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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자연녹지 훼손과 정경유착 - 다대·만덕 택지 특혜비리를 말한다

by 이성근 2013. 6. 17.

자연녹지 훼손과 정경유착 - 다대·만덕 택지 특혜비리를 말한다

월간 환경운동 1998.11  

 

흔히들 이 사건을 ‘부산판 수서비리’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시민이라면 부산판 수서비리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일축하는 대신 ‘메가톤 급 핵(核) 폭탄’에 비유하고자 할 것이다. 사실대로만 밝혀진다면 기존의 정치구도가 산산조각 날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도 야당도 시늉만 내거나 뒷짐을 진 채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털어 봤자 득 될 일이 하등 없으니 비등하는 국민 여론을 감 안, 약간의 흠집내기로 유야무야시키자는 쪽이 우세하다고나 할까?

 

지난 96년 여름 한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 건축사무소 소장으로 있는 그와 함께 다대포 현장으로 갔다. 낙동강 하구 일대와 남해가 한 눈에 조망되는 천하의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누군가 이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만든다고 했다. 이미 다대포는 아미산 끝자락에 5지구가 들어섬으로 인해 많은 부분이 훼손된 상태였다. 그리고 당시 다대포는 다대포 앞 만 지역을 매립하여 수산·목재전용 공단으로 만든다는 부산시의 계획에 반발한 주민들의 집회로 격앙된 상태였다.

 

환경련 역시 당장의 불을 꺼야하는 촉박함으로 인해 공단조성 반대에 무게를 실었다. 그런 판단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대지방공단은 백지화되었다. 이후 환경련이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황령산온천개발 반대운동이 소강기를 가질 무렵인 96년 12월이었다. 당시 부산시는 구청과 지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방주택의 요청에 의해 공동주택사전결정심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처럼 사하구청의 환경파괴 및 교통난 우려에 따른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월30일 아파트 사업허가가 승인되었다. 97년 1월 주민공청회가 있었으나 요식행위였다.


다대포 형질변경

동방주택 이영복은 92년 말부터 다대포 14만평과 만덕동 3만3천평의 자연녹지를 집중 매입했다. 이씨가 매입한 시점은 부산시 도시계획재정비계획 공람안이 확정(94년 4월23일) 되기 1년 6개월 전 시점이다. 95년5월6일 이 토지를 비롯해 다대지구 15만1천5 백 평, 만덕지구 6만6천7백 평이 자연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형질변경 됐다. 결과적 으로 이씨는 가만히 앉아서 최소 1천5백억 원 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다.

 

내일신문은 이에 대해 민주계 소속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영복이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89년 이전부터이며, 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계와 밀착해오다 92년 대선 후 형질변경작업을 본격 추진했다”고 하며, “89년 이전에는 소위 ‘바지’로 불리는 제3자를 내세워 매입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영복은 꾸준히 정치인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그 계열은 민주계 실세들이었다. 그러한 덕택에 부산시는 이영복의 형인 이차복씨가 낸 진정서 한 장을 근거로 당초 형질변경을 3배 이상 늘려주기도 했다. 이씨가 그 땅을 사들였음은 물론이다. 형질변경에 성공한 이씨는 곧바로 6천여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건축허가를 부산시에 신청했고 부산시는 96년8월(만덕동 백양산) 96년12월(다대 아미산)에 아파트 사업허가를 승인했다.

 

