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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11.6~ 거리의 구호, 시민의 주장은 정당하다 그런데 트럼프는 뭔가

by 이성근 2016.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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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퇴진" 외쳤지만, 과격 시위도 물대포도 없었다 11.5 미디어오늘

20만 군중 모였지만 어느 집회보다 질서정연, 경찰의 행진불허 기우에 불과했다

시민 20만 명이 모인 서울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는 그 어느 집회보다도 평화로웠다. 5일 오후 4시부터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문화제에선 경찰이 시민 행진을 저지하지도, 물대포가 등장하지도 않았다.

 

이날 범국민행동 촛불문화제 1부가 오후 6시에 끝나고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은 광화문우체국에서 종로2-안국로터리-종로1가 등을 거쳐 교보문고까지 가는 경로와 종로3가에서 을지로3-시청-대한문을 거쳐 광화문 일민미술관으로 도착하는 두 경로로 진행됐다.

 

문화제와 행진에 참여한 시민 규모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으로도 450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 1차 범국민행동(2만여 명)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인원으로, 당초 경찰은 집회 통제의 어려움을 우려해 행진을 불허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집회 신청인인 참여연대 측이 이 사건 집회·시위로 인한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300명의 질서유지인을 배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신청인은 1주일 전에도 유사한 성격의 집회·시위를 개최했으나 큰 혼란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집회금지 통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도로 행진은 허용하되, 시위대의 청와대 방향 진입을 막기 위해 광화문 세종대왕상 뒤편에 차벽을 설치했다. 경찰이 우려했던 시위대의 폭력 행동이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시민들의 행진 대열은 질서정연했다. 지난해 12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에서처럼 경찰의 무리한 집회 통제가 없는 과격 시위 역시 기우에 불과했음이 또한번 증명된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시민들은 양 손에 하나둘 촛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전례 없는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도 시민들의 분노는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 이날 행진과 문화제에선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들과 손을 잡고 참석한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도 곳곳에서 목격됐으며 하야하라 박근혜’, ‘새누리도 공범이다는 등 피켓을 들고 웃으며 구호를 외치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떠난 자리에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는 성숙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5%면 배터리도 바꾼다촌철살인 이색 구호·피켓 봇물11.6 한겨레

우주의 기운으로 퇴진등 대통령 발언 단골 패러디

·고등학생과 대학생 모인 집회재치 있는 팻말 가득

 

5,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엔 역대 대통령 최저치로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에 빗댄 이런 팻말이 나타났다. 시민 20만명이 광화문 사거리를 메운 만큼, 톡톡 튀는 구호와 팻말이 많았다. 박 대통령 발언은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한 시민은 사사로운 연은 이어나가시고 나라와 연을 끊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왔다. ‘우주의 기운으로 박근혜 퇴진이라는 현수막도 있었다. 20154월 중남미 순방 중 브라질 경제인 행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이다.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모인 집회는 재치 넘치는 팻말들로 넘쳐났다. 이날 대학로에서 열린 전국대학생시국대회에 참여한 성균관대총궐기네트워크 소속 대학생은 전국민 담오는 대국민 담화 말고 어서 하야해라는 구호를 손팻말에 적었다.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중고생연대,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이 모인 청소년 집회에서 한 학생은 대통령은 1+1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평화시위를 외치며 집회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가 끝나갈 무렵, 학생들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인근 폴리스라인 앞을 지켰다. “청와대로 가자며 경찰과 충돌하려는 시민을 제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청와대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문화예술인들은 이날 광화문광장 앞에 퇴진캠핑텐트를 설치했다. 이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텐트촌 입주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문화예술적인 퍼포먼스를 넘어서, 시민을 위한 정부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항의할 수 있고 정치적인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텐트를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록색 도포의 내시 복장을 한 집회 참여자는 내시들 다나왓!’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회 행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서도 박근혜 퇴진하라워싱턴, 뉴욕, 런던, 베를린서 집회 열려 116경향

 

미국 워싱턴 지역 교민들이 5일 백악관 앞에서 박근혜 퇴진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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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5일 오후 교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워싱턴 동포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박근혜 내려오라(Step Down Park Geun Hye)”, “사드 가고 평화 오라(No THAAD, Just Peace)” 등의 구호를 외친 뒤 한시간 가량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메릴랜드 시민학교 교장 김광훈씨는 한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어서 시위에 나오는 것을 망설였으나, 한편으로는 그 세력들을 퇴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안경희씨는 이민한지 20년이 되어 고국 일에 관심을 갖지 못하다가 세월호 사건 이후 뉴스를 모두 챙겨보고 있다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돈이 사람보다 앞서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센터빌의 심영주씨는 “1971년 유신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 왔는데, 박근혜씨가 지금 물러날 수 있을 때에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인 이민 2세들도 참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처에 들어가기로 돼 있다는 이모씨는 그동안 고국의 발전상에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반전평화단체 앤서(ANSWER) 활동가 새라 슬로언은 박근혜 퇴진 시위는 한국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를 이용해 사드 배치와 같은 군사주의의 확대를 꾀하는 미국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미국 시민들도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마지막에 낭독한 성명에서 최순실의 나라 대한민국은 더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지난 38개월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이 아님을 증명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고, 해외동포들 또한 바보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 집회, 독일 베를린에서도 박근혜 퇴진 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부역자 인명사전시민의 힘으로 편찬한다 11.6 한겨레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하거나 박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국정 농단에 관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제안한 박근혜 퀸메이커 인명사전박근혜-최순실 정권의 부역자들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명단 기록은 공유가 가능한 구글 문서를 통해 이뤄지며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구글 문서(링크 바로가기)를 열어 박근혜 정권 창출 기여자와 부역자의 사진을 등록하고 발언·행적·경력 등을 적어넣으면 된다.

 

박근혜 퀸메이커 인명사전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맨 위에 올랐다. 2012년 박근혜 캠프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이 “(박근혜)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겠다, 이런 생각으로 대통령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부터 대화 나눴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그런 점에서 따라올 수가 없다는 회견 발언이 기록돼있다. 회견을 녹화한 유튜브 링크도 함께 첨부됐다. 시인 김지하씨도 박근혜 퀸메이커의 한 명으로 꼽혔다. “엄마 육영수를 따라서 너그러운 여성정치가의 길을 가겠다는 (박근혜) 후보에게 믿음이 간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이 근거다.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권영세 전 의원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유승민·최경환·진영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최순실 정권 부역자명단은 퀸메이커 사전보다 훨씬 방대하다. 박근혜·최순실·차은택씨를 필두로 최순실씨의 심부름꾼이었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과 윤전추 행정관이 이름을 올렸다. 김기춘·우병우·이원종·안종범 등 청와대 참모와 황교안·정홍원·이완구·조윤선·강은희·김희정 등 전·현직 총리와 장관들, 이정현·김진태·김태흠·민경욱 등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도 빠지지 않았다.

와글의 천영환 시니어 매니저는 “(박근혜 정권 같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대안을 제시하려면, 먼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팩트 체크가 필요한데 분량이 방대해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기록 작업을 제안하게 됐다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록되지 않도록 발언과 행적 근거를 링크로 걸게 했다고 설명했다.

 

와글은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발전적 대안으로 조직해내기 위한 국민의 뜻이 우주의 뜻이다행사도 기획했다. ‘뭐라도 하고 싶은 청년들의 시국돌파 대잔치라는 부제를 단, 나라를 걱정하는 청년들의 원탁토론 마당이다. 7일 저녁 7시 서울 동교동 미디어카페후에서 시작되는 이 행사는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등 6명의 제안을 먼저 듣고 참가자 모둠별로 토론을 한 뒤 온·오프라인 활동계획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한민국 청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wrryEUsPYHoMbuNAqEPxFsEbbut5jsKGAHZY7ERg-XY/edit

 

"정권 퇴진" 촉구 주말 집회·시국선언 전국서 잇따라 11.6 부산

 

5일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 도로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면 11.5

 

'영국 훌리건 난동사진'이 광화문 집회사진으로 둔갑 11.6 오마이뉴스

박원순 "허위날조, 국민이 두려운 자들" 반박... 도 넘은 비방에 "법적 대응" 주장도

 

집회 후 광화문광장 사진인 양 올리면서 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2008515일 제니트와 레인저스의 UEFA컵 결승전이후, 경기에서 진 레인저스 팬들이 흥분해서 경기장 인근 맨체스터 시티 센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린 사진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지난 520여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집회를 두고, 일부 누리꾼이 집회 후 광화문 광장이 쓰레기장인 것처럼 가짜 사진 등을 유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이 "저와 국민을 음해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선 "명백한 허위사실 날조"라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장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하나는 '石蘭'(석란)이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올린 페이스북 글과 사진이다. 그는 "박원순 시위 선봉장아.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이 무슨 죄야. 이 쓰레기 치우려고 서울시민 피 같은 세금과 서울시 청소부들 X빠지게 생겼다. 대통령 탄핵을 하든 하야를 하든 데모꾼 수준이 니하고 똑같다. 이게 난장판 아니고 뭐냐"면서, 거리 전체가 쓰레기 뒤덮인 사진을 첨부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광화문 거리 사진이 아니다. 정욱섭씨가 올려놓은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를 보면, 해당 사진은 지난 20085월 영국 맨체스터 거리 사진이다. 당시 제니트와 레인저스의 유럽챔피언스리그컵(UEFA) 결승전이 있었고, 경기에서 진 레인저스 팬들이 경기장 주변의 맨체스터 시티 센터에 쓰레기를 마구 버려 난장판이 된 거리를 외신이 보도한 것.

 

누리꾼 정욱섭씨는 지난 20085월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 기사를 공개하고, 해당 사진이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박원순시장 페이스북

 

정씨는 "벌써 이런 날조된 사진으로 겨울 저녁 광화문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욕 먹이는 미련한 5% XX들이 있다"면서 "타임라인에 공유되고 있길래 유언비어로 퍼지기 전에 재공유한다"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부터 직장인, 어르신들까지, 감사 또 감사할 따름이다"고 쓰면서, 당시 영국 보도 기사의 출처 등을 공개했다.

 

박원순 시장도 "저를 음해하고 국민을 음해하는 자들이 있습니다"면서 "맨체스터 훌리건들이 만들어놓은 난장판을 마치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그런 것처럼 허위로 날조해 인터넷에 유포했습니다. 광화문은 어제 시민들이 깨끗하게 치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구름같이 몰린 국민의 위세에 두려움을 느낀 자들의 짓이겠지요"라며 "허위와 조작까지 하면서 선량한 다수 국민을 음해하는 일은 박근혜정부와 닮은꼴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박 시장은 적었다.

 

박 시장의 게시물은 1106(6일 오후 630분 현재)나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누리꾼 서보람씨는 "어제 길거리에서 버려진 쓰레기 주워들고 가시는 시민들을 꽤 보았다"고 했고, 이정인씨 역시 "어제 봉투 들고 다니시면서 쓰레기 저한테 주세요라고 하는 시민분들 많이 봤다"고 적었다. 이어 "가만히 두면 안된다(원제석씨)", "소송 제기해야되는 것 아닌가(김홍영씨)" 등 법적 대응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해당 게시물을 올렸던 '석란' 누리꾼은 뒤늦게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좌고우면은 그만, “민주당은 하야를 요구하라 11.6 미디어오늘

[기고] 민주당이 하야 요구를 해야 하는 이유, 사과문을 자세히 보자검찰 수사와는 관계없어

하야요구를 가장 먼저 했던 대선주자가 이재명. 그 다음 박원순, 안철수 순이다. 문재인은 아직 못하고 있다. 현재 지지율과 역순인 것이 흥미롭다.

 

최순실 사태는 탈정치적인 문제이며 국민 전체의 문제이다. 이번 사태로 야당이 반사적인 이익을 얻겠고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해온 새누리당은 불리해졌지만 그것은 부수효과일 뿐이며 국민 전체 vs. 박근혜 대통령의 대결이 현재 문제의 본질이다. 보수 진보할것없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대통령은 우리를 대표하고 지배할 권력을 가질 능력이 없다"는 것이며 바로 이 대표의 실패(representation failure)가 본질이다.

 

민주당이 하야 요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1) 하야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과 (2) 하야 이후의 불확정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총리임명 철회와 검찰수사 협조만을 요구하고 있고 이 두 가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만 퇴진을 요구한다고 하고 있다.

 

새로운 총리가 임명되는 것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치유될 수 있을까? 또 사건의 성격을 볼 때 검찰수사로 지금까지 밝혀진 것들이 더 명쾌하게 밝혀질까? 아니면 도리어 더 불투명해질까? 참고로 이것은 원래 요구였던 거국내각이나 새로운 특검(현행 상설특검이 아닌) 보다 각각 더 후퇴한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5일 열린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문화제 현장에 참여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우선 새로운 총리가 누가 되었든 그가 권한이양을 얼마나 받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모시고 있어야 하고 그 총리는 국회의원들이 뽑는 총리 즉 내각제 하의 총리와 유사한 정치적 위상을 갖게 된다. 내각제 개헌을 위한 좋은 연습이 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을 잘못 뽑은 패착을 보정받고 싶어하는 국민에게는 부족하다.

 

또 언젠가부터 법치주의가 자리잡히면서 우리에게는 검찰은 커다란 "타자"였다. 무언가 불의가 발생하면 검찰수사에 이은 형사처벌이 있어야만 정의가 바로 잡혀졌다고 생각하는 관습에 길들여져 왔다. 돈을 빌려주고 못받아도, 욕설을 들어도, 최소한 검찰이 상대를 괴롭히게 하거나 검찰의 입에서 "기소"라는 말이 나와서 재판을 받게 해야 정의가 세워진다는 편견을 갖게 됐다. 물론 검찰의 강제 수사능력을 빌려야 진상이 밝혀지는 사안들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언론이 적어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와 최순실의 악행에 대해서는 밝힐 만큼 밝혔고 가장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지금까지 언론에 밝혀진 바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세한 상황은 수사를 이유로 밝히지 않겠다'면서도 부인하고 싶은 것은 부인했는데 그것은 굿과 사이비교단 연루설 뿐이었다. 연설문 포함 최순실이 국정에 관여했다는 여러 보도 중 어느 하나 부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순실이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점까지도 인정했다. 이것 만으로도 국민 95%가 동의하는 것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것이고 이 동의가 검찰수사를 통해 바뀔 가능성은 전무하다. 특히 이 동의는 대통령을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표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이에 따른 정교한 증거법의 잣대로 재단할 필요없이 유효한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내건 두 가지 요구 다 본질과는 빗겨 나가 있다. 국민이 하고 싶은 것은 "너무 창피하다. 너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나는 너라는 대통령을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 즉 부인(denial)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단순히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김영삼 때도 국민은 대통령을 부인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주최측 추산 전국 100만이 모였었다는 광우병 시위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한 입으로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물론 법적으로는, 선거가 적법하게 치러진 이상 대통령의 범죄가 법정(예를 들어 탄핵절차에서의 헌법재판소 또는 최소한 검찰수사)에서 밝혀지지 않는 이상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법에 따라서 자신의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법치과잉적인 입장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은 주권자로서 바로 지금 대통령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범죄가 형사소송법의 증거절차에 따라 정교하게 입증되지 않더라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5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문화제 현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민주당이 걱정하듯 하야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하야 이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정치적 고려도 지금 우리의 대표를 부인해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주권자의 의사보다 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없다.

 

당장의 하야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지, 세월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국정교과서, 위안부합의, 사드배치 등등에 도움이 될지, 세법 안 바꾸고도 세금을 악착같이 거둬 증세를 실현한 이 정부의 세무기조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잘 모르겠는 사안들에 대해서 옳으려고 하기 전에 우리가 확실히 아는 사안에 대해 옳을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잘 모르겠는 사안에 대해서도 부끄럼없이 서로에게 책임있는 의견을 물을 수 있다. 그게 인간이 공동체로서 살아남아왔던 방식이다.

