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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시험능력주의 와 한국의 능력주의

by 이성근 2022. 6. 19.

 

<시험능력주의>(김동춘 지음, 창비 펴냄) 창비 2022.05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저자 : 김동춘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사회학과에서 한국 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판적 사회학자로 학계와 시민운동 진영에서 활동하면서 역사비평편집위원, 경제와사회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같은 대학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으로서 학교 민주시민교육 과제를 수행 중이다. 20회 단재상과 제10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반공자유주의』 『대한민국은 왜?』 『한국인의 에너지, 가족주의』 『사회학자 시대에 응답하다』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전쟁과 사회』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독립된 지성은 존재하는가』 『분단과 한국사회』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한국사회 노동자 연구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5

 

서장

 

시험은 공정하고 그 결과는 능력의 증거라는 생각

학교와 사회는 교육을 어떻게 성공의 수단으로 만들었나

시험능력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안을 찾을 것인가

 

1장 사회적 질병으로서의 시험능력주의

청소년의 고통과 교육의 실종

학업포기라는 사보타주

 

2장 시험능력주의의 지배

한국의 시험능력주의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험능력주의

시험능력주의의 약화?

 

3장 시험능력주의의 앞면: 지배체제와 그 승리자들

능력자 들의 지배?

시험의 개인화효과와 능력주의

시험형 인간의 아비투스

 

4장 시험능력주의의 뒷면: 배제체제와 그 패배자들

무능력자 천시와 노동 탈출 부추기기

시험능력주의와 노동자

노동 · 교육정책의 사각지대, 직업계고

 

5장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교육 개혁

사회구조 개혁의 과제들

제도개혁의 과제들: 대학을 중심으로

능력주의 그 자체와 대면하기

 

글을 마치며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시험이 능력을 판별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생각, 한국형 능력주의

202220대 대통령선거 결과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출신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봐도 국민의힘 후보 4명 중 3명이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며,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끝까지 참여한 예비후보자 4명 중 2명이 변호사와 판사 출신이다. 민주당이 최근에 배출한 두 대통령 문재인과 노무현도 사법고시 출신이다. 군부정권이 물러난 이후 한국은 명문대를 졸업해 고시를 통과한, 이른바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에는 하버드대 출신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제1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그는 능력과 실적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나 과거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자랑하면서 기득권이 된 586세대를 밀어내야 한다며 능력주의를 아예 시대정신이라 말한다.

그보다 앞선 20175월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관련된 인천국제공항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9년의 조국 사태에 이르면 입시비리에 대한 논란이 정치적 갈등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한국사회에 거대한 분열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이어지는 사건의 기저에는 시험이 개인의 능력을 판정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제도이며, 이 시험을 거쳐 명문대 졸업장, 고시 패스 등의 스펙을 획득한 사람은 이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인재이고, 그들이 재능과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저자 김동춘은 이러한 한국형 능력주의를 시험능력주의로 규정하고, 시험능력주의가 그 폐해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통렬하게 성찰한다.

 

과거시험으로 관리를 선발하던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엘리트를 선발하는 방식을 통시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유교적 권위주의, 개발독재 이후의 실용주의와 도구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쟁주의가 한국형 능력주의를 구성해왔음을 분석한다. 또한 칼 맑스, 막스 베버,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서구 사상가들의 개념과 이론을 경유해 지위 배분과 권력 재생산 문제를 통찰함으로써 이론적 보편성과 역사적 특수성을 함께 성취해냈다.

 

교육문제는 지배체제 작동의 일환이자 노동의 문제임을 역설하다

시험이 능력을 가리는 가장 공정한 방법이라는 인식, 그리고 입시와 고시 등 선별의 기제를 통과한 자들에게 주어진 강력한 특혜는 이 땅의 학부모와 학생을 입시지옥으로 밀어 넣었다. 명문대 입학, 고시 패스라는 좁은 병목을 통과할 수 있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실패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체제 속에서 대다수 개인들은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입시에 대해 아무리 많은 고발과 비판이 이뤄져도 이 시스템은 성공과 출세를 향한 개인의 사적 열망과 유착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학력과 학벌에 대한 선망과 긴밀하게 얽힌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서구에서 시작해 국내에도 이미 많이 소개되었지만 한국에서처럼 심각한 사회병리를 낳는 이유에 대해서는 좀더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험능력주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과 메커니즘을 거쳐 초래되었으며,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강렬하게 작용하는가, 그리고 정권마다 달라져온 입시정책을 비롯해 기존의 어떤 대책도 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는가를 김동춘은 집요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고든다. 이는 한국사회를 작동시키는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현실참여적인 관점에서 천착해온 사회학자로서의 학문적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면서도,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현장에서 보내온 개인 김동춘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든 결과이다. 분과학문의 한계를 넘어 입시문제를 단지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지배체제 작동의 일환으로, 노동현실의 관점에서 인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2015년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과 이후 발생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비극적인 산재 사고라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시험을 매개로 한 한국형 능력주의의 특징을 다양한 실체적 증거를 통해 분석한 노작이자, 이 시험전투 속에서 패배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들의 삶에 사회적 존엄을 부여하고자 하는 김동춘의 절실한 마음이 담긴 역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보다는 정의에 집중해야 할 때,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가 타파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다수 시민들로부터 공감과 동의를 얻으며 전개되어왔다. 그러나 능력주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다수 청년들이 능력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능력주의가 제대로구현되어야 한다고 답하기 때문이다. 청년들뿐만 아니라 수능 강화 정책, 로스쿨 폐지와 사시 부활론을 주장하는 지배 엘리트들 역시 시험을 매개로 한 능력주의를 신봉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이 과연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가? 오히려 시험 성적으로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학생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부를 합법적으로 가져다주는 지위 세습의 길을 열어주고 있지 않은가? 김동춘은 각종 기사와 통계자료, 직접 수행한 인터뷰, 영화 등의 문화적 텍스트를 통해 시험능력주의가 불러일으키는 고통의 감각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한편 능력주의에 대한 기존 관념을 정면으로 통박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험능력주의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태도, 이데올로기 등 관념적 영역에만 관련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권력관계와 지배질서라는 엄연한 현실 구조의 일부임을 구체적 증거를 통해 증명해낸다. 입시 공정성, 수능 변별력, 학생 자살, 학교폭력, 탈학교 청소년, 임금 불평등, 대졸 실업,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대학 수직서열 등은 이 구조 속에 긴밀히 얽혀 있다. 이 문제들의 저류에는 시험능력주의가 깔려 있지만, 단지 시험을 둘러싼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자가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과제로 내놓은 해법들이 제도, 구조, 가치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 걸쳐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권력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정의와 형평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험능력주의의 극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는 이 책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능력주의’, 즉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의 단초를 찾아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SKY, 서한성, 중경외시'시험계급도'에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법고시 출신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는 다르다. 가난한 집안 출신의 고졸 학력으로, 인권 변호사와 현실 정치를 경험한 뒤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를 보고 검사밖에 안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또 강남 현대고 출신의 금수저가 법무부 장관이 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대표 사회학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현 정부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관점대로라면,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나라를 운영할 '최고 적임자'보다 '최고 능력자'를 선발한 셈이다. 우리는 어쩌다 '시험선수'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게 됐을까.

