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농축 오염으로 범고래가 위험하다
일본·영국 등 산업화 지역 바다선 다음 세대 안에 사라질 위험
사용금지 40년 됐지만 축적 증가일로…모유 통해 자식 전달도
산업화된 나라의 바다에서 다음 세대는 바다 최고 포식자인 범고래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밤중에 바다 표면에 떠오른 범고래. 아우둔 리카르드슨 제공.
40년 전 사용이 금지된 난분해 유기화합물질이 아직도 세계 범고래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염이 심한 온대 바다에서는 30∼50년 안에 범고래 집단이 괴멸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피에르 더포르지 덴마크 오르후스대 생물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28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전 세계 19개 범고래 집단 350개체의 피시비(폴리염화바이페닐, PCBs) 오염도를 바탕으로 모델링을 통해 100년 뒤의 생존 가능성을 장기 예측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한 19개 집단 가운데 10개 집단에서 범고래의 개체수가 급속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가장 나쁜 곳은 모두 산업화 과정에서 피시비 배출이 많은 온대 바다로 한국·일본 등이 있는 북서 태평양, 브라질, 지브롤터 해협, 미국 서부의 북동 태평양, 영국 근해 등이었다. 연구자들은 영국 근해에는 모두 8마리의 범고래가 서식하는데, 지난 20년 동안 한 마리의 새끼도 태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오염이 덜한 북극과 남극 등에서는 개체수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피시비는 범고래의 난소 발달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저자인 더포르지 박사 후 연수생은 “전 세계 범고래 집단의 절반 이상이 피시비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피시비의) 악영향은 이미 지난 50년 이상 알려졌는데, 앞으로 30∼40년 안에 오염 해역에서 범고래 집단이 붕괴할 위험이 매우 크게 나타난 모델링 결과는 충격적”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피시비의 생물농축 과정. 폐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든 피시비는 플랑크톤에서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 물개, 고래, 범고래 등 먹이그물을 거치면서 100만배로 농축된다. 오르후스대 제공.
피시비는 1920년대 개발돼 세계적으로 100만t 이상이 생산된 유기화합물질이다.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절연과 열전달 효과가 뛰어나 전기, 플라스틱, 페인트 등 산업계에 광범하게 쓰였다. 그러나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물에 농축되는 데다 발암과 생식·면역 능력 감퇴 등 악영향이 드러나자 1970년대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40여년 전 사용이 금지된 피시비는 먹이그물을 통해 생태계로 퍼져나갔고,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범고래는 연어, 상어, 물개 등을 잡아먹는데,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물의 지방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는 피시비가 플랑크톤에서 작은 물고기 등 먹이그물을 거치면서 점점 축적돼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에 이르러 최고의 농도를 보이게 된다. 연구자들은 “보통 피시비가 50ppm 정도에서 불임과 심각한 면역체계 교란이 나타나는데 범고래에서는 최고 1300ppm까지 축적돼 있다”라고 밝혔다.
범고래는 60∼70년을 살기 때문에 피시비가 사용 금지된 이후에도 계속 이 유해물질을 몸속에 축적해 왔다. 게다가 지방에 녹은 피시비는 모유를 통해 새끼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범고래는 지적인 사회성 동물로, 중년에 이른 암컷이 폐경을 하고 새끼를 돌보는 행동으로 널리 알려졌다(▶관련 기사: 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을 할까?).
범고래는 물고기부터 물개 등 포유류, 상어, 다른 고래까지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이다. 아우둔 리카르드슨 제공.
연구에 참여한 폴 제프슨 영국 런던동물원 범고래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범고래처럼 장수하는 최상위 포식자에 피시비가 생물농축 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스톡홀름 협약이 규정한 것보다 엄격한 조처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2001년 스톡홀름 협약으로 세계 각국은 피시비의 세계적 생산 금지에 합의했고, 2025년까지는 장비 안에 들어있는 피시비의 사용도 금지하기로 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an-Pierre Desforges et al, Predicting global killer whale population collapse from PCB pollution, Science Vol 361 Issue 6409,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t19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10.1
흰고래와 외뿔고래 사람처럼 폐경 한다
범고래, 들쇠고래 이어 확인…사람 포함 5종에 진화
자손과 경쟁 피해 생식 중단하고 손주 돕는 게 이득
엄니가 기다랗게 튀어나온 외뿔고래는 흰고래와 함께 북극해 주변에 서식하는 중형 고래이다. 보통 5∼10마리의 집단을 이루어 살지마나 여름철엔 500마리 이상의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미해양대기국(NOAA),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직 생식이 가능한 나이에 폐경을 하는 인간과 일부 고래의 사례는 진화생물학 최대의 미스터리이다(관련 기사▶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을 할까?). 이처럼 자신의 생식을 중단하고 수십 년 동안 자손이 자라는 것을 돕는 고래로는 이제까지 범고래와 들쇠고래가 확인됐다(흑범고래도 그렇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에 흰고래와 외뿔고래 등 2종이 추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샘 엘리스 영국 엑시터대 박사 등 영국 연구자들은 27일 발행된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로 폐경은 이빨고래 무리에서 적어도 3번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논문은 밝혔다(흰고래와 외뿔고래는 유전적으로 가까워 이들의 공통조상에서 폐경이 진화했을 수 있다).
흰고래(위)와 외뿔고래 모습의 비교. 유전적으로 가까우며 모두 북극해에 산다. A. 토르붐이 1920년 그린 그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폐경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고래 4종은 모두 수염고래와 대조적으로 원뿔형 이로 사냥하는 이빨고래 종류이며 고도의 사회성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자들은 14종의 죽은 고래 표본을 조사한 결과 나이 든 흰고래와 외뿔고래 암컷에서 활동이 중단된 난소를 확인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사람 이외의 폐경이 발견된 범고래에서는 지난 40여년 동안 폐경이 진화한 다양한 원인이 연구됐다. 연구자들은 흰고래와 외뿔고래에서 그런 정보는 아직 없지만, 범고래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흰고래는 보통 10마리 정도가 모여 생활하지만 여름철에는 수백마리가 모여들기도 한다. 높은 소리로 소통해 ‘카나리아 고래’란 별명도 있다. 캐나다 허드슨만에 모인 무리이다. 앤스가 워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흰고래와 외뿔고래는 모두 북극해와 주변에 서식하는데 평소에 10마리 정도 함께 지내다가 여름철엔 수백 마리의 대규모 집단을 이루며, 사회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 저자인 샘 엘리스 박사는 “폐경이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생식을 중단할 이유와 그 후에도 살아갈 이유가 모두 타당해야 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범고래에서 암컷은 나이가 들면 자식과 손주와 함께 모계 집단을 이뤄 평생을 산다. 나이 든 암컷이 생식을 계속할 경우 직계 자손과 먹이 등 자원을 두고 경쟁할 것이다. 따라서 생식을 중단하고 자식과 손주에게 생존 지혜를 전수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큰 무리를 이룬 외뿔고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람도 이런 이유에서 폐경이 진화했다. 연구에 참여한 폐경 연구의 권위자인 대런 크로프트 교수는 “오늘날 사람은 조상이 살았던 조건과 너무나 달라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기가 어렵다”며 “이빨고래와 같은 다른 종들을 살펴봄으로써 이런 특이한 생식 전략이 어떻게 진화해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am Ellis et al, Analyses of ovarian activity reveal repeated evolution of post-reproductive lifespans in toothed whales. Scientific Reports, http://dx.doi.org/10.1038/s41598-018-3104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8.28
사람과 범고래는 왜 중년에 폐경 하나
침팬지는 죽기 전까지 출산하는데
인간과 고래 3종은 폐경 뒤 오래 살아
1957년 ‘어머니 가설' 이후 논란 지속
진화생물학 60년 못 푼 수수께끼
큰돌고래에서 찾은 폐경의 기원
“늦둥이는 빨리 죽을 확률 커서
수유기간 길고 오래 돌본다
늦게 낳느니 기존 새끼 돌보는 게 나아”
미국과 캐나다 쪽 태평양에 서식하는 범고래 무리. 연어를 잡아먹는 이 범고래는 일찍 폐경한 나이 든 암컷이 무리를 이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연계 최고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가 폐경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기는 쪽으로 적응하는 것은 생물 진화의 철칙이다. 자손을 남길 능력이 충분한데도 번식을 포기한다는 건 ‘유전적 죽음’을 뜻하고, 애초 그런 유전자가 살아남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을 비롯한 몇몇 동물은 중년에 폐경을 한 뒤 장기간 생존할까. 지난 60년 동안 진화생물학 최대의 논란거리다.
