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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by 이성근 2024. 5. 18.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신인철 저 다정한시민202405

: 신인철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부 전공 분야는 암세포 생물학으로 난치병 암의 치료용 타깃 분자를 발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코믹한 웹툰을 그려 온 만화가이기도 하며, 만화를 강의에 사용하는 독특한 강의법으로 한양대학교에서 베스트 티처, 강의 우수 교수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청소년들에게 생명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보람을 느끼기에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였다. 그중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을까?, Cartoon College 생화학 1, Cartoon College 분자세포생물학, 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은 세종 도서에 선정되었다. 2004년부터 20242월까지 과학자들의 생활을 다룬 웹툰 포닭 블루스/조교수 블루스도 연재하였다.

 

목차

프롤로그

 

1장 멸종이 왜 문제일까?

멸종 위기 도롱뇽 때문에 길을 안 낸다고?

멸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해달이 멸종했는데 왜 성게마저 없어질까?

아마존 열대 우림을 벌채하는 이유는?

 

2장 지구를 휩쓴 다섯 차례의 대멸종

지옥처럼 뜨거운 초창기 지구

지구 냉각화로 시작된 대멸종

빽빽한 고사리 숲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가장 많은 생물종이 사라진 멸종은?

화산 폭발 때문에 대멸종이 일어났을까?

운석이 떨어져서 공룡이 멸종되었을까?

 

3장 우리가 몰랐던 산소 대학살 멸종

미생물의 세 가지 역할

원시 지구에 산소가 등장하다

산소에 노출되는 순간 죽어 버린 고세균

새로운 시대를 연 시아노박테리아

원핵생물은 왜 세포핵이 없을까?

우리는 왜 산소가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을까?

인간은 미토콘드리아와 내부 공생 중

대멸종의 시간표

 

4장 최근에 멸종된 생물들

동물 분류학의 체계를 세운 아리스토텔레스

날지 못하는 새, 도도가 멸종한 이유는?

동료애가 매우 강한 스텔러바다소

주머니늑대가 증오의 대상이 된 이유는?

 

5장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

멸종 위기에도 등급이 있다

사불상은 절멸 위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아홀로틀은 왜 어른이 되지 않기로 했을까?

한국의 멸종 위기 생물들

 

6장 기후 변화와 여섯 번째 대멸종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종류

소가 내뿜는 메테인 가스도 문제라고?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까?

출판사 리뷰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기후 변화

고생대 하면 삼엽충, 중생대 하면 공룡, 신생대 하면 지금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지만, 지구의 시대 구분도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명왕누대, 시생누대, 원생누대, 현생누대를 살펴보면서 그 안에 속한 세부적인 시대를 구분해 보고, 또 다섯 번의 대멸종과 연결해 보면서 지구의 장엄한 역사를 깨닫게 된다. 다섯 번의 대멸종을 살펴보면 오히려 원인이 심플함을 알게 되는데 화산 대폭발, 운석 충돌 등 여러 요인에 의한 기후 온난화와 기후 냉각화를 번갈아 반복하면서 대멸종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대멸종은 인간이 일으킨 것이 아니었으나, 누구나 우려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일으킨 기후 변화 때문에 올 수 있기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에서는 대멸종 특급열차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전 세계 인류가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생명체의 패러다임을 바꾼 산소 대학살 멸종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룡의 멸종은 알아도, 다섯 번의 대멸종은 알아도 산소 대폭발 사건’, ‘산소 대학살 멸종은 처음 듣는다. 병원이나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고압 산소 탱크가 폭발한 사건일까 생각하지만, 아니다. 이는 약 35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가 처음 등장하여 산소를 마구 증가시킨 사건이며, 이로 인해 혐기성 생물인 고세균이 몰락한 사건이다. 고세균은 멸종하거나, 산소가 거의 없는 땅속이나 깊은 바닷속 해구 밑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로 인해 산소를 호흡하는 생명체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니 그야말로 생명체의 패러다임을 바꾼 대멸종 사건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다섯 번의 대멸종 못지않게, 오히려 더 중요한 산소 대학살 멸종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며, 우리가 어떻게 산소 호흡을 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내부 공생을 하게 됐는지 등 여러 생명과학 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생물이 멸종하는 가장 큰 이유, 인간의 탐욕