환경련이 다대포와 관련 의혹을 가지고 파고들기로 한 이유도 상식적으로는 이해 될 수 없는 이러한 특혜  때문이었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이 어떠한 개발로도 자유로와야 한다는 생태·환경적 이유 때문이었다. 그것은 첫째, 사전에 결탁하거나 유착하지 않았다면 한 개인에게 이러한 고급 정보가 흘러갈 수 없다는 점이다. 곧 정치권이나 고급 공무원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사안이었다. 그것도 토지매입 5개월 만에 이루어진 용도변경이었다는 면에서, 어쩌면 용도변경 자체가 모종의 커넥션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는 일부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둘째, 사업허가 승인으로 다대지역의 경우 매우 가파른 곳으로 해발 148m(만덕 200m)에 이르는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다대 8경 중에서도 백미로 꼽힐 만큼 그 주변 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특히 다대동은 인근 김해 공항의 항공로 안전구역으로 돼 있어 1백55,9㎡ 이상 건축을 할 수 없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꼭대기에 2만여 평을 30m 가량 깎아내는 무리한 절토를 조건으로 하면서까지 허가됐다. 부산시가 각 구청에 지시한 <민영주택건설 입지심의기준>에 의하면 과다한 절토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내일신문은 당시 “문정수시장(96년 말)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기 위해 모의원과 멱살잡이를 하면서까지 싸웠다”고 보도하고 있음으로 보아 상당히 큰 압력이 가해졌음을 알 수 있고, 그 뒷 배경으로는 김현철을 지목하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다른 어느 지역에 비할 수 없는 우수한 경관과 생태·문화의 우수성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이 나라의 최대 장강인 낙동강이 1천3 백리를 흘러내려 비로서 바다와 만나는 곳일 뿐 아니라 백두산이 백두대간과 낙남정맥의 타고 흐르고 흘러 마지막으로 숨을 쉬는 종착지인 셈이다. 이러한 지리·지형학적 이유로 인해 이 지역의 생산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뛰어날 뿐 아니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이름난 곳이다. 해양과 육지를 잇는 곳으로써 식물과 동물의 이동경로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부산시 12개구 중 가장 많은 문화재가 분포한 지역이다. 그것도 다대포 한 동에 집중되어 있다.


의혹

환경련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다대지역의 개발을 반대하고 싸웠다. 개발업자가 동원한 깡패들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시와 관련 기관을 통해 수사를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던 97년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에게 국정감사를 신청했다. 부산시 내무위 국정감사가 이루어지던 10월 1일 다대·만덕택지 특혜의혹 비리를 둘러싼 문정수 전 부산시장과 추미애 의원간의 공방은 2시간 여에 걸쳐 전개되었다. 문시장은 시종일관 땀을 훔치기에 바빴고 신경질적 이었다. 중재에 나선 이택석 위원장의 권유에 의해 쌍방은 특별소위원회를 구성 진상조사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11월 국회 예결위에 서 추미애 의원은 또한 번 이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쟁점화됐다.

 

당시 추 의원은 이인제 경기도지사를 따라 국민신당을 만든 김운환 의원(현 국민회의)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부산의 건설업체인 동방주택사장 이영복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사 업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받은 수백억원 중 일부가 모 대선후보 경선 자금과 신당창당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건교부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다대·만덕 문제는 다시 정치권으로 비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6.4지자체 부산시장선거를 통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기까지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못했다. 다만 누구가의 지시에 의해 내사가 있었으나 중단되었다는 정보만 입수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6.4지방선거시 먼저 포문을 연 측은 안상영 현 시장이었다. 안 시장은 김 전 시장이 재임시절 도시재정비계획을 최종 입안했기 때문에 최종 책임은 김 전 시장에게 있다고 몰아부쳤다. 반면에 김 전 시장은 적반하장이라며 안 시장 쪽으로 책임을 전가했다. 선거 종반까지 이 문제로 시비를 걸던 쌍방은 맞고발을 하기까지 했으나 선거가 끝난 직후 쌍방은 적절한 해명 없이 고발을 취하함으로써 유야무야 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국정감사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통해 끊임없이 그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한번도 국민의 의혹에 답을 해 준 일이 없었다. 지역의 언론조차 문제제기가 없었다. 엄청난 벽이 실감되던 때였다. 이러던 차에 중앙의 한 일간지가 이 문제에 대해 취재협조를 요청해왔다. 9월 들어 그 신문사와 환경련은 한달여를 준비해왔던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고, 이 문제는 현재의 사정정국과 맞물려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집요한 수사촉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 정보에 의하면 국민회의 중진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근본적으로 지방검찰이 손대기에는 너무도 큰 사안이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정당국의 책임선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여기에 의혹이 제기되던 한나라당도 국정 조사권 발동을 검토하겠다는 애매한 표현으로써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검찰의 수사촉구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민단체와 한나라당의 목소리는 일견 같아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판이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곧 환경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 사건이 수서사건을 능가하는 문민정부 최대의 특혜비리로서 물고 물리는 정경유착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한나라당의 입장은 이 문제가 현 여권까지 개입되어 있는 문제로서 자신들과는 무관함을 밝히는 동시에 궁지에 몰린 국면타개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검찰이 감추면 감출수록 이 문제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이 나서야 한다. 그것은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해서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고 국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행정적 문서적 감사일 뿐 그 너머 무언가를 추적하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시늉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Come Vorrei Sung (내가 얼마나 원하는지) - Samy Go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