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투고- 낙동강에 출현한 배스 94.11 월간 환경운동
배스, 드디어 낙동강을 점령하다.
출처: http://cafe.daum.net/ejrrhss/AwLs/4
배스다. 틀림없다. 이거 어디서 잡았습니까? 지난 4월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지난 10월 또 다시 낙동강 하류에서 배스가 잡혔다. 10월15일 물금과 원동에서의 투망에 의한 배스 포획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어떤 결단을 내리게 했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의 착찹한 심정이란 이런 것일까.
그래서 낙동강 배스 출현 사실이 터무니없는 사실무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 또한 없지 않았다. 그것은 정확한 검증 없이 어떤 일을 침소봉대하는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일을 자초하고 싶지 않은 신중함 뒤라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확실한 근거가 확보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세상에 알림으로써 더 이상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
이미 낚시꾼 사이에는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배스에 대한 추적은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 관심의 시작은 1991년 5월 10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북미산 육식어종 배스, 불루길 팔당호 점령 토착어종 씨말려’라는 기사를 본 뒤였다.
미국 5대호가 원산인 배스
미국 5대호 지방이 원산인 배스의 종류는 모두 6종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Large mouth black bass 로서 1973년 6월15일 미국 루지애나주에서 500마리의 치어가 항공편으로 국내에 반입되었다. 국립청평양어장(현 내수면연구소)에 이식된 당시의 치어들은 평균 3~4cm의 크기로, 이태 후 1975년 친어로 자란 49마리를 골라 4000 마리의 치어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그후 지난 1980년까지 총 1만9200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는데 현재 팔당호를 잠식한 배스를 공식적으로 방류한 기록이 없다. 다만 청평의 조종천(朝宗川)에 방류한 것이 유입되어 자연 번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일설에는 “1975년께 육영수여사가 두 트럭 분의 배스를 팔당호에 풀어 놓는 것을 목격했다”는 팔당호 현지 주민들의 주장도 있다.
당시 연구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이식된 배스는 1년 만에 평균 22.7cm 자란 것으로 나타났으며, 1년 3개월 뒤에는 평균 31.2cm로 자라났다고 한다. 배스는 온수성(온수(溫水성(性) 이종이라고는 하나 섭씨 0도에서 37.7도 범위의 수온에서도 잘 성장하여 잉어처럼 광온성(광(廣)온(溫)성(性) 어종이기도 하다.
한편 배스는 바다의 농어를 닮았으며 Percida 목 농어과에 속한다. 형태는 방추형이며 약간 측편된 편이고 두 개의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그리고 뒷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있다. 대개 동쪽은 녹색에서 약간 흑색을 띠고 복부에 가까울수록 회백색에 분홍빛을 띠고 있다. 서식처에 따라 약간씩 색깔의 차이가 나나 어떤 경우에도 복부는 흰색이며 측선(측선(側線)과 거의 일치하여 다수의 검은 반점을 나타내고 있다. 보편적으로 암놈은 짤막하고 몸통이 굵은 반면 수놈은 암놈에 비해 길고 가늘다.
붕어, 피라미 먹어 치우는 육식성
먹이 섭취는 호수나 저수지 가장자리를 돌아다니면서 갓 부화된 치어는 물론 새우, 수서곤충, 다 자란 피라미, 붕어 등을 가리지 않고 큰 입으로 덥썩덥썩 삼킨다.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포악하여 먹이로 생각되는 고기는 머리 부분부터 집어 삼키고, 먹이가 너무 크면 꼬리부분을 입 밖에 둔 채 서서히 소화시켜 가며 먹어 치운다.
특이한 것은 정지 상태에 있는 먹이는 거의 공격하지 않으며 먹이가 운동상태에만 있을 때에만 공격한다. 이는 배스가 수면중 중층을 유영한다는 것을 뜻하며, 그 서식지는 샛강이 유입되는 곳의 수초가 밀집한 고, 석축과 돌무더기 등 은폐물이 있는 곳을 즐겨 찾는다. 계절적으로 볼 때 수초지역은 봄, 여름이며, 수심이 깊은 곳의 은폐물이 있는 곳은 겨울철이다. 같은 수초대라고 하더라도 갈대 보다는 말즘이나 연밭 지역에 더 많이 몰리는데 이는 새우등의 먹이가 충분하며 5~6월 산란기 때 새끼를 보호할 수 있는 적지이기 때문이다. 종합하자면 강물의 유속이 약하거나 물 흐름이 없는 곳, 강변의 늪 지대중 항상 물이 고여 있고 장마 때 마다 물이 범람하는 곳이다.
