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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괜찮은 詩

행복한 그리움

by 이성근 2021. 10. 27.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김윤배

사랑의 노래 김정환

한 잔의 붉은 거울-김혜순

시절 인생 / 문태후

인연/ 최인호

먼 그대 -오세영

사랑이 사라지면 그리움이고 말고- 박성철

겨울 사랑 문정희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그래도 사랑은 안부하는 것 김철현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복효근

당신에게- 유지나

아름다운 동행-정해정

날마다 좋은 날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오말숙

사랑은-곽정은

사랑은 아마도-양상용

외로움이 말을 건넬 때-홍수희

마음의 간격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낙엽이 나에게 건네 준 말

꽃편지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

가을 들녘에 서서-홍해리

사랑 김민소

무슨 인연으로 당신을 만났을까요 ? -피천득

사랑-박노해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당신은 왜 내게 짠물인가 주용일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홍수희

세월 도종환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그립다는 것

행복한 그리움-박성철

우리 그리워하며 살자-김정래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

빗속에서-도종환

저녁 구름

오늘도- 김용택

슬픈 대답 - 원태현

슬픈 대답

철길 안도현

함께 있되 거리를 둘지어다-칼릴 지브란

사랑은 구걸이 아니야-고경표

사랑, 그 이유 없음 박성철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U. 샤퍼

안부-이정하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김윤배

 

설레임은 멀고 내 그림움의 시작은 어둠에 묻혀 지나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수십 겹 무게보다 무겁습니다 그리운 것은 당신 몸속에 낸 무수한 나의 길입니다 길목마다 진달래 꽃물 번지고 길 끝 뫼봉높아 백두며 묘향이며 온전한 설레임이었습니다 침엽수림 사이에 빛나던 깊이 모를 강물 위에 나 뗏목으로 누워 당신 기쁜 눈물 닿고 싶습니다 엇나간 불임의 세월 엮어도 그이룸으로는 한 몸 아닙니다 첩첩한 설레임만이 당신과 나 하나이게 하는 빛입니다

 

 

사랑의 노래 -김정환

 

눈이 내린다 거세게, 내 뺨에 부딪히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지워질 듯, 도시가 화려하다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바깥은 이별보다 가깝다 사랑이여, 눈은 눈보다 가깝다. 육체여 매끈하고 육중한 자동차 전시장과 숯검댕 낀 초록색 공중전화 부스 눈이 내린다 무너질 듯, 내 몸을 파묻지 않고 그 눈, 그 바깥에 네가 있다

눈이 내린다 말살하듯, 네 육체가 화려하다 그눈 바깥에, 네가 있다

 

 

한 잔의 붉은 거울-김혜순

 

네 꿈을 꾸고 나면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창들은 불을 다 끄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밤거리

간판들만 불 켠 글쓰들 반짝이지만

네 안엔 나 깃들일 곳 어디에도 없구나

 

아직도 여기는 너라는 이름의 거울 속인가 보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고독이란 것이 알고 보니 거울이구나

비추다가 내쫒는 붉은 것이로구나

포도주로구나

 

몸 밖 멀리서 두통이 두근거리며 오고

여름밤에 오한이 난다 열이 오른다

이 길에선 따뜻한 내면의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이 거울 속 추위를 다 견디려면 나 얼마나 더 뜨거워져야 할까

 

저기 저 비명의 끝에 매달린 번개

저 번개는 네 머릿속에 있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네 속에는 너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

너는 그렇게도 많은 나를 다 뱉어 내었구나

 

그러나 나는 네 속에서만 나를 본다 온몸을 떠는 나를 내가 본다

어디선가 관자놀이를 치는 망치소리

밤거리를 쩌렁쩌렁 우리는고독의 총소리

이제 나는 더 이상 숨 쉬 곳조차 없구나

 

