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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10.30 경향 장도리
세계기상기구(WMO)가 봄이 시작되는 남극에 계절적 요인으로 오존층의 구멍이 역대 기록에 가까울 정도로 확대됐으나 아직 경보를 내릴 단계는 아니라고 밝힌 가운데 사진은 지난 10월 2일 촬영된 남극 오존층의 구멍. NOAA=AP 연합뉴스
압축성장 50년, 물질주의자들의 각자도생 사회 남겨”-[인터뷰]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장덕진 교수 1030 한국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그것도 동시에 이룬 나라. 팍팍한 삶으로 자긍심이 바닥날 때마다 누군가 수시로 꺼내 상기시켰던 대한민국의 슬로건이 근래 영 신통치 않다. 신조어 ‘헬조선(Hell朝鮮)’이 더 절묘한 쓰임새로 문장 곳곳을 파고들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국적불명의 단어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취업난, 전세난, 흉악범죄, 취약한 복지, 입시전쟁, 불평등한 경쟁체제 등 숱한 한국사회의 병폐들을 꽤 간편하고 적확히 겨냥한다. 모두 온 국토가 ‘잘 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압축성장의 신화에 취해 있는 사이 차곡차곡 뿌리 내린 현상들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압축성장의 고고학’(한울아카데미)은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전개된 이런 복잡한 삶의 변화상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연구서다. 1965년 인구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설립된 연구소가 지난 50년간 축적한 방대한 사회조사 자료가 토대가 됐다. 주제는 인구, 출산, 교육, 노동, 정보화 등 8가지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연구소장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격한 양적 성장 신화의 이면에서 개인들은 갈수록 삶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변화를 겪어 왔다”며 “모든 후기산업사회가 직면하는 이 각자도생의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년치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소회가 남다를 텐데.
“사회조사는 당대의 사회 주요 현안과 학문적 관점을 담고 있다. 연구소가 조사자료를 100건 이상 축적했고, 10여 년 전부터 자료 상당수를 한국 사회과학자료원에 기탁했다. 릴 테이프나 플로피 디스크 등에 남긴 자료를 모두 복원했고, 장비가 없으면 미국에 보내 복원했다.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해 신진ㆍ중견학자들이 분석하고 40~50년 전 조교 등을 역임했던 원로 학자들이 토론했다.”
-책 제목이 흥미롭다.
“한국 현대사를 논할 때 가장 많이 동원되는 단어가 압축성장이다. 굉장히 중요한 업적이지만 지난 50년의 삶에는 훨씬 복잡한 삶의 구성원리들이 존재했으며 그 이면을 포착하기 위해 당대인의 응답을 통해, 변화상을 미시적이고도 객관적으로 복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의외의 결과들이 많다. 1965년 기혼 여성 중 태아 사망 무경험자는 80.4%에 달하지만, 2005년에는 48.7%로 감소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증가했는데도 인공유산은 되레 늘었다는 점은 저출산 대책의 다변화를 촉구한다. 인구 재생산 수준이 합계출산율 2.1명인데, 우리 출산율은 1.2명 수준이다. 그 와중에 0.4명이 인공유산으로 사라진다. 이 인공유산이 왜 일어나는지, 또 전통적 가족 규범 밖의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접하고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결혼과 출산에 있어 여성의 선택의 작용이 커졌다는 점이다.”
-여당이 최근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학제개편안인데.
“현재 한국은 자살률, 노인빈곤율 등 온갖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지만 여성 노동참여율도 50% 수준이다. 이는 현재 상태가 한심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직 경제활동을 안 하는 50%의 잠재 여성인구와 성장의 계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출산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들이 노동시장을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고 여성 일자리가 비정규직화, 저임금화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복지 정책만 거론되면 포퓰리즘 논란으로 비화되니 문제다.”
-고령화 대책 마련이 한참 늦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책의 현장반응성이 항상 100%가 될 순 없지만, 지나치게 인구 정책이 중앙집권적, 서울중심적 혹은 평균값 중심 정책에 매달렸다. 60년대에 전남 경남 경북, 70년대 강원 충청, 80년대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서 고령화가 시작됐는데 정부가 90년대 중반까지도 매우 적극적인 출산 억제책을 폈다.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적잖은 연구자들이 50년간 가장 뚜렷한 변화로 이중화, 양극화 양상을 꼽았다.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이중화 또는 양극화, 고령화, 현행 민주주의의 문제를 10년 내에 풀어야 한다. 세가지가 서로의 발목도 잡는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내부자와 외부자로 나뉜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대표적이다. 모든 후기자본주의 국가가 이중화를 겪지만 이렇게 정치가 이중화를 방치하거나 심화시키는 나라는 드물다. 대부분 청년이 외부자로 내몰린 상황은 고령화와 맞물려 세대전쟁을 유발시킬 것이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100명이 45명을 부양하지만, 지표상 30년 내 90~95명으로 치솟는 추세다. 현 20대가 내부노동시장(정규직시장)에 진입하지도 못했는데 소득 정점인 50대가 됐을 때 소득의 절반을 떼어 노인을 부양할 용의가 있겠나. 이 변화를 시민들이 체감하고 패닉에 빠지기 전에 정부가 뭔가 하려면 시간이 7,8년도 안 남았다.”
-현 정치체제에서 가능할까.
“인구 문제는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적어도 10년, 바람직하게는 20~30년 가야 추세를 바꿀 수 있다. 대통령은 제왕적 권한을 마음껏 휘두르고, 의회 기능은 축소되고, 차기 정치 지도자는 온갖 소동을 벌이며 인지도를 높이고, 심지어 이 와중에 양당이 세대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갈 길이 멀다.”
-다른 저서에서 한국형 복지제도를 논할 별도 공론장을 제안했는데.
“의회에서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어려운 시스템이라면, 초당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구나 시민포럼, 나아가 복지에 관한 사회헌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파 세대 이념을 초월한 합의가 필요한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합의라는 것은 ‘종북은 안 된다’밖에 없지 않나. 그게 우리 사회의 유일한 근본가치가 될 순 없으니.”
-개인화 성향이 뚜렷해 해결이 점차 어렵지 않겠나.
“개인화의 추세를 되돌리긴 어렵다. 문제는 개인화의 과정이 각자도생의 사회로 간다는 것인데 여기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렇다면 공동체 차원의 해결, 정치의 개입이 필요하다. 누구로 하여금 개입 또는 불개입하게 할 것인지 시급하게 성찰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300명도 꼴 보기 싫은데 저걸 늘려?’하는 정서로는 어렵지 않겠나.”
-연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2010~2012년 선거에서 SNS를 매개로 한 네트워크화된 개인의 등장이 적어도 그 단초는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경제성장보다 언론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 비율이 15%로 통상 수준인 45~48%에 턱없이 못 미친다. 즉 압도적인 물질주의국가고 황금만능주의국가라는 의미다. 현재 20~30대에 집중된 탈물질주의자들이 크게 줄지만 않는다면 싹은 있다고 본다.”
-연구소의 향후 연구 계획은.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를 다루는 사회모델비교연구를 하는 한편, 통일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집중할 계획이다. 원자력 문제도 주요 관심사다. 중국이 우리 서해 바다 건너편에 가진 원전이 계획된 것 포함 200여 개다. 사고가 나면 한반도의 위험에 직결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서해 생태계 재난은 예정된 상태다. 원전 투명성 담보 방안 등이 연구돼야 한다. ”
민통선 주변 지뢰지도 만들자] 1. 위치 모르는 대인지뢰 10만발 ‘미확인 지뢰지대’ 여의도 33배 면적 1030 경기일보
▲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발견된 각종 지뢰가 군은 물론, 민간인에게까지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은 민통선 주변에서 발견된 대인지뢰.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제공 |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의 포성은 멈췄다.
하지만 6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접경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상존하고 있다. 6·25전쟁 직후 국군과 미군 등 연합군이 북의 남침에 대비해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내외에 매설한 지뢰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산재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험 폐기물’ 수준으로까지 전락한 이들 지뢰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지만, 사고 위험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본보는 사단법인 DMZ평화연합 부설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함께 민통선 내외에 산재한 지뢰 매설 장소의 지도를 제작, 이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군과 미군 등 연합군이 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인근 지역에 매설한 지뢰는 40여만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미군 등 연합군이 국내에 반입해 매설한 M14 대인지뢰는 무려 10만발에 달한다.
그러나 연합군이 매설한 10만발 지뢰의 위치 등을 기록한 지뢰매설지도가 없는 탓에 미확인된 지뢰 지대 면적만 여의도 면적(2.9㎢)의 33배인 94㎢나 되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29일 합동참모본부와 한국지뢰제거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군과 연합군은 한국전쟁 직후와 1960년대 국가안보위기상황(김신조 사건 등)이 발생함에 따라 과거 민통선이 해제된 지역(외부)과 현재 민통선 북쪽 지역(내부)에 M14 대인지뢰 등을 국군이 29만발, 연합군이 10만발을 각각 매설했다.
그러나 연합군은 지뢰 매설 정보를 작성하지 않거나 우리 군 당국에 인수인계하지 않고 철수, 현재 우리 군이 파악하지 못하는 지뢰 매설 지역은 208개소 94㎢에 이른다. 특히 정보가 없어 관리도 되지 않는 탓에 민통선 내외부의 농경지 등에서도 지뢰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또 홍수나 산사태 등에 매설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잦아지면서 일반 국민이 자주 찾는 산과 강, 바다까지 지뢰가 흘러들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민통선 내 파주 동파리 인근 풀숲에서는 살상용 대인지뢰 M2A4 2발과 경전차지뢰 M7A2 1발 등 총 9발이 발견됐으며 앞서 6일에도 인근 버섯재배 체험장에서 5발의 지뢰가 발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년 민통선 해제지역 곳곳에서는 공사 및 농지정리작업 중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는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민간인에게 발생한 지뢰폭발사고만 36건에 이르며, 이중 M14 대인지뢰 폭발사고는 22건이 발생, 피해자는 26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조중동의 대학 줄 세우기, 핵심은 1400억 홍보비1028 미디어오늘
대학-언론사 간 광고·홍보 주고받기…교육 질 평가없이 서열화만 부추겨
매년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대학 서열화를 공고히 하기만 할 뿐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원론적인 지적부터, 지역이나 재정 기반 등 일부 대학이 이미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매년 대학들은 천억원대에 이르는 홍보비를 언론사에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사 대학평가, 도대체 왜 하는걸까.
언론사 대학평가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다. 중앙일보는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대학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겨 기사화했다. 2009년부터 조선일보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를 실시해오고 있다. 동아일보도 뒤늦게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2013년부터 대학의 취업지원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청년드림 대학평가’를 신설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조·중·동의 대학평가는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조선일보의 경우 QS와 공동으로 아시아권 내의 대학 순위를 공개하고, 이 중 한국 대학의 위치를 가늠하는 평가를 진행한다. 조선일보 대학평가는 세계적 관점에서의 한국 대학의 성장세를 보려는 취지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한국 대학만의 평가다. 따라서 각 영역별 순위, 종합평가 순위 등 분야 별 대학 평가순위 공개가 평가의 중심을 이룬다.
동아일보의 대학평가는 취업 역량을 평가하고 세부 분야에서 우수 대학을 선정해 시상하는 등 우수사례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대학 간 순위 평가보다는 창업이나 산학연계 등 일자리 창출에 우수한 성과를 거둔 대학 공개에 중점을 둔다.
‘대학’이라는 상품 홍보하는 평가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들에게 여러모로 되먹임 작용을 한다.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일부 대학들은 이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이를 일부 언론사들이 보도하면서 홍보효과가 발생한다. 일부 대학들의 홍보비는 중앙일보 등 대학평가를 직접 수행하는 언론사의 지면 광고를 위한 광고비로도 쓰인다.
고부응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대학 순위를 매기는 언론사의 평가를 교육상품 평가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고 교수는 “대학은 대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는 투자상품이 된다. 이런 교육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래 고객인 예비 학생이나 그들의 학부모를 위한 대학 상품 설명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대학 순위평가”라고 평가했다.
대학 스스로도 상품으로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최근 6년간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홍보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93개 대학의 홍보비는 985억원 △2010년 198개 대학 1045억원 △2011년 197개 대학 1096억원 △2012년 195개 대학 1160억원 △2013년 194개 대학 1180억원 △2014년 213개 대학 139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대학가의 홍보비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 교수는 “언론사 대학평가 기관들은 대학 순위평가 보고서 자체를 이윤을 내는 상품으로 설정하기도 하고 대학 순위평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언론사의 광고지면 상품을 대학에 파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고 비평했다.
홍보만을 위한 평가라는 비판으로 제시되는 또다른 근거는 매년 평가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이미 재정 기반이 탄탄해 교육여건 지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종합대학이나, 평판도 조사에서 유리한 대학들을 위한 평가라는 지적이다. 매년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한국 사회에서 ‘좋은 학교’로 꼽히는 대학들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서성한중경외시’로 대표되는 공공연한 대학서열을 언론사가 한번 더 나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성대의 급부상, 그 뒤엔 삼성?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대학 서열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균관대의 급부상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의 순위는 매년 상승세다. 1996년 10위로 진입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6위, 2011년과 2012년 5위에서 2013년과 2014년은 3위, 올해에는 2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와 성균관대가 삼성과 얽힌 ‘사돈지간’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대학가의 소문의 근거가 된다. 삼성그룹은 지난 1996년부터 성균관대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 중이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누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다. 매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의 순위가 유난히 올라가는 이유를 여기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앙일보가 양심적으로 조사했다면 20년간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내세울 최고의 성과는 성대야말로 혁신의 진원지였으며 세간의 상식과 달리 현재 한국 최고의 대학임을 밝혀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은 또 있다. 공정성 논란과 더불어, 국내외로 이미 다양한 대학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대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대학평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언론사까지 왜 나서서 하냐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겠다며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기도 했다. 교육부의 평가 등급에 따라 대학들은 입학 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교육부 산하기관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한국대학평가원이라는 기관을 통해 대학기관평가인증을 2년에 한번씩 실시한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이 재정 및 경영, 교육시설, 교육, 발전계획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것이다. 이 밖에 법적 근거에 의해 대학이 스스로 평가해 대외 보고서로 발표해야 하는 ‘자체평가’도 있다.
이외에도 QS평가와 영국의 ‘타임즈 고등교육’이 내놓는 THE 세계대학평가(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미국의 ‘US 뉴스&월드리포트’의 ‘글로벌최고대학’과 중국 상하이자오퉁대가 매기는 세계 대학 순위 등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대학 평가는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 대학평가들의 지표는 모두 다르다. 평판도 지수가 아예 빠져있는 평가가 있는가하면, 각 평가 지표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수집 방법, 지표 비중 등도 다르다.
“광고·판매부수 노린 마케팅” 지적도
이 때문에 대학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대학도, 그렇지 않은 대학도 평가 자체가 불만스럽다는 입장은 매한가지다. 매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종합평가 40위 권에도 들지 못했다는 서울시내 한 대학의 홍보팀 직원은 “홍보 담당자 입장에선 대학의 대외 이미지가 걸려있어 대학 평가를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다”면서도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어차피 순위 권 내 대학들 간의 ‘그들만의 리그’다. 우리는 어차피 순위권 밖”이라고 전했다.
올해 종합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한 대학의 평가팀 관계자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평가지표도 40여개로 다양하게 구성한 점과 계열별 특성화 지표로 나눠서 평가하려 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이 모든 지표들이 대학이라면 꼭 갖춰야 하는 필수 지표라고 보기 어렵고 다 갖춰야 좋은 대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각 대학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잘 하고 있는 영역만 평가해도 충분하다. 지금과 같은 종합평가를 통한 줄세우기는 클릭수나 판매부수 등을 노린 마케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올해 우리가 종합순위 2위라지만 정작 교수나 학생들은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외부 대학평가 순위가 올라가는 것과 별개로 대학 내부의 평가되지 않는 교육환경은 개선이 되지 않는다. 대학 내외로 빈익빈부익부만 심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측은 나름대로의 평가 지표를 개선하고 올바른 대학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관계자는 “본지 평가의 지표 구성은 연구력 위주의 해외대학 평가, 교육여건 중심의 정부 평가에 비해 다채롭다”며 “독자와 대학과의 소통 속에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대학 변화의 모습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평가에선 평판도에 권역 가중을 적용해 우수한 지역대와 노력하는 지역대학이 더 많은 점수를 얻도록 반영했다. 계열별 지표도 강화해 인문 계열이나 공학계열의 크고 작음, 의대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는 현상을 차단하고자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질을 평가하고 발전을 독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언론사 대학평가에 꼬리표처럼 항상 붙어다닌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대학들이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부추기는 것이 언론사의 대학평가”라며 “1분30초짜리 리포트만 계속 만들게 하고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는 못 만들게 가로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역사학대회장 난입 보수회원들 “너희들은 괴물!” 막말1030 한겨레
고엽제전우회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이 30일 오전 역사학대회가 열린 서울대 강당에 난입해 고성과 함께 막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28개 역사학회가 국정화 철회와 제작 불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현장에도 나타나 행사 진행을 방해하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전교조가 괴물을 만들어 놨어. 너희들이 괴물이 아니고 뭐냐?”고 호통을 쳤다.
