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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공원일몰제와 위기의 부산갈맷길

by 이성근 2018. 5. 26.

5년 전 2013년 부산시는 총연장 263.8에 달하는 갈맷길 이용인구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바다·강을 지나는 4개 구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기대길(2코스)의 하루 이용자가 4399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정산길(7코스) 3424절영해안산책로(3코스) 467회동수원지길(8코스) 377명이었다고 했다. 덧붙여 전체 20개 구간에서 하루 40,000명이 이용한다고 했다. 산술적으로 1년이면 무려 14,600,000명이 이용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길이 열린지 8년째 1개 구간이 추가되어 총연장 278.8로 늘었다. 이용인구는 큰 변화가 없이 부산인구의 절반 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성과주의적 시각에서 본다면 반타작을 넘어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2009.6.7 해운대 동백섬입구 광장



부산시는 2009년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걷고 싶은 도시 부산'을 선포하며 갈맷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노선 선정에 직. 간접으로 간여했고 그렇게 만들어 진 길에 시민들을 모시고 다니며 갈맷길 예찬 동조군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늘 원칙을 견지하고 정신을 전파하던 제주 올레의 성과를 부러워했고, 해외 유명 트레일과 같은 명성을 갈맷길에 이입 시키고자 하였다. 한마디로 길이 일터였다. 따라서 그 길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그 길이 가진 자원을 제대로 보전하는 일까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타의에 의해 중단된 채 중도하차 해야 했다. 그로부터 7년이 경과했다. 따라서 갈맷길의 중심에서 갈맷길을 보는 것이 아닌 좀은 비켜선 상태에서 갈맷길을 이야기 하다보니 다소간의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질적 변화를 요하는 갈맷길 관리.운영

대외적으로 부산시가 갈맷길을 홍보하는 문장 하나를 꼽자면 ‘350만 명이 거주하는 메트로폴리탄을 걸으면서 산·바다·강을 모두 즐길 수 있다것으로 '제주 올레''지리산 숲길'과는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다만 그 깊이를 견줌에 있어서는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 다 같은 바다라 하더라도 제주바다 다르고 부산바다 다르다는 것이고 지리산 둘레길 역시 구릉형 가장 자리를 걷는 갈맷길과는 달리 지리산은 지형지세가 만들어내는 스케일이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한다면 갈맷길은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길에 다양한 길 자원을 만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반면 그 다양성은 도시의 속성상 늘 변화를 강요한다는 데 있어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숫하게 다녔던 갈맷길에서 보았던 수많은 장면, 뛰어난 경관은 많은 부분 훼손 당했거나 지워졌다. 사라진 그림을 대신하여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것들과의 마주할 때의 마음은 고통에 가까웠다. 그 불쑥불쑥 생겨난 것들로 인해 일부 구간은 노선을 조정하기도 했고, 여의치 못한 경우에는 기형화된 경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더욱이 그런 변화는 대부분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에다 공공성이 결여된 시설이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대표적인 곳이 1코스 2구간, 2코스 1구간 이다. 길이 열리면서 개발이 예고되기는 하였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들어선 대규모 시설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갈맷길 1코스 2구간 기장군 연화리 서암에서 시랑리 동암 2.4km 구간

 

예전에 이곳은 솔숲과 돌담을 배경으로 오징어 덕장이 겨울이면 들어섰다. 전면부는 거친 물결이 이는 난바다였다. 갈맷길 3~5 코스에서 보던 남쪽바다와는 빛깔에다 바라다 보면 가슴 트이는 비포장 길이 이 코스의 매력이었다. 그 길이 지워지면서 데리고 들어 온 대규모 숙박시설은 일반 서민은 평생에 한번 이용할까 싶은 언감생심의 장소로 변해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갈맷길은 언제든지 이렇게 지워질 수 있는 길이다. 그것은 도시계획에 있어 갈맷길의 존재나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런 곳이 더 많아 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부산시는 갈맷길 구간 내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안내체계를 정비하고 이용자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처사 아니든가. 좀더 깊이 들어가자면 부산시가 갈맷길이란 길자원을 시민에게 제공함에 있어 지나친 서비스는 고려해봐야 할 대목이라 본다. 이용의 편의를 빙자해 거침없이 설치되는 각종 구조물은 특정 장소의 질을 떨어 뜨린다. 구태여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구심을 넘어 획일성에 답답해진다. 그 장소만이 가진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히 접근해야할 일임에도 지나친 친절이 야기하는 폐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해외 유명 트레일이 가지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를 갈맷길의 지속가능성에 입각하여 접근해야 할 것이다. 도심보행길과 자연체험 갈맷길의 차이를 짚어보자는 것으로 구태여 그런 친절은 이제는 지양하자는 것이다.

