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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황제펭귄 번식지 붕괴

by 이성근 2019. 4. 28.

남극 2번째 큰 황제펭귄 번식지 붕괴

2만여쌍 번식지 3년째 새끼 못 태어나폭풍으로 해빙 일찍 녹은 탓

번식지 해빙 위에서 새끼를 기르는 황제펭귄. 헤엄칠 깃털이 나기 전에 해빙이 깨지면 새끼는 모두 익사할 수밖에 없다. 마이클 반 워르트,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4월 황제펭귄은 강풍에 떠밀려 빙붕 주변에 형성되는 정착빙에 모여 번식한다. 혹한 속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12월까지 새끼가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길러 바다로 데려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지난 60년 동안 계속된 일이었다. 그러나 남극대륙 북쪽 웨델 해에 위치한 핼리 만의 황제펭귄 번식지는 2016년 새끼를 한 마리도 길러내지 못했다. 그해 1011월 이례적인 폭풍이 불어 해빙이 너무 일찍 깨졌기 때문이다. 미처 헤엄칠 깃털이 나지 않은 새끼 황제펭귄 수 천마리가 바닷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세계 2번째 황제펭귄 서식지였던 핼리만 번식지(지도에 윈디 크리크 ‘Windy Creek’로 표기) 위치. 프레트웰 외 (2019) ‘남극 과학제공.

 

해마다 1500024000 번식 쌍이 모여 기후변화의 피난처로 기대를 모으던 핼리 만 번식지는 20172018년까지 3년 연속 황제펭귄의 번식에 실패했다. 이런 사실은 영국 남극조사대가 이 번식지를 수년 동안 정밀한 위성사진으로 관측한 결과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펭귄이 흰 눈 위에 남긴 배설물 오염 면적을 800상공의 위성으로 관측해 개체수를 추정해 왔다. 피터 프레트웰 영국 남극조사대 연구원 등은 26일 과학저널 남극 과학에 실린 논문에서 다른 황제펭귄 번식지에서도 해마다 번식 성공률은 들쭉날쭉하지만 이처럼 장기간 번식 실패가 이어진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황제펭귄은 펭귄 가운데 가장 커 키 120, 몸무게 40에 이르며 20년을 산다. 이 펭귄은 얼룩무늬물범의 먹이이지만 다양한 물고기와 크릴을 먹는 중간 포식자로서 남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핼리 만 번식지의 위성사진. 왼쪽 위가 붕괴 전 모습. 지난해 번식기(오른쪽 아래)에 극소수가 돌아왔다. 프레트웰 외 (2019) ‘남극 과학제공.

 

이번에 사라진 핼리만에서는 세계 황제펭귄의 8%가량이 번식해 왔다. 다행히 번식에는 실패했어도 황제펭귄의 상당수는 이웃 번식지로 옮겨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핼리만에서 55남쪽에 있는 도슨-람튼 번식지의 황제펭귄이 평소의 수천 쌍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14000여 쌍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해리 만 번식 쌍이 모두 이웃 번식지로 옮긴 것은 아니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위성사진을 샅샅이 뒤졌지만 새로운 번식지를 찾지는 못했고, 더 먼 곳의 번식지에 소수가 이동했을지는 모르지만 위성으로 파악은 안 된다황제펭귄이 번식을 포기하고 몇 년 뒤 다시 핼리 만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의 황제펭귄은 금세기 말까지 개체수가 507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황제펭귄이 해빙이 사라지는 재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장차 이 종이 어떤 처지에 놓일지 예측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황제펭귄의 번식 일정. 4월에 해빙에 오른 뒤 11월까지 새끼를 기른 뒤 12월 바다로 돌아간다. 폭풍으로 1011월 해빙이 깨지면 번식은 실패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eter T. Fretwell and Philip N. Tranthan, Emperors on thin ice: three years of breeding failure at Halley Bay, Antarctic Science (2019), doi:10.1017/S09541020190000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세계 펭귄의 날도 있었군요!

