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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by 이성근 2024. 1. 1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시대의 기후를 읽는 조성식의 통찰/조성식/해요미디어 /2023.12

조성식-30년 가까이 기자로 밥벌이. 퇴직 후 작가, 싱어송라이터, 출판인,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 기자 시절 장군들의 리더십〉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대한민국 검찰을 말하다〉 〈나 아닌 사람을 진정 사랑한 적이 있던가등을, 출판사를 차린 후에는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공저) 나도 한때 공범이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공저) 권력과 안보(부승찬)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2(황운하) 등을 펴냈다. 국문과 졸업 후 해군 학사장교(OCS, 함정 병과)로 복무하고, 언론사 재직 시 석사(언론홍보대학원) 취득, 박사(신문방송학) 수료.

목차

추천사 002/ 들어가면서 004/

홍준표가 옳다 008/ 석열이 형논란의 본질 016 /난형난제(難兄難弟)’ 홍준표와 윤석열 023/검찰의 대선 꽃놀이패 030

5.18 망언과 선택적 분노 037/조국의 강을 건넌다고? 044

언론권력과 언론기업의 두 얼굴 051/검찰공화국 후보윤석열은 왜 사과를 모를까 060

신정아와 정경심, 그리고 김건희의 죄 068 /검사들에게 진짜 살아있는 권력? 075/김건희를 받쳐주는 다섯 개의 기둥 081/정권교체도 좋지만, 검찰공화국은 아니다 090/윤석열 원했다기보다 민주당 정권이 싫었던 거다 098

제왕적 윤석열저지할 카드 103/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고? 111/국민 타령에 국민은 피곤하다 121

진보의 희망에서 진보의 고통으로 128/상어떼에 물어뜯긴 청새치 136/나쁜 놈들 전성시대’ 144

민주당과 노예도덕 151/윤로남불’ ‘한로남불’ ‘검로남불’ 157/인간에 대한 예의, 국민에 대한 예의 164

임은정 검사가 룸살롱에서 눈물 쏟은 사연 171/성난 민심이 용산 덮치기 전에... 177/ 천공 의혹, 사실과 진실의 경계선에서 185/ 박정희와 노무현 울리는 아메리칸 파이’ 191

압색 공화국의 살풍경 199/ 천공 대체자백재권과 윤석열-홍석현 심야 회동 207/박영수 특검 임명이 김만배 작품? 212

부드러운 남자박정훈 대령과의 담소 /222 뉴스타파가 좀 더 당당해지면 좋겠다/ 231 해병대 전·현직 사령관의 두 갈래 길 240/ 박정훈과 부승찬이 만나는 지점 247

 

책 속으로

바야흐로 검찰천하요, ‘검로남불시대다. 민주시민은 검찰이 어떤 수사는 표범처럼 달려들고 어떤 수사는 뭉그적거리는지 지켜보고 있다. 눈 밝은 국민은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와 검언유착이, 그리고 검찰의 유별난 조직이기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가 정의와 공정의 개념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안다. 162p

5년 중 고작 1년 지났다. 이 정권이 지금부터라도 진짜 실속 있는 안보·경제 노선을 걷고 진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하길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일까? 비록 빈센트만큼 좋아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들을 때마다 서글픔이 밀려올 것 같은 예감에 젖으면서 묻는다. 누가 죄인인가? 197p

권력 비판은 언론의 숙명이다. 언론이 위축되면 민주주의가 죽는다. ‘부주의실수범죄로 몰아붙이며 언론 탄압으로 치닫는 데 대해서는 언론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권력과 금력에 맞서 온 뉴스타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238p

진실을 아는 자는 고통스럽다고 했던가? 박정훈과 김계환, 부승찬과 남영신 네 사람 중 둘은 진실을, 둘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만약 박정훈과 부승찬이 공상 소설을 썼다면, 그로써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그로 인한 피해보다 큰지 따져볼 일이다. 마찬가지로 김계환과 남영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 의심이다. 255p

 

"윤석열 정권과 한몸... 역사상 이런 검찰은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펴낸 조성식 검찰취재 전문기자

그가 그룹 '들국화'의 노래를 샤우팅 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대한민국 주먹을 말한다> <대한민국 검찰을 말한다>를 썼던 기자 맞야?' 알고 보니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였고, 프로젝트 록밴드 '블루잉크'의 리드싱어였다. 그는 또한 젊은 날 단편소설을 습작했고, 여전히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문청'(문학청년)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문청'이자 조폭·검찰취재 전문이었던 조성식 기자는 몇 년 전 약 20년을 몸담았던 두 번째 직장 <동아일보>를 나왔다. 아마도 간절하게 "자유롭게 쓰는 놈"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기자 때처럼 예민하고 예리한 '검찰취재 전문기자'. 최근에 펴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그 증거다. 물론 '윤석열 검찰정권'이 그의 기자본능을 강하게 자극했을 것이다.

이 책은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윤석열 검찰정권이 탄생한 과정, 검찰정권 출범 이후의 난맥상, 무도한 정치검찰과 공생하는 언론의 비열함을 여과없이 그려낸" 텍스트다.

