피난민들과는 달리, 우리는 처음부터 가족 전체가 함께 이주를 했다. 경제적으로 곤궁을 피할 수 있었던 우리는 아무 인연도, 연고도 없는 고베에 곧 익숙해졌고, 생활은 순조롭게 돌아갔다. 무엇보다도 딸이 눈에 띄게 원기를 되찾고, 지금까지 고생했던 몫을 되찾기라도 하듯이 많은 동무들과 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기적을 보는 것 같아서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딸의 몸에 무엇이 일어났던가. 그리고 지금 우리의 몸에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 나는 이주 후, 오카야마(岡山)로 옮긴 미타 선생의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뇌하수체호르몬 검사를 되풀이하는 동안 방사능 피폭이 뇌와 같은 매우 중요한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을 포함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이 호르몬 저하 현상은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현재는 건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호르몬 저하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의욕, 사고력, 기억력 저하, 그로 인한 질병과 싸우는 힘의 약화 등등, 심각한 증상으로 고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라고 미타 선생은 이야기 한다. ‘능력감퇴증’―선생은 그런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회복될 수 있는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쭉 실험대에서 지내온 셈이다. 그런데 지금, 실험대 위에 올라와 있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회복을 위한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고 있다.
도쿄는 내가 태어나 자랐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인생을 보낸 곳이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들도 다 거기에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향에 대한 향수는 전부 흔적도 없이 날려가버렸다.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 정도로, 딸과 함께 마지막으로 도쿄에서 보낸 4개월은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면한 뇌하수체호르몬 검사 결과는 비참한, 도망갈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는, 방사능이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니다. 몸이 찢기는 것 같은 내가 느끼는 위기감은 내 주변의 친한 사람들, 혹은 다른 누구와도 이것을 전혀 공유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올림픽은 비참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2020년이 가까워짐에 따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 나쁜 감정에 휩싸여 있다. 딸이 이제는 두 번 다시 발을 디딜 수가 없는 그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그 땅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몸을 지키기 위해 건강피해에 시달리다가 내일은 원기 있게 살기 위해서 도망 나온 그 땅에서, 정말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일까?
내가 살아온 고향 땅은 오염되고 말았다. 있는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눈가리개를 쓰고 있다. 그리하여 진행 중인 원전사고도, 동일본 전역에 미치고 있는 방사능오염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들이 걸어가는 앞에, 무엇인가의 집대성처럼 이 올림픽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고 말았다.
부흥, 재생의 올림픽이라고? 올림픽은 과연 희망인가, 미래인가. 손상된 아이들의 신체와 아픈 자신의 신체를 외면한 채, 올림픽에서 어떠한 희망을, 어떠한 미래를 본다는 것일까. 눈가리개를 쓴 채로 세계에 ‘부흥’을 보여주기 위해 올림픽에 매진하려는 것인가. 대체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나는 우리 아이에 의해서 머리를 강하게 맞았다. 그러자 눈가리개가 떨어졌다. 그래서 이 눈가리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눈가리개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피폭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얼마나 비참한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과거의 핵폭탄, 핵사고, 핵재해, 핵실험으로부터 우리는 배우려고 하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그 편린을 몸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 올림픽은 역사상 최대, 최후의 눈가리개이다. 이런 눈가리개는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는 주어진 자신의 본래의 신체로,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싶다. 아이들이 원기 있게 웃는 얼굴로 뛰어노는 내일을 되찾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은 온갖 장애물을 넘어서 서로 손을 잡고 힘을 합쳐야 한다. 나는 이 올림픽을 용납할 수 없다.(김형수 옮김)/시모사와 요코(下澤陽子) / 프레시안
독일에선 축구도 친환경이다
베르더 브레멘 홈구장. 베르더 브레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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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월드컵에서 4회 우승한 축구의 나라이자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녹색당이 자리잡고 있는 환경의 나라다. 올해 창당 40주년을 맞은 독일 녹색당은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을 제치고 제2당으로 떠올랐다. 2021년 총선에서는 녹색당 출신 총리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독일에선 축구도 친환경이다.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리스리가 소속 구단들은 우승만이 아니라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오늘날 독일 모든 분데리스리가 축구팀은 환경에 대한 구단의 책무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인츠는 기후중립 클럽을 자처한다. ‘기후중립’(climate neutral)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량이 서로를 상쇄하도록 해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마인츠는 지난해 9월 원정 경기 응원에 나선 팬들의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팬들 500명에게 기차편을 제공했다. 팬들도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추세다. 베르더 브레멘은 팬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오면서 자가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홈구장에서의 승용차 주차를 금지했다.
마인츠, 프라이부르크, 베르더 브레멘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에 시작해 지난해 전 세계로 확산된 ‘매주 금요일 등교 거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구단 직원들의 시위 참여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DW에 선수들이 기후변화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훈련에 빠지는 것도 허용한다고 말했다. 프라이부르크는 세계자연기금(WWF)가 협력해 블랙 포레스트(독일 서남부 슈투트가르트와 프라이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드넓은 산림지대)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호펜하임은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 티켓 구매시 1유로를 더 내면 우간다의 재산림화를 돕는 데 기부하는 ‘기후변화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홈구장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베르더 브레멘은 2011년 홈구장에 20만개의 태양광 전지가 장착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같은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췄다. SC 프라이부르크는 이미 1995년에 홈구장 남쪽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했다. 2009년 개장한 아우크스부르크 홈구장은 태양광 패널 이외에도 지하수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다.
환경 의식이 높은 독일에서 분데리스리가 구단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프로축구 리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CO2OL에 따르면 프로축구 경기가 한 번 열릴 때마다 관중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7800톤에 이른다. 나무 6만 그루를 심어야 이만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동물에서 온 바이러스가 인간을 쩔쩔매게 만들었다, ‘인수공통전염병’ 역사
박쥐.사진·경향신문 자료
“35세 중국인 여성으로, 화난시장을 포함해 우한시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야생동물을 만진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첫 확진환자가 나왔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5세 여성이었죠.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면서 환자가 최근에 야생동물을 만진 적이 있는지 확인했죠. 환자를 감염시킨 대상이 ‘동물’인지, ‘사람인지’를 조사한 것입니다.
중국 연구자들은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22일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전날 학술지 ‘중국과학: 생명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죠.
바이러스가 ‘뱀’으로부터 왔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3일 과학 정보포털 ‘유레카 얼러트’(EurekaAlert)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 광시대, 닝보대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의 숙주로 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게재했습니다.
동물과 사람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감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 혹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합니다.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의 감염병 숙주는 박쥐로 알려져있죠. 박쥐 뿐 아니라 개·고양이·토끼·새·물고기·말·사슴·소·염소·박쥐·낙타 등 다양한 동물이 숙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르스, 사스 외에도 조류독감,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용혈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등 최근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감염병들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됩니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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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으로 다 막기엔 너무 많은 인수공통감염병
인간은 모든 질병을 싫어하지만, 유독 인수공통감염병은 더 큰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겨울철마다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의 위력이 상당한데도, 독감보다는 메르스나 사스가 유행한다고 하면 더 큰 뉴스가 되죠. 미 질병관리본부(CDC)는 2017~2018년 겨울 독감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명에 육박하며, 사망자는 8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A형(H3N2) 독감은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백신’을 만들어 대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한때 인간은 백신을 만들어서 천연두나 소아마비를 몰아낸 역사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감염병은 항생제를 개발하고 예방접종 기술을 발달시키면 없어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됐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각종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이 급속도로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백신을 만들어서 대항할 수 있던 이유는 그 병원체들이 인간의 몸 밖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병원체이기에, 백신을 이용해서 사람이 면역을 획득하면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이후 새롭게 발견된 주요 신종감염병만 30개가 넘을 정도로 계속해서 새로운 감염병이 생겨났는데, 이중 상당수가 인수공통감염병이었습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모든 동물 숙주를 멸종시키지 않는 한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남기 때문에 박멸이 어렵습니다. 또한 병원체의 종류가 RNA바이러스일 경우 쉽게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즉, 단 하나의 바이러스에 맞춘 백신을 개발하기가 어렵죠.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역시 박쥐 유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상동성(유전자가 유사한 정도)이 89.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대비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1980년대부터 신종 감염병 문제가 공중보건의 매우 주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각 나라에서는 이에 대비한 방역 체계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현대에 인수공통감염병이 더 기승 부리는 이유는?
인간은 과거부터 동물과 함께 살았는데, 인수공통감염병 문제가 현대에 이르러서 더 두드러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가 생겼고, 실제 발생했을 때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미국의학원의 신종 감염병 발생요인을 참고해 정리한 ‘신종 감염병이 최근 대두되는 요인들’을 봅시다. 인구증가 및 인구구조의 변화, 가축의 대량생산체계, 인간 행태의 변화, 동식물을 포함한 교역의 증대, 기후변화 등이네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_정책동향 5호(2015년)’에 실린 글 참고)
신종 감염병이 최근 대두되는 요인들.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_정책동향 5호(2015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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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구수는 2000년에는 약 61억명 정도였으나 2050년에는 약 94억~112억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의 인구밀도도 증가합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인구가 늘어나는데, 이는 만성질환자나 면역저하자가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신종 감염병이 나타나면 대유행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입니다.
인구가 늘면서 육식의 소비도 증가합니다. 가축이 대규모로 밀집된 가금류 농장이나 돼지농장은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기후변화 역시 신종 감염병의 출현과 매우 관계가 깊습니다. 강수의 기온이 증가하면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와 진드기의 서식환경이 바뀝니다. 바다의 온도와 염분이 변하면 독성세균과 독소의 증가가 초래되죠.
천 교수는 이같은 요인들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서 신종 감염병은 현대화가 진행되더라도 그 출현 기회나 영향이 감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만드는 다양한 사회적, 자연적 환경의 변화는 신종 감염병의 출현을 더 촉진하고, 유행을 쉽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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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대응이 중요
강력한 백신을 만들어서 모든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을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유행 초기에 발견해서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입니다. 각 나라는 신종 감염병 감시체계를 만들고,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에 대해서는 국가 간에 정보를 공유합니다.
‘우한 폐렴’의 경우에도,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나라들까지도 고려해서 대응 전략을 세웁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우한 폐렴’을 두고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할지 두 차례 긴급위원회를 열었습니다. WHO 회원국 194개는 이처럼 세계적인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정보를 나누고, 함께 대응책을 논의합니다.
한국도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초기대응체계를 정비했죠. 공항 검역단계를 강화하고, 유행 중인 신종 감염병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병원에 진료 차 방문하는 단계에서부터 일반 환자들과 분리돼 진료를 받는 선별진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죠. 또 신종 감염병 확진자와 접촉자, 조사대상 유증상자(환자와 접촉하거나 유행지역을 방문한 후 증상을 보여, 격리 후 검사를 시행해야하는 대상) 등의 기준을 명확히 해 지역사회 전파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시베리아 호랑이
자연유산으로 먹고 살려면 먼저 자연유산을 지켜야 한다
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테호른.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 슈텔리 호수까지 걸어가면, 호수 건너편에 가장 아름다운 포즈로 서 있는 마테호른이 나타난다.