 

한편 조성된 길의 관리.운영을 언제까지 시가 붙들고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예컨대 현재 유명세를 유지하며 프리미엄까지 얻고 있는 제주 올레나 지리산 둘레길은 민간단체가 맡고 있다. 관리운영 주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지켜본 바, 그리고 해외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민간관리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민간이 가진 유연성과 전문성, 창의성이 경직성과 성과주의를 뛰어 넘어 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선정의 근거와 기준, 절차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협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관련하여 보다 근본적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 그것은 그토록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갈맷길임에도 그 지위는 하찮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갈맷길이 존재함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기능을 고려하여 그 지위를 도시계획 시설로서 규정하는 것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원일몰제, 갈맷길을 송두째 흔든다

시방 산들이 옷을 바꾸어 입고 있다. 연두빛에서 초록으로 차오르는 이 색깔은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모든 생명에게도 축복이다. 또 그 자체가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기초하여 미집행도시계획시설 도시공원이 20207월 해제되어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지게 된다. 해제되는 것은 도시공원 뿐만이 아니다. 대규모의 면적을 가진 유원지와 녹지도 같이 풀린다. 그 면적이 자그마치 영도구 크기의 4배를 넘는다.



2020년 해제대상 도시공원,유원지, 녹지현황(2016.12)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그 해제가 몰고 올 재앙을 지켜만 보고 있다. 지금 대상 도시공원과 유원지들은 시한부 목숨이나 같다. 20207월 떨어질 단두대 위에 도시공원들은 서 있다. 참담한 일은 위기에 처한 이 도시공원을 사들일 돈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병든 자식 약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처참을 지켜보는 심정이다.

그 자식의 평소 몸가짐과 마음자리가 누구나 일러 칭찬하고 본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면 그 부모 된 자 피눈물을 쏟을 일 아닌가. 도시공원이 그와 같다. . 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기능이며,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각종 환경기능과 동.식물의 서식처 등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도시공원은 수행해오고 있다. 그 도시공원을 관통하거나 가장자리를 엮은 길이 갈맷길이다.

 

갈맷길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발등의 불이 된 공원일몰제는 30%의 개발권을 부여하는 민간공원 특례제로 그 명암을 가름하고 있지만 곁가지 일 뿐이다. 어쩌자는 것일까. 매입할 돈이 없으니 해제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돈이 없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다. 솔직히 공원일몰제는 예산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다른 개발사업에 의해 공원조성사업이 우선순위에 밀리고 방치됨으로 인해 야기된 폭발 직전의 임계점을 넘어 선 시한폭탄이다.

구분

10년 미만

10년이상

사유지

공사비

사유지

공사비

단위:

백만원

68,852

 

52,556

 

121,408

1,776,492

1,401,378

3,177,870

 

 

그렇다. 지금은 괜찮다. 토지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주장하며 길을 폐쇄시키면 위법이다. 그러나 20207월을 넘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안타깝게도 지가는 앙등했다. 지주들이 해제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다. 그동안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포기하다 싶이 살아온 세월에 대해 일거에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그런 땅들이 갈맷길 도처에 깔려 있다. 예상되는 그림은 지주와 토건업자들의 연대다. 지주들의 이해를 반영한 작은 필지들이 개발사의 이해와 죽이 맞게 되면, 앞서 언급했듯 갈맷길 도처에 괴물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2013년 국토부 발표 토지소유 현황을 보면 인구의 1%50만명이 전체토지의 55.8%를 차지하고 있다. 2007~2015년 연평균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이는 GDP24.3%에 함에도 환수장치인 보유세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0.15%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6/1~7/1 수준이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 아니든가. 201710대 그룹의 토지보유 총액이 741786억원(2015년에 비해 2202억 증가)이다. 토지 취득의 목적은 재산증식이다. 그렇지만 공공재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 토지의 정의가 실종된 이 시대에 갈맷길은 공원일몰제로 토막나고 단절되는 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의 경우도 토지의 소유는 편중되어 있고, 공원이나 유원지 내 사유지를 추적해보면 전국적 상항과 큰 차이가 없다.

일몰제로 토막 날 위기에 처한 갈맷길은 1코스-봉대산· 청사포공원 구간 2코스-이기대공원 구간 3코스-함지골공원 구간 4코스-진정산공원 구간 5코스-눌차·가덕공원 구간 7코스-어린이대공원 구간이다.




