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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서평

보통 사람들의 전쟁 外

by 이성근 2019. 1. 25.




보통 사람들의 전쟁 저자 앤드루 양|역자 장용원|흐름출판 |2019.01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 직면한 우리의 선택

 

저자 : 앤드루 양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신규기업 창업과 안정적 운영을 2년간 지원해주는 비영리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의 창업자이자 CEO. 지난 11년간 그와 그의 회사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패스트컴퍼니등 주요 언론에 소개되었고, 양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하는 가장 창의적인 비즈니스인 100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에는 <제네레이션 스타트업>이라는 영화에 기업인으로 출연하고, 미국 상공부의 혁신과 기업가정신 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으로부터 글로벌 기업가정신 대통령 사절PRESIDENTIAL AMBASSADOR OF GLOBAL ENTREPRENEURSHIP’ 변화 챔피언CHAMPION OF CHANGE’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브라운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컬럼비아대학 재학 시절에는 컬럼비아 로 리뷰COLUMBIA LAW REVIEW의 편집장을 지냈고, 잠시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자신의 기업을 운영하면서 뉴욕타임스, CNN, 와이어드등 각종 언론 매체에 출연하고, 하버드와 MIT 등 유수 대학의 초청으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저서로 SMART PEOPLE SHOULD BUILD THINGS(HARPERBUSINESS)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대량 실업 시대

 

1부 일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1장 내가 걸어온 길

2장 왜 이렇게 되었을까?

3장 어떤 사람이 보통 사람인가?

4장 생계를 위해 우리가 하는 일

5장 공장 노동자와 화물차 기사

6장 화이트칼라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다

7장 인간성과 일

8장 통상적인 반론

 

2부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9장 거품 속의 삶

10장 풍요와 결핍의 마음가짐

11장 사는 곳에 따라 아이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12장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

13장 대실업의 모습, 실체가 없는 영구적 계급

14장 비디오 게임과 남성의 삶의 의미

15장 사회의 붕괴, 우리의 현 상황

 

3부 해결책과 인간적 자본주의

16장 자유 배당

17장 현실 세계에서의 보편적 기본소득

18장 시간은 새로운 개념의 화폐다

19장 인간적 자본주의

20장 강한 국가, 새로운 시민 정신

21장 일자리 없는 세상의 의료 문제

22장 사람 만들기

 

에필로그 우리는 주인으로 살 권리가 있다

감사의 글

후주

 

“2020, 5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_세계경제포럼 미래일자리보고서(2016)

_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체계적으로 일자리를 제거하기 시작한 기술 혁명의 민낯

 

2018년 말 대한민국은 택시기사들의 전면 총파업이라는 이슈를 겪었다. 주된 이유는 카카오라는 거대 기업의 카풀 서비스가 택시기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총파업에 참가했던 한 택시기사는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을 기도해 결국 사망하기까지 했다. 휴대폰 앱만 있으면 누구나 택시 대신 카풀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택시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당장의 생계를 위협하는 커다란 공격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사건은 언뜻 보면 대기업과 택시업계 사이의 밥그릇 전쟁이었지만, 달리 보면 기술의 진보가 보통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위험이 코앞에 닥쳐왔음을 가시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사건이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에 미래일자리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2020년까지 5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또한 구글의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로, 인간의 직관마저 뛰어넘는 AI(인공지능)가 등장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대중은 충격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되었을 때, 소득이 사라진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지탱해나갈지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생계를 이어갈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삶을 지켜나갈 것인가? 인간이 효율성을 두고 기술과 대결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 기술 혁명은 왜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기보다 위협에 빠뜨리는가?’ 보통 사람들의 전쟁(원제: The War on Normal People)은 바로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다. 저자 앤드루 양(Andrew Yang)은 이 책의 서문에서 기술 혁명이 보통 사람들을 일자리 전쟁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보통 사람들. 미국인 70퍼센트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 현재도 일부 머리가 뛰어난 사람들은 당신을, 당신보다 인건비가 싼 해외에 있는 노동자로 대체하거나 점차 위젯,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바꿔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악의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시장 구조 때문이다. 효율성은 보통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효율성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가장 높은 방식을 선호한다. (7)

 

기계와 소프트웨어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이미 진행되어온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정 직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은 탓에, 택시업계처럼 강하게 저항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신입사원을 덜 뽑고, 직장인들은 조기 퇴직을 하며, 일자리가 없어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의 증가와 맞물려 소득 불평등과 경제적 양극화 또한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언제든 빈민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보통 사람들의 전쟁인 이유다.

