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1.13~1.16 호주 산불, 1월 제비의 등장이 말하는 것

by 이성근 2020. 1. 12.

환경규정 위반고급 아파트 잇단 폭파 초강수

불타는 호주기후변화는 이미 당신 옆에 와 있다

호주 산불은 기후 재앙

2020년대 환경파괴 없는 수소열차시대 열린다

부산시, 대저대교 생태계 조사 강행선별적 민관조사 논란

천연기념물 '원앙' 총격으로 집단 폐사 '충격'서귀포시 강정천서 원앙 6마리 사체 발견

산불이 만든 이산화탄소 홍수호주, 석 달 새 1년 배출량 넘겨

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

산불 열기 식히려강물에 엉덩이 적시는 호주 코알라

잘 만든 놀이터, 도시 재생의 핵심

새만금 수질 4조 퍼붓고도 더 악화 해수유통으로 정책 타당

삼면이 바다인데 어가 5만호 붕괴

호주 산불로 다시 보는 IPCC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조선일보 탈원전기사, 왜곡보도인 이유는?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극단주의자?

이상고온 탓곶자왈 자생 제주백서향 한 달 일찍 꽃 피워

한겨울 낙동강에 웬 여름철새 제비?

멸종위기종에서 ‘1000살 생명력키운 은행나무의 비결

도심 불청객까마귀 떼제발 쫓아주세요

40년 독일 녹색당, 기후행동 속 녹색 총리도 꿈꾼다

작년 지구 바닷물 온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국토부 부산 도시재생 이대로면 신규사업 선정 제외

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

주한 미군기지 5곳 지하수 기준치 15발암물질

우리 시대 불행, 탈핵 왜곡 보도

습지, 물과 숲이 만든 잘 돌아가는 세계

기후비상사태와 먹거리의 잠재력

10년간 4조 들여 7천만 살처분’, 이대로 좋은가

호주 산불에서 살아남은 2억년 된 공룡 소나무

독일, 52조원 투입해 2038년까지 석탄화력 종말



환경규정 위반고급 아파트 잇단 폭파 초강수

대법원 환경보호 지역 불법 건축철거 명령주민 반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인도 남부에서 111일 환경 규정 위반으로 인해 폭파되고 있는 고급 고층아파트. [AP=연합뉴스

 

인도 당국이 환경 규정을 위반한 고급 고층아파트를 잇따라 폭파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어 관심을 끈다. NDTV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은 지난 11일 인도 남부 케랄라주 코치에서 고급 강변 고층아파트 두 동이 차례로 폭파돼 완전히 사라졌다고 12일 보도했다.

 

인도 당국은 이날도 고층 건물 두 동을 추가로 폭파하기로 했다.

11일에는 19층짜리 건물이 먼저 폭파됐다. 몇 분 뒤 인근 알파 서린 트윈타워도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건물 내 곳곳에 설치해둔 폭약이 차례로 터지면서 건물은 힘없이 쓰러졌다. 잔해 주위에는 엄청난 규모의 먼지 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폭파 현장 주위에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몰려나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지켜봤다.

 

인도 당국이 환경 규정 위반을 이유로 들어 멀쩡한 고급 아파트를 폭파한 것은 이례적이다.

코치는 케랄라의 유명한 항구 도시로 해변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케랄라에서는 2018년 대형 홍수가 덮쳐 400여명이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해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인도 대법원은 지난해 5월 해당 건물들이 해변 지역 보호 규정에 저촉된다며 건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폭파된 건물들이 환경 보호 지역에 불법적으로 들어섰고 주위 해변 환경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사법 적극주의 성향이 있는 나라로 대법원의 명령이 국회법에 견줄 정도의 효력을 갖는다.

 

당국이 아파트 폭파를 강행하려 하자 거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 아파트에 살던 은행가, 기업 임원, 퇴직 관료 등 사회 지도층은 정부 조치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법원 명령에도 일부 주민은 집을 떠나지 않았다. 당국은 전기와 수도를 끊는 등 강제수단을 동원해 주민 퇴거를 완료했다. BBC뉴스에 따르면 한 은행 임원은 2006198규모의 알파 서린 아파트를 7만달러(8100만원)에 구매했다. 이 임원의 한 이웃은 지난해 자신의 아파트를 176천달러(2400만원)에 팔 정도로 아파트 가치도 상승했다.

 

현재 주 정부는 대법원 명령에 따라 각 가구에 35천달러(460만원)의 임시보상금만 책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자산을 되찾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한 기나긴 법정 투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불타는 호주기후변화는 이미 당신 옆에 와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달 1일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상및대기과학부 교수의 글을 실었습니다. 기고문은 호주 화재를 유발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움직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저널리즘 이니셔티브인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overing Climate Now)’의 요청을 받아 만 교수의 글을 소개합니다.

 

나는 호주 남동부 블루마운틴 산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기후 학자로서 기후변화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수년간 진행된 기후 연구는 결국 나를 호주 시드니로 향하게 했다. 이곳에서 나는 기후변화와 극한 기후의 연결고리를 연구하고 있다. 시드니에서의 안식년을 가지기 전 나는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우리는 지구상 가장 놀라운 볼거리 중 하나인 세계 최대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보러 갔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바다 산성화와 수온 상승으로 몇십 년 뒤면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와 가족은 또 다른 볼거리인 블루마운틴 산맥도 여행했다. 초목이 우거진 산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빼어난 장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산맥 역시 기후변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

 

푸르름이 가득해야 할 산 계곡에는 연기가 가득 찼고 그 뒤로 산마루와 봉우리들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뿜어내는 청명한 푸른색은 갈색 연기에 가렸다. 파란 하늘도 갈색 하늘이 대체했다. 친절하고 외향적이던 지역 주민들은 앞다퉈 평생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다고 말했다. 어떤 주민은 이런 모든 상황의 배후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호주에서는 보금자리들이 불타고 있다. 집이 불타고, 대체할 수 없는 숲이 불타고 있다. 빅토리아 주 정부 유인물 및 환경보호국(EPA) 제공

 

나는 10여 년 전부터 호주 가수이자 환경운동가 피터 개릿과 그의 밴드 미드나잇 오일의 음악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 노래들은 이제 나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 호주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은 매우 예리했다.

 

이번 주 블루마운틴 산맥에서 내가 본 갈색 하늘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과 유례없는 가뭄이 건조한 땅을 덮쳤고, 이는 유례없는 산불을 가져다줬다. 이 거대한 불은 블루마운틴 산맥을 완전히 에워싸더니 지금은 호주 대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는 우리가 쓰고 있는 화석 연료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온종일 사용하는 화석 연료는 가장 큰 범인이다. 우리가 화석 연료를 캐고 있을 때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푸른 하늘을 파헤쳤다. 호주의 화석 연료 생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던 광산기업 아다니 탄광푸른하늘 탄광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올바를 것이다.

 

호주에서는 지금 보금자리들이 불타고 있다. 집이 불타고, 대체할 수 없는 숲이 불타고 있다. 멸종위기 종이자 보존가치가 높은 코알라 같은 동물마저도 산불에 희생되고 있다. 호주 대륙이 불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가 겪고 있는 일련의 기후 비상사태에 무관심해 보인다. 호주 국민이 전례 없는 산불과 싸우는 동안 그는 미국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 모리슨 총리는 화석 연료에 관심이 많다고 공언했다. 그의 행정부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몇몇 산유국과 함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 평균 기후가 1.5도 이하로 상승케 하는 필사적 노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호주 국민은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고 신문을 읽으며, 또는 집 밖을 바라보며 눈앞에 다가온 기후변화가 명백한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더 나빠질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호주는 기후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 말 그대로 국토가 타고 있다. 이런 긴급한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리더십을 선택하는 유권자도 중요하다. 호주인들은 화석 연료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인을 지지하지 말고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jawon1212@donga.com

 

"모든 걸 태운 뒤 바다에 닿아야 멈출 것"

 

호주 해군함정으로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이 인근해상을 통해 대피하고 있다. EPA/연합 제공

 

지난해 11월 시작한 사상 최악의 화마가 호주 전역을 집어삼켰다. 호주 소방당국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만 400만헥타르(ha)의 대지가 불에 탔다. 이는 스위스의 국토면적에 맞먹는 수준으로 서울시 면적의 약 61배에 달한다. 뉴사우스웨일스와 맞닿은 빅토리아주에서도 미국 뉴욕 맨해튼 면적에 해당하는 6000헥타르가 불에 탔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숫자가 24명에 이르고 900채가 넘는 가옥이 불에 타는 등 호주는 현재 사상 최악의 화재를 겪고 있다.

 

여기에 살인적 폭염까지 겹쳤다. 이달 4(현지시간) 기준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섭씨 44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고 기온이었던 1968년 섭씨 42.2도를 경신한 것이다. 시드니 서부의 팬리스는 이날 섭씨 48.9도를 기록했다. 이 역시 1939년 시드니 기온을 측정한 이래로 가장 높은 온도였다.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고온 현상으로 산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호주 소방당국은 5우리가 겪은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악의 호주 화재와 살인적 폭염의 큰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본디 따듯하고 건조한 호주 기후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이어지며 호주에 화재와 폭염이 들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4일 영국 과학매체 피즈오아르지(phys.org)유례없는 호주 화재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깁스랜드 환경당국/시드니 AP 제공

 

기후변화가 정말 화재의 요인인가

산불과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모두 의심의 여지없이 기후변화가 호주 화재의 큰 요인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호주는 가장 뜨겁고 건조한 한 해를 보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기온이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평균과 비교해 섭씨 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앤드류 왓킨스 호주 기상청 장기예보 책임자는 최악의 화재 배경에는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 추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필드 미국 스탠퍼드대 우드환경연구소 펠로우는 산불은 기후변화 영향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호주 정부가 발간한 산불과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조차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호주 지역을 산불이 더 일어나기 쉬운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어떻게 기후변화가 산불을 더 악화시키는가

마이크 플래니건 캐나다 앨버타대 재생자원학과 교수는 불이 붙는 나무와 식물이 건조해질수록 불이 붙기 쉬우며 더 뜨겁게 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불이 붙기 쉬운 나무와 식물들이 많아졌다그와 동시에 더 강렬하게 타기 때문에 산불 진화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악순환도 계속된다. 강렬하게 솟아오른 불은 근처의 식물과 나무들을 건조하게 만들고, 옮겨 붙기 쉬운 환경을 계속적으로 만들게 된다.

 

호주의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 왓킨스 책임자는 남극 대륙의 갑작스러운 성층권 온난화가 기후 조건을 바꿔 놓았다성층권 온난화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내륙에서 해안 쪽에서 계속 불게 했고 이는 해안 근처에 산불이 날 확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은 호주 수목의 특징도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유칼립투스는 기름 성분을 공기 중으로 흩날리는 특성이 있고 잎이 건조해 불이 붙기 쉽다.

 

플래니건 교수는 산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단정했다. 산불의 세기가 너무 강해 진화를 할 수 없고, 산불이 스스로 모든 것을 태우고 바다에 다다르기 전까진 막을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지금 무언가를 해도 불타오르고 있는 캠프파이어에 침을 뱉는 격이라며 산불을 피해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호주 산불은 기후 재앙

인도양 쌍극화로 기온 상승 영향

보수 정치권·언론은 온난화 인과관계부정

 

대형 산불이 휩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동부 코바고에서 16일 한 주민이 재가 된 집터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역사상 최초의 기후난민이 됐다.”

호주 빅토리아주 남동쪽 작은 마을 말라쿠타에 있는 처가를 방문했다가 산불에 갇혔던 닉 리타는 호주 해군에 의해 구조된 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인터뷰에서 절망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호주 역사상 첫 기후난민 됐다

2019년 마지막 날, 리타 가족은 스마트폰으로 화재 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여름(12) 휴가를 처가에서 보내기 위해 말라쿠타로 왔지만 때마침 마을 서쪽에서부터 산불이 번져왔다. 처가를 떠나 마을 변두리 지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리타는 아이들을 콘크리트로 사방이 막힌 가장 안전한 방에 머물도록 했다. 아침이 됐으나 날이 밝지 않았다. 밤보다 더 어두웠다. 화재적운이 태양을 덮었기 때문이다. 어두웠던 하늘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빨갛게 물들었다.

 

리타는 죽음의 공포와 침묵의 지루함이 기묘하게 섞인 가운데 우리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바람과 달리 바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폭발음과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자동차와 집이 폭발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오자 가족을 차에 태워 해안가로 향했다. 바닷가에는 보트에 식수를 옮겨싣는 사람도 있었다. 화염이 해안가까지 덮치면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주민과 관광객 수천 명은 말라쿠타 해변에 완전히 고립됐다. 배와 비행기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흘이 지난 뒤에야 호주 해군이 말라쿠타 해변에 도착했고, 리타 가족은 구조됐다. 가까스로 화재 현장을 벗어난 리타 가족은 태즈메이니아주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보안검색대에서 안전요원이 얼굴을 찡그리며 리타 가족을 붙잡았다. 온몸에서 나는 불 냄새 때문이었다. 폭발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리타의 아내 크리스틴 브래들리가 지친 표정으로 우리는 말라쿠타 화재 현장에서 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요원은 표정을 바꾸며 리타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15일께 무사히 집에 당도할 무렵 크리스틴은 친정집을 화마에 잃은 슬픔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우리는 화재로부터 무사히 탈출했다. 하지만 호주 산불은 끝나지 않았다. 태즈메이니아도 언제 불에 탈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화재로부터 빠져나왔지만 동시에 또 다른 화재를 향해 가고 있다. 우리가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산불은 계속될 것이다.”

