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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까면”, 헌재 결정문의 기상천외 논리 1219 미디어오늘
국민을 뱁새 취급… “북한 전술 간파할 능력 없어 함정에 빠지기 쉬워”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은 무려 347페이지에 이른다. 사상 초유의 사건의 근거 자료로 남을 이 결정문은 곳곳에서 해산에 찬성한 8명의 재판관들의 고심이 묻어난다.
헌재는 결정문의 결론 부분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이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우리의 민주 헌정에서 보호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일 뿐”이라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새롭고 대안적인 생각들이 얼마든지 제기되고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해 해산 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방대한 결정문의 요지는 사실 간단명확하다. 북한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정당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 8의 의견이고 국가 안보는 형사 절차로 해결해야 하고 사회주의 강령 역시 정치적 공론의 장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게 1의 의견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결정문 말미에 포함된 보충 의견이다. 안창호·조용호 재판관 의견으로 작성된 보충 의견에는 맹자의 고사 피음사둔(詖淫邪遁)을 인용해 “번드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해야 한다”면서 “피청구인 주도세력과 북한의 각종 전술을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없이 그들의 글을 읽고 주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일”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들의 가면과 참모습을 혼동하고 오도하는 광장의 중우(衆愚),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 등과 같은, 레닌이 말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의 주장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차단 또는 격리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국민들을 그야말로 광장의 중우로 보는 발상이다. 헌재는 “아주 작은 싹을 보고도 사태의 흐름을 알고 사태의 실마리를 보고 그 결과를 알아야 한다(見微以知萌 見端以知末)”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의 바탕인 자유민주주의의 존립 그 자체를 붕괴시키는 행위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무한정 허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뻐꾸기(통합진보당)이 뱁새(국민들)을 집어삼킬 거라는 헌법재판소의 호들갑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더욱 놀라운 건 통합진보당을 뻐꾸기에 비유한 대목이다. 통합진보당을 뻐꾸기에 국민들을 뱁새에, 한국 사회를 뱁새 둥지에 비유하고 있다.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를 모르는 뱁새는 정성껏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그러나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과 새끼를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 둥지를 독차지하고 만다.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다.”
헌재는 “피청구인 주도세력에 의해 장악된 피청구인 정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大逆)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不赦)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헌재는 국민을 뱁새 취급하면서 통합진보당의 일부 급진 세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익히 드러났듯이 지난해 5월 통합진보당의 합정동 모임은 대부분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됐고 그나마도 상당 부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국민들 누가 얼마나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에 이들의 주장이 존립과 생존의 기반이 파괴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일까. 헌재는 정작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이 방대한 결정문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설령 북한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하고 번드르한 말로 국민들을 현혹한다고 한들 그게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결성된 정당을 해산하고 의원직을 박탈할 만큼의 정당성을 확보했는지도 의문이다.
정당 해산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조봉함의 진보당을 강제해산한 사례는 있었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킨 정부에 의해 정당해산 청구가 이뤄진 건 이번이 헌정사상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독일과 터키에서 정당해산이 이뤄진 사례가 있지만 독일의 경우 극우 나치즘 관련 정당이었고 터키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자 정당의 경우였다.
진보당 해산 결정에 폭죽 준비하고 만세 외친 보수단체 1219 미디어오늘
헌법재판소 앞 진보-보수 단체 엇갈린 표정
엄마들은 이제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정으로 돌아가 가정에 충실하겠다.”
지난 여름 세월호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로 논란이 됐던 보수단체 엄마부대봉사단 주옥순 대표는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자 눈물을 글썽이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반겼다.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결정 선고일인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근처 SK재동주유소 앞에서 4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어버이연합을 이끄는 한겨레청년단 박완서 부총장은 “오늘은 대한민국 마귀의 뿌리가 뽑히는 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완수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진보당 해산 결정을 축하하는 의미로 폭죽을 준비했다. 집회 도중에 경찰에게 폭죽을 압수당하자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근처 도로 사거리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폭죽을 내놔라, 경찰이 강도짓을 하느냐”며 소리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우리는 배가 고파서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왔고 북한에서 자식을 굶겨 죽여봤다”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행복인지 모르는 이정희와 이석기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결정 선고일인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근처 SK재동주유소 앞에서 400여명(경찰 추산)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있다.
서북청년단 정함철 대변인은 해선 결정 선고 전 “해산되지 않는다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서북청년단이 재건됐겠느냐”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진보당 해산이 끝이 아니고 지금까지 안보불감증에 빠져있었던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언론노조를 통해 언론들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사례가 많은데 언론들도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해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무조건 해산돼야 정의가 바로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바로 옆에서는 애국법제정과 반공법 부활을 촉구하는 대국민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집회에 참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점점 늘어났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나타나자 정점을 찍었다. 변 대표는 “오늘 진보당 해산이 날 것 같은데 이 축제를 시작으로 우리는 더 큰 싸움을 해야 한다”며 “한 걸음 더 나가는 계기”라고 말했다.
엄마부대봉사단 장은주 경기도대표는 “요즘은 종편들도 박근혜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 존재다”라며 “대통령과 싸울 시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게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엄마부대봉사단 장 대표는 “황선 같은 여자는 북한에서 애를 낳았으면 거기서 살지 왜 여기로 넘어와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 토크콘서트에서 있었던 테러에 대해서는 “학생(테러범)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마음 아프지만 자식 같은 아이에게 어른들이 배후로 나섰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고 대답했다.
오전 10시 40분경 진보당 해산결정 소식이 집회 현장에 전해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진보당 현수막을 찢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현수막을 다 찢고 나자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서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했다. 보수단체 새마음포럼 박진규 고문은 “진보당 해산 결정 소식을 듣고 나니 날아갈 것 같다”며 “오늘 나오기 전에 집에다가 태극기를 게양하고 나왔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은 “이제 민주당 해산하러 가자”고 말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은 10시 종로구 재동 레미안갤러리 앞에서 천여명이 모여 해산 선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10시 30분경 해산 결정 소식이 들려오자 울분과 한탄의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선고직전 진보당은 “1987년 민주 헌법의 산물인 헌법재판소는 그 민주 헌법을 이끌어냈던 시민의 목소리에 반드시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청구 기각에 기대를 걸었지만 해산 결정이 나오자 “비록 헌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했지만 우리는 진보 민주주의의 가치와 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살아남겠다”며 해산 반대 투쟁의 뜻을 밝혔다
朴대통령 "통진당 해산결정은 자유민주주의 지킨 역사적결정" 1220 세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헌법재판소의 전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윤두현 홍보수석이 말했다.
윤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청와대는 통진당 해산과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박탈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은 대신 이날 박 대통령의 평가를 전하는 것으로 청와대 입장을 사실상 대신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종북 콘서트' 논란을 겨냥해 "자신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헌재의 이번 결정이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고 이를 훼손한 정당에 대해 해산 결정을 한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이 조치로 인해 우리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될 것"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인 기류다.
'아니오' 외친 유일한 재판관 1219 오마이뉴스
"헌법정신 수호하기 위해 기각해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김이수(61) 헌법재판관이 마지막에 밝힌 발언이다. 그는 헌법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진보당 해산에 찬성하지 않고 기각 의견을 밝혔다. 그의 소수의견이 주목되고 있다. 그는 야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추천된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지난 2012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이 그를 추천했다. 그를 제외하고 민주통합당이 추천에 관여한 인사는 강일원(55) 헌법재판관이 있지만, 강 재판관은 여야 합의 몫으로서 온전히 야당 추천은 아니다.
광주 전남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연수원 9기로 서울남부지방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낸 고위법관 출신인 김 헌법재판관은 80년 5·18광주민주항쟁 당시 군 검시관으로서 희생자들의 시신 검시에 참여했다.
그 때 경험이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군사재판 참여에 대해 "어떻게 보면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면서 "내가 광주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해야 될 입장에도 있는 사람인데 군인 신분으로 재판을 맡게 됐다, 그래서 아주 복잡한 심경이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김이수 후보자 "5·18 때 대검에 찔린 시신 봤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하는 중차대한 헌법재판에서, 그는 나머지 8명의 다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유일한 해산 반대자로 남았다.
80년 광주민주화항쟁 군 검시관, 34년 뒤 유일한 반대자
그는 "이석기 등 일부 당원들이 보여준 일탈 행위를 이유로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을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온 대다수 일반 당원들(약 10만여 명)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듦으로써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피청구인 자체를 반국가단체로, 그리고 당원 전체를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 피청구인을 지지한 국민을 반국가단체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1950년대 독일의 정당해산 선례를 거론했다.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심판이 청구되고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다시 독일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 5천여 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천~7천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였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결정(해산)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는 법무부와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자주파가 주축이 된 피청구인의 목적이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는 법정의견(다수의견)의 판단이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한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당해산의 요건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는 어떤 논리적 오류나 비약도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 8명 다수의견은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에 대해 "그 자체로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주도세력이나 과거 활동 등을 놓고 볼 때 궁극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진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달랐다는 소리인데, 김 헌법재판관의 위 주장은 이에 대한 명확한 반박이다.
