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마 후보에게 보낼 질문지를 작성하며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후보의 면면을 확인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16개 구·군 출마후보자는 시장 후보 4명을 더해 무려 582명이다. 그중 지역구 앞산과 뒷산이 일몰제 대상 지역이란 사실을 아는 후보는 몇이나 될까. 지역민의 충직한 머슴을 자처하면서도 돈이 없다는 부산시의 말만 듣곤 익숙한 개발 공약만 들고나올지 모를 일이다.
6·13 지방선거의 선택은 달라야 한다. 지구의 날을 맞아 지난 20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각계각층의 참여로 조직된 1000명의 시민 선언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004명의 시민 천사들이 참여해 도시공원 일몰제 해소 공약 채택을 촉구했다. 한 달가량의 말미를 두고 1000인의 100배인 10만인 선언을 목표로 했어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도시공원의 위기를 시민들이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시민들은 그 해결의 소임을 맡을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겨누고 있다.
지역구 내 공원일몰제 현황 아는
지방선거 후보자 얼마나 될까 의문
도시공원 지키는 일이 최고의 정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초록 촛불' 들자
2020년 6월 30일이면 이 도시의 공원과 유원지. 녹지가 지위를 상실하고 개발지로 전락해 오륙도 SK뷰나 다대포 아미산 롯데캐슬과 같이 될 수 있다. 청사포, 이기대, 몰운대엔 대규모 호텔이 들어올 수도 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지난해 서울의 도시계획 공원 전문가는 부산을 일러 '공포 도시(공원 포기 도시)'라 이름 붙였다. 어처구니없게도 부산시는 올해 예산을 '0'원으로 만들면서 그 오명을 자인했다. 추경을 통해 가까스로 393억 원을 편성했지만, 벼랑 끝에 선 도시공원을 매입하는 비용으론 터무니없다.
그런 참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국토부가 일몰제 대책을 내놨지만,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토부 대책의 핵심은 우선관리구역을 지정하고 나머지는 손 털겠다는 거다. 국토부의 방침은 그간 추진해 왔던 해제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일 뿐이다.
지금으로선 지역 스스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 대책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수용해야 할 도전적 과제이자 책무다. 이미 사례가 있다. 국토부 발표 전 서울시는 중장기 매입 로드맵을 통해 전체 일몰 대상 도시공원을 존치하겠다고 했다. 첫걸음으로 사유지 매입에 지방채 1조 3000억 원을 발행하겠다고 했다. 돈이 없기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서울시의 의지이고 서울시장의 생각이다. 서울시는 그 선택이 서울의 미래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시민의 행복에 기여할 거라고 판단했다.
부산시민도 그런 생각을 하는 시장과 시민의 행복을 앞서 챙기는 부산시를 원한다. 지방선거 후보들은 현장을 직시해야 한다. 동네 공원의 운명이 내일이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그런 정보조차 까마득하다면, 또 내 알 바 아니고 권한 밖의 일이라 침묵한다면 후보 자격이 없다. 허다한 출마의 변이 있을 것이다. 그 출마의 변에 도시공원의 존재와 지역민의 쾌적한 삶과 행복추구를 위한 결연한 의지가 담겨야 한다. 무엇 때문에 출마하는가. 도시공원을 지키는 일은 2018년 최고의 정의다.
도시공원 일몰제 문제가 최악의 상황까지 온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정부 차원의 대응을 제대로 안 한 탓이 크다. 다양한 보상수단을 확보하거나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인 지목이 대지인 공원의 매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 만들어 놓은 세금 혜택도 흐지부지해 오다 아파트를 비롯한 민간개발과 연계하거나 아예 2015년 해제를 유도·독촉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젠 민선 7기 지방정부와 의회의 전 구성원이 공원 매입의 주체가 돼 도시공원을 지켜야 한다. 부산시도 돈 없다는 소리를 접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관련법 개정과 예산 지원을 촉구해야 한다. 오는 30일 '2020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부산시민행동'이 결성된다. 같이 가자. 도시공원은 초록 촛불이다.
/부산일보 4.27 로컬 터치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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