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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생태계 교란 생물'

by 이성근 2017. 10. 29.

짬뽕 속 그 '홍합', 사실은 악성 침입종이라는데

 

이달 초 '붉은불개미'로 나라가 소란스러웠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으로 지정한 이 외래종이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발견됐기 때문. 지난 1010일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사멸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한 여왕개미 탓에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붉은불개미 외에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 외래종은 어떤 게 있을까. 또 우리는 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을 대처할 방안을 얼마나 마련해두었을까.

 

지난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 너구리인 라쿤이 268마리 수입됐다. 라쿤을 만지면서 음료도 마실 수 있는 라쿤 카페가 유행하며 수입이 급증했지만, 사실 라쿤은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유해 동물이다. 혹여 관리 소홀로 인해 라쿤이 자연으로 방사되기라도 하면 라쿤이 '2의 뉴트리아'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들과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실태는 어느 정도나 될까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생태계 교란 생물은 한마디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는 외래종·유전자변형 생물체 중 각 나라의 환경부가 지정한 것이다. 외래종 혹은 침입종이라고 해서 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아니라는 것.

 

짬뽕이나 홍합탕에 들어가는 홍합은 우리 고유종 홍합이 아닌 외래종 지중해담치(진주담치). 이 생물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외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종은 다음과 같다.

 

포유류 1(뉴트리아), 양서류·파충류 2(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 전종), 어류 2(파랑볼우럭, 큰입배스), 곤충류 1(꽃매미), 식물 14(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으로 총 20(지난 2016년 기준)이었다. 여기에 최근 붉은불개미가 추가됐다.

 

외래생물의 유입 경로

   

 

출처=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

 

외래생물의 유입은 기술적인 혁신, 사회, 정치,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선박과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외래생물이 살아있는 상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든지, 이국적인 동·식물에 대한 애완 의욕 증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외래생물의 유입은 5년새 2.4배 증가(200989420132167)했다.

 

유입 경로를 세세하게 따지면 그 수를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세계침입종프로그램은 외래생물의 유입 경로를 크게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세계침입종프로그램(Global Invasive Species Program, GISP)은 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 IAS)에 관한 전 세계적 현황 및 조절방안에 관한 실행계획을 구상하는 프로그램]

 

의도적 유입

우리나라에서 지정·관리를 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 중 어류에 속하는 파랑볼우럭(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자원조성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 양서·파충류에 속하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은 각각 식용 및 농가수익 목적과 애완용 및 방생용으로 도입했다. 이밖에도 장식용 또는 토지의 비옥화를 목적으로 잡초를 수입하기도 하고, 애완용이나 관상용을 목적으로 양서·파충류, 포유류, 설치류 등을 들여오기도 한다.

 

비의도적 유입

비의도적 유입 경로 중 대표적인 것이 선박유입수(선박평형수, Ballsat Water)에 의한 것이다. 선박의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화물을 싣고 내릴 때 선박유입수를 주입하거나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래 수중 생물이 함께 실려 왔다. 선박유입수에 의한 외래생물의 비의도적 유입은 전 계적으로 하루에 약 4,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20042월 기준). 기타 경로로는 농산물, 목재, 종자, 토양, 차량, 소포, 여행자의 짐 등에 붙어서 들어오는 것이 있다.

 

폐쇄 도입

동물원의 사육동물 수입은 폐쇄 도입의 한 경우다. 수산업 및 해양업을 위해 수입하거나, 연구와 연구소를 통해 도입되는 것도 폐쇄도입의 예다.

 

도입 후 확산 매개체

외래생물이 국내로 유입된 후 확산하는 경로를 말한다. 의도적, 비의도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서식지의 인위적인 변경과 농업의 변화, 외래생물의 확산을 증진하는 인간의 활동과 구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생태계 교란 대표 생물들       

생물은 본래 자신이 살던 서식지를 벗어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외래생물은 금세 적응해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들은 고유의 경쟁자, 포식자, 기생자로에서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고유종보다 번식력이 강하다.

이 번식력이 강한 외래생물은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토종 생물에 손해를 끼치는 생태계 교란 생물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뉴트리아: 뉴트리아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인 설치류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 모피와 식용으로 도입된 후, 경남을 중심으로 15개 시·군으로 퍼졌다.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알려진 창녕 우포늪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우포늪의 수생식물과 희귀 식물을 먹어 수초대를 파괴하는 한편 주변 농업지역의 작물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1년에 3번씩 한 번에 3~8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이 왕성한 데다 천적이 거의 없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환경부와 자치단체 주도로 시작된 대대적 퇴치 작전으로 현재는 뉴트리아의 4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더 보기 낙동강 유역 등에 1만 마리겨울 농가 '5괴물 쥐'와 전쟁]

 

황소개구리: 미국 남부가 원산지이며 국내에는 식용으로 1971년 도입됐다. 전국에 퍼져있는 황소개구리는 몸을 쭉 폈을 때 전체 길이가 40cm를 넘을 정도로 크다. 국내 토종 개구리, 물고기, 뱀까지도 잡아먹는 등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포획 활동이 활발히 일어난 데다, 가물치 같은 천적의 등장으로 지금은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관련기사 더 보기 황소개구리, 말벌에 쥐, 새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큰입배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1973년 담수어자원 조성 및 식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성체는 몸길이가 30cm 정도이며 토종 어류의 치어와 알까지 다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한다. 움직이는 것은 가리지 않고 덥석 삼키기 때문에 쥐 같은 작은 포유류가 큰입 배스의 몸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더 보기 황소개구리 누른 큰입배스]

 

