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유전자 왜 우리는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을까 저자 나카노 노부코|역자 이영미|부키 |2019.06
저자 : 나카노 노부코 뇌 과학자, 의학 박사, 인지 과학자.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국립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일본으로 돌아온 뒤 연구와 집필 활동에 전념하며 뇌 과학으로 인간과 사회를 더욱 깊이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동일본국제대학교 특임교수, 요코하마시립대학교 객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뇌 과학 관련 해설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이코패스》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샤덴프로이데》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 《뛰는 놈, 나는 놈 위에 운 좋은 놈 있다》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_불륜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한국어판 서문_불륜으로 살펴보는 인간과 사회의 본성
1장_일부일처제는 인류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불륜율이 높다? | 욕하면서 저지르는 내로남불 사회 | 성적 자유를 빼앗은 가부장제 | 불륜 관계를 활력소로 삼은 작가 | 일부일처는 절대적인 표준이 아니다 |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프레리들쥐 | 호색적인 암컷의 생식력이 더 강하다 | 영장류의 정자 경쟁 | 저마다 번식 시스템이 다른 이유 | 농경과 성병에서 시작된 일부일처 | 육아 비용으로 살펴본 부부 관계 | 혹독한 환경에서 유리한 일처다부 | 일부다처 남편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 여성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시스템 | 인류는 일부일처제에서 이탈할 것인가?
2장_인류의 절반이 타고난 불륜 유전자
정숙 유전자와 불륜 유전자 | 일부일처형 호르몬의 비밀 | 인간과 유사한 보노보의 성적 경향 | 성적 자극에 민감해지는 호르몬의 영향 | 2명 중 1명은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 | 독재자 게임으로 알아보는 바람기 | 일탈을 부추기는 대립 유전자 334 |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불륜의 관계 | 도파민이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한다 | 하룻밤 실수를 저지르는 뇌 과학적 이유 | 까마득한 진화 과정을 거친 불륜 유전자 | 생물의 진화가 윤리관의 변화를 못 따라간다
3장_당신의 애착 유형이 불륜 스위치를 켜고 끈다
불륜에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 요인 | 양육자와의 관계가 아이의 성향을 결정한다 | 어릴 적 스킨십과 정서 교감의 중요성 | 할로의 대리모 실험 | 애정 박멸 운동과 캥거루 케어 | 애착 형성과 옥시토신 수용체의 관계 | 후천적 요인이 특정 유전자를 작동시킨다 | 회피형 부모가 회피형 자식을 만든다 | 애착 형성이 안 되면 고독해진다 | 애착 유형별 연애와 불륜 패턴 | 불륜에 취약한 불안형 | 남성보다 여성 중에 불안형이 많은 까닭 | 애착 유형은 사회생활도 결정한다 | 불륜에서 정신적 안정을 얻는 타입 | 영웅호색이 탄생하는 과학적 배경 | 성숙한 여성을 선호하는 젊은 남성들 | 배란기의 여성이 더 매혹적인 이유
4장_우리는 왜 불륜에 분노하고 비난하는가
분노와 비난의 본질 | 돈도 내지 않고 공짜로 타는 사람들 | 사회를 무너뜨리는 무임승차자 | 성실한 사람이 집단 따돌림에도 적극적이다 | 불륜에 대한 비난의 메커니즘 | 질투가 무임승차자를 색출해 낸다 | 질투를 강화시키는 행복 호르몬 | 애착 성향은 질투 스위치도 켜고 끈다 | 이타적일수록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 혼자만 이득 보면 공동체를 망친다 | 변화와 모험을 기피하는 동아시아 | 공동체에서 배제된다는 원시적 공포 | 여성이 불륜에 대해 더 비난하는 이유 | 질투를 산 국회의원의 불륜 | 시대와 함께 변하는 공동체의 성향 | 뇌내 물질과 포퓰리즘의 관계 | 혐오와 비난을 조장하는 유전자 | 동조 압력이 높을수록 일탈은 없다 | 의존과 생존의 상관관계
5장_기왕에 불륜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
결혼과 불륜, 어느 쪽이 이득일까? | 기혼 남성은 오래 살고, 불륜 남성은 일찍 죽는다 | 나는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의 위험 | 낭만적 사랑 이데올로기의 함정 | 목적이 없는 순수한 연애의 아름다움 | 연애결혼만이 정답일까? | 초식화 사회와 회피 성향 | 혼외 자녀 인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다 | 임신 중절을 부추기는 사회적 편견 | 결혼과 임신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 | 연애·결혼·생식을 둘러싼 모순에서 벗어나기 | 불륜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 불륜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작가들 | 유럽 왕실의 스마트한 불륜 기술 | 유연한 사고방식 덕분에 유지된 일본 황실 | 과학의 발전으로 생식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 그래도 불륜은 사라지지 않는다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는 1995년 개봉 미국 영화이자 원작 소설을 영화화 했다.
출판사 서평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교양으로서의 불륜
세상에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왜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도 있다. 누군가는 한 명의 짝에게 안주하지 못하고 뻔뻔하게 혹은 죄책감 속에서 새로운 이성을 찾고, 누군가는 바람피우는 배우자로 인해 괴로워하거나 불안해한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며 낯선 설렘에 자꾸 흔들리는 마음이 있고, 나는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도 있다.
