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했던가 보다. 지난 주 시 보조금 사업 사업변경 계획서며 가야동 주민대학 발표 PT를 작성하기 위해 밤을 샌 적이 있었다. 새벽녁 잠시 눈을 붙인다고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눈을 떳는데 한기를 느꼈었다. 그리곤 오늘 약국 신세를 져야 했다. 개천절 연휴 오후시간 사무실에 나와 앞으로 준비할 일들 챙겨보지만 진도가 나가지 읺는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짜증도 났다. 대관절 나 혼자 이 무슨 짓인지 ... 팀장이 그만 둔 뒤 그만큼의 공백에 더하여 10월에 대기중인 일들을 준비하다 보니 그만 화가 난 것이다. 극 소수의 임원(이사)를 제외하고는 조직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 남아 있는 사무처 실무단위도 약하다. 그나마 이들이 있기에 버티어 내고는 있지만 이렇게 해선 될 일이 아니다. 재정상황이라도 좋다면 어찌해 볼 수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첩첩 산중이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늘 전전긍긍이다. 천하장사가 아닌 이상 몸에 이상이 안 올 수 없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미 한때 몸져 누웠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연휴라는 것이 내게는 의미가 없다.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오전나절 막내와 집 뒤 통일동산 산책을 했다.
무우와 배추가 제법 자랐다. 부지른한 사람들이다. 일이란 곡식을 심고 결실의 맛을 보듯 추수의 기쁨이 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내가 하는 일은 이렇게 피곤하기만 한 것일까 . 고구마 꽃이 피었다. 올해는 자주 본다. 헌데 계절이 한참 지났는데 그것도 좀체 볼 수 없는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것이 썩 반갑지는 않았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 지역에서만 꽃을 피워 국내서는 쉽게 볼 수 없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잦은 기상이변과 폭염 등으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온이 떨어지고 바란이 선선한데도 모기들이 달려 들었다.
아카시나무 한 그루 뿌리째 뽑혀 넘어 져있었다. 막내에게 뿌리깊은 나무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며 ... 사실 아카시나무는 뿌리가 표토 가까이서 길게 뻗어 나가는 천근성(淺根性)나무이기 때문에 자랄수록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태풍이나 큰 바람에 잘 넘어간다. 이 나무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일 뿐이다.
밑둥만 남은 아카시를 만났다, 나이테를 통해 아카시의 생장사를 살펴본다. 1970년생 마흔네살 한창 나이지만 베어졌다. 잡목으로 취급되어 무참히 베어졌을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는 헐벗은 산을 지키는 일원으로 나라가 장려하여 심었던 나무임에도 잘못된 편견과 오해로 쓸모없는 나무로 낙인찍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허나 지금의 중장년층은 아카시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막내와 나이테를 보며 이 나무가 살아왔던 시간을 거슬러 가 보았다. 나무는 3살 때 평생 안고 가는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열서너살 무렵 외부 환경이 썩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영양분이며 외부환경이 안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20대 후반기와 삼십대 중후반에서 사십대 초반까지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었고 외부로부터 심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나선 걸음에 통일동산에서 오래된 나무들을 찾아 보았다. 수많은 나무들이 통일동산에서 자란다. 그 중에 텃줏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노거수를 찾아 보있다. 어쩌면 이 산을 지킴이는 이들 나무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시대 어떤 나무일까. 운동가로서 본격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 초기에는 선배의 그늘이 너무 큰 것이 불만이었다. 그러면서 등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성실하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했다. 그러나 돌아 온 결과는 씁쓸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없는 행보이기에 이날 껏 버티고 있는 것이다만 자꾸만 내 스스로의 결핍에 따른 부족이 너무 힘겹다. 바램이 있다면 부족하나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벚나무는 통일동산에 제법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고 온 숲이 벚꼴 분분하다. 그 봄을 기약해 본다.
팽나무도 골고루 퍼져 있지만 눈에 띄는 나무는 몇 그루 없다. 대신 어린 나무들이 사방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마도 이 친구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
소나무류는 리기다를 비롯하여 곰솔과 소나무 등 3종이 자라고 있다. 수령은 100년 미만이 대부분이다.
한때 산불이 나 일대를 혼란에 빠뜨린 것 같다.시간이 흘렀지만 그때의 흔적은 선명하다.
느릅나무도 쉽게 확인할 수있다.
참나무류는 졸참나무가 많다. 떡갈이 소수 있고 갈참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가장자리에 상수리가 몇 그루 있다.
올해 가을 이 졸참나무 한 그로에서 수많은 도토리가 떨어졌다.
통일동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 도토리들을 싹쓰리 했다. 익히 얼굴을 아는 이웃들의 모습도 이 산에서 보았다.
막내와 도토리를 심었다.
이 숲이 제대로 된 천이의 과정을 밟기 위해선 약탈보다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 마음 아는 지 바람이 불때마다 도토리들이 툭툭 떨어졌다. 굵고 실한 도토리를 누가 주워 갈까봐 보이는대로 주변에 심었다. 누군가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멀리 않는 날 뿌리를 내고 싹을 틔을 것이다.
그렇게 오전나절을 보내고 귀가했다.
산 가장자리 큰아들이 즐겨오르던 사방오리나무 앞에서 막내의 모습을 담았다.
Rock And Roll Waltz - Kay St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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