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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강요된 소멸

by 이성근 2024. 5. 24.

강요된 소멸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재생의 길 =Enforced decline : the path of local revitalization for enhancing gross national happiness 저자 : 박진도 ㅣ 출판사 : 한울 ㅣ2024.03

박진도-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와 영국 뉴캐슬 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35년간 경제발전론, 농업경제학, 정치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연구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2004년에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지역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재단(KRDF)을 설립해 2014~2019년 이사장을 지냈으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 부탄을 다녀오고 2015년에 두 달간 체류한 뒤, ‘국민총행복이라는 지표를 모든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부탄 정부의 국민총행복정책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농정연구센터 소장,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 한국농업정책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농정개혁TF 위원장),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 대통령직속 농어업ㆍ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GDP 너머 국민총행복(2021), 농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2021), 국민총행복과 농정패러다임의 전환(2018), 부탄 행복의 비밀(2017), 위기의 농협, 길을 찾다(2015), 순환과 공생의 지역 만들기(2011), 농촌개발정책의 재구성(2005) 등이 있다.

 

[목 차]

여는 글: 고인돌을 걸머메고 나와라! _도올 김용옥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농촌 연구 50, 지역재단 20

1장 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2장 지역재생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GDP 너머 국민총행복

3장 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 가이드라인

4장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농정대전환을 위한 농정개혁 과제

참고문헌

 

[본 문]

정작 지방소멸로 가장 커다란 고통을 당하는 지역민들은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싫어한다. ‘지방소멸은 그곳에 살고 있는 지역민을 무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지역을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지역리더를 모독하는 치명적인 말이다. 소멸할 동네에서 헛심 쓰고 있다는 조롱으로도 들린다. _프롤로그, 18

소멸할 수도 없고 소멸해서도 안 되는데, 지방소멸을 말하는가. 지방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소멸론이 과연 수도권 집중과 지방쇠퇴의 심각성을 일거에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여 지방을 살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일까. ‘지방소멸론의 원조인 마스다보고서는 정치적 산물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베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지역정책(로컬 아베노믹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소멸이라는 폭력적 언어로 일종의 충격요법을 사용한 것이다. _1장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44

성장주의자들은 저출생을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기 쉬워지고, 생활에 여유가 생겨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낳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말은 심각한 오류에 빠져 있다. 지금의 초저출산은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울공화국과 재벌공화국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잘못된 성장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초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우리 사회를 새롭게 재구성할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_1장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92

인구소멸 운운하는 사람들은 노동력이 감소해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을 과도하게 염려하는 성장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또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인구에 대한 부양 부담이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성장에 저해가 될 것을 염려한다. 심지어 군대는 누가 가고 나라는 누가 지키느냐고 걱정한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며, 국민의 삶이 반드시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그에 맞게 사회를 재구조화하면 된다. 인구감소를 경제성장의 관점이 아니라,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인구가 줄면 사람의 가치가 귀해진다.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약해질 것이다. 요즈음 태어나는 아이들은 과거 우리 어릴 때와 비교하면 얼마나 귀하게 자라는가?_1장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85~86

먼저, 국민총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동의보감??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했듯이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 정체불명의 수입 농산물에 우리의 건강을 맡길 수는 없다.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0%, 식량자급률은 40%, 칼로리자급률은 3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칼로리의 32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주권을 지키고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이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_2장지역재생을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152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원적 기능 농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생산(산업) 관점에서 다기능(지역)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산업) 관점에 따르면 농업의 역할(목표)은 식량을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생산 규모를 키워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한다. 농업의 기계화, 현대화, 시설화가 추구되고 정부는 그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한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대농과 기업농에 집중된다. 대량 생산을 추구하기 때문에 농업생산이 단작화하는 경향이 있고, 농산물 판매는 중앙(대도시)의 대규모 시장을 지향한다. 고투입 농법을 지향하기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준다. _3장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 가이드라인, 174

나는 전국 8개 도의 지역리더들과 함께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개벽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202110월부터 20221월까지 전국 8개 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개벽대행진을 하고 민회(民會)를 개최했다. 민회에서 농민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더 이상 불행하게 만들지 마라며 절규했다. “, 우리의 생존 기반인 농지를 빼앗아 가느냐?”, “왜 산업폐기물을 우리 농지에, 우리 밥상에 마구 버리느냐?”, “기업이 버린 오염물질과 오폐수 때문에 식수와 농업용수를 사용할 수 없다”, “풍력 발전의 소음 때문에 청력을 잃었다”, “송전탑 설치로 동네가 둘로 갈라져 싸운다”, “태양광 시설을 왜 도시에는 하지 않으면서 우리 논밭에 하느냐?”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_4장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286