우리는 불륜이 부도덕하고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잘 안다. 발각되면 가정과 사회적 신용을 잃을 수 있고 위자료 같은 금전적 손해도 막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뇌 과학자 중 한 명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카노 노부코는 그동안 전작들을 통해 왕따와 혐오(『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사이코패스(『사이코패스』), 질투와 시기(『샤덴프로이데』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 등 다양한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최신작 『바람난 유전자』에서는 사랑과 연애, 결혼과 불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이성을 찾게 되는 이유와 불륜의 실체를 뇌 과학과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나만은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의 심리, 영웅호색의 탄생과 하룻밤 실수가 벌어지는 과학적 배경, 불륜을 스마트하게 활용했던 각국의 왕실과 예술가, 기혼 남성은 오래 살고 불륜 남성은 일찍 죽는 이유 등 사랑과 불륜에 관련된 흥미진진한 오해와 의문도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바람을 피우는 당신, 불안하거나 미안할 필요 없다. 당당해져라. 모든 것은 일탈을 부추기는 우리 뇌와 유전자 탓이니까!’라고 주장할 거라고 짐작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면죄부가 아니다. “불륜은 내 문제가 아니라 뇌 문제”임을 밝히고 있지만 “뇌 문제만도 아님”을 강조한다.
인류의 절반은 불륜 유전자를 타고났다!
최신 뇌 과학의 성과로 분석한 불륜의 메커니즘
최근 유명 영화감독 A씨가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가 기각되었다. A씨는 촬영 도중 인연을 맺게 된 배우 B씨와 사랑에 빠지면서 급기야 아내와 이별을 결심한 것이다. A와 B의 불륜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진 후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고 수많은 팬이 등을 돌렸다. 2016년 2월, 일본의 한 국회의원은 임신한 아내를 두고 다른 여성과 불륜을 저질러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GE의 CEO 출신이자 ‘경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잭 웰치는 2003년 불륜이 발각되어 이혼 소송을 당해 약 1억 8000만 달러, 2007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같은 이유로 약 1억 68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위자료를 지급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엄청난 사회적·금전적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불륜으로 치닫게 만들었을까? 이것이야말로 가족, 지위, 명성, 돈 모두를 내버릴 정도로 소중하고 커다란 사랑의 증거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단지 그들의 뇌와 유전자에 달린 불륜 스위치가 켜진 것뿐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프레리들쥐는 인간과 더불어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들의 성적 행동은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본문 38쪽) 바소프레신은 상대에 대한 친절, 애정,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성이 높으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 성향을 띠고, 수용성이 낮으면 다처다부 불륜 성향을 띠게 된다.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성을 낮추는 불륜형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대체로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많고 남에게 친절하지 않으며 이기적이다. 그로 인해 불륜율뿐만 아니라 이혼율과 미혼율도 높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점은 정숙형과 불륜형의 비율이 대략 반반이라는 점이다. 즉 2명 중 1명은 불륜형 유전자를 타고난 셈이다.(본문 78쪽)
유전자뿐만 아니라 뇌 구조도 우리의 일탈을 부추긴다.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뇌 부위는 사회적 제재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상식적인 윤리관과 선악 판단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부위의 기능이 약해지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성적으로 분방해지기 쉽다. 특히 이 부위는 알코올에 약하다. 우리가 술김에 하룻밤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본문 90쪽)
불륜에 빠지기 쉬운 성향은 어렸을 때 완성된다?
당신의 불륜 스위치를 켜고 끄는 애착 유형
우리 안의 불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은 뇌와 유전자처럼 선천적 요인만 있는 게 아니다. ‘애착 유형’이라는 후천적 요인도 존재한다. 애착 유형은 개인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밑바탕이 되는 인지 양식으로, 사물이나 타자를 어떻게 판단하고 인식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즉 애착 유형에 따라 연애와 성적 행동에 대한 가치관과 의지가 다르게 형성되는 것이다.
애착 유형은 크게 안정형, 회피형, 불안형으로 구분된다. 안정형 사람은 대인관계를 맺거나 연인을 만나는 데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며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편이다.하지만 연애, 섹스, 결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다. 대인 관계에 소극적이며 특정인과 깊은 관계를 쌓기보다는 여럿과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회피형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이들에게 양다리, 문어발 연애는 물론이고 불륜도 그리 꺼릴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타인에게 크게 기대하고 의존하는 성향을 가진 불안형이 있다. 이들은 연애에서도 강한 집착을 보이고 성적 관계도 중요하게 여긴다. 한편으로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상대가 나타나면 그가 기혼자라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사랑에 흠뻑 빠져 버리는 것이다.
