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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어떤 순간에도 자본은 실천한다(2009.03.18)

by 이성근 2018. 5. 22.

※ 어디에 발표한 글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지만  자본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이익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도시의 위기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귓전을 맴도는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리곤 자다 말고 파리채를 들고 거실을 어슬렁거리며 모기를 잡았다. 혹시 당신의 모습이지 않는가? 그렇다 11월 중순에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이나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이른바 자업자득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행위나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여름 과일을 겨울에 먹을 수 있고, 열대 과일 한꾸러미에 2천원에 불과한 현실은 너무도 적나라한 반환경이요 환경부정의 세상이라 할 수 있다.  편리를 추구해온지 50년, 세상은 병이 들었다. 

 

사실 기후의 문제는  20세기만 하더라도 인류를 경악시킬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평균온도는 0.74℃ 증가하였지만 우리가 고통을 호소할 만큼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일련의 재앙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실로 위험천만의 상황으로 전락했다. 영화 ‘The Day After Tomorrow’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실제 이 영화는 미국 펜타콘의 비밀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영화에서처럼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을 곳 중 하나는 도시들이다. 세계인구의 50%가 모여살고 있으며, 전세계 에너지의 75%를 소비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80%가 도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도시는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 온도가 0.74℃ 상승할 동안, 그 2배인 1.5℃가 올랐다. 서울의 경우 2℃로 지구평균의 3배에 달하였다. 세계의 도시화는 더욱 급속히 진전되어 2025년에는 세계인구의 75%가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경우 95%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기관과 학자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이 다르지만 IPCC(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의 예측에 따르면 세기말에 4~6℃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온도 증가에 비해 2~3배 가파른 도시의 온도변화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도시에 거주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도시 열섬화의 문제만은 아니다.

 

에너지 위기와 식량위기, 그리고 수자원의 고갈은 도시에 치명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도시의 재개발이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가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의 경우 기존의 주거환경보다 가구당 에너지 소비가 2~3배 증가하고 있다. 이미 1인당 에너지소비가 세계 1위인 우리다.

 

비록 지금은 떨어지긴 했지만 배럴당 국제유가가 150달러가 넘었던 지난여름의 아우성은 오픈 게임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석유문명에 안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는 유한하며 머잖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대체에너지와 재생 가능에너지의 보급과 확대가 국가적 비젼으로 채택되어야 함에도 무늬만의 녹색성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에너지의 위기가 도래하면 그 여파는 순식간에 전 도시로 퍼져나갈 것이다.  솟구치는 유류가격과 폭등한 생필품 가격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부터 재물로 삼을 것이며, 궁국적으로 도시 전부를 슬럼화 시킬 것이다. 적어도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강대국과 선진국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적도의 섬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만큼 비열한 행위는 없다. 기후변화의 시대, 지속가능한 도시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흘러간 역사로 남을 것인가의 관건은 생산과 소비의 획기적 변화, 도시계획과 재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도시생태환경의 복원, 시민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달려있다.

 

2009년 서울에서 세계의 대도시의 시장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C40’(기후리더십그룹총회)가 개최된다. 도시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It's So Easy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