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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토종비둘기 급감의 가장 큰 이유는

by 이성근 2017. 7. 11.

국내에서 60여마리만 확인된 토종 비둘기의 급감은 각종 행사에서 무분별하게 방사한 집비둘기와의 잡종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향신문이 10일 입수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서울대공원의 ‘멸종위기 양비둘기 보전 및 증식·복원연구 3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토종 비둘기인 양비둘기는 주요 서식지에서도 65개체 정도만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비둘기에 대한 정밀조사는 2014년 처음 실시됐으며 현재 전남 구례군, 전남 고흥군, 경남 의령군 등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흔히 낭비둘기라고도 불리는 양비둘기는 바닷가 바위절벽, 내륙 바위산, 교각 등에 사는 토종 비둘기이다. 전체적으로 집비둘기와 비슷한 외양이지만 꼬리에 뚜렷한 흰색 무늬가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많은 수가 관찰됐지만 현재는 전남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만 드물게 확인될 정도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다. 

양비둘기와 집비둘기, 집비둘기의 선조의 바위비둘기의 비교. 환경부 제공.

양비둘기와 집비둘기, 집비둘기의 선조의 바위비둘기의 비교. 환경부 제공. 

                       

지리산 천은사의 양비둘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

지리산 천은사의 양비둘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 천은사의 양비둘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연구진은 양비둘기 개체 수를 줄어들게 한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집비둘기와의 잡종화를 꼽았다. 보고서에는 경남 창녕군 남지읍, 도천면, 함안군 등에서 집비둘기 무리와 집비둘기와 양비둘기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 비둘기들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잡종 비둘기들은 양비둘기의 특징인 꼬리의 흰색띠를 명확하게 갖추고 있지만 날개 등이 다른 형태, 집비둘기와 비슷한 형태, 양비둘기와 무늬는 같지만 전체적인 색깔이 자주색인 형태 등 다양한 외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비둘기 무리와 잡종 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집비둘기 무리와 잡종 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연구진은 또 양비둘기의 감소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경향과 유사하게 집비둘기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을 꼽았다. 양비둘기는 사찰 현판이나 처마 아래 공간, 오목한 바위절벽 틈, 교각 등에 주로 둥지를 트는데 집비둘기도 비슷한 환경을 둥지장소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서식 환경을 두고 경쟁을 벌인 결과 양비둘기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국내에 집비둘기가 급증한 것은 20세기 후반으로 집비둘기들은 1960년대 이후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수입됐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각각 3000마리가 방사됐으며 1985년부터 2000년 사이 모두 90차례에 걸쳐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가 열렸다. 현재 전국 어디에나 분포하고 있는 집비둘기의 증가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방사행사를 벌인 정부당국 등 인간의 탓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밖에 양비둘기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둥지에 침입하는 쥐 등 천적, 전염성 질병, 중금속 축적으로 인한 번식 실패 등을 꼽았다. 

지리산 천은사의 양비둘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지리산 천은사의 양비둘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멸종위기 양비둘기의 증식을 위해 연구진은 지난해 전남 구례, 고흥 등지에서 양비둘기들을 구조해 증식 연구를 벌였으며 최근 처음으로 증식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구조해 서울대공원에서 사육한 8개체 가운데 한쌍으로부터 새끼 3마리가 태어났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부터 서식지를 모니터링하면서 땅에 떨어진 유조(어린 새) 등 도움이 필요한 개체를 구조한 바 있다 7.11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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