그는 책에서 "'자유롭게 쓰는 놈'의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이 시대 최고 권력은 검찰"이라며 특히 "검찰이 흘려주면 언론이 키우고 다시 검찰이 언론보도를 활용하는 검--검 순환형 패턴이 자리잡았다, 여기에 보수·진보(언론)가 따로 없다"라고 일갈했다. 참고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은 그가 습작했던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2시간 30분 동안 윤석열 검찰정권, 검찰개혁, 윤석열 정권의 비판 언론·비판 기자 죽이기, <권력과 안보> 책을 둘러싼 소송전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충북 단양 사람인 그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해군학사장교(OCS)로 구축함과 고속정을 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동아일보>에서는 신동아팀 취재팀장, 출판국 전략기획팀장과 디지털미디어팀장, 노조 부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1인 출판사 '해요미디어' 대표를 맡고 있고, 오마이TV 유튜브 채널에서 '조성식의 어퍼컷'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조폭과 검찰을 해부한 <대한민국 주먹을 말한다><대한민국 검찰을 말한다> 외에도 <장군들의 리더십> <나 아닌 사람을 진정 사랑한 적이 있던가> <검찰은 왜 고래를 돌려줬을까>(공저) <나도 한때 공범이었다> <윤석열과 검찰개혁>(공저) 등을 썼다.

 

"왜 윤석열 정권이 검찰독재정권이냐 하면..."

20225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대기해 있다.연합뉴스

- '검찰 전문 취재기자'로서 윤석열 정권 17개월을 어떻게 보나.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한동훈 등에 의해 '문재인 정부=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확산됐는데, 한마디로 '검찰이 하면 로맨스, 나머지는 불륜''검로남불'이다. 책에서도 썼지만 '검로남불'은 윤석열 정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검찰을 기반으로 한 정권이고, 더 나아가 검찰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정권이다. 해도 너무한다."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윤석열 정권을 '검찰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상당히 일리있는 평가라고 본다. 실제로 인사부터 시작해서 야당 대표(이재명)에 대한 지속적인 표적 수사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검찰의 입김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민의를 거스르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반하면서 대통령 마음대로 뭐든지 밀어붙이는 것이 독재다. 검찰이 정권의 주력부대라는 점에서 검찰독재정권이라는 평가는 타당하다.

행정부에서는 특히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그 선봉장 역할을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력화했다.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로 인해 검찰개혁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법안을 원상태로 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권을) 더 확장해 버렸다.

민주당이 부정부패, 경제, 공직,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검찰이 가지고 있던 6대 범죄 수사권을 부정부패와 경제 두 개만 남기는 것으로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것이 20229월부터 시행되어야 하는데 한동훈 전 장관이 8월부터 시행령 개정작업에 들어가 지금은 검찰이 모든 영역을 수사할 수 있게끔 했다. 이것이 검찰독재정권임을 방증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삼권분립이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국회(입법부)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한 것에 대해 심판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인가? 헌법재판소는 검찰수사권은 국회에서 제정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정부라면 그런 결정이 나오면 그에 맞게 조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데도 무시하고 있다. 그게 바로 검찰독재다."

- 그동안 역대 정권들의 검찰을 관찰하면서 취재해 왔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검찰이 대놓고 정치적으로 편파수사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검찰이 여론의 눈치도 살폈지만, 이번에는 검찰총장이 옷을 벗고 바로 대통령이 됐지 않나? 그리고 그 대통령의 최측근(한동훈)이 검사장급에서 법무부 장관이 됐다. 게다가 장관이 된 뒤에 한 일이 '입법부 무력화'였다. 한마디로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를 막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 정권에서 넘버원이 윤석열 대통령이고, 그다음 실세가 한동훈 전 장관이다. 노골적으로 검찰과 정권이 한식구이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그러니 검찰총장이나 주요 검사장들은 어떻게 움직이겠나? 일선 검사들이야 모르겠지만 주요 보직 검사들은 '한 식구' 개념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과 한동훈 닮은 꼴... 여전히 검사 마인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 윤석열 정권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실과 정부기관 등에 검사 출신들이 대거 진출했다. 검사 출신들을 이렇게 중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검사만능주의'. 보통 '검찰주의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검사가 '고도의 엘리트'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회에서 얘기했고, 대선후보 때도 했던 얘기인데, 검사들은 여러 분야를 수사하기 때문에 전문가처럼 다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로 아는 것과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렇게 자기의 역할을 과대 포장하고, 검사의 판단은 틀릴 수 없다는 '검찰 무오류주의자'가 된다. 설사 재판에 가서 검사가 지더라도 그것은 판사와의 견해차 정도의 작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검사들이 대형 사건에서 무죄가 나도 사과하는 법이 없다. '성경 무오류 신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검찰 무오류 신화'에 젖어 있다.

