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거북 ‘외로운 조지’ 친척들 찾았다
산천어 ‘죽음’의 축제
풍뎅이가 무지갯빛 광택을 띠는 이유
“스위스 대표 은행이 그린피스 ‘사찰’”…시위 방해 등 불법 감시
상주 두곡리 뽕나무…천연기념물로 승격
설 차례상에서도 기후변화를 읽는다
신종 코로나, '생물무기 음모론'에 감염되다
한반도 기상역사 다시 기록한 ‘최고로 따뜻했던 1월’
문화재청 국립자연유산원, 부산 을숙도에 유치 탄력
멸종위기식물 ‘초령목’의 자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산 넘어 산’
금샘로 갈등 해결 ‘뒷짐’, 시간만 2년 끈 부산대
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
드디어 공개된 한국의 기후위기 전략 내용이...
부산에 ‘개미 코때까리’만큼 오던 눈, 이제는 아예 엄따
‘옛 해운대역사 부지’ 20층 호텔 추진에 거센 반발
1월 세계 기온, 역대 1월 중 가장 따뜻
기후변화 선도국? 행동 없는 선언은 공허 - 한국 P4G 개최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
갈라파고스 거북 ‘외로운 조지’ 친척들 찾았다
▲ 2012년 숨진 갈라파고스 땅거북 ‘외로운 조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멸종 ‘땅거북 종’ 유전자 보유한 거북 30마리 발견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갈라파고스 땅거북 종(種)의 후손들이 최근 탐험대에 의해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측은 탐험대가 갈라파고스 이사벨라섬 울프 화산에서 멸종된 종의 유전자를 보유한 땅거북 30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중 어린 암컷 한 마리는 지난 2012년 ‘외로운 조지’의 사망 이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켈로노이디스 아빙도니’(Chelonoidis abingdoni)의 후손으로 추정된다.
이 종의 마지막 일원으로 알려졌던 조지는 당국의 오랜 노력에도 짝짓기를 거부해 결국 100살이 넘게 살고도 후손을 남기지 못한 채 죽었다.
국립공원 측은 이번에 발견된 암컷이 “켈로노이디스 아빙도니 종의 유전적 요소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이 암컷의 부모는 (다른 종이 섞이지 않은) 순수 종일 가능성이 있고 어딘가에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29마리도 이미 멸종된 줄 알았던 또 다른 땅거북 종인 ‘켈로노이디스 플로레아나’(Chelonoidis Floreana)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1천㎞ 떨어진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갈라파고스에서는 지금까지 서식하는 섬에 따라 총 15종가량의 땅거북 아종이 발견됐으며, 이 중 4종이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종 2만∼2만5천 마리의 갈라파고스 땅거북이 살고 있다.
탐험대는 과거 땅거북을 남획했던 해적 등이 갈라파고스를 떠나기 전에 다른 섬에서 잡아 온 거북을 울프 화산에 두고 갔을 수도 있다고 보고 최근 이 주변을 탐험해 왔다. <연합뉴스>
썰매는 달리고 싶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1리(일명 개미산마을) 청년회가 마을 어귀에 만든 썰매장이 얼지 않아 1월29일 개점휴업 상태를 맞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이 마을 청년회는 고향을 찾는 가족과 어린이들을 위해 썰매 60여 개를 손수 만들었다. 노인회와 부녀회의 도움으로 썰매장에 만국기를 내걸고 천막도 설치했다. 하지만 춥지 않은 겨울 탓에,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대했던 썰매장엔 아예 얼음조차 얼지 않고 있다.
연천=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산천어 ‘죽음’의 축제
매년 80만 마리가 인간의 재미 위해 희생
물고기를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방식이 공기 중에 그냥 놔두는 것이다. 아가미의 새엽이 쪼그라들면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는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잡힌 뒤 빙판 위에 놓인 산천어.
우리와 전혀 다른 감각기관을 가진 동물의 정신세계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침팬지라면 얼추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지만, 물고기의 무표정한 표정을 봐서는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안 된다. 그래서 태곳적부터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동물에 한해서만 유대를 쌓아왔다. 그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반려자로 삼았으며, 때로는 도살장 앞 도로를 점거하고, 동물실험실에 쳐들어가 동물의 권리를 방어했다. 그러나 물고기를 위해서라면… 우리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에 쏟아붓기 전 닷새간 굶기고
그런데 꽁꽁 언 빙판에 금이 가듯 균열이 생겼다.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하나, 한국전쟁 때 중공군이 내려온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든다는 강원도 화천이다. 매년 이맘때 화천읍에서는 ‘산천어축제’가 열린다. 화천천은 얼음 구멍에 낚싯줄을 던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된다. 3주 동안 180만 명이 방문하고, 산천어 80만 마리가 걸려 나온다. 2003년 시작된 이 축제는 지방자치단체 관광산업의 모범이자, 국내 최대 축제로 성장했다.
사실 이 축제가 성공한 비결은 도심에 있는 ‘실내 낚시터’를 과감히 ‘실외 낚시터’로 이전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산천어는 야생이 아니다. 야생 산천어라면, 영동 산간에서 살다 오호츠크해까지 긴 여행을 떠났다가 죽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산천어는 양식장 물고기다. 전국 양식장에서 인공수정해 만든 치어를 1년여 키워 축제장의 얼음 밑으로 쏟아붓는다.
그러다보니 양식장에서 일어나는 동물복지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화천천에 투입되기 닷새 전부터 물고기를 굶긴다. 물고기를 낚았는데, 내장에서 지저분한 게 나오면 안 되니까. 수송은 물고기에게 큰 스트레스인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죽는다. 여기서 살아남은 산천어들이 양육장에서 대기했다가 미끼가 모빌처럼 흔들리는 빙판 밑 수중 세계로 들어간다. 역설적이지만, 시멘트 수조에서 커온 1년여의 삶 끝에 그들이 처음 맛보는 자유다.
5년 전, 처음 산천어축제에 갔을 때, 축제장은 컨베이어벨트가 깔린 공항처럼 움직였다. 사전에 돈을 내고 예약한다. 사람들은 입구 심사대에서 검색받고, 빙판 구멍 옆에 자리잡은 뒤 산천어를 잡는다. 최대 세 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잡은 산천어는 화로로 가져가 알루미늄 포일에 싸서 굽는다. 15분이면 생선구이가 되어 나오고, 이를 먹고 나간다.
물고기 처지에서도 경로가 정해져 있다. 매일 시간대별로 수송 트럭이 화천읍 인근 양육장에서 산천어를 가져와 빙판 밑으로 투입한다. 산천어는 헤엄치다가 미끼를 물고, 그날 안에 생선구이가 된다.
물고기를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은 그냥 놔두는 것이다. 물고기의 아가미는 낮은 농도의 산소를 빨아들이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공기 중에 노출된 아가미의 새엽은 쪼그라들어 산소를 빨아들일 수 없다. 산천어는 표정이 없지만,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아주 천천히 죽어간다. 긴 고통의 시간이 문제의 핵심이다. 컨베이어벨트에 올려진 동선으로 봤을 때, 산천어 처지에선 ‘죽음의 과정’이 축제가 된 것이다. 죽음에 앞서 대기하고(양육장),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며(양육장 물고기가 빙판 아래서 맘껏 헤엄친다), 미끼에 걸려 육지로 나와 호흡곤란을 겪은 뒤(사망), 생선구이 화로에 들어간다(화장).
진통제 맞으면 잠잠, 물고기도 느끼는 고통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 표정이 없고 신음을 내지 않기에 우리는 물고기의 고통을 직관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물고기의 고통을 연구한다. 대표적 방법이 모르핀을 이용한 실험이다. 일반적으로 물고기에게 통각 수용체가 몰려 있는 곳은 미끼를 무는 안면 부위다. 무지개송어의 안면 부위에 벌독과 식초를 투여한다. 이렇게 하자 무지개송어의 아가미 개폐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스트레스(고통)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으로는 고통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 있다. 과학자는 다시 무지개송어에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여한다. 그러니까 무지개송어가 잠잠해졌다. 진통제 효과를 본다는 건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얘기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사회제도는 과학적 결과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나마 노르웨이와 영국이 양식장 물고기의 ‘인도적인 도살’에 관심이 있다. 인도적 도살이란, 확실히 기절시킨 뒤 최대한 빨리 도살하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선 의식 회복 가능성이 있는 이산화탄소 기절법을 금지하고, 전기충격법과 가격법으로 양식장 연어를 도살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는 명문화된 법령은 없지만,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만든 물고기의 인도적 도살 지침이 현장에서 준용되고 있다.