지금의 기후 위기를 인간이 초래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산업 혁명 이후 화석 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이산화 탄소를 내뿜게 되고, 이는 온실가스로 작동하여 지구 온난화로 연결된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왜 인류는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존 숲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하루에 축구장 3천 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열대우림이 사라져 간다. 고기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소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동물 사료에 필요한 콩밭을 만들기 위해서, 목재가 필요해서. 결국 아마존 숲의 많은 생물들은 사라져 가고, 이로 인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의 고산 식물도 멸종해 간다. 해달의 모피를 탐낸 사냥꾼들에 의해 해달이 미국 서해안에서 멸종된 것과 같은 이유, 즉 인간의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주머니늑대 벤자민의 슬픈 최후

이 책에는 멸종 동물과 멸종 위기 동물들이 나온다. 날지 못하는 새 도도가 알을 빼앗기고 먹이를 빼앗기고 결국 멸종에 이르는 이야기, 가족과 동료를 사랑한 스텔러바다소가 고기를 탐낸 인간들에 의해 바닷속으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최후를 맞게 되는 이야기,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마구 몰살되다가 마지막 주머니늑대 벤자민이 동물원에서 멸종하게 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의 슬픈 사연들이 나온다. 이들의 유전자를 가지고 복원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지만, 저자는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냥 일반적인 멸종 생물 이름을 나열하는 것을 들었을 때와 이렇게 한 개체마다 사연을 들었을 때, 그 안타까움이 사뭇 다름을 독자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 멸종한 생물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자세히 알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생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글

저자 신인철 교수의 글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명쾌하다. 어려운 지식은 유쾌한 비유를 통해 쉽게 전달하며, 다양한 곁가지의 이야기를 양념 삼아 풀어내면서도 큰 흐름을 꿰뚫을 수 있게 해 준다. 무엇보다 생물에 대한 애정이 차고 넘치는 게 느껴진다. 랜턴을 들고 동네 뒷산에 올라 사슴벌레를 찾던 소년, 곤충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이 아무 하늘소나 잡아 와서 이게 장수하늘소 맞냐고 물어보던 소년이 자라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학자가 되었다. 생물의 멸종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일이지만, 특히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절절한 마음이 든다.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인 언어, 작가 내면의 진정성과 유쾌함이 독자의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지구 생물 대멸종 5번 모두 '기후 변화' 6번째는?

북반구에 봄이 오면 남아시아에선 벌써 폭염 소식, 캐나다에선 전례 없이 번지는 산불 소식이 들려온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 전체가 폭염, 산불, 홍수로 들썩인다. 겨울에는 남반구에서 유사한 소식이 들려온다. 더위, , , 태풍, 산불은 대체로 이를 겪는 지역에서 오랜 기간 익숙해진 현상임에도 최근 '극단적', '돌발'이라는 수식이 붙은 예측 불가 상황으로 치달으며 인명 피해를 수반하고 있다. 더불어 사막 기후인 두바이에 폭우가 내리는 등 보기 드물었던 기상 현상도 빈발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폭염, 폭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고 보고 있다.

당장 뚜렷한 사계절에 단련된 한국 사람들도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더는 들어맞지 않게 된 겨울, 너무 긴 장마나 전례 없는 폭염 및 폭우를 동반한 여름을 겪으며 기후 변화나 기후 위기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주변의 평범한 이들로부터 이로 인한 미래 세대의 곤란과 현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는 파국을 걱정하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류는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신인철 지음·다정한시민 펴냄·208)를 보면 그러한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기후 위기와 멸종에 대해 다룬 이 책에서 지구를 휩쓴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기후 변화였다고 설명한다. 지구 역사상 첫 대멸종은 약 440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에 지구 냉각화와 온난화가 연달아 닥치며 일어났다. 냉각화로 남극에 대규모 빙하가 형성되며 해수면이 낮아져 얕은 바다에 살던 해양 생물이 멸종했고 이후 냉각화가 갑자기 온난화로 전환되며 또 다른 대멸종이 찾아 왔다. 이 시기 산호, 삼엽충, 필석의 많은 종들을 포함해 85%의 생물종이 멸종했다.

이후 360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엔 양치식물 등이 번성하며 대규모 광합성을 시작하는 등 지구 온도를 올릴 수 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고갈되는 요인이 늘며 지구 냉각이 일어나 또다시 완족류와 삼엽충을 비롯해 75%의 생물종이 멸종했다. 이외에도 초신성 폭발로 유발된 지구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 유입과 화산 활동의 영향도 거론된다고 한다.