그럼 저마다 애착 유형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애착 유형은 유아기 때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받고 자랐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어렸을 때 적절한 사랑과 교감과 스킨십을 받아야 안정 성향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따뜻한 품안에 안길 때 옥시토신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옥시토신은 애착을 높여 주고 불안과 긴장을 완화시켜 준다. 결국 어렸을 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옥시토신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회피형이나 불안형 성향을 띠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엄마가 필요한 순간 엄마가 달려와 주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거나 반대로 과하게 집착한다. 이렇게 굳어진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본문 116쪽)
하지만 저자는 이런 애착 유형이 주위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안정형 사람과 가깝게 지내면 회피형, 불안형 사람도 그의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성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본문 127쪽)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상하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업무적 역량이 뛰어나진 않지만 조직 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사람, 함께하는 것만으로 기운이 나는 사람을 만나면 나 자신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사랑과 연애, 불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욕하면서 불륜 드라마를 보는 이유
불륜에 대한 분노 이면에 질투와 자기만족이 있다
서울경제- 김민희 SNS
이런 불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단 자신이 당사자가 아닐 때만. 예컨대 소위 막장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증, 고부 갈등, 삼각관계, 물질 만능주의, 청부 살인, 패륜 등 자극적인 요소가 넘쳐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단골 소재는 역시 불륜이다. 하지만 영화, 드라마, 뉴스 속 불륜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 남의 연애’일 뿐이다. 더욱이 이들의 그릇된 사랑은 비도덕적일지 몰라도 범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 속 불륜 연기 때문에 현실의 아주머니 팬에게 욕을 먹었다는 배우가 있을 정도다. 불륜에 대한 분노와 비난이 이토록 거센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과 공동체는 모두 협력을 중시하고 이타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 확률과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규칙을 준수하려 하지 않은 채 보상만 얻으려는 이기적인 존재인 ‘무임승차자’가 출현하면 다른 구성원들은 손해를 보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무임승차자들이 늘어나면 결국 사회는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만다.(본문 142쪽)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가 바로 우리 사회와 가정의 무임승차자다. 일부일처제 아래에서 사랑, 연애, 결혼, 출산 및 육아에는 많은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든다. 하지만 불륜 커플은 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연애와 섹스의 즐거움만 누린다. 이들을 향한 대중의 비난의 화살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제재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법 없이도 살 사람, 성실한 사람일수록 집단 따돌림 같은 사회적 제재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본문 147쪽) 하지만 저자는 이런 이타적인 행위 이면에 불륜 커플에 대한 질투와 ‘나는 정의롭다’는 자기만족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책속으로
또한 미국 중서부의 건조 지대에 서식하는 프레리도그 암컷은 발정기에 복수의 수컷과 교미한다. 수컷 1마리와 한 번만 교미하는 암컷보다 ‘호색’적인 암컷의 수정률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 런던대학교의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원이자 과학 기고가이기도 한 올리비아 저드슨은 대체적으로 난혼 암컷이 건강한 자손을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인간과 가까운 또 다른 영장류를 보더라도 반드시 일부일처형은 아니며 오히려 대부분은 일부다처다. 고릴라는 일부다처고 침팬지와 보노보, 오랑우탄은 난혼이다. 고릴라는 무리 안에서 수컷끼리 싸워서 승리한 단 1마리의 수컷만 무리의 암컷을 차지할 수 있다. (중략) 어쨌든 특정 파트너 이외의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생물계에서는 평범한 현상이다. 오히려 일부일처형이 더 보기 드문 별종이라 할 수 있다. --- pp.41~43
영장류의 난혼 정도는 수컷의 고환 크기, 다시 말하면 정자의 생산 능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침팬지는 암컷 1마리가 수컷 7~8마리와 하루에만 10회 이상 난교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의 몸속에 있는 다른 수컷의 정자를 이겨 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대량의 정자가 필요하다. 이것을 정자 경쟁이라 부른다.(중략) 맨체스터대학교의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1995년에 행한 실험에서, 인류에게도 정자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들은 여러 커플에게 콘돔을 나눠 주고 섹스를 할 때 받은 남성의 정액을 회수했다. 동시에 그 커플이 다음 섹스를 할 때까지 함께 지낸 시간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함께 지낸 시간이 짧은 커플일수록 다음 섹스 때 남성의 정자가 많이 방출되었다. 이것은 커플이 떨어져 있는 동안 여성이 다른 남성과 섹스를 했을 가능성을 무의식적으로 고려하여 정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수의 정자를 방출하려는 남성의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함께 지낸 시간이 길었던 여성과의 섹스에서 정자 양이 적었던 까닭은 다른 남성에게 질 염려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pp.43~44
바소프레신은 들쥐류 같은 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성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학부 뇌정신센터의 애덤 가스텔라 교수는 2011년 학술지에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인간 남성에게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을 투여한다. 바소프레신이 들어 있는 스프레이를 코에 뿌려 흡입시킨 것이다. 그리고 45분 후 여러 단어들을 피험자 남성들에게 보여 주고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을 투여한 남성들은 여러 단어들 중에서 섹스와 관련된 단어를 보다 빨리 찾아내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이 성적 자극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바소프레신은 인간 남성의 경계심과 공격성은 물론이고 발기와 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소프레신은 안드로겐(남성 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요컨대 남성은 여성보다 바소프레신에 민감한 것이다.--- p.74
예를 들어 대립 유전자 334가 없는 남성은 조사 전년도에 부부간 위기를 경험한 비율이 15%였지만, 대립 유전자 334를 2개 가진 남성들을 조사했더니 34%까지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대립 유전자 334가 없는 남성의 미혼율은 17%였지만 2개를 가진 남성은 32%였다. 불륜 행동이 유전자의 영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 결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핀란드에서 7400명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바소프레신 수용체 변이 유전자를 가진 여성의 외도율이 극단적으로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남성들과 달리 불륜율이 이혼율보다 높았다. --- pp.82~83