5개 동물·환경단체가 모인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번 축제 때부터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산천어축제를 ‘재미로 하는 살상’을 테마로 내건 ‘가두리 학살’이라고 한다. 올해에는 이 축제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조항에 저촉된다며, 행사 주체인 화천군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은 공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나, 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아 처벌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고통을 느끼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어류도 척추동물이어서 법 적용 대상이지만, 식용이 목적인 어류는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법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다.
가난한 지자체가 손쉽게 돈 버는 길
5년 전 산천어축제를 취재하면서, 이 축제의 ‘창조자’인 정갑철 전 화천군수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군수에 당선된 그는 가난한 시골 지자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때 기획자가 가져온 것 중 하나가 산천어축제였다. “지역은 예산이 없고 자본은 부족하고… 그때 우리 같은 지자체가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게 축제예요. 적은 비용 들여서 많은 관광객이 오게 하는 것. 사실 저희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지요.”
나는 산천어축제의 문제가 ‘동물의 고통’이라는 윤리적 스펙트럼 속에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대개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 시작된 근저에는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이 똬리를 튼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소와 돼지를 기를 수 없는 무산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게 개농장이다. 법적 규제에 비켜서 있는 개농장은 세금도 내지 않고 환경기준도 건너뛰며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립의 전망을 상실한 지자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동물을 팔아먹는 일’이다. 동물을 이용한 산업은 부가가치가 가장 많이 남는 장사다. 인공수정으로 ‘싸게’ 동물을 불릴 수 있고, 새끼를 낳으면 그대로 돈이 된다. 그래서 미국 시월드가 인공수정한 범고래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오락) 업체로 성장하지 않았겠는가.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축제의 즉각 폐지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당장에는 맨손잡기 프로그램처럼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는 건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친화적 생태 축제로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최초 발상의 전환을 뒤집는 두 번째 발상의 전환에, 추가적인 연구와 콘텐츠·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중앙이 지방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만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물고기의 고통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바뀌는 사람들의 감성 속에서 혼란을 겪을 산천어축제가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다. /글·사진 남종영 <한겨레> 기자 fandg@hani.co.kr
풍뎅이가 무지갯빛 광택을 띠는 이유
풍뎅이 등 많은 동물이 무지갯빛 광택을 낸다. 그 위장 효과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풍뎅이는 겉날개가 초록빛 광택을 띤다. 풍뎅이보다 드물지만, 비단벌레도 에메랄드와 붉은빛이 화려하다. 이처럼 눈에 띄는 무지갯빛이 역설적으로 자연에서는 뛰어난 위장 효과를 낸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카린 셰른스모 등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2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동남아 비단벌레의 겉날개를 이용한 실험결과 무지갯빛 광택이 그렇지 않은 색깔에 견줘 새와 사람의 눈에 덜 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생물의 무지갯빛이 은폐의 한 형태일 수 있다는 실증적 증거를 제시했다”며 “이로써 여러 생물종에 걸쳐 이런 빛깔이 광범하게 나타나는 데 대한 진화적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지갯빛 광택을 내는 동남아 비단벌레의 다양한 겉날개. 카린 셰른스모, 조 홀 제공.
셰른스모 박사는 “무지갯빛 색깔은 비눗방울과 음악 시디 등 일상에서 낯익지만, 자연계에서도 흔한 색깔”이라며 “이 색깔은 비단벌레로부터 새의 깃털과 정원의 딱정벌레까지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자연계에서 동물의 반짝이는 무지갯빛은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짝짓기 때 암컷의 눈길을 끄는 것과 포식자에게 독성이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위장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자연주의자 애버트 핸더슨 테이어(1849∼1921)는 100여년 전에 동물의 무지갯빛 색깔이 위장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오랜 가설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비단벌레의 겉날개를 900개 모아 매니큐어로 광택을 없애고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한 뒤 자연 상태의 겉날개와 함께 놓고 어느 쪽이 새의 눈에 잘 띄는지 실험했다. 겉날개 아래엔 죽은 거저리 애벌레를 놓고 새들이 어떤 겉날개를 많이 쪼는지 비교했다.
우리의 직관과 어긋나는 결과가 나왔다. 무지갯빛 비단벌레 겉껍질은 무광택의 단색 겉껍질보다 새들의 공격을 덜 받았다. 셰른스모 박사는 “동물의 무지갯빛은 박물관의 환한 조명에서는 쉽게 포착할 수 있지만, 빛이 얼룩얼룩한 자연환경에서는 그다지 밝게 도드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에 놓인 비단벌레 겉껍질(중앙)은 뜻밖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카린 셰른스모, 조 홀 제공.
흥미롭게도 이번 실험에서 검은색도 무지갯빛 못지않은 위장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자들은 “자연계에 왜 검은 빛깔의 곤충이 많은지 이번 실험이 말해준다”며 “곤충의 검은 빛깔은 열을 잘 흡수하는 것 말고도 포식자 회피 효과도 낸다”고 논문에 적었다. 그렇지만 비단벌레의 무지갯빛 겉껍질을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에 놓았더니 새들의 눈을 피하는 효과가 훨씬 커졌다. 자연적 배경에서는 무지갯빛이 검정보다 포식자를 피하는 데 낫다는 얘기다.
그런데 새들이 무지갯빛 겉껍질을 포착하고도 경계색으로 보고 공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에게 똑같은 실험을 하도록 했고, 마찬가지로 무지갯빛이 눈에 덜 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셰른스모 박사는 “같은 실험을 사람을 대상으로 했을 때 무지갯빛 딱정벌레 찾느라 진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나 사람이나 자연적이고 복잡한 숲 환경에서 무지갯빛 물체를 포착하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비단벌레. 멸종위기종 1급 보호동물이다. 신라 시대 왕실 장신구에 쓰였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무지갯빛 광택은 여러 층의 큐티클이 빛을 반사하면서 생기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비단벌레의 겉껍질은 장신구용 보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용 저널: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19.12.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스위스 대표 은행이 그린피스 ‘사찰’”…시위 방해 등 불법 감시
크레디트 스위스, 그린피스 이메일 해킹
그린피스 집회 장소 알아내 시위 무력화
‘환경파괴 산업 투자’ 반대 시위에 보복
크레디트 스위스 내부에서도 경영진 사찰
스위스의 대표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의 제네바 본부 건물 지붕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출처 flickr
대표적인 스위스 은행 중의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가 국제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를 불법적으로 감시했다고 스위스 일간 <존탁스차이퉁>이 2일 보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자신들의 주주 총회를 방해한 그린피스를 염탐해, 이들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의 최고운영책임자 피에르 올리베르 부에는 회사의 보안 책임자를 그린피스에 침투시켜 이 단체의 이메일 등을 해킹토록 했다. 그린피스가 조직하는 시위 등 향후 활동을 적은 이메일 리스트를 확보해, 자신들에 대한 그린피스의 반대 시위를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자신들에 대한 그린피스의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곳을 건설 장소로 지정해 그린피스 시위대의 접근을 막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앞서 그린피스는 지난 2017년 크레디트 스위스의 주주총회에서 활동가들이 연단 위로 줄을 타고 내려오며 이 은행의 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미국에서 환경파괴 논란을 부른 다코타 송유관 건설 계획과 관련됐다고 비난했다.
은행 쪽은 그린피스 사찰은 최고경영자인 티잔 티엄이 모른 채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린피스 사찰은 부에가 이 회사의 내부 경영진을 사찰한 것이 드러나 지난 12월 해고되면서 불거졌다. 최고경영자 티잔 티엄의 측근인 부에는 스파이를 고용해 전 자산운용책임자인 이크발 칸을 사찰했다. 티엄은 이 은행의 회장인 우르스 론네르와 경영권을 놓고 다투다가, 론네르의 측근들을 사찰한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상주 두곡리 뽕나무…천연기념물로 승격
양잠이 번성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역사적 가치 커
천연기념물 제559호 상주 두곡리 뽕나무 전경(문화재청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경상북도 1호기 기념물인 ‘은척면의 뽕나무’가 ‘상주 두곡리 뽕나무’라는 명칭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59호로 승격했다. 경북 상주 은척면 두곡리 마을의 끝자락에 있는 농가 뒤편에 자리한 이 뽕나무는 1972년 12월에 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30일간의 지정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상주 두곡리 뽕나무의 수령은 300년으로 추정되며 나무의 높이는 10m, 둘레는 3.93m다.
