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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사회혁신인가? 外 -김병권 (서울혁신파크 사회혁신리서치랩 소장)

by 이성근 2016. 11. 25.

 

 

 

왜 지금 사회혁신인가?

 

서울시에서는 서울혁신기획관실까지 두고 사회혁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회혁신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다. 마땅한 강의 교재로 쓸만한 사회혁신도서가 없을 정도로 개념에 대한 합의 수준이 낮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혁신 대한 얘기를 풀다보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접하게 된다.

 

오늘은 전체적으로 사회혁신에 대한 개요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사회혁신은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야기만을 하면 더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사회혁신은 실생활의 작은 단위에서의 실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사회혁신은 큰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것들을 실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를 통해 바꿀 수 있는가 라는 의문들 일테다. ‘미시변화가 거시변화를 이룰 수 있는가는 현재 사회혁신 영역에서도 쟁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나눌 얘기는 변화(change)이다. ‘변화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사회혁신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는가, 원한다면 어떤 것이 변하길 원하는가, 변화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변화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떤 경로 방법을 통해 변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과정에서 찾은 대답이 사회혁신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개혁, 혁명, 변혁 등이 변화에 대한 생각이었고, 현재는 사회혁신으로 변화는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변화를 원하는가? 우선 기술적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기술혁신이 혁신이라고 인식된다. 인터넷,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이 그 사례이다. 급격한 기술변화를 예측하는 이들도 있고 아닌 이들도 있다. 급격한 기술변화는 좇아가기도 바쁜 속도가 빠른 현상이다. 기술변화에 대한 확신이 있는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할 수 있다. 어려운 문제이다. 스마트폰 도입이 10년이 채 안 되었지만 이 10년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문 대신 스마트폰,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한편 이 10년 동안 세계경제위기가 있었고 세계 경제성장은 저조했다. 이 저성장은 지난 50년 동안 가장 격심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일자리가 늘어났는지는 의문이다. 스마트폰이 경제 저성장 시기에 발달한 것은 주목할 점이다. 이것은 기술혁신이 우리 삶을 나은 방향으로만 이끄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다음으로 제도적 변화도 있다. 평생직장 개념 없어지고 비정규직 확산, 고용불안정 등은 제도변화의 한 측면이다. 기초노령연금, 교육비 등의 확충은 진보적 변화이다. 변화가 ab로의 이동이라고 할 때 반드시 변화=발전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후퇴의 변화, 옆으로 가는 변화도 가능하다. 마지막은 세계화라는 변화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거대한 변화이다.

 

이런 변화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난 변화이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의 기대는 무엇이고, 원하는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게 할 것인지, 원치 않은 변화는 어떻게 억누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영국 사회혁신 싱크탱크 NESTA(National Endowment for Science, Technology and Arts)에서 예측한 2016년 주목해볼 사회혁신 분야 10가지 중 하나는 소매업과 예술이 융합한 실험적 소매점이 관심을 받을 거라는 것이다. 실험적 소매점은 옷매장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시뮬레이션 모습을 매장에서 볼 수 있는 매점이다.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변화이고, 기술과 예술이 다방면과 융합되는 모습이다. 이런 것도 변화의 한 사례이다. 개인적으로 우리 아이는 NESTA에서 제시한 것 중 8컴퓨터 게임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에 관심을 보였다. 컴퓨터 게임에 대한 흥미인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는 방식의 변화도 생각해보자. 거리, 동네, 집에서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싶다는 기대는 누구에게나 있다.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내 경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민간보안업체는 없었다. 보안은 정부의 주요 역할이었다. 하지만 민간경비업체, CCTV가 늘어났다. 위험지역은 CCTV가 안전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얼마 전 어린이집의 CCTV 도입도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는 마포구 염리동에 소금지킴이집이라는 실험을 하였다. 범죄예방디자인이라는 방식을 통해 우범예측 지대에 CCTV와 함께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거리와 동네를 디자인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성과가 있었고 지속될 계획이다. 정부와 민간업체의 보안과 함께 소금지킴이집 같은 변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대략 세 가지가 있다. 경제사회 위기, 인구학적 위기, 지속가능 위기이다.

경제사회 위기는 불평등으로 인한 위기이기도 하다.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1971~ )21세기 자본에서 불평등을 잘 설명했다. 피케티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세금 자료를 통해 지난 100년간의 미국, 유럽의 불평등 도표를 만들었다. 한국도 불평등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제시한 지난 100여 년 간 미국과 유럽의 불평등 지수 도표. 최근 들어 그래프가 상승하며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구학적 위기/변화도 있다. 1인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등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이 어렵다. 경제성장은 ‘1인당 생산력이라고 할 때 인구가 줄면 경제성장률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격심한 인구 하락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진 못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보자. (현재는 줄고 있지만) 인구와 경제성장은, 전체 역사와 비교할 때, 지난 200년간에 급속도로 늘어났다. 특히 한국은 평균보다 더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Kenneth Boulding, 1910~1993)은 지구를 하나의 우주선으로 보고 인구와 경제의 급격한 성장을 강력한 위기로 보기도 했다. 한정된 자원에서 경제성장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위기 속에서 기존의 해법은 통할까? 시장이나 국가라는 시스템은 위기를 해결할까? 최근 이 두 시스템을 통한 문제해결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국가개입을 통한 해법은 의문시되었고, 이때부터 20년 후인 지금 시장을 통한 세계경제위기 해법도 의문시되고 있다. 시장이 지금의 파국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이미 경제학자 존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는 시장을 통한 위기 해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케인스는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시장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할 때에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극단적 사례는 주식이다. 정보비대칭성이 시장에는 존재한다. 순수시장을 통해서는 위기 조정에 한계가 있다. 1억 개의 상품이 생산되는 세계에서 이 상품의 생산과 수요를 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방대한 정보를 국가가 알 수가 없다.

 

시장과 국가 이외에 대한 다른 해답을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1933~2012)이 제시하였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론이 있다. 공동목초지는 개인의 이기심에 의해 결국 황무지가 된다는 것이 개럿 하딘(Garrett Hardin, 1915~2003)공유지의 비극이론이다. 하딘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시장해법(공유지를 사유화하는 것), 국가해법(생산과 목초 사용을 조정함)을 제안하였다. 오스트롬은 하딘이 말한 것은 공유지가 아니라 원칙 없이 이용되는 자유이용지라고 봤다. 공유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토지와 커뮤니티가 원칙을 갖고 이용하는 것이 공유지이다. 커뮤니티를 통해 토지의 사용을 조정하는 것이다. 오스트롬은 이론과 사례를 통해 이것을 증명해냈다. 이 문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학교를 정부가 통제할지 시장이 통제할지의 문제와 유사하다.

 

국가와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 위기 해법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문을 오스트롬이 우리에게 던진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공동체,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사회적연대경제 등이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와 시장이 해결이 어려운 영역은 무엇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이 있다. 임대료 인상을 하지 않는 정부가 토지와 건물을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이 방안은 정부 재정지출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도 시장은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에 해법이 될 수 없다. 시장,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급증한 1인가구 문제도 있다. 현재 다수 복지제도의 최소 단위는 4인가구 중심의 가구이다. 1인가구가 아니다. 이런 제도가 1인가구에 맞게 개혁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장은 솔로이코노미(solo economy)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빠르게 대응했다. 이것도 해법은 아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수요는 내가 가진 돈의 능력 범위에서의 수요이다. 솔로이코노미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1인가구만을 대상으로 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1인가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1인가구의 저소득화가 진정한 문제이지만 시장은 이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에너지자립 문제도 국가는 작은 단위의 에너지 문제는 반응하지 않고, 시장도 수익성이 적어 반응하지 않고 있다. 

사회혁신은 전통적으로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된 비즈니스 영역을 포함하여, 사회운동, 정책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다. 사회혁신은 도시정책에서 시작되었고,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혁신 운동’, ‘사회혁신 정책이라는 개념 모두를 쓸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포함된다. 앞으로는 사회혁신 운동 영역이 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의 주빌리운동이 이러한 운동 영역에 속한다. 오늘날 불량채권이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되는데 이 시장에서 불량채권을 구입하여 없애는 것이 주빌리운동이다. 이것은 문제제기형 사회운동과는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문제해결운동이며, 이것이 사회혁신 운동이다.

 

사회혁신 영역은 주요하게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혁신 운동, 사회혁신 정책 등 3분야로 나눌 수 있다.