 

3월까지 계속 탈 가능성

지난해 96일부터 호주의 동남쪽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4개월째 호주를 태우고 있다. 호주 전역의 3분의 1에 가까운 지역이 화재 영향권에 들었다. 호주 정부 당국 발표를 보면 18일 기준으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1070만헥타르가 불에 탔다. 건물 5900여 채가 불에 탔고 최소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10만 명이 화재를 피해 피난길에 올랐다. 재산 피해는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호주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계속되면서 동물이 입는 피해도 심각하다. 시드니대학 생태학자인 크리스 딕먼은 16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억 마리의 동물이 목숨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화재로 호주에만 서식하는 쇠주머니쥐와 일부 개구리 종 등 멸종위기 동물을 다시는 지구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화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산불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고온건조한 호주의 여름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불이 3월은 돼야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주 소방 당국은 지난해 10월 산불이 확산한 뒤부터 소방대원 등 연인원 25만 명 이상을 투입하고 소방차량 700대와 항공기 100대 이상을 동원했으나 화재 진압보다는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산불 규모가 너무 커서 진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 호주 화재 현장 수습을 위해 국제사회도 공조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가 화재 현장 수습을 위해 호주로 소방관 수백 명을 보냈고, 싱가포르는 군인과 소방관 1천 명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는 기온이 높고 건조한 여름(122) 날씨 때문에 크고 작은 산불로 매년 홍역을 치러왔다. 호주 당국은 1850년부터 최근까지 산불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명피해를 기준으로 하면 현재진행형인 ‘2019~2020년 산불보다 큰 규모의 산불도 여섯 번 있었다. 여섯 번 중 한 번은 태즈메이니아주에서 일어났고 나머지 다섯 번은 빅토리아주에서 불이 붙었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2009년 빅토리아주 산불은 17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호주에선 당시 산불이 처음 타올랐던 27일 토요일을 검은 토요일로 부르는데 불이 314일까지 계속됐다. 검은 토요일과 비교하면 ‘2019~2020년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크지 않으나 면적만 보면 압도적으로 넓다. 사상 처음으로 호주의 여섯 개 주 전부가 화재 영향권에 들었다.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깁스랜드에 있는 관광도시 오보스트 동쪽이 14일 산불에 휩싸인 모습을 촬영한 위성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시드니 낮기온 48.9도 치솟아

호주에서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한 원인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를 꼽는다. 호주는 인도양 쌍극화 현상때문에 매년 더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다. 1910년 이후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올랐다. 인도양 쌍극화 현상은 서부 인도양의 표면 수온이 동부보다 높은 현상인데 인도양 동서부 수온 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18일에는 일평균 기온이 41.9도를 기록했고, 14일엔 시드니 서부가 낮 최고기온 48.9도를 기록하는 등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다.

 

발화점 이상의 온도, 탈 것, 산소.’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야 불이 붙는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그 불을 붙였나,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불은 아니었나라는 질문은 논란을 낳는다. 호주 산불도 그렇다.

 

사상 최악의 규모 산불에 삶의 터전을 잃은 호주 시민들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번 산불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은 적절했나’ ‘호주 정부는 대형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는가’ ‘대규모 재난을 통해 호주 시민사회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인가’ ‘온난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등의 문제의식이 화마가 태운 잿더미에서 피어올랐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사람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였다. 모리슨 총리는 화재가 한창 진행 중이던 12월 말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귀국길에 올랐다. 당시는 산불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였는데 두 명의 소방관이 잇따라 목숨을 잃으면서 휴가를 떠난 총리에 대한 호주 시민의 분노가 들끓는 계기가 됐다. 귀국한 그는 몇 차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화가 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모리슨 총리는 12일 산불 피해 지역인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동부 코바고를 방문했다가 주민들에게 악수를 거절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모리슨 총리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 투입을 결정하면서도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집권 여당인 호주자유당 홍보 영상을 통해 병력 투입 소식을 알렸다. 문제는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해당 사실을 공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불 최대 피해 지역인 뉴사우스웨일스주 소방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지원 사실을 정부로부터 직접 전해듣지 못해 유감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기후변화 위기 막을 대안 정치세력 부재

호주의 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와 산불의 인과관계를 부정해온 보수 정치인과 산업계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호주는 세계 1위의 석탄,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전세계 석탄 수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주는 세계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기구가 지난해 말 발간한 ‘2020 기후변화 퍼포먼스 인덱스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책 분야에서 57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여전히 기후변화와 산불의 인과관계를 부정한다. “환경단체가 산불에 대비해 맞불을 놓는 것을 못하도록 막았기 때문에 화재 규모가 더 커졌다고 맞선다. 맞불은 산불이 넓은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숲을 태워 불길을 차단하는 방재 활동이다. 학계에서는 고온건조해지는 기후 상황을 고려할 때 산불 진압책으로 맞불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막무가내다.

 

호주 시민사회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집권여당을 견제할 만한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201912월 중순 산불이 전국으로 퍼져나갈 때 야당인 노동당의 당수 앤서니 앨버니지는 석탄 수출 산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탄광촌을 방문했다.” 2014년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은 14<뉴욕타임스> 기고글 호주는 지금 기후자살을 하고 있다에서 대안 정치세력이 부재한 호주의 현실을 규탄했다. 플래너건의 글을 보면 보수 언론사가 언론을 장악한 현실도 큰 문제다. 호주에서 유통되는 신문의 58%가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로부터 나온다. 루퍼트 머독은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다. 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데이비드 제임스(38)18<한겨레21>과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호주 지역사회에는 정치인에게 목소리를 내고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무력감이 짙게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속수무책에 민심 들끓어

호주 산불을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에 대한 답을 호주 정부와 시민사회가 찾지 못하는 동안에도 불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는 오롯이 시민의 몫,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몫이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소방 당국의 구조 활동을 통해 1만 채 넘는 건물과 무수한 인명을 화재로부터 지켰다고 밝혔지만, 산불과의 싸움 끝에 3명의 의용소방대원을 포함한 소방관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호주 시민사회의 불만은 집권세력을 향하고 있다. 1월 여름을 태우는 호주의 산불, 그리고 대형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인 정부에 대해 들끓는 민심. 어느 쪽도 이른 시일 내에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2020년대 환경파괴 없는 수소열차시대 열린다

탄소배출량 적은 수소열차 도입 활기

 

독일에 이어 영국 교통부는 2020년 초 수소전기열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수소전기열차는 물만 배출해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알스톰 제공

 

차세대 친환경차로 수소차가 큰 주목을 받는 가운데 최근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디젤기관차를 대신해 수소전기열차를 도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나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이동수단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철도의 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28%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전기열차는 수소차보다 늦게 개발됐지만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앞서 도입한 곳은 독일이다. 올해 9월 독일은 세계 최초로 공해가 없는 수소전기열차의 운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의 북스테후데와 쿡스하펜을 잇는 100km 구간에 프랑스가 개발한 수소전기열차 코라디아 아일린트’ 2대를 투입했다. 차량 2칸에 좌석 160개인 이 열차는 한 번에 3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고, 수소탱크를 가득 채우면 최대 1000km까지 연속으로 달릴 수 있다. 최대 시속은 140km. 현재 해당 구간에서는 시속 80100km로 운행되고 있다. 니더작센주는 시범운행을 거쳐 2021년까지 14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코라디아 아일린트는 고속철 테제베(TGV)’를 개발한 프랑스의 철도기업 알스톰이 개발했다. 알스톰은 기술 개발 5년 만에 무인 운행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쳐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열차를 상용화했다. 첫 고객이 된 독일은 2040년까지 전국의 4000여 대에 이르는 디젤기관차를 모두 없앤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국도 2022년 초 코라디아 아일린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 밖에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국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수소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올해 4월부터 수소연료전지열차 연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22년까지 1단계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충북 오송의 13km 철로에서 시범운행을 통해 실증한 뒤,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2단계 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로 달리는 수소전차(트램)를 선보인 바 있다.

 

디젤기차-전동차보다 배출량 낮아

기존 열차 비해 운영 비용도 적어

-등 세계 각국 앞다퉈 도입

한국은 20221차 시범운행 계획

 

알스톰·동아일보

 

수소전기열차의 모터를 실제로 돌리는 것은 배터리이지만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소모된 전력을 계속 보충하면서 달린다. 연료전지에는 수소만 공급해주면 된다. 산소는 열차가 달리는 동안 대기 중에서 유입된다. 수소가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되면서 전류가 생기고 수소이온과 산소가 반응해 무해한 물만 배출한다. 연간 열차 주행거리가 1578000km에 이르는 장항선(천안익산)의 경우, 디젤기관차로 인한 환경비용이 80억 원에 이른다.

 

류준형 철도연 책임연구원은 수소전기열차는 디젤기관차는 물론이고 전동차와 비교해도 탄소배출량이 적다간접배출량을 포함한 탄소배출량을 디젤기관차 대비 51.9%, 전동차 대비 13.7%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전기를 석탄화력 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에는 간접적인 탄소 및 오염물질 배출량까지 ‘0’으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알스톰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환경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소음이 일반 디젤기관차 대비 60% 이상 적다. 소음이 적으면 그만큼 고속철도를 설치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진다. 또 차체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므로 기존의 전동차처럼 전차선로, 변전소 등 전력망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시설은 외관을 해치는 문제도 있지만 설치비용도 철로 1km25억 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열차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의 제조단가가 높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전기열차가 기존 열차들보다 운영비용이 훨씬 적고 연료의 에너지효율이 높기 때문에 경제성도 충분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소전기열차 한 대를 2530년씩 장기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예측이다. 철도연에 따르면 열차 운용에 필요한 km당 연료비용은 디젤 3000, 수소 1730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류 연구원은 수소 가격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10년 전에 비하면 거의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교통부 장관도 수소전기열차는 다른 친환경 열차보다 장점이 많다“2020년대에는 세계 곳곳에서 수소전기열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yungeun@donga.com


부산시, 대저대교 생태계 조사 강행선별적 민관조사 논란

환경영향평가 부실의혹서 촉발

- 환경단체에 합동조사 제안 불구

- 계속 거절당하자 개별조사 시작

 

- 문제 지적된 용역업체 재참여

- 결과 설득력 가질지는 미지수

 

부산시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의혹을 제기한 환경단체와 공동 추진하려던 낙동강 하구 생태 보완조사(국제신문 지난해 1124일 자 9면 보도)를 강행해 논란이 인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시의 셀프 조사결과가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시는 지난달 시작한 대저대교 건설 예정지 생태계 조사를 다음 달 28일까지 벌인다고 12일 밝혔다. 생태계 조사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실 조사 논란이 빚어진 큰고니 등 법종 보호종의 행동권 및 이동 경로를 포함, 겨울철에 낙동강 하구를 찾는 조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환경영향평가 날조 진위를 가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유역청)이 진행한 1차 거짓·부실 검토위원회에서 판단 유보가 내려진 환경질 분야도 조사한다. 이번 보완 조사는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부실 조사 의혹을 해소하고 향후 건설될 엄궁·장낙대교 건설에도 반영하기 위해 진행된다.

 

앞서 62개 환경단체가 포함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가 거짓·부실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시와 시민행동이 현장 답사 수준으로 진행한 조사가 시와 환경단체의 공동 조사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시가 이를 부인하면서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고, 낙동강유역청의 1차 거짓·부실위원회의 진행 방식과 결과를 둘러싸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시는 지난달 12일 환경영향평가 보완 차원의 공동 조사를 시민행동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시민행동 측은 시가 공동 조사를 교량 건설의 정당성 확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셀프 조사결과가 나오더라도 시가 이를 가지고 환경단체와 대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장 문제가 된 생태 분야 조사를 진행한 용역업체가 이번 보완조사에서도 다시 생태 조사를 맡아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시민행동 관계자는 신뢰 회복과 대화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시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공동 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조사를 추진했다. 이런 시의 일방 조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함께 문제를 풀고자 여러 차례 공동 조사 참여를 시민행동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철새 이동철이어서 조사를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다른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참여가 이루어져 공정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낙동강유역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 1차 거짓·부실 검토위원회에서 위반 정황이 포착된 사항에 사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한 뒤 다음 달 2차 거짓·부실 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천연기념물 '원앙' 총격으로 집단 폐사 '충격'서귀포시 강정천서 원앙 6마리 사체 발견

부검결과 사체서 직경 2mm 산탄총알 확인

 

11일 서귀포시 강정천에서 발견된 원앙 사체. 강희만기자

출입이 통제된 보호구역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된 원앙이 총격에 의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앙 사체를 부검한 결과 원앙의 몸속에선 산탄 총알이 나왔는데 누군가가 원앙 무리를 향해 총을 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1일 찾은 서귀포시 강정천 일대. 하천 곳곳에 원앙 사체가 흩어져 있었는데, 죽은 원앙의 가슴과 날개 부위 등에서는 심한 상처가 발견됐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도 관계자와 조류보호협회,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등은 강정천 일대에서 원앙 사체 수거에 나서 총 6구의 원앙 사체를 수거했다. 특히 사체 수거 과정에서는 하천 인근 풀숲에서 날개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숨이 붙어있는 원앙 한마리도 구조했다.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 부검 결과 원앙 사체 1구에서는 직경 2mm 정도의 산탄 총알이 나왔다.

 

                                                  사진 강홍구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는 "부검결과 사체 1구에서는 산탄 총알이 발견됐으며, 다른 사체에서는 총알이 관통한 흔적도 나왔다""발견당시 원앙 사체는 다른 동물에 의해 2차 훼손이 이뤄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라 수렵장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또 원앙 자생지인 강정천은 수자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사냥할 수 없고, 더욱이 천연기념물인 원앙은 포획 자체가 불법이다. 이에 누군가 불법 소지한 총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강정천 일대에서 현장 조사에 나선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수렵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출고된 총이 없다""불법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13일쯤 최총 부검결과를 확인한 뒤 죽은 원앙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에 멸시 신고를 할 계획"이라며 "총격에 의해 원앙이 죽은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산불이 만든 이산화탄소 홍수호주, 석 달 새 1년 배출량 넘겨

산림 파괴에 기후변화 심화

 

지난 4일 위성에서 촬영한 호주 남동부. 대형 산불이 몇개월째 이어지면서 주변이 짙은 연기에 뒤덮여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난 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호주 남동부의 사진은 이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의 위력을 잘 보여준다. 뉴사우스웨일스주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은 넉 달째 확산일로를 걸으며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을 보면 산불로 인한 연기는 솜털 같은 질감을 보이는 주변 구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빛이 바랜 누런 도화지 같은 색감을 띠면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길게 뻗은 연기는 수도인 캔버라 주변 하늘을 휘감은 채 뉴질랜드 방향으로 이동한다. 산불이 만든 짙은 연기는 호주 해안선의 형상마저 지웠다.

 

피해 면적, 한국의 60% 맞먹어

누런 연기, 바람 타고 동쪽 확산

하늘에서 해안선 구분조차 안돼

 

엄청난 규모의 연기가 보여주듯 화재 피해는 막대하다. 지난주까지 사망자는 최소 24, 파손된 건물은 2000여채에 이른다. 서식지 파괴와 불에 의한 부상으로 동물도 수억마리가 죽음을 맞았다. 큰 피해가 난 건 이번 산불이 유례없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주까지 600, 한국 국토의 60%에 해당하는 면적에 화마가 닥쳤다. 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면적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호주 산불이 산림 파괴라는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중요한 문제를 더 만들 거라는 점이다. 바로 지구 대기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다. 과학계에 따르면 이번 호주 산불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금까지 35000t이다. 지난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 호주에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 해 평균 34000t의 이산화탄소가 산불로 인해 배출돼 왔는데 이번 호주 산불로 단 석 달 사이에 한 해 배출량을 뛰어넘은 것이다. 일종의 이산화탄소 홍수가 생긴 셈이다.