뽕나무는 뽕나무로는 보기 드문 노거수로 아름다운 수형을 유지하고 있고 매년 많은 양의 오디가 열릴 정도로 수세가 양호하다. 또한 삼백(쌀, 곶감, 누에)으로 유명한 상주지역의 양잠이 번성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상주 두곡리의 양잠업은 1980년대 초기까지 성행했으나 이후 양잠업의 쇠퇴와 더불어 주변 뽕나무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주 두곡리 뽕나무는 수백년의 재배역사를 간직한 것으로 지역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뽕나무는 창덕궁의 관람지 입구에 있는 뽕나무가 유일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주 양잠문화의 상징인 뽕나무의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지정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며 “또한, 뽕나무 생육환경 개선, 관람환경 정비 등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위상에 맞는 체계적인 보존‧관리 활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song@greenpost.kr
설 차례상에서도 기후변화를 읽는다
설 연휴를 맞아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민이 해마다 깊어지고 있다. 차례상은 보통 어동육서, 좌포우혜, 조율이시, 홍동백서 등 전통에 따라 상에 올린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식혜, 명태포, 사과, 대추, 밤, 곶감, 두부 등을 상에 올린다. 하지만 이런 차례상에도 전인류적 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로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와 함께 한국에서 나는 농수산물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 과일인 사과는 설 차례상에서 보기 점점 힘들어질 전망이다.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 규칙에 등장하는 붉은 과일인 사과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26도를 넘지 않는 지역에서 재배해야 하는 작물이다. 그래야 열매가 잘 익어 상품성을 갖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남쪽 지방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며 사과 재배지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 재배지가 계속 북상해 21세기말에는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할 곳이 강원 일부 지역 밖에 남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최대 사과 산지가 대구에서 경북 북부 지방으로 바뀌었으며 강원 지역도 앞다퉈 사과 재배지를 늘리고 있다. 강원 정선군은 이달 23일 2022년까지 사과 재배면적을 300헥타르(ha)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18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사과재배지가 1980년에는 전국에 형성되어 있었으나 1995년 이후 충남 일부, 충북, 경북 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사과의 주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인 경산, 영천, 경주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반면 경북, 충북, 충남 지역과 강원 산간지역으로 확산됐다. 보고서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경우 21세기말에 총 재배가능지가 모두 급감해 강원 지역 일부 재배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사과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과의 경우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 정도지만 국내산 명태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1980년도에 강원도 앞바다서 10만t 가까이 잡히는 ‘국민 생선’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 해역에서 명태를 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 수가 감소해 2010년대 들어 1~9t 정도 잡히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명태의 약 90%는 러시아산이다. 이렇게 한국 해역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에 대해 새끼 명태에 대한 무분별한 남획도 이유로 꼽히지만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며 명태들이 수온이 낮은 러시아 해역이나 일본 오호츠크해로 북상했다는 게 기후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차례상의 명태포는 국내산이 아닌 러시아산들이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내재거재(來在去在∙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라는 말처럼 기후변화로 설 차례상에 새롭게 오르게 될 후보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제주도에서만 잡히던 방어가 강원도까지 올라왔다. 제주가 주산지였던 방어가 요즘 강원도 앞바다를 주름잡고 있다. 방어가 강원도 특산물로 꼽힐 정도다. 연간 1000t 수준이던 강원도 방어 어획량이 2017년부터 3000t대로 급증하고 있다. 반대로 제주도의 방어 어획량은 급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연간 어획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3일까지 제주지역에서 잡힌 방어는 310t으로 2018년의 18.5%에 불과하다. 2014~2018년 연평균 957t으로 따져도 32.4% 수준에 불과하다. 대표적 난류성 어종이 제주 해역의 수온이 높아지자 강원 지역으로 북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 등지에서 맞보던 열대과일도 한국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아열대기후 하에서만 자라던 파파야, 바나나, 패션프루프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메이드 인 코리아’ 열대과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경지 면적의 10.1%가 아열대기후에 속하며 2060년이며 26.6%, 2080년이면 6.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경북 안동, 충북 청주, 경기도 평택 등지의 농가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생물무기 음모론'에 감염되다
음모론은 늘 사람의 눈길을 끈다. 그 안에는 놀랍고 흥미로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그 음모론에 펼쳐져 있어 감염병 바이러스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음모론은 유명인의 죽음이나 초과학적 현상에서 대유행 감염병의 병원체 기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대표적 음모론은 존 에프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 히틀러의 죽음 등과 같이 세계적인 저명 정치지도자의 극적 죽음이나 외계인의 지구인 유괴, 로즈웰 UFO 추락 사건처럼 초과학적인 현상, 미국 우주인 달 착륙, 그리고 에이즈, 사스 등과 같은 세기의 감염병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런 음모론은 인간의 확증편향, 인지부조화, 편집증과 같은 숙주에 기생해 사람들의 뇌 인식 디엔에이(DNA)를 감염시킨다.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들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면서 이 바이러스의 진원지, 즉 기원과 관련한 음모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매스미디어 등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의 생물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을 그럴듯한 일부 사실과 전문가를 등장시켜 퍼트리고 있다.
래리 로마노프(Larry Romanoff)도 음모론을 퍼트리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저술가이자 은퇴한 경영 컨설턴트 겸 사업가인 그는 상하이 푸단대학교 초빙교수를 지냈다. 그는 캐나다 글로벌리서치센터에 기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의문 : 자연발생이냐? 조작된 사건이냐?'란 제목의 글에서 사스바이러스가 실수로 실험실에서 유출된 중국의 생물무기라는 미국 ABC방송을 소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 등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생물무기일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또 다른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유튜버 조던 세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비밀 생물 무기 프로그램'의 일부였으며 우한의 바이러스학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근거는 매우 빈약했다. 전직 이스라엘 군사 정보 요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생물학 무기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최소 수백만 명에게 빠르게 퍼져나갔다.
생물무기와는 결이 약간 다른 음모론도 제기됐다. 영국의 퍼브라이트(Pirbright)연구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활용해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해 왔는데 이에 대한 특허 문건을 2015년 제출했고, 이 백신 개발에 돈을 기부한 미국의 빌 게이츠 재단한테서 더 많은 기부금을 받기 위해 이번에 중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제조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음모론, 특히 신종 바이러스 등 병원체는 생물무기 개발이나 생명공학 기술 개발과 관련돼 등장한 것이라는 주장은 치명적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단골메뉴로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즈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유래와 관련한 음모론이다.
에이즈 음모론은 다양한 갈래로 전개됐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 당시 생물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이즈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일본의 한 언론인이 자신의 저서 <계획된 공포>에서 제기했다. 그는 1969년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의 연구소에서 실험용 원숭이가 사람의 에이즈와 비슷한 증상의 괴질로 거의 동시에 사망한 사건을 그 근거로 꼽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생물학전에 사용하려는 병원체는 적군에게만 치명타를 가하고 아군에게는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아군에게 치료제 내지는 예방백신이 있어야 한다. 에이즈는 일종의 성병이다. 따라서 에이즈바이러스를 생물무기로 사용하려 했다는 주장 자체가 비과학적이다.
에이즈바이러스 생물무기 기원설의 진원지는 소련이었다. 소련은 1985년 10월 소련의 한 문학주간지를 통해 인도 뉴델리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패트리어트>가 "에이즈를 퍼트린 장본인은 미국 워싱턴 근교의 유전공학연구소로 모르모트 대신에 미군을 인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보도를 했다며 이를 인용보도하는 방법으로 생물무기설을 퍼트렸다.