기후 변화로 서식환경 파괴돼 생존 위협 받는 펭귄

남극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인 매년 425, 이들을 보호하자는 뜻으로 세계 펭귄의 날제정해

 

세계 펭귄의 날'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펭귄과 함께 춤을'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해양환경 민간 NGO‘OCEANITES’ 보고서에 따르면, 펭귄은 2017년 현재 약 1,200만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모두 남극과 호주, 뉴질랜드, 남미, 남아프리카 등 남반구에 산다. `황제펭귄',‘쇠푸른펭귄까지 총 17종이 있고, 그 중 11종이 세계자연기금(WWF)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거나 취약종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환경 파괴가 그들의 최대 위협이다. 펭귄의 날은 펭귄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425일로 제정됐다. 신소영 viator@hani.co.kr

 

아기 황제펭귄의 '얼음왕국 생존기'

황제펭귄 기후변화 최대 취약종··· 생애주기에 대한 연구 더 필요

 

황제펭귄은 청소년기에 둥지를 떠나 처음 바다에 입수한 뒤 스스로 수영과 다이빙, 먹이를 구하는 법 등을 배운다. (사진=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제공)

 

베일에 가려있던 아기 황제펭귄의 홀로서기가 드러났다. 미국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데일리는 여태껏 알려진 바 없는 새끼 황제펭귄의 행동특성을 미국 비영리단체 우즈 홀 해양 연구소(WHOI)의 과학자들이 알아냈다고 최근 보도했다.

 

황제펭귄은 지구에서 가장 열악한 곳에서 태어난다. 유년기도 약 5개월로 짧아 부모가 떠나면 얼음왕국남극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지난 17일 학술지 해양생태진전시리즈에 게재된 이 연구내용에 따르면 황제펭귄은 청소년기에 둥지를 떠나 처음 바다에 입수한 뒤 스스로 수영과 다이빙, 먹이를 구하는 법 등을 배운다. 유년기때 부모에게서 배우지 않고 혼자서 터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2013년과 201412, 황제펭귄들이 주요 서식지인 아델리랜드의 둥지를 떠나기 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펭귄을 골라 총 15마리에게 위치추적 태그를 부착했다. 연구는 날씨가 점차 따뜻해져 펭귄의 둥지 근처에 빙하가 깨지고 물길이 열리기 시작할 때쯤 이뤄졌다. 연구진은 위성을 통한 위치추적 장치로 펭귄의 움직임과 다이빙, 지역 데이터 등을 수집할 수 있었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아기 황제펭귄은 겨우내 해빙 아래서 잠수하며 보낸다. 새끼 펭귄은 처음엔 비교적 수온이 높고, 수영하기 편한 북쪽으로 이동했다.

 

연구팀은 펭귄의 다이빙과 변온층으로 알려진 해양층 간의 관계에도 주목했다. 변온층은 비교적 따뜻한 수면이 더 차가운 심해와 만나는 지점으로 펭귄의 먹이가 주로 이곳에 서식한다.

 

다이빙에 익숙해지면 펭귄은 해빙이 많은 남쪽으로 이동해 변온층까지 접근한다. 크릴새우나 물고기 등을 잡기 위해 점점 더 깊은 바닷속까지 다이빙하는 것이다. 가장 깊이 다이빙한 기록은 수심 약 264m였다. 펭귄들이 다이빙한 횟수는 총 62000회로 나타났다.

 

어린 황제펭귄의 생태 특성에 대한 이번 연구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연구진들은 입을 모았다.

 

WHOI의 박사 연구원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사라 라부스는 "우리는 이전까지 펭귄이 얼마나 오래, 깊이 잠수하며 이동하는지 알지 못했다펭귄의 생애주기에 대한 연구는 기후변화에 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에 대한 아주 중요한 통찰력을 주는 연구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제펭귄은 가장 덩치가 큰 펭귄이지만 기후변화에는 남극에서 제일 취약한 동물로 꼽힌다. 번식, 먹이활동 등 황제펭귄의 생활 패턴이 해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극의 가을철인 3월쯤 알을 낳는데 이 때가 해빙이 펭귄들의 둥지를 지탱할 만큼 충분히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해빙이 줄어들면 번식 자체가 어려워진다.