 

김 교수는 최근 낸 책 <시험능력주의>(창비 펴냄)에서 "한국인들이 시험이라는 선별의 기제를 거친 각종 차별대우가 공정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시험을 볼 기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개인이 노력한다면 그 기회를 활용해서 지위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 즉 시험능력주의를 신앙처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에게 신앙이, 신흥종교가 됐다는 '시험능력주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김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능력주의는 입시나 고시 성적, 자격시험이 아니라 성적 '순위를 매기는 시험'이 학력이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고 보는 능력주의다. 이것을 우리는 '시험능력주의'라 부를 수 있다.

 

시험이라는 제도는 어느 나라나 다 있지만, 한국의 시험은 독특하다. 좋은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시험은 탈락한 사람들을 승복하게 만드는 장치 역할을 한다. 이 장치로서의 시험이 학교를, 또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지금은 이 같은 '시험능력주의'가 완전히 내면화되어 있어 공기처럼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능력주의'는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명문대 시험 합격=학력(學力학벌(學閥) 능력 사회적 지위, 차별화된 보상 공정(=정의).' 이 공식에서 명문대 합격, 즉 학력이 곧 능력이고 그것이 사회적 지위를 가질 자격증이 된다"는 것을 한국인 대부분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나라에서의 시험은 '사회 계층 이동''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의미한다며, 이를 '시험 문화(culture of testing)'라고 명명했다.(유네스코 방콕사무소 2018년 보고서 '시험 문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배움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하여'(The Culture of Testing: Sociocultural Impacts on Learning in Asia and the Pacific))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시험은 개인의 삶의 질과 성공을 결정짓는 전통적이고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기능해 왔"으며 한국에는 다른 국가들과 구별되는 '교육열(education fever)'이 있다고 봤다. 교육열의 근원은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엘리트 계층에 진입하려는 욕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의 '시험 문화'는 엘리트 계층 '집입'이라는 버전1.0에서 엘리트 계층 '세습'이라는 버전2.0으로 진화했다. 이때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은 충분조건이자, 필요조건이다. "부유층이나 문화자본을 가진 고학력 전문직 부모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하면 학력도 돈으로 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명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며, '강남 8학군' 출신의 장관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다만, 김 교수는 조국 전 장관 딸에 분노하던 명문대 학생들이 한동훈 장관 딸에게는 분노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성공한 전문직들, 교수-의사-변호사라는 네트워크 속에서 일종의 품앗이로 서로 아이들을 봐준 것이라면, 한동훈 장관의 경우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겨냥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가동됐다.

 

국내 명문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한 장관의 딸은 자신들과 같은 학벌 혹은 테두리 속 경쟁자가 아니라고 여긴 것 같다. 부당하고 부정의한 일이라고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일자리 문제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침묵한 것이다.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이다."

 

상위 1%에 속한 명문대 출신의 금수저라고 해도 다이아몬드수저의 부정의에 침묵하는 상황. 결국 분노는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표출된다. 김 교수는 책에서 "은수저 출신은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 한탄하고 좌절하지만, 금수저에 대한 특혜를 비판하거나 그런 차별 질서가 왜 생겼는지 묻지 않은 채 동수저나 흙수저를 혐오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준비 시험인 6월 모의평가가 지난 9일 실시됐다. 연합뉴스

 

요즘 아이들은 10대 시절부터 시험 성적에 따른 자신의 계급을 자연스럽게 체화한다. "수능시험 점수는 모두 9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에서 3등급까지 아이들은 치킨을 시켜 먹는 사람이 되고, 4등급에서 6등급까지는 치킨을 튀기는 사람이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치킨을 배달하는 사람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2014년 경남대 주최 학술대회에서 언급된 청소년들의 유머)

 

"30대 초반의 아들과 딸이 있는데, 이야기해 보면 계급화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한성(서강대·한양대·성균관대)-중경외시(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라는 대학 서열에 따라 자신의 계급을 설정한다. '이 대학 출신의 이 정도 순위니까 이 선에서는 만족한다'라는 식이다. 다소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자신이 속한 계층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방식이다. 10대 시절 학교나 입시 성적으로 정해진 계급이 내면화되어 있다."

 

이처럼 '학력주의''능력주의'는 한국의 정치사회 질서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능력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교육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시험=공정', '추천과 특채=불공정'의 도식을 불식할 정도의 믿을 만한 시스템"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입시제도 변경을 통해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단지 대학의 경쟁, 그러니까 상위권 대학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장치를 마련할 수는 있다. 완화시킨다고 서열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나는 '울퉁불퉁한 서열화'라고 표현하는데, '수직 서열화'가 아니라 '울퉁불퉁 서열화'를 통해 학생들이 특정 대학의 특정 학과로 몰리는 걸 분산시키는 것이다.

 

또 대학 입학을 통해 능력주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독일처럼 졸업을 어렵게 만든다거나 학생들의 대학 간 이동은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단박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이렇게라도 변화를 시도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 교수는 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한국 주류 보수의 시각을 대변"했다며 "학생들의 학력 성취의 중요 배경인 부모의 경제력이나 구조적인 불평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은 기댈 구석이 있을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교육에 대한 인식은 '교육이 왜 필요해요? 교육은 산업 인력만 잘 양성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하는 박정희-전두환식 사고"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혹평했다.

 

그러면서 "'시험능력주의'라는 의제 자체가 입시 제도나 교육 제도의 변경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지배 체제의 문제다. 지배 체제에 얽혀 있는 문제들을 동시에 착수하지만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 책은 한국의 사회개혁, 불평등 극복,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정책 제안서"라고 밝혔지만, 그가책을통해말하고자하는점은분명하다.시대적과제가'시험능력주의'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배 체제의 변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훼손된공정이 아닌 정의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 책에서 입시교육, 시험대비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고 계속 비판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한국의 공교육은 모두 실패했는가'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한국 교육은 나름대로 성공했고 국가와 사회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져온 일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교육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교육은 한국인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의 역동성을 가져왔다. 이 글의 문제의식은 그러한 성공이 과도할 정도로 학부모의 사적 투자에 힘입은 것이었고, 사적 투자에 기반을 둔 시험능력주의가 학력을 매개로 한 입신출세주의를 강화했으며, 부모나 학생들을 너무 고통스럽게 했을뿐더러, 공공에 대한 책임감 없이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엘리트의 타락과 부패를 가져왔고, 노동 천시를 지속시켰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는 한국 교육이나 사회적 지배논리를 집약한 시험능력주의가 미래를 위한 큰 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시험능력주의> 362)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박권일 저 | 이데아 | 202109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월간 [] 기자로 노동 및 경제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국정홍보처 주무관으로 채용돼 참여정부 경제정책 5집필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한국의 능력주의, 축제와 탈진, 소수의견, 능력주의와 불평등(공저), 88만원 세대(공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그건 참아도 이건 못 참지!”·7

 

1부 형성

 