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할로의 연구 팀이 등장하기 전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사랑은 자식을 망치는 것’으로 간주했으며 ‘애정 박멸 운동’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미국 심리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인 존 왓슨은 ‘감정은 조절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포옹이나 스킨십이 지나치면 그 때문에아이가 불행하게 성장해서 결국 결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세기 초중반까지는 ‘병원균을 전염시키지 않도록 부모와 자식도 격리해야 마땅하며, 자녀와 접촉하거나 키스 등의 행동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견해가 의학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중략) 원래 캥거루 케어는 콜롬비아의 신생아 집중 치료실(ICU)에서 시작됐다. 콜롬비아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숫자에 비해 입원 환자가 너무 많아서 호흡기계 문제나 감염증 때문에 신생아의 사망률이 70%에 달했다. 그래서 미숙아의 체온을 유지하고 필요할 때 즉시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생후 일정 기간 동안 어머니와 자식이 함께 지내도록 추천했다. 캥거루 케어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 pp.109~111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은 성욕, 공격성, 경쟁심과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바소프레신으로 인한 경계심, 방어 심리를 증폭시킨다. 그런데 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아이의 존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략)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아버지가 된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갓난아기의 육아에 깊이 관여할 때 가장 많이 감소했다. 반대로 자기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거나 자식이나 아내와 각방을 쓰는 경우,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는 테스토스테론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은 성욕도 강하므로 육아에 적극적이지 않은 아버지 쪽이 외도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략) 우리는 흔히 ‘영웅호색’을 말하는데, 싸움에 강한 남성은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그 결과 성욕도 왕성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략) 이처럼 난세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성적으로 왕성하고 승리를 거듭함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여 가는 인물이 완고하게 일부일처를 지킨 정숙형 인물보다 더 큰 업적을 남겼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pp.129~131
40세 때 남은 수명을 비교해 봤더니 남성의 경우 미혼자 30.24년, 유배우자 39.06년, 사별 34.95년, 이별 28.72년이었다. 여성의 경우는 미혼 37.18년, 유배우자 45.28년, 사별 43.32년, 이별 40.49년이었다. 반려자와 헤어진 남성의 평균 수명이 가장 많이 짧아진 것이다. (중략) 유독 독신 남성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배우자가 없으면 식생활과 일상에서 건강에 부주의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선천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커뮤니케이션에 서툴고 나이를 먹은 후 새로운 관계 형성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 없어도 가정 밖에서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는 것 같다. 여성은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이별 때문에 받는 영향이 남성보다 약하지만 그래도 유배우자의 평균 수명이 다른 경우보다 더 길고 특히 미혼과 유배우자의 평균 수명은 약 8세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므로 역시 결혼 생활을 계속하는 편이 장수에 더 이롭다. --- pp.185~186
‘나는 남들과 달리 조심성이 많아서 절대 안 들킨다, 혹여 들키더라도 잘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불륜 관계를 계속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위기가 닥쳐오는데도 ‘나만은 괜찮다’고 굳게 믿어 버리는 정상화 편향(normalcy bias)의 한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정상화 편향은 인간의 인지 왜곡 현상 중 하나다. 인간의 뇌는 가능한 한 부담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이상 사태는 ‘정상’으로 인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작은 변화에도 일일이 과민하게 반응한다면 그만큼 에너지를 낭비하게 돼 버려서 뇌도 신체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정상화 편향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심각한 재난 때에는 이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를 들면 눈앞에서 불길이 닥치거나 대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정상 범위 이내’라고 간주해 버려서 늦게 도망치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덮쳤을 때 정상화 편향이 작용해 피해가 확대되었다고 많은 방재학자의 연구가 지적하고 있다. --- pp.188~189
이기적 유전자 저자 리처드 도킨스|역자 홍영남, 이상임|을유문화사 |2018.10.
원제 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 및 대중과학 저술가이다. 그는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대중의 과학이해를 위한 찰스 시모니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의 교수이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노벨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자인 니코 틴버겐N. Tinbergen의 제자로 일찍부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아이디어를 발표해 왔다. 그는 1971년「네이처Nature」지에 뇌세포 사이에서도 자연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뉴런이 죽어 가는 방법 패턴과 기억 메커니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상천외한 발상과 아이디어를 발표하여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과학 저술가로 인정 받는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들은 모두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의 인접 분야와 고전문학, 시 등의 일반 교양 그리고 수많은 사회 현상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폭이 넓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대담하고도 섬세한 이론을 무리 없이 전개함으로써 완벽한 이론가의 면모를 보인 그는 완전무결한 슈퍼스타임에 틀림없다.
도킨스는 생물학 뿐만 아니라 무신론, 진화, 창조주의, 지적 설계론 및 종교에 대한 관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조주의와 지적 설계론에 대한 가장 확고하고 단호한 비판가 중 한 사람이다. 1986년에 출판된 그의 책 『눈먼 시계공』에서 그는 시계공의 비유(복잡한 시계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듯이, 복잡한 유기체들도 그들을 만들어낸 지성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를 비판하고, 진화의 과정이 어떻게 '눈먼' 시계공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그 외에도 그는 여러 권의 대중과학서를 집필했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해서 위의 주제들을 다루기도 했다.
첫 저서인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1976)에서는 생물 개체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운반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으며 더 나아가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1982)에서는 개체가 만들어 내는 모든 산물들 또한 유전자에 의해 표현된 것이라 주장하였다.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1993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사회생물학의 논쟁이 되었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 문화적 요인 가운데 인간의 본질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 문제작이었다
『에덴 밖의 강(River Out of Eden)』(1995)은 DNA 강줄기를 따라 생명이 진화한 경로를 밝히고 있으며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Climbing Mountain Improbable)』(1996)는 자연선택이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무지개 해체하기(Unweaving the Rainbow)』(1999)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 예찬을, 악마의 목사(A Devil's Chaplain)』(2003)에서는 리처드 도킨스가 지난 25년 동안 과학 분야에 기고한 에세이들을 볼 수 있다.