 

영국남극조사(BAS)에 따르면 황제펭귄 외에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혹등고래 등도 기후변화 취약종이다. 이들이 먹이로 삼는 크릴새우가 기후변화로 인해 감소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불가사리, 성게 등은 해빙이 녹으면 더 많은 서식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우즈홀해양학연구소 스테파니 제누비에는 황제펭귄 유조들은 짝짓기를 위해 원래 서식지로 돌아가기 전까지 약 5~6년 동안 바다에 머문다미래의 기후변화에 황제펭귄이라는 종이 어떻게 대처할지 예측하려면 이 시기의 펭귄 생태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설명했다.roma2017@greenpost.kr

 

허당 펭귄매력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남극서 영상 공유하는 펭귄 박사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터뷰

 

남극 케이프할렛에서 일렬로 걸어서 둥지로 돌아가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트위터 동물 인기 순위가 있다면 개와 고양이 다음 동메달은 펭귄일 듯.”

지난해 12월부터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펭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연구원의 에스엔에스(SNS)에 달린 댓글이다. 오종종한 펭귄들이 먹이를 위해 얼음 위를 열심히 걸어간다. 몸무게 4펭귄이 돌아오는 길엔 1가량 늘어서 돌아오기도 한다니 배가 빵빵해 보이는 건 착시가 아닌 것 같다.

 

작은 날개를 펼치고 물속에서 재빠르게 튀어 오르기도 하지만, 점프에 실패해 도로 얼음물로 고꾸라지는 허당미를 뽐내기도 한다. 아예 걷지 않고 통통한 배를 썰매 삼아 얼음 위를 밀고 가는 장면에서는 왜 펭귄이 귀여움 3인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귀엽다고요? 치열합니다

2014년부터 남극을 오가며 극지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 연구원은 펭귄 덕후라 불릴 정도로 각별한 펭귄 사랑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남극 장보고 기지로 떠난 이 연구원은 올해 아델리펭귄의 먹이활동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연구를 위해 기록용으로 촬영하고 보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이 연구원의 남극 생활을 이메일을 통해 들어봤다.

 

밥먹고 둥지로 돌아오는 아델리펭귄.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이신가요?

아델리펭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기간 동안 부모 펭귄의 취식 행동을 위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펭귄은 새끼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 먼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하거든요. 주로 어디서 어떤 먹이를 먹고 돌아오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펭귄은 어떤 동물인가요

일반적으로 펭귄이라고 하면 조류 가운데 펭귄목으로 분류된 18종을 지칭합니다. 공통적으로 남극을 포함한 남반구에 서식하고, 하늘을 날진 못하지만, 잠수에 특화되어서 물 속 생활에 잘 적응했죠. 제가 연구 중인 아델리펭귄은 몸길이 120cm에 달하는 황제펭귄보다 작지만 호기심 많고 용감한 동물입니다.”

 

아델리펭귄 엎드려 썰매타기('tobogganing'). 날개로 균형을 맞춘 채 발로 표면을 밀어 추진력을 얻는다. 걸을 때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열손실도 적으면서 속력도 빠르다. 하지만 썰매를 타려면 빙질이 좋아야하고, 평평하거나 내리막 경사가 필요하다고.

<20181230일 남극 케이프할렛> pic.twitter.com/yDT89TMSwk이원영 (@gentoo210) January 12, 2019

 

-실제로도 그렇게 귀여운가요

직접 보면 더 귀엽습니다. 하지만 그저 외모로만 펭귄의 매력을 판단하는 건 너무 펭귄을 얕게 보는 것 같아요.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걸 느낍니다.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가 넘는 바다를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해야 하고, 자기를 노리는 포식자를 피해 둥지로 돌아가야 하죠.

 

둥지로 가는 길도 험난합니다. 끝없이 이어진 바다 얼음 위를 몇 시간 동안 걸어야 하고, 둥지가 있는 언덕으로 오르기 위해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할 때도 있죠.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면 경외감이 듭니다.”

 

주요 서식지인 남극 인익스프레서블섬(Inexpressible Island)에서 다이빙하는 아델리펭귄. 장보고기지와는 거리가 멀어 헬기로 이동을 한다.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이런 펭귄의 여정을 어떻게 연구하시나요

펭귄의 몸에 GPS, 수심 기록계, 비디오카메라 등의 장치를 부착했다가 다시 회수해서 컴퓨터로 확인합니다. 이렇게 동물의 몸에 뭔가를 달아 정보를 기록하는 연구 방법을 바이오로깅’(Biologging)이라고 합니다. 바이오로깅을 위해선 부착, 회수 작업을 위해 같은 개체를 포획합니다. 그런데 한번 잡히고 나면 인간을 회피하려는 정도가 증가합니다.”