 

아마존 산불의 2.5배 탄소 방출

흡수할 산림 자라려면 100년 필요

전 세계적인 이상 고온현상에

숲속 수분 증발악순환 우려

 

호주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일어났던 아마존 산불보다도 2.5배 많다. 아마존 밀림처럼 지구의 허파라는 상징성을 덜 지녀 상대적으로 주목을 늦게 받긴 했지만 호주 산불은 일반적인 화재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불은 나무가 타며 대기 중으로 날아간 이산화탄소가 다시 자란 나무에 의해 흡수된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적인현상이라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이번 호주 산불은 상황이 다르다.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단기간에 배출되면서 이를 흡수할 산림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호주 과학자 단체인 세계 탄소 계획의 펩 카나델 회장은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이번 호주 산불로 타버린 산림이 탄소 흡수 역할을 다시 하려면 100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류에게 그런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금세기 말까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묶지 않으면 지속적인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게 최근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결론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 현시점에서 산불을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건 비판적으로 접근할 일이라며 산림을 다시 조성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우려되는 건 이런 대규모 산불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구촌에서 만성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드니대 소속 재난위험 전문가인 데일 도미니호스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더 격렬한 산불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나무와 흙의 수분을 증발시켜 숲을 바싹 마른 장작처럼 만든다는 얘기다.

 

이런 걱정은 이미 기우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다. 열대인 남미 아마존, 한대인 러시아 시베리아, 온대인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지역적 특색을 가릴 것 없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산불이 지난해 발생했다. 불이 난 원인은 인간의 방화나 자연적인 현상 등 다양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화재가 번진 건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현상이 대형 산불을 만들고, 대형 산불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기후변화라는 걱정거리를 넘겨 줘선 안된다는 표현은 최근 들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기후변화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성큼 다가온 재앙의 전조 앞에 지구의 과열을 식힐 가시적인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

호주 산불과 코알라 그리고 기후변화

서식자와 산불 발생지 80% 겹쳐, 개체 수 30% 사망 추정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먼 나라 일 아닌 우리에게 닥칠 미래

 

호주 고유종인 코알라는 산불 지역이 서식지와 겹친 데다 움직임이 굼떠 특히 큰 피해를 봤다. 지난 7일 산불이 휩쓴 호주 애들레이드 남서부의 캥거루섬에서 야생동물 구조요원이 코알라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산불을 피해 대피하던 차에서 내린 한 중년 여성이 검게 탄 나무를 움켜쥐고 어찌할 줄 모르던 코알라 한 마리를 모포로 감싸 떼어낸다. 코알라는 생수병을 붙잡고 허겁지겁 물을 마신다. 몸에 물을 뿌려 식힌 코알라를 태우고 차는 병원으로 달린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에 사는 토니 도허티로 밝혀진 이 여성의 구조 영상은 1120일 영국 매체 <더 선>이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 870만 건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엘렌버러 루이스란 이름을 얻은 이 코알라는 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화상이 너무 심해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안락사한 것이다. 포트 매커리 코알라 병원은 1126일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 병원의 첫째 목표인 동물복지에 기초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산불 지역에서 구조 직전의 코알라 엘렌버러 루이스’. 심한 화상으로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코알라 루이스는 지금도 기세를 누그러뜨릴 기색이 없는 호주 동부와 남부의 기록적인 산불 때문에 죽거나 죽을 천문학적인 야생동물의 하나일 뿐이다. 검게 그을린 채 애타게 인간에게 물을 받아먹는 코알라에서 많은 이들이 산불의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마찬가지 운명에 놓일 지구촌 야생동물의 종말의 모습을 발견한다. 호주의 산불은 미리 만난 섬뜩한 기후 미래의 모습일지 모른다.

 

전례 없는 재앙적 사태

지난 9월부터 계속되는 호주 산불은 12일까지 남한 면적을 넘어서는 1100를 태우면서 2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00채 이상의 집을 잿더미로 바꾸었다. 숲 속에 살던 야생동물 피해도 막대하다. 크리스 디크먼 시드니대 교수는 이번 산불로 뉴사우스웨일즈에서만 8억 마리, 호주 전체로는 10억 마리 이상의 포유류, , 파충류 등 야생동물이 죽을 것이라고 6<호주 공공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2주 전 피해 야생동물 수를 48000만 마리로 추정했지만 산불 확산에 따라 수정했다. 이 추정은 2007년 세계자연기금(WWF)이 지역개발의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에 근거를 두었다. 그는 당시에는 개구리, 곤충, 무척추동물은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산불 피해는 예측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피해의 규모나 속도, 면적에서 전례 없는 재앙적 사태라고 평가했다.

 

112일 현재 호주의 산불 현황()과 코알라 서식지. 대부분 겹친다. 파이어 워치, 호주 코알라 협회 제공.

 

코알라는 최대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호주 고유종인 이 동물의 서식지는 유칼리(유칼립투스) 숲이 펼쳐진 호주 동·남부로 이번 화재 지역과 80%가 겹친다. 하루 20시간을 자며 동작이 굼떠 들불에 속절없이 죽어갔다. 거센 산불을 직접 만난 코알라는 형체도 남지 않아 그 수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어렵다. 디크먼 교수는 불을 피해 나무구멍이나 땅속에 피하더라도 연기에 질식했을 것이고, 설사 살아남아도 먹을 것이 남아있지 않은 데다 외래종인 여우의 침입 등으로 죽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남부의 캥거루 아일랜드는 주머니쥐인 더나트와 검은 앵무새 등 세계적인 희귀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곳인데, 이번 화재로 섬의 절반(지리산 국립공원 면적의 1.5배에 해당)이 불타 섬에 살던 코알라의 절반인 25000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뉴사우스웨일즈 전체로는 코알라의 약 30%가 이번 화재로 죽었을 것이라고 수전 레이 환경부 장관이 3일 오스트레일리아 공영방송 <에이비시>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커들 크리크에서 구출된 코알라가 한 손에 생수병을 움켜쥔 채 소방대원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고 있다. 오크뱅크 밸라나 카운티 소방대 제공.

 

호주 코알라 협회가 2018년 발표한 코알라의 개체 수는 최대 86000마리, 최소 48000마리인데, 이미 개발과 산불 등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협회는 서식지의 80%가 사유지여서 보호가 제대로 안 되는 데다 해마다 차나 개로 인해 죽는 개체가 4000마리에 이른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보존대책을 촉구해 왔다.

 

곤경에 빠진 야생동물을 돕기 위한 시민단체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산불이 지나간 곳에 왈라비 등을 위한 고구마 주기와 새들에게 필요한 급수대를 설치하고 있다. 야생동물 구조단체인 포나(FAWNA)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이제까지의 관례를 깨고 적극적으로 사료와 씨앗을 살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불 지역에서 구조한 캥거루 새끼들에게 우유를 주는 구조 자원봉사자들. 레스큐 콜렉티브스 페이스북 제공.

 

코바늘 뜨개질로 야생동물을 돕는 운동도 한창이다. 화상 입은 코알라의 손에 씌울 벙어리장갑, 어린 캥거루가 들어갈 주머니, 어린 포섬·웜뱃 등 유대 동물용 주머니 등 집 잃고 고아가 된 어린 동물을 위한 물품을 만들기 위해 호주 전국의 뜨개질 모임이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호주 동물구조 수공예협회(www.facebook.com/arfsncrafts)는 페이스북에 긴급하게 필요한 물품 목록을 올려 수공예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호주는 물론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에서 10일 현재 183000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곧 맞이할 기후재앙

이번 산불 재앙은 기록적인 가뭄과 고온·강풍이 겹친 데다 말라 쌓인 덤불이 불쏘시개 구실을 하면서 악화했다. 이상 가뭄과 고온 현상은 기후변화가 원인임이 과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호주 기상청은 역대 가장 더웠던 6일이 모두 12월에 나타났으며 그달의 강수량 또한 역대 최저라고 밝혔다.

 

애들레이드 산불 지역에서 불을 끄는 소방대원 곁으로 불을 피한 코알라 한 마리가 다가와 앉아 있다. 에덴 힐스 카운티 수방대 페이스북 제공.

 

호주 대륙의 평균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은 날이 12월에 11일이나 됐다. 호주 기상청의 2018기후 보고서“1910년 이후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고, 극단적 화재기상과 화재 계절의 길이, 발생 면적이 호주의 많은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증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호주의 산불은 남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가 머지않아 맞을 기후재앙을 미리 보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해 탈 육식등 실질적 행동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인네스 호 자연보호구에서 화상 입은 채 구조된 코알라 피터’. 포트 매커리 코알라 병원 페이스북 제공.

 

산불 열기 식히려강물에 엉덩이 적시는 호주 코알라  

최악의 산불이 번진 호주에서 강가로 피신한 코알라들의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호주 데일리메일은 로렉 맥레라는 여성이 촬영한 코알라들의 모습을 9(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레는 지난해 성탄절부터 새해에 이르는 휴가 기간 동안 뉴사우스웨일스주 남부 토쿰왈의 머레이 강가에서 캠핑하던 중 이 사진들을 촬영했다.

 

매체에 따르면 맥레는 캠핑 중 매일 새벽 코알라들이 산에서 강으로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강가로 내려온 코알라들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엉덩이와 발을 물에 담그고는 열기를 식히면서 잠이 들곤 했다. 맥레가 사진을 촬영할 당시는 산불이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을 휩쓸던 시기로 연무를 동반한 열기가 이 지역을 강타했다.

 

코알라들은 엉덩이를 물에 담그고 있다가 보트가 지나가면 나무 그루터기 위로 피신하듯 올라갔다. 이후 보트가 지나가면 다시 내려와 엉덩이를 물에 담갔다. 낮 동안의 열기를 식힌 코알라들은 밤이 되면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맥레는 산불 속에 죽어가는 야생 동물들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를 전하는 한편, 아픔 속에서도 이렇게 극복하려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호주 산불은 10일 현재 그 피해지역이 107000에 이르러 남한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 민간인 24명과 소방대원 3명이 사망했고 2000여채의 가옥이 소실됐다. 이번 산불로 멸종 위기까지 놓인 코알라를 포함해 10억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음을 맞았다./송혜수 객원기자 /국민일보

 

코알라는 어떤 동물?

-곰과는 거리가 먼 유대류로 호주에만 서식한다. ‘코알라란 말은 원주민 말의 물을 마시지 않는에서 기원했다.

-유칼리(유칼립투스) 잎만 먹는다. 700종에 이르는 이 나무 가운데 한 종 또는 23종만 먹어, 그 종이 사라지면 굶어 죽는다.

-유칼리 잎은 독성이 있고 섬유질이 많으며 영양가가 낮다. 독성을 분해하고 큰창자에서 섬유질이 발효되길 기다리며 하루 1822시간 잔다.

-먹이의 영양가가 낮아 체중 대비 두뇌의 크기가 가장 작은 동물에 속한다. 환경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다.

-거친 잎을 씹느라 이가 쉽게 닳지만 새로 나지 않아 결국 굶어 죽는다. 수명은 야생에서 10년가량으로 짧다.

-태어난 새끼는 2에 불과하다(어미는 6085, 415). 주머니 속에서 67달 젖을 먹고 자란 뒤 13년 동안 어미의 등이나 배에 붙어 지낸다.

-먹이 조달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마리당 연간 2억원) 호주 밖에선 일본 등 6개국 동물원에만 있다. 우리나라엔 없다.

*자료=호주 코알라 협회, 위키미디어 코먼스

 

잘 만든 놀이터, 도시 재생의 핵심

<제주발() 놀이공간 혁신, 놀이터에 부는 변화의 바람> 5. 영국에서 만난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의 위치도. 빨간 원 표시가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가 자리한 곳이다. 공원에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놀이 정책의 선진국, 영국의 놀이 공간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해 11월 런던을 찾았다. 영국은 2008년 국가놀이전략을 수립한 후 아이들에게 평등한 놀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본 지는 어베이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 ‘다이애나 메모리얼 놀이터’ ‘킬번 모험놀이터’ ‘홀랜드파크 모험놀이터’ ‘바너드 모험놀이터’ ‘바터시 놀이터10여 곳을 방문했다. 그중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개성이 강한 3곳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기사를 읽는 내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불과 13년 전만 해도 영국은 세계 선진국 중 아동복지 분야 점수가 최하위로 낙제점이었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만큼이나 덜 걷고 실외놀이를 할 기회가 적었으며 어른들로부터 통제된 삶을 살고 있었다.

 

빈민가동부

사무실이 동쪽에 있네요?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무래도 자주 오게 되는 곳은 아니에요. 이것 봐요. 동네가 덜 깨끗하고, 주변이 좀 그렇죠?”

 

가이드는 이날 만나기로 한 건축사 사무실을 찾느라 연신 주변을 둘러보면서도, 런던 동부 일대가 다른 지역과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말을 듣고 창문 밖을 유심히 보니, 어제까지 봐 온 런던 중심가와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낡은 집들이 관리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런던은 동쪽과 서쪽 간에 지리적 양극화가 비교적 또렷한 편이다. 런던 시내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첼시, 켄싱턴 등 집값이 비싼 부촌이 위치한다. 반면 동쪽은 오래전부터 해외 이민자나 런던 항의 하역 작업에 종사하는 부두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면서 자연스레 런던의 대표적인 빈민가를 형성해왔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동부 앤드류 거리에 있는 에렉 건축사 사무실을 찾았다. 문정임 기자

 

올림픽이 끝난 후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영국은 경기가 치러진 올림픽 공원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신·증설한 시설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낡고 낙후한 런던 동부를 생기있고 살기좋은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여러 번의 시도에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 하던 동부 스트랫포드 일대의 도시재생 사업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이 무렵이다. 사실 영국 정부와 런던시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런던 동부 6개 자치구를 올림픽 개최 장소로 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었다.