목차
초판 서문
1. 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진화-가장 근본적 질문에 대한 대답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집단 선택설
2. 자기 복제자
안정을 향하여
생명의 기원과 자기 복제자
3. 불멸의 코일
생존 기계
유전자는 개체의 특성을 정한다
자연 선택의 단위
노화이론
4. 유전자 기계
생존 기계의 시작
뉴런과 컴퓨터
유전자는 예측한다
시뮬레이션
의식의 진화
의사소통
5. 공격-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다른 생존 기계는 환경의 일부
게임 이론과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비대칭적 싸움
6. 유전자의 행동 방식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주의
혈연 선택
부모와 자식의 관계
7. 가족계획
아이 낳기와 아이 키우기
개체 수 조절과 인구 문제
가족계획 이론
8. 세대 간의 전쟁
가족 내부의 이해관계
갈등의 승자
9. 암수의 전쟁
짝 간의 갈등
성의 전략
이기적인 기계-누가 누구를 착취할 것인가?
가정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
핸디캡 원리
암수의 차이
인간에서의 성 선택
10. 내 등을 긁어 줘, 나는 네 등 위에 올라탈 테니
집단 형성이 주는 이익
사회성 곤충
협력의 진화
11. 밈MEME-새로운 복제자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
‘밈’과 그 진화
밈의 특성
12.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
마음씨 좋은 놈, 마음씨 나쁜 놈
죄수의 딜레마
영합 게임과 비영합 게임
13. 유전자의 긴 팔
유전자냐 개체냐
숙주와 기생자
유전자는 왜 집단을 형성했는가?
불멸의 자기 복제자
보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서평 발췌문
출판사 서평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내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의 도킨스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의 2010년 전면개정판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촘스키, 에코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뽑힌 도킨스는 일찍이 촉망받는 젊은 동물행동학자로 간결한 문체와 생생한 비유, 논리적인 전개를 갖춘 글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유전자가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초판 1976년, 개정판 1989년, 30주년 기념판 2006년)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했다. 인간이“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곧 세기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30년 동안 이어진 학계와 언론의 수많은 찬사와 혹평 속에 이 책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과학계의 고전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이를 연장한 개념인 '밈'(문화 유전) 이론과 후속작 '확장된 표현형'의 선구적인 개념도 제시한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주요 쟁점(성의 진화, 이타주의의 본질, 협동의 진화, 적응의 범위, 무리의 발생, 가족계획, 혈연 선택 등)과 방대한 현대 연구 이론과 실험(게임 이론,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의 진화 실험, 죄수의 딜레마, 박쥐 실험, 꿀벌 실험 등)을 보여준다. 사회생물학의 논쟁이 되었던 유전적 요인과 환경 문화적 요인 가운데 인간의 본질을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홍영남 명예교수와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행동생태 및 진화를 연구하는 이상임 박사가 참여한 2010년 전면개정판은 내용의 정확성과 독자의 가독성을 모두 높였다. 전문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문장을 간결하고 적확하게 가다듬어, 도킨스의 사상과 주장이 쉽게 전해지게 했다. 또한 이번 전면개정판에는 도킨스 특유의 재기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상세하고 방대한 분량의 주석을 덧붙여 생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가와 일반인도 이 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 풍부한 참고문헌과, 주요 개념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찾아보기를 영어 원문과 함께 제공한다.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이후로 인류는 다위니즘 또는 자연선택설과 같은 일종의 패러다임들을 접해 왔다. 실제로 다윈의 이 패러다임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계속 될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한 다윈주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기본 개념으로 독특한 발상과 놀라운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즉 기존의 진화 단위인 개체를 불멸의 존재인 유전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본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복제자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정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지은이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간, 그리고 암수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문화유전론-밈(Meme)
저자의 주장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의 영역을 생명의 본질적인 면에서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 유전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적 개념인 밈은 저자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을 의미한다.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결과적으로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자기복제를 하여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 그리하여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하게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면서도 매우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
여전히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결정론적 생명관, 즉 유전자가 모든 생명 현상에 우선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의 자기복제 및 문화 유전론의 중심에 있는 인간만큼은 다른 생명체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생물과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라는 요소를 갖고 있는 인간이 과연 맹목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은 유전자의 전제적 지배에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여러 동물과 조류의 실제적인 실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도 이기적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 프로그램된 기계에 불과한 것인지 논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더 나아가 생명체 복제기술이나 인간의 유전자 지도의 연구로 여러 가지 질병의 정복 가능성이 높아지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유전자의 영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지금,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인간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학습이나 경험과 같은 후천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인간 중 어느 것이 인간 본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책속으로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라는 것이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세상에서 때로는 수백만 년 동안이나 생존해 왔다. 이 사실로부터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에 어떤 성질이 있음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부터 논의하려는 것은,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 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이 문장에서‘한정된’과‘특별한’이라는 용어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 반대라고 믿고 싶어도, 보편적 사랑이나 종 전체의 번영과 같은 것은 진화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가 무엇을 하려는 녀석인지 이해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적어도 유전자의 의도를 뒤집을 기회를, 다른 종이 결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치는 것에 덧붙여 말하자면, 유전되는 형질이 고정된 것이어서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오류다(이 오류는 아주 흔한 것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나, 우리가 전 생애 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이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된다.
자기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유지해 가는 데 사용한 기술이나 책략이 점차 개량되는 데에 끝이 있었을까? 개량을 위한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장구한 세월은 도대체 어떤 기괴한 자기 보존 기관을 만들어 냈을까? 40억 년이란 세월 속에서 고대 자기 복제자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절멸하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 생존 기술의 명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 바닷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자기 복제자를 찾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들은 이미 먼 옛날에 자유를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덜거덕거리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바깥세상과 차단된 채 안전하게 집단으로 떼 지어 살면서, 복잡한 간접 경로로 바깥세상과 의사소통하고 원격 조정기로 바깥세상을 조종한다.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내 안에도 있다. 그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 복제자는 기나긴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우리는 ‘비둘기파의 공동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 장기적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할 능력이 있으며, 이 공동 행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서로 논의할 능력이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지상 최대의 쇼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저자 리처드 도킨스|역자 김명남|김영사 |2009.12
원제 (The)greatest show on Earth : the evidence for evolution
목차
서문 _ 진화가 사실이라는 증거 자체
1. 그저 하나의 이론?