■ 어떤 동물이 폐경을 할까
인도의 람지트 라그하브(102)는 94살과 96살에 자식을 얻어 ‘가장 나이 많은 아빠’로 꼽힌다. 남성은 늙어서도 정자를 생산하지만, 여성은 50∼51살이면 난소 기능이 쇠퇴해 월경이 중지되는 폐경이 나타난다. 산업화와 현대 의료 혜택을 입지 않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도 현대인과 비슷한 폐경을 거치고 수십 년을 더 산다.
영장류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이지만 폐경은 하지 않는다. 야생에서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은 30대말에 마지막 출산을 하고 곧 죽는다. 사람이 45살 이전에 출산을 마치고 약 20년 더 사는 것과 딴판이다. 야생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박사(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는 27일 “침팬지가 인간보다 수명은 짧지만, 마지막 자식을 낳는 시기는 비슷하다. 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침팬지는 아주 늙어서까지 새끼를 낳는 셈이고, 인간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데도 갑자기 중단하는 특별한 행태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장류와 인간의 마지막 출산과 사망 나이 대비. 영장류는 두 시기가 대개 일치하지만, 사람만 딴판이다. 수전 앨버츠 외(2013) PNAS 제공
영장류와 달리 고래 가운데 범고래, 들쇠고래, 흑범고래 등 3종이 폐경 이후 오래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범고래는 12∼40살 동안 번식하지만 수명은 90살이 넘는다. 폐경 이후의 삶이 수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60살 넘게 사는 들쇠고래도 35살이면 번식을 멈춘다. 북극고래가 100살 이상 살지만 죽기 직전까지 새끼를 낳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도 각각 수명인 60대와 70대까지 출산을 이어간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범고래, 들쇠고래, 흑범고래는 모두 대양에 사는 대형 돌고래로 고도의 사회적 행동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새끼를 적게 낳고 오래 기르며 안정된 모계 집단 속에서 어미와 자식의 유대가 굳건하다.
흑범고래의 폐경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은 남아공에 좌초하거나 일본이 포경한 흑범고래를 통계적·형태학적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흑범고래의 폐경 후 수명이 범고래나 들쇠고래보다는 아시아코끼리와 비슷했다”며 향고래, 큰머리돌고래, 들고양이고래 등 다른 대형 사회적 돌고래에도 폐경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들쇠고래가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다. 폐경을 하는 고래는 사회성이 높은 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식물에 벌레혹을 형성하는 일본의 진딧물 한 종도 폐경을 한다는 사실이 2010년 일본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다. 이 사회성 진딧물은 번식기를 마친 뒤 새끼를 보호하는 ‘제2의 삶’을 산다. 생식기관이 점액 분비기관으로 바뀐 이 늙은 진딧물은 새끼가 든 벌레혹을 지키다 포식자가 오면 왁스질 분비물로 자신과 포식자를 함께 굳혀 죽이는 행동을 한다.
■ 왜 생식능력을 포기하나
폐경이 출현한 이유는 대개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의 번식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자식이나 손주를 도와 결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이득을 얻는다. 1957년 나온 ‘어머니 가설’과 1998년 나온 ‘할머니 가설’이 대표적인 예이다. ‘어머니 가설’은 자신의 생식을 중단하더라도 자식에 투자하면 노산의 위험을 피하는 등 결과적으로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료 혜택이 없는 수렵채취인도 출산 때 산모 사망률이 3% 미만으로 나타나 노산의 위험이 과장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유타대의 인류학자 크리스틴 호크스는 아프리카 하드자인을 연구해, 나이 든 여성은 출산을 포기하고 젖을 뗀 손주를 돕는 편이 진화적으로 득이라는 ‘할머니 가설’을 내놨다. 인간의 아이는 젖을 뗀 뒤에도 오랫동안 돌봐야 한다. 잇따라 출산을 하는 젊은 여성보다 나이 든 여성의 경험과 힘이 뿌리 식량을 채집하는 등 중요한 구실을 한다.
자신의 생식 기회를 버리고 자식과 손주 지원에 나서는 진화적 이점은 동물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영국 엑시터대 진화생물학자 대런 크로프트 등은 2012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36년 동안 북서태평양 범고래를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범고래의 어머니가 죽으면 30살 아들이 이듬해 죽을 확률은 14배로 뛰었다. 범고래 수컷은 커서도 ‘마마보이’였다. 할머니 범고래는 무리를 이끌며 먹이 찾기, 포식자 감지, 문제 해결, 이동, 집단 내 갈등 해소 등에 기여한다.
범고래는 어미와 새끼의 유대가 강하고 어미의 존재가 새끼의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데이비드 엘리프리트, 고래연구센터 제공
가장 최근의 학설은 ‘생식 갈등 가설’이다. 2008년 영국 엑시터대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칸트 등은 생식을 둘러싼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의 갈등이 나이 든 세대의 생식 포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할머니 가설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남기는 직접 출산에 견줘 4분의 1을 남기는 손주 지원의 이득이 충분치 않다는 이론적 약점이 있었다. 43년 동안 범고래를 장기조사한 연구에서 어미와 딸이 동시에 번식에 나서면 어미의 자식이 사망할 위험성이 딸의 자식보다 1.7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도 딸이 출산을 시작할 즈음 어머니의 출산이 멎는다. 생식 갈등 가설은 할머니 가설을 보완하는 이론으로 주목받는다.