.스위스 남부의 산악 마을 체르마트(Zermatt).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라 불리는 마테호른(4478m)을 품은 관광도시다. 세계적인 명성과 달리 체르마트는 작은 마을이다. 주민 수가 57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텔은 110개, 렌털하우스는 1200개나 있다. 1년간 여행자가 체르마트에서 묵은 날(여행자 숙박일)이 200만 일이 넘는다.
체르마트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이전에 세계적인 환경도시다. 체르마트의 교통수단은 전기 자동차와 자전거다. 1961년부터 마을의 화석 연료를 금지했다. 택시는 물론이고 경찰차도 전기 자동차다. 주민 스스로 법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여행자에게는 영 불편한 도시다. 체르마트에 들어가려면 기차를 타야 한다. 운전자는 체르마트 이전 마을에서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여행자가 몰려든다. 자연유산으로 먹고 살려면 자연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체르마트는 실천하고 있다.
체르마트 어디에서도 마테호른이 보인다. 수호신 마냥 늠름한 모습으로 마을을 내려다본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막엔 눈 오고, 핀란드는 '파릇파릇'···세계 곳곳 '이상한 겨울'
지난 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거리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걸프뉴스(gulfnews.com)
사막의 도시 두바이. 야자수 모양을 한 인공섬과 마천루들로 유명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거리 곳곳이 이달 중순 물에 잠겼다. 거센 바람에 거리의 야자수 화분들이 쓰러지고 도심 전광판에는 교통안전 경고들이 떴다고 걸프뉴스는 전했다. 통상 두바이는 연간 강수량이 75mm에 불과한데, 지난 10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부다비와 알다프라 지역에도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졌다.
두바이에 폭우가 쏟아질 무렵,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눈이 쏟아졌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서 모처럼의 겨울을 즐겼다. 이 지역에 1월에 눈이 온 것은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수도 카이로도 올초 하얗게 변했다. 카이로에 눈이 온 것은 112년만이었다고 한다. 성지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시나이반도 남쪽 성카타리나 수도원도 눈에 덮였다.
여름이 너무 덥거나, 겨울이 너무 춥거나. 혹은 여름이 너무 서늘하거나, 겨울이 너무 따뜻하거나.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에서 기상이변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북극 주변 찬공기를 담벼락처럼 둘러싸고 있는 공기 장벽이 깨지는 ‘북극진동’은 중위도권 지역에 여러 예상치 못한 기상현상을 만든다. 올겨울에도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유럽 남쪽 따뜻한 나라 그리스는 이달 초 눈보라가 몰아쳐 여러 도시의 도로가 눈에 덮이고 얼어붙었다. 그리스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따 ‘헤파이스티온’이라 이름붙여진 눈폭풍의 위력은 강력했다. 아테네에서는 시속 161km의 강풍이 불었고 곳곳에서 통행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부크 지역에는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폭설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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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경지대 타부크에도 눈이 내렸다. 요르단이나 시리아, 혹은 이란의 고원지대는 겨울에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올 때가 많다. 하지만 남쪽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눈을 볼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하는 레바논에서 ‘노마’라는 이름의 폭풍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내렸다. 난방시설이 없는 난민촌의 시리아 난민 1만1000여명이 추위에 고통받고 있다며 유엔난민기구가 도움을 호소하는 성명을 냈을 정도였다.
중동의 찬 겨울은 이달 내내 계속되고 있다. 23일 기상전문사이트 어큐웨더에 따르면 이라크 바그다드에는 주말 내내 비가 쏟아질 예정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에도 적잖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반면 북유럽 핀란드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핀란드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평년 이맘때 기온보다 10도 가까이 높다. 진작에 헐벗었어야 할 나무에는 아직 이파리들이 붙어 있다. 현지 매체 Yle에 따르면 지난 13일 핀란드 남서쪽 알란드 섬 지역의 낮 기온은 10.9도로,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들도 예년보다 기온이 훨씬 높다. 이맘 때면 눈으로 덮여야 하는데 핀란드 남쪽 절반은 눈이 오지 않아 맨 땅이 드러나 있다. 헬싱키는 저녁까지도 기온이 8도 정도로 따뜻해, “터키 이스탄불이나 그리스 아테네와 비슷한 기온”을 보였다고 Yle는 전했다.
북유럽의 핀란드는 이달 중순 기온이 평년보다 9~10도 높았다. 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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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는 지난 21일 겨울이 ‘끝났다.’ 눈도 별로 내리지 않았고, 해마다 주민들을 떨게 만들던 겨울 눈폭풍도 없었다. 평년보다 너무 따뜻해 이스트리아 등 중부 지역에는 아예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아드리아해에는 훈풍이 불었다. 현지 언론 토탈크로아티아뉴스닷컴은 기상당국이 “날씨 예보로만 보면 겨울은 끝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겨울뿐 아니라 봄도 따뜻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3월부터 5월까지 내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과 강수량이 아닌 매우 특이한 기상예보가 발표된 곳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22일 ‘이구아나비’ 예보가 내려졌다. 국립기상서비스 마이애미 지부는 이날 주민들에게 “30~40초 정도 이구아나가 나무에서 떨어져내릴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경고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우스개를 섞어 리트윗했다. 그러자 기상당국이 다시 설명을 내놨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변온동물인 이구아나가 체온 조절에 실패해 우르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상당국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해도 죽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드라마 ‘체르노빌’과 영화 ‘월성’의 공통점
IPTV로 최근 개봉한 ‘월성’, 원전과 함께 3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려
2019년 전 세계 최고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HBO가 만든 ‘체르노빌’을 꼽고 싶다. 과장하자면 ‘체르노빌’은 21세기 최고의 드라마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1986년 소련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에 대한 사실주의적 장면 하나하나는 연속적인 절망을 선사한다. ‘체르노빌’은 당장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극적인 연출로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수습했던 이름 없는 영웅들을 담아내며 오직 하나에 집중한다. ‘진실’이다.
▲HBO 드라마 '체르노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2019년 말, 한국에서도 ‘체르노빌’만큼 의미 있는 영화가 개봉했다. 뉴스타파가 제작한 ‘월성’이다. 영화관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행히 최근 IPTV에 영화가 올라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1986년 당시, 경주에 위치한 월성 1호기는 상업 운전 3년 차였다. ‘체르노빌’이 원전과 함께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월성’은 원전과 함께 3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전 인근에 위치한 집에 머문 시간이 많을수록, 삼중수소(방사성 물질) 수치는 여지없이 높았다.
914m. 월성 원전이 설정한 주민과의 최소 안전거리다. 정작 원전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사택은 저 멀리 지었놨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은 정상 세포를 공격해 유전자 고장을 일으킨다. 그렇게 암의 원인이 된다. 원전 인근 1~2km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모두 암으로 죽어갔다. 한 집에서만 세 명이 갑상선 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원전 앞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은 우리 세대에서 끝냈으면 좋겠다.” 영화 속 등장하는 양남면 산나리 주민들의 목표는 하나다. “진실을 알리고 싶다.” 한빛·고리·월성·한울 원전 인근 주민 618명이 제기한 공동소송의 목표도 결국 ‘체르노빌’의 과학자들이 전하고자 했던 ‘진실’이다.
▲영화 '월성' 포스터.
2015년 박근혜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무리하게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 안전성이 떨어지자 이용률이 떨어졌고, 설비 보강에만 수천억 원이 소요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1호기 발전단가(2017년 기준)는 석탄은 물론 LNG(액화천연가스)보다 비쌌다. 더욱이 월성 1호기의 내진 설계는 국내 최저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주지역은 몇 해 전 대규모 지진을 겪었다. 노후 원전이라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24일 월성 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다. 2017년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였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12월25일자에서 조선일보는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억지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표적인 親원전 매체다. 대표적인 親원전론자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이 쓴 12월26일자 조선일보 칼럼 제목은 “월성 1호기 폐기, 그 역사적 범죄행위의 공범들”이었다. 영구정지를 범죄행위에 빗댄 것이다.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주장을 해왔던 월성 주민들은 졸지에 범죄행위를 사주한 공모자가 되어버렸다.
오죽 답답했으면, 영화 속 주민들은 직접 기차를 타고 서울대를 찾아가 주한규 센터장을 만난다. 물론 그들은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다시 돌아선다. 영구정지 결정은 났지만, 월성의 싸움은 현재진행이다. 자유한국당은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경주에는 조만간 사용후핵연료를 담아낼 핵폐기물 저장소가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는 “지금 첫 삽 떠도 늦는다”며 건설을 재촉한다. 조선일보는 월성 원전으로부터 300km 떨어져 있다. 영화 속 주민들의 외침을 그대로 조선일보에 돌려준다. “핵폐기물의 도시, 경주로 오세요!”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이기대공원 ‘보전’…“민간 개발 않겠다”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부지의 3분의 1가량을 소유하고 있는 삼성이 오는 7월 공원일몰제가 시행돼도 이기대공원을 민간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7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삼성문화재단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기대공원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기대공원의 사유지를 부산시가 모두 매입하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 수도 있는데 매우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민간부지 절반 소유 삼성문화재단
“일몰제 시행돼도 공원으로 유지”
市 3년 임차, 재산세 전액 감면
협의 통한 ‘공원 사수’ 전례 남겨
이에 따라 부산시는 삼성문화재단과 협의를 통해 이기대공원을 임차공원 형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3년간 삼성 소유 부지를 빌려 공원으로 유지하고 임차료 대신 사유지에 부과되는 재산세를 전액 감면한다는 것이다. 계약은 3년마다 갱신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결론 도출을 위해 삼성과 부산시,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많은 협의를 거쳤다. 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부산시·국토부와 접촉해 이기대공원 부지를 그대로 남겨 두는 방식으로 협의를 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부지 매입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땅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삼성 측이 말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삼성 소유 땅을 매입하려면 300억~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삼성문화재단은 공익재단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이기대공원 부지를 그대로 남겨 두기로 결정했다.