1장 과거제도, 한국 능력주의의 기원?·27

2장 자연화한 능력주의: 사회진화론·43

3장 입신출세주의와 교양물신주의·59

 

2부 현대 한국

 

4장 학력주의와 능력주의의 묘한 관계·75

5장 엘리트는 어떻게 괴물이 됐나·95

6장 한국 능력주의의 특징·123

 

3부 가치관과 민주주의

 

7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물으신다면·143

 

4부 능력주의 비판

 

8장 불평등 그리고 이데올로기·199

9이상적 능력주의비판·222

 

5부 대안

 

10장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245

 

에필로그 : 최후의 능력주의자·298

 

·305

참고문헌·326

출판사 리뷰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꽤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단연코 공정()’이었다. 많은 한국인은 경험적으로 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이 얼마나 허망했는지 말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가 들어서는데 촛불을 붙인 결정적 계기가 공정성의 문제였기도 했다. 전 정부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최서원)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불공정) 입학,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한 분노가 정권을 끌어내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촛불로 탄생한 정부는 약속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후보 자녀의 입시를 둘러싼 논란, LH 공사의 땅 투기 등을 보며 한국인 다수는 여전히 공정성에 의심하며 더욱 민감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험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데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일례로 2017년 서울교통공사가 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정규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구직자는 외면하고 어중이떠중이 뒷문으로 채용된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이 되고, 이게 적폐 청산인지 적폐 양산인지 도대체 누가 적폐인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수많은 동의와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였다. 이후로 인국공은 이와 유사한 사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2, 3인국공문제는 계속 등장했고 매번 비슷한 전개로 이어졌다.

 

시험 그리고 무임승차, 역차별

개인의 능력 차이는 명백하다. 따라서 불평등은 당연하다.’라는 논리, 능력주의는 무엇이 문제일까? 책은 능력주의가 오랫동안 한국인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였다는 데 주목한다. 능력주의는 불평등이라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돌리며 불평등의 문제를 은폐하고 불공정의 문제로 시선을 가둔다. 과정에서 공정하다면,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교통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공사 공채시험’(공정)에 합격한(능력) 이들과 달리, 그렇지 않은(무능) 사람들이 겪게 되는 차별(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를 거스르면 불공정하며, ‘무임승차이자 역차별이다.

 

그렇다면 과연 능력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책은 현실에서 능력, 노력, 일의 사회적 가치, 경제성장에 대한 개인의 기여 등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국, 실제 기여가 아닌 합격 당시의 성적에 따라 특권을 부여받는 시험주의testocracy’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책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에서 고시, 공시, 공채 등 여러 평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회·역사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논증한다.

 

불편한 진실, “우리는 불평등에 찬성합니다

한편, 유독 심한 한국의 능력주의는 때때로 혐오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책은 “‘멸시하는 능력주의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벌레투성이라고 묘사한다. 월수입 200만 원 이하이면 이백충’, 지역균형전형으로 대학에 가면 지균충’, 임대아파트에 살면 임대충식이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진다.”라고 책은 전한다.

 

한국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 세계 사회과학자들이 참여하고, 4~5년마다 결과를 발표, 7차까지 진행된 세계가치관조사에서 그 이유 중 하나를 유추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박권일이 다른 나라와 너무 차이가 커서 데이터 세트 원본을 몇 번이나 확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23.5%였고,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58.7%”(2010~2014년 조사, 중국의 경우 평등 52.7%/불평등 25.8%, 독일의 경우 평등 57.7%/불평등 14.6%)였으며, 최근 7차 조사(2017~2020)에서는 한국인의 64.8%가 불평등에 찬성했고, 12.4%만 평등에 찬성했다.

 

저자는 이 결과에 대해 한국인은 대체로 불평등한 분배 원리를 선호하며 “‘노력과 능력에 따른 차등 분배로서, 이른바 능력주의 원칙과 사실상 동일하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 개개인이 이기적이거나 탐욕스럽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민주주의와 정치의 문제로서 이 주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며 이에 대한 대안과 선행 모델을 꼼꼼히 비교하고 살펴본다.

 

1%개천 용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존 투쟁에 시달린다. 이 결사적 전쟁에서 잡아먹히는 쪽이 아니라 잡아먹는 쪽으로 가기 위해서 한국인들은 과도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스펙과 인맥을 쌓는다. 이 격렬한 생존 본능 혹은 투쟁심,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지위 상승 욕구, ‘빨리빨리문화 같은 현대 한국인의 집단 심성 극소수 에게 특권을 몰아주면서 이 되지 못한 이들의 열패감과 억울함을 동력으로 삼는 체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1%도 되지 않는 개천의 용을 향한 질주 때문에 99%의 삶이 피폐해지는 사회는 정당하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용이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곧 불평등의 대안이다. 그것은 불공정이 아닌 불평등 자체를 새삼 환기하여 시민적 관심사로 돌려놓는 일이다. 이는 정치, 민주주의의 문제로 수렴한다. 불평등이라는 문제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질량을 생각하면 그 대안 역시 거대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어떤 대안은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몽상은 포기되는 대신 구체화되어야 한다. 격차와 불평등을 동력삼아 모두가 전쟁처럼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행복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가망 없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그리고 진정 정의로운 사회,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자.” 이 책이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책 속으로

세상에는 1루를 밟지 못한 사람, 아예 야구 경기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도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 입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심지어 사회적 성취를 위한 노력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p.14

 

한국인들 대다수는 추천제나 기부금 입학제도를 혐오하며, 같은 문제를 풀어 전국 1등부터 꼴찌까지분명히 가려져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와 문화 역시 그렇게 형성되어왔다.--- p.79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열패감과 좌절감에 시달린다. 능력이 있음에도 그만큼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능력이 없어서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지 못했기에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p.82

 

한국의 고시제도 하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평범한 국민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냉소하는 엘리트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고시는 과소한 민주주의 교육이 과도한 능력주의 신화와 결합할 때 어떤 괴물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 거대한 사회 실험이었다.--- p.121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향해 차별, 비하, 멸시적 발언을 내뱉는다.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본인 눈앞에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며 제 자식을 훈계하는 주민들을 수시로 마주친다.--- p.135

 

한국은 근대화 이후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성적으로 사람을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였고 현재도 여전히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서열체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타인이 그 서열체계를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줄 세우는 서열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논리 앞에 약자들에게는 대항논리가 없었다.