"막말로는 '헬조선'을 바꿀 수 없습니다" 1029 프레시안
야당, 막말 멈추고 국가비전 제시해야 -이관후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재보궐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것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이제 막말의 성찬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을 '화적떼'에 비유했고,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정화에 반대하면 '적화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정신질환자나 조폭에 비유해 '친박실성파', '친박칠성파'라고 불렀습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연설을 듣다보면 정신분열이 된다'고 말했고,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욕설 공세'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이 와중에 정치권의 화제는 '10.28 재보궐 선거'였습니다. 여야 모두 선거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24개 지역구 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남을 포함해 단 2곳에서 이겼습니다.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서도 승리했다는 보고를 받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내분이 격화되었습니다. 새정치가 선거에 패배해서 가장 기쁜 사람은, 어쩌면 대통령이나 김무성 대표가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주류일 것입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곧바로 문 대표 퇴진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앞으로 더 볼만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 야당에 대한 실망, 야권 지지자들의 문재인 지도부에 대한 불신, 그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투표율입니다.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은 20.1%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기초단체장을 뽑은 고성이 50.7%였고, 광역의원은 15%에 그쳤습니다. 올해 상반기 재보궐 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선거의 투표율 28.3%와 비교해 봐도 8% 이상 하락했습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80%의 국민은 이제 정치를 생각할 여유도, 생각하기도 싫다는 것입니다.
같은 날 포털의 핫토픽 키워드, "하위 50% 자산은 2% 불과"
정치권에서 재보궐 선거와 교과서 국정화로 막말을 쏟아낸 오늘(29일),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 뉴스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하위 50%가 가진 자산이 2%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자산 상위 10%가 전체의 66%를 갖고 있었습니다.
상위 1%가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의 평균 자산은 2000년 13억7000만 원에서 2007년 22억7000만 원으로 7년 만에 약 60%p 정도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계산된 자산은 공시가격이라서 시가로 바꾸면 3억 원 정도가 더 늘어납니다. 기준은 가구가 아니라 성인 1인입니다. 하위 50%가 가진 자산 비중은 2000년 2.6%, 2006년 2.2%, 2013년 1.9%로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입니다. 또한, 부의 양극화 정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잘 드러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득보다 자산이 부의 원천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56%지만, 자산에서는 66%로 약 10% 더 많습니다. 말 그대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죠. 정치인 여러분, 이제 국민들이 이번 선거에 왜 관심을 가질 수도, 참여할 의지도 없었는지 좀 이해가 되십니까?
헬조선과 금수저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뉴스가 있었습니다. 위 연구의 결과가 이미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 있었던 것이지요. '헬조선'과 '금수저'입니다. 새삼스럽지만 위키백과의 헬조선 정의를 소개하겠습니다.
"헬조선(Hell朝鮮)은 2010년에 등장한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헬(Hell: 지옥)+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이 용어에 대해, 인턴 취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역사를 잘 못 배워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 용어가 틀렸다는 지적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지옥은 나쁜 사람들만 가는데, 헬조선에서는 나쁜 사람들이 잘 산다는 것입니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대해서는 기준을 정해주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금수저는 자산 2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 원 이상, 은수저는 자산 10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1억 원 이상, 동수저는 자산 5억 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500만 원 이상, 흙수저는 자산 5000만 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000만 원 미만이랍니다.
금융과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 계층 이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세상, 아무리 '노오오오오오력'해도 세상은커녕 자기 자신 하나조차 바꿀 수 없는 세상이 여기에 있습니다.
▲웹사이트 헬조선. ⓒ헬조선
무능한 경제정당
사실 이 문제는 현재의 여당이 크게 관심을 쏟을 사안이 아닙니다. 시장 자유화를 신봉하는 정부와 여당에게 이 문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사회·정치적 이슈로 삼을 리도 없습니다. 반면 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무엇을 해 왔는지, 또 올해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 대표는 항변할 수 있습니다.
"임기 초반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했는데, 당이 따라주지 않았다."
답하겠습니다. '유능한 경제정당'은 저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에 나가서 장삼이사를 붙잡고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가 뭐냐고 물어봐도 저 답은 나옵니다. "경제가 좋아져서 먹고 사는 걱정 안했으면 좋겠어요.". "학비 걱정 안하고 학교 다니고 싶어요."
유능한 경제정당은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때 되는 것입니다. 유능한 경제정당의 전략으로 새정치는 '소득주도성장'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급조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소득보다는 자산 중심의 불평등이 심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과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이 해법이 정답인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의 내용으로 올해 천명한, 최저임금 현실화와 비정규직 임금 체계 개선에서 야당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여느 해와 다르지 않았고, 쉬운해고를 골자로 한 소위 박근혜식 '노동개혁'에 야당은 철저하게 무기력했습니다.
애초에 천명한 전략도 문제였지만, 그 전략을 달성하지도 못한 것입니다. 이 무능한 경제정당의 체면을 그나마 살린 것이 있다면 '을지로 위원회'였습니다.
단 한 사람도 재선될 자격이 없습니다
반대와 욕설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지금 대통령은 인격적으로 나쁜 대통령이 아닙니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 정치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잘못입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본인의 말을 바꾸는 원칙없는 정치인입니다. 새누리당은 나쁜 정당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무책임한 정당입니다.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에 무능하고,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에 꼼짝 못하고 당론을 무시하는 대표입니다. 막말하지 않고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판도 그만하면 됐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드러난 것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운영 수준이 대단히 유치하다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보아도 한심한 대책없는 정부와 여당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고 '정신분열', '실성당'이라는 막말이나 하는 야당은 '우리도 같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눈을 떠서 보십시오. 세상은 지옥입니다. 가난한 노인들은 자살하고, 부부들은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고, 직장인들은 과로로 쓰러져갑니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아직 아무 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들의 책임입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서 하위 20% 골라내겠다고 하자, 현역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법안에 79명이 서명하는 정당입니다. 이 헬조선에서 당신들이 가장 나쁜 사람들입니다. 단 한 사람도 재선될 자격이 없습니다.
야당이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때입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야권에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나봅니다. 실제로 그런 정황이 보입니다. 야당은 다시 공천을 둘러 싼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교과서 국정화는 정국 변화의 계기이지 그 자체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것입니다. 야당이 할 일은 당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고, 싸우되 현명하게, 민생을 놓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당장 보육예산 축소로 어린이집들이 휴원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총선은 큰 선거입니다. 교과서 국정화를 단일 이슈로 야당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세상은 다변화 되었고, 유권자들은 이슈마다 분화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진보·보수, 집토끼·산토끼 논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한심한 일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대안이 어렵다면, 적어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문제점들이 무엇인가라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1980년대식 노선 투쟁일랑 이제 그만 합니다. 선거의 핵심은 신뢰에 있습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약속한 것을 실행하는 것은 능력을 보여주십시오. 능력에 대한 신뢰야말로 노선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지금으로 봐선 내년 총선은 절망적입니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싸움을 하는 것을 보니, 야당이 지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헬조선은 지속될 것입니다. 모두 당신들 책임입니다.
10·28 재보궐선거] PK 새누리 텃밭 재확인…여세 몰아 총선 싹쓸이 노린다 1029 부산
10·28 부산·경남(PK) 재·보선은 결국 새누리당 승리로 끝났다.새누리당이 28일 경남 고성군수 등 전국 24곳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완승을 거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 정국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로 여권의 국정화 드라이브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강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재·보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새누리당이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새누리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광역 및 기초의원)들이 선거법 위반 등으로 현직을 잃어 재·보선 사유가 발생했다. 새누리당이 PK 재·보선의 원인 제공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새누리당 후보들은 전과 경력을 가졌거나 자질 미달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PK지역이 새누리당 텃밭만 아니었다면 당연히 야당의 승리로 귀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PK지역의 '새누리당 벽'은 여전히 높았다. PK지역의 새누리당 지지도는 새정치민주연합 보다 2배 이상 앞선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실시한 조사에서 PK지역의 새누리당 지지도는 55%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22%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PK 지지도는 전국 평균(39%) 보다 월등히 높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평균(24%)과 엇비슷하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지도 못했다. 정당 지지도가 떨어져도 출마 후보의 역량이 뛰어나면 지지도 격차를 메울 수 있었다.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강경 대응이 PK지역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는 국정화 찬성(36%)보다 반대(47%)가 더 높았다. 그러나 PK에서는 정반대로 찬성(45%)이 반대(36%)보다 우위에 섰다.
■내년 PK 총선엔 어떤 영향?
전문가들 사이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선거 규모가 적어 PK 민심을 정확히 읽기 힘들다는 지적과 밑바닥 정서를 파악하는데 좋은 '풍향계'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렇지만 역대 대부분의 선거에서 나타난 PK 민심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 결과가 여야 정치권의 PK 총선 전략 수립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계산된 이념전쟁, 민주세력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10.25 미디어오늘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자리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2일 있었던 청와대 5인 회동을 마치고 밝힌 소회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장애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문 대표만 당한 것도 아니다. 김한길 전 대표도 박 대통령 임기 첫해에 있었던 3자회담에 참석해 국정원 댓글사건을 거론했다가 되레 겁박을 당했다. 박근혜는 국정원 댓글과 관련해 “전 정권에서 이루어졌던 일”, “나는 모르는 일” 등 무책임하고 뻔뻔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 됐다는 것”이냐며 으르댔다. 야당에 대한 박근혜의 태도가 이러할 진 데, 청와대 여의도 지부로 통칭되는 여당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했다가 원내대표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내려왔고, 당 대표는 입을 닫았다. 박근혜에게 소통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청와대 5인 회동이 있던 날, 리얼미터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반대(52%)가 찬성(41%)보다 11%포인트나 높게 나왔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이 1주일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론의 추이에 귀 기울일 박근혜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근혜는 5인 회동에서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 역사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어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화 불가피론을 역설했다. 유사한 내용을 이미 많이 접한 터라 새롭게 들리지는 않는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산악회 발대식에서 김무성 대표가 언급했던 ‘국사학자 90% 이상 좌파’ 발언과도 궤를 같이 한다.
여기서 박근혜가 말한 ‘좌편향’의 기준과 ‘80%’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일방적인 주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학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들에 대해 ‘특정인맥’, ‘돌려막기’ 따위의 표현을 대통령이 사용한 것은 국민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박근혜의 평소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이러하니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부화뇌동하는 정부와 여당은 오죽할까. 막말과 저주의 언어폭력이 횡행하고, 근거도 없고 앞뒤가 상충되는 자가당착의 언어들이 춤을 추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충격적인 현수막, “현행 검정교과서가 유관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교과부의 얼토당토않은 동영상 등으로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권부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른바 정치교수들도 막말 대열에 동참했다. 현행 국사 교과서를 독극물에 비유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민간 교과서 필진 가운데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4분의 3”이라면서 국사학계를 ‘진화 안 된 갈라파고스’로 깎아내렸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를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부정하는 역사관’으로 규정했다.
극우단체들도 거리로 나왔다. 22일 고엽제 전우회와 애국단체총연합회는 “한국사는 전교조와 진보 좌파 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등 목표를 겨냥한 플래카드가 서울역 광장에 내걸렸다.
김무성 대표의 말대로 역사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역사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말은 돌고 돌아 화살로 돌아온다. ‘국사학자 90% 이상이 좌파’라는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의 막말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를 감염시켰는지, 아니면 초록동색의 이념적 편향이 우연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의 논리적 종착지는 어디인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좌경화된 국사학자가 만든 빨간 국사책, 그 발행을 허가해준 박근혜 정부는 종북 좌파정권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심지어는 국정화 찬성에 몰입된 나머지 “북한이 국정교과서를 쓰고 있으니 우리도 써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버린 염동렬 새누리당 의원은 누리꾼들에게 종북 좌파 정치인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누워서 침 뱉기와 자가당착의 말들이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역사전쟁과 함께, 2015년 대한민국은 43년 전 그의 아버지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비상계엄과 긴급조치를 동반한 1972년 10월 유신의 기반이 ‘군부독재’라면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역사전쟁은 독단과 일방주의로 밀어붙이는 ‘민간독재’가 그 기반이다. 유신 몇 달 전에 있었던 7.4남북공동성명의 깜짝 쇼가 몇 달 후에 있을 10월 유신을 예고한 것이라면, 2015년 지뢰폭발로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반전된 8.25 남북합의는 오늘의 역사전쟁을 예고한 신호탄이다.
10월 유신으로 졸지에 군부독재가 제조해 낸 사이비 민주주의를 배워야 했던 당시 학생들은 이제 세상을 관조하는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2세들이 또 다시 민간독재가 조작해낸 거짓 역사를 접해야 하는 이 악순환이 우연으로만 생각되지 않는다.
역사전쟁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이 2017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세간의 풍문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오늘의 역사전쟁이 가깝게는 내년에 있을 총선을 겨냥하고 있음은 분명하며 멀게는 2017년 대선과 더 나아가 영속적 권력의 유지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떤 전쟁이든 전쟁의 고통을 떠안아야 할 당사자는 국민이다. 국민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독재 권력에 맞서 국민은 저항해야 한다. 국민이 이를 심판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독재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이를 위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모든 세력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등장하는 포르투갈 레지스탕스 아마데우 프라두의 경구가 머리를 스친다.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다”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TF팀 운영 드러나 1025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25일 보도…BH 일일보고 정황, 비공식 기획 기사 작성·언론기고자와 시사 프로그램 패널 섭외는 여론조작 의심돼
뉴스타파는 25일 저녁 기사 <정부, 국정화 TF팀 비밀 운영… “청와대에 일일보고”>를 통해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비밀리에 만들어 외부에서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25일 밤 서울 혜화동 한국방송통신대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이하 회관)에 교육부의 교과서 국정화 TF팀이 상주해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방문해 실제 이 TF팀이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취재에는 ‘T/F 구성운영 계획(안)’을 제보 받아, 뉴스타파 측에 제보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김태년·유기홍·유은혜·정진후(정의당) 의원 등과 보좌관 20여명이 동행했다.
TF 구성운영계획안. 정진후 의원실 제공
정진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제보를 받고 8시에 이곳을 방문했다. 작업팀의 일부는 식사를 하러 가서 없다는 제보를 받았고, 21명에 포함되지 않은 김관복 실장을 비롯해 3~4명이 여기 있다고 해서 왔다. 현관문이 잠겨있어서 경비가 나와서 막더라.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러왔다’ 라고 했더니 그 즉시 안에서 불을 꺼버리더라. 옆에서 기자들이 본 바로는 쪽문으로 컴퓨터와 서류를 옮겼다고 하더라. 21시 10분쯤 경찰 100여명이 출동해서 왜 왔냐고 물었더니, 신고를 받고 왔다고 했다. 그때부터 계속 경찰이 문을 막고 있고 지금(22시 30분경)도 막고 있다. 대치중이라기보다는 그냥 경찰이 문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안에 사람이 있으면 일단 나와서 얘기나 해보자, 제보 내용이 맞나. 없으면 없다라고 얘기하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25일 22시경 서울 혜화동 한국방송통신대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회관을 출입통제하고 있는 경찰들. 사진제공=정진후 의원실
이 문건에는 표시된 각 팀의 담당 업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밀 TF팀 내 상황관리팀의 담당 업무로 기재돼 있는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라는 내용이다. BH, 즉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일일 점검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도종환 의원이 입수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공개한 ‘T/F 구성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교육부 비밀 TF팀은 오석환 전 교육부 학생지원국장(현 충북대 사무국장)을 단장으로 모두 3개팀, 21명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홍보팀은 언론 동향 파악 업무와는 별도로 국정화 추진과 관련된 언론의 기획 기사 작성과 언론 기고자와 시사방송 프로그램 패널 섭외 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해 비공식적인 여론 조작 활동까지 벌여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라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도종환 의원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운영 계획(안)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배후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력 교육부 대변인실 담당관은 25일 23시 20분경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이 얘기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그정도까지의 상황까지 거기서 준비한 것은 아니고, 단지 집필을 위한 업무를 준비중이었고. 지금은 상황파악 단계라 정확한 입장은 이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청와대를 뭘로 보고 그러세요" 1023 미디어오늘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한 자리에 모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논의했지만 평행선만 그린 채 끝났다. 반면 여론은 점차 국정교과서 반대 쪽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작 박 대통령은 정치적 논란으로 치부하며 반대 의견은 듣지 않는 ‘깜깜이’식 소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다음은 23일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머리 기사다.