이기대공원은 △국공유지 37% △사유지 56% △공유수면 7%로 이뤄져 있다. 사유지는 모두 69만㎡에 이르며 이 가운데 38만㎡를 삼성이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개인소유다. 부산시는 현재 개인소유 부지 중 이기대 횡단도로 아래쪽 바다에 접해 있는 땅은 이미 보상했거나 보상을 진행 중이다. 그 반대쪽 사유지는 환경성평가 1등급의 보전녹지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기대공원은 아파트, 호텔 등과 그 부대시설을 짓는 민간개발 진행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미집행 도시공원 중 국공유지에 대해 10년간 실효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법도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재부 산림청 등 각 중앙부처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유지가 혹시라도 개인에게 불하되거나 훼손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막은 것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유지에 공원 등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20년간 시간을 주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이면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이 실효가 돼 공원 안에 있는 사유지는 땅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용두산공원 중앙공원 이기대공원 등 부산의 주요 공원 곳곳에 있는 사유지의 주인이 민간인 출입을 금지하거나 건축 등 개발행위도 가능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대공원 사례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온전한 모습 그대로 지킬 수 있게 된 전례를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해운대수목원, 관련법 해석 착오로 ‘공사 멈춤’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에 중인 해운대수목원. 부산시 행정 착오로 환경영향평가가 다시 진행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부산일보DB
수백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해운대수목원’이 부산시의 행정 착오로 공사가 중단된 데다 수억 원의 세금이 추가 투입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행법상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했는데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던 게 문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시가 절차 간소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꼼수를 쓴 것인지, 행정 착오로 시민 불편을 초래한 것인지 논란이 제기된다.
부산시는 27일 “해운대수목원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고 있다. 이 평가 용역으로 수목원 공사가 올해 9월까지 전면 중단되고, 조성 완료 일자도 2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일반환경평가 대상인데 ‘소규모’로
부산시 행정 미숙 감사서 드러나
시설 3만 3000㎡를 ‘녹지’ 분류
완공 2년 지연에 수억 예산 추가
시민단체 “공사 규모 고의 누락”
이번에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로 수년 전 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효력을 잃게 된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해 올 9월 말께 종료될 예정이다. 용역비로 약 1억 5000만 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에 들어서는 해운대수목원의 총 사업 면적은 62만 8000㎡이며, 공원 시설 면적은 약 10만㎡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784억 원에 달한다.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올해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환경영향평가로 개장이 2022년 말로 늦춰졌다.
관련법에 따르면 해운대수목원의 공원 시설 면적은 10만㎡ 이상으로 소규모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 2014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 환경평가는 사업(공사)의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법적 절차이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평가 기준이 완화돼 평가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환경영향평가는 약 1년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는 조사 기간이 길고 절차에 주민 의견 청취 포함, 동물·식물상 조사 영역의 범위가 넓다.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세부적으로 조사하게 되는 셈이다.
부산시 착공 이전 환경부에 공원 시설 면적 10만㎡에서 3만 3000㎡(생태습지·연못·도로·광장 일부) 부지를 제외한 채 조성 계획을 보고했다. 제외된 부지는 관련법상 ‘시설’로 분류되지만, 시는 ‘녹지’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 문제가 2015년 환경부 합동감사에서 밝혀진 것으로,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보고에서 누락된 3만 3000㎡ 부지가 공원녹지법상 시설로 분류되는 것이 맞고, 누락분을 포함하면 시설 면적이 10만㎡를 넘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시에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시행해야만 2단계 추가 공사 등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 1단계 발주 공사 마무리와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말이 돼서야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들어간 것이다. 시의 안일한 행정 착오로 세금이 추가로 투입되고 개장 연기로 시민 불편이 초래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리고 면적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년가량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면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기도 어렵고 예산도 더 투입된다. 사실상 시가 관련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리고 꼼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시민의 세금이 엉뚱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수목원 조성 지연과 행정 착오가 어떤 경위로 발생한 건지, 부산시의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관련법을 잘못 해석해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맞다. 다만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노렸다는 식의 고의성은 없었다”며 “조성 기한이 늦춰진 만큼, 완벽한 수목원을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전세계로 퍼지는 우한 폐렴…한 눈에 보는 지도 공개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환자와 사망자 확산세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한 지도가 공개됐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중국의 유관기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우한 폐렴의 발병에 대한 정보를 시각화한 지도를 공개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는 이 지도를 보면 전세계 우한 폐렴 감염의 현황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도에 표시된 각각의 빨간 점은 발병률을 나타내며 그 크기에 따라 우한폐렴의 확산세를 알 수 있다. 먼저 현재시각(한국시간 28일 16시40분) 전세계 우한 폐렴 확진자는 4474명, 사망자는 107명, 회복자는 63명으로 확인됐다. 이중 발원지인 중국은 440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홍콩과 태국이 각각 8명으로 뒤를 잇고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4명의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일 뿐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환자 발생 이후 26일 하루만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20명 이상, 확진자는 800명 이상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초기 대응 미비에 따른 통제 불능 상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는 27일(현지시간) ‘우한 폐렴’의 글로벌 수준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해당 지도는 아래 주소로(https://bit.ly/314zFGm) 확인 할 수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티베트서 ‘고대 바이러스’ 무더기 발견… “유출 위험
▲ 눈 덮인 티베트 고원(사진=123rf.com)
중국 티베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바이러스 그룹이 발견됐다. 라이브사이언스 등 과학전문매체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공동 연구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티베트 고원의 빙하를 통해 고대 미생물을 연구할 목적으로, 5년 전 티베트 고원의 두꺼운 빙하를 50m가량 깊게 뚫고 표본을 채취했다.
5년이 지난 최근, 연구진은 1만 5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티베트 고원 빙하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고대 바이러스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빙상 코어’(ice core)로 불리는 샘플은 극지방에서 오랜 기간 묻혀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 조각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빙상 코어에서 발견된 각각의 바이러스는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분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오랜 시간을 겪으며 오염된 부분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연구진은 티베트 고원 빙하에서 채취한 빙상 코어 샘플 두 개를 분석하고 미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빙하 얼음에 남아있는 유전정보를 기록했다. 그 결과 33가지의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발견했으며, 이중 28개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들이 고대 지구의 기후변화 역사 및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의 생존 비결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전 지구를 휩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전히 빙하에 보존된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의 빙하가 수 십만 년 동안 내포하고 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들이 사라지거나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황은 과거 지구의 기후변화를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미생물 및 바이러스의 종합 정보가 손실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빙하의 얼음이 녹으면서 해당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2016년에 있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탄저병으로 순록 2000마리 이상이 죽고 96명이 입원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는데,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그대로 노출돼 병원균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빙하와 함께 얼어 붙어있는 바이러스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얼음에 포함된 ‘위험’은 실재하며, 전 세계적으로 녹아내리는 얼음이 증가함에 따라 병원성 미생물의 방출로 인한 위험도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1500억’ 규모 ‘부산형 관광 뉴딜’ 시작된다
부산 국제관광도시 선정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미래를 주도할 ‘국제관광도시’에 부산이 최종 선정됐다. 부산시는 약속된 시비 500억 원에 5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부산 방문의 해’ 공식 지정을 건의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며 ‘관광 뉴딜’에 나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거점도시 육성’ 사업의 일환인 국제관광도시 사업 대상지에 부산시를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역관광거점도시에는 강원 강릉시,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경북 안동시 4곳이 선정됐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8일 오후 시청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문체부, 5년 걸쳐 500억 지원
市, 1000억 투입 ‘관광거점’ 도약
‘부산 방문의 해’ 공식 지정 건의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
매년 1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
문체부는 부산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가 다른 도시에 비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바다를 품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잘 살려 이와 연계된 해양레저, 축제, 마이스(MICE) 등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균형개발이라는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어 앞으로 남부권의 국제적인 관문도시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문체부는 국제관광도시 등 관광거점도시에 5년에 걸쳐 각 50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한다. 올해는 5개 도시에 159억 원을 투입해 계획 수립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1 대 1 국비 매칭사업이라 시는 5년간 시비 500억 원만 투입하면 되지만, 500억 원을 추가로 더해 모두 1000억 원 투입을 약속하며 관광거점으로의 도약 의지를 드러냈다. 부산시 관광마이스국 1년 예산이 480억 원 수준이고, 관광 수용태세 개선에 연간 20억 원가량이 책정된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부산 방문의 해’를 공식 지정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관광도시 부산’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시켜 세계인들이 찾는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계기로 2018년 247만 명에 그친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2024년에는 100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7%에 불과한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 재방문비율도 60%까지 높이고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 역시 6.27점(7점 만점)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이 느끼는 부산의 만족도는 5.14점에 그쳤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관광 관련 신규 일자리도 2020년부터 매년 1만 개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이날 오후 2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대한민국 관광의 혁신은 부산에서 출발한다”며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의 기술에 관광을 접목시켜 부산 경제 체질을 바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문체부 장관,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중앙부처의 대표들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관광도시 부산추진위원회’(가칭)를 추진해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이기대·황령산 케이블카 추진 ‘뜨거운 감자’
이기대~해운대 해상케이블카…블루코스트, 제안서 제출 계획
- 대원플러스건설도 황령산 추진
- 관광업계 인프라 확충 환영 속
- 환경단체 “자연훼손” 반발 거세
관광 인프라 확충과 환경 훼손의 찬반 논란 속에 부산지역에 케이블카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해운대~이기대 해상 케이블카(왼쪽)와 황령산 케이블카의 가상도. 국제신문 DB
아이에스동서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는 올해 상반기 중 부산시에 남구 이기대와 해운대 동백유원지를 연결하는 4.2㎞ 길이의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부산블루코스트는 600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광안대교와 나란히 해상관광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이 성사되면 연간 312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생산유발효과가 1조280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부산블루코스트 측의 설명이다. 취업 유발효과도 2만 명 수준에 이른다. 부산해상관광케이블카 사업은 지난해 시의 시민 정책제안 사이트인 ‘OK 1번가’에서 ‘베스트 시민 제안’으로 꼽혔다.
송도해상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대원플러스건설도 최근 황령산 정상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2년까지 황령산 정상 23만2268㎡에 높이 105m 전망대를 짓고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전망대를 잇는 539m 길이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전망대를 포함한 황령산 해발 고도는 서울 남산타워 479.7m보다 높은 493.6m가 될 전망이다.
두 사업 모두 부산의 대표 관광지에 추진되는 만큼 찬반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케이블카가 부산 관광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찬성 입장도 있지만 인공구조물 설치로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부산경제정의실천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조망권 침해, 환경훼손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고 시대적 추세나 삶의 질, 도시 비전을 볼 때 바람직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교통 혼잡도 고려해야 한다. 설사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개발 이익을 가져가는 민간사업자의 지역 환원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민간사업자가 제안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케이블카 사업은 공식적인 사업 제안서가 제출되면 검토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관광 인프라 건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조만간 관련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카 건설에 찬성하는 측은 관광 인프라 확충에 주목한다. 특히 이날 부산이 정부가 지정하는 국제관광도시에 선정되면서 지역 학계와 관광업계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경제적, 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시민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케이블카를 건설했을 때 부작용보다는 고용 창출이나 부산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이 주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해안 경관을 살리는 관광콘텐츠로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 A대학 관광학과 교수는 “케이블카 문제는 조속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이 아니라 시민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박지현 기자 lighthouse@kookje.co.kr
부산시, 200만㎡ 공원 얻고 4361세대 아파트 내줬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 본궤도
5곳의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으로 부산에 부산시민공원 4배 넓이의 공원과 아파트 4300세대가 들어선다. 전체 면적에서 공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9%다. 대상 사업지 중 하나인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명장공원. 김경현 기자 view@
2017년부터 추진된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이 드디어 올해 본격 시작된다. 협약 결과, 전체 대상 부지의 89%가 공원으로 조성돼 부산시에 기부채납된다. 부산시민공원 4배 넓이의 공원이 조성되는 셈이다.
