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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포토 아크

by 이성근 2019. 9. 28.



포토 아크 - 조엘 사토리 글·사진/권기호 옮김/사이언스북스 2019.08.

저자 : 조엘 사토리 사진가이자 작가, 교육자, 보전 활동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회원,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정 기고가이다. 그의 대표적인 특징은 유머 감각과 미국 중서부의 프로테스탄트적 노동 윤리이다. 세계 곳곳의 멸종 위기 종과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전문가이며, 생물 종과 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25개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인 포토 아크의 수립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외에 잡지 오듀본(AUDUBON),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일간지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그리고 수많은 책에도 사진이나 글을 실어 왔다. 그는 세계를 누비고 다니다가 아내 캐시와 세 자녀가 있는 미국 네브래스카 주 링컨의 집으로 돌아갈 때면 늘 행복하다

 

내 삶이 다하는 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것에 흡족해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죽고 나서 먼 훗날에도 이 사진들은 생물 종을 구하는 역할을 매일매일 지속해 나갈 것이다. 나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사명은 없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한가?본문에서

 

이 책은 다섯 장으로 되어 있다. 다섯 장의 제목인 닮은꼴’, ‘’, ‘호기심’, ‘희망은 이 책을 펼칠 때 왼편과 오른편에 나타나는 두 사진을 잇는 주제이다. 펼침면마다 사토리가 담은 이 이야기들은 이 책, 나아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만끽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먼저 1닮은꼴에서는 형태나 자세 등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두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한다. 이러한 거울상은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게도 한다. 2은 짝을 이루는 개체들의 사진을 주로 담았다. 형제 자매, 암컷과 수컷, 부모 자식, 단짝 친구 등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의 동반자 관계를 선사한다.

 

쌍쌍이, 나란히 나란히, 손에 손잡고, 함께 우리는 방주를 만들며 온 세상을 휘돌아다니고 있다.본문에서

 

3은 달팽이와 치타, 암수가 다른 형태를 지니는 앵무처럼, 차이를 보이는 동물들을 나란히 배치한다. 차이는 우리를 매혹하는 주제이다. 차이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생물 세계의 다양성을 인식한다. 4호기심은 우리의 분류학적 경계를, 혹은 우리의 주제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이 책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매력을 지닌 동물들이 등장한다. 5희망에서는 인간이 보전 활동을 펼침으로써 멸종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선 종들을 만날 수 있다. ‘포토 아크프로젝트, 그리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전 활동을 통해 우리가 지킨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일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포토 아크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이 멈춰서 내다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걱정과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 방주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본문에서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공존한다

내가 사는 수리산 자락에는 골짜기로 길게 들어앉은 널따란 공원이 있다. 입구에 초막골 생태 공원이라는 커다란 글자들이 솟대처럼 늘어서 있다. 그 아래 간판에는 금두꺼비 머리 같은 황금빛 부조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송아지만 한 금두꺼비 형상 대여섯 개가 번쩍번쩍 우람하게 엎디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두꺼비가 아니라 맹꽁이란다. 저 위쪽에 가면 맹꽁이만을 위한 맹꽁이 습지원도 있단다. 귀한 몸이 되신 맹꽁이가 초막골 생태 공원을 대표하는 상징이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사람은 저 형상을 보고 첫눈에 금두꺼비라고 오해할 법하다. 인간은 을 욕망한다. 그래서 금두꺼비를 만들어 냈고, 흑갈색이 아니라 금빛으로 치장된 맹꽁이를 보고도 금두꺼비이기를 무의식적으로 욕망한다. 또한 인간은 을 욕망하느라 두꺼비도 맹꽁이도 무참히 희생시켰다. 이제는 둘 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연에 존재했던 실제 황금두꺼비(golden toad, Incilius periglenes, EX)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절멸했다.