경향신문 <꽉 막힌 대통령 ‘국정화 강행’만 재확인>
국민일보 <‘국정 교과서’ 담판 빈손으로 끝났다>
동아일보 <50代 직원 시간제 전환땐 지원금>
서울신문 <국정교과서에 묻힌 ‘민생’>
세계일보 <朴대통령 “패배주의 역사 가르쳐서 되겠는가”>
조선일보 <서로 ‘절벽 같았다’는 108분 만남>
중앙일보 <KF-X 핵심기술 4개 중 3개는 개발했다>
한겨레 <교과서 논란 불붙인 박대통령 “정치문제 변질” 남탓
한국일보 <‘국정화’ 대립…이견만 확인한 108분>
박 대통령, 이념전쟁 부추겨놓고 ‘야당 탓’하나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노동개혁 관련 법안 등에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박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가 마주앉은 것은 7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회동은 서로가 ‘소통절벽’을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정작 역사교과서 문제가 거론되자 여야와 대통령은 시종일관 단호하고 냉랭하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역사교과서 논의 진행 과정 중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자신의 발언순서가 오자 "당 대변인이 배석하지 못했으니 휴대전화로 녹음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그런거 하시면 안 됩니다. 청와대를 뭘로 보고 그러세요"라며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번 회동이 각자의 지지층 결집의 효과만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올 정도다. 내년 총선 공천 룰 문제 등을 놓고 한동안 분열됐던 당청 관계가 야당 지도부 앞에서 봉합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회동으로 당청 관계가 튼튼해졌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일부 언론은 이번 5자회동이 날선 정쟁으로 끝났다고 평가하며 교과서 논란이 경제 등 민생 법안 논의까지 모두 경색시켰다는 점을 크게 부각했다. 또한 7개월 만의 소통이 좌절로 끝나고, 정치 불신만 키워놓은 데에는 야당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야당 측은 박 대통령의 발언마다 반론을 펴면서 인식의 차이만 벌려놓았다”며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민생과 경제를 비롯해 그보다 훨씬 중요한 국정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동 뒤 문대표는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는 험한 표현까지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역시 “대통령은 교과서 갈등이 정치 문제로 변질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며 “야당 측이 국정교과서가 친일(親日)·독재(獨裁) 미화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하자 김무성 대표가 화를 내는 상황까지 있었다”고 사설에서 평가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정쟁식 소통에 더 큰 책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추진은 여야와 대통령 간 찬반 토론 정도로 바라봐서는 안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바라보듯 찬반 토론 수준을 넘어서, 국민들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고, 서울대 교수들 마저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정화 고시 발표 직후 찬반이 팽팽하던 여론은 이미 확연한 반대 흐름으로 돌아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정화 반대가 52.7%로 나타났다. 찬성 여론은 반면 41.7%에 그쳤다. 지난 13일 조사에서 찬성 47.6%, 반대 44.7%로 찬성 여론이 미세하게 앞섰던 것과 대비되는 조사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역사학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국정화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며 “전문가 집단에서 1대9 정도로 일방적으로 찬성론이 밀리니 정부·여당으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한겨레 4면 기사 갈무리.
이런 여론의 흐름과는 달리 박 대통령이 교육의 문제를 정쟁으로 둔갑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5자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며 야당의 정치 공방을 문제삼고 있지만 정작 국정교과서 논란을 정쟁으로 키운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킨 이는 대통령 자신”이라며 “정착돼가던 검정교과서 체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며 평지풍파를 일으켜놓고는 제3자인 양 안타까워하다니,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이번 5자 회동을 청와대가 단순 자화자찬의 기회로만 삼고 있다는 날선 지적도 나왔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등과의 만남을 ‘소통과 협의’가 아니라 ‘자화자찬’과 ‘일장훈시’의 기회로 여기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박 대통령이 일방적인 요구 사항만 늘어놓은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정운영의 물꼬를 트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면초가 국정교과서] 뉴라이트, 간판 바꿔달며 ‘역사 비틀기’…변방서 보수 주류로 1025 경향
보수우파들의 역사교과서 바꾸기와 덧칠 작업은 10여년 전부터 3단계를 거쳐 치밀하게 진행돼왔다. 교과서포럼은 2008년 친일·독재 미화 문제로 주목받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발간했고, 한국현대사학회 핵심 인사들은 2013년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배포·선전을 주도했다. 현재 국정화 문제는 교과서 문제와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자유경제원이 앞장서고 있다.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가 잇따라 여론의 몰매를 맞고 실패로 돌아가자, 주도 인물과 주장하는 내용은 비슷한데도 그때그때 새로운 간판을 내걸고 ‘신장개업’ 포장을 하는 ‘떴다방’식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방의 소수였던 뉴라이트 목소리는 그사이 두 번의 보수정부를 거치며 공직에 중용되는 보수의 주류로 확장되고 있다.
2008년 5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과서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8·15 경축사에서 ‘과거사 청산’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국회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역사교과서 문제는 위기감을 느낀 보수우파와 뉴라이트 세력의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2005년 1월 편향된 역사인식을 바로잡고 대안교재를 낸다는 목표로 교과서포럼이 창립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방송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상업공창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하고, 2006년 대안교과서 최초 시안에서 ‘5·16’이 ‘혁명’으로 격상되고 ‘4·19’는 ‘학생운동’으로 격하된 역사왜곡 파문이 이어지며 교과서포럼은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발간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2011년 5월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이명희(공주대) 교수가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교과서전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과서가 채택률 0%대로 참패한 뒤 학회는 공개 활동이 거의 없어진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회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쓴 이명희(오른쪽)·권희영 교수가 2013년 9월 교과서 수정·보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한 2015년 현재 전면에 나서고 있는 보수단체는 자유경제원이다.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기금을 받아 출범한 자유경제원은 홈페이지에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 불신, 미신과 맞서는 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문제에서만은 시장경제와 정반대되는 국정화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 열린 경제교과서 분석 토론회를 필두로, 지난달 말부터는 현행 교과서 편향성 토론회를, 지난 12일부터는 7차례의 ‘국사교과서 실패 연속 세미나’를 열어가고 있다. 이 단체의 전희경 사무총장은 1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 자격으로 연단에 섰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자유경제원에서 ‘역사학자에게만 역사를 맡길 수 없는 이유’라는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주력 인사들은 비슷하다. 교과서포럼 운영위원이던 이명희 교수는 현대사학회 회장을 맡고 자유경제원의 국정화 지지 토론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과서포럼 공동대표이자 대안교과서 필진인 이영훈 교수도 현대사학회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자유경제원 토론에 자주 얼굴을 내민다.
현재의 교과서에 대한 공격·비난 지점도 비슷하다. 이들은 친일잔재 청산이 미흡하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함께 기술한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를 충실히 싣지 않고,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로 간주하는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한다. 독립운동 서술이 너무 많으니 줄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으로 격상시켜 더 호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학계에서는 3단계를 거쳐 이들의 주장이 중앙무대로 등장했지만, 논의의 질은 훨씬 하락했다고 평가한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비판을 하려면 학문적·논리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점점 논리가 빈약해지고 있다”며 “특히 국정화 추진세력은 교과서 편향 얘기를 하면서 ‘감’과 ‘느낌’을 얘기하고 편향의 근거조차 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학자 154명 “국정교과서, 일본과의 역사 분쟁서 한국 기반 약화시킬 것”1025경향
해외에서 한국학 관련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와 강사 154명이 24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사진), 예일대 존 트릿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도널드 베이커 교수 등 15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역사는 전문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역사에 단일한 해석을 적용해서 올바른 역사를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들은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국정화 계획은 지난 몇 년간 자유로운 발언의 기회와 학문공동체의 자유를 억압해 온 정부 정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며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역사는 특정 소수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경험을 포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과거는 결코 돌이킬 수 없지만 역사서술은 새로운 질문들이 제기되면서 계속 변화해간다”며 “한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학생들에게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은 과거의 역사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배울 수 있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궁극적으로 소신있는 한국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정부의 국정교과서 계획은 민주국가로서 인정받은 한국의 국제적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역사 수정주의를 둘러싼 지역 내부의 분쟁에서 한국의 도덕적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또 “한국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전유하는 것을 그만두고 다양한 견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 역사교육의 탈정치화에 힘써주기를 촉구한다”며 “한국 정부가 학문공동체의 자유를 존중하고 국내외의 한국학 교수들의 지식생산과 보급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 자산 1.7% 놓고 국민 절반 경쟁…심각해진 ‘부의 쏠림’ 1029 한겨레
‘억울했던 빨갱이’ 박정희의 비명을 기억하라 한겨레 1023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해 제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정희 대통령이 딸 박근혜와 함께 1978년 12월27일 장충문화체육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몰아붙이는 걸까.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
아이들 동요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하는 노래가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정말 원 없이 나와 봤다. <티브이조선> 등 종편에서는 15분도 넘는 특집 프로를 여러 번 만들어 보냈으니 이걸 광고비로 환산하면 아마 수십억은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현실은 꼭 동요 같지 않아서 정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를 새로운 애창곡으로 삼아 매일매일을 신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던 일(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계속하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비단 역사 교과서 국정화뿐만 아니라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때문에라도 더 꿋꿋하게 하던 이야기, 그리고 하려던 이야기 계속해 나가야 한다.
박정희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다
‘수구언론’들이 1년여 전의 강연에서 문제 삼은 곳은 두 부분이었다. 하나는 저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이승만을 속옷바람으로 도망친 세월호 선장 이준석과 비교한 것이고, 또 하나는 여순반란사건 직후 숙군 과정에서 남로당 프락치로 검거된 박정희를 그때 김창룡이 살려주지 않고 죽여버렸더라면 대통령 두 자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한 대목이다. 참으로 희한한 일은 ‘김창룡이 죽였으면 어떻게 됐을까’란 가정을 수구언론이 ‘김창룡이 죽였어야 했다’로 보도한 대목이다. 저들은 인터넷에 떠 있는 동영상을 확인도 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보도해버렸다. 이후 수많은 언론이 따라쟁이가 되어 똑같은 왜곡을 일삼았는데, 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기자 몇이 확인전화 한 것 외에 수구언론에서 단 한명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에 정말 놀랐다.
한국 현대사가 워낙 파란만장하다 보니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대역죄나 내란죄로 기소되어 사형을 선고받거나 구형받은 사람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세명이다. 김대중과 관련해서는 수구사이트에 “전땅크(전두환)가 다 잘했는데 딱 하나 잘못한 것이 김대중을 죽이지 않은 것”이라는 식의 언급이 넘쳐난다. 과연 고종이 이승만을, 전두환이 김대중을 그때 죽였더라면 한국 현대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도 이런 난리가 났을까? 김창룡이 박정희를 죽여버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물음은 조갑제가 <월간조선> 1989년 12월호에서도 꺼낸 바 있는 이야기인데, 이번에 내가 다시 꺼냈더니 난리가 났다. 1989년에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때이지만, 지금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최고 존엄’을 건드리는 불경죄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이어 ‘최고 존엄’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으니 정말 북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티브이조선> 등 수구언론 덕분에 박정희가 빨갱이짓 하다가 죽을 뻔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현대사 대중화에서 뜻밖의 성과였다. ‘빨갱이 감별사’ 고영주까지 나서서 박정희가 나중에 전향했지만 공산주의자였다고 친절하게 확인해주기도 했다. 매스컴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한 계기는 지난번 대통령 선거였다. 박정희가 친일파였고, 그의 일본 이름이 다카기 마사오였다는 사실을 지난 십수년간 몇몇 연구가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왔어도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대통령 선거 토론회를 통해 하루아침에 전 국민에게 다 알려졌다. 박정희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한겨레21>에 정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기회주의 청년 박정희!” 431호, 2002년 10월23일치, “2005년의 박정희, 박정희의 2005년” 546호, 2005년 2월25일치) 대학에서 강의하다 보면 노무현 정권 때 초등학생으로 세상사를 처음 기억하기 시작한 지금 신입생들에게 박정희는 내 어릴 적 고종 황제나 조선 총독만큼이나 거리가 있는 존재라는 점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역사가 끊임없이 다시 쓰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꼭 새로운 해석을 요구해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들의 기억과 그들의 요구에 맞는 새로 포장한 옛날이야기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정희의 좌익 경력과 죽다 살아난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놓은 글들이 여기저기 많으므로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의 사랑을 담뿍 받고 보니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비판을 제일 많이 했다고 자부하던 내가 박정희와 동병상련의 슬픔과 분노를 함께하게 된다. 빨갱이로 몰려본 사람은 다 공감하겠지만, 빨갱이로 몰려본 적이 없는 따님은 모르는 아버지 이야기를 지금 해볼까 한다.
거세된 환관, 새로운 기회
박정희의 육사 동기로 육군본부 정보국 특무과장을 지낸 김안일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숙군수사를 주도하면서 박정희를 직접 조사했고, 박정희를 살려주는 데에서도 김창룡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이다. 김창룡과 그는 수사관들이 공산주의 혐의자를 잡으러 갈 때 박정희를 앞세우고 가면 박정희가 동료를 팔아먹었다는 것이 공산주의자들 사이에 소문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박정희는 다시는 공산주의자들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상급자들을 설득했다. 김안일은 “자기 조직을 털어놓은 공산주의자는 거세된 환관과 같아 풀어주어도 안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군사법정에서 사형 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내란사범이자 헌법파괴자였다. 여순반란사건 관련자들이 수십명씩 무더기로 총살당하던 시절이니, 남로당이 대한민국 군부에 침투시킨 최고위 프락치로 지목받은 박정희 급이었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백선엽이 회고록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박정희는 “숙군 과정에서 중형이 선고된 군인 중 구명된 유일한 케이스”였다. 사실 무기징역 형량 자체가 이미 살려주기로 한 방침이 정해지고 난 뒤에 나온 판결이었다. 군법회의의 판결은 ‘관할관(고등군법회의의 경우 육군참모총장) 확인’ 과정에서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을 면제해줄 수 있었다. 단심제인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과 파면, 급료 몰수” 형을 받은 박정희는 심사장관과 관할관의 확인 과정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되고 다시 그 형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은 ‘거세된 환관’ 신세였던 박정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육군본부 정보국에서 민간인 문관으로 있던 박정희가 전쟁이 터지자 장교로 복직된 것이다. 운명은 참 묘한 것이어서 뒤에 진짜로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도 징계를 받고 군을 떠났다가 복직된 바 있다. 김재규는 부대에서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 부하들을 연행하려는 미군 헌병에게 일본도를 빼들고 저지하다가 건군 이후 최초로 ‘명예 면관’되었다. 일부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박정희의 복직은 ‘좌익 악령’을 공식적으로 떨쳐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박정희가 4월 혁명 뒤 군을 쇄신할 적임자로 참모총장 물망에 오르자 얘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육군참모차장 김형일은 과거 박정희를 살려주는 데 일조했지만, 이제 참모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자가 되었다. 김형일은 유엔군사령관 매그루더가 박정희의 인물됨에 대해 물었을 때 ‘레프트’, 즉 박정희가 좌익이었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김종필에 따르면 매그루더는 한국 정부에 박정희를 예편시키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박정희는 이 때문에 참모총장으로 발탁되기는커녕 한직인 2군 부사령관으로 밀려났다.
최근 <중앙일보>에 회고록을 연재하고 있는 김종필은 5·16 군사반란 당시 혁명공약의 제1조에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는다는 말을 집어넣은 이유가 바로 박정희의 좌익전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회고록에서 김종필은 박정희의 좌익전력은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지만 자신의 좌익전력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서 김종필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는 극우논객 이동복은 지난 8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5·16 직후 김종필은 “혁명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됩니까”라는 어느 외신기자의 질문에 “혁명정부의 경제정책은 사회주의로 나갑니다”라고 “내 귀를 믿을 수 없는 얘길 하더라”고 말했다. 미국도, 군사반란의 동지들도 김종필의 이런 성향을 의심했다. 박정희야 좌익 시절의 동지를 팔아먹었다는 것을 그 바닥에서는 다 알고 있어 다시 좌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지만, ‘군사정부 내에서의 공산주의자 영향력에 관한 테제’라는 유명한 문건을 보면 김종필은 ‘슬리퍼’(sleeper), 즉 잠복해 있는 공산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김종필이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나 꽤 오랜 기간 ‘자의 반 타의 반’ 외국을 떠돌아야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1963년 대통령 선거는 가장 치열하다 못해 극도로 험악한 양상을 보였다. 그해 10월, 서울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벽에 붙은 대선 포스터를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한국을 지켜준 이유는 분단국가 한국이 사회주의 진영과의 냉전에서 진열장에 내놓은 대표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에서 군사반란의 주역들이 군복을 입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진열장에 군복 입은 지도자를 내놓을 수는 없었다. 미국은 박정희 개인은 받아들였지만 군복을 벗을 것을 요구했다. 1963년 10월의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강력한 민정이양 요구 때문에 치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6 군사반란 뒤 2년여의 기간 동안 군정의 부패와 무능으로 생활고가 심해져 군사정권의 인기는 높지 않았다. 박정희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문제는 야당의 분열이었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이 냉정하게 평가한 것처럼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야당을 분열시키고 있었다. 야당이 분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여당은 선수를 치며 앞서나갔다. 군정세력은 물량공세를 펴며 치고 나가는데 갈기갈기 찢어진 야당 후보가 난립하자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유세장에 사람도 모이지 않아 ‘과잉냉담’이란 소리를 듣던 1963년의 대선을 순식간에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치열하다 못해 ‘극도로 험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사상논쟁이었다.