 

차후 강의를 거쳐서 마지막 8강에서 사회혁신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겠지만 잠정적으로 사회혁신 개념을 정의해보자. 사회혁신은 시민의 필요에서부터 시작된, 새로운 접근법이다. ‘인터넷은 사회혁신인가생각해보자. 기술혁신은 분명하다. 기술혁신은 상당수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사회혁신은 상당수 기술혁신을 수반한다.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신의 자립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2강 일상에서 발견되는 변화와 혁신

 

사회혁신을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사회혁신은 방법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모두 설명하고 있다. 정의론에 따르면 사회정의 구현은 뚜렷한 목표이다. 다양한 입장에 따라 무엇이 정의인가에 대해서는 토론할 수 있지만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뚜렷하게 제시되는 것이다. 반면 사회혁신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면 되는가만 이야기한다는 의견이 있다.

 

두 번째는 미시적 범주에만 갇혀 있다는 것이다. ‘작은 것만 바꾸면 정말 세상이 바뀌는가라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재활용을 잘하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미시적 변화가 거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하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 경계의 모호성이다. 과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인터넷, 스마트폰이다. 이것은 기술혁신이면서 사회혁신인가. 우리의 인간관계를 바꾸는 것이 사회혁신이라고 할 때, 인터넷은 우리 관계를 변화시켰으므로 사회혁신이다. 스마트폰도 동일하다. 모든 기술혁신은 사회혁신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구분은 모호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들은 추후 확인하며 가겠지만 사회혁신은 방법론만인 것이 아니고 미시적인 것만 다루지도 않고, 기술혁신과는 다르다는 것이 나(강사)의 잠정적 결론이다.

   

오늘 2강은 일상에서의 사회혁신을 다루고자 한다. 사회혁신은 이론보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사회혁신 전략, 사회혁신 라이프 스타일, 슘페터 혁신이론 등을 오늘 살펴보자.

 

첫 번째로 살펴 볼 구체적 사례는 서울시의 여성 안심 택배이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사회혁신 사례 중 하나이다. 여성안심귀가, 여성안심스카우터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택배가 오면 난감하다. 정해진 보관함(택배소)에 택배기사가 택배를 넣어놓고 수취자에게 문자를 보내게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꼭 1인 가구가 아니라도 범죄예방 차원에서도 좋은 제도이다. 현재 실험 중인 제도이며 취지에 맞는 여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우려나 개선점들도 있다. 택배기사와 수취자가 택배물건 도착 여부를 둘러싸고 소통의 어려움이 일어나기도 하다. 상호 신뢰관계의 문제이다. 택배보관함이 수취인 집과의 거리가 멀거나 보관함의 설치장소를 찾기 어렵다. 자신의 집 앞이나 근처에는 보관함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 대게 설치장소가 외진 곳에 설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는 재활용 정거장이다. 재활용 정거장은 시행이 많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 마포구가 광범하게 시행 중이다. 아파트단지처럼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특정 장소에 재활용품을 모아 놓게 하는 것이다. 수거자는 가가호호 방문하지 않고 정해진 곳에서 수거하는 편리함이 있다. 한편 재활용 정거장을 어디다 설치할 것인가가 갈등 요소이다. 각자의 집 앞에 설치하는 것을 꺼려한다. 수거자들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도시에 수거자의 안정적인 고용창출을 하려고 한 것도 목적이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품이 적어서 안정적인 고용창출효과가 미미하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의 신뢰 협조가 바탕이 되어야 활성화될 수 있는 사례이다. 혁신은 하나의 방향에서만 고려하면 다른 방향에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다방향의 검토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1강에서 언급한 범죄 예방 디자인이다. CCTV 설치를 통한 상호감시보다 거리 동네 디자인을 통해 안전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에서 적용된 사례이다.

 

앞의 사례들은 안전, 고용, 재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들이다. 예전에는 정부정책이나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위 사례는 이와는 다른 각도의 사례이다. 대체로 시민, 커뮤니티의 신뢰 형성이 안 되면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에는 다양하고 광범한 사회혁신 사례가 존재한다.

 

사회혁신 사례는 다양하다! 사회혁신은 시민, 커뮤니티의 신뢰를 통해 구축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 영국은 노숙경험을 한 사람이 노숙탈출 연구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생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도는 크라우드 소싱방식을 활용했다. ‘나는 뇌물을 주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뇌물을 주고받은 사례, 뇌물을 주는 노하우, 뇌물 피하는 방법 등을 공개적으로 웹사이트에 취합하였다. 이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뇌물을 막는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10명 중 3명만이 참여를 하고 나머지는 주로 사례를 구경하는 경우지만 이 프로젝트 자체가 논쟁이 되는 것이 공무원들이 뇌물을 조심하고 위법함을 자각하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호주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한 가족을 구제해주는 프로그램에 해당 가족이 직접 참여하게 하였다. 영국에는 경쟁방식을 활용한 또다른 사례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취합하였다. 긴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경쟁하게 한 것이다. 베를린은 공공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실행 중인 익숙한 사례이고 정치와 민주주의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례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시민이 주로 참여하는 사례들만 뽑은 것이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회혁신을 위한 공식은 없고, 패턴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관점으로 이후 강의에서 계속 확인할 것이다.

 

사회혁신 전략은 어디서 시작할 수 있을까? 절실한 시민의 필요(needs)에서 시작해야 한다. 비즈니스와 정치, 기업 등에서처럼 시민의 필요가 시작점이다. 여성안심택배의 경우 1인 가구 여성의 안전이라는 요구로부터, 범죄예방디자인은 구도심의 안정을 원하는 시민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필요에 응답하는 방법은 결핍기반 접근법(보육시설의 필요. 무엇이 부족한가를 찾음)과 자산기반 접근법이 있고, 자산기반 접근법은 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관련된다. ‘보육시설 부족이라는 판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나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여러 차원의 자산을 확인(우리 커뮤니티는 남는 공간이 얼마가 되는지, 문화적 자산이 무엇이 있는지 등)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인류 전체 차원에서는 불평등, 기후문제, 인구학적 문제 등과도 관련된다.

 

시장과 국가 사이의 넓은 기회를 보는 것이 사회혁신의 기회이다.

 

사회혁신의 기회는 무엇일까? 시장과 국가 사이의 넓은 기회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보면 시장처럼 솔로이코노미 시장을 만들거나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시민들이 필요함에도 국가와 시장이 개입하는 영역이 늘어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시민들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다른 예로, 여성안심택배의 경우에도 시장은 개입하기 어렵고(이윤창출문제) 정부는 예산부족의 어려움으로 인해 개입이 쉽지 않다. 특히 빈곤층의 문제는 시장이 대부분 개입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시민사회가 개입하여 풀려고 하는 것이 사회혁신이다. 물론 행정혁신, ‘시장혁신도 가능하다.

 

어떤 혁신이어야 할까? 발상과 아이디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하고 실행되어야만 사회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발명(invention)과는 다르다. 사회혁신은 커뮤니티 기반의 풀뿌리운동이 있어야 가능하다. 실제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풀뿌리 행동은 매우 필요하다. 사회혁신은 창조 과정이기도 하지만 발견의 과정이기도 하다. 재활용 정거장의 경우 지역의 한 업체가 실행하고 있는 사례를 발견하고 확산도입하게 된 사례이며, 범죄예방 디자인이라는 개념도 전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져 있는 것으로 서울시가 발견하고 확대 적용한 것이다. 실제 절박하고 해당 문제의 당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 ‘현장이 답이다라는 이야기는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사회혁신은 특정한 방향을 갖고 해결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모방은 사회혁신의 중요한 요소이다. 참신하고 새로운 것만 찾을 것이 아니라 참여예산제처럼 모방하면서도 더욱 개발해야 한다. 참여예산제는 여전히 그 예산 규모가 작고, 참여 시민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혁신학교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혁신학교도 매우 중요한 혁신사례이지만 여전히 과제들이 도출되고 있다.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설득과 공감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혁신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회혁신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사회혁신은 대기업들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이런 갈등도 설득과 공감을 통해 사회혁신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혁신은 주장이 아니라 실제 현실의 증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용이하다. 정치인들이 무언가를 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실제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사회혁신이기 때문이다.

 

사회혁신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다. 문제의식 - 아이디어 - 프로토타이핑 - 정착단계 - 확산단계 - 시스템 변화 순으로 볼 수 있고, 이것은 NESTA의 방식이다.

 

사회혁신의 라이프스타일. 프로토타이핑과 정착단계에 있는 국내의 사회혁신은 발전 가능성이 많다. 

문제인식 단계는 시민의 필요를 확인하는 것이고, 아이디어 단계는 문제해결 아이디어의 생성과 제안이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실험하고 시스템으로 구축하며, 정착과 확산의 단계는 시민의 참여와 더불어서 공공이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는 단계이다. 예산의 집행이라든지 법과 제도의 변화 때문에 그러하다. 협동조합으로 금융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협동조합기본법이 변경되어야 가능하고, 이럴 경우 입법청원 등의 운동이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전체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단계이다.

