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개발로 파괴되는 황령산 월간 환경운동 96년 4월호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 둔 시점에서 부산 지역 신한국당 출마자들은 곤혹스럽다. 반면 국민회의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위천공단 문제와 황령산 온천개발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 황령산 범시민대책위 소속 임원 몇 명이 부산시 기장군 신한국당 후보인 김기재(전 부산시장) 씨를 찾았다. 그날 신한국당 기장군 지부는 당원 교육 중이었고, 그 내용에는 김기재 후보가 황령산 온천개발과 무관하다는 것이 있었다. 우연히 그 내용을 알게 된 대책위 관계자가 관련이 있다고 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고, 일행이던 이모씨는 두 시간 동안 감금당한 채 신한국당 당원들에게 취조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연합>에는 김 전 시장의 개입 여부를 알고자 하는 각당 당원의 문의전화가 잇달았다.
이틀 후 여야를 망라한 부산의 정치권이 황령산 살리기를 4월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채택하는 한편, 황령산을 낀 4개구 출마 예정자 5명(연제구:박순모-무소속, 손태인:수영구-민주당, 이성우:부산진갑-무소속, 황백현:부산진구을-민주당, 허종복:남구을-민주당)이 <주>라이프플랜이 황령산유원지 조성 공사장 입구에서 ‘황령산 4개지구 주민 건강권 확보를 위한 환경선언문 채택 및 황령산 살리기 3대 공동공약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뒤질세라 이양의 신한국 당 남구갑 위원장도 3월 15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시 지부가 황령산 문제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기로 했다’면서 ‘전문가 공청회 개최, 시민운동 지원, 환경보전책 채택 등 구체적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 절대 개발되어서는 안 될 황령산
황령산은 부산의 중앙에 위치한 산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그러나 이 황령산이 개발논리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파괴의 정도가 심하고 속도가 빠른데, 이 산이 4백만 부산시민의 휴식처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시민적 공감대 형성과 상식 수준의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
지상보도된 것을 간추리면 이렇다. 우선 개발업자인 라이프플랜이 90년 9월 부산시 남구 대연동 산 53번지 일대 자연녹지 4만여평을 구입함에 있어 초지거래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매입했고, 관할구청인 남구청이 이를 알고도 2년 동안이나 방치했다는 점이다. 또 라이프플랜의 경우 원래 사업이 부동산 임대업이고, 사업자 구성원 대부분이 공원묘지업자인데도 부산시가 민자유치 사업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둘째, 91년 들어 부산시는 도시계획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기존 고시된 유원지 조성계획을 변경하여 라이프플랜의 스포츠시설 조성사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셋째, 95년 들어 애초 라이프플랜이 건립하려 했던 시민체육공원은 지하수 개발 도중 우연히 발견된 온천수로 인해 31만평이 유흥위락단지로 고시되었고, 이 모든 결정을 전임 부산시장이 허가해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전 시장의 경우 현안사업은 후임자에게 물려 준다는 행정관례와 시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퇴임 3일 전에 이를 전격적으로 승인했다. 아무래도 의혹의 냄새가 짙게 풍기지 않는가. 이런 가운데 수사를 하던 남부서가 느닷없이 일손 부족을 이유로 단 하루만에 수사를 중단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늘푸른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서는 ‘당초 건립하고자 했던 시민체육공원은 조작된 온천수 발견을 빌미로 유흥, 숙박, 위락시설화했다. 그들이 노력던 것은 막대한 개발차익뿐’이라며, 관련업자와 관계당국의 비리를 적발해서 엄중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렇다면 그 개발차익은 어느 정도나 될까? <백양산 살리기 대책위> 위원장이었던 이동발 씨는 허탈하게 말했다. “중소기업이 허다하게 쓰러지는 판국에 억세게 재수 좋은 기업이다. 온천지구로 고시되면 못줘도 오백은 치줄기다. 평당 오백이면 돈이 얼마고? 자그마치 1조 5천억이요. 이렇게 돈 벌기가 쉽다면 나도 온천이나 개발해 봐야겠다. 아무데나 7백미터만 파면 따신 물 안 나오겠나.”