 

 

'적폐의 총아' 박근혜, 최선 다해 말아먹다 11.7 프레시안

"사실상 박근혜 정부 4년간의 헌정 중단 사태가 밝혀진 사건." (이관후)

"국정과 부패 고리가 결탁해 있다는 점에서 역대 정권의 부정부패와 다른 헌정 중단." (정한울)

"'적폐의 총아(寵兒)' 박근혜, 유신독재만도 못한 '사이비 유신보수주의'."(김윤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민낯이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샤머니즘적 요소까지 등장하는 지난 4년간의 '국정농단'에 협조해 사익을 추구했던 소수의 인사를 제외하곤,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헌정 중단' 사태가 명명백백히 드러난 그다음이다.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어떻게 결론 내릴 것이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게이트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이 한 축이며, 또 다른 한 축은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나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김병준 신임 총리를 지명했고,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내시'를 자처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의 거듭된 사퇴 촉구를 일축하며, "대통령을 떠날 수 없다"고 충정을 과시하고 있다. 구세력은 여전히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많은 논의와 모색이 필요하다. <프레시안>이 젊은 정치학자 3(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이관후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의 긴급 대담을 마련한 이유다. 대담은 지난 3일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전홍기혜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대담자 각각의 직함은 '박사'로 통칭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적폐의 총아' 박근혜, '사실상 헌정 중단 사태'를 초래하다

전홍기혜 : 세대와 지역 구분 없이 국민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정치적 격변기'. 기자 생활을 통틀어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충격이다. 특히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개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까지 가담한 '공동정범'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각자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이관후 : '사실상 헌정 중단 사태'가 밝혀진 사건이라고 본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 위임받지도 않은 개인에 의해 비상식적으로 운영됐다. 전모가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 달여 만에 '박근혜 정부 4년이 사실상 헌정 중단 사태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정한울 : 동의한다. 하지만 지난 4년을 볼 때 시스템의 단절을 의미하는 '중단'보다는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중단'이 더 맞는 것 같다.

 

어떤 정권이든 임기 말에는 부정부패가 발생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이번 사태는 국가 시스템 밖에 있는 혹은 현재 권력(대통령)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개인이 국정과 부정부패 모두에 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국정과 부패 고리가 결탁해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래서 역대 정권의 부정부패와 다른 '헌정 중단'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김윤철 : 박근혜 대통령이 20145월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적폐(積弊)'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적폐'라는 단어를 어떻게 알지? 누가 담화문을 쓴 걸까?' 의아했는데, 드디어 비밀이 풀렸다. 대통령 스스로가 '적폐의 총아(寵兒)'였던 셈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해 '유신보수주의'라는 말을 했다. 이번 사태로 공사 구분 없이 사익(私益)을 추구하며 국정까지 농단한 유신보수주의 세력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낡은 권력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낡은 세력이 최선을 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셈이다.

 

2011827일 경북 청도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성역화 사업 준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공개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손을 대며 활짝 웃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 '유신독재'만도 못한 사이비

정한울 : 유신보수주의는 '오래된 패러다임이나 사고방식'을 뜻할 텐데, 이번 사태는 훨씬 더 충격적이다. '유신독재(維新獨裁)'는 나름의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신의 가치관을 가진 혹은, 비선(秘線)이라도 경험이 있는 이들과 국정을 협의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퇴임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국정을 논의했다면 납득이 된다. 그런데 국정 경험도 없고 자격이 없는, 특히 사이비(似而非) 종교(샤머니즘)와 연관성이 있는 개인과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김윤철 : 유신독재만도 못한 '사이비 유신보수주의'. 유신은 경제 발전을 최상의 가치로 한 '개발독재 이데올로기'라도 있었지만, 지금 이 사이비 유신보수주의는 약탈 국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권력이 국가를 통치하면서 사익 추구 성향만 추종하거나 샤머니즘에 의존한 결과다. 현재 박근혜 정권을 '무속 정권', '샤머니즘 정권'이라고 하는 이유다.

이관후 : 마르크스는 <프랑스 혁명사>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고 예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가 유신독재로 이어졌지만, 결국 '10.26사건'이라고 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 35년 뒤 딸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유권자가 정치인 '박근혜'의 국정 철학을 보고 지지했다고 보긴 어렵다. 아버지의 유산이 투영된 결과물이며, 집권에 대한 보수 세력의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역사가 희화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유신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상실된 상태에서 타락한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에 기대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입시 부정과 재벌 탈세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래하는 천박한 일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과 돈을 맞교환하는 추잡한 행태가 '권력 가진 놈이 돈 가진 놈과 그렇게 거래하는 거지' 하는 식으로 상식화됐다. 비극으로 끝난 유신보수주의가 희극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타락한 형태로 나타났는지 알 수 있다.

 

대학가 시국선언,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분노

전홍기혜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기존 게이트와 달리, 국정과 부패가 혼합되어 있다. 특히 '최순실'이라고 하는 비선이 국정을 주무르며 사익을 추구하고, 딸의 입신을 위해 입학 비리를 저지르고 승부를 조작했다. 세 사람 모두 학교에 몸담고 있는데, 20대 청년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인가.

김윤철 : 경희대 학생들이 지난 1일 시국선언을 마친 뒤, 대학가 최초로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희대에서 근무한 지 6년째인데, 정권 비판 시위는 처음 봤다. 세월호 참사 때도 학생들이 가두행진을 했지만, 그때는 추모회 성격이 강했다.

 

이번 사태로, 청년들이 권력과 직접 대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얘기다. 현 국면을 타파하는데, 이들이 새로운 에너지나 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민주화 세대 이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관후 :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20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6%로 조사됐다'(3일 자 리얼미터와 <매일경제>·MBN 여론조사 결과)고 하자, '도대체 누가 그렇게 지지하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그 수업 상황만 보면, 실제 지지율은 0%에 가깝다.(웃음)

일명 '세월호 세대'라고 불리는 학생들은 지금 '알바 반 공부 반' 생활을 하며, 입학과 동시에 청년 실업을 걱정한다. 졸업 후 취직을 해도 60% 이상은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해 수업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학부모 대부분이 IMF 시절 구조조정을 당하면서도 '금 모으기 운동'에 자녀의 돌 반지를 낸 세대였다. 36명의 학생 중 돌 반지를 갖고 있는 학생이 1,2명에 불과했다. 당시 신용불량자와 실업자가 쏟아졌지만, 국가는 이들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방치했다.

2%가 아닌, 사실상 0%에 가까운 20대 지지율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구의역 사건' 등 그동안 파편화된 사건만 경험했지만, 이번 사태로 '국가란 무엇이고, 대통령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국가운영 시스템은 과연 존재하는가?' '국가는 나에게 혹은 우리 가족에게 무엇을 해줬지?' '왜 우리는 이렇게 되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과 분노를 가지게 됐다.

 

정한울 : 대체적인 분위기에 공감한다. 다만, 지금 국면에서 김윤철 박사와 이관후 박사가 본 20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과 사회적 현상에 비춰 20대를 얘기하고 있지만, 4.13 총선에서 20대 투표율(58%)이 왜 올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직 모른다.

 

언론에서는 '헬조선'의 반사 효과라고 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 분석은 맞지 않는다. 언론 보도대로 라면 사회적 불만이 높고 경제적 형편이 좋은 않은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투표했다는 것인데, 오히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사회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지닌 젊은 층이 투표장에 많이 갔다.

고대 학생들은 아직 시국선언을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학내 현상이 눈여겨볼 만 하다. 고대는 총학생회의 시국선언문 작성 과정과 내용의 문제로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이 탄핵당해 직무 정지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현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

 

또 다른 차원에서 주목하는 것은 세대 내부의 동질성과 이질성이다. 노년층을 보면, 한국전쟁을 경험했고 다 같이 못 살았으며 대부분 교육을 못 받았다. 엄청난 동질성을 가진 세대다. 하지만 청년층, 20대는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이질성이 큰 세대다. 2009년 대학진학률이 80%까지 올라 전체적으로 학력 수준이 동질화됐지만, '지잡대'(지방 잡() 대학)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문대 출신과의 격차가 커졌다. 알바로 생활비나 등록금을 충당한다고 하지만, 학생 상당수는 부모의 가정소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정소득에 따라 세대 내 상류층과 하류층이 분명하게 나뉜다. 몇몇 통계를 보면,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중간층이 적다.

 

이관후 : 20대 투표율 분석에, 헬조선 이후 나온 '()조선'의 의미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적·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로열티(loyalty)가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겠다'며 투표한다. 그런데 20대는 로열티 자체가 사라진 것 아닐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투표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급한 사람들이 있다. 안산이나 반월공단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다. 이들이 주도적으로 선거에 참여해 헬조선을 바꿔야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계를 버리고 투표장으로 갈 만큼의 로열티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헬조선을 떠나겠다는 의미로, 탈조선이 생겼다. 더 이상 사회 체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만약 이런 흐름이 다수가 된다면, 기존 체제에 대한 반격으로 프랑스의 '68혁명'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자리해 있는 것 같다. 고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학생회에 대한 반발이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 같은 집권세력에 반대하면서도 야권을 지지하지 않는 태도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지난 1019일 총장 사퇴로, '이복절'을 맞은 이대생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사회 변역의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삶의 저항'을 끌어안을 정당도, 표현할 언어도 없다

김윤철 : 20대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반응을 '저항'이라고 부를 수 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를 외치던 정치적 저항을 뛰어넘는 '삶의 저항'이 표출되고 있다. 그래서 과거 비장미(悲壯美) 대신 강렬한 페이소스(Pathos)와 패러독스(Paradox), 유머(humor)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와 같은 피켓, '연설문은 순실접신 / 물대포는 캡사이신'이라고 쓴 대자보, '순실이 닭 키우기' 게임 앱 등 정치적인 문제를 정치적인 언어로만 표현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탈주'마저 봉쇄된, 취업과 연애와 결혼이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과연 이에 부응하는 정당 체제(이념과 가치)를 가지고 있나? 아니,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삶의 저항'을 표현할 수 있는 정치적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의 '권력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정치 게임에만 몰두해 있다.

 

고대 시국선언 논란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총학생회 구성원들이 '반독재' '민주화'와 같은 1980년대 정치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노하는 마음은 같아도 일반 학생 입장에서는 총학생회를 대표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전홍기혜 : 집권세력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막 터져 나오는데, 야권은 실질적인 주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신임 국무총리를 내정하는 등 힘겨루기에서조차 밀리는 모습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민심과 정치가 괴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또 하는 것 같다.

김윤철 : 야권의 정치력도 문제지만, 정치적 결정과 삶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정치 지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어느 정권이 더 낡았는지 구별이 안 될 만큼 산업화와 민주화를 기반으로 한 동일 세대다. 민주화를 열망한 386세대조차 한 번은 MB, 다른 한 번은 '박근혜'를 지지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재 정당은 이런 복합적인 심리를 끌어안을 능력이 없다.

이관후 박사가 현 상황을 '68혁명'에 비교했는데, 국민들은 지금까지 정치를 주도한 사람들, 즉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쳐 다시 돌아온 올드보이(유신보수세력)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절대 지금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대표하거나 탈조선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집권세력이 툭하면 과거의 언어를 앞세우고 있지만, 2016년 현재의 민심을 반영한 언어가 아니다.

 

이관후 : 프랑스에서 17895월 루이 16세가 국가 파산을 막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했을 때도 각 신분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그래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신분 구별의 기준이 됐다. 평민계층은 국민의회가 선언된 뒤에도 자신들이 쓰는 언어가 프랑스 민중의 언어라며, 일종의 '언어 게임'을 펼쳤다.

현 집권세력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보기엔 핵심 문제에 대해 그들의 언어를 쓰느냐, 아니면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느냐를 기준으로 한 언어 게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76.29선언 당시의 언어는 민심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이슈는 호헌(護憲)이었고, 대중은 '호헌 철폐''대통령 직선제'를 외쳤다. 정치와 민심 사이에 큰 괴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사태 초기, 대통령은 개헌을 얘기했고 야권은 권력구조 개편을 말했다. 대중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누군가는 진상규명을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국정 공백 상태를 비판하는데, 정치권은 '다음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개헌을 하면 의원 내각제가 유리할까? 대통령 연임제가 유리할까?'라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홍기혜 : 그래서 발생한 촌극이 결과적으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야당이 요구했던 거국중립내각을 여당이 받았으나 대통령이 거부한 경우다. 민심과 정치가 괴리된 예가 단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김윤철 : 국민의 요구였던 '대통령 직선제''87년 체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김대중·김영삼이라는 걸출한 정치지도자가 군사 정권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무기로 설정한 핵심 목표였다. 이에 국민적 총의가 모여 민주화의 중요 목표가 된 것이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은 이 언어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삶의 언어, 저항의 언어가 아닌 '개헌' '4년 중임제' '내각제' YS-DJ가 만든 지나간 언어를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

 

2016년 대한민국은 시대와 정치를 주도했던 층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화 세대의 언어와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가슴을 울릴 수 없다. 이미 정치는 삶 곳곳에 자리해 있다. 현재 '박근혜 하야'로 모인 민심을 새로운 사회나 국가 설계라는 부분으로 끌고 가야 한다. 이는 YS-DJ처럼 시대와 민심을 읽고, 이를 정치적 언어로 바꾸는 능력을 갖춘 이가 없다는 뜻이다.

 

정한울 : 언어라는 것은 사람들이 보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나타내는 틀인데, 정치권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아니면, 변화한 현실을 안 보고 있거나, 능력마저 상실했거나.

 

대학진학률 80%가 말해주듯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반도 20대라고 하면, 바로 대학생을 떠올린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대학진학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 진학자의 성비가 남()에서 여()로 역전됐다. 그런데도 선거 공약은 대학 등록금이나 대졸자 취업 등에 맞춰져 있다. 우리 사회가 대학 입학을 곧, '시민권'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대는 동질성보다 이질성이 큰 세대라고 했는데, 정치권은 사회적 약자 측면에서 대학을 가지 못해 심리적 박탈감에 빠진 청년층을 돌봐야 하는 것 아닐까? 젊은 남성의 여성 혐오, 일베의 진보 혐오 역시 정치권이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있어 발생하는 문제는 아닐까? 민심과 정치의 괴리가 언어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의 게으름 탓인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 게임'에 빠진 야당, 길을 잃다

전홍기혜 :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하면 대가가 돌아온다'는 사고가 과거 전 세대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미 저성장사회에 돌입한 대한민국에서 사회적·경제적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일명 '박정희 이데올로기'도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김윤철 : 낡은 언어와 생각, 행동의 양태 때문이다. 동시에 정치의 목적이 새로운 사회나 국가의 건설이 아닌, 정략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정치 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표의 관점에서 게임장 안에 들어온 유권자만 고민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저항하지 않을까? 진보는 왜 이렇게 실력이 없을까?'를 얘기하지만, 진보세력조차 게임장 안에서 '정치적 소비자'가 됐다. 정치공학이 더욱 강해진 이유다.

정치공학이 발달하고 복잡해질수록 게임장 안은 룰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한다. 이런 현상이 쌓이고 쌓여 정치권이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하는 단군 이래 발생한 초유의 사태에도 정치권은 민심을 사회 변혁적인 에너지로 끌고 가지 못한 채 더 무능해지고 있다.

청년들이 광장에 나와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집회 소감을 물으면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는 게 있어요?'라고 되묻는다. 공허함이 자리한 것이다. 이를 채워줄 수 있는 비전이나 대안이 등장하지 않으면, 오는 12일 민중총궐기를 기점으로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정국의 핵심은 청년 세대에게 있다. 박근혜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다. 이들의 저항은 정권의 위기감을 가져올 것이다.

이관후 : 광장에 나가 '이 나라, 야권이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국민들이 선뜻 대답할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이 점에 대해서 전혀 깨닫는 바가 없다. 1야당만이라도 집권 대안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자각으로 비전을 제시하며 나라를 끌고 가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에 뭐 하나라도 터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정권 내내 몸을 사렸다. 4.13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이유가 대안 세력이어서가 아닌데 말이다. 지금도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낡은 사람들, 즉 김종인 전 비대위원회 대표는 전두환 정권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1987년에 활약한 사람들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이다. 이들이 그때와 다른 시각으로 현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을까? 아니다. 이들은 오로지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다. 야권 대선주자도 여러 명이고, 당도 두세 개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희망이 없다.

 

'박근혜와 노욕의 정치', 더 은밀하게 더 위대하게?