나는 붉은 잔을 응시한다 고요한 표면

나는 그 붉은 거울을 들어 마신다

몸속에서 붉게 흐르는 거울들이 소리친다

너는 주점을 나와 비틀비틀 저 멀리로 사라지지만

그 먼 곳이 내게는 가장 가까운 곳

내 안에는 너로부터 도망갈 곳이 한 곳도 없구나

 

 

 

시절 인생 / 문태후

 

바라다본다

 

구르는

물결 위로 추억을 뉘이니

 

너울 되어 산산이

흩어지는 지난날들이여

 

멈추어

엉겨 붙은

시간 아래

깊은 해류 속에서 헤매 돈다

영원은 없다더니

끝나지 않을

더듬이 촉수 미로 속으로

 

멀리 있어야

멀어져 있어야

수평선은 수직으로

울타리가 엮어지리

 

떠나가도

남아있는 것이 있다면

남겨야 하는 것이 있다면

 

심중에 갇혀

터트리지 못한 그 말 한마디

파도여

부서져라 퍼져라

갈기갈기

흔적 없이 날아가라

날아서 시절 인생에 마침표를 찍어라

 

 

 

인연/ 최인호

 

세상에 낯선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일은 기적이다.

 

겨울에 눈 내리는 일처럼,

저녁이 찾아오면 빛이 잠드는 일처럼

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러나 오래된 가구의 모서리에서

죽은 나무의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일처럼,

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슬픔의 벼랑에서

어느 날 문득 구원받는 일처럼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또 그 누군가로부터 동시에 사랑받게 되는 일은

참으로 신이 허락한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

나는 당신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또한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남녀의 인연이란

그래서 눈부시게 두렵고 아름다운 기적이다.

 

 

먼 그대 -오세영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이별의 뒤안길에서

촉촉히 옷섶을 적시는 이슬

 

강물은

흰 구름을 우러르며 산다

만날 수 없는 갈림길에서

온몸으로 우는 울음

 

바다는

하늘을 우러르며 산다

솟구치는 목숨을 끌어 안고

밤새 뒹구는 육신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리움에 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별 하나 두고

이룰 수 없는 거리에 흰 구름 하나 두고

 

 

사랑이 사라지면 그리움이고 말고- 박성철

 

사랑이 깊어지면 슬픔이고 말고

내가 아는 것 중

지상에서 가장 목마른 슬픔이고 말고

 

사랑이 멀어지면 눈물이고 말고

비가 온다는 이유로 또는

너무 날이 맑다는 이유로도

흘러내리고야 마는

거역할 수 없는 눈물이고 말고

 

사랑이 사라지면 영영 그리움이고 말고

내 인생 끝나는 날까지

그리움만 간직하고 산다해도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고 말고

 

겨울 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건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그래도 사랑은 안부하는 것 - 김철현

 

잘 있는 거니?

잘 지내는 것 맞지?

아픈데는 없는 거니?

혹시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대답인 줄 알면서도

습관처럼 안부한다.

 

허공에 쌓인 궁금증이

벌써 얼마인지

그래도 여전히 안부하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야.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당신에게- 유지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고

 

힘든 일에도

웃음을 잃지 말고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에게

곧 좋은 일이 올 거에요!

 

난감한 현실에

무릎 꿇지 않고

 

차가운 시련에

용기를 잃지 않고

 

오늘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곧 행운이 올 거에요!

 

성실한 당신 앞에

곧 멋진 선물이 도착할 거에요.

 

고운 그대여

아무 걱정 말아요.

 

 

 

아름다운 동행-정해정

 

그로 인해

오늘도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 친구랍니다

 

카톡을 주고받고

매일 안부를 묻고

 

하루 일어난 일들을

은밀히 속삭이지요

 

너로 인해 날마다 좋은 날

내 심장은 두 근 반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정해정

 

오늘 하루

좋은 사람은 당신입니다.

 

눈감으면

느껴지게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기쁨이

샘솟는 오늘

따듯한 격려의 말로

등불이 되어준

당신 때문에 살맛 납니다.