김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의 강령상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른바 진보적 정치세력들에 의하여 수십 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조합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피청구인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 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면서 "피청구인이 표방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사회'나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자주적 정부'는 오래된 정치철학적 전통 속에 있는 주장으로 각국의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독일과 같은 일 우리 사회에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 없다“
▲ "헌법이 민주주의 파괴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밥재판소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해산 판결이 나자 권영국 변호사가 "오늘로써 헌법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외치며 항의하다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나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내란음모사건을 촉발한 지난해 5월 12일 합정동 모임에서 이석기 의원 등이 한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임을 되풀이하거나 구체적 실행으로 나아갈 개연성 등을 고려하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를 피청구인 정당 전체의 책임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파의 대북정책이나 입장이 우리 사회의 다수 인식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고 자주파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자주파 전체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면서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대한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나아가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서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김 재판관은 가운데에서 결정문을 읽은 박한철(61) 헌법재판소장의 바로 왼편에 앉았다. 바로 오른편에는 이 사건 주심이었던 이정미(52) 재판관이 앉았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 재판관까지 최소 2명이 해산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 재판관도 해산 쪽 의견에 서면서, 유일하게 김 재판관만 반대 의견에 남게 됐다. 그마저 없었다면 만장일치였을 수도 있다.
유일한 '해산 반대' 김이수 재판관은 왜? 1219 프레시안
[뉴스클립] 판결 요지 "헌정 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 천명 위해“
19일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해산된 가운데,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재판관은 "진보당의 강령에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 자체가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할 사항 중 하나인데, 청구인(정부)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며 "이석기 의원 등의 모임에서 나타난 발언은 대다수 국민감정에 어긋나지만 소규모 인사들의 신조일 뿐 정당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며 "6.4 지방선거 결과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론 영역에서 실효적인 비판과 논박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용 결정을 내린 재판관은 서기석, 안창호, 이진성, 이정미, 박한철, 김창종,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 등 8명이다. 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김 재판관은 사법연수원장을 지냈다.
◇ 김이수 재판관 반대의견
▲ 정당해산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통진당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여명에 이른다.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 통진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통진당의 강령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은 민중에 해당하는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들을 극복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진당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 통진당이 현존하는 정치·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예외적으로 헌법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경우에는 저항권에 의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 일부 구성원의 활동을 당의 책임으로 귀속해서는 안된다
통진당의 지역조직인 경기도당이 주최한 모임에서 이뤄진 이석기 등의 발언은 경기도당 비핵평화체제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통진당 전체의 기본노선에 반하는 것으로 이를 통진당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통진당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결국 통진당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
해산결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통상적인 관념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는 반면 이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 강제적 정당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 해산결정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보호해야 할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히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또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과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통진당이 한국 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일부 당원의 일탈 행위를 이유로 해산해 버린다면, 이 노선과 활동을 지지해 온 대다수 일반 당원들의 정치적 뜻을 왜곡하고 그들을 위헌적인 정당의 당원으로 만드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하게 될 것이다.
▲ 정당해산은 최후의 보루다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그 세력 중 일부가 국회의원이고 그 지위를 활용하여 국가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면, 국회는 이를 스스로 밝혀내어 자율적인 절차를 통해 그들을 제명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 등)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피청구인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또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법조계 "8대1, 이 나라 무섭다. 미쳤다" 1219 프레시안
"헌법재판소, 방패 내던지고 칼만 휘둘렀다“
"8대1이 뭐야."
19일 헌법재판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자 재판정 곳곳에서 새어나온 한숨을 뚫고 한 남성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정당해산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9명의 헌법재판관 중 무려 8명이 이에 동조함으로써 헌재가 스스로 드러낸 한계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처럼 들렸다.
당초 법조계에선 '6대3', 혹은 '7대2'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야당이 추천한 김이수 재판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정미 재판관,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천한 김창종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내지 않겠느냐는 '성향 분석'에 따른 예측이었다.
여기에 이번 심판이 '한국 민주주의 수준의 리트머스 시험지'로까지 주목된 만큼, 보수성향의 재판관들 중에서도 유연한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희망적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김이수 재판관 단 1명만 기각 의견을 냈다.
'8대1'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법조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존립 이유를 둘러싼 후폭풍으로 연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통해 "헌재는 통진당이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해산시켰다"고 했다.
민변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과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 결정은 대한민국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사법살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오늘, 헌재가 해산한 것은 통진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했다.
통합진보당 측 법률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김선수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헌법재판소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했다.
좌세준 변호사는 트위터에 "오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존립근거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다. 좌 변호사는 "위헌정당해산심판 조항은 헌법재판소에게 해산 권한의 '칼'을 준 것이 아니라, 방어적 민주주의의 '방패'를 준 것"이라며 "헌재는 방패를 내던지고 칼만을 휘둘렀다"고 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통합진보당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무슨 자유를 이야기하겠습니까"라며 "이들을 감옥과 길거리로 몰아냄으로써 더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다양성을 말살한 '천국'은 북한으로 충분합니다"라고 썼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장진영 변호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 의견을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지표식물이 죽으면 그 지표식물이 아깝거나 불쌍해서가 아니라 나머지 생물들에게 위험이 닥쳐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라며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네요"라고 적었다. 이광철 변호사는 "8:1, 정말 이 나라 무섭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을 이 나라는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민변 소속 조영관 변호사는 "8:1 미쳤다. 무섭다. 공포정치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뉴스에서 정윤회와 조현아가 사라졌다 1220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소장 직권으로 통진당 선고기일 앞당긴 이유는… 선고 이틀 전 통지, 정윤회 정국 대체 카드였나
절묘한 타이밍이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유야무야 박관천 경정의 자작극으로 결론난 시점에 헌법재판소가 갑자기 일정을 당겨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가뜩이나 헌재 결정이 있던 19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인 날이고 공교롭게도 금요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인 20일 토요일 주요 일간지에는 정윤회 보도가 사라졌고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박관천 경정이 구속 수감됐다는 기사는 사회면 구석에 처박혔다.
검찰은 박 경정이 정윤회 동향 문건과 박지만 미행설 문건을 작성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문건을 들고 나왔으며 지난 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 경위가 세계일보 등에 유출했다고 보고 있으나 정작 문건의 진위 여부나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모든 문건이 사실 무근이라고 보고 있다.
조선일보 12월20일자 1면 머리기사. 헌법이 대한민국을 지킨 게 아니라 헌재가 정윤회와 청와대를 지킨 게 아닐까.
검찰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은 사실상 박관천 경정의 1인 자작극이고 정윤회씨가 사람을 시켜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도 역시 박 경정의 창작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박 경정이 출세를 위해 박 회장에게 접근하려 일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정윤회씨나 박지만 회장은 뒤로 빠지고 일개 비서관 출신 경찰 하위 간부들이 꾸민 일이라는 결론이 된다.
설령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불장난’을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박 경정이 JTBC와 인터뷰에서 “내 입은 ‘자꾸(지퍼)’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 안에 있을 때 조 비서관이 그런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다”고 직속 상관이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목한 대목도 흥미롭다.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의미의 발언이다. 청와대가 한아무개 경위를 통해 자살한 최 경위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헌재가 왜 굳이 이 민감한 시점에 선고 기일을 앞당겼는지도 의문이다. 헌재 선고는 통상적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이뤄진다. 이번 결정은 박한철 헌재 소장이 직권으로 특별기일을 지정해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최소 1주일 이전 선고 기일을 통지하는 관례와 달리 이틀 전에 기일을 통지했다. 갑작스럽게 선고 기일을 당겨 잡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헌재 재판관들의 양심을 믿더라도 세 가지 의혹이 남는다. 첫째, 단심제인 헌재 결정의 특성상 이석기 전 의원의 재판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게 맞다.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 전 의원은 일단 무죄로 추정해야 하지만 헌재는 대법원 판결에 앞서 의원직을 박탈시켰다. 둘째, 박한철 소장이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굳이 며칠을 더 앞당겼어야 할 이유가 없다. 셋째, 이틀 전에 통지를 할 만큼 서둘러야 했을 이유가 뭐였을까.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 11월25일 최후 변론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방대한 서면 자료만 17만쪽에 이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이석기 의원 재판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대법에 계류 중”이라면서 “굳이 헌재 심판을 앞당긴 것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과 부실심판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헌재 결정과 향후 언론 보도의 흐름은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홍성규 전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충분한 심의 절차 없이 서둘러 선고 기일을 잡았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당해산 문제는 사문화된 사형제도처럼 정부 입장에선 그저 꺼내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이슈인데도 굳이 이 시점에서 들고 나온 것은 결국 정윤회 정국을 대체할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1단 기사로 처박힌 박관천 경정의 구속 기사. 중앙일보 12월20일 2면.
20일 지면에는 통진당 해산 결정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두고 박 경정의 구속이 갖는 의미와 전망을 분석할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박 경정을 상대로 날조된 내용의 보고서를 박지만 회장에게 보고하고 허위 내용의 문건을 청와대 보고서로 만든 배경이 무엇인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은 “박 경정이 문서 작성의 배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쏠렸던 시선이 분산되는 효과를 누리는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 “다만 청와대도 이번 결과에 대한 여론의 반발 또는 역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신경을 쓰는 눈치”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당선 2주년 기념 행사도 치르지 않았고 별도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인 37%까지 떨어졌다.