■ 폐경의 기원을 찾아
왜 어떤 고래는 폐경을 하고 다른 고래는 하지 않는 걸까. 왜 고도의 모계 사회를 이루고 어미와 자식의 유대가 깊은 고래가 폐경을 하는 걸까. 폐경 진화의 기원을 엿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케이틀린 카니스키 미국 조지타운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영국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 남방큰돌고래를 장기 관찰한 결과를 보고했다. 34년 동안 암컷 229마리와 새끼 562마리를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폐경을 하지 않는 고래와 폐경을 하는 고래 사이의 중간 형태가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서 새끼를 돌보는 남방큰돌고래 무리. 육아 기간이 길기로 유명한 돌고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방큰돌고래는 새끼 양육 기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김현우 박사는 “샤크만 돌고래는 제주에 서식하는 것과 같은 남방큰돌고래이며, 양육 기간이 길고 자란 뒤에도 어미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근처에 머문다”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 이곳의 남방큰돌고래는 11살 때 처음 새끼를 낳은 뒤 터울이 점점 길어지다가 40대 초반 마지막 출산을 하고 보통 40대 후반에 수명을 다한다. 또 나이 든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젊은 엄마의 새끼보다 일찍 죽었다. 늦둥이일수록 수유 기간도 길어졌다. 보통 남방큰돌고래는 4살 때 젖을 떼지만 나이 든 어미의 새끼는 평균 5년 젖을 먹였고, 길게는 8년 넘게 젖을 먹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늦둥이의 사망 확률이 높으므로 나이 든 어미는 늦게 출산을 하기보다 기존 새끼를 돌보는 것이 낫고, 따라서 오래 새끼를 돌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이런 연장된 새끼 돌보기는 폐경 진화에 필요한 돌봄의 문턱이 어딘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논문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roft et al., Reproductive Conflict and the Evolution of Menopause in Killer Whales, 2017, Current Biology 27, 298–304,
http://dx.doi.org/10.1016/j.cub.2016.12.015
Theoni Photopoulou et al, Evidence for a postreproductive phase in female false killer whales Pseudorca crassidens, Frontiers in Zoology (2017) 14:30, DOI 10.1186/s12983-017-0208-y
Karniski C, Krzyszczyk E, Mann J. 2018 Senescence impacts reproduction and maternal investment in bottlenose dolphins. Proc. R. Soc. B 285: 20181123. http://dx.doi.org/10.1098/rspb.2018.11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7.30
장수 할머니 범고래 지혜로 가족 이끈다
범고래 장기 관찰 결과 '할머니 가설' 입증…여성 장수의 진화적 설명
암컷, 폐경 이후 40여년 생존…오랜 생태 지식이 기근 때 무리 살려
grany2_David Ellifrit2, Center for Whale Research.jpg » 무리지어 이동하는 북아메리카 연안의 범고래 무리. 먹이가 부족할 때 앞장서는 것은 늘 할머니다. 사진=David Ellifrit, 미국 로래연구센터
유전자를 후손에게 가장 많이 퍼뜨리는 것이 진화의 냉혹한 논리라면, 이것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동물이 있다. 사람, 범고래, 들쇠고래의 ‘할머니’가 그들로서 생식능력이 없어진 뒤에도 수십년을 산다.
대부분의 동물은 죽기 전까지 새끼를 낳는다. 바꿔 말하면, 번식을 하지 못하면 죽는 것이 진화적 숙명이다. 그런데 범고래 암컷은 12살부터 40살까지 새끼를 낳지만 90살 너머까지 산다. 수컷은 대개 50살을 넘기지 못한다.
grany3_Emma Foster.jpg » 일어서서 물밖을 살펴보는 행동을 하는 범고래 무리. 장기 관찰을 통해 연구자들은 고래의 개체별 특징과 친척관계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사진=Emma Foster, 고래연구센터
북아메리카 태평양 해안에 서식하는 범고래를 1976년부터 관찰하고 연구해 온 미국 고래연구센터의 해양생물학자들은 갓 태어난 개체부터 91살 할머니까지 다양한 범고래의 개체별 특징과 계보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로렌 브렌트 영국 엑시터 대 생물학자 등은 2001~2009년 사이 촬영한 751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할머니 범고래가 집단에서 특별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논문은 ‘할머니 가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류학자들이 제안한 이 가설은 수렵채취 사회에서 할머니가 식량 확보, 아이 돌보기, 홍수나 기근을 극복한 경험 등을 통해 자손을 번창하게 만들고, 이것이 폐경 이후의 수명연장을 재촉했다고 설명한다.
grany1_David Ellifrit, Center for Whale Research.jpg » 범고래가 왕연어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 언제 어디서나 충분한 연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David Ellifrit, 고래연구센터
브리티시 컬럼비아와 워싱턴 연안에 사는 범고래의 주식은 왕연어이다. 그런데 사람의 어획과 엘니뇨에 따라 왕연어 무리의 크기는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범고래의 번식률과 사망률은 왕연어가 얼마나 풍부한가에 달려있는데, 특히 연어가 부족할 때 연어를 어디 가서 잡을 수 있나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다.
연구자들은 할머니 범고래가 무리를 이끄는 리더 구실을 하며, 특히 연어가 적을 때일수록 할머니의 지도력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암컷보다 덩치가 커 많이 먹어야 하는 수컷은 늘 엄마 곁을 따라다니며 굶주림을 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rany4_Kenneth Balcomb, Center for Whale Research.jpg » 덩치 큰 아들은 딸과 달리 늘 어미의 곁을 따라다닌다. 더 많은 먹이를 먹기 위해서다. 사진=Kenneth Balcomb, 고래연구센터
교신저자인 다렌 크로프트 엑시터 대 행동생태학자는 “이 연구는 폐경 이후의 암컷이 생태적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무리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사이언스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사람도 폐경 이후 오래 사는 것이 단지 의료와 생활여건의 향상 덕뿐 아니라 진화적 적응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수렵채취인 가운데 60살 이상 사는 사람이 알려진 것보다 많고 연장자의 자손이 더 많은 자손을 얻는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ent et al., Ecological Knowledge, Leadership, and the Evolution of Menopause in Killer Whales, Current Biology (2015), http://dx.doi.org/10.1016/j.cub.2015.01.037
15.3.10
돌고래도 ‘교대 근무’하나, ‘아침반’ ‘저녁반’ 나눠 사냥
꺼리는 상대 피해 단짝 친구들과 다른 시간대에 사냥
까다로운 사회 구조 드러나, 보전과 관리에도 고려해야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아드리아 해의 큰돌고래 무리. 꺼리는 무리와 만나지 않으려고 시간 조절을 하는 행동이 발견됐다. 애너 헤이스, 모리게노스 제공.
지능이 높은 사회성 동물인 돌고래에서 새로운 ‘사회적 행동’이 발견됐다. 두 무리의 큰돌고래가 마치 사람이 교대 근무를 하듯 같은 바다에서 시간대를 나눠 사냥하는 행동이 처음 확인됐다.
돌고래는 다양한 형태의 무리를 이룬다. 수컷끼리 동맹을 맺기도 하고, 같은 성별 또는 연령대가 무리 짓기도 한다. 무리의 특성에 따라 독특한 행동을 보이지만, 돌고래의 집단행동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슬로베니아 해양 포유류 협회(모리게노스) 연구자들은 지중해의 아드리아 해에 서식하는 큰돌고래를 9년 동안 관찰했다. 이들은 등지느러미 모양의 특징 등을 바탕으로 개별 돌고래의 행동을 추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전례 없는 행동이 드러났다고 과학저널 ‘해양 생물학’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결속력이 강한 두 무리와 느슨한 무리 하나로 구성된 큰돌고래 집단. 무리마다 먹이터 이용 시간대가 다르다. 게노브 외 (2018)
아드리아해 트리에스테 만에서 목격한 시간과 장소를 자세히 기록한 돌고래는 모두 38마리였다. 이 해역 돌고래 집단은 3개 무리로 나뉘었는데, 결속력이 강한 두 무리와 느슨한 뜨내기 무리 하나로 이뤄졌다. 19마리의 암·수로 이뤄진 첫 무리는 이 해역에서 저인망 조업을 하는 어선을 따라다니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습성이 있었다. 두 번째 무리는 13마리로 이뤄졌는데, 첫 무리와 같은 해역에 서식하지만, 어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방대한 목격 기록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결속력이 강한 앞의 두 무리가 같은 해역에서 숭어 등 먹이를 사냥하지만, 결코 서로 만나는 일이 없었다. 첫째 무리의 사냥 시간은 오전 7시∼오후 1시였고, 두 번째 무리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활동했다. 연구 책임자인 틸렌 게노브 모리게노스 연구원은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돌고래가 바다의 다른 구역을 나누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하루의 특정 시간대를 나누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세인트 앤드류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어떤 때는 한 지점에서 아침에는 한 무리를 보고 저녁에는 다른 무리를 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이 등지느러미의 특징을 바탕으로 무리 구성원의 개별 행동을 조사하고 있다. 애너 헤이스, 모리게노스 제공.
