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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멸종위기 한국표범 연해주서 122마리 확인

by 이성근 2019. 5. 24.

멸종위기 한국표범 연해주서 122마리 확인

한때 30마리, ‘표범의 땅국립공원 설립 뒤 증가세

 

표범의 땅국립공원의 신갈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쬐는 한국표범. ‘표범의 땅국립공원 제공.

 

한때 전 세계에 3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멸종 직전에 몰렸던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 러시아 연해주에 2012년 설립된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개체수를 4배 이상 늘려 현재 120마리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국립공원에는 표범뿐 아니라 한국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도 크게 늘어 39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2017년부터 표범의 땅국립공원 건너편 국경지대에 호랑이와 표범 보호를 위한 대규모 국립공원 조성에 나섰다. 경기도 면적의 1.4배인 14600면적인 이 국립공원에는 호랑이 약 45마리가 사는 것으로 지난해 5월 밝혀졌다.

두만강 하류에 인접한 이들 지역은 앞으로 표범이 북한으로 서식지를 넓혀 나갈 토대이자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여서, ·북한이 참여하는 생태환경 협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의 표범의 땅국립공원과 중국 북동 호랑이·표범 국립공원 위치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25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여는 한국범 세미나에 참가하는 빅토르 바르듀크 러시아 표범의 땅국립공원 원장은 23일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 그는 국립공원 조성 이후 표범과 호랑이의 먹이동물에 대한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도로건설 계획을 터널로 변경하는 등 서식환경 개선에 노력한 결과 이런 성과가 나타났다불어난 표범과 호랑이가 국경을 넘어 중국 쪽 국립공원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해주의 한국표범은 국경을 넘어 새롭게 조성된 중국 국립공원으로 퍼지고 있다. ‘표범의 땅국립공원 제공.

 

표범의 한 아종인 한국표범은 과거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한반도에 걸쳐 널리 분포했으며, 그 가운데 한반도가 개체수나 서식밀도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분포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의 98%에서 사라져 대형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멸종 위험이 큰 동물로 꼽힌다. 남한에서는 1960년대까지만 포획 기록이 있을 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3년 경남 합천군 묘산면에서 진돗개와 함께 새끼 표범을 돌로 잡은 주민 네 명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970년 경남 함안에서 표범이 잡혔다는 사진 기사가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바르듀크 박사는 “2000년 러시아 쪽 표범 개체수는 모두 25마리로 멸종 직전에까지 몰렸지만 2012년 국립공원 설립 뒤 개체수가 불어 지난해에는 92마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중국 국립공원의 개체수까지 합치면 200030마리에서 2017122마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가장 큰 증가 이유로 보호구역 확대를 꼽았다. 1995년 러시아에만 보호구역이 1240있었지만 2017년에는 중국 쪽을 포함해 55414배 이상 늘었다. ‘표범의 땅국립공원에는 400개의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러시아 안에서 가장 촘촘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러시아(파랑)와 중국(빨강)의 한국호랑이 개체수 증가 추세. 보호구역 확장(오른쪽)에 따라 지난 20여년 사이 개체수(왼쪽)4배 이상 늘었다.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흥미롭게도 지난해 이 카메라에는 표범 암·수가 포함된 4마리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서식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러시아 공원 당국은 4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계기로 북한 당국에 호랑이와 표범 서식지 보존을 위한 협력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범의 땅국립공원 최남단인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무인카메라에 찍힌 표범 암·. 빅토르 바르듀크 제공.

 

한국호랑이 보전에 관해 발표하는 유리 달만 세계자연기금(WWF) 아무르지사 수석 고문은 “1940년대 5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던 호랑이 개체수가 차츰 늘어나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15년 발자국 조사에서는 새끼 98100마리를 포함해 523540마리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조사 때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그는 보호구역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호랑이 보전의 기초라면서 아직도 보호구역 면적은 호랑이 서식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말 현재 호랑이 보호구역은 서식지의 17.7%에 지나지 않으며(다시 말해 호랑이의 80% 이상이 보호구역 밖에 산다), 중국은 최근 보호구역이 신설되면서 그 비율이 21.2%라고 그는 밝혔다.