쌀 의무 수입량을 재협상하여 의무 수입량을 줄이고 수입쌀을 해외 원조 등에 사용해 수입쌀로 인한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쌀 시장 전면 개방 당시 수입쌀 408700t에 대해 5% 관세율할당(TRQ)으로 특혜를 주고, 나머지는 512%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408700t은 국내소비량 8%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지금은 쌀 소비가 많이 줄어 전체 소비량의 12%에 해당한다. 농민들은 쌀 소비량이 줄면 의무 수입량도 줄어야 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_4장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286

 

지방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당하고 있다

지방소멸론은 허위입니다.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한 소멸하지 않습니다. ‘지방소멸’, ‘지역개발을 팔아 중앙과 자본을 살찌울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12일 지역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지방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당하고 있다면서 국가와 자본에 지역의 운명을 맡기는 한 지역은 정말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제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20대 초 농촌연구에 뜻을 세우고, 27살 젊은 나이에 대학 강단에 섰다. 그는 스스로 상아탑 학자보다는 실천적 지식인이 되고자 했고, 농업경제학을 고집했다. 20대부터 크리스찬 아카데미 농민교육에 참여하는 등 농민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관여하며 농정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다.

농업보다는 농민이 주된 관심사였다. 국가와 자본에 의한 농업 지배, 수탈의 구조를 알게 되면서 국가의 농업정책을 주로 연구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인생행로를 두고 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비유했다.

50대에는 지역을 바꾸는 일꾼들의 뒷바라지가 소명이라고 생각해 2004년에는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꾼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재단을 창립했다. 지역재단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외생적 개발 대신 자치와 협동, 순환과 공생, 지역 스스로의 힘에 의한 내발적 발전을 목표로 내세웠다.

박 교수는 또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부탄을 공부한 후 2018년에는 성장주의와 결별을 선언하고 국민총행복을 우리 사회의 목표로 추구하는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을 결성했다. 20194월부터 1년간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농정 틀 전환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의 나이도 이제 70세를 넘겼다.

박 교수는 지역재단 20년 활동을 돌아보며 국가의 잘못된 정책과 싸우고, 지역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지역리더를 중심으로 지역에 진지를 구축해 지역력을 키우고자 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농민과 농촌의 사정은 더 악화되고, 지방소멸, 지역소멸이 운위되는 현실, 극단적 성장주의 앞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지역재단 활동으로 지역리더라는 주체가 생긴 건 사실이지만, 지역력보다 지역을 망가뜨리는 힘이 강했다는 것이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절망적이다. 박 교수는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일진일퇴를 하면서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우리 자신에 의해 세상이 바뀐다. 지치지 말자. 버텨내자. 새로운 20년을 기약하자고 말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일제 불량품 '지방 소멸론'에 속지 마세요

[서평] '지방소멸' 망령 비판, 진정한 지역재생의 길 제시, 박진도의 강요된 소멸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산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곳에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나라가 과연 정상인가? 1970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28.7%였는데, 50년 동안 무려 22.1%가 더 몰려 20244월 기준 50.8%(수도권 인구 26,034,909, 전체인구 51,285,153)에 이르렀다.

격차와 소외·배제 속에 지방에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어 수도권으로 몰린다. 일자리를 찾아서, 유학하기 위해, 경쟁과 과로에 시달려도 사람 구실 하기 위해. 어찌 보면 격차와 소외·배제를 강요당해 떠밀려 몰리고 있다.

지방에 살든 수도권에 살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가 최소한 더 이상 심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수도권 공화국, 서울 공화국의 사회·경제적 집중과 비대화 속에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라고 하겠는가.

 

누가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가

문제는 이러한 지역의 위기를 '지방 소멸론'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극단적인 효율성과 경쟁력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어차피 소멸할 지방은 모두 살릴 것이 아니라 이른바 거점 도시에 선택적으로 집중하자는 압축 도시, 메가시티론이 횡행하는 점이다. 그동안 격차와 소외·배제를 심화한 개발주의 지역 정책을 더욱 확대·강화하며 지역 위기, '지방소멸' 망령 속에 다시금 지역을 중앙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던지고 있다.

지방을 살릴 방도는 진정 없는가.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그 처방전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수도권 집중과 과밀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양극화, 지방의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의 문제 원인을 진단하고, 어느 곳에 살든 국민 누구나 인간답게 행복을 누리도록 할 수 있는 진정한 지역 재생의 처방전을 제시하는 책을 만났다.

