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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녹색 계급의 출현/ 딥 에콜로지(Deep Ecology)

by 이성근 2022. 6. 13.

녹색 계급의 출현 -스스로를 의식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녹색 계급의 출현 스스로를 의식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저자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 이음출판 2022.06

 

저자 : 브뤼노 라투르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 철학자, 과학기술학 연구자이다.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파리국립광업학교에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파리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파리정치대학의 명예교수이며, 2018년부터는 독일 카를스루 미디어아트센터에서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그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개척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서 2013년에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첫 책인 실험실 생활(LABORATORY LIFE)부터, 과학기술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젊은 과학의 전선(SCIENCE IN ACTION), 근대성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담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WE HAVE NEVER BEEN MODERN), 과학전쟁의 결과를 탐구한 판도라의 희망(PANDORA’S HOPE)등 숱한 문제작들을 펴냈다.

 

저자 : 니콜라이 슐츠코펜하겐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과정. 신기후체제에서의 사회계급과 인류세의 경험적, 이론적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HTTPS://KU-DK.ACADEMIA.EDU/NIKOLAJSCHULTZ

 

해설 /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GEYK()의 대표이자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개인의 인식 제고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서울시 나눔카 전기차 보조금정책(2020.05)과 서울시 시금고 조례 개정 제안(2021.05)이 통과되어 서울시 기후변화 정책에 일조하였다. 나 하나쯤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을 가지고 2014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해설 / 김홍중

사회이론과 문화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이다. 현재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가르친다. 최근 관심은 물성(物性), 인성(人性), 생명, 영성(靈性)의 얽힘과 배치이다. 지은 책으로 은둔기계, 마음의 사회학, 사회학적 파상력이 있다.

 

해설 / 김환석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이다. 런던대학교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과학 기술 사회학으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원회 위원, 한국이론사회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과학 기술 사회학과 현대 사회 이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과학 사회학의 쟁점들, 생명 정치의 사회 과학(편저) 등이 있다.

 

해설 / 이현정

녹색정치LAB 그레(GREENLEFT.KR) 소장이자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보신당 정책위원부터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장,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까지 진보 정당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녹색정치인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경관생태학 연구자이자, 기후정의 활동가, 진보 정치인의 정체성을 오가며 녹색 계급을 형성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 한다. 지은 책으로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너머, 기후정의선언 2021-기후 정의 체제 전환(공저)이 있다.

 

개 닫기

목차

. 계급투쟁과 분류투쟁

. 유물론의 경이로운 확산

. 대반전

. 새삼 합법적인 계급

. 정서의 혼란

. 다른 세계에서 다르게 흐르는 역사

. 녹색 계급은 잠재적으로 다수파다

. 너무 방치된 불가결한 이념투쟁

. 권력을 쟁취하기, 하지만 어떤 권력을?

. 공적 공간의 공백을 아래쪽으로부터 채우기

 

역자 후기

만국의 녹색 계급이여, 단결하라!

 

[한국의 녹색 계급을 위한 부록]

 

[녹색 계급을 위한 가이드]

라투르의 정치생태학과 슐츠의 새로운 계급이론 / 김환석

 

[실천을 위한 메모1]

녹색 계급은 인간에게 기후위기 극복의 새로운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 이현정

 

[실천을 위한 메모2]

우리는 모두 녹색 계급이다 / 김지윤

 

[실천을 위한 메모3]

녹색 계급이 온다 - 라투르 신작에 대한 몇 가지 상념들 / 김홍중

 

출판사 서평

누군가’, ‘나중에하며 미뤄오던

다음이 이제 없어져 간다

 

환경문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해결하겠다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문제다. 한두 번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없고, 관련된 전문지식을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혼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 보니 나와 상관있는 문제인 줄 알면서도 내가 아닌 누군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게 된다. 막상 눈앞에 닥치면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내 눈앞에 닥치지 않았으니, 환경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할 뿐, 행동은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이제는 다음으로 미루는 기회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22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에 걸쳐 인류 전체에게 기후위기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며, 단기간(0~2) 내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문제의 상위 5개가 모두 환경문제(기후변화 대응실패, 극심한 날씨, 생물다양성 감소, 천연 자원 위기,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에 해당한다. 환경문제가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무언가 해야 함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다. 생각할 뿐 행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막연한 짙은 안개속에서 녹색 계급의 출현이 요청된다.

 

생태주의의 정치적, 제도적 실천을 이끄는

녹색 계급이 출현할 조건과 방법은 무엇인가

 

환경문제로 인해 인간이 받는 위협은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극의 얼음이 녹아온 것처럼,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면서 지켜보는 사이 시나브로 커지며 다가올 것이다. 사라진 것이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아직 인간의 차례가 되지 않았을 따름이다. ‘녹색 계급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생태적 가치를 정치적, 제도적으로 실천하며 한계에 다다른 환경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세력이다.