꽃매미: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나 국내 유입 경로는 확실하지 않다. 거의 전국에 퍼져있지만, 제주에는 아직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충과 성충 다 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는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고 잎이나 과실에 붙어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서양등골나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다년생 풀로 197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왔다. 다른 풀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아카시아나무숲에서도 잘 자라는 등 번식력이 좋고 저항세력이 별로 없다. 서양등골나물을 먹은 소의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변비나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관련기사 더 보기 서양등골나물, 서울 일대 占領하다]

 

가시박: 북아메리카 원산의 일년생 덩굴식물이다. 전국에 퍼져있으며 수목을 뒤덮고 자라는 특성 탓에 우리나라 자생 식물의 광합성을 억제하여 성장을 저해한다. 개체당 수천 개의 종자가 열리며 종자에 가시가 많아 제거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더 보기 식물에도 '황소개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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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26일 하남시 미사대교 인근 한강변일대 습지가 덩쿨식물을 뒤덮혀 있어 괴기하고 을씨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팔당대교부근까지 수킬로에 걸쳐 다른 수종들을 뒤덮고 있어 생태계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입을 막는 게 가장 좋고, 유입됐을 때는 그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생태계 교란 생물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사업

2009년부터 비무장지대, 국립공원, 창녕 우포늪 등 보호지역에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을 퇴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2012년부터는 보호지역 외의 지역에 대해서도 시범 퇴치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 생포트랩 설치, 수매 제도 도입, 퇴치 전담반 설치 등의 사업을 벌여 뉴트리아의 개체 수가 많이 감소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 모니터링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려면 생태계 교란 생물의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7년부터 매년 생태계 교란 생물의 분포, 출현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환경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알려주고 있다.

 

위해우려종 관리제도 도입

국내에 유입된 적이 없는 외래생물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 생태계 등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물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위해우려종으로 분류된 외래생물을 국내에 들여올 때, 전문기관의 심사와 환경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 전국 어디서든 생태계 교란 생물을 포함한 외래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 발간자료 및 보고서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는 데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계점도 분명 있었다. 붉은불개미처럼 생태계 교란 생물의 의도하지 않은 국내 유입 상황에서 사전 예방적 관리가 미흡하고, 정부 부처 간 공동 대응 매뉴얼이 없어 초동대응이 늦었다. ,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를 위한 지자체의 예산도 부족하다. 뉴트리아의 경우 포획 포상금으로 퇴치한 개체 수가 전체의 약 77%에 달하는데도 지자체(경남, 부산)의 퇴치예산 부족으로 꾸준한 사업추진이 곤란한 실정이다. 외래생물의 국내 유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의 유입을 막을 수 없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우리의 부족한 기술과 체계를 바로 잡아 생태계를 잘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2017 10 29 조선

그래픽=이은경 

참고 자료

생태계 위해 외래종의 통합 관리 방안 연구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2004)

외래생물 유입에 따른 생태계 보호 대책(환경부, 2014.10)

'한국의 저서성 해양 외래종' 도감 (해양수산부, 2013)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부, 2014)

 

낙동강유역 등에 1만마리겨울 농가 '5괴물 쥐'와 전쟁 14.1.14

작은 뱀처럼 생긴 꼬리를 덥석 잡아 거꾸로 들어 올렸다. 일명 '괴물 쥐'는 마치 시계추처럼 몸통을 좌우로 흔들며 저항했다. 몸길이 90, 5에 이르는 몸무게가 묵직했다. 누런 앞니 사이로 '애애앵~'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난 10일 부산 강서구 평강천 일대. 본지 인턴 기자들이 낙동강유역환경청 담당자들과 함께 이른바 '괴물 쥐'라고 불리는 뉴트리아 포획 작전에 참가했다. 멜빵 방수복을 껴입고 장화를 신은 채로 늪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하천 바닥을 걸었다. 대형 쥐덫처럼 보이는 '뉴트리아 포획 트랩'에 숨죽이고 다가가니 잿빛 뉴트리아 한 마리가 놓아둔 상추를 씹느라 정신이 없었다. 덫에 걸린 이 '괴물 쥐'를 꺼내려고 꼬리를 잡았다. 뉴트리아는 버둥댔지만, 뚱뚱한 몸매 때문인지 꼬리를 잡은 손을 공격하지는 못했다. 덫에 갇힌 뉴트리아 말고도, 유유히 헤엄치는 뉴트리아도 있었고, 강변에서 한가롭게 무언가를 뜯어먹는 뉴트리아도 있었다. 이 일대는 '괴물 쥐 소굴'이었다.

 

"먹성이 좋아 수초 뿌리까지 다 갉아먹어요. 시금치·배추·미나리 같은 농작물도 닥치는 대로 먹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까지 다 먹어치웁니다." 동행한 이성규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팀장이 낙동강에서 뉴트리아 퇴치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이름도 생소한 뉴트리아는 원래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 남미가 원산지다. 당초에는 고기와 모피(毛皮)를 얻으려고 1985년에 처음 수입했다. 그러나 해외 수입 모피에 비해 경제성은 떨어지고, 흉측한 외모 때문에 국내에서는 식용으로도 인기가 없자, 뉴트리아를 수입한 농가들이 파산했다. 버려진 사육장 문을 통해 뉴트리아들이 자연으로 마구 빠져나왔다.