에이즈바이러스를 1970년대 들어 본격화한 유전공학의 산물로 돌리는 음모론도 있었다. 또 특정지역의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이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에이즈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질병 자체가 아님에도 치료제를 팔아먹기 위해 다국적 제약기업이 가짜로 만들어낸 감염병이라는 음모론도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하는 책도 발행돼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출현을 백신 개발과 연관 짓는 음모론도 있었다. 유엔 직원으로 일했고 영국 BBC방송의 아프리카 특파원을 지낸 에드워드 후퍼는 그의 저서 <강: HIV와 에이즈의 기원을 찾아서 (The River: A Journey to the Source of HIV and AIDS)>에서 학자들이 침팬지에서 발견되는 SIV(Simian Immunodeficiency Virus, 유인원 면역결핍 바이러스)를 변형해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필라델피아 위스타연구소의 폴란드 출신 바이러스학 박사 힐러리 코프로브스키(Hilary Koprowski)가 SIV에 감염된 침팬지의 조직으로 만든 경구 소아마비 백신을 벨기에 연구소 2곳을 통해 1957년부터 1960년까지 벨기에령 콩고지역 주민 약 1백만 명에게 나누어주어 에이즈가 시작되었으며 이 지역이 에이즈 초기 발병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타보 음베키는 에이즈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즉 HIV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만성적 질병, 영양실조 등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논리적인 음모론을 주장했다. 남아공은 이런 음모론에 깊이 빠져 에이즈에 걸린 자국민에게 치료제를 공급하지 않고 예방에도 소홀히 하다 많은 국민이 에이즈에 걸려 목숨을 잃자 뒤늦게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두 차례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만든 에볼라도 음모론을 비켜가지 못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도 아주 높아 생물무기로서 눈길을 끄는 특성을 지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볼라바이러스를 생물안전 수준 4등급 병원체 및 카테고리 A 생물테러 병원체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사람 몸 밖 일반 환경에서 빠르게 사멸돼 대량살상 무기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 BBC는 미국과 적대관계를 보이던 북한이 2015년 국영언론을 통해 에볼라바이러스가 미군에 의해 생물학적 무기로 만들어졌다는 보도를 했다고 방송했다. 북한은 미국 등에 의해 생물무기를 대량 생산·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낙인이 찍혀왔다. 에볼라바이러스의 미국 생물무기설은 이런 미국에 대한 북한의 음모론적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 스릴러물과 냉전과 냉전 이후 세계를 다룬 첩보 및 군사 소설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톰 클랜시는 1996년 <행정 명령>이라는 소설에서 '에볼라 마잉가(Ebola mayinga)'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 균주를 사용하여 미국에 대한 공격을 하는 아랍인 테러리스트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은 에볼라 관련 인기 책들에 담긴 잘못된 정보가 외려 질병의 확산에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사스와 관련한 음모론도 다양하게 나왔다. 최초의 음모론은 러시아 과학자가 제기했다. 러시아의학아카데미의 세르게이 콜레스니코프(Sergei Kolesnikov)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홍역과 유행성이하선염바이러스의 합성으로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두 바이러스의 조합은 자연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스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이고, 홍역과 볼거리는 파라믹소바이러스이다. 이 두 유형의 바이러스는 그 구조와 인체 감염 방법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두 개의 파라믹소바이러스로부터 만들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콜레스니코프 등의 주장을 접한 많은 중국인들은 당시 인터넷 토론 게시판과 대화방에서 논쟁을 벌였다. 이때 중국인들은 사스바이러스가 미국이 제조한 생물학적 무기일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사스 바이러스의 원천, 즉 진원지를 찾아냄으로써 생물무기설은 쑥 들어갔다. 사스 환자가 처음 발견된 중국 광둥성에서 중국인들이 종종 죽이고 먹기까지 하는 아시아야자사향 고양이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고양이에게서 사람이 전염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왔다.
사스바이러스의 미국 개발 생물무기 음모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스가 중국 본토, 홍콩, 대만 및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중화권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힌 반면 미국, 유럽 및 일본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가 매우 약하다. 거의 모든 유행병은 최초 진원지를 중심으로 펴져나가기 때문에 진원지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을 지금 겪고 있는 신종 코로나 유행에서도 똑똑히 보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완전히 밝혀졌다. 염기서열 어디에서도 유전공학의 산물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지만 이것은 유전자 조작의 결과가 아니라 동물 간 전파되면서 돌연변이가 되었거나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박쥐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이 박쥐가 사스바이러스의 자연 저장소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스바이러스 생물무기설은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바이러스 생물무기 음모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과 새로운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첫째,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불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과학적 근거가 매우 중요한데 거의 모든 신종 감염병 병원체를 둘러싼 음모론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분야 전문가의 눈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에이즈바이러스를 베트남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미국이 만든 생물무기라는 음모론은 이미 최초 에이즈 환자가 1959년에 있었다는 과학적 연구조사 결과로 미루어 거짓임이 드러난 바 있다.
감염병 음모론은 이런 내용을 담은 허구의 감염병 재난 소재 소설이나 영화와 맞물려 증폭된다. 다시 말해 음모론 소설과 영화를 접한 일반시민들은 감염병 음모론을 누가 주장하면 그것에 쉽게 감염되어 이를 믿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를 악용해 바이러스 전문가와 연구소, 생명공학 기술 등을 적당히 버무려 많은 사람들이 혹할 수 있는 맛깔난 메뉴로 내놓는다.
이는 다시 1인 미디어나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공신력 있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화제성 기사 또는 단순보도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된다. 앞서 소개한 래리 로마노프의 글도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가 동물에서 인간이 감염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을 은연중에 내비친 그의 주장을 우리나라에서도 (사)다른백년 등 일부 집단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감염병 음모론은 치명적 감염병의 창궐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일반시민들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이른바 '희생양 찾기' 차원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에이즈의 경우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을 공격하고 공산주의의 도덕성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미국 생물무기설을 지어내어 퍼트린 것이다.
중국의 은폐와 늑장 대응 때문에 사스가 2002~2003년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 각국이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빠졌다. 중국 생물무기 음모론을 만들어 중국을 곤경에 빠트리려는 세력이있을 수 있고 중국이 비난받자 거꾸로 미국 생물무기설을 주장한 중국인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늑장 대응과 사실 은폐 등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 때문에 중국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국가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상황에까지 먹구름이 드리워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강한 책임을 지우고 싶은 욕구가 세계 곳곳에서 분출할 수 있다.
과거 1960~80년대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때는 당시 치열하게 생물무기 개발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소련이 음모론의 대상 국가였다면 2000년대 들어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과 대립하는 새로운 패권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사스, 신종 코로나 창궐 진원지라는 사실을 근거로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음모론, 특히 감염병 음모론은 시민들이 정부나 전문가를 믿지 못하는 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처럼 적당한 때가 되면 고개를 들고 나와 창궐할 것이다. 따라서 감염병 음모론을 잠재우는 것은 가짜 음모론 뉴스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투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포와 음모론 바이러스에는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조차 면역력이 없다. 그때마다 총력을 기울여 소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다. 그리고 일부러 음모론을 만들어내어 퍼트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련 글이나 사이트를 삭제하거나 처벌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와 언론도 이 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 음모론과 관련해 트위터가 취한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트위터는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중국 전문가가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적 주장을 펼친 금융·시장 전문 블로거인 '제로 헤지(Zero Hedge)'에 대해 트위터의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트위터 계정을 영구 폐쇄했다. 제로 헤지는 개인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의 파워블로거이며 최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프레시안
한반도 기상역사 다시 기록한 ‘최고로 따뜻했던 1월’
평균기온 2.8도…평년보다 3.8도 높아
“점차 따뜻한 겨울, 기후변화 영향”
지난 1월 한 달간의 한반도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은 2.8도로 나타났다. 평균 최고·최저기온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기상청은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이 2.8도로 나타나 기상청이 전국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평년보다 3.8도가 높은 것으로, 직전 기록은 1979년의 1.6도였다.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1월을 보낸 것이다. 지난달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7.7도, 영하 1.1도로 나타나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직전 기록은 각각 1979년 7.1도, 1989년 영하 2.4도였다.
기상청은 이런 고온현상이 올겨울 시베리아 지역에 따뜻한 남서기류가 주로 유입된 데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극 소용돌이’ 현상이 예년보다 강했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도 평년보다 1도 내외로 높았던 탓에 한반도로 따뜻하고 습한 남풍 기류가 주로 유입됐다.
이 결과, 1월1일을 제외한 1월 모든 날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다. 특히 6~8일과 22~28일은 따뜻한 남풍 기류 영향으로 전국에 고온현상이 나타났다.
1월엔 강수량(83.4㎜)도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1위는 1989년 101.5㎜). 따뜻하고 습한 남서쪽 저기압 때문이다. 기온이 높았던 탓에 눈보다는 주로 비가 내리면서 적설량은 최저를 나타냈다. 특히 6~8일에는 저기압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이 사흘간의 누적 강수량이 역대 1월 1위를 기록한 곳이 많았다.
북한 역시 지난 1월 평균기온이 영하 3.8도로 평년(영하 7.7도±0.7도)보다 높았고, 강수량 역시 35.0㎜로 평년(8.4~13.4㎜)보다 많았다.