돌고래들이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꺼리는 무리와 단짝 무리가 있어 서로 나뉘는 까닭은 뭘까. 연구자들은 돌고래 사이의 먹이 경쟁과 충돌 회피, 상이한 먹이 찾는 방식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돌고래 집단이라도 무리마다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면 사람에 의한 교란이 끼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고, 보전과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ilen Genov et al, Behavioural and temporal partitioning of dolphin social groups in the northern Adriatic Sea, Marine Biology (2019) 166:11, https://doi.org/10.1007/s00227-018-3450-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18.12.28
풀려난 제돌이를 친구들은 어떻게 알아봤을까
큰돌고래 개체마다 독특한 휘파람 신호음…이름처럼 부르면 대답해
기억 기간은 최소 20년, 제돌이 등 3~4년 헤어져 동료 기억은 너끈
제주 바다에 풀려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등지느러미에 '1'이란 숫자가 적힌 개체)가 지난 3일 동료 무리와 함께 헤엄치고 있다. 사진=제돌이방류시민위원회
지난 7월18일 공연용으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앞서 가두리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던 삼팔이도 탈출했다. 다행히 이들 세 마리의 돌고래는 모두 동료 돌고래 무리에 섞여 헤엄치는 모습이 곧 확인됐다. 고향을 떠난 지 3~4년 만에 다시 만난 예전 무리의 돌고래가 이들 세 마리의 귀향 돌고래를 어떻게 알아봤을까.
직접 증거는 없지만, 분명한 건 옛 동료가 이들을 알아채고 무리에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런 대화를 나눴을까. “소리를 들으니 너 맞구나!” “응, 반가워. 오랜만이다.”
물 위로 뛰어오르는 스코틀랜드의 야생 큰돌고래. 사진=빈센트 재니크, 세인트 앤드류스 대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돌고래가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야생 큰돌고래 250마리를 임시로 포획해 서로 보지는 못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격리한 채 실험을 했다. 돌고래들은 아주 빈번하게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냈다.
흥미롭게도 한 돌고래가 내는 휘파람 소리를 다른 돌고래가 흉내 냈다. 흉내 낸 돌고래가 평소에 내는 휘파람 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이 돌고래가 흉내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돌고래가 자기 소리를 흉내 내면 대답하기도 했고, 떨어져 있을 때 찾는 돌고래의 소리를 내 부르기도 했다. 이 큰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는 사람의 이름 부르기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이런 소리 흉내는 가족이나 가까운 동료 사이에서만 나타났다.
큰돌고래의 휘파람 신호 음파 분석. 맨위가 한 수컷의 신호, 가운데는 이것을 흉내낸 소리, 맨아래는 흉내낸 수컷의 내는 휘파람. 그림=킹 외, <Proc R Soc B>
그렇다면 돌고래는 친구의 소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 미국 시카고대 연구자들은 동물원과 수족관 6곳에서 기르고 있는 43마리의 큰돌고래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번식을 위해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녔지만 모든 기록이 잘 보관돼 있었다.
연구진은 수족관에서 돌고래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물속 스피커를 통해 녹음한 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함께 살았던 돌고래라면 즉시 스피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주변을 돌아다니며 신호를 보냈다. 심지어 한 돌고래는 자기 새끼를 데리고 와 자기가 알던 돌고래의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고, 스피커를 치우자 화를 내기도 했다.
반대로 함께 있지 않았던 돌고래의 소리는 무시했다. 또 어릴 때 무리의 지도자였던 거친 수컷 돌고래의 소리를 들려주자 경계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 실험에서 극단적인 사례는 베일리라는 이름의 돌고래다. 이 돌고래가 2살 때 4살짜리 돌고래 앨리와 함께 지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 6개월이 지난 뒤 베일리에게 앨리의 소리를 들려줬더니 즉각 알아챘다. 이것을 볼 때 다른 돌고래와 열 살까지 함께 살았고 4년 동안 그들과 헤어진 제돌이를 동료가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들이는 건 큰돌고래에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Kai was one of the dolphins in the study, he was 16 years old when this picture was taken.jpg » 기억력 실험에 참여한 16살짜리 큰돌고래 카이. 사진=제이슨 부룩
큰돌고래는 약 50살까지 사는 장수동물이고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합류하기도 하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 따라서 멀리서도 상대가 반가운 친구인지 피하는 게 좋은 돌고래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돌고래의 소리가 개체의 이름처럼 독특하고 오랜 기간 기억된다면, 앞으로 흉터나 지느러미 모양과 함께 돌고래의 개체를 식별하는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ruck JN. 2013 Decadeslong, Social memory in bottlenose dolphins, Proc R Soc B 280: 20131726, http://dx.doi.org/10.1098/rspb.2013.1726
King SL, Sayigh LS, Wells, RS, Fellner W, Janik VM. 2013 Vocal copying of individually distinctive signature whistles in bottlenose dolphins. 280: 20130053, http://dx.doi.org/10.1098/rspb.2013.0053
Stephanie L. King and Vincent M. Janik, Bottlenose dolphins can use learned vocal labels to address each other, PNAS, 0.1073/pnas.1304459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3.8.13
“법은 멀고 돈은 가깝고…”, 어민 참여해야 돌고래 보전
잘못 걸린 돌고래·물범 풀어줄 때 드는 비용이나 손해 보상 등 어민 배려 제도 시급
그물에 혼획 막을 음향경고장치 설치…바다생물 가장 잘 아는 어민 지지 이끌어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도약하며 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돌고래의 불법포획을 막기 위해서는 보전에 어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해 여름 제돌이를 따라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최근 제주 남서쪽 대정읍의 연안에서 함께 파도를 헤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많은 이의 관심 속에 떠들썩하게 이루어진 제돌이와 춘삼이의 제주 바다 귀환 작전이 벌어진 2013년 이후 2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함께 포획되었던 나머지 두 마리까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제돌이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어민들이 잡은 돌고래 11마리를 제주의 한 전시·공연 업체가 사들여 일부는 자기 업체의 공연에 쓰고 일부는 서울의 동물원에 되팔았다.
2015년 7월6일 제주 조천읍 함덕리 정주항 인근 해역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 제주해역 자연방류 기념식'을 마치고 가두리어항에서 적응훈련을 했던 태산이와 복순이가 수문이 열리자 힘차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제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업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어민 9명까지 총 11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결국 업체 관계자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고, 업체에는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되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과정에서 돌고래 2마리는 폐사하고 말았고, 살아있는 6마리에 대해 법원은 몰수하도록 판결하였다. 이후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제주 바다로 돌아갔고, 함께 자연적응을 시작한 삼팔이가 가두리를 탈출해 사실상 최초의 귀환을 한 셈이기도 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 퍼시픽랜드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똘이가 돌고래쇼를 하고 있다. 같은 남방큰돌고래인 춘삼이와 삼팔이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이 둘은 불법포획 증거가 없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3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제주/최우리 기자
그리고 작년 태산이, 복순이까지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제돌이와 그 친구들은 비록 처음 잡혔을 때의 절반도 되지 않은 수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제주 바다로 생환하였다.
제돌이와 친구들의 생환은 마무리되었지만, 사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남기고 간 파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 관련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일로 필자는 제주에서 정치망을 갖고 계신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주에서 오랜 기간 정치망을 운영하였고, 한 때 제주 어민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도 맡았던 분이다.