 

뉴트리아는 원래 따뜻한 남미가 고향이라 한국의 겨울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많이 동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남은 뉴트리아가 몇 대에 걸쳐 번식하면서 낙동강 일대의 겨울 추위는 견딜 정도로 적응했다.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년에 세 번씩, 한 배에 6~8마리 정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 설명이다. 대형 쥐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동물이 남부 지역 강가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뉴트리아를 '괴물 쥐'라고 불렀다. 이성규 팀장은 "남미에선 뉴트리아 고기가 최고 별미로 꼽혀 멸종 위기에 처했는데, 우리는 아무도 안 먹어서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했다. 환경 당국은 우리 생태계에 뉴트리아가 1만마리 정도 퍼진 것으로 추정한다. 개체 수가 크게 늘자 환경부는 20096월 가시박, 미국쑥부쟁이 등과 함께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이날 뉴트리아 퇴치 작전에는 '뉴트리아 헌터'라고 불리는 전홍용(51)씨도 동행했다. 원래 배추 농사를 하다가 뉴트리아로 큰 피해를 본 뒤 4년 전부터 직접 뉴트리아를 잡으러 다니게 됐다는 전씨는 뉴트리아 잡는 솜씨가 귀신 같다고 주변 농민들과 공무원들이 이 같은 별명을 붙여줬다. 취재진과 전씨는 이날 강에서 헤엄치는 뉴트리아를 잡으려고 긴 막대기를 휘두르며 안간힘을 썼지만 뉴트리아는 도망가 버렸다. 결국 덫에 걸린 2마리가 이날 성과의 전부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주변 지자체들은 포획 보상금을 주거나, 포획단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뉴트리아를 포획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뉴트리아 포획 숫자는 2011581마리, 20121135마리에 이어 2013년엔 총 3343마리를 기록했다. 잡은 뉴트리아는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환경 당국은 전국에 뉴트리아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농민 피해는 어떤지 올해 전국 조사를 할 계획이다.

 

황소개구리, 말벌에 쥐, 새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14.9.29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외래종인 황소개구리의 생태계 교란 실태가 확인됐다. 곤충은 물론이고 쥐와 새까지 잡아먹으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을 망치고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경남 창녕 가항습지에서 황소개구리를 포획해 먹이원을 분석한 결과 말벌, , 새 등 61종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분석은 가항습지에서 포획한 129마리의 황소개구리를 마취 후 -70로 급속 냉동해 안락사 시킨 다음 위()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포획한 황소개구리 위에서 총 632개체가 발견됐다. 곤충류가 6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공벌레류(13.8%), 달팽이류(7.9%), 개구리류(7.1%), 거미류(4.3%), 어류(0.6%), 지렁이류(0.3%), 포유류(0.3%), 지네류(0.2%), 조류(0.2%) 순이었다.

 

황소개구리의 주요 먹이인 곤충류는 물자라가 130개체(31.5%)로 가장 많았고 땅강아지, 소금쟁이, 작은등줄실잠자리, 갈색큰먹노린재 순이었다. 황소개구리는 곤충뿐 아니라 독침을 가진 장수말벌, 등검은말벌 등 독충류를 비롯해 토종 양서류(두꺼비의 올챙이), 조류(박새), 포유류(등줄쥐·땃쥐)도 잡아먹은 것이 확인됐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교란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황소개구리가 조류·포유류까지 잡아먹는 것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라며 황소개구리가 엄청난 식욕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소개구리 누른 큰입배스 10.3.18

토종물고기 씨 마를 판

 

외래종 가운데 큰입배스가 황소개구리를 누르고 '최강의 생태계 폭군'으로 올라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7"작년 한 해 생태계 교란 외래종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황소개구리는 포획 등으로 인해 2008년보다 개체수가 10~66% 감소했지만 큰입배스는 갈수록 증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큰입배스는 눈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고 해서 '먹는 기계(eating machine)'로 불린다.

 

경기도 평택 진위천의 경우 지난해 잡힌 물고기(223마리) 중 큰입배스는 10.3%, 2007(3.7%)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치리돌마자 등 순수 토종 물고기는 큰입배스 등에게 잡아먹히면서 2007년보다 절반가량 비율이 줄어들었고, 왜매치긴몰개 같은 토종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환경과학원 김종민 연구관은 "다른 하천호수에서도 황소개구리는 대체로 퇴조 추세인 반면 큰입배스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토종 물고기들 씨가 마를 판"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황소개구리는 눈에 잘 띄어 포획하기 쉽고 새나 뱀, 너구리족제비까지 천적이 많지만 큰입배스는 사람과 천적에게 잘 발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양등골나물, 서울 일대 占領하다 14.9.30

맹렬히 퍼지며 국내 생태계 교란, 남산서 첫 발견 후 외곽으로 번져

'아무리 제거해도 돌아서면 또' 다른 귀화종과 달리 숲속까지 침범

그런대로 예뻐 한때 일부러 심어보이면 즉시 뽑아내는 것이 좋아

29일 비에 젖은 서울 남산 야생화공원에서 정상 쪽으로 가는 길목 주변은 마치 눈이 온 듯했다. 허리 높이까지 자란 식물에는 흰색의 자잘한 꽃송이들이 뭉쳐 피어 있었고, 꽃마다 가는 실 모양의 꽃술이 두 개로 갈라져 있었다. 좀 작은 깻잎처럼 생긴 잎은 마주나고 있었다. 생태계 교란 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이었다.

 

서양등골나물은 길가만이 아니라 음지인 숲 속까지 50m 정도 침범해 있었다. 야생화공원 화단에도 요즘 연보라색 꽃이 한창인 배초향, 막 꽃망울이 생기는 산국 무리 사이로 서양등골나물이 하얀 꽃을 피운 채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잎이 달린 곳마다 가지 갈라지기를 반복해 꽃송이가 많기도 했다.

서양등골나물은 남산만 점령한 것이 아니다. 인왕산·안산·우면산 등 서울 시내와 근교 산에도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고 있다. 남산을 관리하는 서울 중부푸른도시사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주기적으로 제거 작업을 하고 있어서 이만한 것"이라며 "번식력이 워낙 강해 지속적으로 제거 작업을 하는데도 돌아서면 또 있고 그렇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거의 속수무책인 셈이다.

