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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부산의 해안팔대

by 이성근 2013. 6. 17.

 

부산의 해안팔대

 

 

 

부산에는 '대(臺)'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많다. 대의 사전적 해석은 '흙이나 돌을 높이 쌓아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대의 성격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운대 태종대 몰운대처럼 인공을 가미하지 아니한 천연의 공간인 것이다.

 

 

동국여지승람 편에 의하면 겸효대 초현대 등이 등장하는 바,이중 해운대로 보자면 '해운대:동래현의 동쪽 18리에 있다. 산이 바다 가운데로 누에의 머리처럼 밀려내린 곳이 있는데 그 위에는 동백(冬柏) 두충(杜沖) 송삼(松杉) 총롱(蔥籠) 창취(蒼翠)가 사시에 한결같으며,봄 가을이 바뀔 때면 동백꽃이 땅에 쌓이어 유람인이 탄 말굽에 3~4초이나 빠진다. 신라의 최치원이 일찍이 대를 쌓아 상유(狀遊)한 흔적이 있다'고 언급한다.

 

 

한편 동래부지에서는 몰운대 영가대 태종대 동대 삼성대 팔경대 오륜대 의상대 백록대 죽연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1850년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동래영지에서는 점이대 이기대 망경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점이대는 민락동 수변공원 끝자락인 첨미대의 오기로 보인다. 동래영지에 의하면 이기대는 '좌수영에서 남쪽 15리에 있다. 위에 두 기생의 무덤이 그리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기대는 용호3동에 속하면서 부산하수처리장 고개너머에 있다. 이곳은 장산봉 동쪽비탈이 바다를 면해서 바위 반석이 약 2㎞ 정도의 길이로 늘어서 있다. 망경대의 경우 '좌수영 남쪽 2리에 있는데 두 토산이 마주보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날 남천 1·2동 경계 부분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대라하여 '거울 경(鏡)'의 망경대였다. 민락동의 점이대와 남천동의 망경대가 바다로 내밀린 사이를 넓은 바다 기슭인 광안(廣岸)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광안리 해수욕장이 됐다.

 

 

그 외의 유명한 대는 동구 범일동의 자성대, 용당동의 신선대, 기장의 시랑대, 기장 정관면 달산리 뒷산의 장군대, 가덕도의 연대, 동래구 칠산동의 동래고교 뒷산인 동장대 등이 있다.

 

 

지역 향토학자이자 소설가인 최해군씨는 이 같은 부산의 여러 대를 내륙과 해안으로 나눠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먼저 '해안팔대'로서 동백섬의 해운대, 영도의 태종대, 다대포의 몰운대, 용당동의 신선대, 용호동의 이기대, 가덕도의 연대, 기장의 시랑대, 수영의 점이대를 꼽고 있다. '내륙팔대'는 범일동의 자성대, 금정산의 의상대, 오륜동의 오륜대, 회동동의 동대, 달음산의 장군대, 동래성의 동장대, 동래읍의 학소대, 덕포동의 강선대를 추천하고 있다.

 

 

이렇듯 승경지의 대가 많은 것은 부산이 풍광명미(風光明媚)한 고장이라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서 풍경의 상실이 아프게 와 닿는다.

2003.6.1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