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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by 이성근 2018. 11. 11.

양쯔강 철갑상어가 10년 뒤 사라지게 될 이유

 

철갑상어

 

길어야 20년 남았다. 중국 연구진은 1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은 논문을 통해 철갑상어가 양쯔강에서 10~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쯔강에 들어선 여러 대형 댐의 영향으로 산란지까지 이동 거리가 짧아지면서 철갑상어 생식선(난자정자를 만들어내는 기관) 성숙 시기가 뒤로 밀리게 됐고, 수온 상승까지 겹치면서 철갑상어의 산란기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캐비어(철갑상어 알)를 노린 남획 못지않게 대형 댐도 철갑상어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준다. 철갑상어는 연어처럼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소하(溯河)성 어류다.

 

대형 댐이 어류의 생식선 성숙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건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이전까진 주로 대형 댐이 어류의 이동을 막는다는 내용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그래서 여러 종의 소하성 어류가 서식하는 국내에서도 어도(魚道) 정비 위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3월 해양수산부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뱀장어연어 등 어류의 이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제2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어도는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돕기 위해 댐과 보에 만든 물고기 전용 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댐 건설 후 수온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여서, 어도를 내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철갑상어는 6~8월 산란을 위해 양쯔강을 거슬러 올라가 10~11월에 산란한다. 태어난 지 9개월이 지난 치어는 바다로 향하고 수컷과 암컷은 각각 생후 26개월, 36개월까지 생식선이 점차 발달한다. 그러다 번식이 가능한 성체(수컷 생후 8암컷 13)가 됐을 때 양쯔강 산란지로 되돌아가 알을 낳는다.

 

하지만 양쯔강 최초 수력발전소인 거저우(葛洲)댐 건설을 위해 1981년 물길을 막으면서 철갑상어가 산란을 위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기존 2,850에서 1,675로 크게 줄었다.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번식할 정도로 성숙해지는 최초 시점 역시 915일에서 1022일로 37일 미뤄졌다.

 

거저우댐 건설 이전에는 산란지의 적정 수온(영상 18~20)이 유지되는 기간(60)이 철갑상어의 생식선 성숙 시점과 맞물려 산란기가 915일부터 1115일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거저우댐 건설 이후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성숙된 시기가 뒤로 밀렸고(1022~1115), 수온이 오르면서 산란지의 적정수온이 유지되는 시간(401020~1130) 역시 짧아졌다. 결과적으로 산란시기는 종전 60일에서 23일로 급감했다.

 

거저우댐 상류에 세계 최대 용량의 수력발전소인 싼샤(三峽)댐이 들어선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수온이 더욱 올라 산란지의 적정 수온 기간이 112~122(30)로 더 늦춰졌다. 철갑상어의 생식선이 성숙되는 시기(1022~1115)를 고려하면 산란기가 13일로 줄어든 셈이다. 연구진은 거저우댐과 쌴샤댐 건설 이후 산란지에서 번식할 수 있는 철갑상어 개체 수는 댐이 없던 시절보다 각각 75.8%, 95.5% 감소했다“10~20년 사이 양쯔강에서 철갑상어가 멸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도를 만들고, 치어를 방류하는 것보단 물의 온도를 낮춰 산란지에서 적정온도가 유지되는 기간을 산란 시기와 맞추는 게 보다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량 관리와 경제발전을 앞세운 대형 댐 건설로 서식지를 잃는 건 지역 주민만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빈국이자 메콩강 수량의 절반 가까이 보유한 라오스는 동남아의 전력 공급소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주민 반대에도 벌써 세 번째 대형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전기를 인근 국가에 팔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2030년까지 메콩강에 총 71개 댐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만큼 수상 생태계 파괴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컬 컨저베이션에는 브라질 열대우림 지역에 건설된 벨루몬치댐 가동으로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희귀어류 80%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있는 이 댐의 발전용량은 11,233. 중국 싼샤댐(22,500)과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 있는 이타이푸댐(14,000)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이 되고 있다

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

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

 

넒적부리도요 어린 새끼. 다음 세대는 아마도 이 새를 가장 최근에 멸종한 새로 도감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벨 톰코비치 제공.