 

치열한 추적장치 회수작전

-얼굴을 알아보는 건가요

펭귄 한 마리가 저를 계속 도망 다닌 적이 있어요. 등에 기록계를 부착해줬는데, 그 이후 저만 보면 멀리서 반대로 뛰어가더라고요. 한번은 길목에서 마주치고는 잡으러 뛰어간 적이 있는데 놓쳤어요. 펭귄이 저보다 빠르게 뛴다는 걸 깨달았죠.

 

아무래도 저를 기억하고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기기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펭귄 포획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연구원에게 부탁했어요. 그리고 그날, 그 펭귄 포획에 성공해 기기를 가져다줬습니다. 정말 펭귄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그 펭귄은 저를 알아봤던 것 같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 위에 사는 펭귄들도 있다. 아슬아슬 잘도 다니지만 가끔 굴러 떨어지기도. 한번은 다리를 심하게 다친 녀석도 봤다. 참 힘들게 사는구나. 조사를 위해 나도 매일 오르락 내리락. 참 힘들게 사는구나.

<201912일 남극 아델리코브> pic.twitter.com/x7ScVDMeT9이원영 (@gentoo210) January 4, 2019

 

아델리펭귄 밥 먹으러 오가는 길. 5킬로미터 정도 이어진 얼음 위를 걸어서(혹은 뛰어서) 바다로 들어간다. 한번 다녀오는데 보통 2-3일 정도 소요. 얘네들도 참 힘들게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을 알고 찾아가는지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20181223, 남극 케이프할렛> pic.twitter.com/bbajg21ivr이원영 (@gentoo210) January 3, 2019

 

-어떻게 펭귄에 빠지게 되셨어요?

꼭 펭귄을 연구하고 싶단 생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처음 동물행동학을 배울 땐 까치를 조사했거든요. 제 머릿속엔 어렸을 적 남극탐험이란 게임 속 귀여운 캐릭터로만 남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펭귄을 연구하다 보니까 더 펭귄이 좋아졌어요. 저에겐 이제 정말 특별한 친구가 되었죠.”

 

-특별한 추억도 많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고민스러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3년 전이었나 턱끈펭귄 한 마리가 돌 틈에 빠져 있는 걸 봤어요. 아마 발을 헛디뎠나 봐요. 제가 구해줘서 다행히 잘 살아 둥지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아델리펭귄이 다리를 다쳐 번식지에 누워 있는 걸 바다에 옮겨준 적이 있어요. 어느새 사라진 녀석을 보고 안심이 됐지만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이 되는 일이었죠.”

 

서서 잠든 아델리펭귄. 남극 케이프할렛. 사진 극지연구소 이원영 제공

 

-위험에 빠진 펭귄을 지나치지 않으신 거네요

펭귄은 종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인간활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갈라파고스펭귄과 아프리카 펭귄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정한 멸종위기 위험단계로 분류될 정도로 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온난화 가스로 인한 기온상승·해빙 감소 등으로 인한 먹이 감소로 점차 개체군이 줄어들고 있어요. 관광이나 어업활동으로 인해 서식처가 직접 파괴되기도 합니다.”

 

펭귄을 정말 좋아한다면

-연구가 펭귄에 도움이 될까요?

펭귄은 남극 생태계의 지표종입니다. 펭귄의 생태를 알면, 남극의 변화 양상을 한눈에 알 수도 있죠. 제가 하는 동물행동학은 기초학문 분야라 어떻게 응용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기초 정보가 모이고 나면 펭귄을 보호하고 서식지를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펭귄 덕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펭귄 보러 동물원 가지 마세요. 펭귄은 좁은 수조에 가두고 키울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날마다 수십 킬로미터를 헤엄치고, 수백 미터를 잠수하는 해양동물인데 불과 몇 제곱미터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살 수 있을까요? 제가 펭귄이라면 인간들이 매력적이라고 부르는 외모를 한탄할 것 같아요. 정말 펭귄을 좋아한다면 그들을 괴롭게 만들면서 구경거리로 만들지 말아야 해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당신의 첫사랑 / 장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