 

환경문제는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 그리고 지구에 존재하는 사물을 포함한 지구생활자에게 상관있는 문제이니만큼 녹색 계급은 이미 다수파에 해당한다. 관건은 지구생활자들 스스로 녹색 계급임을 의식하는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생산적인 연결에 기반한 정치생태학을 제시하는 브뤼노 라투르와 인류세를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니콜라이 슐츠가 함께 쓴 이 책은 녹색 계급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76개의 메모로 제시한다.

 

 

코로나 사태는 인간에게 자연과의 공존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깨닫게 했으며, 자연과 환경 보호가 가치를 추구하는 선택적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 행위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성장과 발전에 반대되는 것이다. 자연을 이용해 무언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이를 토대로 발전해온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려면 성장과 발전을 포기해야 하는가?

 

녹색 계급은 성장과 보호 중 하나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인간이 자연을 어느 정도로 사용해야 하느냐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지구사회 계급으로서 지구에서 지속해서 거주할 가능성과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투쟁하며 새로운 성장과 보호를 모색한다. ,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자는 막연하고 이상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실제로 중요하고 상관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투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은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 환경문제는 모든 이에게 상관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독자가 모든 시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라투르의 최근 저작을 관심 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을 그동안 라투르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실천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의미로도 연결해볼 수 있다. 라투르는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에서 기후위기, 불평등, 규제 완화, 글로벌화로 인해 지구에 각종 위기가 엄습하는 신기후체제를 선언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격리라는 고통스러운 시련을 신기후체제가 부과한 우주론의 변화와 연관 지어 설명하면서 우리의 삶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실질적인 조건과 맥락들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설명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진단에서 녹색 계급은 생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구에서의 거주가능성을 높이려는 지구생활자들의 구체적인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녹색 계급을 위한 부록:

전문가 4인이 건네는 나침반

 

자신이 녹색 계급임을 인식하고, 더 많은 녹색 계급이 필요하다고 깨달았다면 많은 것들이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녹색 계급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저자들이 녹색 계급을 제시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사회에서 녹색 계급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은 얼마나 갖추어져 있으며, 저자들의 제안 중에서 한국사회의 맥락에 부합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학자 김환석은 녹색 계급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안내하고, 경관생태학자이자 정당ㆍ기후운동가인 이현정과 청년기후운동가인 이현정은 한국사회에서 녹색 계급이 출현하기 위한 조건과 현실에 대해 실제 정치영역의 맥락과 청년의 관점으로 해설한다. 사회학자 김홍중은 우리가 어떻게 녹색 계급임을 인식해야 하는지 비통하지만 굳건한 결심을 하도록 안내한다. 전문가 4인이 건네는 나침반은 한국사회에서 생태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이 어떤 위치에 있으며, 녹색 계급이 어떠한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속으로

생태주의가 그저 운동에 그치지 않고 정치를 조직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중략) 새로운 정치 운동이 어떻게 떠오르는지, 그리고 정당과 선거에서 영향력을 얻기에 앞서사 사상투쟁에서 승리하는지 사회사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 p.10

 

현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제는 모두가 파국을 막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지만, 행동을 가능하게 해줄 중계점, 동기,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략) 오늘날에는 파국의 확실성이 오히려 행동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이 마비상태를 진단하고 불안, 집단행동, 이상과 역사의 방향 사이에 새로운 동조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녹색 계급의 의무이다.--- p.30

 

생태주의 문화의 지지자들이 무엇을 하든 시간은 생태주의 문화의 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중략) 다가오는 파국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리라고 기대해서도 안된다. 어떤 것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특히 위기는 그러지 못한다. 성공은 전적으로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는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p.57~58

 

지금으로서는 녹색 계급이 우리는 세계다, 우리는 미래다라고, 심지어 아주 대담하게도 우리는 다른 이들이 내버려둔 문명 과정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라고 외치면서 스스로 담력을 키우려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녹색 계급의 배후에서, 인민은 아직 당당한 구호를 내걸 만큼 그렇게 수가 많지 않다.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자.--- p.73

 

당신이 처해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상세하게 묘사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익을 획득할 것인가? 무엇에 의존하는지 모른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알 것인가? --- p.103

 

딥 에콜로지 -자연과의 화해를 위한 지혜의 생태학/저자 빌 드발, 조지 세션스|역자 김영준, 민정희, 박미숙|원더박스 |2022.04.