--- p.175

 

결론만 말하면, 한국은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압도적 찬성이다. 다른 나라와 너무 차이가 커서 데이터 세트 원본을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6차 세계가치관조사(2010~2014) 결과 중에서,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을 살펴보자. 중국은 평등 52.7%, 불평등 25.8%로 평등이 높았다. 일본은 평등 28.6%, 불평등 25.1%로 양이 비슷했으나 평등이 조금 더 높았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주자인 독일은 평등 57.7%, 불평등 14.6%였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상징 스웨덴은 평등 42.7%, 불평등 30.6%였다. 미국은 능력주의와 아메리칸드림의 나라답게 평등에 찬성한 비율보다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이 높게 나왔다. 평등 29.6%, 불평등은 36.2%. 그럼 한국은? 한국의 경우 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23.5%였고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58.7%였다. 최근 조사인 7차 자료(2017~2020)는 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64.8%가 불평등에 찬성했고, 12.4%만 평등에 찬성했다.--- p.176

 

조국 사태, 미국 입시 비리,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알수 있는 사실은 특권이 강할수록 부패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특권과 부패는 정비례하며 특권이 클수록 능력주의도 강해진다. 요컨대 특권, 부패, 능력주의는 붙어 다닌다. 특권을 그대로 둔 채 특권을 둘러싼 부패와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은, 음식을 한곳에 쌓아두고 벌레가 꼬인다고 역정 내는 짓이나 다름없다.--- p.208

 

비유컨대 능력주의는 화석연료. 한때 그것은 성장의 필수 연료로 각광받았지만, 오늘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족쇄가 되었다. 현장 역량보다 학업 성적 위주인 각종 공채시험 제도, 소선거구제 등 승자독식적인 정치제도, 제왕적 대통령제, 엘리트의 부정부패와 선민의식, ‘재벌에 대한 특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극단적으로 분절된 노동 및 고용체제 등 사회 전 영역에 격차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제도와 문화가 만연해있다.--- p.302

 

어떤 대안은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몽상은 포기되는 대신 구체화되어야 한다. 격차와 불평등을 동력삼아 모두가 전쟁처럼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행복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가망 없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p.303

 

한국의 능력주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 t******e | 2022-02-07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15875815

 

p93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전문가들의 연봉도 배관공이나 환경미화원의 수십, 수백 배다. 그러나 이런 엘리트들은 자신이 받은 몫만큼 사회에 생산적 기여를 했을까? 이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어데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 청장은 "지난 30년 동안 부유한 국가에서 금융 시스템의 규모와 복잡성이 증대했으나 그것이 경제성장이나 안정에 도움이 됐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면서 "금융활동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었다기보다 지대(rent)를 추출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p248 샌델(공정하다는 착각)'성공은 운에서 나온다'는 명제에서 자신의 대안을 끌어낸다. "당신의 성공은 운에서 비롯한 것이니 부디 겸손할 지어다!"/성공에 도취해 거만하게 굴지 말고,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일을 존중하며, 건실한 공동체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명문대 입시에서 1차 선별 후 최종 선별을 하는 과정에 제비뽑기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일정 관문을 넘는 조건으로만 능력을 보고, 나머지는 운이 결정토록 하는 일"은 능력주의의 폭정에 맞서는 건강함을 찾게 해줄 거라고 샌델은 주장한다. /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능력주으의 대안으로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능력주의의 폐해는 개인의 태도('겸손')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그런 방식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 또한 성공은 운뿐만이 아니라 상층계급이 의도적으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사회적 봉쇄''기회 비축'의 결과이기도 하다. 샌델은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운이라는 요소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불평등을 '운명의 장난' 같은 것으로 자연화한다. 능력주의가 나쁜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들을 오만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라, 현존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p259 여성을 군대로 보낼 게 아니라 군대에 간 사람에게 제대로 보상을 하면 된다. , 국가가 군복부자 전원의 노고에 상응하는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것이다. 군인 임금의 현실화다. 물론 당장 충분할 정도로 지불하기는 힘들겠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 인상해야 한다. 인상분은 모든 국민들이 조세를 통해 부담하는 것이 옳다. 군복무 기간과 복무자 수 자체가 크게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가능하다. 대한민국은 그 정도의 지출은 충분히 가능한 사회다.

 

p260 현법 292항도 폐지해야 한다.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훈련 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한 보상 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p260 여성 노동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은 군복무자에 대한 보상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다. 많은 연구들이 여성 노동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절하를 보여주고 있다.

 

p262 보상의 격차를 지금보다 대폭 줄이는 것이다.

 

보상 격차가 줄면 일할 동기가 저하될 거라고 예단해선 안된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아직까지 인간을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로봇 같은 존재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성 본능이나 외적 보상 크기만이 인간행동의 동기라는 가정은 낡은 인식에 불과하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인간은 물질적 동기만이 아니라 비물질적 동기, 내재적 동기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며, 이미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음이 밝혀졌다. 핑크는 이런 동기를 "3의 드라이브" 또는 "동기 3.0"이라고 부른다.

 

p270 불평등 전문 저널리스트 샘 피지개티는 20세기 초 미국의 '가파른 누진세'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강한 누진세는 최상위 계급들에게 정치적 행동에 나설 동기를 불러일으켰지만 나머지 대다수 시민에게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지개티는 이런 일이 재연되는 것을 막으려면 "최상위 소득을 최하위 소득과 연동시켜야"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사회에서 정해진 최저임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최고소득을 설정하고, 그 몇 배수가 넘는 소득에는 모두 100%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이 정책은 시행 즉시 그 사회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경제적 운명을 얽어맬" 것이고, 이제 최상위층은 최하위층의 삶에 크나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야 비로소 최고 부자들 자신의 세후소득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능력주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n | 2022-03-08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16024409

 

유익한 내용이었고 누구라도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훌륭하다거나 무조건 옳기 때문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믿어온 생각들과 가치기준 그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그것이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가 매우 어렵다. 능력이냐 평등이냐로 양자택일하기 보다는 능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소위 능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기자신은 물론 타인들도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편견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바로 이기심과 자만심이 아닐까? 능력의 정체를 제대로 파헤쳐볼수만 있어도 타자를 배제하는 특혜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능력주의? 시험 잘쳐서 불로소득 얻는 사회

왜 현장 경력은 시험 성적보다 인정받지 못할까

시험보고 들어온 사람만 인정? 천년된 악습

불평등을 선호하는 한국사회, 능력주의가 주범

한국이 개천에서 용나는 역동적 사회였다? 착각

엘리트 특권 계속 방치해선 민주주의 진전 어렵다

미국과 비슷한 승자독식형 정치제도 역시 문제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

대담 : 박권일 사회평론가

 

박재홍>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과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공정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고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논할 때도 공정이라는 개념 늘 등장하죠. 공정 담론의 밑바닥에 한국 특유의 능력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불평등과 혐오만 재생산된다라고 하면서 비판에 나선 분이 계십니다. 그 주인공 박권일 사회비평가 오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88만 원 세대를 통해서 또 우리 대한민국에 큰 담론을 던지셨고, 이번에 내신 책 제목이 한국의 능력주의입니다. 능력주의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요. 그런데 그 단어의 정의부터 좀 제대로 해 주시고 얘기를 풀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능력주의, 어떤 의미인가요?

 

김성회> 하기 전에,책 제목에 여기조차도 K가 등장하는구나. K-메리토크라시.

박권일> 영문 제목이 K-메리토크라시입니다.

김성회> 이것도 K시리즈 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포함해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박권일> 어떻게 보면 K라는 말이 너무 많이 나와서 피로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저도 혹시라도 번역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렇게 제목을 달았고요.

 

박재홍> 큰 그림을 그리신 거군요.

박권일> 큰 그림을 그렸는데 (웃음) 실제로 이게 해외 번역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든 능력주의가 한국 특유의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K-컬처같이 뭔가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붙여봤고요. 아까 질문해 주신 능력주의. 이거는 사실 데모크라시가 인민에 의한 지배, 민중에 의한 지배이듯이 이것도 메리트에 의한 지배 그런 뜻입니다.