 

지금 기술 혁명의 심장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_미국 전역을 돌며 확인한 보통 사람의 일자리와 삶의 변화를 생생하게 추척한 심층 보고서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서 말하는 ‘normal people’, 보통 사람은 소득의 평균값이 아니라 중앙값에 있는 사람들이다. , 소득 수준을 중심으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선 사람들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층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보통 사람에 주목한 이유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업의 충격을 가장 강하게 받을 이들이 중앙값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직장이 있을 땐 그럭저럭 삶을 꾸려갈 수 있지만, 실직만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버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자동화가 진전되면 실업 쓰나미가 밀어닥칠 것이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최근 미국에서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7년 안에 미국인 13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체 일자리는 없을 것이다. 사회 불안과 만성적 실업이 만연할 가까운 미래의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저자인 앤드루 양은 변호사 출신의 기업가로서 비영리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를 설립한 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신규기업 창업과 안정적 운영을 2년간 지원해주는 일을 했다. 이를 위해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신시내티 등 미국 전역의 수십 개 도시를 발로 뛰었다. 이들 도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쳐 활기 넘치는 산업 중심지였지만, 20세기가 저물면서 인구 감소와 경제적 하락을 겪어야 했다. 그와 그의 회사는 이런 도시에서 신규 기업을 발굴해내고 인큐베이팅을 성공적으로 도운 공로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패스트컴퍼니등 주요 언론에 소개되었고, 앤드루 양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하는 가장 창의적인 비즈니스인 10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브라운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미국 상위 계층의 화이트칼라인 앤드루 양은 벤처 기업 육성을 위해 여러 도시를 직접 돌면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사회와 인간의 삶 모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뉴욕을 비롯한 동부의 부유한 도시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우울함과 좌절에 빠진 사람들, 곳곳이 텅 비어 범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대규모 쇼핑몰들을 보며 앤드루 양은 미래의 음울한 모습을 보는 듯했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역이 점차 줄어들지 않고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612월 백악관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시급 20달러 미만의 일자리 중 83퍼센트는 자동화되거나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미국에서만 220~310만 개의 승용차, 버스, 화물차 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계산원, 패스트푸드 음식점 점원, 고객서비스 상담원, 비서 등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혁신 기술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자산 관리인, 변호사, 보험 중개인과 같은 고소득 화이트칼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기술의 등장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이 타격은 기술 사다리(skill ladder)의 아랫부분에 있는 사람일수록 큰 충격이 될 것이다. (8~9)

 

앤드루 양이 주목하는 현상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자신이 신규 창업을 도운 스타트업들조차도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담원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는 물론 배달 앱과 물류 자동화 시스템, 자동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인공지능 답변 소프웨어 등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또 다른 일자리를 없애는 길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들은 급격한 매출하락을 겪었고, 이것은 판매원들의 실직을 불러왔다.

 

2017년은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1610월에서 20175월 사이에 백화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만 명이 실직했다. 이는 미국에서 석탄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다 합한 수보다 많은 숫자다. 뉴욕타임스20174월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소매업 일자리가 사라지면, 최근 몇십 년 동안 제조업 노동자가 겪었던 것처럼 엄청난 수의 저임금 소매업 근로자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회적?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60)

 

이것은 쇼핑객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는 결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았다. 또한 자율주행 로봇의 등장으로 배달원들의 일자리도 위태롭다. 앤드루 양은 2016년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사무 및 행정직군의 경우 가장 큰 일자리 감소율의 보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맥킨지는 행정에서 가장 흔한 업무인 자료 수집 및 가공의 64~69퍼센트가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구글, 애플 및 아마존은 이 일을 대체할 수 있는 AI 행정 보조원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 이런 일자리는 대기업에 많이 있다. 이들은 다음번 경제 위기가 닥치면 소프트웨어, , 인공지능을 결합해 인력을 대체하려 들 것이다.” (56~57)

 

기술로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이미 여러 패스트푸드점과 마트에 무인계산대가 등장해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거나 결제를 도울 필요가 없어졌다. 그만큼 인간의 일자리는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직한 이들은 새로운 직장을 얻었을까? 앤드루 양이 조사한 바로는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기업들은 이미 일자리들을 기술로 대체했거나, 그 전에 일하던 곳에서 요구받던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을 구직자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간극은 정부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는 그중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나갔다. 노동부가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사이에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 41퍼센트가 그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든지, 아니면 실직 후 3년 이내에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한다. () 인디애나주에서 2003~2014년 사이에 일자리를 잃은 운송 장비 및 1차 금속 제조업 노동자 20만 명 중 44퍼센트가 2014년까지 급여를 받은 기록이 전혀 없고, 그들 중 그사이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 보고서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실직 근로자를 지원하는 수많은 정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하였다. (75~76)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_ 기술이 인간을 위해 일하게 하는 인간적 자본주의의 실현

 