가장 큰 규모의 대멸종으로 고생대와 중생대를 가르는 기준이 됐던 2519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 대멸종 땐 96% 생물종이 멸종됐다. 이 대멸종의 원인으로도 기후 변화가 유력하게 꼽힌다. 시베리아 지역의 활발한 화산 활동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대기 중으로 쏟아지며 산성비가 내리고 바닷물 산성화가 초래돼 생태계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두 차례 대멸종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던 삼엽충이 이 시기 완전히 멸종했고 암모나이트도 대부분 이 때 멸종했다. 당시 지구상에 살았던 곤충 중 가장 몸집이 큰 곤충들도 이때 멸종한다.

2억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엔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급증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 것이 유력한 대멸종 원인으로 꼽힌다. 폭풍, 산불이 늘고 바닷물 산성화가 진행되는 지속적 온난화와 더불어 화산 활동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함께 분출된 이산화황 가스가 수증기와 결합해 황산 에어로졸(연무)을 만들어 태양빛을 막고 오존층의 붕괴를 일으킨 간헐적 지구 냉각화로 조개류, 산호, 거대 파충류 등 지구상 생물종 80%가 멸종했다. 추위에 적응한 공룡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마지막 대멸종은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에 일어났다. 현재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운석 충돌 여파로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대기로 방출됐고 먼지구름이 형성돼 해수면 온도가 7도까지 떨어지고 지상 온도는 거의 영하에 이르는 냉각 현상이 3년 이상 지속됐다. 앞선 대멸종 추위에서 살아남은 공룡들도 날 수 있는 종류(현재의 조류)를 제외하고 이 때 최후를 맞는 등 76%의 생물종이 멸종했다.

책 속에서 저자가 정리한 '대멸종 연대표'엔 약 100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세'가 포함돼 있다. 저자는 하루 10여 종씩 멸종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추후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온다면 그것은 인간의 활동 때문에 촉발된 기후 변화로 인한 대멸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앞선 다섯 번의 대멸종의 원인이 된 기후 변화는 "주로 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었지만 현재 기후 변화의 원인은 "주로 인류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이 농업, 축산업, 공업 등으로 자연을 파괴하면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이산화탄소의 방출과 포집이 마치 "실내 온도 조절기"처럼 상호 길항 작용을 통해 10만 년 정도의 주기로 지구의 온난화와 냉각화가 반복되는 사이클을 만들며 지구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을 막아 왔는데 이 사이클이 최근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화산 폭발 등에 의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태우며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다른 온실가스인 메테인(메탄) 가스가 발생한다. 인간의 고기 소비를 위해 사육되는 소의 트림 등으로 인한 축산업에서의 메테인 가스 방출도 상당하다.

저자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능하면 더 먼 미래로" 미루기 위해 화석연료 남용, 대규모 축산으로 인한 기후 변화를 "인간의 노력"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음식물 남기지 않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기 등 아주 간단한 실천도 반복된다면 의미가 있다.

"어차피 태양은 언젠가 꺼지고 지구는 차갑게 식어 멸망할 텐데 왜 그래야만 하느냐고요? 우리는 지구를 같이 빌려 살고 있는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미래를 예측하고 개척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구에서 가장 훌륭하게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미래를 직접 제어해야 할 숙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청소년용으로 펴낸 책인 만큼 분량이 짧고 쉽게 설명돼 있지만 핵심 내용이 충실히 담겼다. 도도새, 스텔러바다소, 주머니늑대 등 최근에 멸종한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선을 잡아 끌기도 한다. 이 동물들의 멸종엔 사냥, 식민지 '개척'에서 비롯된 타 지역 생물 유입에 의한 생태계 파괴 등 인간의 활동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다.

저자가 제시한 기후 변화를 막을 개인적 실천에 몇 가지를 덧붙이자면,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세계 360명가량의 기후 과학자들에게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물은 결과(복수 응답) 70%가 넘는 응답자가 "강력한 기후 대책을 공약한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을 꼽았다. 절반 이상이 "비행 및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이동 수단 이용을 줄이는 것", 30% 가까이가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을 꼽았다. 20%가량의 전문가들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캠페인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 있다고 봤다.

김효진 기자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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