증거를 찾는 자와 숨기는 자
사상논쟁은 15년 전 여순사건이 시작된 여수에서 불붙기 시작했다. 민정당 윤보선의 찬조연사인 야당의 중진 윤제술은 9월22일 “이곳은 여순반란사건이란 핏자국이 묻은 곳이다. 그 사건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죽었느냐 살았느냐, 살았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여러분은 아는가 모르는가. 여러분이 모른다면 저 종고산(鍾鼓山)은 알 것이다”라며 알 듯 모를 듯한 소리로 여순반란사건을 거론했다. 박정희의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고, 젊은 기자들이 15년 전의 여순사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다음날 ‘종고산’이란 말이 나온 조간신문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반격은 아니었겠지만, 민주공화당 박정희는 박정희대로 윤보선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9월23일 아침 7시10분 박정희는 라디오 정견발표에서 이번 선거는 “사상과 사상을 달리하는 세대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대간 대결의 의미를 “민족적 이념을 망각한 가식의 자유민주주의 사상과 강력한 민족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사상과의 대결”이라고 설명했다. 흥미있는 점은 박정희가 지금은 만주군 장교 경력에다가 그 후 집권 과정에서 일본제국 또는 만주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답습한 것 때문에 친일파로 비판받지만, 그 당시는 보수 야당 한국민주당(한민당) 출신인 윤보선을 외세의존적 사대주의로 몰아붙였다는 점이다. 윤보선은 이에 맞서 박정희의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보았다. 지금의 이념대결과 비교한다면 여당과 야당 간에 공격의 무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윤보선은 잠깐이지만 그래도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을 지냈고, 일제 말기에 뚜렷한 독립운동은 못했다 해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일제에 일체의 협력을 거부한 채 지조를 지킨 몇 안 되는 민족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만주군 출신 박정희에게 “민족적 이념을 망각한 가식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지닌 자로 낙인찍혔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윤보선은 박정희가 자신을 사상적으로 몰아대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면서 “서구식 결투라도 신청, 박정희씨는 총 잘 쓰는 군인이지만 나는 맨주먹으로라도 맞붙어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앙했다. 윤보선은 박정희의 정견발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순반란사건 관련자가 정부에 있는 듯하다”는 중대발언을 하여 선거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윤보선은 자신이 “그렇다고 박정희 의장을 보고 공산주의자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누가 민주주의 신봉자이며 누가 민주주의 신봉자가 아니냐는 것, 누가 공산당이며 누가 공산당이 아닌가는 각자의 경력을 캐보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박정희의 저서 <국가와 혁명과 나>에서 박정희가 “히틀러를 쓸 만한 사람”(!)이라고 추어올린 것을 지적하면서 “그분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인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정희가 여순반란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사실은 ‘풍문’으로야 널리 퍼져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풍문일 뿐이었다. 그런데 윤제술의 발언에 이어 윤보선이 여순사건 관련자가 정부에 있다고 하자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긴급 소집되었다. 최고회의 공보실장 이후락은 “이 문제는 선거운동에 관한 이야기보다 국가안보에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은 윤보선이 매카시즘의 악랄한 수법을 쓴다고 비난하면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집권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야당은 오히려 풍문이 사실임을 확신하고서 증거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권력을 쥔 군사정권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최고지도자를 빨갱이로 몬다고 역공을 취하면 야당도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는 문제였다. 윤보선은 자신의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준하에게 도서관이나 신문사를 뒤져서 박정희가 처벌받았다는 자료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김준하가 시립도서관과 국립도서관 등을 뒤져보니 놀랍게도 1949년 2월 서울 군법회의의 언도 내용을 보도한 지면은 모두 찾아볼 수 없었다. 군사정권 쪽에서 미리 손을 쓴 것이 분명했다. 야당 쪽은 예비역 장성들을 통해서도 정보를 수집하려 노력했으나, “예비역 고위 장성들에 대해 일종의 함구령이 내려진 것 같다”는 분위기만 감지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준하는 이에 신문사 조사부에는 원본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각 신문사를 뒤진 결과, 경향신문사와 서울신문사에서 박정희가 여순사건과 관련하여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기사를 확보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쥔 야당 쪽은 이 사실을 극비에 부친 채, 박정희가 방어할 틈을 갖지 못하도록 선거 막바지에 터트리기로 했다.
<동아일보> 1963년 10월9일치 호외. 박정희의 사상을 문제삼는 윤보선의 발언과 이에 대한 박정희의 반박을 실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동아일보>가 200만부 찍은 호외
야당은 무려 6개로 분열되어 있었지만, 사상논쟁으로 판이 달아오르자 9월25일 공동으로 시국강연회를 열었다. 6개 야당의 대표선수가 총출동한 이 연설회에서 1927년 엠엘(ML)당(제3차 조선공산당)의 책임비서였던 자유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김준연은 <타임>지를 들고나와 박정희가 과거 “공인된 공산주의자”로 여순반란사건 당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한국전쟁 중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김준연은 자신의 이력에 “엠엘당 관련 7년 징역”이라고 당당히 쓴다면서 박정희도 “나는 여순반란사건에 관련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철저히 태도를 고쳤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강연회에서는 박정희의 여순반란사건 관련 여부와 아울러 1963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상논쟁에서 또 다른 축을 이룬 황태성 ‘간첩’사건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도 했다.(황태성 ‘간첩’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쓰도록 하겠다.)
“사상논쟁의 백병전”이 벌어지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한 선거판은 10월2일 국민의당 후보 허정의 사퇴에 이어, 10월7일에는 자유민주당 후보 송요찬의 사퇴로 사실상 윤보선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면서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정희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필살의 무기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야당은 정책대결은 미뤄두고 사상논쟁에만 매달렸다. 사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인력과 자금과 자료와 경험에서 야당이 집권세력보다 좋은 정책을 제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박정희는 “후진국의 정상 지도자 회담 제의와 일관된 중농정책, 실업자 구제를 위한 제2차 5개년 경제계획, 신원조사제도의 폐지, 대미 구걸외교의 지양, 초야 인재 등용” 등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며 선거 종반전에 “지식층과 학생, 농민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간 반면, 윤보선은 후보 단일화의 상승세를 정책대결로 발전시키는 대신 사상공세를 강화했다.
박정희가 과거의 사상 전력을 공격당하며 궁지에 몰렸던 1963년 대선 당시의 후보 신문광고. <한겨레> 자료사진
개인으로야 윤보선이 더없는 부자였지만, 대통령 선거자금으로는 야당은 집권세력에 비해 형편없는 열세에 놓여 있다. 어렵게 신문광고를 내어도 정책을 제시하는 대신 5대 대통령 선거에서 ‘5복’을 갖춘 기호 5번 윤보선을 찍으면 국민들도 5복이 찾아들 것이라는 한심한 5복 타령만 할 뿐이었다. 경제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가서 원조 많이 얻어오면 걱정 없다는 게 정책 아닌 정책이었다. 윤보선의 안국동 자택은 그야말로 대궐 같은 집이었다. 명문 양반 귀족 출신의 윤보선은 기득권 세력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반면 늘 입에 “나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를 달고 살았던 박정희는 당시로서는 서민의 대변자처럼 보였다. 60대의 윤보선과 40대의 박정희, 기득권과 신진세력, 외세의존과 민족자주(한일회담 추진 이전 박정희의 이미지는 실제로 그랬다), 사상논쟁에서 필살의 무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 야당은 이런 구도를 깰 돌파구를 찾을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투표를 이틀 앞둔 10월13일 일요일, 윤보선 진영은 박정희가 ‘여순반란사건과 관련하여 1949년 2월13일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요지의 1949년 2월17일치 <경향신문> 기사와 <서울신문> 기사를 증거물로 공개했다. 야당은 이 신문기사와 별도로 남로당 내에서 박정희가 맡은 임무, 조사 과정, 박정희 재판 당시의 군 수뇌부 명단, 박정희 재판의 법관 구성, 관련 피고인과 형량, 재판 장소, 법정에 선 박정희 피고인의 특징, 박정희의 복직 경위 등 그동안 나름 조사해온 내용들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특히 ‘법정에 선 박정희 피고인의 특징’ 항목은 박정희가 “이발을 새로 하고 머리 기름을 많이 발라서 유난히 비치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며 바로 옆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분위기를 전했다. <동아일보>가 200만부를 찍어 뿌렸다는 이 호외는 ‘풍문으로 들었소’ 식의 외신이나 외국 출판물의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었다. 이 호외는 확실한 문서자료로 박정희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1963년 대통령 선거는 사상논쟁을 둘러싸고 백병전 수준이 아니라 핵폭탄이 터진 가운데 투표일을 맞았다.
1963년의 개표는 지금처럼 출구조사가 있고 말 많은 전자개표로 개표 시작 몇시간 만에 당선자가 발표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밤새 엎치락뒤치락한 개표는 86%가 개표된 10월16일 낮 12시30분 현재, 박정희가 겨우 2만9천표 앞서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투표함에는 호남표가 많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초조해진 군사정권의 일부 인사들은 개표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개표 결과 막판에 박정희에게 표 쏠림 현상이 일어나 박정희가 15만여표 차이로 박빙의 승리를 거두었다. 야권의 군소후보인 오재영(41만표), 변영태(22만표), 장이석(20만표) 중 한명이라도 사퇴했다면 선거 결과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박정희는 서울에서 윤보선의 절반밖에 표를 얻지 못하고 대패하는 등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북도 등 중부 이북에서는 모두 패배했다. 박정희는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 제주도에서만 승리를 거두었다. 표는 철저하게 남과 북으로 갈렸다.
윤보선의 폭로는 과연 정당했는가 그는 다만 있는 사실 말했을 뿐이다
윤보선이 한 게 사상 ‘논쟁’이라면 박정희는 고문조작을 통해 빨갱이 ‘사냥’을 벌였던 것이다
현 정부는 박정희 명예회복 위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몰아붙이며 이념대결·역사논쟁 불러일으키나
반세기 전 사상논쟁이 갖는 의미를 그분의 따님은 곱씹어보아야 한다
술래가 바뀐 뒤
사상논쟁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텔리가 많은 도시에서 사상논쟁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서울에서는 윤보선이 압승을 거두었다. 군인 표가 많은 강원도에서 박정희가 윤보선에게 뒤진 것은 역시 사상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호남은 “보수의 대표세력이던 한민당의 아성이 하루아침에 변모”하여 박정희가 큰 표 차로 앞섰다는 점에서 “가장 경악스러운 지역”으로 꼽혔다.
흥미있는 사실은 뒤에 박정희를 제일 많이 괴롭힌 김대중도, 김형욱도 모두 박정희가 사상논쟁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점이다. 윤보선은 한민당 출신이었는데, 한민당은 해방 정국에서 우파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을 하면서 경쟁세력을 종종 공산주의자로 몰곤 했다. 김대중은 ‘윤보선이 박정희를 공산당이라고 비난한 것은 과거 한민당이 김구 선생 등을 빨갱이로 몬 공포정치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점령당했던 호남은 부역자 처벌과 연좌제의 고통을 혹심하게 겪었기 때문에 빨갱이 소동을 일으킨 윤보선보다는 빨갱이로 몰린 박정희에게 동정표가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가 윤보선을 겨우 15만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는데, 아무 연고 없는 한민당의 아성이었던 호남에서 박정희가 윤보선을 35만표 차이로 따돌렸으니 박정희가 “전라도 표로 대통령이 된 셈”이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봉암 표가 많이 나온 곳, 즉 “좌익세력이 많은 곳에서만 무서울 만큼 박정희 후보의 우세가 나타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중앙정보부는 “박정희가 당선된다면 좌익 표의 지지 때문이라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박정희는 한때 자신을 빨갱이로 몬 사람들을 법에 의해 가차 없이 처단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선거가 끝난 뒤 사상논쟁 자체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승자 박정희는 패자 윤보선에게 ‘협조와 편달’과 ‘무궁한 발전’을 비는 전보를 보냈고, 윤보선은 당선을 축하하는 전보와 꽃다발을 보냈다. 정치평론가 이상우가 “아름다운 전문 교환”이라 부른 이 일과 함께 사상논쟁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술래잡기에서 박정희가 도망다니는 게임이 끝났을 뿐이다. 이제 감히 박정희의 사상 전력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사람은 없어졌다. 박정희는 표변했다. 집권 초기나 대통령 선거 기간 박정희의 언설은 마치 김일성이 주체 문제를 처음 제기하던 무렵의 발언을 연상케 할 만큼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었다. 그러나 실제 박정희가 걸어간 길은 그와는 달랐다. 민족주의를 표방했던 박정희는 굴욕적인 한일수교와 베트남 파병을 추진했다. 그리고 엄청난 반공정책으로 자신을 뽑아준 지지세력을 배신했다. 이라크 파병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용으로 노무현이 많은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 이상으로.
박정희는 그냥 정치적 입장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박정희와 그의 중앙정보부는 야당이 자신에게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사상 문제를 따지고 들었다. 사실 과거의 전력을 따지자면 박정희와 김종필만이 아니었다. 공화당 재정위원장 김성곤, 공화당 의장 백남억, 내무장관 엄민영, 공보부 장관 이원우, 감사원장 이주일, 공군참모총장 박원석, 공화당 원내총무 김용태 등 좌익 전력을 가진 사람들은 초기 박정희 정권에 차고 넘쳤다. 처음에는 중앙정보부의 단속 대상이 권력 주변의 문화방송 사장 황용주나 경향신문사 사장 이준구, 또는 공화당 국회의원 김규남 같은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더니, 이제 반정부 인사와 청년학생들을 넘어 막걸리반공법 시대를 열어 일반 서민까지 겁을 주었다. 박정희의 과거에 대한 윤보선의 폭로가 굴곡진 현대사에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다만 윤보선은 있는 사실을 있다고 한 것이지, 결코 자료를 조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혁당 사건이나 수없이 많은 조작간첩 사건에서 보듯이 박정희와 중앙정보부는 고문과 조작으로 없는 일을 만들어냈다. 윤보선이 행한 것이 사상 ‘논쟁’이라면 박정희는 고문조작을 통해 빨갱이 ‘사냥’을 벌인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위험한 트라우마
사상적으로 박정희가 투철한 좌익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군 내의 남로당 책임자라는 그의 조직적 위치는 가벼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박정희는 숙군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기밀을 넘겨주는 대가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 술래가 바뀐 뒤 박정희의 레드 콤플렉스와 사상논쟁의 트라우마는 있는 빨갱이 없는 빨갱이에 대한 병적인 공격증으로 나타났다. 건전한 이념논쟁은 차단되었고, 박정희가 친일에서 좌익으로, 좌익에서 또 우익으로 숨가쁜 변신을 하는 사이, 일제하의 민족주의에서 해방 뒤의 우익으로 자연스러운 변신을 한 장준하, 함석헌, 김재준, 문익환, 박형규, 계훈제 같은 이들이 재야세력이 되어 진보가 탄생하는 우산 노릇을 해주었다.
이제 그 박정희가 죽고도 일제 36년만큼 시간이 지난 오늘, 박정희의 따님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박근혜는 결이 다르지만 아버지 못지않은, 아니 훨씬 더 심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부모가 따로따로 총에 맞아 희생된 집은 그 댁밖에 없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제대로 치유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최고권력자가 되었을 때 개인만이 아니라 그가 다스리는 사회 전체가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목표가 정말 아버지의 명예회복 때문이었을까. 현 정부는 박정희의 명예회복을 위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몰아붙이며 이념대결과 역사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에 가면 중도우파 정도밖에는 안 될 통합진보당이 ‘종북좌빨’로 몰려 해산당해야 하는 오늘, 반세기 전의 사상논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객관적으로 누구도 부인 못할 빨갱이 전력을 가진 사람도 뒤에 빨갱이로 몰리면 괴로운 법이다. 그분의 따님을 포함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그 시절 박정희가 고통 속에서 대중들에게 토로한 외마디 비명을 다 같이 들어야 한다. 나 역시 호된 빨갱이 사냥을 겪고 보니 박정희의 비명이 새삼 가슴속에 파고든다.