박재홍> 능력이 메리트입니까?

박권일> 그렇죠. 그래서 공적이나 능력에 따른 지배라는 의미인데 사실은 정의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능력과, 그러니까 IQ와 노력에 따른 분배 이런 의미로 처음에 발명이 됐죠. 이게 1958년에 마이클 영이라는 영국 사회학자가 쓴 SF소설에 나오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그게 생긴지 얼마 안 된 말인데 사실은 말 자체는 50년대에 생겼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통용되던 내용이었죠.

 

박재홍> 그러니까 능력주의가 한마디로 능력에 따른 차별이 공정하다는 생각 그 의미로 저희가 알면 되는 거죠? 능력대로 한 거다, 이렇게.

김성회> 오히려 메리토크라시라고 하는 영어단어 그러니까 미국에서의 맥락은 메리토크라시라는 게 능력주의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특히 변호사그룹이 그런데. 하루에 18시간 일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능력이 많은 사람들이 오래 일하고 많이 월급을 가져가는 것. 현재 하고 있는 노동의 의미를 좀 더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왠지 지금 능력주의라고 하면 좋은 대학 가고 5급 사무관에 취업을 해서 벼슬에 합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미국에서 메리토크라시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권일> 이제 미국도 사실 한국과 큰 차이는 없는데 한국이 유독 뭔가 입학시험, 고시 이런 게 심하다 보니까 사실 테스토크라시 그러니까 시험주의화되었죠.

 

박재홍> 시험주의 이게 개념이 확실히 다가오네요.

박권일> 시험주의가 한국의 능력주의의 본질적인 모습이다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사실은 능력주의의 일부로서 시험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고 미국 역시도 명문대 출신의 변호사들과 비명문대 출신 변호사들은 단가가 달라요. 그러니까 사실은 미국 역시도 이 시험, 특히 대학교 SAT라고 하죠. SAT에 따른 그런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 마이클 샌델이 얼마 전에 능력주의 관련된 책에서.

 

박재홍> 공정하다는 착각.

박권일> 거기에서도 미국이 굉장히 시험주의가 되게 심하다라는 것을 밝혔죠.

 

박재홍> 마이클 샌델, 하버드의 마이클 샌델이 말한 공정하다는 착각. 그리고 작가님의 한국의 능력주의. 차이가 있습니까? 좀 더 개념이작가님 말씀은 좀 더 포괄적으로 커 보이는 느낌입니다마는.

박권일> 사실은 능력주의 자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비슷해요. 사실 한국이 이 능력주의에서 최첨단한국도 못사는 나라가 아니거든요.

 

박재홍> 저희가 최첨단이라서.

박권일> 선진국이죠, 사실은. 특히 나쁜 거는 굉장히 첨단에 있거든요,한국이. 그래서 능력주의에서 사실은 미국과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도 최선두에 있는 두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비슷하게 그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마이클 샌델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능력주의 비판들이 많이 책으로 나왔는데 그 비판들의 문제점이 뭐냐 하면 도돌이처럼 다시 능력주의를 강화해야 된다라는 결론으로 가요. 그러니까 지금 능력주의는 좀 세습 이런 게 섞여 있으니까 진정한 능력주의로 가자, 이런 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들이 많은데, 샌델은 그게 아니다. 능력주의를 아무리 우리가 순수하게 추구해도 사실은 우리 공동체 이상이 무너지고 공동체가 해체될 것이다. 그러면서 순수한 능력주의도 반대하고 있죠.

 

박재홍> 그래서 마이클 샌델은 공동체주의를 주장하기도 합니다마는.

박권일> 그렇죠.마이클 샌델은 공동체주의를 주장하고 있죠.

 

박재홍> 우리 작가님 책에 한국 능력주의의 핵심이 시험을 통한 지대 추구의 정당화 이렇게 얘기했는데 말이 너무 지성적이고 어려워서요.(웃음) 쉽게 좀 풀어주시면 시험 잘 본 걸로 평생 먹고산다.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까?

박권일>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부동산 투기 수익 올리듯이 사실은 불로소득을 확 당겨서 쓴다는 거죠. 그래서 시험을 통해서 사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기여,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 것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은 특권과 보상을 가져가기 때문에 이거를 경제학에서는 지대 추구라고 하잖아요. 렌트 시킹이라고 하는데 이 경제학적 지대 추구가 한국의 시험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의미죠.

 

박재홍> 진 작가님.

진중권> 제가 수업을 하다가 그랬거든요. 이건 샌델 수업을 했어요, 학교에서, 우리 동양대에서 토론하면서 뭐라고 그랬냐면 아무리 그래도 입학으로 모든 게 정해지지 않느냐. 그런데 얘네들이 몇십 배, 몇 배에서 몇십 배를 가져간다면 나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학교 애들이 뭐라는 줄 알아요? "그래도 걔들은 고등학교 때 공부했잖아요." 그걸 정당화를 하더라고요.

박권일> 맞아요.

진중권> 그러니까 그때 저는 완전히 희망을 잃어버렸거든요. 이거를 부당하게 느껴야 할 사람들이 그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는 거기서 패했으니까 당연한 거고 이 차별은 받아들여야 돼,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고요.

박재홍> 공부를 안 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되는 것이다.

진중권> 그렇죠.

박권일> 그러니까 사실은 희망을 잃지 마시고요. 그런데 사실은 그런 식의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찬호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 그때 당시 대학생들이 수능 점수에 따라서 사람을 서열화하는 이런 게 심하다고 그거를 20대들이 괴물이 됐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런 어떤 특징들이 젊을수록 심한 건 사실인데 사실 우리 기성세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저 고등학교 다닐 때 급훈이 뭔지 아십니까?

박재홍> 급훈.

박권일> 급훈.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액자에 넣어서 교실에 붙여놓는 급훈이 4시간 자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 사실은 그런 사고방식이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이 시험주의의 사고방식이 기성세대나 지금 세대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사람을 나누고.

김성회> 그런데 옛날로, 미국에서 메리토크라시가 나오던 1950년대로 가면 그때도 20:30 거기도 마찬가지로 소위 말하는 귀족들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사회를 깰 수 있는 틀이 이런 메리토크라시, 자기가 노력해서 잘사는 게 좋다라고 해서 사실 처음에 선의로 들어와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이 벌어가는 사회가 좋다라고 했던 것이 최근에 들어서는 이제 이게 386의 소위 말하는 세습이라고 하는 저희가 비판하는 지점. 그래서 미국은 요즘 10%의 아리스토크라시. 그러니까 귀족정이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메리토크라시로 시작을 했지만 이게 또 세습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옛날하고 똑같아지는 거 아니냐라는 비판들을 많이 하는데 공감을 좀 하십니까?

박권일> 그렇죠. 사실은 이 부분에 대해서 마이클 샌델도 책에 쓰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총장이 미국을 완전히 능력주의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하버드 시험 자체를 SAT를 도입한 사람이 제임스 코넌트라는 사람인데.