 

한국의 경우 공유도시, 사회적경제, 도시농업 등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범죄예방디자인, 재활용정거장은 프르토타이핑 단계로, 혁신학교의 경우는 확산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혁신학교는 5년이 되었는데 전체의 10% 비중이라는 것은 엄청난 발전이다. 라이프 사이클의 발전 과정은 시민들, 커뮤니티가 얼마나 수용 가능한가가 결정적인 관건이다. 확산단계에서 시스템 변화로 가는 탄력점(momentum)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해결해야 한다.

 

별도로 생각해볼 만한 것은 사회혁신 성과측정 지표의 개발이다. 사회혁신 성과를 정량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객관화된 평가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은 계속 개발해야 한다.

 

오늘은 슘페터의 혁신이론을 살펴보기로 하자. 사회혁신을 이해함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관점이 될 것이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1883~1950)(출처 http://bit.ly/1n9smXZ)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1883~1950)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이다. 2차세계대전 전에 하버드대학에 초청을 받아 간다. 그 후 하버드대에 재직하며 영국의 케인스, 미국의 슘페터라고 할 정도의 명성을 쌓았다.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보수주의 관점을 갖고 있는데 자본주의 자체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혁신적 기업가가 기업을 혁신하고 상품을 혁신하면 전체 자본주의의 활력이 되고, 이것을 다수가 모방하면 침체되었다가 누군가 다시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하면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칼 맑스도 자본주의의 생산력에 주목하였지만 맑스는 자본주의가 이런 생산력 때문에 소멸한다고 보기도 했다. 슘페터도 자본주의가 결국은 쇠락한다고 생각하였다. 보수주의 경제학자이지만 주류경제학과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자본주의가 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보수 경제학자는 균형이론을 통해 자본주의가 안정을 유지한다고 생각했지만 슘페터는 자본주의는 변화한다고 여겼다.

 

그의 대표적 개념인 창조적 파괴는 1942년 저작인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나온 개념이다. 창조적 파괴는 산업상의 돌연변이를 뜻하는 것으로, 이런 창조적 파괴 같은 급격한 변화로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혁신한다고 생각했다. 주류경제학과는 달리 자본주의 내적인 변수(내생변수)로 자본주의가 급변한다고 생각했다.

 

창조적 파괴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슘페터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다르게 배열하거나 결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회혁신의 최신 이론도 100여 년 전의 이 관점에 기대고 있을 정도로 탁견이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기존에 있는 것을 조합하여 아이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슘페터의 1942년 저작인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출처 http://bit.ly/1n9smXZ)

 

A영역에서 적용된 것을 B영역에 적용하는 사례가 혁신의 사례일 수 있다. 같은 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혁신인 것이다. 슘페터는 혁신은 기존 시스템이 아니라 주변(변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것을 양적으로 확대한다고 새로운 것이 출현하지는 않는다. 우편마차를 수십 개 집적한다고 하여 기차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는 혁신의 다섯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새로운 재화, 새로운 생산 방법, 새로운 판로의 개척, 새로운 공급원의 획득, 새로운 조직의 실현 등이다.

 

슘페터는 모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이를 통한 확산에 주목하였다. 또한 혁신적 기업가(entrepreneur)를 주목하였다. entrepreneur는 영어에서도 그대로 차용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다. 혁신적 기업가는 경영인이 아니고 발명가도 아니다. 슘페터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사람을 혁신적 기업가라고 불렀다. 사회혁신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장래성을 보는 사람이 혁신적 기업가인 것이다.

 

물론 슘페터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할 지점도 있다. 사회혁신은 다수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데, 슘페터는 이런 방향에서의 혁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자본주의의 변화 발전이 바람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슘페터의 바람과는 달리 자본주의 경제는 다수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다. 혁신적 기업가의 자질은 기업의 직원들에게는 없는 것일까를 고민해볼 수 있다. 혁신적 기업가의 자질은 다수의 기업인뿐만 아니라 시민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혁신적 기업가의 혁신이 아니라 시민 주도형 혁신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시민혁신가(civil entrepreneur)라는 표현이 이런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는 예를 들면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기업들이 없어지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실업 등도 포함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창조적 파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과정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이런 과정은 약자와 소수자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이런 것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런 부분들은 현대적 과정에서 슘페터를 수용하고 해석할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이다.

 

사회혁신의 라이프사이클은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모두 적용되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들이 있고, 차차 살펴보기로 하자.

 

강의하는 나 홀로 볼링의 저자 로버트 퍼트넘(출처 http://bit.ly/1QnnNS7)

 

현재 사회혁신의 사례는 서울시가 왕성하게 하고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도 서울시가 많은 편이다. 지속적으로 우리가 살펴볼 것은 사회혁신의 결과이다. 사회혁신을 하면 어떤 최종결과가 남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강사)는 사회적 자본이 사회적 성과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개인의 커뮤니티가 능력을 길러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Putnam, 1941~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개인들의 지적 능력, 기술적 숙련도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관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관계가 깨지면 CCTV가 많이 설치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늘고 성장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게 된다. 신뢰관계가 깨지면 사회혁신은 확산되기 어렵다. 사회혁신이 잘 되면 신뢰관계가 공공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물론 이런 신뢰의 네트워크를 자본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앞으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2강에서 다룬 것이 기법적 측면이 있지만 관계 구축으로 귀결되는 논의이다. 이것이 사회혁신이 기술혁신과 결정적으로 차이점이기도 하다.

 

[ 질의 응답 ]

질문: 상품은 성장-성숙-쇠퇴기가 있는데 사회혁신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가. 이런 과정을 거쳐 사라지면 사회혁신의 실패라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실패 사례는 사회혁신이 아니라고 봐야 하는가 궁금하다.


대답: 라이프사이클에서 사회혁신의 사례가 확산기 단계에 들어오면 이 사례는 정책화내지는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화 되지 않으면 사회혁신을 통해 바로 잡으려고 한 현재의 불균등함을 바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재정지원에서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부 지출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가 확산기 단계에 들어가면 제도와 정책화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영역에 대한 지출이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다. 1인 가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4인 가구 중심의 세제제도에서 1인 가구는 계속 실질적 ‘싱글세’를 내는 상황이 된다. 이것은 제도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계속 두면 전 사회적 손실이 될 것이다. 시민사회에서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 제도로 흡수하는 것이 제도화의 과정이기도 했듯이 이전의 혁신 사례들도 확산과 제도화를 통해 정착하게 되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제도화된 혁신의 사례는 지금 질곡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도 처음 도입과는 달리 긴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상황을 보면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사회혁신이 제도로 된 사례이지만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상품의 라이프사이클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을 수 있겠다. 질문한 내용은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대해 다루는 3강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공유경제를 살필 때도 더 자세히 검토하게 될 것이다.

― 정리 : 사회혁신공간 There 오정민

 

3강 사회혁신과 사회혁신 비즈니스

 

오늘은 사회혁신과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비즈니스 일반이 아니라 사회혁신 비즈니스를 다룰 것이다. 사회혁신 비즈니스, 사회혁신 운동, 사회혁신 정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이전 강의에서 말한바 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사회적경제, 마을경제, 자활경제 등이며, 사회혁신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는 낯설지만) 마을만들기, 에너지재생운동, 도시재생운동, 주빌리운동 등이 대표사례이다. 사회혁신 정책은 서울시에서 지금 진행 중인 정책들이 대표적이 사례이다. 서울시에서는 혁신과 협치를 정책 핵심으로 내걸고 있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난해하기도 하다. 비즈니스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신의 이익 추구가 핵심 목표이다. 이런 비즈니스 활동과 혁신이 연결되려면 사회적 기여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이윤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목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 발상이다.

 

기업이 이윤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기여를 목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혁신적 발상이다.

 

이미 앞 강의에서 살펴봤지만 공유지의 비극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8년 개럿 하딘(Garrett Hardin)사이언스에 공유의 비극에 대해 10여 쪽의 짧은 논문을 게재한다. 공동목초지에 A, B, C가 소를 기르면서, 각자가 자신의 소만을 키우기 위해 목초지의 한계를 넘어서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공동목초지가 황폐화된다는 것이 하딘의 기본 아이디어이다. 하딘은 대안으로 공유지의 사유화와 공유지의 국가통제(규제)를 주장하였다. 하딘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공해라고도 했다.