“우리들은 이제 이 나라 사회의 근대화 작업을 끈덕지게 방해하고 있는 일체의 매카시즘을 타도, 청소해야 할 공동의 전선에 섰습니다. (…) 매카시즘의 한국적 아류들인 그들은 그 악습의 보검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무새우(시커먼 새우)를 매카시즘이라는 번철(프라이팬)에 달달 볶아 새빨간 빨갱이로 만들려는 수법을 농하고 있습니다. (…) 지난날의 우리 헌정사를 더듬어볼 때 여러분들은 오늘의 야당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 지성인들의 건설적인 발언을 매카시즘적인 수법으로 탄압해왔는가를 똑똑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참다운 반공’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참다운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들의 정치 지반인 전근대적인 유제가 위협을 당하면 ‘용공’이니 ‘빨갱이’니 하는 상투적인 술어로 상대세력을 학살시켰던 것이 한국적 매카시즘의 아류들이 저질러온 행적이었습니다. (…) 무슨 일이 있든지 우리는 차제에 한국적 매카시즘의 신봉자를 우리 사회에서 일소시키기 위해 분연히 궐기하여 과감히 투쟁합시다.”(“전진이냐 후퇴냐”, <동아일보> 1963년 10월5일치 광고)
체감 못할 ‘4년제 대졸 초임 290만9000원’1025 경향
올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은 상여금을 포함해 월평균 290만9000원의 초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78만4000원보다 4.5% 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종업원수 100명 이상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임금조정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조사는 상용직(정규직) 기준으로 대상 근로자수 가중평균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총은 고임금 대기업의 가중치가 많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4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임금 근로자 1894만5000여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9.5%는 월 급여가 200만원 미만이었다. 저임금 비중이 높은 비정규직·일용직 등과 ‘임금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대졸 초임이 높았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은 318만6000원, 500~999명 294만1000원, 300~499명 279만5000원, 100~299명 기업이 256만1000원 등이다. 산업별로는 금융 및 보험업 초임이 328만4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운수·창고 및 통신업 294만원, 제조업 280만2000원, 도소매업 275만5000원, 건설업 270만6000원 순이었다. 직급별 초임을 보면 부장 640만5000원, 차장 547만9000원, 과장 481만6000원, 대리 392만4000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력별로 전문대졸 258만4000원, 고졸 생산직과 고졸 사무직은 각각 230만8000원, 213만원의 초임을 받았다.
올 임금협상이 타결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통상임금 기준)은 5.0%로 통상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하던 지난해 8.2%에 비해 3.2%포인트 하락했다. 임금협상 과정에서 통상임금 기준으로 노조는 평균 8.4%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용자는 2.5%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1,000년 후 인간”...6가지 변화는? 1024 전자신문
“1천년 후 인류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더 검은 피부를 갖게 된다. 열을 방출하기 위해 키가 커지고 마른 체형을 가지게 된다. 또 유전자변이로 인해 눈은 지금보다 더 붉어진다. 인류는 훨씬 더 똑똑하고 멋지고 튼튼하게 되기 위해 나노봇과 결합하게 된다. 이는 반은 기계인 인간이 되게 만든다. 인간은 또 인공적인 유전자 변형을 통해 더 스마트하고 강하고 멋지고,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다. 뇌를 원자단위까지 스캔해 이 정보를 컴퓨터로 옮겨가고 재생산함으로써 죽음을 정복하게 된다.”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소재 에이에스에이피사이언스(Asapscience)의 전망과 앞서 나온 앨런 콴 워싱턴대 전산유전학과 박사의 연구결과를 인용, 이같은 미래 인류의 변화 모습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미래 인류는 기후변화, 인공지능,유전자 변이 등을 거치면서 이처럼 엄청난 신체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간, 트랜스 휴먼이 된다
Asap사이언스는 향후 인간 신체의 반은 생명체, 반은 기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는 나노봇이 인간의 신체로 들어가 결합된다. 이는 인간의 면역능력 강화,마이크로 수술, 항암능력 등을 향상시켜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사진=ASAP사이언스
이는 우리인간이 더 이상 생물학적인 신체에 갇히지 않고 기계의 결합체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피부색깔이 검게 변한다.
인간의 피부는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해 더 검게 변한다.
지구온난화로 피부는 더 검게 된다. 사진=ASAP사이언스<지구온난화로 피부는 더 검게 된다. 사진=ASAP사이언스>
■인간의 키가 커지고 홀쭉해진다.
또한 인간의 키는 뜨거워진 기후에 대응해 열을 발산하기 쉽도록 더 커지고 홀쪽하게 진화한다.
천년후 인간은 기후에 대응해 열을 잘 발산시키기 위해 키가 커지고 몸이 홀쪽해지게 된다. 사진=ASAP사이언스<천년후 인간은 기후에 대응해 열을 잘 발산시키기 위해 키가 커지고 몸이 홀쪽해지게 된다. 사진=ASAP사이언스>
■유전자변이를 겪는다
인간은 DNA의 변이에 따라 눈색깔이 붉게 변화하게 된다. 유전자변이에 따라 인간은 풀이나 독성음식을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보다 1천배나 더 많은 컬러를 보게 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소용이 없기에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게 된다.
한편 2년 전 앨런 콴박사는 인류가 장차 태양계의 행성을 식민지화함에 따라 눈은 불안스러울 정도로 넓어진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미래 인류는 지구에서 살 때보다 태양광선이 엷은 우주식민지의 환경에서 살게 된다. 이에 따라 인간의 눈도 오늘 날의 시각에서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르게 바뀐다. 이 때가 되면 인간의 눈은 빛나면서 낮은 조도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현생 인류에게 퇴화된 반월추벽(plica semilunaris)이 복원돼 눈을 양 옆으로도 깜빡일 수 있게 되면서 우주선(宇宙線,cosmic-ray)로부터 눈을 보호하게 된다.
인간은 유전자변이에 따라 눈이 붉게 변화한다. 또한 지금보다 1천배나 더많은 색깔을 볼 수 있지만 소용이 없어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지는 않는다. 사진=ASAP사이언스<인간은 유전자변이에 따라 눈이 붉게 변화한다. 또한 지금보다 1천배나 더많은 색깔을 볼 수 있지만 소용이 없어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지는 않는다. 사진=ASAP사이언스>
■유전공학 설계에 따른 아기가 출산된다
향후 1천년이면 인간들은 유전공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간은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된 아기를 출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인류는 스스로를 더 스마트하고 강하고 멋지게 가꿔 나가게 된다. 인류의 얼굴은 강하고, 곧은 코, 완벽하게 좌우균형미를 가진 황금비율 일변도로 바뀌어 가게 된다.
미래의 아기들은 유전공학적 설계에 따라 질병없는 인자를 갖고 태어나겠지만 획획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ASAP사이언스<미래의 아기들은 유전공학적 설계에 따라 질병없는 인자를 갖고 태어나겠지만 획획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ASAP사이언스>
설계에 따라 출산되는 아기들이 미래세대 인간들을 보다 지적이고 매력적이고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ASAP사이언스<설계에 따라 출산되는 아기들이 미래세대 인간들을 보다 지적이고 매력적이고 튼튼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ASAP사이언스>
하지만 일부 미래학자들은 이런 유전적 동일성이 진행되면 인간의 다양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미래 인류를 전멸시킬 새로운 병을 얻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간들이 유전공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됨에 따라 자신들의 얼굴을 보다 멋지고, 강하고 남의 호감을 똑바른 코, 강한눈,좌우가 완벽한 균형미를 가진 황금비율의 얼굴 일변도로 바꿔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SAP사이언스<인간들이 유전공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됨에 따라 자신들의 얼굴을 보다 멋지고, 강하고 남의 호감을 똑바른 코, 강한눈,좌우가 완벽한 균형미를 가진 황금비율의 얼굴 일변도로 바꿔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ASAP사이언스>
앨런 콴 워싱턴대 박사는 “유전공학이 점점 더 일반화 됨에 따라 인간얼굴 모습은 점점 더 인간의 기호에 맞춰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간의 이마가 뇌 용적 증가에 따라 계속해서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류진화의 핵심은 인간이 필요에 맞게 자연적 진화를 제어하고 신체를 적응시켜 나가는데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콴박사는 2년 전 니콜라스 램과 함께 향후 2만년~10만년 후 인류의 진화 모습을 보여주는 놀라운 이미지를 내놓기도 했다.
■인류, 뇌의 디지털화로 죽음을 정복한다
ASAP사이언스는 1천년 후 인류는 뇌를 컴퓨터로 옮김으로써 죽음까지도 정복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뇌를 원자단위까지 스캔해 그 정보를 컴퓨터로 옮김으로써 신체의 제약을 받지 않고 스스로 정보패턴이 돼 빛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디지털개인은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재생되는데 1초~1분밖에 걸리지 않게 된다. 사진=ASAP사이언스>
이 디지털개인이 복제돼 한세대를 새로 형성하는 데는 불과 1초~1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트랜센던스(2014)에 등장한다. 또 인간의 뇌를 그대로 복사하는 내용은 한스 모라벡의 '마음의 아이들''(1988)에 나온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당뇨병 예비군1023한국
30세 이상 10%는 이미 환자 40년간 7배나 늘어 대책 시급 증상 발생 전 모르는 경우도 많아
혈당 높은 식후 30분에 운동 필요 꾸준히 하면 의료비도 크게 줄어
전체 성인의 10%(300만 명)가 당뇨병 환자일 정도로 늘었지만 3% 정도는 약을 먹지 않아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환자가 영양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당뇨대란’이 현실화됐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1명 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5회 국제당뇨병학술대회(ICMD 2015)에서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당뇨병 환자가 10.89%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공복혈당 100~125㎎/dL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는 전체 성인의 25%나 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와 건강검진자료를 바탕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관련 역학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한 고경수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표하는 통계로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당뇨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했는데 40여 년 새 7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당뇨병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암 같은 합병증 발병에도 취약해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약 안 먹는 당뇨 환자, 전체 성인의 3%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에 따르면, 2006년 165만5,495명(5.6%)에 머물렀던 당뇨병 환자 수는 7년 만인 2013년 272만777명(8.0%)으로 크게 증가했다. 권혁상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교수는 “1970년대 초 당뇨병 유병률은 1.5%로 현재의 8분의 1 수준이었다”며 “이 같은 증가 속도로 볼 때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지금의 2배인 591만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건강검진자료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10.89%로 조사돼 당뇨병 진단 후 약을 먹지 않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전체 성인의 2.89%인 것으로 드러났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이 당뇨병이나 당뇨병전단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당뇨병을 늦게 발견할수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콩팥병 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당뇨병 환자의 62.5%가 고혈압을 동시에 앓고 있는데, 고혈압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3.7배나 높다. 당뇨병 환자의 49.5%는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데,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5배나 높다. 또한, 당뇨병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80.4%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26.0%)보다 3배나 높고, 치매 유병률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후 30분부터 30~60분 운동해야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비만형 당뇨병 환자들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사요법의 보완수단으로 운동이 효과적이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 30분부터 30~60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 혈당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기업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강도 높은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가벼운 전신 운동을 통해 하루 300㎉ 이상 소비해야 한다”며 “1주일에 2일 이상 30분 정도 빠른 속도로 걷거나(1만보 정도), 자전거 타기를 30분 정도 하거나, 테니스를 30분 정도 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에게 이상적인 운동 강도는 최대 심박수의 60~75% 정도다. 최대 심박수는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심박수를 말한다.
신발 크기에도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특히 운동화는 발이 편하고 잘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발궤양이 생길 우려가 높고 발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반면 매일 일정량의 인슐린 주사를 맞거나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공복이나 식전에 하는 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시간대에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저혈당이 생겨 혈당조절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공복에 운동을 하려면 운동 30분 전에 소량의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운동하면 의료비 지출도 줄고, 입원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차지은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지역사회간호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꾸준히 운동하는 당뇨병 환자는 연간 의료비로 107만원을 지출해 운동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의 연간 의료비(130만원)보다 연간 27만원이나 적게 들었다”고 했다. 2011년 한국의료패널에 등록된 당뇨병 환자 864명의 운동 여부에 따른 의료비 지출액을 비교한 결과에서다. 차 교수는 또한 “운동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30.5%가 입원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환자는 18.5%만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빨갱이들” 국정화 TF 사무실 앞 어버이연합 난입 1026 미디어오늘
이틀째 대치 상태, 야당 브리핑 중 “올바른 역사 가르쳐야… 뉴스 보다 울화통 터져서 나왔다”
지난 25일 밤 서울 혜화동 소재 국제교육원 외국인 장학생회관에서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추진을 위한 비밀TF 사무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밝혀진 가운데 경찰이 해당 건물을 이틀째 가로막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26일 오전 10시30분경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와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했고, 이 와중에 보수성향의 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10여명이 야당 의원들과 기자들을 향해 “빨갱이”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경찰들이 방해하고 있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어제)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당당하다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의원들을 데리고 들어가 (어떤 일이 진행됐는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교육부) 고위책임자를 보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황 장관은 26일 오전 김 의원과 통화에서 ‘(책임자를) 왜 보내느냐’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은 국제교육원장은 현재 베트남 출장 중이며 관련자들도 비밀TF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교육부는 지난 8월 국제교육원에 전화해 사무실을 사용하겠다고 전했고, 이를 요청하는 공문서는 없었다”며 “비밀TF는 추석 직후부터 현재까지 국제교육원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26일 오전 교육부 국정교과서 비밀TF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혜화동 국제교육원에 한 보수단체 회원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이날 브리핑 중간에는 어버이연합 회원 10여명이 난입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한 어버이연합 회원은 “국회의원들이 빨갱이보다 더 나쁜 놈”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밀TF 사무실 앞에 어떤 이유로 오게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다수 회원들은 “아침에 뉴스듣고 울화통이 터져서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을 향해 “6·25때 태어나지도 않은 놈”이라며 “김정은 지령을 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는데 (도 의원은) 공산주의자인 문재인(의원) 보다 더 나쁜 놈”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을 향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여러분은 왜 여기에 왔냐. 국회의원들이 하는 말만 듣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국정화 TF는 안하는 게 병신”이라며 “2012년 대선 당시 야당에서 국정원 여성 직원이 댓글 작업을 하는 곳이라고 집에 쳐들어가 인권침해를 했는데 조사해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게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경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제교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신의 정치를 일삼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타도하자”며 “올바른 역사를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주장하며 국정교과서 찬성 의견을 전했다.
▲ 26일 오전 교육부 국정교과서 비밀TF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혜화동 국제교육원 앞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야당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장슬기 기자.
26일 오전 현재까지 경찰 80여명이 비밀TF 사무실을 에워싸고 있고, 야당 의원들은 인근 건물에서 교육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정당‘10·26’을 맞은 여야의 엇갈린 두 풍경…한쪽은 박정희, 다른 한쪽은 안중근1026경향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열흘 앞둔 26일 여야는 각각 국립현충원과 백범기념관을 방문해 한 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른 한 쪽은 안중근 의사를 추모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6주기 되는 날이면서 동시에 안 의사가 일제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지 106주년 되는 날이었다. ‘10·26’을 두고 엇갈린 행보 속에서도 여야는 모두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서울과 지역에서 동시에 열린 박 전 대통령 36주기 추도식 참석으로 분주했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이인제 최고위원과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한광옥 국민대통합 위원장 등 여권 지도부 인사들과 참배객 등 5000명이 몰렸다. 경북 구미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도 추도식이 개최돼 새누리당 김태환·이철우 의원 등이 참석했다.
26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박정희 대통령 36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분향하기 위해 묘역으로 향하고 있다./정지윤기자
추도객들은 1979년 이날 자신의 충신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사망한 박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추도식 참석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독재라는 수단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산업화를 성공시킨 위대한 지도자인데, 지금 역사책은 (박 전 대통령을) 난도질하고 있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 해부터 3년째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을 현장 최고위원회 장소로 정했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친일을 미화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 의원들은 기념관 인근에 있는 안 의사와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하고 추모하는 일정을 함께 했다.
“후배 언론인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라”1025 미디어오늘
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 기념 성명서 “진보언론 조차 중요 사안에 침묵의 카르텔”
자유언론은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무기력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언론인 스스로가 언론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유신시대’라 일컬어지는 현 시대를 사는 후배 언론인들에게, 41년 전 유신정권에 대항했다가 해직당하고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선배들이 건네는 고언이다.
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을 기념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인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라-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을 맞아’라는 성명서에서는 “패배주의와 무기력을 떨치고 자유언론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2천만 노동자를 ‘쉬운 해고’의 희생자로 만들어 재벌과 대자본가들이 갈수록 ‘풍요’를 노래하도록 해주려는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의 ‘노동 재앙’, 1970년대 박정희의 한국적 파시즘과 민주·민생·평화 파괴를 합리화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죄악상을 지우거나 미화하려는 역사 쿠데타가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의 하수인인 ‘낙하산 사장들’이 인사권과 편집·보도·제작권을 좌지우지하는 체제 속에서 아무리 진실을 보도하고 성실한 논평을 하려고 해도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암담한 처지를 부인할 수는 없다”며 “41년 전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명백히 주장했듯이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 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언론인들은 1974년 10월 24일 동아투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통해 한국 언론의 자유를 드높였다.