전홍기혜 : 여당에서는 국민들의 분노를 2008년 촛불집회와 비슷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시민들의 저항이 한 달이 지나면 사실상 수그러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방식은 정말 박근혜 대통령과 김병준 내정자와 한광옥 비서실장 등 야권의 옛 인물을 얼굴 마담으로 활용해 민심을 눌러보려는 노욕의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이관후 : 집권 세력의 상상력이 딱 여기까지다.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새누리당 내 다른 사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수습되겠지'라는 태도다. 야당이 제안한 거국내각제대로 국정운영을 한 들, 상상력에 큰 차이가 있을까?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집권 세력만 바꾸면, '재단에 돈 내. 그럼 세무조사 피하게 해줄게'와 같은 거래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의 실체가 바뀌어도 다른 방식으로 특권을 받는 사람은 존재할 것이다. '정유라'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을 타고 '달그락 훅'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오히려 '왜 이렇게 서툴게 했지?'라며 더 은밀하게 이뤄질지도 모른다.

 

김윤철 :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부조리를 저질렀다. 너무 열심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사익을 추구했다. 그렇다면, 야권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맞서야 하는데, 아니다.

이관후 : <조선일보>가 이번 사태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설을 보면 권력구조 개편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책임총리제를 한 뒤 검찰을 독립시키자'는 주장이다. <조선>의 문제 해결 방식을 집권 세력도 바란다고 본다. 여전히 같은 프레임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그들은 개편한 권력을 가지고 여전히 온갖 이권을 행사할 것이다. 국민은 탈출도 못한 채 희망이 없는 삶을 계속 살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심 듣는다던 박대통령, '세월호 망언 목사' 만났다 11.8한국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개신교 김장환김삼환 목사 등

청와대서 면담종교계 비판 목소리 낼 인사는 회피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민심 수습을 위해 청와대에서 천주교와 개신교 원교들을 잇달아 만난 가운데 면담에 참석한 개신교측 대표 중 한 사람이 세월호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보수 목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 청와대를 향한 여론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국민과 종교계 일반의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면담이라는 취지가 무색하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날 대통령 면담에 참석한 종교인은 천주교 측은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개신교 측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목사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대표회장)였다. 염 추기경은 오전 10, 김장환김삼환 목사는 오후 3시 각각 대통령과 종교계 원로 면담을 가졌다.이중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목회자다. 김 목사는 2014511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18일 설교에서도 세월호(를 두고) 해경 때문이다, 청와대 때문이다, 해수부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비판 안 하는 데가 없다.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이에 대해 종교계에서는 청와대가 정작 비판적 목소리를 낼 인사 섭외는 회피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개신교의 경우 종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러 스펙트럼의 교단들이 공존하는데, 보수 성향 목회자만 골라 면담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개신교 목사는 정작 비판적 목소리를 낼 교단에는 면담의사 타진조차 없었다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치르는 요식행위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천주교계도 분위기는 싸늘하다. 지금까지 천주교 대표로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는 염 추기경뿐 아니라 주교회의 의장주교가 함께 참석해왔는데, 이날 천주교 원로 면담에는 현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주교는 로마 방문를 위해 5일 출국해 11일 귀국 예정이다.

 

한 천주교계 인사는 염수정 추기경이 교계의 가장 어른인 것은 사실이나, 더 날 선 발언을 할 김 대주교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백남기씨가 의식을 잃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직후 병원을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고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등 정권 비판에 앞장서 왔다.

 

조율 과정도 원활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달 말부터 종교계와 면담을 추진해왔고, 당초 7대 종단 수장과 동시 만남을 검토했지만 일정 등이 맞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단에서는 이미 거리의 민심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데 거기에 귀 기울이면 되지 굳이 별도 면담이 필요하겠냐는 반응도 나왔다. 한 종교계 인사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다급하게 개별 교계 원로들과의 만남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 분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2016 미국의 선택]정치 불신·경제 불평등이 만든 아웃사이더결과는 극과 극 117경향

트럼프·샌더스 열풍불던 선거전 총평가

민주당, 치열한 정책 논쟁에 가장 진보적인 정강갖춰

공화당, 반이민·고립주의 표방 보수정당 정체성흔들

 

.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은 두 주요 정당 후보 간 네거티브 선거로 유권자들의 선거 피로감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적어도 지난 7월 말 공화·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식 선출되고 정강정책이 발표될 때까지 경선 선거전은 흥미진진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젭 부시 사이에서 왕조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던 예측이 빗나가고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 열풍이라는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되면서였다. 두 아웃사이더의 대결은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에서 나란히 출발했지만 그들의 경로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맞닥뜨린 대립과 갈등의 정치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책 논쟁의 진수 민주당 경선

클린턴이 쉽게 승리하리라 여겨졌던 민주당 경선은 좌파 포퓰리스트버니 샌더스 돌풍을 만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샌더스는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풀뿌리 소액기부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고, 분노한 젊은층의 폭발적 지지 속에 클린턴 대세론을 위협했다.

 

민주당 경선은 보기 드문 정책 논쟁의 장이었다.

샌더스는 첫 토론회에서 망할 놈의 e메일 얘기 이제 정말 지겹다. 중산층을 어떻게 살릴지 얘기하자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유급 모성 휴가, 대학 등록금 무상화와 보편적 의료보험, 월가 규제 강화 등 좌파적 관점에서 정책 논쟁을 이끌었다. 샌더스의 이상주의는 클린턴의 현실주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그의 공약들은 민주당 전반을 왼쪽으로 끌어당겼고 역사상 가장 진보적이라는 정강정책으로 이어졌다.

 

샌더스 열풍은 신자유주의 30년을 거치며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진 데다 저성장으로 경제적 숨통이 막힌 현실을 반영한다.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득권에 대한 분노는 2012월가를 점령하라혹은 유럽의 분노하라같은 시위를 거치며 세계의 시민사회 곳곳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그것이 2016년 미국에서 샌더스라는 존재를 통해 싹트고 자라난 것이다. ‘낡은 좌파로 치부될 법했던 샌더스는 젊은층의 좌절감, 중산층에서 몰락하게 된 이들의 분노를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시키며 미국 대선에서 잊지 못할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보수정당 흔든 우파 포퓰리즘

도널드 트럼프라는 우파 포퓰리스트는 샌더스를 대중들 앞으로 끌어낸 현상에서 똑같이 출발한 아웃사이더였으나 그가 부추긴 분노와 그가 선동한 주장들은 정반대였다. 해외 군사개입과 자유무역 정책, 개방적인 이민정책을 비난하면서 고립주의를 내걸었으며 무슬림·히스패닉·성적소수자 등 마이너리티 그룹을 공격하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을 약자들에게로 돌렸다.

 

이념적 보수주의를 버리고 헤지펀드 규제 등에서 실용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그가 입 밖에 내놓는 말들은 대개는 근거가 없거나 분명한 거짓말이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소외받았다고 느끼는 백인들은 열광했다.

 

월가 자본가들과 기독교 우파들, 전통적인 보수파들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와 밑바닥 민심의 괴리를 파고들었다. 공화당 기성 정치권 후보들은 맥을 못 췄고 트럼프 후보지명 가능성은 제로라던 전문가들과 언론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트럼프가 막말을 할 때마다 인기는 치솟았다.

 

150년 된 링컨의 정당은 트럼프를 얼굴로 내세움과 함께 정체성 위기를 맞았다. 기독교-기업자본-네오콘이라는 공화당의 지지축은 경선 과정에서 흔들렸다. 트럼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상처를 남겼다. 이슬람 혐오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이민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분노를 조장하는 우익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 있지만, 트럼프는 최강대국 미국에서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세계가 네오파시즘을 우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진흙탕 싸움, 지저분한 본선

8월부터 이어진 3개월여의 본선 대결은 네거티브 선거의 교과서였다. 트럼프는 성추문과 세금회피 문제 등이 부각되자 빌 클린턴의 혼외정사 스캔들을 끄집어냈다.

 

클린턴은 수많은 지원자들과 손잡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반면, 트럼프는 원맨쇼 캠페인을 했다. 그럼에도 클린턴을 바짝 쫓을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의 네거티브 선거전 속에 클린턴도 똑같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진 데다 민주당 내에도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번 대선전에 투입된 돈은 의외로 적었다. 기업 후원 대신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른 트럼프 때문이다. 2012년 선거에서 양당 후보가 모금한 돈은 104400만달러였으나 이번 선거는 8400만달러(클린턴 55600만달러, 트럼프 24800만달러)만 모였다. 트럼프는 TV들이 막말 발언들을 집중 보도해준 덕에 대선 광고를 할 필요가 없었고, 샌더스보다도 적은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

 

대구 여고생 730초 자유발언 영상 페이스북 강타 118국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신 걸 보니 제가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굉장히 힘이 됩니다. 우리는 오늘 박 대통령, 사실 그녀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 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사전에도 나라를 무당에게 맡기고 꼭두각시 노릇을 한 지도자를 칭한 호칭이 없어서 아직은 부득이하게 대통령이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환호))

우리는 오늘 박 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최순실씨와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저버린 죄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평소 같았다면 저는 역사책을 읽으며 다가올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허나 저는 이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에 저는 오늘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환호))

저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저를 위해 피땀흘려 일하시는 그러나 사회로부터 개돼지, 흙수저로 취급받고 있고 살아가는 사랑하는 저희 부모님을 위해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수험생 언니를 위해, 또 아직은 어려서 뭘 잘 모르는 동생을 보면서 이들에게 더 나은 내일과 모레를 주기 위해서 저는 무언가 해야만 했습니다. 현재 박 대통령은, 그리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은 박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씨에게 그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호))

박 대통령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 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배치,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과 대처로 국민들을 농락해왔으며 증세없는 복지라는 아주 역설적인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직에 당선됐을 때에도 그 이후에도 담뱃세나 간접세 인상 등으로 우리 서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와 경제를 위해 하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여러분, 그녀가 있을 때에도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기는 했습니까?

 

((환호))

대체 당신이 만들고 싶었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당신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약속했던 복지는 물거품이 되었고 국민들의 혈세는 복채처럼 쓰였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현실을 보며 이럴려고 공부했나.. 자괴감도 들고 괴로울 뿐입니다.

 

((환호))

박 대통령, 아니 박근혜씨야 말로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본질이며 최순실씨는 이 모든 사건의 포문을 여는 게이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박 대통령이 대통령, 즉 국민을 대표자라는 권력과 직위를 가졌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권력이란 그 힘의 크기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 또한 커지는 법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국민, 우리 주권자가 선사한 권력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남발하고 제멋대로 국민 주권자의 허락 없이 이를 남용하여 왔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이제는 남용한 권력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입니다.

 

((환호))

그렇게 저는 오늘 개국 57115일 다음과 같은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연설문 및 청와대 홍보자료를 무단으로 배포 수정하여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모든 최순실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십시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줍잖은 해명이 아닌 진실입니다. 우리 국민, 주권자는 이를 알아야할 이유가 있고 이를 알 수 있는 권리 또한 있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본인을 포함해서 국민을 농락하고 유린한 자들에 한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검찰 수사를 지금 즉각 진행해 주십시오. 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 없는 이 마당에 검찰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환호))

아주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엄중히 처벌해 주십시오. 우리는 더 이상 이 의미없는 진실 게임을 계속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나. 박 대통령은 감성팔이식의 쇼를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과 사과에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환호))

우리는 그런 당신의 100, 또는 920초짜리의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앞서 언급한 모든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물론 당신의 지지율이 5%이고 10~20대 지지자가 100명 중 1명인 이 판국에서 당신의 사과는 먼저 당신이 하야했을 때 그 빛을 진정히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환호))

여러분, 저는 두렵습니다. 오늘의 우리 이 민주를 향한 노력이, 이 사건의 본질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돼 잊혀질까봐 그래서 이 제정일치 사회속에 몸담아야 할까봐 저는 두렵습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이런 사회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같이 노력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꿈꿀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부디 오늘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56년전 1960528. 바로 이 땅에서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여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바로 오늘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일궈내야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이게 마지막이 아닌 시작입니다. 이 길이 끝이 어디일지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함께 손을 잡고 꼭 그 끝을 봅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이 분노의 기원에 대하여 118중앙

현재 정국을 무엇이라 부르건 매우 급박한 비상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또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책임총리건 거국내각이건 대통령 사임이건, 그 어느 것도 얽혀 있는 정국의 실타래를 풀 합의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돌아가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난 토요일 광장을 메웠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되짚어보는 일일 것이다.

 

사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비선의 존재는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에서 저질러졌던 단순한비리들과는 달리 지난 토요일 광화문을 뒤덮은 20만의 군중을 들끓어오르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고 메시지는 무엇이었던가? 이러한 분노의 근원적 원인을 살피지 못한다면 결국 정국의 해법 또한 찾지 못할 것이다.

 첫째,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질문은 정부 공공성의 붕괴를 지적하는 말이다. 정부 공공성이 이전 정부에서 훼손된 적은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대통령이나 친인척들이 공사 구분에 실패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 특히 대통령은 이러한 공공성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모든 정치공동체는 피할 수 없는 잠재적 갈등 위에 존재한다. 정치라는 것은 이러한 갈등들을 발견하고 예방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며, 정책적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승자와 패자를 낳기 마련이다. 정부의 결정이 패배자를 설득하는 권위를 지니는 것은 그것이 보다 큰 대의, 즉 공동체의 공공선에 입각한 것이라고 납득시킬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공성은 대통령이 가족과 연을 끊고 본인의 사적 영역을 삭제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순수한 마음이나 구국의 신념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는 더욱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공개된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거치며 철저하게 그 기록을 남길 때 가능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런 가장 단순한 공공성의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다.

.둘째, 샤머니즘과 사교(邪敎)의 소문이 떠도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관장하는 여러 전문 영역들이 극단적 비전문성과 개인적 이해에 의해 지배받았다는 정황 때문이다. 더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적어도 문화·체육 분야가 좀먹듯이 약탈당한 것이 드러났으며 나아가 통일·외교 정책 결정 중 상당수가 해당 부처의 의견이나 일정과 무관하게 전격적으로 청와대에서 내려와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모든 행정부에는 정치에 좌우되지 않는 전문 관료들과, 대통령을 따라온 정무직들의 상시적 대립이 있을 것이며, 과거 어느 정부이건 선거캠프가 장·차관직과 청와대 비서진을 채우고 정무적 판단으로 국정을 좌우한 사례는 흔하다. 그러나 어떤 과거의 정부도 통치의 모든 영역에서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이토록 실패한 적은 없었다.

 

현 사태의 핵심은 이미 밝혀진 부분이 아니라 앞으로 밝혀질 부분의 심각성에 있으며, 개성공단 전격 폐쇄와 사드 전격 배치, 그리고 교과서의 전격적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 전 영역에 걸친 의사결정에 전 국민과 동맹국들이 의문부호를 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검찰이나 특검이 범법을 입증해야 하는 법적 과정과는 달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무죄를 전 국민과 세계에 입증하고 정책적 정당화를 꾀해야 할 책무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분노의 또 다른 근원은 공정성의 원칙이 체계적으로 유린되었다는 데 있다. 입시와 병역 비리처럼 시민들의 생활 인근 영역에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벌들의 모금액까지 시민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부조리와 약탈의 윤곽은 저 수면 아래에서 대한민국호라는 배를 그림자처럼 일렁이며 끌어내리고 있다.

 

공정성의 원칙이란 것은 공동체 시민 누구나가 동일한 원칙의 적용을 받고, 동일한 사회적 책무를 지며 같은 양의 고통과 눈물을 분담하는 원칙일 수밖에 없다. 입시는 어렵고 군역(軍役)은 고통스러우며 한 가정의 생계를 꾸려가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 누가 스크린도어의 틈새로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들과 유리지갑의 화이트칼라들에게 국가경쟁력과 성장동력이라는 구호 아래 조금만 참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공공성의 붕괴, 전문성의 상실, 공정성의 유린이라는 이 모든 분노의 기원을 찾아가는 일은 단순히 민주화 이후 30년이 이룩한 정치발전이 악몽 같은 허상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다. 뜨거운 열정이 아닌 차가운 분노, 그 기원을 함께 찾아가고 바로잡는 일은 그 결론의 끝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갈 미래 공동체의 밑그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

 

왜 언론은 순수한 집회를 강조할까? 11.8 미디어오늘

비평] 좌파시민단체와 평범한 시민들 선 긋기보수언론의 프레임 전략, 연대 방식도 진화해야

“(촛불집회에) 각종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 시민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조선일보 1029일자 1면 기사)“좌파 시민단체보다 일반 시민의 참여가 더 많은 양상”(조선일보 115일 사설)“아기를 업고 나온 부모부터 ()참가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시민입니다.” (SBS 58뉴스)“기존 집회와 달리 단체들과 무관한 시민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촛불집회는 현재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BN 5일 뉴스8)

 

신문·지상파·종합편성채널은 지난달 29일과 5일 두 차례 열린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집회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일부 보도는 이번 집회가 '좌파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시위가 아니며 '평범한 시민'의 참여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사설 등에서 보여지듯 언론은 평범한 시민의 반대항에 좌파 시민단체를 놓았다.