 

저자 : 빌 드발-학계와 현장을 넘나들며 오래된 숲과 야생지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한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앨버타 대학교와 훔볼트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쳤으며, 당시 주류 사회학이 다루던 통상적인 주제들을 벗어나 삼림 관리, 방사성 폐기물, 야생지 문제 등을 강의 주제로 다루었다. 노르웨이의 철학자 아르네 네스의 초기 저작과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더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다수의 심층생태사상 관련 서적을 펴냈다. 주요 저작으로 딥 에콜로지, 수단은 간단하게, 목적은 풍성하게SIMPLE IN MEANS, RICH IN ENDS등이 있다.

 

저자 : 조지 세션스-아르네 네스와 더불어 서구 심층생태사상 운동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록클린의 시에라 대학교에서 50년 가까이 재직하며 철학을 가르쳤다. 경제성장과 물질적 팽창에 기반한 서구 문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서구 문명의 철학적 기반을 재검토하고자 했다. 그의 환경철학은 주로 1960년대 미국의 생태주의 혁명기에 쏟아졌던 여러 문헌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해당 시기의 주요 작품들은 저자 자신이 편집·출간한 21세기를 위한 심층생태사상DEEP ECOLOGY FOR THE 21ST CENTURY에 다수 수록되어 있다.

 

목차

역자서문

서문

 

1장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무엇이든 가능하다

2장 비주류 전통과 직접 행동

3장 현대의 지배적인 세계관과 그 비판

4장 개량주의적 대응

5장 심층생태학의 원리

6장 심층생태학적 사고의 전거들

7장 왜 지금 야생인가?

8장 자연자원을 보전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의 온전함을 보호할 것인가

9장 에코토피아 비전의 규정

10장 인격과 문화

11장 생태적 저항

 

에필로그

미주

부록 A에코소피 T/ 아르네 네스

B페미니즘과 생태학 / 캐롤린 머천트

C간디, 도겐 그리고 심층생태학 / 로버트 아잇켄 노사

D서구의 과정형이상학(헤라클레이토스, 화이트헤드, 스피노자)/ 조지 세션스

E인간중심주의 / 존 시드

F의례가 중요하다 / 돌로레스 라샤펠

G불교와 지구적인 문화의 가능성 / 게리 스나이더

H1984에 덧붙임 / 조지 세션스

참고문헌

색인

 

출판사 서평

심층생태학이란 무엇인가?

 

심층생태학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것은 하나의 학문 분야라기보다는 사상 체계 내지 철학 체계에 가깝다. 역자들은 엄정하고 수미일관한 학문체계라기보다는 살이 돋고 피가 흐르는 오래된 지혜에 가까운 것이라고 표현한다. 아르네 네스는 심층생태학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심층생태학의 본질은 더 깊은 질문을 묻는 데 있습니다. …… 과학으로서의 생태학은 특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어떤 종류의 사회가 가장 좋은가를 묻지 않습니다. 그런 건 가치이론, 정치학, 윤리학을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죠. …… 심층생태학에서는 현재의 사회가 사랑, 안전, 그리고 자연에의 접근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지를 묻고, 그렇게 질문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근본에 깔린 가정들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어떤 사회가, 어떤 교육이, 종교의 어떤 형태가 전체로서의 지구 위 모든 생명에게 이로운 것인지를 묻고, 더 나아가 그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우리는 과학적 접근법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138~139

 

심층생태학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산업 사회의 지배적인 세계관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이 우리가 겪는 환경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불교, 도교, 북미 선주민 전통, 과학적 생태학, 자연주의 문학, 페미니즘, 하이데거, 간디의 비폭력주의 등 다양한 비주류 전통에서 통찰과 영감을 끌어와 대안적인 세계를 모색한다. 이 책은 심층생태학과 지배적 세계관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 지배적인 세계관

자연에 대한 지배

인간을 위한 자원으로서의 자연환경

증가하는 인구를 위한 물질적/경제적 성장

풍부한 자원 비축에 대한 믿음

첨단기술의 진보와 그에 따른 해법

소비주의

국가적/중앙집권화된 사회

 

-심층생태학

자연과의 조화

모든 자연은 내재적 가치/생물종의 동등성 지님

고아하고 단순한 물질적 필요(자기완성이라는 보다 큰 목적에 부합하는 물질적 목표)

지구의 비축량은 제한적

적정기술과 군림하지 않는 과학

필요한 만큼만 쓰고 재활용하기

비주류 전통/생태 지역으로 묶인 지역

 

심층생태학은 동서양의 오래된 비주류 전통의 종교와 철학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근본적/급진적(radical)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각성과 전환을 주문한다.