‘삼정컨소시엄’ 등 5곳 사업 주체
토지보상 1800억 원 예치 예정
부지 89% 공원조성 후 기부채납
용도변경 통해 아파트 건립 허용
공원과 주거시설 공존 시험대
市 “공원 조성비 5200억 원 절감”
시민단체 “공원 살찌울 방도를”
■시민공원 4배 넓이 공원 조성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 1800억 원이 30일까지 예치될 예정이다. 이는 전체 토지보상금의 80% 정도의 규모다. 나머지는 감정평가를 한 뒤 예치된다. 예치 주체는 민간 예비사업자 5곳. 삼정기업 컨소시엄, 라온건설 컨소시엄 등이다. 돈이 예치되면 민간 예비사업자의 자격이 ‘사업시행자’로 격상된다.
앞서 지난달 31일 부산시는 민간공원 조성 사업 5개 사업지(표 참조)에 대한 협약을 체결(부산일보 지난달 31일 자 1면 보도)했다. 다 합치면 면적이 225만 1628㎡(68만 2300평)에 달한다.
부산시는 오는 7월 공원일몰제가 적용되기 전까지 실시계획인가를 할 예정이다.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2~3년 정도 예상된다. 보상에 1년, 공사에 1~2년 정도 걸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3년이 되면 도심 공원 5곳과 4361세대 아파트가 생긴다. 공원 면적만 보면 200만 9714㎡, 약 60만 평에 달한다. 부산시민공원(47만 3911㎡·14만 평)의 4배 넓이다.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매입, 70% 이상에 공원을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에 주거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원일몰제에 따른 대안이다. 법적 근거는 공원녹지법(21조)이다.
5곳의 공원조성계획은 지난해 10월 2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부지의 용도지역은 ‘자연녹지’에서 ‘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뀐다. 동수, 높이, 용적률 등 구체적인 건축계획은 심의 절차를 더 거쳐야 정해진다.
■“시민 부담 5200억 원 덜어”
민간공원 조성 특례 사업은 2017년 시작됐다. 처음에 검토되다가 사업성이 부족해 무산된 곳도 있다. 대연공원이 대표적이다. 공원일몰제가 오는 7월 적용되기 때문에 앞으로 민간공원 조성 사업이 더 추진될 수는 없다. 부산시 박길성 공원운영과장은 “최소 70% 이상이 공원인데, 최종 조성계획을 보면 공원이 90%에 육박한다”며 “이 사업을 통해 공원조성비 5200억 원만큼 시민 부담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실시계획인가가 나면 토지 수용이 가능해진다. 단, 이미 공원이 조성된 곳은 제외한다. 구체적인 보상가는 감정평가를 통해 확정된다. 토지 보상은 올해 말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90% 가까이 공원을 끼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5개 민간 사업자 중 일단 1곳이 지역 업체이며 나머지 사업도 시공은 지역 건설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명장공원을 조성하는 삼정기업 박상천 대표는 “공원 비율이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 솔직히 사업성이 높지는 않다”며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이성근 2020도시공원일몰대응 부산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사업지 5곳은 이미 주변으로 많이 개발돼 공원녹지가 더 필요한 지역”이라며 “민간공원 조성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미리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조성될 공원에 체육관, 도서관 등 각종 시민 숙원사업들이 추진될 것인데, 어떻게 공원으로 살찌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이동흡 그린부산지원관은 “민간공원 조성 사업은 철저히 공공성을 원칙으로 삼고 민간 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이 없도록 했다”며 “공원에 들어설 시설물은 공원 기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부산 시민단체 “황령산 케이블카 건설 반대”
“황령산, 부산의 허파 구실…도심 녹지 개발 대상 안돼”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시민환경단체가 황령산 정상 케이블카·전망대 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 남구 황령산 정상에 케이블카와 전망대를 건설하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부산녹색연합 등 22개 단체는 2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시민의 허파 구실을 하는 황령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전망대 건설을 반대한다. 부산시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공원일몰제 때문에 부산 도심 녹지가 대거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도심 녹지는 여름철 기온을 낮추고 자동차 매연·소음, 미세먼지 흡수 등 기능을 한다. 부산의 허파인 황령산에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면 환경훼손은 물론 시민 삶의 질 등 생활환경도 하락한다. 도심 녹지는 개발 대상이 아니다. 시는 건설업체의 황령산 재생 사업으로 포장한 케이블카·전망대 사업계획 제안을 즉각 반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황령산은 그동안 수많은 개발 사업에서도 시민들이 지켜온 산이다. 공공자산이자 미래자산이기 때문이다. 시는 황령산 개발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망가진 도심 자연을 재생하고 복원하는데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도 “해당 건설업체는 또 다른 공공자산인 송도해수욕장에 케이블카를 만들어 초과 수익을 지자체에 돌려주지 않고, 이윤만 추구한 업체다. 시민의 허파 구실을 하는 황령산을 이 업체에 내어줄 수 없다. 시는 토건 사업이 아니라 환경과 지역, 사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시 관광마이스산업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민간 업체의 제안일 뿐이며, 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용역을 진행해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대원플러스건설은 2022년까지 1500억원을 들여 황령산 정상 봉수대 쪽 터 23만 2268㎡에 105m 높이의 전망대를 짓고, 부산진구 황령산레포츠공원에서 전망대를 잇는 길이 539m의 케이블카 설치 사업계획을 부산시에 제안했다. 대원플러스건설 쪽은 2017년 부산 서구 송도에 해상케이블카를 만들었는데, 20년간 무상임대에 공익기부가 없어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부산 인근 해역, 전국 첫 8개 ‘용도구역’ 지정·관리
부산 인근 해역이 8개 용도구역으로 나눠 관리된다. 8개 구역은 해양 개발 정책 수립하고 해안을 관리하는 데 적용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전국 해역 중 용도구역이 지정된 곳은 부산이 처음이다.
해수부 부산권 ‘해양공간 계획’
군사·어업활동·항만 순 규모
난개발 방지·체계적 관리 목적
부산시와 해양수산부는 29일 부산권역 해양공간관리계획(지도)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부산 해역은 군사활동구역, 어업활동보호구역, 항만·항행 구역 등으로 나뉜다. 군사활동구역 비중(40.53%)이 가장 높고, 어업활동보호구역(29.71%), 항만·항행구역(17.36%), 안전관리구역(10.52%) 순이다. 연구·교육보전구역, 군사활동구역, 안전관리구역은 다른 용도구역과 중첩될 수 있다. 배타적경제수역은 어업활동보호구역(40.73%)과 군사활동구역(18.16%), 항만·항행구역(1.07%)에 대해서만 용도가 지정됐다. 43.51%는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남겨뒀다. 부산권역 해양공간관리계획 범위는 영해 2361.54㎢, 배타적 경제수역 3164.9㎢ 등 총 5526.44㎢에 이른다.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이 있었던 해운대구와 기장군 앞 바다는 지역협의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지역민의 수용 의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수협중앙회는 풍력단지가 추진됐던 이 해역 상당 부분이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환영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해양공간관리계획은 2018년 4월 제정된 해양공간계획법에 따라 마련됐다. 지금까지 해양공간은 수협이 어업구역, 항만공사가 항만, 해군이 군사구역을 분산 관리해 왔다. 해양공간계획법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해양 개발·관리 차원에서 통합 계획 필요성이 제기됐고, 부산에서 최초로 구역별을 나눠 관리가 시행되는 것이다.
계획은 강제성을 가지지는 않으나 행정기관이 특정 사업 허가 절차 등을 진행할 때 공인된 행정자료로 이용된다. 예를 들어 어업활동보호구역에서 마리나 사업 등 개발 행위를 할 경우 별도의 규제는 없지만, 구역 성격을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개발 행위 불허가 가능하다. 개발 행위 허가를 위해서는 해수부 심의를 거쳐 성격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행정 가이드라인인만큼 사실상 반강제적인 관리 계획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반 시민들도 다음 달 5일 고시 이후 온라인을 통해 구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해수부는 현재 경남도 경기도 인천시 전남도 제주도 울산시와 해양공간관리계획수립 절차를 협의·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관리계획이 수립된다.
해수부는 해역 성격이 규정되면서 무분별한 난개발이 예방될 것으로 기대한다. 행정기관이 해안을 보호하고 해역을 지키는 데 지정 구역이 일종의 법적 근거자료가 되는 셈이다. 구역 변경 과정에 ‘적합성 합의제’와 같은 심의 제도가 있는 만큼 체계적인 해양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구역 지정을 통해 난개발을 막고 체계적으로 부산 인근 해역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까지 전국 지정을 통해 해양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포근한 겨울에 …무등산 북방산개구리 때 이른 산란
지난해보다 37일 빨라...한파 오면 동사 가능성
지난 24일 무등산국립공원 장불재에서 관측된 개구리.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 제공
올겨울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무등산 북방산개구리가 지난해보다 한달 빨리 산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은 추위가 갑자기 찾아오면 개구리들이 얼어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지난 24일 무등산 정상부 장불재 습지(해발 900m)에서 환경부 지정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을 관측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은 2013년 무등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가장 빠르며, 3월1일 관측된 지난해보다 37일 앞선다.