 

영국 정부는 공원이 있는 런던 동부 스트랫퍼드 일대를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름하여 프로젝트 올림피코폴리스’. 새로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프로젝트명처럼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런던유산개발회사(London Legacy Development Corporation)를 설립하고, 2030년 완성을 목표로 20개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놀이공간이다. 레거시개발공사는 올림픽 공원 북쪽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을 배치해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동부지역의 도심재생을 이끌어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런던 동부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안에 조성된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의 모습. 나무를 주 재료로 나무집과 흔들리는 다리, 그물망 등이 설치돼 있다. 바닥은 인공 고무매트가 아닌 나무조각과 낙엽으로 채워져 있다. 문정임 기자

 

자연과 모험이 있는 도심 놀이터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는 공원의 북쪽, 팀버로지 커뮤니티센터와 카페 옆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에 있지만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해 갖가지 놀이가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놀이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높은 나무집이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성냥불 형태로 나무들을 엮었다. 높은 곳에 오르고 싶고, 작은 아지트를 갖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나무집으로 가는 길은 흔들리는 다리와 그물망으로 이어진다. 이 역시 나무판과 야자수를 이용한 굵은 줄로 만들어졌다. 다리는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연결돼 있다. 아이들은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아찔함을 맛 본다.

 

높은 나무집과 흔들리는 다리의 밑은 나무 조각과 낙엽이 메우고 있다. 고무매트보다 더 푹신푹신하다. 추락 시 아이들을 보호해줄 재료가 고무매트만은 아님을 알려준다.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의 한 부분인 계곡 놀이터. 수동 우물펌프에서 나오는 물이 울퉁불퉁한 지형을 따라 흐르도록 설계했다. ~가을이면 이곳에는 아이들로 가득찬다. 문정임 기자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는 긴 지형을 따라 들어섰다. 마치 그 옆을 흐르는 하천의 모양을 닮았다. 팀버로지 커피숍이 있는 아래로 내려가면 계곡을 연상케 하는 물 놀이터가 있다. 실제 계곡이 그렇듯, 여러 개의 수동펌프에서 물이 나오고, 물은 경사면을 따라 아래로 흐른다. 땅은 하천의 바닥처럼 울퉁불퉁하다. 운동화를 신고도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겨울 비날씨로 물 흐름이 중단돼 있었지만 평소에는 수많은 아이들로 북적인다고 피터 튜더(Peter Tudor) 런던유산개발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계곡 놀이터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아주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모래와, 나무로 만들어진 단순한 기구들이 있어 이곳 또한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모래는 형태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마음대로 자기 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좋은 놀잇감 중 하나다.

 

놀이터 주변으로 111에이커(449201)에 달하는 올림픽 공원 공터에는 갖가지 꽃과 식물, 넓은 초원, 복잡한 습지가 어우러져 있다. 그 속에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들어선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는 그 자체의 특성과 주변 배경으로 인해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자연적인 환경에서 놀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에렉 건축사 사무소의 수잔 투치 공동대표가 자신이 설계한 놀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어른들이 놀이공간에 담고 싶었던 것은

이 곳을 설계한 영국의 어른들은 놀이터에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지난해 11월 런던 동부 앤드류 거리에 있는 에렉 건축사 사무소를 찾아 수잔 투치(sujanne tutsch) 공동대표를 만났다.

 

독일 남부지방에서 자란 그는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 아이들을 보며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지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그는 놀이터에서 놀지 않았다. 부모님과 산책하고 농장에서 뛰어 놀며 집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영국의 아이들은 나무는 알지만, 나무의 느낌은 모른다. 아이들이 나무를 만지며 자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아이들은 직접 버스라도 타고 학교를 가지만, 영국에선 아직도 부모가 직접 학교에 데려오고 데려가야 하기 때문에 주로 차량을 이용한다이전 세대에 비해 아이들의 움직임은 매우 적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영국이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놀이문제에 관심을 가진 2000년대부터 플레이 잉글랜드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놀이터를 디자인했다.

 

놀이터를 설계하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탐험요소를 어떻게 심어놓는 가이다. 그는 영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는 놀이시설이라도 전체적인 철학이 유익하다고 판단하면 시설 사용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이는 위험요소를 전혀 접하지 않은 경우보다, 겪어보는 것이 차후 더 큰 위험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놀이터를 디자인해왔지만 그녀의 고민은 계속된다. 에렉 건축사무소에서는 주로 목재를 사용하는데, 목재를 활용한 놀이 재료들이 쇠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비해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모험과 안전의 오묘한 경계선을 어디서 그어야 할까 모호한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완성품보다 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자체의 의미가 크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그는 놀이터가 위치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그 주변에서 나오는 재질을 사용하거나, 놀이터를 설계할 때 아이들을 디자인에 참여시키는 일, 주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조언했다.

 

피터 튜더(Peter Tudor) 런던유산개발회사 관계자가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 프로젝트에서 텀블링베이 놀이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놀이터는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

 

놀이공간을 획기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은 에렉 건축사 사무소만의 바람이 아니었다.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의 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런던유산개발공사 역시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새로운 놀이터를 욕심냈다.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가 들어선 이 곳은 15년전만해도 쓰레기 처리장이었다. 전에는 사람들이 올 이유가 없던 곳. 하지만 2012년 영국 정부와 런던시가 동부 지역의 대대적인 변신을 시작했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편 중 하나로 놀이공간을 겨냥하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놀이터에서 만난 피터 튜더(Peter Tudor) 런던유산개발회사 관계자는 북쪽 공원의 놀이공간은 주변의 자연물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에게 도전과 모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방향을 잡았다. 2012년 올림픽에 앞서 2011년 말 이미 놀이터 설계 공모를 진행했는데, 최종 낙점을 받은 곳이 런던에 본사를 둔 에렉건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렉건축이 제시한 계획서엔 자연에서 나무를 타고, 일상적인 모험을 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이렇게 탄생한 텀블링베이 놀이터는 사람들이 올림픽 공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고 부연했다.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는 경계선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주택가와 마주한다. 내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집 가까이 있다면, 어느 부모가 그 마을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을까. 젊은 가족을 마을로 유인하는 것은 지역으로서도 욕심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텀블링베이 모험놀이터는 대규모 복합단지와 공원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이 집에서 만든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들고 가족 단위의 휴식을 취하기에도 매우 적절한 장소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런던(영국)=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새만금 수질 4조 퍼붓고도 더 악화 해수유통으로 정책 타당

 

새만금 방조제 전경. 전북도 제공

 

정부가 새만금호 수질개선 사업을 20년째 진행하고도 수질 상태가 최하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단체가 전면적인 해수 유통만이 수질을 살리는 길이라며 정부에 물관리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녹색연합은 13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올해 안에 새만금호 수질을 농업용지 4급수, 도시용지 3급수를 유지토록 하겠다며 2001년부터 2단계에 거쳐 4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수질은 최악의 상황이 됐다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해수 유통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새만금호의 농업용지 구간 2곳에 대한 수질 측정결과를 모니터링해 보니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각각 10.4/10.6/로 수질등급 최악인 6등급(10/이상)을 기록했다. 도시용지 구간 2곳의 수질 역시 7.3/9.7/로 각각 4등급과 5등급을 나타내 새만금호의 수질을 조사한 이래 최악이었다.

 

이들 4곳뿐만 아니라 새만금호의 전체적인 수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새만금호 13개 지점의 평균 수질은 COD 기준으로 9.7/를 기록해 6등급에 육박했다.

 

전북녹색연합은 새만금호의 수질이 배수갑문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해수 유통량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20148월 배수갑문 어선 전복사고로 야간 수문개방이 중단됐을 때와, 2018년 새만금동서도로의 기반공사 완료 등으로 해수 유통량을 감소시켰을 때 수질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새만금살리기위원장은 일시적인 해수 유통량의 감소와 물 순환 정체에 따른 새만금호 수질의 단계적 악화는 새만금호를 완전담수화할 경우 수질이 얼마나 나빠지는지 예상할 수 있는 사례라며 새만금의 물관리 계획을 해수 유통 확대로 즉시 변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삼면이 바다인데 어가 5만호 붕괴

어가인구 10만명선 추락 KMI "어촌소멸 위기 커져"

국내 어촌사회 인구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어촌소멸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10일 서울 코엑스(삼성동)에서 열린 '2020 해양수산 전망과 과제'에서 어촌인구 감소에 따른 어촌소멸 위기를 경고하고 정부에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해양수산개발원의 전망 모형에 따르면 어가수는 201851494가구에서 201949998가구로 2.9% 줄었다. 어가수가 5만호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상 최초다. 올해는 2.2% 감소한 48885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가인구도 같은 기간 116883명에서 112754명으로 3.5% 감소했다. 올해는 109344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모형에 따르면 어가인구는 202210만명이 붕괴, 2024890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수산업 진입장벽과 어촌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가 고령화율도 201836.3%에서 201937.2%로 높아졌고, 올해도 38.5%로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도시민의 귀어·귀촌은 어촌의 인구감소를 되돌릴 수준에 이르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어인수는 2017991, 2018986명으로 1000명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열악한 삶의 질에서도 나타난다. 정부 '농어업인 삶의질향상위원회'가 수협중앙회 도움을 받아 전국 2029개 어촌계를 대상으로 삶의질 만족도를 조사(응답 어촌계는 759개로 전체 37.4%)한 결과 지난해 어업인 삶의질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2점으로 도시(2018년 기준) 6.4, 농촌 5.8점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삶의질 만족도는 모든 정책 부문에서 어촌주민이 농촌과 도시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농촌과 삶의질 격차가 가장 큰 부문은 안전, 환경·경관, 경제활동·일자리, 정주생활기반 순으로 나타났다. 도시와의 격차는 보건·복지, 교육, 안전 순이었다.

 

어촌·어업인들의 삶의질 여건은 정부의 생활인프라(SOC)확충과 복지확대정책 등으로 20174.7점에 비해 지난해 5.2점으로 상대적으로 개선됐지만 경제활동·일자리 부문에서 만족도는 4.5점으로 가장 낮았다.

 

박상우 해양수산개발원 어촌어항연구실장은 "어촌사회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문제가 특단의 대책없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수산업·어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연구결과 2045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어촌의 81.2%가 지역소멸 고위험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호주 산불로 다시 보는 IPCC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20191231(현지시간) 호주 남동부 해안가의 말라쿠타 지역이 산불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말라쿠타|로이터연합뉴스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호주 산불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온건조한 호주의 여름(12~2)에 산불이 발생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는 커지고, 기간은 장기화됐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란 무엇인지,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Summary for Policymakers)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실렸는지 다시 살펴봤다.

 

기후변화, 토지 황폐화 악화건조지 연평균 면적 1% 이상 증가

IPCC는 지난해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0차 총회를 열고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의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요약본을 채택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12월 이 요약본의 한글 번역본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토지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 등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인간은 전 지구 부동 지표면 중 70% 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인간의 현재 토지의 잠재적 순 일차 생산량의 4분의1~3분의1을 식량, 사료, 섬유, 목재, 에너지를 얻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토지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1961년 이후 인간의 토지 사용률은 급격히 높아졌다. 보고서는 “1961년 이후 제공된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증가와 1인당 식량, 사료, 섬유, 목재, 에너지에 대한 소비 변화가 토지와 담수의 사용률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증가시켰, “이러한 변화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자연생태계 손실(산림, 사바나, 자연초원, 습지)과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1인당 식물성 기름과 육류 공급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1인당 식량 칼로리 공급은 약 3분의1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비의 변화20억명의 성인들의 과체중이나 비만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8.21억명의 인구가 영양결핍 상태에 놓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총 식량의 25~30%는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토지 황폐화를 더욱 악화시키며, 저지대 해안지역과 하천의 삼각주, 건조지, 영구 동토 에서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61~2013년 가뭄에 시달린 건조지의 연평균 면적이 1% 이상 증가해왔다며, “2015, 5억의 인구가 1980~2000년대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1210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지역에서 한 소방관이 무섭게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시드니|AFP연합뉴스

.

사막화 영향에 호주 포함

산업화 이전(1850~1900) 시기 이후 지표면의 기온은 1.53도 올라, 토지와 해양을 포함한 전지구 평균 온도(0.87)보다 거의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와 토지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수많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의 원인이 됐다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한 폭염 등 온난화로 인한 열 관련 현상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이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 가뭄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으로는 호주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일부 건조 지역의 경우, 지표면 기온과 증발산(물이나 습한 토양 표면의 물이 공기 중으로 이동하는 증발, 식물에 흡수된 수분이 잎을 통해 수증기로 방출되는 증산을 합친 말)의 증가 및 강수량의 감소가 기후 변동 및 인간 활동과 맞물려 사막화에 영향을 미쳤다이러한 지역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 동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 그리고 호주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식물성 식품으로 이루어진 균형식대안 제시

기후변화가 초래한 토지의 변화는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에 영향을 이미 끼쳐왔다일부 곡물(옥수수와 밀)의 수확량은 다수 저위도 지역에서 감소한 반면, 일부 곡물(옥수수, , 사탕무) 수확량은 다수 고위도 지역에서 최근 수십년 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아프리카의 목축 시스템에서 동물 성장률과 생산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식량 시스템의 다각화가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봤다. 눈에 띄는 것은 식물성 식품 섭취와 같은 채식을 권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보고서는 사료 곡물, 콩류, 과일, 채소, 견과류, 씨앗 등 식물성 식품으로 이루어진 균형식과, 회복력있고 지속가능하며 온실가스 배출이 낮은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동물성 식품은 인간 건강에 있어 공동 이익을 상당히 만들어내는 동시에 (기후변화의) 적응과 완화에도 중대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호주 캥거루섬 야생공원에서 산불로 다친 코알라가 치료를 받고 있다. 캥거루섬|로이터연합뉴스

.

기후변화란

기후는 수십년 간 평균화된 어느 지역의 대기 상태다. ‘날씨가 매일의 기온과 비, 바람 등의 대기 상태를 의미한다면, ‘기후는 수십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의 그 날씨를 평균화 한 것이다. 보통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정의하는 ‘30을 주기로 삼는다.

 

기후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기후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변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과 같은 인위적 요인에 의해서 생길 수도 있고, 자연적인 원인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야기되는 것은 기후변화, 자연적 원인에 따라 발생하는 것은 기후변동성으로 구분한다.


조선일보 탈원전기사, 왜곡보도인 이유는?