 

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 북극 해안에서 번식한 뒤 우리나라 서해 등 동북아를 거쳐 동남아와 서남아까지 8000거리를 봄·가을에 주파하는 장거리 이동의 달인이기도 하다.

 

조그만 몸집에 주걱 모양의 부리를 한 이 희귀한 도요새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위급종으로 분류했으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15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관련 기사: 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 이 새를 비롯해 북극에서 번식하는 도요·물떼새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앞으로 그런 추세가 가속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요·물떼새는 북극의 해안 바닥에 둥지를 튼다. 식생 변화나 포식자 밀도의 변화로 둥지 파괴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보호색을 띤 물떼새 일종의 알과 새끼.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보이테흐 쿠벨카 체코 프라하대 조류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70년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에서 그동안 출판 또는 미출판된 도요·물떼새 111종의 둥지 38191개에 관한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 지역에서 둥지의 알이나 새끼가 포식자에 잡아먹히는 비율은 지난 70년 동안 세 배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를 포괄하는 온대 북부지역에서의 포식률은 두 배로 늘어났다. 남반구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현재 북극 지역의 도요·물떼새 알 가운데 70%가 파괴되고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날개를 다친 척하는 행동으로 천적을 둥지에서 멀리 유인하는 물떼새 어미.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연구진의 로버트 프렉클턴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북극 지역의 둥지 손실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두드러지게 늘었다정확한 메커니즘은 아마도 매우 복잡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런 변화를 이끈 요인은 기후 변화로 보인다라고 영국 바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북극은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곳이다. 그는 기후변화가 특히 위협적인 것은 이 집단의 많은 종이 (다른 이유로) 어쨌든 줄어드는 상황이고, 또 북극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번식지로 오랫동안 의지해 온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도요·물떼새가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수천나 떨어진 북극까지 날아가 번식하는 이유는 그곳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종이 멸종하지 않으려면 알과 새끼를 잘 길러내야 한다. 열대 지역에는 알과 새끼를 노리는 포식자가 많고, 이를 견디기 위해 이 지역 새들은 오래 살고 번식 기간도 길다. 그런데 북극의 이런 생태적 이점은 역전됐다. 새들의 둥지 포식률이 열대보다 온대, 온대보다 북극이 더 높은 현상이 빚어졌다. 연구자들은 막대한 에너지를 들여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더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게 됐다며 이를 생태학적 덫이라고 불렀다. 물새들이 힘들여 위험을 자초하는 상황을 가리킨 것이다.

 

기후변화로 눈이 적게 내리면서 레밍 등 설치류가 급감하자 여우는 해안 도요·물떼새 둥지를 습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파벨 톰코비치 제공.

 

그렇다면 북극의 둥지 포식률은 왜 높아졌을까. 연구자들은 기후 변화로 북극 먹이그물의 토대인 레밍 등 설치류가 급감한 것을 주요한 이유로 들었다. 적설량 감소와 온도 불안정이 설치류 집단의 붕괴를 불렀다. 레밍을 사냥하지 못한 여우 등 포식자는 물새의 알과 새끼로 눈을 돌렸다. 이 밖에 여우 밀도의 증가, 여우 행동의 변화, 식생 변화로 인한 새들의 번식지 상태 악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기후 변화는 새들의 도래 시기와 먹이 곤충이 급증하는 시기가 어긋나게 하고 어미 새의 이동 성공률을 떨어뜨린다. 대규모 간척 등 서식지 파괴와 월동지에서의 밀렵은 어미 새를 위협한다. 결국 어미와 새끼 모두가 이중의 타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경고한다.

 

북극 번식지의 넓적부리도요. 보이테흐 쿠벨카 제공.

 

연구에 참여한 타마스 세켈리 영국 바스대 교수는 새끼들이 더는 태어나지 못한다면 급박하게 멸종위험에 놓인 넓적부리도요 같은 종에게 이제 희망은 없다지구는 복잡한 생태계로 이뤄진 취약한 행성이어서, 먹이와 포식자 사이의 상호 관계가 변하면 먹이그물의 파급효과를 통해 수천떨어진 곳의 많은 생물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Autumn Leaves (Les Feuilles Mortes)  - Edith Piaf -