 

한국호랑이의 개체수 변화. 유리 달만 제공.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표범의 땅국립공원은 한국호랑이와 표범 보전과 복원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두만강을 경계로 북한과 접해 있고 또 중국의 동북 호랑이·표범 국립공원과도 접해 동북아 생태계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이들 최상위 포식자뿐 아니라 여우, 사슴, 스라소니 등 한반도에서 절멸되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미래 한반도 멸종위기종 복원의 교두보 구실을 할 수 있는 한반도와 대륙의 생태축 연결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국립공원에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잘 운영되도록 협력하는 것이 미래 한반도 생태축 회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동북아 생태환경협력이 지역의 긴장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전 10시부터 서울대 수의대 3층 김인영 강의실에서 열리는 한국범 세미나에 이어 오후 2시부터는 스코필드 홀에서 제7회 한-러 어린이 호랑이 그리기 대회 시상식이 개최된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우리가 동화 속으로 내쫓은 신령

민정기, 조이궤이,

 

<()>의 일부, 조이궤이(鄒一桂, 추일계, Zou Yigui, 1686~1772)

 

한국은 천년이 넘도록 콩과 곡장(穀醬, 간장, 된장, 청국장)의 종주국 지위를 누려왔지만, 희한하게도 이곳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콩과 장()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콩과 메주를, 발효식과 장() 건강을 잘 배우고 있는 걸까?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태부족할 텐데, 배울 수가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이곳 동국(東國)은 대대로 산국(山國)이었고, 이곳에서 나라를 세우고 가꿔온 선조들은 울창한 산림을 보전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건만, 당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 전통에 대한 자각이 빈곤하다.

 

이를테면, 조선 시대를 살던 우리 선조들에게 산은 자신이 온 곳이자 돌아갈 곳, 생명의 태반 같은 곳이었다. 16세기 조선에는 무려 255개 고을에 진산(鎭山)이 있었는데, 진산이란 고을을 지켜주는 산을 뜻했다. 산이 없다면, 사람의 안녕도 없다는 인식이 이렇게 강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산이 아니라 산을 깎고 밀고 뚫어 통신 기지국과 송전망과 고속철도와 리조트 따위를 설치하는 일이 수백 배 더 중요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조상의 얼을 잃고 만 이러한 사태는 비극(Tragic Drama)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블랙코미디(Black Comedy)가 아닐까.

 

뼈아픈 단절. 이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동물은 아마도 범(*, 호랑이라는 단어에 관해선 박스 글 참조)일 것이다. 한국을 딱 한 마디로 해보라면, 모든 유아에게 호랑이와 곶감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정작 호랑이 따위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하기야 동물원 밖에서 본 적이 없으니, 어찌 두려움을 알까. 한국은 범이 많았던, 그러나 범을 잃어버린(아니라면 쫓아낸) 나라다. 코리아에서 범은 동화나 창살에 갇히고 말았다.

 

<인왕산 호랑이>(1996), 민정기(1949~)

 

민정기(1949~) 화백의 <인왕산 호랑이>(1996)는 그래서 고맙고 반갑다. 이 그림은 우리가 상실한 범과 함께 산 전통을 환기해주고 있다. 그림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인왕산이 눈에 보인다면, 인왕산을 호령하던 범을 기억하라. 그대가 범의 나라에서 나고 자랐음을 절대 잊지 마라. 인왕의 기상을 범의 기상을 배워라.’