 

세계화 추세로 동·식물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귀화식물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이 국내 생태계 균형을 교란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면 문제가 다르다. 환경부는 서양등골나물을 비롯해 가시박,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등 12종을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했다. 이 중 산에서는 서양등골나물이, 강 주변에서는 가시박이 자생식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귀화식물은 많지만 대개 울창한 숲에는 들어가지 않고 햇볕이 잘 드는 나대지나 길가에서 자란다. 또 대개 한해살이풀이나 두해살이풀이어서 사람들이 마음먹고 관리하면 제어가 가능하다. 공터에 흔한 개망초와 망초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서양등골나물은 좀 다르다. 우선 음지에서도 견디는 힘이 강해 나무 밑 그늘까지, 그러니까 숲 속까지 들어가 대량 번식해 자생식물들이 살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여러해살이풀이라 제거하지 않는 한 한번 뿌리를 내리면 계속 퍼질 수밖에 없다. 또 한 개체에서 바람을 타고 퍼지는 씨앗이 워낙 많고 발아력도 강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분포 중심지가 서울이다. 1978년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변두리로 퍼져나갔다. 요즘 서울 거리나 야산을 걷다가 작은 깻잎 모양의 잎에 흰 꽃이 피어있는 식물이 있다면 서양등골나물로 봐도 무방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로 맹렬하게 퍼져 현재는 동강 유역 등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까지 자라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이라는 이름은 자생하는 등골나물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자생 등골나물은 산에서 자라고 키도 서양등골나물보다 큰 편이다. 서양등골나물보다 좀 일찍 피고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것도 다르다.

 

서양등골나물은 눈부신 흰색인 데다 5개로 갈라진 꽃잎들이 뭉쳐 있는 것이 그런대로 예쁜 편이다. 이 꽃을 보고 "어머, 예쁜 꽃이 피었네"라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고, 꺾어서 꽃병에 꽂아 놓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꽃이 보기 좋다고 서울시에서 서양등골나물을 무더기로 가로변에 심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퍼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뻘건 흙이 드러난 곳이 있으면 뭐라도 심어 감출 때였다. 행사에 맞추어 하얀 메밀꽃이 피도록 100일 전 김포공항에서 화곡동까지 길가에 메밀 20가마니를 뿌리기도 했다.

 

서양등골나물은 우유병(milk sickness)을 일으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세기까지 이 식물의 고향인 북아메리카에서는 우유를 먹으면 토하고, 손발을 떨며, 침을 흘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많았다. 링컨 대통령의 어머니인 낸시 링컨의 사망 원인으로도 유명하다. 켄터키 주의회는 1830년 이 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 600달러를 내걸었다. 결국 서양등골나물을 섭취한 소나 말, 염소 등을 통해 우유에 들어간 독성물질이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식물이 자라는 곳에서 목축을 하지 않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서양등골나물이 보이면 즉시 뽑아버리는 것이 좋다. 뽑으려면 줄기의 아래쪽을 잡고 끌어당겨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그리고 열매를 맺기 전인 지금 뽑는 것이 좋다. 열매가 맺힌 후에는 괜히 건드려 씨앗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에 가득한 들꽃 대신 서양등골나물 얘기를 쓰자니, 더구나 주로 꽃이 예쁘다고 쓰다가 꽃이 보이면 뽑아내야 한다는 글을 쓰자니 기분이 착잡하다. 그러나 남산이나 우면산 등에 갈 때마다 서양등골나물이 욕심 사납게 자생식물의 터전을 잠식하는 것을 보면 서둘러 제거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애견 이어 야생동물 카페도 인기위생은 괜찮나요 17.2.25

[검역 등 위생규정 없이 음식점으로 신고만하면 영업 가능]

라쿤·미어캣 등 희귀동물과 놀고 사진도 찍고색다른 체험 가능

서울에만 10, 전국 20곳 성업

어떤 질병 가지고 있는지 잘 몰라가급적 맨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 국내에서는 희귀한 '미국 너구리' 라쿤 6마리를 키우는 곳이다. 입장료 6000원에 음료값 4000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기 때문에 값이 싸진 않지만 카페 안은 손님 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손님들은 번갈아 카페 중앙에 설치된 계단식 선반에서 잠을 자는 라쿤들을 쓰다듬고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카페를 찾은 이진희(·23)씨는 "TV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라쿤을 실제로 보게 돼 신기하다""앞으로 자주 놀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에서미국 너구리인 라쿤 두 마리가 기둥을 잡고 선반에 앉아 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라쿤과 사막여우 같은 국내에서 희귀한 야생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김지호 기자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라쿤이나 사막여우, 미어캣 같은 희귀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야생동물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애견(愛犬·)·애묘(愛猫·고양이) 카페 중심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동물 카페가 야생동물로 확장된 것이다.

 

야생동물 카페는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10곳이 넘게 생겼고 전국적으로는 20여 곳이 운영 중이다. ·고양이를 포함한 전체 동물카페는 전국적으로 약 300여 개로 추산된다. 서울에서 라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손님들이 라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서 소문을 내주기 때문에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카페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동물원에서 유리창 너머로나 볼 수 있었던 희귀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등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요즘 야생동물 카페의 인기 종()은 귀여우면서도 성격이 온순한 라쿤과 미어캣 같은 동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아예 집에 두고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 모여 각자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한편, 사료·예방주사 접종 등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집에서 키우는 야생동물이 새끼를 낳으면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라쿤은 보통 한 마리당 90~110만원, 미어캣은 2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라쿤 2마리를 분양받은 진서현(·35)씨는 "사료와 케이지, 예방접종비까지 합쳐 초기 비용이 300만원 넘게 들었지만, 라쿤의 눈만 바라봐도 '힐링(정신적 치유)'되는 것 같아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야생동물에 대한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런 카페에 대한 위생 규정이 없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야생동물 카페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접객 업소'로 분류돼 있다. 일반음식점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강아지·고양이 등 모든 동물 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영업할 수 있다""일반음식점과 같은 수준의 위생 점검만 실시할 뿐 동물 위생과 관련한 추가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통해 광견병 같은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열과 구토·두통 증세를 동반하는 광견병은 흔히 개에게 물려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야생동물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미국에서는 전체 광견병 감염 중 90% 이상이 스컹크와 라쿤, 여우 같은 야생동물에 의한 감염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이진규(37)씨는 "개와 고양이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국내에 많지만 희귀 동물 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굉장히 적다.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며 "야생동물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맨손으로 야생동물을 만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부작침] ()의 종말 : 청와대에 침투한 공포의 존재그의 이름 '꽃매미' SBS 뉴스