소위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언론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중대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은 몰락의 날을 향해 제동장치도 없이 비탈길을 내려가는 자전거나 다름없다”며 “언론노동자들이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나서지 않는 한 그 ‘자전거’는 미친 듯이 질주하면서 민중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기나긴 굴종과 침묵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동아투위의 성명서는 41년 전 발표했던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도 있지만 오늘의 현장에서 온갖 악조건 속에서 청와대 낙하산 사장, 족벌가문이 경영하는 신문, 심지어 진보 언론을 자청하는 언론사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고, 때로는 기회주의적인 행태들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동아투위 소속 한 언론인 역시 “진보언론을 포함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겸손함없이 국민들을 가르치려 하거나 권력 주변에 머무르며 권력의 프레임을 반복 생산하는데 급급하다. 진보언론들조차 검찰 등 출입처 중심 소식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에 귀기울이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인들 스스로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자유언론으로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이번 성명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아투위는 1975년 3월17일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서 강제 해고된 113명이 결성한 조직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전국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에 속칭 ‘기관원’을 상주시켜 수시로 언론인들을 감시했다. 이에 반발하며 1974년 10월24일 동아일보사의 젊은 언론인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며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이 발표된 뒤 동아일보에 광고탄압이 가해졌지만, 동아일보를 격려하는 시민들의 격려광고가 이어졌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정권이 폭력배를 동원해 113명의 기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자유언론실천선언에는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언론인의 불법 연행을 일절 거부한다. 만약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불법 연행이 자행될 경우 그가 귀사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로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다음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언론인들이여, 이제 그만 깨어나라- ‘자유언론실천선언’ 41주년을 맞아>
지금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총체적 파탄의 위기에 빠져 있다. 가장 큰 원인이 박근혜 정권의 독선과 패악, 무능과 반역사적 행태, 주권자들을 한갓 ‘신민(臣民)’으로 얕잡아 보는 오만함에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벌어지는 일들만 보아도 박 정권의 본질과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2천만 노동자를 ‘쉬운 해고’의 희생자로 만들어 재벌과 대자본가들이 갈수록 ‘풍요’를 노래하도록 해주려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의 ‘노동 재앙’, ‘1970년대 박정희의 한국적 파시즘과 민주·민생·평화 파괴를 합리화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죄악상을 지우거나 미화하려는 역사 쿠데타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자체는 물론이고 민족공동체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 앞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오늘 언론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원래 극우보수적인 매체들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1987년 6월항쟁 이래 자유언론 실천과 공정방송 구현에 앞장섰던 선배들의 투쟁을 익히 알고 있을 언론노동자들이 굴종과 침묵을 계속하고 있는 현상은 아무리 선의로 본다 한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의 하수인인 ‘낙하산 사장들’이 인사권과 편집·보도·제작권을 좌지우지하는 체제 속에서 아무리 진실을 보도하고 성실한 논평을 하려고 해도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암담한 처지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41년 전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이 명백히 주장했듯이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대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른바 ‘공영방송’은 완전히 박근혜의 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방송의 이사장은 친일파의 후손이자 극우적 역사관을 가진 인물이고, 문화방송을 감독·관리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제일야당 대표를 비롯해서 국민 대다수를 공산주의자 또는 좌파로 몰아붙이는 ‘사상적 테러리스트’이다. 두 방송의 경영진은 오직 ‘정권 안보’에 전념하면서 자유언론이나 공정방송과는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품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중대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를 하나만 들어보기로 하자. 2012년 12월의 18대 대통령선거 투개표 과정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에 관해 2013년 1월 4일 2천여명의 시민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강동원이 대정부질의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투개표 조작을 폭로하면서 “공직선거법상 180일 이내에 대선무효소송 재판이 이뤄져야 하는데 1015일 째 심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도 ‘진보언론’은 그 사실을 묵살해버렸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그렇게 중대한 발언을 한 것이 단 한 줄짜리 기사도 되지 않는단 말인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동원을 ‘터무니 없는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자 일부 ‘진보언론’은 마지못해 한 귀퉁이에 그 사건을 보도했다. 박근혜가 국정원이나 다른 정부 기관들의 부정행위에만 힘입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원천적인 투개표 부정이 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속보와 심층보도를 신속히 내보내야 하지 않는가?
언론인들이여, 이제 기나긴 굴종과 침묵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라. 낙하산 사장들의 지배체제가 워낙 완강해서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패배주의와 무기력을 떨치고 동지애로 뭉쳐 국민대중과 함께 자유언론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몰락의 날을 향해 제종장치도 없이 비탈길을 내려가는 자전거나 다름없다. 언론노동자들이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나서지 않는 한 그 ‘자전거’는 미친 듯이 질주하면서 민중의 생존권을 유린하고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우리 동아투위 구성원들은 언론 동지들이 장엄한 투쟁에 나선다면 자유언론의 깃발을 함께 들고 나갈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2015년 10월 23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다급한 친박계…뉴라이트 연사 초청 ‘황당발언’ 쏟아내 1026 한겨레
박대통령 국회연설 하루 앞두고 세몰이
“안갯속이던 생각이 정리됐다”, “애국심으로 싸우겠다”, “연구를 집대성해달라”
26일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토론회장.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소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 친박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 강연에서 권 교수는 “검·인정제가 계속된다면 우리 학생들은 민중 혁명의 땔감밖에 안 된다”, “현행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인민민주주의가 옳은 길이라고 가르친다”, ‘민중사관 숙주 노릇 안 된다”는 등 검정 교과서에 친박·종북 색깔론을 덧씌우며 과격한 주장을 쏟아냈다. 친박계 의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대에 친일·독재 미화 보고서는 불가능하다”며 균형잡힌 역사 교과서 집필을 내세우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교학사’ 책 집필자 권희영 초청토론 “학생은 민중혁명 땔감” 주장에 호응
윤상현 “병든 교과서 고쳐야 한다” 김진태 “좌파는 모두 거짓말”
당 최고위원회서도 황당발언 원유철, 학계·시민단체 우려를
“괴담”이정현 ‘검인정제=위험한 제도’ 왜곡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106돌인 26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 셋째)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그동안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친박들이 집단적으로 ‘국정화 몰이’에 나선 데는 교육부의 확정 고시를 1주일여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국정화 발표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엇비슷했던 찬·반 의견은 최근 ‘반대 우세’ 추이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을 억지로 반전시키려다 보니 주장에 무리수가 잇따랐다. 이 모임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가 병들어 있다. 병을 고쳐야 하듯이, 우리는 병든 한국사 교과서를 고쳐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한 현행 교과서를 ‘병든 교과서’로 폄하했다. 김진태 의원은 “길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좌파(의 주장)는 모두 거짓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위와 진실과의 투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좌파와의 전쟁’을 선동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 일정도 친박이 ‘총동원령’을 내린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모임에는 40여명의 친박 의원들이 참석했다. 지난 6월 ‘유승민 파동’과 9월 노동개혁 정국 에서도 친박은 긴급 모임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친위대’ 역할을 자처했지만, 당시 참석 인원은 20~30명에 그쳤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친박 의원들이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국정 교과서’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신친박’을 자처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에서 검정제로 바뀌면서 우리 헌법정신은 물론이고 국가안보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며 “친일이니, 독재니 하며 거짓 괴담을 퍼뜨리는 세력들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역사학계·시민사회·학부모의 우려를 ‘괴담’으로 깎아내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일본 검인정교과서에 위안부를, 한반도 침략을 굉장히 미화하고,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교과서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검인정 교과서도 정권이 주도해서 잘못 기술을 하게 되면 이렇게 온 세계인이 치를 떨 왜곡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검인정 교과서 내용을 빌미로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검·인정제 자체를 ‘위험한 제도’로 왜곡한 것이다.
김무성, 청년 취업 고통이 역사교과서 탓?…"황당" 1026 노컷뉴스
"좌편향 교육받은 젊은이들 균형잡힌 역사관 다시 배워 시험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청년들이 취업 과정에서 좌편향된 역사관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것을 두고 무리한 홍보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김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 대부분은 인재를 찾고자 역사 시험을 치른다"며 "학창시절 좌편향되고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균형잡힌 역사지식과 역사관을 다시 배워서 시험을 봐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지식과 사고를 배우는 것보다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게 최소 2~3배 힘들기 마련"이라며 "우리 자녀들이 그런 고통을 받고 있는 원인은 국사학계의 좌편향 세력과 교육계의 좌편향 교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다보니 젊은이들이 취업 과정에서 고통 받고, 취업 이후에도 자신이 몸담은 기업을 정경유착과 독점, 노동자 착취의 대상으로 여긴다"며 "그 결과 젊은이와 기업 모두 경쟁력을 잃는 불행한 일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채용 과정의 직무적성검사에서 역사 과목을 문제로 출제한다. 공기업은 역사 문항 자체가 없다.
'직무상식' 또는 '인문역량'에서 역사 문항이 다뤄지며, 대체로 기본적인 수준의 역사 사실을 묻거나 해당 기업의 주요 사업 내용과 연계해 문제가 출제된다.
또 취업을 위한 '스펙'의 일환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지 역사관을 수정하기 위해 사교육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취업정보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2년 전 하반기 공채부터 구직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역사 문항을 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가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청년 취업 문제까지 끌어다 붙였지만 이는 오히려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층과 부모들의 아픔을 왜곡해 이용한 무리한 홍보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기 털리면 큰일 나중에 문책 당해요”… 1028국민
‘국정화 TF’ 지난 25일 밤 경찰 신고 녹취록 입수
야당 의원·취재진 도착하자 다급하게 총 9차례 출동 요청
국민일보가 28일 단독 입수한 경찰 긴급범죄신고센터의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신고접수 녹취록’. 붉은색 밑줄 부분은 교육부 ‘역사 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가 신고전화를 통해 “지금 이거 털리면 큰일 나요. 교육부 작업실이란 말이에요”라고 말한 대목과 “이거 동원 안 하면 문책당해요”라고 한 내용이다.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내 사무실에 야당 의원과 취재진이 도착하자 총 9차례 다급하게 경찰 출동을 요청하며 “지금 여기 이거 털리면 큰일 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한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TF 관계자들은 7차 신고까지 신분조차 밝히지 않다가 8차 신고에서야 “교육부 직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28일 입수한 ‘신고접수 녹취록’에는 TF를 “국정감사 지원 조직”이라고 했던 교육부 해명과 달리 ‘비밀·위법 TF’라 의심할 만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선 경찰 긴급범죄신고센터에 25일 오후 8시17분부터 10시28분까지, 신고자 5명으로부터 총 10차례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TF 관계자는 8차 신고(오후 8시47분)에서 “여기 우리 정부 일 하는 데예요. 지금 여기 이거 털리면 큰일 나요. 교육부 작업실이란 말이에요”라며 “이거 동원 안 하면 나중에 문책당해요”라고 다급하게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TF 관계자들은 7차 신고 때까지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국제교육원 직원(5차 신고)’이라고 했다가 8차 신고 때부터 “정부 일 한다” “교육부 작업실”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녹취록 내용도 있었다. 1차 신고(오후 8시17분)에서는 국제교육원의 명칭과 주소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국제회관 기숙사’라고 했다가 전화를 끊었다.
TF 관계자들은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기자와 국회의원이 들어왔다(4차)” “언제쯤 도착하느냐(6∼7차 신고)”고 재촉한다. 이후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20명이 있는데 2명밖에 안 와서 지금 감당이 안돼요(8차 신고)”라며 증원을 요청했다. 이들이 경찰을 대거 불러 야당 의원과 취재진을 쫓아내라고 요청한 것으로, ‘감금’이라는 정부 설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불법적인 일 하듯이 범죄로 몰아가는 비정상적 행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얼굴이 잘 알려진 야당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함께 간 상황에서 수차례 경찰 동원을 요구하고, “문책 당한다” “털리면 큰일 난다”고 말한 점 등을 감안하면 ‘비밀 TF’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정권의 '홍반장'? 1026 프레시안
[기자의 눈] 어버이연합의 '묻지마 폭력', 언제까지 묵인할 건가
배우 엄정화, 김주혁 주연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김주혁(홍반장)은 동네 주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는 일종의 '이상적인' 존재다. 그가 까칠한 엄정화(윤해진)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나는 이유는 수구 우익 단체 어버이연합의 '작태' 때문이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은 25일 밤부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경찰, TF팀 직원들이 밤새 대치상태를 이어왔다. 교육부가 국정화 태스크포스팀을 비밀리에 운영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의원들이 들이닥치자 TF팀 직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건물 보호 요청을 한 것.
▲ 일반 시민과 물리적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어버이연합 회원. ⓒ프레시안(허환주)
"니들 여기가 그렇게 싫으면 북한으로 가"
이러한 대치는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26일 오전 야당 의원들이 그간 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다.
"저 빨갱이 새끼들 이리 데려와, 니들 여기가 그렇게 싫으면 북한으로 가."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 도중, 어림잡아도 70세가 훌쩍 넘은 노인들이 기자회견 장소로 난입했다. 경찰의 저지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야당 의원들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날 작정하고 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하기 위해 어버이연합회 회원 80여 명이 국립국제교육원으로 모였다. 이들 손에는 '김일성 주체사상 가르치는 역사교과서 OUT!' 등의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점심을 위한 김밥도 준비했고, 방송차량에 앰프까지 갖췄다. 심지어 자유롭게 오가며 발언을 하기 위해 무선 마이크까지 가져오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막걸리는 '옵션'이었다.
기자회견 장소에 난입했던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야당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출입구를 막기도 했다. 더는 '비밀 TF팀' 관련 브리핑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각종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난도 쏟아졌다. "국회의원들이 빨갱이보다 더 나쁜 놈", “문재인의 X을 XX하겠다", "니들이 6.25를 알아?" 등 원색적인 발언들도 쏟아냈다. 급기야 자신들을 막는 경찰과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회원 한 명이 현장에 나와 있는 혜화경찰서장을 폭행해 연행되기도 했다.
이 사태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오후 3시20분께 해산한 뒤에야 일단락됐다.
▲ 경찰을 폭행해 연행되고 있는 어버이연합 회원. ⓒ프레시안(허환주)
상식도 논리도 없이 '빨갱이'만 외칠 뿐
문제적 장소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어버이연합회다. 레퍼토리도 똑같다. 논리도, 상식도 없이 '빨갱이'만 주야장천 외칠 뿐이다. 한마디로 '전문 싸움꾼'이다.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예산안 처리할 때,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농성장 등에 난입해 소위 말하는 '깽판'을 쳤던 이들이다.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 씨 병역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여의도역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때도 난입해 육두문자를 사용하며 '맞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외에도 천안함 사태, 한미FTA 비준안 통과, 연평도 포격 등에서 어김없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보수정권의 위기가 닥치면 '홍반장'처럼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주는 게 어버이연합인 셈이다. 이쯤 되면 관변단체라고 해도 되지 않겠나. 이 나라의 '어버이'라면서 막말, 그리고 폭행까지 일삼는 이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걸까.
빨간색칠’ 새누리, “北 국정교과서 반대 지령…전형적 통일전선전술”1029 경향
새누리당이 본격적으로 ‘색깔론’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자 북한과 친북단체 등을 거론하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53)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북한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 등 대남공작기관이 역사교과서 관련 반대 투쟁과 선동전을 전개하도록 하는 지령문을 보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내 종북세력에게 ‘반정부 투쟁선동 지령문’을 보낸 목적은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유철 원내대표는 또 국정교과서 반대 투쟁 중인 야당에 대해서는. “북한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 강도와 발언의 수위를 점점 높여 가더니 이젠 ‘무속인’이니, ‘똥인지 된장이니’ 하는 거친 막말로 대통령을 모독하는 언행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72)도 이날 ‘북한의 국정화 반대 지령’을 기정사실화하며 공안당국의 수사까지 촉구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북한 지령이) 사실이라면. 어느 친북 단체에 지령을 내렸고, 이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이 누구이며,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 단체와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사법당국의 적극적 수사로 이 문제를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3월 31일 오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 4.29 재보궐선거 새누리당 공약 발표회에서 후보들과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끼고 지역 살림꾼을 표방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서청원 최고위원은 “(북한은) 반정부 투쟁분위기 조성에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대남공작기관을 통해 국내의 친북단체 및 개인 등의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을 하라고 지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등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북한체제로 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되게 됐을 때 남한 내에서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5년 10월8일 / 경향신문
국정교과서 제작비는 6억 원, 나머지 38억 원은 여론전에? 1029 미디어오늘
예비비 44억 편성, “세부 사용계획 공개해야”… 비밀 TF, 기획기사 섭외·방송 패널 관리 등 여론전 준비 정황
정부가 국정교과서 편찬을 위한 비용으로 44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으나 정작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는 데는 6억 원 정도의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추계 결과가 나왔다. 예비비 44억 원의 사용계획을 공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편찬 비용추계’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교과서 편찬에 최대 약 6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역사교과서는 검정도서로, 중학교의 경우 역사①, 역사② 등 2권이고 고등학교는 한국사 1권이다. 예산정책처는 총 3권의 역사교과서를 편찬할 경우 교육부 국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하면 3억4400만원, 현행 검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하면 6억5005만원이 들어갈 것이라 추산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전환시 소요비용. (단위 : 백만원). 자료=변재일 의원실
2005년 이전 국정도서의 개발단가는 초등학교 2841만원, 중학교 3190만원, 고등학교 3400만원이다. 중등은 초등의 1.12배, 고등은 초등의 1.20배 단가다. 이를 2013년 초등학교 국정도서 개발단가 1억원에 적용하면 국정교과서 전환 시 중학교 도서의 개발단가는 초등학교의 1.12배인 1억1228만원으로, 2권이면 2억2400만원이다. 고등학교는 초등학교의 1.20배인 1억1968만원으로 3권 제작에 드는 비용은 총 3억4400만원으로 추계됐다.