보통 사람들의 전쟁에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미국인 수백만 명의 생계를 위협한 결과가 사회와 가족에 미치는 영향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직의 여파는 벌써부터 공동체 곳곳에서 정치적 불안, 마약 사용 및 기타 사회적 병폐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과 지도자들은 새로운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대량 실업 시대라는 현실을 막연히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 즉 기업에 맡긴 채 외면하고 있고,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량 실업을 가속화할 뿐이다. 앤드루 양은 이런 현실에 분노하면서 우버의 본질은 승객을 가장 싼값에 효과적으로 운행하는 것이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고 일갈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일을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일이 지닌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이득을 일차적인 가치로 재정의하도록 정부가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몇 부유한 주를 빼고, 미국에서 블루컬러나 제조업이 쇠퇴한 주들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하고, 실직한 백인 남성들이 대낮에 집에 머무는 동네가 많아졌다. 영화 <매드 맥스>에 나오는 것처럼 동네의 풍경도 살벌해지고 사람들은 알코올과 약물 중독, 가정 폭력의 증가, 각종 정신질환과 사회부적응자들의 대량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가 어두울 것은 명약관화하다. 앤드루 양은 2017년 미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베스트셀러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를 예로 들며, 밴스가 불안한 가정 환경에서 어린 시절 겪었던 것과 같은 불안과 공포가 아이들의 미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만약 이런 현상이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될 경우 사회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부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분노한 서민들의 폭동에 대비하여 개인 방공호를 만들어놓은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앤드루 양은 미래에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직업, 전문성이 고도화된 직업, 이해 당사자를 면대면해서 갈등을 줄이는 직업등 대인관계적인 기술을 요하는 직업군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직업들은 더 많은 사실을 암기하고 분석하는 능력보다 공감 능력, 창의성, 판단력이 우위에 서게 되기 때문에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하고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경제적으로는 일과 돈이 꼭 연계될 필요가 없는 미래를 주장한다. 이 비전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편적 기본소득이다. 전 국민에게 보장 소득을 지급하자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은 앞날을 걱정하는 정치인과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앤드루 양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경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새로운 경제를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스스로를 열렬한 자본주의자라고 부르는 저자는 지금처럼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논리는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그 말에서 이미 우리 모두가, 자동화와 혁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경제적 곤경에 빠진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패배자라서 불평을 하고 있다거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시장 논리를 깨뜨려야 한다.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서둘러 사회를 바꿔야 한다. 시장이 우리 각자에게 부여한 가치와 상관없이 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월급봉투에 적힌 금액으로 평가받아서는 안 되는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다. (17)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의 일자리 전쟁은 한국 사회에서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과 심각성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한 우리 모두는 이미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 참전해 있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느끼는 전방에 있느냐, 미묘한 변화만을 느끼는 후방에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분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미래의 변화를 위해 방책을 생각해두어야 한다. 이 책의 핵심 가치는 우리 자신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판단하는 계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내가 상황을 완전히 인식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2000~2015년 사이에 자동화로 인해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가 수백만 개에 이른다는 내용을 심층 분석한 CNN 기사를 읽고 있을 때였다. 세계화로 사라진 일자리보다 4배가 더 많다고 했다. 나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인디애나폴리스,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볼티모어 등 예전에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여러 도시를 직접 가본 적이 있다. 게다가 내 친구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퍼즐 조각을 모두 맞추고 나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들 지역의 경제와 문화는 말살되었으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터였다. 미국인의 생활과 가정은 무너져가고 있다. 만연한 경제 문제는 이제 뉴노멀이 되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세 번째 또는 네 번째의 거대한 경제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 p.35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 중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 40퍼센트는 어떻게 살까? 간단히 답하자면 극빈층으로 전락해 장애 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 급여 신청자는 2000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모두 350만 명이 늘었다. 특히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제조업이 몰려 있는 주에서 그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시간주의 경우 2003~2013년 사이에 실직한 31만 명 중 거의 절반이 장애 급여를 신청했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정부에 의존하는 최하층 계급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화물차 기사가 일자리를 잃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 pp.76~77

 

자동화 물결이 밀려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일 처리가 유일한 목표인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기계보다 훨씬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할 수 있다. , 인간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간이 실제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일은 대부분 인간에게 딱 들어맞을까? , 인간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면, 일은 인간에게 적합할까? --- p.106

 