독일 전력정책의 문제점을 탈핵 자체의 한계와 연결현 정부 탈원전인지도 의문

조선일보가 독일에서 탈핵(탈원전) 정책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연구가 나왔다고 기사를 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의 모델 국가로 독일을 꼽는 만큼 현 정부의 정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보도다. 관련 부처에선 해당 기사들이 왜곡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 정부가 공약과 달리 실제 탈핵 정책을 펴지 않아서 조선일보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 것 자체가 왜곡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핵발전소 건설에 자신들 기준보다 소극적으로 나오자 정부 정책을 탈원전으로 왜곡한 뒤 독일 연구를 인용하며 2차 왜곡한 보도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2017년까지 발전소 17곳 중 11곳을 폐쇄했고 2022년까지 모든 발전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6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는 지난 6탈원전 후 석탄발전 급증한 독일대기질 나빠져 1100명 더 사망이란 기사에서 미국 경제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독일 탈원전의 민간 및 외부 비용이란 보고서 결과라며 독일이 원전(핵발전소) 공백을 석탄발전으로 메우고 있어 대기오염이 증가해 연간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발전소 감소로 11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연간 120억달러 손실이 났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전미경제연구소에 대학교수 등 북미 지역 1400여 경제학자가 속해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2명을 배출한 민간연구소라고 권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全美 경제연구소(NBER) 보고서 주요 내용 및 평가란 문건에서 보고서 원문에는 동 보고서는 연구자 견해로 NBER 공식 입장이 아니며(아직 peer-review 전 단계), 토론 등 목적으로 회람했다고 적시했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보고서의 한계도 담았다. 발전량·비용 산정에 다양한 가정을 활용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문건에 따르면 신재생 발전량을 측정할 때 핵발전소축소핵발전소유지시나리오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했는데 독일의 핵발전소 감소로 인한 신재생 에너지 증가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에선 핵발전소와 신재생은 대체재이지 보완재가 아니다. 탈핵 없이 신재생 잠재력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독일 녹색당 주장을 함께 인용했다. 또 전미경제연구소 보고서가 비용산정에 활용한 CO2비용 계수, 사망계수, 삶의가치 계수, 사고위험비용 등에도 논란의 소지가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선일보는 지난 9탈원전 독일의 걱정 전기차 증가로 전력난 닥칠 것”’이란 기사에서 독일 쾰른대 EWI(에너지경제연구소)‘2030년까지 독일 전체 전력 소비의 6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독일)정부 목표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한국에 비해 풍력·태양광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독일에서조차 탈원전(탈핵) 정책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에 잘못이 있을 뿐 탈핵 정책 자체를 문제 삼은 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관련 부처는 조선일보 1.9일자 기사 <탈원전 독일의 걱정> 내용 확인 보고란 문건에서 정부의 전력수요가 전기차와 히트펌프, 그린수소 생산 등 주요 변수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EWI 보고서는 전력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정부 전망치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독일 탈원전 문제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정부의 정책을 탈원전(탈핵)’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신고리 4호 운영을 허가하는 등 실제 설비용량 기준으로 탈핵이 아니라 증핵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또 핵발전소 해체 비용 등 준비과정이 미흡해 실제 해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나온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기후변화 활동가들이 극단주의자?

 

석유 산업 시설 파괴

등의 시위를 벌이는 환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주저하는 급진주의>(The Reluctant Radical) 포스터

 

20161011일 환경운동 그룹 밸브 터너스’(Valve Turners)의 활동가 5명은 미국·캐나다 국경 4개 지역에서 캐나다의 타르샌드(원유를 포함한 암석)에서 원유를 운반하는 파이프 라인의 밸브를 잠갔다. 이때 운반이 가로막힌 원유량은 미국 하루 소비량의 15%에 달했다. 활동가들은 당일 관련 에너지 기업들에 자신들의 행동을 통보하고,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기다렸다.

 

밸브 터너스의 활동은 20182월 뉴욕타임스에 소개됐으며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의 하나로 여겨졌다. 이들의 활동은 다큐멘터리 <주저하는 급진주의>(The Reluctant Radical)로 제작되기도 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들을 극단주의자명단에 올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해당 문건을 입수해 13(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2014~2017년 미국에서 벌어진 국내 테러 위협 사건 80건을 평가한 최근 문건에서 밸브 터너스환경 문제 극단주의자로 설명했다. 이 극단주의자 명단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연쇄 살인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문서를 보면 인종 및 환경 이데올로기가 미국 국내 테러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었던 마이크 게르만은 환경 운동가들이 테러에 대한 법적 정의를 충족시키는 치명적인 폭력의 유형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문서 명단에 오른 활동가인 샘 제섭(34)e메일 인터뷰에서 우리의 활동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해동과 연쇄 살인법들과 같다고 보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안보부가 결국은 화석 연료 산업의 미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섭은 자신이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파이프 라인 항의 후 비디오 그래픽을 온라인에 올렸고, 시애틀에 살고 있는 가족치료사인 그의 동료 마이클 포스터는 그날 파이브의 밸브를 잠갔을 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고 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 보도에서 밸브 터너 활동가들은 대부분 조용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최악의 영향으로 즉각적인 위협을 받는 사람은 없다. 다만 교육을 많이 받고, 백인이고, 안전하다는 상대적인 이점이 그들로부터 기후변화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느끼게 한다고 소개했다.

 

파이프 라인 항의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워터 프로텍터 법률 모임의 변호사 칼 윌리암스는 이 운동의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당국이 이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파이프 라인 시위와 관련해 약 800명의 활동가들이 재판을 받았다.

미 국토안보부는 환경 운동가들을 극단주의자들로 규정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에 응대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이상고온 탓곶자왈 자생 제주백서향 한 달 일찍 꽃 피워

   


제주 한경 곶자왈에 핀 제주백서향 꽃.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제주 곶자왈에만 자생하는 제주백서향이 예년보다 한 달 먼저 꽃을 피웠다.겨울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시 한경 곶자왈 일대에서 자생하는 제주백서향이 이달 초순 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제주백서향의 개화 시기는 예년에 비해 한 달 정도 빠른 것이다. 늘푸른 작은키나무인 제주백서향은 주로 2월부터 꽃을 피운다. 보통 4월까지 흰색 작은 꽃들이 모여 화려한 꽃송이를 이루면서 진한 향기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올해는 겨울철 이상고온 탓에 예년보다 일찍 개화한 것으로 보인다.

 

곶자왈 내 제주백서향 자생지 주변의 최근 10년간 1월 초순 평균기온이 6.1도였던 데 반해 올해는 평균 9.3도로 3.2도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이 정도 기온차는 보통 해발고도가 450m 정도 차이날 때 발생한다. 제주지역 전체의 1월 초순 기온도 최고기온이 18.3도를 기록해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고, 최저기온 역시 2.5도 이상으로 영상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평균기온은 9.8도로 평년값인 8.6도에 비해 1.2도 높았다. 서연옥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연구사는 겨울 이상고온 현상을 고려할 때 올해는 봄꽃 개화시기가 전반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한겨울 낙동강에 웬 여름철새 제비?

두 마리가 먹이 활동모습 목격, 온난화로 기온 상승 원인 분석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로 분류되는 제비가 한겨울 낙동강 하구에서 발견됐다.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낙동강 염막둔치 인근에서 발견된 제비.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부산지역 환경단체인 습지와새들의친구’(습새)는 지난 12일 오후 330분께 낙동강 하구 염막둔치 인근에서 제비 두 마리를 목격했다고 14일 밝혔다. 습새 측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제비는 낙동강 수면을 스치며 날아다닌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제비가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습새 박중록 대표는 당시 오후 445분께까지 1시간이 넘도록 먹이활동을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날벌레가 깨어나고, 그에 따라 바다를 건너온 제비가 적극적으로 먹이활동을 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비는 일반적으로 3~10월 한국에서 관측된다. 한겨울에 한반도에서 제비가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비는 우리나라가 겨울일 때는 중국 양쯔강 이남에서 서식하다 봄이 되면서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북부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1월 평균 기온은 6.2도였다. 평년기온인 3.5도보다 2.7도나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부산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17.7도를 기록해 기상관측 이후 해당일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낙동강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최근 겨울이 따뜻해지다 보니 과거 부산에서 자주 보이던 붉은부리갈매기의 서식지가 경북지역으로까지 넓어지는 현상도 벌어진다다만 길을 잃은 제비가 이른 시기에 한반도에서 발견된 사례도 드물게 보고돼 길을 잃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김준용 기자

 

멸종위기종에서 ‘1000살 생명력키운 은행나무의 비결

나이 먹어도 노화현상 없어20대 저항력 고령까지 유지

은행나무 죽음은 노화 아닌 가뭄 등 자연적 이유나 개발 탓

RNA 염기서열 분석 결과,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 늘지 않아

지속적 성장과 스트레스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 유지가 비결

 

공룡시대에 전성기를 맞은 은행나무는 북반구 전역에 분포했다.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 이미 멸종위기를 맞은 이 화석 나무는 사람의 손길과 보살핌을 받아 다시 세계 전역에 분포하게 됐다. 박미향 기자

 

은행나무는 2억년 전 쥐라기 공룡시대부터 지구에 분포해 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한때 지구 전역에 살았지만, 현재 중국 동부와 서남부에 극소수만 자생한다(사람이 인공증식한 가로수 은행나무는 다시 세계를 정복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름답고 병충해와 오염에 강해서이지만, 무엇보다 끈질기게 삶을 이어나간 까닭은 장수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는 수백살이 넘는 은행나무가 즐비하고, 자생지인 중국 동부 저장성의 톈무 산에는 1000년이 넘는 거목이 17그루에 이른다. 은행나무가 장수하는 비결은 무얼까.

 

중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15살에서 667살에 걸친 중국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생리적 변화와 관다발 부름켜의 변화를 분자 차원에서 분석해 그 비밀의 일단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14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늙은 나무도 여전히 건강하고 성숙한 생태였으며 나무 전체에서 노화가 드러나지 않았다지속적인 성장과 노화 방지,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 유지가 그 비결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공원의 은행나무 고목. 나이가 들어도 노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장 폴 그랑몽,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노화는 동물에서 줄기세포의 활력이 떨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식물에서 줄기세포에 해당하는 것은 분열조직이다. 나무는 나이를 먹어도 어느 한도 이상으로 키가 자라지 못한다. 나무 꼭대기의 분열조직이 한파나 번개, 폭풍에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껍질 밑에 관 형태로 자리 잡은 관다발의 분열조직은 끝까지 활동을 유지한다.

연구자들은 은행나무도 나이가 들면서 관다발 세포층의 숫자는 점차 줄어든다고 밝혔다. 세포분열이 느려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첫 200년 사이 나이테의 폭은 급격히 줄어든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이후 감소 추세는 완만해질 뿐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이는 600살이 되도록 나무의 밑동 면적이 줄지 않는 데서도 드러난다.

 

20, 200, 600살 은행나무의 나이에 따른 저항 능력(그래프 오른쪽 맨 위), 노화 증상(가운데), 성장률 변화. 나이가 들어도 저항능력, 성장능력이 줄지 않고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나타낸다. 왕 외 (2020) PNAS 제공.

 

연구자들이 20, 200, 600살짜리 은행나무를 비교한 결과 잎 면적, 광합성 효율, 씨앗의 발아율은 나이가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0살이 넘은 수나무는 여전히 활력이 있는 꽃가루를 생산했고, 비슷한 나이의 암나무도 다량의 은행을 해마다 열었다.

흥미로운 건, 나이 든 은행나무의 아르엔에이(R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노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포분열의 속도가 느려질 뿐 은행나무는 사실상 늙지 않는다는 얘기다. 은행나무가 죽는 건 노화가 축적돼서가 아니라 병원체나 가뭄 같은 자연적 이유와 사람에 의한 개발 등 인위적 이유 때문이다.

 

또 은행나무는 늙어도 병균이나 기후변화 등 외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저항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항력을 유지할 이차 대사물질인 플라보노이드나 테르페노이드 등의 합성능력이 유지됐다. 20살 청년 은행나무나 1000살 고령 은행나무가 같은 수준의 저항력을 보유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키가 큰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42m, 밑동 둘레 15m, 나이 1100살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제공.

 

 

세계적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크레인 박사는 한국 등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나무-시간이 망각한 나무를 펴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5만년 전 인류가 처음 중국에 발을 디뎠을 때 은행나무는 이미 몇몇 피난처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멸종위기종이었다“(과거처럼) 은행나무가 다시 세계 대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가로수가 된 것은 사람의 오랜 관심과 보살핌 덕분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2억년 살아남은 은행나무의 비밀).

인용 저널: PNAS, DOI: 10.1073/pnas.1916548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도심 불청객까마귀 떼제발 쫓아주세요

최근 수원 도심에 까마귀떼가 몰려들고 있습니다.특히 배설물 때문에 주민들 피해가 막심하다는데요.그런데 왜 하필 다른 곳을 놔두고 이 곳으로 몰려드는 걸까요.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늦은 밤 수원의 도심.

깜깜한 하늘 아래로 족히 수백 마리는 돼 보이는 까마귀떼들이 전깃줄에 줄지어 앉았습니다.

건물 사이를 이리저리 활개치고 다닙니다.

 

[정현정/경기도 수원시 : "한두 마리가 아니고 막 떼거리로 와서 전깃줄에 앉아있을 때 이렇게 보면 좀 혐오스럽고 그렇죠."]

[박인호/경기도 수원시 : "지나가다가 까마귀 배설물이 떨어지는 걸 보는데 맞을까 봐 무섭고 냄새나고 위생적으로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혐오스럽기까지한 까마귀 때문에 거리는 배설물로 엉망이 됐습니다.혹여나 배설물이라도 맞을까 빨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현식/경기도 평택시 : "날아다니면서 막 배설하는 것 같아서..바닥도 지금 이렇잖아요."]

거리는 배설물로 뒤덮힌 지 이미 오랩니다.

[박시후/경기도 수원시 : "저기 앉아있었는데 저 새똥 맞았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머리에. 그래서 기분이 좀 그랬어요."]

 

주차된 차도 이른바 배설물 테러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잠시 주차한 이 버스, 배설물로 금세 뒤덮혔습니다.

[버스 기사 : "(차 이거 어떻게 해요?) 닦아야지, . 방법이 있어요, 저거. 아이고..."]

배설물 테러 때문에 인근 세차장은 손님이 늘었습니다.

[이용찬/경기도 수원시 : "원래 2주에 한 번씩 했었는데 이제 까마귀 떼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것 같아요."]

[세차장 관계자 : "엄청나게 맞아서 오는 차들도 있고 또 어떤 차들은 조금 맞아서 오는 차들도 있고 그렇죠. 마지막 정리 작업하는 중에 또 새가 날아가면서 배설해서 다시 막 (세차)하면서 짜증 내고 이러시는 분들도 많이 있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이 일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피해가 큽니다.손님이 뜸해진 것도 모자라 한겨울에 물청소까지 해야 하는 처집니다.

[임혜경/편의점 직원 : "아무래도 손님들이 덜 오시죠. 안 지나가는 그런 경향이 좀 있어요. 물 뿌리면서 닦긴 하는데 힘들더라고요. 더군다나 추운 날은 어니까 또 물을 쓸 수가 없어요. 안 추우면 하긴 하는데 너무 심각해요."]

