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e-메일] 골프연습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 .2003.9.5 부산일보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고 있다.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인라인스케이트를 사주긴 했지만 걱정이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잦은 사고소식 때문이다. 을숙도,해운대 등 이용공간이 있긴 하지만 그 곳으로 가려면 시간이나 거리상으로 꽤 투자를 해야 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공간 개발이 요구되고 있지만 적절한 부지를 찾긴 어렵다.
최근 부산 남구 문현동에는 자동차 학원이 없어지고 대신 골프 연습장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주민 불만이 크다.
건축허가기관인 남구청은 '법적하자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주민을 위해 대안을 찾는 노력은 고사하고 주민들의 집단적 반발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현동 골프연습장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 건물 3층 높이 77타석에서 밤낮으로 쳐대는 골프 타구음은 주민의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뿐만 아니라 야간 조명은 수면을 방해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때,소수 계층의 체력증진을 위한 골프연습장은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자동차학원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순 없을까? 제안하라면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전환하라고 권하고 싶다. 기존에 자동차학원이 있던 자리여서 추가 설계나 재원투입이 필요없다. 아스팔트가 아닌 공간에는 묘목을 심어 녹지화한다면 공원의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려면 물론 토지소유자의 전폭적인 협조와 시민봉사 정신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까.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 토지를 시민 휴식공간으로 기부하는 일이 90년대 이후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수많은 경비를 들여 '공원답게'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이 손해봤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손해 본 것이 아니다. 시민의 믿음과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21세기,기업들의 생존환경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기업정신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문현동 자동차 학원부지 활용을 놓고 지역과 기업이 함께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이 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환경 e-메일] 문현동의 희망을 위해 2003.12.10 부산일보
퇴근길,십오야 달이 밝다. 때마침 저녁시간. 부식가계 아이들은 숙제하느라 바쁘고,모퉁이 최선생 집에서 나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쌀집. 아주머니 서너명이 나누는 말들이 조심스럽다.
지난 봄,난데없이 들어서는 골프연습장을 반대하기 위해 경로당이며,동사무소,구청집회에서 앞장서 소리 높여 부당성을 외치던 분들이다. 그랬다. 지역상황을 무시한 농심그룹의 일방적 골프연습장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허가 기관인 부산 남구청의 비민주적 반환경적 처사를 수용할 수 없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고 호소하던 분들이다.
시방 삶터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마음은 무겁고 어둡다. 한가닥 희망이었던 '공사중지가처분신청'에 대한 부산지법의 결심공판이 자꾸 미루어지면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 같다는 불온한 소문 때문이다.
소문은 그간의 주민결속을 흔들고,주민환경자치의 꿈에 대해 회의하게 만들고 있다. 더하여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행정처리에 대한 감사 신청 또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올해 초 조례개정이 예고한 바에 따르면 부산 남구 문현동은 골프연습장 건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인데도 개발업자의 사업신청을 즉각적으로 수용한 남구청의 행정결정에 대한 의혹을 행정자치부에 감사 신청했지만 이 감사 신청이 부산시로 이첩되고 다시 부산시에서 남구청으로 이첩되면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희망을 저버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 주민들은 골프연습장 대신 공원을 꿈꾸었다. 십시일반 내셔널트러스트운동으로 한평의 부지를 주민의 이름으로 매입하여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했다. 그리하여 이웃한 대연동이며 우암동,전포동,범일동 주민들이 가족나들이로 소풍을 와서 잔디밭이며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가끔은 마을대항 합창대회며 콘서트,백일장 등이 축제처럼 열리는 미래를 나누어 가지고자 했다.
그런데 이 꿈이 지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인의 권리보다 특정기업의 사적 이익 앞에,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 앞에, 지금 문현동의 안온한 저녁이 흔들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구태와 외면 속에 막 짓밟히고 있다.
Ein Kinder Traum(순결한 작은 꿈) / Stefan Pint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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