# 2017719, 대한민국 청와대 상춘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 청와대가 침입자에 뚫렸다. 침입자는 소리도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가진 경호원들조차 이 침입자를 막아내지 못했다. 아니 인식조차 못했다. 침입자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침입자가 임 실장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에까지 달라붙은 순간, 임 실장이 침입자의 접근을 가까스로(?) 차단했다. 당시 상춘재에선 북핵 문제 같은 외교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4당 대표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죽여도 되나요?"

 

# 생사의 기로에 놓인 침입자의 국적은 중국, 이름은 반의(斑衣). '얼룩무늬 옷'을 즐겨 입기에 '반의'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세계적으론 'Lycorma delicatula'로 불리고 있다. 청와대를 소리 없는 공포(정확하게는 인식하지도 못한 공포)로 몰아놓은 침입자는 바로 '꽃매미'라는 곤충이었다. 대륙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외래생물인데, 우리나라에선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돼 발견하면 즉살(卽殺)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날 '꽃매미'의 담대한 청와대 침투는 다행히(?) 무위에 그쳤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0, '21세기 지구의 가장 주요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로 '침입외래종 문제'를 꼽았다. 침입외래종은 세계 GDP10%를 감소시키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위협적 존재라는 것이다.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등이 식용이나 모피 같은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특정 지역에 유입되면서 그 지역 고유 생태계가 망가졌다.

 

한 나라의 고유 생태계가 훼손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론 '()의 축소', 더 나아가 '()의 종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지구에 켜진 '경고등' 속에서 각 국가는 침입외래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한국의 외래생물 현황, 대응책 등을 4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먼저 청와대를 침입한 꽃매미와 같은 외래종 중 가장 위해한 '생태계교란생물'의 실태와 현황을 파악했다

 

꽃처럼 예쁘지도, 매미처럼 정겹지도 않은 '꽃매미'최근 급부상

우리나라 정부는 2,200여종이 넘는 외래생물종 가운데 가장 위험한 생물 20종을 선정해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법에 따라 수입도, 반입도, 재배도 금지되는 생태계교란종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알레르기 등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외래종들이다.



생태계교란종에 의한 치명적인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확한 개체 수나 서식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래생물을 조사하는 국립생태원은 생태계교란종의 개체 수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일부 특정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관찰 조사(모니터링)하는 데 그치고 있다.

 

관찰 조사(모니터링) 역시 매년 또는 격년 실시 종으로 나뉜다. 생태계교란생물 5종에 대해선 매년, 나머지 13종은 2년에 한번 꼴로 진행한다(지난해 지정된 2종 갯줄풀, 영국갯끈풀은 아직 모니터링 자료가 없음) <마부작침>은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치 '모니터링 보고서(2007~2013 국립환경과학원 주관, 2014~ 생태원 주관)'를 단독으로 입수해 실태를 파악했다.

 

먼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청와대 행사까지 방해한 소리 없는 침입자 '꽃매미'는 대표적인 생태계교란생물이다. 꽃처럼 향기도 없고, 매미처럼 정겹지도 않은데 '꽃매미'라는 이름을 가졌다. 의아해 할 수도 있을 대목인데, 사실 해외에선 관상용 곤충으로 기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빠르게 고유 생태계를 점령하며 망가뜨리고 있어 '골칫거리'인 침략종임에 분명하다.

 

꽃매미는 지난 201212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 다른 교란종에 비해 지정된 시점이 얼마 안됐지만, 확장 속도는 상당히 더 빠른 편으로 환경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서울, 경기, 충복, 경남, 강원을 비롯해 내장산 치악산 등 각종 국립공원과 과수원 등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5년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끈끈이 트랩에 천 마리 이상의 꽃매미 약충이 붙을 정도로 개체 수가 급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생태원은 16개 지역을 관찰 지역으로 설정해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는데, 통상 한 나무에 몇 마리가 사는 지를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가죽나무 한 그루에 약충 50마리 이상, 강원 고성군 죽왕면에서는 성충 30마리 이상이 발견되는 등 개체 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균 크기가 20.4에 불과하다고 꽃매미를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꽃매미가 습격하면 나무가 고사하고 농작물의 잎과 과실은 시들고 말라 죽는다. 하지만, 방제를 하려 해도 퇴치가 어렵다. 그런 꽃매미가 서식지를 확장해 이젠 청와대에서까지 발견됐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꽃매미의 서식 실태에 대한 기초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다.