 

우리 조상들은 범을 산군’, ‘산왕’, ‘산신령이라 하여 산의 왕으로 보았다. 산에서는 산군이, 산 바깥 인간계에서는 임금이 통치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범이 준 공포와 범을 향한 외경은 둘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러한 외경이 단순히 과학에 몽매한 이들의 어리석음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범은 제 분수를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악한 포식자가 아니다. 냄새를 잘 알아채는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 인간보다 6배 높은 시력, 고도의 민첩성과 지능으로, 제 영토를 느긋이 지배하며, 절도에 맞게 먹고 숲의 동물 질서를 세우는 신령한 동물이 바로 범인데, 15세기에도 그러했고 21세기인 지금도 그러하다.

 

범과 인간이 공존하던 한국

데본기 후기인 약 36000만 년 전, 지구에 육상동물이 처음 나타난 이래, 적어도 포유동물이 번성하기 시작한 6500만 년 전 이래, 지상 최고의 지능을 선보인 두 종의 동물은 아마도 범과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범의 서식지는 코리아가 속한 땅인 아시아 땅이다. 코리아에서 범과 인간의 공존은 불가피했다.

 

<()>, 조이궤이(鄒一桂, 추일계, Zou Yigui, 1686~1772)

 

2017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캣 스페셜리스트 그룹(Cat Specialist Group)의 캣 분류 태스크 포스(TF)가 정한 바에 따르면, 범은 크게 2개의 아종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아시아 대륙에 서식하는 P. t. tigris 라는 아종으로, 벵골, 카스피안(멸종됨), 아무르(시베리아), 남중국, 말레이, 인도차이나 범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아종은 P. t. sondaica인데 순다 열도(Sunda Islands)에 서식하는 녀석들로, 자바(멸종됨), 발리(멸종됨), 수마트라 범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중국 청대 화가 조이궤이(鄒一桂, 추일계, Zou Yigui, 1686~1772)의 출중한 작품 <()>에 등장하는 범은 아마도 아무르 범이거나 남중국 범일 것이다. 어느 쪽인들 대수랴, 조이궤이의 이 그림은 과연 범이구나!”라는 탄성을 우리의 목젖에서 뽑아 올린다.

이 그림에서 느낀 감흥을 이어 맛보려면, 이 그림에서 보이는 범의 눈빛을 다시 지면(또는 화면)에서 보려면, 옛날 화가들보다는 현대 화가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캐나다의 로버트 베이트먼(Robert Bateman, 1930~)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윌리엄 쿠퍼(William T. Cooper, 1934~2015) 같은 이들 말이다. 내게는 이들이야말로 미술계의 범들이다. (다음 편에 계속)우석영 <동물미술관> 저자

 

*범과 호랑이, 어떤 용어가 맞을까?

동화 작가들, 동화를 출판하는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문제다. 이들이 한 국가의 언어, 즉 국어(國語)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들, 미래 세대의 언어 세계를 바로 이들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동화에서는 이라는 말 대신 호랑이라는 말이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범을 지칭하는 대용어로서 호랑이라는 단어는 겨우 19세기에 등장했고, 엄밀히 따지면 엉터리 말이다. 만약 외갓집외가로 고쳐 써야 한다면(와 집은 동일한 뜻이므로), ‘창덕궁 팰리스창덕 팰리스라고 불러야 한다면(Palace와 궁은 동일한 뜻이므로), 호랑이는 호() 또는 범이라고 불러야 한다.

호랑(虎狼)라는 단어는 범(Tiger, )과 늑대(이리, Wolf, )를 통칭하던 호랑(虎狼)’이라는 단어에 라는 접미사를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호랑(虎狼)이라는 단어가 문헌에 나타난 것은 15세기였다. 그러다 19세기에 범과 늑대, 이 둘을 통칭하던 이 단어가, 범을 가리키는 언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딱 하나다. ‘대충 쓰는 언어습관이 그것이다. 외가를 외갓집으로 대충 불렀던 것처럼, 대충 불렀다. 다른 이유란 없다.

언어는 어디까지나 언중(言衆)의 것이므로, 언중의 합의 없이 바꾸면 안 되는 걸까? 그렇다면 왜 언중이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었던 걸까? 왜 충무시를 통영시로 바꾸었던 걸까?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관행이 있다면, 관행을 따라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