갈맷길과 공원일몰제 대상지

 

여기에다 유원지까지 더하면 전체 구간 절반 정도가 문제지역이 된다. 부산시는 청사포, 이기대, 함지골 공원의 해안은 사유지를 우선 매입해 갈맷길이 끊기는 불상사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상황을 보자면 부산시의 의지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2017년 부산시는 2020년까지 년 6003년간 1800억을 투입 하여 주요 공원을 살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2018년 예산에서는 ‘0’원을 만들었다. 시민사회의 규탄이 더 세지면서 부산시는 부랴부랴 추경을 통해 겨우 383억원을 편성했다. 비슷한 시기 발표된 서울시의 13천억 지방채 발행 계획 등과 비교하면 그다지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는 지금 어딜 가는 것일까. 진짜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인가. 부산시에서는 갈맷길의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위해 워킹&트레킹 관계자 국제회의인 '2019 ATC''2020 WTC' 유치를 통해 전 세계에 갈맷길의 도시 부산의 위상을 더 높일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체험용 도보관광 추세에 걸맞은 갈맷길을 활용한 숙박 체류형 관광상품화 전략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하여 서병수 부산시장은 "갈맷길을 활용한 도시브랜드 제고와 새로운 글로벌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도를 더 높이고 단계적으로 갈맷길과 도심보행길 연결을 통해 생활속 걷기문화 활성화와 아울러 다각적인 관광산업화 모색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이 먼저인가. 팔 다리가 절단된 갈맷길이 얼마나 먼길을 갈 수 있을까.

 

어느 기자는 갈맷길은 혁명이다.’이다 라고 했다. 걷기는 부산의 평균수명을 크게 늘렸고. 새로운 관광트렌드인 트라이투어슈머(Trytoursumer·체험 관광)로서 제격이라 하며 도시를 살린다고 했다. 그렇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작금의 상황은 너무도 암담하다. 올해도 길걷기는 이어 진다. 대한민국 걷기여행축제로 선정된 오륙도사랑 걷기대회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의 기종점이다. 만신창이가 되어 고통을 호소하는 갈맷길의 하소연을 걷는 사람들은 무작정 걷기만 하면 되는가. 그것이 정녕 우리시대의 길걷기인가. / 이성근(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부산발전연구원 2018 03+04 170

 

걷기 아시안게임’ 부산 유치…내년 10월 갈맷길서 열린다
‘아시아 걷기총회’ 개최 확정
- 市-걷고싶은부산 2년 노력 결실
- 5개국 20개 단체 1000명 참가


‘걷기의 아시안게임’으로 불리는 ‘아시아 걷기총회(ATC·Asia Trails Conference)’가 내년 부산에서 펼쳐진다. ‘걷기 좋은 부산’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아시아 각국에 소개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국제신문 걷고싶은부산은 28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대만의 천리트레일협회 등 5개국 20개 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ATN(Asia Trails Network) 임시총회(의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에서 회원단체의 만장일치로 내년 ATC대회를 부산에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 총회에서 유치단은 부산의 갈맷길을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총회 부산 유치의 당위성을 프레젠테이션해 내년 총회 개최 의사를 밝힌 대만을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걷고싶은 부산’ 선포 및 갈맷길 조성 10년을 맞아 부산대회 유치는 더욱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ATC 부산대회는 ‘길, 아시아와 동행(Trails, walking together Asia)’을 슬로건으로 내년 10월 해운대 벡스코와 전 구·군 갈맷길에서 5개국 20개 단체 1000여 명의 트레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콘퍼런스를 비롯해 ATN 총회, 아시아 워킹 페스티벌, 기획전시, 갈맷길 전 구간 동시 걷기 행사 등이 부산 전역에서 펼쳐진다.

시와 부산관광공사는 2년여간 ATC 부산대회 유치에 공을 들였다. 2016년 문정현 걷고싶은부산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한 민관합동 유치준비단을 꾸리고, 2016년 WTC(World Trails Conference) 돗토리 대회와 2017년 몽골올레 개장식에 참가하는 등 사전작업을 벌였다. 또한 올해 2월 한국걷는길연합 총회에 참석해 ATC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ATC는 트레일 관련 자연자원과 지식자원을 보존하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된 아시아 지역 걷기 관련 민간단체 회의로, 2014년 제주 총회 이후 2015년부터는 격년으로 홀수 해에 열린다. 23개국, 39개 단체가 참가하는  세계 걷기 관련 민간단체 회의인 WTC는 2010~2015년 1~5회는 제주에서 열렸고, 2016년부터는 격년으로 짝수 해에 개최된다. 올해 WTC 대회는 오는 10월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열린다.

시는 내년 부산 ATC 개최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 WTC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걷고싶은부산의 대표이사장인 국제신문 송문석 사장은 “차질없이 대회를 준비해 갈맷길을 아시아의 대표 명품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 김홍태 기획행정관은 “갈맷길로부터 시작된 부산의 걷기 열풍을 ATC 부산대회로 승화시켜 생활 속 보행문화로 확산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2018.5.29 국제신문

 

Shadows In The Moonlight-Anne Mur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