 

꽃매미가 정확히 언제 한국으로 침투했는지도 모르고 있다. 단지 중국에서 넘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국립생태원은 꽃매미가 지난 2004년 천안에서 처음 목격됐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국립산림과학원의 자료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최초로 발견된 시기를 70년 가까이 더 이르게 보고 있다. 1932년부터 한국에 꽃매미가 서식했다고 일본인 곤충학자 도이에 의해 보고 됐다고 밝히고 있는 것. 이처럼 유입 시기와 유입 경로를 두고 이론이 있는데, 한국의 기후변화로 더운 지방을 선호하는 꽃매미의 분포가 확장됐다는 건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5천 마리나 포획된 '괴물쥐 뉴트리아'"북진과 남진을 막아라"

매년 관찰 대상으로 선정되는 뉴트리아는 최악질 외래종으로 꼽힌다. 얼핏 보면 수달과 닮아 귀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말 그대로 '괴물쥐'. 인간을 공격하진 않지만, 과일, 물고기, 곡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폭식가다. 주식은 습지식물로, 원시 자연의 생태 보고라는 우포늪 등 중요 생태계를 파괴한다. 이는 습지 감소로 이어져 물의 자정 능력을 떨어뜨린다. 제방에 굴을 뚫고 사는 습성 때문에 장마철에 제방 붕괴를 야기해 홍수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

 

때문에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0년 기준 11개 지역에 그쳤던 관찰 대상 지역을 2014년부턴 16개 지역으로 확대해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관찰지는 부산, 경남 일대 주로 낙동강 하류에 포진하고 있다. 2010년 모니터링 지역에서 113마리가 발견된 이후, 2015년엔 195마리로 집계됐다. 이를 강가 또는 하천변 100미터 당 개채수로 환산하면, 20103.89마리에서 지난해 1.03마리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뉴트리아의 쓸개가 곰 쓸개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와 포상금 지급. 이 두 가지의 강력한 유인책은 시민들의 포획 작업을 활발하게 했다. 지난 20147,869마리, 20156,786마리, 지난해 낙동강 하류에서만 4,620마리가 포획되는 등 포획 작업 덕분에 개체 수는 일단 줄어든 것으로 환경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 추정 개체 수는 4년 전 8,700마리에서 지난해는 5,400마리로 그 수가 줄었다.

 

국립생태원은 뉴트리아 주서식지를 낙동강 하류로 보고 있는데, 이에 따라 관찰 지역도 부산 경남 일대 16개 지역으로 잡고 있다. 혹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감안해 충북 충주의 남한강 일대도 관찰 지역에 포함했지만, 발견된 개체 수는 '0마리'라고 보고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관찰 지역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일 뿐이다.

 

'뉴트리아'를 주요 타깃으로 서식 실태를 조사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뉴트리아의 배설물, 발자국, , 섭식 자국 등 흔적이 경남 일대에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경산·고령·성주를 비롯해 충북 충주·청주·괴산, 심지어 제주 일대에서도 서식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 낙동강 일대에 한정한 뉴트리아 관찰 지역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연에 싹을 자르지 않으면 전국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뉴트리아가 낙동강 이북으로 북진하거나, 남진을 본격화하면, 그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춘천호 장악한 배스 "내가 이 지역 왕"교란종의 큰 형님 '황소개구리'

뉴트리아의 개체 수는 웅담 발견이라는 호재, 포상금 지급 등 매력적인 유인 작용으로 다행히 그 수가 줄거나 적어도 늘지 않고 있다지만, 다른 생태계교란종인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등은 한국의 강 생태계에서 오히려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두 어종 모두 매년 관찰 대상에 오른 교란종인데, 큰입배스는 2014년 모니터링 지역 12곳에서 7.2%의 상대풍부도(포획된 개체 중 해당 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였지만, 지난해엔 13.5%를 보여, 2배 가까이 그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춘천호 지역에선 20137% 정도였는데, 지난해 33.5%로 급증했다. 춘천호에서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3마리 이상이 큰입배스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배스에게 호수 생태계가 장악당했다는 뜻이다.



파랑볼우럭도 201031%에서 201216%로 감소하긴 했지만, 지난해엔 22.8%로 분석됐다. 이런 탓일까. 팔당호, 제주도에선 생태계교란어종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조사될 만큼, 고유 생태계가 붕괴된 상황이다. 두 어종 모두 뉴트리아처럼 '현상금'이 걸려있긴 하지만, 포상금이라는 유인책만으로 제대로 제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란종의 큰형님격인 황소개구리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큰입배스, 파랑볼우럭과 함께 지난 1998년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됐는데, 아직도 제대로 제거를 하지 못해서 생태원에서 격년으로 관찰 조사를 하고 있다. 황소개구리는 20074개 지역에서 관찰을 시작해 지나 201218개 지역으로 조사 지역이 확대됐다.

 

2012881마리에서 지난해 1,409마리로 관찰 지역 개체수가 늘어났는데, 18개 지역 중 유독 전남 신의도와 부산 기장군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황소개구리는 생존력과 번식력이 좋아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서식하고 있다. 뱀까지 잡아먹을 만큼 강력한 포식자로 통하지만, 천적이 없는 건 아니다. 황소개구리를 요리로 먹는 인간, 그리고 백로, 너구리 등이 황소개구리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온 땅은 내 차지" 가시박, 올망졸망 외모에 속으면 큰 일 '미국 쑥부쟁이'

고유종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다. 하천변을 찾아가면 땅을 가득 덮어 마치 초록 이불 같은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주변 땅을 뒤덮어 햇볕을 가려 고유종을 말살시키는 교란식물 '가시박'이 그 지역을 장악한 것이다.

 

'가시박'은 최근 한강까지 침투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줄기 하나에 씨앗이 2,500개가 넘을 만큼, 강력한 번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자라나 다른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위험성 때문에 생태원은 '가시박'에 대한 관찰 조사를 해마다 하고 있다. 지난 2010, 모두 236,900의 군락지가 파악됐지만, 지난해 299,100로 그 규모가 6이상 넓어졌다. 이 역시 한정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실제 분포 지역은 더욱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올망졸망한 것이 화원에서 본 듯한 착각을 주는 식물도 있다. 출퇴근길 도로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한번 눈길을 주고 순간 설레 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대륙에서 물 건너온 외래종이자, 생태계교란종인 '미국 쑥부쟁이'. 귀여운 외모와 달리 토종 식물을 몰아내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015개 관찰지에서 66,550크기의 군락지를 형성됐는데, 2014262,100로 증가했다. 지난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교란종 중 하나이다. 이 외 단풍잎돼지풀, 양미역취 ,갯줄풀, 영국갯끈풀도 대표적 생태계교란식물로 고유종을 없애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해부, , 바이러스까지완전 퇴치 불가능?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침입외래생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서 제거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생태계에 뿌리 내린 외래생물을 퇴치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경로로 유입됐고, 어떤 곳에 서식하는지 기초적인 정보를 파악하는데도 상당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치를 위해 외래종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퇴치 과정에서 고유 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과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생태계 관리에 엄격한 호주의 경우 외래생물인 '유럽종 잉어'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강의 90%가 잉어에 잠식될 만큼 생태계가 파괴되자 잉어에게만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를 개발해 퇴치에 나서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천적을 이용한 퇴치법, 직접 포획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침입외래종 제거에 나서고 있다.