소빈 박진도의 강요된 소멸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재생의 길(한울엠플러스, 2024.3.10)은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를 집중 진단·해부하고 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다. 20대 초에 농촌 문제 연구에 뜻을 세우고 50년을 농촌 문제와 지역 문제 해결책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 온 저자는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소멸하지 않는다. '지방소멸', '지역개발'을 팔아 중앙과 자본을 살찌울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라고 책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또 절절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집필 배경과 목적, 저자의 연구와 실천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 재생의 길을 열고 있는 프롤로그, 지역재생을 위한 농정대전환 3·6략을 정리하며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지역 리더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기대하는 에필로그 외에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지역은 국가 권력에 의해 소멸을 강요당해 왔지만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지방소멸론'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말하고 있다. '지방소멸' 망령의 출몰 아래 일제 수입 불량품으로서의 지방소멸론의 허구와 문제점, 개발주의 지역정책의 파탄 실태, 효율성과 경쟁력 함정에 빠진 압축도시·메가시티론 비판, 생활인구·관계인구·고향사랑기부제의 한계점 진단과 대안 제언, 우리 사회를 재구성할 기회로서 인구감소 문제 진단 그리고 지역 위기를 결과한 외생적 개발에서 지역의 힘으로 지역을 살릴 내발적 발전으로 지역개발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창하며 '지역소멸론'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2장에서는, 경제성장 지상주의와 성장 중독을 심화하는 GDP 신화 비판과 국민총행복의 관점에서 지역 재생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경제 성장 지상주의가 가져온 지역 위기의 실태, 성장은 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민낯,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지 격차 사회와 기후 악당 및 식량 위기 진단, 정치인들의 성장팔이와 성장 중독의 실태,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GDP 신화의 허구성 비판과 국민총행복론 제시 그리고 국민총행복을 위한 농업·농촌의 역할 규명 등을 통해 지역 재생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3장에서는, 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동안 농촌을 파탄시켜 지역 위기를 가속한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기능 농정으로의 전환,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다원적 가치 규명, 농촌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뒷받침하고 인구감소와 지역 위기 극복의 기본 조건으로 역할을 할 농어촌 주민에 대한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농산어촌 주민수당') 시행 방안, 국민에게 건강한 먹을거리와 먹을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정책 대안,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서 농정 틀 전환과 대통령의 역할 주문 등 지역을 살리는 농정 혁신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4장에서는, '농어민이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관점에서 농정대전환을 위한 일곱 가지 농정 개혁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농업 보조금에서 농업공익기여직불로 농업 재정 개혁, 지역개발보조금에서 농산어촌 주민수당으로 지역개발 재정의 혁신, 기후위기·식량위기 대응과 국민의 먹을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만약 제 역할을 한다면 농촌 문제 절반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는 농협 개혁, 국가 권력이 자행해 온 농지 수탈과 절반에 이르는 비농민 농지 소유의 악순환을 근절할 진정한 농지제도 개혁, 우리 민족의 정체성인 ''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인 식량 안보를 도모할 식량자급률 제고 대책 그리고 농어촌과 도시 간 삶의 질 격차를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주민행복권 보장과 이를 위한 읍··동 주민자치 부활 등, 농정대전환을 위한 농정 개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 수확을 앞둔 보리밭을 자전거를 탄 농민이 지나고 있다. 2022.5.26연합뉴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일제 불량품 '지방소멸론'의 허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관료, 학계, 언론이 합작하여 끊임없이 '지방소멸'을 선동하며 또다시 지역을 중앙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성장 팔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제 불량품 '지방소멸론'의 원조인 일본의 <마쓰다 보고서>는 아베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지역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적 산물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에 매몰되어 이른바 지방 시대, 기회 발전 특구, 지방소멸대응기금, 메가시티, 압축도시, 농촌 유토피아, 스마트팜 등 대책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만든 일본 정부조차 '지방 창생'이라는 긍정적 표현을 사용하는데, 왜 유독 우리만 '지방소멸'을 강조하는 것일까?

저자는 줄곧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있다.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 지방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소멸'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백가쟁명식 '지방소멸'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이런 정책 때문에 '지방소멸'을 가속할 것이다. 지방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에 의해 소멸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농촌문제, 지역문제를 논의하고 진정한 대책을 강구하는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경제성장주의 그리고 중앙과 자본을 위한 지역개발정책을 극복하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다한다면, 지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진단과 대안 제시는 오늘 우리 사회의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한 절실한 처방전으로 다가오며 희망을 품게 한다.

저자는 이번에 강요된 소멸을 내면서 그 자매 편인 지역리더의 유쾌한 반란 박진도가 만난 13인의 지역을 바꾸는 사람들(휜소나무, 2024.3.18.)도 함께 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위기 속에서도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희망을 주민과 함께 온몸으로 실천하며 지역을 살리고 있는 지역 리더들의 이야기다. '지방소멸론'의 망령과 허구적·기만적 지역 정책에 맞서 '주민의 자치와 협동에 기초한 순환과 공생의 지역 만들기'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강요된 소멸'에 맞서는 '지역 리더들의 유쾌한 반란'을 만날 수 있다.

강요된 소멸은 저자가 평생 '지역을 바꾸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가지고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 온 결과물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처한 지속 불가능의 위기에 맞서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재생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나침판이 될 것이다. 특히 국민총행복과 지역 재생의 방책을 책임져야 할 22대 국회의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

오마이뉴스 허헌중(conan5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