 

좌파 시민단체의 주도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참여를 강조한 언론보도 

이는 보수언론들이 써왔던 외부세력 프레임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시위는 좌파 시민단체가 아니라 순수한 시민이 주도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좌파 시민단체, 이른바 '외부세력을 배제하려는 의도다. 외부세력 프레임은 2011년 강정마을 해군기지, 2013년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2014년 세월호 집회, 2016년 성주 사드 반대 시위, 이화여대 시위까지 굵직한 사회현안에 모두 끼어들었다. 최근 기사로는 '시위 문화 바꾼 이대생, 외부 세력 내쫓고 민주주의 맞아들이다'(조선일보 115)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는 "외부 세력 모두 나가라, 세월호·위안부 팔찌도 정치적 시비 부를까 배제했다"라며 "이로 인해 학내 민주주의로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외부세력을 배제함으로서 집회는 순수해졌고 이 때문에 이들이 원하는 바에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5일 조선일보 B6.

 

외부세력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집회에 접근한다는 것도 전형적 레퍼토리다. 8일 조선일보 '웬 혁명? 촛불집회서 외면당한 좌파들'이라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신문은 "촛불집회를 '체제 전복'과 같은 정치적 선동의 무대로 활용하려는 일부 좌파 단체가 일반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며 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환수복지당을 열거했다. 이렇게 평범한 시민과 사회운동을 분리하는 프레임은 사회참여에서 진보진영의 참여를 배제시키고, 사회를 우경화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권은 '외부세력론'을 이용, 배제과 억압의 전략을 통해 정치적으로 다양한 환경이 조성될 여지를 차단함으로써 입헌적 민주주의를 침탈하고 있다"라며 "하나를 배제함으로써 다른 분파를 견제하고, 그 결과 진보진영 전체의 활동공간을 최소한으로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교수는 "정부는 국가와 안보라는 명분하에 현 체제에 대한 그 어떠한 도전도 불법화·무력화시킨다""노동자 권리를 위한 주장은 물론 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안전사회의 요구조차도 '좌파'라는 낙인으로 배척하는 현상은 이를 대변한다"고 비판했다.

 

8일 조선일보 '웬 혁명?촛불집회서 외면당한 좌파들'의 삽화.

 

한 교수의 지적처럼 외부세력 프레임은 사건 당사자들이 아닌 이들의 사회참여를 막는데 용이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8월 발표한 '조중동의 외부세력 프레임, 이젠 지루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외부세력 프레임을 강조하는 보도들은 '외부세력은 폭력을 조장하고 문제해결을 방해한다', '외부세력에 의해 집회가 정치 투쟁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을 공통적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은 보고서에서 "외부세력 프레임을 강조하는 보도는 외부세력이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어감을 통해 연대를 순수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이는 연대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보고서는 "외부세력 프레임은 연대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며 투쟁의 주체들조차 정치적으로 순수해야 하며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자기검열에 시달리게 만든다""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위의 동력은 저하되고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7일 미디어오늘에 "약자들을 지원하는 사회단체나 정치세력의 뒷받침 없이 모두 개인의 순수성만 모은다면 거대언론·거대 기업·거대 관료와 같이 이미 단단하게 조직된 세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며 "보수언론은 자신들처럼 힘을 가진 조직된 세력이 반대쪽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출처: pixabay

 

한편 '외부세력 프레임'을 사용하는 언론에 비판이 필요한 동시에 기존 시위 문화에 반성 역시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집회 이후에 페이스북 등에는 다양한 시위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연령이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해 민중가요와 함께 아이돌의 노래를 부르자는 제안, 청와대 행진을 하지 말자는 제안, 유명인사들의 발언을 줄이고 일찍부터 행진을 하자는 제안, 중앙무대 없이 여러 지점에서 모여 한 곳으로 모이는 시위를 하자는 제안들이 나왔다. 이는 1980~1990년대의 시위를 경험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성주의적 시위문화나 청소년 시위자들을 무시하는 꼰대적시위문화가 사라져야한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보수언론 등이 강조하는 외부세력 프레임’, ‘순수한 집회프레임에는 더 많은 연대를 외치되, 시위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더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약자들에 대한 혐오에는 더 민감해져야 한다는 것. 박상훈 대표는 "사회운동이 이전과 똑같이 하려고 하는 것에 비판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본인들의 의도를 위해서 시민들의 의견들을 동원하려 하기 보다는 본인들의 생각을 시민의 의견 속에 관철하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사회운동을 하는 주체들이 시민의 다양한 의견 속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원적인 접근을 해야 외부세력 프레임의 효과를 통제할 수 있다"라며 "보수언론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보도를 통해 집회 소식을 1면에 보도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진화했다면, 그에 맞서는 이들도 진화해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퇴진 등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유시민을 책임총리로서명자 25000명 넘어유시민 총리 하라 할 일 없다 119야경e

네티즌들이 새로운 국무총리로 유시민 작가를 적극추천하고 있는 가운데 유 작가가 입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여야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면 수용하겠단 의사를 밝혀 네티즌들의 관심이 유 작가에게 쏠렸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총리직을 시켜주면 조건부 수락할 수 있다고 말한 유 작가의 발언 때문이다.

 

사진=다음 아고라 '유시민을 책임총리로' 서명운동 캡처

 

유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는 8일 낮부터 9일 오전까지도 접속자 폭주로 인해 마비된 상태다. 또한 유시민을 책임총리로라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운동도 이뤄지고 있다. 9일 오전 7시 기준 서명자 수는 25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유 작가가 말문을 열었다. 유 작가는 8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총리 하라 할 일 없다고 밝혔다.

 

시인·교사의 탈을 쓰고 우리를 짓밟았다117 시사저널

배용제 시인 성폭행 피해자들이 밝힌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시인 배용제씨가 제자인 학생들을 성추행과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저널 미술팀

 

최근 문단 내 성폭력 논란으로 시끄럽다. 소설 은교로 유명한 작가 박범신, 시인 박진성·백상웅·배용제씨 등 문인들의 성추문이 연이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폭로되고 있다. 이렇게 폭로된 문인만 10여 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행동에 속죄하겠다는 뜻으로 사과문을 내거나 작품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인들의 사과문과 작품활동 중단이 여론의 비난과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지금까지 폭로된 문인들 중 배용제 시인의 성폭력 사건은 경악할 정도다. 1022일 트위터에 고발자5’를 시작으로 생존자’ ‘HateB’ 등의 계정이 잇따라 개설됐다. 모두 하나의 사건 고발을 위해 피해자들이 만든 것이다. ‘고발자5’“B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계정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가해자의 실명 대신 ‘B시인이라고 표기했다.

고발자5’미성년자였던 저희들에게 한 시인이 행한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합니다. 피해자는 5명이 전부가 아닙니다라며 과거 B시인에게 당했던 피해자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글은 최소 수백에서 수천 개의 리트윗(RT)으로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1026일 오전 한 시인이 사과문을 통해 성폭력 사실을 인정했는데, 그가 바로 배용제 시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계정을 삭제한 후 블로그를 개설해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배씨는 사과문에서 “SNS상에 피해자들에 의해 제가 저지른 폭력들이 드러난 일련의 사태의 장본인이라고 밝힌 후 예고에 재직하던 수년 전부터 그만둔 후까지 폭력이라는 자각도 없이,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 하지 않은 채, 많은 일들을 저질러왔다며 피해자들이 제기한 성추행·성폭행 등을 인정했다. “몇몇 아이들과는 성관계를 가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시집 출간 등을 모두 포기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씨의 사과문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들은 배씨의 사과문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위계(僞計)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합의된 행위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카카오톡 화면은 피해자들이 배씨로부터 받았다는 대화 내용

 

피해자 대부분 여고생들

피해자들은 또 배용제는 정규 교육시설인 한 고등학교의 실기교사재직 시 만난 수많은 미성년자이자 학생들을 대학입시와 등단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무허가 개인 창작실로 찾아오게 해 그들의 미래를 담보로 직간접적인 협박을 일삼으면서 오랜 기간 반복적인 성적 착취, 즉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시인 배용제와 학생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자는 피해자들과 접촉해 피해 사실과 진술서, 카카오톡 대화내용, 음성 녹취록 등 사건 전말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들 대부분은 경기도의 한 예고 졸업생들이다. 배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5년 동안 이 학교 문예창작과 실기교사로 재직했다. 배씨가 시 담당교사로 오면서 나름 성과도 거뒀다. 2009년에 열린 전국 고교생 문예백일장에서 이 학교 학생 2명이 입상했고, 배씨는 지도교사상을 받았다. 같은 해 한 2학년 학생이 계간 시인세계의 신인작품 공모에 당선돼 등단을 하기도 했다.

 

시를 전공하는 예고 학생들은 백일장에 나가 수상하는 것을 최고의 스펙으로 여긴다. 배씨가 실기교사로 부임한 후 시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백일장에 나가 상을 타는 횟수가 늘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더욱더 배씨를 시인이자 교사로서 신뢰했고 의지했다.

 

배씨는 예고 재직 때인 201112월 서울 종로에 문예창작실 동상이몽을 오픈하고 학생(습작생)들을 모았다. 여기에는 예고 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수강생으로 다수 참여했다. 문예창작실에 가입했던 한 졸업생은 재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졸업생들은 등단을 위해 레슨비를 내고 창작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학생(습작생)들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장소는 시를 가르친다는 창작실이었다. 외부로부터 은폐·엄폐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장기간 상습적인 성폭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위장막이 있기에 가능했다.

 

배씨는 또 창작지도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이곳으로 혼자 불렀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배씨는 여러 명을 함께 부르지 않고 특별히 아끼는 것처럼, 편애하는 것처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현혹했다. ‘시인의 가르침에 목말라 했던 학생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창작실을 찾았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배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폭력을 끊임없이 합리화시켰다. 특별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세뇌시켰다. 배씨가 학생들과 대화한 것을 보면 너랑 섹스하고 싶다” “남자친구 없으면 내가 대신 역할을 해 주겠다” “너 자위는 해 봤니?” “너는 가슴 모양이 예쁠 것 같다. 만져도 되냐?” “시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경험을 해 봐야 한다” “교복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의외로 살결이 희다” “너는 정말로 섹스가 싫냐?” 등등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애써 시인의 자유로운 문학적 언어 표현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기자가 입수한 배씨와 피해 학생의 음성녹취록을 보면 “(너한테) 가끔가다 음란한 생각도 들었고, 진짜로 너하고 자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다며 노골적으로 말한다. 카카오톡 대화록에는 그럼 쌤이 너 꼬드겨 연애나 할까?”라거나 난 학교에서도 대충하면서 내 글 많이 쓰고 내 여자 만들어 그 여자에게 정성이나 쏟을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진술을 보면 배씨의 성폭력 밑바탕에는 뿌리 깊은 여성 혐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는 물론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 학생(습작생)들에 대한 성적 비하는 일상적인 언어였다.

 

배씨에게 성폭행당한 학생들은 아직 성경험이 없는 소녀들이었다. 그는 학생들을 성폭행하면서 변태 행위를 강요했고, 점점 그 강도도 높아졌다. 피해 학생들이 당황하거나 무서워하면 네가 소설에서 벽을 마주하는 이유는 틀을 깨지 못해서 그렇다. 탈선해야 한다. 내 주변엔 미성년자인데도 처녀가 아닌 애들도 많다” “네가 아직 안 익숙해서 그렇다. 부끄러워하지 마라. 이걸 깨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소설이나 시를 잘 쓰려면 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배용제 시인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들의 SNS 고발자5 커뮤니티 캡쳐

 

나체 사진에 성폭행 동영상까지 촬영

배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이간질시키거나 배은망덕한 애로 몰아갔다.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철저하게 배척하는 수법으로 순종을 강요했던 것이다. ‘입시등단을 앞두고 있었던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반발하면 찾아올 불이익 때문에 항상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런 사실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에도 잘 나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씨는 학생들을 성추행이나 성폭행하면서 자신의 문단 영향력을 내세웠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나는 문단에서 영향력이 있다며 과시했다고 한다. 배씨의 말을 들은 학생들은 이것을 너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배씨는 미성년자 제자들을 성폭행하면서 나체 사진이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한 피해자(습작생 6)자신의 문학실에서는 옷을 입을 수 없다며 그곳에 있는 동안엔 아무것도 입지 못하게 했다. 담요로 몸을 가리고 있으면 그것을 가슴과 성기가 보이게 젖혀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습작생 7)그는 서너 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제가 모르게 휴대폰을 만지는 척하며 저를 촬영했다. 몇 번 카메라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알아챘다. 그는 또한 창작실에서 외부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며 자신의 컴퓨터에 여성의 나체·성기 사진을 슬라이드로 돌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씨는 학생들이 제기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사과문을 통해 인정했다. 지금까지 사과문 외에는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채 칩거 중이다. 기자는 배씨의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해 세 번에 걸쳐 전화하고, 두 번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 배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예고 졸업생들이 연대해서 공동성명서를 채택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노후의 재구성을 시작하라 11.2 시사인

내년부터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은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을 세우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며칠 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매년 적자의 상당 부분이 무임승차에서 비롯되다 보니 나온 고육지책이라 여겨진다. 노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마냥 무임승차를 제공할 수 없고 노인 절반이 빈곤 상태인데 그나마 있는 노인복지를 축소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다.

 

노인 무임승차 건은 내년부터 고령사회(노인 비중 14% 이상)로 진입하는 대한민국이 직면할 여러 숙제들의 예고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인구가 657만명으로 30년 전과 비교해 약 500만명 늘었고, 전체 인구 중 비중은 약 4%에서 13%로 올랐다. 이후 노인 비중은 더 빠르게 증가해 10년 후에는 20%를 넘고 2060년에는 40%에 달할 전망이다. 아이들을 제외하면 성인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 노인 비중 13%인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데 과연 미래 대한민국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대책을 내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추진해왔고 올해 3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회에는 인구전담처를 설치하고 책임 장관을 신설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그럼에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11국민연금, 노인의 건강생활 지원, 고령친화 산업 육성 등 고령사회 대책들이 목표에 비해 강력하지 않고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고령사회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시대적 의제이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65세가 넘으면 노인이어야 하는가? 이는 1950년대 유엔이 정한 이래 오늘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다. 한국의 경우 기대수명이 1970년에 62세에 불과했으나 201482세이고 2060년에는 90세에 근접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노인 10명 중 8명이 노인의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응답했다. 앞으로도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정책을 펴는 게 적절할까?

 

인구학에서 노인은 65세 이상자이지만 사회학적으로 은퇴자를 의미한다. 65세가 넘었더라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을 벌인다면 은퇴자가 아니다. 실제 주위를 보면 65세가 넘었어도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노인이 많다. 그렇다면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정책의 핵심은 이들에게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고 생활 방식을 혁신하는 노후의 재구성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대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절실하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2113시간으로 OECD 평균 1766시간과 비교해 두 달을 더 일한다. 일할 수 있는 고령자에게 일감을 나누고 보상 격차를 줄이는 노동시장 혁신이 필요하다. 언젠가 주 4일 근무제도 논의의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연성일자리도 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경쟁적 일자리를 얻는 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고령자에게는 협동을 원리로 삼는 지역사회 일자리가 안성맞춤이다. 주민들의 생활공동체 망이 확장될수록 노인이 참여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2의 인생으로서 노후를 준비하는 공적 체계도 필요하다. 보통 학업-취업-은퇴세 단계로 인생을 정리했으나 이제는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는 공적 교육 프로그램이 요청된다. 여기서 새로운 인생기를 공유하는 동창생들도 만날 수 있다.