무등산국립공원 장불재에서 지난해보다 37일 빨리 관측된 북방산개구리 알.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 제공
북방산개구리는 일정 기간 따뜻한 기온이 이어지고 비가 내리면 산란을 시작한다. 지난해 1월 무등산 장불재 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였지만, 올해 1월은 이보다 7.1도 높은 영상 1.6도로 측정됐다. 또한 개구리가 산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달 23∼24일 기온은 3.1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하 3.5도보다 6.6도 높았다. 광주지역 1월 평균 강수량은 올해 74.9㎜, 지난해 16.4㎜였다. 동부사무소는 갑자기 한파가 닥치면 동면에서 깬 개구리들이 대량으로 동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다빈 동부사무소 자원보전과 주임은 “무등산 정상부보다 기온이 높은 저지대에서 개구리 산란이 더 활발할 것으로 보여 심각한 상황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무등산 일대 개구리 개체 파악에 나서는 등 관찰활동을 강화하고 서식지 환경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유림 사들이려 해도 상승 기대 “안팔아”
지난해 50㏊ 목표에 0.3㏊ 사들이는 데 그쳐
올해 50억원 들여 조천·한경 50㏊ 매입 계획
제주도가 올해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곶자왈 내 사유림 50㏊를 사들일 계획이다. 제주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의 공익 기능 확보와 국유림 경영 관리를 위해 제주도가 곶자왈 내 사유림을 사들이는 면적이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는 29일 “제주시 조천읍과 한경면 곶자왈 지역에 대한 생태등급 1~2등급지의 집단화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50억원을 들여 곶자왈 사유림 50㏊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마다 곶자왈 사유림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 매입 실적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60㏊ 목표에 35.4㏊를 사들였고, 2017년 50㏊ 목표에 11.5㏊, 2018년 50㏊ 목표에 10㏊ 매입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50억원을 들여 50㏊를 사들일 계획을 세웠으나, 사들인 사유림은 1필지 0.3㏊(610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갈수록 곶자왈 사유림 매입 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토지소유주들이 팔지 않기 때문이다. 매입가격은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유자와 사전 협의를 거쳐 2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을 평균한 금액을 매입가격으로 책정한다. 하지만 토지주의 요구 가격과 감정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되기도 한다.
도 관계자는 “토지소유자들의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산림자원 육성과 생태계 보전 등 산림의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도민과 토지소유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풀과 바위가 어우러진 지대인 곶자왈은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고,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생성하고 산소를 공급한다. 제주도가 2018년 국토연구원에 맡겨 조사한 결과 곶자왈 면적은 99.5㎢로 조사됐다./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매년 달라지는 이상기온… 바다얼음 사라
"3월 중순임에도 두께 1척 남짓한 얼음으로 뒤덮여 배는 전혀 나아갈 수 없다" 1911년 아문센과 같은 시기 아시아인 최초로 남극대륙을 탐험한 일본인 시라세 노부가 당시에 남긴 일기의 한 문장이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남극의 바다얼음은 무섭게 녹고 있다.
12월 중순 하늘 위에서 바라본 남극의 바다는 새파란 빛을 내비쳤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얀 바다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바다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곳이다. 아직 바다얼음이 남아있는 지역은 균열이 생겨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만 같다.
2년 연속 남극을 찾은 김정훈 극지연구소 MPA(Marine Protected Area) 조사팀 박사는 "하계기간에 남극의 바다얼음이 빠르게 녹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전년과 달리 해빙 두께가 얇고 면적이 줄면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조사지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다얼음 위의 황제펭귄들. /김태환 기자
일반적으로 남극의 바다얼음은 겨울과 여름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다. 11월부터 시작되는 하계기간에 바다얼음이 녹는 일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년 바다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경고한다.
실제 미국 위스콘신대학 AWS(자동기상관측시스템)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등에 따르면 남극 지역의 기온 변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가 위치한 테라노바 지역의 평균 온도는 영하 8.3도 였지만, 2016년 영하 5.6도로 상승했다가 2017년 다시 영하 9.5도 떨어지고, 2018년 영하 7.1도로 올랐다. 들쑥날쑥하다.
7차 남극 월동대장이자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최태진 박사 역시 변화가 심상찮다고 말한다. 최 박사는 "남극 대륙을 양분해서 보면 한 쪽은 녹고, 한 쪽은 오히려 얼어붙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태평양 바다의 수위가 높아져 섬들이 잠길 것이라는 경고는 여전히 지속 중"이라고 했다.
남극 데이비스 연간 평균 최고 기온 /호주 기상청
전문가들이 남극 바다얼음의 해빙 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다얼음이 남극 생태계 순환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바다얼음 밑에는 크릴, 규조류 등이 사는데 남극은암치가 얼음 밑 생물들을 먹는다. 남극 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펭귄의 주먹이도 크릴이다.
결국 남극 해양생물들에게 바다얼음은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다. 특히 여름은 남극 바다생물들의 번식기인 만큼 바다얼음의 유무에 따라 새끼들의 생사가 엇갈린다. 갓 태어난 새끼 물범의 경우 일정기간 얼음 위에서 생활하는 데 얼음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남극 멋쟁이로 통하는 황제펭귄도 물범과 다를 바 없다. 황제펭귄은 다른 펭귄과 달리 별도의 둥지를 짓지 않고 얼음 위에서 알을 낳고 기르는 종이다. 이상 기온 탓에 바다얼음이 빠르게 녹으면 황제펭귄 새끼 역시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생육기간이 감소한 새끼 황제펭귄은 영양 섭취와 발육면에서 뒤쳐진다. 혹독한 남극의 자연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감소하는 셈이다. 아직까지 펭귄은 멸종위기에 놓인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구 온도 상승에 따른 황제펭귄의 개체수 급감 예측 그래프.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바닷새 생태학자인 스테파니 제누비에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기후변화와 펭귄 관련 논문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는황제펭귄의 멸종이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바다얼음이 3배 감소하게 되고 황제펭귄 집단의 3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국립기상연구소(NCAR)가 개발한 기후변화 모델을 이용해 해빙의 변화를 컴퓨터 시나리오로 예측했으며 해빙 서식지 변화에 따라 펭귄의 생식 능력과 사망률을 계산, 펭귄 개체수를 산정했다.
세계 각 국가가 화석 연료 사용 제한 등 저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은 5~6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타났다.
김정훈 박사는 "지구 온난화 등과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남극의 자연 환경과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면밀히 관찰해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마음껏 숨 쉴수 있는 '미세먼지 프리존 청담'
서울 강남구(구청장 정순균)가 지난 29일 전국 최초로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지하 보행구간 650m에 ‘미세먼지 프리존’을 조성했습니다.
권호욱 선임기자
청담동 동명은 청담동 105번지 일대에 맑은 못이 있었고, 청담동 134번지 일대의 한강변 물이 맑아 이 마을을 ‘청숫골’이라고 하였던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권호욱 선임기자
‘미세먼지 프리존 청담’은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 주민들이 마음껏 숨 쉬며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든 지하공원입니다.
권호욱 선임기자
보행구간에는 숨. 뜰. 못. 볕 등 자연을 주제로 바이오 월(벽면 식물)과 인공폭포, 인터랙티브 아트영상 등을 설치했습니다
권호욱 선임기자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공기청정기 72대와 5대의 공조기가 미세먼지 90% 이상을 제거해 깨끗한 공기질을 유지합니다
휴식공간인 ‘강아래 우숨마당’에선 달 조형물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는 “구민이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으로 ‘필 (必) 환경 도시’를 실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권호욱 기자 biggun@kyunghyang.com>
오늘 서울의 기온이 영상 10도 넘게 오르면서 3월 중순 같은 포근한 봄 날씨를 보였습니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이번 처럼 따뜻한 겨울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한강에선 얼음 한 조각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리포트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의 모습입니다. 봄날같이 따스한 햇살에 푸른 물결이 넘실댑니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눈과 얼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 촬영한 영상과 비교해 보면 올해 한강이 얼마나 특이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예년 이맘때 두물머리는 온통 얼음으로 덮였습니다.
[심미녀]
"너무 좋네요. 날씨가 따뜻해서. 완전 봄이 온 것 같아요."
강의 가장자리조차 얼지 않는 희한한 겨울 풍경. 주민들은 이런 장면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합니다.
[서문숙] "20년 전에는 저기 다 걸어 다녔어요. 꽁꽁 얼어서. 올해 처음으로 안 얼었어요."
한강을 따라 서울 도심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한강 한가운데로 나갔습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한강의 결빙을 관측하는 한강대교 교각 아래입니다. 이번처럼 얼음이 얼지 않은 건 2006년 이후 처음입니다. 물이 얼마나 따뜻한지 온도계로 수온을 재 봤습니다. 영상 4.7도, 관측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았습니다.
겨울에는 한강의 얼음을 깨는 게 일이었던 수난구조대는 올겨울엔 그런 수고를 덜었다고 말합니다.
[이용선/여의도수난구조대 구조대원] "(얼음을) 깨놓은 상황을 유지하는 게 되게 힘듭니다. (그러면) 구조가 더뎌져서 희생이 발생되는 경우 마음적으로 힘들고요."
취재팀은 한강 하구의 한 포구에 이르렀습니다. 겨울마다 이곳은 유빙으로 가득해 북극해 같았지만, 오늘은 얼음조각 하나 찾아볼 길 없습니다.
이맘때 한창 숭어잡이에 나서야 할 배들이 이렇게 포구에 정박해 있습니다. 이 숭어 잡이용 그물도 올겨울에는 한 차례도 펼치지 못했습니다. 어민들은 유빙이 없어 숭어가 안 잡힌다며 한숨입니다.
[고현식/한강어촌계장] "거의 망했죠. 유빙이 한번도 나타나질 않았어요. 고기를 지금 유빙이 없어서 못 잡는 거에요."
이달 들어 전국의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3.7도나 높아 기상관측 이후 최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제트기류가 예년보다 북쪽으로 치우쳐, 북극한파의 남하를 가로막고 있는 게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푸른 물결만 넘실대는 겨울 한강.
기상청은 다음 주 반짝 한파가 예상되지만, 이상고온 현상은 2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MBC뉴스 김윤미입니다.
천연기념물, 명승 등 국가자연유산 지정 기준 강화된다
문화재 지정 근거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성락원.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과 명승 등 나라의 자연문화재 지정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언론 등에서 불거진 국가명승 ‘성락원’의 문화재 가치 논란을 계기삼아 지정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지정 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청 쪽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선 국가자연유산의 지정기준을 강화한다. 동물‧식물‧지질‧천연보호구역‧명승 등 자연유산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려 할 경우 유형별 특성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위한 핵심 요소 등을 명확히 정하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정 기준도 세부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연문화유산에 얽힌 인물‧연혁 등에 대한 역사적 고증과 유산적 가치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과정을 심화시키고 지정 사유와 관련 사진·문헌 등을 실은 지정 보고서 발간도 의무화해 국가문화재 지정 조사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문화재청 쪽은 성락원 논란과 관련해 “지정 과정의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 역사성 등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중”이라며 “개선할 지정기준에 따라 경관 가치에 대해 철저한 재조사를 벌인 뒤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명승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뉴질랜드에서 인류세의 다음을 상상하다
[Deep Future] 2020 : '인공지구'의 밤하늘
1. 갤럭시 : 남반구의 하늘
남반구에서 새해를 맞이한 건 2020년이 처음이다. 지구의 허리 적도를 세로 질러 11시간, 남태평양에 이르렀다. 오-래, 동과 서에 천착했다. 20대에는 동아시아론에 심취했고, 30대에는 동과 서를 회통(會通)케 하고자 유라시아에 심혈을 기울였다. 유라시아가 동반구에 자리한 구대륙이라면, 서반구의 미국은 미우나 고우나 익숙한 신대륙이다. 유럽과 아시아와 북미를 돌고 돌아 불혹의 나이, 마흔을 넘겼다. 돌아보니 죄다 북반구를 맴 돌았을 뿐이다. 홀연 혹하며 북반구 중심주의를 의식하고 의심하게 됐다. 그렇게 다다른 남반구는 과연 하늘부터 다르다. 해도 달도 별도 친숙한 북쪽의 그 하늘이 아니다.