책에서 썼지만, 플라톤의 <국가론>를 보면 통치자가 있고, 그 밑에 수호자 계급이 있다. 수호자 계급은 옛날로 치면 전사이고, 지금은 군·검찰 등 힘 있는 집단이다. 수호자 계급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봉사해야 하는데, 수호자 계급이 통치자만 섬기면 그 나라는 비극에 빠지고, 독재가 시작된다. 지금의 윤석열 검찰이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수호자 계급을 자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윤석열 검찰은 상하관계가 아니고, 통치자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수호자 계급이다.

이것의 뿌리가 어디에 있냐 하면,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검찰이 진행했던 적폐청산 수사에 있다. 지금 윤 대통령의 기반이 된 것이 적폐청산 수사다. 그때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 나돌던 얘기가 있다. 한동훈 등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던 검사들은 자기들이 문재인 정권을 만들었다고 여겼다. 국정농단 특검부터 시작해 적폐청산 수사까지 말이다. 국정농단 특검, 적폐청산 수사에 들어간 검찰 주력 부대가 한동훈 등 '윤석열 사단'이었고, 이들이 이후 윤석열 정권 주류가 됐다. 자기들이 수사를 통해 촛불정권을, 문재인 정권을 창출해 줬고 자리 잡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권력까지 차지한 것 아닌가?

역사상 이런 검찰이 다시 나올까 싶을 정도로 전무후무하다. 검찰 고위직, 주요 보직은 대부분 윤석열 사단이거나 플러스알파로 한동훈 인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연, 근무연도 있지만 '수사연'이다. 대형 수사를 얼마나 많이 같이했느냐가 중요하다. 한솥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한 번 수사를 같이하면 모임을 만들어 계속 만나고, 인사에서도 도움받고 도움 주고, 다른 대형 사건이 벌어지면 이들을 부르고, 키워준다. 검찰사상 한 사람의 특정 인맥이 검찰 전체를 장악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가서 검찰을 자기 사단으로 깔고, 이어 검찰총장이 되면서 검찰을 완전히 장악했다."

- 심지어 여당 대표(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이다.

"물론 홍준표(전 자유한국당 대표, 현 대구시장)나 박희태(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검사보다는 정치인으로 봐야 한다. 홍준표는 평검사 때 검찰을 나왔고, 검찰에서 미움을 받다가 나와서 검찰에 쓴소리도 하고 비판도 한다. 같은 검사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 반면 한동훈 전 장관은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 똑같이 정칙 경력이 전무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간 것과 닮은 꼴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후임도 물색이 안 된 상태에서 현역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가게 했겠나? 법과 국민을 대놓고 무시하는 거다. 이런 인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참 안됐다.

박희태나 홍준표는 정치인이 된 지 오래됐지만, 이 사람들은 검사 물이 안 빠졌다. 그래서 검사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검찰주의자는 검찰 패밀리를 빼고는 다 잠재적 피의자로 본다.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다. 한 전 장관도 국회의원에게 말을 함부로 한다. 마치 검사가 피의자를 윽박지르고 조롱하는 식이다.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야당 대표의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흘렸다. 조사해 봐야 하는 일인데도 진술만으로, 영장에 적힌 내용만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여전히 검사 마인드다."

"검사만능주의가 한국 사회 지배

- 거기다 과거보다 여·야 모두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징후라고 보나?

"진영과 상관없이 둘 다 비판해야 한다. 검찰 권력의 문제는 여·, 보수·진보를 떠나서 민주주의의 걸림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차원에서 비판해야 하는 주제다. 현직 검사가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은 법과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위다.

이것은 본의 아니게 지금 세상이 '검찰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다. (현직 검사의 총선 출마는) 예전에는 눈치를 보거나 내부규정 때문에 못 하는 일이었다. 수사에서는 공정성이 제일 중요한데, 그런 검사가 특정 진영으로 간다고 하면, 그 검사가 한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그것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그를 비판하던 논리 중 하나였다. 상층부터 하층까지 검사만능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다."

- 앞서 언급했지만, 윤석열 정부 검찰의 정치 편향성도 도드라진다. 정권 출범 이후 문재인 정권 인사들, 야당 대표와 의원 등 야당에 치중한 수사를 벌이는 반면, 김건희 여사 등과 관련된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국방부 장관 등까지 수사받았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됐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그 기조대로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확대됐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기관장이 안 나간다고 장관이나 청와대에서 압력을 넣어서 내쫓았다는 혐의인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감사원을 동원해서 국민권익위원장(전현희)을 대놓고 쫓아내려 하지 않았나?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 방송통신위원장도 해임했지만 법원에서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너무나 뻔뻔하다. 물론 기관장의 임기가 안 끝났는데 정권에서 압력을 넣어 내쫓는 것은 잘못된 관습이다. 잘못된 과거의 관습을 바로잡으려면, 자기들은 그렇게 안 하면서 수사해야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

"인사도 그렇고 대형 수사도 그렇고, 국정운영에도 검사 마인드가 스며들어 있다. 결국은 사람인데 주요 포스트를 검찰 인사로 채웠다. 물론 검사 출신들이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검증도 안된 얘기다. 수사는 잘할지 모르지만 국정과 정치는 수사와 다르다.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밖에 나와서도 한 식구 개념이 아주 강하다. 그래서 '검찰 패밀리'라고 자기 식구는 안 건드리고 안 치지 않나? 심하게 얘기하면 이런 검찰주의자들의 눈에 세상은 검찰 패밀리와 그 밖의 사람들로 구분된다. 검찰 패밀리는 그들만의 리그이고, 신성 가족(holy family)이고, 불가침의 영역이다.