* 납득도 이해도 안 된다
현행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하면, 자연녹지에 대한 거래 허가는 관련부서와 협의, 국가 등이 행하는 공공사업 및 토지수용법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도시계획 이용 목적에 합당한 사업계획에 대해 내주도록 되어 있다. 라이프플랜의 경우, 4만여 평의 산을 깎아 테니스장과 수영장, 승마장 등 운동시설 조성사업을 하면서 배후녹지 조성이라는 목적으로 이미 온천고시 지정을 계획하고 94년 10월 근처의 임야 17만평을 추가로 매입하였다. 그런데 당시 사용목적을 백화점이나 콘도의 건립이라고 밝혔다면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한편 남구청은 라이프플랜이 수신한 황령산유원지 운동시설 조성사업으로 토지허가를 받을 때 예외규정의 적용을 받는 경우를 제시한 문서를 송부한 바 있다. 공익사업을 하는 자여서 예외로 했다지만, 민자로 유치하는 수영장, 볼링장, 아이스링크가 공익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라이프플랜은 95년 3월 들어 갑자기 ‘지하수 개발작업 중 우연히 온천을 발견했다’며 남구청에 온천지구 승인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부산시는 같은 해 7월 6일 온천보호 및 대중성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 온천지구’를 고시했으나, 이미 6월 24일 온천지구로 승인한 다음의 일이었다.
이 시기는 6월 28일 내무부가 온천법 개정을 입법예고한 뒤였다. 즉 전국 어디서든 온천개발 명목으로 산림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무분별한 온천개발을 규체키 위해 ‘현행 섭씨 25도 이상의 온도 규정’을 ‘지하증온율을 차감한 섭씨 25도’로 개정하는 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된 상태였던 것이다. 따라서 법이 개정될 경우 황령산처럼 지하 6백미터나 파 내려가 섭씨 25도 이상의 물을 개발해도 온천으로 허가받을 수 없게 될 처지였다. 더구나 황령산 온천은 지하 1백미터 깊이에서 17도, 3백미터에서 19도, 4백미터에서 22도밖에 되지 않으며, 지하 6백미터 이상을 파들어 갔을 때야 27.3-28.61도로 25도를 가까스로 넘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의 ‘황령산 온천자원 평가조사 보고서’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1호공의 경우 자연수위인 1백60미터에서 17.24도의 온도는 심도에 따라 계속 증가하여 지하 5백34미터에서는 25.55도를 보인다. 그러나 아직 온도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이 나와 추가 굴진이 실시됐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결국 라이프플랜 쪽에서 주장한 ‘우연한 발견’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것에 가깝다. 황령산 온천은 일반적인 목욕물 온도인 36-39도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천연 온천수를 끓여 공급할 수밖에 없어 원래의 온천탕 개념에도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뿐 아니라 온천 기능의 적합 여부를 판별하는 수질 내용인 총 고용물질도 불과 120-140ppm에 불과하다. 이는 황련산 인근 지하수 총 고용물질 139-486ppm 보다 낮다. 상식적으로 온천은 물에 특별한 성분(유황, 게르마늄 등)이 많이 녹아 있는 뜨거운 물을 지칭한다. 부산수산대 정상용 교수(응용지질과)는 “한국의 경우 지하 1백미터씩 내려갈 때마다 마그마 열기 등에 의해 지온(지하증온율)이 평균 2.67도 가량 상승한다”며 “어느 지역이든 땅 밑 6백미터를 파내려 갈 경우 지온이 평균 30도까지는 기본적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법이 허술한 데서 오는 문제점은 또 있다. 80년대 이후 온천개발 붐을 타고 아무런 약리작용도 없는 ‘맹물온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또 개발 당시 특정성분 함유 판정을 받은 지역도 온천수를 과다하게 뽑아 올리는 바람에 지하수가 스며들어 성분 유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사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즉 최초 개발 당시 유황천, 탄산천 등 특정 성분 온천 판정을 받은 지역도 연 1회 수질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검사항목 자체가 온천의 천질 중요항목 및 온도로 한다고 되어 있을 뿐 구체적 조항이 없어 형식적인 검사에 그치고 있다.