중류층 및 하류층에 속하는 235가구의 소득을 심층 분석한 미국 금융 일기U.S. Financial Diaries’ 프로젝트의 책임자 조너선 모덕Jonathan Morduch은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부터 예측 가능하며 생활임금 정도 되는 수준의 돈을 주는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변화로 많은 가구의 소득 변동성이 커졌다.” JP모건체이스의 조사에 따르면 대략 80퍼센트의 고객이 매월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관리할 만큼의 충분한 여유 자금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병원비나 자동차 수리비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그 해의 가계 경제가 결딴난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소득 변동성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소득 수준을 연간 105000달러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가구 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 p.159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남성이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다고 한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의 경우에는 배우자를 찾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안정된 일자리라고 하였다. 결혼은 낙관적인 생각, 안정감, 금전적 능력 등이 갖춰졌을 때 이루어지는 일이다. 결혼생활을 하면 돈이 들게 마련이다. 만약 안정된 직업이 없다면 위에서 말한 조건을 갖추기 어려워진다. 지난 40년 동안 모든 계층의 결혼율이 떨어졌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특히 고졸 이하 학력자에게서 하락률이 두드러졌다. 1970년에는 70퍼센트에 이르던 노동자 계층의 결혼율이 이제는 4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결혼율 하락은 2000년에 가속화되었다.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한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다. --- pp.184~186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공공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나 기업이 재화나 용역을 구입하면 지급하는 부가가치세일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돈은 단계마다 생산 원가에 반영된다.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면, 절세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도 세금을 내지 않고 미국의 인프라 및 인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일이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 모든 국민이 기술 발전을 응원하게 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애팔래치아 지방에 있는 자동차 정비공이라도 누군가 돈을 벌 때마다 자기 지분이 늘어난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193개국 중 160개국이 이미 부가가치세VAT나 상품용역세를 부과하고 있다. 선진국 중 미국만 유일하게 VAT가 없다. 유럽의 부가가치세율은 평균 20퍼센트다. VAT는 잘 다듬어져 있고 효율성도 입증되었다. 만약 유럽 평균 세율의 절반만 적용해 VAT를 도입한다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 pp.240~241

 

이제 인간의 복지와 가치 실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경제를 생각해보자. 이런 목표와 GDP 성장이라는 목표가 같은 방향을 향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목표가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이미 탑승한 승객을 끌어낸 항공사는 자본 입장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받고 목숨과 직결된 약을 파는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다. 나는, 항공사는 수익의 감소를 받아들이고, 제약회사는 적당한 수준의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시민이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경제 전체로 계속 확산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을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 줄여서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부르기로 하자. 인간적 자본주의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 p.277

 

대학은 일자리와 관련한 모든 경제 문제에 대한 답이라도 되는 양 과도한 평가를 받아 왔다. 가장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정규 대학생의 6년 후 졸업률은 59퍼센트라고 한다. 2009년에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생 중 59퍼센트만이 2015년까지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일류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 입장에서는 이 수치가 지나치게 낮게 보일 것이다. 소위 일류대학에서는 이 비율이 88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이다. 자유 입학제를 시행하는 대학의 6년 후 졸업률은 32퍼센트였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은 이 비율이 2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2년제 대학에서 3년 이내에 졸업하는 학생 비율은 29.1퍼센트에 불과했다. 고등학교가 아니라 대학이야말로 미국의 진짜 중퇴 공장인 셈이다. --- p.319

 

나는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이 많다. 기계는 힘이 없다. 제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인 경우가 많다. 나는 내가 본 것을 여러분도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그러면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틀린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 우리 사회를 허물어트리려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를 섬기고 있는가? 인간인가 시장인가? 우리는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암울한 운명을 향해 질주하는,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사람들 또는 우리만의 공간에 고립된 엘리트인가? 우리에게 세계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할 만큼의 기개와 의지와 자신감과 자립심이 남아 있기나 한 것일까? 공감 능력은 충분할까? 자본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자본을 주된 가치 측정 수단으로 삼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인간적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이고, 그 중요한 것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pp.332~333

 

자동화 이후로 미국 사회는 불평등이 극심해지고 많은 노동자가 건강과 가족을 잃었다. 이들 중 다수가 분노한 대중이 되어 인종주의와 포퓰리즘 정치의 기반이 됐다. 저자 앤드루 양은 이런 상황을 기본소득제등 새로운 사회 계약으로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공장이 문을 닫고 자동화가 빨라지고 있다. 쇠락하는 도시가 나타날 조짐도 있다

- 이원재 (경제학자,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저자)

 

지난해 대한민국은 카풀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파업으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자리 잡고 나면, 결국 도로에는 사람을 대리할 기계와 화물만 남을 것이다. 나와 당신의 평범한 노동이 가까운 미래에 기계로 대체될 수 있음을, 사실 모두가 감지하고 있다. 당신도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그러한 시대의 두려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 김민섭 (작가, 대리사회』 『훈의 시대저자 )

고 자동화가 빨라지고 있다. 쇠락하는 도시가 나타날 조짐도 있다

 

보통사람 멸종위기!