한편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의 수혜자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한항공 여아무개 상무 등이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는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복수의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조현아 이슈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여론의 관심에서 한발 벗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감격한 조선·동아, 지면 어디에도 해산 명분이 없다 1220 미디어오늘
[뉴스분석] "북한 추종한 정당, 당연한 결과"… 한겨레는 "민주주의의 죽음", 극명한 대조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주심 이정미 재판관)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소속인 의원들은 의원직을 상실한다”며 해산을 선고했다.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신문들의 논조는 극명하게 달랐다.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이를 ‘역사적 심판’ 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의 감격한 논조와 달리 방대한 분량의 지면 어디에서도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결정의 명분과 정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종북 정당이라 해산했다는 동어 반복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다. 사상과 정치적 결사의 자유는 물론이고 통합진보당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실질적인 위협을 끼쳤는지에 대한 설명도 검증도 부족하다.
동아일보는 이 날 ‘종북 통진당 해선 민주 헌법 수호 위한 역사적 심판이다’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해 “북한과 연계된 지하당인 민혁당 전력자인 그는 법치주의와 선거제도를 뒤엎는 부정 경선으로 선출돼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다”고 썼다.
이어 동아일보는 “통진당은 2011년 12월 창당 이후 북의 핵 개발과 인권 탄압에 철저히 눈감은 반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할 만큼 북한을 추종한 정당”이라며 “이념의 다양성은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자유민주주의의 적(敵)에게까지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국민과 유권자가 심판할 몫”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비판한 셈이다.
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의원직을 유지하게 하면 정당해산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대표성보다 헌법 수호 의지를 밝힌 헌재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선거권이 헌법기관에 의해 제한됐다는 점에서 충분한 설명과 신중한 처리 절차가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면 기사
▲ 동아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당내 계파갈등과 구시대적 사고 등을 들어 이 같은 헌재의 판단이 결국 당연한 결과라는 식으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들의 “진보진영이 자력으로 통진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헌재에 부담을 떠넘긴 것 같아 부끄럽다”라는 말은 인용했다. 하지만 당내에 문제가 있는 것과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나아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화살을 겨누는 시도도 보였다. 동아일보는 “지난 3년간 통진당이 우리 사회를 어지럽힌 데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2012년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맺어 국회 진출의 길을 열어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통진당의 종북성이 백일하에 드러난 최근에도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전 비대위원은 통진당 해산 반대 주장에 앞장섰다”고 썼다.
반면 진보성향으로 여겨지는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이번 헌재 판결에 우려를 보였다. 한겨레는 20일자 지면 신문에서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 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발행해 헌재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해당 사설에서 이번 헌재 판결을 두고 “1959년 이승만 정권 당시 진보당은 정부 부처의 등록취소로 해산됐지만 1958년의 대법원은 ‘진보당의 정강·정책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며 “적어도 이번처럼 정당의 주요 인사와 정당 자체를 억지로 동일시하지는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것이다.
이어 한겨레는 “헌재는 구체적 증거도 없이 이들의 주장이 북한의 그것과 유사하므로 북한 동조가 통합진보당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권위주의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찰이 펴던 막무가내식 논리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실제 헌재는 진보당 당 강령 등에서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을 찾지 못 했지만 '진정한 목적' 이나 '숨은 목적'을 추정해보면 그런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 한겨레 1면 사설
▲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우리뿐 아니라 서구의 여러 정당에서도 흔히 통용되는 개념이다. ‘진보’라는 이름 앞에 무조건 종북 딱지를 붙인다면 대한민국에 멀쩡한 곳이 어디 있을까 싶다"며 " 굳이 정당해산이라는 충격요법이 아니라 형사 사법절차를 통해서라도 충분히 의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정당해산심판 청구 자체가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알려질 당시는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정점에 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치부가 드러난 시기였다는 것이다. 또 이번 헌재 발표 역시 청와대 비선 실세와 정윤회 등의 국정농단 의혹을 놓고 국민적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시점이다.
중도성향으로 평가되는 한국일보도 이번 결정을 두고 "논거가 자의적이라고 볼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나친 확대 해석" "가정한 근거한 논리 전개도 헌법재판소 답지 못 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셈"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헌법적 가치 수호라는 헌재 결정이 거꾸로 민주주의 가치의 침해와 훼손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들은 같은 해외사례를 두고도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독일공산당의 해산 사례를 두고 경향신문은 "사상이나 이념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은 독일공산당 해산이 대표적 사례인데 이 결정을 지금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반면 동아일보는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냉전 체제에서는 국가 존립을 위협하고 헌법질서에 배치되는 정당을 용납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준위 방폐장 바람잡는 KBS, 국정 홍보방송 보는 듯 1221 미디어늘
[비평] 경주 방폐장 이어 여론 조성 작업 일환… 10만년 가는 ‘원전 쓰레기’, 안전 보관이 답일까
▲ 고리 원전 1호기. ⓒ연합뉴스 | ||
▲ 20일 방송된 KBS 긴급토론 '사용후 핵연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한 장면. | ||
▲ 원전 인근 주민들의 집단소송 관련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
'절대甲'에 대한 분노와 '작은 조현아'에 대한 성찰 1218 프레시안
[창비주간논평] 갑질과 마름질
공교롭게도 12월 12일이었다. 대한민국 극소수의 ‘절대 갑’이라는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이 언론 앞에 나와 머리를 여섯 번이나 조아리며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사과를 한 날 말이다. 정확히 35년 전 그날은 대한민국의 군부가 쿠데타로 다시 정권을 장악한 날이기도 했다.
항공업계 전대미문의 대한항공 ‘땅콩리턴’ 사건에 참여연대가 고발장을 접수했고 검찰은 그다음 날 전격적으로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시민단체의 고발에 검찰이 이렇게 순식간에 공조를 이뤄낸 적이 있었을까?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출두시키라는 압력이 강해졌고, 출국금지가 이뤄졌으며, 고발장이 접수된 지 3일 만에 전격 조사와 재벌 총수의 사과가 이어졌다. 한국사회를 살아오면서 재벌가의 부녀가 같은 날 시차를 두고 고두(叩頭)하는 것은 처음 보는 풍경인 듯했다. 게다가 마흔이 넘은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며 사과하는 것도 희한한 장면이었다.
모든 이슈의 블랙홀: 분노와 놀이 사이에서
언제나 ‘떡밥’에 대한 갈망이 큰 인터넷에는 비판과 조롱, 해학과 비난, 가십과 루머로 가득 찼다. 인터넷 뉴스는 정말 미친 듯이 쏟아졌다. ‘라면 상무’ 사건에 이어 남양유업 사건으로 촉발된 갑의 횡포 논란에다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에 이르는 대한민국 절대 갑 재벌2·3세 논란, 그리고 세월호사건과 잠실 롯데월드 문제, 씽크홀로 이어지는 안전에 대한 논란까지, 이번 땅콩리턴 사건은 이 모든 이슈를 망라하였다. 게다가 학력위조로 출발해서 정치권 비리까지 ‘진화’했던 신정아 사건처럼 단순히 항공안전과 절대 갑 논란이 아니라 정치권과 대학에까지 불길이 번지고 있는 중이다.
에어아시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디스’를 날렸고, 해당 견과류 상품 수입업체는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한다”를 광고문구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초유의 재벌 부녀의 고개 숙인 사과가 이어진 문제의 그날, 사그라들 줄 알았던 논란은 사건의 피해자인 사무장이 모자이크도 없이 전격 등장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 ‘갑질’의 피해자들 중에 이렇게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고 직접 자기 피해사실을 호소했던 적이 있었던가?