* 아무도 믿을 수 없다
현재 황령산 살리기 범시민대책위는 환경단체들과 부산시민 6만여명으로부터 받 은 ‘황령산개발 반대서명’을 청와대, 감사원, 검찰에 제출하는 동시에 부산시에 대한 황령산 온천지구고시 해제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아울러 남 구의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특위를 구성하는 등 황령산 문제는 새로운 국 면에 접어 들고 있다.
지난 3월 14일, 부산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황령산 온천개발 현장을 방문했 다. 산자락이 깎여 나간데다가 3월 11일 발생한 산불로 숲이 타 버려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남부경찰서는 그 화재가 이해 당사자에 의한 의도적인 방 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지주 및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고 한 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황령산 일대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잇딸아 화재가 발생 했으며, 화재발생 시간상이나 원인에 있어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이 높다고 했 다.
황령산 자락 수영구 쪽에 사는 정명숙 씨는 말했다. “열심히 나무를 심어도 회 복이 어려운데, 온천 만든다고 나무는 다 베어 버리고 거기다 불까지 났으니 할 말이 없다. 더구나 부산시와 남구청이 업자를 비호하고 두둔했다는 데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정씨에 따르면, 특히 온천 개발로 인해 집 주위 세 군데 약수터 중 두 곳에서 물이 나오지 않고 나머지도 시간제로 물을 떠 가게 되어 약수터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며 민심조차 각박해졌음을 개탄했다. 라이프플랜 쪽에서는 “믿어 달라. 우리도 서구 도심의 공원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 발할 것이다.”라고 한다. 그러나 포크레인과 불도저로 무조건 파헤치고 나서 주변의 숲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것은 지극히 반환경적인 발상일 뿐이다.
2009년 현재 황령산 온천개발 예정지에는 스키돔이 들어 서 있다. 그러나 사키돔 사업도 현재 부도가 나서 현재 경매에 들었다. 결과적으로 온천개발은 수많은 시민들의 노고에 힘입어 백지화 되었지만 , 온천개발 과정에서 피헤쳐진 절개지의 복원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스키돔사업이 등장했다. 이에 따른 시민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부산시와 업자간 행정 소송을 통해 업자가 승소함으로써 스키돔은 현실화 되었다. 그러니 부도가 난 지금 누구도 책임 지는 사람이 없다. 지난 2005년 경향 뉴스메이커 소속 기자는 그 속내를 추적한 글을 아래와 같이 남겼다. (당시 그 기자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 다만 그 기자도 상당히 조심스레 취재를 했던 것으로 알고 물증도 확보해 두었던 것 같은데, 상황이 여의치 못했던 것 같다. )
심층취재 ‘봉이 김선달’ 황령산 스키돔, 그 실체를 밝힌다
기업윤리 망각한 ‘스노우캐슬’ 하성희 회장 의혹 중심에
부산 도심에서 사계절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키돔 ‘스노우 캐슬’이 내년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할 예정이다. 부산시와 스포츠랜드부산(주)은 지난 3월 21일, 남구 대연동 황령산 3만여 평 부지에 사계절 스키돔 ‘스노우 캐슬’을 착공한다고 밝혔다. 총사업비 700여억 원이 투입되는 황령산 스키돔은 현재 약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 은칠성 스키돔과 비슷한 규모인 길이 276m, 폭 40~60m인 스키 슬로프와 길이 110m, 폭 20m의 눈썰매 슬로프를 주요 시설 기구로 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조각공원과 인공암벽등반, 야외공연장,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을 부대시설로 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해마다 전북 무주와 강원 평창 등으로 떠나던 부산, 경남 지역 스키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스노우 캐슬’의 조성 과정과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황령산 스키돔 조성 사업은 그 동안 각종 의혹과 비리의 원천이었으며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반발로 사업 위기까지 직면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키돔 시행사인 스포츠랜드부산(주)의 재무 상태를 비롯한 기본적 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본지는 이번 11월호를 통해 황령산 스키돔 ‘스노우 캐슬’에게 제기되었던 각종 문제점과 의혹 등 그 정확한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황령산은 개발사업자의 이윤 추구 공간
황령산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황령산 유원지 종합개발계획 수립 ⇨ 1984년, 황령산 유원지 지구 고시 ⇨ 1990년, 라이프플랜(주) 부산시 황령산 운동시설 설치 건의 ⇨ 1992년, 운동시설 실시 계획 인가 ⇨ 1994년, 라이프플랜(주) 온천 발견 신고 ⇨ 1995년 온천지구 지정 고시 ⇨ 2000년 4월, 조성계획 변경 결정(스키돔 조성안 심의 통과) ⇨ 2000년 8월, 시행법인 스포츠랜드부산(주) 설립 ⇨ 2000년 9월, 스포츠랜드부산(주) 사업부지 인수 ⇨ 2004년 6월 황령산 스키돔 건축인허가 ⇨ 2005년 3월, 황령산 스키돔 상가 분양 ⇨ 2005년 12월, 황령산 스키돔 착공
이처럼 여러 우여곡절 끝에 황령산 스키돔이 착공,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한창 공사 진행 중에 있다. 황령산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는데 그 공통점은 개발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환경 훼손과 부산시의 무책임한 개발 계획이다.