 

연명의료 대신 존엄사 문화를 안착시켜야

노인복지도 지속 가능한 체계로 바꿔야 한다. 건강관리의 핵심 공간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노인의료를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이다. 마을마다 노인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건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며 연명의료 대신 존엄사 문화를 안착시켜 나가야 한다. 노후에는 물질적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평안도 요구되므로 국가와 시장을 넘어 주민들이 서로 챙기는 마을 복지도 중요하다. 근래 활성화되는 마을 만들기가 소중한 이유이다.

 

고령화의 본질이 인구학적 의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의제라면 시민 스스로도 노후의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 이미 노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등 노인들이 주체로 나서는 노년단체가 생겼고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은 인생이모작센터, 시니어학교 등을 운영한다. 광주의 한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들이 의사결정 주체로 나서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오래 사는 게 오히려 걱정인 세상, 이제 노후의 재구성 이야기를 시작하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즉석밥·컵밥·편의점 도시락쌀소비 큰손되다 117 농민신문

즉석밥 매출 지난해 2000

편의점 도시락 5000억 육박 나홀로시장 새트렌드 부상

 

쌀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집에서 먹는 밥을 사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1996년 국내 최초 즉석밥인 <햇반>이 출시되고 딱 20년인 지난해 즉석밥시장은 업계 추산 2046억원 규모로 성장했을 만큼 관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밥이 들어가는 편의점 도시락은 올해 연매출 5000억원을 예고할 정도로 쌀 소비의 새로운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대학가와 학원가에서는 쌀밥에 김치·햄 등 고명을 얹은 컵밥이 선풍적인 인기다. 이에 따라 쌀 소비확대를 위한 정책도 원료 쌀 판매 위주에서 가공밥과 급식사업 지원 등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 경기침체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밥솥에서 갓 지은 밥을 온가족이 나눠 먹던 전통적인 소비행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공밥 소비는 대학생·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으로 소비층이 확산되는 추세다.

 

 남성호 CJ제일제당 트렌드전략팀장은 생활이 바빠지면서 다인가족이라도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햇반> 매출에서 다인가족 비중이25% 정도로 커졌고, 55세 이상 중장년층의 매출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락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문정훈 서울대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국내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 비중은 7%수준이라며 일본의 경우 도시락 매출 비중이 30%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법으로 금지된 상온 도시락의 유통이 가능해지면 농식품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괴물' 트럼프보다 끔찍한 양극화가 더 싫었다 119 프레시안

들끓는 분노, 미국을 집어삼키다정치 혼란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세계가 '불확실성의 충격'에 빠졌다. "브렉시트의 5배가 넘는 충격"을 보여주겠다던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왜 미국인들은 전세계가 혐오하는 탐욕스런 부동산 재벌, 최소 12명 이상의 여성을 성추행한 파렴치한을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트럼프의 승리는 극심한 양극화와 기득권 정치에 신물을 낸 미국 유권자들의 반란이자, 신자유주의 30년의 지축을 흔든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세계가 농담 취급했던, 혹은 악몽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현실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당면한 이 부조리극이 몰고올 파장은 예측불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연합뉴스

 

분노의 민심, 전세계가 격랑에 휘말렸다

트럼프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의 징표가 됐다. 이미 미국과 세계의 지각 변동은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전조를 보였다. 지난 6월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서 영국인들은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영국이 30년을 이끌어 온 신자유주의 체제의 근간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노동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번영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이 진작 깨져있었다. 경제적 성장이 골고루 분배되기는커녕 '떡고물 효과'도 내지 못한다는 걸 절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전세계가 영국의 '비상식적인' 결정을 비난했지만, 영국인들은 자기 삶의 위기를 반영한 상식적인 투표를 한 것이다. 영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수백만의 중산층 백인이 몰락했다. 바닥을 찍은 경제가 외형적으로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성장의 과실은 다시 부유층에 독점됐다. 미국의 빈부 격차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했지만, 미국 정규직 남성들의 소득은 4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득 최하위 구간 계층의 실질임금은 6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2년 월가 점령 시위로 미국인들의 분노는 이미 일단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가 불황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백인 저소득층, 제조업 노동자들의 경제적 박탈감에 불을 지르고 인종 문제를 뒤섞었다.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면서 이민자 제한, FTA 반대를 선언했다.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 주류의 신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는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자극해 그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민주당에선 버니 샌더스가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배경으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무너진 중산층을 살리자"고 했다.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한 젊은층, 몰락한 중산층이 샌더스에 열광했다. 트럼프 현상과 샌더스 현상은 동일한 토양에 뿌리를 두었던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샌더스는 달랐다. 샌더스가 월가 규제, 최저임금 2배 인상, 공립대학 등록금 무상화, 국민 건강보험 도입 등 해법을 모색했다면, 트럼프는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의 공약은 지지층의 이익을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감세다. 상속세 폐지, 법인세 감축, 소득세 간소화 등이 골자다. 한마디로 '부자 감세'. 트럼프는 이를 "레이건 정부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세제 혁명"이라고 했다.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도 내놓았다. 이런 트럼프의 모순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불신, 극심한 양극화가 몰고 온 삶의 질 저하에 미국인들은 결국 트럼프의 손을 들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부자 증세' 등 일부 진보적 의제로 맞불을 놓았지만, 주류 중의 주류인 그는 결국 미국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양극화에 신음하는 미국 중하층의 반란. 이 분노의 경제학이 미국과 전세계를 격변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경제의 몰락 방관한 엘리트 정치의 붕괴

어느나라나 경제적 양극화는 정치의 붕괴를 동반한다. 미국인들은 워싱턴 엘리트 정치와 월가의 '큰손' 등 기득권 집단에 치를 떨었다. 분노에 차오른 민심을 간파한 트럼프에게 온실에서 자란 공화당의 '도련님'들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부시 가문의 잽 부시를 비롯해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크리스 크리스티, 존 케이식 등 16명의 공화당 대선후보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이 관성화된 엘리트 정치인들, 우경화된 미국 정치의 산물들은 리얼리티 쇼에서 갈고닦은 트럼프의 입담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트럼프는 이들을 "무기력하다", "바보같다"는 식의 변방 언어로 일거에 제압했다. 이념적으로도 오히려 트럼프가 공화당 주자들 가운데 가장 중도적인 후보로 분류됐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티파티 운동으로 우경화의 한 길을 걸어온 공화당 주류가 미국 중하류층의 정서와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드러냈다. 결국 지난해 6월 트럼프의 대선 출마 선언을 농담 취급했던 공화당은 유서깊은 '에이브러험 링컨의 당'의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선출되자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공화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트럼프는 대선후보라는 날개를 달고 워싱턴 정치의 중심부에 도전했다.

 

사실 샌더스에 비하면 클린턴은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약체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대로, 그는 월가의 장학생이자 엘리트 정치를 상징했다. 여기에 비밀주의, 측근 정치 스타일로 트럼프 못지 않은 비호감도와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미국 주류는 일찌감치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를 버리고 클린턴을 지지하는 선언이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은 곧 미국의 몰락'이란 메시지를 반복해서 주입했다. 선거전은 '주류 동맹 대 개인 트럼프'의 대결로 진행됐다. 정책 대결 대신, 트럼프는 장끼인 막말로 혼탁한 선거전을 이끌었다. 10월 들어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가 과거 성추행 혐의를 집중 보도했다. 클린턴은 차분하고 냉정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선거 막판 FBI'이메일 사건 재수사' 방침을 밝혀 그에게 폭탄을 떨어뜨렸다.

결국 미국인들은 '사악하고 믿을 수 없는' 클린턴보다 '도덕적 만신창이'인 트럼프를 선택했다. 그릇된 방향일지언정, 미국인들의 진짜 불만에 다가간 트럼프의 승리다. 이 아웃사이더의 반란에 워싱턴 정치는 '그라운드 제로'에 섰다. 전세계적으로도 일대 정치적 혼란과 격변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트럼프가 올라탄 미국과 세계의 정치, 경제적 균열은 트럼프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는 부자 감세는 물론 '오바마 케어' 등 국민의료보험 정책에도 비판적이다. 과연 0.1% 재벌 출신인 트럼프가 99.9%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저소득층의 대반란" 119 프레시안

미국인들, 인종·여성혐오 서슴지 않는 트럼프 택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 이어 이번에도 여론조사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8(현지 시각)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이후 날을 넘긴 9일 오전 2시 경 <에이피>통신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확정했다. 트럼프 후보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현재까지 272명을 확보해 과반인 270명을 넘겼다.

 

아직 개표가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 애리조나 주, 미시간 주, 위스콘신 주 등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트럼프 후보는 30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클린턴 후보에 100여 명 가까이 앞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는 최대 경합 주인 플로리다 주에서 클린턴 후보에 승리하면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는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플로리다 주에서 클린턴 후보에 1.4% 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서 대선 승리의 최소 조건을 마련했다.

 

이후 이번 선거에서 플로리다 주 다음으로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노스캐롤라이나 주 역시 트럼프 후보가 가져가면서 15명의 선거인단을 추가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세를 보이던 당초 여론조사와는 달리 4% 포인트 차로 클린턴 후보를 제쳤다. 여기에 그는 18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오하이오 주에서 클린턴 후보를 약 10% 차이로 제치면서 백악관 입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오하이오 주는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1964년 대선 이후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요 경합 주 3곳을 모두 이기면서 유리한 고지를 밟은 트럼프 후보는 미국 내에서 '쇠락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에서도 기존 예상을 뒤엎고 승기를 잡았다. 그는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미시간 주에서 기존 여론조사와 달리 클린턴 후보를 약 1.5% 차로 제치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뿐만 아니라 미시간 주 옆에 위치한 위스콘신 주에서도 기존 여론조사를 뒤엎고 2.6%차로 클린턴 후보에 앞서고 있어 승리가 확실시 된다.

 

러스트 벨트에서 트럼프 후보가 선전한 이유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들이 지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트럼프 후보는 1992년 대선 이후 단 한 번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도 클린턴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지역으로, 클린턴 부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지난 7일 마지막 유세를 벌였을 정도로 민주당에서 공을 들인 지역이다.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에 1.3% 차의 낙승을 거뒀다.

 

인종혐오, 여성혐오보다 강했던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트럼프 후보는 기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클린턴 후보에 큰 격차로 승리했다. 미국 내 멕시코 이주민들을 마약상으로 취급하며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거대한 담장을 쌓겠다고 공언하고 무슬림들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발언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비하와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후보를 미국인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기성 정치에 대한 백인 저소득층의 반란이 표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병진 경희대학교 교수는 "미국 사회 내의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이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와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폭발하며 대 반란이 일어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특히 백인 저소득층의 경우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면서 자신들이 추구하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여기에 히스패닉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새로운 세력들이 생겨나면서 이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주공화 양당에서 치러진 내부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 상원의원 등 쟁쟁한 기성 정치인들을 제치고 일찌감치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에서도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이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했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접전을 벌이면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위스콘신 주와 미시간 주 등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클린턴 후보가 패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안 교수는 "러스트벨트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전국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건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기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세력들을 표로 결집시키지 못한 것도 이러한 결과를 낳은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안 교수는 "힐러리는 젊은 층이나 히스패닉, 다인종 유권자 등 기존에 오바마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강력한 매력을 보여주거나 집권 이후의 비전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이런 점이 트럼프에 비해 표의 결집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방송 NBC2012년 대선 당시 30대 이하 유권자인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60%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54%만이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하던 밀레니얼 세대를 클린턴 후보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끝났다던 선거, 왜 뒤집혔나 119미디어오늘

미국 역사상 언론이 가장 무시했던 후보, 막판 역전승폴 크루그먼 부정선거주장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됐다. 트럼프는 전국 선거인표 538표 중 257표를 확보했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215표에 그쳤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 주요 격전지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며 표차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총 30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는 미국역사상 언론으로부터 가장 무시 받은 대선후보였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 주요 100개 언론사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 언론사는 라스베거스리뷰저널과 플로리다타임스유니온 등 단 2곳에 불과했다. 각종 추문 속에 그는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역대 주요정당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적은 언론사 지지를 받은 후보로 기록됐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했던 언론사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신문사를 포함해 57곳에 달했다. 트럼프는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CNN은 힐러리 당선확률을 91%로 제시했다. 한 때 이미 대선은 끝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하지만 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예측에 실패한 미국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당장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뉴욕시립대 교수)9일자 뉴욕타임스 1면 칼럼을 통해 주 정부·러시아 정보국·미연방수사국(FBI)이 여론을 조작하고 비()백인 유권자의 투표를 방해했다며 이번 미국 대선은 사실상 조작된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FBI는 투표일을 1주일 앞두고 클린턴 후보의 국무장관 재직시절 이메일 계정 사용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은 위키리크스가 지난 7월 공개한 민주당 이메일 유출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주장해왔다.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는 공화당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 사이에서 널리 지지를 받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긁어모아 이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변조한 뒤 요란스럽게 떠들어대고 있다트럼프는 자기가 지금 무얼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트럼프의 당선이 현실로 등장하며 당장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의료보험제도 메디케어(Medicare)가 축소되고 부자 감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던 언론사들은 유무형의 정치적 보복을 맞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유세현장에서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란 말을 자주 사용하며 침묵하는 다수가 무시당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그가 말한 침묵하는 다수를 드러냈다. 트럼프 지지자의 상당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인구는 32400만 명, 유권자수는 22100만 명이며 미국 전체 유권자 가운데 경선에서 트럼프와 클린턴을 찍은 사람은 모두 14%에 불과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자신들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86%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고,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 승리 표심 분석저학력 백인의 분노119 중앙

미국은 아직 백인의 나라였다. 백인들의 응집된 분노가 미국 최초의 '정치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예상을 180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꽁꽁 숨었던 표'들이 엄청났다. 지난 6월 영국의 블랙시트 결정과 흡사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와 달리 고학력 부유층 백인 유권자들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특정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여성·무슬림 비하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은 채 투표장에 가서 트럼프를 찍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자 '샤이 트럼프(Shy Trump)'의 힘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유권자는 58%로 백인 유권자 비율은 200078%에서 201271%에 이어 69%(추산)로 감소 추세지만 아직은 절대 다수다.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는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강한 반감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미국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표된다.

 

2008년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인종의 벽을 허문 미국이지만 여성 차별에 대한 벽은 그보다 높았다. 미국에선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이 돼서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흑인(1870)보다 늦었다. 그 뿐 아니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권위의 오거스터내셔널 골프클럽(조지아주)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정도다. 게다가 클린턴의 경우 30년가까이 워싱턴을 대표하는 기성 정치인으로 군림하며 '지나치게 똑똑한' 점이 백인 남성 유권자들의 비호감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주인은 백인"이란 공감대 아래 결집한 백인들의 파워는 플로리다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플로리다는 이날 트럼프가 10만여표 앞서 승리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선거 하루 전까지만 해도 "히스패닉 유권자의 조기 투표율이 2008년에 비해 103%나 뛰었다""클린턴의 플로리다 승리가 가까워졌다"고 했다. 히스패닉 투표 상승률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백인 유권자들의 (조기투표) 상승률은 27%에 불과했지만, 늘어난 전체 유권자수로는 히스패닉에 비해 42만명이나 많았던 점을 간과했다. 이날 최종 투표 결과에서도 백인들은 트럼프에 64%의 몰표를 줬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16%에 불과하다고 했던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인들의 힘이 이날 선거를 휩쓸었다"고 경악했다.