 

오늘 일어난

이야기를 말 할 수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딱 한 번이라도

사랑스런 눈빛으로

소통이 되어준 보석 같은

친구는 나에게

참 행복한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날마다 기분 좋은

단 한 사람 그런 당신은

내 인생에 보석 같은 친구입니다.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오말숙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

이별 뒤 남겨질 그림자

삶에서 치유될 수 없는

아픈 상처로 남는다는 걸

그대를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

아름다운 그대와의 날들이

영원히 먹으며 살아야 할

한 알의 진통제가 될 줄을

그대를 사랑할 땐 몰랐습니다

 

목숨 같은 사랑이라 믿었기에

아낌없이 사랑했고

조건 없이 사랑하며

일생의 마지막 사랑이라 여겨

한없이 사랑했습니다

한없이 사랑만 했습니다

 

이렇듯 잔인한 불멸의 그리움 되어

내 생을 바꿔놓을 줄도 모르는 채

그저 미치도록 그댈 사랑했습니다

 

 

 

사랑은-곽정은

 

잘난 사람과 하는 게 아닌

나를 잘나게 만드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

 

멋진 사람과 하는 게 아닌

나를 멋지게 만드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

 

순수한 사람과 하는 게 아닌

나를 순수하게 만드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

 

착한 사람과 하는 게 아닌

나를 착하게 만드는 사람과 하는 것이고

 

좋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닌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

 

 

사랑은 아마도-양상용

 

사랑은 아마도

맛있는 걸 먹을 때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거겠죠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같이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거겠죠

 

사랑은 아마도

멋진 풍경을 바라볼 때도

같이 없다면 같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거겠죠

 

꽃이 피면

꽃길을 같이 걷고

비가 오면

비를 같이 맞고

바람 불면

바람을 같이 헤쳐 가는

 

사랑은 아마도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겠죠

 

 

외로움이 말을 건넬 때-홍수희

 

외로움은

외로움을 알아본다

저를 닮은

얼굴을 알아본다

 

너의 외로움이

내 안의 외로움에게

끈질기게 말을 건네는 이유가

 

그것 어깨 위에 바람을 싣고

쓸쓸히 돌아서던 뒷모습이여,

 

내 안의 외로움이

너의 외로움을 불러 세워

따뜻이 손 잡아주고 싶지만

 

세상에는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할

만남이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도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외로움이

저를 닮은 외로움에게

눈 시리게 손을 흔든다

 

 

마음의 간격-홍수희

 

전화 몇 번 하지 않았다고

내가 그대를 잊은 건 아니다

너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는다고

내 마음이 그대를

영영 떠난 것은 아닌 것처럼

그리운 그대여 부디,

세상의 수치로

우리들의 사랑을 논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대와 내 마음의 간격

 

어느 비 오거나 눈 내리는 날에

홀로 뜨거운 찻잔을 마주 한 날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떠오른다면

이미 너는 내 곁에 있는 것

우리의 사랑도 거기 있는 것

이 세상 그 무엇도

너와 나 사이

다정한 마음은 어찌하지 못할 테니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홍수희

 

내가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부재가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만질 수 없는 당신이 야속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돌아서서 우는 까닭은

당신의 등이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이 모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냉정함이 모다 나를 위한 배려인 까닭입니다

 

세상이 나를 두고 저만치 멀어 보여도

고독이 함박눈처럼 창틀을 하얗게 뒤덮어도

내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운 까닭은

님이여, 당신이 내 안에 계신 까닭입니다

 

오늘도 잎 떨어진 스산한 뜨락,

왼 종일 내 영혼 서성이며 설레이느니

내 마음이 이렇게 붉어지는 까닭은

님이여, 당신만이 나를 태울 불꽃인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당신의 등이 너무 뜨거운 까닭입니다

 

 

낙엽이 나에게 건네 준 말-홍수희

 