부산의 도심 중앙에 위치해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황령산은 지난 1983년 유원지 종합개발계획을 시작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이듬해 황령산 유원지 지구로 고시되면서 각 개발업체들은 이권을 노리고 황령산 개발을 추진하였는데 그 중 대표적 사건이 대규모 온천위락지구 조성 사업이다. 환경훼손 및 각종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를 비롯,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에 봉착한 온천 개발 사업은 결국 1997년 시행사가 산을 파헤쳐 놓은 채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일단락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이하 부산환경련)이 중심이 된 ‘황령산 살리기 시민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황령산 절개지역 복구, 황령산 유원지 및 온천지구 지정 해제, 그리고 황령산의 생태공원 지정을 주장하였지만 부산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다른 개발업체가 황령산의 개발을 추진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환경단체의 절개지역 원상복구 요구와 복구비용에 부담을 느낀 부산시는 개발 사업을 타진 중이던 스포츠랜드부산 측에 황령산 개발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의 약속을 믿고 황령산 개발 사업에 뛰어든 스포츠랜드부산은 2000년 4월 21일 황령산 스키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 계획이 발표되자 또 다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개발 반대 여론이 불었고, 여론의 후폭풍에 봉착한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은 4월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민의 정서와 이익에 반하는 개발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포츠랜드부산은 지난 2000년 9월 온천개발사업자 라이프플랜의 배후 기업 한솔로부터 황령산 부지 23만여 평을 68억원에 인수하는 등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스키돔 사업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 및 행정심판과 법정소송 과정 끝에 2004년 5월 부산시로부터 황령산 유원지 운동시설을 스포츠센터에서 실내 스키돔으로 변경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인가’, 즉 건축인허가를 받아 냈다. 이와 관련, 당시 부산환경련 구자상 사무처장은 “부산시의 도심 녹지 보존정책이 중심을 잃고 이해 관계나 시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오락가락한 결과”라며 시의 행정절차 등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황령산은 지역주민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일관성 없는 부산시 행정과 개발이익만을 노린 사업자의 이윤 추구 공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스노우캐슬에 제기되는 각종 의혹
민간기업이라고 하나 황령산이라는 공공성을 가진 부지에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 특성과 투자자들에게 상가를 분양하는 업체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업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 구조 등 스포츠랜드부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스포츠랜드부산 하승희 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슬로바키아 명예대사와 부산시 양궁협회장, 그리고 ‘하 필름’ 대표를 지닌 이력만 있을 뿐이다. 다만 동종업계 관계자는 “하 회장은 과거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정계 인맥이 상당하며 성격이 화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베일에 싸인 스포츠랜드부산에 제기되는 의혹들 중 핵심은 사업 인허가 과정 비리와 개발 특혜,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사업 시행 자금의 출처 등이다.