2017년은 '소매업의 종말'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시작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1610월에서 20175월 사이에 (미국의) 백화점에서 일하던 근로자 10만 명이 실직했다. 이는 미국에서 석탄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다 합한 수보다 많은 숫자다. (...)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소매 업종 전체를 투자 불가 종목으로 보고 있다. (...) 크레딧스위스는 2017년에 역사상 가장 많은 8640개의 주요 소매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쇼핑몰 하나가 문을 닫으면 약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직원 1인당 평균 소득을 22000달러로 보았을 때 지역 공동체 전체로는 2200만 달러의 임금이 날아가는 셈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자체의 세금 수입이 감소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니 사람은 떠나간다. 다시 지자체의 체력이 약해진다. 도시는 점차 황폐화한다. 사람의 네트워크가 끊어지면서 문화가 붕괴한다. 우울한 분위기가 유령처럼 퍼져나가고, 범죄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점차 내침하고, 극우화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필연이다. 기술 발달 때문이다. 최근 폭발하는 스타트업 중 대규모 일자리를 만드는 신규 사업체는 없다. 아마존이 백화점을 대체하고, 우버가 택시 노동자를 대체한다. 한국에서도, 아니 지구적으로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이나 언론이 마치 신줏단지처럼 거론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본모습은 노동 없는 성장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금융 자본만 살찌우고 노동자를 빈곤층으로 떨어뜨리는 시대였다면, 기술 혁신 시대는 로봇이 사람의 남은 일자리마저 빼앗는 성장의 시대다.

 

그럴듯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결국 노동자 재교육 강화 정도다. 이게 정말 가능하다고, 현실성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이가 있을까. 전산 로봇의 발전으로 인해 나이 쉰에 보험사에서 책상을 빼게 된 사무 노동자를 가정해 보자. 이미 한 세대 전의 퇴직 노동자가 그 나이에 무슨 교육을 받아 다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일자리는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고, 그 줄어든 일자리마저 얻지 못하는 (값싼 노동력의) 청년이 비명을 지르는 게 현실인데 말이다.

 

대안은 없다. 지금의 아이디어로는.

<보통 사람들의 전쟁>(앤드루 양 지음, 장용원 옮김, 흐름출판 펴냄)은 신규 벤처 기업 운영을 지원하는 비영리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의 창업자인 대만계 미국인 앤드루 양의 저서다. 이 책은 풍부한 통계 자료를 인용해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모든 비즈니스의 로봇 의존도는 더 커진다.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사람의 임금도 더 줄어든다. '보통 사람', 즉 평범한 소득, 평범한 학력(이 평범함은 대졸 학사를 포함한다)의 사람은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금융업, 의료업 등 최고로 꼽히는 직업군 역시 자동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모든 사람은 평생 의자 빼앗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만 하는 비참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교육 수준도 높은 가정의 자녀들 사이에서도 불안과 우울 수준은 높다. 의사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대학생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상담실 이용 비율도 역대 가장 높아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 명문 사립학교인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상담실 대기자 명부에 따르면 긴급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6~8주가 밀려 있다. (...) 결핍은 정신적 여유를 없애 사람을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으로 만든다. (...) 기술이 발달하면 모든 사람이 그전보다 더 풍요로운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경제적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 자동화의 가장 큰 역설이다."

 

이역만리 땅에서는 좀처럼 알 수 없는 각종 중요한 데이터가 쏟아진다. 저자는 통계자료에 함몰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자기 이야기를 섞어 망해가는 현대 미국 사회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에 묘사된 세계 최강 대국의 현실은 처참하다. 자살률이 처음으로 자동차 사고 사망률을 앞질렀다. 미국인의 무려 75%는 통장에 단 400달러도 없는 불안한 생활을 한다. 일자리가 사라짐에 따라 사람들은 결혼을 기피한다. 편모 가정 자녀가 급증한다. 한때 제조업으로 번영했던 도시는 모조리 쇠락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이른바 극점 도시만 활황세를 보인다.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남성의 기대수명이 이제 흑인 남성과 비슷해졌다. 빈곤과 불안함과 분노가 사람들을 좀먹어 극우적 사고가 사람들을 좀먹고 있다.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정확히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일치한다.

 

"터친 교수는 혁명의 전제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엘리트의 공급 과잉과 분열이다. 둘째, 생활수준 하락으로 나타나는 대중의 빈곤이다. 셋째, 재정 위기 상태다. (...) '미국의 현재 상황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850년대와 유사하며, 더 놀라운 점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프랑스와 유사하다."

 

저자는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주의와 자동화를 꼽는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가 기술 발달과 손잡아 더 적은 고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사회를 이끌었다. 이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 절대 다수 사람이 절망의 늪에 빠졌다.

 

책은 이 변화를 사실로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혁명은 원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개선을 바라는 이인 저자의 대안은 '인간적 자본주의'.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다. 토머스 페인, 마틴 루서 킹, 리처드 닉슨,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미국 역사에서 기본소득 개념을 제안한 다양한 사람들을 언급하며 모든 미국인이 최소한의 소득(현재 미국의 빈곤선인 11770달러)을 무조건 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서는 드물게 희망을 주는 데이터도 제시된다.