기상청이 관측 기록을 보유한 1973년 이후 역대 1월의 평균기온을 놓고 보면 서서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 1월 기온 값은 이 그래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올해 1월이 따뜻했던 것은 극 소용돌이가 올해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갇혀 있었던 게 주된 원인”이라며 “이런 모습은 해마다 조금씩 다른 자연 변동성 때문이지만 겨울이 점차 따뜻해지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문화재청 국립자연유산원, 부산 을숙도에 유치 탄력
동남권 생태 자원 보존 기관
- 이달 용역 착수…예타도 신청
- “세계적 철새도래지, 유력 후보”
부산시가 건의하고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국립자연유산원 건립사업(국제신문 지난해 4월 3일 자 1면 보도)이 본격화한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 일원에 자연유산원을 유치하려는 시의 계획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이달 내 산하기관인 국립자연유산원을 건립하기 위한 기본계획용역에 착수한다고 3일 밝혔다. 자연유산원은 동남권의 세계적 생태 자원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국비 2억 원이 소요되는 이번 용역에서는 조직, 인력, 필요 시설 구성 등 구체적인 자연유산원 운영 방안을 연구한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도 이달 내 신청하기로 했다. 현재 자연유산원 유치를 희망하는 경쟁 지역이 없어 부산이 신청하면 단독 후보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1년 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 및 심사를 통과해 자연유산원 건립사업이 확정되면 부산 유치가 확실시되는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치를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부산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를 보유한 지역이자 건립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곳이어서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그간 문화재청과 시는 2024년까지 국비 907억 원을 들여 을숙도 일원 8만 ㎡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2만946㎡ 규모의 자연유산원 건물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자연유산원에는 정보관리동, 연구동, 수장고동 같은 생태계 자원 보관·연구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가 2016년 8월 문화재청에 부산 소재 국립천연기념물관 건립을 건의하자 문화재청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의 공간이 좁아 자연유산원 건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대상지로 부산을 검토해왔다. 이에 시는 지난해 4월 예비타당성조사 대비를 위한 자체 타당성조사를 시행하고, 필요 예산을 국비에 반영해 달라고 정부·여당에 건의했다.
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자연유산원 건립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도록 최대한 역량을 쏟아 측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멸종위기식물 ‘초령목’의 자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측
평년보다 한달 앞서 개화해
한 달여 일찍 꽃을 피운 제주의 초령목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인 제주도의 초령목이 평년에 견줘 한 달 가량 일찍 꽃이 피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계절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25일 초령목이 꽃이 핀 것이 처음 발견했으며, 이는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이른 개화라고 4일 밝혔다.
제주도의 초령목 개화 시기는 3~4월로,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은 일본과 대만 지역은 2~4월에 꽃이 핀다. 제주지역에서도 보통 2월 하순과 3월 초순에 꽃이 핀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쪽은 “올해 초령목 개화가 10년 전에 견줘 40여일 정도 앞당겨졌으며, 지난 2015보다는 한 달 정도 일찍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최병기 연구소 박사는 “포근했던 올해 겨울 기온이 초령목의 개화를 앞당긴 원인이다. 이처럼 빠른 개화가 초령목의 종자 결실과 집단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초령목은 한국과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상록성의 목련과 큰키나무이며 꽃 크기는 지름 4~5㎝로 자생 목련류 가운데 가장 작다. 개체 수가 적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돼 있으면 산림청에서도 희귀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산 넘어 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양산 동면 곳곳에 걸려 있다.
부산시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남 양산시 동면 이·통장단협의회 등 일부 주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정산은 부산 금정구와 경남 양산 동면(13개 마을)에 걸쳐 있다.
4일 양산시 등에 따르면 동면 이·통장단협의회가 지난달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비대위는 현재 이·통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부녀회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부산시가 금정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한 데다 같은 해 12월 민관협의체 구성을 위해 양산시에 위원 1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 때문이다.
“40년 넘은 그린벨트에 또 규제”
양산 동면 주민 반대운동 나서
비대위는 “양산 쪽 금정산은 1972년 국토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지정돼 40여 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100개에 달하는 고압송전탑으로 생활에 큰 불편까지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최근 ‘주민 의견 무시하는 금정산 국립공원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 30개를 곳곳에 내걸고, 오는 4월 말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비대위는 서명 작업 과정에 주민 호응이 좋으면 반대 조직을 범시민 반대대책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특히 비대위는 서명 작업이 완료되면 환경부와 부산시 등 관련 기관에 전달하고, 항의 집회를 벌이기로 하는 등 강력히 투쟁하기로 했다. 양산시도 지난해 하반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여론을 수렴해 환경부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부산시는 2018년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을 거쳐 지난해 6월 환경부에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환경부도 부산시의 건의에 따라 타당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금샘로 갈등 해결 ‘뒷짐’, 시간만 2년 끈 부산대
금샘로 부산대 통과 구간의 공사가 수년째 늦어지면서, 도로 공사가 중단된 곳은 건설 폐기물 야적장으로 전락했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에 사는 이현정(가명·40) 씨는 출근길만 되면 짜증이 솟구친다. 그렇지 않아도 출퇴근 시간이 되면 교통 체증으로 엉망이 되는 중앙대로다. ‘금샘로만 개통되면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를 한 적도 있었지만, 그 기대는 접은 지 오래다. 부산대 구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남산동에서 금샘로로 달려오던 차량이 그대로 중앙대로로 쏟아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공사장이 금정구의 건설 야적장으로 전락한 건 덤이다.
市 “지하 관통” 학생들 “우회터널”
미개통 구간 850m 공법 갈등
부산대가 나서 ‘적절 공법’ 용역
결론 못 낸 채 市에 다시 공 넘겨
금정구 숙원사업 해결 ‘하세월’
주민 “출퇴근 지옥 언제 해결되나”
이 씨는 “금샘로가 무용지물이다 보니, 중앙대로는 매일 출퇴근 시간이면 지옥도로가 된다”며 “부산시든, 부산대든 빨리 공사 일정을 마무리해서 주민 불편을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불평했다.
부산대가 금정구의 숙원 사업인 ‘금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체 용역 등으로 수년을 허비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부산시로 다시 공을 넘겼다. 부산대가 시간을 끌어 금샘로 개통이 늦어지는 동안 체증이 극심한 중앙대로를 통행하는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부산대는 4일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금샘로 공법 적정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한 결과, 마땅한 공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금샘로의 공법을 두고 부산시와 학내 구성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적절한 공법을 찾겠다며 자체적으로 용역을 진행했다. 1년을 넘게 끌어온 부산대가 내린 결론은 ‘채택할 공법이 없다’였다.
부산대가 용역을 진행하는 동안 부산시도 실시설계 용역을 중단했다. 결국 대학이 공사에 딴지를 걸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금정구 남산동에서부터 금강식물원 입구까지 3.5km 길이의 금샘로는 우장춘로를 따라 미남교차로까지 이어진다. 부산시는 1993년부터 중앙대로의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금샘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까지 부산대 통과 구간인 850m를 제외하고는 모든 구간의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부산대 통과 구간이 개통되지 않아 반쪽짜리 도로 역할만 하고 있다.
부산시는 당초 도시계획시설대로 학교를 관통하는 지하 차도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산대는 학교를 통과하는 도로에 대해 극구 반대 입장을 펼쳐왔다. 시의 방식대로 지하 차도를 만든 뒤 다시 덮는 ‘개착식’ 방식으로 공사를 할 경우, 공사 진동과 소음 등으로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에는 금샘로 예정구간과 30m도 떨어지지 않은 미술관에서 외벽이 붕괴해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학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1년 넘게 끌어온 부산대의 용역이 결론 없이 마무리되자 부산대 금샘로 비대위원회는 이번에는 요식행위에 그친 용역 결과를 따를 것이 아니라 대학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본부가 2018년 12월 학부·대학원생, 교원 등 362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우회터널 형태로 건설해야한다는 응답이 54.6%(1981명)에 달했다. 부산시가 제안한 개착터널 형태로 해야 한다는 응답률을 11.5%(416)명에 그쳤다. 주기재 비대위원장은 “대학은 결론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부산시의 안대로 밀어붙인다면 그 진동과 소음으로 인해 학내 안전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물론, 학습권의 침해도 불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우회터널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샘로를 둘러싼 이견은 결국 한발도 좁혀지지 못한 셈이 됐다. 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우회터널을 개통할 경우 당초보다 예산이 훨씬 늘어나고 환경 파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대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논의를 진행해 보겠다”고 말했다.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개와 쥐 사이, 오징어는 왜 그렇게 영리할까
오징어 뇌지도 작성…척추동물 중추신경계와 유사 ‘수렴 진화’
화살오징어과의 흰꼴뚜기. 오징어와 문어는 무척추동물이면서 척추동물 못지않은 지적 능력으로 유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오징어와 문어, 주꾸미, 갑오징어 등 두족류는 다리가 몸이 아닌 머리에 달린 무척추동물이면서도 척추동물 뺨치는 지적 능력을 자랑한다. 척추동물과는 5억년 전 갈라져 나왔지만 놀라운 위장과 학습 능력 등으로 ’외계에서 온 생물 아니냐’란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관련 기사: 외계인 두뇌, 사람보단 문어랑 닮았다? , 지극한 모성애와 지능…낙지가 고통을 모를까?).