검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할 경우, 역사교과서의 검정심사본 예정 산출가격을 출판사별로 보면 중학교 역사 ①②의 평균은 2억250만원으로 두 권이면 4억500만원이다. 고등학교 한국사의 8개 출판사 평균치는 2억 4506만원이다. 세 권을 합치면 6억 5005만원이 소요된다.
▲ 중학교 검정교과서 개발단가 현황(2013년 기준, 단위:천원). 자료=변재일 의원실
결국 실제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비용이 6억 원인데 정부가 예비비로 44억 원을 책정했다는 점은 나머지 비용을 여론전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야당 교문위원들이 공개한 ‘국정교과서 TF 구성‧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상황관리팀의 직원 5명이 언론 동향파악,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홍보팀은 뉴스, 블로그, SNS 등 온라인 동향 파악, 기획기사 섭외, (방송 출연할) 패널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 국정교과서 TF 구성·운영계획안.
교육부가 남은 예비비 38억 원의 비용을 국정교과서 추진에 유리한 언론환경과 여론을 조성하는 데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개발비로 예비비 중 44억 원을 지출하기로 했으나 그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국정교과서 여론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교과서 예비비 전체에 대한 내역을 밝혀야 한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부가 작성한 예비비 명세서와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비비 사용계획 명세서를 공개하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물어봤더니 1029 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각 대학 교수들까지 국정화 찬ㆍ반대 성명이 나오는가 하면, 청소년ㆍ청년층은 1인 시위나 반대 서명(▶관련기사)에 나서고 있다.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지난 21일 한국일보 견습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신촌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미국, 프랑스, 타지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가 역사를 서술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중요한 건 객관성을 지켜야 한다" "역사엔 언제나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이를 반영한 역사책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朴대통령 막아선 이대생들…"여성 말할 자격 없어" 1029 노컷뉴스
29일 캠퍼스에서 사복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사진=이대 학생 제공)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29일 학교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저지하려다 사복 경찰에 막혀 일대 실랑이가 벌어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후 3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하는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방문하자, 학생들이 이를 막고 나선 것.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앞서 오후 1시쯤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250여 명(경찰 추산 100여 명)의 학생들 중 일부는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마라', '박근혜는 '여성'을 말할 자격 없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후 행사가 열리는 대강당으로 진입하려던 학생들은 300여 명의 사복 경찰과 경호원, 길목에 들어선 버스 차벽 등에 막혔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다 경찰에 가로막히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이 과정에서 학생과 경찰 등이 뒤엉키며 곳곳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어떻게 캠퍼스에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일부 학생들은 오열했다. 총학생회장 손솔 학생은 "앞에 선 여경과 사복을 입은 의경까지 5~6줄의 경찰들이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길을 막았다"며 "유신정권 시대가 돌아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 오후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대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다 경찰에 막히자 항의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 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후문으로 들어온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30분쯤 일정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朴 대통령 ‘전국여성대회’ 참석 1030 영남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이화여대에서 통일을 주제로 열린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출신 男과 결혼하면 하루 65분 집안일 더 한다 1030 대구매일
남아선호가 강한 경북지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30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은 ‘부모의 남아선호, 성역할 태도와 가사분담’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남아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지역에서 태어난 남성은 남아선호가 덜 강한 지역의 남성에 비해 전통적인 성역할 태도를 지닐 확률이 높았으며 이는 가사노동을 배분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 남아선호 정도는 1990년대 초·중반의 출생성비로 측정했다. 이 시기에 성감별 기술이 보급되면서 성감별 낙태가 가능했다.
연구 결과 1991~1994년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가 115인 지역에서 태어난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출생성비가 105인 지역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하루에 34분을 더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정상적인 출생성비는 103~107이었다. 1990년 출생성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출생성비가 131인 경북에서 태어난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출생성비가 112인 인천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하루에 무려 65분을 더 가사노동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972명 교수들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오른쪽 셋째·덕성여대 교수)가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수선언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가 29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교수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8일 자정까지 전국 170여 개 대학 1972명의 교수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민교협과 교수단체들은 지난 24일부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수들의 서명을 받아왔다.
교사 2만1379명 시국선언 “거짓 국정교과서 가르칠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이 29일 오전 서을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유신 회귀를 꾀하는 역사쿠테타"라며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
“박근혜 정권은 제2유신 역사쿠데타를 멈춰라”
교육부, 전교조 간부 검찰 고발·교육청에 중징계 요구
“우리는 교육자적 양심과 전문성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표’ 역사책을 결코 교과서로 인정할 수 없다.” 2만여명의 교사들이 29일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도로 이뤄진 시국선언 참여 인원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뒤 나온 반대성명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교육부가 곧바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 대규모 징계가 예상된다.
다 함께 소리 질러 타도 전쟁법! 1027 한겨레21
일본 안보법제 통과 뒤 한 달… 청년단체와 야당, 시부야에서 집회 열고 춤추고 노래하며 “내년 선거에서 아베 정권 무너뜨리자”
일본의 대학생 단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 (SEALDs·실즈) 회원들이 10월1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발랄한 패션과 랩으로 무장해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를 반대했다. 전후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세대의 등장은 일본의 정치를 변화시키고 있다.
“야당은 공투(共鬪).” 10월18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광장에서 열린 안보법제 반대 집회에서 나온 구호다.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제가 일본 국회 참의원을 강제 통과하고 한 달이 지난 날이다. 대학생 단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실즈)과 고등학생 단체인 틴즈소울(T-ns SOWL)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집회에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안보법제 반대 투쟁은 이제부터다!” 의원들은 선언했다. 집회에 참석한 사민당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은 “안보법제가 통과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법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 헌법을 위반한 법률은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후쿠야마 데쓰로 의원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실즈의 리더 오쿠다 아키가 유명 랩 그룹 스차다라파와 함께 “민주주의는 무엇인가”라는 구호를 외치자 광장에 모인 군중은 “이것이다”라고 소리쳤다. 전단을 돌리고 노래를 부르며 ‘전쟁법안’ 반대를 외쳤다. 일본에서 새로운 민주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젊은 아빠가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실즈 회원들이 “전쟁 반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실즈의 집회에 어머니들도 참석해 원전 반대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생이 전단을 배포하고 있다.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 유신의 당, 생활의 당 등 일본 야당 5당은 공동투쟁을 선언했다.
실즈의 리더인 오쿠다 아키(23ㆍ메이지가쿠인대학 4학년).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묻는 그의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독일이 농업을포기하지 않는 10가지 이유 1026 오마이뉴스
[행복사회 유럽 27회] 농민끼리 협동하며 자치하는 슈바츠
지금 우리 농촌 들판에는 난데없이 6차산업화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우리 농업의 돌파구가 열린다며 정부는 강변한다. 그러나 6차산업화의 현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보인다. 그곳에 농민은 없고 자본과 기업만 우뚝하다. 농업은 잘 안 보이고 공업과 서비스업만 무성하다.
그렇게 1차 농산물 재배는 없고 2차 농식품 제조와 3차 농촌관광과 유통 서비스만 있으니, 1곱하기 2곱하기 3을 해서 6차산업은 고사하고, 0곱하기 2곱하기 3을 하니 도로 0차 산업의 꼴이 된다. 2차와 3차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6차산업의 출발지점이자 바탕이 되어야 할 1차 산업이 비어있거나 모자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위장 6차산업'은 마치 공염불이나 신기루처럼 여겨진다.
정부의 느닷없는 6차산업 드라이브 정책에 6차의 의미와 의도를 잘 알 수 없는 농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입을 모아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 한다. "농촌의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제조·가공해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와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6차 산업에 대한 정의가 그저 막연하고 막막하다며 한숨을 쉰다.
무엇보다 '공동체농업과 농촌공동체' 방식을 '농정의 정도'로 알고 살아온 우리 농민들의 눈에는 왠지 옳고 바른 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할 수 없는 남의 일처럼 들린다. 자본력과 기술력의 기업농을 내세운 6차산업화는 대다수의 소농, 가족농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다가온다.
참여하고 싶어도 대다수에게 문턱이 높은 정책은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름기지 올바른 정책이라면 자본이 모자라고 기술도 부족한 소농일지라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정부가 좋아하는 표현대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가진 자만 독과점할 수밖에 없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고 어쩌면 특혜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6차산업화든 융복합산업이든 대농이나 기업농이 아니라 중소농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땅히 마을과 지역사회 공동체를 사업의 기반으로 해야 한다. 거기에 사업을 추진하고 지원할 농민이 주도하는 전문적이고 도덕적인 농업회의소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현실적 주장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선진 농업경영체의 최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1500명 농민들의 협동연대 경영체 '슈베뷔쉬 할 생산자조합'
▲ 1500명의 농민생산자들의 협동경영체, 슈베비쉬 할 생산자조합(Gemeinschaft) - ⓒ 정기석
'할'이라 불리는 슈베비쉬 할(schwabiseh Hal|)은 독일 바덴-비텐베르크주의 작은 목가적 도시다. 인구는 3만6천 명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독일의 중요한 경제 중심지 가운데 한 곳으로 평가된다 경제는 주로 무역,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할' 지역은 호엔로에(Hohenlohe) 마을의 유기농업만으로도 충분히 유명하다. 그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맛난 음식은 나라 안팎의 관광객들을 지속적으로 호객하고 있다. 그 중심에 슈베비쉬 할 생산자조합(Gemeinschaft)이 있다. 조합의 기술지도사로 일하는 나드하 레온하드씨는 조합이 이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조합의 설립 목적 자체부터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삼았어요. 농업의 규모화나 기업화가 아니었어요. 1980년대 멸종위기의 재래종 돼지를 할 지방의 특산돼지로 되살리면서 조합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1986년 설립 당시 불과 8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1500명 가까운 조합원이 모였어요. 연간 1억200만 유로(약 1400억 원)의 매출도 올리고 있고요.
조합의 회장은 설립 이래 연임하며 조합의 경영을 책임져 오늘날의 성과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어떤 조직이든 지도자가 중요하죠. 그리고 거기에 조합원들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는 힘이 결합되었죠. 또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지역에 기여하는 사업철학과 전략도 변치 않았어요. 전통돼지 한 품목이 성공하면서 지역 전체의 경기가 살아났죠. 조합은 지역의 관광업체와 협력해 지역관광산업을 촉진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어요."
슈베비쉬 할 생산자조합의 역사는 돼지육종협회에서 출발한다. 1988년에 생산자조합을 결성하고 1992년에는 상장된 주식회사도 따로 설립하며 성장을 거듭한다. 조합과 별도로 공장의 운영주체인 주식회사를 굳이 따로 설립한 이유는, 생산자조합에서 고기를 수매해주면 세금문제가 원활히 해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도축장, 소시지 가공장, 농민시장 등 1차 생산에서 2차 가공, 3차 직거래 유통에 이르는 이른바 6차산업화 과정을 내부 계열화했다. 이로써 지역 뿐 아니라 독일 전역을 대상으로 농식품을 판매하게 되면서 안정경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역직판장 뿐 아니라 독일의 고급호텔, 유명레스토랑, 기업체 식자재, 루프트한자 기내식 등에서 최우량 식자재로 대우받고 있다.
4000종 로컬푸드 복합 직판장 '호헨로에 농민시장'
▲ 4000종 이상의 로컬푸드를 직판하는 호헨로에 농민시장 - ⓒ 정기석
이같은 베비쉬 할 생산자조합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품질에서 나온다. 조합에 고용된 전문 기술지도사들이 수시로 생산자를 컨설팅하며 품질을 상향평준화시켰다. 유럽연합 최고 등급의 유기농 인증서 '외코테스트(Oekotest)'를 비롯해 Non-GMO 인증, 국제 표준규격, 독일농민협회(DLG) 골드라벨 인증 등 다양한 인증서가 조합 생산품의 품질과 진정성을 보증하고 있다.
심지어 원산지 스페인처럼 도토리만 먹여서 키운 이베리코 돼지로 하몽(Jamon, 염장 건조 생햄)을 생산하기도 한다. EU의 지역특산물로 인정받은 암컷 슈베비쉬 헬리쉬 슈바인종과 수컷인 피에트램종을 교배한 돼지도 특별하다. 소시지 내용물은 당연히 지역농산물을 원재료로 한다.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는 양념류는 루마니아, 인도 등의 생산지에서 현장 기술지도를 해서 생산한 것만 공수해 사용한다. 유해 식품첨가물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과는 다른 지역이나 조합에서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된 생산·가공 전략, 그리고 개발기술이 있어서 가능하다. 우리의 농식품부에 해당하는 독일의 소비자·식량 및 농림부 장관이 우수 사례지로 방문할 정도로 공인받고 있다.
"농민시장은 2007년에 문을 열었어요. 총면적 950㎡의 농민시장에서는 4000여 종류의 로컬푸드를 직거래 판매하고 있어요. 직판장 외에도 레스토랑, 허브가든, 빵가게, 지역여행사, 어린이 놀이터, 태양광발전소 등 복합시설을 함께 운영합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듣다보면 이 조합의 역할은 사실상 한국의 지역농협의 그것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다만 독일에서는 농민 스스로의 힘으로 자치하고, 한국은 사실상 행정이 관치하는 차이가 있을 뿐. 그리고 사업 성과의 수혜자가 독일에서는 농민에게 온전히 돌아가고, 한국에서는 농민은 소외되고 행정이나 농협이 차지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또 조합은 생산자에게 기술지도사를 통해 기술지도를 한다. 한국의 농업기술센터가 하는 일이다. 생산자는 기술지도 비용으로 연 550유로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만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농민들은 생각한다. 모든 농민은 생산자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에서 가공·판매까지 책임지고 감당해주기 때문에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생산자가 조합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농민들이 주인으로 자치하는 슈바츠군 농업회의소
▲ 농민들이 선거로 회장을 직선해 자치하는 슈바츠군 농업회의소 - ⓒ 정기석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쪽 35km 지점의 로츠홀트지역에는 농민들이 자치하는 슈바츠 군단위 농업회의소가 있다. 티롤주 농업회의소 산하 3개 지역, 9개 시군 단위 농업회의소 가운데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다른 농업회의소와 마찬가지로, 농민 기술 지도, 농업정책 지원 등 우리의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을 대신한다. 오히려 지자체 관할이 아니라 지자체보다 상위의 기관으로 대접받는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에는 우리의 농업기술센터 같은 기관은 굳이 필요없다.
농민은 모두 농업회의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물론 연 40~100유로의 회비도 납부해야 한다. 업무와 책임은 어느 나라의 농정당국과 다를 바 없지만, 6년 임기의 회장은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 농민들 손으로 직접 선출한 선출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오직 농민만 출마할 수 있다. 회의소의 직원은 명실공히 농업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다. 정년이 보장되는 준 공무원 신분이다. 농업회의소의 인건비 등 예산은 전액 정부에서 지원한다. 그러나 간섭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한국도 역시 농업회의소를 민관 거버넌스의 구체적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협치를 위한 전제조건인 행정의 태도 변화는 요원하다. 상근인력의 인건비 등 예산은 지원하지 않고 시범사업만 독촉하고 있다. 행정이 기존의 '갑'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슈바츠군의 사례를 따라할 필요가 있다. 관에서 먼저 목과 어깨의 힘을 빼지 않으면 농업회의소도, 민관거버넌스도 성공할 수 없다.