 

"루스벨트연구소는 성인 1인당 연간 12000달러를 지급하는 (...) 안이 채택된다면 경제는 해마다 12.56~13.10퍼센트 성장할 것이고, 노동 인구는 450~470만 명 늘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자리와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존 체제 유지를 고민하는 성공한 자본가의 고민 수준 한계도 살짝 엿보인다. 저자는 제시된 기본소득 유지를 위한 운영 경비에 연간 13000억 달러 정도가 추가되어야 하며, 해당 재원으로 부가가치세를 이용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더 혜택을 볼 수 있는 세금이다. 직접세 세원을 늘리자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실제 여러 나라에서 실험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기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체제는 결국 붕괴하리라는 전망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노동의 아래층에서부터 일자리를 파괴해 결국은 고소득 전문 직업 종사자의 상당수도 설자리를 잃게 만들 사회가 붕괴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이 위기감이 저자와 같은 양심적 벤처 혁신가마저 사회 붕괴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게 오늘날 지구적 위기의 현실이다.

 

이 책은 미국인을 상대로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졌으나, 그 배경이 한국이라손 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현실을 담았다. 성장 정체와 일자리 급감은 오늘날 지구적 위기의 근본 배경이다. 전 세계가 2008년 금융 자본주의의 종말을 지켜보았으나, 10년째 나오지 않은 대안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업에 호소하는 억지 일자리 늘리기가 통하겠는가. 일회성 정부발 일자리 만들기가 먹히겠는가. 심지어는, 기존 방식의 대기업 지원 정책이 먹히겠는가. 혁명적 전환이 필요한 때다.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문장으로 쓰여졌지만 동반된 통계는 날카롭고 꽉꽉 담긴 실제 사례는 생생하다. 여전히 기존의 노동자 쥐어짜기에 의존하는 한국의 기업가들에게까지 이 책에 나온 사고의 전환을 바라는 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정책 담당자나 정치인, 학자들은 저자만큼의 용기라도 내주길 바란다.

[프레시안 books] <보통 사람들의 전쟁> 1.25 이대희 기자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저자 이원재|어크로스 |2016.02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학

이원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한겨레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 시절 IMF 구제금융 사태 및 닷컴 기업들의 성장과 몰락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착한 기업과 좋은 경영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나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에 입학했다. 재학 중 뉴욕 월스트리트의 ‘Medley Global Advisors’에서 인턴 애널리스트로 있던 기간은 그가 한국 경제의 거대한 잠재력을 발견한 뜻밖의 행운의 시간이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약 보고되고 공직사회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귀국 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사회적기업을 연구했고,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 반 동안 소장을 지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국내외 기관 및 기업에서 이와 관련된 강연을 활발히 진행하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착한 경제, 좋은 경영의 꿈을 전파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때, 모든 일을 중단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어 안철수 후보 진심캠프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다. 그동안 전파하던 비전을 정책으로 구현하겠다는 꿈을 안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 꿈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현재는 다시 경제평론가의 자리로 돌아와 칼럼, 방송, 강연을 통해 더 나은 사회의 비전을 설파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의 5분 경영학, MIT MBA 강의노트, 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프롤로그 깨어진 약속을 새롭게 쓰기 위하여

 

PART 1 우리는 낯선 나라에 살게 되었습니다

- 지난 20, 각자도생의 결과에 관한 6편의 편지

 

chapter 1 깨어진 약속 -두 개의 숫자로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면

chapter 2 아파트 신화, 그 이후 -오너십 사회와 세습자본주의

chapter 3 평등 친화적 세대와 불평등한 사회 -헬조선의 청년들

chapter 4 막차 문 닫기 게임 -제론토크라시의 시대

chapter 5 사장님의 꿈과 치킨 버블 -벼랑 끝의 자영업자들

chapter 6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붕괴 -중산층의 희망이 무너지다

 

PART 2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 패러다임

- 저성장 시대, 새롭게 익혀야 할 삶의 전략에 관한 5편의 편지

 

chapter 7 우리에게 어떤 삶이 필요한가 -성장

chapter 8 늘어나도 행복해지지 않는 미스터리 -소득

chapter 9 우리가 알던 일자리는 없다 -일자리

chapter 10 드론과의 경쟁은 필연일까 -기술

chapter 11 돈 말고 준비해야 할 것들 -노후

 

PART 3 새로운 약속

- 한국 사회에 필요한 구조적 변화에 관한 6편의 편지

 

chapter 12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다시 쓰는 희망의 패러다임

chapter 13 망할 기회를 선사하는 나라 -청년이라는 투자처

chapter 14 두려움 없이 늙어갈 수 있는 곳 -노년을 위한 삼분지계

chapter 15 불평등을 걷어차기 -고장 난 경제의 4가지 해법

chapter 16 연말정산에 분노했던 당신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

chapter 17 결국,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 -시민의 사회적 책임

 

에필로그 다시 한 번 희망을 찾아서

 

“1990년대 중반, 그 때의 아버지들은 이 나라가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믿어볼 만한 나라라고 믿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 다음 세대는 묵묵히 그 약속을 믿고 따랐습니다. ()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년이 지난 뒤, 그 아버지들의 아들과 딸들에게 이 나라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_프롤로그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 자살률도 함께 늘어난 이상한 나라. 청년들은 헬조선론으로 절망감을 드러내고, 은퇴를 준비해야할 아버지들은 치킨 버블과 노후 생존의 공포에 시달리는 나라. 열심히 노력하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이 사라진 세상은 왜, 어떻게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되었을까? 이 절망의 시대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경제 문법을 찾는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은, 이 책에서 아버지 시대의 성장’, ‘소득담론이 불어넣던 희망과 약속이 어떻게 깨어져왔는가를 밝히며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우리가 새롭게 성찰해야할 질문들을 제기한다.