혼획된 밍크고래. 고의로 잡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면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다. 해양포유류 혼획을 막기 위한 어민과 어구를 포함한 대책은 아직 미미하다. 사진=연합뉴스
제돌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사건의 앞뒤 정황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지역 사회에 당시 사건이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 분의 증언을 들어 보면, 보통 제주의 정치망 그물에 걸리는 바다생물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돌고래 아니면 바다거북이라고 한다. 바다거북은 대개 바닷가 사람들이 영물로 생각하고 크기나 움직임이 작아 바다로 바로 돌려보내거나 다쳤다면 구조하여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돌고래가 그물에 들어오면 어르신이 아닌 젊은 청년이라도 혼자서 돌고래를 그물에서 떼어내 바다로 돌려보내기는 불가능하다. 돌고래의 동체가 낼 수 있는 힘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간혹 허우적대는 돌고래 몸통에 사람이 맞기라도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방류하기 위해 제주로 이송하는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대형 포유동물을 다루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진=강재훈 기자
돌고래 쇼에서 물속에서 튀어나와 수 미터까지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그려보면 그 힘을 가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물에 걸려든 돌고래는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어떻게 하기 까다로운 대상이 되고 만다. 더욱이 바다에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 상황을 아는 이는 없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돌고래가 그물 안에 죽어 있다면 배에 싣고 포구로 가서 당당히 해경에 신고를 하고 위탁판매를 하면 된다. 적잖은 돈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살아 있다면? 법적으로 이미 판결이 난 상황을 다시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넓은 바다에서 내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본 어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물 속에 살아 있는 돌고래를 풀어 주려면 내 소유의 그물을 찢어서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작업이 가능한 다이버가 정치망에 와서 그물을 찢고 돌고래를 내보내야 하고, 이 과정에 하루 이틀이 더 걸리기도 할 것이다. 다이버를 쓰는 비용, 그물을 다시 수선하는 비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업을 못하고 입는 손해를 오롯이 어민 혼자 부담해야 한다.
우연히 들어온 돌고래를 살려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문제는 돌고래의 생환 여부가 아니라, 여기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누가 져야 합당한 것일까로 옮아간다.
통영 앞바다 정치망에 걸렸다 구조돼 치료와 야생적응 훈련을 마친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상괭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유감스럽지만 제돌이 사건 당시 그물에 걸려든 제돌이와 친구들을 보고 어민들은 지역의 전시·공연 업체에 연락을 했다. 그들은 다이버와 사육사를 보내줬고, 그물 작업이 끝나 돌고래를 가져가면서 사례금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도 쥐여줬다. 아마 어민 입장에서는 며칠 간의 조업 손실을 벌충하는 심정으로 그 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 어민들이 겪었던 “법은 멀고, 돈은 가까운” 상황은 비단 제주 남쪽 바다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물개가 겨울철 청어떼를 따라 내려오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나, 물범이 여름철을 보내는 서해 백령도 물범바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소와 생물의 종류만 다를 뿐 어민과 바다동물 사이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도와 상황의 차이가 있고 모든 어민이 불법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물개를 법에서 정한 보호생물이 아니라 해구신이라는 정력제로 보거나, 물범을 고아 아이들 대학시험 치루기 전 먹인다는 수능탕1)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제돌이 포획과 매매와 같은 해양포유류의 음성적인 거래가 또다시 있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살아있는 고래류를 비롯해 우리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해양포유류를 허가받지 않고 포획하거나 거래하는 것은 분명 불법이다. 아마 제돌이 사건에 관계된 어민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단지 법률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명문화하는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돌고래가 다른 수산물을 잡기 위해 쳐 둔 그물에 잘못 걸렸을 때(혼획이라고 한다),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제와 함께 어민들에게 규제를 따르게 될 때 부가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비용이나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어민을 포함한 우리들의 준법정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더욱이 나의 행동을 감시하는 수준이 낮은 상황과 결합된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적법하지만 값비싸고 번거로운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불법이지만 경제적이고 간단한 행위가 더 매력적이고 나 자신만 놓고 보면 더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문제가 되는 생물이 제돌이에서 물개나 물범으로 바뀔 뿐이지, 제2, 제3의 제돌이 사건이 동해와 서해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적어도 정부는 돌고래나 바다거북이 혼획된 이후 이들을 안전하게 구조하고 치료해서 바다로 돌려보내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우선 혼획된 동물의 구조를 위해 찢었던 어구를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조업이 불가능했던 기간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 유연하고 현실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또한 혼획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도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고래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하여 ‘핑거(pinger)‘라고 하는 음향경고장치(acoustic deterrent devices)를 선박의 크기나 그물의 길이에 따라 장착하도록 하고 있다.2)
조업구역과 조업시기에 따라, 그리고 출현하는 고래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장비의 성능을 나누어 어획 작업 중에 발생하는 고래의 혼획을 최소화하고 있다.3)
돌고래의 혼획을 방지하기 위한 경보장치 개념도. 그림=Andy McLaughlin, www.tcistudio.co.uk
제돌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고, 이를 계기로 해양동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하였다.4) 이에 따라 정부에 필요한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독도에서 사라진 강치(바다사자)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고, 백령도에서 물범을 보호하기 위해 수차례 공청회를 열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령도에 시도했던 물범 보호구역이 지역 어민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한 사례와 같이 지역의 지지가 없으면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최초의 방류 돌고래 제돌이(오른쪽에서 두번째 지느러미에 `1' 표지가 있는)가 다른 야생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서귀포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사진=김병엽 제주대 교수
정부나 시민 사회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바다에서 가장 먼저 생물과 접촉하고 그들을 가장 잘 아는 어민의 지지와 협조 없이는 바다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귀한 해양동물을 보호하기 어렵다. 우리 바다에 제돌이가 헤엄치고 있듯, 어민도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6.2.23
1) 최근 언론에 보도된 수능탕의 재료로 쓰인 물범은 캐나다에서 수입한 하프물범으로 알려져 있음(조선일보, 2015.10.3.)
2) Abby Crosby, Nick Tregenza and Ruth Williams, 2013, The Banana Pinger Trial:Investigation into the Fishtek Banana Pinger to reduce cetacean bycatch in an inshore set net fishery.
3) Council Regulation (EC) No 812/2004 of 26 April 2004 laying down measures concerning incidental catches of cetaceans in fisheries and amending Regulation (EC) No 88/98
4) 주요 해양동물(바다사자, 물범, 돌고래 등)로 신문기사 검색 결과(언론진흥재단 기사검색 서비스), 기사화 건 수가 2000년대에는 연간 수 건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 연간 50건 이상으로 급증함(해양수산부, 2014, 2013년 보호대상해양생물 보전연구)
바다 귀향한 제돌이 이젠 자유재롱 부려
무리와 함께 요트 옆 파도타기, 김녕항 오전 10~11시, 오후 4~5시 자주 나와
요트 겁내지 않고 몸 뒤집기 재롱도, 동물복지 고려한 고래 관광 새 가능성 보여
지난 6월18일 김녕 앞바다에 나타난 제돌이(맨 오른쪽).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동쪽에서 30여 마리의 무리와 함께 도착해, 필자가 자리를 뜬 오후 1시까지도 무리와 함께 근처를 유영했다.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는 1번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가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해 7월18일, 제돌이는 춘삼이와 함께 제주시 김녕 앞바다의 가두리를 빠져나가 다시 야생생활을 시작했다.
그보다 약 한달 전인 6월22일에는 삼팔이(D-38)가 야생적응 훈련용 가두리의 찢어진 그물 틈으로 먼저 야생 바다로 빠져나갔다. 이 세 마리는 제주 앞바다에 살다가 그물에 걸려 수족관업체에 팔려갔고, 제돌이는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춘삼이와 삼팔이는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을 했다.
한때 쇼돌고래로 살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제돌이와 춘삼이는 2009년 불법 혼획돼 이후 수족관 생활을 4년 했고, 삼팔이는 2010년에 잡혀 3년을 인간과 함께 있었다.