 

완전 퇴치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영국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뉴트리아로 생태계 훼손이 심해지자 대대적인 퇴치 작업을 벌였다. 영국도 모피용으로 1920년대 뉴트리아를 수입했는데, 걷잡을 수 없이 개체 수가 늘어나자 1962년부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81년에 완전 박멸을 목표로 2차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위한 '전략그룹'을 설립했고, 뉴트리아의 생식특성, 생애주기, 생체구조 등을 파악하기 위해 3만 마리 이상을 해부했다. 뉴트리아가 선호하는 먹이, 장소에 덫을 설치해 퇴치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1989년에 완전 퇴치에 성공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4'뉴트리아 퇴치프로그램 실천계획'을 마련해 2023년까지 완전 퇴치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생태계교란생물 20종 중 뉴트리아로 인한 피해가 나날이 커지면서, 10년 간 예산 107억 원을 들여 완전 퇴치를 선언했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생태계교란생물을 포함한 외래생물 상세 정보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30news/


'등검은말벌 퇴치'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 추진 16.9.9SBS 뉴스

안전처·환경부·농식품부 손잡아

올해 들어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벌 피해를 줄이고자 국민안전처가 환경부, 농식품부와 협력하기로 했다. 안전처는 9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벌집 제거만으로 피해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 관계 기관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최문보 경북대 교수는 도심지 대형 말벌의 8090%2000년대 초반 유입된 아열대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최 교수는 등검은말벌을 퇴치하려면 35월 여왕벌이 산란하기 전에 유인트랩을 설치해 증식을 억제하고 말벌 벌집 지역을 우선 파악한 후 점차 밀도를 낮추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등검은말벌 퇴치를 위해 환경부에서는 등검은말벌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유인액과 유인트랩을 개발하는 등 협력하기로 했다.

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 동안 119'벌 퇴치 및 벌집 제거' 출동은 7227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4% 급증했으며, 이달 4일 경남 진주에서 53세 남성이 벌에 쏘여 숨지는 등 사망자는 10명에 이른다.

 

갯벌 생태계 파괴 갯끈풀 대책 시급 16.6.14 sbs

급속하게 번져 갯벌 생태계 파괴수산물 감소, 철새 서식 환경 위협



부드러움 속에 집들이 참 많기도 하지

집들이 다 구멍이네

구멍에서 태어난 물들

모여 만든 집들도 다 구멍이네

딱딱한 모시조개 구멍 옆, 게 구멍, 낙지 구멍

갯지렁이 구멍 그 옆에도 또 구멍구멍구멍

딱딱한 놈들도 부드러운 놈들도

제 몸보다 높은 곳에 집은 지은 놈 하나 없네

<함민복, '뻘밭'>


질척한 갯벌은 특이한 생태 공간이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 차례씩 때 맞춰 드나들며, 특유의 경관과 함께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터전을 이룬다. 물기를 머금어 촉촉하고 부드러운 까닭이다.

 

시인이 본 대로 수많은 생명체가 깃든 구멍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산소를 공급하는 덕분에 갯벌은 썩지 않고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정화한다. 갯벌의 가치를 돈으로 바꿔 표현하면 163억원이라고 2013년에 서울과학기술대학이 계산했다.

 

자체 보존가치만으로도 20.3억원에다 수산물 생산 기능(17.5억원), 생물서식처 제공 기능(13.5억원), 수질정화(6.6억원), 재해 방지(5.1억원)의 기능을 가진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로 그 가치를 환산하면 연간 16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해양수산부는 말한다. 소중한 갯벌을 우리는 무시하고 홀대하며 메우고 없애기를 되풀이해왔다. '연안습지'라고도 부르는 갯벌은 2013년 기준으로 2,487. 19873,203 였지만 26년 동안 716가 줄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구실로 쌓은 33km의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2006년에 마감한 것이 한 예다.

중요한 갯벌 300가 사라졌고, 이 때문에 붉은어깨도요의 개체 수도 20% 줄었다는 게 국제 야생조류 전문가, 생태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갯벌의 수질정화 기능으로 볼 때도 하수처리장 140개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수부는 설명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국토해양부로 통합됐던 해양수산부가 현 정부에서 부활해 해양 생태 보전 정책에 다시 힘을 쏟고 있어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우리 갯벌에 또다른 위기가 닥쳤다. '갯끈풀'이라는 외래종 식물이 소리없이 들어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씨앗과 뿌리줄기 양쪽으로 다 번식하면서 갯벌을 금세 뒤덮어 흡사 초원처럼 바꿔놓는다.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유럽의 대서양 연안에서 자라던 갯끈풀(학명 Spartina alterniflora)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생태 환경을 망가뜨리는 유해 외래식물로 주목받고 있다. '갯끈풀'이라는 이름은 영어명 Cordgrass(끈풀)를 참고해 물, 바다, 바닷가를 뜻하는 ''을 붙여 국내 학자들이 붙였다.