먼저 인허가 과정 및 개발 특혜 부문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스노우 캐슬’ 사업 시행 초기 과정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대규모 온천위락지구 조성 사업으로 인해 파헤쳐진 황령산 부지 2만여 평 절개지역을 두고 환경단체는 원상 복구를 요구했고, 부산시는 복구비용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시민사회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부산시의 입장에서 또 다른 개발업체 스포츠랜드부산의 개발 의지는 ‘가뭄에 단비’였다. 이에 안 시장이 유럽 순방 중 동행한 스포츠랜드부산 하성희 회장에게 개발 지원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고, 이를 토대로 부산시 고위 관계자가 업체에 확인서를 써 주었다. 이와 관련, 스포츠랜드부산 박종진 이사는 “당시 녹지공원과 과장이었던 김 모 과장으로부터 ‘안상영 시장의 지원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황령산 스키돔 건설 사업이 시민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난항에 봉착하고, 이 부분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김 모 과장이 사실관계 증언을 하자 시는 김 과장을 징계하는 등 ‘책임 떠넘기기’의 치졸한 작태를 연출했다. 지난 2004년 1월 5일, 부산환경련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뇌물수뢰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 안 시장이 여론을 무시하고, 개발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정적 특혜를 주려고 한 비리 의혹을 검찰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인에 대한 예의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 밝혀낸 결과다.
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랜드부산의 자금 출처 부문이다. ‘스노우 캐슬’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스포츠랜드부산의 자본금은 10억원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의문점을 제기했다. 지난 2000년 9월 한솔 측으로부터 매입한 사업부지 23만여 평 인수자금만 68억원이다. 그리고 총 사업비는 무려 700여억 원이 든다.
그런데 자본금 10억원의 회사가 어떻게 이런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자본금 10억원의 회사가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필히 부산시와 정치권의 지원과 특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동종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시공사가 사업 보증을 해 주고, 이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노우 캐슬’의 시공사는 대우건설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초기 단계에서 동양건설산업으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서 스포츠랜드부산 박종진 이사는 “보증문제로 인해 시공사가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 부산시와 시행사가 내세운 사업 정당성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외자유치를 통한 사업 시행이었다.
당시 부산시가 ‘시민단체 주장에 대한 재반론’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글을 보면 △10년 동안 훼손된 채 방치된 절개지역의 자연 친화적 복구 △절개지역의 매입과 원상복구 공사에 대한 재정적 부담 △400여억 원이 투자된 사업 무산시 해당 업체 및 국가적 손실 △500억원 규모의 외자유치를 통한 사계절 스키돔 건설과 관광산업화 △스키대중화에 따른 부산시민 및 내외관광객들의 욕구 충족 등을 근거로 사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왜 지나간 사건을 들추려고 하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스포츠랜드부산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스위스와 외자유치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사업 허가 문제로 결렬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회사 자본금이 미미한데 어떻게 이런 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행사 관계자는 “하 회장의 사재와 동업자의 자금 등으로 충당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각종 의혹, 특히 인허가 과정과 사업 자금 마련 부문은 여전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의혹을 뒤로 하고 황령산 스키돔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3월에 시작된 스키돔 상가 분양 사업은 현재 분양율 90%를 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신문광고 등 대대적 마케팅을 통해 스키돔의 입지 여건과 상징성, 그리고 사업성 등을 홍보했고 이는 현재의 분양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총 점포 수는 156개이며 오는 2007년 5월 입점 예정인 스키돔의 분양가는 층별로 평당 1300만원~2600만 원 선으로 평균 2000만원을 상회한다. 68억원에 인수한 황령산 유원지 부지 23만여 평 중 극히 일부인 3만여 평에서 거둬들이는 시행사의 수익 규모만 해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동강 물을 판 구전설화 속의 ‘봉이 김선달’ 현대판이 부산시의 협조와 비호 아래 ‘시민의 산’인 황령산을 다시 시민들에게 되 판 ‘스노우 캐슬’이다”라고 꼬집었다.