게이트가 닫히는 순간 기장은 기내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기체결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테러용의자가 타고 있던 것도 아니고, 하물며 미확인 수하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비행기에 대한 세계 최고의 편집증을 갖고 있는 미국, 그것도 뉴욕 땅에서 어떻게 기장은 게이트 리턴을 결정했을까? 아무리 권위주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하다지만 도대체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장은 누구였을까? 2011년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해외용역업체 소속의 외국인 파일럿은 아마 아닐 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렇다면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권위주의적 문화가 좀 더 심하다는 군 출신의 조종사였을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이들보다는 덜 권위주의적이라는 항공대학이나 일반 대학을 마친 후 비행훈련을 수료한 민간 출신의 조종사였을까? 사실 확인 결과 민간 출신이라고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군 출신 조종사들에 비해서 사측과 긴장, 마찰이 있고 ‘덜’ 권위주의적이라는 민간 출신 조종사마저 사주 자녀의 불평에 자기권한을 포기할 정도라면 도대체 저곳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이 사실은 대한항공 내부에서 권위주의적 문화와 권력이 전문직의 권위와 의사결정을 얼마나 지배하고 압도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권위주의의 비극: 도처에 존재하는 마름들
하지만 이런 권위주의의 병폐는 사주와 고용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도처에 존재한다. 1989년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의 대한항공 803편 추락사건, 97년 229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건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항공사고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종종 권위주의적인 한국의 조종실 문화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해왔다. 물론 오리엔탈리즘적인 분석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지만, 어느 정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또한 승무원들 사이에도 흡사 군대와 같은 권위주의적 문화는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지상직을 보면 항공사의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사이에도 이러한 권력관계가 그대로 나타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승무원을 비롯한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회사는 이러한 수많은 권력관계를 경영에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사주는 이렇게 수많은 권위주의적 갑을관계와 권력관계의 정점에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비록 ‘절대갑’이 없는 상황에서도 도처에 ‘갑질’ 혹은 ‘마름질’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의 횡포와 갑의 전횡 등 일련의 논란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은 궁극적으로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한국의 공적·사적 영역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폭력과 패악이 재생산되도록 작동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권위주의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은 바로 이런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 “(…) 독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작은 독재자들이 독재체제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좀 더 이어서 생각해보면, 매순간 “작은 독재자”를 만들어내는 권위주의의 짙은 그림자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배하고, 그것이 바로 삶에 대한 피로와 과도한 감정의 착취를 낳으며, 끝내 우리의 안위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만큼은, 성과 중심의 피로보다, 이처럼 권위주의체제하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 우리 일상을 식민화한, 모멸에 바탕을 둔 권력의 작동방식과 지배질서가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소비자 시대’를 맞는 결과는 참혹할 정도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 콜센터 직원에게 온갖 분풀이를 하는 사람들, 경비원에게 음식을 던져주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소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착취하는 마름들이자 작은 독재자인 것이다.
다시, 민주화라는 것
군사정권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도 이제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 군사주의가 공들여 빚어낸 한국의 권위주의는 도처에 남아서 아직도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눈높이 서비스, 친절이라는 미명 아래 일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있다. ‘소비자는 왕’이기 때문이다. 노동과 시중 그리고 굴욕은 이렇게 한국적 권위주의 하에서 삼위일체를 완벽하게 이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의 민주화일 것이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말하긴 너무도 쉽지만 한국사회에서 아직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 단순한 명제를 삶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이 사건이 대충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면 대한항공 홍보팀과 해당 승무원들에게는 칼바람이 불지도 모른다. 직위가 높을수록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하달하는 데 익숙한 한국의 권위주의 문화를 생각할 때, 이들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어째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언을 할 수 없었는지 생각하지는 않은 채 “왜 나에게 아무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느냐?”라고 화를 냈다는 조양호 회장을 보니 더더욱 그러하다. 절대 갑에 대한 분노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은 ‘작은 조현아’를 성찰함으로써 일상의 민주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이런 사건은 주인공만 바뀐 채 반복되는 막장드라마처럼 한국사회에서 계속될 것이다.
조현아 죽이기 그만” 주장 여성단체 “애국하는 마음으로···” 1218 경향
‘땅콩리턴’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에 대한 잇단 언론 비판을 ‘마녀사냥’이라며 중단을 주장한 ‘대한민국여성연합’은 우파 성향의 연합 여성단체로 1개월 전 창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내년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사랑회 김길자 대표를 비롯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대표, 정의실현 국민연대 정미홍 대표,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등 20여개 여성단체 대표들은 지난 17일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라는 성명을 냈다.
이경자 대표는 1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애국하는 마음으로 성명을 냈다”며 “전 날 김길자 대표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성의 인권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파 여성 단체 대표들과 단체 카카오톡 대화창을 개설해 성명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땅콩 회항’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위해 17일 서울 서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그는 “한 달 전쯤 비슷한 우파 이념을 지닌 여성 단체 대표들이 모여 ‘대한민국여성연합’을 창설했다”며 “아직 정식출범은 하지 않았지만 ‘여성 인권’을 지키기 위해 성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있는 우리나라 여성단체들이 있지만 이념에 치우쳐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7시간 보도’와 같은 경우도 여성 대통령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한항공에서 부탁을 받고 성명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여성연합 산하 단체들은 ‘대한항공’ 임원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도 없고 관련자도 없다”면서 “누군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순수한 애국정신’으로 성명서를 직접 썼다”고 밝혔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큰 잘못을 했지만, 그가 남성이었다면 이렇게 주목을 받았을까 싶다”면서 “대한항공과 같은 큰 기업을 키워내기도 힘들다. 법의 심판을 받을 건 받고 ‘마녀사냥’ 식의 비난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 지켜만 보다가는 조 전 부사장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며 “여성 하나가 죽어야 언론과 누리꾼들은 직성이 풀릴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민국여성연합의 성명서가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논란이 이어졌다. 댓글 중에는 대한민국여성연합의 성명 내용에 대해 옹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누리꾼 대다수는 대한민국여성연합 주장에 반대했다.
한편 18일 오후 정의실현 국민연대 정미홍 대표 측은 경향신문에 “성명서가 나가는 줄 몰랐고 내용도 읽어보지 못했다”며 “내 이름이 착오로 들어간 것 같다”고 밝혀 성명서 작성 과정에 대한 의혹은 지속되고 있다.
정미홍 대표 측 메시지.
아래는 성명서 전문.
마녀사냥 언론 호들갑, 조현아 죽이기 그만하자!
하이에나만 득실거리는 무자비한 우리 사회, 이런 나라도 없다.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씨가 항공법위반으로 기소되었다.
‘땅콩 회항사건’으로 명명된 이 일은 대한항공 초기대응 미숙으로 하이에나에게 먹잇감을 던진 꼴이 되었다. ‘재벌’이 사회문제를 일으킨 부분도 많으나 반면 한국 경제를 책임져 왔다는 사실도 부정해선 안 된다. 모든 인간은 절대 선도 악도 없다. 누구나 실수와 범법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한국에서 ‘재벌’은 무조건 나쁘고 그들 자녀 또한 악의 대상으로 규정해 이들 잘못은 법 심판 이전에 ‘인민재판’으로 인격살인 조차 서슴지 않고 언론은 앞장서 흥행꺼리로 만든다.
조현아 사건을 비난하지 않을 자 아무도 없다. 오너 아버지 덕에 어린 나이에 부사장까지 올랐으면 신중했어야 함에도 조현아에겐 감정절제 교육이 부족했고 세계 5위 항공사인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수행하기엔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반성할 수 있는 기회주차 주지 못하는 무자비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
사건보도 후 마녀사냥을 예측하고 모든 직에서 바로 물러났어도 부족할 판에 그룹 내 솜방망이 징계와 사건은폐, 축소, 거짓진술 강요 등 대한항공 본사의 대책 역시 지극히 무사안일 했다.
참여연대와 좌파시민단체의 마녀사냥에 언론이 앞장서자 국토부 조사권한도 사라지고 검찰도 함께 춤추며 구속영장 청구 등 살벌함이 기관이다. 조현아는 지금 사회가 얼마나 무섭고 냉정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반성할 것이다.
사건 발단의 당사자인 사무장은 약자 프레임으로 영웅시 하고, 재벌 딸 조현아는 고개도 들 수 없게 만드는 언론의 무자비함을 보며 하이에나들만 득실거리는 이 사회가 정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약자나 강자나 잘못을 사회제도로 해결하지 않고 지금 같은 인민재판 방식을 즐긴다면 정상인은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여성연합은 작금의 사태에 이젠 재벌 딸 죽이기 굿판을 중단하고 언론, 시민단체, 검찰, 법원은 이성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조현아는 재벌 딸이기 전에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젊은 여성이다. 더 이상 한 여성이 사회 절차가 아닌 야만적 방법으로 매도되어서도, 한번 실수를 거울삼아 성숙할 기회를 주지 않는 무자비한 사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
조현아는 이미 사법적 심판 이상의 사회적 처벌을 받았다. ‘땅콩’ 으로 촉발한 사건이 대한항공이라는 거대기업 운명까지 흔들고 있으니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고, 그 끝도 알 수 없을 지경이기에 대한민국여성연합은 사회와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2014년 12월 17일
대한민국여성연합
대한민국사랑회 김길자/ 블루유니온 권유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하나여성회 이애란/ 정의실현 국민연대 정미홍/ 북한인권법통과를위한모임 인지연/ 한기총 여성위원회 박홍자/ 국가원로회의여성위원회 박정희/ 엄마부대 주옥순/ 유관순어머니회 윤종주/ 대한민국역사바로알리기 한효정/ 서대문미술협회 정미애/ 자연사랑 김기숙/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 정성희/ 나라사랑어머니연합 권명호/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 김순희/ (사)색동회 정명화/ (사)건국이념보급회 김효선
소리 없이 거둔다’ 서민 세금 징수의 기술 1219 시사인
박근혜 정부 들어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담뱃세·주민세 등이 두 배 가까이 오르고 각종 소득공제율도 축소되는 추세다. 자영업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세금 때문에 사업을 접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무역업자 김 아무개씨(41)는 몇 달 전 회사로 날아든 세금 안내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플라스틱 물병을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김씨 사업에 부과된 세금의 명목은 ‘폐기물 부담금’.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리병, 플라스틱 용기, 부동액, 껌, 1회용 기저귀, 담배 등의 제조·수입업자에게 폐기물 처리비용 명분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다.