 

양궁의 과녁판을 Big Cordgrass라는 풀로 만든다고 한다. 섬유질이 질겨서 화살이 날아가 박힐 때 화살촉을 망가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끈풀'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와 갯벌 습지에서 자라는 갯끈풀은 얼핏 보면 갈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생태는 전혀 다르다. 별 관심을 받지 않던 이 풀이 지난 2012년에 강화도 남단 갯벌에서 확인됐다.

 

환경부가 2013년에 일단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한 뒤 국립생태원과 해양수산부-해양환경관리공단이 각각 국내 번식 상황과 방제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하대 해양학과 홍재상 교수는 201510월 드론을 띄워 촬영한 결과 강화도 남단 동막리와 분오리 갯벌에서 12,150 , 전남 진도 석성 갯벌 7,179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과거 구글 위성 사진과 비교 분석해서 진도에서는 2005, 강화 남단에서는 2006년에 갯끈풀이 침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강화도 남단 동막 해안의 펜션 대표 이수한 씨는 지난 2008년에 펜션을 지을 때 제방 아래에 지름 0.5~1m쯤의 풀더미가 몇 개 보이더니 5,6년쯤 지나면서 펜션 앞 갯벌을 거의 다 덮을 정도로 번졌다고 말한다. 무성한 잡초밭처럼 바뀐 갯벌에 게, 조개류도 눈에 띄게 줄어 갯벌체험도 못할 지경이라며 이 대표는 한숨을 쉰다.



갯끈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연구 열기는 상당하다. 영국에서는 1870년 이전에 미국 동부 해안지역의 갯끈풀(Spartina alterniflora)이 사우스햄프턴 해역으로 들어왔고, 1913년에 히스 근처 갯벌에서 퍼진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정부의 통합자연보전위원회(JNCC)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이 식물종이 영국의 다른 끈풀과 교잡해서 지금의 번식력 강한 '영국갯끈풀(Spartina anglica)'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풀의 특성을 이용해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 지역의 뱃길을 유지하기 위해서 갯벌에 심었다. 풀이 워낙 밀집해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뿌리줄기가 뒤얽혀 토양을 잡아주기 때문에 해안선 침식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다. 이른바 '생태공학'의 미명 아래 갯벌을 육지로 바꿔 해안지대를 개발하는 간척사업에도 이용했다. 섬유소가 풍부해서 가축 사료 용도로 재배해 쓰기도 했다.

 

이렇게 갯끈풀은 영국, 미국,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중국은 1963년부터 황해 연안 전 지역에 걸쳐 이 풀을 퍼뜨려 확산 면적이 4,000 에 이른다는 연구 보고가 2013년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고 홍 교수는 전했다.

 

갯끈풀은 갯벌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빠르게 번식 확산하는 까닭에 일단 갯벌에 들어오면 갈대나 갯잔디, 칠면초와 같은 다른 갯벌 식물종을 밀어낸다. 밀물에 실려 들어온 미세한 토사, 펄 물질이 빽빽한 갯끈풀 군락 틈새에 갇혀 점점 높이 쌓이게 되면 질척한 갯벌은 갈수록 굳어져서 결국 육상으로 바뀌고 만다. 갯벌에 살던 조류, 미생물, 조개류, 갯지렁이, 게 종류는 더 살지 못한다. 다양한 먹이사슬과 풍요한 생태계를 갯벌이 황폐해지면 어민은 갯벌에서 조개와 같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없게 된다. 어촌 경제가 피폐해지고 갯마을 공동체가 무너질 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갯벌의 40%를 어업으로 활용한다. 갯벌이 제 기능을 잃으면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갯벌 복원을 확대하고 갯벌 생태관광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갯벌 어업을 확대하는 '갯벌 자원화 종합 방안'과 해양 생태계 보전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해양보호구역관리 종합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갯끈풀은 걸림돌이 우리 해양 보전 정책에 걸림돌이다.갯끈풀 확산은 이른바 지구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도 빨간불이다. 전 세계 철새 이동 경로 9개 가운데 우리나라가 들어간 곳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st Asia-Australia Flyway;EAAF)'라고 부른다. 남반구의 호주,뉴질랜드에서 우리나라 서해안과 중국 동부 연안을 거쳐 북극권을 오가는 5천만 마리 이상의 도요 물떼새에게 우리나라 갯벌은 영양을 보충하고 쉬어가는 중기착지로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스파이크 밀링턴 EAAF 사무국장은 강조한다.관련 사진해양수산부의 2015'연안습지 생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해안(경기,충남,전북, 전남) 갯벌에서 대형저서동물은 401종으로 나타났다. 조류도 다양해서 15개 지역에서 모두 4959천 마리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넓적부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이거나 천연기념물인 법정 보호종이 8종이다. 갯끈풀이 갯벌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경우 철새들은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갯끈풀 확산을 심각하게 판단해 환경부는 오늘 ' 생태계 교란 생물종'으로 지정 고시했다. 해양수산부는 갯끈풀 확산을 막기 위해 방제 대책을 세워 조만간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중국 해안에서 씨앗이 조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흘러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효과적인 방제 대책을 세우려면 정밀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일일이 줄기와 뿌리를 손으로 제거하거나, 굴삭기로 파 내거나, 불로 태우거나, 퍼지기 시작할 때 검은 덮개를 씌워 햇빛을 가리거나, 제초제를 뿌리는 등의 방법을 써오고 있으나 완치하지는 못했다. 자칫 갯벌 생태계를 망가뜨리거나 씨앗을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다는 점도 염려스럽다. 전국적으로 갯끈풀이 어디에 얼마나 침입했는지 시급히 정밀 조사하고, 확산 정도를 살펴 적절한 방제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홍재상 교수는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부처간 협업 체제를 갖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갯끈풀에 우리 갯벌 숨길이 막히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학계, 온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Wayfaring Stranger - Eva Cassi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