 

2008년에는 49개주, 2012년에는 50개주 전체의 당락을 맞춘 여론조사 전문가 실버는 "클린턴이 히스패닉과 흑인 표를 버락 오바마만큼 못 끌어온 게 트럼프의 승인"이란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2012년 오바마는 흑인 표 93%, 히스패닉 표 71%를 휩쓸었지만 이번에 클린턴은 각각 88%, 65% 밖에 얻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이례적인 대통령 부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지만 그것이 클린턴으로 가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는 선거전 마지막날 피날레를 장식한 펜실베이니아에서의 합동유세에서도 오바마 부부에 더 많은 박수가 쏟아졌던 것에서도 예견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트럼프 승리의 또 하나의 원동력은 그 동안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에서의 승리다. 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1992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공화당 후보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곳이다. 불과 선거 하루 전 여론조사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트럼프의 "당신들의 자동차산업을 멕시코가 빼앗아갔다. 그걸 내가 되돌려주마"라는 간단하면서도 뇌리에 남는 메시지는 이곳의 저학력 노동자 유권자를 혹 하게 만들었다. CNN"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트럼프의 '불평등한 무역협정이 우리 일자리를 강탈했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억만장자 비즈니스맨에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한번 바꿔보고 싶다"는 미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하는 현상)이란 형태로 표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CNN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의 기준 중 가장 높았던 것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38%)'이었다. 풍부한 경험(22%), 판단력(15%)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세계가 눈 감았던 트럼프 현상’119블로그 세계가 눈 감았던 트럼프 현상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겠다며 브렉시트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했을 때, 반세기 동안 쌓아올린 유럽 통합의 틀을 감히 깨뜨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없었다. 영국 내 일부 극우파와 반유럽파의 선동인 줄만 알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은커녕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예상은 뒤집혔다.

 

여론조사가 틀린 게 아니라 '해석'이 틀린 것이었다.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양측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트럼프와 클린턴 지지율 조사에서도 막판 판세는 거의 동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는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한 것은 주류 미디어와 연구기관들이었다. 브렉시트 찬반 여론의 크지 않았던 격차, 트럼프와 클린턴의 근소한 득표율 차이가 가지는 의미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작은 차이 밑에 숨어 있는 비주류의 거대한 반발을. 스스로를 주류라고 믿었던 이들의 자신감, 지금과 같은 세계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안일함이 인지의 왜곡을 가져온 것으로 봐야 옳다.

 

수치로는 크지 않았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그 작은 차이에 지금의 세계가 담겨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 대선에 대한 예측을 뒤집어 엎은 소외된 이들의 좌절감이 그것이다. 경고음은 전부터 흘러나왔다.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난 2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바람이 일자 이렇게 적었다. “트럼프가 비정상이라고 하는 건 진실이 아니다. 험악한 말들, 정당과 정책의 몰락, 정치를 이용해 문화적 전투와 정체성 전쟁을 하려는 경향 등은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봐온 현상의 절정판일 뿐이다.” 비슷한 시기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공화당이 생명을 불어놓고 키운 프랑켄슈타인이라며 트럼프를 마치 미국에 존재하지 않던 돌연변이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정부를 신뢰한다고 말한 사람은 19%에 불과하다. 196677%를 기록했던 신뢰도는 점점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부에 대한 감정은 이제 분노(22%)보다 좌절(57%)이 세배 가까이 높다.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6일 블로그에 노동자를 포기한 민주당도 트럼프를 있게 한 공범이라며 지난 24년 중 16년 동안 집권하면서 최상위층을 위한 경제를 공고히 하는 부와 권력의 악순환을 바꾸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도시의 고소득 유권자와 대기업에 대한 의존을 끊고 노동자들이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유럽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은 클린턴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고 중산층에서 밀려나게 된 된 백인 노동자들은 ‘1%가 모든 것을 갖는 모순을 바꾸자고 한 버니 샌더스보다 모든 잘못을 이민자와 외국에 돌리는 트럼프에게 더 열광했다. 애초 이들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해답을 바라지 않았다. 정치를 혐오하는 이들은 수퍼히어로를 원했다. 그 심리 밑바닥에 깔린 구조적 모순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주류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극우 포퓰리즘은 세계에서 급속히 세를 얻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엘리트 정치에 대한 혐오, 법과 질서마저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태도, 반난민·반무슬림을 내세운 인종차별주의를 공통점으로 한다.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는 극우파의 부상을 아랍의 봄에 빗대 애국자의 봄이라고 표현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이민자와 난민이 애국자들의 적이다. 중동에서는 서구 문화를 추종하고 미국을 추종해온 사람들이 좌절한 젊은이들의 적이다.

 

난민 위기도, 테러리즘도 모두 무자비한 세계화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났지만 원인과 해법을 직시하려는 노력은 적었다. 그 결과가 아웃사이더 미국 대통령이라는 충격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 마린 르펜이 당선되고, 독일에서 극우파가 연방의회에 진출하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브레이크 없는 권위주의로 치닫고, 불평등한 자본주의의 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동력은 고갈되고, 개인뿐 아니라 국제사회마저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연대와 개방과 평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으나, 그들의 숫자는 결코 과반이 아님을 세계가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주류사회를 조롱한 희대의 이단아 '트럼프' 119노컷뉴스

트럼프, 엄청난 부를 업고 TV쇼 인기이민정책 반대, 보수적 경제정책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 부동산 재벌인 프레드 트럼프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트럼프는 포드햄 대학교를 다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스쿨 경제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자산만 십 수조원 대에 이르는 경영자로 유명하지만 1991년 아틀란틱 시티의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 2004년 트럼프 호텔과 카지노, 2009년에는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등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뛰어난 경영자'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오히려 잦은 TV쇼 출연과 인지도 상승을 이용해 '네이밍 스폰서'로 돈을 벌어들이는 등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더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다.

 

2004년부터 14년간 계속된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면서 "'You're Fired (넌 짤렸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것이 대표적이며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를 소유하기도 했다. 생애 대부분을 경영자이자 연예인의 삶을 누린 트럼프는 2012년에도 대선 출마를 고려하기도 했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출생 신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다 출생 신고서가 공개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번에 미국 정치의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인기의 원천은 히스패닉과 무슬림, 중국으로 향하는 거침없는 증오 발언과 반이민,고립주의로 표현되는 과거 회귀적 경제정책 등이 꼽힌다.출마 선언 때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강성 발언으로 주목을 받던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워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무슬림들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이민자들과 무슬림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발언을 게속하는가 하면 성추행 추문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부동산 재벌임에도 뉴욕 월가에 대한 날선 비판을 계속했고 기행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미국 주류사회의 이단아로 통한다. 이를 반영하듯 주류 사회와 언론은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에 비호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각종 여론조사도 모두 클린턴 우세를 예측하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끝까지 지지자들을 상대로 미국 언론들이 편파성을 성토하고 대선 패배시 불복하겠다며 독불장군식 행보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미국 주류 사회와 언론의 줄기찬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중하위층의 30~50세 백인'으로 대표되는 지지자들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희대의 이단아'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최대 이변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가능성 20% 뚜껑 열리자 90%'트럼프 주사위' 119세계일보

·개표 이모저모

대부분의 미국 언론이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던 만큼 언론도 이날 대혼란을 겪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까지도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20%로 점쳤지만, 그가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경합주를 모두 접수하자 수치를 95%로 높였다. NYT는 동부 지역 투표가 마무리된 뒤에도 클린턴 후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예상했다가 오후 10(미국 동부시간) 무렵에야 50% 이하로 줄이기 시작했다. 폭스뉴스는 지지후보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지 않았던 다수의 백인 유권자들이 러스트 벨트와 동부 지역 등 경합주의 투표 현장을 찾아 표심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환호 9(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대선 개표결과를 지켜보던 공화당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침통 8(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제이컵 제이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19개월간의 대장정 동안 양측의 반목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 까닭에 선거 전부터 사고 우려가 터져나왔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쪽으로 48떨어진 아주사의 한 투표소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희생자들이 투표소로 향하던 중 총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유권자 30여명이 투표소 안에 갇혀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불법선거 우려도 일부 현실로 나타났다. 텍사스주의 포트벤드 카운티에서는 트럼프 후보에게 2표를 행사하려던 남성이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포트벤드 카운티의 한 투표소를 찾은 한 남성은 이미 조기투표한 사실을 숨기고 또 투표하려다 적발됐다. 이 남성은 트럼프를 지지하며 시스템 시험 차원에서 투표장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진행된 부재자 투표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도 적발됐다. 일리노이 중부 앨튼에 사는 오드리 쿡(88·)은 지난 9월 말 사망한 남편 대신 부재자 투표용지를 작성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가 적발됐다.

 

트럼프 후보의 차남 에릭은 투표용지를 온라인에 공개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에릭은 이날 뉴욕 맨해튼의 자택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트럼프를 찍은 투표용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내 아버지에게 투표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아버지는 미국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라고 적었다. 에릭은 투표함에 넣기 전 휴대전화로 투표용지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주는 투표소 또는 투표 내용이 담긴 투표용지 인증샷 공개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 1000달러의 벌금 또는 최고 1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이민 사이트 접속도 급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날 캐나다 이주나 시민권 신청을 안내하는 공식 웹사이트(www.cic.gc.ca)가 페이지를 로딩하는 상태에서 멈추거나 아예 접속이 안 되는 등 마비 사태를 빚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절망해 미국을 떠날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대선이 진흙탕 공방으로 흘러가면서 미국인들을 겨냥한 캐나다와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의 이민 유치 캠페인은 수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이날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는 뉴욕 맨해튼에서 운명의 날을 맞았다. 트럼프 후보는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에서, 클린턴 후보는 힐튼호텔에서 15블록 떨어진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개표결과를 지켜봤다. 두 건물은 불과 1.5떨어져 있다. 클린턴 후보는 당초 대선 승리 자축 행사를 트럼프 타워에서 한 블록 떨어진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 예정이었지만 개표 결과가 발표되면서 무산됐다.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가 뉴욕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본 것은 1944년 이래 처음이다. 이 때문에 뉴욕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어느 때보다 갈등이 심했던 만큼 지지자들 간 충돌이 우려된 탓도 있지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탓이다. 경찰은 개표 결과가 생중계되는 타임스스퀘어와 트럼프 타워

등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칼렉시트”···미국 곳곳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1110경향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내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불만을 표시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브렉시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칼렉시트’(California+exit) 운동까지 나오고 있다.

 

9(현지시간) 새벽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뉴욕, 보스톤, 시카고, 시애틀 등 주요도시와 펜실베니아주,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 미국 각지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뉴욕과 시카고에 있는 트럼프 빌딩 앞에선 각각 수천명이 모여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뉴욕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트럼프를 버리자”(Dump Trump)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위협받게 된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한 시위자는 트럼프의 당선이 일어나선 안되는 일이었다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섞이는 용광로와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데 성차별주의자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이민자들이 백악관 근처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했다. 시애틀에서는 100명 가량의 시위대가 의사당 인근에 모여 길을 가로막고 쓰레기통을 불태우기도 했다.

 

미국 각지 대학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선 트럼프의 당선 연설 직후 2000여명의 학생이 거리로 나와 행진했으며,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고등학생들도 거리로 나왔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버클리·새너제이, 워싱턴 시애틀, 아이오와 디모인, 애리조나 피닉스 등에서는 고등학생 수백, 수천명이 교사들과 함께 도심에서 트럼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트위터에선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 ‘아직 그녀와 함께’(#ImStillWithHer, #StillWithHer)등의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수십만건씩 쏟아졌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칼렉시트’(#Calexit)를 해시태그로 달기도 했다. ‘칼렉시트캘리포니아’(California)탈퇴’(Exit)를 합친 말로, 연방으로부터 캘리포니아 분리독립을 뜻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61.5%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3900만명으로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많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6번째 경제국에 해당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쏟아진 칼렉시트 주장은 오프라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이디가가 트위터 계정(@ladyg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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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도 시위 행렬에 동참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가수 레이디가가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앞에서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성소수자 운동의 구호로 쓰이는 ‘Love Wins’를 소수자에 대한 차별를 드러낸 트럼프의 이름을 이용해 패러디한 것이다. 레이디가가는 인스타그램에 시위 사진을 올리면서 친절하고 사랑이 증오를 이기는 나라에 살고 싶다. 그는 함부로 우리를 분열시켰다고 썼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목성으로 이사하겠다고 밝힌 가수 셰어도 세상은 절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슬프다고 트위터에 썼다. 클린턴 유세 공연을 한 가수 케이티 페리는 트위터를 통해 가만히 앉아있거나 울지만 마고 움직이자. 우리나라는 증오가 이끌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돈나는 새로운 불이 붙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해리포터를 쓴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은 인종차별, 여성혐오, 증오에 도전하자고 트위터에 썼다.

 

이승환·이효리·전인권, ‘최순실 파문국민 위로곡 부른다

 

이승환·이효리·전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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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환과 이효리, 전인권 등 음악인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를 선보인다.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는 이승환·이효리·전인권이 싱어송라이터 이규호가 작사·작곡한 길가에 버려지다를 함께 불러 오는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무료 배포한다고 10일 밝혔다. ‘길가에 버려지다는 국가 혹은 집단과 개인 사이의 질문에서 시작된 노래로 현재의 갈등과 방황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그리곤 처연한 슬픔을 이겨낼 희망을 전한다.

 

길가에 버려지다는 이승환과 이규호가 공동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음악인들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마법의 성을 만든 더클래식의 박용준, 들국화의 베이시스트 민재현, 이승환밴드의 드러머 최기웅, 옥수사진관의 기타리스트 노경보, 기타리스트 이상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등이 참여했다. 최근 대외활동을 하지 않던 이효리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드림팩토리는 이효리는 평소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발언,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줬다이 곡을 받은 뒤 30분 만에 자신의 색깔로 해석해 노래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전인권은 짧지만 강렬한 목소리로 단번에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고 한다.

 

노래는 로그인 없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으며 뮤직비디오 등 2차 저작물의 제작·배포도 가능하다. 오는 18일에는 30여개팀이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두 번째 버전이 공개된다. 드림팩토리는 음악인들의 작은 몸짓으로 시작된 국민 위로 프로젝트가 큰 울림이 돼 문화계의 움직임으로 확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승리, 유럽 극우파에 집권 희망 선물 1110한국

전세계 포퓰리즘 쓰나미

이민이슬람 극우 정당들

트럼프 백악관 입성 일제히 환영

미국 움직임, 유럽도 이어질 것

정책 홍보하며 트럼프 물타기

 

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현지 교민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이 결정되면서 세계 주요국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반세계화반이민반이슬람 등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전략이 세계 정치의 중심 미국에서 적중함에 따라 중우(衆愚)정치와 포퓰리즘이 민주주의 존속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9(현지시간) 트럼프의 당선으로 유럽 주류 정치계가 포퓰리즘 쓰나미에 휩쓸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약 5년간 대규모 난민 유입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동력을 얻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미 대선을 기점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둔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에서는 각국 내 자유당(PVV), 국민전선(FN),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원내 제2,3당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주류 정당들의 자리가 위협 받고 있다.

 

이민과 안보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유럽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은 선거 직후 쾌재를 부르고 있다. 프랑스 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9일 연설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온 세상이 아니라 한 세상의 끝일 뿐라며 미 대선은 자유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승리로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도 정치는 절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일어난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변화를 예고했다.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은 동시에 자신들의 정책을 적극 홍보하며 트럼프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그리스 극우정당 황금새벽당(XA)은 유튜브 영상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은 불법 이민에 대항한 승리라며 세계화에 반대하고 깨끗한 민족국가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이겼다고 밝혔다.

포퓰리즘 돌풍은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마약과의 전쟁 등 포퓰리즘 전략으로 대승을 거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에 러브콜을 보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그는 현지 교민과의 회동 자리에서 트럼프에게 축복을 보낸다트럼프가 승리했으니 더이상 미국과 다투고 싶지 않다며 적극적인 우호 제스처를 취했다.

 

전세계적인 포퓰리즘 유행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백인 저소득층이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에 따라 성장 절벽에 다다른 지구촌과 포퓰리즘 득세를 연관시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 유행을 전적으로 경제 침체 탓으로 돌리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포퓰리스트 반란 제대로 읽기라는 칼럼에서 한때 사회에서 우월한 영역을 점하던 집단이 그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가치 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포퓰리즘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의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폴란드가 포퓰리즘 정권을 선출하고 반대로 침체기의 캐나다에선 대중 영합주의가 맥을 못 추린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 불안정보다는 문화적 반발을 주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트럼프 정부의 등장으로 전세계 포퓰리즘 정당들은 집권 가능성이라는 최대 자산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정치분석가인 카스 뮈더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트럼프의 승리는 유럽 극우정당들에 성공담을 선물했다포퓰리즘 정당은 이제 우리에게 던지는 표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게 아니니 지지하라고 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왜 더 즐거웠을까 1110 미디어오늘

[기고] “트럼프 되면 나라 망한다전략이 먹히지 않았던 이유내 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 편이었던 클린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45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구호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과거의 영광은 대체 언제일까? 미국 토크쇼 <The Daily Show>가 인터뷰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답변은 산만하기 그지없었다. 미국이 가장 위대했던 순간으로 건국 당시를 꼽은 한 트럼프 지지자는 노예제도에 대해 말을 더듬었고, 미국이 2차 대전에서 이겼던 시절을 꼽은 지지자 역시 당시의 인종분리정책과 성차별에 대해 얼버무렸다. 그들은 한결 같이 미국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라며 발끈했다. 한 여성 지지자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어: 미국이 언제 위대했어요?