왜 배스가 문제인가. 지난 80년 초 낙동강 하구둑 건설을 둘러싸고 개발론자들은 “철새가 밥 먹여 주냐며” 절대 다수의 반대를 불법적으로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 낙동강 하구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때문에 배스가 가지는 문제는 물고기 한 마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장차 그것이 몰고 올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피해를 줄여 보자는 것이다. 이미 그 피해는 눈에 띠게 드러나고 있다.
배스와 같은 어종의 전국 확대는 토착 어종의 뿌리를 위협한다. 배스를 비롯한 불루길 등의 외국산 물고기가 최근에 급속히 번창한다는 것은 토착 어종이 수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래 어종에 의한 고유생태계의 교란은 오늘의 흔한 종이 내일은 희귀종으로, 모래는 위기종으로 글피는 멸종됨을 뜻한다.
토착어종의 뿌리를 위협해
생태계의 기본적 얼개는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면서도 서로의 균형을 깨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모든 생물은 그들의 환경, 생활방식, 먹이원이 보전되는 조건에서만 살 수 있다.
한국 민물고기의 최강자 쏘가리가 배스에 말려나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쏘가리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위적으로 유입된 종으로 인한 종파괴의 도미노 현상은 종국에 이르러 부메랑 현상을 가져 온다. 배스의 경우 식물성 프랑크톤을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먹이 피라미드의 붕괴에 따른 부영양화와 녹조현상까지 유발시키고 있다.
1980년대 초 청쏘가리로 잘 못 알려진 배스에 대한 오늘 일반인들의 인식은 당시 낚시꾼들이 가졌던 생각과 별 차이가 없다.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아직 생각이 닫혀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당시 월간 낚시춘추 1983년 9월호 이달의 어안(어안(魚眼)을 보자. 제목은 ‘우리에게도 송어와 배스 낚시 할 날이...’ 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을 보자 .
“...새로운 댐과 저수지의 개발은 특히 우리 낚시인들에게 환영하는 바 되었고... 박대통령시절 국민의ㅣ 영양공급이란 면에서 수입 또는 개량되어 대단위 수면에 방류되기 시작한 향어(이스라엘 잉어) 초어, 백연어, 송어, 배스, 불루길 등이 이제 제법 성장한 모습으로 양적으로도 아쉽지 않을 만큼 나오고 있다”
남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세력 확장
유감스럽게도 10년 전의 이같은 바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요 낚시 월간지들은 해마다 4~5월을 시즌으로 책정, 상당량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배스 낚시가 대중화 될 정도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그것은 심각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생태계의 위기는 오늘날 인류 전체가 당면한 최대의 문명적 도전으로 그 근원은 자연을 단순히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토착어종이 멸종되고 있는 판에 배스와 r같은 외국산 육식어종이 득실거리는 강이나 호수는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될 수 없다.
1983년 남한강 수계를 잠식하기 시작한 배스의 영역확장은 초기의 팔당호나 청평의 조종천에서 양평, 여주, 충주 등의 남.북한강 수계 전역을 장악하고 경기도 일원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지난 93년 금강 수계에서도 배스가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다.
이같은 배스의 세력 확장은 전적으로 낚시꾼과 양식장 업자들의 피라미 제거와 낚시 어종 확대를 위해 인위적으로 퍼뜨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홍수로 인한 자연적인 서식지의 확대가 오늘 낙동강 수계에 배스의 출현과 번성을 가능케 한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외국산 어종에 대한 심각성은 우려만으로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물쭈물한 조치는 더욱 일을 어렵게 만든다.
수산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15종의 외국산 어종 중에는 어자원 증식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특정한 어종을 놓고 생태계 한쪽 면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외래어종에 의해 파괴된 서식환경을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강구 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다름 아니다.
중국 양자강이 원산지인 초어가 그 대표적 예다. 지난 1963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인공채집에 성공한 뒤 1969년부터 6년간 소양강 청평호 등지에 24만 마리가 방류된 이후 전국적으로 퍼졌는데 초어는 붕어나 잉어 등의 다른 어종의 산란지인 수초를 깡그리 먹어 치워 프랑크톤이 멸종, 다른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게 만들 뿐 아니라 붕어나 잉어의 산란에도 치명타를 주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보통리, 시흥의 문왕리 등이 초어를 방류한 뒤 붕어가 사라진 대표적인 곳이다.
과연 이런 현상이 초어에게만 해당될 문제인가. 또 수원의 보통리나 시흥 문왕리만의 문제인가. 낙동강 수계에서 배스가 잡힌다는 사실은 우리의 귀중한 자원을 우리 스스로가 파괴시키는 것이다. 결자해지라 했든가. 내수면 연구소와 환경처를 비롯한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분명한 방침을 세우고 시급히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신촌블루스 2 (황혼/골목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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