김씨를 놀라게 한 것은 이 세금에서 바뀐 면제·감면 조건이다. 그동안 건별 미화 9000달러 또는 100㎏ 이하를 수입한 경우에는 면제되던 폐기물 부담금이 지난해부터는 연간 미화 9만 달러 또는 3t 이상이면 무조건 부담하도록 바뀐 것이다. 건별 수입량을 조절하면 면세 조건에 부합했던 예전과 달리 바뀐 기준으로는 세금 부과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한 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얼추 3000만원에 육박했다. 김씨가 이제껏 사업과 관련해 내본 어떤 세금보다 많은 액수였다.
갑자기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느낀 김씨가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해당 세금은 면제 요건이 강화됐을 뿐 아니라 그 액수가 최근 5년 사이 5배나 상승했다. 2009년까지는 ㎏당 30원으로 부과되다가 이명박 정부 말기 90원으로, 2012년 박근혜 정부 들어 150원으로 올랐다. 매출액 10억원 안팎의 김씨 같은 중소 플라스틱 제조·수입업자들은 꼼짝없이 물어야 하는 환경부담금이지만 대부분 대기업에 속하는 플라스틱 원료 생산업체들은 정부와의 기금 조성 협약을 통해 납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씨는 “정부가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들만 쥐어짜 세수를 채우려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으므로 그냥 세금을 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 최근 재활용 폐자원 구입비용의 세금 공제율이 대폭 줄었다. 폐지를 모아 파는 저소득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한국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기준 21.4%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지만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부담감은 결코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이후 감세 정책으로 조세부담률이 이전보다 더 낮아졌다고 해도 일부 대기업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갈 뿐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당장 담뱃세, 주민세 등이 두 배 가까이 오르고 각종 소득공제율도 축소되는 추세다. 경기 악화로 세수가 줄어들고 재정지출은 늘어나니 당연히 이뤄져야 할 증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증세 폭탄을 맞는 측은 그동안 ‘감세’ 혜택은 거의 보지 못했던 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세금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초부터 대폭 오른 ‘등록면허세’이다. 등록면허세는 재산권 등의 권리 설정 등을 등록하는 사람에게 매기는 등록세와 각종 면허나 허가 등의 권리 설정 등에 대해 행정청의 처분을 받을 때 매기는 면허세를 2011년 통합한 지방세로, 주로 가게 등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이다. 정부는 이 세금이 1992년 제정 뒤 22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한 번에 50% 이상 인상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공제율 축소’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많아졌다. 그간 식당에서 재료로 농수산물을 사면 구입액의 7.41%(법인 사업자는 5.66%)를 더 낸 부가세로 보고 세금을 깎아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가 적용됐는데, 올해부터 정부가 매출액의 30% 이내로 그 공제액을 제한한 것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매출액 규모에 따라 그 한도를 차등 적용하기로 조정됐지만, 식당 운영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 성남 지역의 한 한식집 사장은 “그간 어려워도 비싼 국내산 재료를 고집해온 식당들 처지에서는 식재료 구입비에 대한 세금 공제가 축소된 후 수입산을 사고 싶은 유혹에 많이 시달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활용 폐자원 의제매입세액공제율’도 축소됐다. 종전에는 고물상이 재활용 폐자원을 사들이는 비용 5.66%가 세금에서 공제됐지만 올해부터는 공제율이 4.76%로 낮아졌고, 2016년부터는 2.91%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그 피해는 고물상 업체뿐 아니라 폐지 등을 주워 모아 고물상에 파는 저소득·고령자에게도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시사IN 이명익 장기 렌터카에 대한 자동차세율이 크게 오르면서 영세한 중소 렌터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에는 장기 렌터카에 대한 자동차세율을 크게 올리면서 렌터카 업체들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정부가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영업용’으로 분류돼 낮은 세율을 적용받던 렌터카가 대여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비영업용’으로 분류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1591㏄ 아반떼 렌터카 한 대에 부과된 자동차세는 2만9638원에서 22만2740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렌터카 업계의 전체 사업자 가운데 97%는 보유 차량 500대 미만 중소업체이다. 가뜩이나 최근 대기업의 장기 렌터카 사업 진출로 목이 조이던 업계에서는 설상가상의 재난이다. 이들의 강력한 반발로 국토교통부는 개정안 시행을 일시 보류했지만 언제 다시 꺼내들지 모르는 ‘증세 카드’다.
서민 비과세·감면 줄고, 대기업·부자 감세는 여전
이렇게 서민들에게 적용되던 비과세·감면 제도는 슬금슬금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반면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감세 혜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 대폭 인하한 법인세율은 세수 부족이 심각해진 지금까지도 ‘성장 친화’라는 세제개편 기본방향에 따라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오히려 9억원 초과 부동산 취득세를 인하하고 다주택 보유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고액 자산가를 위한 감세는 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점차 쌓여만 가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해 그나마 정부가 과세 방침을 정했지만, 지금껏 이미 쌓아놓은 유보금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시행 기간도 3년으로 한정돼 있다. 또 직원 임금이나 배당소득 등을 높이면 깎아준다. 조세재정개혁센터 강병구 소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은 “별 효과도 없는 사내유보금 과세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다양한 명목으로 공제·감면 혜택을 받던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 공평하게 세원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오른다 하면 요란하게 저항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기업·자산가들의 세금과 달리 일반 서민들이 내는 자잘한 명목의 세금들은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거둬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는 ‘은밀히,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고 싶은’ 본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 기조를 설명하면서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 재무장관이었던 장바티스트 콜베르가 말한 ‘세금 징수의 기술’을 인용한 것이다. “거위의 깃털을 최소 소리만 내면서 최대로 뜯는 것이 세금의 예술이다.” ‘예술적으로’ 뽑혀 나가는 깃털 때문에 서민들의 겨울은 점점 더 추워진다.
자살·당뇨·폐렴 사망 크게 늘었다 1218 시사저널
30년간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분석…고혈압·간 질환은 감소
30년 전인 1983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남자)과 뇌혈관 질환(여자)이었다. 2012년에는 남녀 모두에서 암이 사망 원인 1위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은 30년 동안 소폭이나마 감소해왔다. 그 사이에 자살·당뇨·폐렴이 과거보다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사망 원인으로 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983년부터 2012년까지 30년 동안의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분석·연구해 최근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한 내용이다.
전체 사망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10대 사망 원인의 지난 30년간 변화를 살펴보니, 가장 급격하게 상승하는 사망 원인은 자살로 나타났다.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83년 자살한 사람은 3471명이었고, 2012년엔 1만4160명이었다. 30년 전후 인구 수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10만명당 기준으로 숫자를 환산해 비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랬더니 남성은 17명에서 37명으로, 여성은 6명에서 18명으로 각각 두 배와 세 배 이상 자살 사망이 늘어났다. 고용 불안과 경제적 요인 등으로 과거보다 팍팍해진 삶이 자살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진행한 임달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본부장은 “자살 증가는 고용과 사회복지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여성의 자살이 2010년 이후 약간 감소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식생활 변화로 당뇨병 사망자 2~3배 증가
국민병이라고 부를 정도로 흔해진 당뇨병에 의한 사망도 30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11명에서 21명으로, 여성은 8명에서 21명으로 2~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고지방·고단백 식단, 운동 부족, 체중 중가,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폐렴에 의한 사망률은 30년간 널뛰기하듯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감염성 질환인 만큼 독감 등의 유행 여부에 따라 폐렴 사망률이 요동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엔 폐렴 사망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폐렴으로 숨진 남성은 16명에서 18명으로 17% 늘어났고, 여성도 12명에서 18명으로 44% 증가했다. 노인에게 잘 생기는 병이라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폐렴으로 인한 사망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송인명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 책임연구원은 “인구의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과 간 질환에 따른 사망은 줄어들었다. 특히 고혈압은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 중 30년간 가장 눈에 띄게 감소한 질환이다. 고혈압으로 숨진 남성이 1983년엔 139명이었으나, 2012년엔 8명으로 94%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84명에서 19명으로 77% 감소했다. 임 본부장은 “고혈압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가 급감한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혈압을 약 등으로 조절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간 질환으로 숨진 남성은 30년 전 96명에서 20명(79% 감소)으로, 여성은 27명에서 5명(80% 감소)으로 줄었다. 임 본부장은 “B형 간염 백신의 보급과 폭음 등 무절제한 음주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간염→간경화→간암으로 넘어가는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심장병, 뇌혈관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천식ㆍ만성 기관지염ㆍCOPD 등)에 의한 사망률도 30년간 두 자릿수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남성은 112명에서 52명으로, 여성은 92명에서 58명으로 줄어들었다. 1983년 여자 1위, 남자 2위 사망 원인이었던 뇌혈관 질환 사망은 1991~94년을 제외하면 감소하는 추세다.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남성은 187명에서 45명으로, 여성은 149명에서 48명으로 뚜렷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암과 심장병에 이어 남녀 모두 3번째 사망 원인이다. 만성 호흡기 질환 사망도 남성이 32명에서 17명으로, 여성은 26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었다.