트럼프 지지자: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죠.

인터뷰어: 그럼 우리는 왜 과거로 돌아가려는 거죠?

트럼프 지지자 우리는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해 가는 거예요!

 

트럼프에 표를 던진 미국인의 심리가 여기에 다 숨어있다. 위에 소개한 트럼프 지지자의 발언에는 미국인의 두 가지 심리가 드러난다. 첫째,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고 앞으로도 위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자존감. 둘째, 과거야 어쨌든 좋으니 앞으로 밝고 위대한미래를 위해 판을 바꾸자는 열망이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미국인에게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기 위해 후보의 개인적 흠결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자존감과 우월감이 있었다. 그리고 위대한 미래를 위해 변화를 만들자는 열정이 있었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선 개표 관전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이 트럼프 등신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사람들은 트럼프가 극우 보수 백인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백인 남성의 높은 지지(63%)를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 42%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고 라틴계와 아시안 29%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CNN 출구 조사 기준). 극우 보수 백인이 만들어 준 승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클린턴의 패배를 똑똑한 여성이 머리 위에 앉는 걸 두고 볼 수 없는남성 유권자와 유색 인종 청소를 원하는극우파 백인 유권자의 공작이라고 해석하는 게 2% 부족한 이유다.

 

힐러리 대 트럼프의 대결을 마치 선()과 악()의 대결 구도처럼 인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인들은 팍팍한 삶이 나아지기를 원했다. 미국이 위대했던 순간을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다 해도 지금 이대로는 아니다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들에게 트럼프가 악한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다. 성추행하듯 자꾸 딸 이방카의 골반 춤에 손을 올려도, 장애가 있는 리포터를 흉내 내 웃음거리로 만들어도, 무슬림을 식별할 수 있도록 신분증에 표시하자는 경악스런 제안을 해도 그가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미국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을 선과 악의 경쟁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악을 선택하기 위해 3시간씩 줄 서는 사람은 없다

선거 기간 동안 클린턴의 전략은 트럼프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였다. 클린턴 캠프는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 인종차별 발언을 모아놓은 텔레비전 광고를 연신 내보냈다. 우리 아이들을 저런 대통령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차악인 자신을 선택해달라는 클린턴의 현실적인 호소에 공감하지 않았다. 대중은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메시지에 매력을 느꼈다. 실현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 기득권을 해체하고 지금보다 나은, 미국 중심의 미래를 공언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부패한 정치와 불공정한 언론을 갈아엎겠다는 약속으로 끝났다.

반면 클린턴은 자신을 선택하면 최악의 경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말하자면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 제안이다.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서 여러 시간 줄을 서는 게 일상적인 미국에서, 차악(클린턴)을 선택하기 위해 세 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은 없었다. ‘위대한 미국을 꿈꾸는 유권자의 세 시간은 즐거웠겠지만, ‘현상 유지를 위해 표를 던지러 간 유권자의 세 시간은 훨씬 고달팠을 것이다.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대선 개표 관전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모의투표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유권자가 능동적으로 표를 던지게 하는 긍정 요인은 트럼프 쪽에 더 많았다. 우리는 트럼프가 유색인종 비하 발언을 일삼았는데도 이들 일부가 트럼프에 표를 던진 걸 의아하게 여긴다. 알고 보면 트럼프는 유색인종에게도 긍정 요인을 어필했다. “더 잃을 게 뭐가 있나(What have you got to lose)?”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장에서 인종차별에 좌절하고 경제적 불이익에 시달리는 유색인종 유권자에게 자신을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진보고 보수고, 기성 정치인이 당신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면서 더 잃을 것도 없는 마당에자신을 뽑으라는 논리를 폈다. 이 발언이 유색인종 유권자의 표를 얼마나 가져왔는지 계산할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표를 던질 긍정 요인을 만들어 내는 트럼프만의 재능을 보여주는 예시임은 틀림없다.

 

보수 클린턴 vs 진보 트럼프?

미국 대선을 분석할 때마다 등장하는 피보팅(Pivoting)’이라는 전략이 있다. 미국 대선은 당내 후보 압축을 위한 경선 과정과 이후 당을 대표하는 후보끼리 경쟁하는 대선 과정으로 나뉜다. 당내 후보끼리 경쟁할 때엔 각 당에 존재하는 열성 지지자의 표를 얻기 위해 정치적 색채가 짙은 어젠다를 내놓는다. 그리고 당의 후보로 뽑힌 이후엔 국민 전체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중도 노선으로 논조를 바꾸는 전략을 쓴다. 이와 같은 중도점으로 회귀는 피보팅 전략의 핵심이다.

 

클린턴도 피보팅 전략을 썼다. 당내 후보 경선에서 샌더스 후보의 강력한 사회적 민주주의 정책이 인기를 끌었을 당시, 클린턴 후보는 자신이 더욱 진보적 후보라는 억지스러운 발언까지 하며 눈길을 끌었다. 진보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경선 승리 후엔 자연스레 피보팅을 시작했다. 선거가 계속되면서 클린턴 캠프는 샌더스식 진보 정책을 조금씩 누그러트렸고, 급기야 보수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사려 깊은 보수라면 자신을 선택하라고 호소했다. 보수파의 아이콘인 부시 가문의 정치 후원자들을 섭외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클린턴이 이처럼 우향우를 외치고 달려가자, 진보 유권자와 젊은 유권자들이 거세게 불만을 표현했다. 그들은 최저임금 15달러, 공립대학 무상교육,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처와 석유 시추(fracking) 중단 등 샌더스의 핵심 공약 이수를 요구했지만 클린턴 측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클린턴 측이 샌더스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기보다 공화당 지지층을 끌고 오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투표용지. 사진=김영진 칼럼니스트 제공

속이 탄 진보 유권자들은 부통령이라도 진보적인 인물을 임명하기 바랐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의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 하버드 로스쿨 법학교수 출신인 워렌 상원의원은 소비자금융보호국(U.S.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창설의 공신으로, 샌더스만큼이나 안티가 없는 민주당 인기스타다. 진보 유권자들은 내심 워렌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임명한다면 기꺼이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클린턴은 난데없이 변호사 출신 팀 케인 상원의원을 데려왔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중도주의자(centrist)”라고 평한, 클린턴만큼이나 진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샌더스 지지층 흡수에 실패한 클린턴은 인디펜던트(당 소속이 없는 유권자) 중에서도 42%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도 놓친 격이다.

 

트럼프도 피보팅 전략을 썼을까?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부 정책은 클린턴보다 훨씬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 등록금 면제 대신 투잡이나 저금리 학자금대출을 언급한 클린턴과는 달리, 그는 학생들이 더 이상 학자금을 빚지지 않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던 클린턴과 달리, 미국이 세계의 경찰관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의 철수를 주장했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방위비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트럼프는 전쟁을 그만두고 그 돈을 인프라에 투자하자고 말한다. 전형적인 진보 어젠다이지만, 삶이 팍팍한 미국 보수 중산층은 환호했다. 표현은 투박했을지언정, 그의 진보적 정책이 미국의 보수층에게 먹혀든 것이다. 보수 안에서 진보를 찾아낸 트럼프가 승리했다.

 

트럼프 뽑은 미국인들을 동정할 수 없는 이유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듣고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트럼프를 찍은 절반의 미국인들은 희망에 차있다. 말을 바꾸지 않고도 대선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대통령이 등장했다. 정확한 시기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좋았던 그 시절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니 기대를 하고 있다. 더 이상은 다른 나라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자랑스러운 조국이 온단다.

 

유권자는 국민이라는 이익집단을 위해 싸울 정치인을 원한다. 트럼프를 뽑은 유권자의 대부분은 노예제도의 부활이나 무슬림 학살을 꿈꾸는 증오에 찬 미국인이 아니다. 자기가 아파하는 이유를 알아주고, 자기를 위해 싸워줄 내 편을 위해 표를 던졌다. 그들은 지금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네 편이었던 클린턴의 진보 지지층보다 훨씬 행복하다.

 

오늘, 적어도 미국인 중 절반은 희망찬 아침을 맞았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서 미국인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김영진 번역가/칼럼니스트

 

 

새누리당 지지율, 대구경북에서도 민주당에 밀려 2

리얼미터 조사, 박 대통령 지지율 11.1%로 반등 실패문재인, 반기문 제치고 2주째 1

콘크리트를 다시 붙이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겠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9.9%까지 떨어지며 처음으로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게 밀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엽기적인 대통령 방조... 교수로서 책임 통감" 1110오마이뉴스

 

'전국국공립대학 교수회 연합회 및 한국사립대학 교수회 연합회' 합동으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최윤석

 

전국 16천 명 국립대학 교수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5만여 명의 사립대학 교수들을 대표하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 소속 대학교수들이 공동으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지금까지 지겹게 반복되어온 정권말기의 측근 비리와는 다르다""단순한 부정비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대의민주주정치의 기본원칙을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사실상 헌정중단 사태에 처해 있고 박근혜 정부는 파산했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대통령의 명으로 행해진 모든 통치행위마저 그 유효성을 의심해야 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이렇게 엽기적인 권력체가 등장하는 것을 방조하고 그 틈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집단들도 모두 공범"이라고 규정하며 "청와대와 새누리당 그리고 정부내각과 검찰, 재벌, 언론기관과 학계까지 둥지를 틀고 있는 수많은 인사들이 그 장본인들"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교수들도 나라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통렬한 자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의 근원적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박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국정에서 일체 손을 뗄 것"을 요구하는 한편 "검찰도 이미 신뢰를 상실하였기에 별도의 특검에 의한 전면적인 수사는 물론 국회에 의한 전면적인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하고 이에 연루된 모든 책임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돕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는그래서 불행한 한국인 117 한겨레21

태어나기 좋은 나라한국 80개국 중 19, 뜻밖?

부탄 행복지수는 국가 비교에서 1위 아닌 중위권

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이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있다. 행복(Happiness)이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심리 상태인데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행복이 국가나 국제기구까지 나서서 꼭 측정해야 하는 문제인가?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이나 그런 상태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나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과 같이 더욱 포괄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대체해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에서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면 결국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민 삶의 질이나 행복 수준이 낮으면 그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과 웰빙, 그리고 삶의 질은 국내총생산(GDP), 물가, 수출입, 실업률 등과 같이 수치화해 국가와 국제기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할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증통계를 통한 측정이 필요하다.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행복은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사 대상자를 직접 설문조사해 측정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커너먼은 행복을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적 행복의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삶의 전반에 걸친 행복을 평가하는 것이다. 최근 행복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두 번째 차원인 삶 전반의 행복을 조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갤럽의 인생사다리’(Cantril ladder)를 활용한 조사이다. 가장 행복하지 않은 경우 0, 가장 행복한 경우 10점을 선택하도록 해 행복도를 조사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관적 감정만을 기반으로 행복의 정도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출신 민족,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똑같은 조건과 환경, 경험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주관적 웰빙 측정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도 자기보고(Self-Reported)에 의한 웰빙 측정은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행복 연구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 변수를 고려한다. 경제적 부, 사회적 자본, 건강, 환경, 선택의 자유 등이 그 변수이다. 이 변수들은 여러 행복지수마다 각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그 종류나 가중치를 달리한다. 국내외에서 조사·발표하는 주요 행복지수의 결과와 변수를 서로 비교해보면 행복에 관한 사뭇 놀라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 불행, ‘대기오염의지할 사람 부재

 

헬조선은 우리 시대의 유행어다. 그러나 주관적인 인상비평의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증적 행복지수 통계 수치에서도 한국인의 삶의 질이나 행복감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난다. 유엔이 발표한 ‘2016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16)를 보면 한국은 157개국 중 58위다.

 

OECD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는 총 38개국(회원국과 러시아·브라질·남아공) 중에서 28위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국제기구들의 행복지수에서 중·하위권을 차지한 것이다. 과연 어떤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을까?

 

OECD에서 한국의 상대적 웰빙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지원’(-3.14), ‘인지하는 건강’(-2.54), ‘대기의 질’(-1.97) 항목에서 특히 다른 회원국보다 행복감이 많이 떨어져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난다. 상대적 웰빙은 해당 항목의 웰빙 점수가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지(+), 낮은지(-)를 나타낸 것이다. OECD 평균을 0점으로 놓고서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표준편차를 나타낸 값으로, 통계분석 기법상 그 편차가 ±2 사이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이 상위권인 행복지수는?

 

항목별로 보자. ‘인지하는 건강’(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에서 한국과 일본(-2.52)은 공통적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건강 인지 항목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배경, 연령 구성, 조사 방법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단서를 달았다. 국가 간 비교와 그에 따른 차이를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 서비스 수준이 높고 등산 등 여가 활동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음에도 건강 인지 수준이 낮게 나왔다는 점은 보건 행복에 구멍이 나 있음을 시사한다. 어쩌면 장시간 노동체제와 일터에서의 권위주의적 기업문화가 초래하는 스트레스 같은 사회경제적 차원의 질병이 여기에 얽혔을 수 있다. 요청되는 것이 단순히 의료정책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기의 질은 철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로 인한 야외 활동 제약,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그 주요 요인일 것으로 풀이된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해낸 오염물질도 있다. 성장하면서 소득이 증가해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것을 상쇄하는 효과도 나타나는 셈이다.

 

사회적 지원항목은 당신이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에 대해 갤럽(Gallup)에서 조사한 결과다. 이 항목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그 점수가 -3점을 넘어 극단적으로 상대적 웰빙이 낮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은둔형 외톨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 일본의 경우 사회적 지원 항목의 상대적 웰빙 점수는 -0.17점이다. OECD 평균에 견줘 약간 떨어지는 정도일 뿐이다. 최근 핵가족화와 세대 간 단절,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이웃은 물론 친척 간 교류도 줄어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OECD 국가에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이런 표면적인 현상보다 깊이 있고 풍성한 인간관계의 빈곤이 이런 점수 밑에 깔려 있을 수 있다.

 

사회적 지원 항목은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번영지수’(Prosperity Index 2012~2015)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9개 항목별 한국 순위를 살펴보면, ‘개인의 자유’(66)사회적 자본’(85) 항목에서 매우 낮게 나타난다. 이외 경제·건강 등 나머지 항목에서는 대부분 142개 국가 중 20위권 안팎의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공동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하는 협력과 신뢰 같은 자본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은 그 순위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이 항목은 OECD와 동일하게 갤럽의 조사 결과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 기부, 타인을 도와주는 것, 종교 활동, 사람에 대한 신뢰도 등을 측정한다. 이런 조사 결과에서 계속 하위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재 남을 돕지도, 도움을 받지도 않고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행복지수에서 중·하위권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상위권에 자리매김한 행복지수도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계열 경제예측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2013년 발표한 태어나기 좋은 나라 지수’(The Where-to-be-born Index)에서 우리나라는 총 80개 국가 중 19위를 기록했다. 일본(25)과 중국(49)에 앞선다. 이 지수는 자신의 아기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면 좋을지에 관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앞서 설명한 레가툼연구소의 번영지수에서도 총 142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이 두 지수는 경제력의 영향을 비중 있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꽤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경제력이나 소득의 영향을 받는 변수를 다수 포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력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이 상위권에 자리매김할 확률이 높게 된다. 하지만 둘이 유사한 지표라 해도 행복지수별로 순위에 차이가 나는 건 측정 방법 및 고려하는 변수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번영지수의 경우 번영’(Prosperity)은 소득(Income)과 웰빙(Wellbeing)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상태라고 생각해서 총 8개 범주에 항상 소득과 웰빙이 동시에 고려된다. , 소득이 전체 번영지수 산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경제적 우위에 있는 나라일수록 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번영지수의 8개 범주 중 하나는 기업가 정신과 기회’(Entrepreneurship & Opportunity)인데 이는 다른 행복지수에서 거의 고려하지 않는 변수다. 이 범주의 세부 내용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인프라나 경쟁력(인터넷, 휴대전화, ICT 수출 등)을 측정한다. 따라서 이 범주가 포함된 지표일수록 우리나라가 더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2014년까지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루한 천국일수록 행복도 높아 .