 

개량주의적 환경보호냐 심층생태적 저항이냐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오늘날 환경보호는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환경운동단체들은 정부와 사회에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고,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개발을 막고, 야생동식물을 보호할 것을 호소하며, 그 결과 관련 정책들이 자리를 잡았다.

 

심층생태학에서는 이런 대응들이 의미 있으며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의 한계도 지적한다.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그런 식의 환경운동은 범접할 수 없는 살인무기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 싸움에 졌다 싶을 때마다 다른 전장으로 근거지를 옮겨 다니는 야전 응급치료소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몇 사람을 구해 내더라도 계속해 환자가 밀려들듯, 환경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하며 생태계는 계속 위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런 시도는 아무리 가치 있더라도 개량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심층생태학의 진단이다.

 

심층생태학은 그 이상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환경문제에 대한 개별적 대응을 넘어 현대 사회의 지배적 세계관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성장과 발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자연을 잘 이용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태도를 바꿔야 생태계를 구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환경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심층생태학의 이런 주장을 되새겨 보게 한다.

 

생태 위기의 시대를 헤쳐 갈 오래된 지혜를 찾아서

싫든 좋든, 결국 우리 모두는 이 청록색의 작은 행성에 살아가는 거주민이다. …… 분명히 지금은 패권 논쟁은 한쪽에 밀쳐 두고, 끊임없이 인간과 자원을 착취하려는 경제학은 외면하고, 지구를 우선시할 때이다.”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듯 생생한 이 구절은 40년 전 생태 시인 게리 스나이더가 한 말이다. 그때도 지금도 패권 논쟁과 끊임없이 인간과 자원을 착취하려는 경제학은 계속되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지구를 우선시하는 사회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더, 인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으론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인간 중심적인 태도로는 인간 역시 구할 수 없다는 것도 명백해지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겐 생명 중심적인 철학이,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을 직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심층생태학의 오래된 지혜가 필요하다.

 

책속으로

전형적인 환경보호주의는 그 지지자들 사이에 기이하고 부정적인 정치적 불만감을 야기해 왔다. 거의 매일 벌어지는 새로운 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그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새로운 각각의 상황들에 대한 규모를 조사하고, 그에 저항하고자 뛰쳐나가고, 앞으로의 재발을 막으려고 기력이 소진될 때까지 캠페인을 벌인다. 물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응급실로만 이루어진 병원을 생각해 보라. 거기엔 임산부 진료도, 소아과 진료도, 앞날이 기대되는 치료법도 없다 그저 심하게 훼손된 외상 환자들뿐이다. 많은 경우 가망이 없거나 시간만 질질 끌어 지치게 만든다. 몇 사람을 구해 내더라도 항상 손 쓸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문으로 밀려 들어온다. 환경을 구하는 일은 범접할 수 없는 살인무기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 싸움에 졌다 싶을 때마다 다른 전장으로 근거지를 옮겨 다니는 야전 응급치료소를 운영하는 것이 돼 버렸다. 환경보호의 도덕적 기초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기본적으로 끝없는 몸부림과도 같은 방어적인 태도는 살육을 완전히 끝내려는 노력에 방해가 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만 자신들은 그저 타협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입장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p.22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생태 의식을 기르는 일은 양날의 검과 같다. 우리는 변화에 대한 우리의 열정에 오도되어 오직 협소한 자아에만 관심이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개인적 구원만을 구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환경을 계속 오염시키는 죄인들로 분류된 군중들 사이에서 고독한 생태학적 성인聖人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를 필요로 하고, 그 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개인적 영역도 사회적 영역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프로젝트는 우리들 서로 사이에서,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과 우리 자신들 사이에서 조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41~42

 

많은 사람이 개량주의적 환경보호주의의 가장 좋은 부분은 받아들이면서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들은 더 깊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들은 환경과 생태 운동에서 지배적인 세계관과는 다른 가정에 바탕을 둔, 분명한 철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량주의적 대응의 가장 좋은 부분을 일관된 철학적 관점으로 해 나갈 필요성을, 즉 인간 중심이 아닌 생명 중심적 가정을 기반으로 하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 철학은 생태학의 과학에 의지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주의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 또 자연을 인간이 다루는 데이터 조각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하는 한계에 갇혀서도 안 된다. …… 1972년에 아르네 네스는 이러한 철학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를 심층생태학이라고 명명했다.--- p.118~110

 

호주의 철학자 워릭 폭스는 심층생태학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직관을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했다. “인간이 존재의 현장에 확실한 존재론적 분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즉 현실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란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가 그 분계선을 인식하는 한, 우리는 깊은 생태 의식에 미치지 못한다.”--- p.126