 

수출이 늘어나고 GDP가 늘어났는데 삶의 조건은 왜 더 열악해지고 있는가? 저성장은 정말로 문제인가? 우리에게는 어떤성장이 필요한가?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저자는 아버지 세대가 굳게 믿고 있는 성장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약속을 쓰고자 한다. ‘좋은 삶을 함께 정의내리고, 그런 삶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함께 그려내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이다.

 

아버지 세대의 약속은 모두 깨졌다

- 경제성장의 복음이 우리 삶에 남긴 상처들

 

사회는 우리에게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지옥을 잘 참아내고 대학만 가면 광명의 길이 열린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깨어졌습니다. 대학생들은 다시 입지옥으로 향합니다. () 평생 열심히 일하면 여유로운 노년을 맞는다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른 퇴직과 자영업 실패를 거쳐서 병과 가난에 찌든 노년이 기다린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요? () 깨어진 약속을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지금 한국 사회는 20년 뒤 우리의 삶에 대해 어떤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_Chapter 1 깨어진 약속

 

학업을 마친 후 평균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열심히 일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삶, 은퇴 이후에는 작은 가게를 꾸리며 적절한 소득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할 수 있던 아버지 세대의 인생 계획은 자식 세대에게는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되어버렸다. 소득이 더 높아졌고 글로벌 기업도, 수출도 계속 늘어났는데 왜 자식 세대는 중산층의 평범한 꿈조차 가질 수 없게 된 걸까? 이 책의 1부에서는 아버지 세대에 만들어진 우리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 자식 세대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피며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된 우리 사회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내밀하게 뜯어본다.

 

1960100달러를 밑돌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153만 달러에 육박해 55년 만에 300배 늘어났다. 그런데 55년 전과 비교해 우리의 삶은 300배 더 나아졌을까?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자살률, OECD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는 사회관계망 지수 등을 보면 적어도 우리사회가 더 '행복'해졌다고 여길 수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그 반대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끊임없이 관찰된다. 저자는 노동소득 분배율, GDP 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의 격차 같은 지표들을 면밀히 살피며 월급 통장에 담긴 불평등을,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계획에 드리우는 절망의 그림자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또한 세습 받지 않고서는 자산을 형성할 길이 가로막히는 세습자본주의가 시작되고, 기득권을 획득한 노인들이 다음 세대를 의사결정 테이블에서 배제하는 노인 지배체제가 견고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의 야만적인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모두가 믿고 따랐던 아버지 세대의 성장 담론과 각자도생의 전략에 관해, 그동안의 선택과 합의들에 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볼 것을 요청한다.

 

저성장 시대, 우리가 알던 경제학은 없다

- 낡아버린 고성장 시대의 믿음을 전복할 희망의 패러다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이디어를 잊는 것이다."

_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오늘날, ‘아들의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파국이 예고되어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공포의 정점에는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고성장 시기만을 겪어온 한국사회가 처음 맞이한 낯선 시기, 저자는 성장률에 관한 잘못된 믿음과 과장된 공포를 바로잡고, 저성장 시대에 개인과 사회가 새롭게 익혀야 할 사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간 연평균 9%대의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던 아버지 세대는 여전히 그 시절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고성장 시기와 같은 목표와 기준을 가지고 연평균 3%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는 데 있다. 환경이 바뀌었고 기준은 달라졌다. 이 책의 2부는 다섯 가지 핵심적 경제 이슈, ‘성장, 소득, 일자리, 기술, 노후를 중심으로 이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사고를 일깨운다.