 

공원 초입에 있는 맹꽁이 조형물을 옆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옆에서 보면, 나는 그저 지나가는 구경꾼이거나 방관자일 뿐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보면 약간 긴장하면서 눈부터 마주 보게 된다. 마주 봄으로써 관계가 맺어지고 인연이 엮인다.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된다. 뭔가 교감이나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조엘 사토리의 포토 아크에 승선한 동물들은 대부분 카메라 쪽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는 나는 그들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인간의 개체수 급증과 욕망 때문에 그들이 겪어 온 수난과 고통을 생각하게 되고, 장차 그들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게 된다.

 

우리 인간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슬프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안 그럴게. 잘할게. 진심이야. 부디 우리 곁에 계속 있어 줘.’

이런 독백을, 방백을 그들이 알아듣더라도 과연 믿어 줄까? 그들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동물 거울을 닦는다.”라고 말했다. 동물이기도 한 인간이지만 다른 동물 없이는 온전한 인간일 수 없다. 맹꽁이가 사라지면 인간은 맹꽁이가 된다.

 

포토 아크에 실린 사진이 영정 사진이 아니라 멋들어진 초상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며, 이 중요하고 어려운 포토 아크프로젝트를 지금도 사력을 다해 이끌어 가고 있는 조엘 사토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의 우리말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하고 원서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준 서울 대공원 동물 기획과의 장현주 선생님과, 복잡한 편집 작업을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준 ()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197월 산본에서 --- 옮긴이의 말중에서

 







멸종위기종, 영정 사진 남기듯 기록

- 내셔널지오그래픽 대표 작가

- 인류세에 맞선 멸종위기 동물

- 12000여 종 담아낼 사진집

- 흑백 배경 초상 스타일로 찍어

- 특별한 촬영 과정·뒷이야기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공감한다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정말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대멸종은 전체 생물 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대격변을 일컫는다. 동물원에서 흔히 보는 호랑이 사자 코끼리 기린 등은 사실 모두 멸종위기종이다. 다만 동물을 다룬 TV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서 단골손님으로 나와 우리에게 익숙할 뿐이다. 인류의 각종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사냥, 환경오염 등으로 동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북극여우(왼쪽), 태국버들붕어. 출처 Joel Sartore /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사이언스북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대표 작가 조엘 사토리(Joel Satore)포토 아크(Photo Ark)’21세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포토아크 프로젝트의 사진들을 모아 놓은 아카이브다. 책 부제는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 2006년부터 시작된 포토 아크 프로젝트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맞서 살아 숨 쉬고 있는 12000여 멸종위기종 모두를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 종은 크든 작든 다 동일하며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목적이 있다. 이들 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 14개국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으로 동시에 전시됐다.



부엉이나비(왼쪽), 아메리카수리부엉이

  

책에 실린 사진은 독특하게 사진관 초상 스타일로 촬영했다. 저자는 동물들이 대등해 보이도록 하려고 이 방법을 택했다. 흑백 배경 앞에 따로 있는 동물들은 아주 또렷하게 보여서 그들이 지닌 생김새와 눈빛, 표정, 그리고 몸짓에 집중할 수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멸종 위기 생명체 하나하나를 직접 목격하노라면 인류세(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지구 환경이 급변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공존할 수 있을지를 자문하게 한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사진뿐 아니라 동물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책 곳곳에 수록된 포토 아크의 영웅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여러 개인을 소개한다. ‘촬영 뒷이야기에서는 포토 아크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떠한 방식으로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지 그 현장을 따라가 본다.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서 사진을 촬영한 저자는 동물원을 일컬어 보전 센터라고 말한다. 이는 멸종위기종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번식시킴으로써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동물원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배우이자 국제보전협회 부회장인 해리슨 포드는 책의 서문에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사토리가 만든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속 동물들과 우리는 한배를 타고 있다고 환기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코쿠렐시파카 © 뉴스1

 

2015727일에 사망한 마지막 북부사각입술코뿔소 수컷 © 뉴스

 

레이만뱀목거북© 뉴스1



황금들창코원숭이© 뉴스1



In Un Fiore (Wilma Goich)(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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