 

하딘의 논의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하딘의 논리를 보면, 공유지 자체가 비극이라는 것이 아니라 공유지에서의 자유가 비극을 낳는다는 전제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전제가 있다. 세 번째는 목초지는 공유지이지만 소는 각자 소유한다는 전제가 있다. 만일 소도 공유한다면 어떨까? 하딘의 사례설명은 소유와 공유에 대한 설명이 혼용되어 비일관적으로 분석된다. 네 번째는 공유지는 유한하고 소는 무한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 점은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 모색에서 주요 시사점을 준다. 이처럼 하딘의 설명은 엄격한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강사)는 두 번째 전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개인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사회 전제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회 발전은 어렵다. 인간은 이기적인가? 경제학자들은 이기적 개인을 전제한다. 협동조합 등에서는 사람들은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상호적이라고 답한다. 상호적 개인을 좀 더 살펴보자. 로저 하이필드(Roger Highfield)와 마틴 노왁(Martin A. Nowak)초협력자(사이언스북스, 2012)에서 인간협동의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1)친인척 간에는 협동한다(피는 물보다 진하다) 2)직접 상호성. 에게 이타적이면 이타적이고 이기적이면 이기적이다. 단골 집-단골 손님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3)간접 상호성. 에게 잘해주면 에게 잘해주고, 에게 잘해줄 수 있다. 이것은 평판시스템이다. 4)네트워크 상호성. 유유상종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들과 모여 있고, 이타적인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과 모여 있는 관계이다. 협동의 구조가 집단화된 것이다. 5)집단선택. 완벽하게 이타적인 집단, 완벽하게 이기적인 집단이 경쟁을 하면 이타적인 집단이 이긴다. 개인으로 보면 이기적인 사람이 이기지만 집단으로 보면 이타적 집단이 우월한 것이다. 하지만 이타적 집단은 결정적 약점이 있는데 이 집단에 이기적 개인이 들어가면 이타적 집단은 깨지기 때문이다. 이기적 개인이 이타적 개인을 이기기 때문이다. 이것을 진화적으로 불안정 조직이라고 한다. 상호적 인간이 이타적 집단에 있으면 집단은 유지된다. 상호적 인간은 이기적 개인에게 이기적이고 이타적 개인에겐 이타적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바로 협동조합의 원리로 이어진다. 실제 세계에서 개인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성이나 협동성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이타적 협동적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 협동의 5가지 조건을 제시한 초협력자(출처 http://bit.ly/24EUN1Q)

 

개인은 어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까? 경제학에서는 기름 값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가장 싼 가격의 주유소에서 넣는다고 가정한다. 실제는 어느 주유소나 가격이 비슷하겠지 하며 생각하거나 별 생각 없이, 거리가 멀어서 등의 이유로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 가서 넣는다. 개인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이익만을 찾지는 않는 것이다. 개인은 타인을 따라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학의 합리적 개인은 타인의 영향력을 무시한다. 하지만 실제 타인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런 사실을 케인스는 미인대회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미인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주식투자의 원리와 동일하다. 주식투자자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기업이 아니라 타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기업의 주식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타인의 행동을 살피고 자신의 행위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자 게임이 그런 경우이다. 명절 귀경길에 차가 막히지 않는 구간을 말해주면 그 구간으로 감으로써 그 도로가 막히게 되는 경우가 소수자 게임이다. ‘는 소수를 택했지만 모두가 소수를 택하는 순간 다수가 되어버린다. 개인이 합리적 선택을 해도 선택 순간 비합리적이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회적 이익을 개인이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자신의 이익에 철저하지 못하다. 제한 합리성을 인간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에도 기여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담 스미스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낳고,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더 사회적 기여를 하게 된다고 했다. 이것은 현실에 맞는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살펴보자. 우리 각자가 절약을 하면 개인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두가 아껴 쓰기만 하면 모두가 소비를 안 하고, 기업은 수익이 생기지 않아 성장이 어렵고 회사에 취직한 사람은 고용이 불안전해질 것이다. 비용의 역설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을 낮게 주면 이윤이 늘지만 기업의 노동자는 지출이 줄고, 기업의 제품을 구입할 사람이 사라지게 되는 역설이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 몇 년 째 언급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유동성의 역설도 보자. 신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보다 자금 유동성을 많이 보유하기를 원하는데 이렇게 되면 금리 급상승과 금융위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 경제적 경영 사고의 단계 

개인이 이익과 사회적 기여 양자를 다 고려하지 않으면 사회혁식은 성공하기 힘들다.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 기여 양자에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CSR이 사회혁신 비즈니스에 초기에 적용된 모델이다. 사회적 경제 경영의 사고는 단일 이슈 참여 핵심 비즈니스와 관련된 책임성 사회혁신을 통해 사업적 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가져가는 순으로 볼 수 있다.

 

비영리 부문, 사회적경제 부문, 시장 부문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무엇인가? 셋 중 하나가 아니라 세 영역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사회적기업이 존재한지는 오래되지만 본격적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진 것은 2007년부터이다. 협동조합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121일에 시행됨으로써 본격 정부지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네이버를 통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벤처기업 검색 횟수를 비교해보면 본격적이 정부 지원이 이뤼지는 때에 검색수가 증가한다.

 

비영리 부문, 사회적경제 부문, 시장 부문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지금 사회적 경제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2014년 자료를 보자. 국내에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근무하는 인원수는 대략 8만 명이 조금 넘는다. 한국 인구는 대략 5천만 명이고, 이 중 취업자는 대략 2600만 명이다.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 중 10%260만 명이고, 5%130만 명이다. 유럽에서는 총 인구 중 4~5%, 100만 명~130만 명 정도가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일한다. 한국은 유럽 정도가 되려면 130만 명 정도되어야 한다. 미국조차도 협동조합소속 종사자는 90만 명 정도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숫자는 매우 적은 숫자로, 한국은 0.3, 0.4% 정도이다. 비영리 부문, 사회적경제 부문의 수가 굉장히 적은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이것은 한국의 사회적 경제는 발전할 가능성은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5%, 130만 명으로 사회변화를 이룰 수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문제 해결 대안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 둘째, 규모는 작지만 긍정적인 임팩트는 클 수 있고, 기업의 영리 활동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남으로써 긍정적인 비교가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정치적 조정자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5%, 130만 명은 작은 숫자가 아니며 양으로만 평가하긴 어렵다.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충돌은 있을 수 있다. 사회혁신은 효율성과 함께 정의, 형평성, 민주주의를 추구하는데 이 양자의 조화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의 경우, 효율성을 위해서는 경비기기를 도입해 금액을 절감하고, 경비노동자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인권이나 사회정의 차원에서 경비노동자를 줄이지 않는 사례가 최근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혁신 동기는 사적 기업의 경쟁 압박, 이윤 동기와 다르다. 사회혁신 동기는 연대성의 동기라고 할 때 이윤 동기와 조화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국가, 시장, 커뮤니티가 할 일이 있는데 사회적경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커뮤니티가 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민영화' 논리와 유사해 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이것은 일리가 있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강사)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국가가 하고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은 커뮤니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윤 동기와 연대성 동기를 조화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명한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그런 사례이다. 미국조차도 협동조합, 종업원지주회사(우리사주제) 숫자가 한국보다 많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으로 너무 치중되어 온 역사가 있다. 다음 시간에는 공유경제와 복지 문제 등을 살펴보겠다.

 

[ 질의응답 ]

질문1: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사회적경제 규모는 어떠한가?

 

대답: 브라질, 나이지리아, 인도 등 농업 중심의 협동조합이 개발도상국에 많다. 역사를 보면 영국, 미국, 독일 등도 발전 초기에 신협이나 협동조합 등이 같이 발전하였다. 개발도상국이라고 하여 없을 이유는 없다. 한국은 국가주도 경제성장 흐름 때문에 자율적 협동조합 흐름이 약하다. 농협, 축협 등의 협동조합도 국가가 주도한 사례이다. 한국은 유독 대기업의 주도성이 강한 나라이다. 이스라엘 정도가 한국과 비슷하게 대기업 위주로 경제구조가 만들어져 있는데, 양국 모두 군사적으로 예민한 지역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성격과 무관하게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영역은 계속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실리적 차원에서 사회혁신 비즈니스는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고 발전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를 테면 주거를 보자. 서울에서 방 한 칸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00만 원 보증금 50만 원 월세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주택 모델이 발전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추세 속에서 전세 제도가 사라지는 공백을 협동조합 주택 모델이 채워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초기 실험 단계이며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가 어떤 큰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질문2: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혁신 방향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중간지원 조직의 시선에서 살펴보면 일자리 창출, 실업 해결 과제 해결에만 몰두하며 양적 개혁만을 하려고 하고, 질적 개혁은 약해보이기도 한다. 청년창업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대답: 서구에서 몇 십 년 동안 만들어온 성과를 몇 년 만에 이루려고 하는 점은 있다. 전방위적으로 사회혁신을 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는 시민의식의 성장과 함께 정부 정책이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나아가는 속도와 커뮤니티가 나아가는 속도가 맞지 않는 면이 있고, 이럴 때 순효과보다 역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시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키울지, 속도를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협치가 중요한 것이다. 중간지원 조직처럼 행정과 민간 사이를 중계하는 단체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일을 현실적으로 많이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문제의 긴박함으로 인해 어느 정도 속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사회혁신이 함께 가야 한다. 하나의 영역(예를 들어 일자리)으로 사회혁신 성과를 몰아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현재까지 서울시의 사회혁신은 확실히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까지는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유의해야 할 점들은 있고, 중간지원 조직도 이런 상황에 맞게 변화를 가져가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앞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중간지원 조직 활동가들이 점차 지쳐가는 면이 있고, 이런 점을 고려하며 행정의 혁신 의지를 시민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4강 공유경제

 

OECD에서 공인하는 사회적 경제 영역에는 1)협동조합 2)상조조직(공제회) 3)비영리재단(비영리사단법인) 4)사회적기업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을 사회적경제에 넣을지 말지는 논쟁적인 지점이다.