 

베이비붐 세대의 지상과제였던 양적 성장은 아들 세대에는 훨씬 덜 중요해진다. 당장 먹고살 것을 늘리는 것보다 관계와 안전,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이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아들 세대의 일자리는 아버지 세대처럼 기술 발전과 함께 자동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이제 기술 발전과 일자리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결해나가야 할 영역이 되었다. 일자리 자체에 관한 기준도 달라졌다. 삶을 상승시켜줄 일자리를 찾아 모험을 걸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청년들은 삶을 안전하게 만들어줄 일자리를 잡기위해 노량진으로 몰려든다. 저성장 시대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이렇게 달라진 욕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적정 일자리는 고민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아버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이해를 뒤집으며, 아버지와 아들 세대가 함께 새로운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깨어진 약속을 넘어, 새로운 약속을 쓰기 위한 희망의 기획

- 먹고사니즘과 각자도생을 극복할 새로운 사회의 운영원리

 

아버지 세대의 깨어진 약속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약속을 쓰는 일이다. 새로운 약속을 쓰려면,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를 구상하고 선택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 인간관계, 사회참여가 있어야 만족스러운 삶인지 함께 정의해야 하고, 그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즉 경제는 얼마나 성장해야 하고 임금과 복지는 어느 수준으로 정해져야 하는지, 환경과 인권은 얼마나 지켜져야 하는지도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의 3부에서 우리가 옮겨가야 할 사회와 새롭게 마련해야 할 선택지에 관한 기획을 담대하게 펼쳐놓는다. 청년들이 리더가 되어 사회를 이끌고 노년층이 팔로어십을 발휘하며 이들을 뒷받침하는 리더십의 교체가 일어난다면 어떨까? 자산을 함께 쓰는 이들이 평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협력을 동력으로 삼는 협동조합의 원리가 사회 전체로 확대된다면 어떨까? 1%의 자산가들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99%가 먼저 책임을 실천하고 나선다면, 세상은 더 크게 바뀌지 않을까? 새로운 사회의 운영원리를 모색하는 저자의 여정 속에서, 독자들은 오늘의 불안을 이기는 내일의 경제 패러다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벌어들이는 국민소득이 연간 100만 원이라면 1990년대 중반 이 나라는 일반적인 직장인(하위 90%)46만 원을, 자산 소유자가 20만 원을, 자영업자가 17만 원을, 고소득 직장인(상위 10%)16만 원을 가져가는 사회였습니다. 20년 뒤 이 나라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38만 원을, 자산 소유자가 32만 원을, 자영업자가 8만 원을, 고소득 직장인이 20만 원을 가져가는 사회가 됐습니다.

---프롤로그 깨어진 약속을 새롭게 쓰기 위하여중에서

 

사회는 우리에게 고등학교 때까지 입시지옥을 잘 참아내고 대학만 가면 광명의 길이 열린다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깨어졌습니다. 대학생들은 다시 입지옥으로 향합니다. () 평생 열심히 일하면 여유로운 노년을 맞는다는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른 퇴직과 자영업 실패를 거쳐서 병과 가난에 찌든 노년이 기다린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요? () 깨어진 약속을 어떻게 해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지금 한국 사회는 20년 뒤 우리의 삶에 대해 어떤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Chapter 1 깨어진 약속중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사회생활 몇 년 만에 괜찮은 자기 집을 마련하고 그 집을 토대로 자산가로 등극하던 사회에서는 오너십 사회의 원리가 그런대로 공정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오너십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오너십을 갖기 어려워지면서 누구나 오너십을 누리던 사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는 전혀 다른 질서를 지닌 사회에서 살게 되는 셈입니다. ‘맨손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아버지 세대의 말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Chapter 2 아파트 신화, 그 이후중에서

 

제론토크라시는 나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닙니다. 일종의 막차 문 닫기문제입니다. 이미 버스에 올라타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이 새로 버스에 올라탈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서 있게 하거나 아예 버스 문을 닫고 타지 못하게 하는 문제라는 이야기지요. () 어쩌면 무임승차론을 펼치는 분들 중 상당수는 먼저 요금을 많이 내고 차에 타기는 했지만 이미 그 요금을 회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분들은 차 안만 따뜻하고 차 밖은 각자도생의 헬조선을 만들어왔을지도 모릅니다.

---Chapter 3 막차 문 닫기 게임중에서

 

실은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일은 이제 그리 의미가 크지는 않습니다. 성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어떤 성장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Chapter 7 우리에게 어떤 삶이 필요한가중에서

 

2000년대 이전과는 달리 이제 생산성이 일자리를 자동으로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물론 첨단 기술이 계속 나와 생산성을 높이도록 장려하는 사회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높아진 생산성의 과실을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나눌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입니다. 20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Chapter 11 드론과의 경쟁은 필연일까중에서

 

노년에 대한 보장은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던 청년에 대한 투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청년에 대한 투자와 노년에 대한 보장이 같이 어우러져야 새로운 세대로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이양될 수 있습니다. 청년은 결국 노년이 되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생존이 보장된다면 새로운 세대가 노년을 준비하는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Chapter 14 두려움 없이 늙어갈 수 있는 곳중에서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려면 소수의 대기업과 자산가들만 바뀌어서는 역부족입니다. 다수 시민이 사회적 책임의식으로 무장하고 우리의 낡은 관행을 변화시켜야합니다. 각자도생의 사회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기려고만 하면서 결국은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이 악마의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게임은 서로 조금씩 져주는 것으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시민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Chapter 17 결국, 사람이 변화를 만든다중에서

These Eyes - Guess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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