똑같은 수사를 받더라도 일반인들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라는데 안 풀 수 있나? '세무조사하겠다', '다른 가족들을 파겠다', 이런 협박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은 검사 앞에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푼다. 억울한 게 있어도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하니까. 이것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검사들은 안 푼다. 그 본보기가 한동훈 검사였는데, 그런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됐다. 그것을 그대로 닮아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현 대구고검 차장)도 안 풀었다. 심지어 영장판사 앞에서 풀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얼마나 비밀이 많은지 안 풀었다(관련기사: '손준성 보냄' 고발장 작성자와 윗선, 못 밝혔다 https://omn.kr/1yppe).

한동훈 검사가 수사기관에 휴대폰 비밀번호 협조를 안 했을 때 내세운 논리가 '별건 수사와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였다. 좋은 말이다. 그러면 일반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우아한 개념은 특권층인 자기들한테만 적용하나? 말이 안 된다. 라임사태 관련 술 접대에 연루된 현직 검사가 3명이나 있었는데, 뒤늦게 수사가 들어가니까 일제히 휴대폰을 버렸다. 갑자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고, 망가졌다고 했다. 이게 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수사를 책임지는 검사가 할 행태인가?

제가 1인 출판을 하고 있는데 <권력과 안보>(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저서) 출판으로 말도 안 되는 수사가 벌어졌다. 저자와 출판사 대표 간에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냈다.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을 받아낸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모든 금융계좌를 추적하고, 심지어 증권계좌까지 털었다. 가능성 하나만으로 털었지만, 저자와 출판사 간에 오간 자금 거래라고는 인세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한 수사인가? 아무런 단서도 없었지만 휴대폰 비번을 풀어줬다. 저 같은 민간인들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검사들은 안 한다. 당연한 권리로 내세운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 관련 법안은 국회에 다 발의돼 있다. 그것대로만 하면 된다. 먼저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것이 공소청법인데 검찰을 공소전담기관인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이다. 건물이나 사무실은 지금 검찰청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 대신 규모는 줄여야 한다. 또한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법이 있다. 검찰이 가진 주요 수사기능,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면 된다. 대검의 첨단수사 관련 시설과 장비 등을 활용하면 된다. 다만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지금 경찰의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해 있으니 일반수사는 국가수사본부에서 하면 되고, 검찰 권력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부 특수수사는 따로 떼서 중대범죄수사청에서 하면 된다. 지난해 원안에서 크게 변질된 검출사수사권 축소법이 통과됨으로써 두 법안이 자동폐기됐으나 수사-기소분리를 실현하려는 두 법안의 취지를 다시 살리면 된다.

현재의 검찰 수사 인력을 활용하자는 방안까지 다 마련돼 있다. 검찰수사관들을 그리(중대범죄수사청) 보내면 된다. 우리나라는 검찰수사관이 7000여 명, 검사가 2300여 명으로 거의 1만 명에 가까운 검찰 수사 인력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방대한 검찰 수사 인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 검찰수사관이 더 많은데, 이것은 세계적으로 없는 현상이다.

서구에서는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서 경찰을 주로 활용한다. 검찰에는 자체 수사 인력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많이 하고, 심지어 경찰에서 넘어온 것도 재수사한다. 수사 인력이 너무 방대하다. 이 인력을 적재적소에 재활용해야 하는데 수사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재배치하면 된다. 검사들 중에도 '나는 일반 공소나 기소 업무 말고 수사가 좋다'면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가면 된다. 그게 중대범죄수사청법이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의 검사는 기존 검사와는 직급과 대우가 달라지는데 그것은 감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권 하수인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우려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용적으로 그런 양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찰을 쪼갰다는 것, 그 거대한 기관을 분산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특수수사를 하더라도 기능이 나뉘고 기관도 바뀌는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고, 그 방향이 맞다. 어떠한 법도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고, 단점도 있을 텐데 그것은 보완해 가면 된다.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특별검찰청법안이 있는데 비슷하다. 큰 방향은 검찰은 공소청으로 거듭나고, 검찰의 수사 기능은 박탈하는 게 아니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 인력 재배치가 뒤따라야 한다."

-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어떻게 평가하나?

"좋게 얘기하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실속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나름 애를 썼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그 한계의 원인은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에 검찰을 적극 활용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역대 최대로 커졌다. (검찰개혁을 한다고 해놓고 특수부를 키우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했다. 검찰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역대 최강의 검찰로 만들었고, 윤석열 사단이 주축이 된 특정 인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지 않고, 방치하고 방관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책임이 있다. 검찰을 활용할 수야 있겠지만 견제했어야 했다. 그런데 검찰 인사권을 다 검찰에 줘버렸다. 한동훈 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보내는 것만 거부했다. 한마디로 백지수표를 끊어준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그런 적은 없었다. 법무부 장관은 건너뛰고 검찰총장(윤석열)과 청와대의 직거래가 이루어졌다.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에서 아무런 역할을 못 했다. 게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갔더니 이미 자기 밑에 검찰 인맥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 아닌가? 자기가 임명한 비서관급 인사가 없었다. 적폐청산의 칼을 휘두르며 '이명박 구속'이라는 진보 진영의 숙원을 풀어준 윤석열 당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에게 대놓고 보은 인사(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를 했다.