이론이란 무엇인가? 사실이란 무엇인가?
2. 개, 소, 그리고 양배추
플라톤의 마수 | 유전자풀 조각하기
3. 대진화의 꽃길
최초의 원예가였던 곤충들 | 당신은 나의 자연선택 | 인위선택과 자연선택, 그리고 쥐의 충치 저항력 | 다시, 개 이야기 | 다시, 꽃 이야기 | 선택 행위자로서의 자연
4. 침묵과 느린 시간
나이테시계 | 방사능시계 | 탄소시계
5. 바로 우리 눈앞에서
포드 므르차라의 도마뱀 | 실험실에서 벌어진 4만 5천 세대의 진화 | 23개월 만에 관찰된 거피들의 진화
6. 잃어버린 고리? 뭘 잃어버렸단 말인가
“악어오리를 보여주시지!” | “원숭이가 사람 아기를 낳는다면 믿겠어요” | ‘존재의 대사슬’이라는 해로운 유산 | 바다에서 뭍으로 | 나, 다시 바다로 가리
7. 잃어버린 사람들? 다시 찾은 사람들
여전히 내가 짓궂게 바라는 것은…… | 일단 가서 보세요
8. 우리가 아홉 달 만에 스스로 해낸 일
안무가가 없는 춤 | 발생에 대한 비유들 | 세포들을 모형화하기 | 촉매계의 챔피언, 효소 | 그러면 벌레들이 먼저 시도해보리라
9. 대륙의 방주
새로운 종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 땅이 움직였을까?
10. 친척들의 계통수
뼈가 뼈로 다가가고 | 빌려오기 없음 | 갑각류, 단단한 외골력과 다채로운 부속들 | 다시 톰슨에게 컴퓨터가 있었다면? | 분자생물학적 비교 | 분자시계
11. 우리 몸에 쓰인 역사
한때 자랑스러웠던 날개들 | 뒤집힌 망막, 심각한 실수를 땜질하는 자연선택 | 지적이지 못한 설계
12. 무기경쟁과 진화적 신정론
자연은 설계된 경제인가, 진화된 경제인가? |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 | 진화적 신정론?
13.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
“자연의 전쟁으로부터,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 | “생명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 | “소수의 형태 혹은 하나의 형태에” | “행성이 고정된 중력의 법칙에 따라 영원히 돌고 도는 동안” | “이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가 진화해 나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록 _ 역사 부인주의자들
옮긴이의 말 _ 친절한 진화론 입문서, 명쾌한 창조론 반박서
출판사 서평
여전히 진화를 의심하는가? 여전히 신의 설계를 맹신하는가? 당신과 나의 존재 이유, 모든 생물의 존재 이유는 ‘진화’다. 150년 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을 뼛속까지 뒤흔들었다면, 이제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가 인류의 세계관을 뒤바꿀 것이다! 도킨스를 읽어라. 생명의 위대한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만들어진 신》에서의 싸움꾼은 잊어라. 이제 셜록 홈즈를 뛰어넘는 최고의 탐정으로 변신한 리처드 도킨스가 추적한 진화의 증거들을 즐겨라. 명료하고 깔끔한 논증, 현란하고 눈부신 문장 속에 거대하게 번뜩이는 진리가 있다. 다윈 이후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의 뛰어난 재능과 탁월하게 빛나는 대가의 생명관이 이 책에서 빛나고 있다.
아직도 진화를 의심하는가? 아직도 신의 설계를 맹신하는가?
1859년, 찰스 다윈의 역작 《종의 기원》이 세상을 뼛속까지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5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진화론과 창조론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이다.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 내에서는 ‘창조론’을 교과서에 추가해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믿을 만한 과학자라면 누구나, 그리고 신학자들도, 진화를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로마 교황청에서조차도 올해 열린 ‘진화론 학술 대회’를 공식후원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4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여전히 진화를 부정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평균 40퍼센트 가량의 사람들이 여전히 진화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들은 지구의 나이가 1만 년 이하이며, 인간이 공룡과 함께 살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가 실재했다고 믿는다.
여전히 진화론을 의심하는가? 여전히 신에 의해 이 세계가 창조되었다고 믿는가? 이미 상징적인 책이 된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아직도 ‘신의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반박하기 위해 진화의 증거를 확고하게 밝히는 《지상 최대의 쇼》를 출간했다. 신간 인간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도킨스. 그가 진화론 의심자들을 꾸짖기 위해 돌아왔다. 긴장하라! 150년 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을 뼛속까지 뒤흔들었다면, 이제 리처드 도킨스가 인류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다!
계몽된 주교들과 신학자들 스스로도 개탄해 마지않는 반과학적인 난센스와 싸우는 일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진화는 진실이고 아담과 이브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설교단에 설 때는 아담과 이브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들을 거론하면서 신학적 교훈을 강론하는 무분별한 설교자가 얼마나 많은가!