암과 자동차 사고 사망은 감소 추세
현재 남녀 모두에서 사망 원인 1위인 암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암 사망자는 1994년까지 증가하다 소폭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암으로 숨진 남성이 188명에서 171명(9% 감소), 여성은 103명에서 102명(1% 감소)으로 조금 줄어들었다. 자동차 사고 사망률도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남성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21명에서 18명으로 14% 감소했고, 여성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이 7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수가 급증했는데도 오히려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이유는 그동안 도로 기반이 잘 갖춰지고 음주운전 단속, 안전띠 인식, 에어백 장착, 과속 단속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한국인 사망률은 30년 동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83년과 2012년의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남성이 1666명에서 639명으로 62% 줄어들었고, 여성도 1203명에서 588명으로 51% 감소했다. 임 본부장은 “30년간 사망률은 꾸준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1990년대 말(1998?2001년)엔 예외적으로 약간 상승했는데, 1997년 말에 맞은 외환위기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민자사업 20년 ‘땅 짚고 헤엄치기’ 1223 주간경향
지난 5월. 부산 남구 감만동과 영도구를 잇는 부산항대교가 개통됐다. 부산시 인터넷뉴스는 “부산에 또 하나의 명품 바다다리가 탄생했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러면서 “해운대에서 영도까지 1시간 거리를 20분으로 단축하는 등 도심 교통난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야경은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대교는 ‘빛의 사계’를 주제로 경관조명이 가능하도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등 2076개가 설치돼 있다. LED 조명등이 은은하게 비추는 야경은 빛축제를 연상케 한다. 6개월이 흘렀다. 부산시민들은 청구된 축제비용을 보며 경악을 하고 있다.
부산항대교와 남항대교를 잇는 영도 연결도로가 10월 7일 개통했다. | 연합뉴스
총 649개 사업에 95조4858억 투자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항대교의 유료통행량은 하루 평균 1만9000여대다. 계획통행량 5만대의 38%밖에 안 된다. 부산시는 올해만 35억원을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물어줘야 한다. 부산은 이미 많은 돈을 민자사업 보조금으로 집어넣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거가대교, 수정터널, 백양터널, 을숙도대교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부산경실련은 “무리한 민자사업을 추진했다가 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지자체가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민간투자사업법이 시행된 지 20년째다. 1994년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촉진법’을 제정하면서 민간자본을 본격 유치했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면서 “SOC에 투자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민간 경쟁을 이끌어 요금 인하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사업들이 재정사업에서 민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인천 문학산터널,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1995년 민자사업으로 결정됐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신항만, 목포신외항 사업 등도 잇달아 민자사업으로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민자사업이 더 늘어났다. 민간재원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법인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전면개정했다. MRG가 신설됐고 신용보증한도도 확대됐다. 수익성이 좋아지자 건설사들이 신규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등은 이때 제안됐다. 1999년부터 민간투자사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매년 10여개 이상 사업이 시작됐고 투자액도 2001년에는 5조원을 넘어섰다. 2005년 이후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을 기존 SOC 사업에서 복지, 교육, 환경 등으로 확대했다. 박물관, 미술관, 의료원, 군인관사 등도 민간이 짓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시행사업만 120개에 달했고 투자액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진행된 민자사업은 총 649개로 총투자비는 95조4858억원에 이른다.
민간기업이 잇달아 민투사업에 뛰어든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 자료를 보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수익형(BTO) 민간투자사업의 세전 경상수익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2년(9.92%) 한 해뿐이다. 1996년 16.32%, 2000년 15.59%를 비롯해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2000년 초반과 달리 금리하락으로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 수익률이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매력은 더 크다. 지난해 BTO 사업의 수익률은 10.19%로 국고채(3.19%), 회사채(2.79%) 수익률을 압도한다. 민간기업들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해왔다는 얘기다.
막대한 재정지원에 이용료도 비싸
민간투자사업자들의 주머니를 채워준 것은 국민들이었다. 특히 MRG가 문제였다. 민자고속도로 9개 노선에 지원된 재정만 지난해까지 2조2585억원에 달한다. 인천공항고속도로가 1조897억원으로 가장 많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서울외곽고속도로, 부산~울산 고속도로도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철도 상황도 똑같다. 4개 철도노선에 투입된 MRG는 지난해까지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인천국제공항철도가 1조90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지하철 9호선, 부산~김해 경전철, 용인경전철 등이 뒤를 따랐다. 애초에 잡았던 최소보장수준을 속속 낮추고는 있지만 추가 민자사업이 완공되면서 전체적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행료 등 사용료도 인상됐다.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에 비해 1.85배가량 비싸다. 민자고속도로는 심지어 휴게소의 기름값도 비싸다. “경쟁과 효율적 운영을 통해 사용료가 인하될 것”이라던 기대는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국민 여론이 나빠진 데는 이유가 또 있다. 민자사업의 대부분을 맥쿼리인프라가 가져가면서 특혜 시비가 일었다. 정부 퇴직 관료들이 민자사업주식회사의 임원으로 잇달아 옮긴 것도 논란이 됐다.
정부는 지난 20년간의 민자사업을 긍정평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민간자금 100조원을 조달하면서 정부 부담이 줄었고 사업들이 적기에 완공되면서 국민 편익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자사업자들의 모임인 SOC포럼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556개 사업을 민자로 하면서 161조원의 생산유발효과, 109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민자사업으로 인해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의 국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자사업은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 재정부담으로 정부가 민자사업자에 대한 수익률을 깐깐하게 단속하기 시작하면서다. 철도사업의 경우 2010년 신분당선(용산~강남)을 민자사업으로 지정한 이후 신규지정된 사업은 없다. 정부는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낮추면서도 추가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민자사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손실보전 이익공유형(BOA·Build-Operate-Adjust) 민자방식’이다. 민간사업자가 시설물을 지어 운영하면서 손실이 나면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전해주고, 초과수익이 나면 정부와 나누는 제도다. 정부는 이 수익을 시설 이용요금을 낮추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사업자는 손실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정부는 요금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연말에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현재 민자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기획부터 결정까지 일체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 민자 방식이 바뀌든 관련 내용이 투명하게 제시돼 공개적으로 감시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민자사업의 특혜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 믿는 사람 맞나?" 조용기 목사에게 물었더니 1218 오마이뉴스
[리뷰] 한국 대형교회의 실상을 담은 다큐영화 <쿼바디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6월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분단을 넘어 평화로 6.25전쟁 60년 평화기도회'에서 평화메시지를 전달하자 참석한 기독교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2010년 6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다름 아닌 서울 각지의 교회 신도들. 이날의 행사는 '6·25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기도회를 진행하는 사회자인 목사가 단상에 오르고, 그 옆에 마이크를 잡고 누군가가 함께 서 있다. 그 남자는 바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 이날 행사를 위해 한국 개신교가 초대한 손님이었다. 카메라는 신도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대성황을 이룬 '평화기도회'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한 부시 전 대통령이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2003년 미국은 UN과 유럽 다수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는 사실에)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4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 그 전쟁을 직접 승인한 인물을 '평화기도회'의 간증인으로 초청한 아이러니한 상황. 보고 있자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장면은 다큐영화 <쿼바디스>(김재환 감독)의 오프닝이다.
한국 대형교회의 부끄러운 실상
▲ 영화 <쿼바디스>의 포스터. ⓒ 단유필름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쿼바디스>는 한국의 대형교회들의 부끄러운 실상을 담았다. 대형교회가 건물의 규모 등 외적인 부분에 집착하면서 신도 수를 늘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종교의 기업화'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담임목사가 아들에게 교회 내의 지위를 물려주면서 권력을 '세습'하는 것도 그렇고, 물러나는 목사에게 '전별금'이라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돈을 퇴직금처럼 지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점점 커졌고, 예수는 점점 작아졌다. 아버지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고, 아들 목사가 다음 주인이다. 다들 탐욕에 미쳐 버렸지만 교회엔 침묵만 흐를 뿐이다."
전국 편의점 수가 2만5천 개인 시대에 교회는 7만8천 개에 육박하는 현실. 강남에 위치한 '사랑의교회'는 거대한 건물을 짓기 위해 3천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에서는 이 금액이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국가 하나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고 덧붙인다. '전도'를 위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지만, 정작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은 교회 건물을 짓는 일에 쓰는 것이다.
다른 대형교회도 건물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아 증축하는 추세라는 점도 영화에서 지적된다. 개신교계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건물이 전도를 하는 것"이라는 소리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신도를 끌어모으기 위해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지은 건물이 부동산 경매 매물로 나오는 일도 잦다는 것. 영화에 등장한 부동산 전문가는 "성당이나 사찰은 경매에 나오는 일이 거의 없지만, 교회의 경우는 한국에서 흔한 일"이라 증언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 <쿼바디스>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대형교회의 이름들을 추가로 거론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가문의 횡령과 배임 파문, 성추행 논란으로 삼일교회에서 물러난 뒤 홍대새교회로 자리를 옮긴 전병욱 목사,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의 교회 세습 의혹도 조명된다.