나중에야 윤석열 검찰총장을 누가 임명했냐를 두고 말이 많는데, 궁극적인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 실무 책임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견제한다고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것들이 안 먹혔다. 김건희 여사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한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를 강조하지 않았나? 그걸 보면 조국 수사 전에는 '문재인-윤석열-김건희'는 상당히 신뢰가 있는 관계였지 않나 싶다. 대통령 참모들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우리 편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이것이 오판이고 오만이고 방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검찰개혁의 최종목표인 '수사-기소 분리'는 엄두도 못 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6대 분야로 한정하는 데까지만 나갔다. 수사-기소 분리는 나아가지도 못했고 (그러는 동안) 검찰 권력은 너무 커졌다. 조국 전 장관이 실기한 측면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정권 말기나 나중에 새 정권이 출범하면 수사-기소 분리를 시행하려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6대 분야로 축소한 것은 '1단계 검찰개혁'이라고 본 것이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검찰의 직접수사니까 그것을 주요 분야로 한정했다는 데 의미를 둔 거다. 그다음 2단계 검찰개혁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가지도 못했다. 법무부 장관 임명 한 달 만에 낙마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6대 주요 범죄로 한정했다고 하지만, 6대 범죄에 특수수사 범죄가 다 들어가 있다. 검찰로서는 수사권이 크게 약화된 것도 아니고, 영역이 좁아진 것도 아니었다. 언론의 주목을 끌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수사는 검찰의 특수수사인데 그것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윤석열이 조국을 수사한 두 가지 이유

-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검찰과 손잡은 것이 '윤석열 사단'을 키웠고, 검사 출신 대통령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적폐청산 수사는 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렇게 물어보면 답이 안 나온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검찰은 행정부 공무원 집단이다. 즉 법무부 외청의 공무원들이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와 신분, 위상이 다르다. 그런데 검찰은 자기가 준사법부라고 생각하면서 사법부 위상에 버금가는 조직이라고 자처한다. 그렇게 자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검찰은 행정부 공무원 집단이고,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수사를 잘하는 것이 본래 자기 업무다. 수사를 잘했다고 권력을 줘야 하나?

적폐청산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하나? 아니다. 수사 가치가 있었고, 그럴 만한 범죄 혐의가 있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을 잘했다고 검찰권력을 쥐여준 것을 문재인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 정상적인 공무원 집단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정권의 실질적인 권력은 자기들에게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정권을 겨냥했다. 그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꿈을 키웠다는 일부의 분석도 있다. 이후의 행위들을 결과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검찰의 모습이 아니었다. 역대 검찰이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조국 수사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 이후 벌어진,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을 때 정권을 겨눈 수사들도 상당히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건 의도를 갖지 않고는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국 수사는 제일 상징적인 사건이니까 빼놓을 수 없다. 조국 수사의 목적은 필연적으로는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었고,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것에 대한 강한 반대였다. 그래서 일단 부인 정경심씨 기소를 통해서 낙마를 강하게 유도했다. 그것이 외적인 동기라면, 내부적으로는 검찰의 내부 단합용 수사였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을 마구 잡아들였고, 심지어 그 정점인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다 윤석열 검찰이 구속한 것이다. 이것은 주로 보수 진영을 치는 것이었다. 최고의 실권자라는 김기춘(비서실장), 우병우(민정수석) 등은 하나같이 보수 진영의 구심점 같은 사람들이었고, 사법부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이것은 보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보수를 일시적으로 붕괴시키는 사건이었다.

검사들의 주요 업무가 법질서 수호이기 때문에 검찰은 생래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들 눈에는 진보 정권에서 대통령과 죽이 잘 맞아 칼을 마구 휘두르는 윤석열 지검장에 대한 평가가 좋았을 리 없다. 내부적으로는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 내부 반발이 컸다.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검사들의 피로감과 불만이다. 특히 윤석열 사단의 인사독식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그런 상황의 정점에서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됐다.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그간 검찰 안팎의 반 윤석열 정서를 약화시키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반감을 품었던 검사들이 검찰 패밀리로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정권과 맞장을 뜨는 정의로운 검사가 됐고, 그 깃발 아래 검사들이 다 뭉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일거삼득이었다. 우선 검찰개혁에도 타격을 줬다. 그때 국회가 연말에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법안 등을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그것에 타격을 준 것이다. 그리고 검찰개혁을 주도한, 문재인 정부와 진보 진영의 아이콘인 조국이 얼마나 부도덕한지를 보여줬다. 조국이 죄가 있든 없든, 그것은 나중에 재판에 가서 따질 문제였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줬다. 또 보수 진영을 거의 붕괴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숱하게 잡아들였다.