 

영미권에서는 사회적경제라는 말보다는 제3섹터라고 쓴다. 사회적경제는 주로 유럽에서 사용해왔고, 프랑스는 사회연대경제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회적경제라는 말로 통합되는 추세이다. 사회적경제에서 민주적 운영원리는 중요한 기준이다. 사회적경제에 사회적기업을 포함할지 말지는 사회적기업이 민주적운영원리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이 네 영역 이외에 마을기업이나 자활기업을 더 추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공유경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공유경제라고 하면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d)를 떠올린다. 둘 다 최신 첨단의 인터넷플랫폼 기술을 탑재하여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이다. 우버는 한 대의 택시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자가용 및 택시 소유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들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 카카오택시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미 앞선 강의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술혁신이 곧 사회혁신인가라는 논쟁점이 있다. 인공지능, 계산 기술 등은 처음에는 번역알고리즘에 적용되었다. 1960년대에 아이비엠(IBM)이 번역을 컴퓨터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실험하였다. 문법과 단어, 문장 구조 등을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넣어 번역을 하게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실제 사람들은 문법에 맞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아이비엠에서 한 번 더 실험을 시도하였다. 번역본 200만 권을 컴퓨터에 입력하였는데, 이 정도 분량이면 거의 대다수의 문장들이 포함되는 분량이다. 사람들이 말을 하면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유사한 문장을 번역 문장으로 제시하게 한 것이다. 상당히 쓸만한 번역이 나왔고, 지금 구글번역기가 이런 형태이다. 구글번역기는 영어를 일어로 번역하는 것에는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사람처럼 번역하기보다 압도적인 데이터를 컴퓨터가 다루는 방식이 성공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990년대는 인공지능보다는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기술이 주목 받았다. 빠른 검색, 빠른 데이터 분류 등이 1990년대에는 중요했던 것이다. 이 기술은 빅 데이터기술에까지 와 있다. 현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산을 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의 알파고의 사례이다. 알파고의 한 방식은 바둑기보 10만 권을 입력시키고, 대전 전에 알파고1, 알파고2를 강화학습 방식을 통해 시합을 시키는 것이다. 강화학습은 초단기학습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정재승 박사의 유추에 의하면, 알파고 정도면 단순노동뿐만 아니라 감정노동도 가능하다고 전망되기도 한다.

 

인공지능, 로봇 등 기술혁신은 사회혁신과 함께 가야 한다.(출처 http://bit.ly/1pFJPsO)

 

80년 전에 케인스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란 에세이를 통해 100년 후 손자 세대에는 GDP4~8배로 증가하여 노동시간은 1/4로 줄고, 일주일에 16시간만 일해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경제활동이 인간에게는 부차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현재 GDP는 케인스의 예측과 유사하지만 노동시간은 많이 줄지 않았다. 기술발달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만 기계가 모두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의 노동이 줄지는 않는 면이 있다. 생각해보면 로봇이 생산하는 것도 모두의 소유가 아니다. 이 사례는 기술혁신이 상당히 발달한 것을 뜻한다. 스티브 호킹은 인간의 진화보다 기계 로봇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월등하기 때문에 인간의 진화 속도보다 로봇의 진화속도가 더 빠르다고 진단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사회가 기술혁신과 맞는 방향으로 구성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를 한 사람이 모두 소유할 수 있을까? 기계를 모두 공유할 수는 없을까? 이 고민은 공유경제와 맞닿아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의 애초 아이디어는 쉬는 차, 사용 하지 않는 방을 알뜰하게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이들의 기본 수익화 모델입니다. 이것이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다. ‘왜 이런 중계플랫폼을 우버라는 하나의 회사만 갖고 있어야 하는가, 우버 아니면 다른 회사는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후 좀 더 살펴보자. 서울시도 사회혁신 사업 중 공유도시 서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형 공공자전거(따릉이), 주차장 공유, 공공데이터 개방, 공공시설 개방, 아이옷 장난감 공유 등이 있다.

 

공유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공유하는가? 이것이 우리가 물어야하는 기본이다. 예전 공유는 사회주의자들의 생산수단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사용되었다. 생산수단을 공장의 직원들이 소유하자는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우리사주제도,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ESOP(종업원지주제) 등이 유사한 생각으로 진행된 것들이다. shared capitalism의 주요 사례는 종업원지주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나는 대기업의 잉여 공유의 성격이다.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는 이명박 정부, 정운찬 총리 때 논쟁이 되었다. 성과공유는 성과급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애초 초과이익 공유제는 협력업체, 외주업체와 성과를 나누자는 것이 주요 아이디어였다. 이것도 공유모델로 이익공유(profit sharing)’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를 살펴볼 때 이미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유경제는 무엇을 공유하는가? (출처: 강의 자료. 이하 동일 형식의 이미지는 모두 강의 자료)

 

세 번째는 지적 자산에 대한 공유이다. 오픈소스 운동이 사례로 소프트웨어 공유 운동이다.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웹서버 아파치도 오픈소스이고 위키피디아도 있다. 최근 논문은 유료구독하고 인터넷에서도 유료로 논문을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문들을 공유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은 오픈소스 운동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소스를 오픈하고 있는데 1990년대 말까지는 비공개이었다. IBM, HP 등이 리눅스를 지원함으로써 MS도 소스를 공유하기 시작한 경향이 있다.

 

네 번째는 공공자원에 대한 공유이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은 공공자산이다. 일반 공원 등은 모두 공유자산이다. 이것은 행정의 배타적 자산으로써 이용 및 사용이 제한되어 왔다. 공공자산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운동들이 발전하고 있다. 공공데이터, 공공주차장도 이와 같은 성격의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우버식공유모델이 있다. 서민들의 자투리 자산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분류를 보면 먼저 무엇인가를 공유한다고 할 때는 큰 자산을 공유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공유를 한다면 그것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우버의 주가는 80조 정도로, GM의 시장가치를 넘어서고 있다. 우버의 공유가치는 무엇인가? 우버는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냉소적인 사람들은 우버는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우버는 음식 배달 서비스, 헬기/보트 공유 서비스를 하겠다고 한다.

 

우버 모델에 대한 논쟁점은 두 가지로, 플랫폼 독점(platform monopoly), 노동권 보호의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구글, 네이버 등도 플랫폼 독점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개를 했다고 하여 왜 우버의 주식가치가 오르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taskrabbit은 초단기 알바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수수료가 20%이다. 이런 형태를 온 디맨드 서비스(On-demand Service)나 긱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한다. ‘시간알바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이런 형태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비즈니스이다. 이것들이 플랫폼 독점의 문제이다. 알바하는 사람들이 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왜 플랫폼을 특정 회사가 소유하지? 정부가 플랫폼을 소유하면? 한국에는 대리기사가 유사한데, 대리기사들이 플랫폼을 가지면 어떨까?

 

우버의 공유가치는 무엇인가?

 

두 번째는 노동권 문제이다. 유럽에서도 쟁점이다. 우버 택시 운전사는 4대보험 가입을 못한다. 운전사는 우버에 고용되지 않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사고 시 보험처리도 운전사의 책임이다. 문제 있는 운전사(혹은 Airbnb는 집)은 자체 시장 사용자들에 의해서 자동퇴출된다고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말한다. 하지만 우버나 에어비앤비 차원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들 간의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이다. 우버 택시 운전사는 생계수단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저임금 보호가 안 되기도 한다. 이런 플랫폼 종사자는 다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사회안정망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므로 인해 사고 책임이 운전자나 이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최근 샌더스, 클린턴 등은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주요한 이슈로 우버를 통해 발생하는 노동권 보호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공유경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도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술혁신은 새로운 차원의 논의이고 새로운 힘이 있다. 하지만 플랫폼 독점, 노동권 보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경제에 공유경제가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플랫폼 독점, 노동권 보호 등의 문제 때문이다.