주 바다로 돌아간 지난 1년 동안 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야생 무리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잘 살고 있다. 세 돌고래를 추적 모니터링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100% 적응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7월 김녕 앞바다의 야생적응 가두리에서 헤엄치고 있는 제돌이(1번)와 춘삼이(2번). 나란히 인공위성 위치 추적장치(GPS)를 달았다. 야생방사 뒤 모니터링을 위해 부착됐던 이 장치는 얼마 안 돼 떨어졌다. 사진=제돌이시민위원회
7월18일 방류 직후, 제돌이와 춘삼이는 각각 다른 길을 갔다. 지난해 5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제주 성산항과 김녕 앞바다 가두리에서 세 마리의 야생적응 과정을 지켜본 서울대공원 사육사들은 제돌이가 춘삼이, 삼팔이와 친하게 어울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 마리 모두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 110여 마리의 일원이었지만, 각각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에서 따로 지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왕따' 정도는 아니었지만, 야생방사 직후 제돌이와 춘삼이가 '제 갈 길을 간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던 거 같다.
야생방사 직후에는 제돌이와 춘삼이는 제주 동부 바다에서 따로 지냈다. 제돌이는 아마도 계속 혼자 다닌 것 같고, 춘삼이는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와 함께 지낸 것으로 관찰됐다.
며칠 동안은 그렇게 야생 무리에 '완전히' 합류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8월3일 최초로 야생무리 속에서 헤엄치는 제돌이가 발견된다. 춘삼이도 그 무리에 있었다. 목시조사로 측정되기로는 약 100마리 이상의 돌고래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 전원이 모인 자리 같았다. 8월27일 차귀도 바다에서는 제돌이와 삼팔이가 함께 목격되기도 했다.
그뒤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는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 세 돌고래의 방류 후 모니터링을 하는 이들은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 교수, 장수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 그리고 김현우 고래연구소 연구원 등인데, 이들은 조사기간 때마다 이들 '쇼돌고래' 출신 '야생돌고래'를 목격하고 있다. 돌고래들이 어선이나 사람을 따르지 않을까 일부에서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런 적도 없다고 이들은 전했다.
제주시 김녕 앞바다의 고래관광 요트에서 발견된 제돌이(1번)와 춘삼이(2번)의 모습. 제돌이와 춘삼이는 다른 돌고래들과 마찬가지로 곧잘 요트에 붙어 유영을 한다. 하지만 다른 돌고래에 비해 더 자주 보트에 붙거나 인간을 따르는 건 아니다. 사진=김녕요트투어
어떻게 하면 제돌이를 볼 수 있을까? 일반인은 제주 김녕앞바다에서 이뤄지는 고래관광을 통해 돌고래를 볼 수 있다. 김녕요트투어에서 진행하는 고래관광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50분까지 매시간마다 진행된다. 30인승 요트를 타고 김녕항을 나가 주변의 바다를 한시간 동안 둘러본다.
돌고래가 나타나면 십중팔구 요트에 붙어 파도를 타는 등 놀고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은 스노클링할 때 돌고래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김녕 앞바다에서 돌고래들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고래들이 이곳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제주 연안에서 돌고래가 가장 자주 관찰되는 곳은 성산에서 김녕, 함덕까지 제주 동북부 해안이고 그 다음은 애월에서 차귀도까지 제주 서부 해안이다. 먹이활동을 할 때는 김녕 앞바다에서 몇 시간 머무르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 돌고래들은 재빨리 김녕 앞바다를 통과하기도 한다. 돌고래들은 월정리해수욕장에서 김녕항 그리고 서우봉까지 해안가 1㎞ 안으로 붙어서 이동한다. 굳이 고래관광 요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해변에서 망원경만 있으면 관찰할 수 있다.
김녕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들. 사진=김녕요트투어
돌고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러' 온다는 것을 알까? 고래관광 요트의 선원들은 돌고래가 특별히 배에 대해 경계심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2011년부터 요트에서 가이드를 한 김현선(25)씨는 "돌고래들이 배를 뒤집고 유영을 하곤 한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자주 없었다"고 말한다. 돌고래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돌고래들은 요트의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 사실을 알 것이다. 고래관광에서는 이처럼 천천히 유영하는 제돌이와 춘삼이가 핸드폰 카메라로 잡힐 정도로 여러 번 목격됐다.
김녕항에 세워진 돌고래 출석부. 사진=김녕요트투어
김녕요트투어는 김녕항 앞에 '돌고래 출석부'를 만들어 두었다. 4월에는 10일, 5월에는 13일, 6월에는 15일 돌고래가 나왔다. 돌고래는 어떤 날은 서너 마리만 나와 천천히 유영하다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수십 마리가 물보라를 튀기며 지나갈 때도 있다. 짧게 머무르다 가는 경우도 있고 하루종일 머무는 경우도 있다.
보통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무리의 경우 보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가는 편이고, 10~30마리 정도의 중간 규모의 무리는 파도 타기를 하며 어울려 노는 편이라고 한다.
김광경 김녕요트투어 대표는 "보통 오전 10시, 11시와 오후 4시, 5시 쯤에 자주 나온다. 그래서 돌고래를 찾는 이들에겐 이 시간대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의 요트투어는 자연산 회 등 선상 다과, 갑판에서 바다 보기, 선상 낚시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돌고래가 나타나면 탑승객의 의견을 묻고 선상 낚시 등의 프로그램을 생략하기도 한다.
김녕 앞바다에서 군무를 벌이는 남방큰돌고래. 사진=김녕요트투어
지난 1일에도 제돌이를 포함해 남방큰돌고래 50여 마리가 오전 9시에서 11시까지 김녕 앞바다에 머물다가 갔다. 이날 제돌이는 마치 사람들을 안내하듯이 앞에서 배를 이끌고 미끄러져 나아갔다. 돌고래 출현 소식은 김녕요트투어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nytour)을 통해 알 수 있다.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에 있을 때, 우리는 언제든지 제돌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제돌이가 야생의 바다로 돌아간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돌이를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제돌이가 와 주어야 제돌이를 볼 수 있다.
지난 3월25일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앞바다의 제주 해양수산연구원의 수중 카메라에 포착된 제돌이. 사진=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14.7.14
바다로 간 제돌이 등지느러미 '낙인'을 생각한다
"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려고 하는가", 역사적 돌고래 야생방사에 오점
이미 부착한 위성추적장치와 사진촬영 통한 지느러미 식별법으로 충분
지난 7월 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목지곶 해안 인근 가두리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방사행사에서 제돌이(지느러미 표식 1번)가 가두리 곁에서 헤엄치고 있다. 제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3년 7월18일 오후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사들은 ‘제돌이, 춘삼이 그리운 제주 앞바다로’, ‘고향바다로 간 제돌이-다시 찾은 자유’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돌고래 제돌과 춘삼의 자연방사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부 신문은 “제돌이와 춘삼이 등 지느러미에 새긴 일련번호는 야생으로 돌아가 돌고래 무리에 합류한 뒤에도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드라이아이스와 알코올을 이용해 고통없이 일련번호를 새겼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법” 이라는 설명과 함께 제돌이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가 제공한 등지느러미에 1번 글자가 선명한 제돌이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날은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공연용으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3주 앞서 선상의 가두리 그물을 빠져나간 삼팔이를 따라서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삼팔이의 귀향은 ‘사람들로부터 자력 탈출’이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귀향은 ‘인간에 의한 자연방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한 일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기념하기 때문에 춘삼이가 그물을 빠져나간 6월26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겠지만 사실 이날이 한국과 아시아 최초의 공연 돌고래 자연복귀일입니다.