부수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정의로운 검찰 이미지를 맘껏 과시했다. '정의로운 검찰을 왜 개혁해야 해?' 이런 여론이 형성됐다. '검찰개혁은 결국 정권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거네.' 그때부터 그런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검찰개혁은 정권 수사를 막는다'는 논리였다. 말도 안 맞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검수완박'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다 그대로 살아 있는데 검찰수사권을 박탈했다고? 박탈이라는 용어는 고유권한을 빼앗는 것인데, 검찰 수사권은 검찰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원래 서구에서 발전한 검사 제도, 검찰 제도에서 검사의 어원을 따지면 prosecutor, 즉 기소자, 소추자다. 수사는 detective, 형사다. 서구는 일찍이 '검사는 기소권자'라는 출발이 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당 정권 때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경찰에 대한 반감이 워낙 커서 박정희 정권 때 경찰을 죽이고 검찰을 키웠다. 수사는 그러면서 국민이 위임해 준 행정부 업무다. 이것을 고유권한이라며 박탈했다는 것은 사실과 안 맞다. 많은 사람들 머릿속에 검수완박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것은 보수언론의 여론몰이와 프레임 탓이 크다. 용어도 안 맞고, 내용도 안 맞다. 검찰수사권을 박탈한 적이 없다. 박탈이라는 개념도 안 맞다."

"수사는 경찰·기소는 검찰, 기본 구도 짜야"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연합뉴스

-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고 했을 때 국민들은 여전히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에 불안해 하고, 검찰도 이러한 여론을 악의적으로 이용한다.

"프레임의 문제라고 보는데 그(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취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미 수사권은 대부분 경찰에 가 있다. 주요 수사 영역을 검찰이 장악해서 문제다.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수사권 축소 등을 통해서 경찰이 과거와 달리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것이 쟁점이다. 그 부분은 우선 발상을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역할 분담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에 맞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수사기관, 행정기관이 권력기관이 돼 버린다. 그래서 검찰이 지금까지 비판받고 있다. 우려되는 일이 생기면 거기에 맞게 보완하면 된다.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것에 대한 우려가 큰데, 법에는 검찰 감독권이 강화돼 있다. 지금도 우리 법에 보완수사 요청,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 검찰의 경찰 수사 감독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검찰 감독권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이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 우려하는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검찰이 자기들 자체 수사에 자꾸 욕심을 내면 경찰 수사를 점검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오히려 소홀히 할 수 있다. 서구에서 검찰 권한이 센 나라도 수사 지휘는 검찰이 하더라도 직접 수사는 경찰이 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하고, 일부 특수수사만 검찰(특수부)이 한다.

기본적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도 경찰에 대한 불신만 가지고 이런 식의 검찰개혁은 안 된다는 것은 검찰주의자들의 논리이고, 검찰 우위 형사 사법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의 논리다.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그런 주장을 많이 한다. 이들은 사법연수원에서 같이 공부해서 경찰보다는 검찰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기본 인식 자체가 경찰을 수준 이하로 본다. 당연히 법 지식은 검사들이 뛰어나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그 뛰어난 법 지식을 가지고 경찰 수사를 코치해 주고 보완해 주라는 것이다.

다만 경찰 수사권 자체는 과거와 다르게 그들의 권한으로 존중해 줘야 한다. 옛날에는 검찰이 경찰을 수족처럼 부렸다. 그래서 검사가 한마디 하면 수사를 접어버리는 등 꼼짝 못 했다. 그런 세상은 말이 안 된다. 무슨 귀천이 있다고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도 검사는 엘리트고, 경찰은 그 밑에 하수인이어야 하나? 그런 인식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법조인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검찰 패밀리는 그들만의 리그이자 신성가족, 불가침 영역

 

뉴스타파 압수수색 마치고 떠나는 검찰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20239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대장동 허위 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2023.9.14연합뉴스

- 언론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도드라진 점은 '비판 언론과 비판 기자 죽이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정권을 비판하고 대통령과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쓰면 남산으로 끌고 가버렸다. 지금은 합법을 가장한 폭력이다. 민주주의의 큰 퇴행이다.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마구잡이 수사,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언론사나 기자들을 이렇게 막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 정부는 압수수색이 두드러지는데 입막음용, 겁주기용이다. 언론 전체를 향해 '너도 털릴 수 있다' 이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언론이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언론이 '기레기' 소리를 들어도 언론의 임무와 가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매우 소중하다. 옛날에는 군홧발로 짓밟았다면, 지금은 압수수색으로, 법을 내세운 검찰권으로 짓밟고 있다. 이것은 지탄받아 마땅하고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 때가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시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그 방증이다."

- 압수수색이 두드러진다고 했는데, 취재기자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는 일이 여러 번 벌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거에는 거의 못 들어본 일인데 지금은 압수수색을 거침없이 대놓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언론 자유를 이렇게 침해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이 정권이 자기들의 말과는 가장 반대되는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기자들 자택 압수수색을 예사로 한다? 이것 자체가 폭정이다."