최신 영상기술을 이용해 오징어의 일종인 흰꼴뚜기의 뇌지도를 작성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청 웬성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 박사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아이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흰꼴뚜기의 뇌를 ‘확산 강조 자기공명영상장치’(dMRI)로 조사한 결과 “두족류의 신경계가 척추동물의 중추신경계와 유사한 ‘수렴 진화’를 이룩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렴 진화란 박쥐와 새의 날개처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형질이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을 가리킨다.
살아있는 흰꼴뚜기의 두뇌를 첨단 영상장치인 ‘확산 강조 자기공명영상장치’로 뇌 구조를 분석했다. 청 외 ‘아이 사이언스’ (2020)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두족류의 뇌에서 이미 알려진 281개의 신경 연결을 직접 확인하고 145개의 연결 경로를 새로 발견했다”며 “새로 발견된 연결의 60% 이상은 시각과 운동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두족류는 뇌의 크기는 작지만,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지닌다. 새로운 자극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영리한 방식으로 대응해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제껏 밝혀진 이들의 행동을 보면, 패턴 인식, 두 다리로 걷기, 배우자 보호, 사회적 인지 능력, 관찰하고 배우기 등 고등 척추동물에 비견된다. 청 박사는 “두족류는 복잡한 두뇌로 유명해 개에 견줄 만 하고 쥐를 능가한다”며 “뉴런의 수만 보더라도 두족류가 5억개가 넘는데, 쥐는 2억개이고 보통의 연체동물은 2만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징어는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포식자를 피하고 사냥하지만 정작 자신은 색맹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특히 오징어와 문어는 피부의 색깔과 무늬를 재빨리 바꾸어 포식자를 피하거나 사냥하고 동료와 소통한다. 청 박사팀은 2016년 오징어가 복잡하고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주변 환경 속에 녹아들어 가는 ‘위장의 천재’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임을 밝힌 바 있다.
청 박사는 “오징어의 뇌에는 위장과 시각 소통에 쓰이는 신경 회로가 다수 분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발견된 신경망 가운데는 수심에 따라 위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몸의 빛깔을 부분적으로 바꾸는 기능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밝혔다.
척추동물 가운데 물고기 등은 몸의 윗부분은 어둡고 아랫부분은 밝은 색깔을 띠어 수면 위와 아래 어떤 방향에서 보더라도 잘 보이지 않도록 위장한다. 청 박사는 “(아직 오징어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잘 연구된 척추동물 신경계와의 유사성을 토대로 두족류에서 어떤 행동이 나타날지 새로운 예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흰꼴뚜기. 수렴 진화의 놀라운 사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토록 독특하고 놀라운 생물체를 둘러싸고 인간 중심적인 추정과 오해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는 두족류가 복잡한 인지 능력을 지닌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iScience, DOI: 10.1016/j.isci.2019.1008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드디어 공개된 한국의 기후위기 전략 내용이...
[기고] '1.5도 목표' 포기, 한국의 2050 감축계획 절망스럽다
환경부가 미루고 있던 2050년 저탄소 장기 발전전략(LEDS)의 권고안을 오늘 공개했다. 2050년까지 2017년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7억910만 톤의 75%를 줄이는 1안(최대안)부터 40%까지 줄이는 5안(최소안)의 다섯 가지 미래상을 담았다. 1안에서 감축률 61% 수준인 3안까지가 파리기후총회 기준인 섭씨 2도 이내 제한 권고 수준에 부합한다. 권고안은 이 같은 계획을 두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적시하고, 별도의 필요성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한가해도 너무 한가한 계획이다. 이것으로는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지구적인 차원의 기후정의를 지킬 수 없으며,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 유럽연합이 기후위기 비상상태를 선언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이 2050년 탄소제로 입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절망스럽다.
탄소중립? 그나마 진전이지만, 혼란만 야기할 것
권고안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로 제시하였다.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과거 권고안에 비해서 진전이라면 진전이지만, 모호한 정책 함의 그리고 위험천만한 기술적 해결책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만 더욱 만들어 낼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은 넷제로(순배출 제로)라는 개념과 밀접하다. 한마디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서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하더라도, 다양한 기술적 해결책 - 탄소포집저장 기술, 대기 중 탄소제거 기술 등을 통해서 수치상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제로(=중립)로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기술(BECCS)의 경우,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식량을 생산할 세계 토지 면적과 비슷하거나 많은 토지를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사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빼내기 위해서, 식량을 생산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정신 나간 발상이다.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
'탄소중립'이 아니라, '배출제로'가 핵심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낳은 직접적인 원인인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화석자본주의와 결별해야 한다. 더이상 석유,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의 채굴을 중단하고, 이의 수송과 이용도 중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기술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正道)다.
권고안이 배출제로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개발주의 세력 그리고 자본·기업들과 타협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12~13%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이 계속 코크스를 태워서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사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비슷하게 현대차가 전기차도 만들지만, 이미 투자된 생산라인에서 최대한 많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해내 판매해서 이윤을 불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개념도 '탄소중립'이다. 석탄발전소에 매달리다 파산에 내몰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가스복합발전 기술로 회생해보겠다고 공적 투자를 주장할 수 있는 것도 '탄소중립' 개념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대기 중에 배출된 것을 거둬들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복지부동에도 뭔가 하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러니 사회적 압력에 밀려 (문제 많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스스로 그 의미를 깎아내리는데 힘을 쓰고 있다. 즉, 사회적 공론화에 붙일 것이라는, 5개의 2050년 감축 시나리오에는 이런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현재 권고안에 담긴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죽을힘을 다해서, 현상 유지하자!'라고 할 수 있다. 한심하다.
2도 목표가 아니라 1.5도 목표!
정부가 공개한 이번 권고안은 2도 목표에 매달려 있고, 1.5도 목표는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2018년 송도에서 열린 IPCC가 발표한 1.5도 특별보고서 이후, 전세계는 1.5도 목표를 위해서 최소한 2050년 ‘넷제로’를 만들자며 움직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국제사회는 '넷제로' 개념의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은 2018년 이후의 세계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즉, 이미 유엔에 제출한 국가들의 LEDS를 분석하면서 2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 최근의 변화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이 오래전 제출한 2050년 LEDS의 감축목표는 1990년 대비 80% 감축이다. 하지만 영국은 작년에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050년 배출제로를 기후변화법에 명시했다. 권고안에 이 점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2도 목표가 최선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또한 권고안이 "상향식 접근"이라며 활용한 IPCC AR5(5차 보고서) 및 다른 기관들의 2050년 감축률은 모두 2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 나온 연구들이기 때문이다. 몇몇 1.5도 목표를 겨냥한 감축률을 적용했을 때, 한국의 2050년 목표는 배출제로이거나 마이너스 배출이어야 한다. 이런 사실은 부각되어 있지 않다.
왜 탄소예산 개념을 수용하지 않았나?
이 권고안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부끄러운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IPCC 보고서를 인용하며 강조하고 있는 '탄소예산' 개념을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 전 세계에게 한정된 탄소예산이 있으며, 그 일부가 한국에게 주어지는 탄소예산일 것이다. 이것을 정확히 계산하기가 쉽지 않더라도,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회피했다.
탄소예산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시점은 조정될 수 있어도) 배출제로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또한 2030 감축목표(NDC)가 새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한 2030년 목표를 유지하지 않았고, 2050년에도 배출제로로 도달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권고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적 노력"하겠다고 아무리 공언하더라도,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무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겠다면서 내놓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 주장은 미심쩍은 가설이며, 개발주의자와 기업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GDP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다른 나라로 온실가스 배출원을 이전하는 '탄소 누출' 현상 없이 가능할 지 장담할 수 없다. 탈동조화 현상은 '탄소 누출' 현상이 일어난 일부 유럽 국가들만의 일일지 모른다.