주교들이여, 생각해보시라. 목사들이여, 조심하시라. 당신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몰이해의 다이너마이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거의 반드시 터져버릴 다이너마이트인지도 모른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는, 본인이 역사 부인주의자는 아니지만 아마도 가족이나 교회의 지인들 중에서 그런 사람을 몇 명 알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진화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스스로 아는 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내가 그런 독자들을 무장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진화는 사실이다. 우리가 침팬지의 친척이라는 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우리는 원숭이의 먼 친척이고, 땅돼지와 매너티의 먼 친척이고, 바나나와 순무의 아주 먼 친척이고……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1장 그저 하나의 이론?> 중에서)
도킨스는 진화가 회피할 수 없는 사실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엄청난 설명력과 간결미와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진화가 사실인가를 밝히는 작업에 대해 도킨스는, 범행이 저질러진 뒤 현장에 당도해서 추론하는 탐정에 비유한다. 과학자들로 하여금 ‘진화는 사실’이라고 추론하게 하는 증거들은, 어느 시대의 어느 법정에서 어떤 범죄의 유죄 확정에 동원된 목격자 증언들보다 더 풍부하고, 더 결정적이고, 더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뛰어난 재치와 막대한 지식보다도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 드러난 도킨스의 열정이다. 학계의 구속을 벗어난 그는 반대자들을 맹렬히 꾸짖을 기회를 더욱 즐기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의 말을 반박하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도킨스가 먼저 점수를 땄다.” - <커커스>
150년 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세상을 뼛속까지 뒤흔들었다면, 이제 리처드 도킨스가 인류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바꿀 것이다! 지금까지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은 진화가 무엇이고, 유전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실제로 진화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를 다뤘다. 첫 책 1976년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개체)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여 이후 30년 동안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1982년의 《확장된 표현형》은 《이기적 유전자》의 보충설명 격이었다.
다음에 출간된 《눈먼 시계공》(1986)과 《불가능의 산을 오르다》(1996)는 진화가 복잡성을 빚어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데 집중했고, 그 사이에 출간된 《에덴의 강》(1995)은 이런 내용들을 짧게 요약한 ‘요점정리’였다. 《무지개를 풀며》(1998)와 《악마의 사도》(2003)는 도킨스의 과학 바깥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준 책들이다. 《조상 이야기》(2004)는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인간의 진화 역사를 되짚어본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만들어진 신》(2006)이 등장했다.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석학답게 과학과 종교, 철학과 역사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창조론의 이론적 모순과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종교의 악행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미래 사회의 대안은 종교가 아닌 인간 그 자체에 있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신은 망상’이라는 주장을 가차없이 전개한 이 책으로 도킨스는 일약 세계 제1의 무신론자로 떠올랐다. ‘울트라 다윈주의자’, ‘다윈의 로트와일러’라는 별명을 얻으며, 그는 무수한 사람들의 시야를 틔워주었고, 과학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심리 등의 학문과 대중문화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쳤다.
현재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은퇴해, 강연과 저술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2009년 초에는 영국 인본주의자협회와 함께 ‘무신론자 버스 캠페인’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다. “아마도 신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그만 하고 인생을 즐기세요”라는 문구로 버스 광고를 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 재단’을 통해서도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러 운동들을 펼치고 있다.
《지상 최대의 쇼》는 리처드 도킨스의 열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진화가 사실인가 하는 근분 질문으로 돌아갔다. 전작들은 모두 진화를 명백한 사실로 가정하고 그 작동법에 관한 이론을 논했다면, 이 책에서는 “진화를 뒷받침하는 증거, 진화가 과학적인 사실이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룬다. 그간 도킨스가 여기저기에서 이야기해온 진화의 다면적 증거들을 한자리에 모았고, 최신 자료들까지 더했다.
《지상 최대의 쇼》는 창조론자들의 ‘지적설계론’에 대한 엄중하고도 명쾌한 반박에서 시작하면서 창조론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드러낸다. 그리고 어떻게 인간이 생겨났는지, 인간이 살아가는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인 진화에 대한 증거와, 왜 진화가 “과학적인 사실”이 되는지를 리처드 도킨스 특유의 명료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서술한다.
“도킨스의 열 번째가 되는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와 《눈먼 시계공》 이상의 최고의 책이다. 그는 《만들어진 신》에서 까탈스럽게 무신론을 옹호하면서 분노를 표출한 바 있지만, 이제 적의를 버린 채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진화의 증거들을 선보인다. 과학적으로 흥미로우며 철저하게 설득력 있는 책이다.” -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역사상 가장 파괴력 있는 진실, 생명의 위대한 미스터리를 밝힌 최종 이론
다윈이즘의 가장 완벽한 해설자 도킨스가 마침내 완성한 진화의 증거들!
진화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가? 그렇다면 어떤 증거들이 있는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도킨스는 자신의 영웅인 다윈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우선 인위선택(가축화)의 증거들로 인간에 의한 사육을 다룬다. 종자선별에 의해 급속도로 진화한 개, 소, 비둘기, 양배추의 얘기를 한다.
“인간 사육가가 고작 몇백 년이나 몇천 년 만에 늑대를 페키니즈로, 야생 양배추를 콜리플라워로 변형시킬 수 있다면, 야생 동식물의 무작위적이지 않은 생존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하란 법이 없지 않은가?(67p)”라고 하면서, 서서히 자연선택의 증거들로 독자를 유인한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자연선택의 사례부터 화석기록의 단서들까지, 진화가 밟아온 방대한 시간을 기록하는 자연의 시계부터 정교하게 발생하는 배아까지, 판구조론 같은 지각 지질학에서 분자생물학까지, 광대하고도 풍부한 과학적 증거들을 철저히 훑는다. 그는 ‘우리 인간이 풍성하게 번성하는 생명의 나무 중간에 작은 나뭇가지로 자리잡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으로 인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주장을 물샐틈없이 단단하게 전개한다.