권력유착으로 부패하고 망가진 종교
▲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교회의 외적 성장'만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한국 대형교회들 앞에서 예수는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나직하게 외친다. ⓒ 단유필름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개그감'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목사들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인물인 '마이클 모어'를 만들어 투입한다.
그는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식코>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와 모습이나 행동이 흡사하다. 감독 대신 영화에서 대형교회 목사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는 다양한 공간에서 많은 인물을 카메라에 담고 또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다. 첫 장면인 서울월드컵경기장 평화기도회는 물론 '조용기 목사 퇴진을 위한 기자회견' 현장에도 직접 나타나, 그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상황을 묵묵히 응시한다.
마이클 모어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예수의 사랑과 자비'를 교리로 삼던 종교가 퇴색하고 기형적으로 변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하철에서 혹은 명동 길거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크게 외치며 전도하는 사람들처럼, 우리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에서 말이다.
교회가 권력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망가진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장로회가 헌금을 모아 일본군에 자동차와 비행기를 헌납한 때부터 시작한다. 1980년 8월 개신교 지도자들이 모여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을 위해 조찬기도회를 열고, 그의 건강과 축복을 기원하는 장면도 나온다. 독재정권의 만행을 찬양하는 기도를 읊조리는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다.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돕지는 않고, 오히려 오랜 세월 동안 적극적인 권력유착의 행태를 보인 것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장로 대통령을 만들자"며 노골적으로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한 실태도 당시 녹음된 대형교회 목사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공개된다. 보수진영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신도의 이름을 지워버리겠다"며 웃어젖히는 목사의 설교는 종교와 정치의 '잘못된 만남'을 압축해 보여준다.
<쿼바디스>가 교회에 던지는 물음, 당당히 답할 수 있나
▲ 영화 <쿼바디스>의 한 장면. 미국의 다큐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를 빗댄 '마이클 모어'가 출연하여, 시종일관 한국 대형교회 목사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질문을 던진다. ⓒ 단유필름
"정말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
<쿼바디스>에서 감독이, 재판에 출석하는 조용기 목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영화는 같은 물음을 오늘날 한국의 대형교회에도 던진다. 성추행과 탈세 및 100억 원대 교회자금 배임 혐의, 기업식 합병 방식까지 동원한 교회세습. 물질주의에 찌들어 버린 대형교회의 민낯을 보고 나면, 과연 목사로 불리는 그들이 진정 '예수 믿는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카메라는 조지 W. 부시가 참여한 '평화기도회'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동해 그 아래의 '홈에버' 매장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을 비춘다.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하던 당시의 모습은 최근 영화 <카트>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홈에버의 모회사인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다니는 '사랑의교회'를 찾아가지만, 교회 앞에서 저지 당한다. 만약 그 자리에 예수가 있었다면 수만 명이 모인 경기장 기도회로 갔을까, 아니면 길거리에 나앉은 노동자를 만나러 갔을까?
약자를 외면하면서 성장과 발전만을 외치는 교회의 태도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거대한 교회 건물이 일대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풍경과 밀접하게 맞닿는다.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거나 "예수의 뜻이기에 나는 행할 뿐"이라며 자기정당화를 시도한다. '무인드론'으로 촬영한 대형교회 외부의 전경이 웅장하기보다 기괴하게 와닿는 이유는 그런 종교인들의 자세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제목인 '쿼바디스(QUO VADIS)'는 라틴어로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을 지닌 성경 구절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피할 수 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내놓는다. 오늘날 한국의 교회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말이다. 이 물음에 당당히 답할 수 없다는 것은, 감독의 말처럼 '복음과 로또를 함께 파는 한국 교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석유 값이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1219 월스트리트저널
.공급과잉 몸살” 에쓰오일, 매도해야 할까?
에쓰오일 파라자일렌 생산 시설.
기업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공세에 나서면 마진이 깎이고, 방어에 나서면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 어느 쪽이든 기업은 이 전쟁에서 지게 돼 있다.
바로 정유사 에쓰오일이 이처럼 불운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저유가는 미국 정유사들에게는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다수의 아시아 및 유럽 정유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에쓰오일도 그 대열에 합류해 있다.
에쓰오일은 생산 제품 상당량을 수출하기 때문에 정유업계의 취약한 펀더멘털에 크게 노출돼 있다.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고마진을 누리는 여타 정유사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 외에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지 못한 것도 취약점이다. 투자자들이 에쓰오일 주식 매수를 꺼리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이달 초에 주당 4만원 선까지 내려앉았던 주가가 4만7,000원 선으로 반등하기는 했지만 지난 1월의 최고가(7만 원 선)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공급 과잉 문제가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잠정적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사려된다.
신규 정제시설의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세를 하루에 150만 배럴씩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에 따르면 아시아가 신규 정제시설 생산능력의 39%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소재한 신규 정제시설 두 곳(하루 평균 40만 배럴의 생산능력)에서 생산되는 정유도 유럽과 아시아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는 에쓰오일이 정유 제품을 판매하는데 있어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회사 경영진은 제품 가격 인하로 인한 마진 감소와 가격 유지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에쓰오일의 정유 사업은 7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대다수 정유사들은 ‘단순정제 마진’ 또는 ‘복합정제 마진’(고도화 설비를 돌려 생산한 석유제품의 마진)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데, 에쓰오일은 ‘단순정제 마진’에 속한다. 단순정제 마진 의존도가 높은 정유사의 경우, 보다 비싼 원유를 구입해 가솔린, 디젤유와 같은 정제유를 생산하는 동시에 부가가치가 낮은 연료유와 같은 제품도 생산한다. 이런 정유사는 마진도 더 낮다.
고도화 설비 비중이 높은 경쟁업체들은 보다 큰 유연성과 높은 마진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스’가 보유한 세계 최대 정유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들은 보다 다양한 종류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이 경쟁사들이 제품을 수출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매출액의 60% 정도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고 단순정제 비중이 높은 에쓰오일이 공급 과잉 위험에 보다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산설비가 늘어나면 마진이 줄어들고 중소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정제 마진이 둔화되면 설비 가동률이 낮아지고 중소 업체들이 감산 압박을 받게 된다. 설비 가동률 감소와 마진 하락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에쓰오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 사업도 운영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공급 과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쓰오일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플라스틱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한다. 그러나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 내년에 파라자일렌 마진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파라자일렌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완전한 자급자족 능력을 갖춰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SC는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이 석유화학 사업의 영업 마진을 압박할 수도 있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년 동기(15.6%)에 비해 하락했다.
에쓰오일의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의 공급 과잉 문제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애널리스트 중 16%만이 매도(sell)를 추천했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에쓰오일 종목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 하다. 에쓰오일의 실적이 단기간 내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자사 마진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기업가치가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가가 더 하락하는 것이다. 단지 주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매수하지 말 것을 권한다.
바닥 없는 국제유가 추락, 세계경제 흔든다
리비아에서 무력 충돌이 빚어져 원유 수출항이 폐쇄됐다.
유가가 4 거래일 연속 하락해 올해 지속적인 원유 과잉생산으로 가열된 가격 급락세를 부채질했다.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의 기준 유가가 무려 48%나 곤두박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9달러(3.3%)하락한 배럴당 55.91달러에 마감됐다.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1.3% 내려간 배럴당 61.06달러에 거래됐다.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주말 리비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져 원유 수출항이 폐쇄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소식에 15일 오전장에서 유가가 상승했었다. 앞서 올해 몇 개월 만에 리비아가 산유량을 4배나 늘린 것이 글로벌 과잉 공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유가를 압박해 왔다. 리비아에다 미국도 3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원유까지 쏟아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번 하향 조정은 최근 여섯 달 동안 다섯 번째로 이루어진 것이다.
FactSet/WSJ Market Data Group/WSJ 유가 하락으로 희비가 교차한 주식 종목.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11월 기존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는 조짐도 나오고 있다. OPEC의 산유량 동결 결정이 나온 다음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유가가 10%나 폭락했다. 15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석유 장관은 “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OPEC가 비상 회의를 소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OPEC 석유장관 회동은 6월로 예정돼 있다. 14일(현지 시각)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OPEC이 목표 유가를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애널리스트들은 OPEC가 훨씬 더 낮은 유가를 용인할 것임을 시사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두바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바드리 총장은 “목표치는 없다”고 말했다.
12일(현지 시각) OPEC에서 산출하는 바스켓 유가가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유가가 최소 배럴당 100달러는 돼야 OPEC 회원국 대다수가 내년에 균형 예산을 달성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러시아,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환율이 급락하고 에너지 관련 주식과 정크본드도 타격을 입었다.
비교적 저렴한 유가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유비, 난방비 등 석유 관련 제품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이 다른 부분에 지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번주 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부진이 2015년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 지표를 살펴볼 것이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중국, 유럽은 제조업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이번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17일(현지 시각) 통화정책 성명서를 발표한다. 트레이더들은 리비아의 원유 공급 중단 사태가 유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정유사들이 선호하는 고품질 원유의 공급이 감소할 수도 있다.