사시사철이 다르다. 사계가 정반대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지나 1월과 2월 땡볕이 작열한다. 동에서 떠서 서로 지는 것은 마찬가지로되, 정오에 가장 높이 뜬 태양은 정남(正南)이 아니라 정북(正北)에 걸려있다. 달의 꼴도 상이하다. 일생을 달의 북쪽만 보고 살았다. 이제야 달의 남쪽을 두 눈에 담는다. 초승달은 오른쪽으로 볼록한 저녁달이요, 그믐달은 왼쪽으로 볼록한 새벽달이라는 사실도 북반구의 반 토막 상식일 뿐이다. 한낮에도 하얗게 걸려 있는 남반구의 그믐달은 오른쪽으로 보드랍게 살이 부풀어 올랐다.
백미이자 별미는 천문(天文), 별자리다. 별이 빛나는 밤의 형세가 영판 딴판이다. 일단 북극성부터가 보이지 않는다. 문장에서 즐겨 구사하던 '북극성'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어디까지나 북반구 사람의 반쪽짜리 감각이었던 것이다. 밤하늘의 G7, 북두칠성 또한 부재하다. 대신하여 G10, 열 개의 별이 크로스를 이루는 남십자성이 반짝거린다. 과연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등 남반구 나라들의 국기에는 남십자자리가 새겨져 있다. 스물 한 개의 일등성이 모두 맨눈으로 보이는 것 또한 비단 하늘이 맑고 공기가 깨끗해서만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 은하의 중심이 남쪽 하늘에 있어서다. 비로소 나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밝은 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갤럭시의 중심을 향하여 밤하늘을 우러러 보게 된 것이다. 굵직굵직하고 큼직큼직한 별들 사이로 무시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그렇게 지구별이 태양을 한 바퀴 돌아 2019년 한 해가 저물었다.
▲ 남반구와 북반구가 뒤집힌 뉴질랜드의 세계지도. ⓒWikimedia
2. 아오테아로아 : 깊은 미래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천지인(天地人) 삼재도 북반구의 감각이다. 남반구에서 육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할이다. 하늘 아래로는 온통 바다, 하늘보다 깊고 짙은 바다가 유장하다. 지구 전체를 따지면 대륙의 7할이 북반구에 자리한다. 북쪽은 뭍, 남쪽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당 사람은 뭍에서 살기 마련이다. 70억 인구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6억여 명이 남반구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반면으로 사람보다는 소와 양 등 동물의 숫자가 월등하다. 사람의 비율과 비중이 미미하고 미약한 별천지인 것이다. 하여 천지인보다는 '천해물(天海物)'이라고 해야 온당할지 모르겠다.
레잉가 곶(Cape Reinga)은 아오테아로아(Aotearoa)의 북섬 하고도 최북단에 자리한다. 태평양의 파도와 타스만(Tasman)해의 파랑이 남녀처럼 파고들고 음양인양 갈마드는 진풍경을 목도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은 겨우 미물인 듯 더욱 작아지고 숙연해지는 땅 끝이다. 마오리들은 이곳을 생과 사의 갈림길, 이승과 저승의 분기점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오테아로아는 뉴질랜드의 별칭, 아니 오래된 본명이다. 1840년 북반구에서 대영제국과 대청제국이 충돌한 아편전쟁이 일어난 무렵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편입되면서 뉴질랜드가 되었다. 이전에는 원주민 마오리의 나라 아오테아로아로 불렸다. '긴 하얀 구름'이라는 뜻이란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아오테아로아에 이를 무렵 구름과 바람과 새를 따라서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즈음에 뉴질랜드 또한 마오리어를 공용어로 사용키로 하며 '아오테아로아'라는 국명 역시 되살아났다. 지금은 에어 뉴질랜드의 비행기에서도, 오클랜드의 공항에서도 'Kia Ora Aotearoa(안녕, 아오테아로아)'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다. 북반구도 남반구도 탈 서구화의 물결이 출렁대는 대반전의 풍경을 연출하며 옛 천년을 보내고 새 천년을 맞이했던 것이다.
▲ 두 바다가 만나는 레잉가 곶. ⓒ이병한
아오테아로아는 동반구와 서반구를 가르는 날짜 변경선 부근에 자리한다. 한국보다는 4시간이 이르다. 세계에서 세 번째,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물리적 시간만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21세기를 가장 앞서 달리며 미래문명의 전범을 실험하고 시험하고 있는 곳이다. 탈인간주의(De-Humanism), 사람을 북극성으로 여기는 인간중심주의를 급진적으로 해체해 가고 있다. 만물을 만인처럼 모시고 섬기는 원주민들의 영험한 지혜를 미래적인 법률로 재정비해가고 있다. 토착적 사상과 근대적 법치가 결합해 미래 국가의 청사진을 그린다. 이미 강도 산도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법인(legal person)이 되었다고 한다. 포스트-휴먼, 인권(human rights)에 버금가는 만물의 권리, 자연권(rights of nature)을 확립해가고 있다.
허나 사람을 사물 가운데 하나로 강등시키는 하향평준화를 뜻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누리던 독점적 권리를 만물에 개방하여 지구적 수준의 민주주의로 심화하고 있다. 20세기가 인권의 세기, 인권자를 노동자와 여성,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등으로 확장하는 만인 존중의 백년이었다면, 21세기는 사물권의 세기, 만물 존엄으로 지구의 화엄을 이루는 '다른 백년'의 초석을 닦는 시대다. 2020년 첫 날을 굳이 꿋꿋이 이곳에서 맞이한 까닭이라고 하겠다. 양적 성장에서 영적 성숙으로 깊어져가는 지구적 심호흡을 한껏 들이켜고 싶었다.
3. EARTH+
돌연 오클랜드의 하늘이 온통 노래졌다. 작금의 지구는 새해벽두마저 설피 희망을 허락지 않는다. 이웃나라의 재앙, 호주 산불의 재가 바람을 타고 바다를 건너 뉴질랜드의 땅까지 뒤덮었다. 언뜻 묵시록이 연상되는 기괴한 풍경이었다. 명명백백 인류세의 인재다. 2019년이 해양의 수온이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되었다는 관측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양의 순환은 대기의 운동에도 깊숙한 영향을 미친다. 따뜻해진 바다와 뜨뜻해진 공기, 지구의 신진대사가 불량하고 불편하다. 국지적 열병은 지구 전체의 균형이 무너졌음을 증상하는 바, 물과 뭍의 피드백이 산불로 격화해 뭇 생명의 진화와 진로에 심대한 파국을 초래했다. 이미 코알라와 캥거루 등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곤충과 식물과 미물까지 헤아리노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재난, 생태학살(ecocide)이자 생명학살(biocide)이 아닐 수 없다.
'인재(人災)', 다시 말해 인공재난(Artificial Catastrophe)이 동반구와 서반구, 남반구와 북반구를 막론하고 빈번하다. 기후위기도 대멸종도 인간의 원죄이자 업보인바, '사람이 먼저다'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지구의 열병과 골병 등 만병의 근원이 인간이 된 것이다. 가는 해와 오는 해, 뉴질랜드의 북섬과 남섬을 일주하노라니 천혜를 자랑하는 이곳의 풍광 또한 지극히 인공적이라는 점이 못내 눈에 밟힌다. 본디 북반구의 동물이 한 마리도 살지 않던 별세계였다. 700년 전 이 땅을 밟은 최초의 사피엔스, 마오리가 당도했을 때에는 오로지 두 발과 양 날개가 달린 새들만 숲 속을 날아다녔다고 한다. 500만 마리의 소와 3000만 마리의 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은 채 이백년도 안 돼 만들어진 가공할 인공자연(artificial nature)인 것이다. 네발 동물이 살아가는 드넓은 목장과 목초지가 생겨나는 만큼이나 태고의 원시림은 잠식되어 왔을 것이다. 북반구 사람들에게 일용할 고기와 치즈와 우유를 제공하는 남반구의 낙농업부터가 자본주의 세계체제, 수출과 수입으로 작동하는 국제 분업과 세계 무역의 소산이렷다.
▲ 호주 산불로 인해 노랗게 변한 오클랜드의 하늘. ⓒ이병한
고로 더 이상 무위자연은 없다. 돌아갈 자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가공된 자연, 인공적 자연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위(Artificial)가 곧 허위(Fake)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짜 자연'이라기보다는 '디자인된 자연'이다. 필요한 것은 본디 자연으로의 회귀보다는 자연스럽게 디자인된 미래 문명의 창조일 것이다. '오래된 미래'보다는 '깊은 미래'가 더 어울린다.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2020에서 인공 인간 네온(NEON)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고 한다. 유전학에서는 'GMO 사피엔스'라는 어법도 널리 사용된다.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 문자 그대로 천지가 다시 개벽하고 만물이 다시 창조되고 있다. 그리하여 2020년의 지구는 오롯이 오로지 인간이 만들어낸 46억 년 만의 새 지구라고 하겠다. 제2의 창세기, 인류세라는 신조어가 조금의 과장도 허언도 아니다.
하여 더는 역사학자로 족할 수가 없다. 한철 동아시아가 나로 하여금 현대사학자에서 유라시아 문명사가로의 진화를 이끌었으나, 이 또한 북반구 중심주의와 인간 중심주의에 갇힌 발상이었다. 역사는 이제 미래의 나침반, 안내자가 되어주지 못한다. 사피엔스만의 과거, 그것도 문자 발명 이후에 기록된 지극히 한정된 과거만을 다룰 뿐이다. 선조와 선생과 선배 또한 지침이 되어주지 못한다. 후세와 후배와 후생들이 살아갈 인공지구, 인공생명, 인공지능 신세계의 경험과 교훈과 조언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인간 이전의 자연물 'Life 1.0'과 인간 이후의 인공물 'Life 3.0'을 겸장해야 비로소 'Life 2.0' 사피엔스의 장래를 간신히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절치부심 끝에 출범한 것이 EARTH+다. 산업화세대의 역경도, 민주화세대의 고투도 일국적 과업에 그쳤다. 다음 세대는 필연적으로, 숙명적으로 지구적 단위로 사고하고 지구적 수준에서 실천하는 지구세대가 아니 될 수 없다. 90년대 생, 밀레니얼 세대와 더불어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사상을 연마하고 일상을 창조하는 인공지구(Artificial Earth) 시대의 첫 번째 NGO를 표방한다. 아니 홀로세(Holocene), 치세(治世)의 살아가기/성장하기보다는 인류세(Anthropocene), 난세(亂世)의 살아남기/생존하기가 더 적절하고 절실하며 절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생명을 생각하는 생활을 생산하는 전위로서 EARTH+의 출항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20년 EARTH+에 이르기까지 지난했던 2019년 개벽학당의 시행착오를 복기해본다.