7월 18일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제주 현지에 가지 못한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장맛비 속에 광화문에 모여 이들의 귀향을 축하했습니다. 사진=최예용
최초의 야생해양동물 자연방사, 공연 돌고래의 최초 자연방사, 환경단체와 동물단체의 주도로 야생 해양동물을 인간의 품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첫 사례, 행정부(해경, 당시 국토해양부), 자치단체(서울시), 사법부(제주법원과 검찰) 등의 정부기관과 민간환경단체가(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카라) 공동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을 자연으로 복귀시킨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 등등의 평가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서울 광화문과 서울동물원 그리고 제주 현지에서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집회, 일인시위 등을 통해 돌고래 자연방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연방사 결단을 내리면서 전문가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에 자연방사에 필요한 일들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제돌이가 제주로 갈 때 배편으로 이동하면 20시간 넘게 걸려 동물복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회원들의 거금을 항공운송비용으로 부담했습니다. ‘복순’과 ‘태산’의 서울행에 아시아나 항공사가 저가로 화물기를 제공했으며 어떤 기업은 방사 훈련에 필요한 활어먹이를 후원해 주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었고 시민들은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제돌이의 자연복귀를 찬성해 주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돌고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등 돌고래 세 마리의 자연방사는 대부분의 국민이 뜻을 모아 실현한 획기적인 사회적 사건이었고, 환경운동을 생각하는 시민들에게는 1997년 동강 살리기운동 이후 오랜만에 맛본 국민적 환경운동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등지느러미 낙인에 항의하는 제돌이 퍼포먼스. 사진= 최예용
이 글에서는 제돌이 자연방사 과정에서 발생한 ‘동결낙인’이라는 대단히 유감스런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민위원회는 반대의견이 제기되었음에도 회의안건으로 다뤄 진지하게 토론 한번 해보지도 않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어 영원히 인간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말입니다.
사실 방사 후 모니터링을 수월하게 한다는 취지라지만 시민위원회는 제돌이에게 이미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사실, 이 장치를 달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뚫는 과정은 지켜보기 힘들어서 이 방법도 바람직한 방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방사 후 살아 있는지, 어느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위성추적방식은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등지느러미의 모양만으로 개체식별이 가능한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식별방법이 개발되어 있어 등번호 낙인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위의 사진 두 장은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모양으로 개체를 구분하는 식별방식입니다. 제돌이는 이러한 방식으로 2004년 이전에 찍힌 사진판독으로 제주 앞바다에서 살던 개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진=고래연구소
제돌이의 방사 적응훈련의 핵심은 공연 돌고래로서 그동안 사람들이 주는 먹이와 훈련에 길들어진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멀어지기, 즉 야생성 회복입니다. 시민위원회는 그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때문에 서울동물원에서도 제주 가두리 그물에서도 아무나 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활어를 먹이로 줄 때도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멀리서 던져줄 정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번호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는 인간의 흔적을 영원히 남겨 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겠다는 잠재적 의도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생동물을 보는 인간의 한계였습니다. 낙인제안에 대해 처음 갸우뚱하던 동물단체 대표들마저 전문가들의 ‘아프지 않고 안전하다’는 말에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대표한 위원 세 명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찬반논쟁 내내 가만히 있다가 제주 성산에서 김녕으로 육상이송하기로 한 전날에 ‘시간이 없으니 다수가 찬성하므로 낙인을 찍겠다’고 이메일로 통보했습니다. 정식으로 시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마저 무시했습니다.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2012년 4월 1차 시민위원회가 열린 이후 16개월 동안 12번의 회의가 열렸지만 한 번도 안건이 무시되거나 다수결로 처리된 적이 없는 시민위원회였기에 ‘동결낙인 다수결 이메일 처리’는 성공적인 돌고래 자연방사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결낙인’에 대해 해외자료를 찾아봤습니다. 2008년에 발간된 ‘해양 포유동물 백과사전’은 고래류의 인식방법을 자연표식, 일시적 표식, 흉터 및 낙인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 ‘동결낙인’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이 자료가 소개하는 동결낙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의 몸통이나 등지느러미에 5~8㎝ 크기의 금속을 이용한 번호를 10~20초 동안 찍는 방법으로 큰돌고래 등 작은 크기의 고래류에 광범위하게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얀 표식은 낙인 뒤 2~3일 내에 분명하게 보인다. 동결낙인 표식은 시간이 감에 따라 사라진다. 따라서 야외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는데, 화질이 좋은 사진촬영을 통한 번호 인식은 몇 년 동안 가능하다. 낙인번호가 사라지는 현상은 해당동물의 나이와 관계가 높은데, 어린 개체의 낙인은 빨리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지고, 11세 또는 그 이상의 나이 든 성체는 좀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 오랫동안 고래보호운동을 해오면서 교류해온 해외의 고래보호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더니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철학의 문제’라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1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결낙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낙인이라니? 옛날에 노예나 동물에게 찍었던 그 낙인?“이라는 생각에 전율했던 느낌은 자료를 찾아보고 국내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냐‘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를 대표하여 시민위원회를 참여해 왔는데 7월10일 열린 시민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사퇴했습니다. 제돌이에게 낙인을 찍어 버리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시민위원회에 더는 참여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낙인 찍으며 하는 자연방사는 제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행위를 하는 모임의 일원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가 주도하고 시민단체 출신 시장의 결단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위원회이기에 사퇴라는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했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지적해야 했고 낙인 찍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 방사 후 시민위원회 최재천 위원장은 동결낙인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자연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칫 자연에 관한 연구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려 상당히 어려웠다. (중략)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동결낙인이 아니라 동결표지라고 하면 좋겠다. 이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적했던 대로 시민위원회는 방사 후 모니터링을 위해 사전합의를 통해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생태적인 방식인 등지느러미 자연형태의 사진인식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등번호 낙인을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결낙인을 찬성한 다른 전문가는 말합니다. “많이 알아야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연구가 훨씬 용이하게 진행되면 남방큰돌고래의 생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1번, 2번이 선명한 제돌이와 춘삼이를 바다에서 본 사람들은 ’돌고래 보호‘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과연 그럴까요?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자연에 대한 연구가 등지느러미 사진인식 방법이 가능하고 위성추적장치까지 장착한 제돌이와 춘삼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니…. 서울대공원과 제주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우고 내달리던 제돌이의 모습, 조련사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 튀어오르는 춘삼이의 애처로운 모습과 등에 선명한 1과 2번 등번호 낙인이 찍힌 채 제주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의 모습이 겹쳐 떠오릅니다.
제돌이 자연방사과정의 동결낙인 논쟁을 겪으며 한가지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극단적 자연주의’ 입장에 선 사람으로 평가받은 일입니다. 사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제가 직업적 환경운동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나에게 근본적 생태주의적 관점이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물음을 던져보곤 했습니다.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를 찾아가 법과 제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나는 일상적 환경운동방식은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게 해주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바다위원회의 현장활동은 제가 자연속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늘 일깨워줍니다. 제돌이, 춘삼이를 귀향시키는 과정은 저의 삶이 아스팔트 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환경운동가만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나아가 ‘극단적 자연주의’라는 말도 듣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를 철저히 배제하려는 사고를 ’근본적 자연주의‘라고들 하는데 그런 비슷한 입장에 설 기회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제돌아 춘삼아, 잘 가…. 그리고… 미안해….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으로 돌아간 지 5일 뒤 대한민국 고래보호운동의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습니다. 7월23일 상괭이 누리와 마루 두 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크기가 사람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주로 삽니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다르며, 돌고래처럼 입이 길쭉하지 않고 짧은 게 특징이죠.
누리와 마루는 부산아쿠아리움에 있다가 방사 얼마 전에 그물에 혼획된 현장인 경남 거제 해안의 가두리로 옮겨져 방사 적응훈련을 받았고 7월23일 남해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고래연구소는 이들 중 한마리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붙여 자연복귀 후의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몸통에 천을 입히고 위성추적장치를 달았더군요.