유가 하락 혜택 못 받는 아시아 소비자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유소 직원이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료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 세계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부양 효과가 아시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이득을 저렴한 기름값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환원하는 대신 국고를 불리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지역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오랫동안 세계 유가가 오름에 따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연료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했다. 많은 정부들이 현재의 유가 하락을 기회 삼아 보조금으로 인한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는 최근 몇 주 사이 정부 지정 유가를 인상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연료 소비세를 두 번 인상했다. 2009년 이후 최초로 이루어지는 인상이다. 그 결과 아시아의 주유소에서는 미국에서만큼 유가 하락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뉴욕의 운전자들은 7월 말 이후 휘발유 가격이 26% 하락한 것을 경험했지만 같은 기간 베이징의 정부 지정 휘발유 가격은 17% 정도 내렸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 연료비가 오히려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주유소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를 받는 아시아 연료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이익을 깎아먹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상승하고 있지만 아시아쪽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 11월 중국 소매 판매가 증가했지만 성장은 예전에 비해 훨씬 약한 상황이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취약한 상황이며 지출은 지난 18개월 간 계속 부진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판매는 지난 11월 전월에 비해 13% 감소했다. 연료비가 오른 것이 부분적 이유였다. 인도에서도 자동차 판매가 줄었다. 그렇다 해도 아시아 경제국들과 소비자들은 낮은 유가 덕분에 전반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연료비가 저렴해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물가상승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은 최근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J.P. 모건체이스 은행가들은 낮은 유가 때문에 러시아, 브라질을 제외한 신흥시장의 중앙은행들이 향후 6개월 사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으며 이런 환경이 소비자 지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 서비스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로 유지된다면 필리핀, 홍콩, 중국, 태국 등 석유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3분의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소비자 지출과 기업 투자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정부들이 그 이익을 사용하지 않고 쌓아둘 위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경제 둔화와 서구의 수요 부진으로 이미 감속 추세인 아시아 지역 성장이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부양 효과를 덜 누리게 된다.
미국에서는 연료비가 규제를 받지 않고 있으며 좀더 빠르게 주유소까지 영향을 미친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달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미국 빈곤 가정들은 소득 중 많은 부분을 에너지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비가 줄면 그로 인해 절약된 돈을 다른 곳에 지출하면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의 연료 보조금을 비판하는 이들은 자동차를 소유한 가구는 대체로 더 부유하기 때문에 그 돈을 공공보건, 교육,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폴 그룬월드 S&P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료비를 시장 수준에 가깝게 인상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부가 이 돈을 사회기반시설 투자나 부채 상환에 활용할 경우 그렇다.
Associated Press 베이징의 출근 시간 풍경.
중국 정부는 휘발유 소매 가격을 국제 유가 변동에 기반해 고정시킨다. 정부의 연료 소비세는 대도시의 교통혼잡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경제학자들은 세계 유가가 낮게 유지되면 세금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UC데이비스의 학자들은 최근 논문에서 중국의 교통 혼잡과 배기가스를 통제하기 위한 최적의 휘발유세는 갤런당 1.58달러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인상분을 반영한 현재 세액보다 약 2배 많은 금액이다. 한편, 미국 운전자들은 연방 세금으로 갤런당 18센트 정도를 지불한다.
중국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지난 11월 거의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완만한 유가 하락이 성장 둔화에 따른 파장을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소비 중 절반 이상을 외국 석유에 의존하고 있어 세계 원유 시장의 변동성에 민감하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순수입국이 됐다고 밝혔으며, 중국의 해외 석유 수입은 둔화된 국내 생산 성장세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기록' 수심 8천200m에서 사는 심해어 발견1220 파이낸셜뉴스
사진은 2011년 뉴질랜드 해저 7천500미터에서 발견됐던 꼼치(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영국 해양생물학자들이 바닷속 가장 깊은 곳에 사는 심해어 2종을 찾아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해역인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에서 탐사활동을 벌여 전혀 알리지지 않은 꼼치 2종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꼼치가 발견된 수심은 8천143m여서 종전 최고 기록인 7천703m를 경신했다.
탐사에 참여한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의 심해 생물학자 앨런 제이미슨은 이들 꼼치는 "전에 관찰한 그 무엇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꼼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흐물흐물하고 큰 날개 같은 형태의 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헤엄을 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젖은 화장지가 떠다니는 것과 같고 머리는 만화에 나오는 개의 주둥이처럼 기묘하게 생겼다고 설명했다.
제이미슨은 심해어가 수심 8천200m이하에서는 엄청난 수압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화학물질인 TMAO(트리메틸아민산화물)을 세포 내에 충분히 가질 수 없어 이번에 작성한 기록은 영원히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보는 뉴스가 진짜 좋은 뉴스인가 1216 미디어오늘
[미디어 바로미터] 최서윤 월간잉여 발행인
종이 일간신문과 TV뉴스를 잘 안 본다. 2012년 이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언론사 입사에 ‘필요’한 공부로써 뉴스를 소비했다.
기성 언론사 입사를 포기하고 직접 잡지를 창간한 뒤부터, 그러니까 더 이상 시험공부 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대하지 않은 뒤부터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공유되는 링크,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베스트 글들, 내 메일계정으로 오는 투고문들을 통해 뉴스를 접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로는 역시 페이스북이었다.
태초에 생존과 직결된 정보가 있었다. 색이 다른 버섯을 따먹으면 죽는다. 탐스러운 과실들이 그대로 놓인 곳은 맹수 출몰 지역일 수 있으니 의심해봐야 한다.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면 전염병에 걸려 오늘내일 할 수 있다. 주인 나리의 심기가 불편한데 눈치 없이 굴면 (문자 그대로) 모가지가 날아가니 어떨 때 주인 나리 심기가 불편할 때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것이 ‘새로운 소식’이었던 시기, 제 때 정보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단명했다. 이것은 새로운 소식을 끊임없이 탐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생존에 이로운 일일 것이라는 본능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확실히 새로운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는 매체다.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과 친구를 맺거나 그의 소식을 팔로우 하면 기성매체에서 보도되기 전에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페이스북 친구들은 큐레이터 역할도 한다. ‘인정할 만한’ 교양을 갖춘 사람이 흥미로운 코멘트를 곁들어 공유한 링크는 아무래도 다른 링크들보다 클릭하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은 소식을 뉴스피드 상위에 노출하는 알고리즘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정보의 첨단에 서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하는 뉴스가 꼭 ‘중요한’ 뉴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생존과 직결된 뉴스가 아닐 가능성이 크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대한항공 부사장 관련 뉴스도 그랬다. 서비스 노동자의 현실을 돌아보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생산적인 담론도 오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부사장 개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이었다(무엇보다 외모에 대한 조롱을 왜 곁들이는지 모르겠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빠르게 유통되고 확산되는 것도 피로하다. 중요한 것을 자꾸 놓치게 만드는 정보들이 있다. 세월호 정국 때 자주 목격했다. 사람들이 세월호 뉴스를 지겹다고 하는 것은 그 시간들을 헤쳐 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체할 수 없는, 페이스북에서만 접할 수 있는 소식이 있다. 친구들의 안부와 성취, 통찰력 깃든 쪽글을 읽는 재미는 상당하다. 다만 내 뇌가 문제다. IT· 미래학 저술가 니콜라스 카는 어른이 되어서도 뇌가 직무나 사용도구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 간다며, 맥락 없는 단편적인 정보만 추구하게 만드는 인터넷은 뇌의 물리적 변화를 가해 사고를 '경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쇄매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쇄매체가 독자로 하여금 다른 세계로 안내하고 집중력을 유지시키며 인간의 사고체계를 바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다시 인쇄매체를 읽을 필요를 느낀다. 손해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두 시간 영화 보는데 만 원 정도다. 두 편이면 이 만 원. 네 시간 동안 영화적 체험을 하는 대가다. 신문을 읽는데 하루 30분 걸린다고 치면 30일이면 900분이다. 900분 동안 골고루 정보와 재미를 제공받으며 지적인 체험을 하는데 2만원이 안 든다. 싸다 싸! 주간지나 월간지, 문예 계간지는 4000원에서 15000원, 책꽂이에 두고 오래오래 읽으며 틈새의 사유와 감정의 진폭을 경험할 수 있다.
좋은 종이매체를 곁에 두는 좋은 벗을 곁에 두는 효과와 같다. 좋은 벗과 눈을 마주하고 토론하는 것이 주는 위안, 망각의 덫으로부터의 탈주, 함께 이 시기를 기억해나가고 버텨나간다는 감각. 중요한 것은 매체의 선정이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편집자의 의지가 반영돼있고,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매체를 곁에 둘 것이라고, 나 역시 그런 매체를 발행하겠다고 다짐하며 2015년을 맞는다(그렇다고 페이스북 눈팅과 온라인 커뮤니티 ‘짤줍’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탐닉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노레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이뜨리에
'Little Girl Blue' - Janis J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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