오스트리아가 이처럼 농민 자치기구인 농업회의소를 전면에 내세워 구현하려는 농정의 기조는 역시 '사람 사는 농촌'이다. '돈 버는 농업'이 아니다. 농업의 규모화나 현대화가 아니라 소농, 가족농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농촌은 온 국민의 휴양지, 농민은 온 국민의 별장지기"라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농업의 10가지 기능, 독일이 농업을 지키는 이유
▲ 헬무트 트락슬러 슈바츠군 농업회의소장과 황석중 연수단지도교수 - ⓒ 정기석
헬무트 트락슬러 슈바츠군 농업회의소장은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본 듯한 오스트리아 전통의상을 즐겨입는다. 그만큼 농촌의 전통문화, 그리고 농부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한 것이리라. 농민 출신으로 농민들이 투표로 선출한 직선회장이다. 독일처럼 오스트리아도 농민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있도록 지원하는 게 농정의 지상과제라고 강조한다.
"농가소득의 6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농민이 소를 기르지 않으면 나무가 무성해져 아름다운 농촌문화경관이 사라지게 되잖아요. 농민이 농촌을 떠나거나 농사를 포기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농민의 경관 유지 기능을 인정해 축산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거죠."
오스트리아에서는 1ha 당 160유로, 고산지는 500유로로 차등지급한다. 경사지가 많은 산악지대로 갈수록 더 많이 지급한다. 그만큼 농업이나 주거여건이 열악해 농민들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산지대인 티롤지방은 1ha 당 800유로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황석중 연수단 지도교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정부가 그토록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보호하는 이유가 농업의 10가지 기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도 농업과 농촌과 농민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10가지 기능 가운데 한 마디라도 틀린 말이 있다면 어디 한번 찾아보라. 나는 한 글자도 찾지 못했다.
하나, 농업은 우리의 식량을 보장한다.
둘, 농업은 우리 국민산업의 기반이 된다.
셋, 농업은 국민의 가계비 부담을 줄여준다.
넷, 농업은 우리의 문화경관을 보존한다.
다섯, 농업은 마을과 농촌공간을 유지한다.
여섯, 농업은 환경을 책임감 있게 다룬다.
일곱, 농업은 국민의 휴양공간을 만들어준다.
여덟, 농업은 값 비싼 공업원료 작물을 생산한다.
아홉, 농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 한다.
열, 농업은 흥미로운 직종을 제공한다.
▲ 10가지 농업의 기능이 지켜지는 독일의 전형적인 '사람 사는 농촌' 풍경 - ⓒ 정기석
“옛 국정 국사교과서는 공무원시험 필수 수험서”… ‘7차 교육과정 국사교과서’ 찾는 사람들1026 국민
2002년 초판 2012년까지 발행… 공무원 시험 출제 내용 기반 2만원 이상 가격에 중고 거래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6)씨는 얼마 전에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제7차 교육과정 국정 국사 교과서를 샀다. 거래가격은 2만2000원. 김씨는 26일 “공무원시험 준비생 사이에서 이 교과서는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2013년 절판된 이 교과서는 출판 당시 서점에서 판매된 가격이 2000원이었다. 불과 2년여 만에 값이 10배 이상 뛴 것이다. 그런데도 없어 못 판다.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복사본조차 2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발행이 중단된 교과서가 ‘높은 몸값’을 받는 이유가 뭘까.
7차 교육과정의 국정 국사 교과서는 2002년 초판이 나왔다. 2006년에 일부 내용을 수정해 2판을 찍었고, 2012년까지 발행됐다. 당시 국사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1학년이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이었다. 학교에 따라서 국사를 2학년 때 필수과목으로 배우기도 했다. 교육부는 2010년 국사 과목을 한국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검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했다. 2011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은 검정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웠다.
7차 국정 국사 교과서는 앞으로 교육부에서 국정 국사 교과서를 발행하기 전까지는 고등학교에서 사용된 마지막 국정 국사 교과서라는 꼬리표를 갖는다. 저작권자는 현재의 교육부인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편찬자는 국정도서편찬위원회다.
이 교과서는 아직도 여러 국가시험에서 이용되고 있다. 7·9급 공무원시험, 경찰공무원시험 등에서 ‘한국사’는 필수과목이다. 출제 내용은 대부분 7차 국정 국사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의 하나로 여기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도 이 교과서 내용 위주로 문제가 출제된다. 행정고시는 자격요건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시행기관은 국사편찬위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필수 도서로 꼽는 한 한국사 강사의 ‘합격 필기노트’의 경우 여러 가지 색깔로 중요 내용을 표시한다. 검은색은 기본 내용, 빨간색은 중요 내용, 파란색은 심화 내용인데 7차 국정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부분은 별도로 녹색이 칠해져 있을 정도다.
왜 이 교과서가 국가시험의 기본 자료가 되고 있을까. 엉뚱하게도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보다 기본 사실이 주로 서술된다는 점이 이 교과서의 최대 장점이다. 복수정답 시비 등이 일지 않도록 오로지 사실만 나열한 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한 한국사 강사는 “최근 공무원시험의 한국사 문제 출제가 고교 국정 교과서에 철저히 기반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문제 공개 이후 복수정답 시비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래전에 절판된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옳을까. 전문가들은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잃게 된다고 꼬집는다. 각종 시험을 암기식으로 만들어 문제를 더 어렵게 내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김덕수 교수는 “기본적인 사건들을 암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역사학과 역사교육은 사실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냥 외우는 암기식 교육을 넘어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교수 469명을 소개합니다 1028 오마이뉴스
대학가 집필 거부 전국 81개 대학으로 확산... 정부 출연 기관 교수도 동참
역사를 전공한 교수, 학자, 교사, 대학원생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뒤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역사 교수들의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정부 출연 기관, 국립대학교, 여당 텃밭 지역을 막론하고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28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81개 대학 469명의 역사 교수가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27일 교육부 산하 기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역사학 전공 교수 10명 중 8명이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이곳은 뉴라이트 성향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고, 우편향 논란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교수도 이곳 소속이다. 권희영 교수는 26일 새누리당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해 "지금 검인정 제도를 그대로 둬서, 청년 학생들은 민중 혁명의 땔감밖에 되지 못한다"라고 비난했다.
연구원 교수들은 "연구원 일부 교수가 현행 검정 교과서를 비판하면서 국정 교과서 도입을 찬성하고 있어 마치 연구원 역사학 전공 교수들의 다수가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성명을 통해 국정 교과서를 찬성하는 교수는 역사학 전공에서 오히려 소수임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립대 역사 교수들도 집필 거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울대를 비롯해 국립대 29곳의 역사 교수 179명이 집필 거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여당 텃밭에서도 집필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대구·경북 대학 9곳의 역사 교수 40명이 집필 거부를 선언했고, 23일에는 부산·울산·경남의 대학 14곳의 역사 교수 87명이 집필 거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개별 교수뿐만 아니라 역사 연구 단체도 집필 거부에 나섰다. 한국역사연구회(회원 650여 명), 한국근현대사학회(회원 500여 명), 한국중세사학회(참여 회원 54명), 전북사학회(회원 250여 명)가 집필 거부 흐름에 동참했다.
전국 역사 교사의 1/3인 2000여 명이 소속된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시 집필을 비롯한 일체의 협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현재 8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필자 59명 중에서 37명이 역사교사다.
비역사학과 교수들은 국정화 반대 선언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대학 50여 곳의 대학교수·연구자 3000여 명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타임라인] 9월 2일 이후 역사 국정교과서 반대·집필 거부 선언 모아보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지난 27일 국정화 저지 대국민 호소문에서 "역사학계의 집필거부선언을 비롯하여 대학가, 청소년, 교육·사회·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박근혜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오는 31일 오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제3차 범국민 집중 촛불대회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내달 2일까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한 상태다. 같은 달 5일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를 단행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 국론을 '강제'로 통합하려나 1028노컷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이하 생략)"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의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정화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표현이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가 나오면 분열된 국론이 통합될 수 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 추진하면서 국론이 메마른 논바닥처럼 쫙 갈라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나서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촛불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의 이른바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나오면 교육 현장의 갈등도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지역 교육감과 학계에선 국정교과서에 대항해 별도의 '대안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정 교과서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 단정할수는 없지만, 학생들은 같은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다루는 국정교과서와 대안교과서로 공부해야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국정화 추진에 등 돌린 민심에도 아랑곳없이 국정교과서로 국론을 통합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게 아닌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국정 교과서로 국론을 통합하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만약 국론이 통합된다면 '강제 통합'일 수 밖에 없다.
'국론통합'을 위해 국론을 분열시켜가면서까지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현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의 의지는 거의 강박증에 가깝다. 그리고 맹목적이다시피 한 국론통합의 의지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빼 닮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지금의 통일부 전신인 국토통일원을 출범시키면서 남북 통일이 아닌 "국론통일에 힘쓰라"고 지시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 반영돼 있는 근현대사는 역사학계가 이뤄낸 오랜 연구의 성과물인데도 이를 뒤집으려 하니 국정화를 강행하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어차피 또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조롱이 역사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긴급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정화의 깃발을 들고 '나만 따르라'고 하니 추진주체 내부에서도 각종 무리수가 나오고 있다.
여론수렴 과정은 일체 생략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비선조직같은 TF를 만들어 청와대에 직보를 해오다 논란을 빚고 있고, 급기야는 국정화 추진에 소극적이라며 김재춘 교육부 차관 교체에 이어 황우여 교육부장관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무리수를 두다보니 국정화 추진의 논리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도 납득할 이유를 대지는 못한 채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했다.이미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청와대 5자회동에서는 "6.25전쟁에 대해 남과 북 공동의 책임을 저술한 내용을 (교과서에서) 봤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이미 확인된 것이다.
현행 8종 고교 교과서 어디에도 남북 공동책임론을 담은 책은 없다.
또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끔, 우리 역사는 부끄러운 역사인 것으로 기술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며 뜬구름 잡는 대답을 내놨다. 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역사교과서를 고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청년실업, 빈부격차, 갑질문화, 복지빈곤 등 산적한 현안들이 해소돼야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다. 국론통합은 역사교과서를 강제로 고쳐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시킨다고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록 반작용이 크다는 걸 우리 사회는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친일 안 했다” 김무성 해명 자료보니…1027 미디어오늘
친일 행적 다 빼놓고 기자들에게 엉뚱한 해명 자료… "국정 교과서 논리와 닮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반박과 해명에 나서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총선과 대선에 발목을 잡힐 요인을 ‘털고 가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원실을 통해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고 김용주 선생의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8월 출간된 해촌 김용주 평전 ‘강을 건너는 산’도 함께 배포했다. 김무성 의원실은 이 자료에서 “김무성 대표와 김무성 대표 측은 선친의 지난 삶을 감추고 미화하거나 애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와 의사가 전혀 없으며 그러한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념과 진영의 논리, 정치적인 의도없이 모든 사실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 김무성 대표 측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김용주 평전과 관련 자료. 사진=조윤호 기자
이 자료에는 김용주의 애국적 활동 사례가 첨부돼 있다. △민족운동을 하다 치안유지법으로 일제에 검거된 점 △신간회, 삼일상회 등 애국단체 활동경력 △영흥초등학교 등을 설립하고 야학을 개설해 한글을 가르쳤다는 점 △민선 도회의원으로 총독부에 맞서 조선인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 등이 근거다. 김무성 대표 측은 “애국 행적에 관한 기사가 192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수십 건 이상 근거로 남아 있다”며 당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를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부친의 친일 논란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김무성 대표가 적극적인 반박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월 김용주 평전이 출간됐을 당시와 지난 9월 민족문제연구소가 김용주를 친일인사로 지목했을 때도 부친의 친일 논란이 일었으나 김 대표는 침묵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5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5도민 체육대회’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친에게 왜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친일을 한 건 아니다”라며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대표는 “몰래 독립군에 활동자금도 줬고, 일본이 일제 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다 쏴죽이겠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1순위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김용주가 차린 회사 이름이 삼일상회(3.1만세운동에서 차용)라는 점, 부녀자들을 위한 야학을 열었다 은행에서 쫓겨났다는 점, 자기 재산의 절반을 털어 영흥국민학교를 차렸다는 점 등 부친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부친의 친일 논란에 대한 김 대표의 해명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겠다는 행보로 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25일 기자들에게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교과서는)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문제는 아니다. 확정 고시를 하면 끝날 문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친의 친일 의혹에 대한 반박이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야당이 교과서 문제의 대응 카드를 ‘친일독재 교과서’에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총선‧대선까지 이어질 야당의 교과서 공세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표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대표) 두 분의 선대가 친일, 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다보니 그 후예가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는 김무성 대표 측이 유리한 자료만 골라서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9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의 부친 김용주가 “자식이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 모셔질 영광을 인식하자”며 일제의 징병제에 찬동하는 등 친일행각을 했다고 폭로했다.
▲ 1944년 7월 9일 아사히신문에 실린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라는 제목의 광고. 일제에 전투기를 헌납하자는 내용의 기명광고인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 김용주의 이름이 등장한다. 자료=민족문제연구소 제공.
관련 기사 : <친일파 논란 김무성 부친 “자식을 바쳐 야스쿠니 신사로”>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무성 대표 측의 자료는 연구소가 다 검토했던 자료다. 민족문제연구소 역시 1920년대 전반까지 김용주가 민족의식을 가졌다고 판단한다”며 “중요한 것은 1937년도, 3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친일파로 성장했다는 점인데, 김 대표 측은 정작 중요한 친일자료는 다 감춰버리고 해당 시기는 다 빼버린 채 부친이 친일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김무성 부친 '동명이인' 확인해보니…15세 어린 만주군>
대표적인 사례가 김용주의 교육사업에 관한 활동이다. 박 실장은 “김용주가 영흥국민학교를 인수한 것은 맞지만 한글만 가르친 게 아니라 일본어도 같이 가르쳤는데 그런 부분은 빠져 있다. 또한 공립학교는 황국신민화가 확립됐으니 사립학교에도 이를 확장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징병제에 찬동하는 발언까지 했다”며 “일제시기 교육지침에 정확히 부응하는 교육을 펼쳤는데 그런 교육이 민족교육이냐”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가 부친의 친일 의혹을 해명하는 방식은 국정교과서 추진 논리와 닮아있다. 김 대표 측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모든 일에는 공(功)과 과(過)가 있다. 친일 행적으로 보이는 행위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애국적인 활동이 있었다면 그 역시 있는 그대로 편향 없는 객관적 판단과 평가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현행 역사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공(功)에 대해 서술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객관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한용 실장은 “김무성 대표는 부친의 친일 행적은 다 빼놓은 채 맥락 없이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는 방식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국정화 거짓말’ 드러난 것만 6가지 1027 한겨레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황교안 국무총리(맨 왼쪽)가 총리실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부와 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내놓은 발표들이 잇따라 거짓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2일 행정예고 이전부터 비밀리에 국정 교과서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비공개 태스크포스(TF)팀’까지 확인되면서 “정부·여당이 무리한 거짓말로 국민을 눈속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국정교과서 방침을 확정한 시점부터가 불투명하다. 국정 교과서 도입 책임자인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앞서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화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국감에서 나오는 여러 위원님들의 말씀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화 티에프팀은 지난 5일부터 활동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국정화 방침이 일찌감치 결정됐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국감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조직을 꾸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조직의 운영계획엔 집필진 구성 등 구체적인 국정 교과서 관련 업무들이 명시돼있다.
이후 교육부는 국정화 관련 예산을 두고도 야당 의원들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교과서 관련 예산 44억원을 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몰래 의결했다. 그럼에도 다음날인 14일 국회 예산 설명회에서 교육부 담당 국장과 과장은 “(국정화 예산은) ‘예비비로 할지 본예산으로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보고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무원이 국회에 와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내놓은 주장도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비서실장은 당시 “역사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정화 티에프팀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차원에서 국정 교과서 문제를 보고받고 관리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날 국감에서 이 비서실장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에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 중 지금까지 중·고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4개 대학에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들 가운데 여럿이 금성출판사, 교학사 등 다양한 출판사의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근거도 없이 펼친 셈이다. 현행 검정 교과서의 내용과 관련한 정부·여당의 공격은 내놓는 족족 반박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방송> 등 공중파 방송을 통해 교육부가 내보낸 ‘유관순 광고’가 대표적이다. 40초짜리 영상에서 교육부는 “나는 당신(유관순)을 모릅니다. 2014년까지 일부 교과서에는 유관순은 없었습니다”라며 마치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유관순 열사를 배제한 것처럼 광고했다. 하지만 2015년 개정된 <한국사> 교과서 모두에 유관순 열사가 수록돼 있다. 오히려 과거 국정교과서에 유관순 열사 서술이 없었고, 검정 전환 뒤 관련한 서술이 증가했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현수막 주장도 사실을 정반대로 왜곡한 것으로 판명됐다. 여당이 대표적인 좌편향 교과서로 비판해온 금성출판사 <한국사> 교과서를 비롯해 8종 검정교과서 모두 “주체사상은 결국 김일성 개인 숭배로 이어졌다”고 일제히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한 교수는 “교육부와 새누리당이 국정화를 억지로 밀어붙이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눈속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oledad ,, Bu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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