어느 날 차창에 낙엽 한 잎

노란 몸짓으로 날아오더니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에게 건네주는 말

생각해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뭐겠니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네

어느 익숙한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아니면……

머뭇거리는 나에게

낙엽이 가만히 속삭이는 말

생각해봐,

내가 무엇을 해주고 싶어도

받아 줄 사람이 거기 없을 때

가슴 저미는 일이야

 

두 손에 가득 선물을 들고

허공을 바라보는 그 일인 거야

바람만 불어왔다 불어가 버리는

혼자 남은 괴로움이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주어진 기회를 붙잡으렴

 

 

꽃편지-홍수희

 

꽃 피더니 꽃이 집니다

산에도 마을에도 꽃이 집니다

 

강가에도 철길에도 꽃이 집니다

그리운 내 맘에도 꽃이 집니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고

보지 않으면 잊혀지다가

 

불현듯 또 그렇게 생각나다가

잊어지다가 쓸쓸히 지워지다가

 

다시 또 잠 못 드는 날 있겠거니

꽃 진 자리에 꽃 피겠거니

보고픈 정 어찌 다 지워지겠는지요

 

지는 꽃 내 마음에 거두지 않고

오셨던 그대로 놓아둡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홍수희

 

슬픔을 뒤집어 보니

거기 기쁨이 있더군요

 

기쁨을 뒤집어 보니

거기 아픔이 있더군요

 

다시 아픔을 뒤집어 보니

거기 감사가 있더군요

 

이렇듯,

삶이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생각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리 보이기도 하지요

 

희망마저

잔인해 보일 때,

 

그래도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입니다

 

 

가을 들녘에 서서-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사랑 -김민소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너로 인해

내 눈빛은 살아있고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너로 인해

내 귀는 깨어있다

 

함께하지 않아도

느끼는 너로 인해

내 가슴은 타오르고

 

가질 수 없어도

들어와 버린 너로 인해

내 삶은 선물이어라

 

 

무슨 인연으로 당신을 만났을까요 ? -피천득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

우리는 만났을까요.

 

내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영혼의 고향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피고지는 인연이 다해도

기어이 마주할 당신이기에

 

머리카락 베어다 신발 만들어

드리고픈 당신이기에

 

영혼을 불밝혀 그대에게 드리나니

부디 한 걸음도 헛되지 않기를

 

살아가고 숨쉬는 날의

꿈같은 당신이기에

 

마른 하늘 보담아

꽃피울 당신이기에

 

그립다 말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아는 당신이기에

 

애닯다 입열기 전에

마음이 먼저 안긴 당신이기에

 

소망의 노래로

당신위해 기원하나니

 

이 인연이 다하고나도

당신앞에 다시 서게 하소서

 

 

 

사랑-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 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은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당신은 왜 내게 짠물인가 -주용일

 

당신은 왜 내게 짠물인가

바닷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했다

 

마실수록 갈증이 난다 했다

날마다 그리움이라는

갈증으로 허덕이며

 

사랑이라는 목마름으로 애가 타며

나는 왜 당신이라는 짠물을 마시는 것인가

 

나를 한 없이 물켜게 하는 당신은

왜 내게 그리움의 짠물인가.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 홍수희

 

잊어줄 것은 잊어주자.

나무도 한 해를 고개 숙여 감사하며

 

품었던 아픔 품었던 오해

훌훌 벗어 가볍게 서지 않느냐

 

한 발만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보이지 않느냐

 

상처 입기 쉬운 우리 마음도

저마다 제 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싸리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비워버린 가슴으로 다시 만나자.

 

바람 씽씽 부는 겨울 벌판에 서서

뜨거운 손을 붙잡고 울자

 

우리 다시

그리운 이름이 되자.