박재홍> 수학능력시험 같은 거죠.

박권일> SAT라는 수학능력, 우리나라로 치면 수학능력시험의 원형 같은 그런 시험을 도입한 이유가 미국 특유의 그런 귀족정, 아리스토크라시라고 하고 자연적 귀족정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거는 토마스 제퍼슨이 먼저 얘기한 거였는데 그거를 바꿔보고 싶다. 그래서 능력이 있으면 가난하든 좀 못살든 간에 출세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에서 제임스 코넌트가 이 능력주의적인 시험제를 도입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이게 완전히 더 심한 귀족정으로 회귀가 됐다는 거죠. 그러니까 능력 자체도 사실은 귀족, 상류 계급이나 이런 기득권층이 마음대로 자신의 기준으로 밥 먹듯이 바꿀 수 있다라는 거죠.

 

박재홍> 그래서 우리 작가님께서 한국의 능력주의라는 책을 쓰시면서 비판하고자 하시는 핵심은 능력주의 뒤에서 우리 사회 도처에 있는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이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죠? 핵심 개념. 예를 들어서 좀 설명을 해 주시죠.

박권일> 쓰면서 얘기했던 거는 결국은 이 능력주의를 자꾸만 사람들이 집착을 하다 보면 불평등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은 그거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불평등이라는 것은 사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큰 문제가 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데 불평등은 문제 삼지 않고 불공정한 자꾸 문제 삼는 거죠. 그런데 정작 이 파이를 가져가는 비율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자체가 사실 부정이고 부도덕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눈감게 되고 그 오징어게임 드라마에 나오듯이 그 보상을 누가 공정한 방식으로 차지하는 과정에만 몰입하다 보면 애초에 이 세팅 자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는 거죠. 누가 이 세팅을 했는가.

 

박재홍> 이 오징어게임 자체도 이상한 게임이 된 건데.

박권일> 누가 만들었지, 이거를?

박재홍> 설계자는 누구야. 그렇죠, 이 문제를.

진중권> 사실 이 사건에서 제가 제일 먼저 주목했던 게 인국공 사태였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정부의 입장은 선해요. 그러니까 비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라고 했는데.

 

박재홍>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야기.

진중권> 그렇죠, 젊은이들이 거기에 반대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황당했거든요. 왜냐하면 왜 반대하냐면 나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시험 보는데 쟤네들은 대통령하고 악수 한 번 했다고 정규직이 돼? 말도 안 돼, 불공정해. 그러니까 그들이 생각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불평등, 차별 이거는 당연한 거고 거기서 어디로 올라가는거기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게 시험인데 시험도 안 보고 올라가느냐? 이게 그걸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거든요. 아주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문제는 뭐냐, 그렇기 때문에 평등을 얘기하는데 조국 사태 같은 게 터져버리면 이 평등을 얘기하던 사람들을 안 믿게 된다라는 거예요. 너는 그렇게 평등 얘기하더니 네 딸은 봐. 이렇게 되면 사실은 평등 얘기하는 게 먹히지 않는 이런 시대라는 거죠.

박권일> 그렇죠. 그렇게 시험을 가지고 얘기를 하면서 제일 많이 나온 얘기가 능력주의라는 말보다는 무임승차예요, 무임승차. 그러니까 비정규직들이 정규직화되는 거는 무임승차다. 자기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 코피 나게 공부해서 지금 공사 시험에 붙었는데.

박재홍> 공채로 들어왔는데.

박권일> 공채로 들어왔는데 10년 일했다고 너희들이 갑자기 정규직이 돼? 이거는 용납 못 한다는 거죠.

김성회> 그런 점에서 시험도 하나의 노력이지만 10년간은 일을 했던 이 경력도 사실은 하나의 자산인 건데, 개인에게 쌓이는 자산인 건데.

박권일> 그럼요, 숙련인 거죠.

 

김성회>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경력에 대해서는 박하고 시험에 대해서만 후한. 혹은 시험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오랜 기간 일한 것에 대해서는 그걸로 인해서 바꾼다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진중권> 그게 K-능력주의의 독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원래는 그 경력이다라는 게 메리트거든. 그런데 그걸 우리는 그 메리트를 지지않고, 몇십 년 전의 시험성적 이게 메리트로

박권일> 사실은 저도 책에 다양한 데이터를 인용을 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현장에서 어떤 실무를 쌓고 숙련을 올리고 그렇게 해서 노동 현장에서 쌓아나가는 경력을 믿지를 않아요. 그리고 상사가 자기를 평가하고 이런 것도 믿지 않아요. 그거 다 뭐예요? 야료가 있다, 주관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기에 대한 평가를 믿지 않으면서.

어쨌든 그런 방식으로 상사나 혹은 회사에서의 자기 평가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야근만 하는 거죠. 야근 오래 하면 내가 열심히 한 거니까 그거는 뭐라고 못 하겠지라고 얘기하는 그런 방식으로 흘러가는 거죠.

김성회>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웃기는 데냐면 2015년에 제가 지방자치단체의 비정규직들 실태조사를 전부 다 해 봤는데 결국은 어떻게 나왔냐면 전국에 있는 모든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왜 위반한다는 보도자료를 낸 다음에 의원실로 항의가 들어와서 제가 통화를 해 보니까 이러저러해서 따져보니까 20년을 일한 경력자인데 이 사람의 월급이 9급 공무원보다도 낮은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따지니까 그 사람 얘기가 그거예요. 아니, 그러면 시험 보고 들어온 9급보다 월급을 많이 주느냐. 그러니까 20년 일을 했다, 가족이 있다 이런 것들, 이 모든 것이 공무원 시험을 합격했다를 넘어선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이 아직 하지를 못하더라고요.

 

진중권> 조선시대 이래의 전통인가요?

박재홍> 과거시험.

진중권> 합격했잖아. 신분이 달라. 너는 합격 못 했지? 너는 신분이 천해. 그런데 올라와? 이게 말이 안 된다.

박권일>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1000년 된 문화예요, 사실은 따지고 보면.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박재홍> 1000년이 지나야 됩니까, 그러면?

진중권> 과거제도가 도입된

 

박권일> 지구상에서 고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과거제가 존재했던 나라가 딱 세 국가거든요.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려와 조선 그리고 중국 왕조들, 베트남. 이 세 나라입니다. 공교롭게 이 세 나라가 시험에 목매다는 전통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그래서 예전에 조선시대 관련된 책들을 보면 과거제도에 부정행위가 너무 심해서 부정행위를 걸러내는 제도가 굉장히 다단계였다고 해요. 아홉 단계에 걸쳐서 검증을 했다. 그래서 그 부정행위를 색출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라고 하거든요. 그 정도로 그때부터 경쟁과 부정행위가 심했다는 거죠.

 

박재홍> 지금 말씀 듣고 있는 청취자분 중 한 분인 ** 씨가 시험은 누구나 똑같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시험을 더 경력보다 인정해 주는 것 아닐까요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박권일> 그렇죠. 시험은 누구나 똑같이 똑같은 날 보죠. 그런데 시험을 잘 보게 태어난, 우연히 머리가 좋게 태어난 사람이 있고 또 엄청난 부잣집에서 재벌집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일타 강사들한테 교육받은 사람들이 있고 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있죠, 공부를 하기 힘들게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똑같은 시험을 보는 그 결과에 따라서 보상이 나뉘는 게 과연 공정한가. 이런 질문은 해 볼 수 있죠.

