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위로 받을 수 있는 바다가 지척에 있다는 것은

by 이성근 2014. 10. 27.

 

 그린문화제를 앞두고 일이 꼬인다. 특히 가장 많은 행사가 포진한 11월1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 시작은 지난 주말에 있었다.  예컨데 행사를 준비하며 미쳐 챙기지 못했던 것이 공원 점용허가를 반는 일인데,  예전 같았으면 이런 행정적 처리는 시 담당과가 맡아 처리했다.  그랬던 것이 올해부터는 민간 주도로 한다고 하여 BGT가 중심이 되어 준비를 해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11월1일(토) 예총(부산예술인 총연합)에서도 행사를 나루공원에서 한다고 했다. 그들은 지난봄 다대포에서 행사를 하고자 하였으나 세월호 여파로 행사를 연기하던 중에 11월1일 나루공원에서 열기로 하고 10월 20일 경 해운대구에 공원 점용 허가를 냈다.  반면 BGT는 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해운대 구청 담당자의 말을 쫒아 예총과 협의를 시도했다.  그것이 22일이었다. 예총 담당자는 그날 오후까지 답을 주기로 했지만 토요일 저녁까지 답이 없었고, 나는 그냥 지나가나 보다 여기고 행사 준비에 매진했던 것이다 . 

 

그런데 지난 토요일 3차 공원역사산책을 마치고 저녁 늦게까지 업무를 보자니 예총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행사가 상이하여 한 장소에서 두 단체가 행사를 벌임이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또한 수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부산일보가 BGT행사를 1면 기사에다 사설까지 실었다.  그런데 주말에 비 소식이 들렸다.  일기예보상 금.토 연이어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부산기상대로 전화를 걸어 예보관과 통화 했다. 사실이었다. 더욱이 토요일 많은 비를 예고 했고,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갑자기 전 일정에 문제가 생기고, 활동가들에게 브리핑하길 했던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11월1일 모두 4개의 행사가 열린다. 

 

나루공원에서는 펀펀 가을운동회가, 평화공원에서는 하야리아포럼과 같이하는'공원아 놀자'가  시민공원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원 대탐사 100인 토론 -풀과 나무에게 묻다'가 그리고 공원역사산책 4번째 탐방이 중앙공원과 민주공원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다. 모두가 야외행사다.  예고된 비 소식은 내리기도 전에 나흘 뒤 열릴 행사를 뒤흔들어 놓았다.  연기하거나 강행하거나 결정해야 했다.  연기를 한다면 관련된 진행 인원이며 참가자를 다시 조직하는 혼란이 동반된다.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비는 막을 수 없고 사전 참가 예약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었다.

 

거기다 현재 활동 중인 십여명의 공원활동가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벽과 불산으로 인해 골이 아플 지경이었다. 서로간의 오해와 불신이 가중되기에 이를 해소하고 한방향 배열하기 위해 브리핑을 하겠다고 한 것인데, 주말 비 소식이 앞을 가로 막았다.

 

몇 가지 사항만 조치를 취한 다음 사무실을 나왔다. 앉아 있을 마음이 아니었기에 생각도 정리할 겸 무작정 걷다가 오륙도행 버스를 탔다.    

심란하고 답답한 가슴을 바람 앞에 날려버리기 위함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열린바다에 너울이 일고  때때로 파도가 거품을 물었다. 

새삼 바다가 지척에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바다가 있는 도시가 얼마나 될까

예전에 갈맷길과 해파랑길 노선을 잡고 홍보하기 위해 이 바다를 참 많이 찾았다.  불과 3~4년이 흘렀을 뿐인데도 주변 환경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팬스로 접근이 차단되어 있지만 예전에  너머로 출입하며 보았던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공룡바위도 여전하다.

혼자서 바다를 바라 볼 호젓한 곳을 찾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굿판이 벌어진다.

저들이 소원하고 바라는 것은, 풀리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심적 평화라도 얻기 위해 답답한 이가 무당을 불렀다.  

조간대를 들여다 보다 깜짝 놀란다. 

어린 고기들이 있다. 아무리 파도가 세게 친다해도 이런 경우는 더물기 때문이다.   지척에 놀던 너른 바다가 있는데 ....  추정컨데 낚시꾼이 가지고 가 봤자 별 소용이 없을 듯 하여 물웅덩이에 놓이 주었던 것 같다.  고기들이 먹어라고 새우 미끼 남은 것을 통째로 부어 놓고 갔다.  바위게들이 신 났다.   

오륙도를 본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하기로한 단체들은 날 더러 결정을 내리라고 한다.     

굿판을 열었던 사내가 바다를 향해 두손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그 곁에서 무당이  무엇이라 늘어 놓는다.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다

하늘이 다소 어둡다.  구름 마저 바다를 어둡게 한다.    저물어 가는 가을의 바다가 내 맘처럼 심란하다.

어쨌거나 마음은 한결 낫다. 잠시 부대낌을 벗어나 바람 앞에 서는 일

다시 사무실로 가기 위해 서편의 해를 등진다. 그림자가 길다.

오륙도 해녀들도 오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해녀들의 생활이 옹벽에 걸려 있다.

인근 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간이장

나도 버스에 오른다.  다시 현실 속으로 들어각 위해서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이뜨리에

Under The Boardwalk - Rolling

 

'사는 이야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아버지   (0) 2014.11.17
다시 찾은 수원   (0) 2014.11.05
뿌리깊은나무-통일동산에서  (0) 2014.10.04
낙동강하구에서   (0) 2014.09.28
9월3주 휴일나기   (0) 2014.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