2050년 저탄소 장기발전 전략에 대한 토론에서 탈성장 주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지적으로 게으른 일이라고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개발주의에 빠져 있고 기업에 포획된 정부가 미처 다루기 힘든 문제제기와 토론은, 전문가 포럼이 해야 할 일지만 결국 전문가 포럼은 그저 순한 양이 되었을 뿐이다. 부끄럽고 또 답답하다. 1.5도 목표를 지키고자 했을 때, 전지구적으로 남은 탄소예산은 8년이면 모두 소진된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프레시안
부산에 ‘개미 코때까리’만큼 오던 눈, 이제는 아예 엄따
지난달 18일 부산 금정산에 눈이 와가지고, 사진 함 찍을끼라고 기자들도 쎄빠지게 달려갔다아이가. 눈 보기 힘든 부산이지만, 금정산에는 간간이 눈이 온데이. 부산일보 DB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글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너거들도 알다시피 부산은 원래 눈하고 인연이 없는 동네다.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가 참말로 어렵데이. 근데 우짜다가 눈이 쪼매만 와도 도시 전체가 난리다. 우선은 얼라들 하고, 강새이들이 신나가꼬 팔짝 뛴다. 이까지는 좋은데 도로가 얼어뿌가꼬 사고도 속출하고, 산만디에는 아예 차를 못 댕기게 한다. 노상 눈이 내리는 데야 대비가 철저하겠지만, 부산은 찔끔 내리는 눈에도 완전 무방비 상태인기라.
이날은 부산 기자들도 억수로 힘들다. 눈 오는 거 함 찍어볼끼라고 쎄빠지게 현장에 뛰가야 한다. 쫌만 지체하면 눈이 다 녹아서 사진이 영 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부산에 눈이 얼마나 왔는지 안 궁금하나? 그래서 얼마 전 부산 겨울 기온( busan.com 1월 25일 보도) 이바구에 이어 2탄은 부산 사람들 로망 ‘눈’으로 준비했다.
■최대 적설량은 2000년대, 왜?
우선 어려운 용어 설명부터 하나 해야겄다. 너거 ‘최심신적설’이란 말 들어봤나. 이거는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두께를 말하는 긴데. 기상청에서 보통 눈이 얼마나 왔는지 알아볼 때 최심신적설 개념을 쓴다카네. 대충 눈이 고 정도 왔는갑따 카는 기준이니까, 마 신경 안 써도 된다.
하여튼 그래갖고 부산기상청에 물어봤다. 최근 50년(1969~2018년) 동안 부산에서 겨울(12~3월)에 눈이 얼마나 내맀는지. 자료를 딱 보니까네 2010년대(2010~2018년)에는 최심신적설 평균이 1cm도 안되는 꼴랑 0.97cm더라. 개미 코때까리만큼 내리던 눈도 이제 마 자취를 싹 감춘거나 다름없따.
1969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에 내린 눈을 함 분석해봤다. 보면 2004년 겨울(2004.11~2005.3)을 제외하고 점점 눈이 안 내리고 있다.
다른 시기를 보니까네, 1970년대 최심신적설 평균이 2.46cm, 1980년대 3.82cm, 1990년대 1.51cm, 2000년대는 무려 7.63cm!? 와~ 우짠 일이고, 2000년대 이기 이기 미친 거 아이가 하고 자세히 디비봤더니, 2004년 12월부터 2005년 3월 새에 눈이 46.7cm나 쌔리 쌓였더라. 더 자세히 보니까 2005년 3월 5일에 29.5cm, 3월 6일에 11.9cm나 눈이 왔단다.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다 못해 쌔리 마 퍼 부은 기라.
3월에 이리 눈이 마이 내리니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안 됐겠나. 당시 신문을 디비보니까네, 역시나 난장판이 돼 있더라.
■폭설에 울고, 웃고
2005년 3월 부산에 101년 만에 폭설이 내리가꼬 도시가 마 전쟁터가 돼뿠다. 비닐하우스도 폭삭 내려 앉아서 농심도 무너지뿐기라. 부산일보 DB
2005년 3월 7일 자 <부산일보> 1면에 보니까네 부산에는 3월에 내린 눈이 기상관측 사상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카네. 특히 폭설이 내리가꼬 부·울·경 피해액이 100억 원이 넘는다는 어마무시한 기사가 실리있드라. 5~6일 이틀 동안 내린 눈 때매 월요일인 7일 아침 출근길에 교통 대란이 발생했다아이가. 광안대교 바닥도 꽝꽝 얼어뿌고, 부산항 컨테이너터미널에도 하역 작업을 못해갖고 직원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카고. 비닐하우스도 폭설에 내려앉아서 농심도 고마 폭삭 주저 앉아뿐기라.
하루 만에 내린 눈으로는 두 번째로 많았던 2001년 1월 13일(12.4cm)에도 부산 도심이 완전 아수라장으로 변했드라. 눈 안 오는 동네에 제설 대책이 있었겠나. 모래하고 염화칼륨도 동나뿠다네. 그때 부산시 공무원들 눈치운다꼬 억수로 욕봤을낀데, 그래도 야시 같이 대비를 단디하는 것만 못한기라.
■앞으로 부산 눈은 금정산에서만?
사실 2005년 3월에 내린 폭설은 좀 유별나다고 보면 된다. 그때 한반도 상공에서 북서쪽 찬 고기압하고, 남쪽 따신 고기압이 서로 만나 기압골을 만든기라. 또 서해상에 수증기가 쌔리 유입되면서 눈구름대가 몸집을 불라서 저리 눈이 많이 온 기라. 2000년, 2004년에 내린 눈을 빼면 2000년대 평균 적설량은 2.15cm밖에 안된다.
그런데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올해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영 힘을 못쓰고 있다 안카나. 그래서 봄 같은 겨울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기다. 앞으로 계속 그렇다면 부산에서 눈 볼 일은 더더욱 없을 끼구만. 실제 2010년대 겨울 적설량이 1cm도 안 된다카니 말 다했제. 그라고 부산 눈 적설량이 0cm인 해도 2010년대에 6개년으로 제일 많다. 그래도 부산에서 꼭 눈 보고 싶나? 방법이 하나 있다. 금정산에 쎄빠지게 기올라가면 된다. 금정산 꼭대기에는 간간이 눈이 내리니까. 언제 눈이 내릴지 알 수 없으니 금정산 근처로 이사가는 것도 좋을 끼다. 근데 산만디에 눈 오면 차 버리고 댕기야하는 거 알제?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옛 해운대역사 부지’ 20층 호텔 추진에 거센 반발
‘해운대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옛 해운대역사 부지(부산일보 지난해 12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에 최고 20층 높이의 호텔 건물이 추진돼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수목적법인 ㈜해운대역개발(이하 SPC)은 “지난달 31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 해운대역사 정거장 부지 2만 5000㎡를 대상으로 한 기본설계안 용역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 용역에 따르면, 해운대역사 인근 부지에는 최고 20층에 이르는 대표 건물이 들어선다. 이 건물은 숙박 시설(호텔)로 조성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옛 해운대역사 전경. 부산일보DB
특수목적법인, 기본용역 마무리
판매·관광 상업시설도 건립
6월까지 종합계획안 마련키로
해운대구는 4대 조건 내걸어
SPC 측은 해운대 일대에 경쟁력을 갖춘 숙박 시설이 많은 만큼 사업성 분석을 진행해 호텔 건립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 부지에는 리테일(판매), 관광 등 다양한 상업 시설물이 건립된다. 팔각정 뒤쪽 부지에는 공원 조성 계획이 담겼다. SPC 측은 6월까지 종합개발계획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같은 용역 결과가 알려지자 상업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옛 해운대역사보존 시민공원화추진연대 이지후 대표는 “제대로 된 시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운대를 좀먹는 개발 계획이 암암리에 추진되고 있었다”며 “시민에게 돌려줘야 할 땅에 느닷없이 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해운대구는 무분별한 상업 시설 개발을 막기 위해 4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2만 5000㎡ 중 녹지 비율 65% 확보 △지하주차장 500면 확보 △해운대역사 팔각정 광장 인근 건축 제한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 등이다. 해운대구는 녹지, 공원, 광장 등 시민을 위한 부지를 최대한 확보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운대구는 SPC 측과 4가지 조건에 대해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SPC와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SPC에서 자료를 보내오는 대로 협의를 시작할 것이다. 상업 개발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민 편의 시설과 녹지·광장 부지 확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PC 측은 협의를 통해 해운대구의 조건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발 부지 중 녹지 비율 65% 확보’ 조건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SPC 한중일 이사는 “녹지와 공원 부지에 대해서는 해운대구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 건물 배치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며 “해운대구,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1월 세계 기온, 역대 1월 중 가장 따뜻
이전 최고 2016년보다 0.03도 높아
유럽은 30년 평균치보다 3도 높아
유럽 북동부 지역은 무려 6도나
한국 1월도 관측 이래 최고 기온
1981~2010년 평균 대비 2020년 1월 평균 기온 상승 폭.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제공
지난 2010년대, 특히 2015년 이후 5년간은 기상 관측 140년 역사상 가장 기온이 높은 시기였다. 역대 1~5위 기온 기록이 모조리 2010년대 후반에 몰려 있다. 지난해는 북반구의 기온 상승을 부르는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 상승) 현상이 없었음에도 역대 2위의 기온을 보였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의 기온을 기록한 2016년보다 불과 0.04도 낮았을 뿐이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올해는 어떨까?