박재홍> 능력주의를 얘기할 때 진정한 능력주의가 실현되려면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선생님 찬스가 없는 외부 효과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같이 출발한다면 그게 진정한 공정일 수 있겠으나.

박권일> 그렇죠.

박재홍> 외부 효과가 배제하지 않은 능력주의는 정말 초보적이다라는 말씀이에요?

김성회> 그것도 진정한 공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재홍> 없습니까?

김성회> DNA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박재홍> (웃음) 태어날 때부터 공부를 잘 못하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

진중권> 그런아무리 모든 것이 다. 조건부터 시험 과정부터 모든 게 다 공정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예컨대 보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라는 것은 사실 공정하지 못하죠.

 

박권일> 전문용어로 운빨이지 않습니까?

박재홍> 운빨.

박권일> 그 운빨에 따라서 보상의 격차가 나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많은 철학자들이, 존 롤스 같은 사람, 샌델도 마찬가지고 다 얘기했죠.

박재홍> 그렇죠. 그러니까 학력고사 하루 그날 컨디션 안 좋으면 인생이 바뀌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러한 능력주의 어떻게 극복할 수 있습니까? 작가님, 현실적 능력주의와 이상적 능력주의로 구분해서 설명하시던데.

 

박권일> 어쨌든 구분한 이유가 어떤 능력주의든 간에 다 문제가 크기 때문에 우리가 분배를 할 때 사실은 다양한 방식,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을 해야 된다는 거죠. 우리가 장애인이 있는 영역에서 장애인한테 우리가 능력주의 방식으로 분배를 하자고 얘기하면 그건 불공정한 거지 않습니까? 반면에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는데 너무 적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또 능력주의적 형평의 원리가 필요한 것이죠. 그러니까 형평의 원리든 평등의 원리든 필요의 원리든 각각의 영역에서 필요한 것인데 한국은 너무 이게 능력주의로만 쏠려 있어서 자꾸 이쪽으로만 환원되는 거죠. 이런 것들을 좀 다양화해서 분배를 다양화하는 것.

 

그리고 이미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한국이 문제가 뭐냐 하면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돈까지 다 가지려고 하고 돈 있는 사람들이 명예까지 다 가지려고 해요.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거든요. 특권자들이. 특히 법조 엘리트들이 마찬가지죠. 대장동 비리가 뭡니까? 사실 법조 엘리트들이 자기들 돈잔치 한 거 아닙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부분들은 사실은 특권을 줄여나가고 특권을 해체하지 않으면. 그리고 예전에는 적폐청산이라고 얘기했는데 이건 적폐가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폐단들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 사실은 엘리트들의 특권을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해서는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도 진전되기 어렵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성회> 특권을 해체하는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권일> 특권을 해체하는 주체는 결국은 정치겠죠. 정치를 하는 정당들과 그 정당을 떠받치고 있는 시민들이겠죠.

진중권> 내 문제의식은 이런 거란 말이죠. 예를 들어서 이준석 대표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능력주의를 얘기할 때는 그게 잘못됐다라고 느껴요. 그에 대해 비판을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2030은 다르다는 거예요. 그걸 내가 비판하면 저런 꼰대. 아예 그냥 배척이 돼버린단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우리는 어차피 늙어서 퇴장하는 입장이고 그들은 이제 새로 입장해서 언젠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는데 그러니까 정말 아찔하거든요, 저는 이런 상황.

박권일> 그런데 진중권 선생님은 진보적인 포지션이다 보니까 그런 문제의식이 강한데 실제로 데이터,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능력주의나 이런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차이가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올해 KBS 세대조사에서는 기성세대가 능력주의가 더 강한 걸로 나타났어요. 그러니까 젊은 세대가 능력주의적이다, 괴물이다 이것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약간 선입견인 거죠.

진중권> 그런데 우리 때만 해도 일단 좌우가 있어서 이쪽에서 평등주의적인 가치를 얘기하는 그룹들이 강하게 있었단 말이죠. 비록 전체 사회적으로 보면 소수라 할지라도. 그런데 지금 2030은 아예 이런 얘기 자체를 못 하는 분위기란 말이죠. 그렇다고 했을 때 저는 그렇거든요. 암울해지더라고요, 약간.

박권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제가 만난 대학생들,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에 능력주의 문제 제기를 하고 사실은 이 공정성 논란 되게 피로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조국 사태

박재홍> 피로해한다? 피곤하다.

박권일> 피로해해요. 이 경제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피곤해하는데 사실 조국 사태 때 대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고 애기하지만 대부분 다 조국 씨 딸인 조민 씨와 경쟁해야 되는 명문대 출신들만 그렇게 반발했거든요. 실제로 소위 말하는 지방대 그리고 아니면 고졸 출신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어요.

진중권> 어차피 내 문제 아니지.

박권일> 어차피 자기 문제도 아니고 이거는 뜬구름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기 때문에 신경도 안 쓰는 거죠. 이러한 청년층 내부의 어떤 격차, 계급 간의 격차 이런 것들이 더 지금 문제라는 것이죠.

진중권> 그런데 그 격차 자체를 갖다 그걸 문제로 인지를 하고 이걸 바꾸겠다라는 게 아니라 어차피 이걸 일종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박권일> 그렇죠. 그런 부분이 학생운동이 아무래도 망했다 보니까 그거를 조직화하고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적기는 한데 그래도 여전히 있습니다. 희망을 놓지는 마십시오.

박재홍> 아까 이준석 대표 얘기를 하셔서 다시 추가 질문드리면. 지난 9월에 마이클 샌델과 이준석 대표가 대담을 하면서 한국 현실을 설명하면서 10년 전만 해도 유명 방송사, 개그맨, 코미디언이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일반인 유튜버가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릴 수 있다. 또 정치, 방송, 비즈니스 권력도 빠르게 바뀌고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경쟁하기 좋은 사회다, 이렇게 말을 하고 300선도 당대표 될 수 있다라는 현실을 말하면서 능력주의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작가님?

박권일> 유튜버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죠. 그런데 유튜버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몇백 배, 몇천 배가 있죠. 사실은 우리가 개천용 사회라고 얘기하지만 사법고시 합격자들은 정말 극소수 중의 극소수였고 사법고시에 인생 갈아넣고 정말 자기 삶이 망가진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죠. 그런 것들 우리가, 보이지 않잖아요. 얘기도 하지 않고. 하다 보니까 사실은 이게 일종의 편견처럼 작용을 해서 마치 우리나라가 개천용사회에 있고.

 

박재홍>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인 것처럼.

박권일> 개천 용이 성공하는 그런 굉장히 역동적이고 좋은 사회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사회적인 기회비용이 너무나 많이 낭비되었던 그런 겁니다.