가령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 형태, 호모 사피엔스 진화의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화석들이 그간 얼마나 많이 발견되었는지 그림과 설명으로 똑똑히 보여주면서 화석 증거의 확고함에 대해 다룬다. 또한 화석 증거의 시간을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방사성 연대법이 창조주의자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약한 증거가 아님을, 나무 화석과 지층의 상대적 순서 등을 통해서 “과학적으로 상당히 정확한 시계”로 쓸 수 있다는 점을 다룬다. 그리고 “어떻게 단 하나의 세포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체가 될 수 있는가”에 관해 발생학을 빌어 설명한다.
그것 외에도 증거가 얼마든지 더 있다. 현생 동물들의 해부구조를 비교해본 결과도 그렇고, DNA 비교라는 더욱 강력한 분자생물학적 증거도 있다. 진화의 시계들이나 판구조론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들에서는 복잡한 내용이라고 슬쩍 넘어가기 쉬운 대목들임에도 무척 유익하다.
“당신이 진화를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도킨스의 명료하고도 신선한 진화론 입문을 읽고 나면 진화의 내용 자체는 반드시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비유와 은유를 적절히 선택하여 설명하는 도킨스의 능력 덕분에, 독자는 고생물학에서 분자생물학까지 최신 연구의 내용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진화생물학 분야의 흥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유진 스코트, 미국 국립 과학교육센터 운영위원장
여전히 진화를 의심하는가? 여전히 신의 설계를 맹신하는가? 당신과 나의 존재 이유, 모든 생명의 역사를 연출한 ‘진화’는 명명백백한 사실 그 자체이다. 도킨스를 읽어라! 생명의 위대한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은 진화이다!”
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진화론은 세계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밝혀내는가
저자 리처드 도킨스|역자 이용철|사이언스북스 |2004.08.
원제 (The) Blind watchmaker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역설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생명의 기원에 관한 어떤 이론이 충분히 가능성이 이는 이야기여서, 가능성에 관한 우리의 주관적인 판단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은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우주에 지구말고는 생명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바라는 이론은 우리의 제한된, 지구에 한정된, 몇십 년에 한정된 상상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종류의 이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케언스스미스의 이론이나 원시수프 이론은 모두 너무 가능성이 커서 틀리는 쪽에 속하는 것 같다! 말하는 김에 고백한다면, 계산을 할 때 너무나 많은 곳에서 불확실한 숫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만약 어떤 화학자가 생명의 자연 발생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 본문 274쪽에서
박쥐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어서, 왜 그런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일그러진 얼굴은 원하는 방향으로 초음파를 발사하기 위한 절묘한 형태이다. 56
매미에는 세 가지 종이 있으며, 각기 모두 17년 변종과 13년 변종을 갖고 있다. 13년 변종과 17년 변종으로의 분화가 각각 독립적으로, 최소한 세 차례 일어난 것이다. 14년, 15년, 16년이라는 중간 주기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무시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세 번에 걸쳐서. 왜 그럴까? 모른다. 단지 13이라는 숫자와 17이라는 숫자가 소수(素數)라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소수란 1과 자신을 제외한 어떤 수로도 나눌 수 없는 수를 말한다. 주기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동물들은 천적이나 포식자, 기생충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굶어죽게 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의 발생이 소수의 연주기를 가지도록 조심스럽게 조절된다면 천적들이 매미의 생활사를 거기에 맞추기가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172
남반구에 있던 거대한 초대륙 곤드와나가 갈라지기 시작한 때는 공룡의 시대라 불리는 중생대였다. 남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가 나머지 땅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와 오랜 세월 동안 고립되어 있었을 때 그 대륙들은 공룡과 오늘날 포유류의 조상이 될 몇가지 동물들을 실은 독립된 화물칸이 된 셈이었다. ... 수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공룡의 빈 자리는 채워졌다. 그 자리를 채운 동물은 대부분 포유류였다. 원시포유류는 세 지역에서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바로 사건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멸종된 남아메리카의 자이언트그라운드나무늘보를 닮은 동물이 구대륙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아메리카의 다양한 포유류에는 멸종된 자이언트기니피그가 포함된다. 이 동물은 지금의 코뿔소만한 크기였지만 쥐와 같은 설치류이다.(‘지금의’ 코뿔소라는 말을 쓴 이유는 구대륙의 동물군에는 한때 이층집만한 거대한 코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175
최근까지도 오세아니아와 신대륙에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맹수와 개과에 속하는 맹수가 없었다.(푸마와 재규어는 구대륙의 고양이로부터 진화되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두 대륙 모두에 유대류로서 그에 상응하는 종류가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주머니늑대(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라고도 불림)가 있었는데, 이 동물이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리고 일종의 ‘스포츠’로서 어마어마한 수가 도살되었고아직도 생생한 기억 속에서 비극적으로 사라져갔다. 주머니 늑대를 딩고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딩고는 더욱더 최근에 인간(애버리진)이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여온 진짜 개다.
남아메리카 대륙에도 진정한 개와 고양이 종류는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오세아니아처럼 유대류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단한 것은 구대륙의 검치호랑이를 빼닮은 틸라코스밀루스일 것이다. 틸라코스밀루스는 아가리를 검치호랑이보다 더 넓게 벌릴 수 있어서 훨씬 더 무시무시했을 것이다. 틸라코스밀루스라는 이름은 이 동물의 외양이 검치호랑이 Similodon와 주머니늑대 Thylacinus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다. 179
Imagine (John Lennon & Plastic ono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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