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읽는 책]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2003.7.1부산일보
적게 소유 함께 나누는 '소박한 삶' 기쁨 일깨워
솔직히 이 책을 며칠 째 가방에 넣어 다니고 있다. 책은 기계문명을 거부하는 아미쉬공동체와 러다이트운동에 공감하는 잡지 플레인에 실린 글 25편을 엮은 것이다. 그중 나는 19편을 읽었다. 그러고는 왜 이렇게 바쁘고 바빠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다. 정말 책 한 권을 정독할 수 없을 만큼 나는 바쁘게 살고 있는데,그 세계는 정말 살 만한 것인가.
지난 5월 나는 여덟 살 터울의 둘째 아이를 얻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내가 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조산기가 있었던 산모는 출산억제제를 맞으며 병원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고, 태어난 아이는 가족과 격리되어 인큐베이트 속에 한동안 있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을 안전한 출산을 추구한다는 현대의료기술에 맡겨버린 것이다. 태어날 아기에게 내가 전해주고자 했던, 또 나누고자 했던 소중한 시간이, 역할이 사라진 것이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현대적 기술 앞에 노출되어 있는 자본주의적 삶을 거부하고 자연과 교감하며, 노동을 통해 텃밭 가꾸듯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모은 사례집이다. 기술세계로부터 벗어난 그들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행복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러그를 꽂아서 전원을 공급받는 기계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더욱 멍청해지고,게으르고,비활동적이고,비자족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이 자신의 의식주에 관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삶의 모든 것이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그들은 뭐든지 스스로 해결한다. 그렇다고 무인도의 로빈슨크루소는 더욱 아니다. 대체로 그들은 '남들이 뭐라하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 기계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에너지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기계 문명을 애용하다 내 아이들에게 망가진 지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게 소유하고 함께 나누는 소박한 삶에서 참된 기쁨을 얻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들은 스스로 해결하되 나누면서 부족분을 해소하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미쉬공동체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어떤 물질주의와 기계주의도 반대하는 삶에서 최소한의 것만이라도 스스로 생산하자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있지만, 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지 못하고 그저 생계유지에만 급급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스코트 니어링이 말한 바처럼 '생각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은 관성에 굴하지 말고 뛰쳐나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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