 

"공유인에게 궁긍의 목적은 ... 공동체의 욕구와 생태적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공유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공유쉐어(share)’가 아니라 커먼즈(commons)’이다. 사회적경제에서는 커먼즈 개념, 함께 쓰는 자원을 생각한다. 커먼즈(공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 번째는 공유자원이다. 자연, 지식, , 초과이익, 기업의 주식 등이다. 애초 커먼즈에서의 자원은 자연 자원인 근해, 목초지, 지하수, 저수지 등이었다. 공동체가 소유하는 자원이다. 20세기 지식은 기본적으로 공유자원이다. 두 번째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공유자원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이 공유 규칙이다. 공유자원의 운영 규칙이 필요하다.

엘리너 오스트롬도 저작에서 이 세 가지가 있을 때 공유지가 지속되었다고 말하였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우버 택시의 공유자원은 운전자의 자동차이다. 우버의 커뮤니티는? 차주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현실은 회사가 우버 소유이다). 우버의 공유원칙은? 차주들이 원칙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 독점에 대한 대안으로 플랫폼 협동주의(platform cooperativism)가 제시되고 있다. 플랫폼 협동주의에서 소유의 주체는 공공일 수도 있고, 사용자들일 수도 있다. 이런 형태로 공유경제가 만들어진다면 사회적경제에 공유경제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안이 확장되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풀 수 있다. 임대료와 지대의 급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공공이 토지, 건물을 구입하거나 사용자들이 토지, 건물을 공동소유하는 방안이다. 이로써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방향의 변화가 시작되면 공유경제도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과거에 없던 기술을 사용하였을 때 기술적 탁월함이 있지만, 전체 사회에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에 상응하는 사회혁신이 필요하다. 사회혁신의 주요한 기반 개념이 커먼즈이다. 최근 공유경제 방향을 두고 정치적으로나(미국) 일반인 사이에서도(운전자, 차 사용자, 숙박시설 사용자)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 공유경제 모델은 장단점을 고려하며 만들어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공유지 참고서로는 데이비드 볼리어의 공유인으로 사고하라(갈무리, 2015)를 추천한다. 공유지에 대한 기본 설명부터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되어 있다.

 

에어비앤비 형태를 중앙집권화가 아니라 분권화(혹은 도시화, 국가화)하는 것이 긍정적인 공유모델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네트워크 이론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분권화된 형태로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후 사회혁신 조직론에서 복잡계이론, 린스타트업, 디자인씽킹 등을 알아 보겠다.

 

 

5강 사회혁신과 공동체 기반의 복지

 

지난 317일 서울혁신파크에서 개최된 공유경제 관련 행사에서 발표된 의미 있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이 자리에서 앤스페이스 발표자가 서울시에 제안을 하였다. 앤스페이스는 공간을 위탁받아 공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공간, 공공토지를 갖고 있다. 시민 이런 공간을 대관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하다. 공공공간과 시민을 연결하는 공간정보 제공, 공간대여 관리, 접근 용이성 확보 등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였다. 영리를 추구하지만 사회적 기여를 하는 활동이며, 사회적으로나 기업적으로 모두 성공 가능한 아이디어이다. 좋은 공유기업 사례이다. 두 번째는 <크로스레슨>의 아이디어이다. 크로스레슨은 개인과 개인이 서로의 재능을 상호교환하여 가르쳐주는 플랫폼이다. 공유대상이 재능인 사례이다. 재능을 P2P 방식으로 교환하고, 교육 비용은 무료로 한다. 최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이트 업그레이드, 홍보, 관리 운영 등을 하려 하고 있다. 공익적인 목표가 있는 사업으로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사례이다. 노는 차, 빈방이 아니라 재능도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다.

 

오늘은 사회혁신과 복지를 연동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혁신은 1990년대에 유럽 중심으로 활성화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사회혁신의 영역 상당수는 복지와 관계되어 있다. 한국은 2010년부터 복지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국가복지와 사회복지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이다. 사회복지의 구체적 구현은 사회혁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토마 피케티가 제시한 미국 상위 1%의 소득의 변화 추이. 소득과 불평등 지수를 가늠할 수 있다.(출처: 강의 자료. 이하 동일 형식의 이미지는 모두 강의 자료)

 

복지국가 개념은 약 100년 정도된 개념이다. 1980년대부터 전통적 복지시스템이 와해되기 시작하였다. 위 그래프는 전세계적 복지국가 위기와 현재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는 토마 피케티의 자료에서 가져온 것으로 191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의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 중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조세자료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23%, 가장 높았던 년도는 1928년이다. 1929년 대공황 발생 1년 전이다. 이후 위기극복을 위해 뉴딜정책 등이 도입되었다. 미국의 최저임금제, 노인소득보장제 등이 이때 만들어졌다. 누진세가 확장되고 고소득자 세금이 인상되었다. 고소득자 세금이 누진세로 할 때 90%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1970년대까지 이 기조가 유지되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1882~1945)은 한 개인이 최대 약 5억 이상의 수익은 가져갈 수 없게 하고자 하기도 했다. 성공하지는 못했다. 1945~1979년까지 자본주의황금기가 지속되었고 이 황금기에 복지국가 모델이 나왔다.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운영되었고, 추후 2007년에 상위 1%의 소득만이 상승하였다. 무분별한 금융적 탐욕이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했지만 불평등 그래프가 공개되면서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소득불평등이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점차 연구를 통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시기에는 복지시스템이 붕괴되었음이 분명해졌다. 2008년 이후 기존 복지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지, 새로운 복지시스템이 필요한지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20세기 복지국가 모델을 단순화하면 다음 항목들의 선순환이다. 생산성 향상임금상승(효율임금가설)수요확대완전고용투자확대. 임금은 한 측면에서 생산성 향상과 수요 확대 요소로 본다. 다른 측면에서는 임금은 기업의 단기적 차원에서의 비용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시기에는 임금을 비용으로 보았다. 사회적 필요와 경제학의 수요는 동일 개념이 아니며, 이 이론이 케인즈경제학의 기본 모델이다. 참고로 최저임금논리도 이와 유사하다.

 

크게 보면 1930~70년 분배정책에서부터 1980~2007년의 분배정책으로 변화하였다. 후자 기간의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성’, 최저임금폐지, 단체교섭 약화이고, 이로 인한 후자 기간의 결과는 임금인상 약화, 임금 몫의 하락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을 도입하면 기업은 해외에 공장을 세워서 임금 비중을 하락시키려고 한다. 이처럼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하게 된 주요한 이유는 임금의 금융화와 연관된다. 기업의 단기수입 향상은 금융투자에 굉장히 중요하고, 단기수입 향상을 위해서는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런 방식이 기존 복지국가 모델을 해체시켰다. 아이러니하게 미국 연준의 목표는 물가안정, 완전고용이고, 복지국가의 가장 큰 목적도 완전고용이다. 근데 1980년대에는 완전고용 포기, 노동시장유연성, 세계화, 작은정부 등이 목표이었다. 참고로 루즈벨트는 1930년대 노동조합을 합법화시켰다.

 

복지국가 재 구축의 대안은 무엇인가? 완전고용 복원, 균형적 정부, 연대노동시장, 관리된 세계화 등을 통해 기업과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경제적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최근 정치사회적 대안으로 관계국가(relational state) 모델이 제시되었다. 2008년 이후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개념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금융위기에 대한 영국의 대안은 크게는 두 가지이다. 보수당은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 노동당은 관계국가모델이다. 차이도 있지만 시민사회의 커뮤니티 확장을 통해 금융위기를 풀자는 것은 두 안 모두 공통적이다.

 

