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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가덕도 신항만건설계획

by 이성근 2013. 6. 17.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가덕도 신항만건설계획  월간 환경운동  1997년 8월

 

 

난감하다. 누구 하나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마치 외눈의 나라에서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비정상 취급을 받듯 부산에서의 가덕도 개발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식이다. 그러면서 당신은 부산이 이런 상태에서 발전하기를 원치 않느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은 국내 제`1`의 수출산업기지로 1`인당 지역총생산(GRP)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였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중화학공업의 성장전략에 동참하지 못함으로 인해 GRP 순위가 계속 떨어졌다. 그리하여 인구 4백만을 가진 전국 제`2`의 거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면에 있어서는 많은 지방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경기의 악순환이 계속 되었고 어음 부도율이 전국 최고를 수년 째 기록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곧잘 ‘부산의 위기’로 간주되었고 지역경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에 동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부산이 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아니다. 왜곡된 위기구조가 지역사회를 보다 더 기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구잡이 개발과 매립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경쟁적으로 진행되었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가덕도의 위기


부산 해운항만청은 지난 89년 부산항을 미래지향적인 항만으로 개발한다는 ‘부산항 광역개발기본계획’을 수립했다.그러나 이 계획은 불과 2년 만인 91년 정부의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에서 가덕도 신항만개발 부분이 누락됨으로써 추진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랬던 것이 신호·녹산공단조성과 더불어 되살아 난 것이다. 그 양상은 서낙동강권 개발로 집약되고 있으며 최종적 마무리는 숱한 계획변경 속에 가덕도로 모아지고 있다. 마치 만들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어찌 되던간에 만들고 보자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7월9일 지난해 5월부터 재추진해온 가덕도 신항만 및 배후도시 건설계획 등 부산시 도시계획수정안을 중앙부처에 재차 승인요청 했다. 시 계획에 의하면 신항만 부분에 5백12만 평 배후도시 개발용지로 2백99만 평을 합해 총 7백6만 평을 개발면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배후도시개발방향으로 대상 일원 1백54만 평은 새로이 매입하고 나머지 1백40만 평은 기존 육지부지를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부산시가 배후녹지개발과 관련 이번 확정안에서 개발하기로 한 섬 82만 평의 매립부분과, 가덕`-`거제연륙교`-`녹산 추가매립지역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절대적으로 자제되어야 하는 곳이다. 때문에 문체부와 건교부에서도 이 지역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원칙적으로 개발반대를 표시한 바 있다. 또한 가덕도의 동쪽부분과 북서안 경남 진해 을숙도를 잇는 64km 지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개간·매립·준설 등 자연경관과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된 곳이다.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이 외에도 또 있다.

신항만과 주거지역이 들어설 북서안 일대 1백29km 지역은 해양환경보전을 위한 연안오염 특별관리해역으로 묶여 공유수면 점용사용은 물론 매립 역시 금지된 곳이다. 뿐 아니라 가덕도 주위의 해안 전체는 해군기지구역으로 항만의 축소 또는 변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에 부산시는 특별법제정을 제기하며 관련 법규의 해제 및 완화를 재삼·재사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앙부처들은 이러한 법적 이유들을 들어 기본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현 정권의 기반지역에서 올라온 요구라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봐주자니 특정지역 특혜시비에 말릴 것이요, 안 봐주자니 뒤꼭지가 따가운 게 중앙 관련부처의 입장인 것이다. 때문에 건교부는 문체부와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항만기본계획을 끝내고 9월까지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한 후 민간업체의 참여를 받아 내년 3월쯤 착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실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토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축을 일시에 허무는 계기로써 무분별한 개발을 양산하게 될 뿐 아니라 이미 심각한 상태에 직면한 이 지역의 생태계교란을 더욱 부추켜 아예 절단을 내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예정대로 매립이 강행될 경우 ▲ 어류의 산란장이 줄어 자율재생산능력을 상실하고 ▲ 연안어장이 황폐화 되어 수산물 생산 및 어민소득의 감소 또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인접한 진해만의 경우 경제활력의 근간으로 부상했던 ‘황금어장’이 쇠퇴의 길로 곤두박질한 것은 군사적 이유 등으로 해안매립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였다. 이렇듯 자연해안에 물리적 변화를 가할 경우 낙동강하구의 지형변화가 보여주듯 조류의 방향과 유속변화로 연안환경파괴는 물론 적조 등의 원인을 상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한편 가덕도개발은 그 개발방식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웃한 일본이 지방자치단체의 주도 아래 철저한 공영개발방식과 환경영향평가 등으로 도시의 기능을 극대화시키는 반면 우리의 경우 도시 항만의 기능적 결합이 관료제에 의해 매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성과도 특정거대자본이 흡수하게 되어 있다. 이는 그동안 부산지역에서 진행된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누누히 지적된 바다.

가덕도개발은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이다. 개발로 인한 어업권 보상의 문제, 재원확보의 문제 등이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어업권 피해지역은 부산 강서·사하구 및 경남 진해시 거제 일원 약 50개 어촌계 어민 4만5천명에 ▲ 인허가 어업권 2백50 건 6백여 ha ▲ 어선 6천9백여 척 ▲ 기타 무면허 무허가 관행어업 제조업 등 3천5백여 건으로 피해보상비는 3천여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역의 개발은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관련 학문과 기술의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매립하는 방식 외에는 극히 초보단계에 있다. 해역은 자연의 일부이나 육상과는 달리 한 번 파괴, 변형되면 영구히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선진국에서 매립지역을 다시 원상회복시키는 이유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해양관련 전문가들은 매립과 관련된 환경과 개발문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92년 리우에서 합의된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내세우고 있다. 매립이 불가피할 경우 환경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철저한 공영개발방식으로 무분별한 환경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가덕도개발은 이 원칙에 접근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시도도 않고 있음이 문제인 것이다.

 

2009년 6월 현  부산신항은 개장을 했고, 가덕도는 개발에 돌입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컨테이너 항만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 부산항 신항으로 들어오는 물동량은  줄어들어 덤핑으로 운영중이다. 정부는 물동량 수요예측에 맞춰 항만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신공항 건설이 도모되고 있다. 

 

부산항 신항이 난관에 봉착한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항만정책으로 귀결된다. 그동안 물동량 등 경제성은 뒷전이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 항만이 우후죽순처럼 건설되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항만을 건설하니 채산성이 떨어지고, 여기에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으니 전국 항만의 공멸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하자고 항만건설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든가 .  이로인해 지역민의 삶의 터전인 바다는  엉망이 된지 오래다.  깔따구 파동이나  패류폐사를 넘어 일대의 해양생태계가  교란을 넘어  질식해가고 있다.   개탄할 일은 이런 와중에도 건설사들은 이윤을 챙긴다는 것이다.   10년전 이런 지적과 문제 제기는 허공중에 외치는 공허한 주장이었다.


지난 생각 - 영주와 은주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