 

수원 도심의 불청객 이 까마귀 떼는 지난 2016년부터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까마귀떼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큰부리까마귀가 아닌 '떼까마귀'입니다. 겨울철새인 떼까마귀들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다행히 조류 독감등 질병을 옮기진 않는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곳 수원 도심에 모여드는 걸까요?

 

[최창용/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선임연구원 : "지금 수원 주변에서 저지대, 평지, 농경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이들의 큰 무리를 수용할 수 있는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심은 떼까마귀 무리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전선, 전봇대와 같은 구조물, 편히 앉을 수 있는 구조물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들이 잠자리로 이용하기에 굉장히 용이한 편입니다. 따라서 떼까마귀들이 점점 더 도심으로 모여들어서 잠자리로 이용하는 그런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까마귀떼는 거의 밤에만 도심에 출몰합니다. 낮에는 논, 밭 등에서 배를 채운 후 편히 쉴 수 있는 전깃줄 같은 곳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몰려드는 겁니다.

[김기영/경기도 수원시 : "(논 주변에) 오전에 7시 반부터 9시 사이, 그리고 한 5시 전에 오후 3시쯤, 그때도 많이 출몰하는 편이에요."]

[송인기/경기도 수원시 : "논에 내려앉아서 먹이를 먹나 봐요. 먹이를 먹고 쉴 적에는 전선에 와서 쉬나 봐요. 전봇대에 수천 마리가 와서 매달리고 있어요."]

 

수원시가 추정하는 까마귀 수는 대략 6천여 마리 안팎. 시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수원시는 까마귀 퇴치에 나섰습니다. 매일밤 돌아다니면서 까마귀의 경로를 파악해 쫓아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수원시청 관계자 : "여기 전선에 (많네)."]

까마귀가 많이 모여드는 곳을 집중적으로 가는데요.

[김덕녕/수원시 환경정책과 환경교육팀장 : "전선이 있고 또 건물이 있는데 건물 높이는 보통 5층에서 7층 정도의 바람막이를 해줄 수 있는 곳이 주로 많이 출현하는 곳이 됩니다."]

까마귀떼를 향해 초록 빛을 내는 레이저를 쏴 쫓아내길 반복, 또 반복합니다.

[김승기/수원시 환경정책과 환경교육팀 : "이 빛이 동물의, 맹수의 눈하고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어서 상당히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레이저로 쫓는다고 해도 잠시 흩어질 뿐, 또 모여든다고 합니다."지금 쫓고 나면은 한 30분 정도 후에 보면 그때 다시 돌아보면 또 오고 있습니다."]이렇게 도심에서 밤을 보내는 까마귀 탓에 아침이 되면 거리는 배설물로 또 더러워집니다.

 

[김성덕/수원시 떼까마귀기동단 :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돼버렸네, ."]지난해부터 수원시가 파견한 전담반이 일주일에 세 번, 물청소를 하지만 이것 또한 그때뿐입니다. "그저께 물청소를 해서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하룻밤 사이에 또 이렇게 되고 가는데마다 거의 이렇습니다. 그 전날 청소해 놔도 그다음 날 가면 도로 그렇고 그러니까 그게 아주 골치가 아픈 거죠."]

 

수원시처럼 까마귀떼로 골머리를 앓았던 울산시는 태화강에 까마귀 보금자리를 마련해, 관광상품화까지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수원도 울산처럼 외각에 서식지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창용/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선임연구원 : "도심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도심지 외곽에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숲을 조정해주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생태공원을 조성할 여건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옵니다. 내년에도 까마귀떼의 방문은 또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 방법, 정말 없는 것일까요. 우정화 기자jhw01@kbs.co.kr

 

40년 독일 녹색당, 기후행동 속 녹색 총리도 꿈꾼다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증명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전세계 기존 정당체제에 숱한 도전과 논쟁도

창당 선언 기존 정당에 반대하는 정당

EU의회 선거, 독일 녹색당 제2정당 발돋움

 

지난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아날레나 샤를로테 베르보크 동맹 90/녹색당대표가 녹색당 창당 4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녹색당은 독일을 변화시키고, 독일은 녹색당을 변화시켰다. 독일 정치 지형에서 환경 이슈를 다른 정당들 안에도 정착시켰다.”

 

지난 13일 창당 40주년을 맞은 독일 녹색당 기념식(10일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사회민주당) 독일대통령이 한 연설 중 한 대목이다. 슈타인마이어는 동독 민주화 세력과 서독 녹색당의 통합은 독일통일에 엄청나게 기여했다녹색당은, 정치는 자기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독일이 통일된 1990, 서독 녹색당과 동독지역 시민·민주화운동세력이 주축이 된 동맹90’은 선거연합을 통해 동맹 90/녹색당으로 거듭났다. 독일 녹색당은 전세계의 수많은 녹색당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성공했으며 가장 규모가 크다. 성공한 그만큼 지난 40년간 전세계 기존 정당체제에서 숱한 도전과 논쟁도 불러 일으켰다.

 

1980113. 히피, 공산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페미니스트, 예술가, 반전활동가, 보수적 지역주의자들이 옛 서독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카를스루에 시민회관에 모였다. 언뜻 보기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였으나 이들이 공유한 것은 환경이었다. 이날 격렬한 논쟁을 거친 뒤 연방 녹색당을 창당했다. “반정당 정당”(페트라 켈리 녹색당 초대 의장) 기치를 내걸고 기존 정당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운동인 독일 ‘68운동주역들이 이끈 녹색당은 급진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권위주의적 가치에 대항해 새로운 정치 문화를 일으켰다. 창립 당시 녹색당은 새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라거나 귀중한 식수를 변기 내리는 물이나 세차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983년에 연방의회 진입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5%) 이상을 얻어 연방의회에 입성했을 때 녹색당 의원들이 평상복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건 유명한 일화다.

 

불혹을 맞은 녹색당은 이제, 창당 때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비효율적·급진적이미지를 벗고 환골탈태했다. 보수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이나 중도좌파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한 정당이 됐다. 현재 독일연방 16개 주 가운데 12개 주에서 사민당이나 기민련과 함께 연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작년 한해 금요일마다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서 환경을 위한 정치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미래를 위한 금요일(프라이데이 포 퓨처·전세계 25개국 지부)‘은 독일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긴박한 기후변화 행동이 전세계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작년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20.5%를 얻으며 군소정당에서 독일 제2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녹색당에서 조만간 독일 총리가 배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1일 포르자, 엠니트 등 공식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기민련 27~28%, 녹색당 21~23%. 사민당은 12~14%.

 

녹색당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다. 사민당과 연합해 정권에 참여했던 1999년에는 코소보 파병 관련 원칙주의자들과 현실주의자 사이의 갈등으로 당내 위기를 겪었고, 2017년 연방의회선거에선 저조한 득표율(8.9%)에 그쳤다. 소아성애자였던 창립 당원을 둘러싼 내홍이나 채식의 날같은 녹색당 제안에 대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방정치에선 약진이 두드러졌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 빈프리트 크레치만(71)이 높은 지지율(24.2%)로 주총리로 당선되고, 2016년에도 30.3%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2월 초에 있을 함부르크주 선거의 녹색당 지지율이 29%에 이른다. 녹색당의 주요 지지층은 옛 서독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35살 이하 젊은이. 동독지역과 고연령 층에선 지지율이 매우 낮다. 볼프강 메르켈 교수(훔볼트 대학 정치학과)는 독일 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녹색당은 이제 집권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모든 계층에서 골고루 지지기반을 가진 국민정당은 아니지만, 사실 국민정당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작년 지구 바닷물 온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가디언> "작년 해양 온도 관측 사상 최고...정말 무서운 소식"

작년 지구의 바닷물 온도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기후위기 여파로 관측된다.

 

13(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작년 세계 해양 온도 기록이 경신됐으며, 이는 지구가 '반박 불가능하게, 가속화해' 뜨거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기과학 분야 격월간 전문지인 <대기과학의 발전(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된 연구 논문을 인용해 "최근 5년은 (관측 이래) 지구 해양이 가장 따뜻한 시기였으며, 지난 10년간의 해수 온도도 역대 가장 따뜻했다"고 밝혔다.

 

<대기과학의 발전>에 게재된 해당 논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심 2000m 이내 세계 해양의 평균 해양열용량(OHC, Ocean Heat Content)228 제타줄(Zetta Joules, ZJ)2016(180제타줄) 대비 48제타줄 상승했다.

 

제타줄은 열에너지 단위다. 2018<네이처>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16년까지 지구의 바다가 매년 흡수한 열에너지량은 13제타줄이다.

 

OHC는 수온 섭씨 26도 이상 되는 바닷물의 일정 단위가 지닌 열에너지량으로, 사실상 해양 수온이 26도 이상인 바다의 크기 단위다. 시간이 갈수록 26도 이상의 뜨거운 바다 면적이 커졌다는 게 해당 논문의 내용인 셈이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지난해 바다에 가해진 열량은 "지구상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밤새 100개의 전자레인지를 가동한 결과와 같다"고 밝혔다.

 

뜨거워지고 있는 수십 2000m 이내 바다의 상황. 열용량(OHC)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기과학의 발전> 자료에서 캡처

 

뜨거운 바다는 태풍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다. 겨울에도 26도 이상의 수온이 유지되는 바다가 늘어나면 그만큼 열대저기압 강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태풍 대부분이 열대 지방의 바다가 뜨거워질 때 발생하는 이유다. 전 지구의 바다가 뜨거워지면, 지구적 기상이변이 빈번해질 기본 조건이 갖춰진다.

 

<가디언>은 이번 관측 결과가 명백한 기후위기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보통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척도는 사람이 사는 곳인 평균 지표 기온"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더워진 바다는 더 강력한 폭풍을 낳고, 해수의 순환을 방해해 더 빈번한 홍수, 가뭄, 산불과 해수면 상승을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신문은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편적으로 지표면에 가까운 바다일수록 에너지가 많아 그만큼 생태계도 풍부하다. 이 지역이 뜨거워진다면, 대부분 해양 생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존 에이브러햄(John Abraham) 세인트 토마스 대학(미국 미네소타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기후위기 국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해양은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해양 온도 변화로 중단되지 않고 가속화하는 온난화 속도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무서운 소식"이라고 밝혔다. 에이브러햄 교수는 이어 "해양 온도 변화로 인해 더 큰 폭풍, 더 극단적 날씨가 나타날 것"이라며 "비가 내리고 증발하는 매커니즘에 변화가 생겨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질 것이며, 비는 폭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교수는 "지난해는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해였으며, 최근 10년간 단일 연도로는 가장 더웠던 해"였다며 "인간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구의 바다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NASA

이번 조사는 무인 측정장비 '아르고(Argo)' 3800기와 수온측정계를 이용해 바닷물 온도 데이터를 수집해 이뤄졌다. 중국 과학 아카데미 연구원들이 개발한 분석 방법을 미국 국립 해양 기상청이 이용해 이뤄졌다.

 

바다가 데워지는 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해양 생물학회 소속인 댄 스멀(Dan Smale)"지구 해양 상층부의 열함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양은 대기에서 더 많은 열을 흡수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온난화가 해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이브러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는 반박할 수 없다"면서도 "여전히 인간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의미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대희 기자 / 프레시안



국토부 부산 도시재생 이대로면 신규사업 선정 제외

 

국토교통부가 부산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진척이 부진하다고 지적하며 만약 만회가 안 되면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신규배정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 7개 기초단체 실적 부진

1월 중 만회 대책 미흡할 땐

예산 배정 등 불이익 강력 경고

부산시 ·공유지 거의 없고

땅값 비싸 토지 협의매수 난항

도시 특성 외면한 조치반발

 

부산에는 현재 모두 18곳의 뉴딜사업 지역이 있다. 대부분 낙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자율주택정비, 임대주택 공급, 마을 주차장 설립, 보행길 정비, 마을도서관 건립, 마을주민 일자리 확충 등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특히 부산 강서구 금정구 동래구 북구 사하구 서구 중구 지역 도시재생사업이 속도가 늦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실적과 2020년 추진계획을 점검하기 위해 17개 시·도 국장이 참여하는 ‘20201차 시도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간담회는 16일 세종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에 선정한 신규제도 시범사업 18곳을 포함해 지금까지 전국에서 총 284곳의 뉴딜사업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2019년 말까지 95개 사업을 착공했다. 각 사업지는 10개 내외 단위사업으로 구성되며 주차장·임대주택·창업지원시설 등 단위사업 기준으로는 216개가 착공됐고 46개는 준공됐다.

 

국토부는 추진 실적 점검 결과, 충남 전남 경남 제주 등은 우수했고 부산 대구 인천 등은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해 올해 신규사업 선정 시 시·도별 예산 배분에 이 같은 사항을 반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실적이 부진한 시··구에 대해서는 1월 중 사업추진 만회대책을 수립하도록 했고 이를 검토해 그래도 미흡한 경우 아예 올해 신규사업 선정에서 배제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의 경우 금정구 등 7개 기초 지자체가 실적이 부진한 곳으로 꼽혔고 울산은 남구와 울주군, 경남은 거제시가 실적 부진 지자체로 나왔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에는 모두 18곳의 뉴딜사업 지역이 있는데 단위사업을 하기 위해 토지매입을 할 때 주민과의 협의가 잘 안 된다예를 들어 주차장을 만들려면 해당지역에 국공유지가 거의 없어 사유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땅 주인과 금액 차이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뉴딜사업은 주민참여와 의견수렴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속도가 안 날 수 있다는 것.

 

국토부도 이 같은 형편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은 토지 수용을 전제로 한 사업이 아니라 협의매수를 해야 한다땅 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땅도 뉴딜사업에 선정된 후에는 돈을 더 달라고 해서 매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 측은 우리가 안 하려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사업이 부진하다고 신규선정에서 제외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국토부로서는 현 정권 임기 내 도시재생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지자체를 독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올해 신규사업은 중앙정부 선정사업의 경우 수시 접수로 3·6·12월에 선정하고, ·도 선정사업의 경우 공모를 통해 9월 말 선정할 계획이다. 또 지금까지 선정된 뉴딜사업은 2월까지 평가·진단을 실시해 부진한 곳은 원인을 분석해 보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

만년설 녹은 곳에 고산식물 확장14억 물 공급원 영향 주목

 

히말라야 해발 4900m 지점에 펼쳐진 아빙설대 식생대의 모습. 최근 확장하고 있다. 앞에 쿰부와 촐라체 봉이 보인다. 카렌 앤더슨 박사 제공.