상괭이는 서해안과 남해에 주로 서식하지만 등지느러미가 없고 물위로 튀어 오르는 행동을 하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상괭이를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삼팔이, 제돌이, 춘삼이의 뒤를 이어 인간에 잡혀 수족관신세를 졌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네번째와 다섯번째 귀향고래로 기록된 누리와 마루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기를 기원합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13.8.1
바다로 돌아가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오월이. 해양수산부 제공
돌고래쇼 하다 풀려난 ‘삼팔이’ 야생번식 세계 최초 확인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최근 새끼를 낳은 것으로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지난 1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영락리 해안에서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고 있다. 야생방사된 쇼 돌고래의 야생 번식이 확인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 제공
불법포획돼 3년간 갇힌채 쇼하다가
방사 3년 만에 어미·새끼 유영 목격
돌고래쇼를 하다가 야생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번식에 성공한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은 17일 “2013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의 장수진(35), 김미연(28)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삼팔이와 1m 크기의 새끼 돌고래가 바짝 붙어서 헤엄치는 ‘어미-새끼 유영 자세’(mother-calf position)를 처음 목격했다.(1면 사진 참조) 그 뒤 지난 15일까지 이어진 모니터링 기간 중 두 돌고래는 7일 동안 관측됐고 줄곧 이 자세를 유지해, 삼팔이가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팔이는 2010년 5월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다. 서귀포시의 돌고래 공연 업체 퍼시픽랜드에 팔려 3년 동안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대법원의 몰수 판결로 서울대공원 ‘제돌이’의 야생방사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삼팔이는 최종 방사 직전에 찢어진 가두리를 탈출해 다른 돌고래들보다 먼저 야생 무리에 합류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수진 연구원은 “삼팔이가 새끼와 함께 맨 처음 목격된 이후, 혹시 다른 이웃의 자식이 아닌지, 지속적인 행동을 보이는지 등을 집중 관찰했다. 지난 15일까지 둘이 줄곧 붙어다니는 것으로 보아 삼팔이가 새끼를 낳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어미-새끼 유영 자세’는 어미 돌고래가 새끼 돌고래를 등 뒤에 바짝 붙여두고 헤엄침으로써, 물살을 헤쳐야 하는 자식의 수고를 덜고 위험에 대처하는 돌고래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삼팔이가 마지막 관찰된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혼자 다닌 것을 고려하면, 새끼의 나이는 여섯달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방큰돌고래는 10대 중반에 번식 가능한 성체가 되기 때문에, 삼팔이(13~15살 추정)는 이번에 처음으로 출산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돌고래 야생방사가 이뤄졌지만, 과학적 모니터링에 의해 야생방사 개체의 번식과 양육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고래 연구팀의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수족관 돌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멸종위기종 보전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 110여마리가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됐다. 삼팔이를 비롯해 제돌이, 춘삼이, 복순이, 태산이 등 방사된 돌고래 5마리는 방사 당시 일부 우려와 달리 야생 무리에 합류해 잘 살아가고 있다./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신부 예물 목걸이 만들려 돌고래 집단 살육
솔로몬제도 전통 돌고래 몰이 사냥, 2013년 한 철에 1700마리 죽여
돌고래 이 값 급등이 사냥 재개 불러…일본, 페루, 페로스제도 등서도 사냥
Omnifilm Entertainment Ltd.jpg » 솔로몬 제도에서 카누를 이용한 몰이사냥으로 돌고래를 잡는 모습. 사진=Omnifilm Entertainment Ltd
남태평양 서부에 위치한 솔로몬 제도에서는 전통적으로 돌고래를 잡아왔다. 돌고래 떼를 발견하면 카누 20~30척이 U자 모양으로 둘러싼 뒤 여러 개의 얇은 돌을 포개 만든 짝짜기 같은 도구를 물속에 담가 소음을 낸다. ‘소리 그물’에 막힌 돌고래 떼가 유일하게 터진 얕은 해안 쪽으로 도망치면 배에서 창으로 찔러 죽인다. 사냥의 주목적은 돌고래의 이를 얻는 것이다. 돌고래 이는 전통적인 화폐로 쓰였고 신부에게 줄 지참금, 장식품 등으로 쓰인다. 최근엔 이의 값이 급등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거나 고기로 팔기 위한 포획도 늘고 있다.
m.oremus.jpg » 솔로몬 제도의 몰이 사냥으로 잡은 돌고래에서 채취한 이로 만든 목걸이와 장신구. 사진=Marc Oremus
비정부기구와의 합의 아래 한동안 중단된 솔로몬 제도의 돌고래 사냥이 재개되면서 2013년 한 해에만 1700마리 가까운 돌고래가 포획되어 해당 수역 돌고래 집단이 위협에 놓였다는 보고가 나왔다. 마크 오레무스 뉴칼레도니아 남태평양고래연구소 컨소시엄 생물학자 등은 2013년 3월 이 섬에서 진행된 돌고래 포획 실태를 조사해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솔로몬 제도 말라이타 섬의 파나레이 마을은 오랜 돌고래 몰이 사냥 전통이 있는 곳이다. 20세기 초에 처음 알려졌지만 훨씬 오랜 기원을 갖는다. 19세기 중반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중단됐다가 1948년 다시 시작됐다. 화폐경제의 물결이 밀려든 1960년대에는 이웃 마을들도 돌고래 사냥에 나섰다. 비록 전통적인 사냥이지만 사냥 방법이 잔혹하고 동물복지에 문제가 있다고 본 미국의 환경단체 지구 섬 연구소(EII)는 마을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는 대신 사냥을 중단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2012년 사냥 중단 협약을 맺지 않은 마을이 사냥을 재개하자 이 약속은 속절없이 깨졌다. 연구자들은 이 값이 치솟은 것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돌고래 이 하나에 2004년 0.14달러 하던 것이 2013년 그보다 5배인 0.68달러로 올랐다.
F1_large2.jpg » 파나레이 마을에서 2013년 포획한 돌고래 이의 모습. a 알락돌고래, b 스피너돌고래, c 큰돌고래. 사진=오레무스 외 <왕립학회 공개 과학>
연구자들은 2013년 석 달 동안 이 마을에서 포획한 돌고래는 알락돌고래 1500마리, 스피너돌고래 159마리, 큰돌고래 15마리인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문헌 등을 종합하면, 파나레이 마을에서만 1976~2013년 사이에 몰이 사냥으로 1만5000마리 이상의 돌고래를 죽였다. 연평균 포획 개체수는 813마리에 이른다.
연구에 참여한 스코트 베이커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이것은 세계에서 기록된 돌고래 사냥 가운데 최대 규모의 하나로 일본에서 벌어지는 더 산업화한 사냥에 버금간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일본 타이지에서는 ‘전통’이라며 대규모로 잔인하게 돌고래를 잡아 논란이 일고 있다. 타이지의 돌고래 사냥 문제는 2010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더 코브>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돌고래 몰이 사냥은 이밖에 페로스 제도와 페루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rik Christensen -Hvalba_26-08-06_(3).jpg »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있는 페로스 제도에서 몰이 사냥으로 잡은 돌고래들. 사진=Erik Christensen
그러나 파나레이 마을 주민들은 ‘돌고래 사냥 재개가 마을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고 평화를 불러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주민들도 과잉 포획의 문제는 알고 있지만 대규모 선망 어선의 그물 탓에 잘못 걸려들어 죽는 돌고래가 더 문제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포획 대상인 돌고래가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이 섬에 고립돼 진화한 집단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보전을 위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베이커 교수는 “대형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 고래 사냥에 대해 관리 조언을 해주거나 할당량을 결정하는 국제기구나 정부간 기구는 없다. 규제도 받지 않고, 종종 기록도 되지 않는 포획이 세계 일부 지역 돌고래 개체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던져주고 있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Oremus M, Leqata J, Baker CS. 2015 Resumption of traditional drive hunting of dolphins in the Solomon Islands in 2013. R. Soc. open sci. 2: 140524. http://dx.doi.org/10.1098/rsos.14052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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