- 다른 정부들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왜 이렇게 비판 언론과 비판 기자에게 보복성 수사를 한다고 생각하나?

"일부 시민단체 외에 다른 분야, 다른 기관에서는 목소리를 못 낸다.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진영주의'로 폄하해 버리면 된다. '쟤들은 원래 무조건 정권에 반대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언론은 다르다. 언론 보도는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치고, 종종 정권이 감추거나 축소한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에 이 정권이 언론에 대해서 예민한 것 같다. 그러니 비판적인 언론과 기자가 눈엣가시인 것이다."

 

"언론이 검찰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 지금의 언론탄압 상황이라면 다른 언론사들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판 기자와 비판 언론 죽이기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데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개인도 '각자도생'이지만, 언론사도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각자도생'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마디로 언론사 간 '연대'가 사라졌다.

"언론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정권 초기에 언론이 몸사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언론과 정권의) 밀월 기간이 이미 끝났는데도 이번 정권에서 그런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례없이 언론이 탄압받고 있는데 자기들도 다칠까 봐 몸사리는 것 같다."

- 진보 언론도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다.

"보수·진보를 떠나서 우리 언론이 검찰을 대하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원래도 검찰은 국가 수사기관이고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이 내놓은 발표나 흘리는 정보는 보수·진보 상관없이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것은 <한겨레>, <조선일보>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하면 그것을 일단 사실로 받아들이고 보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그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얻으려면 검증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반대쪽의 사정도 충분히 취재해야 하는데, 일단 검찰발 뉴스로 도배된다. 큰 사건일수록 검찰발 뉴스가 계속 쏟아지는데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속보 경쟁, 받아 쓰기 경쟁을 치열하게 한다. 이렇게 언론이 검찰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 이것이 심하면 '검언유착'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검찰 받아쓰기'가 워낙 일상화돼 있어서 자기 동료들의 일이고, 남의 일이 아닌데도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일단 받아쓰고, '검찰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문제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검찰 수사 내용이 법원에 가서 사실이 아니거나 조작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은데 누구도 책임을 안 진다. 검찰도 책임을 안 지고, 언론도 면피가 된다. 왜냐하면 공신력 있는 국가 수사기관에서 해준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가 계속 지속돼 왔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 언론이 거의 비슷하게 간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니고, 천공도 아니고..."

2023525일 자신을 정법 연구가로 소개하는 천공이 사천을 방문해 그를 스승으로 여기는 시민 20여 명에게 즉석 강연을 했다.뉴스사천

-본인도 출판한 <권력과 안보>라는 책에서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해 저자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과 본인의 출판사가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나?

"김종대 전 의원이 그런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가 고발당했다. 김 전 의원은 천공(역술인)이 현장(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나타났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이 사건에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공관 현장 부사관이 천공의 공관 방문 사실을 육군 참모총장(남영신)에게 보고했고, 육군 참모총장이 부승찬 대변인에게 천공이 왔다갔다고 얘기했다는 사실이 하나 있고, 천공이 실제로 현장에 나타났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사실이 있다. 김 전 의원은 천공이 현장에 나타났다고 주장한 반면, 부 대변인은 실제로 천공이 현장에 나타났는지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책에도 그런 내용은 없고, 의혹으로 제기했을 뿐이다. 명백한 사실은 육군참모총장이 천공 방문설을 현장 부사관에게 들어서 부승찬 대변인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을 책에서 밝힌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고발했다. 부 대변인이 책에서 천공이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다고 썼는데 입증을 못 하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 '부승찬의 진실'은 육군 참모총장에게 그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걸 구분해야 한다.

고발 사실도 웃기지만, 고발인도 웃기다. 고발인이 '대통령실 비서실장'(김대기)인데 그가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을 보면 비서실장은 고발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 누구의 명예를 훼손해서 고발한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도 아니고, 천공도 아니고, 김용현 경호처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천공이 공관에 안 갔다면 천공에 대한 명예훼손일 것 같은데, 책에는 '김용현' 이름 석 자도 안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명예훼손이 가능한가? 하지만 일사천리로 고발해서 경찰수사를 거쳐 검찰에 넘어간 상태다.

대통령실 고발이 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더 빨리 움직인 것은 군이다. 202323일에 책이 나왔고, 그날 교보에 책이 깔리기 전인 오후 150분경에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국방부에서 책을 사주려고 하나 해서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데 주소를 물어봤다. 제가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 책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아니 책 내용을 봤나요?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랬더니 자기들도 아직 못 봤다고 했다. '그럼 어떤 근거로 합니까?'라고 했더니 '군사기밀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예측이다. 제가 '위에서 시켰군요?'라고 했더니 ''라고 했다. 몇 주 지나서 국군방첩사령부가 저자와 저자의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한달 뒤 33일엔가 국방부에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청인 즉 채권자를 '대한민국 정부'로 해서 정부 소송이 됐다.

그렇게 가처분 소송이 시작돼서 1, 2심이 경과됐다. 변호사 말로는 정부가 민간 출판사를 상대로 출판판매금지 소송을 낸 전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정부가 이런 가처분 소송을 낼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군사기밀을 책에다 씀으로써 정부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논리인데, 군사기밀이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정부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안 된다고 나왔다. 변호인의 논리와 거의 똑같았다.