벌써부터 걱정스런 소식이 날아왔다. 4일(현지시각) 발표된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대를 여는 첫달인 지난 1월의 기온은 역대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 역대 최고였던 2016년의 1월 평균기온보다 0.03도 높았다. 1981~2010년 평균 기온에 비하면 3도 높았다.
보고서는 특히 유럽이 따뜻했다고 밝혔다. 유럽의 역대 최고였던 2007년 1월보다 0.2도 더 높았다. 유럽 전체로는 1981~2010년의 1월 평균기온을 3.1도 웃돌았다. 노르웨이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북동부 유럽의 온도는 30년 평균치보다 무려 6도나 높았다. 예컨대 노르웨이 서부의 순달쇠라는 1월2일 19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평균치보다 25도 높은 기온이었다. 스웨덴 남부의 외레브로는 1월9일에 1858년 이래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날씨가 따뜻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장이 폐쇄될 정도였다.
보고서는 유럽 말고도 러시아 거의 전역, 미국 대부분, 캐나다 동부, 일본과 중국 동부 지역도 세계 평균치보다 높은 기온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인들도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지난 1월 전국 평균기온이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2.8도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3.8도 높은 것이다. 직전 기록은 1979년의 1.6도였다. 제주는 지난 1월7일 낮 최고기온이 23.5도에 이르기도 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기후변화 선도국? 행동 없는 선언은 공허 - 한국 P4G 개최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
글로벌 위험과 제로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질병의 세계화'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무쪼록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수습되길 바란다. 그런데 위험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나타나는 지구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지역 현장의 대응 못지않게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 체계와 사회문화 질서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글로벌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에도 주목해야 한다.
위험 자체를 구분하는 일도 중요한데, 존재 자체를 제거하기 어려운 위험은 사태 발생과 확산을 최소화하는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기술이 건강한 삶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음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질병 제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사회가 자연 위에 군림하고 경제 이윤이 사회 안전망에 우선하는 곳에서 질병 관리는 영원한 숙제가 된다. 개인주의적 방역 문화와 집단주의적 혐오가 한 쌍을 이뤄 공포 주문을 걸 대상을 찾게 되면, 결국 마땅히 분노할 지점도 놓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음으로, 대체 가능한 위험 대상은 참여적 계획과 민주적 제도를 통해 위험 자체를 원천적으로 통제해서 사회적, 생태적 편익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원전 제로'와 '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의지와 노력은 바람직하면서도 타당하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를 막을 파리협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기후파국을 대비하는 데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한 심정은 이제 관련 정책들을 나열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대안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순수한 자연 상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세상에서 지역현장과 국가와 국제사회를 바꾸는 작업이 시대적 과제가 된다.
2020 사회-생태 이슈
그 어느 때보다 사회-생태 이슈가 올 한 해를 관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후변화는 물론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해양,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 발전 관련 국제행사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해양서밋(World Ocean Summit, 3월 도쿄)에서 유엔 해양회의(UN Ocean Conference, 6월 리스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2021년 이후 10개년 계획을 논의하고 새로운 국제해양조약(High Seas Treaty) 체결을 시도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United Nations 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 7월, 뉴욕)도 개최된다.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10월 쿤밍) 또한 2021년 이후 10개년 계획을 논의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4월 22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11월 9일부터 열리는 글래스고 기후총회(COP26)는 미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신기후체제 출범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최국 영국의 미국 등에 대한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겠지만, 6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서 열리는 G7 회의는 과거(2005~2007년)와 달리 기후총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고, 특히 11월 3일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11월 4일 파리협정 탈퇴가 효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 9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유럽-중국 정상회의가 COP26과 신기후체제의 성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P4G와 그린뉴딜
국제행사가 주로 의제별로 진행되지만 그린뉴딜이라는 대안 패러다임이 공통분모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녹색성장, 그린 이코노미, 블루 이코노미 등으로도 불리는데, 그린뉴딜은 여러 나라,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6월 29~30일 서울에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 P4G)가 열린다. P4G는 민관 파트너십 통해 녹색성장, 지속가능발전, 파리협정 실현을 위한 정상회의급 국제기구이다. 현재 참여 국가로는 한국, 덴마크,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칠레, 이디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총 12개국이다.
그런데 한국은 왜 P4G 행사를 개최하는 걸까? 어떤 의미가 있을 걸까?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P4G 개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부 부처의 보도 자료를 종합하면, 행사 유치의 배경과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외교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는 P4G를 통해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도적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그동안의 정책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며 국제적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 좋은 취지이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잠시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자.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 모델을 개도국에 전파하기 위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를 설립한다. 2012년에 국제기구로 인정받으면서 한국이 주도한 첫 번째 국제기구라는 기록을 남긴다. 2011년, 덴마크 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포럼(Global Green Growth Forum; 3GF)이라는 녹색성장 민관 파트너십 포럼을 발족한다. 덴마크와 한국의 녹색성장의 길이 다름에도, 양국 간의 전략적 제휴는 2012년부터 한-덴 녹색성장동맹 형태로 지속된다. 2018년에 3GF가 P4G로 확대 개편되면서 제1차 P4G가 덴마크에서 개최됐다(코펜하겐 행동선언).
P4G 개최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
우리에게 녹색성장이라는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 극복된 것 같다. 그리고 그린뉴딜이 다시 유행을 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녹색성장의 실패경험 때문에 P4G 한국 개최에 대해서 족보 따지면서 비판할 생각은 없다. 현시점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함께 토론하길 제안한다.
첫째, 우리에게 녹색성장 혹은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덴마크를 포함한 노르딕 국가들은 10년 전 지구적으로 불었던 녹색성장/그린뉴딜 이니셔티브(Nordic Green Growth)를 꾸준히 부여잡고 있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녹색대안 프레임을 한국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도 곤란하겠지만, 정작 문제는 그동안 정책 기조에서 삭제한 녹색성장/그린뉴딜의 국내용 버전의 실체가 없다는 데 있다. 좋게 해석하면, 포용성장+그린뉴딜 조합을 구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지 알 길이 없고, 수사적 의미 말고 그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P4G 행사의 취지를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외부적 계기를 기회의 창으로 살릴 수 있다면 사후적으로나마 납득이 가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선언문(서울 선언)으로 끝난다면 그런 평가도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 선도국가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녹색성장 시절에도 선도국가를 꿈꿨다. 창조경제 때는 빈국과 개도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기 바빴다. 올해 국제기후레짐의 핵심 이슈는 2030 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전략(LEDS)이고, 국내에서도 핵심 쟁점은 배출제로와 탈석탄이다. 2050 LEDS 배출제로 없이, 2030 NDC 목표향상 없이, 그리고 탈석탄 로드맵 없이 P4G 활용론은 아무짝에 쓸모없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노후석탄 수명연장 금지를 담는 정도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P4G에서 내세울 카드도 없을뿐더러, 기후변화 선도국가를 자처할 근거도 없다. 행동계획이 없는 기후위기 선언은 이 국면에서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P4G가 다루는 분야가 물, 식량・농업,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로 다양하지만, 개도국의 파트너십 구축 및 지원에 논의가 집중되는 편향도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은 양질의 해외 지원과 함께 국내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제안을 하나 한다. 정부는 P4G 행사에 맞춰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알기 쉬운 우리말 명칭 및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명 솜씨도 없고 알기 쉬운 것도 아니겠지만, '2030 지속가능한 그린뉴딜' 아니면 '2030 정의로운 전환'은 어떤가.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 프레시안
one More Time - Laura Paus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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