▲ 호주 산불 위성 사진. ⓒWikimedia
이병한 EARTH+ 대표 / 프레시안
"낙동강 하구, 쇠제비갈매기 멸종에 큰고니는 급감"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 2월 2일 전후 다양한 활동
▲ 낙동강 하구의 고니. ⓒ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를 비롯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준)은 2월 2일 '세계습지의날'을 맞아 낙동강 하구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세계습지의날은 유엔이 정한 것이다. 낙동강하구는 연 평균 3000마리의 '백조'가 찾아오는 한국의 대표하는 자연습지다.
일반인들에게 '백조'로 친숙한 '고니'류는 전 세계 6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큰고니, 고니, 혹고니 3종이 서식한다. 고니류는 시베리아 만주 몽골의 초원에서 태어나 매년 가을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번식지로 돌아가는 생활을 한다.
백조는 물새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새로 난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개체수가 급감하여 현재는 3종 모두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혹고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전국에서 몇 마리 정도가 겨울에 관찰되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고니'는 2000년대 중반까지 100마리대가 낙동강하구에서 월동하였으나 지금은 월동개체군이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인 '큰고니'는 연평균 3000마리대가 월동하다 지금은 1000마리 정도로 급감하였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형 물새인 큰고니가 3000마리가 월동한다는 것은 낙동강하구가 얼마나 대단한 자연습지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런 습지가 존재하기에 그 습지에 의존하여 사람 또한 생명을 이어간다"고 했다.
철새도래지 낙동강하구는 1966년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2010년 이후 낙동강하구를 대표하는 여름새 '쇠제비갈매기'가 완전히 멸종되었고, 겨울을 대표하는 새 백조 중 '고니'는 완전히 멸종되었으며 매년 평균 3000마리가 찾아오던 '큰고니'도 이제는 1000 마리 대로 그 수가 급감하였다는 것이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새가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며, 미세먼지가 더욱 짙어지고, 기후 위기가 더욱 심해져 결국 인간도 멸종할 수 밖에 없다는 자연의 엄중한 경고"라고 했다.
이들은 "현재 27개의 각 종 교량이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 내에 건설되어 이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그 필요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등 10개의 교량 건설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락대교 등 10개 교량 건설 계획의 철회", "대저대교 거짓‧부실환경영향평가의 철저한 수사와 검증", "개발면죄부로 전락한 유명무실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 "큰고니의 급격한 감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저수지’ 박쥐가 끄떡없이 진화한 비밀
바이러스 200종 보유, 다른 동물로 흘러넘쳐…비행 진화와 관련
자신의 힘으로 나는 유일한 포유류인 박쥐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비행에 힘입어 종 다양성과 함께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얻었다. 이집트과일박쥐의 비행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병원체가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과학자들의 유전체(게놈)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박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2003년 세계 30개국에서 8000명에 발병해 774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병원체도 코로나바이러스로 관박쥐에서 온 것이었다.
박쥐와 관련이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사스 말고도 헨드라, 니파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메르스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감염병의 기원으로 유력하다. 박쥐는 2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모인 ‘저수지’이고, 여기서 흘러넘친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감염병을 일으킨다. 박쥐는 왜 이렇게 다양한 감염병 바이러스를 보유하게 됐고,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왜 병에 걸리지 않는 걸까.
말레이시아에 서식하는 곤충을 잡아먹는 작은위흡혈박쥐. 박쥐는 포유류 종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다양하게 진화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박쥐가 어떤 동물인지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박쥐는 포유류 가운데 매우 특별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포유류 가운데 날개를 퍼덕여 나는 유일한 동물인 박쥐는 진화 역사가 가장 오랜 포유류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억년 동안 극지방을 뺀 세계 곳곳에 퍼져 1200여 종으로 진화했다. 포유류 종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다양하다.
박쥐는 몸집에 견줘 오래 살아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 수 있고 종종 거대한 무리를 이뤄, 한 개체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쉽사리 다른 개체로 옮아간다. 멕시코꼬리박쥐는 서식지 한 곳에 100만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루곤 하는데, 밀도가 ㎡당 300마리에 이른다. 도시의 건물과 시설물에 깃들고 멀리 날 수 있는 능력도 인수공통감염병을 퍼뜨리기 용이한 특징이다.
특히 비행 능력은 박쥐가 세계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 다양하게 분화한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지니면서도 거의 병에 걸리지 않는 비결과 관련 있다고 과학자들은 본다.
토마스 시어 미국 지질조사국 생물학자 등은 2014년 과학저널 ‘신종 감염병’에 실린 논문에서 ‘날아가는 박쥐의 높은 체온이 다른 포유류가 감염 때 보이는 발열반응과 비슷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고 다수의 바이러스를 보유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연구자들은 나아가 “박쥐에서 다른 포유류로 흘러넘친 바이러스가 강한 병원성을 나타내는 것도 박쥐의 고온 조건에서 생존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에서 대형 과일박쥐 무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쉬고 있다. 피터 반데르 슬루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단지 체온뿐 아니라 박쥐의 면역체계 자체가 독특하다는 데 주목한다. 비행하려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몸의 신진대사가 빨라져 유해산소도 많이 발생한다. 이런 비행 스트레스 때문에 세포 안에는 손상된 디엔에이(DNA) 조각이 생기는데 보통 포유류라면 이를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로 간주해 염증 등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박쥐는 달랐다.
저우 펑 중국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 미생물학자 등 중국 연구자들은 2018년 과학저널 ‘세포 숙주 및 미생물’에 실린 논문에서 “박쥐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약화해 지나치게 강한 면역반응을 피한다”고 밝혔다. 지나친 면역반응은 종종 병으로 이어진다. 박쥐는 면역체계의 과잉반응과 바이러스의 악영향을 동시에 누르는 균형을 절묘하게 잡는다는 것이다.
박쥐의 또 다른 특징은 오래 산다는 것이다. 관박쥐 등은 30년 이상 산다. 이는 일반적으로 몸이 클수록 오래 산다는 포유류의 일반적 경향과 어긋난다. 쥐의 절반 무게이면서 쥐보다 10배 오래 사는 장수의 비결은 무얼까.
안 마태 등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 연구자들은 지난해 ‘네이처 미생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박쥐의 면역 억제가 노화를 늦추는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비행에 따른 감염을 억제하는 쪽으로 진화했는데, 그 과정에서 노화를 막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얻었다는 것이다.
신종 감염병의 약 75%는 인수공통감염병이고, 야생동물에서 건너오는 신종 바이러스가 늘어나고 있다. 바이러스의 자연적인 저수지 구실을 하는 박쥐에서 비롯하는 감염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과학저널 ‘바이러스학’에 낸 리뷰 논문에서 왕 린-파 등 싱가포르 연구자들은 “이제까지 검출된 박쥐 바이러스의 엄청난 다양성과 폭넓은 지리적 분포로 볼 때 이들이 일으키는 세계적 발병사태가 점점 더 늘어날 것은 거의 분명하다”며 “박쥐란 생물에 대한 이해가 이제 시작 단계여서 박쥐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열대 과일이나 식물 가운데는 박쥐가 없으면 번식이 불가능한 종이 있을 정도로 박쥐의 생태적 기능은 크고 다양하다. 꽃을 찾은 멕시코긴혀박쥐.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박쥐는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인류에게 꼭 필요한 생태적 기능도 한다. 바나나, 아보카도, 망고 등의 꽃가루받이를 하고 다양한 열대식물의 씨앗을 퍼뜨린다. 훼손된 열대림 복원에 큰 구실을 하며, 많은 양의 농업 해충을 잡아먹기도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1년 발간한 박쥐와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관련 편람에서 “생태와 보전, 공중보건의 이해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생태계의 역습 ‘인수공통감염병’
20세기 초 미국 록펠러재단과 질병과학자들은 지구에서 일부 감염병을 완전히 몰아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쏟아부은 황열이나 말라리아 박멸 계획은 실패였다. 천연두는 달랐다. 198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박멸운동을 시작한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
운명을 가른 것은 ‘인수공통감염병’ 여부였다. 말 그대로 동물과 인간이 모두 걸리는, 주로 동물의 바이러스·세균·진균 등 병원체가 인간한테 침범해 생기는 병이다. 인간에만 감염하는 천연두와 소아마비는 백신으로 면역이 생긴 뒤 병원체가 완전소멸했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인류에겐 낯선 ‘미지의 세계’다. 감염 경로를 밝히기도 어렵거니와 동물 몸속에서 계속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1980년대 미국발 ‘동성애자 마녀사냥’을 퍼뜨렸던 에이즈 바이러스의 강력한 균주가 20세기 초 아프리카 카메룬 남동부에서 한 마리의 침팬지로부터 한 명의 인간에게 ‘종간 전파’된 것이란 사실은 2000년대 후반에야 밝혀졌다. 조류독감, 사스, 에볼라, 니파, 메르스, 최근의 신종 코로나를 포함해 현재 알려진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병원체들 가운데서도 특히 너무 작고 단순해 빨리 진화하고 옮겨다니기 쉬운 바이러스가 가장 큰 문제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롬 프로젝트’는 자연계에 미지의 바이러스가 170만 종류가 존재하고 그 절반 정도는 인간에게 유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벌목, 도로 건설, 도시 확장 같은 인류 활동의 축적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경고음일지 모른다. 인간은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 단기간에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발생’(outbreak) 종이기도 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는 “중국의 식습관과 보건위생, 초동대응 실패가 최근 사태의 원인이지만, 사실 요즘엔 파리·런던 등에 ‘부시미트’ 상점이 늘어나는 등 서구에서도 야생동물 섭취가 ‘진귀한 경험’으로 인기를 끈다. 그만큼 포획과 유통이 쉽고 흔해졌다는 이야기”라며 “결국 인간의 생태계 파괴 문제”라고 말했다. 국경과 대륙을 넘나드는 대규모 왕래의 일상화와 가축들의 밀집사육 등도 바이러스가 쉽게 옮아갈 기회를 넓혔다. 앞으로 감염병의 주요 경향은 인수공통감염병이고 일상적으로 출몰할 것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인류가 부른 생태계의 역습이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툰베리의 종말론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눈도 거의 안 왔다. 설날에 뵌 어머니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구정에 추워서 설빔해 입고 그랬는데 요즘은 완전 봄 날씨네.” 화천 산천어 축제, 평창 송어 축제 등도 얼음이 안 얼어서 한참 연기되었다. 동물 학살을 오락으로 즐기는 축제가 사라졌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기후 위기가 피부로 느껴져 두렵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아직 불타고 있다. 산불은 원래 주기적으로 발생하지만, 온난화가 그 빈도와 강도를 부채질하고 있다.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었다. 불에 그을린 캥거루의 모습은 지옥 같다.
