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 2016년 6월호
2016년 10월, 에콰도르 키토에서 유엔 해비타트Ⅲ 회의가 열렸다. 향후 20년 도시정책 가이드로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를 채택한 이 회의에 한국민간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석한 나는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과 탈핵을 주장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로 가기 위함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귀국하자마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주장은 묻혀 버렸다. 대신 촛불이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었다. 2017년 5월 국민의 선택으로 새 대통령이 뽑혔다.
1년 전이었다. 시민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에 한껏 고무됐다. 해묵은 의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감동적 장면도 있었지만 한 걸음도 못 나간 의제도 있었다.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에 괴리가 생겼다. 대표적 사안이 탈핵과 공원일몰제였다. 참담했지만 대오를 정비하고 대국민 참여에 대한 여론을 새롭게 조직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징검다리가 지방선거다. 이에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가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 마인드에 더해 반드시 관통해야 할 의제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최대인 도시
영도 4배 면적 공원이 사라질 부산
지방선거 나설 후보자 공약집에서
반드시 답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
첫째, 탈핵이다. 7년 전 이맘때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와 후쿠시마핵발전소 폭발은 지구적 참사였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행방불명됐다. 천지사방으로 퍼져 나간 방사능은 세계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은 '22세기까지 지속할 것'이란 발표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7만 3000명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피난 생활자는 지난해 규모 5.4 지진으로 집을 잃어버린 포항에서도 발생했다. 두 곳 모두 현재 진행형이다. 지척에 핵발전소들이 있다. 규모 5.4였기에 망정이지 더 강력했다면 생각만으로도 몸서리칠 일이다. 그렇지만 결코 안심할 일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대인 고리 일원의 상황은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진원지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니던가.
또 하나의 진실에 주목해 보자. 찬핵과 탈핵의 명암이다. 그 차이는 폐허가 존재하는 명백한 현실과 현장이고, 다른 하나는 맹신에 가까운 기술적 안전과 전기중독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무장한 핵발전 대세론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세계 3대 핵사고 지역(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공통점은 '핵발전소가 많고, 핵발전 선진국에, 핵발전 수출국'이다. 대한민국은 이 조건에 가장 충실하게 부합한다. 여기에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답해야 한다. 참고로 비극을 경험한 일본인 대다수는 핵발전소가 없는 사회를 원한다고 했다.
둘째, 공원일몰제다. 2020년 7월 부산에서만 영도구 면적의 4배보다 많은 56.84㎢, 1719만 평에 달하는 공원, 유원지, 녹지가 해제된다. 2년 남짓 남은 시간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암담한 미래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미래가 진작부터 예고됐지만 방치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은 있다. 문제에 천착해 집단지성과 시민의 지혜로 다스린다면 꼬인 실타래 풀리듯 풀릴 수 있다.
공원의 유지 보전과 확대는 기후변화체제에 있어 유엔 지속가능발전 이행 목표(SDGs)의 중요 과제이기도 하다. 세부이행목표 12-2, 15-4, 15-9 등은 도시공원의 존재와 역할을 더 부각하고 있다. 또한 공원과 녹지가 가공할 위력의 자연재해나 각종 재난의 피난처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도시공원은 없어서는 안 될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다른 거 빼고 도시공원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헤아려야 한다.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을 지킬 때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답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와 관련하여 침묵하거나 외면한다면 유권자들은 답하리라. 나아가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는 후보의 공약 채택 이전에 시민의 선택이기도 하다. 지역의 오늘과 내일이 걸린 문제다. 유념하고 단디하자.
18.3.15 부산일보 로컬터치 /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Quizas, Quizas, Quizas - 심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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