 

기후변화로 에베레스트 산 자락 등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빙설대의 식생대 확장이 히말라야의 물 공급 체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3의 극지로 불리는 히말라야와 티베트고원 일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구에서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로, 아시아 최대 하천 10곳이 여기서 발원해 이 지역 14억 주민에 물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카렌 앤더슨 영국 엑시터대 박사 등 연구자들은 19932018년 동안 미 항공우주국의 랜새트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식생대는 아빙설대라 불리는 곳으로 나무가 더는 자라지 못하는 수목 한계선과 만년설이 쌓인 설선 사이의 구간이다. 여기서 봄에 눈이 녹으면 넓게 드러난 나지 곳곳에 고산 초본과 키 작은 진달랫과 관목이 짧은 여름 동안 꽃을 피운다. 연구자들은 분석 결과 아빙설대의 면적은 빙하나 만년설로 덮인 지역보다 515배 넓었다이곳의 식생이 물과 탄소 순환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말라야 아빙설대에는 고산 초본과 키 작은 진달랫과 관목 등이 주로 자란다. 카렌 앤더슨 박사 제공.

 

앤드슨 박사는 히말라야 지역의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가 2000년과 2016년 사이에 곱절로 빨라졌다는 연구를 포함해 많은 연구가 이 지역에 관해 이뤄졌다그렇지만 아빙설대가 빙하와 만년설 지역보다 훨씬 넓어 얼음의 감소를 아는 데 중요한데도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41506000m 지역을 분석했는데, 아빙설대가 가장 현저하게 늘어난 곳은 해발 50005500m 지역으로 드러났다. 낮은 고도에서는 가파른 사면에서, 높은 고도에서는 평지에서 주로 식생대가 확장했다.

 

만년설이 녹아 나지가 드러나고, 거기서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 눈에 덮였을 때보다 햇빛의 적외선을 더 많이 흡수해 토양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그러나 식물이 들어와 자라면서 생기는 증발산과 토양피복이 어떻게 눈을 녹이는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Global Change Biology, DOI: 10.1111/gcb.149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주한 미군기지 5곳 지하수 기준치 15발암물질

 

의정부 2·대구·칠곡·군산서 과불화화합물최대 1066ppt 검출

암 발병·생식기능 저하 유발에 환경오염주민 건강 조사 등 필요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에 있는 캠프 스탠리 주한 미군기지의 문이 15일 굳게 닫혀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경북 칠곡군과 경기 의정부시 등에 있는 주한 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최대 15배 초과한 발암물질이 확인됐다. 미군기지 안팎의 지하수 오염 실태 및 인근 주민에 대한 영향 등을 정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미국 국방부의 과불화옥탄산(PFOA)’과불화옥탄술폰산(PFOS)’ 관련 보고서를 보면 대구·경북 2, 의정부 2, 군산 1곳의 미군기지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PFOAPFOS 등 과불화화합물은 방수 소재, 패스트푸드 포장지 등 종이코팅, 조리기구, 소화장비 등에 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전립선암, 신장암 등 암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유해화학물질이자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모린 설리번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20183월 작성한 이 보고서를 보면 칠곡군 캠프 캐럴의 PFOAPFOS 복합 농도는 76~1066ppt, 대구 캠프 워커는 91~789ppt로 나타났다.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171~466ppt, 의정부 캠프 스탠리는 80~1061ppt, 군산 공군기지는 55~85ppt 사이의 농도가 검출됐다. 이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기준치(70ppt)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캠프 캐럴과 캠프 스탠리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는 기준치의 최대 15, 캠프 워커는 최대 11,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최대 6배가 넘는다. ppt는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단위로 1조분의 1을 의미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불화화합물은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로 기준치도 강화되고 있다미국의 경우 미시간주처럼 9ppt로 더 엄격한 기준치를 적용하는 곳도 있고 미국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EWG)1ppt를 적절한 기준치로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미군기지 반환 협상 및 정화 과정에서는 주로 유류오염 문제가 다뤄졌으며 과불화화합물 오염 여부는 주목받지 못했다. 반환될 미군기지는 물론 기존에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과불화화합물 오염 여부와 주민건강 영향조사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확인된 오염 농도로 볼 때 지역 주민, 미군을 포함한 군무원, 군부대 반환 이후 해당 지역을 사용하게 될 국민들에게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오염원을 찾아내 정화해야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기지 내 소방장비 오염원추정

 

과불화화합물, 인체 축적 악영향전세계 사용 금지 추세

작년 낙동강 오염 때처럼 환경당국 나서 유출지점 찾아야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미군기지 5곳에서 오염 실태가 드러난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은 물론 인체 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잔류, 축적돼 악영향을 미치는 탓에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 불린다. 현재까지 드러난 인체 악영향은 주로 생식기능 저하와 암 발생 등에 집중돼 있다.

 

미 국방부의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관련 보고서는 제한적인 인체 연구들이 이 물질들에 대해 태아와 어린이의 발달 지연, 콜레스테롤 증가, 전립선·신장·고환암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암연구소는 PFOA를 발암 추정물질을 의미하는 그룹2B’로 분류하고 있다.

 

과불화화합물의 인체 악영향이 큰 데다 국제적으로 기준치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여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인근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건강 영향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국내 5곳 미군기지에서 확인된 과불화화합물 최고 농도는 미국이나 국내 기준치와 비교해도 15배가 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가 된 기지들을 아직 미군이 이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염원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비가 올 때마다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미군기지 내 과불화화합물 오염도가 높은 것은 주로 이 물질이 포함된 소방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체 유해성과 환경 악영향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화재에 민감한 군, 특히 공군에서는 이 물질이 포함된 소방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에서도 도쿄 인근 주일미군의 요코타기지 주변에서 도쿄도가 우물 4곳의 과불화화합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대 1340ppt가 검출됐다는 내용을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기지 내에서 유출된 소화액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어 도쿄도가 일본 방위성을 통해 미국 측에 기지 내 지하수 농도 등을 밝힐 것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와 주변에 대한 조사에서도 4981379ppt 사이의 높은 농도가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2018년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시민들이 식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 바 있다. 당시 확인된 최고 수치는 454ppt가량이었다.

 

미국에서는 다국적기업들이 일으킨 과불화화합물 오염으로 인해 주정부, 주민 등이 소송을 제기하고, 대규모 역학조사가 실시되면서 이 물질의 건강 악영향이 드러났다. 3M2018년 오염 정화를 위해 미네소타주에 85000만달러(9838억원)를 배상하기로 한 바 있다. 잔류성유기오염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인 스톡홀름협약은 2011PFOS의 제조·사용을 금지했으며 지난해는 PFOA의 제조·사용도 금지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는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미군기지 반환 협상에서는 이슈가 되고 있지 않다기존의 토양 오염조사에서도 과불화화합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동강에서 오염이 확인됐을 때 환경당국이 배출업체를 찾아내고, 엄격히 관리한 것처럼 미군기지 내 오염원을 찾아내는 것이 오염 해결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우리 시대 불행, 탈핵 왜곡 보도

재작년 9원전 비평이란 칼럼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핵발전소 관련 보도를 비평하는 글을 쓰면서 단 한 번도 원고 쓸 소재가 부족하지 않았다. 바꿔말하면 현재 우리 언론에는 핵발전소·에너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억측이 차고 넘친다. 단순히 관점의 차이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잘못 이야기하는 것부터 부분적인 이야기를 크게 확대하는 침소봉대형 기사, 장밋빛 전망을 확대해서 포장하는 소설형 기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중금속 범벅 태양광 패널같은 것이 대표적인 가짜뉴스이고, 한때 104기나 운영되던 미국의 핵발전소 수가 96기로 줄었지만 2기 건설 기사를 확대해서 미국도 핵발전 호황같은 기사가 침소봉대형 기사의 전형이다. 뚜렷한 근거와 출처도 없이 핵산업계의 일방적인 시장 전망을 그래도 보도하는 형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 보도가 원하는 바는 대체로 핵산업이 중요한 산업이며, 한국은 이에 대한 훌륭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데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정책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보수 야당의 논리를 유지하는 좋은 근거가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 탈핵 논쟁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애국과 매국을 나누는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7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주최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탈원전반대 서명 50만명 돌파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칼럼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이는 대한민국에 있어 큰 불행이다. ‘---탈원전 반대논리 구조에 막혀 정작 중요한 에너지 정책의 다른 의제들은 논의 의제에조차 올라오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 문제이다. 연료비 등 발전 단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 전기요금 책정 방식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적되어 오던 문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료비 연동제등 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10여 년 동안 논의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은 보수 야당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 올라간다라는 반발과 이에 맞선 문재인 정부하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라는 반박에 막혀 아예 논의 의제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생길 다양한 문제, 특히 일자리와 산업변화에 대비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둘러싼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미세먼지 문제와 온실가스 문제로 석탄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 자동차 등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다양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법·제도 보완 및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데, 우리 국회는 이를 다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대안을 준비하고 보완하기는커녕,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워낙 가짜뉴스가 많은 시대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가짜뉴스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주요 일간지와 언론조차 이런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공론(公論)’을 형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한 번 입력된 왜곡된 지식을 바로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왜곡된 정보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과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국민의 의식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가짜뉴스에 기반한 쟁점으로 정작 국회와 정치권에서 에너지전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는 사이, 한쪽에서는 호주 산불처럼 대형 기후재난을 맞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그린 뉴딜이란 이름으로 대규모 투자와 사회 변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몇 년이나 허비하고 있다. 남들이 모두 앞으로 달려갈 때, 우리는 달릴지 말지 싸움만 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뒤로 가야 한다는 퇴행적인 이야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2020년에는 이런 불행이 끝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 미디어오늘

 

습지, 물과 숲이 만든 잘 돌아가는 세계

26. 브루노 릴리예포슈, 습지와 물새와 여우

 

물가에 두루미가 있는 풍경, 1924, 브루노 릴리예포슈.

 

캐나다 화가 론 킹스우드(Ron Kingswood, 1959~)습지의 신이라 부른 동물인 두루미()가 야생의 땅에 신처럼 서 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같은데, ()의 짝인 듯한 두루미가 저편에서 이편으로 날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의 중심부엔 강인지 호수인지 유유히 출렁이는 물이 보이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주변에 미동도 없이 서 있다.

      

동아시아에서 두루미는 신적인 지위를 누렸다. 동양화 속 두루미는 언제나 장수고고함에 관한 알레고리였는데, 예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1920년대 유럽에서 그려진 이 그림에서 두루미는 그런 알레고리가 전혀 아니다. 고고해서가 아니라 짝짓기 시즌이기에 잠시 무리생활을 접고 외따로 지내고 있는 철새일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동양화가 아니라 이런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왜 이 동물을 그리도 높이 샀던가를 처음으로 생각해볼 여유를 가지게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어느 강변일 것이다. 스웨덴의 자연을 많이 그렸던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니 말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어느 강변 습지대를 그린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해도 될 만큼 우리에게 낯익은 풍경이 아닌가. 작품 속 재두루미는 겨울이 오면, 중국의 양쯔강변에도, 한반도 비무장지대 인근 임진강변에도 찾아온다. 20191, 임진강변에 600마리가 넘는 두루미들이 월동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그림(‘물가에 두루미가 있는 풍경’, 1924년 작)을 그린 화가 브루노 릴리예포슈(Bruno Liljefors, 1860~1939)는 두루미나 습지에 천착했던 화가는 아니다. 대신 그는 스웨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들을 눈에 잡히는 대로 두루 그려냈다. 그로서는 이보다 더 쉬운 작업이 없었는데, 대학에서 동물화를 전공했던 데다 스웨덴 국토의 97%가 인간이 살지 않는 야생지대이기 때문이다.

 

브루노의 작품은 자연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창()이 되어준다. 들고양이, 여우, 오소리, 산토끼, 족제비, 사슴, 수리부엉이, 큰들꿩, 오리, 기러기, 두루미 등 그는 숱한 야생동물의 초상을 그렸지만, 미국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Audubon)처럼 연구용 자료로 그린 건 아니다.

대신 브루노의 그림 속에 나오는 동물들은 언제나 장소성을 거느리고 있다. 때로는 자기의 서식지에, 때로는 영토에, 때로는 사냥터에 있지만, 이들은 언제나 어떤 장소 안에서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땅을 박차고 오르는 오리들, 1908, 브루노 릴리예포슈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 대목은 실은 의미심장하다.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에는 그들의 생활 장소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중요한 점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동물은 살아가는 전략의 존재이며, 이 전략이 잘 먹히는 생활 장소에서만 살아간다. 이를테면 비무장지대 인근 임진강변에 두루미들이 많이 모여 월동하는 이유는 인근에 율무밭이 많고, 강의 여울이 잘 얼지 않는 데다, 무엇보다도 호모 사피엔스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물가에 두루미가 있는 풍경속 재두루미에게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므로, 우리의 시선은 이들의 생활 장소에도 오래 머물러야 한다.

 

브루노의 또 다른 작품 땅을 박차고 오르는 오리들’(1908)에서도 우리는 오리를 이들의 전략 행동 장소인 습지와 연결해 생각해보라는 초대를 받는다. 화가의 시선 오른쪽이나 뒤쪽으로 분명 강의 지류가 있어 화폭 왼편의 강과 만나고 있는데, 이렇듯 습지는 물의 당도를 의미한다.

 

이른 봄, 1887, 브루노 릴리예포슈

 

강은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움푹 파인 고랑으로 이어진 길을 굽이쳐 내려오다가 저지대의 평지에 이르러 불현듯 긴장을 늦추며 넓게 퍼 늘어지는데, 만일 물의 양이 충분하다면, 그곳은 이 그림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습지가 될 것이다.

 

오리들이 이런 곳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 식량원이 풍족하기 때문이다. 강물을 타고 떠내려 온 유기물이 습지대에서 한꺼번에 뒤엉키면, 이것을 먹이 삼는 미생물이 급속히 증식한다. 이 기본 세팅이 일단 갖추어지면, 생태적 파동은 이제 시간문제다. 조류와 식물이 증식하고, 이어 곤충과 지렁이들, 갑각류들이, 뒤이어 물고기들, 개구리 같은 녀석들이 모여든다.

 

여우와 오리, 브루노 릴리예포슈

 

이처럼 이곳은 강의 산란지. 먼 곳을 달려온 강은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풀어놓고 생명의 교향악을 지휘한다. 아니면, 존재의 모태인 네트워킹이 활달해지면, 존재는 자연스레 꽃을 피운다고 해도 좋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보이지 않는 것이 너무나

 

사냥꾼과 사냥개 그리고 여우, 1924, 브루노 릴리예포슈

그러나 아뿔싸! 이 여우는 최종적으로 사냥꾼과 사냥개 그리고 여우’(1924)에서 보이듯, 화가 자신의 먹잇감 신세가 된다. 브루노는 실제로 평생 사냥을 즐기며 살았고, 그런 자기의 모습을 화폭에 옮겼다.