영국의 사회혁신가 제프 멀건(Geoff Mulgan)은 시민에 대한 서비스, 시민을 위한 서비스, 시민과 함께하는 정부 활동을 정부 서비스의 3영역으로 구분한다. 이 중 시민과 함께하는 서비스가 관계국가적 성격이 강한 정부 서비스이다. 치매 등의 문제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보살피는 일이기 때문에 단순 복지서비스로 해결되기 어렵다. 국가가 모두 해결하기 어렵고, 공동체가 만들어져 해결하는 일이다. 국가의 일방적인 해결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같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 함께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 복지국가 개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시민과 정부가 같이 하는 복지라는 의미에서 관계국가모델이 제시되었다. 기존 하향식국가복지 모델에서 상향식풀뿌리 단위가 참여하는 복지 모델로의 전환인 것이다. 예를 들어 보육시스템을 보자. 국가는 재정지원을 하든지 복지 시설(현물지원)을 지원하든지 해야 한다. 북유럽은 현금복지가 많아서 문제이기도 하다. 보육의 어려움은 여전히 성장하는 데 사회적 혁신은 어렵다. 민간사립보육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공공보육시설이 또 도입해야 하는가 라는 쟁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설이나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사회적 자본(신뢰형성)이 쌓여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자료나 아이디어가 모이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업종별 분포를 보면 가장 많은 곳은 개인사업자이다. 한국은 자영업 비율이 높지만 이들의 경제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상호협동하려고 한다. 사회서비스 영역도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사회적경제도 복지 영역에서 활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새로운 유형의 수요들을 만들고 있다.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복지를 하려고 한다. 세계적인 사회적경제 영역의 주요 업종 분포를 살펴봐도 사회서비스 영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영역의 확대는 최근의 새로운 복지에 대한 필요 때문에 늘어난 것이다. 일반 협동조합인 노동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은 100년 정도 전에 생겼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1970년대에 생겼다. 이것은 사회적경제가 복지국가의 해체 시기에 복지부분을 담당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영리성이 약하고, 신규 개설이 일반 협동조합보다 어렵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등록이 아니라 허가제이며, 설립 요건 또한 까다롭다. 1970년대까지의 복지는 일반적으로 국가복지였다. 한국 사회는 국가복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확대해야 한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는 시장복지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 역시 병원, 어린이집에 시장복지가 많이 들어왔다. 사교육 시장이 대략 20조인데 이것도 시장복지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사회혁신은 공동체기반의 복지이다. 국가복지와 시장복지가 해결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공동체기반복지가 필요해진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공동체기반 복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동주민센터라는 행정조직이 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노인 등의 취약자의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사례이다. 이런 발상은 1970년대 복지국가모델에서는 없는 사례이며, 공동체기반 복지체계를 통해 이런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와 사회혁신의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민영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의해야 하다. 엄연히 사회적 복지, 사회적 서비스가 민영화가 될 위험성은 현존한다. 이런 비판에 유의하며 사회적 복지를 실행해야 민영화의 위험성을 넘어설 수 있다. -간 협력과, 충분히 주민이 임파워먼트(empowerment) 되면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헌신, 봉사가 아니라 혁신이 필요하다.

 

다음 강의에서는 사회혁신 조직론을 다룰 예정이다. 주로 이론적 측면에서 다뤄보겠다. 또한 혁신방법론도 살펴보겠다. 벤처기업의 방법론인 린스타트업이나 디자인씽킹 등도 알아보겠다.

 

[ 질의 응답 ]

질문1: 복지국가 모델의 등장 동기는 대공황이었는데, 복지국가가 해체된 외적 동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인가?

 

응답: 외적 동기는 확실히 있었다.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있었다. 복지국가 모델에서 임금상승이 될 때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있으면 안 된다. 1970년대부터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있으면서 석유가격이 급격히 인상되고 물가가 오르고 노동조합은 임금상승을 요구하고 다시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있었다. 경기침체 시에 물가가 상승된 것이다. 국가재정도 빈약해졌다. 미국, 영국 중심으로 격화되었고, 영국에서 IMF 구제(돈 빌림)를 받기도 했다. 금태환이 정지되었고, 변동환율제가 시작되었다. 7,8년 동안 이런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이후 미국 레이건 정부가 등장하고 영국은 대처가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 정부가 득세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법으로 완전고용론이 다시 제기되지만 이것은 여전히 논쟁중이다. 1970년대에 정부시스템을 기업시스템처럼 운영하려고 한 신공공관리론이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도입이 본격화되었다. 미국과 유럽 등은 1960~2014년까지는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임금은 1980년부터 임금상승이 멈춰버린다. 한국의 임금상승이 멈춰버린 시점이 1997년이다. 한국은 국가복지가 없고 유일하게가족복지만이 있었다.

 

질문2. : 커뮤니티기반 복지를 하게 되면 커뮤니티 따라서 편차가 생길 수 있을 것 같고, 이로 인해 불평등 격차가 더 커지지 않을까?

 

응답: 편차가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커뮤니티기반이 튼튼한 곳에서는 잘 사용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민원성 사업을 나눠 먹기 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사례도 있는 듯하다. 이익단체나 이권단체가 개입하여 소수가 독식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제도를 만들기 전에 지역 커뮤니티의 자생력이 자라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수준에 맞게 정책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계나 커뮤니티 형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부분이기도 하다. 마을활동가들이 주민주도 만들기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에 커뮤니티가 생기는 속도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엄청 빠르다고 할 수 있다.

 

 

6강 사회혁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계

 

사회혁신과 복지라는 주제를 지난주에 살펴봤다. 1990년대부터 사회혁신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기존 복지시스템의 약화/와해되어서 공동체 차원에서의 자구책으로 미국, 유럽 위주로 사회혁신이 도입되었다. 미국, 유럽의 사회혁신 초기의 걱정은 이 당시에 고등학생 중퇴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미국 경우는 10명 중 3명만이 졸업했을 정도였다. 복지국가 시스템이 있을 때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돌보았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국가복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정책적으로 볼 때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금융화이고 이걸 통합하면 작은정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거래를 통해 문제 해결을 못하고 국가에서는 방치를 하니깐 자구책으로 사회혁신이 등장한 것이다. 시민들의 사회성 형성, 자원봉사가 확충되었고, 기부와 자선 행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런 시민사회의 노력들이 이뤄지면서 중앙 정부 차원이 아니라 지방자치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졌고, 지방자치체의 정책과 맞물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런 활동을 명명하려고 했으며 유럽에서는 사회혁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회혁신은 국가(nation) 아젠다가 아니라 로컬(local) 아젠다이다. 초기 정책도 지방자치체의 정책이었다. 지난 시간의 결론은 사회혁신은 비즈니스, 정책, 운동을 포괄하지만 상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복지라는 점이었다. 이때쯤부터 캐나다를 시작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등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복지와 사회혁신은 관련이 깊다.

 

오늘은 사회혁신 조직, 주체를 살펴보자. 복잡계 네트워크이론을 통해 과거 조직과는 달리 앞으로 사회혁신 활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사회혁신 주체, 창발성과 자기조직화, 사람들의 네트워크 순으로 알아보겠다. 네트워크 이론은 사람들 사이뿐만 아니라 웹네트워크, 생물네트워크, 생태계네트워크 등도 유사하다.

 

사회혁신 영역은 정책 비즈니스 전체를 포괄한다. 주체도 기업, 엔지오 및 비영리조직, 지자체, 공공 정부 등의 주체를 포괄한다. 공공이라는 말은 잘 안 쓰려고 하는데, 공공은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하는 것도 공공이기 때문이다. 공공,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사회혁신의 주체가 된다.

 

 

 

사회혁신의 3주체는 중요한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세 개가 주체가 되더라도 약간은 서로 다른 놀이이다. 이니셔티브(initiative)는 시민사회가 갖고 있다. 오늘날 시민사회는 지역커뮤니티 정도라고 생각하는 게 느낌이 더 올 것이다. 서울시 정책이나 마을만들기 경우에도 시()민주도성, 사회혁신도 시민주도성으로 이뤄지며 시티즌 드리븐(driven)이란 개념이 사용된다. 커뮤니티가 주도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서울은 행정주도성이 좀 더 강하다. 행정 주도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나는 장소(site)를 찾아보면 지역커뮤니티가 행정 주도성을 따라가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의 범죄예방디자인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커뮤니티가 없는 곳에서는 정부 혁신이 감당이 안 된다.

 

어제 사회혁신리서치랩에서는 공유경제 워크샵을 했다. 토론자 중에서 유럽을 다녀온 분이 있었는데 외국에서 서울시의 사회혁신이 하향식인데 어떻게 작업이 되는지 궁금해 한다고 한다. 사실은 행정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 혁신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활동하는 영역 주체를 발견하여 혁신을 시도하고 지원했기 때문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고 행정에서 지원한 것이다. 이것은 교과서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

 

성공 여부는 실천된 후 커뮤니티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 아주 교과서적이지만 사회적 성공 여부 판단은 주체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여부로 판단되어야 한다. 행정은 수량적인 성과지표를 갖고 있지만 시민사회와 민간은 이와 달리 어떤 마을의 커뮤니티 기반이 얼마나 강화되고 활성화되었는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주체가 여럿인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전통적인 청원성 시민운동은 주체가 단일한 구조이고, 주체가 있고 요구하거나 저항하는 대상(정부, 의회, 대기업 등)이 있다. 양자의 대립적 관계가 형성되어 청원하고 저항하여 권리를 쟁취하는 그림이다. 사회혁신도 운동인 한에서는 이런 모습을 갖지만 다르기도 하다. 주체를 대상으로 보기도 하고, 대상을 주체로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정은 주체이면서 대상이 된다. 행정혁신이 행정이 대상이 된 사례이다. 야당들도 혁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민사회도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는 면에서 사회혁신의 대상이다. 사회혁신의 주체는 3주체가 주체이면서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체가 될 때에는 공공, 사기업, NGO/NPO(비영리) 3자가 같이 협조를 해서 사회혁신을 하는 의미이지만 3주체가 너무 다르다. 기업은 이윤 추구, 행정은 시민들의 표를 의식한다. 단기적으로 유권자의 감시가 이뤄진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단기성과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는 행정/정부 혁신은 어렵다. 기업은 소비자를 본다. 시장이 외면한다는 것은, 시장이 볼 때 수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경우 수입이 있는 사람만 소비자로 보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고령자와 청년을 소비자로 보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3주체의 당위는 멋지지만 실제로 이들의 지향과 문화는 매우 다르다. 성격이 다른 것들이 같이 하는 것을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라고 말한다. 공동의 경영, 공동의 지배구조를 만드는 게 거버넌스이다.