 

심층생태학에는 우리에겐 충분한 이유 없이 다른 생명체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는 기본적인 직관이 있습니다. 심층생태학의 또 다른 규범은, 인간은 성숙할수록 다른 생명체가 기쁨을 경험할 때 기쁨을, 다른 생명이 슬픔을 겪을 때 슬픔을 느끼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우리는 형제와 개와 고양이가 슬픔을 느낄 때 같이 슬퍼할 뿐 아니라, 풍경을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파괴되는 모습에도 역시 비통함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 문명에는 우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괴 수단이 있지만, 우리의 감정은 거의 성숙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류는 다양한 감정 중 아주 몇 가지의 감정에만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p.141~142

 

이 같은 주장은 인간의 경제를 단기적이고 협소하게 인식하는 틀 안에서 보전의 개념을 정의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곤란하다. 예를 들면, 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서식지의 야생동식물을 구경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브라질의 자연보호구역이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광물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광물을 채굴할 경우, 관광을 통해서 버는 돈보다 세계 시장에서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행동은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여 관광객들로부터 얻는 수입이 급감하더라도 그 광물을 추출하는 것이다. 요컨대, 자원보존과 개발의 계산법에서는 야생 자연의 내재적인 가치가 고려되지 않는다. 그리고 야생지와 야생생물을 영구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p.209

 

지금의 환경과 정신적 위기는 뮤어가 요세미티의 자연을 지켜내겠다고 엄숙하게 결심하던 때보다 더 심각하다. …… 열대우림과 바다의 자연자원을 평화롭게계속해서 개발하겠다는 흐름도 지구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을 균형 있게 사용하고숲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하며’ ‘유전자를 개량한다는 것은 역사에서 인간이 중심인물이자 주인공이라는 가정과, 자연 전체는 인간을 위한 자원이니 인간이 무한정 조작할 수 있다는 사상에 기반한 관리 이데올로기의 중심 개념이다.--- p.235~236

 

현대 기술을 복잡한 유기 체계에 더욱 집중적으로 적용하자 대규모 실패가 드러났으니, 과학적 모델링과 이와 관련된 기술에도 건강한 회의론이 확산되어야 한다. ……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수반하는 제안이 나온다면, 그런 제안은 모두 정치, 토지이용 계획, 기타 의사결정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사회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굳이 왜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먼 미래 세대를 교란하지는 않는가?

 

인간 삶을 탐색하는 방법을 수정하면서 우리는 인류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로렌 아이슬리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연에서 소외시켰지만, 어떻게 하면 그 자연이라는 첫 번째 세계로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가이아의 매혹과 가이아의 신성성을 다시 회복하여 우리 자신을 치유할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

--- p.265~266

 

생태적 저항자들은 제한적으로 정의된 사회문제(대기오염과 같은)에 한정된 기술적 해결책만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문제들을 더 큰 문제의 증상으로 본다. 기술주의적 해결책에는 세 가지의 주요한 위험이 있다. 첫째, 현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와 기술을 이용한 완벽하거나 수용 가능한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위험이다. 둘째, 실제로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뭔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땜질로 진짜 과업에서 주의를 돌리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전문 생태학자처럼 새로운 전문가가 나타나 해결책을 제시해 줄 거라고 가정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은 사실상 일부 기업이나 기관의 이익이나 지배력에 관련된 의제를 홍보하는 대변인에 그칠 수도 있다.--- p.342~343

 

존 시드는 열대우림정보센터Rainforest Information Centre를 설립했고, 모든 사람들에게 우림의 고유한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세계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소극적인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변해 간 심리적 발전 양상을 설명했다. 그가 말하길 “‘내가 열대우림을 보호한다는 생각이 나는 나를 보호해주는 열대우림의 일부이다로 발전해 간다. 나는 최근에 내 의식 속에 들어온 열대우림의 한 부분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정말 다행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수천 년간 (상상해 왔던) 분리가 끝나고 우리의 진정한 본성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그 변화는 영적인 것으로, 산처럼 생각하는 것이며 때로는 심층생태학으로 불린다.”--- p.348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더 큰 공동체, 대지의 공동체를 이루는 본질적인 부분이다. 각각의 생명은 그 자체로 영웅적이고 연결되어 있다. 보살의 말로 하면, “우리 모두가 구원되기 전에는 그 누구도 구원되지 못한다”.

 

이 관점은 그것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이든, 공동체든, 아니면 당신 자신이든 무엇이든 구한다는 모든 개념을 포함한다. 각자의 삶은 영웅적인 탐구다. 그것은 영혼의 여정이며 그 여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적을 발견한다. --- p.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