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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북항 재개발의 먹구름을 걷어라

by 이성근 2013. 6. 17.

06.4.4 국제신문

북항 재개발의 먹구름을 걷어라

 

 

북항 재개발이 특별법의 제정을 앞두고 가시화되고 있다더니, 정작 북항과 연계된 철도부지의 공원화는 사업비 때문에 어렵다는 여당 지도부의 입장이 부산 상공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밝혀졌다. 북항의 재개발이 가칭 '항만재개발 촉진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통해 어느 정도 진전된 상황으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철도부지 문제를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북항만의 재개발은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가장 경계해왔던 방식이다. 지금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항만과 철도로 접근이 차단된 채 강요된 기나긴 세월과 거세된 해양도시 부산에서 벗어나 생태·문화도시 부산으로의 변화를 위한 지혜들을 모으고 있다. 실제 하얄리아공원의 조성과 동천의 복원 움직임 등은 북항의 재개발과 연계된 철도부지 공원화를 통해 부산이 변할 수 있는 '다시없는 좋은 기회'라는 점을 부산시민들에게 명확히 인식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한 지역의 문제로 해석하면서 평가절하하다 못해 낡은 역사의 창고에 가두어 두려한다는 것은 시대 상황을 잘못 읽고 있어도 한참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함으로써 본격화된 북항 재개발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항 재개발과 철도부지 공원화 문제는 정당간의 당리당략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비전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세계 유수의 항구도시가 생태·환경과 문화의 접목을 통해 세계적 인지도를 유지하고 동시에 도시의 내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는 캐나다와 밴쿠버, 그리고 호주와 시드니를 인식함에 있어, 그 나라보다는 그 도시를 더 선망한다. 살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로서 부산도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민의 희망이자 바람이다. 여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부산의 도시공간에 대한 특수한 상황과 역사성을 외면한 채 사업비만으로 논의를 불식하겠다는 것은 부산시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는 북항의 재개발이 철도부지와 연계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이점들을 제대로 짚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의 경쟁력은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라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뉴욕은 21세기 시대정신을 도입하면서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자랑스러운 도시는 얼마나 되는가. 세계 9위의 수출대국이고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0위에다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의 나라이지만 국가 환경지속성지수는 146개국 중 꼴찌권의 나라가 또한 대한민국이 아닌가. 하물며 그 반열에 명함도 못내미는 항만도시 부산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로만 가야한다면 정말 통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 지난 백여 년의 세월을 이제는 바꾸어야만 한다. 우리가 바라는 부산은 성장일변도의 물량주의에 기초한 물류에 목매는 도시가 아닌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세계도시로서의 환경과 문화, 역사의 가치가 시민의 삶 속에 용해된 그런 도시이다.

 

5일 '철도부지공원화 연계 북항재개발 범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된다. 범시민운동본부의 출범은 그동안 외세에 의해, 중앙정부의 성장중심 개발논리에 의해 강제된 부산의 공간에 대해 부산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 관리하고 가꾸어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동시에 일찍이 다시 없는 이 소중한 기회를 더 이상 개발관료와 정치인들의 이해타산, 탁상공론으로 사장시키지 않기 위한 시민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인과 정부는 이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 몇 년이 걸려도 좋다. 이미 부산은 백 년 이상을 기다렸다. 더 이상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라!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길 떠나는 나그네

임아영 -데뷰 엘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