 

한때는 나를 슬프게 했던 사람이여

사람이여, 이 가을이 저물기 전에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그리움이 나를 인도하고는 - 도종환

 

그리움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여기에 홀로 놓고 가 버리네

 

나는 어디로 가지

참 많은 사람들이 있네

 

근데

모두가 자기 길만 총총히 가네

 

그럼 난 어디로 가지

그냥 서 있잖아요

 

언제나 그 자리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 해

 

즐거운 편지처럼

당신이 서있는 배경에서

바람이 불고 해가 지는 것 처럼..

 

 

그립다는 것-안도현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나날이 살이

썩어간다는 뜻입니다

 

 

행복한 그리움-박성철

 

오랜 그리움

가져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애상인지를

 

쓸쓸한 삶의 길섶에서도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고

 

작은 눈발로 내리던 그리움은

어느새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깊은 눈발이 되었습니다.

 

애매모호한 이 기억의 잔상들

그리움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리움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습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지녔다 해도

고적한 밤에 떠오르는

 

그대 그리움 하나로

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우리 그리워하며 살자-김정래

 

사랑하는 사람아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보는 우리

그저 가슴에 사랑 하나만 꼭 품고

우리 그리워하며 살자

 

짧게 피었다가 떠나는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슴 한 켠 적시는

슬픈 우리 사랑이 아니라

 

가슴에 걸어 둔

예쁜 액자 같은 고운 사랑으로

단 하루라도 잊음이 없이

그리움의 사랑으로 살자

 

봄 마당 적시는 촉촉한 봄비처럼

서로의 가슴을 사랑으로 적시며

보고 싶어도 참아가며

우리 그렇게 사랑으로 그리워하며 살자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김정래

 

사랑이

가끔 슬픈 것은

혼자 가슴속에 삭여야 하는

그리움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보고 싶지만

그렇게 보고 싶지만

그대 곁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

나의 슬픈 노래가

가을 바람과 같이

내 마음을 흔들며

새벽을 통곡하고

울다 못해 지쳐 쓰러진

내 머리 맡엔

당신의 모습만 맴돕니다.

 

붉은 입술

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당신의 가느다란 숨결

새벽속을 걸어가서

당신의 그 숨결을

난 지금 느끼고 싶습니다.

 

당신

난 지금 새벽 들녘에서

슬픈 가로등 그림자 되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슬퍼하렵니다.

 

당신 보고 싶은 맘

그리운 맘

어찌 말로써 다 표현하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여

늘 그립고 보고픈 사람이여!

 

 

빗속에서-도종환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눈을 뜨고 당신을 생각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눈물을 씻으며 당신을 잊으리라 합니다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비를 맞으며 걷다가 당신을 잊으리라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당신을 생각합니다

그러면 또다시 잊으리라 잊으리라 돌아섭니다

 

 

저녁 구름-도종환

 

언제쯤 나는

나를 다 지나갈수 있을까

 

어디까지 가야

나는 끝나는 것일까

 

하루가 한세기처럼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저녁이 있었다...

 

내가 지나가는 풍경의 배경음악은

대체로 무거웠으므로

 

반복적으로 주어지는 버거운 시간들로

너무 진진한 의상을 차려입어야 하는 날이 많았으므로

 

슬픔도 그중의 하나였으므로

내가 있는 장면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밤이 많았다

 

네가 떠난 뒤에는 더 그랬다

언제쯤 나는 나를 다 지나갈수 있을까

 

장마를 끌고 온 구름의 거대한 행렬이

천천히 너 없는 공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도- 김용택

 

오늘도 당신 생각했습니다

문득문득 목소리도 듣고 싶고

손도 잡아보고 싶어요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내 마음은

빛보다 더 빨라서 나는 잡지 못합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다홍꽃 향기를 열게 해 주신 당신

 

내 마음의 문을 다 여닫을 수 있어도

당신에게 열린 환한 문을 나는 닫지 못합니다

 

해 저문 들길에서 돌아오는 이 길

당신은 내 눈 가득 어른거리고

 

회색 블럭담 앞에

붉은 접시꽃이 행렬을 섰습니다

 

 

 

슬픈 대답 - 원태현

 

언제고 찾아와서

어떻게 지내냐 물으면

그냥 하는 일 없이

바쁘게 지낸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어려운 일은 없냐 물으면

 

그냥 그렇게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요즘도 그리움에 힘들어 하냐 물으면

 

그냥 기다려 보기는

했었다고

 

언제고 찾아와서

잘 살고 있으니 마음 편하다며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보이면

그 옛날 그 기억이 스쳐가

 

이제껏 참아왔던 눈물

기어이 터트리며

 

지금이라도

돌아올 수는 없는 거냐고...