기업윤리를 망각한 ‘스노우 캐슬’
황령산 스키돔 ‘스노우 캐슬’ 공사와 관련, 계속해서 제기된 부문이 공사 대체도로 및 진입로 확보 문제다. 그 동안 부산지역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스키돔 진출 입구가 수영로에서 이어지는 금련산청소년수련원으로 들어가는 등산로와 겹치는데다 진입로 주변에는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공사과정 및 완공 후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된다”며 대체도로 마련을 촉구했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마땅한 대책없이 공사 진행에 나설 경우 매연과 먼지, 소음 및 안전 문제, 그리고 교통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부산시와 시행사 측에 대체도로 건설을 건의했다. 지난 2006년 4월에는 수영구 남천동 주민들이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 이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초기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현재는 공사현장 출입 차량이 그리 많지 않아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는 공사 진행에 따른 결과이지 민원의 해결을 통한 결과가 아니다. 당시 민원제기에 앞장섰던 주민 이모(46. 수영구 남천동)씨는 “시와 개발업체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공사 진행으로 인한 피해와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서 스포츠랜드부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진입로 및 대체도로는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공사”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기업윤리적 측면을 강조하자 “시와 협의해 진입로를 만들 계획으로 현재 교통영향평가 중에 있으나 도로 부지 매입과 보상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교통 밀집지역인 수영구 남천동 일대 특성상 스키돔으로 통하는 새로운 진입로가 개설되지 않는다면 스키돔 개장 후에는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되며 이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든 개발 사업이 그렇듯 황령산 스키돔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은 ‘개발과 보존’, 그리고 ‘환경 파괴’에 있다. 개발업체가 주장하듯이 황령산 스키돔 사업이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스키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간 및 관광자원으로의 활용 등 긍정적 측면이 있기는 하나 스키돔과 관련된 주변 연계 시설의 부재 등 인프라 측면의 미흡성, 개발을 통한 황령산 파괴 등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사는 ‘국내 최초 사계절 스키돔’이라는 상징성과 사업성을 이유로 황령산 개발을 통한 이윤 추구에만 집착하고 있다.
스키돔은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황령산의 자연환경이 개발업자의 이윤 추구 공간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며 유원지 지구 일대를 보전녹지 지역 또는 생태공원으로 지정, 복원을 통해 시민의 자연공원으로 환원할 것을 주장하며 오랫동안 반발해 온 사업이다. 특히 시행사가 모델로 제시하는 외국 스키돔 사례 등을 보면 도심 중앙에 위치한 경우는 전무하다. 이는 환경문제 등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부산녹색연합 장인현 운영위원은 “도심에 자리 잡은 황령산은 개발을 피해 모여드는 각종 조류와 야생동물, 그리고 시민의 안식처”라며 “하지만 스키돔 등 심각한 개발사업으로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황창윤 교수는 “부산 남구와 수영구, 연제구, 그리고 진구에 걸쳐 있는 황령산 및 금련산은 부산 도심 중앙에 위치한 ‘허파’와 같은 존재이므로 계획성 없는 무분별한 개발 사업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환경련 이성근 사무처장은 “계획대로 스키돔이 건설되면 주변지역이 연쇄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부산의 상징인 황령산 일대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고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연쇄 개발사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사무처장은 “사전 예방 차원이 가장 중요한데 스키돔 사업을 끝까지 막아내지 못해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지역 환경자원을 유지하고 보존함에 있어 원칙과 본질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부산시는 아무런 원칙과 계획성 없이 무분별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월에 발표한 부산환경련의 성명에 해답이 있다.
“황령산은 시가지로 둘러싸인 포령(包領)의 자연녹지로서 부산 시민과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하며, 온천개발부지나 스키돔 등 개발업자의 이윤 추구의 장이 아니라 자연생태공원 등 공공의 장으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합의다”
영화 '길'(La Strada) 중에서 젤소미나(Gelsomina)
'세상과 어울리기 > 칼럼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양생태계 파괴하는 가덕도 신항만건설계획 (0) | 2013.06.17 |
---|---|
미군 주둔지를 녹지 공간으로 (0) | 2013.06.17 |
배스, 드디어 낙동강을 점령하다 (0) | 2013.06.17 |
뭉개구름 피는 뜻은 (0) | 2013.06.17 |
선암사에서 (0) | 2013.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