 

습지주의자의 저자 김산하라면, 이런 습지 일원의 세계를 잘 돌아가는 세계라고 부를 것이다. 무엇이 잘 돌아가냐면, 바로 양분이다. 이 양분의 선순환이라는 현상의 토대에는 강의 산란과 물의 선순환이 있고, 그 토대에는 방해받지 않고 자기 몫의 생태적 노동을 묵묵히 수행하는 지구의 거물들인 울밀한 숲들이 있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동물 미술관> 저자/ 한겨레

 

알레만스랴튼(알레만스레텐) 알아두기

잘 돌아가는 세계가 스웨덴에서 가능한 한 가지 이유는 야생에 관한 기초 교육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교육은 스웨덴의 관습법인 알레만스랴튼(알레만스레텐, Allemansrten)’과 관련이 깊다. 스웨덴 어로 알레만스랴튼은 만인의 권리를 뜻하는데, 정확히는 대자연을 즐길 만인의 권리를 뜻한다.

관습법이라지만 스웨덴 헌법에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다. 외부인 그 누구도 이 권리를 지녀서, 스웨덴의 야생지대에서 여행하거나 캠핑하거나 자연물을 감상하거나 채취할 수 있고, 낚시나 사냥 등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출입금지표시판을 함부로 설치했다가는 알레만스랴튼을 위반하는 셈이 된다.(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출입금지주차금지니 하는 금지의 표시판을 너무나도 많이 본지라 아직도 이곳을 금지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영어가 허락된다면 인클로저enclosure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알레만스랴튼은 성숙한 행동에 관한 느슨한 합의에 기초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자연에 접근하고 자연을 사용할 권리를 뜻하지만, 자연을 함부로 다룰 권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자연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이 권리의 전제로 이해되고 실천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자연보호구역과 같은 보호구역에는 알레만스랴튼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야생지대에 들어가는 개인은 야생지대에서 얼마나 자기 이익을 취할지 보다는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자유롭게 이용해도 좋지만,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하며, 동시에 자연을 적정 수준이상으로 훼손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기에 알레만스랴튼은 기묘한 인권이다. 또는 인간다운 인간만을 전제로 한 인권이다. 자연과 시민 자신에 관한 기초 교육이 바탕에 탄탄히 깔려 있지 않고서야, 이 교육에 관한 자신감이 두둑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겠나.

 

브루노 릴리예포슈라는 사람은 스웨덴의 대자연이 키워냈지만, 스웨덴 국립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알레만스랴튼이라는 미풍(美風) 속에서 피어났다.

 

기후비상사태와 먹거리의 잠재력

기후변화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기관들이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으며, 법정에서는 기후 소송이 진행되는 등 풀뿌리 시민운동도 앞장서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3개국 과학자 11000명은 기후변화 대처 비상선언을 발표하고 세계 각국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바이오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지침은 먼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동시에 강력한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메탄과 블랙카본 등 단기성 온실가스를 신속하게 줄이자는 주장이다. 셋째는 산림을 비롯한 자연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함으로써 이들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큰 몫을 담당하게 할 것, 넷째는 동물성 식품을 덜 섭취하는 채식 위주로 식생활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다섯째는 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풍요의 추구라는 목표에서 탈피하자는 것이고, 여섯째는 적절한 정책을 통해 하루 20만명 이상 늘어나는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특히 채식 위주의 식단 변화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메탄과 블랙카본 같은 단기성 온실가스도 현저하게 줄여준다. 블랙카본의 40~50%가 숲과 대초원을 불태우는 데서 배출되고 축산업은 삼림 파괴와 메탄의 주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축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을 식량 재배를 위한 농토를 넓히는 한편 축산업으로 사용되는 농지에 삼림을 조성함으로써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

 

이미 작년 8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는 세계 각국 정부가 승인한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화석연료 감축과 함께 토지 이용의 획기적 전환 없이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육류와 유제품 섭취량을 줄일 것을 권고하며, 전 인류가 채식이나 비건(완전 채식)으로 식습관을 바꿀 경우 최대 연간 80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고, 음식물 쓰레기만 신경 써도 연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경작·혼농임업 등 식량 생산방식을 바꿔도 2050년까지 최대 연간 96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을 밝혔다. 종합하면 생산에서 폐기까지 먹거리 시스템만 개선해도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50% 가까운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식습관 변화를 연결고리로 땅과 동식물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및 사막화의 완화, 생물다양성의 복원을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물 부족·인류 건강·식량·양극화 문제의 해결이란 가능성도 확인해 준다.

 

인류는 식습관 변화를 통한 악순환과 선순환 가운데 양자택일의 순간에 서 있다. 인간과 지구, 밥상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밥상혁명의 순간이다.

고용석 |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경향


 


  

10년간 4조 들여 7천만 살처분’, 이대로 좋은가

ASF,구제역, AI 등 경제적 피해 넘어 환경, 건강 위협공장식 축산 재검토해야

   

동물권 단체 \'케어\'\'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9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 및 처분 현장에서 생매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생매장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축산업이 몸살이다. 9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파주, 김포, 강화, 연천 등에서 잇따라 확진되었다. 이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만 15만 마리가 넘고, 수매·도태된 돼지까지 합치면 살처분 규모는 45만 마리까지 늘어난다. 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전 전국 돼지 수(6월 기준 11317000마리)4%에 달한다. 여기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전파할지도 모른다는 의심 때문에 전국에서 잡아 죽인 멧돼지 21209마리까지 더하면 이번 사태로 47만 마리가 살처분된 셈이다.

 

어마어마한 수의 살처분이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가축 질병 발생 및 방역 현황을 보면,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2018년까지 8차례의 구제역으로 38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7차례의 조류인플루엔자로 69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살처분된 돼지 47만 마리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년간 7000만 마리의 생명을 가축 전염병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죽이고 땅에 묻었다.

 

2018년 구제역 확정 판정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돼지농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 등이 돼지들을 살처분장으로 유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몰지 부족과 환경오염

이러한 살처분에는 농가 보상비용 외에도 살처분을 실시하고 가축의 사체와 오염물을 소각·매몰하는 등에 엄청난 세금이 쓰인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든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도 2010년 이후 10년간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 비용에 든 세금이 4조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가축 전염병 발생지역의 소독과 매립지 관리 등에도 예산이 필요해 살처분을 책임지고 있는 기초지자체의 파산이 걱정될 지경이다(관련 기사: ‘살처분 비용지자체 SOS중앙정부 일주일째 "검토 중").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살처분이 제대로 관리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1월 살처분한 돼지 수만 마리를 땅에 묻지 않은 채 쌓아두었다가 돼지 사체에서 나온 피가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지류 하천으로 흘러들어 파주시가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연천뿐 아니라 돼지 매몰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 매몰지 관리 부실은 이번뿐 아니라 그동안의 매몰지에서도 흔하게 일어났고, 일어나는 일이다(관련 기사: 이낙연 총리 "연천 돼지 사체 침출수 유출, 주민들께 송구").

 

917일 오전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돼지들을 살처분하기 위한 흙 구덩이 넣을 매몰통을 옮기고 있다.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살처분 매몰지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문선희 작가는 2018생명을 묻다세미나에서 발굴 금지 기간(3)이 지난 매몰지 100여 곳을 무작위로 직접 찾아가 본 결과, 대부분의 매몰지가 3년이 지난 당시까지도 여전히 악취를 내뿜고 있었다고 밝혔다. 곰팡이가 핀 매몰지는 물컹하여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하는데, 돼지 뼈와 곰팡이가 가득한 매몰지 100곳 중 20곳에서는 농사를 시작하여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가 많은 매몰지라도 확보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2010년부터 가축 전염병으로 조성된 매몰지가 4000~5000곳에 이른다. 이 중 2304곳은 매몰지 관리지침에 따라 관리대상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관리 중인 매몰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조성된 71곳을 포함하여 213곳에 이른다. 그러나 관리대상에서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살처분 가축 매몰지는 사체 잔존물이 남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보니 이번 연천 돼지 사체 침출수 유출사건처럼 산처럼 쌓인 사체가 매몰지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거의 매년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이제 살처분 가축 매몰지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따른 살처분이 계속되는 가운데 10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동물해방물결 회원들이 살처분 당하는 장면을 재현하며 돼지의 고통을 알리고 탈육식 동참을 호소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농가와 국가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살처분 방식은 비단 경제적으로만 피해를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연천군 하천오염과 같이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물론 살처분 이후에도 매몰지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인해 매몰지 인근 지역의 지하수와 토양 등 환경을 오염시키고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2011년 충남의 한 축협에서 일하던 정아무개씨가 살처분 트라우마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 씨는 201012월 말 당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동료들과 함께 가축 매몰작업에 투입됐다. 갓 태어난 어린 가축을 포함한 소, 돼지를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여야 했던 정 씨는 그 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정 씨는 이후에도 20119월까지 매몰지를 방문해 흘러나오는 침출수 제거 작업을 해야 했다. 정 씨는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2011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관련 기사: 새끼 돼지 태워 죽인 공무원 트라우마, 국가는 책임을 외면했다). 이러한 살처분 트라우마가 정 씨만의 일이 아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공무원 등 268명을 대상으로 한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6%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사 증상을 보였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살처분되기 전()과 후의 산란계 축사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10년간 4조원을 쏟아붓고 7000만 생명을 빼앗고도 해마다 살처분이 계속된다는 것은 살처분이 비경제적이거나 반생명적인 방법이라는 문제점 외에도 과연 실효성이 있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해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는 살처분 매몰방식이 오히려 조류인플루엔자를 토착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살처분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유독 극성이었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는 지난 10년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의 90%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기간 충북의 동물복지농장 23곳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조류인플루엔자가 철새 탓이라는 기존의 주장과는 달리 공장식 축산이 가축 전염병의 주요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제는 실효성도 없이 피해만 늘어나고 있는 공격적인 살처분 방식보다 먼저 축산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가축 전염병을 급속하게 전파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밀식사육과 저수지 주변 사육과 같이 무분별한 축산업 허가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또 가축 전염병 발생 시 살처분 대상인 3범위를 처음부터 축사 이격거리 조건으로 허가해 대규모 살처분을 애초에 예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닭 공장과 같은 비위생적이고 동물복지를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축산방식에서 벗어나 동물복지 농장을 지원하고 사육제한 직불제 등에 살처분 비용을 쓰는 것이 가축 전염병 예방과 축산 농가 지원에 더욱 효과적이다.

해마다 거듭되면서,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축산농가와 살처분 노동자의 육체와 정신건강을 피폐하게 하는 살처분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바이러스에 집중한 살처분으로 가축 전염병을 막아낼 수 없었다면 이제는 전염병을 키우고 번지게 하는 사육 환경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원칙으로 돌아가서 다시 점검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운영위원장

 

호주 산불에서 살아남은 2억년 된 공룡 소나무

 

9(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기획상업환경부가 공개한 사진. 초록색의 '울레미 소나무(Wollemia pines)' 군락과 잿더미로 변한 주변이 대조적이다. 뉴사우스웨일스=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한 소방관이 산불 피해로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 소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로이터 연합뉴스

 

9(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울레미 소나무 구조작업을 위해 헬기에서 블루마운틴 협곡으로 내려가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AFP 연합뉴스

 

지난해 1214(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설치한 양수기에 기름을 넣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AFP 연합뉴스

 

지난해 1222(현지시간) 한 소방관이 울레미 소나무를 향해 물을 뿌리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AFP 연합뉴스

 

호주 소방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침엽수 공룡 소나무’ 200여 그루를 산불로부터 구해냈다. 공룡 소나무의 정식 명칭은 울레미 소나무(Wollemia Pines)’로 약 2억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다. 1994년 호주 블루마운틴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40m까지 자라는 귀중한 식물자원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우려종(위급단계로)으로 분류하고 있다.

 

호수 소방대원들은 지난해 말부터 블루마운틴 협곡의 울레미 소나무 자생지로 거센 산불이 접근하기 시작하자 소방 항공기로 지연제를 투하하는 동시에 현장 주변까지 접근해 양수 시설을 설치하고 물을 뿌리면서 산불 확산을 막아냈다정리=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독일, 52조원 투입해 2038년까지 석탄화력 종말

16일 경제장관·환경장관·재무장관 합동 발표

2030년까지 탄소배출 1990년의 55%로 감축

올해 당장 석탄화력 8곳 폐쇄즉각 실행 착수



201962일 베를린에서 독일의 각 정당 대표들과 만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총 400억유로(52조원)를 투입해 2038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쇄하는 담대한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6일 독일 연방정부의 경제장관·환경장관·재무장관 등 관련 각료들은 전날 밤부터 이날 이른 아침까지 밤샘 논의를 거쳐 2038년까지 독일 내에서 석탄(갈탄)화력발전을 끝내는 계획을 확정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장관은 “2038년까지 석탄(갈탄)화력발전을 끝내겠다탈석탄 영향에 노출되는 피해 지역들의 경제와 종사 노동자 및 기업에게 보상액으로 총 400억유로(517976억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55%로 감축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처의 일환이다. 스벤자 슐츠 환경장관은 가장 노후화한 석탄화력발전소 8군데는 당장 올해 말까지 폐쇄할 것이라며 이번 탈석탄 프로그램은 즉각 실행에 착수한다. 이번 조처는 강제력을 가진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 탈석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번 2020년대 10년간 석탄화력발전소를 전부 폐쇄하고 폐쇄된 발전기업에는 총 43억유로를 보상금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독일의 최대 석탈발전 전력기업인 RWE에는 발전소 폐쇄에 대한 보상금으로 26억유로가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탄광회사인 미브라크에는 보상액 17억유로가 지불될 예정이다. 탈석탄 정책으로 피해를 받게 브란덴부르크, 북부라인지역 베스트팔리아, 작슨 등의 지역에는 2038년까지 140억유로를 지원한다. 또 갈탄을 생산해온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2038년까지 260억유로를 연방정부가 추가로 지원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에너지집약도(에너지 효율성) 경쟁력을 높인 기업에는 탈석탄에 따라 늘어나게 될 비용(전력사용 요금 증가분)에 대해 2023년까지 연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서독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운영기업에는 26억유로가, 동독 지역의 해당 기업에는 17억유로가 보상금으로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주요 석탄 생산지역 및 석탄발전 에너지기업들과 이번 탈석탄 이행계획 마련을 위해 협의를 벌여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