 

 

슬픈 대답

 

혹 누군가

너무 심한 감정의 낭비가 아니냐

 

물어 오면

이만큼도 절재하고 있는 중이라고

 

혹 누군가

이제 그만할 때도 됐지 않냐

 

물어 오면

정해놓고 그리워하고

 

정해놓고 기다리는 거냐고

혹 누군가

 

보고 있기 안타깝다는 소리 들려오지 않냐

물어 오면

 

그 소리가 듣기 싫어

황한 미소로 대신하고 있다고

 

혹 누군가

그 사람이 다른 사랑에 빠져 있으면 어쩔거냐

 

물어 오면

아무 말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그럴리 없을 거라고

 

 

철길 -안도현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앞서지도 뒤서지도 말고 이렇게 나란히 떠나가리

 

서로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는 우리

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리

 

사람이 사는 마을에 도착하는 날까지

혼자 가는 길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리

 

 

 

함께 있되 거리를 둘지어다-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둘지어다.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기를!

 

서로 사랑할지어다

그러나 사랑으로 얽어매지는 말지어다

 

그대들 영혼의 두 언덕 사이에

뛰노는 바다가 있게 할지어다

 

 

사랑은 구걸이 아니야-고경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거지

너 혼자 비참하게 매달려야만

이어갈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헤어지고 많이 아프겠지,

많이 힘들겠지 하지만

너 자신을 잃어가며 아파하진 마

 

헤어지고 죽을 것처럼 아프고

힘든 건 당연한 거야

원래 사랑했던 만큼 아픈 법이거든

 

마음껏 울어. 맘껏 쏟아내.

아무도 널 비난하지 않아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남남이 돼버렸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어

 

힘든 게 당연한 거야,

아픈 게 당연한 거야

하지만 사랑을 구걸하면서

비참하게 매달리진 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구걸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놓아주자

그동안 많이 상처받았잖아

 

아픈 사랑은 그만하고

그 사람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너 좋다는 사람 많아

왜냐면 넌 충분히 예쁘고

가치 있는 사람이거든

 

꼭 기억해, 상처받기엔

너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사랑, 그 이유 없음 -박성철(누구나 한번쯤은 잊지 못할 사랑을 한다' )

 

"왜라니요?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

 

꽃에게 왜 피어났느냐고,

태양에게 왜 빛을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자신을 왜 사랑하느냐는

마리아의 물음에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사랑은 ''라고 묻지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어떤 점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의 불행이

내 사랑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소리칠 수 있는 사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당신의 그 '이유없음'이라는 것을...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U. 샤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부-이정하

 

보고 싶은 당신,

오늘 아침엔 안개가 끼었네요.

그곳은 어떤지요?

 

햇살이 드세질수록 안개는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만 내 가슴에 그물망처럼

 

쳐져 있는 당신은,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은 좀체 걷혀지질 않네요.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

온종일 당신 생각 속에 있다 보니

어느덧 또 하루 해가 저무네요.

 

세상 살아가는 일이 다

무언가를 보내는 일이라지만

 

보내고 나서도 보내지 않은

그 무언가가 있네요.

 

두고두고 소식 알고픈 내 단 하나의 사람.

떠나고 나서 더 또렷한 당신.

 

혹 지나는 길이 있으면

나랑 커피 한잔 안 할래요

내 삶이 더 저물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