 

행복에도 지역 간 차이가 있다. ‘지루한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 이른바 살기 좋은 나라로 불리는 국가와 한국을 비교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한국은 지옥처럼 살기 힘들지만 재미있고, 살기 좋은 나라는 천국 같지만 지루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살기 좋은 나라로 불리는 지루한 천국에는 주로 북유럽·서유럽·북미·오세아니아 국가가 많다. 과연 이 나라들은 행복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주요 행복지수별 순위를 종합·비교해보면 놀랍게도 이 국가들의 순위가 대부분 높다. 특히 상위 20위 국가들의 목록을 훑어보면 평균적으로 16개 국가가 동일하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행복지수별로 행복을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의 지구행복지수(HPI·Happy Planet Index)에는 지루한 천국국가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지구행복지수는 환경 관련 변수인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그래서 남미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오히려 상위권에 더 많이 이름을 올렸다. <그림4>가 보여주듯이 행복지수에서 각 개별국가뿐 아니라 대륙별 순위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행복연구오래한 국가가 행복지수 높다!

 

행복지수의 이러한 특징은 ‘2016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인생사다리 기법으로 행복도를 조사한 행복점수 분포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오세아니아 대륙 국가들의 평균이 가장 높고, 서유럽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는 세계 평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이런 차이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서양과 동아시아의 문화적 차이를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서양은 개인주의가 강한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집단주의 성향이 있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개인의 선호를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자기 일이 다 끝났어도 다른 사람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야근을 하게 되는 것이 그 일례다. 말하자면 이런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마음껏 추구하기 어려운 점이 동아시아인들의 낮은 행복도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일 것으로 추측된다.

 

행복지수 상위권에 자리매김한 국가들에 또 다른 특징이 보인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행복을 오래 연구해온 국가가 많다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43, 뉴질랜드·캐나다가 17년이다. ‘2016 세계행복보고서의 상위 20위 국가들이 행복을 연구해온 동향을 살펴보면, 행복연구를 진행해온 기간이 평균 15년에 이른다. 유엔이나 OECD 등 국제기구에서 본격적으로 행복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게 2010년 전후다.

 

그 전에 일찍이 다방면으로 행복연구를 수행해온 것이다. 특히 행복지수 7위인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회연구원(Netherlands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이 주도해 1973년부터 국민 삶의 질을 연구해왔다. 이들 국가의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아마 이런 행복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더 많은 행복정책을 꾸준히 수립하고 집행해왔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 역시 국책연구원 및 각 지방자치단체 설립 연구소, 민간 연구원 등에서 국민 전체나 지자체 구성원들의 행복도를 조사·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연구로 지속성이 떨어지고, 수행기관들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아직 우리 국민 행복도의 현실과 변화 추이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우리 통계청은 2014년부터 국민 삶의 질 지표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조사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측정 지표를 더욱 정교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근시간이 행복에 결정적 변수?

 

(단위: )

 

최근 미국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근시간이 오래 걸리면 피로감 때문에 업무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스트레스와 걱정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독일 사회경제 패널조사(1985~1998)에서 10년 이상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도,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현격히 떨어진다고 보고한다. 2011년 스웨덴 우메아대학 연구팀이 지난 5년간 200만 명의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통근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이혼율이 현격히 높게 나타났다. 이 모든 조사 결과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말해준다. 통근시간은 직장인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OECD 자료(2016)를 보면 회원국의 하루 평균 편도 통근시간이 28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분이다. OECD 평균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을 직장으로 가거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보내는 것이다. 직장 솔루션 제공업체인 리저스(Regus)그룹이 2010년에 75개국 1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의 4분의 1이 매일 90분 이상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통근한다. 그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전체의 8%를 차지한다.

 

직장인의 행복은 업무 효율성을 매개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 국가의 생산력과 경제적 후생 차원에서도 OECD 최고 수준의 통근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 유독 장시간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대도시 집값의 지속적 상승으로 갈수록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대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세종시 및 지방혁신도시로 직장이 이전된 뒤, 가족 모두 이사하는 것이 어려워 장거리 통근을 비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장인도 꽤 있을 것이다.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이 통근에까지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면 가족 및 이웃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행복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부탄은 행복지수 1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부탄을 떠올릴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방송과 언론, 학계 등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부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재인 전 국회의원이 부탄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하지만 국제기구 및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부탄의 행복지수는 대부분의 국가 비교 행복지표에서 (1위가 아니라!) 중위권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 인식과 실증통계 사이에 이런 불일치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행복지수는 주관적인 행복감뿐만 아니라 1인당 GDP, 기대수명, 환경 등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객관적 변수의 수치도 함께 고려해 산출한다.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부탄은 GDP 등 사회경제적 지표가 매우 낮다.

 

그렇다고 부탄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라일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장에 몰두해 GDP 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던 1970년대부터 부탄은 국왕이 나서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정과제로 도입했다. 국민의 행복도가 증진되고 있는지 국민총행복위원회가 꾸준히 측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수립·집행한다. 국제비교 통계상의 순위 자체가 행복을 판단할 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건 그 땅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다. 부탄의 2015GNH 조사에서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부탄 국민의 90% 이상이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11일 오전 환경운동연합이 청와대 방향을 향해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에드벌룬에 묶어 띄우고 있다. 현수막 뒤로 춘추관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펑펑 울었다는데1111 미디어오늘

우리는 아직도 박 대통령을 잘 모른다민중총궐기 앞둔 오늘 저녁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수십만명이 운집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민중총궐기를 하루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근 박 대통령이 목 놓아 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한 실장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울음을 터뜨렸다고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눈물이 최순실 국정농단이 만천하에 알려져 수치스러움을 느낀 눈물인지, 아니면 사실상 국정운영이 마비돼 임기를 채우기 어렵고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공포의 눈물인지 가늠하긴 어렵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쉽사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의 눈물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다했음을 인정한 것일 수 있다. 과거 눈물을 키워드 한 박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791027일 새벽 2시 당시 비서실장 김계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급히 깨웠다. 김재규의 총탄에 맞아 숨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선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전방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당시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과대 포장한 일화일 수 있지만 김계원 비서실장의 증언은 꽤 구체적이다.

 

"27일 새벽 2시쯤 청와대에 도착했는데 근혜, 근영 양에게 어떻게 알릴까 고민이 됩디다. 내실 담당 직원에게 날이 샐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했더니, 펄쩍 뛰면서 지금 당장 알려야 한다고 해요. 두 따님의 방은 본관 2층에 있었습니다. 연락을 받고 잠옷차림에 가운 같은 것을 걸치고 나온 근혜 양과 2층 계단에서 마주쳤습니다. 따님 얼굴을 보니까 말문이 막히고 눈물부터 쏟아져요. '실장님 왜 그러십니까? 실장님 말씀 하십시오. 저는 어머니 일도 당해보았잖아요, 무슨 일이라도 견딜 수 있어요'...'각하가 서거하셨습니다'...근혜양은 눈물을 보이지 않고 아주 당차게 아버지의 비보를 들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천영식씨가 기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취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은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를 통해서 밝힌 내용이다.

 

천씨는 아버지의 죽음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일화에 대해 물었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그때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당한 일이라 나라 걱정이 많이 됐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지난 20041214일 동생 박지만이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을 하자 박 대통령은 미니홈피를 통해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 큰 누나인 저는 동생의 결혼이 너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생이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잘 알지 못한다. 그가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 아니면 아버지의 죽음과 같이 정치적 생명을 다한 것을 직감하고 슬퍼하면서 결단을 내릴지 말이다 책에는 박 대통령의 고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최태민과 관련된 내용이다.

 

10. 26 사건 당시 보안사 정보처에 근무했던 관계자의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는 고집이 대단하다. 박정희 대통령도 박근혜 고집에는 못 당할 정도였다. 당시 최태민 목사와 관계 때문에 박 대통령이 걱정을 많이 했고, 떼어놓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박 대통령은 박근혜와 이 때문에 많이 싸웠다. 그런데 박근혜는 지지 않았고, 기어코 자기 뜻대로 했다. 황소고집이다. 박 대통령은 차지철 경호실장을 불러 많이 깼다. 왜 박근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최 목사와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조사해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박근혜의 고집만은 대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기어코 하는 성격이다"

 

지난 200449일 현재 JTBC 사장으로 있는 손석희와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판 싸운 일화도 박근혜 대통령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당시 손석희는 "박근혜 효과가 수도권에는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것 같으냐",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거대 야당의 위치에 있을 때 환란이 빚어진 부분은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손석희는 "한나라당은 과거보다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한다는 뜻이냐"라는 재차 물었고 박 대통령이 "그렇다"라고 하자 손석희는 "유권자들은 판단은 과거를 보고 하는 것일 텐데요"라고 응수했고, 박 대통령은 "지금 저하고 싸우시자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말은 언론인과 인터뷰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과는 거리가 먼 내용일 뿐 아니라 '저격수' 손석희라는 언론인과 한판 말싸움을 벌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회자됐다.

 

박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해 밝힌 내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국민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014월 이화여대 주최로 열린 '여성과 정치' 특강에서 박 대통령은 "리더십은 종교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스스로 믿고 따르지 않는다면 리더십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리더십은 접착제와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을 뭉치게 하지 못하고 서로 대립하고 흩어지도록 한다면 리더십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 CEO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면 단지 그 기업 하나가 흔들리는데 그치겠지만,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많다면 그 나라의 정치, 사회, 안보 등 모든 분야가 흔들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는 가운데 그는 스스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아니면 국민의 엄청난 피해에 결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을 잘 알지 못한다.

 

 

참고자료 <박근혜 53년 인생 이야기,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

 

 

'대통령 퇴진 외치면 처벌' 행자부, 해볼 테면 해봐라1111 오마이뉴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다시 꺼내... '영혼 없는 공무원' 되지 않을 것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지난 10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오늘(11) 아침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소식보다 더 충격적인 뉴스를 들었다. 오는 12일 서울 광장 주변에서 열릴 민중 총궐기에 교사와 공무원이 참석해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칠 경우 위법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발표가 그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중앙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 소속 공무원 복무 관리를 철저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행자부, 12일 공무원 집회 '사실상 불참 유도' 논란).

 

전가의 보도처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을 꺼내 든 것이다.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것도,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 역시 모두 위법이라는 해석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한마디로, 어떻게든 법에 따라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교사와 공무원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며 겁주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이쯤에서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란, 국가의 봉사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정치적 특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직 윤리에 따른 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함이 없이 공평무사한 입장에서 주어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다시 말해, 이는 국민의 공복으로서 공익을 증진시켜 공무원 각자가 맡은 책임과 직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아울러, 과거 독재정권의 수족 노릇을 강요당하던 치욕을 반성하는 사회적 합의이기도 하다. 서슬 퍼런 권력자의 눈치나 살피며 입 다물고 지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법적 처벌 운운하며 겁박하는 건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라는 말과 다름없다. 꼬박꼬박 봉급 챙겨줄 테니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솔직히 그렇게 못하겠다. 코흘리개 유치원생들조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뭐냐고 캐묻는 마당인데, 아이들 보는 앞에서 시쳇말로 '쪽팔리고' 싶진 않다.

 

법적 처벌 운운하는 정부, 하나도 두렵지 않다

 

박근혜 둘러싼 촛불 시민 서울지역의 노동·정당·교육·종교 등 203개 단체가 모여 박근혜 정권을 퇴진하는 모임을 발족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진보연대, 서울여성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 퇴진 서울행동 발족 및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이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시국의 벼랑 끝에서 서울지역의 노동자 민중들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이 선언의 시작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며 그 선언의 끝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5적 박근혜, 최순실, 새누리당, 재벌, 검찰을 처벌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표자들은 서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하야 촛불 집회 현황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유성호

 

지난 4일 이미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렸고, 또 천재지변이 없는 한 상경해 12일 민중 총궐기에 참석할 계획이다. 정부가 둘 다 위법 행위라고 못박았으니, 광장에서 경찰의 사진 채증에 걸리지 않더라도 처벌하자면 피할 도리가 없다. 이렇게 대놓고 실명으로 글까지 썼으니, 징계할 근거는 차고도 넘친다. 도망가거나 변명하지도 않을 테니 언제든 연락만 해라.

 

아 참, 빼놓을 뻔했다. 한 가지 '죄목'이 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90초 녹화방송 사과'를 한 직후, 내 차 뒤편 유리창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큼지막한 팻말을 붙였다. 출퇴근 때 도로를 다니다 보면, 옆 차선에서 부러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운전자도 만나고, 심지어 남는 팻말 있느냐며 있으면 달라는 분들도 있다. 도로 위에서도 '한마음 한뜻'임이 쉽게 확인된다.

 

징계? 어디 할 테면 해봐라. 법적 처벌 운운하는 정부의 엄포에 두렵기는커녕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식물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저들의 몸부림을 보노라니 분노보다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 싶어 측은한 생각이 앞선다. 국민의 공복이 아닌, 권력자의 심기 경호에 여념이 없는, 말 그대로 '영혼 없는 공무원'의 표상 아닌가.

 

이번엔 중학생 아들 녀석이 함께 상경하기로 했다. 우스갯소리로, '북한 김정은이 이들을 무서워서 남침하지 못한다'는 바로 그 중2. 여태껏 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적도 없고, 그 나이 또래들처럼 축구와 걸그룹을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촛불을 들고 함께 '박근혜 퇴진'을 목청껏 외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더 이상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면서.

 

집회 도중 화장실 사용이 여의치 않은 이유로 말렸기에 망정이지 아내와 초등학생 딸까지도 함께 상경할 뻔했다. '역사의 현장'이 될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함께 촛불을 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비단 우리 가족만은 아닐 것이다. 평일에도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수만 촛불을 들고 있는 들끓는 민심은 정부가 위법 운운하며 겁준다고 해서 잠재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주변 지인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모이라고 해서 모이는 게 아니라고. 대통령이야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동원의 추억'을 떠올릴 테지만,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울화병에 걸릴 것 같다면서 기어이 서울로 가겠다고 한다. 한달음에 청와대로 달려가 오로지 단 한 사람과 소통해온 '불통' 대통령의 눈과 귀를 국민의 함성으로 뚫어주고 싶다고 한다.

 

공문을 내린 행정자치부의 담당 공무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가 자발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조른다면, 그 앞에서 아빠로서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촛불집회가 불의한 행위라고 여긴다면 모를까, 자녀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명색이 아빠로서 나는 공무원으로 처벌을 받을지도 모르니 너 혼자만 참여하라고 등 떠밀 수는 없잖은가.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온 사람들, 겁내지 말고 함께하자

 

"대통령은 1+1이 아니다" ‘비선실세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10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했다. 권우성

 

이 시국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운운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설마 청와대에 틀어박혀 근신하고 있을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건 아닐 테고, 그저 관행이라고 두루뭉수리 넘기기에는 참담할 따름이다. 아무리 윗선의 지시라고 한들, 아닌 건 아니라고 왜 말 못하나. 당신의 자녀 앞에서도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눙칠 텐가.

 

어쩌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희대의 사건도 이렇듯 비굴하고 '영혼 없는' 공직 사회라는 토양을 바탕으로 자라난 독버섯일지도 모른다.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파렴치한 행태에 눈 감고 귀 막은 관료와 지식인들의 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이야기다. 4.195.18, 6월 항쟁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한다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지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익의 도구로 전락한 권력을 공공성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바로세워야 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책임 있는 기성세대로서, 기어이 광장에서 함께 촛불을 들고 함성을 지르려는 수많은 미래 세대 아이들 앞에서 조금이나마 떳떳할 수 있는 일이다.

 

공문을 내린 행정자치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바란다. 현실과 동떨어진 겁박일랑 집어치우고 함께 어깨 겯고 광장에서 만나기를 고대한다. 20161112, '역사의 현장'이 될 뜨거운 그곳에 함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지 않는가.

 

 

 

Coco Montoya- Am I Losing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