 

사회혁신은 필연적으로 협치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민영화 형식으로 민간에 넘기는 것을 협치라고도 했다. 오늘날 서울시는 위탁경영방식으로 협치를 실현하고 있다. 중간조직 위탁경영방식으로 협치를 하고 있다. 이게 민관이 평등한 입장에서 협업하는 거냐 파트너인거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자 간의 이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파트너쉽(동행)이다. 아직은 서울시 정부와 동등하게 협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작년에 협치2.0를 서울시가 들고 나오고 협치자문관이 신설되었다. 더욱 연구하고 실행하려고 하고 있다. 협치는 기업, 비영리 사이에서도 쉬운 게 아니다. 한국은 정부, 비영리 협치가 이슈이지만 미국, 유럽은 기업과 비영리의 협치가 이슈이다. 미국, 유럽은 정부지원보다 재단의 지원이 많이 활발한 편이다. 이 부분은 한국에서는 현재 본격화되고 있다. 3주체의 동행관계를 어떻게 잘 가져갈 것인가는 중요하다. 기업, 비영리 중계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주요하게 진행했었다.

 

커뮤니티 조직들을 어떻게 풀뿌리 기반으로 잘 만들 것인가라는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우리가 조망하는 커뮤니티는 기존 1990년대에 바라본 커뮤니티와는 많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9년 경실련이 만들어지고, 1993년에 환경운동연합이 만들어지고, 1994년에 참여연대 만들어지면서 시민단체가 계속 만들어졌다. 이 단체들 대부분은 서울 중심 구조로 만들어졌다. 커뮤니티 기반의 시민사회운동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방식이 아닌 풀뿌리 기반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커뮤니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등의 물음을 던져야 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과거 1990년대의 커뮤니티 경험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서 그 당시의 방법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사회혁신 이론과 복잡계 이론은 관계가 있다. 이론적으로 살펴보자. 세상을 아는 방법은 미세하게 쪼개고 깊게 들어가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질을 알려면 세부적으로 쪼개야 한다. 원자, 양성자, 전자, 중성자, 쿼크 등을 알고 그 내부를 분석하여 최소 단위의 운동을 알아내면 물질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상 만물을 이런 식으로 쪼개고 분석하고자 하였다. 생물학도 마찬가지이었다. 염기서열을 알면 인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일군의 학자들이 이러면 진짜 세상을 알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예를 들어 H20에 대해서 분석하면 태풍(물과 바람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나? 태풍은 수많은 물과 바람의 상호작용인데 이것을 쪼개서 분석하면 태풍을 알 수 있는지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사람의 신체적이고 성질을 파고 들어가면 월드컵 경기에 열망하는 사람의 행동을 알 수 있는가. 여러 사람의 집단행동을 한 사람의 유전자를 살피면 알 수 있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을 했고, 분석보다는 종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들의 전체 묶음, 관계 전체를 봐야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은 개인적 성분을 가지고 판단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복잡계이론은 1980년대 말에 만들어지고 씨티은행이 투자한 산타페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브라이언 아서(W. Brian Arthur)가 초기에 연구소를 이끌었다. 복잡계 이론을 예로 살펴보자. 어떤 카페에 목요일 저녁에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 100명이 넘으면 사람이 많이 안 갈 것이고 적으면 간다고 해보자. 100명이 안 될 것 같아 나는 가겠다고 정했는데, 다른 사람도 똑같이 간다고 판단하면 100명이 넘어버릴 것이다. 반대로 판단하게 되면 카페에 가는 사람이 100명이 안 될 수도 있다. 오늘은 안 가는 게 정답이면 가는 게 정답이 되고 가는 게 정답이면 안 가는 게 정답이 된다. 이것을 브라이언 아서가 간단한 원리를 통해 발견해낸 것으로, 소수자게임이론이라고 한다. 이것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 기대모형이란 주장을 깨버린 이론이다. 주류경제학의 근본적 가설을 깨버린 것이다. 이것은 설날 귀경길 상황, 주식 투자 상황도 유사하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유사하고. 소수자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집합행동적 측면도 있다. 주류경제학의 가설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을 전제한다. 집단적 판단 행동은 없다. 하지만 소수자게임론은 집합행동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타인의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서로의 행동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증폭된다. 이것이 집합행동으로 나타난다. 군중행동하고도 유사하다. 자연현상인 홍수, 태풍도 비슷하게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복잡계 이론의 대표적인 게 나비효과론이다. 세상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구성요소를 분해한다고 해서 알 수 없다.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 사람들 사이나 자연 상호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행동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양의되먹임인 스피커의 증폭현상도 대표적 사례이다. 스피커 마이크의 증폭현상은 마이크, 스피커를 분해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상호작용을 만들어냈을 때의 효과도 이와 유사하게 설명 가능하다.

 

군중행동을 살펴보면 독특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구성요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개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알 수 없지만 개체가 보여서 나타나는 알 수 없는 현상이 창발(Emergence)이다. 복잡계 이론은 이런 창발현상을 밝혀내는 것이다. 세상일은 상호작용에 의해 나탄난다는 것이다. 초파리와 인간의 DNA는 차이가 거의 없고 배열이 다른 것이다. 구성요소의 차이가 아니라 구성요소 배열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일은 전혀 통제가 안 되는 것인가? 복잡계 이론은 카오스로 주로 설명하는데, 카오스론의 결론은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고, 이것이 패턴이라는 것이다. 최근 과학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이다. 무질서 속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게 사람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고 이것은 자기조직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래의 관계를 만드는 측면에서 결과를 열어놓은 상태로 현재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것을 열어놓는 것이 자기조직화론이다. 이것이 협동의 기본 원리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주제는 개인의 독립적인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방법, 길을 찾는 것이다. 기성 조직이론으로는 이것을 찾는 게 어렵다. 복잡계 자기조직화론은 이런 새로운 조직화 원리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을 보자. 음악에서 화음의 어울림을 조화(harmony)라고 한다. 화음이 조화되지 않는 것은 불협화음, 노이즈라고 한다. 바로크 음악은 조가 정교화게 배열된 상태이다. 주요 멜로디를 기억하는 게 쉽지 않다. 낭만파와 달리 드라마틱하지 않은 성격이 있다. 굉장한 질서가 있는 음악이 바로크 음악이다. 째즈는 조를 형성하긴 하지만 즉흥연주가 있어서, 질서를 갖으면서도 음 사이에 튀어나오는 즉흥이 삽입될 때 사람들이 흥미로움을 갖게 된다. 질서와 무질서는 양분할 수 없고 실제로는 같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원리로 창발성, 자기조직화가 구성되고 뜻밖에 결과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가 될 수 있다.

 

여섯 단계 분리 이론은 여섯 단계만 거치면 사람들이 서로를 모두 안다는 이론이다. 실제 스탠리 밀그램이 실험한 결과이다. 연구 결과 5.5 단계가 나왔다고 한다. 세상은 스몰월드(small world)라고 나온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것이 '약한 연결의 힘'이다. 취업할 때 친한 친구 집단보다 느슨히 알고 있는 개인/집단의 도움으로 취업을 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의 정보는 나도 알고 있지만 느슨하게 알고 있는 사람의 정보는 새로운 정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소집단을 구성하고 있는데 집단 내 일부가 다른 집단과 연결을 맺는다는 것이고 다른 집단과 연결을 맺는 것이 '약한 연결'임을 뜻하는 것이다. 약한 연결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게 하는 방안이다. 느슨하게라도 다른 의견 집단, 다른 집단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개인이나 집단에게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생각이 20년간 지속되었다.

 

1990년대 말 경에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 레귤러한 관계는 먼 관계로 가는데 오래 걸린다. 레귤러한 관계에서 다른 관계의 선을 그으면 한 번에 도약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현실의 관계가 아닐까 라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허브(hub)론이 나온다. 특정 한 지점에 연결이 많이 되어있다는 이론이다. 이 지점을 중심으로 관계가 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최신의 플랫폼이론도 이 원리들과 유사하다. 모임을 구성할 때, 다른 모임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런 이론을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잡계 이론 관련해서는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링크를 추천한다. 사회혁신과 이런 복잡계 조직 이론을 연결하는 정립된 이론은 아직 없다. 이런 대목들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작성자 사회혁신리서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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