그런데 2심은 국방부 논리를 거의 그대로 받아줘 '일부 인용' 결정이 나왔다. 먼저 여섯 페이지 분량은 군사기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것을 삭제해야 출판·판매·유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500만 원씩 배상하라는 국방부의 요구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인용 결정이다.

2심 재판부에서 주심 역할을 한 사람이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였다. 이균용 후보자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 했던 마지막 재판이 이 가처분 재판이었다. 거기서 1심 결과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이렇게 2심 재판부가 중요한 내용('군사기밀 인정 여부')을 인정함으로써 국방부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내가 이의신청을 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군사기밀은 군사기밀도 아니었다고. 그리고 이균용 후보자는 현 정권과의 유착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그래서 이균용 후보자가 빠진 상태에서 이의신청이 다루어질 예정이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권력과 안보>.해요미디어

- 도대체 무엇이 '군사기밀'이라는 것인가?

"2021SCM(한미안보협의회의) 회의 내용을 책에 포함했는데, 국방부는 그 회담 내용 자체가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당시에 많은 언론들이 회담 내용을 보도했다. 우리 책보다 훨씬 상세하게 보도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 언론보도 자료를 다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또한 한미 국방장관과 연합사령관이 한 얘기가 한미 공동으로 발표됐는데, 이 회담이 비밀 회담이기 때문에 그 발표 내용도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군의 주요군사시설이나 비밀무기를 노출했다거나, 우리 군이 비밀로 취급하는 북한군 관련 내용을 유출했다거나 업자들한테 정보를 넘기는 것이 전통적인 개념의 군사기밀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국방부가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하는 여섯 페이지 중 세 페이지는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미국'이고, 나머지 세 페이지는 '중국 위협에 한미일 손잡아야'. 전자의 내용이 뭐냐 하면 전작권과 관련해서 '미국 측이 지나치게 높은 조건을 내걸어서 소모적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한국 국방장관(서욱)의 발언인데 이것이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국방부 장관(로이드 오스틴)'국제규범에 역행하는 중국의 악행에 맞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군사기밀이란다. 더 웃긴 것은 오스틴 장관이 서욱 장관에게 미국 방문을 요청한다고 한 것도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도 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제가 이의신청서에다 '국방부 주장대로 이 회담이 비밀회담이라서 군사기밀이라고 한다면 그 내용을 보도한 수많은 기자들도 그 이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부 대변인이 범법자라면 기자들은 그 이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래서 말이 안 된다'는 논지를 폈다. 비밀회담에서 나온 내용은 자동으로 군사기밀이라는 논리인데 이것이 언론에 의해 다 알려진 사실이어서 비밀의 가치가 있는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또 국방부에서 내세운 문서가 있는데 SCM 시점 전후로 만들었다는 비밀문서다. 그런데 날짜에 오기가 있고, 그것을 수기로 고쳤고, 작성자 이름도 안 보여서 제 변호사가 문서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부 대변인은 군사기밀 유출로 기소됐는데, 정작 기소할 때에는 군사기밀이라는 여섯 페이지 중 세 페이지가 빠졌다. 군사기밀 유출이 두 가지인데 20213월에 열린 한미국방장관 회담과 202112월에 열린 SCM 회의 내용이다. 가처분 소송에서는 그 두 가지가 다 군사기밀이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부 대변인을 기소할 때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내용은 뺀 것이다."

"처음 논란이 됐던 천공 의혹에 대한 소송은 전혀 없다"

- 그런데 여섯 페이지의 내용이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중요한 건가? 압박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왜 그렇게까지 할까? 우리는 저자와 출판사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본다. 이미 책을 출간했기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여섯 페이지를 어떻게 삭제하나? 유통 중단의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2심에서 일부 인용되는 바람에 그쪽의 목적은 일부 달성됐다."

- 그럼 처음 가장 논란이 됐던 천공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소송이 없나?

"그렇다. 대통령실만 김용현 경호처장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천공이 주요 인물이어서 천공을 소환하겠다고 했지만 서면 조사만 받았다. 참고인이라 한계가 있다면서 서면 답변만 받았다. 천공은 서면 답변에서는 관저 방문 의혹을 부인했다."

- 경찰은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람은 천공이 아니라 풍수전문가 백재권씨라고 발표했는데.

"부 전 대변인이 백재권씨를 군사시설 무단침입으로 고발했다. 고발인을 조사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백씨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대로라면 공관 부사관이 오인했다는 것인데, 저는 오인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경찰이 은폐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당시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썼을 수도 있고, 백씨도 천공 정도는 아니지만 수염이 길어서 오인의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부 전 대변인은 더욱 더 죄가 안된다. 부사관이 잘못 봤고, 육군참모총장에게 잘못 보고한 것이 되기 때문에 부 전 대변인의 얘기가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한마디로 실체가 있는 사건이 된다. 물론 천공이 따로 갔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는 CCTV를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

24.01.12 구영식(ysku)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