진중권> 좀 황당한 얘기잖아요. 예를 들어 이런 거란 말이죠. 주식해서 돈 번 사람들, 코인해서 돈 번 사람들 눈에 보여요. 여기저기 너무 많아.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들이 돈 벌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잃었다라는 얘기죠. 그거는 얘기 안 하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건 저는

박권일> 심리학에도 있어요, 서바이벌 바이어스라고 해서 생존자들만, 전쟁에서 생존한 사람들만 돌아오니까 그 생존한 사람들이 어디를 총알에 맞았는지 볼 거 아니에요. 그러면 총알이 어디 맞은 사람은 못 돌아오고,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니까, 총알을 만약에 가슴에 맞은 사람이 돌아왔으면 역시 가슴에 맞는 거 안 되는구나 이러면서 가슴에다가 장갑을 댔단 말이에요. 이게 잘못된 판단이라는 거죠. 이미 다른 데 맞은 사람은 죽었는데. 그래서 이게 생존자 서바이벌 바이어스라는 것이 심리학에서 굉장히 유명한 효과인데. 사법고시나 이런 시험 합격자에 똑같이 적용이 되고 있는 거죠.

박재홍> 그래요. 작가님 말씀 들으면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 사회에, 지금 대선 국면이기도 하고 그럼 어떤 처방을 내려야 되고 작은 실천부터 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또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될 텐데 대안은 뭡니까?

박권일>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특히 이제 제가 책에도 데이터로 드러내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워낙 능력주의가 강하고 불평등을 선호해요. 평등을 보통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자료가 있는데 세계 가치관 조사가 있는데 40년 동안 100여 개국 국가에 똑같은 질문을 던져서 시민들 여론조사를 했는데, 보통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평등을 더 선호하고 불평등을 싫어하거든요.

박재홍> 질문지가 어떻게 작성이 됐길래.

박권일> 질문지가 평등한 분배를 좋아하느냐, 불평등한 분배를 좋아하느냐 해서 1부터 10까지 척도를 해서 답변을 받았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불평등을 좋아해요.

박재홍> 불평등한 분배를 좋아한다?

김성회> 불평등한 분배라기보다는 능력대로 분배를

진중권>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 거지.

박권일> 그러니까 이런 숫자가 사실은 되게 현실감이 없어서 제가 몇 번이나 데이터셋을 원본을 확인을 했는데 이게 40년 동안 꾸준하게 유지가 돼요.

진중권> 그래서 그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공정한 경쟁의 결과를 왜곡시키려 한다 이렇게 비판한다는 거죠.

박재홍> 왜 과거시험을 제대로 시행하면 되는 거지.

박권일> 그렇죠. 지금도 사법시험을 다시 부활시켜야 된다고 얘기하잖아요.

진중권> 그걸 또 대선후보가 받잖아.

박권일> 그렇죠.

박재홍> 지금 또 특정 후보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려고 하시는 거죠?(웃음)

박권일> 깔때기처럼 똑같이(웃음)

김성회> 교육부분 예만 들어도 사실은. 실제로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노동자로 있다가 노동자로 산재가 생기고 고통당하는 청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교육부의그리고 모든 국민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서울에 있는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입학시킬 것인가 이거 말고는 저는 교육적 의제로 다뤄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것도 소위 말하는 능력주의인 건데 거기에 해당된 사람들은 10%밖에 안 되고

박재홍> 그러니까 초등학교 6년 교육과 중학교, 고등학교 3, 3. 12년 교육 자체가 이러한 뭐랄까요. 능력주의 시험을 통한 불평등 자체를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내면화 그런 과정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박권일> 한국의 교육제도 자체가 그렇게 세팅이 되어 있고요. 사회의 모든 영역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심지어 정치제도도 사실은 한국 같은 경우에 승자독식이 굉장히 강한 제도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미국이랑도 되게 비슷한데 해커와 피어슨이라는 유명한 학자들이 승자독식의 정치라는 책에서 미국 정치를 분석을 하면서 그런 얘기를 해요. 소선거구제의 중심에 승자독식 제도가 지금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다. 이거를 논쟁을 하거든요. 되게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박재홍> 승자가 다 가져간다.

박권일> 승자가 다 가져가고 사실 그 승자들끼리 서로서로 핑퐁처럼 권력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은 아주 하층민들에 대한 이해관계는 아예 반영이 안 되게끔 오랫동안 만들어왔다는 거죠. 그래서 루즈벨트 시절에 90% 가까이 됐던 세율이 지금은 40%대까지 떨어지게 된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가 있는 거죠.

진중권> 더 나쁜 건 이런 거거든요. 오케이, 그래서 시험으로 딱 위계질서 다지잖아요. 우리 때는 그래도 서울대, 고대, 연대 이런 거 있었지만 심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에는 그냥 모든 대학들을 다 서열화했단 말이죠. 거기에 따라서 뭐가 되냐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혐오해요. 차별하고 무시하고. 그런데 이런 건 사실 저는 그렇거든요. 과거에는 잘 보지 못했거든요. 그때는 그런 마음이 있었을지 몰라도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경우는 못 봤는데.

박권일> 그렇죠,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최근에 생긴 거죠.

진중권> 요즘 대놓고 드러내고 얘기해도 아무 문제가 안 되더라고요.

김성회> 왜요, 예전에도 대선후보가 요즘 고대도 기자하냐 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적이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웃음)

진중권> 또 그분이네.

박재홍> 다시 돌아가서. 작가님께서 이 능력주의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 이후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도 방해하고 있다라는 통찰을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 말씀 듣고 이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왜곡하고 있습니까?

박권일> 민주주의 지수와 관련돼서 되게 권위 있는 세계의 지표들이 있는데 이코노미스트라는 데서, 그 잡지에서 주관하는 EIU 민주주의 지수라는 게 있어요. 거기 보면 세계 1등부터 세계 몇백등까지 민주주의를 쫙 나눠요. 매년 발표를 하는데.

박재홍> 나라별로.

박권일> 나라별로 하고. 그룹들이 있죠. 제일 최상위 그룹이 완전한 민주주의. 그다음에 불완전한 민주주의 이런 식으로 그룹핑이 되어 있는데 한국을 보면 15년 동안 완전한 민주주의 꼴등을 하거나 바로 밑에 카테고리인 불완전한 민주주의 1등을 해요. 그걸 15년 동안 계속 왔다 갔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완전히 위의 그룹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이게 예전에 최장집 교수가 얘기했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사실은 그 경제민주화,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가리킨 것인데 이것이 달성되지 못한 것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평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양극화되어 있는 어떤 문제들, 불평등이나 경제민주화의 문제들이 아직까지도 해소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실질적 민주화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사실은 그 얘기를 제가 이 책에 후반부에 쓰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형식적 민주화는 달성했는데 실질적 민주화 그러니까 사회, 경제적 민주화는 이렇게 달성하기 힘든 것인가. 저는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능력주의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박재홍> 그러니까 실질적 민주주의는 사회 불평등의 문제 등이 절차를 통해 해소되었다라고 인민들이 인지하는 상태인데 그 상태에 우리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진단을 하시는 겁니다.

<이하 생략 >

CBS 한판승부 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