툰베리는 올해도 다보스에 가서 외쳤다. “우리 집이 불타고 있어요!” 집에 불이 나면 어찌해야 하는가? 모든 일을 멈추고 불부터 꺼야 한다. 좌우 논리는 무의미하다. 집이 다 무너지게 생겼는데 밥을 어떻게 짓고 어떻게 나눠 먹을지가 무슨 소용인가? 툰베리는 세대 간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속 불가능한 지구를 물려준 기성세대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우리는 제6차 대멸종을 목도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으면 십년 안에 불가역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는 종말론적인 헛소리라며 비웃었다. 미국 재무부 장관 므누신은 툰베리보고 학교 가서 공부나 더 하고 오라고 했다. (툰베리는 17살이고, 청소년 기후행동의 일환으로 동맹휴학을 제안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툰베리 편이다. 사실 그들은 수십년 전부터 한목소리였다.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고 꾸준히 경고했다.
2015년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420기가톤 더 방출하면,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67%였다. 그런데 2019년 인류는 또다시 역사상 최대 탄소 배출량을 경신했다. 1.5도까지 남은 탄소 예산은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만약 2도가 올라가면 그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해수면이 56㎝ 높아지고, 더운 날이 25% 증가한다. 대한민국은 아열대 기후가 되고, 호주 산불 같은 기후 재앙은 일상이 된다. 사실상 이미 막기 힘들어 보인다. 이제는 3~5도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묵시록 같은 이야기가 과학의 언어로 들려오니 처음에는 감흥이 없다가 점점 섬뜩해진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운 게 한 가지 있다면, 종말론은 믿지 말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천년왕국설부터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까지, 역사의 끝이 닥쳐온다는 호들갑은 늘 거짓으로 판명됐다. 당시에는 선지자가 아무리 카리스마 있게 대중을 현혹하고 공신력 있는 성직자들이 뒷받침한다 해도, 후대에 돌이켜보면 종말론은 언제나 우습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이야말로 오늘날의 성직자요, 툰베리는 스웨덴에서 온 메시아 아닌가. 기후운동은 멸망의 공포와 천지개벽을 파는 또 하나의 급진 세력일 뿐. 자위해보지만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종말론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부정하고 평소처럼 살거나, 긍정하고 구원을 찾거나. 나는 구제받을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기후위기를 부정할 용기도 없다. 아, 말세로다.
뭐라도 해본다.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디젤차를 전기차로 바꿔본다. 혼자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총선 공약을 들여다본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세계 4위, ‘기후 악당’ 국가답게 여야 막론하고 시원한 대책이 없다.
툰베리의 말처럼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 멸종저항 운동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책방 ‘풀무질’에서도 멸종저항을 개시한다. 일단 모여서 암담한 우리의 미래를 직시하자.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한겨레
타이어에 목이 낀 인도네시아 바다악어. AFP=연합뉴스
고래를 먹는 한국인의 중국인 혐오
뱀이니, 뭐니 하는 온갖 동물을 산 채로 도축해 먹어대는 중국인들은 ‘육식을 지양해야 기후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새로운 ‘만트라’를 받아들인 인류의 일부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인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뱀이니, 뭐니 하는 온갖 동물을 산 채로 도축해 먹어대는 중국인들은 ‘육식을 지양해야 기후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새로운 ‘만트라’를 받아들인 인류의 일부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인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세계는 우한과 그 주변부로 재편되어 있다. 우한은 봉쇄되었고, 우한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인의 시선을 하나로 묶었다. 그러나 모두가 인도주의자가 되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 시민들과 중국인들을 염려하는 건 아니다. 사태는 오히려 반대여서, 이곳저곳에서 중국인 혐오, 나아가 아시아계 혐오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를 들춰보면, 한편으로 이것은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온갖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시장을 들락날락하는 우한의 사람들, 뱀이니, 뭐니 하는 온갖 동물을 산 채로 도축해 먹어대는 중국인들은 ‘육식을 지양해야 기후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새로운 ‘만트라’를 받아들인 인류의 일부가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인종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페루의 어부들은 샥스핀 재료인 상어를 잡는 데 미끼로 쓰기 위해 소형 고래들을 배 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고래 고기를 미끼로 잡은 상어는 주로 아시아로 운송되는데, 반절은 홍콩에서 소화된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 없는 밥상’을 먹자는 황당한 캠페인이 먹힐 정도로 육식을 자주 하는 데다, 일부 법조인들이 개고기 유통 금지 법안까지 마련하는 수고를 기어코 해야 하며, 심지어 고래 고기까지 유통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중국인을 혐오하는 현상은, 필자로서는 이해불가다. 우리 속담에도 있지 않던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을까. 몰지각한 육식이라면, 중국과 한국은 ‘도찐개찐’이다.
최근엔 지구 최고의 탐식이라 할 만한 중국 요리인 ‘만한전석(滿漢全席)’을 소개하는 책도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만한전석’은 말 그대로는 ‘만주족과 한족 모두가 참석하는’ 청나라 황실의 잔치를 뜻하지만, 이 잔치에 나오는 요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며칠씩 먹는 중국 최고의 잔칫상이다 보니, 등장하지 않는 요리가 없었는데 상어 지느러미 요리인 샥스핀(shark’s fin)도 이 자리에 빠지지 않던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샥스핀을 먹는 풍속은 과거의 풍속이 아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돌고래 잔혹극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인 페루의 사정은, 바로 이 샥스핀 요리 재료의 공급과 관련이 있다. 페루의 어부들은 샥스핀 재료인 상어를 잡는 데 미끼로 쓰기 위해 소형 고래들을 배 안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고래 고기를 미끼로 잡은 상어는 주로 아시아로 운송되는데, 반절은 홍콩에서 소화된다고 한다. 홍콩상어재단(www.hksharkfoundation.org)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포획되는 상어는 약 1억 마리에 이른다.
그러니까 이번 우한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악몽은, 만일 그 진원지가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이 맞는다면, 이처럼 탐식에 미쳐 돌아가는 세계 전체의 악몽인 셈이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악마’ 운운했지만, 정말 ‘악마’라면 그것은 중국 안에만 있지 않다.
페루에서는 소형 고래를 토막 내 미끼로 사용할 뿐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형 고래를 토막 내 아예 식탁에 올린다. 클립아트코리아
돈에 눈이 뒤집혀 소형 고래와 상어들을 마구 잡는 페루는 미친 나라인가? 페루에서는 소형 고래를 토막 내 미끼로 사용할 뿐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형 고래를 토막 내 아예 식탁에 올린다. ‘바다, 우리가 사는 곳’(핫핑크돌핀스 지음, 리리, 2019)에 따르면, 매년 한국에서 죽는 밍크고래는 약 200마리로, 그 고기가 130개 정도로 추정되는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사회 일각의 식풍경일 뿐이고, 구성원의 상당수가 고래 고기를 즐기는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한시 일부 시민들의 식풍경이 용인되는 사회와 울산시 일부 시민들의 식문화가 용인되는 사회에 그 어떤 차이가 있을까?
쾌락의 정원’,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 1450~1516)
내 눈에는, 우한 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몇 개월째 지속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인페르노와 동일한 계열의 사건으로 보인다. 그간 인류는 해먹어도 너무 해먹었다. 지금은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인간 외) 자연의 시간이다.
15세기 네덜란드에서 화가이자 도안사로 활동했던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 1450~1516)가 남긴 ‘쾌락의 정원’(1500년 경)은 모두의 자성을 위해, 오늘날 다시 들여다볼 만한 그림이다. 이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는 인간을 먹는 곤충이 등장한다.
16세기가 시작될 무렵 완성된 이 상상의 지옥도는 2020년의 벽두에 현실의 지옥도가 되어 있다. 오늘 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보슈는 이 그림의 중앙부에 너나 할 것 없이 먹어대는 인간을 그려 넣었다.
‘쾌락의 정원’, 히에로니무스 보슈(Hieronymus Bosch, 1450~1516)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한겨레
새들도 ‘가짜뉴스’는 걸러내고 전달
몬태나대학 연구진 “위험신호 들어도 확인이 우선”
붉은가슴동고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피터 해리스 제공
새들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할 때 스스로 확인하지 않은 정보는 걸러내고 전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면서도 동료들에게 위험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몬태나대학 연구진은 지난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붉은가슴동고비와 검은모자쇠박새 등의 조류들이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울음소리로 정보를 알릴 때 포식자에 대한 정보는 스스로 확인하기 전까지 전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다른 새들로부터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듣더라도 진위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붉은가슴동고비와 검은모자쇠박새는 모두 참새과의 소형 조류이다.
앞서 몬태나대 연구진은 이 조류들이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들은 정보를 다시 전달하는 습성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들은 약 50종의 소리를 통해 “위험!” “먹이를 줘!” “나는 짝이 없어!” 등의 메시지를 다른 새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몬태나대 생태학자 에릭 그린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인터뷰하면서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하는 것과 같은 습성”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몬태나주 미즈라에서 60곳, 워싱턴주 마자마에서 3곳 등 야생 동고비가 집단 서식하는 지역에 스피커를 설치해 붉은가슴동고비에게 위협이 되는 포식자인 올빼미 울음소리와 포식자들을 발견했을 때 붉은가슴동고비들이 내는 경고음을 재생했다. 그리고 두 가지 소리를 들었을 때 붉은가슴동고비들이 낸 소리를 각각 녹음했다. 포식자의 소리를 직접 들었을 때와 동료들로부터 전해들었을 때의 반응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한 결과 포식자의 소리를 직접 들었을 때 동고비들은 1음절의 소리를 고속으로 반복해서 내면서 위험을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새들이 1음절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은 동료들을 자극해 ‘모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모빙이란 잡아먹히는 입장의 동물이 집단을 이루어 포식자에게 맞서거나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맹금류가 새끼들이 있는 둥지 근처에 접근할 경우 새들이 떼를 지어 대항하는 것이다. 동고비들은 위협이 클수록 짧고, 긴박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다른 동고비가 내는 경고음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았을 때 동고비들은 일반적인 경고음만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동고비들이 정보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을 때도 일단 동료들에게 경고를 해주는 식의 현명한 생존전략을 가진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위험도가 높은 정보라도 함부로 확산시키지 않는 방식의 신중한 태도를 지닌 덕분에 이 새들이 현재까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새들의 경고음을 들으면 해당 지역에 얼마나 많은 포식자가 있는지 등을 사람이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Travelling - Jeremy Spencer Band Time - Glen Campbell The End Of The World - Skeeter Davis Vincent - Don Mcle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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